판례정보일련번호
int64 64.4k
235k
| 사건명
stringlengths 1
395
⌀ | 사건번호
stringlengths 4
374
| 선고일자
int64 1.95k
42.9M
| 선고
stringclasses 7
values | 법원명
stringclasses 208
values | 사건종류명
stringclasses 6
values | 판결유형
stringclasses 725
values | 판시사항
stringlengths 4
2.68k
⌀ | 판결요지
stringlengths 6
12.4k
⌀ | 참조조문
stringlengths 4
2.17k
⌀ | 참조판례
stringlengths 3
2.05k
⌀ | 전문
stringlengths 44
864k
⌀ |
---|---|---|---|---|---|---|---|---|---|---|---|---|
232,619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 2020도15738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적시된 사실이 거짓인지 판단하는 기준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에서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의 관계 /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비방할 목적’이 부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거나 개인에 관한 사항이라도 공공의 이익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 사인(私人)의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 null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 [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 [1]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도13245 판결 / [2]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 [3]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57), 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0827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광야 담당변호사 양태정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20. 10. 23. 선고 2020노4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70조 제2항이 정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이고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거짓이라고 볼 수 없다. 거짓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적시된 사실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1도13245 판결 등 참조).
나. 같은 항에서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등 참조).
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나아가 공공의 이익관련성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공공의 관심사 역시 상황에 따라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인 인물, 제도 및 정책 등에 관한 것만을 공공의 이익관련성으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사항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획득한 경우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의 이익관련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에 관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 사건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사실 피고인이 과거 근무했던 회사의 대표인 피해자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소주 3병 이상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거나 만취한 직원들에게 과음을 강권한 사실이 없었고, 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들로 하여금 유흥접객원과 동석하도록 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피고인이 위 회사에서 퇴직 후 11개월이 지난 2018. 4. 19.경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페이스북 게시판에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아야 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는 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고 한다)을 게시한 부분(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실제로는 직원들을 상대로 일률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식하면서도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이 사건 게시글을 올린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원심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로 룸살롱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가라오케 주점에서의 회식 자리에 여성 직원이 참석하였음에도 여성 접대부를 동석케 한 사실이 있는 등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7. 3.경부터 같은 해 5월경까지 각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 등을 인터뷰한 영상물을 제작해 페이스북에 게재하는 사업을 하는 ‘OOO’(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고, 피해자는 2016년경부터 이 사건 게시글이 게시될 무렵까지 이 사건 회사의 대표로 근무하였다.
나) 이 사건 회사는 2016년경 설립되어 피고인이 근무할 당시에는 총 9명의 직원과 2명의 인턴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의 이른바 ‘스타트업’ 기업이었는데, 피해자는 업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고성을 내거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부르면서 화를 낸 적이 있고, 그로 인해 일부 여직원이 사내에서 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피해자는 2017. 4. 14. 피고인에게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직원들은 이번 재계약에서 연봉을 삭감할 예정이니, 미리 직원들에게 공지해 달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피해자와 직원들이 종종 저녁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시곤 하였는데, 술자리의 모습에 관하여 일부 직원들은 수사기관 또는 제1심에서 ‘술자리에서 이 사건 회사에서 제작한 인터뷰 동영상에 나온 유명인을 흉내 내고 유사하지 않으면 벌주를 마시는 게임을 하거나, 참석자들이 술잔을 채우고 차례대로 이를 마시는 일명 파도타기를 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일부 직원들은 수사기관 또는 제1심에서 ‘피해자가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직원에게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째려보는 등으로 눈치를 주기도 하였다.’, ‘피해자가 음주를 강요하는 것으로 느꼈다.’, ‘과음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직원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거나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며, 직원 공소외 1 제1심에서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공소외 2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동기 중 하나로 ‘거부하기 어려운 술자리 문화’를 언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라) 피고인은 신장 질환을 앓고 있어 술을 잘 마시지 못하였는바, 피고인도 위와 같은 저녁회식에 참석해 내키지 않는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마) 한편 피고인은 2018. 4.경 기자들이 작성한 인터넷 콘텐츠(그 무렵 책으로도 발간되었다)에서 피해자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인재 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된 것을 보고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였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 내용은 이 사건 게시글 외에도 당시 대형항공사 오너 일가의 이른바 ‘갑질’ 논란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사정을 언급하면서, 위와 같이 부당한 처사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벌어지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여도 대기업에 비하여 사회적 관심을 얻지 못하여 파급력이 작다는 자조적 현실을 지적하면서, 피해자의 행위를 위와 같이 언론에 보도되어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대기업 오너 일가의 행위에 투영하여 작성한 것이었다.
2)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종교나 신념, 성장 배경과 가족 관계 등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음주에 대한 선호도나 거부감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고, 직장의 규모, 업무의 내용과 방식, 구성원 간의 친소 관계와 조직 내 위계질서를 포함한 직장 문화 등 근로 환경에 따라서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와 관련해 근로자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 또한 다를 수 있다. 상사의 공식적·명시적 업무 지시가 아니더라도, 회식 참석과 같은 업무 외의 일을 요구하거나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상사의 태도가 강압적으로 느껴지는지와 그 정도 역시 근로자의 성격, 경력, 회사 내 지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이를 단지 근로자 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취급할 수는 없다. 특히 회사의 대표(운영자)와 근로자가 직접적,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소규모 회사의 경우 위와 같은 사정은 근로자에게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 이 사건 게시글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권하였다.’는 것으로, 위와 같이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 방식을 감안하면 회식 참석자들이 스스로 음주 여부,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피해자의 지위,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는 술자리에서 보인 피해자의 행동과 그로 인해 직원들이 느낀 압박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게시글은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지병이 있어도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피고인의 건강상태 및 회사 대표인 피해자가 주도하는 술자리에 참석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당시 느꼈던 압박감에 대한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묘사로 이해할 수 있다.
다) 비록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기자들에 의하여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선정되어 인터넷 등에 소개된 회사 대표가 회사 내부에서 직원들에게 고압적인 사풍을 조성하는지는 사회적인 관심에서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상고이유서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직원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피해자가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으로 부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대기업과 같이 부당한 사내 문화가 존재함을 알려 근로 환경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게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실제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 내용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주장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바람직한 사내 문화 등은 스타트업 기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할 사람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사회구성원 다수의 공통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이 포함된 전체 글을 게시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당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던 소위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퇴사한 지 1년가량 지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하였고, 거기에 다소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게시글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위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게시글이 허위라고 단정하고 나아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서 정한 ‘거짓의 사실’,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32,963 | 수분양자지위확인등 | 2020다281602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甲이 乙 주식회사로부터 아파트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甲이 주택법 등 관련 법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乙 회사의 공급계약 해제 사유 중 하나로 정하고 이러한 사유로 공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총 공급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이 乙 회사에게 귀속된다고 정하였는데, 甲이 위장 전입하는 등 주택법을 위반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던 사실이 밝혀져 乙 회사가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위약금을 몰취하자, 甲으로부터 분양권을 매수한 丙이 위 위약금 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이거나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위약금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乙 회사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甲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도록 위약금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구 주택법 제65조 제2항,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74조 제2항은 아파트를 공급받은 자가 주택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한 경우 사업주체 등에 취소권을 부여하면서 이미 소유권이 이전된 주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고, 이를 넘어 사업주체의 약정해제권을 배제하거나 약정해제권 행사로 인한 대금 반환 범위까지 정한 것은 아니므로, 위 위약금 조항이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丙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null | 민법 제105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8조, 구 주택법(2021. 3. 9. 법률 제17921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주택법 시행령 제74조 제2항 | null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이정 담당변호사 조희연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호반건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병선)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10. 7. 선고 2020나1618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가. 소외인은 2018. 1. 11. 피고로부터 시흥시 ○○동○○공공주택지구의 아파트 1채를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공급계약서 제2조 (1)항 7)호는 ‘소외인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주택법, 주택법 시행령 등 관련 법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를 피고의 공급계약 해제 사유 중 하나로 정하고 있고, 제3조 (1)항은 이러한 사유로 공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총 공급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이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라 한다).
나. 피고는 소외인으로부터 계약금과 1차 중도금을 지급받았으나, 이후 경찰 수사 결과 소외인이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위장 전입하는 등 주택법을 위반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피고는 2018. 11. 21.경 소외인에게 아파트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이 사건 위약금 조항에 따라 이미 납부된 대금 중 위약금 등을 공제하여 반환하겠다고 통보한 후 2018. 12. 18. 해당 금액을 변제공탁하였다.
다. 원고는 소외인으로부터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하였고 소송계속 중 피고에 대한 공급대금 등 반환채권도 양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의 효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가 위약금으로 몰취한 금액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2.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이어서 무효인지
원고는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또는 제8조 등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소외인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도록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구 주택법(2021. 3. 9. 법률 제17921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주택법’이라 한다) 제65조 제1항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같은 법에 따라 건설·공급되는 주택 등을 공급받는 등 공급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같은 조 제2항 제2호는 제1항을 위반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 등을 공급받은 자에 대하여 사업주체가 이미 체결된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사업주체가 제1항을 위반한 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한 주택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지급한 날에 그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74조 제2항은 이때의 주택가격을 입주금과 융자금의 상환 원금, 여기에 생산자물가상승률을 곱한 금액을 합산한 금액에서 감가상각비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심은 이 사건 위약금 조항이 구 주택법 제65조 제2항, 제3항, 같은 법 시행령 제74조 제2항에 반하여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이러한 법령 조항은 아파트를 공급받은 자가 주택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한 경우 사업주체 등에 취소권을 부여하면서 이미 소유권이 이전된 주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고, 이를 넘어 사업주체의 약정해제권을 배제하거나 약정해제권 행사로 인한 대금 반환 범위까지 정한 것은 아니라는 사정을 들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주택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0,845 | 살인[예비적죄명: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부착명령·보호관찰명령 | 2021도16719, 2021전도165, 2021보도54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에서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이유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적극) /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거나 원심이 양형의 전제사실을 인정하는 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를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상고심의 본래 기능은 하급심의 법령위반을 사후에 심사하여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는 것이고, 형사소송법은 상고심을 원칙적으로 법률심이자 사후심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형사소송법이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이유는 무거운 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한층 두텁게 보호하고 양형문제에 관한 권리구제를 최종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다.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를 허용할 필요성은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보다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이 더 클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에 따르더라도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보다 중한 형인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검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이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이유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거나 원심이 양형의 전제사실을 인정하는 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705 판결(공1994하, 2321),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304 판결(공2002상, 434),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1952 판결(공2005하, 1665), 헌법재판소 2012. 5. 31. 선고 2010헌바90, 2011헌바389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88, 1007),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마798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28, 1451)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피고인 1
【피 고 인】
피고인 2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피고인 1, 피고인 2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오승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1. 26. 선고 2021노903, 2021전노84, 2021보노4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서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 겸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피고인 1에 대한 부분
(1) 피고사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를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상고심의 본래 기능은 하급심의 법령위반을 사후에 심사하여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도모하는 것이고, 형사소송법은 상고심을 원칙적으로 법률심이자 사후심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형사소송법이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한 이유는 무거운 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한층 두텁게 보호하고 양형문제에 관한 권리구제를 최종적으로 보장하려는 데 있다(헌법재판소 2012. 5. 31. 선고 2010헌바90, 2011헌바389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5. 9. 24. 선고 2012헌마79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를 허용할 필요성은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보다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이 더 클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에 따르더라도 10년 미만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검사는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 그런데도 그보다 중한 형인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검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후단이 정한 양형부당의 상고이유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 등의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원심의 양형이 가볍다거나 원심이 양형의 전제사실을 인정하는 데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705 판결, 대법원 2001. 12. 27. 선고 2001도5304 판결,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1952 판결 등 참조).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라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는 주체를 피고인으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이유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양형부당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 청구 사건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청구와 보호관찰명령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2에 대한 부분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 아동복지법 제17조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와 ‘유기·방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 1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35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2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죄에서 유기·방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0,853 | 손해배상[법령에서 정하는 시험문제의 복수정답인정에 따른 국가배상을 구하는 사건] | 2017다233061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된 경우,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 [2]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판단 기준 |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고,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1]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공2000하, 1403),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7다219218 판결(공2021하, 2237) / [2]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공2004상, 8) | 【원고(선정당사자), 피상고인】
원고(선정당사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윤태 외 3인)
【피고, 상고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지형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7. 5. 10. 선고 2016나5504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가. 어떠한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취소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기판력으로 곧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는 없고,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7다219218 판결 등 참조).
나.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의 위법을 이유로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험이 응시자에 대하여 일정한 수준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여 특정한 자격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로서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시험문제의 출제, 정답결정 등의 결정을 위하여 외부의 전문 시험위원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위촉하였는지 여부, 위촉된 시험위원들이 최대한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배제하고 객관적 입장에서 해당 과목의 시험을 출제하였으며 시험위원들 사이에 출제된 문제와 정답의 결정과정에 다른 의견은 없었는지 여부,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가 사후적으로 정정되었고 응시자들에게 국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이 그에 따른 적절한 구제조치를 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시험문항의 출제나 정답결정에 대한 오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33789, 33796, 33802, 33819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2013. 11. 7. 실시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이라고 한다)에서 사회탐구영역의 선택 과목 중 하나인 세계지리 과목에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 한다)와 선정자들을 포함한 37,684명이 응시하였다.
2) 이 사건 시험을 주관한 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피고 평가원’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시험 종료 직후 세계지리 8번 문제(이하 ‘이 사건 문제’라고 한다)의 정답을 ‘ㄷ’ 지문이 포함된 ②번으로 발표하였다.
3) 2013. 11. 7.부터 2013. 11. 11.까지인 이의신청 기간에 이 사건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었고 피고 평가원은 이의심사실무위원회와 이의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으며, 이를 전제로 원고와 선정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시험 응시자들의 성적과 등급을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하고, 2013. 11. 27. 통지하였다.
4) 이 사건 처분과 그 통지 이후 응시자 일부는 이 사건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평가원을 상대로 이 사건 시험에 관한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이하 ‘관련소송’이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다.
5) 관련소송 항소심은 이 사건 문제 지문 중 옳은 것은 ‘ㄱ’지문밖에 없어서 이 사건 문제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피고 평가원이 ‘ㄱ’지문과 ‘ㄷ’지문이 옳다고 보아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②번으로 정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평가원이 관련소송 원고들에게 한 이 사건 시험에 관한 세계지리 과목에 대한 등급결정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4. 10. 16. 선고 2014누40724 판결), 피고 평가원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6) 교육부장관과 피고 평가원은 2014. 10. 31. 관련소송 항소심판결을 수용하고 피해 응시생들을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피고 평가원은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하여 발표하였고, 교육부장관은 다시 산정된 세계지리 성적이 반영된 이 사건 시험 성적과 등급에 따라 응시생들이 대학에 추가합격할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핀다.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평가원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을 ②번으로 정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시험 응시자들의 성적과 등급을 결정한 행위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1)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시험으로, 응시자가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갖추었는지,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수행하였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바탕으로 사고력을 측정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66770 판결 참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이나 고등학교 공교육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된 공익성을 갖는 제도로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과 등급을 결정하는 이 사건 처분은 응시생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출제나 정답결정에 관한 오류가 있다면 이러한 오류가 응시자 개인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공익성에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2) 피고 평가원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이 사건 시험 출제위원을 위촉하였다. 출제위원들은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시험문항 초안을 작성하였고, 위 초안에 대하여 사회탐구영역 내 검토, 1차 검토위원과 2차 검토위원의 개별·공통검토, 영역 간 교차검토, 최종 상호검토 단계를 거쳐 시험문항이 완성되었다. 영역 간 교차검토 당시 출제위원 중 한 명이 이 사건 문제에 관하여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지역경제협력체라고 하였는데 적절한 용어인가?’, ‘북미자유무역협정이 결성되고 난 이후 외국의 멕시코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것은 확실한가?’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외에 이 사건 문제에 대한 다른 의견은 제시되지 않았다.
3) 피고 평가원은 이 사건 시험 기본계획에서 ‘문제 및 정답 오류 등 중대사안의 경우 이의신청 접수 단계부터 관련 학회나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고,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 영역별 3인 이상의 출제위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를 참여하게 하며, 필요하면 이의심사실무위원회에서도 관련 학회나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정하였다. 이 사건 시험 이의제기 기간에 이 사건 문제에 관하여 이의가 제기되자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3.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함 17명의 위원이 참석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위 실무위원회에서 16명이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1명이 이 사건 지문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의심사실무위원회는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이후 피고 평가원은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자문 요청을 하였고,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는 2013. 11. 15. ‘총생산액을 국가 간에 또는 국가군 간에 비교할 때는 지난 몇 년간 전개된 추세를 근거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5년간 총생산액 평균값은 유럽연합이 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사건 문제의 지도에 표시된 2012년은 두 지역경제협력체의 비교를 위한 연도가 아니라 회원국을 특정 시점에서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피고 평가원은 2013. 11. 18. 이의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문제의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하였다.
4)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기 전에 관련소송 항소심에서 이 사건 처분을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취소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자 교육부와 피고 평가원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상고를 포기하고 곧바로 응시자들의 구제절차를 진행하였다. 피고 평가원은 2014. 11. 20. 세계지리 성적을 다시 산정하여 결과를 발표하였고,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4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결과를 다시 산출하여 지원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게 된 응시자 633명에 대해 추가합격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응시자 중 이미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가합격이 되면 2015학년도 입학이나 편입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편입학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을 가능한 범위에서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의 원고 및 선정자들 일부도 추가합격이 인정된 대학에 입학 또는 편입학하였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 평가원의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문제 출제와 이의처리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는 객관적 정당성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피고들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선정자 명단: 생략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 |
220,865 | 임금 | 2019다23805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기적·계속적으로 일정 지급률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甲 주식회사의 단체협약에서 ‘약정 통상급의 600%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되,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정하는 한편 취업규칙에는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甲 회사가 정기상여금을 매 2개월마다 약정 통상급의 100%씩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한 사안에서, 甲 회사는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3]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가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산정한 추가 법정수당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및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1]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기적·계속적으로 일정 지급률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되, 지급기일 전에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 관한 지급조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면,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에도, 그 규정만을 근거로 이미 근로를 제공했더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취지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의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정기상여금 그 밖의 임금 지급에 관한 규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경우 정기상여금은 매 근무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2] 甲 주식회사의 단체협약에서 ‘약정 통상급의 600%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되,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정하는 한편 취업규칙에는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甲 회사가 정기상여금을 매 2개월마다 약정 통상급의 100%씩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한 사안에서,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연 600%의 지급률에 따라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며, 단체협약은 정기상여금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사의 공통된 인식으로 상여금 지급일 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에게도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퇴직의 경우를 휴직 등과 달리 취급하여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에서 퇴직자에 대한 임금은 일할 지급하는 것이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 취업규칙의 규정은 당기 정기상여금 ‘전액’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사람에게 지급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고, 이와 달리 지급일 전에 퇴직한 사람에게는 이미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것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甲 회사는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3]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 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 |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 [2]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 [3] 민법 제2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제15조, 제56조, 제60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 [1]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 [3]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상, 236),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공2019상, 721),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6다7975 판결(공2022상, 147)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정범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담당변호사 정희선 외 2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9. 5. 8. 선고 2017나1027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상고이유 제1, 2점)
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기적·계속적으로 일정 지급률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되, 그 지급기일 전에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 관한 지급조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면,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에도, 그 규정만을 근거로 이미 근로를 제공했더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취지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의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정기상여금 그 밖의 임금 지급에 관한 규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참조).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이 지급되는 경우 정기상여금은 매 근무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이 속한 노동조합과 피고가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임금의 구성항목 중 하나로 상여금을 명시하면서, 약정 통상급의 600%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되,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정하고 있다.
(2) 피고 취업규칙 제43조는 상여금과 관련하여 "회사는 연간 기본급의 200% 이상의 상여금을 종업원의 근무성적과 출근율 등을 참작하여 연도 중에 지급한다(제1항). 회사는 경영성과에 따라 상여금을 조정하여 지급할 수 있으며, 지급방법 및 지급시기 등은 회사의 결정에 따른다(제2항).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제3항)."라고 정하고 있다(이하 제3항을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
(3) 피고는 위와 같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규정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매 2개월마다 약정 통상급의 100%씩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하였다.
(4) 피고 취업규칙 제35조는 임금제도와 관련하여 "입사 또는 퇴직한 날이 속하는 월의 임금은 월할 계산한다(제3항)."라고 정하고 있다(‘월할 계산’은 ‘일할 계산’의 오기로 보인다).
다. 이러한 사실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단체협약과 피고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연 600%의 지급률에 따라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은 정기상여금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사의 공통된 인식으로 상여금 지급일 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에게도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이해되고, 퇴직의 경우를 휴직 등과 달리 취급하여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피고 취업규칙 제35조는 퇴직자에 대한 임금은 일할 지급하는 것이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위 규정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여 이 사건 조항을 보면, 이 사건 조항은 당기 정기상여금 ‘전액’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사람에게 지급한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고, 이와 달리 지급일 전에 퇴직한 사람에게는 이미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것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보기 어렵다.
(3) 피고가 실제로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도 없다.
라. 원심이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이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는 요건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해석과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신의칙 항변(상고이유 제3점)
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하여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참조).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는 추가 법정수당의 규모, 추가 법정수당 지급으로 인한 실질임금 인상률, 통상임금 상승률, 기업의 당기순이익과 그 변동 추이,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인건비 총액, 매출액, 기업의 계속성·수익성, 기업이 속한 산업계의 전체적인 동향 등 기업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하였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6다7975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피고에게 2014. 1.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명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부담하는 금액이 약 9,500만 원으로 추산되고 이는 피고의 기업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많지 않아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용인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항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0,851 | 구상금 | 2019다20084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채무를 변제할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를 대위변제한 경우에 갖게 되는 ‘구상권’과 ‘변제자대위권’이 내용이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인지 여부(적극) 및 이는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에서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甲 보험회사가 신원보증보험계약에 따라 乙의 불법행위로 丙 주식회사가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한 다음 乙을 상대로 구상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때 제출한 소장 및 준비서면에 따르면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는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권임이 분명한데,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 제출 시부터 제1심 변론종결일까지 별도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채 ‘구상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그 후 항소이유서에서 구상금 청구의 내용으로 ‘민법 제425조 제2항의 보증인의 피보증인에 대한 구상권’을 언급한 사안에서,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줌으로써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관한 현저한 불분명·모순을 바로 잡은 후 이를 기초로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과 민법 제425조 제2항의 구상권을 혼용하여 이를 근거로 乙에게 금전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석명권 불행사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현저한 모순이나 불명료한 부분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2] 채무를 변제할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를 대위변제한 경우에 통상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과 동시에 민법 제481조에 따라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하게 되나, 이러한 ‘구상권’과 ‘변제자대위권’은 내용이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이다. 이는 보험자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 그 지급금의 한도에서 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취득함을 규정한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3] 甲 보험회사가 신원보증보험계약에 따라 乙의 불법행위로 丙 주식회사가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한 다음 乙을 상대로 구상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이때 제출한 소장 및 준비서면에 따르면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는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권임이 분명한데,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 제출 시부터 제1심 변론종결일까지 별도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채 ‘구상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그 후 항소이유서에서 구상금 청구의 내용으로 ‘민법 제425조 제2항의 보증인의 피보증인에 대한 구상권’을 언급한 사안에서, 甲 회사가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과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인 ‘구상금’을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丙 회사가 乙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을 전제로 ‘보험자대위권’에 따라 甲 회사가 이를 취득한 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인지, 혹은 ‘보험자대위권’의 행사를 ‘구상권’의 행사로 표시하는 것인지조차 매우 불분명하고, 이러한 내용은 모두 법적 근거를 달리하는 것이자 이로 인해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고 법적 효과도 동일하지 아니한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법원으로서는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줌으로써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관한 현저한 불분명·모순을 바로 잡은 후 이를 기초로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과 민법 제425조 제2항의 구상권을 혼용하여 이를 근거로 乙에게 금전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석명권 불행사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136조 / [2] 민법 제425조 제2항, 제481조, 상법 제682조 / [3] 민사소송법 제136조, 민법 제425조 제2항, 제481조, 상법 제682조 | [1]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765 판결(공2009하, 2081) / [2]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5다32418 판결(공2009상, 523) | 【원고, 피상고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스엠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육삼신 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라클 담당변호사 이동렬)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8. 12. 4. 선고 2017나709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31,457,53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판단
원심은,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로 소외 회사가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신원보증보험계약의 보험자로서 소외 회사에 보험금 1억 원 및 지연손해금 31,457,534원을 지급함으로써 상법 제682조 제1항에 따라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위 지연손해금 31,457,534원이 민법 제441조 및 제425조 제2항에서 정한 ‘면책된 날 이후의 법정이자 및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에 준한다고 보아, 피고로부터 위 보험금·지연손해금 합계 131,457,53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상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관련 법리
가.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적 관점에서 보아 현저한 모순이나 불명료한 부분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따라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는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2765 판결 등 참조).
나. 채무를 변제할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를 대위변제한 경우에 통상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과 동시에 민법 제481조에 따라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하게 되나, 이러한 ‘구상권’과 ‘변제자대위권’은 내용이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이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5다32418 판결 등 참조). 이는 보험자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 그 지급금의 한도에서 피보험자 등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취득함을 규정한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3. 대법원 판단
가. 원고가 제출한 소장 및 2017. 6. 27. 자 준비서면에 따르면,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법적 근거는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권’임이 분명하고, 그 보험자대위의 대상이 되는 권리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볼 수 있다.
나. 그런데 원고는 2017. 6. 27.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 제출 시부터 제1심 변론종결일까지 별도의 법적 근거도 명시하지 않은 채 ‘구상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제1심판결 역시 ‘상법 제682조’ 및 ‘구상금’을 구별하지 않고 이를 혼용하면서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였다.
다. 원고는 항소이유서에서 구상금 청구의 내용으로 ‘민법 제425조 제2항의 보증인의 피보증인에 대한 구상권’을 언급하였고, 원심은 ‘상법 제682조’ 및 ‘민법 제425조 제2항의 구상권’을 구별하지 않고 이를 혼용하여 원고의 청구 중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라.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구상금’의 법적 근거가 이처럼 명확하지 아니함에 따라,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과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인 ‘구상금’을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을 전제로 ‘보험자대위권’에 따라 원고가 이를 취득한 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인지, 혹은 ‘보험자대위권’의 행사를 ‘구상권’의 행사로 표시하는 것인지조차 매우 불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모두 법적 근거를 달리하는 것이자, 이로 인해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달라지고 그 법적 효과도 동일하지 아니한 중대한 법률적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줌으로써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에 관한 현저한 불분명·모순을 바로 잡은 후 이를 기초로 판단하였어야 한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청구원인의 법적 근거가 매우 불분명한 상황에서,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권’과 전혀 다른 별개의 권리로 볼 여지가 있는 ‘민법 제425조 제2항의 구상권’을 만연히 혼용하여 이를 근거로 주문 기재 ‘31,457,534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청구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권 불행사, 이유불비 또는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 채 직권으로 이를 파기한다(다만 피고가 이 사건에 민법의 보증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근거로 든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해 둔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31,457,53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0,877 | 가압류이의 | 2021마7088 | 20,220,428 | 자 | 대법원 | 민사 | 결정 | 채권자가 항고를 통해 취소를 구하는 원래의 가압류결정에 기한 가압류등기가 이미 말소되었으나 가압류취소결정을 취소하는 항고법원의 결정을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닌 경우, 항고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적극) | 상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 유리하도록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것이므로, 채권자는 제1심결정의 내용이 불이익하다면 항고를 통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 이때 원래의 가압류결정에 기한 가압류등기가 이미 말소되었더라도, 가압류취소결정을 취소하는 항고법원의 결정을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고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민사집행법 제298조 제1항은 "가압류의 취소결정을 상소법원이 취소한 경우로서 법원이 그 가압류의 집행기관이 되는 때에는 그 취소의 재판을 한 상소법원이 직권으로 가압류를 집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항고법원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집행이 필요할 때 별도로 채권자의 신청이나 담보제공 등이 없이도 직권으로 원래의 보전처분을 집행하도록 한 것으로서, 가압류취소결정에 따른 집행취소에 의해 가압류등기가 말소되었으나 항고법원이 가압류의 취소결정을 취소하고 원래의 가압류결정을 인가한 때의 집행방법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② 가압류결정절차와 가압류집행절차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으로서, 가압류취소결정에 따른 집행취소로 가압류등기가 말소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집행절차의 문제에 불과하다. 가압류결정에 대한 이의사건에서 항고심의 심판대상은 가압류이의대상의 존부이므로, 항고법원은 이를 심리하여 가압류결정에 대한 인가결정을 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98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가압류를 집행할 수 있다. 채권자는 이러한 범위 내에서 항고를 통해 보전처분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고, 이는 원래의 가압류등기가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민사소송법 제439조, 민사집행법 제298조 제1항 |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공1998상, 403) | 【채권자, 재항고인】
채권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정헌명 외 4인)
【채무자, 상대방】
법무법인 산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태원우 외 7인)
【원심결정】
서울중앙지법 2021. 11. 3. 자 2021라803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이 사건 가압류결정을 취소하는 제1심결정에 따른 집행취소로 가압류등기가 말소된 이상 이 사건 가압류결정의 효력이 이미 소멸되었으므로 채권자가 항고를 유지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 항고를 각하하였다.
2. 그러나 상소는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 유리하도록 그 취소·변경을 구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2676 판결), 채권자는 제1심결정의 내용이 불이익하다면 항고를 통해 그 취소를 구할 수 있다. 이때 원래의 가압류결정에 기한 가압류등기가 이미 말소되었더라도, 가압류취소결정을 취소하는 항고법원의 결정을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고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민사집행법 제298조 제1항은 "가압류의 취소결정을 상소법원이 취소한 경우로서 법원이 그 가압류의 집행기관이 되는 때에는 그 취소의 재판을 한 상소법원이 직권으로 가압류를 집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항고법원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집행이 필요할 때 별도로 채권자의 신청이나 담보제공 등이 없이도 직권으로 원래의 보전처분을 집행하도록 한 것으로서, 가압류취소결정에 따른 집행취소에 의해 가압류등기가 말소되었으나 항고법원이 가압류의 취소결정을 취소하고 원래의 가압류결정을 인가한 때의 집행방법을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가압류결정절차와 가압류집행절차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으로서, 가압류취소결정에 따른 집행취소로 가압류등기가 말소되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집행절차의 문제에 불과하다. 가압류결정에 대한 이의사건에서 항고심의 심판대상은 가압류이의대상의 존부이므로, 항고법원은 이를 심리하여 가압류결정에 대한 인가결정을 할 수 있고, 민사집행법 제298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가압류를 집행할 수 있다. 채권자는 이러한 범위 내에서 항고를 통해 보전처분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고, 이는 원래의 가압류등기가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따라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항고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32,949 | 손해배상(기)·기타(금전) | 2018다290801, 290818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이자를 분양자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 분양계약이 해제되면 수분양자가 대납 대출이자 상당액의 돈을 분양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의무로서 반환할 금전에 가산되는 이자의 법적 성질(=부당이득반환) [2] 甲 주식회사와 乙 등이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甲 회사가 乙 등의 중도금 대출이자를 대출금융기관에 우선 대납하면 乙 등이 아파트에 입주할 때 甲 회사에 대납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 분양계약이 해제된 경우 乙 등은 대납이자를 일괄하여 상환하여야 한다.’고 정한 후 乙 등이 중도금을 대출받아 甲 회사에 납부하였고, 甲 회사가 중도금 대출이자를 대출금융기관에 대납하였는데, 乙 등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분양계약이 해제된 사안에서, 乙 등의 잔금 미지급에 따라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乙 등은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는데, 甲 회사가 중도금 대출이자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도 분양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소급적으로 소멸하였으므로, 乙 등은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甲 회사에 대납이자를 반환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甲 회사가 대납한 날로부터 법정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데도, 乙 등의 대납이자 반환채무의 변제기를 계약해제한 날로 보고 이때부터 대납이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담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민법 제548조 / [2] 민법 제548조 | [1]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31690 판결,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50509 판결(공2013상, 931) |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토지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혜화 담당변호사 최경희)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반소원고) 1 외 1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태원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0. 19. 선고 2017나2076006, 20760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대납이자, 추심금, 잔존구상금에 대한 청구 부분과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반소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의 대납이자에 대한 청구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아파트 분양계약에서 수분양자의 중도금 대출이자를 분양자가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분양계약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분양계약이 해제되면 위 약정도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수분양자는 그 원상회복으로서 대납 대출이자 상당액의 돈을 분양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31690 판결 등 참조).
한편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무가 있고, 이 경우 반환할 돈에는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여기서 가산되는 이자는 원상회복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고 반환의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이 아니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5050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들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피고들의 중도금 대출이자를 대출금융기관에 우선 대납하면 피고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입주할 때 원고에게 대납이자를 지급하기로 하고(제6조 제5항 본문),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해제된 경우 피고들은 대납이자를 일괄하여 상환하여야 한다(제6조 제5항 단서)고 정하였다.
2) 피고들은 원고의 알선으로 대출금융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른 중도금을 대출받아 원고에게 납부하였고, 원고는 중도금 대출이자를 대출금융기관에 대납하였다.
3)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분양계약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지정기간을 알리면서 잔금납부와 이 사건 아파트 입주를 통보하였으나 피고들은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의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을 해제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들의 잔금 미지급에 따라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한다. 원고가 중도금 대출이자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도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해제됨으로써 소급적으로 소멸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원고에게 대납이자를 반환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대납한 날로부터 법정이자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 제6조 제5항 단서를 근거로 피고들의 대납이자 반환채무의 변제기를 계약해제한 날로 보고 피고들은 이때부터 대납이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각 분양계약 제6조 제5항 단서는 피고들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원고가 대납한 이자를 피고들이 일괄하여 반환하여야 한다는 것을 정한 것이지 대납이자 반환채무에 대한 이자나 지연손해금 산정기준일을 정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법률행위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내용의 원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의 대납이자에 대한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이유,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대납관리비, 대납재산세를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으로 청구할 수 없다. 반면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지급받은 분양대금에 법정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 각 분양계약 등에서 원고의 법정이자 반환의무가 면제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은 피고들의 귀책사유로 해제되었으므로 이 사건 각 분양계약 제3조 제1항에 따라 분양대금 총액의 10%가 위약금으로 원고에게 귀속된다. 이처럼 위약금으로 몰취되는 부분에 대해서 원고는 피고들에게 원상회복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고 그에 대한 법정이자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각 분양계약이 해제된 이상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분양계약 관련 허위·과장광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에서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원고로부터 추심한 돈을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한편 원고는 수탁보증인의 지위에서 대출금융기관에 피고들의 중도금 대출금을 대위변제하였으므로 대위변제한 날로부터 법정이자도 구상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률행위의 해석,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과 기판력 또는 수탁보증인의 구상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은 원고의 본소 청구 중 대납관리비, 대납재산세에 대한 부분은 전부 배척하고 대납이자(이에 대한 최종 대납일 다음 날부터 원고가 구하는 비율에 의한 돈 제외), 추심금, 잔존구상금에 대한 부분만 인정하며, 피고들의 반소 청구 중 반환되는 분양대금에 대한 법정이자의 일부 부분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이 인정된 원고의 채권 합계액과 피고들의 각 채권 합계액이 상계에 의하여 대등액에서 소멸한 것으로 판단하고 상계 후 남은 원고의 채권 잔액에 대하여 피고들의 지급의무를 인정하여 원고의 본소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원고의 대납이자에 대한 법정이자 청구 부분에 관한 원심판단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잘못이라 할 것이어서 원고와 피고들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갖는 상계의 대상이 되는 전체 채권액을 다시 산정한 다음 상계로 인하여 소멸되는 채권액과 잔존액에 대하여 새로이 판단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대납이자, 추심금, 잔존구상금에 대한 청구 부분과 반소에 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본소에 관한 부분 중 대납이자, 추심금, 잔존구상금에 대한 청구 부분과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1,829 |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 | 2021추5036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의 효력(무효) 및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나 법률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화·명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지방자치단체가 기관위임사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법령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무가 자치사무인지 기관위임사무인지 판단하는 기준 [3] 시장이 납품도매업차량에 대한 주정차위반 행정처분이 발생한 경우 자동유예될 수 있도록 구청장 등과 적극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의 ‘부산광역시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하여 부산광역시장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시의회가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조례안을 확정한 사안에서, 위 조례안은 기관위임사무인 주정차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처분에 관한 사항을 법령의 위임 없이 조례로 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한 사례 | null | [1] 헌법 제117조 제1항, 구 지방자치법(2021. 1. 21.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제28조 참조),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 / [2] 구 지방자치법(2021. 1. 21.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현행 제13조 참조), 제22조(현행 제28조 참조) / [3] 구 지방자치법(2021. 1. 21.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현행 제13조 참조), 제22조(현행 제28조 참조) | [1][2]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추5162 판결(공2018상, 85) / [1]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두5927 판결(공2002상, 1013), 대법원 2012. 11. 22. 선고 2010두19270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상, 51) / [2]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두12153 판결 | 【원 고】
부산광역시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경미 외 2인)
【피 고】
부산광역시의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흥대 외 2인)
【변론종결】
2022. 2. 17.
【주 문】
피고가 2021. 7. 23. ‘부산광역시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및 주요 내용
갑 제1호증, 제4호증 내지 제6호증, 제10호증(가지번호 생략)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21. 6. 30. ‘부산광역시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행정안전부장관은 2021. 7. 13. 원고에게 이 사건 조례안 제5조가 법률의 위임 없이 납품도매업체에 의무를 부과하고, 이 사건 조례안 제9조가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하는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위반행위 단속 및 과태료 부과·징수 사무를 규정한 것이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방자치법’이라 한다) 제22조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재의요구를 지시하였고, 원고는 이에 따라 2021. 7. 19.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21. 7. 23.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이 사건 조례안을 확정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1) 부산지역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납품도매업의 유통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2) 납품도매업체는 지역대학을 졸업한 청년을 우선 채용해야 하고(제5조 제1항), 시역 내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업체 간 지역화폐를 이용한 거래 대금결제를 유도하여야 한다(제5조 제2항).
3) 시장은 등록된 납품구역 및 영업시간 내에 있는 납품도매업차량에 대한 구청장 등의 주정차위반행정처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차량이 납품이라는 고유의 목적을 위배했다는 증거가 있지 않는 한 해당 행정처분은 자동으로 유예될 수 있도록 구청장 등과 적극 협의한다(제9조 제1항 본문). 다만 소화전 5m 이내(주정차금지 표지판이 있거나 노면표시가 황색 복선 또는 황색 실선이거나 소화전 앞이 적색 연석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에 한한다),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주정차금지 표지판이 있거나 노면표시가 황색 복선 또는 황색 실선인 경우에 한한다),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정지선에 주차한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제9조 제1항 단서).
시장은 구청장 등이 주정차위반 단속차량 중 등록된 납품도매업차량을 효율적으로 필터링할 수 있도록 납품도매업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구청장 등에게 공급해야 한다(제9조 제2항).
4) 시장은 납품도매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역대학을 졸업한 청년의 우선 고용에 관한 지원을 할 수 있다(제10조 제3호).
2. 이 사건 조례안의 효력
가. 이 사건 조례안 제5조에 관한 판단
1) 구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는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2. 11. 22. 선고 2010두192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다만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고,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나 법률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화·명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두5927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추516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 부분
가)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이 주민의 권리 제한에 관한 것으로서 법률의 위임이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조례로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은 ‘납품도매업체의 책무’라는 제목 아래 납품도매업체가 지역대학을 졸업한 청년을 우선 채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납품도매업체로 하여금 고용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지역대학을 졸업한 청년을 우선 채용하여야 하고 지역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을 그에 우선하여 채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납품도매업체가 가지는 계약체결의 자유뿐만 아니라 지역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가지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례의 법규성에 비추어 볼 때 위 조항에 근거하여 납품도매업체는 지역대학을 졸업한 청년을 우선채용할 부담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지역대학을 졸업하지 아니한 사람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조례안 자체에 납품도매업체의 우선채용의무를 강제하는 규정이나 그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의 권리제한적 성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은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그 효력이 있다.
다) 나아가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에 대한 법률의 위임이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대육성법’이라 한다)은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 및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의 육성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과 지역인재의 취업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경제적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책무를 부담하며(제3조 제1항 내지 제3항), 지역인재의 해당 지역 정착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제16조 제3항). 또한 공공기관과 기업은 지역인재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제3조 제4항).
지방대육성법이 지역인재의 채용 영역이나 우대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모두 규정하지는 않으나, 지방대육성법의 위와 같은 입법 목적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규정을 둔 취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지원에 있어 각 지역의 실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납품도매업체의 유통경쟁력 강화와 지역인재의 우대조치 방안으로 지역대학을 졸업한 청년을 납품도매업체에 우선 채용하도록 한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은 지방대육성법에 근거하여 그 법률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화·명확화한 것으로서 위임근거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1항이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 부분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납품도매업체에 지역화폐를 이용한 거래대금결제 유도의무를 부과하여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법률의 근거 없이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은 납품도매업체로 하여금 시역 내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업체 간 지역화폐를 이용한 거래 대금결제를 유도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은 납품도매업체에 대금결제 시 반드시 지역화폐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을 유도(誘導)하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 상대방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그 태양이 지극히 다양하고 개념상 강제성을 내포하지 아니하므로, 유도행위 자체로 납품도매업체와 거래 상대방의 권리 제한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권리제한적 규정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조례안 제9조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1항 부분
가) 구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 제9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인 자치사무와 개별 법령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단체위임사무에 한하고, 국가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되거나 상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하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된 기관위임사무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조례의 제정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법령상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무가 자치사무인지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는 그에 관한 법령의 규정 형식과 취지를 우선 고려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밖에도 그 사무의 성질이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사무인지 여부나 그에 관한 경비부담과 최종적인 책임귀속의 주체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두12153 판결, 위 대법원 2016추516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1항은 등록된 납품도매업차량에 대한 주정차위반 행정처분이 발생한 경우 시장으로 하여금 해당 행정처분이 자동으로 유예될 수 있도록 구청장 등과 적극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그중 불법 주정차행위는 운전자 및 보행자의 시야 차단으로 인한 사고 유발의 가능성이 있고 긴급 출동한 구급차나 소방차의 진입, 통행 방해 등 교통상의 위험을 직접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민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 규율의 필요성이 크다. 이에 도로교통법은 장소와 방법, 시간에 따라 일정한 경우의 주정차 행위를 금지 및 제한하면서(제32조 내지 제34조), 그 위반 시 벌칙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제156조 제1호, 제4호, 제160조 제3항). 다만 불법 주정차를 한 운전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등에 있어 고용주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징수 권한을 시장 등에게 위임하고 있다(제161조 제1항 제3호).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령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서는 과태료 부과·감경기준, 범칙금액 등의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고 법령에서 정한 사항 이외의 과태료를 감경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도로교통법 시행령 제88조 제4항, [별표 6], 제93조 제1항, [별표 8],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46조, [별표 39] 등), 과태료의 부과·징수 및 재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서도 과태료의 징수유예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을 뿐(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4조의3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2 제2항), 지역별로 차등적인 규율을 하게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과태료의 유예나 면제 등에 관한 별도의 재량을 부여하고 있지 아니하다.
이러한 법령의 규정 형식과 내용 및 그 취지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관련 사무는 국가사무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다) 주정차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징수에 관한 사무는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규율이 요구되는 국가사무에 해당하므로, 이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사무는 국가행정기관의 지위에서 하는 기관위임사무이다.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1항은 기관위임사무인 주정차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처분에 관한 사항을 법령의 위임 없이 조례로 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
2)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2항 부분
가)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2항이 정하는 ‘납품도매업체’의 범위 및 ‘납품도매업관리시스템’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조례안은 부산지역 납품도매업의 유통경쟁력을 높여 지역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2항은 구청장 등이 주정차위반 단속차량 중 등록된 납품도매업차량을 효율적으로 찾아내기 위한 것인 점을 종합하면, ‘납품도매업관리시스템’이란 부산지역 납품도매업체에 관한 제 정보를 전산화·자동화한 관리시스템을 의미하고, 그 관리 대상이 되는 ‘납품도매업체’란 납품도매업차량을 이용하여 부산지역에 있는 소매업체, 요식업체, 외식업체 등에 상품 및 원재료를 정기적으로 납품하는 업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 조항의 취지 및 문언에 비추어 보면 납품거래처가 식품위생법상 허가나 신고를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납품도매업체가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2항이 전국에 있는 차량을 포함하는 납품도매관리시스템을 개발·공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서 원고의 구역 범위를 넘는 권한 행사에 관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납품도매업체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구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4호 (거)목의 지역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사무로서 자치사무에 해당하고,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2항이 부산지역에 납품거래처가 있는 납품도매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납품도매업관리시스템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구청장 등에게 공급하도록 하고 있는 이상, 차량의 등록기준지나 사용본거지를 불문하고 납품도매업차량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구역범위를 넘는 권한 행사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1항은 위법하고, 이 사건 조례안의 일부가 효력이 없는 경우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그 효력이 전부 부인되므로(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추19 판결, 위 대법원 2016추5162 판결 참조),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의 효력 배제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20,879 | 보관금반환등청구의소 | 2021다306904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비법인사단이 당사자인 사건에서 이미 제출된 자료들에 의하여 대표권의 적법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이 이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2] 집합건물의 관리단인 甲 관리단이 乙을 상대로 관리비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乙이 甲 관리단의 대표자로서 소를 제기한 丙에 대하여 관리단을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丙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관리단의 대표자로 선임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데도, 丙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비법인사단이 당사자인 사건에서 대표자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지는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법원으로서는 판단의 기초자료인 사실과 증거를 직권으로 탐지할 의무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제출된 자료들에 의하여 대표권의 적법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정이 엿보인다면 상대방이 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다투지 않더라도 이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다. [2] 집합건물의 관리단인 甲 관리단이 乙을 상대로 관리비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甲 관리단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당연설립된 관리단이자 비법인사단으로서 그 대표자는 규약에 달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써 선임하고,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은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각 구분소유자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 乙은 건물의 전체 전유부분 면적의 51%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甲 관리단의 대표자로서 소를 제기한 丙에 대하여 관리단을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丙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관리단의 대표자로 선임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데도, 丙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52조, 제58조, 제64조, 제134조[직권조사사항] / [2] 민사소송법 제52조, 제58조, 제64조, 제134조[직권조사사항],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제23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 [1]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40578 판결(공1997하, 3405),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97044 판결(공2011하, 1771) | 【원고, 피상고인】
보승빌딩관리단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엠케이 담당변호사 문종술)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1. 11. 26. 선고 2020나4951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비법인사단이 당사자인 사건에 있어서 대표자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지 여부는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법원으로서는 그 판단의 기초자료인 사실과 증거를 직권으로 탐지할 의무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이미 제출된 자료들에 의하여 그 대표권의 적법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정이 엿보인다면 상대방이 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하여 다투지 않더라도 이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40578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97044 판결 참조).
2. 원고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 제23조 제1항에 의하여 당연설립된 관리단이자 비법인사단으로서 그 대표자는 규약에 달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써 선임한다(집합건물법 제38조 제1항). 그리고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은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각 구분소유자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집합건물법 제37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원심의 인정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전체 전유부분 면적의 51%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제1심의 제1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2019. 5. 21. 자 답변서를 통해 원고의 대표자로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소외인에 대하여 원고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서 소외인이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원고의 대표자로 선임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소외인이 원고의 적법한 대표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더 심리·조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 대표자에게 적법한 대표권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비법인사단 대표자의 대표권 및 직권조사사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20,875 | 업무정지처분취소청구의소 | 2022두30546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경우,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검사 또는 질문을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받게 되는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법리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검사 또는 질문을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 의해 받게 되는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 제2호,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 |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공2022상, 461)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광범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승아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2. 22. 선고 2021누449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은 의료인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의 업무 자체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으므로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검사 또는 질문을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받게 되는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 의해 받게 되는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4. 9. 15.부터 종전 병원을 운영하다가 2018. 5. 4. 폐업한 후, 2018. 10. 10.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2) 피고는 2018. 1. 23. 종전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원고는 2018. 1. 26. 현지조사를 거부하였다.
3) 피고는 2019. 3. 21.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현지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였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이 사건 병원의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으로서의 업무를 1년 동안 정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뿐만 아니라 대인적 처분의 성격도 아울러 가진다고 전제한 다음, 종전 병원에서 이루어진 위법한 조사 거부를 사유로 하여 원고가 새로 개설한 이 사건 병원에 대하여 업무정지를 명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후 대법원이 위 2020두39365 판결에서 판시한 법리에 따르면, 조사 거부 행위를 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하여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2호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의 법적 성격 및 처분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2,651 | 소유권이전등기 | 2019다27205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기부채납의 법적 성질(=증여계약) 및 지방자치단체와 상인인 기부자 사이에 체결된 기부채납 약정에 근거한 채권에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물건에 대한 점유의 의미 및 판단 기준 [3] 甲 주식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와 체결한 주차장에 관한 기부채납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 주차장을 설치하였고 이후 주민들이 무상으로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乙 지방자치단체가 甲 회사를 상대로 주차장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자, 甲 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乙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데, 乙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또는 관리 위탁을 통해 주차장을 유지·관리함으로써 주차장을 지속적으로 점유해 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도, 乙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기부채납이란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가 부동산 등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취득하는 것으로서, 기부자가 재산을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으로 증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승낙하는 채납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증여계약에 해당한다.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에 정해진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한다. 이 경우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상법 제47조)도 포함되고,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보되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기부자가 상인인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그 기부자 사이에 체결된 기부채납 약정은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기부채납 약정에 근거한 채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2]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이 사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객관적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인정 여부는 물건과 사람 사이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甲 주식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와 체결한 주차장에 관한 기부채납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 주차장을 설치하였고 이후 주민들이 무상으로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乙 지방자치단체가 甲 회사를 상대로 주차장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자, 甲 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상인인 甲 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와 체결한 기부채납 약정으로 乙 지방자치단체가 취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데, 위 주차장은 甲 회사가 기부채납을 한 것이나 주민을 위한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된 경위를 살펴보면 乙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주차장을 설치·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으며, 乙 지방자치단체는 직접 또는 도시관리공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주차장을 관리하였고, 주차장이 장기간 공영주차장으로 정상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지속적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乙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단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주민으로 하여금 주차장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 것이 점유의 판단 기준으로서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을 부정하는 요소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乙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또는 관리 위탁을 통해 주민이 주차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한 것은 합목적적 관점에서 乙 지방자치단체가 주차장을 지속적으로 점유해 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도, 乙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조 제3호, 민법 제554조, 상법 제3조, 제46조, 제47조, 제64조 / [2] 민법 제192조 / [3]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조 제3호, 민법 제192조, 제554조, 상법 제3조, 제47조, 제64조 | [1]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6760, 6777 판결(공2002하, 2516),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47834 판결 / [2]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2다201410 판결(공2013하, 1450),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다298799 판결(공2022상, 511) | 【원고, 상고인】
고양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목성 담당변호사 이창석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명종합건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서평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8. 28. 선고 2018나205713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사 소멸시효의 적용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기부채납이란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가 부동산 등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취득하는 것으로서, 기부자가 재산을 지방자치단체의 공유재산으로 증여하는 의사표시를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승낙하는 채납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증여계약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다47834 판결 등 참조).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에 정해진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한다. 이 경우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상법 제47조)도 포함되고,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보되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6760, 677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기부자가 상인인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그 기부자 사이에 체결된 기부채납 약정은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기부채납 약정에 근거한 채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나. 원심은, 상인인 피고가 영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인 원고와 이 사건 주차장에 관하여 체결한 이 사건 기부채납 약정이 상법 제46조 제1호의 상행위인 "동산, 부동산, 유가증권 기타의 재산의 매매"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가 이 사건 기부채납 약정으로 취득한 이 사건 주차장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 중 이 사건 기부채납 약정이 상법 제46조 제1호의 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는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사 소멸시효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사 소멸시효의 완성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이 사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객관적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인정 여부는 물건과 사람 사이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2다201410 판결 등 참조).
나. 원고는 이 사건 주차장을 점유하였으므로 그 기간 동안 이 사건 기부채납 약정에 근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이 사건 주차장을 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 사건 주차장은 출입구를 통제하는 등 외부에서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상시 관리하는 주체가 없고 인근 주민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원고가 이 사건 주차장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추단할 만한 객관적 표지가 없다. 원고가 일반적인 환경 미화 과정에서 일부 쓰레기 수거 등 작업을 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주차장의 정비작업을 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 고양도시관리공사(이하 ‘공사’라 한다)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주차장을 무상으로 대부받았다는 내용의 내부적인 행정적 처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원고가 위 주차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이 사건 기부채납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 이 사건 주차장을 설치하였고, 이후 원고의 계획대로 주민이 무상으로 주차장을 사용하고 있다.
(2) 원고는 공사와 이 사건 주차장에 관한 무상대부 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영을 위탁하였다. 위 계약 내용에 따르면, 계약의 목적을 ‘이 사건 주차장 등의 시설운영·관리 등에 사용되는 물품 등 시설장비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로 정하고 있고(제1조), 시설물의 운영관리는 고양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와 고양시 부설주차장 관리 조례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며(제2조), 공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대부재산의 보존책임과 사용에 필요한 부담을 진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3) 원고는 이 사건 주차장을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것 외에 시설점검, 주차블록 교체와 보수, 카스토퍼 교체, 주차면 재도색, 아스콘 포장, 예초, 전지 등 다양한 관리 작업을 실시하였다.
라.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1) 이 사건 주차장은 피고가 기부채납을 한 것이나, 주민을 위한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된 경위를 살펴보면, 원고가 주민에게 이 사건 주차장을 설치·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원고는 직접 또는 공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 사건 주차장을 관리하였고, 이 사건 주차장이 장기간 공영주차장으로 정상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지속적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 원고가 지방자치단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주민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차장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 것이 점유의 판단 기준으로서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을 부정하는 요소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원고가 직접 또는 관리 위탁을 통해 주민이 이 사건 주차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한 것은 합목적적 관점에서 원고가 이 사건 주차장을 지속적으로 점유해 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5256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결정·고시만 해놓고 해당 토지에 관하여 일체의 관리나 관여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던 사안으로, 위 판결을 이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주차장에 대한 원고의 점유를 부정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631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2021도11012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피고인이 계속 중인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였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하나, 재판관여행위가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 점,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null | 형법 제123조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8. 12. 선고 2020노47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하 ‘직권남용’이라 한다)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에서의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되는바,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등의 법리를 원용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의 판시와 같은 행위는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각 재판관여행위는 법관의 재판권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사법행정권자에게 직무감독 등의 사법행정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각 재판관여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고,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에 관하여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헌법, 법원조직법, 관련 대법원 규칙과 예규를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재판에 관여할 직무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각 재판관여행위가 피고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나. 직권남용죄에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 함은 법령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므로, 이에 해당하려면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라야 하고(대법원 2006. 2. 9. 선고 2003도459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권리’는 법률에 명기된 권리에 한하지 않고 법령상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면 족한 것으로서, 공법상의 권리인지 사법상의 권리인지를 묻지 않는바(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도7312 판결 등 참조), 헌법과 법률에 의한 법관의 독립된 심판권한(헌법 제103조), 재판장의 소송지휘권(형사소송법 제279조) 역시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권리’에는 해당하나, 각 담당재판장과 담당판사는 담당재판부의 논의, 합의를 거치거나 혹은 동료판사들의 의견을 구한 다음, 자신의 판단과 책임 아래 권한을 행사하였고, 피고인의 요청 등을 지시가 아닌 권유나 권고 등으로 받아들인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바(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담당재판장과 담당판사 등의 판시와 같은 행위가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직권남용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바(위 대법원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이나 담당판사의 행위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담당재판장들이나 담당판사는 피고인의 요청을 무조건 따른 것이 아니라 위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은 논의 등을 거쳐 독립하여 재판을 수행하였고, 피고인에게 법관의 재판권에 관하여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피고인의 말을 권유 정도로 이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
2.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0,857 |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출입국관리법위반 | 2021도1710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에서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지체 없이 외국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고, 외국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영사기관에 체포·구금 사실을 통보하도록 정한 취지 / 수사기관이 외국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면서 지체 없이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체포나 구속 절차가 위법한지 여부(적극) [2]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사법경찰관이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인 피고인을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면서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고, 소변검사 결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양성반응이 나오자 피고인은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범행을 모두 자백한 후 구속되었는데, 피고인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자신의 구금 사실을 자국 영사관에 통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수사기관에 영사기관 통보를 요구하지 않은 사안에서, 체포나 구속 절차에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위법이 있으나,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거나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외국인 피고인의 권리나 법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어 체포나 구속 이후 수집된 증거와 이에 기초한 증거들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 | [1]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대한민국에 대하여 발효된 조약 제594호, 이하 ‘협약’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은 "파견국의 국민에 관련되는 영사기능의 수행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의 규정이 적용된다."라고 하면서, (b)호에서 "파견국의 영사관할구역 내에서 파견국의 국민이 체포되는 경우,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구금되거나 유치되는 경우,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구속되는 경우에, 그 국민이 파견국의 영사기관에 통보할 것을 요청하면 접수국의 권한 있는 당국은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 체포, 구금, 유치되거나 구속되어 있는 자가 영사기관에 보내는 어떠한 통신도 위 당국에 의하여 지체 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위 당국은 관계자에게 (b)호에 따른 그의 권리를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은 "사법경찰관리는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국내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영사관원과 자유롭게 접견·교통할 수 있고, 체포·구속된 사실을 영사기관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사법경찰관리는 체포·구속된 외국인이 제2항에 따른 통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93호 서식]의 영사기관 체포·구속 통보서를 작성하여 지체 없이 해당 영사기관에 체포·구속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협약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이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지체 없이 외국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고, 외국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영사기관에 체포·구금 사실을 통보하도록 정한 것은 외국인의 본국이 자국민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외국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면서 지체 없이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체포나 구속 절차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2]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 위반 내용과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이러한 권리나 법익과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 수집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해서 판단해야 한다. [3] 사법경찰관이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인 피고인을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면서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고, 소변검사 결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양성반응이 나오자 피고인은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범행을 모두 자백한 후 구속되었는데, 피고인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자신의 구금 사실을 자국 영사관에 통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수사기관에 영사기관 통보를 요구하지 않은 사안에서, 사법경찰관이 체포 당시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지체 없이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체포나 구속 절차에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대한민국에 대하여 발효된 조약 제594호)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위법이 있으나,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받았더라도 영사의 조력을 구하였으리라고 보기 어렵고, 수사기관이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지 않은 사정이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이나 이후 공판절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거나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외국인 피고인의 권리나 법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어 체포나 구속 이후 수집된 증거와 이에 기초한 증거들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 | [1]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발효, 조약 제594호)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 [별지 제93호 서식] / [2]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2 / [3]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 제94조 제7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 제4조 제1항 제1호, 제60조 제1항 제2호,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발효, 조약 제594호)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 [별지 제93호 서식],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의2 | [2]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공2007하, 1974),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공2009상, 900),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0504 판결(공2019하, 1609)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곽리찬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1. 11. 25. 선고 2021노1914, 239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영사통보권 등 고지의무 위반과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 위반 여부
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위반 여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1977. 4. 6. 대한민국에 대하여 발효된 조약 제594호, 이하 ‘협약’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은 "파견국의 국민에 관련되는 영사기능의 수행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다음의 규정이 적용된다."라고 하면서, (b)호에서 "파견국의 영사관할구역 내에서 파견국의 국민이 체포되는 경우, 재판에 회부되기 전에 구금되거나 유치되는 경우,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구속되는 경우에, 그 국민이 파견국의 영사기관에 통보할 것을 요청하면 접수국의 권한 있는 당국은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 체포, 구금, 유치되거나 구속되어 있는 자가 영사기관에 보내는 어떠한 통신도 위 당국에 의하여 지체 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위 당국은 관계자에게 (b)호에 따른 그의 권리를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은 "사법경찰관리는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국내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영사관원과 자유롭게 접견·교통할 수 있고, 체포·구속된 사실을 영사기관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사법경찰관리는 체포·구속된 외국인이 제2항에 따른 통보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별지 제93호 서식]의 영사기관 체포·구속 통보서를 작성하여 지체 없이 해당 영사기관에 체포·구속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협약 제36조 제1항 (b)호, 경찰수사규칙 제91조 제2항, 제3항이 외국인을 체포·구속하는 경우 지체 없이 외국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고, 외국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 영사기관에 체포·구금 사실을 통보하도록 정한 것은 외국인의 본국이 자국민의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외국인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면서 지체 없이 영사통보권 등이 있음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체포나 구속 절차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기록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2021. 5. 31. 19:19경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당시 피고인이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명백했는데도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였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체포나 구속 절차는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하여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지체 없이 고지하지 않아 위법하다.
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의 예외 해당 여부
(1)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 위반 내용과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이러한 권리나 법익과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 수집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05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으로 2016. 7. 29.부터 2021. 5. 31.까지 대한민국에 체류하면서 취업활동을 하였다. 사법경찰관은 2021. 5. 31. 19:19경 통역인을 통해 피고인에게 인도네시아어로 체포의 사유, 변명의 기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범죄사실로 현행범인 체포를 하였고, 같은 날 20:00경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
(나) 간이시약검사 결과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소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이하 ‘엑스터시’라 한다) 양성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은 2021. 6. 1. 통역인이 참여한 경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 한다) 위반(향정)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다.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면서 ‘체포 통지를 피고인이 다니는 회사 사장에게 하였는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문제가 없는지’를 질문하였고, 피고인은 ‘그렇다.’고 답변하였다. 피고인은 2021. 6. 2.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구속되었다.
(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감정 결과 피고인으로부터 압수한 소변에서 엑스터시 양성반응이 나왔고, 피고인은 2021. 6. 7. 통역인이 참여한 경찰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범행을 자백하였다.
(라) 피고인은 2021. 6. 14. 통역인이 참여한 검찰 피의자신문에서 검사가 인도네시아 영사관에 체포와 구속 사실을 알렸는지에 관하여 질문을 하자 ‘통보하지 않았으며 통보를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답변하였다. 피고인은 검사에 대하여 영사기관 통보를 요구하지 않았고, 출입국관리법 위반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다.
(마) 피고인은 통역인이 참여한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국선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여 인정신문에 앞서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별 물음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수 있음을 고지받은 다음, 검사가 공소장에 따라 공소사실, 죄명과 적용법조를 낭독하자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하였다.
(3)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피고인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고인에 관한 체포 통지를 피고인이 근무하는 회사 사장에게 한 것에 대해서 방어권 보장에 문제가 없다고 하였고,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자신의 구금 사실을 영사관에 통보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도 통보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받았더라도 영사의 조력을 구하였으리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체포 당시 인도네시아어로 체포의 사유, 변명의 기회,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받았다. 수사절차에서 소변검사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받고 통역인의 조력을 받으면서 범행을 자백하였다. 그 후 제1심과 원심에서 통역인과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상태에서 자백을 하면서 이 사건 수사나 공판절차의 위법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인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
요컨대 피고인에게 영사통보권 등을 고지하지 않은 사정이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이나 이후 공판절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체포나 구속 절차에 협약 제36조 제1항 (b)호를 위반한 위법이 있더라도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거나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외국인 피고인의 권리나 법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체포나 구속 이후 수집된 증거와 이에 기초한 증거들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4) 원심은 피고인의 체포나 구속 이후에 수집된 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결과적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의 위헌 여부와 양형부당 주장의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가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규정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이유를 제한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입법자에게 허용된 형성의 자유 영역에 속하므로, 이 규정이 재판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27조나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80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와 같은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629 | 범인도피교사·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알선등) | 2022도3282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제1심 재판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이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고 상고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 |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전원합의체 판결(공2015하, 1112),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1054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준상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1. 19. 선고 2020노37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채로 진행된 제1심 재판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고 항소심도 피고인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한 후에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피고인이 귀책사유 없이 제1심과 항소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고 상고권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하였다면,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1054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피고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에서 피고인과 장기간 연락이 닿지 않은 지인인 공소외인에게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하였고, 피고인이 계속 출석하지 않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소환장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검사가 사실오인,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으로 항소하자, 원심도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 등을 송달하고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다음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8,679,500원의 추징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원심판결이 형식적으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상소권회복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피고인이 상고기간 안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상고권회복결정을 하였다.
3. 이러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제1심 재판이 진행되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원심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채 재판이 진행되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3호에서 정한 상고이유에 해당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3,409 | 분양대금반환등청구의소 | 2019다224726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이를 참작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이때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그 한계 [2] 甲 주식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합의를 체결하면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乙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乙 지방자치단체와 합의를 하였는데, 위 합의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되어 甲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자 甲 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乙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되는데도, 乙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2] 甲 주식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합의를 체결하면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乙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乙 지방자치단체와 합의를 하였는데, 위 합의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되어 甲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자 甲 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합의는 기초자치단체인 乙 지방자치단체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체결한 것이 아니라 계약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것인 점, 계약의 체결 절차가 법령에서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계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체결상의 과실이나 귀책사유가 쌍방 당사자 모두에게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甲 회사에도 지방의회 의결 없이 체결되는 위 합의가 무효임을 모른 데 대하여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인정되는 점, 乙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甲 회사 역시 위 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음에도, 지방의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자문의견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만연히 합의를 체결하였는바, 乙 지방자치단체가 그 과정에서 받은 자문의견서를 甲 회사에 송부한 반면 甲 회사는 乙 지방자치단체에 이와 관련된 의견이나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도 없는 점,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 위 합의를 체결하고 그에 기한 금원 지출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과에 비추어 그 주된 책임이 乙 지방자치단체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기업인 甲 회사의 위상에 비추어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甲 회사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乙 지방자치단체에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乙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되는데도, 합의를 체결하면서 甲 회사에 과실상계를 할 만한 부주의가 있었다거나 乙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乙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50조, 제763조 / [2] 민법 제35조 제1항, 제393조, 제396조, 제750조, 제763조 | [1]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126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다85172 판결 | 【원고, 피상고인】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권순익 외 4인)
【피고, 상고인】
하동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지형 외 2인)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2. 21. 선고 2018나20019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에 대한 재판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책임제한의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손해 발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126 판결, 대법원 2016. 9. 30. 선고 2013다85172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원심은, 원고가 기초자치단체인 피고에 거액의 채무부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이를 거치지 아니하면 계약이 무효가 됨에도,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피고 담당자의 답변에 따라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여 피고에게 계약금 110억 원을 지급하고, 그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체결한 연대보증약정에 기해 770억 원을 변제한 다음,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해제하고 위 계약금 110억 원의 부당이득반환 외에 위 770억 원의 변제 또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함에 대해, 피고보조참가인을 비롯한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가 무효인 이 사건 합의를 하고, 이 사건 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 사건 연대보증약정을 체결함으로써 770억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공무원들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770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한편, 그 책임의 제한 등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배척하였다.
2) 그러나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대위변제금 770억 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지만, 그 책임의 제한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합의는 기초자치단체인 피고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체결한 것이 아니라 계약의 대등한 당사자로서 체결한 것인 점, ② 계약의 체결 절차가 법령에서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계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체결상의 과실이나 귀책사유가 쌍방 당사자 모두에게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 할 것인데, 원고에게도 하동군의회의 의결 없이 체결되는 이 사건 합의가 무효임을 모른 데 대하여 사회통념상, 신의성실의 원칙상, 공동생활상 요구되는 약한 정도의 부주의가 인정되는 점(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1다88313 판결 등 참조), ③ 피고는 물론 원고 역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았음에도, 하동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자문의견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만연히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는바, 피고가 그 과정에서 받은 자문의견서를 원고에게 송부한 반면 원고는 피고에게 이와 관련된 의견이나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도 없는 점, ④ 피고가 하동군의회의 의결이 필요함을 알면서도 이를 숨긴 채 고의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할 만한 각자의 경제적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고 그에 기한 금원 지출의 손해가 발생하게 된 이 사건 경과에 비추어 그 주된 책임이 피고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 사건 합의의 당사자로서 그 대상인 조선산업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대규모 기업인 원고의 위상에 비추어 강행규정 위반의 합의를 체결한 원고의 책임을 부정하고 오로지 피고에게만 책임을 지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가 인정된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함에 있어 원고에게 과실상계를 할 만한 부주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을 전혀 제한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가지급물반환신청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 따른 가집행의 원상회복신청은 소송 중의 소의 일종으로서 본안판결이 변경되지 아니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므로, 위와 같은 이유로 본안에 관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원심의 위 신청에 대한 재판의 피고 패소 부분 중 같은 부분도 그 당부를 판단할 필요 없이 당연히 파기되어야 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다5001 판결 참조).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에 대한 재판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제2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0,859 | 손해배상(기)[영업양도인의 채권자가 영업소 명칭을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에 대하여 변제책임을 구하는 사건] | 2021다305659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정한 상법 제42조 제1항의 규정 취지 / 영업양수인이 상호 자체가 아닌 옥호 또는 영업표지를 속용하는 경우에도 상법 제42조 제1항이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채권자가 영업양도 무렵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후 채권자가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된 경우, 이미 발생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소멸하는지 여부(소극) | [1]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정하고 있는 상법 제42조 제1항은, 일반적으로 영업상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신용은 채무자의 영업재산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담보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실제 영업양도가 이루어지면서 채무인수가 제외된 경우에는 채권자의 채권이 영업재산과 분리되게 되어 채권자를 해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므로 채권자에게 채권추구의 기회를 상실시키는 것과 같은 영업양도의 방법, 즉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호를 속용함으로써 영업양도의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운 방법 또는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운 방법 등이 채용된 경우에 양수인에게도 변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 양수인에 의하여 속용되는 명칭이 상호 자체가 아닌 옥호 또는 영업표지인 때에도 그것이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채권자가 영업주체의 교체나 채무인수 여부 등을 용이하게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호속용의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그 채무를 부담한다. [2]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채무인수가 없는 영업양도에 의하여 채권추구의 기회를 빼앗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악의의 채권자에 대하여는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지 않고, 채권자가 악의라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책임을 면하려는 영업양수인에게 있다. 나아가 채권자 보호의 취지와 상법 제42조 제1항의 적용을 면하기 위하여 양수인의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통지하는 경우에는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하도록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2항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고 있었거나 그 무렵 알게 된 경우에는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나, 채권자가 영업양도 무렵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고, 이후 채권자가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 [1] 상법 제42조 제1항 / [2] 상법 제42조 | [1][2] 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0128 판결(공1990, 354) / [1] 대법원 1998. 4. 14. 선고 96다8826 판결(공1998상, 1315),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5138 판결(공2010하, 1996) / [2]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17123, 17130 판결(공2009상, 148),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64867 판결 |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상호)
【피고, 피상고인】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 주식회사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1. 11. 10. 선고 (제주)2020나108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은 피고가 ‘○○ 제주’ 또는 ‘○○제주카지노’라는 명칭으로 카지노 영업을 재개한 2015. 1. 7.경에는 이 사건 계약을 통하여 피고가 △△△오션의 카지노 관련 영업을 양수하면서 이 사건 환전채무를 인수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영업양수도 계약 체결일 이후 채무불인수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의 시간적 간격과 △△△오션에 대하여 보전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피고의 상호속용으로 인하여 채권추구의 기회를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악의의 채권자인 원고들은 영업양수인인 피고에 대하여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을 정하고 있는 상법 제42조 제1항은, 일반적으로 영업상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신용은 채무자의 영업재산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담보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실제 영업양도가 이루어지면서 채무인수가 제외된 경우에는 채권자의 채권이 영업재산과 분리되게 되어 채권자를 해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므로 채권자에게 채권추구의 기회를 상실시키는 것과 같은 영업양도의 방법, 즉 채무를 인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호를 속용함으로써 영업양도의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운 방법 또는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판명되기 어려운 방법 등이 채용된 경우에 양수인에게도 변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0128 판결, 대법원 1998. 4. 14. 선고 96다8826 판결 등 참조). 양수인에 의하여 속용되는 명칭이 상호 자체가 아닌 옥호 또는 영업표지인 때에도 그것이 영업주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채권자가 영업주체의 교체나 채무인수 여부 등을 용이하게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호속용의 경우와 다를 바 없으므로, 양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그 채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5138 판결 등 참조).
한편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채무인수가 없는 영업양도에 의하여 채권추구의 기회를 빼앗긴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채무인수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악의의 채권자에 대하여는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이 발생하지 않고(위 대법원 88다카10128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64867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악의라는 점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책임을 면하려는 영업양수인에게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17123, 1713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채권자 보호의 취지와 상법 제42조 제1항의 적용을 면하기 위하여 양수인의 책임 없음을 등기하거나 통지하는 경우에는 영업양도를 받은 후 지체 없이 하도록 규정한 상법 제42조 제2항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권자가 영업양도 당시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고 있었거나 그 무렵 알게 된 경우에는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지 않으나, 채권자가 영업양도 무렵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발생하고, 이후 채권자가 채무인수 사실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영업양수인의 변제책임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14. 6. 2. △△△오션과 카지노 영업에 필요한 자산, 부채 및 권리·의무에 관한 영업양수도 계약인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카지노 영업비품 일체, 영업장 건물 및 시설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상 임차인 지위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오션이 취득한 카지노업 허가 등의 자산을 양수하되, 채무에 관하여는 △△△오션으로부터 고용을 승계하는 직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채무만을 인수하였다.
피고는 위 퇴직금 지급채무 외의 채무에 대하여 자신에게 책임이 없음을 등기하거나 채권자인 원고들에게 그 뜻을 통지하지 않았다.
2)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이후 △△△오션이 종전에 발행한 칩의 환전 업무를 포함한 카지노 영업을 하면서 △△△오션이 사용하던 ‘△△△카지노’라는 영업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3) 피고는 2014. 10. 20. 영업장 리노베이션 공사를 위하여 카지노 영업을 휴업하였다가, 2015. 1. 7.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영업소 명칭을 ‘△△△카지노’에서 ‘○○제주카지노’로 변경하여 영업을 재개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으로 카지노 영업을 양수한 이후 2014. 10.까지 △△△오션이 사용하던 ‘△△△카지노’라는 영업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여 영업하였고, △△△오션의 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등기나 채권자들에 대한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영업양수인인 피고는 상법 제42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따라 영업양도인의 채권자인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환전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한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카지노 영업을 양수하고 영업소 명칭을 속용할 무렵 원고들이 그 영업양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환전채무는 피고에게 인수되지 않았음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이 악의의 채권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미 피고의 변제책임이 발생한 이상 원고들이 이 사건 계약이 이루어진 때부터 7개월이 경과할 무렵인 2015. 1.경 이 사건 환전채무의 불인수 사실을 알게 되었다거나 영업양도인인 △△△오션에 대하여 보전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의 변제책임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들이 2015. 1.경 영업양도 및 이 사건 환전채무의 불인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영업양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영업양도인에 대하여 보전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상호속용으로 인하여 채권을 추구할 기회를 상실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에 대하여 상법 제4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법 제42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32,965 | 비닐하우스철거및토지인도 | 2020다284915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제3자에 의한 채권침해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및 채권침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 [2] 甲이 乙 등으로부터 임차하여 경작하던 토지를 丙에게 전대하여 그 전대차계약이 유지되던 중에 甲의 배우자 丁이 乙 등으로부터 위 토지의 임대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위 토지의 임차인이 甲에서 丁으로 변경되었는데, 그 후에도 전대차계약에 따라 위 토지에서 경작하며 전차임을 지급하던 丙이 전차임 지급을 중단하자, 丁이 丙을 상대로 임차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丁의 임차권이 성립할 당시 丙이 이미 전대차계약에 따라 위 토지를 점유하고 있었던 점, 토지의 임차인이 변경된 이후 丁이나 甲이 丙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렸다거나 丙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임차인 변경 후에도 丙이 계속하여 전대차계약의 내용대로 위 토지에서 경작하였고 丁도 이를 용인한 점 등의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丙이 丁의 임차권을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丁의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丙이 적법하게 전대할 권한이 없는 甲과 체결한 전대차계약의 갱신계약에 따라 위 토지를 계속 점유한 것은 丁에 대하여 불법점유에 해당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丙이 丁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민법 제750조 / [2] 민법 제618조, 제750조 | [1]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9446 판결(공2007하, 1649),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6다10827 판결(공2021하, 1352)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용환)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서진)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10. 22. 선고 2019나1088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소외 2 등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여 경작하다가 2003. 1. 2.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전차임 연 백미 24가마(80kg들이)에 전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대차계약’이라 한다).
나. 소외 1의 배우자인 원고는 이 사건 전대차계약이 유지되던 중인 2008. 11. 24. 이 사건 토지의 임대 업무를 소외 2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로써 이 사건 토지의 임차인은 소외 1에서 원고로 변경되었다.
다. 원고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임대기간 만료로 2014. 2. 27.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2019. 1. 17. 임대차계약을 또다시 체결하여, 2024. 1. 16.까지 임대기간이 연장되었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전대차계약 이후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는데, 2017년 이후로는 이 사건 토지의 전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2. 임차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상고이유 제2, 3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임차인 지위에 있고, 소외 1은 이 사건 토지의 임차인 지위에 있지 않았다. 피고가 이 사건 토지를 적법하게 전대할 권한이 없는 소외 1과 체결한 이 사건 전대차계약의 갱신계약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계속 점유한 것은 원고에 대해서는 불법점유에 해당한다. 원고는 피고의 불법점유로 이 사건 토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의 차임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손해배상을 구하는 2017. 1. 1.부터 2019. 12. 31.까지 이 사건 토지의 차임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제3자가 채권을 침해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는 않지만, 제3자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하여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채권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 내용, 침해행위의 양태, 침해자의 고의나 해의 등 주관적 사정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거래자유 보장의 필요성, 경제·사회정책적 요인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 당사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9446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6다1082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원고의 임차권이 성립할 당시 피고는 이미 이 사건 전대차계약에 따라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 사건 토지의 임차인이 원고로 변경된 이후 원고나 소외 1이 피고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거나 피고가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피고는 임차인이 원고로 변경된 이후로도 계속하여 이 사건 전대차계약의 내용대로 이 사건 토지에서 경작하였고, 원고도 이를 용인하였다.
(3)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의 임차권을 해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의 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가항에서 본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채권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2,731 | 부정경쟁행위금지청구등의소 | 2021다31087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2항에서 부정경쟁행위에 따른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침해자가 받은 이익’의 의미 및 타인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적법하게 사용한 경우에 비해 완제품 제조비용을 절감한 경우, 비용 절감으로 인한 이익을 ‘침해자가 받은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부정경쟁행위로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가 위 조항에 따른 추정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추정이 뒤집어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추정을 뒤집기 위한 사유와 범위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침해자) | [1]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21. 12. 7. 법률 제185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위 (카)목이 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21. 12. 7. 법률 제185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14조의2 제2항은 부정경쟁행위로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한 자가 침해행위로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액을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침해자가 받은 이익’이란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게 된 것으로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부정경쟁행위의 모습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산정될 수 있고, 반드시 침해품의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타인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완제품을 제조함으로써 타인의 성과 등을 적법하게 사용한 경우에 비해 완제품 제조비용을 절감한 경우에는 비용 절감으로 인한 이익을 침해자의 이익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부정경쟁행위로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추정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추정의 전부 또는 일부가 뒤집어질 수 있으나, 추정을 뒤집기 위한 사유와 그 범위에 관해서는 침해자가 주장·증명을 해야 한다. | [1]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21. 12. 7. 법률 제185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카)목[현행 제2조 제1호 (파)목 참조] / [2]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21. 12. 7. 법률 제185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의2 제2항 | [1]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공2020상, 809), 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공2020상, 832) / [2]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다1831 판결(공2006하, 1889),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5다75002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정상파워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성은 외 4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리프텍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이정훈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12. 1. 선고 (청주)2018나228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21. 12. 7. 법률 제185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카)목의 성립 요건
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위 (카)목이 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행위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는 2013. 7.경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기존 구동장치와는 사양과 성능, 내·외관의 구조가 다른 이 사건 구동장치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2) 피고는 2014년부터 2016. 4.경까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구동장치를 구입한 다음 이를 이용해 리프터 완제품 등을 제작하여 여러 업체에 판매하였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구동장치를 이용해 제작한 리프터 완제품의 안전인증 서면심사를 받을 때 제출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이 사건 구동장치 도면 파일을 전자메일로 전송해 주었다.
(3) 피고는 안전인증 서면심사용으로 제공받은 이 사건 구동장치 도면 파일을 중국 업체에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 업체를 통해 이 사건 구동장치와 사양과 성능, 내·외관의 구조 등이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구동장치를 제작하게 한 후 이를 수입하여 리프터 완제품을 제작·판매하였다.
(4) 피고는 중국 업체로부터 이 사건 구동장치를 대체할 구동장치를 수입할 무렵부터 더 이상 원고로부터 이 사건 구동장치를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를 공급처에서 배제하였다. 이를 통해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구동장치를 구입하는 것과 비교하여 구입비용을 절감하는 이익을 얻었고, 원고는 피고와 거래가 중단됨으로써 거래가 계속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잃는 손해를 입었다.
(5) 이 사건 구동장치 도면 파일은 원고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얻게 된 성과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구동장치 도면 파일을 그 제공 목적을 넘어 이 사건 구동장치를 대체할 구동장치를 제작할 목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원고를 공급처에서 배제한 것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어긋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손해배상액 산정
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은 부정경쟁행위로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한 자가 침해행위로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액을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의 손해액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침해자가 받은 이익’이란 침해자가 침해행위로 얻게 된 것으로 그 내용에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특허법에 관한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다1831 판결 참조) 부정경쟁행위의 모습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산정될 수 있고, 반드시 침해품의 판매를 통해 얻은 이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타인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완제품을 제조함으로써 타인의 성과 등을 적법하게 사용한 경우에 비해 완제품 제조비용을 절감한 경우에는 비용 절감으로 인한 이익을 침해자의 이익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원고가 실제로 입은 손해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추정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추정의 전부 또는 일부가 뒤집어질 수 있으나, 추정을 뒤집기 위한 사유와 그 범위에 관해서는 피고가 주장·증명을 해야 한다(상표법에 관한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5다75002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로 구동장치 1대당 1,142,000원의 구입비용을 절감하는 영업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합계 341,458,000원(= 1,142,000원 × 299대)의 이익을 얻었고, 이는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에 따라 원고의 손해액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621 | 명예훼손 | 2021도1089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명예훼손적 표현인지 판단하는 기준 /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 null | 형법 제13조, 제307조 |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공2018하, 1347)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1. 7. 선고 2020노6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인천 ○○구에 있는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관리소장이고 피해자는 같은 구에 있는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인데, 피고인이 2019. 5. 24. 공소외 1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공소외 1의 남편 및 공소외 2가 있는 가운데 공소외 1에게 "여기 소장인 피해자는 낮에 근무하면서 경매를 받으러 다닌다. 구청에 사적으로 일보러 다닌다."는 취지의 말(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을 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이고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도 인정되며, 이 사건 발언을 한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등 참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구성요소로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420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8. 8.경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여 왔다.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민인 피해자는 2015년경까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주택관리업체의 대표자이고, 이 사건 발언 당시 공소사실 기재 오피스텔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가 과다한 민원을 제기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에 관해 피해자가 제기한 민원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자, ‘공소사실 기재 오피스텔에서 피해자를 본 적이 있는데, 그곳 세탁소를 찾아가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아파트 입주민의 말을 듣고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총무 공소외 2와 함께 위 세탁소를 방문하였다. 피고인은 세탁소 주인 공소외 1과의 대화 과정에서 공소외 1이 위 오피스텔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소외 1의 남편과 공소외 2가 있는 가운데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가 제기한 민원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는 등으로 감정이 쌓여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청구를 한 이래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대표자로 있는 주택관리업체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하던 중 계약이 해지되자, 피해자는 다른 업체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관리소장이 자주 교체되도록 하는 등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방해하여 왔는바, 이러한 경위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른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라) 한편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약식명령이 발령되기도 전인 2019. 11.경 ‘피고인이 시간외수당 등을 부당 수령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취업규칙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의 피고인에 대한 ‘근로계약해지 동의서’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회람되어 피해자를 포함한 입주민 일부가 서명하였는데, 피고인은 이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아파트 관리소장을 교체하기 위해 근로계약해지 동의서를 작성, 유포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위 인정 사실에서 알 수 있는 피고인과 피해자 및 공소외 1의 관계, 이 사건 발언의 표현 정도와 방법,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발언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이 사건 발언 이후의 정황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발언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고 사적인 일을 처리하는 등 관리소장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내용을 포함한다고 여겨질 수는 있겠으나, 이를 넘어서 사회통념상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데 충분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발언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동기 및 상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기보다는, 피해자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위 세탁소를 방문하여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공소외 1이 위 오피스텔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주택관리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구청 등을 자주 방문해 과도하게 민원을 제기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방해하여 왔고 관리소장인 피고인에게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는 상황이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취지의 주관적 심경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0,861 | 체당금 | 2020다262229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 선원법 제56조에 따라 선박소유자가 가입한 보험 등에서 정한 가입기간 안에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지급의 대상이 되는 임금과 퇴직금에 퇴직한 선원이 해당 가입기간 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 선원법 제5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두거나 별도의 약정으로 ‘선원법 제55조 제1항 본문 또는 제5항에 따른 법정퇴직금’을 초과하는 액수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 법정퇴직금을 초과하는 부분도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지급이 보장되는 퇴직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 [1] 구 선원법(2016. 12. 27. 법률 제14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는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려는 규정으로서 그에 따라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하여야 하는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적어도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 모두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와 보장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선박소유자가 가입한 보험 등에서 정한 가입기간 안에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퇴직한 선원은 최소한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을 지급받을 수 있고, 여기서 지급의 대상이 되는 임금과 퇴직금에는 퇴직한 선원이 해당 가입기간 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구 선원법(2016. 12. 27. 법률 제14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선원법’이라고 한다) 제56조의 입법 취지, 선원법 제55조와 구 선원법 제56조의 문언 및 체계, 선원법 제55조가 제1항 본문 및 제5항에 따른 ‘퇴직금’과 제1항 단서에 따른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제1항 본문에 따른 퇴직금 제도와 같은 수준을 밑돌지 아니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은 해당 퇴직 선원에 대한 ‘선원법 제55조 제1항 본문 또는 제5항에 따른 퇴직금’(이하 ‘법정퇴직금’이라고 한다)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선원법 제5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두거나 별도의 약정으로 법정퇴직금을 초과하는 액수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그중 법정퇴직금 액수를 초과하는 부분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 [1] 구 선원법(2016. 12. 27. 법률 제14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선원법 제52조, 제55조 / [2] 구 선원법(2016. 12. 27. 법률 제14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2항 제2호, 선원법 제55조 제1항, 제5항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7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종률)
【피고, 상고인】
한국해운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석 외 3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8. 13. 선고 2019나589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구 선원법(2016. 12. 27. 법률 제14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선원법’이라고 한다) 제56조 제1항 본문은 "선박소유자는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기금을 조성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조항은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고, 이를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인한 퇴직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구 선원법 제56조 제1항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1,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의 경우 수차례에 걸친 승선기간 사이에 공백 기간이 있더라도 각 승선기간 동안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선원법 제55조 제1항의 퇴직금 지급 요건인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선원법 제55조 제1항에서 정한 계속근로기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구 선원법 제56조는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려는 규정으로서 그에 따라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하여야 하는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적어도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 모두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와 보장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선박소유자가 가입한 보험 등에서 정한 가입기간 안에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퇴직한 선원은 최소한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을 지급받을 수 있고, 여기서 지급의 대상이 되는 임금과 퇴직금에는 퇴직한 선원이 해당 가입기간 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원심은, 피고가 두인해운 주식회사(이하 ‘두인해운’이라고 한다)와 체결한 선원임금채권보장계약(이하 ‘이 사건 보장계약’이라고 한다)의 2차 가입기간 안에 구 선원법 제56조 제1항에서 정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이상, 피고는 원고들의 승선기간 중 이 사건 보장계약의 2차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미지급 퇴직금도 지급할 책임이 있고,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 제4조 제1항에 따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위와 같은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계약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1,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이 1차 하선 당시 퇴직금을 지급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5.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가. 구 선원법 제56조는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하여야 하는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적어도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항 제2호). 선원법 제55조는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선원이 퇴직하는 경우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승선평균임금의 3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하면서도(제1항 본문) 그 퇴직금 제도와 같은 수준을 밑돌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선원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단체협약 등에 의해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제1항 단서), 계속근로기간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선원이 선원근로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선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되어 퇴직하는 경우에는 승선평균임금의 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제5항).
이와 같은 구 선원법 제56조의 입법 취지, 선원법 제55조와 구 선원법 제56조의 문언 및 체계, 선원법 제55조가 제1항 본문 및 제5항에 따른 ‘퇴직금’과 제1항 단서에 따른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제1항 본문에 따른 퇴직금 제도와 같은 수준을 밑돌지 아니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은 해당 퇴직 선원에 대한 ‘선원법 제55조 제1항 본문 또는 제5항에 따른 퇴직금’(이하 ‘법정퇴직금’이라고 한다)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선원법 제5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두거나 별도의 약정으로 법정퇴직금을 초과하는 액수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그중 법정퇴직금 액수를 초과하는 부분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 제4조 제1항은 피고가 지급을 보장하는 퇴직금의 범위에 관하여 "퇴직한 선원이 지급받지 못한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이라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 제4조 제1항에 따라 피고가 두인해운에서 퇴직한 선원들에게 지급을 보장하는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이란 결국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가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 즉 법정퇴직금 중 최종 3년분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법정퇴직금 중 최종 3년분에 해당하는 액수를 초과하는 부분까지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2) 결국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의 법정퇴직금 액수가 얼마인지를 심리한 다음 이를 기초로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미지급 퇴직금의 액수를 산정하였어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가 ‘동조 제1항에 따른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이 적어도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두인해운 사이에 체결된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퇴직금이 법정퇴직금보다 유리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미지급 퇴직금의 액수는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퇴직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이나 약관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노태악 오경미(주심) |
220,871 | 예탁금지급청구의소 | 2020다268265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민법 제760조 제1항, 제3항의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한 요건으로서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甲이 乙을 대리하여 丙 신용협동조합에 乙 명의의 예탁금계좌 개설계약을 체결하고 자기앞수표를 입금한 뒤 통장을 발급받았고, 그 후 통장을 분실하였다고 신고하여 통장을 다시 발급받은 다음 乙 명의의 예탁금 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乙 명의 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거나 이체하였는데, 丙 조합의 전무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직원들에게 통장을 재발급해주고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예탁금을 인출해 甲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乙이 丙 조합을 상대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구한 사안에서, 丙 조합 직원들의 사기방조 등의 불법행위와 乙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법 제760조 제1항, 제3항의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甲이 乙을 대리하여 丙 신용협동조합에 乙 명의의 예탁금계좌 개설계약을 체결하고 자기앞수표를 입금한 뒤 통장을 발급받았고, 그 후 통장을 분실하였다고 신고하여 통장을 다시 발급받은 다음 乙 명의의 예탁금 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乙 명의 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거나 이체하였는데, 丙 조합의 전무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직원들에게 통장을 재발급해주고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예탁금을 인출해 甲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乙이 丙 조합을 상대로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구한 사안에서, 乙의 예금채권은 甲과 丙 조합 직원들의 위법한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행위가 있은 뒤에 예금 잔고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음으로써 이자 지급에 따른 채무승인으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되었고, 그사이 乙 역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데, 이 경우 乙이 위와 같은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면, 乙의 권리행사 시점, 丙 조합의 이자 지급약정 내용, 통상적으로 예금에 대해 이자가 발생할 개연성과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 甲의 편취 방법과 이에 대한 丙 조합 직원들의 방조의 정도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甲과 丙 조합 직원들에 의한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행위가 없었더라면 乙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丙 조합 직원들로서는 甲에게 통장을 재발급하고 예금을 무단 인출 및 이체해 줄 당시 그로 인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丙 조합 직원들의 사기방조 등의 불법행위와 乙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乙이 甲과 丙 조합 직원들의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乙의 손해와 丙 조합 직원들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법 제760조 제1항, 제3항 / [2] 민법 제162조, 제750조, 제756조, 제760조 제1항, 제3항 | [1]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36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2755 판결,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49516 판결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고영한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 신용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이문원 외 3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0. 9. 2. 선고 2020나211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상인인 원고가 이 사건 각 예금계약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예금채권은 예탁일부터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원고는 그 소멸시효기간이 지난 뒤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의 예금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는 한편, 피고의 이자 지급에 따른 채무승인으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원고의 재항변은 판시 범위에 한하여 받아들이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권리남용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예금채권의 소멸시효 및 기산점, 소멸시효기간, 시효중단, 신의성실의 원칙 내지 권리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소외 1이 판시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원고의 예금채권을 침해하는 과정에서 소외 2 등 피고 직원들이 이를 묵인·방조하는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소외 1이 원고 명의의 계좌에서 권한 없이 예금을 인출하였더라도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예금채권은 여전히 원래대로 존재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피고에 대한 예금채권 대부분을 상실하게 된 것은 예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기 때문인데, 이러한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손해와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나. 그러나 원고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손해와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민법 제760조 제1항, 제3항의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36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2755 판결 등 참조),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발생의 개연성, 위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4951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소외 1에게 자기앞수표와 원고의 신분증, 도장을 교부하면서 자기앞수표를 원고 명의로 피고에 예금해 달라고 하였다.
나) 소외 1은 원고를 대리하여 원고 명의로 피고와 예탁금계좌 개설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개설된 원고 명의의 예탁금계좌에 자기앞수표를 입금한 뒤 피고 직원으로부터 통장을 발급받았다. 소외 1은 그 즉시 피고 직원에게 그 통장을 분실하였다고 신고하여 통장을 다시 발급받았고, 원고에게 최초에 발급받은 통장을 교부하였다.
다) 소외 1은 원고 명의의 예탁금 지급청구서를 작성하여 원고의 도장을 찍고 재발급받은 통장과 함께 이를 피고 직원에게 제시하는 방법으로 원고 명의 계좌에서 합계 5,701,604,551원을 인출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체하였다.
라) 피고의 전무였던 소외 2는 위와 같이 소외 1이 원고의 동의 없이 예탁금을 무단 인출하여 사용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피고 직원들에게 예탁금 예치 즉시 소외 1에게 통장을 재발급해 주고 예금 명의자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예탁금을 인출해 지급하도록 지시하였다.
마) 소외 1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원고 명의 계좌에서 합계 5,701,604,551원을 인출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체함으로써 피해자인 피고로부터 위 돈만큼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사기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소외 2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소외 1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위 유죄판결은 모두 확정되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의 예금채권은 소외 1과 피고 직원들의 위법한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행위가 있은 뒤에 예금 잔고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음으로써 이자 지급에 따른 채무승인으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되었고, 그사이 원고 역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이 경우 원고가 위와 같은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면, 원고의 권리행사 시점, 피고의 이자 지급약정 내용, 통상적으로 예금에 대해 이자가 발생할 개연성과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 소외 1의 편취 방법과 이에 대한 피고 직원들의 방조의 정도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소외 1과 피고 직원들에 의한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행위가 없었더라면 위와 같이 원고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피고 직원들로서는 소외 1에게 통장을 재발급하고 예금을 무단 인출 및 이체해 줄 당시 그로 인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 직원들의 사기방조 등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설령 원고에게 예금채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태만히 한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과실상계의 사유로 참작되어야 할 뿐이고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유는 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소외 1과 피고 직원들의 위와 같은 예금 무단 인출 및 이체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에 따라 원고의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손해와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살피지 아니한 채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와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인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32,947 | 손해배상(기) | 2019다243635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집합건물의 관리인이 관리단의 사업 시행과 관련한 재판상 행위로 관리단을 대표하여 제3자에 대하여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이나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하는 부속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또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null |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3조 제1항, 제24조, 제25조, 민법 제265조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49687, 49694 판결(공1995상, 1590),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17774 판결(공2003하, 1588),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47310 판결 | 【원고, 상고인】
○○○○○관리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률 담당변호사 김석배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홍윤 담당변호사 나병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9. 6. 12. 선고 2018나756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에 따라서 관리단은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는 건물이 있는 경우 당연히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성립되는 단체이지 어떠한 조직행위를 거쳐야만 비로소 성립되는 단체가 아니고(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49687, 94다49694 판결 참조), 한편 관리인은 관리단의 사업 시행과 관련한 재판상 행위로 관리단을 대표하여 제3자에 대하여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이나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하는 부속시설에 대한 방해배제 또는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17774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47310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주택개량재개발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은 상가·아파트가 한 동에 함께 있는 ○○○○○ 건물을 건축·분양하였고, 그 각 상가·아파트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2) 이 사건 조합은 ○○○○○ 건물 앞 인도의 전신주에 오직 ○○○○○ 건물의 전기 공급을 위하여 지중인입케이블로 ‘주케이블’과 ‘예비케이블(이하 ‘이 사건 케이블’이라 한다)’을 설치하였다.
3) 피고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소외 1이 2014. 12. 6. 21:10경 ○○○○○ 건물 앞 도로를 (차량등록번호 생략) 택시를 운전하여 주행하다가 이 사건 케이블을 훼손하였다.
4) 원고의 임시관리인으로 소외 2가 선임되었으나, 그 권한은 이 사건 소 제기·소송대리인 선임·소송 수행·손해배상금 수령 및 보관에 한정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7. 11. 24. 자 2017비합1033 결정).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이 사건 케이블은 ○○○○○ 건물의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집합건물법 제2조),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므로(집합건물법 제10조), 결국 이 사건 케이블은 집합건물인 ○○○○○ 건물의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물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 한편 ○○○○○ 건물의 관리단은 특별한 조직행위를 거치지 않더라도 그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법률상 당연하게 성립되는데, 원고가 그 관리단임이 인정되어 법원에 의해 임시관리인으로 소외 2가 선임된 후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케이블이 피고 측 운전자에 의해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관리인이 관리단을 대표하여 적법한 권한 범위 내에서 그 사업 시행과 관련하여 한 재판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집합건물법 제25조 제1항).
라. 그럼에도 원심은 아파트와 상가로 구성된 하나의 집합건물의 전체 관리단으로서 집합건물법상 당연히 성립하는 원고의 성격을 간과한 채, 그 아파트와 상가가 각 별도의 단체에 의해 관리 중이라거나 집합건물 성립 이전의 단체인 이 사건 조합의 지위를 원고가 승계하거나 그로부터 이 사건 케이블에 관한 권리를 양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케이블의 소유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집합건물의 관리단 및 이 사건 케이블의 소유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관련 판례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2,967 | 당첨자지위확인청구의소 | 2021다30440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분 입주자모집공고의 청약 자격요건인 ‘무주택자’에 해당하는지 판정할 때 ‘미등기 주택 소유자’가 미등기 주택의 법률상 소유자만을 의미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미등기 주택 소유자’에는 미등기 주택에 관하여 처분, 사용권을 행사하는 사실상 소유자가 포함된다고 본 원심판단의 결론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한 사례 | null | 민법 제186조, 제211조, 주택법 제54조 제1항, 제2항,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23조 제4항, 제53조 제7호 | null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광 담당변호사 김도훈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민 담당변호사 이용운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1. 19. 선고 2021나201227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한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한 후 2020. 7. 9. 자 일반분양분 입주자모집공고(이하 ‘이 사건 모집공고’라 한다)의 청약 자격요건인 무주택자 해당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미등기 주택 소유자’는 미등기 주택에 관하여 처분, 사용권을 행사하는 사실상 소유자를 포함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이 사건 모집공고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 제23조 제4항은 ‘부적격 당첨을 통보받은 자가 제출할 수 있는 무주택 소명서류’로 건물등기사항증명서 외에 건축물관리대장 등본(가옥대장등본 포함)과 그 밖에 주택 소유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열거하면서 건축물관리대장 등본상 처리일을 기준으로 미등기 주택의 처분 사실을 소명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미등기 주택이 매도되는 경우 등기와 무관하게 주택의 소유 여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사건 모집공고 및 이 사건 규칙 제53조 제7호는 건물등기부나 건축물관리대장 등 공부상 주택으로 등재되어 있는 경우라도 폐가, 멸실, 주택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로서 부적격자 통보 후 3개월 이내에 멸실시키거나 실제 용도로 용도를 변경한 경우나 철거예정증명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무주택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여 실질적으로 주거로 사용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소유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정된 주택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하여 마련된 주택청약제도에서 무주택자를 위한 우선권을 둔 취지를 고려하면 주택 소유의 판정기준은 민법상 소유권의 취득 여부와 다를 수 있고, ‘소유자’의 의미를 미등기 주택의 법률상 소유권을 가진 자라고 보게 되면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등기주의를 취하는 현행 법제도에서 원시취득자로부터 미등기 주택을 양수한 자는 미등기 주택에 관한 처분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무주택자로서의 혜택을 누리게 되어 부당하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설시한 이유에 일부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택 소유의 의미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 즉, 원고가 1999. 6. 2. 이 사건 토지 및 미등기건물인 이 사건 주택을 전전매수하여 점유를 이전받아 2000. 10.경 이 사건 주택에 전입신고를 마친 후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일인 2020. 7. 9.까지 계속 거주하였고, 같은 기간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재산세를 납부하여 왔으며, 2020. 9. 10. 소외인 등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인이 이 사건 주택을 철거하는 내용으로 약정하여 이 사건 주택의 처분권을 행사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주택의 처분권한을 보유한 사실상 소유자로서 이 사건 모집공고상 주택의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32,719 | 위계공무집행방해·불실기재여권행사·여권법위반 | 2020도12239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의 의미 [2] 불실기재 여권행사죄에서 ‘허위신고’ 및 ‘불실(不實)의 사실’의 의미 / 여권 등 공정증서원본에 기재된 사항이 불실기재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외국인 여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취업 등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였으나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지 여부(소극) / 이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인적 사항을 기재하여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출입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및 불실기재 여권행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1] 형법 제137조에 정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는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2] 형법 제229조, 제228조 제2항에 정한 불실기재 여권행사죄에서 ‘허위신고’는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고, ‘불실(不實)의 사실’은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여권 등 공정증서원본에 기재된 사항이 존재하지 않거나 외관상 존재하더라도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흠이 있다면 불실기재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재된 사항이나 원인된 법률행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흠이 있을 뿐이라면 취소되기 전에 공정증서원본에 기재된 사항은 불실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구 국적법(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적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호는 대한민국 국적의 법정 취득 사유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를 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려면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혼인한 배우자로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 즉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여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취업 등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혼인의 합의가 없다면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는데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인적 사항을 기재하여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출입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였다면 위계로써 출입국심사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1] 형법 제137조 / [2] 형법 제228조 제2항, 제229조 / [3] 형법 제137조, 제228조 제2항, 제229조, 구 국적법(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호(현행 제4조, 제6조 제2항 참조) | [1]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도157 판결 / [2]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도3176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케이앤씨 담당변호사 박한영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8. 21. 선고 2020노3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장 혼인으로 인한 국적 취득의 효력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불실기재 여권행사죄의 관계에 관한 법리
형법 제137조에 정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는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도157 판결 등 참조). 형법 제229조, 제228조 제2항에 정한 불실기재 여권행사죄에서 ‘허위신고’는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고, ‘불실(不實)의 사실’은 ‘권리의무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여권 등 공정증서원본에 기재된 사항이 존재하지 않거나 외관상 존재하더라도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흠이 있다면 불실기재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재된 사항이나 원인된 법률행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흠이 있을 뿐이라면 취소되기 전에 공정증서원본에 기재된 사항은 불실기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도3176 판결 등 참조).
구 국적법(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적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호는 대한민국 국적의 법정 취득 사유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를 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려면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혼인한 배우자로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 즉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국인 여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취업 등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였더라도 위와 같은 혼인의 합의가 없다면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는데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인적 사항을 기재하여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출입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였다면 위계로써 출입국심사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실제로는 ‘(성명 1 생략)(생년월일 1 생략)’이라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한다) 국적의 조선족으로, 1997. 10.경 중국 흑룡강성 (주소 1 생략)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하여 마을 이웃인 ‘(성명 2 생략)’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인적 사항을 빌린 후, 성명불상의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대한민국 국민 공소외인에게 300만 원의 대가를 지급하고 위장 결혼하여 ‘(성명 2 생략)’의 인적 사항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여 현재까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 피고인은 2008. 12. 15.경 평택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평택시청에서 ‘여권(재)발급신청서’의 성명 란에 ‘영문: (영문성명 생략), 한글: (성명 2 생략)’, 주민등록번호 란에 ‘000000-0000000’이라고 기재하고, 신청인(여권명의인) 란에 ‘성명(한글): (성명 2 생략), 한자: (한자성명 생략), 서명: (성명 2 생략)’이라고 기재하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고, 같은 달 19일 외교통상부장관 명의의 여권을 발급받았다.
피고인은 2013. 2. 8. 인천 중구 (주소 3 생략)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여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출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위와 같이 부정 발급받은 ‘(성명 2 생략)’ 명의의 여권을 제출하여 출국심사를 통과한 것을 비롯하여 2013. 2. 24.과 같은 해 12. 13., 같은 해 12. 17. 등 총 4회에 걸쳐 인천국제공항 출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여권을 제출하여 공항 출입국심사를 통과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계로써 인천국제공항 소속 공무원의 출입국심사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피고인은 2015. 1. 27. 인천 중구 (주소 3 생략)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여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출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위와 같이 부정 발급받은 ‘(성명 2 생략)’ 명의의 여권을 제출하여 출국심사를 통과하였고, 2015. 2. 24.경 같은 공항에서 입국하면서 부정 발급받은 ‘(성명 2 생략)’ 명의의 여권을 제출하여 입국심사를 통과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총 2회에 걸쳐 위계로써 인천국제공항 소속 공무원의 출입국심사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람 명의의 여권을 행사하였다.
3.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가. 피고인이 1997. 10.경 이름 ‘(성명 2 생략)’, 생년월일 ‘(생년월일 2 생략)’이라는 인적 사항으로 대한민국 국민 공소외인과 혼인하여 당시 적용되던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라 혼인과 동시에 ‘(생년월일 2 생략)생 (성명 2 생략)’이라는 신분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나. 구 국적법은 ‘혼인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가 혼인의 취소 또는 이혼으로 인하여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등 제12조 각호에 해당할 때 국적을 상실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고, 그 밖에 국적 취득을 취소 또는 무효로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규정에 따라 국적을 상실하거나 달리 국적 취득이 취소된 적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대한민국 국적 취득이 소급하여 무효로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다. 피고인이 비록 타인의 인적 사항을 빌렸더라도 ‘(생년월일 2 생략)생 (성명 2 생략)’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위 신분으로 발급받은 여권을 행사한 것이 상대방인 공무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여권의 기재사항이 불실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중국 국적으로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한 방편으로 1997. 10.경 ‘(성명 2 생략)’의 인적 사항을 빌려 혼인의 합의 없이 대한민국 국적의 남자와 가장 혼인하였고, 그 후 ‘(성명 2 생략)’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여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출입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라 ‘(성명 2 생략)’의 인적 사항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와 같이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아 출입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한 것은 위계로써 출입국심사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를 방해함과 동시에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라 혼인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여 ‘(성명 2 생략)’의 인적 사항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구 국적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국적 취득의 효력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불실기재 여권행사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625 | 위계공무집행방해·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 2020도8030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법령에서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을 정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금지규정의 위반 여부를 감시·단속하도록 한 경우,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하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녹음·녹화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장비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물품에 해당하여 반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수용자가 아닌 사람이 교도관의 검사·단속을 피하여 위와 같은 금지물품을 교정시설 내로 반입한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소극) [3] 관리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건조물에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행위자가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건조물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관리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 null | [1] 형법 제137조 / [2] 형법 제137조,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42조 제6호, 제92조 제2호(현행 제92조 제1항 제3호 참조), 제93조 제3항, 교도관직무규칙 제42조 제1항, 제2항, 제3항 / [3] 형법 제319조 제1항 | [1][2][3]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5213 판결(공2022상, 836),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도333 판결 / [1]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도7045 판결(공2003하, 2394), 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5도1731 판결(공2005하, 1576) / [3]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상, 819)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박교선 외 3인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법 2020. 5. 29. 선고 2018노245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법령에서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을 정하고 공무원으로 하여금 금지규정의 위반 여부를 감시·단속하도록 한 경우 공무원에게는 금지규정 위반행위의 유무를 감시하여 확인하고 단속할 권한과 의무가 있으므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감시·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위계를 사용하여 업무집행을 못하게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만,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하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하여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1도704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감시·단속을 피하는 것을 공무원이 적발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공무원이 감시·단속이라는 직무를 소홀히 한 결과일 뿐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2019. 4. 23. 법률 제163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형집행법’이라 한다) 제93조 제3항은 "교도관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면 교정시설을 출입하는 수용자 외의 사람에 대하여 의류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입자가 제92조의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면 교정시설에 맡기도록 하여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아니하면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92조 제2호는 "주류·담배·화기·현금·수표,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수용자가 소지해서는 안 될 금지물품으로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2조 제6호는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하면 교도관은 접견 중인 수용자 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접견을 중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구 형집행법 제10조에 근거한 교도관직무규칙 제42조 제1항은 "정문에 근무하는 교정직교도관(이하 이 조에서 ‘정문근무자’라 한다)은 정문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정문근무자는 제1항의 검사·단속을 할 때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출입자의 신체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라고 정하며, 같은 조 제3항은 "정문근무자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검사 도중 이상하거나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한 경우에는 출입 등을 중지함과 동시에 상관에게 이를 보고하여 상관의 지시를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령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녹음·녹화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장비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물품에 해당하여 반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교도관은 교정시설 등의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할 일반적인 직무상 권한과 의무가 있다. 수용자가 아닌 사람이 위와 같은 금지물품을 교정시설 내로 반입하였다면 교도관의 검사·단속을 피하여 단순히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일 뿐 이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위계로써 접견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관리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건조물이더라도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행위자가 관리자의 승낙을 받아 건조물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관리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건조물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건조물에 들어갔다고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접견신청인으로서 서울남부구치소의 관리자인 구치소장으로부터 구치소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교도관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구치소 내 접견실에 들어갔으므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접견실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구치소에 수용 중인 사람을 취재하고자 구치소장의 허가 없이 접견내용을 촬영·녹음할 목적으로 안경 모양으로 제작된 녹음·녹화장비를 착용하고 접견실에 들어간 것이어서 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인들이 위 녹음·녹화장비를 착용한 채 접견실에 출입하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접견실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의 이유 기재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32,971 | 추심금 | 2018다222723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추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그 집행에 의한 변제를 받기 전에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된 경우, 추심권이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2] 채권자대위소송에서 대위에 의하여 보전될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 대위소송이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당사자적격에 관한 사항이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 및 당사자가 상고심에서 새로이 이를 주장·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사실심 변론종결 후 소송요건이 흠결되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 상고심에서 이를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null |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8조 제1항 / [2] 민법 제404조, 민사소송법 제51조 / [3] 민사소송법 제51조, 제134조[직권조사사항], 제432조, 제434조 | [2]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공2015하, 1459) / [3]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1다51510 판결,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60417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64877 판결(공2011상, 30)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환영)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풍 담당변호사 송명근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8. 2. 8. 선고 2017나20994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파산채권에 기하여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하여 행하여진 강제집행 등은 파산재단에 대하여는 그 효력을 잃는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8조 제1항 본문). 추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라도 그 집행에 의한 변제를 받기 전에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로 추심명령이 효력을 잃으면 추심권이 소멸한다.
채권자대위소송에 있어서 대위에 의하여 보전될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지 아니할 경우에는 채권자가 스스로 원고가 되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당사자적격이 없게 되므로 그 대위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등 참조).
당사자적격에 관한 사항은 소송요건에 관한 것으로서 사실심의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비록 당사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이에 관하여 주장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상고심에서 새로이 이를 주장·증명할 수 있으며(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60417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 소송요건이 흠결되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 상고심에서 이를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1다51510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6487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이 사건 공정증서 정본에 기하여 2014. 9. 19. 의정부지방법원 2014타채18406호로 청구금액을 59,593,235원, 채무자를 피고, 제3채무자를 소외인으로 하여 피고의 소외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하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라 한다)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및 같은 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하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에 기하여 소외인을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 2014가단43441호로 추심금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5. 5. 13. "소외인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59,593,235원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소외인이 의정부지방법원 2015나6853호로 항소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5. 12. 11. "소외인은 2016. 8. 27.이 도래하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59,593,235원을 지급하라."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6. 1. 5.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선행 추심금소송’이라 한다).
다. 원고는 선행 추심금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한 추심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소외인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를 구하는 이 사건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피고는 상고심 계속 중인 2018. 3. 21. 의정부지방법원 2018하단20186, 2018하면20186호로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였고, 2018. 3. 29. 의정부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 결정을 받았다.
라. 피고의 파산관재인은 2018. 5. 23.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에 대한 집행해제를 신청하였고, 그에 따라 해제통지서가 2018. 5. 30. 원고 및 소외인에게 각 송달되었다.
마. 피고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중 압류금지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당 부분에 대한 환가가 이루어져 채권자들에게 배당이 이루어졌다.
바. 피고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2020. 1. 9. 파산종결 결정을, 2020. 3. 11. 면책결정을 받았고, 위 면책결정은 2020. 3. 26.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선행 추심금소송을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집행에 의한 변제를 받기 전에 피고에 대한 파산선고로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이 효력을 잃음으로써 원고의 추심권은 소멸하였다. 이 사건 채권자대위소송은 상고심 계속 중 대위에 의하여 보전될 채권자의 위와 같은 권리가 인정되지 않게 됨으로써 채권자가 스스로 원고가 되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당사자적격이 없게 된 경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 제1호에 의하여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며,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32,623 | 뇌물수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거위조교사·증거위조 | 2018도3914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피고인이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그 서류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요건 /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의 의미 | null | 구 형사소송법(2016. 5. 29. 법률 제141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3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부칙(2016. 5. 29.) 제2조 |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3922 판결,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7461 판결(공2012하, 1715)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장언석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8. 2. 8. 선고 2016노119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전문법칙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형사소송법(2016. 5. 29. 법률 제141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3조 제1항은 ‘형사소송법 제311조, 제312조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로서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자필이거나 그 서명 또는 날인이 있는 것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그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그 서류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려면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서류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 내용이 피고인이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임이 증명되고 나아가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임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7461 판결 등 참조). 여기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 함은 진술 내용이나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6도39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확인서(금품수수 일람표 포함)가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 소속 점검단원 공소외인이 작성한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원심 제3회 공판기일에 작성자인 공소외인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고 나아가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위 각 확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문법칙,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뇌물수수죄의 뇌물성, 자백의 보강법칙, 공동정범, 증거위조교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위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
232,951 | 손해배상(국) | 2018다232980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甲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용역에 대한 입찰에서 乙 주식회사가 1순위 입찰자, 丙이 2순위 입찰자로 선정되었고, 甲 지방자치단체가 乙 회사를 낙찰자로 결정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후 丙이 乙 회사가 입찰 참가자격에 없다는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면서 甲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지방자치단체에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丙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고 丙이 이에 따른 적격심사를 통과하여 당연히 낙찰자로 결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丙을 낙찰자와 마찬가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는데, 甲 지방자치단체에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丙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다거나, 丙이 이를 통과하여 낙찰자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않고,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丙과 甲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丙의 적격심사 통과를 본계약 체결의 정지조건으로 볼 수도 없는바, 甲 지방자치단체가 丙에게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9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9조 제4항, 민법 제147조, 제390조, 제393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도 담당변호사 고재욱 외 3인)
【피고, 상고인】
곡성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이삼(123) 담당변호사 심재훈 외 2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18. 4. 18. 선고 2017나560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16. 2. 24. 곡성군 청사 별관 신축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하 ‘이 사건 용역’이라 한다)에 관한 입찰을 위하여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 제출안내 공고를 하였다. 위 공고에 의하면, 참가자격은 "공고일 전일 현재 전라남도에 주된 영업소를 두고 계약체결일까지 당해 자격을 유지한 업체"로 한정되고, 사업수행능력평가결과 취득점수 85.72점 이상인 업체를 가격입찰에 참여할 업체로 선정하며, 예상가격 이하로서 낙찰 하한율(86.745%) 이상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적격심사를 하여 종합평점 95점 이상을 얻은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나. 피고는 2016. 3. 11. 위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 제출안내 공고에 따라 입찰참가적격자로 선정된 원고, 주식회사 디토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디토’라 한다) 등 총 9개 업체에 대하여 이 사건 용역에 대한 지명경쟁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을 공고하였다. 위 공고는 입찰참가자격을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 제출안내 공고에 의거하여 사업수행능력 평가결과 입찰참가자격 적격자로 선정되어 입찰참가자격이 통지된 업체"로 명시하였다.
다. 원고와 디토 등은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하였는데, 개찰 결과 디토가 입찰금액 99,866,500원으로 1순위 입찰자, 원고가 입찰금액 100,330,820원으로 2순위 입찰자에 해당하였다.
라. 피고는 디토에 대한 적격심사를 거쳐 디토를 낙찰자로 결정하고 2016. 3. 22. 디토와 계약금액 99,866,500원, 계약기간 2016. 3. 22.부터 2016. 6. 19.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용역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16카합50134호로, 디토가 입찰참가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낙찰자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6. 5. 24.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이 사건 입찰에서 원고가 낙찰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피고는 위 용역에 관하여 원고 이외의 자에게 계약을 이행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6. 5. 27. 디토에게 위 가처분결정에 따라 이 사건 용역을 일시 정지할 것을 통보하였다.
바.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2016카합371호로 가처분취소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6. 8. 30.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위 가처분결정은 민사집행법 제307조가 정하는 가처분을 취소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여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6. 9. 1. 디토에게 이 사건 용역의 일시 정지 해제를 통보하였다.
사. 디토는 2016. 9. 23. 피고에게 용역완료계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2016. 10. 18. 디토에게 용역대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순위 입찰자인 디토가 전라남도에 실체가 있는 주된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아 이 사건 입찰 참가자격이 없으므로 디토에 대한 낙찰자결정과 용역계약 체결은 무효이다. 이에 따라 2순위 입찰자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격심사 통과를 정지조건으로 한 낙찰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한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피고가 디토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디토로 하여금 위 계약에 따른 의무를 모두 이행하도록 하여 원고가 이 사건 용역의 수행 업체로 선정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원고의 정지조건 성취를 방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와 디토의 용역계약 체결 이후에야 디토의 입찰참가자격 유무가 문제된 이 사건에서, 원심의 판단대로 1순위 입찰자인 디토에게 이 사건 입찰 참가자격이 없어 그에 대한 낙찰자결정과 용역계약 체결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2순위 입찰자인 원고로서는 피고가 재입찰을 공고하는 경우에 재입찰에 참여하거나 피고가 종전 입찰절차를 속행할 경우에 적격심사를 통과하여 낙찰자로 결정될 수 있는 지위를 갖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에게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원고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이에 따른 적격심사를 통과하여 당연히 낙찰자로 결정되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를 낙찰자와 마찬가지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피고에게 기존 입찰절차를 속행하여 원고에 대하여 적격심사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원고가 이를 통과하여 낙찰자로 결정될 것이 분명하다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낙찰자로 결정되지 않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적격심사 통과를 본계약 체결의 정지조건으로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정지조건부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의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입찰에 있어 예약의 성립 및 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31,831 | 영업정지처분취소 | 2021두61932 | 20,220,4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구청장이 기계설비 공사업 등에 관하여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한 甲 주식회사에 대하여 자본금이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유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3호에 따라 영업정지 5개월의 처분을 한 후, 甲 회사가 서울회생법원에서 간이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가 ‘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은 사안에서, 甲 회사는 영업정지처분 이후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아 비로소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79조의2 제3호 (나)목의 건설업 등록말소 내지 영업정지 예외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처분은 처분 당시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적법하고, 처분 이후 甲 회사가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은 사실로 처분 당시 적법하였던 위 처분이 다시 위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null | 구 건설산업기본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2호, 제83조 제3호,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19. 6. 18. 대통령령 제298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9조의2 제3호 (나)목 | null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구미이엔지의 소송수계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구미이엔지의 관리인 ○○○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구미이엔지
【피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구로구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1. 25. 선고 2021누449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및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기계설비 및 소방설비 공사업,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2005. 6. 23.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2005. 7. 21. 기계설비 공사업에 관하여, 2009. 6. 4. 가스시설 시공업(1종)에 관하여 각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업 등록을 하였다.
2) 피고는 2018. 12.경 건설업 등록업자의 자본금 유지요건 위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자산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 결과 원고의 2017. 12. 31. 기준 실질자본금이 건설업 등록기준인 5억 원에 미달한다고 보았다.
3) 피고는 2019. 4. 5. 원고에게 기계설비 공사업 및 가스시설 시공업에 대하여 자본금이 건설업 등록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유로 구 건설산업기본법(2019. 4. 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건설산업기본법’이라고 한다) 제83조 제3호에 따라 영업정지 5개월의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4)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후인 2020. 9. 29.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2020. 10. 22. 간이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고(2020간회합100088호), 2021. 7. 19. 같은 법원에서 ‘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다.
나.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이 2021. 7. 19. 서울회생법원에서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으므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3호 단서, 그 위임에 따른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19. 6. 18. 대통령령 제298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9조의2 제3호 (나)목(회생계획의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해당 건설업체가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의 종결 결정을 받고 회생계획을 수행 중인 경우)에서 정한 건설업 등록말소 내지 영업정지의 예외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3호 본문을 처분의 근거로 삼아 원고에게 건설업의 등록을 말소하거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영업정지의 예외사유를 규정한 위 시행령 조항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있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5두58195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 이후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아 비로소 위 시행령 조항의 건설업 등록말소 내지 영업정지 예외사유가 발생하였으므로, 달리 이 사건 처분 당시 영업정지 예외사유가 발생하여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 당시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적법하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처분 이후 원고가 간이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은 사실로 인하여 처분 당시 적법하였던 이 사건 처분이 다시 위법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5두37099 판결의 사안은 건설업 등록말소 처분 당시 이미 건설업 등록말소 예외사유가 발생한 경우로서, 자본금 기준에 미달한 사실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후에 있었는지를 가리지 않고 건설업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건설업 등록말소의 예외사유가 인정된다는 법리를 판시한 것으로,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위 판결의 법리를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처분 이후의 사실상태의 변동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21,867 | 국적이탈반려처분취소소송 | 2021구합65798 | 20,220,429 | 선고 | 서울행법 | 일반행정 | 판결 : 항소 |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및 미국의 복수국적자인 甲이 국적법령에 따라 국적이탈신고를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이 ‘국적법 제14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려고 하는 사람은 외국에 주소를 두고 거주한 상태여야 하나, 甲은 이탈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위 신고를 반려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甲은 아버지의 주한미군 근무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대한민국에 체류 중이기는 하지만 甲의 생활근거가 되는 곳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므로, 甲은 국적법 제14조 제1항의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및 미국의 복수국적자인 甲이 국적법령에 따라 국적이탈신고를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이 ‘국적법 제14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려고 하는 사람은 외국에 주소를 두고 거주한 상태여야 하나, 甲은 이탈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위 신고를 반려한 사안이다. 국적법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복수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재외공관을 통하여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고, 민법 제18조 제1항에 따르면 주소란 ‘생활의 근거되는 곳’으로 이는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해야 하는데, 甲은 출생 이후 만 17세였던 위 신고 시까지 총 8년 6개월 25일간 대한민국에 거주하였으나, 미국 군인인 甲의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미국 및 미국 외의 여러 지역을 오가며 근무함에 따라 미성년자인 甲도 미국에서 생활하다가도 아버지의 해외 파견 시마다 부모와 함께 해외로 출국하여 생활해온 점, 아버지가 주한미군 파견으로 용산과 평택에서 근무함에 따라 甲도 미국 주소가 부여되고 미국 내 학교와 동일한 지위가 인정되는 미군기지 내 학교들에서 통상의 미국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등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미국에서와 거의 동일한 생활환경이 조성된 특수한 지역인 미군기지 내에서 주로 생활한 점, 甲의 부모는 甲이 미국 내 주소로 두고 있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각종 예금, 대출, 보험 등의 금융계약을 미국에서 체결하는 등 경제생활의 근간을 모두 미국에 두고 있으며 甲과 그 가족들은 추후 아버지의 근무지 변경에 따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점 등을 종합하면, 甲은 아버지의 주한미군 근무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대한민국에 체류 중이기는 하지만 甲의 생활근거가 되는 곳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므로, 甲은 국적법 제14조 제1항의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국적법 제14조 제1항, 국적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민법 제18조 제1항 | null |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린 담당변호사 임용기)
【피 고】
법무부장관
【변론종결】
2022. 4. 8.
【주 문】
1. 피고가 2021. 2. 25. 원고에 대하여 한 국적이탈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2. 8. 16. 미합중국(이하 ‘미국’이라 한다)에서 부 소외 1(1990. 9. 17. 미국으로 귀화하여 시민권 취득하고, 같은 날 대한민국 국적 상실)과 모 소외 2(2019. 9.경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현재 대한민국 국적 상실) 사이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및 미국의 복수국적자이다.
나. 원고는 2020. 2. 13. 피고에게 국적법 제14조, 국적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내용의 신고(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2. 25. ‘국적법 제14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려고 하는 사람은 외국에 주소(생활근거)를 두고 거주한 상태에서 국적이탈신고를 해야 하나, 원고의 출입국 기록과 제출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이탈신고 당시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6,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1) 처분사유 부존재
원고는 출생 이후 대부분의 기간을 미국에서 거주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군인인 부친이 주한미군으로 발령받음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거주한 것이었던 점, 대한민국에 거주할 당시에도 미국 주소가 부여되는 미군기지 내에 거주하면서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인정받는 미군기지 내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점, 원고는 미국 군인 및 그 가족들에게 부여되는 A3 비자를 통해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미국에서의 생활기반을 유지하면서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신고 당시 원고가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원고가 실질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혜택을 누려왔음에도 병역 의무만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하고자 한 것이 아닌 반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미국에서의 대학 진학 및 직업 선택에 제한을 받게 되고,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에서 도출되는 국적선택의 자유까지 침해되게 되는 등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원고에게 발생하게 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령의 내용 및 관련 법리
국적법 제14조 제1항은 "복수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주소지 관할 재외공관의 장을 거쳐 피고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국적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은 "국적이탈신고가 국적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국적이탈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수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국적법 제14조 제1항이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재외공관을 통하여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실제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대한민국 국적이탈을 제한함으로써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국적이탈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고 병역자원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0. 5. 4. 개정된 국적법에서 도입되었다.
한편 민법 제18조 제1항은 ‘생활의 근거되는 곳’을 주소로 정의하는바,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은 생활관계의 중심적 장소로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해야 한다(대법원 1984. 3. 27. 선고 83누548 판결, 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누8064 판결 등 취지 참조).
2) 처분사유 존재 여부에 관하여
갑 제4, 9, 10, 14, 15, 25, 27 내지 39, 41 내지 45호증, 을 제3, 5, 6, 7, 8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생활근거가 되는 곳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으로서 원고는 국적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 할 것이다.
가) 원고는 (생년월일 생략) 출생 이후 만 17세였던 이 사건 신고 시까지 총 8년 6개월 25일(= 2003. 12. 30.부터 2008. 1. 3.까지 + 2010. 1. 15.부터 2012. 6. 28.까지 + 2018. 1. 4.부터 이 사건 신고일인 2020. 2. 13.까지)간 대한민국에서 거주하였다.
나) 원고의 부 소외 1은 미국 군인으로서 근무형태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미국 및 미국 외의 여러 지역을 오가며 근무하고 있는데, 2010년경 주한미군으로 파견되었다가 2012년경 미국으로 귀환하였고, 2018년경 다시 주한미군으로 파견되었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인 원고도 미국 내 학교를 다니는 등 미국에서 생활하다가도 소외 1의 해외 파견 시마다 부모와 함께 해외로 출국하여 생활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에 입국한 때에도 미군기지 내 또는 미군기지 인접지에서 거주하며 미군기지 내부를 주 거점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다) 소외 1은 2018년 주한미군 파견으로 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다가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도 미국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을 떠나, 용산 미군기지 내 서울 아메리칸 미들 하이 스쿨(Seoul American Middle High School), 평택 미군기지 내 험프리스 하이스쿨(Humphreys High School) 등에 재학하게 되었다. 원고는 미국 주소가 부여되고 미국 내 학교와 동일한 지위가 인정되는 위 학교들에서 통상의 미국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등 대한민국에 소재하고 있는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미국에서와 거의 동일한 생활환경이 조성된 특수한 지역인 미군기지 내에서 주로 생활하였다.
라) 원고의 조부모 등 친인척들 대부분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원고의 부모는 원고가 미국 내 주소로 두고 있는 부동산[메릴랜드주 (주소 생략)]을 소유하고, 각종 예금, 대출, 보험 등의 금융계약을 미국에서 체결하는 등 경제생활의 근간을 모두 미국에 두고 있다. 특히 소외 1의 2018년 주한미군 발령으로 미국에서 사용하던 짐들을 매월 313.45달러를 지불하고 사설 창고에 보관 중인바, 원고와 그 가족들은 추후 소외 1의 근무지 변경에 따라 다시 생활근거지인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 원고는「대한민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제1조에 규정한 합중국군대의 구성원, 군무원 및 그들의 가족에게 부여되는 비자인 A3 비자를 부여받은 자로서 외국환거래법 및 외국환거래규정상 비거주자로 분류되는 점,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부동산등기신청절차에 관한 예규」제13조 제1항 제4호 (다)목은 주한미군에서 발행한 거주사실증명서를 외국인의 주소증명정보의 예시로 규정하고 있는데, 주한미군의 경우 본국(미국)에 별도의 주소가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으로 해석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및 그 가족의 주소를 정함에 있어서는 주한미군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함이 상당하다.
바) 이처럼 소외 1의 특수한 지위 및 파견근무형태, 원고의 대한민국 입국 경위 및 대한민국에서의 생활환경, 원고의 성장환경 및 가족관계, 원고와 그 가족의 경제적 생활기반의 소재 등 제반 사정을 살필 때, 원고가 일시적으로 소외 1의 주한미군 근무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체류 중이라 할지라도, 그 생활근거가 되는 곳까지 대한민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 피고 또한 원고가 2018년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이전에 국적법 제14조에 따라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었다는 등 원고의 생활근거가 본래 미국에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데(피고 측 2022. 2. 21. 자 준비서면), 원고가 2018년에 대한민국에 입국하고 심지어 원고의 부친이 미군기지 근처 아파트를 주거 목적으로 매수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부친의 주한미군 파견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체류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원고의 생활근거가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전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아) 앞서 본 원고의 예외적이고 특수한 지위 및 상황을 고려할 때, 원고의 주소가 외국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국적이탈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고 병역자원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국적법 제14조 제1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해석이라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김정중(재판장) 황지애 최태진 |
231,635 | 손해배상(기) | 2022나79 | 20,220,429 | 선고 | 서울고등법원(춘천)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한솔1호발전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원주 담당변호사 김주택)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익)
【제1심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1. 11. 25. 선고 2018가합6828 판결
【변론종결】
2022. 4. 1.
【주 문】
1. 제1심판결의 피고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과 공동하여 142,864,500원 및 그중 1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 2. 14.부터, 5,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 5. 25.부터, 37,864,500원에 대하여는 2018. 12. 4.부터 각 2022. 4. 29.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에게,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문중, △△△과 공동하여 285,729,000원 및 그중 2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 2. 14.부터, 1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8. 5. 25.부터, 75,729,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최종 송달일 다음 날부터 각 이 사건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제1심에서 제1심 공동피고 ○○○○문중에 대한 소는 각하되었고, 제1심 공동피고 △△△에 대한 청구는 전부 인용되었는데, 원고 및 제1심 공동피고 △△△은 이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1심판결 중 제1심 공동피고 ○○○○문중, △△△에 대한 부분은 분리·확정되었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원고는 태양광 발전시설 및 전력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및 △△△(대법원 판결의 소외인)은 ○○○○문중의 문중원이다.
나. 매매예약서 작성
1) 원고는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 부지를 알아보던 중 2017. 9.경 지인들의 소개로 △△△을 알게 되었고, △△△과 사이에 ○○○○문중 소유인 경북 봉화군 (주소 1 생략), (주소 2 생략), (주소 3 생략) 임야 3필지(면적 합계 1,182,148㎡, 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대한 매수 협의를 진행하였다.
2) 이후 원고와 ○○○○문중 명의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2017. 12. 28.자 매매예약서(이하 ‘이 사건 매매예약서’라 한다)가 작성되었는데, 피고는 ○○○○문중의 대표자, △△△은 문중원의 자격으로 이 사건 매매예약서에 각각 서명을 하였다.
〈이 사건 매매예약서〉대상물건: 이 사건 토지위 임야는 ○○○○문중 임야로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을 위해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매매를 예약한다.1. 예약금 : 100,000,000원, 예약금은 문중대표 피고 농협계좌로 입금한다. 위 예약금을 영수함. 문중대표2. 매도인 측은 2018. 2. 23.까지 문중 회의록을 작성하여 정식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예약일로부터 매도인이 요구하는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신청을 위한 서류 일체를 제공한다.
다. 예약금 지급 등
1) 원고는 이 사건 매매예약에서 정한 예약금 100,000,000원을 2017. 12. 27. 피고 명의의 농협 계좌로 지급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매매예약서 제1항의 문장 끝부분 ‘문중대표’ 옆에 예약금을 영수하였다는 취지로 서명을 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8. 2. 13. 위 예약금 100,000,000원을 원고에게 반환하였다.
2) 원고는 정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업무추진비 등 명목의 금원이 필요하다는 △△△의 요청에 따라 △△△의 아들 소외 2 명의 계좌로 2017. 9. 27. 5,000,000원, 2017. 10. 6. 2,000,000원, 2017. 10. 10. 8,000,000원, 2017. 12. 27. 100,000,000원, 2017. 12. 27. 85,000,000원, 2018. 1. 10. 100,000,000원, 2018. 5. 25. 10,000,000원 합계 210,000,000원을 지급하여 이를 대여하였다. 또한 원고는 매도 승인을 받기 위해 문중 대의원들을 만나야 한다는 △△△의 말을 듣고 원고의 대표자 동생 명의의 현대 제네시스 자동차를 △△△에게 이전하였다.
3) 한편 원고는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을 위한 사업타당성 조사를 하고 이 사건 토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여 운영할 자회사 등 17개를 설립하면서 사업타당성 조사 용역비 44,000,000원, 법인 설립비용 6,229,000원, 현장조사 비용 4,500,000원, 유곡리 마을회사 찬조금 1,000,000원 등 합계 55,729,000원을 지출하였다.
라. 매매계약 체결 무산 및 관련 형사사건
1) 그런데 이 사건 토지의 매도에 관한 ○○○○문중의 총회 결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식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원고가 추진하던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 사업이 중단되었다.
2) 이에 원고는 2018. 10.경 피고 및 △△△을 사기죄의 공범으로 고소하였다. 검사는 피고 및 △△△을 ‘피고는 ○○○○문중의 회장이 아니고 △△△은 임원이 아님에도, 피고 및 △△△은 마치 자신들이 ○○○○문중의 회장과 임원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이 사건 매매예약서를 작성하여 행사함으로써 ○○○○문중 대표자 자격을 모용하여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를 작성·행사하였고(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 및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죄, 피고 및 △△△의 공동범행), △△△은 위와 같이 피고의 ○○○○문중 대표자의 지위를 사칭하는 한편,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고 원고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이를 개인 채무 변제, 생활비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이를 제대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원고를 기망하여 2억 원을 교부받았다(사기죄, △△△의 단독범행)’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하였다.
3)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2021. 6. 23. 피고 및 △△△에 대한 각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를 벌금 500만 원에, △△△을 징역 2년 6월에 각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9고단899호),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주장
피고 및 △△△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주겠다고 원고를 기망하였고 이에 속은 원고로부터 차용금 210,000,000원 및 자동차 1대를 편취하고 각종 비용 55,729,000원을 지출하도록 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따라서 피고는 △△△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285,729,000원(= 차용금 210,000,000원 + 자동차 20,000,000원 + 지출비용 55,729,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예비적 주장
피고는 ○○○○문중의 대표라고 사칭하면서 원고로부터 돈을 수령하는 등 적어도 과실로 △△△의 사기 범행을 방조하였으므로,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책임으로서 △△△과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피고가 △△△의 원고에 대한 사기 범행에 적극 가담하였으므로 △△△과 함께 원고에 대하여 민법 제760조제1항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진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의 사기 범행에 공동으로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원고 대표자 소외 3, 소외 3의 남편인 소외 4의 수사기관 진술 및 법정 증언에 의하더라도, 원고 측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수협의를 진행한 것은 △△△이었고, 피고는 단지 △△△이 ○○○○문중의 대표로서 소개한 사람에 불과하였다. 특히 소외 3은 관련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를 사인할 때 그때 (처음) 뵈었다. 당시 피고를 그냥 만나서 그냥 인사하고 사인하고 빨리 속전속결했다. (피고는) 밥도 안 드셨다. ○○○○문중과의 관계에 대해서 피고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없고 회장이라고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매매예약서상 예약금 100,000,000원을 지급받았다가 약 2개월 후 이를 그대로 반환하였다. 그 외에 피고가 범행 수익 중 일부를 분배받았다거나 어떠한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3) 피고는 관련 형사사건에서 △△△의 사기 범행의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단지 ○○○○문중의 대표자 자격을 사칭하여 이 사건 매매예약서를 작성하여 행사하였다는 범죄사실만으로 벌금 5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나.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수인이 공동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 행위자 상호간의 공모는 물론 공동의 인식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객관적으로 그 공동행위가 관련 공동되어 있으면 족하고 그 관련 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함으로써 그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는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며, 공동불법행위에 있어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다1313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55299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피고는 ○○○○문중의 대표자가 아님에도 대표자 자격을 사칭하여 이 사건 매매예약서에 서명을 하였고 대표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매매예약에 따른 예약금 100,000,000원을 지급받기도 하였다. 피고로서는 △△△의 구체적인 사기 범행까지는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이지만, ○○○○문중의 대표자 자격 없이 이 사건 매매예약서를 작성해준 사람으로서 이에 기인한 불법행위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그러한 주의의무를 해태하였는바,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의 사기행위를 용이하게 한 방조행위라 평가할 수 있고, △△△의 사기행위와 함께 원고에 대한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하여 정하여야 하고, 그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가해자 각자가 그 금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며, 가해자의 1인이 다른 가해자에 비하여 불법행위에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위와 같이 정하여진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13900 판결 등 참조).
피고의 방조행위와 △△△의 사기행위로 구성된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는 피고를 ○○○○문중의 대표자라 믿고 △△△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도권한 및 능력 등을 오인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에게 210,000,000원을 대여하고 20,000,000원 상당의 자동차를 이전하였으며 사업비용 55,729,000원을 지출하는 등 합계 285,729,000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는 피고 및 △△△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액이라 할 수 있다.
3) 과실상계
공동불법행위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그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피해자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비율이 서로 다르더라도 피해자의 과실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과실상계를 위한 피해자의 과실을 평가함에 있어서 공동불법행위자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공동불법행위자 중에 고의로 불법행위를 행한 자가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거나 모든 불법행위자가 과실상계의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68408 판결,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94650 판결 등 참조).
원고는 매매대금이 27억 원에 이르는 이 사건 매매예약을 체결하면서도 피고가 ○○○○문중의 대표자가 맞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의 설명만을 믿었고,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업무추진비 등 명목으로 △△△ 개인에게 적지 않은 금원을 대여하면서도 ○○○○문중 측에 매매계약 체결 가능성, 진행정도 등을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이러한 원고의 과실도 손해 발생과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고 그 비율은 50%로 봄이 타당하다.
4)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42,864,500원(= 285,729,000원 × 50%) 및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그중 100,000,000원(= 200,000,000원 × 50%)에 대하여는 피고가 원고에게 예약금을 반환한 날의 다음 날인 2018. 2. 14.부터, 5,000,000원(= 10,000,000원 × 50%)에 대하여는 지급일인 2018. 5. 25.부터, 나머지 37,864,500원(= 75,729,000원 × 50%)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18. 12. 4.부터 각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선고일인 2022. 4. 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제1심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9768호)이 2019. 5. 21. 개정되어 2019. 6. 1. 시행됨에 따라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만 인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기각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은상 김시원 |
232,057 | 상소권회복기각결정에대한즉시항고 | 2022로40 | 20,220,503 | 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 형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영규
【원심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3. 14.자 2022초기1004 결정
【주 문】
이 사건 즉시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고이유의 요지
항고인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초기2909 집행유예취소결정(이하 ’이 사건 집행유예취소결정‘이라 한다) 사건의 공시송달은 부적법하고, 항고인은 이 사건 집행유예취소결정이 있었음을 고지받지 못하였으며, 즉시항고권회복 청구기간이 7일임도 단정할 수 없으므로, 항고인의 즉시항고권은 회복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은 ’상소의 제기기간은 재판을 선고 또는 고지한 날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45조는 ’상소할 수 있는 자가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소 제기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상소권회복의 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346조 제1항은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때에는 제345조의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상소 제기기간에 해당하는 기간 내에 서면으로 원심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405조는 ’즉시항고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즉시항고 역시 상소에 해당하므로, 즉시항고권회복청구도 상소권회복청구와 동일하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7일 내에 제기해야 한다.
나. 기록에 의하면, 항고인은 2022. 1. 26. 이 사건 집행유예취소결정에 따른 형 집행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수감되면서 집행유예취소결정이 확정되어 형이 집행된다는 사실과 상소권회복청구를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받았으므로, 늦어도 그때에는 이 사건 집행유예취소결정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집행유예취소결정의 공시송달이 부적법하더라도, 2022. 1. 26.에는 항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사라졌다고 봄이 타당한데, 항고인은 그로부터 7일이 더 경과한 후인 2022. 2. 9.에야 이 사건 회복청구를 하였으므로 이는 부적법하여 허가될 수 없다.
3. 결론
원심결정은 정당하므로 이 사건 즉시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양경승(재판장) 정은영 공병훈 |
231,847 | 간접강제 | 2022라20293 | 20,220,503 | 자 | 서울고등법원 | 민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채권자(선정당사자), 상대방】
주식회사 티씨알씨앤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공명 담당변호사 위윤원)
【채무자, 항고인】
주식회사 제이엘에스커뮤니케이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하 담당변호사 전세준 외 4인)
【제1심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3. 14.자 2021타기100388 결정
【주 문】
1.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2. 이 사건 신청을 각하한다.
3. 이 사건 신청 총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신청취지]
1. 채무자는 이 사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채무자 또는 채무자가 지정하는 필터링업체가 채권자(선정당사자)로부터 영상파일의 DNA를 제공받는 즉시, (사이트명 1 생략) 및 (사이트명 2 생략) 각 사이트에 대하여 채무자가 지정하는 필터링업체로부터 제공받는 필터링 모듈[특징점(DNA) 기반 필터링 모듈]에 제공받은 영상파일의 DNA를 이용하여 제1심 별지 침해영상물 목록 기재 채권자(선정당사자) 영상파일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라.
2. 채무자가 이 결정을 송달받은 다음 날부터 제1항 의무를 위반할 때에는 해당 영상물 저작권자, 배타적 발행권자인 각 채권자(선정당사자) 또는 선정자에게 위반행위 1회당 5,000원씩(위반행위 횟수는 1일을 기준으로 한다)을 지급하라.
[항고취지]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이 유】
1. 소명사실
채권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카합22235호로 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저작권법 제104조 제1항, 저작권법 시행령 제46조 제1항에 따른 ‘해당 저작물 등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로서 저작물 권리자가 제공하는 특정 기술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피보전권리로 하는 가처분을 구하였다. 그 항고심인 서울고등법원 2021라20624호 사건에서 2021. 11. 16.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화해를 권고 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이라 한다)이 있었고, 이는 2021. 12. 6. 확정되었다. 이 화해권고결정 조항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채권자(선정당사자)는 별지(주2) 영상저작물 목록 기재 채권자의 영상파일의 DNA를 채무자 또는 채무자가 지정하는 필터링업체[㈜버킷스튜디오 및 ㈜피플커넥트]에게 제공한다.2. 채무자 또는 채무자가 지정하는 필터링업체가 제1항에 따라 채권자(선정당사자)로부터 영상파일의 DNA를 제공받는 즉시, 채무자는 가. (사이트명 1 생략) 및 (사이트명 2 생략) 각 사이트에 대하여 채무자가 지정하는 필터링업체로부터 제공받는 필터링 모듈[특징점(DNA) 기반 필터링 모듈]에 제1항에 따라 제공받은 영상파일의 DNA를 이용하여 별지 영상저작물 목록 기재 채권자(선정당사자)의 영상파일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고, 나. 채무자가 지정하는 필터링업체에게 위 필터링업체와 계약한 대한민국 내 웹하드 사이트에 대하여 제1항에 따라 제공받은 영상파일의 DNA를 이용하여 별지 영상저작물 목록 기재 채권자(선정당사자)의 영상파일이 불법적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특징점(DNA) 기반 필터링]를 요청한다.
별지
채권자는 2021. 12. 15.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집행문부여신청을 하였다가 2021. 12. 22. 그 신청을 취하하였다.
2. 채권자 주장 요지
채권자가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 제1항에 따라 2021. 12. 12. 채권자 영상저작물 중 일부에 관한 기술적 정보(DNA)를 추출하여 이를 채무자에게 제공하였는데도 채무자가 화해권고결정 제2항에 따라 채권자 영상저작물에 대한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므로, 부대체적 작위의무 강제를 위하여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간접강제를 구한다.
3. 판단
이 사건 간접강제 신청은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을 집행권원으로 하고 있다. 이 화해권고결정은 보전소송 중에 이루어 진 것이다. 보전소송 절차 중에도 소송상 화해는 가능하지만 그 대상은 당사자가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어야 하므로, 집행력 부여 등 법률에 따라 법원 등에 권한이 부여된 것을 당사자 사이에서 화해로 정할 수 없다. 보전소송 절차에서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본안소송 대상이 되는 권리에 대하여 화해하였다면 이는 성질상 제소전화해로 보아야 한다.
본래 가압류·가처분 결정은 그 자체가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집행문 부여가 필요하지 않고 즉시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보전소송 절차에서 한 본안소송 대상이 되는 권리에 대한 화해는 제소전화해로 보아야 하고, 가압류·가처분 결정이 아니므로 바로 집행력이 부여되지 아니한다. 화해권고결정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위해서는 강제집행 원칙으로 돌아가 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런데 채권자가 강제집행의 일종인 이 사건 간접강제를 신청하면서 집행문을 부여받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간접강제 신청은 부적법하다(보전소송 절차에서 한 화해권고결정 권고조항에 따라서는 집행할 수 없는 것, 조건이 붙은 것, 집행하기에 그 범위가 특정되지 아니한 것 등 다양한 조항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어도 집행기관이 그 모든 조항을 바로 집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 화해권고결정 기재에 의할 때, 채무자가 부담하는 기술적 조치 이행의무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먼저 영상파일의 DNA를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강제집행을 하려면 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집행문을 부여받아야 하는데, 집행문 부여 없이도 바로 강제집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본다면 집행기관이 조건 성취 여부를 스스로 심리,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집행문 부여 기관과 집행기관을 다르게 규정하여 집행기관은 집행문에 따라 집행권원의 집행력 유무와 범위를 쉽게 판단하여 신속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한 민사집행법 전체 체계에 반한다. 이 사건에서도 간접강제를 명한 집행법원이 조건성취 등을 판단하여야 했다).
4. 결론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신청을 각하한다.
판사 박형남(재판장) 김문석 이상주 |
221,783 | 구상금 | 2021마6868 | 20,220,503 | 자 | 대법원 | 민사 | 결정 | 영업에 관한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소 당시 채권 추심 관련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채권자의 영업소 소재지 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민법 제467조 제2항의 ‘영업에 관한 채무’는 영업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채무를 의미하고, ‘현영업소’는 변제 당시를 기준으로 그 채무와 관련된 채권자의 영업소로서 주된 영업소(본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채권의 추심 관련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영업소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영업에 관한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는 제소 당시 채권 추심 관련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채권자의 영업소 소재지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 민법 제467조 제2항 | null | 【원고, 재항고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 상대방】
피고
【원심결정】
대전지법 2021. 9. 27. 자 2021라10664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민법 제467조 제2항의 ‘영업에 관한 채무’는 영업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채무를 의미하고, ‘현영업소’는 변제 당시를 기준으로 그 채무와 관련된 채권자의 영업소로서 주된 영업소(본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채권의 추심 관련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영업소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영업에 관한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는 제소 당시 채권 추심 관련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채권자의 영업소 소재지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① 재항고인은 2021. 6. 30. 무보험운전자인 피고가 논산시에서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를 근거로 이 사건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실, ② 재항고인은 2021. 7. 14. 제1심법원의 관할에 관한 석명에 대하여, ‘구상채무자의 거소·주소·사고 장소가 대전광역시·충청남도·충청북도인 경우에는 보상 및 채권집행보전을 위한 행위·소구 등 일체의 행위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지점이 전담하므로, 민법 제467조 제2항 단서에 따라 관할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보정서와 법인등기사항증명서·자동차보험가입증명서를 제출한 사실, ③ 그럼에도 제1심법원은 2021. 7. 26. 이 사건 소가 상법 제56조에 따른 ‘지점에서의 거래로 인한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으로 이송결정을 한 사실, ④ 원심은 2021. 9. 27. 제1심법원의 결정 이유를 인용하여 항고를 기각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항고사유로 주장된 민법 제467조 제2항 단서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위 법리에 따라 이를 심리·판단하여야 함에도 그 부분 판단을 하지 않은 채 항고를 기각하였으니,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민법 제467조 제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2,677 | 퇴거청구 | 2021나71192 | 20,220,510 | 선고 | 인천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제이케이도시개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온율 담당변호사 차영애)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우 담당변호사 박무상)
【제1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21. 8. 17. 선고 2020가단266374 판결
【변론종결】
2022. 3. 29.
【주 문】
1.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 및 변경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1)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토지 지상 별지 1도면 표시 1, 2, 3, 4, 1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부분 컨테이너 27㎡,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토지 지상 별지 1도면 표시 5, 6, 7, 8, 5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나)부분 컨테이너 18㎡에서 각 퇴거하고,
2)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토지 지상 별지 2도면 표시 1, 2, 3, 4, 5, 8, 1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가)부분 블록조 스레트지붕 주택 98.74㎡,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토지 지상 별지 2도면 표시 5, 6, 7, 8, 5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나)부분 조립식판넬조 판넬지붕 주택 40.25㎡,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토지 지상 별지 2도면 표시 3, 9, 10, 11, 12, 13, 4, 3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다)부분 샷시조 아크릴지붕 전실 10.5㎡,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토지 지상 별지 2도면 표시 4, 13, 14, 6, 5, 4의 각 점을 순차로 연결한 선내 (라)부분 블록조 슬라브지붕 보일러실 17.98㎡에서 각 퇴거하라.
2.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 주위적 청구취지 : 피고는 원고에게 주문 제1의 나항 기재 각 컨테이너, 주택, 전실, 보일러실을 각 인도하라.
○ 예비적 청구취지 : 주문 제1의 나항과 같다(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제1심에서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 지상 지장물에서의 퇴거 청구를 하였다가, 이 법원에서 대상 지장물을 추가 및 변경하면서 퇴거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변경하고, 같은 지장물의 인도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추가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인천 계양구 (주소 생략) 일원 434,922㎡에서의 사용 또는 수용 방식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원래 사업시행자이던 효성도시개발 주식회사 이후 2020. 1. 17. 사업시행자로 변경지정된 법인이다.
나. 인천광역시장은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2014. 2. 24. 도시개발구역 지정, 개발계획 수립 및 지형도면 고시를 한 이후 2017. 9. 11, 2018. 3. 19, 2020. 5. 25. 및 2020. 9. 21. 개발계획(변경) 및 실시계획인가 고시를 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주문 제1의 나항 기재 각 컨테이너, 주택, 전실, 보일러실(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지장물’이라 한다)을 점유하고 있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상 지장물 이전을 위하여 토지 및 지장물 소유자들과 협의를 하였으나 피고를 비롯한 일부 이해관계인들과의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여 2020. 9. 15. 인천광역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신청을 하였다.
마. 인천광역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2021. 1. 29. 이 사건 지장물 등에 관하여 2021. 3. 25.을 수용개시일로 정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7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물건의 가격으로 이 사건 지장물의 이전에 따른 보상금을 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재결(이하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재결에 따라 2021. 3. 9.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이 사건 지장물 중 별지 목록 제2항 기재 토지 지상 지장물에 관한 보상금 160,044,720원(이 사건 재결에 따른 보상금은 165,847,800원인데, 서울국유림관리소로부터 채권압류통지에 따른 체납액 5,803,080원을 공제한 160,044,720원을 공탁하였다), 피공탁자를 불명으로 하여 이 사건 지장물 중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토지 지상 지장물(재결서에 소유자 성명 미상 153으로 표시)에 관한 보상금 1,800,000원을 각 공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재결에 따른 손실보상금 지급을 완료함으로써 수용개시일인 2021. 3. 25. 이 사건 지장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였으므로, 이 사건 지장물을 점유하고 있는 피고는 민법 제213조 또는 토지보상법 제43조에 따라 이 사건 지장물을 원고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도시개발법 제22조 제1항에 의하면 시행자는 도시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은 본문에서 지장물인 건축물 등에 대하여는 이전비로 보상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같은 항 단서에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1호로 건축물 등의 이전이 어렵거나 그 이전으로 인하여 건축물 등을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 제2호로 건축물 등의 이전비가 그 물건의 가격을 넘는 경우, 제3호로 사업시행자가 공익사업에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그리고 토지보상법 제75조 제6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제33조 제4항, 제36조 제1항에서는 위 법 제7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된 건축물 및 공작물 등에 대하여는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이를 철거하도록 하되, 그 소유자가 당해 건축물 등의 구성부분을 사용 또는 처분할 목적으로 철거하는 경우에는 건축물 등의 소유자로 하여금 해당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 법령의 내용을 토지보상법에 따른 지장물에 대한 수용보상의 취지와 정당한 보상 또는 적정가격 보상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에 관하여 법 제75조 제1항 단서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이전에 소요되는 실제 비용에 못 미치는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한 경우, 사업시행자가 당해 물건을 취득하는 제3호와 달리 수용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사업시행자가 그 보상만으로 당해 물건의 소유권까지 취득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사업시행자는 그 지장물의 소유자가 위 시행규칙 제33조 제4항 단서에 따라 스스로의 비용으로 철거하겠다고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장물의 소유자에 대하여 그 철거 및 토지의 인도를 요구할 수 없고 자신의 비용으로 직접 이를 제거할 수 있을 뿐이며, 이러한 경우 지장물의 소유자로서도 사업시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상당한 기한 내에 위 시행규칙 제33조 제4항 단서에 따라 스스로 위 지장물 또는 그 구성부분을 이전해 가지 않은 이상 사업시행자의 지장물 제거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건의 가치 상실을 수인하여야 할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0다9496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업시행자가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 단서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지장물의 가격으로 보상하였으나 그 지장물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하여 취득하지 않은 경우, 지장물의 소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보상법 제43조에 의한 지장물의 이전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도1560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된 바와 같이 인천광역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고, 토지보상법 제75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이전비의 보상 대신 물건의 가격을 보상금으로 정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결을 하였으며, 그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지장물에 대한 보상금을 공탁하기는 하였으나, 원고가 이 사건 지장물에 대한 별도의 수용절차를 거쳤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지장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거나 피고가 토지보상법 제43조에 의한 지장물 이전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3.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설령 피고의 퇴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시행자인 원고는 토지보상법 제89조에 따라 행정대집행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대집행을 신청하여 집행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위 절차에 의하지 않고 피고를 상대로 퇴거를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 소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고 본안전항변을 한다.
살피건대, 행정청이 행정대집행의 방법으로 건물의 철거 등 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는 따로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그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없으나, 위와 같은 법리는 행정청이 직접 당사자가 되어 상대방에게 개별법령에 따라 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명령하여 행정대집행법 제2조에 따른 대집행을 시행할 수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건물 점유자의 퇴거의무는 비대체적 작위의무로서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대집행의 대상도 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1998. 10. 23. 선고 97누157 판결 참조),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2의 나.1)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 내지 해당 지장물에 대한 권리자를 위하여 이 사건 재결로 정해진 손실보상액을 공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는 자신의 비용으로 이 사건 지장물을 제거할 수 있고 피고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가 이 사건 지장물을 점유함으로써 원고의 이 사건 지장물 제거를 방해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이 사건 지장물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먼저, 원고가 이 사건 재결 신청 당시 물건조서를 임의로 작성하여 피고 소유의 지장물이 누락됨에 따라 정당한 손실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퇴거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재결 당시 실제 지장물 현황과 다른 내용의 물건조서가 작성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이 사건 재결에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하자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다음으로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도시개발법 및 토지보상법에 따른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를 지급하고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위 의무는 피고의 퇴거의무와 동시이행관계 또는 선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를 지급하고 이주대책을 마련해줄 때까지는 원고의 퇴거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사업에 준용되는 토지보상법 제78조에 의하면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주거용 건축물을 제공함에 따라 생활의 근거를 상실하게 되는 자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주대책을 수립·실시하거나 이주정착금을 지급하여야 하고(제1항),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에 대하여는 주거 이전에 필요한 비용과 가재도구 등 동산의 운반에 필요한 비용을 산정하여 보상하여야 하나(제5항), 토지보상법 시행령 제40조,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에 의하면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는 그 무허가건축물이 1989. 1. 24. 당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 이상 이주대책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주거이전비도 보상받지 못하는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주대책 대상자 또는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피고의 무허가건물은 1989년 이후 신축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1. 9. 1.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이사비 2,286,099원을 공탁하면서 관계법령에 따른 이사비 산정내역을 명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이사비의 산정내역이나 산출근거가 잘못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이 법원에서 추가 및 변경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예지희(재판장) 김은경 권비룡 |
232,641 | 부당이득금 | 2021나23538 | 20,220,511 | 선고 | 대구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국가철도공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래 담당변호사 최현우)
【피고, 항소인】
구미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판묵 외 2인)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1. 5. 14. 선고 2020가합16771 판결
【변론종결】
2022. 3. 30.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532,087,490원과 이 중 2,094,640,400원에 대하여는 2019. 12. 28.부터, 437,447,090원에 대하여는 2020. 7. 1.부터 각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사업의 추진
1) 국토교통부장관은 2016. 11. 23. 기존의 구미역, 왜관역, 대구역, 동대구역, 경산역을 개량하고, 사곡역, 서대구역을 신설하여 대구·경북 도시간 광역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고(국토교통부고시 제2016-729호), 2019. 3. 5. 구 철도건설법(법률 제15460호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로 변경되기 전의 것) 제9조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의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하였다(국토교통부고시 제2019-75호).
2) 원고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20조 제3항, 국가철도공단법에 따라 설립되어 철도시설의 건설과 관리 및 정부가 위탁한 사업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으로서,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되어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원고의 종전 명칭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었으나, 구 한국철도시설공단법이 2020. 6. 9. 법률 제17460호 ‘국가철도공단법’으로 개정되면서 2020. 9. 10.부터 그 명칭이 ‘국가철도공단’으로 변경되었다).
나. 피고 소유 공원 부지 및 시설의 사업지역 편입
1) 피고는 구미시 사곡동 (지번 1 생략) 공원 5383.1㎡, 구미시 사곡동 (지번 2 생략) 공원 11.5㎡, 구미시 사곡동 (지번 3 생략) 공원 210.7㎡(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의 소유자였는데, 이 사건 사업의 시행으로 이 사건 토지는 사곡역사를 신축하기 위한 사업부지인 구미시 사곡동 (지번 4 생략) 일대 20,405.3㎡에 편입되게 되었다.
2) 이 사건 사업 실시계획 승인 당시 이 사건 토지 위에는 농구장, 족구장 등의 체육시설과 벤치, 수목 등(이하 ‘이 사건 지장물’이라 한다)이 설치, 식재되어 일반 시민들이 이를 공원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다.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협의취득 절차
1) 원고는 2019. 9. 17.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무상귀속의 대상인 ‘종래의 공공시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상사용 및 무상귀속 협의 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및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로 결정하고 시행하여 조성된 공원이 아니고 지목만 ‘공원’인 공유재산 토지로서 무상귀속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상귀속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2)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대한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2,532,087,490원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2019. 12.경 국가(관리청: 국토교통부, 업무대행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하여 매매대금 2,532,087,490원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며, 원고는 피고에게 2019. 12. 27. 위 매매대금 중 2,094,640,400원, 2020. 6. 30. 나머지 437,447,090원을 각 지급하였다.
3) 2020. 8. 11.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2020. 8. 10.자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한 국가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4, 17호증, 을 제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업은 철도 건설에 관한 사업이므로 이 사건 사업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공공시설의 무상귀속 문제에 관하여는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철도건설법’이라 한다) 제15조 제3항이 국토계획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65조 제1항의 특별법으로서 우선하여 적용된다.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기존의 공공시설에 해당하고, 철도건설법 제15조 제3항에 따르면 기존의 공공시설은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되므로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인 원고에게 무상으로 귀속되어야 한다(원고는, 철도건설법 제15조 제3항을 적용할 경우, ‘단지형 개발사업’에 한하여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다252478 판결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설령 이 사건에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은 ‘단지형 개발사업’에 해당하고, 원고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에 정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행정청’이며,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무상으로 귀속되어야 하는 ‘종래의 공공시설’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의 무상귀속 협의절차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사업일정을 맞추기 위하여 부득이 협의취득 절차를 거쳐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을 유상으로 매입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정당한 원인 없이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매매대금 2,532,087,490원 상당의 이득을 얻고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사업에는 철도건설법이 국토계획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철도건설법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실시계획에 포함된 사업구역에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은 사업시행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대부하거나 매각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을 유상으로 매도한 것은 정당하다.
설령 이 사건 사업 시행에 따른 무상귀속 문제에 국토계획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은 ‘단지형 개발사업’이 아니고,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종래의 공공시설’이 아니므로,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원고에게 무상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국토계획법 제65조 제5항에 따르면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행정청인 경우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개발행위가 끝나 준공검사를 마친 때에 해당 시설의 관리청에 공공시설의 종류와 토지의 세목을 통지하여야 하고 그 통지를 한 날에 무상귀속이 이루어지므로, 적어도 사곡역사가 준공되기 전까지는 원고가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을 무상귀속으로 원시취득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사업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고 원고는 국가의 업무대행자로서 국가로부터 받은 예산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은 것이 없어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3. 관계 법령
이 사건에 관련된 법령은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4. 판 단
가. 철도건설사업과 국토계획법 제65조
1) 철도건설법 제3조는 "철도의 건설과 철도시설의 유지관리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도건설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철도건설사업에 있어서도 국토계획법 제65조가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철도건설법 제11조 제1항 제6호는 "철도건설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실시계획을 승인한 경우에는 국토계획법 제30조에 따른 도시·군관리계획의 결정(같은 법 제2조 제6호의 기반시설만 해당한다), 같은 법 제56조에 따른 개발행위의 허가, 같은 법 제86조에 따른 도시·군계획시설사업시행자의 지정 및 같은 법 제88조에 따른 실시계획의 작성·인가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토계획법 제65조는 다른 법률에 따라 개발행위허가가 의제되는 협의를 거친 인가·허가·승인 등에 대해서도 동법의 개발행위와 같게 취급하고 있다.
② 국토계획법 제65조 제9항은 "공공시설의 귀속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법률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어 철도건설법이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지 않다면, 국토계획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은 철도건설사업에 해당하고 철도건설법 제12조 또는 제13조 규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하므로 국토계획법 제6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철도건설법 규정을 이유로 이 사건 사업에 국토계획법 제6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① 철도건설법은 제12조에 의하면, 사업시행자는 철도건설사업을 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정하는 토지·물건 또는 권리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제1항). 그리고 같은 법 제13조에 의하면, 실시계획에 포함된 사업구역에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은 「국유재산법」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도 불구하고 사업시행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대부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제2항 전문). 그러나 위 철도건설법 조항에 따른 수용·사용이나 국공유재산의 대부·매각은 철도건설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확보하는 방편의 하나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위 조항이 곧바로 철도건설사업에 국토계획법 제65조 등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② 헌법재판소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전단이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을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되도록 한 것은 헌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공용수용의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고, 국토계획법 제65조 제2항 후단이 사업시행으로 용도폐지되는 공공시설을 사업주체에게 무상양도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공용수용에 따른 보상의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3. 25.자 2014헌바 156 결정). 위 결정의 취지를 감안하면,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 역시 공용수용이나 공용수용의 보상으로 볼 것은 아니므로,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을 철도건설법 제12조 등 수용절차의 변형물이라거나 이를 대체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③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토지 등의 수용 또는 사용(제63조), 국공유재산의 처분(제98조)이나 임대(제99조)에 관하여 규정하면서도 그와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무상귀속에 관한 규정(제97조 제1항)을 별도로 두고 있다.
나.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무상귀속 대상인지 여부
1) 원고가 국토계획법 제65조의 행정청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토계획법 제65조에 의하면,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행정청’인 경우에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새로 공공시설을 설치하거나 기존의 공공시설에 대체되는 공공시설을 설치한 경우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도 불구하고 새로 설치된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종래의 공공시설은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되는 반면(제1항),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행정청’이 아닌 경우에는 그가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관리할 관리청에 무상으로 귀속되고, 개발행위로 용도가 폐지되는 공공시설은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도 불구하고 새로 설치한 공공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할 수 있다(제2항). 이와 같이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 제2항은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행정청인 경우’와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가 행정청이 아닌 경우’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개발행위허가를 받기 전에 이미 행정청이거나 행정청이 아니라는 점이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다25247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국토계획법 제65조에 정해진 행정청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20조 제3항은 "국가는 철도시설 관련 업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그 집행조직으로서 철도청 및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관련 조직을 통·폐합하여 특별법에 의하여 국가철도공단을 설립한다."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국가철도공단법 제7조는 "국가철도공단은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 등의 사업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사업은 국가가 추진하는 철도시설의 건설사업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되기 전에 이미 그 설립행위 등을 통해 국가로부터 국가의 철도시설 관련 집행업무 권한을 위임받은 행정청으로 볼 수 있다(행정절차법 제2조 제1항 나목).
②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19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르면 철도의 관리청인 국토교통부장관은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 등에 관한 국토교통부장관의 업무 일부인, 국가가 추진하는 철도시설 건설사업의 집행, 국가 소유의 철도시설에 대한 사용료 징수 등 관리업무의 집행 등을 국가철도공단으로 하여금 대행하게 할 수 있고,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19조 제3항은 "국가철도공단이 제2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의 업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그 대행하는 범위 안에서 이 법과 그 밖의 철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때에는 그 철도의 관리청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사업이 국토계획법 제65조의 개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토계획법 제65조는 개발행위허가를 받는(의제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모든 개발사업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면적의 사업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단지형 개발사업’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며, 종래의 공공시설이 해당 개발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경우에 해당할 때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되거나 양도될 수 있는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다252478 판결 참조). 즉 국토계획법 제65조의 ‘개발행위’는 ‘단지형 개발사업’을 의미하는바, 갑 제1, 17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업은 그 목적과 규모에 비추어 넓은 면적의 사업구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지형 개발사업에 속하므로 국토계획법 제65조의 개발행위에 해당한다.
① 이 사건 사업은 구미, 칠곡, 대구, 경산 등 기존 경부선의 선로 여유용량을 활용하여 대구·경북권 광역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사업시행 장소는 경북 구미시 원평동·남통동·사곡동,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경산리 사정동·옥곡동, 대구 서구 이현동·평리동, 대구 북구 칠성동2가, 대구 동구 신암동이다.
② 이 사건 사업의 내용은 총 연장 61.85㎡, 정거장 7개소(기존역인 구미역, 왜관역, 대구역, 동대구역, 경산역 개량 및 사곡역, 서대구역 신설), 사업면적 총 84,129.3㎡이며, 그 중 이 사건 토지가 편입된 사곡역사 신축의 대지면적은 20,405.3㎡, 건축면적은 1,194㎡이다.
3)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국토계획법 제65조의 공공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
국토계획법 제65조의 무상귀속의 대상이 되는 종래의 공공시설인지는 사업실시계획의 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사업지구 내의 어느 토지가 무상귀속의 대상이 되는 종래의 공공시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실시계획 승인 이전에 이미 적법하게 행정재산으로 된 경우라야 한다. 그리고 무상귀속의 대상이 되는 종래의 공공시설에는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도 포함되는데, 국유재산법상의 행정재산이란 국가가 소유하는 재산으로서 직접 공용, 공공용 또는 기업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말하고(국유재산법 제6조 제2항 참조), 그중 도로와 같은 인공적 공공용 재산은 법령에 의하여 지정되거나 행정처분으로써 공공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경우 또는 행정재산으로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행정재산이 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5552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공원과 같은 인공적 공공용 재산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재산으로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공공용 재산이 되는데, 이 사건 사업 실시계획의 승인 당시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피고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실제로 사용되고 있었음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결국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공공용 재산으로서 국유재산법상의 행정재산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국토계획법 제65조에 정해진 공공시설에 해당한다(이와 달리 공원으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에도 법령에 의하여 지정되거나 행정처분으로써 별도의 공용개시행위가 있는 경우에만 행정재산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소결
원고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행정청으로서 이 사건 사업을 시행하였고,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은 위 사업구역 내에 존재하는 종래의 공공시설이므로,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무상귀속의 대상이 된다.
다. 보상금에 관한 부당이득의 성립
1)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 당시의 종래의 공공시설은 사업시행자에게 무상귀속되고, 이는 사업시행자가 준공검사를 마친 다음 관리청에게 공공시설의 종류와 토지의 세목을 통지한 시점에서 법률의 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으로서 사업시행자는 종래의 공공시설을 원시취득하게 되는바, 피고가 사업시행자인 원고의 무상귀속 협의절차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부득이 그 사업일정을 맞추고자 원고가 유상매수 협의취득 및 토지수용절차를 거쳐 그 보상금을 지급하고 종래의 공공시설을 취득하였다면, 가사 매매계약과 토지수용절차에서의 재결에 무효나 취소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정당한 원인 없이 보상금액 상당의 이득을 얻은 셈이 된다(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5다228744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무상귀속의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피고가 무상귀속 절차에 협력하지 아니하여 원고는 피고에게 보상금(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국가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쳤으므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이 사건 보상금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부당이득반환의 법리에 따라 이를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국토계획법 제65조에 의하면 준공이 완료된 때에 종전 공공시설의 소유권이 국가 등에 무상귀속되는 것인데, 아직 이 사건 사업의 준공이 완료되지 않아 무상귀속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매매계약이 유효하고 보상금은 법률상 원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해 사업시행자에게 무상귀속되어야 하는 것이 명백한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하여 그것이 유상취득 대상임을 전제로 보상금이 수수된 이상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보상금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고 볼 것이므로, 이와 다른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귀속주체
1)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 무상귀속 협의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여 국가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매매대금으로 2,532,087,490원을 지급한 사실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이 국토계획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무상귀속의 대상이 되는 ‘종래의 공공시설’에 해당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관계 법령의 내용 및 갑 제12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국토교통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국가의 업무대행자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업무 및 피고에 대한 매매대금 지급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므로,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협의취득 절차로 인하여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철도산업안전법 제20조 제3항, 국가철도공단법에 의하면, 원고는 국가가 철도시설 관련 업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그 ‘집행조직’으로서 설립한 법인이다. 그리고 철도산업안전법 제19조,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 의하면, 철도의 관리청은 원칙적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이고, 원고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 등에 관한 ‘국토교통부장관의 업무의 일부’, 즉 국가가 추진하는 철도시설 건설사업의 집행, 국가 소유의 철도시설에 대한 사용료 징수 등 관리업무의 집행, 철도시설의 안전유지, 철도시설과 이를 이용하는 철도차량간의 종합적인 성능검증·안전상태점검 등 철도시설의 안전을 위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업무, 그 밖에 국토교통부장관이 철도시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를 대행하게 할 경우에만 그 업무대행 범위 내에서 철도의 관리청으로 간주된다. 즉 원고는 국가로부터 철도시설 관련 집행업무를 위탁받은 집행기관이자 국토교통부의 철도 관리 업무의 대행기관으로서 이 사건 사업을 시행하는 지위에 있다.
② 2019. 12.경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될 당시 작성된 용지매매계약서(갑 제12호증)에도 매수인으로 "국(관리청: 국토교통부)"이, 그 업무대행자로 "원고(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가 분명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위 매매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에 관하여는 국가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③ 철도건설법 제8조에 따르면 철도건설사업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원고가 시행할 수 있으나, 같은 법 제20조는 "철도건설에 관한 비용은 철도건설법 또는 다른 법류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철도는 국고 부담으로 하고, 고속철도는 국고와 사업시행자 간의 분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의 귀속과 관련하여 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식적인 지급 절차에 따른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위 대금을 국가가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원고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19조,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국가가 추진하는 철도시설 건설사업의 집행에 대한 국토교통부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자이고, 국토교통부로부터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총 486억 원의 이 사건 사업출연금 예산을 교부받아 이 사건 사업비로 집행하고 있다’고 회신하였다.
④ 국가철도공단법은 제7조에서 원고가 수행하는 사업 내용으로 "1.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 2. 외국철도 건설과 남북 연결 철도망 및 동북아 철도망의 건설, 3. 철도시설에 관한 기술의 개발·관리 및 지원, 4. 철도시설 건설 및 관리에 따른 철도의 역세권, 철도 부근 지역 및 철도건설법 제23조의2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점용허가한 철도 관련 국유재산의 개발·운영, 5. 건널목 입체화 등 철도 횡단시설사업, 6. 철도의 안전관리 및 재해 대책의 집행, 7.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또는 타인이 위탁한 사업, 8.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사업에 딸린 사업, 9.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사업을 위한 부동산의 취득, 공급 및 관리"를 열거하고 있는바, 철도시설 건설사업 추진 시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채권의 행사에 관한 업무는 위 원고의 사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라. 소결
원고가 이 사건 토지 및 지장물의 협의취득과 관련하여 피고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손병원(재판장) 김규화 박지원 |
231,613 | 공유물분할 | 2021나22849 | 20,220,511 | 선고 | 대구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탈퇴)】
원고 1 외 3인
【원고 승계참가인】
교보자산신탁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순재)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동원)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21. 4. 15. 선고 2019가합208001 판결
【변론종결】
2022. 3. 2.
【주 문】
1. 이 법원에서의 승계참가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 소송승계참가인으로부터 476,745,940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피고 지분 2/9에 관하여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주문 제1항의 변경주문과 같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승계참가인은 이 법원에 이르러 승계참가를 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탈퇴하였으므로, 원고 승계참가인의 승계참가취지를 청구취지로 선해하며, 항소취지도 그에 따라 변경된 것으로 본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원고(탈퇴)[이하 ‘원고’라 한다] 원고 1은 망 소외인의 처이고, 원고 2, 원고 3, 원고 4와 피고는 원고 1과 망 소외인의 자녀들이다.
나. 부동산 소유관계
1)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사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원고 1은 1/9지분을, 원고 2, 원고 3, 원고 4는 각 2/9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2) 원고들은 2021. 11. 10. 주식회사 유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원고들의 각 지분을 매도하였고, 2021. 11. 30. 이 사건 건물의 7/9 지분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주식회사 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며, 같은 날 위 7/9 지분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한 원고 승계참가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3) 한편 이 사건 건물 부지인 대구 동구 (주소 생략) 대 1615.6㎡(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원고 1은 585.4/641.4 지분을, 원고 3, 원고 2는 각 28/641.4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원고 1, 원고 3, 원고 2는 2021. 11. 10. 주식회사 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였고, 2021. 11. 30.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주식회사 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다. 분할방법 미협의
원고들, 원고 승계참가인,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별도의 분할금지 약정이 없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그 분할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의 공유자인 원고 승계참가인은 민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 다른 공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건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나. 공유물분할의 방법
1) 관련 법리
공유물분할의 소는 형성의 소로서 공유자 상호간의 지분의 교환 또는 매매를 통하여 공유의 객체를 단독 소유권의 대상으로 하여 그 객체에 대한 공유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말하므로, 법원은 공유물분할을 청구하는 자가 구하는 방법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자유로운 재량에 따라 공유관계나 그 객체인 물건의 제반 상황에 따라 공유자의 지분 비율에 따른 합리적인 분할을 하면 된다.
공유관계의 발생원인과 공유지분의 비율 및 분할된 경우의 경제적 가치, 분할 방법에 관한 공유자의 희망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공유물을 특정한 자에게 취득시키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고, 다른 공유자에게는 그 지분의 가격을 취득시키는 것이 공유자 간의 실질적인 공평을 해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공유물을 공유자 중의 1인의 단독소유 또는 수인의 공유로 하되 현물을 소유하게 되는 공유자로 하여금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그 지분의 적정하고도 합리적인 가격을 배상시키는 방법에 의한 분할도 현물분할의 하나로 허용된다(대법원 2004. 10. 14. 선고 2004다3058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을 제3, 4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건물의 피고 지분을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취득시키는 것이 상당하고, 피고에게 그 지분의 가격을 취득시키는 것이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해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 승계참가인이 구하는 바와 같이, 원고 승계참가인이 이 사건 건물에 관한 피고 지분을 취득하는 대신 피고에게 피고 지분의 가액을 지급하게 하는 전면적 가격배상 방법에 따른 분할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① 이 사건 건물은 집합건물이 아닌 단일한 건물이고, 각 층별로 면적, 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원고 승계참가인 및 피고 소유 각 공유지분에 따라 일부씩 현물로 분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용이하기 않고, 경제적 효용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② 이 사건 건물이 경매를 통해 분할된다면, 이 사건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달라짐으로 인하여 법정지상권의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고, 또 경매의 경우 감정가 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되는 것이 일반적임에 따라, 그 매각가격이 시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결과는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 모두의 손해로 귀결된다. 반면 피고에 비해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원고 승계참가인이 피고의 지분을 시가에 따라 취득할 경우,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 모두 충분한 경제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제1심법원의 시가감정촉탁 결과는 이 사건 건물이 철거될 위험이 없음을 전제로 감정되었다).
③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2/9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 사건 건물 지분에 대하여 특별한 사용계획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원고 승계참가인은 아파트 신축사업의 시행사인 주식회사 유로부터 신탁을 받아 이 사건 건물 7/9 지분과 이 사건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이 사건 건물의 나머지 지분인 피고 지분을 시가에 따라 취득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그 대금을 지급할 능력 또한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한편, ㉠ 원고 승계참가인의 지분(7/9)이 피고의 지분(9/2)에 비해 훨씬 큰 점, ㉡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의 대지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는 지분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피고가 원고 승계참가인의 이 사건 건물 지분을 취득할 경우 원고 승계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토지의 사용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 또한 시장가격에 따라 피고 지분을 매도하는 것에 대하여는 동의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 승계참가인의 공유지분을 취득하는 것보다 원고 승계참가인이 피고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더 합리적 방법으로 보인다.
다. 보상가액의 산정
제1심법원의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2020. 11. 24. 기준 이 사건 건물의 시가는 2,145,356,730원이고, 그 이후에도 같은 가격일 것으로 추인되므로 피고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지분 2/9를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귀속시키는 경우 피고가 원고 승계참가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보상액은 476,745,940원(= 2,145,356,730원 × 2/9)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건물의 7/9 지분을 4,200,000,000원에 매도하였으므로, 피고의 2/9 지분에 관한 보상액은 1,200,000,000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은 원고들이 이 사건 소송을 진행하던 중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하려는 시행사에게 매도한 것으로서 그 매매가격이 이 사건 건물의 객관적인 시가와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앞서 본 감정가액을 무시한 채 위 원고들의 지분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피고 지분의 가액을 1,200,000,000원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 승계참가인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 승계참가인으로부터 476,745,940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 승계참가인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피고 지분 2/9에 관하여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승계참가인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하므로, 이 법원에서의 승계참가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손병원(재판장) 김규화 박지원 |
221,781 |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2017두54005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에서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는 ‘사업의 경영담당자’와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의 의미 [3] 사용자가 한 발언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및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4]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특정 노동조합과 연대하려고 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특정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경우, 부당노동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그 특정 노동조합이 자신의 명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의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그 권한과 책임의 범위 내에서 사업주를 위하여 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경우, 이러한 행위를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에서 ‘사용자’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업의 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사람을 말하고,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을 말한다. [3] 사용자가 한 발언의 내용,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과 시점,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 [4] 노동조합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소속 조합원으로 가입한 근로자 또는 그 소속 조합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으므로, 그 경우에도 자신의 명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법리는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다른 노동조합과 연대하려고 하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특정 노동조합과 연대하려고 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특정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경우에도 자신의 명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의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는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으므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그 권한과 책임의 범위 내에서 사업주를 위하여 한 행위가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로 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로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사업주가 그 선임 및 업무수행상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부당노동행위가 행해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제81조 제1항, 제82조, 제84조 /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 [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1항 제4호 / [4]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 제1항 / [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2호, 제81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26조[증명책임] | [2]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4413 판결 / [3]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 [4]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두19249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노성진 외 1인)
【피고, 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금륜산업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영남택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인 담당변호사 김현영 외 3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7. 6. 22. 선고 2017누1050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상고이유의 요지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1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에 조직되어 있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의 영남택시분회위원장으로 재임하다가 2015. 2. 27. 참가인 소속 운전직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업단위 노동조합인 영남택시(주)노동조합을 설립하여 그 위원장이 되었고 2015. 3. 5.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에서 제명되었다.
(2)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부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소외 1은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을 탈퇴한 후 2015. 2. 13. 원고 전국택시 산별노동조합(이하 ‘원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을 설립하였다. 영남택시(주)노동조합은 원고 노동조합에 가입신청을 하였고 2015. 3. 5. 원고 노동조합으로부터 가입에 대한 인준장을 받았다.
(3) 참가인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는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2015. 3. 무렵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개시되었는데, 원고 1과 원고 노동조합의 활동 여하에 따라 오랜 기간 참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영남택시분회)이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4) 원고 1은 2015. 5. 1. 참가인 상무이사 소외 2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자리에서 소외 2는 원고 1에게 노동조합의 설립·운영에 관하여 기존에 제시하였던 세 가지 안을 언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하고, 그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시 살펴본다).
(5) 원고들은 소외 2와 참가인을 상대로, 이 사건 발언이 원고 1을 회유하는 것으로서 원고들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벽보를 참가인 사업장 내에 3개월 동안 게시할 것을 구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소외 2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각하하고, 참가인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소외 2는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고, 소외 2가 이 사건 발언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6) 원고들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심은 소외 2가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있고, 이 사건 발언도 원고들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재심판정 전부를 취소하였다.
나. 상고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와 참가인 주장의 요지는, 소외 2는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고, 이 사건 발언은 소외 2와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원고 노동조합은 영남택시(주)노동조합의 상급단체가 아니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신청인적격이 없다는 것이다.
2. 소외 2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있는지에 관하여
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노동조합법 제81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되는 ‘사용자’에는 사업주뿐만 아니라 사업의 경영담당자,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4413 판결 참조). 한편 노동조합법 제82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그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84조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한 때에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용자의 범위는 조문의 체계 및 규정의 문언 등에 비추어 노동조합법 제81조에서 정한 ‘사용자’의 범위와 같다고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다.
(2) 노동조합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다고 볼 수 있다(근로기준법에 관한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도10873 판결 참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피신청인적격의 존부를 판단할 때도 이와 같은 정책적 배려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확보하여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참조). 그런데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이 다양하고 노사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영향도 다각적이어서 부당노동행위의 예방·제거를 위한 구제명령의 방법과 내용은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으므로, 구제명령을 발령할 상대방도 구제명령의 내용이나 그 이행 방법, 구제명령을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이나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그 상대방이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소외 2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은 당사자능력의 존부가 문제 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이 사건 발언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에서 ‘사용자’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업의 경영담당자’란 사업경영 일반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사업주로부터 사업경영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대외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사람을 말하고,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을 말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4413 판결 참조).
원심은, 소외 2가 참가인 대표이사의 아들이면서 사내이사 겸 지배인으로 근무하여 온 사람으로서 이 사건 발언 당시의 대화 내용 중에 그가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관하여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소외 2가 참가인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사용자가 한 발언의 내용,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과 시점,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의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참조).
원심은 이 사건 발언에서 제시된 세 가지 안 중, 1안은 원고 1이 새로운 조합을 결성하는 것까지는 용인하겠으나 제3자(소외 1)를 개입시키지 말고 참가인에 대하여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를, 2안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고 택시운전 업무에만 전념하면 새 택시를 제공하는 등 그에 따른 대우를 해주겠다는 취지를, 3안은 아예 퇴직을 결심하면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 미지급분 및 노동조합 전임자를 그만두면서 발생한 퇴직금 손실 등을 보전해주겠다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고, 나아가 소외 2는 원고 1로 하여금 영남택시(주)노동조합의 조직 내지 운영에 관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원고 1이 결성한 영남택시(주)노동조합이 원고 노동조합에 가입 혹은 원고 노동조합과 연합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원고 1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소외 2의 이 사건 발언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에 규정된 노동조합의 운영에 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원고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에 관하여
가. 노동조합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소속 조합원으로 가입한 근로자 또는 그 소속 조합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으므로, 그 경우에도 자신의 명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두1924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다른 노동조합과 연대하려고 하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특정 노동조합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특정 노동조합과 연대하려고 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특정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경우에도 자신의 명의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발언이 원고 1이나 영남택시(주)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 노동조합의 권리가 침해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소외 2가 원고 1에게 원고 노동조합과 연대하지 말라는 취지로 회유한 행위는 원고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원고 노동조합에도 이 사건 발언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노동조합에 가입 혹은 연대하려고 하는 영남택시(주)노동조합이나 그 대표자인 원고 1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는 이상 원고 노동조합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비록 원심의 판단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점은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신청인적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이 사건 발언이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가.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는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으므로,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그 권한과 책임의 범위 내에서 사업주를 위하여 한 행위가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로 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가 되는 경우 이러한 행위는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로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사업주가 그 선임 및 업무수행상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당노동행위가 행해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
나.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으로서의 소외 2의 지위와 권한, 이 사건 발언 내용과 그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발언은 사업주인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로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 판단할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 원심의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발언이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로도 인정되는 이상 원심이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28,347 |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 2020누56508 | 20,220,512 | 선고 | 서울고법 | 일반행정 | 판결 : 상고 | 소각로 제작 및 설치업 등을 영위하는 甲 주식회사가, 지방자치단체가 조달청이나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하여 실시한 중소형 폐기물 소각시설 건설 공사 입찰에서 乙 주식회사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甲 회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각 입찰에 관하여 乙 회사의 낙찰을 전제로 유찰 방지를 위하여 甲 회사가 들러리로 참여한다는 점에 관하여 두 회사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합의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위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 | 소각로 제작 및 설치업 등을 영위하는 甲 주식회사가, 지방자치단체가 조달청이나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하여 실시한 중소형 폐기물 소각시설 건설 공사 입찰에서 乙 주식회사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甲 회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사안이다. 乙 회사는 4년 5개월에 걸쳐 있었던 각 입찰 때마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입찰가격을 사전에 甲 회사에 알려 주었고 어떤 입찰의 경우에는 입찰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샘플까지 甲 회사에 전달하였던 점, 각 입찰에서 乙 회사가 낙찰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던 반면 공공부문 소각로 사업이 주력 사업이 아니었던 甲 회사는 낙찰이 쉽지 않았던 처지로 보이는 점, 甲 회사는 각 입찰을 이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각 입찰을 낙찰받을 의사가 있었는지도 의문스러운 점, 甲 회사는 乙 회사와 민간 부문 공사를 포함하여 여러 입찰이나 계약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乙 회사의 들러리 요청을 수락할 필요가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각 입찰에 관하여 乙 회사의 낙찰을 전제로 유찰 방지를 위하여 甲 회사가 들러리로 참여한다는 점에 관하여 두 회사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합의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고, 위 공동행위에 의하여 대기업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제한되고 다른 중소기업자들이 재입찰 등의 절차에 참가하여 경쟁을 할 기회를 제한받았으므로, 해당 거래분야인 중소형 소각로 입찰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하였고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 자체도 제한되었다고 볼 수 있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8호(현행 제40조 제1항 제8호 참조), 제21조(현행 제42조 참조), 제22조(현행 제43조 참조) | null | 【원 고】
주식회사 조선내화이엔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이인석 외 3인)
【피 고】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선 담당변호사 강지현)
【변론종결】
2022. 4. 14.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8. 12. 원고에 대하여 의결 제2020-227호로 한 별지 1 기재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및 일반 현황
원고와 주식회사 대경에스코(이하 회사명을 기재할 때는 두 번째부터는 ‘주식회사’ 등 회사의 종류 기재를 생략한다)는 소각로 제작 및 설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원고의 일반 현황은 〈표 1〉과 같다.
〈표 1〉
원고의 일반 현황(해당연도 말 기준, 단위: 백만 원)구분연도별자본금자본총계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설립일원고20195,00027,16762,7891,8452,7382008. 3. 13.20185,00025,74936,7036081,83920175,00029,06141,0782,6903,352
나. 입찰의 개요
이 사건에서 처분의 대상이 된 입찰은 신안군 등 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조달청이나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하여 실시된 11건의 중소형 폐기물 소각시설(처리용량: 70t/일) 건설 공사 입찰(이하 ‘이 사건 각 입찰’이라 하고, 개별 입찰을 지칭할 때는 아래 〈표 4〉의 연번에 따라 ‘연번 1 입찰’과 같은 방법으로 한다)이다.
1) 사업 방식
중소형 폐기물 소각시설 건설 사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발주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3조에 따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중소형 소각로(처리용량 70t/일 이하)의 설치공사 부문만 따로 떼어 조달청에 계약을 의뢰하는 방식 또는 한국환경공단에 위 건설 사업의 계약부터 준공까지 사업 일체를 위탁하고 한국환경공단이 소각로 설치공사 부문만 따로 떼어 공법 심의를 통해 업체를 선정한 후 조달청에 수의계약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사건 각 입찰 중 10건(연번 1~9, 11 입찰)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조달청에 계약을 의뢰하여 진행되었고, 나머지 1건(연번 10 입찰)은 인제군이 한국환경공단에 사업을 위탁하여 진행되었다.
2) 낙찰자 선정 방식
조달청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기획재정부 회계예규)과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조달청 내부지침) 등에 따라 입찰자들로부터 기술제안서와 입찰가격을 제출받고 평가위원회의 기술능력평가를 거쳐 아래 〈표 2〉와 같이 기술점수(80점)와 가격점수(20점)의 합계가 70점 이상인 자를 협상적격자로 선정한 후 점수가 높은 순으로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
〈표 2〉
기술제안서 평가항목 및 배점한도(조달청)기술능력(80)가격(20)정성평가(60)정량평가(20)배점 × (최저입찰가격 / 해당 입찰가격)성능 및 안전성(20)공해방지의 적정성(10)설비의 적정성(20)편의성 및 유지관리(10)사업수행 실적(6)기술인력 보유상태(6)경영상태(6)신인도(2)
한편 한국환경공단은「기술제안서 평가기준」(한국환경공단 내부기준)에 따라 입찰자로부터 기술제안서와 제안공사비 내역을 제출받아 〈표 3〉과 같이 한국환경공단 내 구성된 기술자문위원회 평가위원이 평가하는 기술능력에 대한 정성평가(배점 58점)와 공단의 사업부서가 평가하는 정량평가(27점) 및 가격평가(15점)를 거쳐 최고 득점자를 선정한 후 조달청에 수의계약을 의뢰하였다.
〈표 3〉
기술제안서 평가항목 및 배점한도(한국환경공단)기술능력(85)가격(15)정성평가(58)정량평가(27)(해당 제안공사비 / 제안공사비 평균) × 100공정의 계획성(10)기술의 적정성(25)기술지원 등(15)처리효율 등(8)유지관리(15)보증기간(3)적용실적(3)기술인력(2)경영상태(2)신기술 보유(2)
3) 투찰 내역 및 결과
이 사건 각 입찰의 투찰 내역 및 결과는 아래 〈표 4〉의 연번 1~11 기재와 같다(원고는 2011. 3. 1. 자로 주식회사 삼평의 환경사업부를 영업양수 하였는데, 표 상단의 신안군 ○○면 공사와 여수시 △△면 거문 공사는 원고의 영업양수 전에 삼평이 참여한 입찰로, 이 사건에서 처분 대상이 된 입찰은 아니지만, 사건의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 표에 함께 기재하였다).
〈표 4〉
이 사건 각 입찰별 투찰내역 및 결과(단위: 백만 원, %)연번공사명개찰일예정가격입찰참여사(담합 미참여사)입찰가격투찰률가격점수기술점수종합점수낙찰자(계약가격)-신안군 ○○면2010. 3. 30.미공개대경에스코1,106-20.064.884.8대경에스코(995)삼평1,112-19.954.374.2-여수시 △△면 거문2010. 4. 17.미공개대경에스코670-19.667.186.7대경에스코(611)삼평656-20.060.580.51제주시 □□면2011. 6. 16.1,137대경에스코1,11297.819.970.089.9대경에스코(1,112)원고1,10897.420.049.869.82제주시 ◇◇2011. 6. 21.641대경에스코62096.719.868.388.1대경에스코(620)원고61696.120.049.569.5(부강산업)61596.020.049.569.53신안군 ☆☆면 해양쓰레기2012. 11. 8.2,002대경에스코1,93296.519.967.086.9대경에스코(1,932)원고1,91995.620.055.375.3(덕산엔지니어링)무효(입찰보증금 미납)(부강산업)무효(제안서 미제출)4신안군 ▽▽면2013. 9. 10.1,190대경에스코1,17498.620.067.387.3대경에스코(1,174)원고1,17298.420.058.278.25여수시 ◎면 ◁◁2013. 11. 19.749대경에스코73698.317.170.087.1대경에스코(736)원고72897.217.362.579.8주식회사 동방환경기연63184.220.055.375.36완도군 ▷▷, ♤♤2013. 12. 10.1,368대경에스코1,33297.418.866.285.0대경에스코(1,333)원고1,32496.819.054.873.8(동방환경기연)1,25591.820.053.773.77고흥군 ♡♡♡2014. 4. 2.598대경에스코57996.719.773.693.3대경에스코(578)원고57095.220.070.490.48신안군 ●●●2014. 6. 10.985대경에스코95196.519.573.492.9대경에스코(951)원고93795.219.867.787.5(동방환경기연)92994.220.064.784.79신안군 해양쓰레기2014. 7. 11.7,553대경에스코6,98092.818.974.092.9대경에스코(6,980)원고6,99693.018.967.486.3(동방환경기연)6,59887.720.063.983.910인제군2015. 8. 11.6,410대경에스코6,28998.113.579.593.0대경에스코(5,185)원고6,34999.012.071.983.911괴산군2015. 11. 10.6,109대경에스코5,79794.98.785.894.5대경에스코(5,797)원고5,80895.18.783.492.1(동방환경기연)5,04082.510.077.287.2(시그마테크놀로지)5,16184.59.878.788.5
다. 피고의 처분
피고는 2020. 8. 12. 의결 제2020-227호로, 원고와 대경에스코가 이 사건 각 입찰에 관하여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서 금지하는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와 대경에스코에 ① 같은 법 제21조에 따른 시정명령(재발방지 명령)과 ② 같은 법 제22조에 따른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는데, 이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은 별지 1과 같다(원고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 부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담합 합의의 부존재
원고는 대경에스코의 권유에 따라 이 사건 각 입찰에 참여한 것일 뿐, 대경에스코와 낙찰예정자에 대한 합의까지 한 사실이 없다. 원고는 삼평의 환경사업부를 인수한 후 ‘중소형 폐기물 소각로 설치공사 공공입찰’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향후 낙찰을 기대하면서 이 사건 각 입찰에 꾸준히 참여하였다. 원고는 기술개발 등을 통해 기술 부분 점수를 꾸준히 높여가면서 대경에스코와 경쟁하였고, 그 결과 기술 부분 점수 격차를 점차 좁힐 수 있었다. 위 점수 차이는 2011. 6.경의 연번 1 입찰에서 20점 이상이었지만, 2015. 11.경의 연번 11 입찰에서는 2.4점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들러리로 이 사건 각 입찰에 참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경쟁제한성의 부존재
가) 원고의 입찰 참가는 이 사건 각 입찰의 경쟁사업자의 수를 증가시키는 행위이므로, 그 자체로 경쟁을 촉진할 뿐이고, 원고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대경에스코가 어차피 수의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원고의 입찰 참가로 인하여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각 입찰의 대상인 중소형 소각로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에 해당하였으므로, 대기업은 입찰 자체에 참여할 수 없었고, 가까운 장래에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해질 개연성도 없었다. 따라서 원고의 입찰 참가로 인하여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대기업의 입찰 참가 가능성이 제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판단
1) 담합 합의의 존부
가) 관련 법리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된다. 여기서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호에 열거된 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호증, 을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입찰에 관하여 대경에스코의 낙찰을 전제로 유찰 방지를 위하여 원고가 들러리로 참여한다는 점에 대하여, 원고와 대경에스코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합의가 존재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이 합의를 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아래의 진술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경에스코는 4년 5개월에 걸쳐 있었던 이 사건 각 입찰 때마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입찰가격을 사전에 원고에게 알려 주었고, 연번 1 입찰의 경우에는 입찰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의 샘플까지 원고에게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행동들이 진정한 경쟁을 하는 사업자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일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는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참여자를 정하는 입찰담합에서 빈번히 발견되는 모습이다. 원고는 2021. 6. 10. 자 준비서면에서 ‘대경에스코에 속아서 이 사건 각 입찰에 참여하였다.’고 주장하며 대경에스코의 위와 같은 행동들이 담합 합의가 아니라 원고를 속여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인할 목적에서 한 행위라고 주장하나, 소장을 포함하여 그 이전까지는 원고가 이러한 주장을 한 바 없다는 점에서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 대경에스코의 소외 1 대표이사는 피고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매번 해당 입찰 공고 후에 원고의 소외 2 부장에게 유선으로 연락하여, 입찰에 계속 참여해 달라고 하였고, 대경에스코의 투찰예정가를 알려주면서 너무 낮은 금액으로 투찰하지 말아달라고 하였다.’, ‘소외 2 부장이 원고로 회사를 옮겨서 참고자료가 없으니 제안서 샘플 등을 요청하였고, 소외 3 전무에게 얘기하여 소외 3의 지시를 받은 소외 4 부장이 제안서 샘플을 USB에 담아서 소외 2 부장에게 전달하였다.’(갑 제2호증의 3, 4쪽)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소외 1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매번 원고에 대경에스코가 투찰할 가격을 알려주었다.’(증인신문녹취서 15쪽)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소외 1은 위 증인신문에서 ‘연번 10 입찰(인제군 입찰)에서는 입찰가격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라고도 증언하였으나(증인신문녹취서 28~29쪽), 그의 종전 진술 및 직전 증언과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보듯이 연번 10 입찰의 경우에도 원고와 대경에스코의 입찰가격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비추어 위 번복 증언 부분은 믿기 어렵다.
㉡ 대경에스코 소외 3 전무 역시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매번 대경에스코의 입찰가격을 원고에게 알려주었고 기술제안서 작성을 도와주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대경에스코의 소외 4 부장이 USB에 담아서 원고를 직접 방문하여 소외 2 부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다.’며 소외 1과 동일하게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5, 8쪽).
㉢ 원고의 소외 2 부장은 피고 조사에서, 제안서 샘플에 관하여는 삼평에서 원고로 변경되고 한 번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여 위 소외 1의 진술과 일치하게 진술하였으나, 입찰가격에 관하여는 초기 3회의 입찰에서만 대경에스코가 입찰가격을 알려주었다고 진술하여 소외 1과 달리 진술하였고(갑 제3호증의 5쪽), 원고의 소외 5 前 상무(삼평 시절부터 2015. 3.까지 재직) 또한 피고 조사에서 ‘원고 초기 때만 입찰가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을 제2호증의 5쪽). 그런데 소외 1은 이 법정에서 담합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입찰가격을 매번 전달한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였던 점, 첫 3회의 입찰뿐 아니라 연번 4~11 입찰에서도 원고와 대경에스코의 입찰가격에 큰 차이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들보다 소외 1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
② 아래에서 보는 진술 내용들과 기술점수의 비중 및 입찰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대경에스코가 낙찰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던 반면, 공공부문 소각로 사업이 주력 사업이 아니었던 원고는 낙찰이 쉽지 않았던 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다만 연번 7 입찰과 연번 11 입찰에서는 두 회사의 기술점수 차이가 그 외의 입찰보다는 상당히 줄어들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에게 적극적인 낙찰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 낙찰자 결정방식은 연번 1~9 입찰의 경우에는 총점 100점 중 기술점수 80점과 가격점수 20점이며, 연번 10 입찰의 경우에는 기술점수 85점과 가격점수 15점이며, 연번 11 입찰의 경우에는 기술점수가 90점, 가격점수 10점을 차지하여, 기술점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연번 1~9, 11 입찰에서는 가격점수를 ‘배점 × (최저입찰가격 / 해당 입찰가격)’의 방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입찰가격의 차이가 크더라도 가격점수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A회사가 예정가격의 80%로 투찰하고 B회사가 100%로 투찰한 극단적인 경우(총점 20점)에서도 A회사(20 × 1 = 20점)가 후자의 회사(20 × 0.8 = 16점)보다 4점밖에 높지 않다]. 따라서 기술점수가 높은 회사는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낙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게 된다.
㉡ 아래 표에서 보듯이, 원고와 대경에스코의 기술점수 차이는 연번 1 입찰부터 연번 6 입찰까지는 7.5점~20.2점이었고, 그 후에는 그 차이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으나, 연번 7 입찰과 연번 11 입찰을 제외하고는 5점 이상의 차이가 유지되었다.
(단위: 점/음수인 경우는 원고의 점수가 높은 경우임)격차연번 1연번 2연번 3연번 4연번 5연번 6연번 7연번 8연번 9연번 10연번 11기술점수20.218.811.79.17.511.43.25.76.67.62.4가격점수-0.1-0.2-0.10-0.2-0.2-0.3-0.301.50종합점수20.118.611.69.17.311.22.95.46.69.12.4
㉢ 대경에스코와 원고 모두, 관련 기술력이 월등한 대경에스코가 낙찰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경에스코 소외 1 대표이사는 이 법원에서 ‘대경에스코 입장에서는 낙찰받을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원고를) 그냥 참여만 시키면 되는 것이었다.’(증인신문녹취서 21쪽)라고 진술하였고, 대경에스코 소외 3 전무는 피고 조사에서 ‘중소기업끼리 경쟁을 하게 될 경우 기술력이 매우 앞서 있었던 대경에스코의 경쟁업체가 별로 없었고, 대경에스코의 낙찰이 확실시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4쪽). 원고의 소외 2 부장도 입찰 참여를 권유하는 소외 1에게 ‘정량점수가 차이가 많이 나서 입찰 참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였다(갑 제3호증의 4쪽).
③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입찰을 이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아래 진술에서 보듯이, 원고의 소외 2 부장은 자신의 낙찰 실적을 마련하기 위해 대경에스코에 부탁하여 이 사건 각 입찰과 대상이 동일한 중소형 소각로 설치공사 입찰을 원고에 양보하도록 한 후 이를 대경에스코에 하도급을 준 사실이 있는데, 원고가 직접 공사를 하지 않고 하도급을 준 배경에는 대경에스코에 대한 사례라는 측면 외에도 원고가 이를 이행할 능력이 부족하였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원고가 마지막 입찰인 연번 11 입찰(2015. 11.) 직전까지도 중소형 소각로 설치공사를 이행할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대경에스코의 소외 1 대표이사는 피고 조사에서, “2015. 8.경에 있었던 신안군 ▲▲면 소각로 설치공사의 경우, 2015. 7. 14. 입찰공고 직후 원고의 소외 2 부장이 ‘입찰에 계속 떨어져서 사장님께 많이 혼나는 등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야 할 정도여서 수주실적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여, 대경에스코에서 입찰가격을 예정가격보다 높게 투찰하여 탈락할 것이니 원고가 수주하면 대경에스코에 하도급을 줄 수 있는지 물었고, 투찰하기 일주일 전 소외 2 부장이 하도급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대경에스코는 원고와 합의한 대로 예정가격을 초과하여 탈락하고 원고가 수주하였으며, 원고는 소각로 부분을 대경에스코에 하도급을 주었다.”라고 진술하였고(갑 제2호증의 7쪽), 대경에스코의 소외 3 전무와 원고의 소외 2 부장도 피고 조사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7쪽, 갑 제3호증의 3~4쪽). 특히 소외 2는 “투찰 일주일 전에 소외 1이 전화하여 하도급을 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자신이 결정할 수는 없고, 다만 원고가 수주를 하면 어차피 하도급을 주어야 하니 하도급 업체를 결정할 때 후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원고는 처음부터 하도급을 전제로 입찰에 참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또한 원고의 소외 6 상무는 피고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소외 2 부장이 2015. 7.경 대경에스코가 위 신안군 ▲▲면 소각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만약 원고가 수주하게 되면 대경에스코에 일부 하도급을 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2015. 8. 27. 개찰 후 제가 대표이사에게 수주 사실을 보고하였고, 구매팀 소외 7 상무에게 ‘원고는 소형 소각로 설치공사 경험이 없고, 소각로 입찰의 설치 지역이 도서지방이며, 대경에스코가 소형 소각로 설치공사 실적이 많으므로 업무 편의상 대경에스코에 하도급을 주는 것이 원고 입장에서 유리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하도급 수주업체로 대경에스코를 추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을 제4호증의 3~4쪽).
④ 아래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낙찰가능성과 이행능력뿐 아니라,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입찰을 낙찰받을 의사가 있었는지조차도 의문스럽다.
㉠ 원고는 대경에스코로부터 입찰가격을 전달받아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연번 1~8 입찰에서는 대경에스코보다 근소하게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여 가격점수에서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못하였다(제일 큰 차이를 낸 경우가 연번 7, 8 입찰에서의 0.3점이었다). 게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연번 11 입찰 등 후반부의 입찰에서는 기술점수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든 상황이었는데도, 가격 전달을 거부하거나 독자적으로 투찰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대경에스코에 하지 않았음은 물론, 연번 1~8 입찰에서 대경에스코보다 낮은 가격으로 투찰하였던 원고가 오히려 연번 9~11 입찰에서는 대경에스코보다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였는바, 원고가 이 사건 각 입찰을 낙찰받고자 하는 의사를 가졌다고 보이지 않는다.
㉡ 대경에스코는 4년 5개월 동안 원고에게 자신의 입찰가격을 지속적으로 알려주었고, 연번 7 입찰에서 기술점수 차이가 3.2점에 불과하였다는 점을 확인하고서도 가격 전달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는 대경에스코는 기술점수 차이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원고가 낙찰 가능한 가격으로 투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였고, 원고 또한 이에 부응하여 대경에스코가 원했던 가격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금액으로 계속 투찰하였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⑤ 원고는, 대경에스코로부터 입찰 참여 비용을 보전 받거나 입찰 참여에 대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면서, 원고가 상당한 비용을 스스로 들여가며 들러리를 서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대경에스코와 민간 부문 공사를 포함하여 여러 입찰이나 계약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경에스코의 들러리 요청을 수락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소외 3 전무는 피고 조사에서 ‘당시 원고는 민간 부문 입찰에 주로 참여하고 있었고, 대경에스코는 공공부문 입찰에 집중하여 실적을 쌓고 있었다. 그래서 공공부문 입찰에서는 원고가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대경에스코의 요청대로 입찰에 참여하였고, 민간 부문 입찰에서는 원고의 요청대로 대경에스코가 비교견적을 제출하여 원고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을 제1호증의 5쪽). 대경에스코가 민간 부문에서 원고에 협조하였다는 위 소외 3의 진술과 관련하여 대경에스코 대표이사 소외 1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업계의 관례상 도와줄 수 있다는 그런 정도의 얘기를 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여(녹취서 8, 9쪽) 원고에게 민간 부문에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비록 소외 1은 위 증언에서 ‘회사의 규모가 차이가 나서 대경에스코가 원고를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고, 도와 준 기억도 없다.’라고 부언하였으나, 돕는 것이 불가능하였다면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원고에게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 이유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원고를 도울 처지가 아니었다는 소외 1의 증언 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 대경에스코의 소외 1, 소외 3, 소외 4, 원고의 소외 2는 예전에 ‘■■■■■’라는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였는데(을 제1호증의 3쪽), 앞서 ③에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 과장이 실적이 필요하자 소외 1이 도와 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회사의 임직원들은 업무상 필요할 때에 서로로부터 도움을 얻기 위하여 평소 상대방의 요청에 쉽게 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⑥ 원고는 피고가 제출한 진술증거 어디에도 낙찰예정자 합의가 있었다는 내용이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공공부문에서는 원고가 대경에스코의 요청대로 입찰에 참여하였고, 민간 부문에서는 대경에스코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고가 수주하도록 협조하였다.’는 소외 3의 진술은 이 사건 각 입찰에서 대경에스코를 낙찰예정자로 정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에 다름 아닐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여러 정황들까지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입찰에 관하여 낙찰예정자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⑦ 원고는, 대경에스코는 원고에게와 유사하게 동방환경기연과 시그마테크놀로지에도 입찰가격을 알려주거나 입찰 서류 샘플을 제공하였는데도 피고가 이를 담합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동방환경기연의 경우에는 소외 1이 2013. 1.경의 여수시 △△면 손죽 입찰에서만 일회적으로 입찰가격과 제안서 샘플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동방환경기연이 참여한 6번의 입찰에서는 입찰 권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갑 제2호증의 5~7쪽, 을 제1호증의 6~7쪽). 시그마테크놀로지의 경우에는 2015. 8.경의 신안군 ▲▲면 입찰에서만 대경에스코가 제출 서류 샘플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입찰가격을 알려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갑 제1호증의 6~8쪽, 을 제1호증의 7쪽). 피고는 장기간 반복되고 인적 관계와 협력 관계가 존재하여 담합 합의를 추단할 수 있다고 본 원고의 경우와 달리, 입찰 정보 전달행위가 일회적으로 그친 동방환경기연과 시그마테크놀로지의 경우에는 다른 정황 증거가 부족하여 담합 합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므로, 피고가 위 두 회사에 대한 입찰정보 전달을 담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이 원고와 대경에스코와의 담합 합의를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⑧ 원고는, 소외 1 대표가 소외 2 부장에게서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기술점수로 승부를 가리자.’(소외 1의 피고 조사 진술, 갑 제2호증의 3쪽)라거나 ‘대경에스코의 입찰가격을 알려 줄 테니 이보다 낮은 금액으로 응찰하면 가격점수에서 어드밴티지가 될 것이다.’(소외 2의 피고 조사 진술, 갑 제3호증의 4쪽)라는 등으로 말한 점을 들어 대경에스코는 원고를 경쟁자로 인식하였지 원고에게 들러리 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외 1과 소외 2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대화는 연번 1 입찰 이전인 2010. 3.경 삼평 시절에 소외 1이 한 말인 점, 소외 1과 소외 2는 별도의 친분관계가 있는 데다가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책임을 낮추기 위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위와 같은 일부 대화 내용만으로 사건의 본질을 규정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대화 사실은 원고와 대경에스코 사이에 들러리 합의를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2) 경쟁제한성 존부
가) 관련 법리
공동행위가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갖는지는 해당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해당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입찰담합에 관한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5두50061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에 의하여 대기업의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제한되고, 다른 중소기업자들이 재입찰 등의 절차에 참가하여 경쟁을 할 기회를 제한받았으므로, 결국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해당 거래분야인 중소형 소각로 입찰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하였고,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 자체도 제한되었다고 볼 수 있어,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대경에스코는 유찰을 피하여 ‘중소형 소각로’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유지시키기 위하여 원고에게 입찰 참여를 요청하였고 원고도 이러한 점을 알고 그 요청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입찰의 경우, 입찰참가자격이 있는 자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로 성립하고,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이 없을 경우 재입찰을 실시하며, 그때에도 입찰이 성립하지 않으면 수의계약에 의하게 된다. 따라서 대경에스코 외에 다른 사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이 되고, 2회 유찰이 되면 대경에스코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는 있으나, 유찰이 반복되면 중소형 소각로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물품에서 제외되어 대기업이 입찰에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 사건 공동행위는 대기업의 입찰참여를 막음으로써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경쟁제한성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관련시장, 즉 이 사건 각 입찰에 한정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관련시장이 아닌 향후에 있을 중소형 소각로 입찰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는지는 이 사건에서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동행위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중소형 소각로 입찰’이라는 동일한 품목과 동일한 계약 방식에서의 담합으로 11건 전체가 하나의 공동행위인데, 이러한 이 사건 공동행위의 성격,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제도의 내용 및 입찰담합의 특성(품목과 계약 방식 등이 동일한 여러 입찰들이 실질적으로는 그 전체가 하나의 시장을 구성함에도, 관련시장은 입찰별로 확정됨)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각 입찰 자체에 미치는 영향에 국한되지 않고 이와 동일한 품목 및 계약 방식의 입찰, 즉 지방자치단체가 추후 발주하는 중소형 소각로 입찰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함께 고려함이 타당하다.
② 이 사건 공동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각 입찰 중 상당수가 ‘입찰참가자격이 있는 자 2인 이상이 입찰하지 아니하여 입찰이 성립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여 재입찰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재입찰이 이루어질 경우 다른 사업자들도 재입찰 절차에 참가하여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가 담합의 정당한 목적으로 주장하는 ‘이 사건 각 입찰의 유찰 방지’, ‘거래조건의 합리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입찰담합을 통하여 경쟁을 배제 또는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되지 아니하고, 달리 이 사건 공동행위에 경쟁제한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거나 이 사건 공동행위의 부당성을 부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별 지 1] 처분의 내용: 생략
[별 지 2]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병희 정수진 |
222,813 | 부당강등구제재심판정취소 | 2021누40722 | 20,220,512 | 선고 | 서울고법 | 일반행정 | 판결 : 상고 |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으로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甲 재단법인의 팀장 乙이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甲 법인이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자’에 대한 양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내용으로 개정한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乙에게 강등(일반직 3급에서 일반직 4급으로)의 징계를 한 사안에서, 위 인사규정의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만 징계에 관한 규정을 변경한 것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강등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 |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으로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甲 재단법인의 팀장 乙이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甲 법인이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자’에 대한 양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내용으로 개정한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乙에게 강등(일반직 3급에서 일반직 4급으로)의 징계를 한 사안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甲 법인의 인사규정은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하고, 甲 법인이 개정 인사규정에서 징계양정기준의 일부를 중하게 바꾸고 감경이 금지되는 비위행위의 범위를 줄이며, 감경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한 것을 포함하여 징계처분의 수위를 정하는 여러 규정들을 개정한 것은 전체로 보아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만, 위 인사규정의 개정이 행정안전부의 지침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 등에 따라 정비한 것인 점, 개정된 규정이 징계의 종류·내용에 관한 것이거나 사용자에게 재량이 부여되는 복무규율, 그중에서도 징계양정의 기준과 임의적 성격의 감경과 관련된 규정인 점, 개정된 규정이 지방공무원 징계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서 불리하게 바뀌는 정도가 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근로자의 신분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등 그 내용에 상당성 및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개정 인사규정이 시행된 후 2년이 지나도록 소속 근로자들이 특별히 개정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인사규정의 개정으로 징계에 관한 규정을 변경한 것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위 강등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 null |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랜드마크 담당변호사 석보서 외 1인)
【피고, 항소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재단법인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현주)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21. 3. 25. 선고 2020구합51044 판결
【변론종결】
2022. 3. 24.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12. 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9부해1148 부당강등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상시 약 1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경영컨설팅 및 공공관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출자출연법’이라 한다) 및「재단법인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설립된 전라북도 출연기관이다. 원고는 2000. 7. 18. 참가인에 입사하여 2017. 7. 14.부터 ○○○○팀 팀장(일반직 3급)으로 근무하였다.
나. 참가인은 2018. 2. 21.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자’에 대한 양정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내용으로 참가인의 인사규정을 개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개정’이라 하고, 개정 전후의 인사규정을 각각 ‘개정 전 인사규정’, ‘개정 후 인사규정’이라 한다). 개정 전 인사규정과 개정 후 인사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다. 참가인은 2019. 5. 9. 원고가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2018. 5.경부터 2019. 3.경까지 사이에 발생한 행위이다)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개정 후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강등의 징계(일반직 3급에서 일반직 4급으로 직급을 내리고 2019. 5. 9.부터 2019. 8. 8.까지 3개월간 직무를 정지함)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강등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강등처분에 대하여 2019. 6. 19.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전북2019부해235호)는 2019. 8. 19. 이 사건 강등처분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중앙2019부해1148호)는 2019. 12. 4.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 내지 3, 9 내지 11, 15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관련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은 이러한 동의를 얻지 않고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에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고 징계에 관한 여러 규정들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이 사건 개정을 하였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한 이 사건 개정은 원고에게 효력이 없으므로 개정 후 인사규정을 근거로 이루어진 이 사건 강등처분은 무효이다.
2) 징계사유 부존재
가) 원고가 소외 1 주임과 소외 2 주임을 각각 ○○상설시장과 □□소공인특화센터로 전보한 것은 인사권한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소외 1과 소외 2가 상호 간에 업무를 미루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오류와 업무 차질,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원고가 경고하였음에도 개선되지 않자, 원고의 상급자(소외 3 원장과 소외 4 실장)에게 보고한 후에 부득이 다른 업무로 업무분장을 실시한 것이다.
나) 원고는 여직원들을 포옹하거나, 속옷이 위치한 등 부위를 손으로 밀거나, 원하지 않은 여직원에게 지압을 하거나, 여직원과 신체접촉을 한 채 귓속말을 하거나 여직원들의 순번을 매기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다) 그 밖의 다른 혐의들도 일부 팀원들이 원고를 음해하기 위해 허위의 사실을 진술한 것이거나 과장·왜곡한 것이다.
3)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이 사건 강등처분은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징계처럼 보이나, 그 실질적인 내용은 직급을 3급에서 4급으로 내리는 ‘강등’과 3개월간 직무를 정지하는 ‘정직’을 함께 부과하는 이중징계에 해당하여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4)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원고가 팀원들에게 한 말이나 행동은 업무상 필요성이 있거나 친근한 관계에서 발생한 측면이 있어 비위 정도가 약하거나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는 20년간 참가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조직 발전을 위하여 많은 노력과 공헌을 하였으며, 다수의 표창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근무성과를 달성해 왔다. 그러한 원고에게 강등처분을 한 것은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판단
1) 개정 후 인사규정의 효력
가) 참가인의 인사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
취업규칙이란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83246 판결 참조).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의 인사규정은 ‘참가인 소속 직원의 임용 및 시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참가인 소속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며(제2조), 직원의 채용, 보직과 전보, 승급, 승진, 징계, 표창, 인사위원회, 휴직 및 복직, 퇴직, 인사평정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나)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참조). 이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가 있는 경우 그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1다42301 판결 참조).
(2) 판단
갑 제4, 5호증, 을나 제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참가인이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 강등을 신설하고 징계처분의 내용을 변경한 것 자체는 아래 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아래 ②~④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징계양정기준의 일부를 중하게 바꾸고 감경이 금지되는 비위행위의 범위를 줄이며, 감경할 수 있는 한도를 설정한 것을 포함하여, 징계처분의 수위를 정하는 여러 규정들을 개정한 것은 복무규율에 관한 취업규칙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은 그 전체로 보아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① 징계의 종류에 관하여 개정 전 인사규정은 견책, 감봉, 정직, 해임, 파면을 두고 있었는데, 개정 후 인사규정은 ‘파면’을 삭제하고 ‘강등’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1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고 직원 신분은 보유하나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그 기간 중 보수는 전액을 감한다.’는 것을 강등의 내용으로 정하였다(제31조 제4호). 그리고 징계에 따른 임금의 감액 범위에 관하여, 감봉의 경우에는 개정 전 ‘월 임금총액의 5%’에서 개정 후 ‘연봉월액의 1/3’을 감하는 것으로, 정직의 경우에는 개정 전 ‘임금총액의 10%’에서 개정 후 ‘전액’을 감하는 것으로 각 변경되었고(제31조 제2호, 제3호), 징계에 따른 상여금의 감액을 신설하여 정직은 ‘1년간 상여금의 정직기간 해당분을 미지급’하는 것으로 개정되었으며([별표 4-3]), 강등~견책의 징계를 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승진에서 제외하고 위 기간을 연봉등급 승격기간과 승진소요년수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별표 4-2]). 그런데 이러한 개정은, 징계권자는 개정된 징계 종류가 부과하는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여 징계양정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는 근로자의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 또는 제한하는 것이 아니므로 취업규칙 조항의 제정일 뿐,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② 그러나 징계양정기준에 관하여는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 개정 전 인사규정에 비하여 더 무거운 징계 종류를 제시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개정 전 인사규정은 징계사유를 ‘직무태만’, ‘품위손상 또는 이권행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직권남용’, ‘업무상 위법 및 부당행위’, ‘회계처리 위반’, ‘기타’로 분류하여 징계양정기준을 두면서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면직(파면, 해임),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정직, ‘비위의 도가 중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중과실인 경우’의 경우에는 감봉, ‘비위의 도가 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견책의 징계를 하도록 정하였다([별표 4]). 그런데 개정 후 인사규정은 징계사유의 분류를 일부 다르게 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 청렴의무 위반행위, 음주운전 등을 새로운 범주로 하여 별도의 양정기준을 마련하였다(제31조 제2항 [별표 4-4], [별표 4-5], [별표 4-8] 참조). 이러한 개정으로 일부 징계사유에 대한 징계양정기준이 결과적으로 강화되었는데, 일례로 아래 표에서 보듯이, 성 관련 위법행위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면 품위손상 내지 기타 행위로서 정직의 징계를 정하고 있었으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정직보다 무거운 해임 또는 강등의 징계가 가능하고, 성 관련 위법행위가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면 견책의 징계를 정하고 있었으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견책보다 무거운 강등(미성년자 성폭력의 경우)의 징계가 가능하다.
나아가 이 사건 개정 전후로 징계양정기준이 동일한 징계사유의 경우에도, 위 ①에서 본 바와 같이 정직~견책의 내용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그러한 범위 내에서는 징계양정기준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비위의 정도 및 과실 여부 \ 비위의 유형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인 경우개정 전2. 품위손상 또는 이권행위기타 이에 준하는 행위면직(파면, 해임)정직감봉견책7. 기타기타 규정 및 규칙위반 행위면직(파면, 해임)정직감봉견책개정 후6.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성폭력(미성년자)해임해임해임~강등강등~정직그 밖의 성폭력해임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성희롱·성매매해임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③ 징계감경을 할 수 없는 사유에 관하여, 개정 전 인사규정은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의 횡령·유용, 성폭력범죄로 한정하였으나(제37조의2 제1항 단서), 개정 후 인사규정은 그 외에도 ‘징계시효가 5년인 비위’, 음주운전, 성폭력범죄, 성매매, 성희롱, ‘재산 등록 또는 주식의 매각·신탁과 관련한 의무 위반’(재산등록의무자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비위’,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으로 확대하였다(제37조의2 제2항).
④ 공적이 있는 근로자에 대한 징계를 감경할 경우, 개정 전 인사규정은 감경의 하한에 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으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감경 시 하나 아래 단계의 징계(해임을 감경할 경우에는 강등, 강등을 감경할 경우에는 정직 등)를 하도록 하여 하한을 설정하였다(제37조의2 제1항 [별표 4-1]).
다) 취업규칙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해당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참조).
(2) 판단
참가인이 이 사건 개정을 하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개정으로 징계에 관한 규정을 변경한 것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변경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① 취업규칙의 규율 대상은 ‘임금 등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인데, 이 중 전자는 근로계약에서 주로 정해지는 계약의 영역에 속함에 비하여, 후자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가지는 지휘·감독권에 기한 것으로서 사용자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사용자의 복무규율 변경 권한은, 근로자의 신분, 근로의 내용과 처우 수준 등에 비추어 그 변경이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의무에 본질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
② 징계의 종류에 강등을 추가하거나 징계의 내용을 중하게 변경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자체만으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 게다가 해임과 정직 사이에 강등을 신설한 것은, 두 징계 사이의 폭이 넓어서 책임에 비례하는 징계를 내리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함으로써 책임 정도에 보다 부합하는 양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③ 아래에서 보듯이 개정 후 인사규정의 징계 종류와 내용, 감경에 관한 규정들은 개정 당시 시행되고 있던 지방공무원에 대한 징계 법령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출자출연법 제27조 제1호에 의하면, 행정안전부장관은 출자·출연 기관에 조직 운영과 정원·인사에 관한 운영지침을 정할 수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2017. 12. 27. 하달한 ‘지방 출자·출연 기관 인사·조직 지침’에는 ‘출자·출연 기관의 장은 소속 임직원에 대한 징계에 관한 사항을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을 참고하여 자체 인사규정 등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참가인이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징계의 종류 및 내용, 감경 요건, 감경 하한 등 징계 제도의 기본적인 틀을 지방공무원 징계 제도와 동일하게 정비한 것에는 합리성이 인정된다.
㉠ 지방공무원법은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하여(제70조) 징계 종류의 하나로 ‘강등’을 규정하고 있고, 강등의 내용에 3개월간의 직무배제(직무배제기간 중 보수 전액 부지급)를 포함시키며, 정직의 경우에는 정직기간 중 보수 전액을 삭감하고, 감봉의 경우에는 보수의 1/3을 삭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1조 제1항, 제3항, 제4항). 개정 후 인사규정의 강등, 정직, 감봉에 관한 규정은 위 지방공무원법 규정과 그 내용이 동일하다. 그리고 지방공무원법 또한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대한 승진 및 승급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71조 제6항).
㉡ 개정 후 인사규정이 감경이 금지되는 비위행위에 음주운전, 성매매, 성희롱 등을 추가하고, 감경의 하한을 설정하며, 감경사유가 되는 공적의 범위를 축소한 것 또한 구 지방공무원 징계규칙(2018. 7. 30. 행정안전부령 제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조 [별표 6]의 내용과 동일하다.
④ 징계양정기준의 경우에는 개정 후 인사규정이 개정 전 인사규정에 비하여 중하게 변경된 측면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러한 변경은 그 내용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 개정 후 인사규정의 징계양정기준은 구 지방공무원법 징계규칙을 참고하여 징계사유의 분류 자체를 개정 전 인사규정과 달리 정하였다. 아래 표와 같이 징계사유도 다르게 분류하였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도 상당 부분 다르게 규정하였다. 개정 후 인사규정의 징계양정기준 일부가 개정 전 인사규정보다 높아진 것은 징계사유를 다르게 분류하고 구 지방공무원법 징계규칙을 참고하여 그 경중을 다시 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 보인다(징계양정기준 자체는 대체로 중하게 변경된 것으로 보이나, ‘직권남용 타인권리 침해’, ‘정치적 활동’의 경우에는 개정 전 인사규정에 의하면 견책이 불가능하나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는 견책이 가능하여, 개정 후 인사규정에서 경하게 변경된 사항도 일부 발견된다).
?개정 전 인사규정개정 후 인사규정1직무태만성실의무 위반2품위손상 또는 이권행위직장이탈 금지 위반3업무상 횡령 및 배임비밀엄수 의무 위반4직권남용청렴의무 위반5업무상 위법 및 부당행위업무상 횡령 및 배임6회계처리 위반품위유지의 의무 위반7기타정치운동 금지 위반8?행동강령 위반
㉡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성 관련 위법행위의 경우, 개정 전 인사규정은 이를 독립된 유형으로 규정하지 않고 ‘품위손상 또는 이권행위’의 범주 안에 ‘참가인의 공신력, 명예,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이권개입’, ‘압력, 부당청탁, 사건청탁’, ‘직무에 관한 증여, 향응’, ‘폭력행위-직원 간, 기타’, ‘기타 이에 준하는 행위’를 세부 항목으로 설정하면서, 위 각 항목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 세부 항목들 전체에 대하여 획일적인 양정기준을 설정하였다. 그러나 개정 후 인사규정은 품위손상 행위 중에서도 다른 세부 항목의 행위와 그 성격이 구분되는 성 관련 위법행위를 독자적인 세부 항목으로 설정하면서 그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양정기준을 정함으로써 비위행위의 성격에 맞는 양정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 게다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이 2017. 11. 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어, 직장 내 성희롱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하며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규정이 추가되었는데, 비록 위 개정 법률에는 성희롱 비위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일 것을 직접 요구하는 내용은 없지만, 참가인이 이러한 법률 개정의 목적을 고려하여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하여 이에 관한 징계양정기준을 별도로 두고 다른 품위손상 행위보다 무거운 징계를 하도록 양정기준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법 개정과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므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 더구나 참가인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라북도 출연기관으로, 참가인이 담당하는 업무의 공공성 및 지방자치단체의 자본금 출연 등을 고려할 때, 참가인의 직원에게는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개정 후 인사규정이 정한 양정기준의 내용이 참가인 직원의 신분과 역할, 처우 등에 비추어 과도한 내용을 규정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 복무규율에 관한 것 중에서도 징계양정의 기준은 징계권자를 구속함으로써 그 자체가 곧바로 징계처분의 내용을 결정하는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서 근로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직접적이지 않다.
⑤ 참가인 소속 직원들은 그간 이 사건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⑥ 결국 지금까지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개정은 행정안전부 지침과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 등에 따른 것이고, 개정된 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으로 볼 수 없는 징계의 종류·내용에 관한 것이거나 사용자에게 재량이 부여되는 복무규율, 그중에서도 징계양정의 기준과 임의적 성격의 감경과 관련된 규정이며, 지방공무원 징계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서 불리하게 바뀌는 정도 또한 크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근로자의 신분 등에 비추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등 그 내용에 상당성 및 필요성이 인정되며, 그 시행 후 2년이 지나도록 근로자들의 특별한 반대 의사가 없었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라) 소결론
이 사건 개정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참가인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거 규정인 개정 후 인사규정이 무효여서 이 사건 강등처분도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징계사유의 존부
갑 제3호증, 을나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소속 팀 직원들을 상대로 언어 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의 비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강등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이 부분 원고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소속 팀원들은 참가인의 조사 과정에서, 원고가 ㉠ 팀원들에게 ‘너의 그런 부분이 나를 짜증나게 한다.’, ‘이딴 식으로 일을 하느냐.’, ‘진흥원 짬이 얼만데 이거밖에 못하느냐.’, ‘알바를 데려와도 이것보다 잘하겠다.’, ‘초등학생이냐.’ 등의 발언을 하였고, 심지어 팀원을 나무라면서 물티슈를 던진 적이 있으며, ㉡ 팀 여직원들에게 귓속말을 하거나 ‘자기야.’, ‘얼굴만 빼면 내 스타일이야.’ 등의 부적절한 말을 하였고, 여직원들의 순번을 매겼으며, 어깨를 주무르거나 어깨동무, 포옹, 팔꿈치를 만지는 행위나 속옷이 위치한 등 부위를 손으로 밀거나 여직원의 어깨에 턱을 얹는 등의 신체접촉 행위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들의 진술이 구체적인 점, 목격자가 있는 비위행위의 경우 피해자와 목격자가 동일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팀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
② 원고 또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기일에서 징계사유를 인정하며 사실관계에 관하여 특별히 다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가 2019. 2. 25. 자로 ○○○○팀 소속이던 소외 1 주임을 △△상설시장으로, 소외 2 주임을 □□소공인특화센터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업무분장을 실시한 사실, 소외 1 주임은 전보된 후 3일 만에 다시 기존 근무지로 복귀하였고, 소외 2 주임은 □□소공인특화센터에서 계속 근무하길 원해 복귀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런데 ㉠ 원고는 상급자의 정식 결재를 받지 않고 위와 같은 전보 조치를 한 점, ㉡ 원고는 위 인사조치 이후 특별한 이유 없이 소외 1을 3일 만에 기존 근무지로 복귀시킨 점, ㉢ 원고는 평소 소외 1과 소외 2에게 업무상 지적을 하며 □□과 △△으로 보내겠다는 언급을 해 왔고, 이들은 전보 후에도 새 근무처의 업무가 아니라 종전에 담당하는 업무를 한동안 수행하였던 점(을나 제6호증의 7, 제15쪽)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업무상 전보의 필요성 없이, 소외 1과 소외 2 사이의 갈등이나 그들의 업무실수를 문책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위와 같은 인사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여, 이는 팀장의 권한을 부적절하게 행사한 것으로서 징계사유가 된다.
3)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여부
원고는 강등처분의 내용이 ‘직급을 내리는 부분’과 ‘직무를 정지시키는 부분’으로 이루어진 점을 두고 동일한 비위행위에 대하여 강등과 정직의 이중징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등처분에 관하여 개정 후 인사규정 제31조 제4호 제1문은 ‘강등은 1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고 직원 신분은 보유하나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그 기간 중 보수는 전액 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이 사용자가 가지는 ‘징계의 내용을 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위 규정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참가인은 위 규정에 따라 하나의 징계를 한 것이지,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두 번의 징계를 한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강등처분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징계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8두8858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4860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강등처분이 원고의 비위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워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참가인이 담당하는 업무의 공공성과 공익성, 참가인 소속 근로자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의 직원들은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품위유지의무가 요구된다.
② 원고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팀원들에게 언어 폭력과 성희롱을 하였는데, 이를 우발적이거나 단순한 부주의에 기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 원고가 팀원들에게 행사한 언어 폭력은 용인되는 업무상 지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팀 분위기를 악화시켜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한 과도한 밀착이나 신체접촉 행위들은 이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 충분한 행위에 해당한다.
③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나 사업주를 대신할 지위에 있는 자가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성희롱을 하였다면 그 피해자로서는 성희롱을 거부하거나 외부에 알릴 경우 자신에게 가해질 명시적·묵시적 고용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성희롱을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참조). 그런데 원고는 팀장이라는 관리자의 지위에서 소속 팀 직원들을 관리·감독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그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성희롱을 하였다는 점에서 원고의 비위행위는 그 정도가 무겁다. 피해자들은 우월적 지위를 가진 원고에게 거부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불이익이 두려워 오랜 기간 원고의 성희롱 등을 감내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원고와 같은 팀 내에서 일상적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받은 피해와 스트레스의 정도도 중하다고 보인다.
④ 원고의 비위행위는 팀장인 지위를 이용하여 저지른 것이고 고직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에 현저히 미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원고의 직위를 낮추는 강등처분은 비위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상응하는 처분으로 보이며, 개정 후 인사규정에 따른 양정기준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5) 소결
결국 이 사건 강등처분은 부당한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별지 1] 생략
[별지 2]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김대웅(재판장) 이병희 정수진 |
221,771 | 과징금부과처분등취소청구의소 | 2017두63993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 제1호의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의 의미 및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경우, 부득이 유사한 사례에 의해 정상가격을 추단하는 방법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와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부당성’을 판단하는 방법 /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자(=공정거래위원회) |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7. 17. 대통령령 제2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 제1호의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이란, 거래당사자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당해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유사한 사례에 의해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하여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당해 거래가격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서는 안 되고, 먼저 해당 거래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한 사례를 선정하고, 나아가 그 사례와 해당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살펴 그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야 한다.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하여야 한다. |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의2 제1항 제1호(현행 제47조 제1항 제1호 참조), 제3항(현행 제47조 제3항 참조),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7. 17. 대통령령 제2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 제1호 (나)목(현행 제54조 제1항 [별표 3] 제1호 (나)목 참조) /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의2 제1항 제1호(현행 제47조 제1항 제1호 참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한항공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의환 외 4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9. 1. 선고 2017누3615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모두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한진’(동일인 소외인)에 속하는 회사들이다.
원고 주식회사 싸이버스카이(이하 회사명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와 원고 유니컨버스는 모두 기업집단 ‘한진’의 특수관계인이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7. 17. 대통령령 제2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8조 제2항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이다.
나. 피고는 2017. 1. 10. 원고들에 대하여,『① 원고 대한항공이 대한항공 국제선 기내면세품 인터넷 사전예약 주문접수 및 결제 사이트인 ‘싸이버스카이숍’의 인터넷 광고수입 전액을 원고 싸이버스카이에 귀속시킨 행위(이하 ‘이 사건 제1행위’라 한다), ② 원고 대한항공이 원고 싸이버스카이에 대하여 농축산물 상품류인 ‘제동한우’, ‘제동토종닭’ 등 제동브랜드 상품(이하 ‘제동목장상품’이라 한다) 및 생수상품인 ‘한진 퓨어워터’(이하 ‘제주워터’라 한다)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해준 행위(이하 ‘이 사건 제2행위’라 한다), ③ 원고 대한항공이 원고 싸이버스카이로부터 판촉물을 구매하여 오면서 2013. 5. 1. 및 2013. 9. 1. 두 차례에 걸쳐 판촉물 구입가격을 인상해줌으로써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마진율을 기존 4.3% 수준에서 2013. 5.경 9.7%, 2013. 9.경 12.3% 수준으로 높여 준 행위(이하 ‘이 사건 제3행위’라 한다), ④ 원고 대한항공이 원고 유니컨버스와 체결한 대한항공 국내선 콜센터, 국제선(야간) 콜센터, 문자·채팅 콜센터 업무대행 도급계약에 따라 콜센터 관련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하면서 SK브로드밴드가 무상으로 제공한 시스템 장비에 대해서도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지급한 행위(이하 ‘이 사건 제4행위’라 한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행위’라 한다)』가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별지 1] 기재와 같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관련 규정 및 법리
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에 한정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후문의 위임에 따라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 제1호 (나)목은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른 행위 중 하나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자산·상품·용역 거래", 즉 "부동산·유가증권·무체재산권 등 자산 또는 상품·용역을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는 대가(이하 ‘정상가격’이라 한다)보다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하거나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나. 위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이란, 거래당사자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 피고가 당해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유사한 사례에 의해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하여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당해 거래가격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서는 안 되고, 먼저 당해 거래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한 사례를 선정하고, 나아가 그 사례와 당해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살펴 그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하여야 한다.
다. 한편 구 공정거래법(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 되는 부당지원행위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고 이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그 지원행위가 현저히 유리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거나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변칙적인 부의 세대 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어도 사실상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다.
이에 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하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려면, 제1호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한지에 대한 규범적 평가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3. 이 사건 제1행위에 대하여
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제1행위가 ‘정상가격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제1행위에 관하여 피고가 정상가격의 추단 근거로 제시한 비교대상거래, 즉 원고 대한항공이 기내 문화잡지 ‘모닝캄’, 기내면세품 안내책자 ‘스카이숍’ 등의 광고매체사로서 원고 싸이버스카이에 위 광고의 판매를 위탁한 거래는 거래의 성격, 대상이 전혀 달라 이 사건 제1행위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거래로 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제1행위의 정상가격을 산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싸이버스카이숍은 원고 대한항공의 기내면세품 광고만을 취급하였으므로, 원고 대한항공으로서는 기내면세품의 매출증대 등을 위하여 싸이버스카이숍의 광고판매 업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유인이 있었다. 따라서 원고 대한항공이 광고판매에 관하여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 크게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원고 대한항공이 기내면세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각 상품들의 싸이버스카이숍 광고 게재를 독려하고 게재 여부를 결정하며 관련 조건을 협상하는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싸이버스카이숍의 광고를 통해 원고 대한항공의 기내면세품 판매가 증대되는 이익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원고 대한항공이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오로지 원고 싸이버스카이에 이익을 귀속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제1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원고 싸이버스카이가 2015. 2. 15.부터 2015. 11. 8.까지 이 사건 제1행위를 통하여 수취한 광고수입은 총 37,193,846원으로, 이는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2015년 총매출액의 0.5%, 당기순이익의 6%에 그치는 수준이다. 피고가 주장하는 위반금액(위 총광고수입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은 3,719,384원으로 그 규모가 보다 미미하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를 통하여 원고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가 경제력의 집중을 도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나. 앞서 든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이 사건 제2행위에 대하여
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제2행위가 ‘정상가격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제동목장상품과 제주워터는 다른 통신판매상품들과 달리, 원고 대한항공이 통신판매상품 구성의 다양화 및 고급화를 위하여 주도적으로 통신판매를 추진한 상품이었다. 이에 원고 대한항공은 다른 유통사와의 가격경쟁을 고려하여 위 상품들의 판매가격을 비교적 낮게 책정하였고, 제동목장상품의 경우에는 원가도 높았던 까닭에 원고 싸이버스카이가 위 상품들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지급할 경우 다른 통신판매상품들과는 달리 마진율이 음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원고 대한항공은 위 상품들의 판매추이와 판매기간을 고려하여 일정 매출액 도달 전까지는 원고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통신판매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하였다.
2) 피고는 원고 대한항공과 원고 싸이버스카이가 주장하는 제품의 특성에 따른 판매수수료 차등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허용되어야 정상거래라고 볼 수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였다.
3) 2009. 1. 1.부터 2015. 3. 31.까지 이 사건 제2행위로 면제된 수수료는 총 152,802,000원으로, 연간 약 24,448,320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 사건 처분사유로 된 위반기간(2015. 2. 15.~2015. 3. 31.) 동안 면제된 수수료는 1,614,600원으로, 이는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2015년 1개월 환산 매출액의 약 0.27%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를 통하여 원고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가 경제력의 집중을 도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앞서 든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이 사건 제3행위에 대하여
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제3행위가 ‘정상가격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 싸이버스카이는 관리회계 분석 결과 판촉물 상품들의 마진율이 3%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와 같은 손실의 원인이 물가인상에 따른 관리비용의 상승에 있다고 보아 원고 대한항공에 판촉물 매입가격을 10%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 대한항공은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일반고객에 대한 통신판매 마진율은 6%인데 원고 대한항공에 대한 판촉물 판매 마진율이 3%여서 시세 대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이익이 5%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여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요구를 받아들여 판촉물 거래 이익률을 높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원고 대한항공, 싸이버스카이가 판촉물 거래를 시작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판촉물 매입가격이 인상된 점, 2009년 이래로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공통인건비도 83%가량 상승하였으며 인건비를 비롯한 관리비용의 상승은 이 사건 제3행위 이전까지 판촉물 매입가격에 반영된 바 없는 점, 판촉물 판매의 낮은 이익률과 관련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 가능성 등 세무적인 문제도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고 대한항공의 결정에 수긍이 가는 면이 있고, 그것이 전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경제력 집중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제3행위는 원고 싸이버스카이의 일반 통신판매 마진율(6%)과 판촉물 판매 마진율(3%)의 차이를 축소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종전에 손실을 보고 있던 거래의 마진율을 회복시킨 결과 그 이익률 증가치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제3행위로 인한 마진율 변화의 단순 증가치가 크다는 점 이외에 종전의 판촉물 매입가격이나 그 마진율이 정상적인 수준이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당히 증가된 것임이 증명되지 않은 이상, 정상거래와 비교하여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앞서 든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6. 이 사건 제4행위에 대하여
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뒤,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제4행위가 ‘정상가격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 대항항공, 유니컨버스 사이에 2010. 6. 1. 최초로 체결된 콜센터 업무대행 도급계약의 전체 계약금액 중 이 사건 제4행위와 관련된 시스템사용료 및 유지보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6%에 불과하므로, 이는 전체 계약금액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 행위만 따로 떼어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체 거래의 실질을 왜곡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2) 피고가 정상가격 추단의 근거로 제시한 비교대상거래는, 원고 유니컨버스가 인하학원에 SK브로드밴드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시스템 장비에 대한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고 자신이 실제로 투자한 비용에 대해서만 사용료를 청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사용료 및 유지보수비 부분만 따로 떼어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이상, 위 비교대상거래만으로 이 사건 제4행위가 정상가격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가 전체 계약금액 또는 전체 계약금액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에 관한 유사 거래의 정상가격을 추단하여 이 사건 제4행위와 비교한 바 없다.
3) 원고 유니컨버스가 SK브로드밴드로부터 무상 제공받은 시스템 장비에 대하여 고객에게 시스템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청구하지 않는 것이 정상거래의 모습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SK브로드밴드가 투자를 결정한 것에 콜센터 업무대행 도급계약의 도급인이 원고 대한항공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위 투자가 원고 유니컨버스에 대한 것이었던 이상 그 투자로 인한 이익이 전부 원고 대한항공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정상가격을 시가가 아닌 원가 기준으로 파악하는 것은 거래통념에 반한다.
4) 원고 대한항공이 원고 유니컨버스와 콜센터 업무대행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액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인건비 항목과 관련하여 그 단가를 인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대한항공, 유니컨버스가 이 사건 제4행위를 통해 경제력 집중을 도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앞서 든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의 부당성,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7.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21,751 | 주주대표소송(손해배상) | 2021다279347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주식회사의 이사는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가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사외이사 등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주식회사의 이사가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고의 또는 과실로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경우, 이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나 일부 이사들만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 이사가 부담하는 감시의무의 내용 / 업무집행을 담당하지 않는 사외이사 등이 감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3] 이사가 법령 등을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임무위반의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손해배상액 제한의 참작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제한 비율의 결정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주식회사의 이사는 담당업무는 물론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스스로 법령을 준수해야 할 뿐 아니라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이사도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감시·감독 의무는 사외이사 등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식회사의 이사가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 [2]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나 일부 이사들만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모든 이사는 적어도 회사의 목적이나 규모, 영업의 성격 및 법령의 규제 등에 비추어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작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감시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다만 회사의 업무집행을 담당하지 않는 사외이사 등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는데도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등의 경우에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다. [3]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때에 손해배상액 제한의 참작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제한의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다. | [1] 상법 제382조 제2항, 제3항, 제399조 제1항, 민법 제681조 / [2] 상법 제382조 제2항, 제3항, 제399조 제1항, 민법 제681조 / [3] 상법 제399조 제1항, 민법 제396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432조 | [1][2]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공2022상, 4) / [3]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34746 판결(공2007하, 1750)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경제개혁연대 외 1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씨앤케이 담당변호사 김명수)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1 외 9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정호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9. 3. 선고 2020나203498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들이,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주식회사 대우건설(위 회사를 비롯하여 이하 회사 명칭에서 ‘주식회사’ 표시는 모두 생략한다)은 토목, 건축, 주택건설 등의 영업을 하는 회사인데, 2011년을 기준으로 자본금은 약 2조 781억 원, 매출액은 약 7조 318억 원, 영업이익은 약 3,648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2,267억 원, 상시 종업원 수는 약 4,789명,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은 6위였고, 발행주식 총수는 415,622,638주이다.
2) 원고들은 대우건설 발행주식을 2013. 10. 이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인데, 그 주식의 합계는 42,750주로 대우건설 발행주식 총수의 1/10,000을 초과한다.
3) 피고들은 아래에서 살펴볼 각 입찰담합(이하 통틀어 ‘이 사건 입찰담합’이라고 한다) 기간 전부 혹은 일부 기간 동안 대우건설의 대표이사, 사내이사,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였던 사람들이다.
나. 대우건설의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관련 입찰담합(이하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이라고 한다)
1) 2007년 말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대우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였고, 이후 9개 건설사가 추가로 공동수급체에 합류한 후 14개 건설사 사이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에 관하여 대우건설이 14.4%의 지분(현대건설 15.4%, 삼성물산, 대림산업, 지에스건설 각 14.4%, 나머지 건설사 각 3.0%)을 갖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2) 2008. 6. 19. 정부는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의 중단을 선언하였고, 2008. 12. 15.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중단된 기존의 민자사업 형태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의 형태로 변경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되었으며, 2009. 6. 8.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최종 확정·발표되었다.
3)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고 있던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에 추가로 5개 건설사가 합류하여 2009. 4. 무렵 19개 건설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하여 현대건설 9.0%,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지에스건설 각 8.0%, 포스코건설 6.9%, 현대산업개발 6.0%, 금호산업 및 롯데건설 각 4.2%, 한화건설 등 나머지 9개 회사 각 3.3%의 지분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4) 위와 같은 지분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던 중인 2009. 2. 9.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사업으로 금강 1공구의 입찰이 공고되었는데, 그 공고 전에 금강 1공구가 재정사업으로 발주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 금강 1공구를 배분받는데 합의하였고, 2009. 4. 21. 그 입찰이 실시되어 2009. 5.경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5) 2009. 4. 말 무렵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에서 건설할 15개 보(堡)가 확정되자, 대우건설 등은 위와 같은 지분에 관한 합의를 기초로 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 선도사업(금강 1공구)과 1차 턴키공사에 포함되는 16개 공구 중 영산강 공구(2개 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공구에 대하여 현대건설,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지에스건설이 각 2개 공구를,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 1개 공구를 배분받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6)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는 2009. 6. 29. 최초 공고되어 2009. 9. 무렵 입찰이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낙동강 32공구 입찰에서 삼성물산 대신 두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공구배분에 참여한 대우건설 등 8개사는 사전에 결정한 주력 공구의 낙찰자로 모두 선정되었다.
7)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건설 등 건설사가 위와 같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하여 지분에 관한 합의를 한 것과 공구배분에 관한 합의를 한 것이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제3호의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2. 8. 31. 대우건설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96억 9,7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8) 이에 대하여 대우건설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4. 6. 13. 청구기각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12누29303)을 선고받았고, 대우건설이 상고(대법원 2014두10394)하였으나 2014. 10. 30. 상고기각 되었다.
9) 또한 대우건설과 당시 대우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였던 피고 1 등은 위와 같은 공구배분의 합의와 이에 따른 입찰행위 등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제1호, 제3호, 제98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2014. 2. 6. 피고 1에 대하여는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 대우건설에 대하여는 벌금 7,500만 원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고합998),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대우건설의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관련 입찰담합(이하 ‘영주댐 입찰담합’이라고 한다)
1) 한국수자원공사가 2009. 7. 10.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에 관하여 발주 및 입찰공고를 하여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었는데,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은 각자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하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모두 입찰참가 적격자로 선정되었다.
2) 대우건설의 설계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1 차장은 2009. 10. 1. 무렵 삼성물산 소외 2 부장 등과 만나 위 입찰의 기본설계에 관하여 "① 여수로 감세공은 200년 빈도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한다. ② 생태 교량과 어도는 설계 내용에 포함하지 않는다. ③ 배사문은 한 개조만 설계에 반영한다. ④ 수리모형실험 결과는 입찰 시 제출하는 보고서 등에 수록한다."라고 합의하였고, 2009. 10. 8. 이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3) 2009. 11. 19. 개찰결과 삼성물산이 실시설계 적격자(낙찰자)로 선정되어 2009. 12. 30. 수자원공사와 총공사계약금액 2,214억 3,000만 원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4)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이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공동으로 특정 공정 및 설비 등을 기본설계 등에서 제외하거나 포함시킬지 여부 등을 합의한 것이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3. 3. 18. 대우건설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24억 9,1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5) 이에 대하여 대우건설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서울고등법원 2013누45081)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4. 9. 5. 시정명령 중 일부만을 취소하고, 시정명령 중 나머지 부분 및 과징금 부분에 대한 대우건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상고함으로써 과징금 부과명령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대우건설의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관련 입찰담합(이하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이라고 한다)
1)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는 201공구에서 216공구까지 16개 공구로 분할되어 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었는데, 대우건설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중 207공구에 관한 입찰과 209공구에 관한 입찰에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참여하였다.
2) 대우건설의 국내영업본부 상무보 소외 3은 2009. 1. 무렵 현대건설의 국내영업본부 부장 소외 4에게 연락하여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207공구의 입찰에 현대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하여 달라."라고 제안하였고, 소외 4는 내부 회의를 거쳐 이에 동의하였다.
3) 소외 3과 소외 4 등은 그 무렵부터 현대건설의 설계 품질과 투찰가격을 조율하였고, 현대건설은 대우건설보다 더 낮은 설계점수를 받도록 작성한 설계서를 제출하고 대우건설의 투찰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투찰하였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2009. 4. 17. 참여한 207공구 입찰에서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4) 대우건설의 영업팀장 소외 5는 2009. 1. 무렵 에스케이건설 국내영업팀장 소외 6으로부터 "에스케이건설이 추진 중인 209공구의 입찰에 대우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하여 달라."라는 제안을 받았고, 소외 5는 대우건설 내부 회의를 거쳐 이에 동의하였다. 소외 5와 소외 6 등은 그 무렵부터 대우건설의 설계 품질과 투찰가격을 조율하였고, 대우건설은 에스케이건설보다 더 낮은 설계점수를 받도록 작성한 설계서를 제출하고 에스케이건설의 투찰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투찰하였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과 에스케이건설이 2009. 4. 17. 참여한 209공구 입찰에서 에스케이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5)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건설 등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의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선정함과 동시에 이들이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가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고 그 합의에 따라 실제 입찰에 참여한 행위가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4. 1. 8. 대우건설 등을 고발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2014. 2. 25. 대우건설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160억 3,2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6) 대우건설은 위와 같은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2014. 8. 20.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고(인천지방법원 2014고단2277, 2651), 이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2015. 3. 20. 항소기각의 판결을 선고받았으며(인천지방법원 2014노2950),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들의 이 사건 소제기 경위
1) 원고들은 2014. 4. 10. 대우건설의 당시 감사위원 3명에게 상법 제403조에 따라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을 청구하였다.
2) 대우건설이 그 소제기 청구서를 받고도 30일 이내에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않자, 원고들은 2014. 5. 2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관련 법리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주식회사의 이사는 담당업무는 물론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할 의무가 있으므로 스스로 법령을 준수해야 할 뿐 아니라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이사도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감시·감독 의무는 사외이사 등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식회사의 이사가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나 일부 이사들만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모든 이사는 적어도 회사의 목적이나 규모, 영업의 성격 및 법령의 규제 등에 비추어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작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감시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등 참조). 다만 회사의 업무집행을 담당하지 않는 사외이사 등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는데도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하는 등의 경우에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수 있다.
3.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한 피고 1의 손해배상책임 발생 관련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대우건설의 대표이사인 피고 1은 그 임직원이 4대강 사업에 입찰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담합을 하여 공정거래법 등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방치함으로써 그 임무를 게을리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대우건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 1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들의 이 사건 입찰담합 관련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발생 관련
1)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이유로, 대우건설의 이사인 피고들이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 업무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어 이 사건 입찰담합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입찰담합 등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사의 감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대우건설은 윤리강령, 윤리세칙, 기업행동강령 등을 제정해 시행한 상태였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교육, 건설 하도급 공정거래법 교육 등을 시행하였으나, 이는 단지 임직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추상적이고 포괄적 지침 또는 사전 교육에 불과할 뿐, 입찰담합 등의 위법행위가 의심되거나 확인되는 경우 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고 나아가 위법행위를 통제하는 장치라고는 볼 수 없고, 당시 내부적으로 임직원의 입찰담합 시도를 방지, 차단하기 위하여 그 어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이나 내부통제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들의 주장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입찰담합을 비롯한 대우건설이 관련된 입찰담합은 모두 이사 또는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담당 본부장의 책임 아래 개별 본부(국내영업본부, 토목사업본부 등)에 소속된 임직원에 의하여 행하여졌다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입찰담합에 관여한 대우건설의 임직원은 피고들을 비롯한 이사들로부터 아무런 제지나 견제를 받지 않았다는 것과 다름없고, 대우건설은 입찰담합에 관여한 임직원들에 대하여 독립적인 조사절차 또는 징계절차도 전혀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대우건설의 임직원들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서 입찰담합 등의 위법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입찰담합을 주도한 직원이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하였는바, 이러한 사정들도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대우건설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재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다) 대우건설은 피고들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하던 2006년부터 2013년 사이에 일어난 입찰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다수의 과징금 부과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다. 더욱이 대우건설이 2004. 8. 무렵 관여한 서울지하철 7호선 건설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2007. 7. 25.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명령, 고발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대우건설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위반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2008. 2. 14. 제1심에서 벌금형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으며, 피고들이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 중일 때에도 그 사건이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 계속 중이었다. 피고들의 이사 취임 이전에 발생한 것을 포함하여 대우건설의 입찰담합 관여 사실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되어 일반에 알려졌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의 경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회사는 대우건설과 같은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권에 있는 대형 건설회사로 한정되므로 대형 건설회사들 사이에 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의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을 비롯한 대우건설의 이사들은 임직원의 입찰담합 시도를 방지, 차단하기 위한 어떠한 보고 또는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또는 운용에 관하여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라) 대법원은 이미 2008년에 대규모 주식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였음에도(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등 참조), 피고들을 비롯한 대우건설의 이사들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이른바 컴플라이언스팀이라는 준법감시기구를 신설한 것은 피고들이 모두 퇴임하고 다수의 입찰담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2014년 이후의 일이다.
마) 피고들은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만 관여하였을 뿐, 상법 제393조가 정한 이사회의 권한 등을 행사하여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감독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사의 감시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때에 손해배상액 제한의 참작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제한의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3474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① 피고 1, 피고 2는 당시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는데,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어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감시의무 위반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있는 점, ② 피고 3, 피고 9의 경우 재직기간 중에는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의 각 일부만이 실행되었던 점, ③ 피고 1의 경우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하여 공정거래법 등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방치한 잘못이 있기는 하나, 이를 제외하고 피고들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적극적인 감시의무 위반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 것인 점, ④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9, 피고 10의 경우 비상임 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였고, 대우건설의 영업이나 공사 입찰에 관하여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들이 감시의무 위반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취득한 것이 없고, 피고 1은 4대강 사업 입찰담합으로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밖에 피고들이 재직기간 동안 지급받은 급여액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판시와 같이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책임 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판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명책임,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들이,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이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32,611 | 추행 | 2019도3296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군형법 제92조의6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null | 군형법 제92조의6 | 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상, 975)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정민 외 1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9. 2. 14. 선고 2018노1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유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사단 수색대대 본부중대 소속 중사로 근무 중인 사람으로 2015. 7. 또는 2015. 8.경 강원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독신자숙소에서 대위 공소외 1과 서로 구강성교와 항문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6. 12. 10.경까지 피고인의 독신자숙소 또는 서울 종로구와 강원 철원군에 있는 모텔에서 대위 공소외 1, 중위 공소외 2, 중위 공소외 3, 병장 공소외 4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으로 총 6회에 걸쳐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과 쟁점
원심은 피고인의 구강성교 또는 항문성교 행위가 상대방과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행위이자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판단
가.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형법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규정된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다.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중사, 상대방들은 대위, 중위, 병장으로서 동성애 채팅 애플리케이션 △△ 또는 동성애 현역군인 네이버 밴드를 통해 만났고,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다.
2) 피고인과 상대방들은 행위 당시 피고인의 독신자숙소 또는 모텔에서 휴일 또는 근무시간 이후에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항문성교나 그 밖의 성행위를 하였다.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고,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정도 전혀 없다.
3) 피고인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정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21,753 | 배당이의 | 2021다280026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한 뒤 공탁금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전액 지급할 수 없어서 추가배당이 실시됨에 따라 배당표가 변경되는 경우, 배당요구에 의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추가배당표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되는지 여부(적극) |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여 경매절차에 참가하였다면 그 배당요구는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서 배당요구에 관련된 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이 생긴다. 배당을 받아야 할 채권자 중 가압류채권자가 있어 그에 대한 배당액이 공탁된 경우 공탁된 배당금이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될 때까지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한 뒤 그 공탁금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전액 지급할 수 없어서 추가배당이 실시됨에 따라 배당표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추가배당표가 확정되는 시점까지 배당요구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권리행사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추가배당표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된다. | 민법 제166조, 제168조 제2호, 민사집행법 제78조, 제160조 제1항 제2호, 제161조 제1항, 제2항 제1호 |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공2002상, 781),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32681 판결(공2004상, 795),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공2009상, 570) |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길 담당변호사 정세진 외 2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1. 9. 10. 선고 2020나530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서 2008. 5. 15.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액임차인으로 임의경매절차에서 30,000,000원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으로 배당요구를 하였고, 2011. 5. 12. 피고에 대하여 22,621,731원을 배당한다는 배당표가 확정되어 피고에게 배당금 22,621,731원이 지급되었는데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은 공탁되었다.
다. 위 가압류채권자가 공탁금을 전액 지급받을 수 없게 되자 집행법원은 추가배당을 실시하여 배당표를 바꾸어야 하였고, 그에 따라 2019. 6. 4. 피고에게 7,378,269원을, 채무자 겸 소유자인 원고에게 12,810,472원을 추가로 배당하는 배당표(이하 ‘추가배당표’라 한다)가 작성되었다.
라. 원고는, 피고가 배당금 22,621,731원을 지급받고 남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은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면서 추가배당표 중 피고에 대한 배당액 7,378,269원을 삭제하고 원고에 대한 배당액 12,810,472원을 20,188,741원으로 경정할 것을 구하는 배당이의청구를 하였다.
2. 상고이유 중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 진행과 상사소멸시효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주택 신축 및 판매업을 하는 상인인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하였으므로 상행위로 인한 이 사건 채권에는 상사시효가 적용되고, 이 사건 채권에 대하여 진행되고 있던 소멸시효는 피고의 배당요구로 중단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 진행과 상사소멸시효 적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중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채권자가 배당요구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여 경매절차에 참가하였다면 그 배당요구는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서 배당요구에 관련된 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이 생긴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25484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등 참조). 배당을 받아야 할 채권자 중 가압류채권자가 있어 그에 대한 배당액이 공탁된 경우 공탁된 배당금이 가압류채권자에게 지급될 때까지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다3268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한 뒤 그 공탁금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전액 지급할 수 없어서 추가배당이 실시됨에 따라 배당표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추가배당표가 확정되는 시점까지 배당요구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권리행사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추가배당표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된다.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한 뒤 그 공탁금을 가압류채권자에게 전액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9. 6. 4. 추가배당이 실시된 이 사건에서는 배당요구로 인한 이 사건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추가배당표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종전 배당표가 확정된 다음 날인 2011. 5. 13.부터 다시 진행한다고 보아 배당요구에 의한 시효중단이 추가배당표 확정 시까지 계속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당요구에 의한 소멸시효의 중단과 중단된 시효의 재진행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21,763 | 부당이득금 | 2017다278187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 위탁자가 물상보증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위탁자가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경우,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지 여부(적극) | [1]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수익권은 경제적으로 금전채권에 대한 담보로 기능하지만, 그 성질상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이다.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수익권과 법적 성질이 다르지 않고, 채권자가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에, 설령 경제적인 실질에 있어 위탁자가 부동산담보신탁을 통하여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탁자가 자기의 재산 그 자체를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 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보증인의 총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 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 간과 같이 상호 이해 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법정대위자 상호 간의 관계에 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에 우열을 인정하지 않고 양자를 동등하게 취급하여 그에 따라 변제자대위를 제한하거나 같은 항 제4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 그 재산의 가액에 따라 변제자대위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민법의 해석상 공동보증인 상호 간의 변제자대위가 구상권의 범위에 따라 제한된다고 보는 것은 변제자대위의 순환을 방지하여 혼란을 피하고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등 법정대위자 어느 일방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위탁자가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경우에 채권자가 가지는 우선수익권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법정대위할 수 있는 ‘담보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 [1] 신탁법 제56조 제1항, 민법 제356조,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 / [2] 신탁법 제56조 제1항, 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 제2항 제4호, 제5호 | [1] 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7하, 1534),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공2018상, 875) / [2]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 61120 판결(공2010하, 1335) | 【원고, 상고인】
청산종합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동서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주열)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약동산업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훈 외 1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7. 10. 19. 선고 2017나5319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경남은행(이하 ‘경남은행’이라 한다)은 2012. 9. 28. 주식회사 동림산업개발(이하 ‘동림산업개발’이라 한다)에 40억 원을 대출하였고(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 원고는 동림산업개발의 경남은행에 대한 위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나. 주식회사 동림개발(이하 ‘동림개발’이라 한다)은 동림산업개발의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무렵 동림개발 소유이던 양산시 (주소 1 생략) 토지 및 (주소 2 생략) 토지에 관하여 코리아신탁 주식회사(이하 ‘코리아신탁’이라 한다)와 우선수익자를 경남은행(우선수익 한도금액 52억 원), 수익자를 동림개발로 하는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 코리아신탁에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 이 사건 신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이 사건 신탁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 관리와 위탁자(채무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이를 포함한다)가 부담하는 채무 내지 책임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 시 환가·정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제1조).
2) 우선수익자(경남은행)는 수익권증서에 기재된 52억 원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와 사이에서 여신거래로 발생하는 원금, 이자 및 지연손해금 등에 한하여 수익권의 수익을 얻을 권리가 있고, 신탁원본에 대한 우선수익자의 수익권은 수익자(동림개발)의 수익권보다 우선한다(제7조, 제22조, 특약사항 제1조).
3) 신탁기간 만료 전에 우선수익자의 요청 등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양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에 신탁이 종료하고(제2조), 우선수익자와 채무자 사이에 체결한 여신거래 약정 위반이 있는 경우 신탁기간 만료 전이라도 우선수익자의 요청 등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제18조).
다. 원고는 2014. 5. 23.부터 2015. 1. 2.까지 이 사건 대출금채무 중 이자 합계 184,620,507원을 경남은행에 대위변제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위변제’라 한다).
라. 그 후 코리아신탁은 신탁부동산의 처분 및 정산을 거친 결과 이 사건 신탁계약의 수익자인 동림개발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할 잔여 금액이 1,903,236,092원인데, 이에 대하여 다수의 채권가압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2015. 6. 1. 위 잔여 금액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년 금 제11452호로 공탁하였다.
마. 위 공탁금에 대하여 창원지방법원 2015타배79호로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2015. 10. 27. 피고에게 합계 334,435,911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되었고, 배당이의소송 등의 결과를 반영하여 2017. 1. 11. 피고에게 합계 165,701,953원을 추가로 배당하는 내용의 추가 배당표가 작성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배당절차에서 이 사건 대위변제로써 원고가 경남은행의 우선수익권을 변제자대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금액에 대하여 우선하여 배당받을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위와 같이 작성된 배당표 및 추가 배당표에는 그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2. 담보신탁에서의 위탁자의 지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 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수익권은 경제적으로 금전채권에 대한 담보로 기능하지만, 그 성질상 금전채권과는 독립한 신탁계약상의 별개의 권리이다(대법원 2017. 6. 22. 선고 2014다22580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우선수익권은 수익급부의 순위가 다른 수익자에 앞선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수익권과 법적 성질이 다르지 않고, 채권자가 담보신탁을 통하여 담보물권을 얻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6다223357 판결 참조). 그러므로 채무자가 아닌 위탁자가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을 설정한 경우에, 설령 경제적인 실질에 있어 위탁자가 부동산담보신탁을 통하여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을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것과 같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탁자가 자기의 재산 그 자체를 타인의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 민법 제482조 제2항 제4호, 제5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재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부담 부분을 정하도록 하면서,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는 보증인의 총재산의 가액이나 자력 여부, 물상보증인이 담보로 제공한 재산의 가액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인원수에 비례하여 평등하게 대위비율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인적 무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인과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 사이에는 보증인 상호 간이나 물상보증인 상호 간과 같이 상호 이해 조정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고, 당사자 간의 특약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히려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어 합리적이며 그것이 대위자의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7다61113, 61120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법정대위자 상호 간의 관계에 관하여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사이에 우열을 인정하지 않고 양자를 동등하게 취급하여 그에 따라 변제자대위를 제한하거나 같은 항 제4호가 물상보증인 상호 간에 그 재산의 가액에 따라 변제자대위의 범위를 제한하거나 민법의 해석상 공동보증인 상호 간의 변제자대위가 구상권의 범위에 따라 제한된다고 보는 것은 변제자대위의 순환을 방지하여 혼란을 피하고 채무자의 무자력 위험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등 법정대위자 어느 일방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인 위탁자가 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정하여 부동산담보신탁을 한 경우에 채권자가 가지는 우선수익권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 제1항에 의하여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법정대위할 수 있는 ‘담보에 관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보증채무를 이행한 보증인이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보증채무를 이행한 전액에 대하여 변제자대위를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다른 기준이나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대위자 상호 간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의 우선수익권에 대한 보증인의 변제자대위도 보증인과 물상보증인 상호 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그 인원수에 비례하여 채권자를 대위하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원심은, 동림개발이 물상보증인의 지위에 있고, 원고가 이 사건 대출금채무 중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가 정한 방식에 따라 산정한 자기의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는 주장·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가 실제로 배당받은 금액과 원고에게 184,620,507원이 우선 배당될 경우 배당받게 될 금액의 차액을 부당이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담보신탁은 담보적 기능을 가지는 신탁계약이지 담보물권은 아니므로 이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동림개발도 물상보증인은 아니다. 그러나 동림개발과 연대보증인인 원고 사이에 대위비율에 관한 특약 등이 존재한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동림개발과 원고 사이에서는 인원수에 따라 대위비율을 정하는 것이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그와 같이 보는 것이 통상의 의사 내지 기대에 부합한다. 원심판결 이유 중 동림개발이 물상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곧바로 민법 제482조 제2항 제5호를 적용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고가 인원수에 따른 대위비율로 정한 방식에 따라 산정한 부담 부분을 초과하여 대위변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결론에 있어서는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담보신탁에서의 위탁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나아가 원심의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일부 대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1,865 | 손해배상(지) | 2019가합548861 | 20,220,512 | 선고 | 서울중앙지법 | 민사 | 판결 : 항소 | 甲 외국법인은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하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들의 모든 공연권을 저작자들로부터 신탁받은 영국의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이고, 乙 외국법인은 미국 내에서 위 음악저작물들을 영화에 삽입하여 사용하거나 이를 삽입한 영화를 공연하는 것에 관한 이용허락 권한을 저작자들로부터 위임받아 위 영화의 전 세계 배급사인 丙 외국회사와 이용허락 약정을 체결한 회사인데, 국내 영화관 사업자인 丁 주식회사가 丙 회사의 국내 직배사로부터 위 영화를 배급받아 상영하자, 甲 법인과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여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권을 신탁적으로 양수한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戊 법인이 丁 회사를 상대로 丁 회사가 공연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위 음악저작물들을 공연하여 戊 법인이 보유한 위 음악저작권들의 공연권을 침해하였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丙 회사는 乙 법인으로부터 위 음악저작물들의 국내 공연을 허락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丁 회사가 戊 법인으로부터 공연 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위 영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들을 공연한 행위는 戊 법인이 보유한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 침해행위에 대한 과실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丁 회사는 戊 법인에 공연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 甲 외국법인은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하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들의 모든 공연권을 저작자들로부터 신탁받은 영국의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이고, 乙 외국법인은 미국 내에서 위 음악저작물들을 영화에 삽입하여 사용하거나 이를 삽입한 영화를 공연하는 것에 관한 이용허락 권한을 저작자들로부터 위임받아 위 영화의 전 세계 배급사인 丙 외국회사와 이용허락 약정을 체결한 회사인데, 국내 영화관 사업자인 丁 주식회사가 丙 회사의 국내 직배사로부터 위 영화를 배급받아 상영하자, 甲 법인과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여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권을 신탁적으로 양수한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인 戊 법인이 丁 회사를 상대로 丁 회사가 공연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위 음악저작물들을 공연하여 戊 법인이 보유한 위 음악저작권들의 공연권을 침해하였다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甲 법인으로부터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권을 신탁받은 戊 법인은 공연권의 관리처분권 행사의 일환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러한 소송행위의 수행이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나 신탁법 제7조에서 정한 소송신탁의 금지를 잠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戊 법인에게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丁 회사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한 다음, 乙 법인과 丙 회사가 체결한 이용허락 약정에 따르면 丙 회사가 乙 법인으로부터 위 음악저작물들을 공연하거나 제3자에게 공연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지역적 범위가 미국과 미국령 내로 제한되어 있고, 그 외의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 등에 관하여는 그 지역의 관행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 점, 乙 법인이 戊 법인에 보낸 회신에서 미국 지역에 한하여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을 허락하였고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한 점, 국내에서 상영되는 해외 영화와 관련하여 영화관 사업자들에게 영화 작품에 삽입된 음악의 공연이 허락되었다거나 공연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丙 회사는 乙 법인으로부터 위 음악저작물들의 국내 공연을 허락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丁 회사가 戊 법인으로부터 공연 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위 영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들을 공연한 행위는 戊 법인이 보유한 위 음악저작물들의 공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 침해행위에 대한 과실도 인정된다는 이유로, 丁 회사는 戊 법인에 공연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저작권법 제17조, 제105조 제1항, 제8항, 제9항, 제125조 제1항, 제2항, 민사소송법 제87조, 신탁법 제7조 | null | 【원 고】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심민선 외 2인)
【피 고】
씨제이씨지브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문진구 외 4인)
【변론종결】
2022. 4. 14.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12,158,000원 및 이에 대한 2019. 7. 3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인정 사실
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역사와 그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인생을 영화한 작품(이하 ‘이 사건 영화’라 한다)이다. 이 사건 영화에는 음악저작물로서 별지 표 기재 31곡의 음악(이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이라 한다)이 삽입되어 영상화되어 있고,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저작자들은 같은 표의 저작자 부분의 해당 기재와 같다(이하 위 저작자를 ‘이 사건 음악저작자’라 한다).
나. 1) 영국의 음악저작물 저작권 협회인 Performing Right Society for Music(이하 ‘PRS’라 약칭한다)은 영국 내에서 음악저작물을 저작권자들로부터 신탁받아 관리하면서 그 공연을 제3자에게 허락하고 그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하여 저작자들에게 분배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이고, 원고는 저작권법 제105조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부터 음악저작권 신탁관리업 허가를 받아 국내외 음악저작권자들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된 음악저작물의 공연권, 복제권, 배포권 등 저작재산권을 신탁관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원고와 PRS는 국제 작가 및 작곡가 협회 연합인 ICSAC(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Societies of Authors and Composers)에 가입한 회원이다.
2) 원고와 PRS는 1995. 3. 22.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양 당사자는 자신이 신탁받아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의 공연권과 관련하여 상대방의 관리지역에서 공연을 제3자에게 허락할 수 있는 권한을 상대방에게 부여하고, 그 권한을 부여받은 상대방은 자신의 관리지역 내의 제3자에게 공연을 허락하고, 그 공연에 따른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원고와 PRS는 2011. 5. 23. 위 상호관리계약의 부속계약을, 2012. 8.경 위 상호관리계약의 개정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개정계약에 따르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PRS가 원고에게 ① 위 상호관리계약에 따른 공연권을 신탁하고, ② PRS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따른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다. PRS는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하여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① 모든 공연권과 ② 모든 영화 싱크로나이제이션권을 신탁받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EMI Entertainment World, Inc.(이하 ‘EMI’라 한다)가 PRS와 별도로 이 사건 음악저작자들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영화에 삽입하여 사용하거나 이를 삽입한 영화를 공연하는 것과 관련하여 퍼블리셔(Publisher)로서 그 이용허락 권한을 위임받았다.
라. 이 사건 영화의 전 세계 배급권을 가지고 있는 이십세기폭스사는 2016. 1. 14. EMI와 사이에 이 사건 영화에 삽입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약정(이하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계약 원문) Public Performance. Solely with respect to Theatrical and Non-Theatrical rights granted hereunder or on an applicable Short Form License, Publisher hereby grants Producer the right to publicly perform for profit or non-profit and authorize others so to perform the Composition in the exhibition of the Production to audiences in the United States and its possessions. As used in the following sentence, "Media Entity" means a television station, broadcasting company, website, internet or wireless proprietor, or other entity that exhibits, broadcasts, or transmits a public performance of the Production (or In-Context Trailer, if applicable) anywhere in the Territory. Producer agrees that it (or its affiliate) will require Media Entities to secure, from the applicable performing rights society or other authorized party, where required by custom, practice, law, or regulation, a valid non-dramatic performing license which applies to the transmission of the Composition as embodied in the Production (or In-Context Trailer, if applicable) during the Term of the applicable Short Form License hereunder (collectively, "Valid Performance License"). If at any time Producer becomes aware that any Media Entity does not have a Valid Performance License, then Producer shall : (a) notify Publisher thereof immediately, (b) immediately notify the Media Entity (with a copy of such notice to Publisher) of the Media Entity’s obligation to secure such Valid Performance License, and (c) reasonably cooperate with Publisher in its pursuit of any and all remedies against the Media Entity for failure to secure a Valid Performance License other than injunctive or other equitable prohibitory relief. Without limitation of the foregoing, Producer expressly agrees that if any Media Entity does not have a Valid Performance License, than Publisher or the applicable performing rights society or a designee of Publisher in the applicable country, shall have the absolute right to negotiate a Valid Performance License directly with the Media Entity. Such license shall provide for the payment to Publisher of a license fee, which shall be at the then-current market rate for the contemplated use. Irrespective of the foregoing, it is understood that clearance by performance and foreign societies in such portion of the Territory as is outside of the United States will be in accordance with their customary practices and the payment of their customary fees, with respect to each country where the Production is exhibited and/or performed. (번역문) 공연. 전적으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여되거나 해당되는 약식 라이선스 합의서에서 허락된 상영권(Theatrical) 및 비상영권(Non-Theatrical)에 관하여, 퍼블리셔는 이로써 미국과 미국령 내에서 제작물을 관객에게 전시함에 있어 영리 목적이나 비영리 목적으로 음악저작물을 공연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권리를 제작자에게 허락한다. 다음 문장에서와 같이, "미디어 매체"는 TV방송국, 방송사, 웹사이트, 인터넷 또는 무선 통신사업자, 또는 모든 관리영역 내에서 제작물(또는 해당된다면 예고편)의 공연을 전시, 방송, 또는 전송하는 그 밖의 매체를 의미한다. 제작자는 해당되는 아래의 약식 라이선스 합의서의 계약기간 동안 제작자(또는 그 계열사)가 제작물(또는 해당된다면 예고편)에 포함된 음악저작물의 전송에 해당하는 유효한 비(非)극적 공연 이용허락(일괄하여 "유효 공연 이용허락")을 풍습, 관행, 법률, 또는 규제에 따라야 되는 경우 해당되는 공연권 관리 단체 또는 다른 권한을 지닌 단체로부터 지켜내도록 미디어 매체들에 요구할 것에 동의한다. 만약 제작자가 언제라도 어떠한 미디어 매체가 유효 공연 이용허락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제작자는 (a) 퍼블리셔에게 이를 즉시 통지하고, (b) 즉시 미디어 매체에 그와 같은 유효 공연 이용허락을 보유하여야 할 미디어 매체의 의무에 대해 통지(퍼블리셔에게 보낸 그와 같은 통지의 사본과 함께)를 하고, (c) 유효 공연 이용허락을 보유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미디어 매체에 대한 금지 또는 그에 준하는 다른 금지적 조치 외 모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퍼블리셔와 합리적으로 협조한다. 앞서 명시된 내용에 제한되지 아니하고, 제작자는 만약 어떠한 미디어 매체도 유효 공연 이용허락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그때는 퍼블리셔 또는 해당 국가의 공연권 관리단체나 퍼블리셔의 피지명자가 미디어 매체와 직속으로 유효 공연 이용허락에 대하여 협상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를 지닌다는 점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한다. 이와 같은 이용허락은 고려된 사용에 대해 그 당시 시장 요율에 따른 이용허락 사용료를 퍼블리셔에게 지급하도록 한다. 앞서 명시된 내용과 관계없이, 제작물이 전시 또는 공연되는 각 나라에 대하여, 미국 이외의 지역의 그러한 부분에 있어 공연과 해외 단체에 의한 승인은 그들의 관례적 관행과 그들의 관례적 비용의 지불에 따를 것이다.
마. 피고는 이십세기폭스사의 국내 직배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주식회사(이하 ‘이십세기폭스코리아’라고만 한다)로부터 이 사건 영화를 배급받은 뒤 이를 상영하고자 하였고,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와 관련한 협의를 피고에게 요청하였다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2018. 10. 4. ASCAP, BMI, PRS로부터 저작권 사용료 징수를 요청받았고, 피고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 관련 이용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협의 의사가 없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한다)를 하였다.
바. 피고는 이 사건 통지를 받고도 원고와의 협의 없이 2018. 10. 31.경부터 영화상영관에서 관객들에게 이 사건 영화를 상영하였고(개봉 첫날 상영된 스크린 수는 268개이다), 상영에 따른 수익금 중 일정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정산하여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지급하였다.
사. 한편 원고는 음악저작물의 이용자로부터 받는 사용료의 요율 또는 금액을 정한 규정(이하 ‘이 사건 징수규정’이라 한다)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1988. 2. 23. 제정하였는데, 이 사건 징수규정은 그 후 여러 차례 변경되었고,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와 관련한 현행 규정은 아래와 같으며, 원고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영화에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원고가 정한 영화 사용신청서 양식에 따른 신청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한 뒤 이 사건 징수규정에 따라 산정된 이용료를 원고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따르게 되어 있다.
제34조(영화 사용료) ① 영화에 음악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복제·배포·공연 등을 일괄적으로 허락하는 경우의 곡당 사용료는 다음과 같다. [300만 원 + (스크린당 곡단가 × 개봉 첫날 스크린 수)] × 지분율 비고1) 스크린당 곡단가는 13,500원으로 한다. 비고2) 개봉 첫날 스크린 수는 영화진흥위원회 극장 입장권 전산망 집계를 기준으로 한다. 비고3) 순제작비 10억 미만 영화의 경우 위 기준에 의하여 산출된 사용료의 1/10로 한다. 비고4) 저작인격권과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저작자와 협의하여 정한다. ② 영화에 음악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 복제와 공연 등을 별도로 허락하기로 특약이 있는 경우 곡당 복제 사용료는 아래 표의 금액에 지분율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한다.사용량에 따른 구분5초 이상 1분 미만1분 이상 5분 미만5분 이상영화제 출품4만 원8만 원12만 원 비고1) 별도 영화개봉(공연) 시의 공연 사용료는 (스크린당 곡단가 × 개봉 첫날 스크린 수 × 지분율로 하고, 위 ①항의 비고1) 내지 비고4)를 준용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4, 6 내지 10, 19, 20, 21,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청구원인
원고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수탁자인 PRS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신탁적으로 양수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연 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영화상영관에서 이 사건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영화에 삽입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하였는바, 피고의 이러한 공연행위는 원고가 보유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침해한 행위이다. 따라서 피고는 위 침해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원고는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음악저작권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상당액인 112,158,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손해배상으로 구한다.
3.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음악저작물에 관한 공연권을 신탁받은 수탁자의 지위에 있음에 불과한 PRS는 그 신탁의 취지상 그 공연권 자체를 원고와 같은 다른 나라의 신탁관리단체에 다시 신탁적으로 양도할 권한이 없어 비록 원고와 PRS 사이의 상호관리계약의 내용에 공연권을 신탁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하여 PRS가 원고에게 공연권을 양도할 수는 없어 원고가 PRS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양수받았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위 공연권에 대하여 관리처분권이 없어 간접적·경제적 이해관계인에 불과한 원고가 자기의 이름으로 제기한 이 사건 소는 비록 원고가 PRS로부터 소송수행권을 수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하고, 이를 인정할 합리적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어 당사자적격이 없다.
나. 판단
재산권상의 청구에 관하여는 소송물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관리처분권을 갖는 권리주체에게 당사자적격이 있음이 원칙이다. 다만 제3자라고 하더라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적격이 부여되거나 본래의 권리주체로부터 그의 의사에 따라 소송수행권을 수여받음으로써 당사자적격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러한 임의적 소송신탁은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나 신탁법 제7조가 정한 소송신탁의 금지를 잠탈하는 등의 탈법적 방법에 의하지 않은 것으로서 이를 인정할 합리적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① 원고와 PRS는 모두 음악저작물의 저작자들로부터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단체로서 자신들이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의 법정 분쟁과 관련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소송을 수행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점, ② 그런데 원고와 PRS를 비롯한 ICSAC의 회원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음악저작물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관리지역이 아닌 지역에서의 공연권의 원활한 행사를 위해서 지속적인 상호 협조를 할 필요가 있고, 그 협조의 일환으로 원고와 PRS는 위 인정 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상호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상대방에게 공연권의 사용허락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PRS는 더 나아가 원고에게 공연권 자체를 신탁하기까지 하였는데, 이러한 공연권 신탁은 자신이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의 효율적인 보호를 위하여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음악저작자들의 법익의 보호에 기여하였다고 보일 뿐 이 사건 음악저작자들의 법익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그 신탁을 인정할 합리적 필요가 있는 점, ③ 따라서 위 신탁에 따라 원고는 PRS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적법하게 수탁받아 대외적으로 이를 행사할 적법한 권한을 보유하게 된 점, ④ 피고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의 보유자는 PRS가 아닌 EMI로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EMI의 공연권의 범위는 미국과 미국령 내로 제한되고, 그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그 공연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미국과 미국령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지역에 대한 공연권은 PRS가 보유하고 있다고 보이며 위 지역에 대하여 PRS가 아닌 다른 단체가 공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정황도 나타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PRS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신탁받은 원고는 공연권의 관리처분권 행사의 일환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소송행위의 수행이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나 신탁법 제7조가 정한 소송신탁의 금지를 잠탈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중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가. 공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원고가 PRS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적법하게 수탁받은 공연권자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이 사건 영화를 영화관에서 공개적으로 상영한 행위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한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가 PRS나 원고로부터 위 공연을 허락받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공연행위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에 관한 공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는 공연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을 허락받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EMI는 PRS와 별도로 미국과 미국령은 물론 그 이외의 전 세계 지역에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을 허락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EMI와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을 체결한 이십세기폭스사는 위 약정에 따라 EMI로부터 대한민국에서의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을 허락받았다고 할 것이며, 이십세기폭스사의 자회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로부터 이 사건 영화를 배급받은 피고 역시 위 공연 허락에 근거하여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할 권한이 있다(피고가 이 사건 영화 상영과 관련하여 이십세기폭스코리아에 지급한 대가에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영화 상영과 관련하여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2) 판단
살피건대,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이십세기폭스코리아로부터 이 사건 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반증이 없으나 더 나아가 영화 상영과 별도로 이십세기폭스사가 EMI로부터 국내에서의 이 사건 음악저작물 공연을 허락받았다거나 피고가 위 공연을 할 적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인정 사실 및 이에 더하여 갑 제5, 11, 14 내지 18,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할 때 이십세기폭스사는 EMI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국내에서의 공연을 허락받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가)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에 따르면 이십세기폭스사가 EMI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하거나 제3자에게 공연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을 EMI로부터 부여받은 지역적 범위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과 미국령 내로 제한될 뿐 그 외 지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Public Performance. Solely with respect to Theatrical and Non-Theatrical rights granted hereunder or on an applicable Short Form License, Publisher hereby grants Producer the right to publicly perform for profit or non-profit and authorize others so to perform the Composition in the exhibition of the Production to audiences in the United States and its possessions. 공연. 전적으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여되거나 해당되는 약식 라이선스 합의서에서 허락된 상영권(Theatrical) 및 비상영권(Non-Theatrical)에 관하여, 퍼블리셔는 이로써 미국과 미국령 내에서 제작물을 관객에게 전시함에 있어 영리 목적이나 비영리 목적으로 음악저작물을 공연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그와 같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권리를 제작자에게 허락한다.
나) 오히려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에 따르면 미국과 미국령 외의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 및 해외단체에 의한 승인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지역의 관례적 관행이나 관례적 비용의 지불에 따르도록 되어 있는바, 이는 EMI의 권한의 지역적 범위가 미국과 미국령 내에 제한됨을 전제로 하여 그 외의 다른 지역에서의 공연 등에 대해서는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대한민국에서의 공연과 관련하여 EMI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을 허락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된다.
Irrespective of the foregoing, it is understood that clearance by performance and foreign societies in such portion of the Territory as is outside of the United States will be in accordance with their customary practices and the payment of their customary fees, with respect to each country where the Production is exhibited and/or performed. 앞서 명시된 내용과 관계없이, 제작물이 전시 또는 공연되는 각 나라에 대하여, 미국 이외의 지역의 그러한 부분에 있어 공연과 해외 단체에 의한 승인은 그들의 관례적 관행과 그들의 관례적 비용의 지불에 따를 것이다.
다) EMI가 2021. 1. 21. 원고에게 보낸 회신(갑 제22호증)에 따르면 EMI는 미국 지역에 한하여 이 사건 영화에 삽입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을 허락하였고,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라) 아래에서 보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국내에서 상영되는 해외 영화와 관련하여 영화관 사업자들에게 그 영화 작품에 삽입된 음악의 공연이 허락되었다거나 공연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1) 미국 외의 지역으로서 오스트레일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PRS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이 삽입된 영화가 상영되는 경우 해당 국가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들이 공연 사용료를 별도로 징수하여 이를 PRS에 분배하고 있고, 원고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이 삽입된 영화가 외국에서 상영되는 경우 해당 국가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공연 사용료를 징수하여 원고에게 분배하고 있으며, ASCAP와 같은 외국의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들은 국내에서의 해외 영화 상영에 의한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를 징수할 것을 원고에게 요청하고 있다.
(2) 이십세기폭스사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자신이 배급하는 영화의 상영과 관련하여 영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의 공연 허락을 승인하는 관행이나 선례가 존재하지 않고, 위 허락과 그에 따른 공연 이용료 지급은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사업자와 해당 지역의 공연권 관리단체가 협의할 문제라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3) 피고는 수입 영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를 징수하는 절차가 국내에서 마련되어 있지 않고, 국내 영화 상영관 사업자가 영화 상영 단계에서 공연 허락을 얻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 때문에 공연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관례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 징수 근거 규정으로 이 사건 징수규정 제34조 제2항이 마련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규정이 국산 영화에만 적용되고, 수입 영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어 위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영화의 공연 사용료 징수가 가능하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을 제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PRS가 2016. 3. 30.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산 영화와 달리 수입 영화에 삽입되는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 그 공문의 내용 중에 "그러나 우리는 원고(KOMCA)가 국산 영화에 한해서만 음악 권리 처리를 승인받았고, 한국 극장에서 상영된 수입 영화의 음악 권리 처리는 아직 금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는 이를 근거로 하여 국내에서는 수입 영화의 공연 사용료 징수가 금지되어 있었고,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던 PRS 역시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원고에게 공연 사용료의 지급을 청구하지 않았다며 해외 영화 관련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관행이 국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공문에 ‘한국 극장에서 상영된 수입 영화의 음악 권리 처리는 아직 금지되었다는 사실(....is still prohibited from licensing the use of music in foreign films when shown in Korean cinemas)’이란 표현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국산 영화와 달리 수입 영화에 삽입된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내의 현실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에 불과할 뿐 이를 근거로 수입 영화의 공연 사용료 징수가 국내에서 금지되어 왔다고 볼 수는 없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는 이 사건 징수규정의 개정 과정 등을 감안할 때 국산 영화의 경우 영화제작자가 영화의 제작 단계에서 음악저작물의 복제와 공연에 대한 일괄 허락을 받는 관례가, 수입 영화의 경우 상영 단계 전에 공연을 포함한 모든 권리처리가 이루어지고 상영 단계에서는 별도의 공연 허락이 이루어지지 않는 관례가 정립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26, 27호증, 을 제6, 7, 13 내지 17, 21, 2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① 2011년경 당시 시행되던 이 사건 징수규정에 영화에 사용되는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 징수 사항을 신설하려는 논의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원고와 영화계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였던 사실, ② 위 논의를 반영하여 이 사건 징수규정이 2012. 3. 15. 개정되었는데, 개정 규정에 따르면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는 별도의 특약이 없이 복제·배포·공연을 일괄적으로 허락할 경우에는 원고와 사용자의 협의에 따라 정하되, 공연을 별도로 허락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 그 산정 기준을 따로 정하였는데, 위 개정 규정에 대하여 피고를 비롯한 영화계는 반발을 하면서 2012. 4.경 영화음악저작권대책위원회(이하 ‘영대위’라 한다)를 결성한 사실, ③ 이에 원고와 영대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여러 차례 협상을 거쳐 2012. 9. 4. 원고가 음악저작물의 복제·배포·공연을 일괄적으로 허락하는 경우의 사용료 산정 기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였고, 위 합의를 반영하여 2014. 11. 17. 이 사건 징수규정이 개정된 사실, ④ 한편 2014. 10.경 문화체육관광부 주도 아래 영화 상영의 거래 관계에 있어 표준계약기준을 설정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형성하기 위하는 목적으로 영화 상영 분야에 있어서 영화 배급자와 영화 상영자 사이의 계약을 규율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가 마련되었는데 위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영화에 포함되거나 사용된 음악저작물에 대해 배급자는 해당 음악저작물의 복제권과 공연권을 보유하고 있고, 상영자에게 그에 대한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보증하며, 상영자가 이에 대한 증빙을 요청하는 경우 관련 서류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징수규정이 위와 같이 개정되어 현재까지 이르는 동안 음악저작물의 공연만을 별도로 허락하기로 하는 경우에 그 공연 사용료 산정 방법에 대한 규정은 계속해서 존재하여 왔던 점, ② 피고는 위 규정 중 2012. 3. 15. 자 개정 규정에서 공연만을 별도 허락할 경우 공연 사용료의 납부 주체가 영화 상영자가 아닌 영화 제작자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위 관례의 근거로 들고 있는바, 위 개정 규정에 피고 주장의 내용이 포함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 후 개정된 이 사건 징수규정에는 그 내용이 빠지게 된 점, ③ 원고는 위 표준계약서의 계약당사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위 인정 사실과 을 제8, 18, 19, 20, 23, 2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주장의 관례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EMI가 이십세기폭스사에 이 사건 영화 상영을 허락하였음이 추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1) 근거 규정
저작권법
제99조(저작물의 영상화)
① 저작재산권자가 저작물의 영상화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한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다음 각호의 권리를 포함하여 허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2. 공개상영을 목적으로 한 영상저작물을 공개상영하는 것
2) 당사자의 주장
가)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음악저작자들로부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을 허락할 권리를 위임받은 EMI는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을 통해 이십세기폭스사에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이 사건 영화로 영상화하는 것을 허락하였고,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EMI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이 영상화된 이 사건 영화를 공개상영하는 권리를 포함하여 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EMI의 허락에 근거하여 이 사건 영화를 상영한 피고의 행위를 공연권 침해로 볼 수 없다.
(2) 지식재산권의 보호는 그 침해지법에 의하고(국제사법 제24조), 보호의 범위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어지는 구제의 방법은 오로지 보호가 주장되는 국가의 법률적 지배를 받도록 한 WIPO 조약 제3조 및 베른 협약 제5조 제2항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법인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이 이 사건 원고 청구의 준거법으로 적용된다.
나) 원고의 주장
(1) 준거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피고의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는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나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제2항 제2호에 따라 위 약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인 미국의 법이 적용되고,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은 그 적용이 없다.
(2) 가사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에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 EMI가 이십세기폭스사에 이 사건 영화를 공개상영하는 것을 허락하였음이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EMI와 이십세기폭스사 사이에는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미국과 미국령으로 제한하는 특약이 존재하므로 국내에서의 영화 상영을 EMI가 허락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3) 판단
살피건대, 가사 피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에 저작권법 제99조 제1항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어 EMI가 이십세기폭스사에 이 사건 영화를 공개상영하는 것을 허락하였음이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에서 이십세기폭스사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할 권리와 제3자에게 공연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의 지역적 범위를 미국 및 미국령 내로 분명하게 한정하고 있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의 공연은 그들의 관례적 관행과 관례적 비용의 지불에 따르도록 되어 있어 대한민국과 같은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위와 같은 허락이 미치지 않음을 명백하게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에는 대한민국과 같이 미국 및 미국령이 아닌 지역에서의 영화 상영은 허락의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존재한다고 판단되고, 결과적으로 위 추정이 복멸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결과적으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공연 사용료 징수의 근거 규정 결여로 인하여 공연 사용료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징수규정 제34조는 국산 영화만을 대상으로 할 뿐 이 사건 영화와 같은 수입 영화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여 수입 영화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사용료 징수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의 공연 사용료의 구체적인 납부 의무도 발생하지 아니한다.
2) 판단
저작권법 제105조 제9항 전문은 저작권위탁관리업자의 사용료 징수를 통제하기 위하여 ‘저작권위탁관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받는 사용료의 요율 또는 금액은 저작권위탁관리업자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입법 취지와 문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은 저작권위탁관리업자가 저작물 이용자들과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에 따라 사용료를 지급받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일 뿐, 저작권위탁관리업자가 법원에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해석되지 않으므로, 설령 위 규정에 따라 승인받은 사용료의 요율 또는 금액이 없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다204653 판결 참조). 이 사건 징수규정 제34조가 국산 영화는 물론 해외에서 수입 영화도 그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가사 피고 주장과 같이 위 규정이 수입 영화를 그 규율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법리를 감안할 때 이 사건과 같이 원고가 저작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안에서 구체적인 징수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없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소결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연 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영화상영관에서 이 사건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영화에 삽입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하였는바, 피고의 이러한 공연행위는 원고가 보유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원고로부터 위 행위가 원고의 공연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사용료를 지급해 달라는 이 사건 통지를 받고도 사용료 지급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침해행위에 대한 과실도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중 손해액 산정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한 경우에 있어 이 사건 징수규정에 따라 산정한 공연 사용료는 112,158,000원 상당이므로 원고는 손해배상으로 위 금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판단
1) 저작재산권자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권리를 침해한 자에게 그 침해행위로 자기가 받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을 저작재산권자 등이 받은 손해의 액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구 저작권법(2021. 5. 18. 법률 제181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저작권법’이라고만 한다) 제125조 제2항], 여기서 권리의 행사로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에 상당하는 액이라 함은 침해자가 저작물의 사용허락을 받았더라면 사용대가로서 지급하였을 객관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말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저작물은 작품성과 대중 인기도에 차이가 있어 저작권자로서는 저작물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와 사이에 저작물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나름대로의 사용료를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저작권자가 당해 저작물에 관하여 사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용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일응 그 업계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사용료를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저작권자가 침해행위와 유사한 형태의 저작물 사용과 관련하여 저작물사용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받은 사례가 있는 경우라면, 그 사용료가 특별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어 이례적으로 높게 책정된 것이라거나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상대방과 통모하여 비정상적으로 고액으로 정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용계약에서 정해진 사용료를 저작권자가 그 권리의 행사로 통상 얻을 수 있는 금액으로 보아 이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99다69631 판결,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104137 판결 참조).
2) 위 법리 및 이에 더하여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채용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할 때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영화를 상영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하는 것을 허락하였을 경우 피고로부터 통상 받을 수 있었던 액수가 112,158,000원 상당임이 인정되고, 원고는 구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위 금원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가) 이 사건 징수규정 제34조 제2항은 영화에 음악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 중 복제·배포·공연 등을 일괄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아니라 공연 등을 별도로 허락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를 규율하는 조항으로 국내에서 제작된 국산 영화뿐만 아니라 수입 영화도 그 규율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된다.
나) 그런데 이 사건 이용허락 약정 당시 미국 및 미국령이 아닌 지역에서는 이십세기폭스사가 이 사건 음악저작물을 공연하거나 제3자에게 공연을 할 권리를 부여하는 권리를 배제하는 내용의 특약이 존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에 있어 위 제34조 제2항이 적용되어 이 사건 음악저작물의 공연 사용료를 같은 항에 따라 산정할 수 있는데, 같은 항의 비고1)에 따른 공연 사용료 산정식은 13,500원 × 개봉 첫날 스크린 수 × 지분율이 되고, 위 산정식에 이 사건 영화의 개봉 첫날 스크린 수 268과 지분율 1을 대입하면 이 사건 음악저작물 1곡당 3,618,000원이 되며, 이 사건 음악저작물은 모두 31곡이므로 이 사건 음악저작물 전체의 사용료는 112,158,000원(= 3,618,000원 × 31)이 된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으로 112,158,000원 및 이에 대하여 권리 침해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9. 7. 3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표: 생략
판사 이민수(재판장) 이태웅 박찬석 |
233,303 | 배당이의 | 2020나21962 | 20,220,512 | 선고 | 대구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1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일 담당변호사 사공영진)
【원고(선정당사자), 항소인】
원고(선정당사자) 13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문우)
【피고, 피항소인】
피고 1 외 40인 (소송대리인 천마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준기 외 2인)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2. 17. 선고 2018가합23 판결
【변론종결】
2022. 3. 24.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와 원고 2, 원고 3이 이 법원에서 추가한 각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원고 1,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9, 원고 10, 원고 11, 원고 12와 원고(선정당사자) 13의 청구취지 및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 원고 3의 주위적 청구취지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4타기979호 배당절차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7. 12. 26. 작성한 배당표 중 [별지2]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고’란 기재 각 원고들{순번 4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13 제외}의 배당액을 원고별 ‘배당표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에서 ‘정정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으로, 원고 13 및 선정자들의 배당액을 [별지3] 원고 13의 각 선정자별 배당이의금액 및 배당이의 상대방의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에서 ‘정정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으로, [별지2]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상대피고’란 기재 각 피고들의 배당액을 피고별 ‘배당표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에서 ‘제1심 정정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으로 각 경정한다.
나.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 원고 3의 예비적 청구취지
[별지4] 예비적 청구취지 ‘상대피고’란 기재 각 피고들은 ‘원고’란 기재 해당 원고에게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4타기979호 배당절차 사건에서 배당한 각 피고별 ‘배당표 배당액’ 중 ‘양도금액’란 기재 각 공탁금출급청구권을 양도하고, 대한민국에게 위 각 공탁금출급청구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원고 2, 원고 3은 종래의 청구를 주위적 청구로 하면서 당심에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추가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4타기979호 배당절차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7. 12. 26. 작성한 배당표 중, 각 피고들의 배당액을 [별지2]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상대피고’란 기재 피고별 ‘배당표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에서 ‘항소심 정정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으로 각 경정함을 구하는 것 외에는 청구취지 기재와 같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가. 제1심법원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판결을 선고하였다.
순번주문청구1각하① 원고 4의 피고 25, 피고 31, 피고 39에 대한 각 소② 원고 6의 피고 25, 피고 31, 피고 39에 대한 각 소2인용① 원고 6(청주지방법원 2014타채949)의 피고 7(청주지방법원 2014타채5216), 피고 10(청주지방법원 2014타채5218)에 대한 각 청구②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2034)의 1심판결 피고 41, 1심판결 피고 42, 피고 9(청주지방법원 2014타채6497)에 대한 각 청구3기각① 원고 1, 원고 5, 원고 7, 원고 8, 원고 9, 원고 10, 원고 11, 원고 12, 원고 13의 각 청구②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 원고 3의 각 주위적 청구③ 원고 4의 피고 28, 피고 29, 피고 30에 대한 각 청구④ 원고 6의 피고 27, 피고 32, 피고 33, △△△, 피고 35, 피고 36, 피고 37, 피고 38에 대한 각 청구⑤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2034)의 1심판결 피고 40에 대한 청구
나. 원고들만이 제1심판결 중 원고들 청구기각 부분에 관하여 항소하였으므로[위 표 순번 3 부분. 다만,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2034)의 1심판결 피고 40에 대한 청구 기각 부분(위 표 순번 3의 ⑤ 부분)은 위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들이 불복한 부분(위 표 순번 3의 ① 내지 ④ 부분)에 한정된다.
2. 기초사실
가. 이른바 조희팔 사기사건
다음 기재와 같은 이른바 ‘조희팔 사기사건’으로 인하여 원·피고들을 비롯한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였고, 소외 1은 조희팔 사기사건의 공범으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조희팔 사기사건의 개요 및 소외 1에 대한 유죄 형사판결의 확정〉 조희팔, 소외 1 등은 공모하여 2007년 10월경부터 조희팔이 설립한 주식회사 리브 등 소속의 센터에서 근무하는 모집책들을 통하여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리브 등이 판매하는 의료기기(안마의자 등) 구입비 겸 투자비 명목으로 1구좌당 4,400,000원을 납입하면 리브 등이 위 제품을 관련 업소 등에 임대, 설치하거나 리브 등이 투자한 아파트 시행사업, 호텔사업, 고철사업, 김천 삼애원 개발사업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1구좌당 납입일을 기준으로 하여 1주일 후부터 매일 평균 35,000원을 지급하여 영업일 기준(주말, 공휴일 제외)으로 166일, 즉 8개월 만에 5,810,000원(= 35,000원 × 166일) 상당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설명하면서 투자자로 끌어들여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사실은 조희팔, 소외 1 등이 피해자들로부터 의료기기 임대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1구좌당 4,400,000원을 교부받더라도 피해자들이 구입한 제품 총수에 해당하는 제품을 임대, 설치할 형편이 되지 못하였고, 그 임대수익도 미미하며, 또한 리브 등이 투자한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여 앞으로 수익이 발생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므로, 결국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배당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어 후순위 투자자들의 투자가 한계에 이르게 되면 피해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해자들로부터 1구좌당 4,400,000원을 지급받더라도 매일 평균 35,000원의 수익금을 계속하여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조희팔은 2008. 10. 하순경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서해상에서 보트를 타고 공해로 나가 배를 갈아타고 중국으로 밀항하여 도주하였고,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금 지급이 중단되었다. 소외 1은 2010. 3. 19. 대구지방법원(2009고합355호)에서 ‘조희팔 등과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2조 5,000억 원 상당의 돈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으며, 2010. 6. 4.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소외 1과 소외 2 사이 투자계약의 체결 및 경과
1) 소외 1은 2008. 6. 10. 주식회사 엠플러스(소외 2가 실질적인 사업주로 소외 2의 처 소외 3이 대표이사로 되어 있다, 이하 ‘엠플러스’라고 한다)와 사이에 해외에서 비철금속을 수입하여 국내 철강회사 등에 판매하고 그 수익을 나누기로 하는 고철수입투자계약(이하 ‘제1차 투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 엠플러스에게 위 투자계약에 따른 투자금 320억 원을 지급하였다.
2) 소외 1은 2008. 6. 30. 소외 2와 사이에 제1차 투자계약과 유사한 내용의 고철수입투자계약(이하 ‘제2차 투자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 소외 2에게 위 투자계약에 따른 투자금 440억 원을 지급하였다.
3) 소외 1과 소외 2는 2008. 10. 25. 제2차 투자계약을 해지하고, 소외 2가 소외 1로부터 지급받은 투자금 440억 원 중 위약금 50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390억 원을 소외 1에게 반환하되 2008. 10. 31. 70억 원, 2008. 11. 10. 220억 원, 2008. 11. 30. 100억 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 소외 2는 2008. 10. 29. 소외 1에게 70억 원만 반환하고 나머지 투자금 320억 원을 반환하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해 소외 1은 소외 2에 대하여 위 잔여 투자금 320억 원의 반환채권(이하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이라 한다)을 가지고 있었다.
4) 한편 소외 2는 2008. 12.경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320억 원 및 제1차 투자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투자금 320억 원 합계 640억 원을 보관하고 있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교부해 주었다.
다. 소외 1의 채권양도
소외 1은 2008. 12. 중순경 제1차 투자계약상의 지위 및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리브 등의 ○○○○○채권단(이하 ‘채권단’이라 한다)에 양도하고 이를 채무자인 소외 2에게 통지하였고, 소외 2는 2010. 3. 2.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위 채권양도를 승낙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이라 한다).
라. 원고들 및 피고들의 조희팔, 소외 1, 채권단 등에 대한 소송 제기
원고들과 피고들을 포함한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은 조희팔, 소외 1 등 조희팔 사기사건의 가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위 피해자들 중 일부는 소외 1, 채권단을 상대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양도한 부분이 소외 1의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임을 이유로 한 사해행위취소 등 소송(이하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이라 한다)을 함께 제기하였다. 위 소송의 진행경과 및 판결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 4(대법원 판결의 피고 4)(개명 전 : ◇◇◇, 이하 ‘◇◇◇’라고 한다), 소외 4의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에 대한 소송〉?1. 1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4167 / 2010. 2. 10. 소제기 / 2011. 6. 1. 판결선고 가. 당사자 : 원고 - 선정당사자 ◇◇◇, 소외 4 / 피고 -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 나. 주문의 주요 내용?1. 이 사건 소 중 피고 소외 1과 기타 피고들 사이 2009. 1. 28.자 원자재수입건양도계약무효확인청구 부분 및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 위 일자 원자재수입건양도계약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 각하한다.2. 피고 조희팔, 소외 1, 소외 7 등은 각자 원고(선정당사자)들 및 선정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3.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을 취소한다.4. 원고(선정당사자)들의 피고 소외 2 등에 대한 각 청구 및 피고 채권단 등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2.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2011나52323 / 2013. 5. 30. 판결선고 주문의 주요 내용1. 당심에서 변경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의 피고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 선정자들에 대한 부분 및 피고 채권단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 소외 1은 일부 선정자들에게 항소심이 인정한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관하여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11,802,990,3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다. 피고 채권단은 피고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중 위 나.항 기재 금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양도하고, 소외 2에게 위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라. 라.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2. 피고 소외 1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3. 상고심 : 대법원 2013다52110 / 2014. 1. 16. 판결선고(피고들 상고 기각, 원심판결 중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 파기환송) 항소심 원고들 승소부분은 2014. 1. 16. 분리확정?4. 파기환송심 : 서울고등법원 2014나8662 / 2014. 7. 3. 원고 승소, 2014. 7. 23. 확정
〈원고 2의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에 대한 소송〉?1. 1심 : 인천지방법원 2010가합4482 / 2010. 3. 16. 소제기 / 2011. 7. 5. 판결선고 가. 당사자 : 원고 - 선정당사자 원고 2 / 피고 -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 나. 주문의 주요 내용?1. 이 사건 소 중 피고 채권단, 소외 2 등에 대한 각 무효확인청구 부분을 모두 각하한다.2. 피고 조희팔, 소외 1은 각자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3.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관하여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14,952,773,000원 부분을 취소한다.4. 원고(선정당사자)의 피고 소외 2 등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2.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2011나61457 / 2012. 9. 13. 판결선고 주문의 주요 내용1. 원고(선정당사자)의 피고 소외 1에 대한 항소 중 일부 선정자들의 청구에 관한 부분을 모두 각하한다.2.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이 사건 소 중 피고 채권단, 소외 2 등에 대한 각 무효확인청구 부분을 모두 각하한다. 나. 피고 소외 1은 조희팔과 각자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일부 제외)에게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다.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관하여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10,983,354,260원과 그 중 108,300,000원, 37,050,90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라. 피고 채권단은 피고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중 위 다.항 기재 돈에 해당하는 부분을 양도하고, 피고 소외 2에게 위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라. 마. 원고(선정당사자)의 피고 소외 1, 소외 2 등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3. 상고심 : 대법원 2012다110521 / 2014. 1. 16. 판결선고 및 확정 상고기각판결
〈피고 28의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에 대한 소송〉?1. 1심 : 인천지방법원 2010가합17341 / 2010. 10. 4. 소제기 / 2012. 4. 6. 판결선고 가. 당사자 : 원고 - 선정당사자 피고 28 / 피고 -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 나. 주문의 주요 내용?1. 피고 조희팔, 소외 1, 소외 7은 각자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2. 가.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관하여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1,156,168,340원 부분을 취소한다. 나. 피고 채권단은 피고 소외 1에게 위 가.항 기재 1,156,168,340원에 해당하는 채권을 양도하고, 피고 소외 2에게 위 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3. 원고(선정당사자)의 피고 소외 2 등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2.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2012나44848 / 2013. 4. 5. 판결선고 주문의 주요 내용?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소외 1의 일부 선정들에 대한 패소 부분(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각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일부 선정자들의 피고 소외 1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피고 소외 1은 조희팔, 소외 7과 각자 일부 선정자들에게 항소심 인정의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2.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인정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피고 채권단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의 피고 채권단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 가.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관하여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1,130,360,780원 부분을 취소한다. 나. 피고 채권단은 피고 소외 1에게 위 가.항 기재 1,130,360,780원에 해당하는 채권을 양도하고, 소외 2에게 위 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3. 피고 소외 1의 원고(선정당사자)와 일부 선정자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피고 채권단의 원고(선정당사자)와 선정자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3. 상고심 : 대법원 2013다34600 / 2014. 1. 16. 판결선고 및 확정 상고기각판결
〈피고 35의 소외 1, 채권단 등에 대한 소송〉?1. 1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가합73910 / 2011. 7. 19. 소제기 / 2012. 7. 20. 판결선고 가. 당사자 : 원고 - 선정당사자 피고 35 / 피고 - 소외 1, 채권단 나. 주문의 주요 내용?1. 피고 소외 1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2. 가.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을 취소한다. 나. 피고 채권단은 피고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소외 2에게 위 채권을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3.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피고 채권단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2.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2012나65265 / 2013. 3. 20. 판결선고 주문의 주요 내용?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거나 인정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선정당사자)의 청구를 기각한다. 가. 피고 소외 1은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항소심 인정의 손해배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소외 1과 피고 채권단 사이에 2008. 12. 중순경 체결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3,116,550,85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취소한다. 다. 피고 채권단은 피고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로 인한 투자금반환청구권 중 나.항 기재 금원에 해당하는 부분을 양도하고, 소외 2에게 위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라.2.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3. 상고심 : 대법원 2013다31335 / 2014. 1. 16. 판결선고 및 확정(피고들 상고 기각, 원심판결 중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 파기환송) 항소심 원고 승소부분은 2014. 1. 16. 분리확정?4. 파기환송심 : 서울고등법원 2014나8150 / 2014. 9. 4. 원고 일부 승소, 2014. 9. 27. 확정
마. 원·피고들 등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1) 2011. 6.경부터 위와 같은 관련 손해배상 및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 중 일부를 취소하고 양수인인 채권단이 양도인인 소외 1에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중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양도하고 이를 제3채무자인 소외 2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당 소송의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하자, 이 사건 피고들 중 일부를 비롯한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은 아직 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었으나,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선정당사자로 선정됨에 따른 선정당사자 명의로 또는 개인 명의로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의 가집행선고부 1심판결 및 지급명령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별지5] ‘원고들 및 피고들 등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전부명령) 등(이하 ‘[별지5] 표’라고 한다)’ 순번 제1 내지 46번 기재와 같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그 결정을 받았다.
2) 한편,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 중 대법원 2012다110521, 2013다34600 사건은 2014. 1. 16. 상고기각판결이 선고됨으로써 같은 날 전부 확정되었고, 대법원 2013다31335, 2013다52110 사건 중 항소심 해당사건 원고 승소부분도 2014. 1. 16. 해당사건 피고들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분리확정되어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중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원고들이 승소한 부분은 모두 소외 1의 모든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서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되었는데, 그 채권액의 총 합계는 아래와 같이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총액 320억 원을 초과한다.
순번사건(대법원)원상회복액(지연손해금이 있는 경우 이를 포함)비고합계12012다11052110,991,921,843원?32,499,526,763원22013다346001,130,360,780원?32013다313353,357,336,427원분리확정 부분 금액42013다5211017,019,907,713원분리확정 부분 금액
3) 위와 같이 2014. 1. 16.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이 확정되어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이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되자, 원고들 및 피고들 중 일부 등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은 일부 피해자들로부터 선정당사자로 선정됨에 따른 선정당사자 명의로 또는 개인 명의로 소외 1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의 확정판결 및 지급명령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소외 1의 소외 2에 대한 채권에 대하여 [별지5] 표 순번 제47 내지 72번 기재와 같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그 결정을 받았다.
4) 다만, 원고들 및 피고들 중 일부가 위와 같이 받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에 대하여 제3채무자인 소외 2가 이의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원고들의 신청에 따른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포함한 각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압류의 경합이 있는 상태였음이 인정되어 그 전부명령은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5항에 의하여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신청 중 전부명령 부분을 기각하는 결정을 각 하였다. 이로써 원고들 및 피고들 중 일부가 위와 같이 신청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 중 전부명령 부분은 효력을 잃게 되었다.
바. 소외 2의 투자금반환채권 공탁 및 이 사건 배당절차의 진행
1) 위와 같이 원고들 및 피고들 등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다수 송달되자 제3채무자인 소외 2는 2014. 9. 29. 대구지방법원 2014년 금 제6277호로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과 채권압류의 경합에 따른 집행공탁을 합한 혼합공탁을 사유로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320억 원을 공탁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탁금’이라 한다).
2) 이 사건 공탁금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14타기979호로 배당절차(이하 ‘이 사건 배당절차’라 한다)를 개시하였고, 이 사건 배당절차에서 위 법원은 2017. 12. 26. 열린 배당기일에서 각 채권자들이 압류권자 또는 추심권자로서 모두 동순위로 배당받아야 함을 이유로 [별지5] 표 ‘배당절차 관련’란 기재와 같이 ‘실제배당할 금액 32,107,572,496원’을 각 채권자들에게 안분 배당(각 배당비율 5.959%)하는 내용의 배당표(이하 ‘이 사건 배당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3) 원고 13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선정당사자 또는 개인으로서 [별지2]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상대피고’란 기재 피고들에 대한 ‘배당표 배당액’란 기재 각 금액 중 ‘원고 이의금액’란 기재 각 금액에 대하여 각 이의하였고, 선정당사자 지위에 있는 채권자 소외 5는 피고 25의 배당액 1,109,504,933원 중 360,000,000원에 대하여, 피고 26의 배당액 1,142,516,765원 전액에 대하여, 피고 27의 배당액 1,4481,127,051원 중 780,000,000원에 대하여 각 이의하였다.
4) 그런데 위 배당절차에서 채권자 소외 5를 선정당사자로 선정한 선정자들 중 일부인 [별지1] 원고 13 선정자 목록 기재 각 선정자들은 2017. 12. 28.경 집행법원에 대하여 선정행위를 취소한다는 ‘선정당사자 선정철회(취소)서’를 제출하였고, 위 선정자들로부터 이 사건 소송 수행을 위한 선정당사자로 선정된 원고 13 및 나머지 원고들은 위 배당기일로부터 7일 이내인 2018. 1. 2. 각 배당이의의 상대방인 해당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사. 소외 2에 대한 유죄 형사판결의 확정
소외 2는 제1, 2차 투자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조희팔 사기사건의 범죄수익금 760억 원을 은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소외 2 관련 형사사건의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부분 범죄사실의 요지〉?1심대구지방법원 2014고합545 등유죄항소심대구고등법원 2015노231유죄(항소기각)상고심대법원 2015도16544유죄(상고기각)?조희팔의 지시를 받은 소외 1과 소외 2은 2008. 4.경부터 2008. 10.경까지 조희팔과 그의 공범들이 금융다단계 상습사기범행을 통하여 취득하여 22개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업체들(이하 ‘이 사건 유사수신업체’라 한다)에게 소유권이 귀속된 범죄수익 760억 원을 소외 1이 소외 2이 운영하는 법인에서 추진하는 고철수입 무역사업에 투자(제1차 투자계약 320억 원, 제2차 투자계약 440억 원)하였다. 또한, 2008. 10. 29.경 제2차 투자계약을 해지한 후 소외 1은 760억 원 중 70억 원을 조희팔에게 전달하고, 소외 2는 50억 원을 해지손실금 명목으로 공제한 후 그 무렵부터 나머지 640억 원을 사용·관리하였다.〈 공모 〉조희팔과 소외 1은 이 사건 유사수신업체를 총괄하는 회장(조희팔) 및 기획실장(소외 1)으로 재직하면서 금융다단계 상습사기 범행을 통하여 취득하여 위 법인들에게 소유권이 귀속된 범죄수익을 고철투자를 가장하는 방법으로 횡령하여 그 범죄수익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한편, 그 범죄수익 등을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은닉할 것을 마음먹었다.소외 2은 2008. 1. ~ 2.경 조희팔과 소외 1이 피해자 위 법인들 소유의 자금을 횡령하여 은닉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미국 사업가를 통해 러시아 고철을 350달러에 수입할 수 있고, 그 수입한 고철을 500달러 이상에 구매하기로 약속한 현대건설, 세아제강 등 국내 대기업 판매처도 이미 확보되어 있다. 이러한 고철 무역사업을 하려면 은행에 수입대금 상당액을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신용장을 개설해야 하는데 그 자금을 투자해주면 원금은 보장해주고, 수익금을 분배해주겠다."라는 취지로 투자를 권유하는 한편, 그 무렵부터 2008. 4.경까지 사이에 그들의 요청에 따라 그들로부터 투자되는 자금이 범죄수익금인 사실을 알면서도 그 자금을 소외 1 개인의 투자금인 것처럼 투자계약서 등을 작성하는 한편, 그 자금을 복수의 계좌로 순차·분산 입출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출처가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세탁해주는 데 동의함으로써, 결국 소외 1, 조희팔과 그들의 범죄수익금에 대하여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한편,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은닉할 것을 공모하였다.〈 실행 〉소외 1, 소외 2은 2008. 4. 14.경 대구 이하 불상의 장소에서 ‘고철수입양해각서’를 작성한 다음, 2008. 6. 10.에는 소외 1이 소외 2 보유 법인인 ㈜엠플러스의 고철수입판매 사업(이하 ‘고철무역’이라 한다)에 320억 원을 투자한다는 취지의 제1차 투자계약서를, 2008. 6. 30. 소외 1이 소외 2 보유 법인인 ㈜보고무역의 고철무역에 440억 원을 투자한다는 취지의 제2차 투자계약서를 각각 작성하여 범죄수익금이 소외 1 개인의 투자금인 것처럼 외형을 갖추는 한편, 특히 제2차 투자계약서에는 특약사항으로 "갑(소외 1)과 을(㈜보고무역)이 합의하는 경우에는 잉여자금(고철무역에 우선 사용되지 않는 자금)을 주식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여타의 수익사업에 투자할 수 있고, 금융기관 거래를 위하여 을은 타인 명의로도 자금을 예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제1차 투자계약에 대해서도 2008. 8. 30. 제1차 고철수입계약에 대한 추가합의서를 작성하여 "유휴자금이 발생하거나 국제시장의 급격한 수입업무가 지연될 경우 을(㈜엠플러스)은 독자적으로 여타의 수익사업 및 자금투자행위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결국 범죄수익금 및 그 유래재산 등이 복수의 계좌로 순차 입출금되고 차명으로 주식투자 등에 분산 예치되어 그 출처·보관처의 확인이 어렵게 되는 것도 마치 계약에 따라 허용되는 것처럼 외형을 갖추었다.소외 1, 소외 2은 위와 같이 고철무역사업 투자계약에 따른 투자금인 것처럼 하여 2008. 5. 8.경부터 2008. 7. 17.경까지 조희팔과 그 공범들의 범죄수익금 합계 760억 원을 다수의 타인계좌 입출금, 수표 재발행 등의 방법으로 세탁을 거치거나 그대로 ㈜엠플러스 및 소외 2의 처인 소외 3 명의의 금융계좌에 입금하였다.계속하여, 소외 1, 소외 2은 그 무렵부터 2008. 12.경까지 위와 같이 입금된 760억 원 중에서 1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합계 660억 원에 대해 각 입금 계좌를 해지하여 출금한 다음, 각 법인 내지 소외 2 본인 및 친지 명의의 다수 계좌에 분산 입금하고, 다시 각 계좌의 전부 내지 일부 자금을 출금하여 새롭게 개설하는 다수의 다른 계좌를 이용하여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의 출처 및 보관처가 쉽게 추적되지 않도록 세탁·은닉하였다.이로써 소외 1, 소외 2는 조희팔과 공모하여 2008. 4.경부터 2008. 12.경까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조희팔과 그 공범들의 범죄수익금 760억 원을 소외 1 개인이 소외 2 보유 2개 법인의 무역사업에 투자하는 외형을 갖추어 해당 법인 등 명의의 다수 계좌에 입금하고, 그 자금 및 그 자금에서 유래된 재산의 출처 및 은닉처가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세탁·은닉함으로써 범죄수익 등인 760억 원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고,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처럼 가장할 목적으로 은닉하였다.
아. 선정당사자 △△△의 사망 및 소송수계
1) 제1심 피고 △△△(선정당사자)가 제1심판결 선고 후 당심 소송계속 중인 2020. 10. 7. 사망하였고, 그에 따라 자녀인 피고 34의 다(대법원판결의 피고 43)가 △△△의 권리의무를 상속하였다.
2) 한편 △△△의 선정자 중 □□□이 2019. 9. 9. 사망하였고, 그에 따라 배우자 피고 34의 바(대법원판결의 피고 46)의 선정자 21과 자녀 피고 34의 가(대법원판결의 피고 41), 피고 34의 나(대법원판결의 피고 42)가 □□□의 권리의무를 상속하였다.
3) 당심 소송계속 중 선정당사자 △△△가 사망함에 따라 그 선정자들 중 피고 34의 가, 피고 34의 나, 피고 34의 다, 피고 34의 라(대법원판결의 피고 44), 피고 34의 마(대법원판결의 피고 45)을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이 피고(선정당사자) 피고 34의 바(대법원판결의 피고 46)을 선정당사자로 선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34의 가, 피고 34의 나, 피고 34의 다, 피고 34의 라, 피고 34의 마 및 피고(선정당사자) 피고 34의 바가 당심에서 망 △△△의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9,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다 제1, 2호증, 을라 제1 내지 7호증, 을로 제2, 3, 6, 7호증, 을코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원고 1,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9, 원고 10, 원고 11, 원고 12,원고 13의 각 청구 및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 원고 3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들
피고들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은 소외 1이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채권단에 양도하고 채무자인 소외 2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를 승낙하여 대항요건이 갖추어진 2010. 3. 2.부터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으로 위 채권이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된 2014. 1. 16.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위 압류명령 등은 존재하지 않는 채권에 대한 압류에 해당한다. 사해행위취소소송으로 피압류채권이 소외 1에게 복귀되었더라도 이미 무효로 된 압류명령 등이 다시 유효로 되는 것도 아니다. 피고들의 각 압류 당시 그 피압류채권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장래 발생할 채권이나 조건부 채권으로 보아 그 압류를 허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각 압류는 압류로서의 효력이 없고, 피고들은 이 사건 배당절차에 참여하여 배당받을 자격이 없음에도, 이 사건 배당표는 이를 간과하여 작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배당표 중 원·피고들에 대한 부분은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경정되어야 한다.
2) 피고들
피고들의 피압류채권은 장래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에 따라 채권단으로부터 소외 1의 모든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서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될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포함하므로 피고들의 각 압류는 유효하다.
나. 관련 법리
1) 채권자가 사해행위의 취소와 함께 수익자 또는 전득자로부터 책임재산의 회복을 구하는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한 경우 그 취소의 효과는 채권자와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의 관계에서만 생기는 것이므로, 수익자 또는 전득자가 사해행위의 취소로 인한 원상회복 또는 이에 갈음하는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생기는 법률효과에 불과하고 채무자와 사이에서 그 취소로 인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그 취소의 효력이 소급하여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8. 24. 선고 2004다23110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다1407 판결 등 참조). 또한 채권이 집행의 대상으로서의 적격, 즉 압류적격을 가지기 위하여는 그 채권이 집행 채무자에게 귀속되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일부를 이루어야 하고, 당해 채권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속하는가를 판정하는 시점은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로서 발생이 확정된 채권이 압류의 대상이 됨이 원칙이며(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다28747 판결 등 참조), 압류 및 추심명령이 절차상 적법하게 발령되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때에 피압류채권 내지 피추심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압류 및 추심명령은 무효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1. 9. 22. 선고 80누484 판결, 대법원 2004. 1. 5.자 2003마1667 결정,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다1407 판결 등 참조).
2) 장래 발생할 채권이나 조건부 채권도 현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이 상당 정도 기대되는 경우에는 이를 압류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76799 판결 등 참조). 채권가압류에 있어서 가압류될 채권에 장래에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포함되느냐 여부는 가압류결정에서 정한 가압류할 채권에 그 예금채권도 포함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이는 곧 가압류결정상의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의 해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제3채무자는 순전히 타의에 의하여 다른 사람들 사이의 법률분쟁에 편입되어 가압류결정에서 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제3채무자가 가압류된 채권이나 그 범위를 파악함에 있어 과도한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은 그 문언 자체의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가압류 신청채권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므로, 제3채무자가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그 문언을 이해할 때 포함 여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다9952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4711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한편, 압류 및 전부명령의 목적인 채권의 표시가 이해관계인 특히 제3채무자로 하여금 다른 채권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되어 동일성 인식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면, 그 압류 및 전부명령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89036 판결 참조).
다. 판단
1) 피고들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은 모두 소외 1이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채권단에 양도하고 채무자인 소외 2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를 승낙하여 대항요건이 갖추어진 2010. 3. 2. 이후부터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으로 위 채권이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된 2014. 1. 16. 이전에 제3채무자인 소외 2에게 송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피고별 구체적인 송달일은 [별지5] 표의 각 피고별 ‘송달일’란 기재와 같다).
2)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각 압류의 경우 그 피압류채권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장래채권인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에 따라 채권단으로부터 소외 1의 모든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서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될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로서 유효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각 압류가 압류 당시 피압류채권의 부존재로 인하여 무효라는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2010. 6. 4. 확정)에서 소외 1이 조희팔 등과 공모하여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편취한 금액이 약 2조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정되었고, 2011. 1.경까지 채권단에 소외 1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회복에 필요한 업무 처리를 위임한 피해자들의 피해액만도 합계 6,000억여 원에 이르는 상황이었다. 피고들의 각 압류명령은 2011. 10. 27.경부터 2014. 1. 2.경까지 사이에 제3채무자 소외 2에게 각 송달되었는데, 피고들이 각 압류에 나아간 2011. 10. 27.경 당시에는 이미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 중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4167 사건, 인천지방법원 2010가합4482 사건에서 해당 사건 원고들의 1심 청구 중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 부분에 대하여 소외 1의 채권단에 대한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판결이 선고된 이후였고, 나머지 소송들도 1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한편,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원고들과 피고들 중 일부였으나, 원고들과 피고들은 모두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들로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도 당시 피해자들의 조직적인 대응 등에 비추어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진행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일부 채권자들이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소송에서 채권자들이 승소할 경우 이에 따라 소외 1에게 복귀될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은 모든 채권자들을 위한 공동담보가 되므로 피고들 모두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필요 또한 없었다고 보인다. 피고들은 각 압류 등에 나아가기 전에, 소외 2가 이 사건 제1, 2차 투자계약을 통하여 소외 1로부터 건네받은 이른바 조희팔 범죄사건의 범죄수익이 이미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을 통하여 채권단 등에게 양도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이를 다시 소외 1에게 원상복귀 시키기 위한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직접 제기하거나 다른 피해자들이 제기한 해당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고,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원고 측 승소 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하자 비로소 피고들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기존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 등을 통하여 인정된 손해배상채권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청구권에 대하여 압류명령 등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각 압류명령 당시 피고들은 모두 소외 1이 채권단에 양도한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이 향후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이 확정될 경우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이렇게 채무자인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될 위 채권을 피압류채권으로 삼아 집행을 하고자 함이 피고들의 진정한 의사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의 각 압류 당시 이미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 중 원고 2, 피고 ◇◇◇ 등 일부에 대하여는 1심 판결이 선고된 상태였고, 복수의 판결에서 이 사건 채권양도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일치된 결론을 내렸으며, 결국 위 소송을 통하여 피해자들을 위한 소외 1의 책임재산으로 회복되었으므로, 피고들의 각 압류 당시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 확정에 따라 채권단으로부터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될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은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이 상당 정도 기대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장래채권 또는 조건부 채권으로서 피압류채권이 될 수 있는 적격이 충분하였다.
③ 채권압류에 있어서 피압류채권을 ‘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 자체의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고, 그 문언의 의미가 불명확할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을 압류 신청채권자에게 부담시키는 이유는 제3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제3채무자인 소외 2를 보호할 필요성이 낮고, 피고들의 피압류채권에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 확정에 따라 채권단으로부터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될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포함시킨다고 하여 소외 2에게 어떠한 불이익 또는 부담이 초래되는 것도 아니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2는 원고들 및 피고들 등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이 다수 송달되자 이 사건 공탁금을 공탁하였는데, 위 공탁서에는 피고들의 각 압류를 포함하여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 전에 송달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이 모두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은 제3채무자인 소외 2로서도 피고들의 압류명령 등이 비록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 전에 송달되었으나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 후 송달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과 동등하게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로서 유효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 소외 1이 소외 2에게 제1차 투자계약에 따른 계약상 지위에 기한 채권과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외에 달리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고, 그중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만이 2008. 10.경 이미 해지되어 있었으므로 소외 2로서는 피고들의 각 압류 시 피압류채권의 표시를 통하여 압류대상이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의미함을 쉽게 알 수 있어 다른 채권과 동일성 인식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에 따라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은 전액이 소외 1의 책임재산으로 원상회복되었는바, 제3채무자인 소외 2로서는 자신에 대한 소외 1의 위 채권 전액이 채권자들에 의해 압류된 상황이어서 달리 압류된 채권과 압류되지 않은 채권의 범위를 구분하여야 할 필요성이나 실익이 없었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이 소외 2와 제1, 2차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은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범죄수익을 은닉·세탁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소외 2는 이러한 사정을 모두 알면서도 제1, 2차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투자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범죄수익을 여러 계좌를 이용하여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의 출처 및 보관처가 쉽게 추적되지 않도록 은닉하였는바,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이 한 각 압류와 관련하여 소외 2를 제3채무자로서 압류된 채권이나 범위를 파악함에 있어 과도한 부담을 가지지 아니하도록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현저히 낮거나 없어 보인다.
④ 한편 앞서 든 사정들에 의할 때 원고들을 비롯한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 이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받은 채권자들 또한 피고들이 피압류채권으로 삼고자 하는 채권은 그 피압류채권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확정에 따라 소외 1에게 원상회복된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이고, 원고들 및 피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배당절차의 채권자들은 모두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고들의 각 압류가 장래채권에 대한 압류로서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위 사기사건과 관계없는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권리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보이지도 아니 한다. 피고들이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의 결과에 따라 장래 원상회복될 채권 부분을 표시함으로써 압류명령의 피압류채권을 좀 더 명확하게 표시할 수 있지만, 그러한 표시를 한 채권자들의 권리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4.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 원고 3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들
관련 사해행위취소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의 [별지4] 예비적 청구취지 ‘상대피고’란 기재 각 피고들(이하 이 항에서 ‘피고들’이라 한다)의 채권압류가 유효하다고 본다면,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1타채8352호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에 따라 이 사건 공탁금 중 원고 2에게 13,265,151,867원이, 원고 3에게 3,280,299,993원이 각 전부되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집행공탁의 몫으로 나머지 채권자들에게 배당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고들이 그 몫을 배당받지 못하였고, 피고들이 [별지4] 예비적 청구취지 ‘양도금액’란 기재와 같이 초과 배당을 받는 것으로 이 사건 배당표가 작성되었는바,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위 초과 배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1타채8352호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은 제3채무자인 소외 2에게 송달될 당시 압류의 경합이 있는 상태였으므로 효력이 없다.
나. 판단
1)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1, 16, 17, 18호증, 을라 제8,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 2는 2010. 3. 16. 선장당사자로서 조희팔, 소외 1, 소외 2, 채권단 등을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2010가합4482호로 손해배상 및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1. 7. 5.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한 사실, ② 원고 2는 선정당사자로서 소외 1에 대한 위 인천지방법원 2010가합4482호 판결정본에 기하여 2011. 7. 29.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1타채8352호로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 중 합계 17,918,747,699원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하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이라 한다)을 받았고,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은 2011. 8. 2. 소외 2에게 송달된 사실, ③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 외에도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을 피압류채권으로 하는 피고 5의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1. 6. 27.자 2011타채6888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압류액 11,137,521,446원)과 피고 ◇◇◇의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1. 6. 29.자 2011타채7332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압류액 16,038,084,319원)이 2011. 7. 7. 및 2011. 7. 13. 각 제3채무자인 소외 2에게 송달된 사실, ④ 원고 2 및 소외 6은 선정당사자로서 소외 2를 상대로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에 기하여 대구지방법원 2014가합2147호로 전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4. 7. 17.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의 제3채무자인 소외 2에 대한 송달일인 2011. 8. 2. 당시 피압류(전부)채권인 이 사건 제2차 투자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금반환채권이 채권단에게 확정일자 있는 승낙에 의하여 이미 양도되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 2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 2 등이 대구고등법원 2014나3505호로 항소하였으나 2015. 7. 22. 항소기각 되어 위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된 사실, ⑤ 한편 원고 2, 원고 3은 위 인천지방법원 2010가합4482호 판결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2. 9. 13. 선고 2011나61457 판결), 상고심(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2다110521 판결)을 거쳐 확정되자, 소외 1을 채무자로, 소외 2를 제3채무자로 하여 아래 표와 같은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사실(다만, 각 전부명령 신청 부분이 기각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이 인정된다.
순번채권자(선정당사자)사건번호결정일자집행권원청구채권(원)1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2014. 1. 15.서울고등법원 2011나61457 판결11,007,949,6332원고 3청주지방법원 2014타채5132014. 1. 17.인천지방법원 2010가합4482 판결4,622,202,6023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20342014. 3. 10.서울고등법원 2011나61457 판결396,466,201
2)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에 압류 등의 경합이 있으면 그 전부명령은 무효이고, 후에 경합된 압류나 가압류 또는 배당요구 등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하더라도 그 전부명령의 효력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다73826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 2의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과 피고 ◇◇◇, 피고 5의 각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집행채권의 합계가 피압류채권액을 초과하므로 원고 2의 선행 압류 및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인 소외 2에게 송달될 당시 압류의 경합이 있는 상태였다고 할 것이어서, 선행 전부명령은 무효이다.
또한 선행 전부명령의 실체법적 효력, 즉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인 소외 2에게 송달된 때에 소급하여 피압류채권이 집행채권의 범위 안에서 전부채권자에게 이전하고 동시에 집행채권이 소멸하는 효력이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발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2가 선정당사자로서 소외 2를 상대로 제기한 전부금 청구의 소에 대해 청구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이상, 선행 전부명령에 의해 피압류채권이 원고 2, 원고 3에게 이전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원고 1,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9, 원고 10, 원고 11, 원고 12, 원고 13의 각 청구와 원고 2(청주지방법원 2014타채402), 원고 3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들의 항소와 원고 2, 원고 3이 이 법원에서 추가한 각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곽병수(재판장) 왕해진 송민화 |
221,779 | 임금[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보수교육이 근로시간에 포함됨을 전제로 임금을 청구한 사건] | 2022다203798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는 휴일근로에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휴일로 정하여진 날의 근로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휴일로 정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근로자가 직무와 관련된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에 교육을 받는 경우, 그러한 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운수종사자에 대한 보수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1]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에 따라 휴일근로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휴일근로에는 같은 법 제55조 소정의 주휴일 근로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휴일로 정하여진 날의 근로도 포함된다. 그리고 휴일로 정하였는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있는 휴일 관련 규정의 문언과 그러한 규정을 두게 된 경위, 해당 사업장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율 체계와 관행, 근로 제공이 이루어진 경우 실제로 지급된 임금의 명목과 지급금액, 지급액의 산정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근로자가 직무와 관련된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에 교육을 받는 경우, 그러한 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내용과 취지, 해당 교육의 목적 및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사용자에게 이를 용인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교육을 하게 되었는지, 근로자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때에 받을 불이익의 존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운수종사자는 운전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운송사업자도 운수종사자가 위와 같은 보수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은 물론 보수교육을 받지 아니한 운수종사자를 운전업무에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처럼 ‘보수교육’은 근로자인 운전종사자와 사용자인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부과된 법령상 의무로서, 운전종사자의 적법한 근로 제공 및 운송사업자의 운전업무에 종사할 근로자 채용·결정에 관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기도 하여 근로 제공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운송사업자가 운수종사자의 교육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면허·허가·인가·등록의 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지·노선폐지·감차 등의 사업계획 변경명령 등을 받게 되는 상당한 정도의 불이익이 규정되어 있는 점(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23호) 등을 종합하면, 비록 교육의 주체가 사용자가 아닐지라도 여객자동차법 제25조 제1항에 근거를 둔 운수종사자에 대한 보수교육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1]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 제56조 / [2] 근로기준법 제50조 / [3] 근로기준법 제50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5조 제1항, 제2항, 제85조 제1항 제23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제2호 | [1] 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14089 판결(공1991, 1617),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6다9704, 9711 판결(공2019하, 1713),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공2020하, 1776)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효 담당변호사 김상윤 외 1인)
【피고, 상고인】
합자회사 순천교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원정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21. 12. 22. 선고 2020나6112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에 따라 휴일근로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휴일근로에는 같은 법 제55조 소정의 주휴일 근로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의하여 휴일로 정하여진 날의 근로도 포함된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14089 판결 참조). 그리고 휴일로 정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있는 휴일 관련 규정의 문언과 그러한 규정을 두게 된 경위, 해당 사업장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율 체계와 관행, 근로 제공이 이루어진 경우 실제로 지급된 임금의 명목과 지급금액, 지급액의 산정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6다9704, 9711 판결,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9다14110, 14127, 14134, 1414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원고들의 만근 초과 근로일의 근로는 근로기준법상 가산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는 휴일근로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아, 피고가 원고들에게 초과 근무일 중 8시간에 대하여는 휴일근로에 따른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나머지 8시간에 대하여는 휴일근로임과 동시에 연장근로에 따른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근로자가 직무와 관련된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규정이나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소정근로시간 외에 교육을 받는 경우, 그러한 교육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내용과 취지, 해당 교육의 목적 및 근로 제공과의 관련성,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사용자에게 이를 용인하여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아 교육을 하게 되었는지 여부, 근로자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때에 받을 불이익의 존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운수종사자는 운전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운송사업자도 운수종사자가 위와 같은 보수교육을 받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은 물론 그 보수교육을 받지 아니한 운수종사자를 운전업무에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처럼 ‘보수교육’은 근로자인 운전종사자와 사용자인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부과된 법령상 의무로서, 운전종사자의 적법한 근로 제공 및 운송사업자의 운전업무에 종사할 근로자 채용·결정에 관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기도 하여 근로 제공과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운송사업자가 운수종사자의 교육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면허·허가·인가·등록의 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정지·노선폐지·감차 등의 사업계획 변경명령 등을 받게 되는 상당한 정도의 불이익이 규정되어 있는 점(여객자동차법 제85조 제1항 제23호),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직원은 직무와 관련 법률에서 정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여야 한다.’고 정하였고(제62조), 피고가 체결한 2016년 단체협약도 ‘조합원은 교통관계법에서 정한 교육과 훈련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정한 점(제62조) 등을 종합하면, 비록 그 교육의 주체가 사용자가 아닐지라도 여객자동차법 제25조 제1항에 근거를 둔 운수종사자에 대한 보수교육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여객자동차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운수종사자의 의무교육으로 규정된 ‘보수교육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여객자동차법상 운수종사자의 교육이수의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1,765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저작권법위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 2021도1533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의 입법 취지 및 서비스제공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이용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경우, 그에게 접근권한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정보통신망에 대하여 서비스제공자가 접근권한을 제한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제2항의 입법 취지 /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판단하는 방법 /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의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체계적 복제 등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는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상당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복제 등으로 결국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을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3]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 ‘기타 방법’의 의미 /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1]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8. 12. 24. 법률 제16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자에 대하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위 법 제71조 제1항 제9호). 위 규정은 이용자의 신뢰 내지 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과 그 정보의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규정에서 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허용되는 범위를 설정하는 주체는 서비스제공자이다. 따라서 서비스제공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이용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경우 그에게 접근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서비스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보통신망에 대하여 서비스제공자가 접근권한을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는 보호조치나 이용약관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그의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배포·방송 또는 전송(이하 ‘복제 등’이라고 한다)할 권리를 가지고(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는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개별 소재의 복제 등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함으로써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거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으로 본다(저작권법 제93조 제2항). 이는 지식정보사회의 진전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창작성의 유무를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거나 그 갱신·검증 또는 보충을 위하여 상당한 투자를 한 자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복제 등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그로 인해 정보공유를 저해하여 정보화 사회에 역행하고 경쟁을 오히려 제한하게 되는 부정적 측면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의 복제 등이나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한 부분의 복제 등만으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양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양적으로 상당한 부분인지 여부는 복제 등이 된 부분을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인지 여부는 복제 등이 된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소재 자체의 가치나 그 개별 소재의 생산에 들어간 투자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제작자가 그 복제 등이 된 부분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앞서 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의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체계적 복제 등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는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상당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복제 등으로 결국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을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함이 타당하다. [3]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이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정보처리장치를 운영하는 본래의 목적과 상이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이고, ‘기타 방법’이란 컴퓨터의 정보처리에 장애를 초래하는 가해수단으로 컴퓨터의 작동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한편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가해행위 결과 정보처리장치가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한다. | [1]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8. 12. 24. 법률 제16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1항, 제71조 제1항 제9호 / [2] 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제2항 / [3] 형법 제314조 제2항 | [1]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공2006상, 71) / [3]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794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14607 판결(공2013상, 811),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도12194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5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성욱 외 4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 13. 선고 2020노61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죄의 성립 여부
가.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8. 12. 24. 법률 제160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4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자에 대하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위 법 제71조 제1항 제9호). 위 규정은 이용자의 신뢰 내지 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과 그 정보의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규정에서 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허용되는 범위를 설정하는 주체는 서비스제공자이다. 따라서 서비스제공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이용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경우 그에게 접근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서비스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정보통신망에 대하여 서비스제공자가 접근권한을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는 보호조치나 이용약관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이러한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5(이하 ‘피고인 1 등’이라고 한다)는 피해자 주식회사 야놀자(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바로예약 애플리케이션’(이하 ‘이 사건 앱’이라고 한다)과 통신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버의 URL과 API 서버로 정보를 호출하는 명령구문들을 알아내어, 자체 개발한 원심 판시 ‘야놀자 크롤링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API 서버에 명령구문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회사의 숙박업소 정보를 수집하였다.
2) 위 API 서버의 URL이나 명령구문은 피해자 회사가 적극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라도 간단한 기술조작이나 통상 사용되는 소위 ‘패킷캡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이다. 일반 이용자들은 이 사건 앱을 통해 API 서버에 회원 가입 후 또는 회원 가입 없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고, 이 사건 앱이나 API 서버로의 접근을 막는 별도의 보호조치는 없었다.
3)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앱 서비스 이용약관에서 ‘이용자는 회사를 이용함으로써 얻은 정보를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복제, 송신, 출판, 배포, 방송 등 기타 방법에 의하여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앱 또는 API 서버로부터 취득한 정보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일 뿐, 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
4) 또한 위 이용약관에서 회원에 대하여 ‘자동접속프로그램 등을 사용하여 회사의 서버에 부하를 일으켜 회사의 정상적인 서비스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약관 규정을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고, 규정의 내용 또한 접근권한 자체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위와 같은 약관상의 규정만으로 API 서버에 대한 접근권한이 객관적으로 제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5) 결국 피해자 회사에 의하여 피고인 1 등의 위와 같은 방식에 의한 API 서버로의 접근이 제한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 1 등의 정보통신망 침입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 등이 접근권한 없이 또는 접근권한을 넘어 피해자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구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저작권법 위반죄의 성립 여부
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는 그의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복제·배포·방송 또는 전송(이하 ‘복제 등’이라고 한다)할 권리를 가지고(저작권법 제93조 제1항),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는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개별 소재의 복제 등이라 하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함으로써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거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는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으로 본다(저작권법 제93조 제2항). 이는 지식정보사회의 진전으로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창작성의 유무를 구분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거나 그 갱신·검증 또는 보충을 위하여 상당한 투자를 한 자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복제 등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그로 인해 정보공유를 저해하여 정보화 사회에 역행하고 경쟁을 오히려 제한하게 되는 부정적 측면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의 복제 등이나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한 부분의 복제 등만으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양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양적으로 상당한 부분인지 여부는 복제 등이 된 부분을 전체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인지 여부는 복제 등이 된 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개별 소재 자체의 가치나 그 개별 소재의 생산에 들어간 투자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제작자가 그 복제 등이 된 부분의 제작 또는 그 소재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앞서 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상당한 부분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의 반복적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한 체계적 복제 등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는 데이터베이스의 개별 소재 또는 상당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복제 등으로 결국 상당한 부분의 복제 등을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함이 타당하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복제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 1 등이 피해자 회사의 API 서버로부터 수집한 정보들은 피해자 회사의 숙박업소 관련 데이터베이스의 일부에 해당한다. ② 위 정보들은 이미 상당히 알려진 정보로서 그 수집에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거나 이미 공개되어 있어 이 사건 앱을 통해서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고, 데이터베이스의 갱신 등에 관한 자료가 없다. ③ 이러한 피고인 1 등의 데이터베이스 복제가 피해자 회사의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거나 피해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형법 제314조 제2항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의 입력’이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의 정보를 입력하거나 정보처리장치를 운영하는 본래의 목적과 상이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이고, ‘기타 방법’이란 컴퓨터의 정보처리에 장애를 초래하는 가해수단으로 컴퓨터의 작동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한편 위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가해행위 결과 정보처리장치가 그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도7943 판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도14607 판결,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9도1219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1 등이 공모하여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장애가 발생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21,777 | 총회결의무효확인등[지역주택조합가입계약이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으로 인해 해제되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 2021다286116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을 계약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甲 등이 乙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전 乙 조합 추진위원회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원부담금의 일부를 납입하였는데, 乙 조합 설립인가 후 사업계획 변경으로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아파트의 전용면적이 넓어져 조합원부담금이 약 2배 증가하자, 乙 조합을 상대로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다며 납입한 조합원부담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甲 등에 대한 乙 조합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조합가입계약 당시 甲 등이 사업계획 변경을 예측할 수 없었다거나 그 변경의 정도가 예측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이지 않으며, 조합가입계약의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甲 등이 乙 조합의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2] 甲 등이 乙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 전 乙 조합 추진위원회와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원부담금의 일부를 납입하였는데, 乙 조합 설립인가 후 사업계획 변경으로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아파트의 전용면적이 대폭 넓어져 조합원부담금이 약 2배 증가하자, 乙 조합을 상대로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한다며 납입한 조합원부담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조합가입계약서 및 조합규약에 건설 예정 아파트의 세대수·주택평형 등의 변경 및 추가부담금 발생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는 점,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어 甲 등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사업계획과 조합원부담금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 등에 서명·날인한 점, 乙 조합의 조합원총회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넓게 변경하는 사업계획 변경에 관하여 승인결의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甲 등이 당초 공급받기로 한 아파트의 전용면적이 넓게 변경되고 이에 따라 조합원부담금이 증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甲 등에 대한 乙 조합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조합가입계약 당시 甲 등이 사업계획 변경을 예측할 수 없었다거나 그 변경의 정도가 예측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이지 않으며, 사업계획 변경이 조합원인 甲 등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하여 조합가입계약의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려운데도, 이와 다른 이유를 들어 甲 등이 乙 조합의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법 제543조, 제546조, 주택법 제2조 제11호 (가)목, 제11조 제1항, 제2항, 제6항, 제7항, 제8항, 제9항, 제15조 / [2] 민법 제543조, 제546조, 주택법 제2조 제11호 (가)목, 제11조 제1항, 제2항, 제6항, 제7항, 제8항, 제9항, 제15조 | [1]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75892 판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12467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우 담당변호사 조문현 외 3인)
【피고, 상고인】
탄현역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현 담당변호사 김경태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0. 1. 선고 2021나20078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75892 판결 참조).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12467 판결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고양시 (주소 생략) 일원에서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하여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이 사건 사업 시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2) 원고들은 2018. 8. 25.부터 2018. 9. 14.까지 (가칭)탄현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위 추진위원회에 조합원부담금으로 각 7,000만 원을 납입하였다.
(3) 피고는 2020. 7. 13.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신청을 하여 2020. 9. 29. 고양시장으로부터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4) 이 사건 아파트는 당초 전용면적을 49㎡ 및 59㎡로 하여 신축될 계획이었으나 사업계획의 변경으로 전용면적이 70㎡ 및 84㎡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부담해야 할 조합원부담금이 약 2배로 증가하게 되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1)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서에서는 "목적물의 표시" 부분 밑에 "아파트 세대수, 주택평형, 단지규모, 세대 간 공간구성, 부대복리시설 규모, 단지시설물 및 건물외관 등의 사업개요는 건축심의와 사업계획승인 또는 변경승인 등 인허가 결과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위 각 조합가입계약서 제7조 제11항 제1호에서 "본 사업부지 매입과 관련하여 인허가 시 사업계획변경에 따른 건축규모 및 세대별 단위면적 등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부담금이 변경될 수 있으며, 조합원부담금의 10% 범위 내에서 금액 조정에 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이사회에 위임하고, 피고는 변경 내용을 확정하여 사업계획승인 후 조합원에게 개별통지하고, 원고들은 이에 동의하고 승인한다."라고 정하고, 제2호에서 "위 제1호에 따라 조합원부담금의 10% 이상의 금액 조정이 발생될 경우, 조합총회를 개최하여 변경사항을 결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즉 위 각 조합가입계약서에 주택평형 등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고 조합원이 추가로 부담금을 납입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위 각 조합가입계약서에 정해진 아파트의 공급면적 및 조합원부담금이 피고의 조합총회결의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
(2)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 또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주택조합 설립인가 및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과 조합원부담금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무주택서약서 및 각서’에 서명·날인하였다.
(3) 피고의 조합규약도 ‘본 사업의 시행상 필요할 경우 또는 도시계획의 변경에 따른 대지의 총면적이 변경될 경우 그 변경 고시된 면적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고(제4조),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주택의 규모는 조합의 사업계획 및 사업승인의 내용에 따라 평형별로 확정한다.’고 정하고 있으며(제44조 제1항), 조합원의 탈퇴, 자격상실, 제명 등에 관한 규정(제12조) 및 조합원의 추가모집·교체에 관한 규정(제13조)을 두어 조합원 변경도 예정해 두고 있다.
(4) 피고는 2021. 2. 6.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49㎡ 및 59㎡에서 각 70㎡ 및 84㎡로 변경하는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하는 안건 등을 결의하였다.
(5) 이상과 같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서 및 피고 조합규약에 건설 예정 아파트의 세대수·주택평형 등의 변경 및 추가부담금 발생 가능성이 명시되어 있었고, 사업계획의 변경에 관하여 피고 조합원들의 총회승인결의도 있었던 이상, 원고들이 당초 공급받기로 한 아파트의 전용면적이 넓게 변경되고 이에 따라 조합원부담금이 증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위 각 조합가입계약 당시 원고들이 이 사건 사업계획의 변경을 예측할 수 없었다거나 그 변경의 정도가 예측 범위를 초과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 사업계획 변경이 조합원인 원고들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하여 조합가입계약의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의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이행불능 또는 사정변경을 원인으로 한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의 해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1,825 |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2020두35592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나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적극) | null | 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 제30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12조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상, 697) |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피상고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2. 5. 선고 2018누561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원심판단
가. 사건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신원티엠씨(이하 ‘참가인 신원티엠씨’라 한다)는 피고보조참가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참가인 입주자대표회의’라 하고, 위 아파트를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와 2014. 12.경 계약기간을 2014. 12. 16.부터 2016. 12. 15.까지로 하는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였다.
2) 원고는 2016. 9. 8. 참가인 신원티엠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기간을 2016. 9. 8.부터 2016. 12. 31.까지 3개월 23일로 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같은 날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였다.
3) 위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이 종료되자 참가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를 변경하여 2017. 1.경 주식회사 아주관리(이하 ‘아주관리’라 한다)와 계약기간을 2017. 2. 1.부터 2019. 1. 31.까지로 하는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였다.
4)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업체가 참가인 신원티엠씨에서 아주관리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원고는 고용 승계가 되지 않았고, 2017. 2. 1. 이후 더 이상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2017. 3. 1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아주관리 및 참가인 입주자대표회의, 신원티엠씨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원직복직 및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5)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7. 5. 12. 아주관리 및 참가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원고의 사용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구제신청은 당사자적격이 없어 각하하고, 원고와 참가인 신원티엠씨 사이의 근로계약은 계약기간의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원고의 참가인 신원티엠씨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한다고 판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재심신청을 하자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8. 22.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6) 원고는 2017. 9. 2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이 사건 소’라 한다).
나.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16. 12. 31. 그 기간이 만료되었지만 2017. 1. 1.부터 묵시적으로 갱신되었고, 원고의 사용자가 참가인 입주자대표회의 혹은 참가인 신원티엠씨 중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갱신된 근로계약은 원심 변론종결일인 2019. 4. 3. 이전에 종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 설령 원고의 사용자가 아주관리라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기간은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의 기간인 2년과 같다고 보아야 하는데 늦어도 위·수탁관리계약기간이 만료된 2019. 1. 31. 근로계약의 기간도 함께 만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은 소멸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그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의 가정적 판단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사용자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그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로 인하여 원직복직이 불가능하게 되었더라도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이고, 이러한 한도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의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1,827 | 소득금액변동통지취소 | 2018두58332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금융업을 영위하는 내국법인의 차입금 중 국외지배주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국외지배주주가 주식 등으로 출자한 출자지분의 6배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한 지급이자는 국외지배주주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이 되는지 여부(적극) | null |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3. 1. 1. 법률 제116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현행 제22조 제2항 참조), 제2항(현행 제22조 제3항 참조),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6항(현행 제49조 참조), 제26조(현행 제50조 제1항 참조), 구 법인세법(2018. 12. 24. 법률 제160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2호[현행 제93조 제2호 (마)목 참조)] | null | 【원고, 상고인】
호주뉴질랜드 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해마중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서울지방국세청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손호철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8. 22. 선고 2015누7012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호주국에 본점을 두고 국내에 지점(이하 ‘원고 지점’이라고 한다)을 개설하여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 원고 지점은 2007, 2008, 2009 사업연도 및 2011 사업연도의 각 소득금액을 계산하면서 원고 본점으로부터 차입한 돈 중 원고 본점의 출자지분의 6배를 초과한 부분에 대한 각 지급이자(이하 ‘이 사건 지급이자’라고 한다)를 손금불산입하고 그 상당액을 ‘기타 사외유출’로 소득처분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지급이자 상당액을 각 해당 사업연도의 원고 본점에 대한 배당으로 소득처분하고, 2012. 10. 22. 원고에게 그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2013. 1. 1. 법률 제116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제조세조정법’이라고 한다) 제14조 제1항, 제2항, 구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6항, 제26조, 구 법인세법(2018. 12. 24. 법률 제160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2호에 따르면, 금융업을 영위하는 내국법인(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을 포함한다)의 차입금 중 국외지배주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국외지배주주가 주식 등으로 출자한 출자지분의 6배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한 지급이자는 내국법인의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구 법인세법 제67조에 따른 배당으로 처분된 것으로 보아 국외지배주주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이 된다(이른바 과소자본세제).
원심은,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14조 제1항이 내국법인뿐만 아니라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에 대하여도 과소자본세제를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고,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2조 제1항 제11호 (나)목이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외국법인의 본점’을 ‘국외지배주주’의 하나로 정하고 있으므로,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인 지점이 그 국외지배주주인 외국법인의 본점으로부터 차입한 돈에 대하여도 과소자본세제가 적용된다고 전제한 다음,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14조에 따라 배당으로 처분된 이 사건 지급이자 상당액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2호에 따라 원고 본점의 소득을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본점과 지점 간의 거래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호주 정부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이하 ‘한·호주 조세조약’이라고 한다) 제11조는 이자소득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4항에서 "본조에서 ‘이자’라 함은 담보의 유무와 이윤에 참여할 권리수반의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발행 유가증권 또는 채권 또는 사채로부터의 이자와 또한 동 소득이 발생하는 체약국의 과세법에 의하여 금전대부로부터의 소득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모든 기타 소득은 물론 기타 형태의 부채로부터의 이자를 포함한다."라고 정하고, 제6항 단서에서 "이자를 지불하는 인이 일방체약국 내에 또는 양 체약국 외에 동 이자가 지불되는 부채가 발생한 것과 관련된 고정사업장 또는 고정시설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러한 이자가 그러한 고정사업장 또는 고정시설에 의하여 부담되는 경우 그러한 이자는 동 고정사업장 또는 고정시설이 소재하는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간주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지급이자는 채권으로부터 발생한 것으로서 한·호주 조세조약 제11조 제4항에서 정한 이자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런 다음 원심은 한·호주 조세조약 제11조 제6항 단서가 정한 ‘이자가 고정사업장에 의하여 부담되는 경우’란 통상적으로 고정사업장이 경제적 관점에서 이자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경우를 의미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지급이자는 원고 지점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원고 본점에 지급한 것으로서 외국법인의 국내 고정사업장인 원고 지점에 의하여 부담되는 것이어서 과소자본세제의 적용으로 원고 지점의 손금에 산입되지 않았더라도 한·호주 조세조약 제11조 제6항 단서에 따라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한·호주 조세조약상 이자소득의 원천지 판정 규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21,769 |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 | 2021두56350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가 조합원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 취지 및 위 단서 조항이 정한 ‘직접 출석’에 대리인이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5항은 "총회의 소집절차·시기 및 의결방법 등에 관하여는 정관으로 정한다. 다만 총회에서 의결을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10(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20을 말한다)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단서 조항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 취지는 종래 조합의 정관에서 총회의 의결방법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출석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둠에 따라 극소수 조합원의 출석만으로도 총회가 열릴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총회 의결에 조합원의 의사가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는 반드시 본인 자신이 직접 출석하여야만 관철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리인이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구현될 수 있다. 토지 등 소유자가 질병이나 부상, 출장, 해외거주 등의 사유로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에 대리인으로 하여금 총회에 출석하여 안건에 대한 의사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위 단서 조항의 취지와 부합한다. 2021. 8. 10. 법률 제18388호로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제7항이 총회의 의결에 관하여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은 취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구 도시정비법의 규정 내용과 그 개정 경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가 정한 ‘직접 출석’에는 대리인이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5항(현행 제44조 제5항, 제45조 제7항, 제9항 참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제7항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배)
【원고승계참가인】
원고승계참가인 1 외 1인
【피고, 상고인】
천안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김종인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대흥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지형 외 2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10. 21. 선고 2020누1341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승계참가인들의 참가신청을 각 각하한다. 참가로 인한 소송비용은 원고 승계참가인들이 부담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24조 제5항 단서의 ‘직접 출석’ 요건
1)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은 "총회의 소집절차·시기 및 의결방법 등에 관하여는 정관으로 정한다. 다만 총회에서 의결을 하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10(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100분의 20을 말한다)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단서 조항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 취지는 종래 조합의 정관에서 총회의 의결방법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출석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둠에 따라 극소수 조합원의 출석만으로도 총회가 열릴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총회 의결에 조합원의 의사가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는 반드시 본인 자신이 직접 출석하여야만 관철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리인이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구현될 수 있다. 토지 등 소유자가 질병이나 부상, 출장, 해외거주 등의 사유로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에 대리인으로 하여금 총회에 출석하여 안건에 대한 의사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위 단서 조항의 취지와 부합한다. 2021. 8. 10. 법률 제18388호로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제7항이 총회의 의결에 관하여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것은 위와 같은 취지를 명확히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구 도시정비법의 규정 내용과 그 개정 경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가 정한 ‘직접 출석’에는 대리인이 출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원심은, 총회에서 대리인을 통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의 ‘직접 출석’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창립총회 당시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에서 정한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 직접 출석’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5항 단서의 ‘직접 출석’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조합설립에 관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내지 동의율에 관한 하자가 중대·명백한지
1) 원심은, 조합설립인가신청 시 제출된 동의서 중 소외 1, 소외 2 등의 동의서는 구 도시정비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서면동의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법정사항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고, 소외 3 등은 토지 등 소유자가 아니거나 동의서가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동의자의 수에 산입되었으므로, 결국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이 사건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 구 도시정비법 제17조 제1항에 의하면, 제16조 제1항에 따른 동의는 서면동의서에 토지 등 소유자의 지장(指章)을 날인하고 자필로 서명하는 서면동의의 방법으로 하며, 주민등록증, 여권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다만 토지 등 소유자가 해외에 장기체류하거나 법인인 경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시장·군수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토지 등 소유자의 인감도장을 날인한 서면동의서에 해당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나) 한편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하자의 중대·명백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두19045 판결 등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사업구역 내 ‘천안시 (주소 1 생략) 토지’의 소유자는 주식회사 탁엔조이(이하 ‘탁엔조이’라 한다)인데 위 부동산에 관하여 아무런 자격의 표시 없이 ‘소외 1’ 명의의 조합설립동의서가 제출되었으므로, 위 동의서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서면동의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법정사항이 흠결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위 동의서에는 ‘탁엔조이가 소외 1에게 위 부동산에 관하여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련 업무 일체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탁엔조이의 이사회의사록, 위임장, 법인인감증명서가 각 첨부되어 있으므로, 위 동의서는 토지 등 소유자인 탁엔조이의 의사에 부합할 여지가 있다.
(2) 이 사건 사업구역 내 ‘천안시 (주소 2 생략)’의 소유자는 주식회사 거송건설(이하 ‘거송건설’이라 한다)인데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아무런 자격의 표시 없이 ‘소외 2’ 명의의 조합설립동의서가 제출되었으므로, 위 동의서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서면동의서에 포함되어야 하는 법정사항이 흠결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위 동의서에는 ‘거송건설이 소외 2에게 위 천안시 (주소 2 생략) 외 부동산에 관하여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련 업무 일체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거송건설의 이사회의사록과 ‘거송건설이 소외 2에게 위 천안시 (주소 2 생략)에 관한 도시환경정비사업 관련 업무 일체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 및 거송건설의 법인인감증명서가 각 첨부되어 있으므로, 위 동의서는 토지 등 소유자인 거송건설의 의사에 부합할 여지가 있다.
(3) 원고가 주장하는 소외 1, 소외 2를 비롯한 10인을 모두 동의자의 수에서 제외하더라도 조합설립 동의율이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이 정한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율 요건에 상당히 근접한 이 사건에서, 위 토지 등 소유자를 동의자의 수에서 제외할지 여부는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으므로 비록 피고가 이를 오인한 하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조합설립에 관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내지 동의율에 관하여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이 사건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므로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행정처분의 하자의 중대·명백성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 승계참가인들의 참가신청에 관한 판단
원고 승계참가인들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업구역 내 부동산을 양수한 승계인이라 하여 이 법원에 승계참가신청을 하였으나, 법률심인 상고심에서 승계인들의 소송참가는 허용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48399 판결 참조), 원고 승계참가인들의 참가신청은 모두 부적법하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승계참가인들의 참가신청을 각 각하하며, 참가로 인한 소송비용은 원고 승계참가인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21,773 | 약사법위반[상급종합병원 인근 문전약국 약사들이 공동으로 도우미들을 고용하여 환자들을 자신이 정한 순번에 따라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고 편의 차량 등을 제공한 사건] | 2020도18062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의 입법 취지 및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의 의미 [2] 약국 개설자들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자신들이 속한 회원 약국들 전부를 위한 공동의 안내도우미를 고용하고, 그 공동의 안내도우미로 하여금 인근 병원 근처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하여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한 호객행위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위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한 사례 | [1]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는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 확립과 판매질서 유지를 위하여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약국의 명칭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나 의약품의 조제·판매 제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와 관련한 사항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는 약국 개설자 등이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인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는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를 위한 준수사항’으로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는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이하 ‘호객행위 등’이라 한다)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 판매질서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약사법의 입법 취지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 판매자의 불건전한 영업행위 등을 제한하고자 함에 있다. 이와 같은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란 약국 개설자 등이 자신의 행위가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호객행위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이라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2] 약국 개설자들인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자신들이 속한 회원 약국들 전부를 위한 공동의 안내도우미를 고용하고, 그 공동의 안내도우미로 하여금 인근 병원 근처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이하 ‘비지정환자’라 한다)에게 접근하여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한 호객행위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약국들의 호객행위 등이 지속되면서 약국들 상호 간 분쟁이나 갈등이 심화되자, 피고인들이 속한 회원 약국들은 약국 간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로 위 안내 행위를 한 점, 위 안내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 비지정환자의 자유로운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므로 비지정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점,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하여 비지정환자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위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 제95조 제1항 제8호,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 / [2]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 제95조 제1항 제8호,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8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조형수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20. 11. 27. 선고 2020노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서울 송파구 (주소 생략) 소재 약국 개설자들로서, 공모하여 2017. 9. 13.부터 2017. 9. 14.까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도우미들로 하여금 서울○○병원 동관 후문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하여 자신들이 속한 ○○반 약사회의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는 등(이하 ‘이 사건 안내 행위’라 한다)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한 호객행위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서울○○병원 환자들에 대한 이 사건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내지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임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는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 확립과 판매질서 유지를 위하여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약국의 명칭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나 의약품의 조제·판매 제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와 관련한 사항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는 약국 개설자 등이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인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는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를 위한 준수사항’으로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는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이하 ‘호객행위 등’이라 한다)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 판매질서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약사법의 입법 취지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 판매자의 불건전한 영업행위 등을 제한하고자 함에 있다.
이와 같은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란 약국 개설자 등이 자신의 행위가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호객행위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이라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2)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나.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1) 서울○○병원 인근 다수 약국의 약사들은 이 사건 이전부터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 중 약국을 미리 정하지 않은 환자들(이하 ‘비지정환자’라 한다)을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약국 직원들로 하여금 병원 내에 상주하면서 비지정환자들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호객행위 등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약국들의 호객행위 등이 지속되면서 약국들 상호 간 분쟁이나 갈등이 심화되자, 피고인들이 속한 ○○반 약사회 약국들은 약국 간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로 회원 약국들 전부를 위한 공동의 안내도우미(이하 ‘공동도우미’라 한다)를 고용하고, 그 공동도우미로 하여금 비지정환자들에게 접근하여 회원 약국들 중 순번을 정한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이 사건 안내 행위를 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 안내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 비지정환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비지정환자들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이로 인하여 비지정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3) 특히 피고인들이 포함된 ○○반 약사회는 회원 약국들 사이의 형평만을 고려하여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순번에 따라 비지정환자들을 특정 약국으로 유인하였다. 이는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하여 비지정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보일 뿐이다.
4) 한편 중증질환에 대하여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비지정환자들로서는 병원 인근 약국에서 약을 구입하는 것이 보다 편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서울○○병원 인근에는 피고인들이 포함된 ○○반 약사회 소속 약국들 외에도 비지정환자들이 처방 받은 약을 판매하는 다른 약국들이 존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울○○병원 인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한 약국들에서 해당 약을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비지정환자들을 상대로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무상으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의 이 사건 안내 행위는 비지정환자들이 약국을 선택함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다른 약국 등은 방문 환자가 감소하거나 경영에 곤란을 겪을 우려가 있는 등 의약품 시장질서를 해할 가능성이 높다.
5) 위와 같이 서울○○병원 동관 후문에서 약국들 간 호객행위 등 경쟁으로 인한 분쟁이 장기간 지속되어 왔고, 비지정환자들의 유치를 둘러싼 경쟁 관계에 있었거나 기존 호객행위 등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약사들인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안내 행위가 호객행위 등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21,767 | 시정명령등취소 | 2022두31433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회사합병이 있는 경우, 피합병회사의 권리·의무는 모두 합병으로 존속한 회사에 승계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공정거래위원회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또는 제2항, 제23조의2 또는 제23조의3,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6조부터 제12조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러한 시정의 필요성 및 시정에 필요한 조치 내용의 판단에 관한 재량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3] 공정거래위원회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4조,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라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하는 경우, 통지명령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 자의 범위 | [1] 회사합병이 있는 경우에는 피합병회사의 권리·의무는 사법상의 관계 혹은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그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한 회사에 승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4조,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리점법’이라 한다) 제23조의 문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또는 제2항, 제23조의2 또는 제23조의3, 구 대리점법 제6조부터 제12조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반 조치를 할 수 있고, 이러한 시정의 필요성 및 시정에 필요한 조치의 내용에 관하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그 판단에 관한 재량이 인정된다. [3] 공정거래위원회는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4조,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대리점법’이라 한다) 제23조에 따라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의 하나로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정조치는 현재의 법 위반행위를 중단시키고, 향후 유사행위의 재발을 방지·억지하며, 왜곡된 경쟁질서를 회복시키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키는 데에 취지가 있는 것으로, 그중 통지명령은 통지명령의 상대방에 대한 피해구제가 목적이 아니고, 통지명령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자의 위반행위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함과 동시에 해당 사업자로 하여금 통지명령의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위반행위 여부를 감시하리라는 것을 의식하게 하여 향후 유사행위의 재발 방지·억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통지명령의 상대방은 반드시 당해 위반행위에 의하여 직접 영향을 받았던 자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취지와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향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 [1] 상법 제174조 /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현행 제49조 참조),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 [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현행 제49조 참조),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 [1]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두1946 판결(공2004하, 1342) / [2]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두25138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8두23177 판결(공2011상, 32)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송평근 외 6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세경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2. 9. 선고 2020누622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입강제행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주식회사 티브로드(2020. 5. 6.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주식회사에 흡수합병되었다. 이하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합병 전후를 통틀어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라 한다)가 자기와 거래하는 대리점에, 업무용 개인휴대정보단말기를 자신이 판매하는 알뜰폰 전용단말기로 교체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이는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거래상대방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행위이므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제4호,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7. 9. 29. 대통령령 제283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 (가)목의 구입강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의 구입강제행위 및 그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그 대리점인 ○○영업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체명 1 생략) 대표 소외 1에게, (업체명 2 생략) 대표 소외 2 명의로 가입된 디지털방송 상품 30대 및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상품 35회선을 인수하도록 한 행위에 대하여, 이는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대리점에 자기를 위하여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한 행위이므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6호 (나)목, 구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2018. 1. 16. 법률 제153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대리점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의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불이익 제공행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이 대리점과 체결한 업무위탁계약에 따른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계약 기간 중에 변경한 행위에 대하여, 이는 원고들이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대리점에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변경한 행위이므로, 대리점법 제9조 제1항의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대리점법상 불이익 제공행위 및 그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라. 피합병회사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지
회사합병이 있는 경우에는 피합병회사의 권리·의무는 사법상의 관계 혹은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그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한 회사에 승계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두194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합병 전 주식회사 티브로드(이하 ‘합병 전 티브로드’라 한다)의 구입강제행위,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 불이익 제공행위(이하 통틀어 ‘이 사건 위반행위’라 한다)를 이유로 합병 후 존속회사인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대하여 이 사건 시정명령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마. 통지명령이 재량권 일탈·남용인지 여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원고들과 거래하고 있는 모든 대리점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통지하도록 명한 이 사건 통지명령(다만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대하여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티브로드와 거래하지 않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합병 후 존속회사인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에 통지를 명한 부분은 제외)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지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24조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3조 제1항 또는 제2항, 제23조의2 또는 제23조의3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불공정거래행위의 중지 및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해당 보복조치의 중지, 계약조항의 삭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기타 시정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리점법 제23조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제6조부터 제12조까지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행위의 중지,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그 밖에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또는 제2항, 제23조의2 또는 제23조의3, 대리점법 제6조부터 제12조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제반 조치를 할 수 있고, 이러한 시정의 필요성 및 시정에 필요한 조치의 내용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그 판단에 관한 재량이 인정된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7두25138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8두2317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통지명령 중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대하여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티브로드와 거래하지 않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합병 후 존속회사인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에 통지를 명한 부분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1) 합병 전 티브로드가 이 사건 위반행위를 한 후 수년이 경과하여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합병되었는데, 이 사건 위반행위는 현재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거래하는 대리점 중 과거 합병 전 티브로드와 거래한 대리점만 관련된다.
2) 현재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거래하는 대리점은 약 1,250개에 이르는 반면, 그중 이 사건 위반행위가 문제 되는 합병 전 티브로드의 대리점은 약 20개에 불과하고,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합병 전 티브로드와 같은 방식으로 대리점과 거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만일 합병 전 티브로드와 거래하지 않은 대리점에까지 서면 통지를 할 경우 그 대상이 부당하게 확장되어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정상적인 거래관계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4조, 대리점법 제23조에 따라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의 하나로 이 사건 통지명령을 하였다. 이러한 시정조치는 현재의 법 위반행위를 중단시키고, 향후 유사행위의 재발을 방지·억지하며, 왜곡된 경쟁질서를 회복시키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그중 통지명령은 통지명령의 상대방에 대한 피해구제가 목적이 아니고, 통지명령의 상대방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자의 위반행위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함과 동시에 해당 사업자로 하여금 통지명령의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위반행위 여부를 감시할 것이라는 것을 의식하게 하여 향후 유사행위의 재발 방지·억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통지명령의 상대방은 반드시 당해 위반행위에 의하여 직접 영향을 받았던 자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취지와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향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2)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흡수합병으로 인하여 그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닌 한 합병 전 티브로드의 권리·의무 전부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회사로, 합병 전후에 걸쳐 동일성을 유지한 채 기존 사업 및 거래를 계속하는 이상,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이 사건 위반행위와 같거나 유사한 유형의 위반행위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된다. 따라서 설령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티브로드와 거래하지 않던 대리점이라 해도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이라면, 이 사건 위반행위와 같거나 유사한 위반행위에 의해 향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3) 이러한 사정에다가 이 사건 위반행위의 경위 및 내용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가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하여 피고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자신과 거래하고 있는 모든 대리점에 통지함으로써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의 재발을 효율적으로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달리 이로 인하여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의 현재 혹은 장래의 정상적인 거래관계에 대해서까지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거나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통지명령 중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대하여 ‘흡수합병 당시 합병 전 티브로드와 거래하지 않던 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시정명령을 받은 날 현재 합병 후 존속회사인 원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거래하고 있는 대리점’에 통지를 명한 부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다음, 그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시정조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2,609 | 사기·사기미수·업무방해·전자금융거래법위반·주민등록법위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 2022도3265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의 의미 /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가 입력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 위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업무와 관련하여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없었던 경우,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 1명이 자동화기기에서 전화금융사기 편취금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입금하는 것임에도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제3자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마치 여러 명이 각각 피해자 금융기관의 한도를 준수하면서 정상적으로 입금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과 공모하여 위계로써 피해자 은행들의 자동화기기 무통장·무카드 입금거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그 입금거래 과정에 은행 직원 등 다른 사람의 업무가 관여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 null | [1] 형법 제313조, 제314조 제1항 / [2] 형법 제30조, 제313조, 제314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1]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도6404 판결(공2008상, 167),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5117 판결(공2014상, 145)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최길림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2. 2. 10. 선고 2021노183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 부분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검사는, ‘사실은 피고인 1명이 자동화기기에서 전화금융사기 편취금을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입금하는 것임에도 피고인은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제3자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마치 여러 명이 각각 피해자 금융기관의 ‘1일 100만 원’ 한도를 준수하면서 정상적으로 입금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전화금융사기 편취금을 100만 원 이하의 금액으로 나누어 위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입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과 공모하여 위계로써 피해자 은행들의 자동화기기 무통장·무카드(이하 ‘무매체’라 한다) 입금거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도 그 입력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위계에 해당할 수 있으나(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511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업무와 관련하여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없었던 경우에는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도6404 판결 참조).
나. 인정 사실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지도에 따라 무매체 입금거래의 한도를 ‘1일 100만 원’으로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고, 입금 거래 때 입금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하여 한도 초과여부를 확인한 후 한도를 초과하면 입금 거래를 거절하고 있다.
2) 피고인은 전화금융사기의 피해자들로부터 수거한 현금을 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무매체 입금거래의 이용한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위 은행들의 자동화기기에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으로부터 받은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송금자 정보로 입력하고 위 조직원이 지정한 주식회사 ○○○○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 등을 수취계좌로 지정한 후 1회당 100만 원 이하의 현금을 자동화기기에 투입하였다. 피고인이 자동화기기에 투입한 현금은 위와 같이 입력된 정보에 따라 수취계좌로 입금되었다.
다. 판단
피고인의 무매체 입금거래는 피고인이 자동화기기에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수령계좌를 입력한 후 현금을 투입하고 피고인이 입력한 정보에 따라 수령계좌로 그 돈이 입금됨으로써 완결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은행 직원 등 다른 사람의 업무가 관여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자동화기기를 통한 무매체 입금거래 한도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1일 100만 원 이하의 무매체 입금거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1,761 |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없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사건] | 2021도14074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을 위한 자료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지 여부(적극) /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할 때 그 전제가 되는 사실에 대한 증명 정도와 증명 방법 [2]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없이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피고인이 마신 술의 양을 기초로 피고인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 경우로서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감소기(위드마크 제2공식, 하강기)에 운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부터 곧바로 생리작용에 의하여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범죄구성요건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구체적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최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지고, 흡수된 알코올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정하게 분해된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수학적인 방법에 따른 계산결과를 통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경험칙의 하나이므로, 그 적용을 위한 자료로 섭취한 알코올의 양·음주시각·체중 등이 필요하고 이에 관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나아가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추정방식에는 알코올의 흡수분배로 인한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부분과 시간경과에 따른 분해소멸에 관한 부분이 있고, 그중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의 계산에 관하여는 섭취한 알코올의 체내흡수율과 성별·비만도·나이·신장·체중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개인의 체질, 술의 종류, 음주속도, 음주 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이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고,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관하여도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이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음주 후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필요하므로, 위 영향요소를 적용할 때 피고인이 평균인이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자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확정하여야 한다. 만일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에 관해서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없이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피고인이 마신 술의 양을 기초로 피고인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 경우로서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감소기(위드마크 제2공식, 하강기)에 운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부터 곧바로 생리작용에 의하여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르게 음주 개시 후 특정 시점부터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된다고 인정하려면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에 관한 과학적 증명 또는 객관적인 반대 증거가 있거나, 음주 시작 시점부터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 [1]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3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2]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 제148조의2 제3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 [1] 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307 판결(공2000하, 2473),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2900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도5531 판결(공2008하, 1324)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1. 9. 30. 선고 2021노6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21. 1. 1. 15:37경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이하 ‘1차 음주운전 부분’이라 한다)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범죄구성요건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구체적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최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지고, 흡수된 알코올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일정하게 분해된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수학적인 방법에 따른 계산결과를 통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경험칙의 하나이므로, 그 적용을 위한 자료로 섭취한 알코올의 양·음주시각·체중 등이 필요하고 이에 관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나아가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추정방식에는 알코올의 흡수분배로 인한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부분과 시간경과에 따른 분해소멸에 관한 부분이 있고, 그중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의 계산에 관하여는 섭취한 알코올의 체내흡수율과 성별·비만도·나이·신장·체중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개인의 체질, 술의 종류, 음주속도, 음주 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최고 혈중알코올농도에 이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고,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관하여도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이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음주 후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필요하므로, 위 영향요소를 적용할 때 피고인이 평균인이라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자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확정하여야 한다. 만일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에 관해서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도290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실제 몸무게는 74kg이고, 이 사건 당시 공소외 1·공소외 2와 소주 6병을 나누어 마셨으나 자신의 음주량은 소주 2병보다 적은 668.57ml이며, 음주를 종료한 시점은 2021. 1. 1. 12:47이다.’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기초로 하여, 피고인이 경찰에서 운전을 시작한 시점으로 진술한 같은 날 14:30경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하여 체내흡수율을 70%, 체중과 관련한 위드마크 상수를 0.86, 음주 후부터 운전시점까지 경과한 시간을 103/60시간(같은 날 12:47경부터 14:30경까지)으로 적용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하면 운전 시작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15%가 되고, 피고인이 운전한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운전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되는 같은 날 15:00경 운전한 것으로 보아 음주 후부터 운전 시점까지 경과한 시간을 133/60시간(같은 날 12:47경부터 15:00경까지)으로 계산하더라도 운전 시작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65%가 되어 처벌기준인 0.03%를 초과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과 같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없이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 피고인이 마신 술의 양을 기초로 피고인의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 경우로서 알코올의 분해소멸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의 감소기(위드마크 제2공식, 하강기)에 운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음주 시작 시점부터 곧바로 생리작용에 의하여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르게 음주 개시 후 특정 시점부터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된다고 인정하려면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되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에 관한 과학적 증명 또는 객관적인 반대 증거가 있거나, 음주 시작 시점부터 알코올의 분해소멸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공소외 2와 2021. 1. 1. 11:10경 소주 6병 등을 구입한 후 공소외 2의 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음주 시작 시점과 관련하여 공소외 2는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피고인과 같은 날 12:00경부터 술자리를 하였다."라고 진술하고, 피고인은 원심에서 "자신은 같은 날 11:30경 이전부터 술을 마셨다."라고 주장한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피고인이 음주 종료 시점이라고 주장하는 같은 날 12:47경 대부분의 술을 일시에 마셨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체중, 음주 시작 및 종료 시점, 음주량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이 있다고 보아 이를 기초로 혈중알코올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미 알려진 신빙성 있는 통계자료 중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대입하여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그로부터 30분에서 90분 사이의 혈중알코올농도 최고 시점을 경과한 후의 운전 시작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경우, 즉 섭취한 알코올 중 70%만이 체내에 흡수되고, 음주 시작 시점부터 곧바로 생리작용에 의하여 분해소멸이 시작되며, 성별, 비만도, 나이, 신장, 체중 등에 의한 영향을 받는 위드마크 상수를 0.86,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에 좌우되는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을 0.03%로 하여 계산하면, 피고인의 음주 시작 시점을 2021. 1. 1. 12:00경으로 보고 피고인이 운전을 시작한 시각을 같은 날 14:30경으로 볼 경우 운전 시작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가 되고, 음주 시작 시점을 같은 날 11:30경으로 하거나 운전 시작 시점을 같은 날 15:00경으로 하여 위드마크 공식에 대입하면 운전 시작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에 미치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결과로는 피고인이 1차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2021. 1. 1. 14:30경 또는 15:00경 운전 시작 당시에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1차 음주운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21. 1. 1. 17:00경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이하 ‘2차 음주운전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2차 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 정한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1. 1. 1. 이전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이 없음을 알 수 있고, 앞서 본 것과 같이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1차 음주운전 부분에 관하여는 위드마크 공식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는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1차 음주운전 부분이 유죄임을 전제로 2차 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을 적용한 결과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부분 역시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나아가 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도로교통법(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후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하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9헌바446, 2020헌가17(병합), 2021헌바77(병합) 사건에서 2021. 11. 25.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을 선고하였다(이하 위헌결정이 선고된 법률조항을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이라 한다). 위헌결정의 이유는,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을 가중요건으로 삼으면서 해당 전력과 관련하여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 데다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재범에 해당하는 음주운전행위를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비형벌적인 반복 음주운전 방지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등을 고려하였을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전 재범행위까지 가중처벌 대상으로 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여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것이다.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적용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위 헌법재판소 결정의 심판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앞서 본 이 사건 위헌 법률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절차 등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살펴보지 아니한 채 2차 음주운전 부분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3,349 |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방조·외국환거래법위반 | 2020노2809 | 20,220,512 | 선고 | 광주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이영진(기소), 김주현(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민후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방법원 2020. 10. 16. 선고 2019고단2655-1(분리)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징역 6월에 처한다.
피고인 2의 항소 및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1은 2018. 7. 25.경 공소외인으로부터 Bet365의 ID와 비밀번호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기 전까지는 공소외인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2018. 2. 17.부터 같은 해 7. 24.까지 공소외인의 도박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2(대법원판결의 피고인, ○○○)
1) 법리오해
Bet365 사이트는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Bet365 사이트는 체육진흥투표권 등을 발행한 사실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방조 부분에는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3호, 제26조 제1항이 아닌 형법 제246조 제1항, 제32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이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의 ‘외국환의 발행 또는 매매’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검사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나목의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 및 수령’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으며, 위 적용법조에 따라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살피건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① 검사는 피고인들이 공소외인의 전자지갑 넷텔러 계정에 미국 달러를 충전해 주는 방법으로 등록 없이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하거나 미국 달러에서 원화로 환전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로 공소를 제기하면서, 그 적용법조에 외국환거래법 제27조의2 제1항 제1호, 제8조 제1항만 기재한 사실이 인정된다.
② 한편 외국환거래법 제27조의2 제1항 제1호는 ‘제8조 제1항 본문 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하고 외국환업무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 제16호 가목 내지 나목은 ‘외국환업무’를 ‘가. 외국환의 발행 또는 매매, 나.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추심 및 수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③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은 피고인들이 등록 없이 공소외인에게 원화를 미국 달러로, 미국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주었다는 것으로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외국환의 매매’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행위 양태에 해당하고, 같은 법 제3조 제16호 나목이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외국 간의 지급, 추심, 수령으로 볼 만한 사실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④ 나아가 검사는 원심에서 ‘구 외국환거래규정(2019. 5. 3. 기획재정부고시 제2019-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의 외국환에 전자적 방법에 따른 지급수단이 포함되게 된 이유와 2019. 1. 1. 이전에 전자적 방법에 따른 지급수단을 매매하는 행위가 규제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기획재정부에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는데, 이러한 검사의 신청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의 ‘외국환 매매’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위반에 적용될 법조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나목임을 전제로 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한편 피고인 1은,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위반 부분의 적용법조에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 내지 마목의 어느 하나를 특정하여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위 외국환거래법위반에 관한 공소제기의 절차가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3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검사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6호 가목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인 1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 판결 범죄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해외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홈페이지주소 생략)를 이용하여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넷텔러 계정을 이용하여 공소외인에게, 2018. 2. 17.경부터 2018. 12. 23.경까지 합계 4,544,032,600원을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바꿔주거나 미국 달러에서 원화로 바꿔주고, 2018. 7. 25.경 Bet365의 ID와 비밀번호 및 이와 연동된 전자지갑 넷텔러의 계정 ID와 비밀번호 등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살피건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 중 피고인 1이 2018. 2. 17.부터 2018. 7. 24.까지 공소외인의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방조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 1은 넷텔러 페이에 관하여, ‘영국에서 설립한 회사로서 기업과 개인간의 결제방법을 대신할 온라인 결제시스템으로 빠르고 간편할 뿐만 아니라 안전한 결제시스템으로 알고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흔히들 사용하시는 알리페이(중국), 페이팔(미국)이 적당할 것 같네요. 넷텔러로 주로 fx주식, 스포츠토토, 카지노, 직구하는 해외 쇼핑몰, 퓨쳐넷 등 여러 곳에서 사용합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피고인 2도, ‘넷텔러는 90%는 선물옵션이나 환율마진거래에 이용하고 나머지 10%는 도박이나 쇼핑, 비트코인 관련해서 이용합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넷텔러 페이가 반드시 도박에만 사용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또한 공소외인은, ‘2018. 7. 25.경 Bet365 ID와 비밀번호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피고인 1에게 환전의 목적을 설명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제가 알기로는 두 사람 다 환전하는 광고나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한테 물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서로 간에 그런 대화가 오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고 진술하고 있다.
③ 검사가 제출한 ‘피고인 1과의 대화 내용’은 피고인 1과 공소외인이 2018. 5. 26.경부터 2018. 12. 22.경까지 넷텔러 페이를 매매하면서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 불과한바, 위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이 2018. 2. 17.경부터 2018. 5. 25.경까지 공소외인의 도박 범죄를 용이하게 하려는 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④ 한편 피고인 1은 넷텔러 페이가 fx주식,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 공소외인은 베팅 사이트들에서 넷텔러를 충전 수단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베팅하는 사람들은 넷텔러를 많이 이용하고 피고인 1로부터 Bet365 계정을 제공받기 이전에도 넷텔러 페이를 이용하여 Bet365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바 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 1과 공소외인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중 ‘축구 때문에 많이 나가고 재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피고인 1의 답변이나 ‘Bet365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6년 넘게 이용하다가 지들 맘대로 영구 폐쇄했다’는 피고인의 답변 등 피고인 1은 2018. 7. 25. 이전에도 공소외인이 넷텔러 페이를 이용하여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위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 1이 정확히 언제부터 공소외인의 도박 사실을 알면서 이를 용이하게 한다는 방조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 범행일자를 명확하게 특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다. 피고인 2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방조 부분에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3호, 제26조 제1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정보통신망에 의한 발행을 포함한다)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8조 제3호는, ‘제26조 제1항의 금지행위를 이용하여 도박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3호는 같은 법 제2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 즉,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가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이용하여 도박을 한 자를 처벌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제2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가 외국법에 따라 적법 내지 위법한지 여부는 구성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구 국민체육진흥법(2012. 2. 17. 법률 제11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6조, 제53조에 따라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이나 이와 비슷한 행위를 한 자는 처벌하면서 이를 이용하여 도박에 참여한 자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 두지 않았으나,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의 안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업을 운영한 자 외에 그 도박에 참여한 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구 국민체육진흥법(2012. 2. 17. 법률 제11309호로 개정된 것) 제48조 제1호에 ‘제26조 제1항의 금지행위를 이용하여 도박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제26조의 신설취지는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이 나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어제의 신기술이 오늘의 더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상황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종이 형태의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이 장소적 제약 하에서 운용되는 것과 비교하여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현재 스포츠 도박 사업은 장소적 제약을 뛰어넘어 규제 정도가 낮은 국가에서의 정보통신망과 연동함으로써 쉽게 자국의 규제를 회피할 수 있고, 위와 같은 현실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업이 기존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교묘하고 세련되게 발전하는 상황을 규율하여, 이를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 사업 운영을 근원적이고 효과적으로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8도71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와 같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 및 제48조 제3호의 내용, 위 조항의 입법취지, 스포츠 도박 사업의 양태 및 현황 등을 종합하면, 해외에서 적법하게 개설된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이 미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의 유사행위를 이용하여 도박을 한 내국인은 국민체육진흥법 제26조 제1항 및 제48조 제3호에 따라 처벌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다음으로 Bet365 사이트가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 제12호는 ‘체육진흥투표권이란 운동경기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환급금을 내주는 표권으로서 투표 방법과 금액,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적혀 있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은 체육진흥투표권의 종류를, ‘1. 승부식: 체육진흥투표 대상 운동경기의 결과를 예측하여 승·패나 무승부를 표시하도록 한 투표항목으로 구성된 것, 2. 점수식: 체육진흥투표 대상 운동경기의 결과를 예측하여 득점·실점을 표시하도록 한 투표항목으로 구성된 것, 3. 혼합식: 체육진흥투표 대상 운동경기의 결과를 예측하여 승·패나 무승부를 표시하도록 한 투표항목과 득점·실점을 표시하도록 한 투표항목으로 구성된 것, 4. 특별식: 체육진흥투표 대상 운동경기의 우승자, 등위, 득점 선수 등 경기팀 또는 선수의 성적·기록을 예측하여 표시하도록 한 투표항목으로 구성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Bet365 사이트에는 국내외의 각종 운동경기가 나열되어 있고 위 경기들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경우의 배당률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이 넷텔러 페이로 지급되는 사실, 피고인들로부터 넷텔러 페이를 구매하여 Bet365 사이트에서 도박을 한 공소외인도 2018. 12. 24. 국내 배구경기에서 삼성 블루팡스가 3세트를 이기는 것에 넷텔러 페이 13,280를 걸어 넷텔러 페이 22,938.19의 배당금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하여 Bet365 사이트로부터 수십 차례 배당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Bet365 운영자는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체육진흥투표권과 비슷한 것을 발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따라서 피고인 2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인 2와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2) 반면 피고인은 약 8개월 동안 합계 7,161,370,000원을 넷텔러 페이 또는 원화로 환전하여 공소외인의 도박 범행을 도와주었는바 그 범행기간이 짧지 않고 도박을 방조한 금액도 매우 크다. 특히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Bet365의 ID와 비밀번호를 대여해주고 이에 연결된 넷텔러 ID와 비밀번호도 제공하는 등 도박 방조의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공소외인이 취득한 범죄수익 중 상당한 부분을 회수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 도박 범죄로 인한 사회적인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3)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인다.
4) 따라서 피고인 2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고,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1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2018. 2. 17.경부터 2018. 7. 24.경까지의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방조 부분의 범죄사실에 대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고, 피고인 1의 위 범죄사실과 나머지 범죄사실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검사의 피고인 2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관한 부분도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1과 검사의 피고인 1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은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한편 피고인 2의 법리오해 주장과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피고인 2의 항소 및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모두 기각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1. 피고인 1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해외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홈페이지주소 생략)를 이용하여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넷텔러 계정을 이용하여 공소외인에게, 2018. 7. 25.경부터 2018. 12. 23.경까지 합계 3,121,571,000원을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바꿔주거나 미국 달러에서 원화로 바꿔주고, 2018. 7. 25.경 Bet365의 ID와 비밀번호 및 이와 연동된 전자지갑 넷텔러의 계정 ID와 비밀번호 등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2. 피고인 2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들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3호, 제26조 제1항, 형법 제32조 제1항(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1. 방조감경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
【양형의 이유】
1. 피고인 1
가.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횡령 사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나. 그러나 피고인은 약 5개월 동안 합계 3,121,571,000원을 넷텔러 페이 또는 원화로 환전하여 공소외인의 도박 범행을 도와주었는바 그 범행기간이 짧지 않고 도박을 방조한 금액도 매우 크다. 특히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Bet365의 ID와 비밀번호를 대여해주고 이에 연결된 넷텔러 ID와 비밀번호도 제공하는 등 도박 방조의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공소외인이 취득한 범죄수익 중 상당한 부분을 회수할 수 없게 되었고, 도박 범죄로 인한 사회적인 피해가 심각한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2. 피고인 2
앞서 살펴본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1에 대한 당심의 추가 이유 무죄 부분)】
1. 이 부분 범죄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해외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홈페이지주소 생략)를 이용하여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넷텔러 계정을 이용하여 공소외인에게, 2018. 2. 17.경부터 2018. 7. 24.경까지 합계 1,422,461,600원을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바꿔주거나 미국 달러에서 원화로 바꿔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등)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2. 판단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위 범죄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위 범죄사실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나머지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평호(재판장) 김지영 김대욱 |
222,811 |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방조·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소지)·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 | 2021노549 | 20,220,512 | 선고 | 대구고법 | 형사 | 판결 : 확정 |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및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동영상과 사진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받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여 소지하였다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텔레그램 N번방 그룹 및 채널에서 N번방 운영진이 제작·배포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정보통신기기 내 저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는 혐의사실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피고인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하였고, 여기에서 N번방과 관련 없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사진 및 동영상 등의 음란물 파일이 다수 발견되자 이를 선별·압수한 다음 그 전자정보를 복사한 CD 및 그 출력본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 위 CD 및 그 출력본은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및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동영상과 사진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받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여 소지하였다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는데,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텔레그램 N번방 그룹 및 채널에서 N번방 운영진이 제작·배포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정보통신기기 내 저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는 혐의사실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피고인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하였고, 여기에서 N번방과 관련 없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사진 및 동영상 등의 음란물 파일이 다수 발견되자 이를 선별·압수한 다음 그 전자정보(이하 ‘무관정보’라 한다)를 복사한 CD 및 그 출력본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사안이다.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N번방 관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그 외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또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죄명 및 적용 법령이 유사 또는 동일한 동종의 범행에 해당하는 점, 범행 경위와 압수·수색영장 발부 및 집행의 경위 등에 비추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피고인이 N번방 이외에 별개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무관정보는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을 범한 동기, 즉 피고인의 성적 기호 내지 경향성을 입증하는 간접증거인 점, 무관정보를 취득하는 수법은 인터넷으로 동영상 또는 사진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이어서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의 수법과 동일한 점 등을 종합하면,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공소사실 기재 범죄사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무관정보는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에 대한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어 수사기관의 무관정보 압수절차에 위법이 없고, 따라서 무관정보를 저장한 CD 및 그 출력본은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5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제307조, 제308조의2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김동진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재기
【원심판결】
대구지법 서부지원 2021. 12. 9. 선고 2021고합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압수된 증 제2호(WD10EZEX 1개)를 몰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서 선별한 전자정보를 복사한 CD(증거목록 순번 제20번) 및 그 출력본(증거목록 순번 제9번 및 제17번 수사보고의 첨부자료)은 증거능력이 있음에도,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소지)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나. 피고인(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인용)
가.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
피고인은 2020. 5. 6.경 대구 (주소 생략) 주거지에서 여성 청소년이 성기를 노출하는 내용의 동영상 파일인 ‘(파일명 1 생략)’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인터넷 (사이트명 생략) 등을 통해 다운로드받은 동영상 317개, 사진 77개 등 합계 394개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이하 ‘피고인의 하드디스크’라고 한다)에 저장하여 보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였다.
2)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소지)
피고인은 2020. 6. 14.경 전항 기재 장소에서 여성 청소년이 자위를 하는 내용의 동영상 파일인 ‘(파일명 2 생략)’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인터넷 (사이트명 생략) 등을 통해 다운로드받은 동영상 143개, 사진 175개 등 합계 318개 파일을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여 보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서 선별·압수한 전자정보(이하 ‘이 사건 전자정보’라 한다)를 복사한 CD(증거목록 순번 제20번) 및 그 출력본(증거목록 순번 제9번 및 제17번 수사보고서의 첨부자료)은 영장주의원칙에 위배되어 수집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다음,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자백 외에는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① 이 사건 전자정보는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당시 전혀 혐의를 두지 않았던 새로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박사방’ 운영진이 제작·유포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은 기본적으로 ‘박사방’ 운영진이 제작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전제로 하나, 이 사건 전자정보는 이와 관련 없이 피고인이 (사이트명 생략) 등에서 다운받은 것에 불과하여 그 일시와 장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내용 및 그 피해자, 이를 만든 사람 및 그 목적 등이 위 범죄 혐의사실과 모두 달라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 그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없다.
② 대법원은 ‘압수의 대상을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 자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물건에 한정할 것은 아니고,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 또는 동종·유사의 범행과 관련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압수를 실시할 수 있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2649 판결 등 참조)고 설시하였으나,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에서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바, 동종·유사의 범행을 ‘해당 사건’에 포함시키는 위 판례의 태도는 동종·유사 범행의 범위가 불분명하여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고 영장주의원칙을 잠탈할 위험성이 있는 등의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③ 나아가 이 사건 전자정보의 경우,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당심의 판단
1) 법리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이하 ‘압수·수색’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중 혐의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 범죄 혐의사실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혐의사실과 단순히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인정 사실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검사는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아래 내용으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20. 10. 22. 아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하되 다만 ‘압수 대상 및 방법의 제한’이라는 항목을 추가로 기재하여 압수·수색·검증영장(영장번호: 2020-5116, 다음부터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이라 한다)을 발부하였다.
【피의자】피고인【압수할 물건】1. 피의자가 소지·점유·보관 중이거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는 전자정보 저장매체(휴대전화기기, 태블릿기기, 데스크톱 컴퓨터, 노트북, HDD, SDD, 이동식 하드디스크, USB, CD 등 포함) 및 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클라우드 저장소(텔레그램, 메가클라우드 등 포함) 내 저장된 본건 범죄사실 관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클라우드 저장소 승인코드, 접속 계정, 암호 포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경우 금제품으로서 소지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범죄행위이므로 위 압수할 물건 1, 2항 저장매체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저장되어 있는 경우 필요에 따라 원본을 압수하고자 함.2. 피의자가 소지·점유·보관 중이거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는 전자정보 저장매체(휴대전화기기, 태블릿기기, 데스크톱 컴퓨터, 노트북, HDD, SDD, 이동식 하드디스크, USB, CD 등 포함) 및 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클라우드 저장소(텔레그램, 메가클라우드 등 포함) 내 저장된 본건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이하 생략〉【범죄사실】〈중략〉〈피의자의 범죄행위〉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방조〈중략〉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피의자는 2019. 12. 2. 21:20경 공소외 1이 텔레그램 ‘박사방’ 그룹 및 채널에 배포한 피해자 공소외 2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자신이 사용하는 정보통신기기에 저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이를 비롯하여 피의자는 2019. 9.~2020. 3.경 자신의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텔레그램 ‘박사방’ 그룹 및 채널에 참여한 뒤, 동 그룹 및 채널에서 공소외 1 등 박사방 운영진이 제작·배포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도록 그 참여 상태를 유지하여 사실상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나아가 자신의 정보통신기기 내 저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압수·수색영장을 필요로 하는 사유】1. 범죄혐의의 상당성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배포 방조〈중략〉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중략〉○ 피의자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 혐의 검토- 피의자는 앞서 수사사항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성착취물 취득을 목적으로 텔레그램 ‘박사방 ver 8. 라스트미션’ 그룹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점과 ‘박사방’ 아·청물 배포 현황, 이에 대한 참여자들의 인식, ‘박사방’ 참여 행위에 대한 법률적 검토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의자는 해당 그룹에서 배포된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별도 전자정보 저장매체에 저장하거나, ‘박사방’ 참여 상태를 유지하여 지배하에 두는 방법으로 소지하였음이 명백하다.- 더불어, 피의자의 검색로그에서는 여타 피해자의 성명 등 ‘박사방’ 참여자만이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다수 확인되고, ‘박사방’ 존속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는 ‘박사방’에 지속 참여하여, 해당 그룹·채널에서 배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전자정보 복제의 용이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도 이를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피의자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하였음이 명백하고, 이를 계속적으로 소지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2. 압수·수색의 필요성- 피의자에 대한 소재수사 결과,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20. 9. 22. 수사진행상황보고(종합)’의 별지 ‘압수·수색의 필요성(비례성)’ 기재내용과 같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물적 증거의 수집이 필요하고, 피의자로부터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확보할 개연성 높은 점, 본건 혐의의 증명에 본건 압수·수색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점, 본건 확보하고자 하는 증거에 대해 피의자의 임의제출을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점, 본건 신청하는 압수·수색(강제처분)을 통해 침해되는 법익보다,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중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소재수사 결과 확인된 피의자의 주거지 내 전자정보 저장매체를 수색,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등 본건 혐의 관련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가 필요하다.〈이하 생략〉
② 경찰은 2020. 10. 28. 19:0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피고인으로부터 휴대전화(갤럭시 A30) 1대 및 피고인의 하드디스크(WD10EZEX) 1개를 압수(피고인의 참여하에 봉인 및 반출)하고, 2020. 10. 29.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디지털포렌식계에 위 휴대전화 및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집행 당시 반출된 휴대전화 및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봉인 해제, 복제본 획득, 원본 및 복제본에 대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고지받았으나, 위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③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디지털포렌식계의 2020. 10. 30. 자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피고인의 휴대전화와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서 ‘박사방’ 운영진이 제작·유포한 사진이나 영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피고인의 하드디스크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사진 및 동영상 등의 음란물 파일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에 경찰은 위 파일을 선별한 뒤 CD에 복제하고 이를 문서로 출력하는 등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통해 전자정보를 압수한 다음 피고인에게 압수 대상 전자정보 상세목록(증거목록 순번 제12번)을 교부하였다.
3)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범죄사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전자정보는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에 대한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사법경찰리가 이 사건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절차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전자정보를 저장한 CD(증거목록 순번 제20번) 및 그 출력본(증거목록 순번 제9번 및 제17번 수사보고서의 첨부자료)은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하여 피고인의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하기에 충분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N번방 관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그 외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또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죄명 및 적용 법령이 유사 또는 동일한 동종의 범행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발부 및 집행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피고인이 N번방 관련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이외에 별개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 1이 텔레그램 ‘박사방’ 그룹 및 채널에 배포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자신의 정보통신기기 내 저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는 것이고, 이 사건 전자정보 역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므로, 이 사건 전자정보는 피고인이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을 범한 동기, 즉 피고인의 성적 기호 내지 경향성을 입증하는 간접증거이다.
④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 1이 텔레그램 ‘박사방’ 그룹 및 채널에 배포한 음란물을 자신의 정보통신기기 내 저장시키는 방법으로 소지하였다.’는 것이고, 그것을 범하는 수법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동영상 또는 사진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인데, 이 사건 전자정보를 취득하는 수법은 인터넷으로 동영상 또는 사진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수법과 동일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과 원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위 나머지 부분도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부분】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원심판결 제4면 제13행 다음에 앞서 본 ‘제2의 가.항’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제3면 제17행 다음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CD 2장, 하드디스크 출력물, 수사보고(소지 파일 개수 확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2항, 형법 제32조 제1항(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전시 방조의 점, 포괄하여),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5항(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의 점,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의 점, 포괄하여)
1. 방조감경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방조죄에 대하여]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소지)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각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1.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면제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대상을 ‘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에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로 확대하도록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5. 19. 법률 제17282호로 개정, 2020. 11. 20. 시행) 제49조 제1항 제1호, 제50조 제1항 제1호는 같은 법 부칙(2020. 5. 19.) 제1조, 제3조에 따라 개정 법률 시행 전에 저지른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은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의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1. 취업제한명령의 면제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방조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제16622호, 2019. 11. 26.) 제2조,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6. 2. 법률 제173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단서, 구 장애인복지법(2020. 12. 29. 법률 제17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의3 제1항 단서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소지)죄: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12. 8. 법률 제176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단서, 구 장애인복지법(2020. 12. 29. 법률 제17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의3 제1항 단서
○ 면제의 이유: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로 인한 전과가 없는 점, 범행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에 대한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및 신상정보등록만으로도 피고인의 성폭력범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수법과 결과,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으로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 예방 효과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1. 수강명령 및 사회봉사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항 본문, 제4항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6월~18년
2. 양형기준의 적용
가. 제1범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소지)]
[유형의 결정] 디지털성범죄 〉 01. 아동·청소년성착취물 〉 [제5유형] 구입 등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0월~2년
나. 제2, 3범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방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소지)]: 양형기준 미설정 범죄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월 이상(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범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권고형량 범위의 하한만을 준수함)
3.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은 박사방 운영진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행위를 돕기 위하여 ‘실검 챌린지’에 참여하여 이틀간 그 지시에 따라 키워드를 검색하였고, 또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및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다운로드받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여 이를 소지하였다. 박사방 운영진의 범죄행위의 중대성, 심각성 및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은 가볍지 않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당시 17세의 고등학생이었다. 피고인은 초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이 사건 범행으로 관련 사진이나 영상 등을 받는 등 그 이익을 향유한 바도 없다.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및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점들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사정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의무】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판사 진성철(재판장) 이승엽 김준영 |
221,755 | 손해배상(기)[피고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영업전문점인 원고가 수수료 지급방식이 피고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자, 피고를 상대로 약관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피고의 거래상 지위 남용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및 미지급 수수료 지급 등을 청구한 사안] | 2020다278873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약관 조항이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한 요건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2]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와 특정 권역 내에서 甲 회사가 제공하는 방송, 통신 서비스의 가입 등 영업업무 등을 乙 회사에 위탁하기로 하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乙 회사에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이루어진 ‘기본수수료’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기본수수료’ 체계를 서비스별 실적건수에 따른 ‘기본활동비’와 점수 구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변경하는 내용의 추가계약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추가계약서 조항은 乙 회사에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3] 병합의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 판단하는 기준(=병합청구의 성질) |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는 약관 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와 특정 권역 내에서 甲 회사가 제공하는 방송, 통신 서비스의 가입 등 영업업무 등을 乙 회사에 위탁하기로 하는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甲 회사가 乙 회사에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이루어진 ‘기본수수료’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기본수수료’ 체계를 서비스별 실적건수에 따른 ‘기본활동비’와 점수 구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변경하는 내용의 추가계약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추가계약서는 甲 회사가 乙 회사를 비롯하여 업무약정을 체결한 다수의 영업전문점들과 사이에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등을 변경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서로서 그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부분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하는 점, 乙 회사는 甲 회사로부터 특정 권역 내의 지역을 영업범위로 하여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영업전문점으로서 甲 회사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절대적이므로, 甲 회사가 乙 회사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 위탁계약에서는 기본수수료를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구성한다고 규정하였으므로, 乙 회사와 같은 영업전문점으로서는 실적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 추가계약서와 같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변경될 경우 영업전문점들이 지급받는 기본수수료가 동일 실적 대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은 영업전문점들에 매우 중요한 거래조건으로서 그들에게 불리하게 계약 내용이 변경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추가계약서 조항은 乙 회사에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병합의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 [3] 민사소송법 제253조 | [1]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공2014하, 1387),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공2017상, 963) / [3]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96868 판결(공2014하, 1313),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3다26425 판결(공2018상, 627)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대유정보통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위공 담당변호사 박병언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티브로드의 소송수계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정 외 1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10. 8. 선고 2019나145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약관 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 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64 판결,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다2749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종합유선방송국 사업, 가입자관리 및 유치대행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는 정보통신사업, 방송 및 뉴미디어사업 등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주식회사 티브로드 기남방송은 2013. 10. 10. 주식회사 티브로드 한빛방송과 합병 후 해산하였고, 주식회사 티브로드 한빛방송은 2015. 9. 22. 소송수계 전 피고 주식회사 티브로드와 합병 후 해산하였으며, 주식회사 티브로드는 2020. 5. 6. 피고와 합병 후 해산함에 따라 피고가 2020. 6. 10. 소송수계를 하였다. 이하 위 각 회사를 통틀어 모두 ‘피고’라 한다).
나) 원고는 2012. 12. 31. 피고(당시 주식회사 티브로드 기남방송)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2013. 1. 1.부터 2014. 1. 31.까지 피고를 위한 가입자 유치 및 개통을 위한 대고객 업무 등을 위탁받아 수행하기로 하는 업무약정을 체결하였다. 위 업무약정이 종료된 후 원고와 피고는 2014. 2. 1. 위와 같은 내용으로 계약기간을 2014. 2. 1.부터 2016. 1. 31.까지로 정한 업무약정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6. 2. 1. 약정기간을 2016. 2. 1.부터 2017. 12. 31.까지로 하여 피고가 해당 방송 권역 내(용인시, 평택시, 이천시, 안성시 전체)에서 피고가 제공하는 방송, 통신 서비스의 가입 등 영업업무 등을 원고에게 위탁하기로 하는 업무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라)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① 각 상품별 신규 또는 이전설치에 따른 ‘설치수수료’, ②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와 실적에 따른 환산점수를 기준으로 이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이루어진 ‘기본수수료’, ③ 상품유치에 따라 지급되는 상품별 ‘유치수수료’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마) 피고는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 직전인 2016. 1.경 개최된 ‘2016년 협력사 사업설명회’에서 2016. 5. 1. 자로 기존의 기본수수료 지급방식 중 고정급 지급을 없애고, 영업실적을 점수로 환산하여 점수당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각 점수 구간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피고는 2016. 12.경과 2017. 1.경 원고 등 영업전문점들을 대상으로 ‘영업전문점 포인트제도 설명회’를 개최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영업활동비 지급기준 변경안을 설명하였다.
바) 원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소외인은 2017. 1. 13. "본인은 상기 일정에 따라 진행된 영업전문점 및 통합센터 포인트제도 변경안 2차 설명회에 참석하여 포인트제도 변경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으며, 이로 인한 충분한 이해를 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사) 원고와 피고는 2017. 1. 31.경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기본수수료’ 체계를 서비스별 실적건수에 상품별 가중치를 곱하여 산출한 환산점수당 5만 원의 ‘기본활동비’와 환산점수 단계별 구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변경하여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2017년 추가 부속업무 위탁계약서’(이하 ‘이 사건 추가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아) 피고는 2017. 2. 1.부터 이 사건 추가계약서에 따라 변경된 수수료 지급기준을 적용하여 원고에게 기본수수료를 지급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한 이 사건 추가계약서 조항은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추가계약서는 피고가 원고를 비롯하여 업무약정을 체결한 다수의 영업전문점들과 사이에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등을 변경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서로서 그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 부분은 약관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약관’에 해당한다.
나) 원고는 피고로부터 특정 권역 내의 지역을 영업범위로 하여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영업전문점으로서 피고에 대한 거래의존도가 절대적이므로, 피고가 원고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2016. 2. 1. 작성된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는 기본수수료를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와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실적비례비로 구성한다고 규정하였으므로, 원고와 같은 영업전문점으로서는 실적에 관계없이 정액으로 지급되는 영업활동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도 피고는 그 기대에 반하여 이 사건 위탁계약 체결 직전인 2016. 1.경 작성한 ‘2016년 협력사 사업설명회’ 자료에서 이미 2016. 5. 1.부터 정액으로 지급되는 기본활동비를 없애는 대신 실적비례비와 점수 구간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예정하였다.
라) 시장환경의 변화에 따라 영업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고, 이 사건 추가계약서와 같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변경될 경우 원고와 같이 특정 권역 내의 지역을 영업범위로 하여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영업전문점들이 지급받는 기본수수료가 동일 실적 대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은 영업전문점들에 매우 중요한 거래조건으로서 그들에게 불리하게 계약 내용이 변경된 것이다.
마)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는 "영업 및 기술환경 변화와 피고의 정책변경에 따라 용역대가 기준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변경기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한 후 이를 변경할 수 있으며, 원고가 변경된 기준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10일 이내에 협의를 통하여 조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9조 제6항), 계약 내용의 변경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러나 거래상 우위에 있는 피고는 원고에게 불리하게 계약 내용을 변경하였고,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이 원고와의 협의를 통하여 변경되지도 않았다.
바) 피고는 2016. 12.경과 2017. 1.경 원고 등 영업전문점들을 대상으로 ‘영업전문점 포인트제도 설명회’를 개최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영업활동비 지급기준 변경안을 설명하였고, 원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소외인은 2017. 1. 13. 2차 설명회에 참석하여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하였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였으며, 피고는 이 사건 추가계약서가 작성된 이후인 2017. 2. 1.부터 실제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변경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에게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서면으로 제공하는 등 변경 내용을 상세히 고지하였다는 자료가 없고, 피고와 대등한 교섭력을 갖추지 못한 원고가 피고에게 설명회 등을 통하여 충분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였으며, 피고가 제시한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원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소외인이 서명한 확인서는 피고가 영업전문점들에 교부할 의사로 부동문자로 인쇄한 확인서이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기본수수료 지급기준을 이 사건 추가계약으로 변경한 것이 피고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원고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추가계약서 조항이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손해배상청구 부분
1) 병합의 형태가 선택적 병합인지 예비적 병합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가 아닌 병합청구의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96868 판결,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3다26425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지급받지 못한 금액에 대하여 약관이 무효임을 원인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주위적으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불이익제공행위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으로 구하였고, 원심도 원고가 붙인 심판의 순위에 따라 판단하였다.
3) 그런데 위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원고가 이를 주위적, 예비적으로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성질상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4) 따라서 위와 같이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에 관한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이 이유 있으므로, 이와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원고의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가 없고, 이 부분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2. 나머지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 중 대한민국이 국세징수법에 근거하여 피고에게 원고의 피고에 대한 매출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를 통지한 89,927,400원에 대한 청구 부분을 각하한 부분과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였다.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12. 12. 31. 자 및 2014. 2. 1. 자 업무약정, 이 사건 위탁계약 중 유치수수료 및 설치수수료 환수규정이 약관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위와 같은 유치수수료 및 설치수수료 환수규정이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이라거나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를 위반한 행위로서 피고가 자신의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3)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 중 피고가 환수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수수료를 환수하였다는 부분, 피고가 위 각 업무약정 및 이 사건 위탁계약과 달리 부당하게 수수료를 환수하였다는 부분, 피고가 일부 관리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수료를 부당이득하였다거나 위 각 업무약정 및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관리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약관법 제6조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과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이유불비 내지 이유모순, 석명의무 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 나아가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민사소송법 제290조 단서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제1심 및 원심절차에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바와 같이 소송대리권 수여에 흠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한편 원고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그중 소 각하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3. 파기의 범위 및 환송 후 원심의 심판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이 피고에게 원고의 피고에 대한 매출채권(장래 발생할 채권 포함) 중 체납액 89,927,400원에 대하여 채권압류 통지를 하였으므로, 원고는 압류된 89,927,400원에 대한 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당사자적격이 없고, 이 사건 소 중 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에서 인용되는 금액에서 위 89,927,400원에 대한 청구 부분을 공제하고 남는 금액 범위에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기본수수료 지급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32,639 | 영업비밀침해금지등청구의소 | 2021나2026169 | 20,220,512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사카타코리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이창우 외 3인)
【피고, 항소인】
농업회사법인 현대종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권이선 외 2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17. 선고 2018가합556315 판결
【변론종결】
2022. 4. 7.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종자 및 같은 목록 제2, 3항 기재 각 원종을 각 생산, 판매, 양도, 대여, 수출, 수입하거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양도 또는 대여를 위한 전시를 포함)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는 그 본점, 지점, 사무소, 대리점에 보관된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종자 및 같은 목록 제2, 3항 기재 각 원종을 폐기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97,972,4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 이유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거나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서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인용한다.
2. 고치는 부분
○ 제1심판결서 이유 중 "이 법원"을 모두 "제1심법원"으로 고친다.
○ 3쪽 3행의 "피고로부터"를 "원고로부터"로 고친다.
○ 3쪽 6행의 "186개의 유전자형이"를 "유전자가 증폭되지 않은 6개의 SNP 마커를 제외한 186개의 SNP 마커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186개의 유전자형이"로 고친다.
○ 9쪽 하5행의 "출원이"를 "추론이"로 고친다.
○ 13쪽 9, 10행의 "② 피고가 ~ 않은 점"을 "② 피고는 원고의 △△△ 시험재배지에서 이형주(동일품종 내에서 유전적 형질이 그 품종 고유의 특성을 갖지 아니한 개체)를 수집하고 계통 순화 및 계통 육종을 통하여 ○○○○○을 육종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을 제5 내지 8호증을 제출하고 있으나, 이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2007년 여름 대저 지역에서 새로운 토마토 종자를 시험 재배한 사실, ○○○○○에 대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내병성 검정결과, ○○○○○ 종자를 판매하기 위해 시행한 순도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고, 달리 피고가 독자적으로 계통 순화 및 계통 육종 과정을 진행하였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으로 고친다.
○ 16쪽 6행의 "772,570,000원"을 "1,224,655,000원"으로 고친다.
○ 16쪽 10행부터 19행까지[‘나) 판단’ 부분]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나) 판단
(1)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손해액
(가) 원고는 ‘피고가 2018. 5. 15.부터 2021. 4. 30.까지 ○○○○○을 판매하고 합계 1,244,655,000원의 매출을 올렸고 ’종자 및 묘목 도매업‘(코드번호: (번호 생략))에 대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국세청이 고시한 단순경비율이 92%이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라 원고의 손해액은 피고의 이익액인 97,972,400원[= 1,244,655,000원 × (1- 단순경비율 92%)]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다.
(나) 2018. 5. 15.부터 2021. 4. 30.까지 ○○○○○ 판매로 피고에게 발생한 매출액 합계가 1,244,655,000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단순경비율은 국세청이 해당 업종의 매출액에서 신고자의 편의 또는 소득세 부과의 편의를 위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규범적 판단을 거쳐 결정하는 것인데다가 ‘종자 및 묘목 도매업’ 단순경비율은 묘목 도매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고려되어 있으므로, ‘종자 및 묘목 도매업’의 단순경비율을 고려해 산정한 표준소득률을 곧바로 피고가 ○○○○○을 판매하고 얻은 영업상 이익률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2항에 따른 손해액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른 손해액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법원은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관한 소송에서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피고는 ○○○○○ 외에 각종 채소, 화훼 종자를 판매하고 있으므로 앞서 인정된 ○○○○○ 매출액을 발생시키는 데에만 소요된 제조원가, 판매비, 일반관리비 등 비용을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하는 것은 매우 곤란할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안은 피고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증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5항에 따라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하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의 손해액을 피고가 ○○○○○을 판매하고 얻은 매출액의 8% 상당인 97,972,400원으로 정한다.
① 피고의 표준손익계산서에 따르면, 피고는 2018년 영업이익 171,692,564원(매출액 2,288,699,324원 - 매출원가 738,796,116원 - 판매비와 관리비 1,378,210,644원), 2019년 영업이익 144,398,466원(매출액 2,593,469,629원 - 매출원가 1,378,420,433원 - 판매비와 관리비 1,070,650,730원), 2020년 영업이익 239,936,555원(매출액 2,578,217,032원 - 매출원가 1,128,590,632원 - 판매비와 관리비 1,209,689,845원)을 얻었는바, 그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 × 100%)은 2018년 7.5%, 2019년 5.5%, 2020년 9.3%이고, 평균 7.4%이다.
② 위 영업이익률은 ○○○○○ 외에 피고가 취급하는 다른 종자의 영업이익이 전부 반영된 수치이다.
③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총 매출액을 기준으로 앞서 인정한 ○○○○○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인데, 피고가 △△△ 원종을 이용하여 ○○○○○ 종자를 생산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 매출액 중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피고가 직접 개발하거나 제3자가 품종보호권 또는 특허권을 가진 품종에 비해 적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 판매로 인한 영업이익률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다소 높게 평가함이 타당하다.
(3)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97,972,4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 날인 2021. 5. 2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추가 판단
가. 유체물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대상인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미국 영업비밀보호법에서 영업비밀에 유체물이 포함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을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만 정의하면서 유체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체물인 △△△ 원종은 절도죄나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있을 뿐 영업비밀 침해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원종을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것은 품종보호권이나 특허권 제도를 잠탈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부정경쟁방지법은 제2조 제2호에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영업비밀로 정의하고, 제2조 제3호 각 목에서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를 포함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구체적인 형태를 적시하고 있으며, 제10조에서 이러한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 등을 규정하고, 제18조에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취득’은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이 없이 영업비밀 자체를 직접 인식하고 기억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바, 어느 경우에나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면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8. 6. 9. 선고 98다1928 참조), 이처럼 유체물의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영업비밀의 취득이 인정될 수 있는 이상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가 담긴 유체물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5도13931 판결 취지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 부계 및 모계 원종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일정한 특성을 발현하는 토마토 품종의 씨앗을 생산하는 유전 정보가 저장된 유체물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나) 부정경쟁방지법은 다른 지식재산권법과 달리 불공정한 경쟁행위를 금지하는 행위규제적 규율을 통해 영업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입법된 것으로 독자적인 규율 영역을 가진다. 개별 지식재산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는 별개의 규정으로 각각의 요건을 검토하여 적용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를 공개하여 개별 지식재산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것인지 영업비밀로 유지하면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것인지 여부는 정보 보유자의 결정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원종이 식물신품종보호법이나 특허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논리적으로 관계되거나 영업비밀로 보호할 경우 품종보호권이나 특허권 제도를 잠탈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영업비밀 보호기간 경과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 원종의 영업비밀성이 인정되더라도 △△△ 원종이 2008년 이전에 개발되었으므로 그 보호기간이 경과하였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목적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있으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영업비밀인 기술정보의 내용과 난이도,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의 기술정보 취득에 걸린 시간,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종업원이었던 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 참조).
원고가 △△△ 부계 및 모계 원종 개발을 위해 수년간의 연구기간과 상당한 연구비를 투입하였고, △△△ 종자(F1)를 이용하여 △△△와 비슷한 형질을 갖는 원종 조합, 특히 부계 원종과 유전형이 일치하는 원종을 개발하는 기술적 가능성을 아직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는 △△△ 종자(F1)에 실수로 원종이 혼입될 가능성이 있는 한 이형주를 이용한 계통 순화를 통해 △△△ 원종을 취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실수에 의하여 △△△ 이형주가 발생할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 그러한 실수를 통해 이형주가 어느 정도로 발생하는지, 그와 같이 발생한 이형주를 이용한 계통 순화를 통해 △△△ 원종을 취득할 수 있는지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으며, 달리 독자적으로 △△△ 부계 및 모계 원종과 유전적으로 같은 원종을 개발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나 방법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신품종 개발 능력과 소요 기간은 개발자가 보유한 육종 기술과 노하우 등에 따라 다를 것이어서 원고가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10년가량 소요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개발한 원종의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10년으로 한정할 수도 없다. 달리 피고의 주장과 같이 △△△ 원종을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는 기간이 경과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나)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목록 생략]
판사 이광만(재판장) 김선아 천지성 |
232,613 | 권리행사방해 | 2021도16876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여러 사람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함으로써 그 여러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권리자별로 각각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각 죄의 죄수 / 여러 명의 유류분권리자가 각자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아 가압류등기가 마쳐진 경우, 위 부동산은 유류분권리자들 각자의 유류분반환청구권 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의 목적이 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유류분권리자들이 가압류를 개별적으로 신청하였는지 공동으로 신청하였는지에 따라 달라지는지 여부(소극) /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따른 형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 null | 형법 제323조, 제328조 제1항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영진 담당변호사 한범석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1. 24. 선고 2021노114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여러 사람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함으로써 그 여러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면 권리자별로 각각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고 각 죄는 서로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 여러 명의 유류분권리자가 각자의 유류분반환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아 가압류등기가 마쳐진 경우, 위 부동산은 유류분권리자들 각자의 유류분반환청구권 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의 목적이 되고 이는 유류분권리자들이 가압류를 개별적으로 신청하였는지 공동으로 신청하였는지에 따라 다르지 않다.
한편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에 따른 형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각 죄마다 살펴보아야 한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그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권리행사방해 부분은 친족 사이의 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 전부에 관하여 하나의 형을 정하거나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하여만 형을 정하거나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권리행사방해 부분에 관하여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을 적용하여 형을 면제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가압류결정의 효력이나 친족상도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21,775 | 무효확인 | 2022다200904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개별 새마을금고의 임직원이 새마을금고법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정관으로 정한 절차·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회장이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하여 직접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새마을금고중앙회가 甲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인 乙에 대하여 직무정지 6월의 제재처분을 하자 乙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위 제재처분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고,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정관에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처분권에 관한 규정을 두었더라도 이를 근거로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1]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회장이 감독·검사 결과에 따라 개별 금고에 대하여 조치 또는 조치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새마을금고법 제74조의2 및 제74조의3 제1항이 준용된다(새마을금고법 제79조 제7항). 따라서 개별 금고의 임직원이 새마을금고법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정관으로 정한 절차·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회장은 개별 금고로 하여금 관련 임직원에 대한 개선·직무정지·견책·경고 등의 조치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뿐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하여 직접 제재처분을 할 수는 없다(새마을금고법 제74조의2 제1항). [2] 새마을금고중앙회가 甲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인 乙에 대하여 직무정지 6월의 제재처분을 하자 乙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개별 금고의 임원인 乙에 대하여 직접 제재처분을 할 권한이 없으므로, 위 제재처분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고,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자치법규인 정관은 구성원인 개별 금고에 대해서만 구속력을 가질 뿐 별도의 법령상 근거 없이 개별 금고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까지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정관에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처분권에 관한 규정을 두었더라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를 근거로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1] 새마을금고법 제74조의2, 제74조의3 제1항, 제79조 제7항 / [2] 새마을금고법 제2조 제1항, 제3항, 제54조 제1항, 제55조, 제74조의2 제1항, 제79조 제7항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구덕 담당변호사 박용석)
【피고, 상고인】
새마을금고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진광철 외 3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1. 12. 1. 선고 2021나5583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회장이 감독·검사 결과에 따라 개별 금고에 대하여 조치 또는 조치 요구를 하는 경우에는 새마을금고법 제74조의2 및 제74조의3 제1항이 준용된다(새마을금고법 제79조 제7항). 따라서 개별 금고의 임직원이 새마을금고법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정관으로 정한 절차·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새마을금고중앙회의 회장은 개별 금고로 하여금 관련 임직원에 대한 개선·직무정지·견책·경고 등의 조치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뿐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하여 직접 제재처분을 할 수는 없다(새마을금고법 제74조의2 제1항).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는 이 사건 금고의 임원인 원고에 대하여 직접 제재처분을 할 권한이 없으므로, 피고가 2019. 12. 6. 원고에 대하여 한 직무정지 6월의 제재처분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새마을금고법 제79조 제7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자치법규인 정관은 그 구성원인 개별 금고에 대해서만 구속력을 가질 뿐 별도의 법령상 근거 없이 개별 금고 소속 임직원에 대해서까지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정관에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처분권에 관한 규정을 두었더라도 피고가 이를 근거로 개별 금고의 임직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 정관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직무정지 6월의 제재처분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유탈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1,749 | 소유권이전등기 | 2019다249428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취득시효에서 ‘소유의 의사’에 관한 증명책임 및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른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 / 점유자가 점유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된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부동산에 관한 계약명의신탁의 법률관계 [3]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여 증명할 책임이 있다.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가 없는 타주점유인지는 점유자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결정된다.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점유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제2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명의신탁에서,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을 알면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되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소유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므로 소유자와 매매계약관계가 없는 명의신탁자는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도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고 명의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3]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니어서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고, 이는 명의신탁자도 잘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한다면 명의신탁자에게 점유할 다른 권원이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는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것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가지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다는 추정은 깨어진다. | [1]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 [2]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 / [3]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항 | [1]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공1997하, 2501) / [2]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공2003상, 452),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0다95185 판결(공2013하, 1747) | 【원고, 피상고인】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미라)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안재극)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9. 6. 26. 선고 2018나261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동산 명의신탁자의 점유와 소유의 의사 추정에 관하여
가. 민법 제197조 제1항에 따라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여 증명할 책임이 있다.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가 없는 타주점유인지는 점유자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 객관적으로 결정된다.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 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 그러므로 점유자가 점유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진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제2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그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소유자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명의신탁에서,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을 알면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되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소유자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므로 소유자와 매매계약관계가 없는 명의신탁자는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0다95185 판결 등 참조).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한 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명의수탁자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면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도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고 명의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등 참조).
다.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니어서 소유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고, 이는 명의신탁자도 잘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을 점유한다면 명의신탁자에게 점유할 다른 권원이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는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되는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한 것이다. 이러한 명의신탁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가지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다는 추정은 깨어진다.
2. 원심판결의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들의 피상속인인 소외인은 피고 1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계약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한 다음, 피고 1은 명의신탁약정을 모르는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고 1997. 4. 18. 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인은 1997. 4. 18.부터 2018. 2. 8.까지 이 사건 토지를 계속 점유하면서 경작하였다.
나.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소외인은 계약명의신탁의 명의신탁자로서 1997. 4. 18. 무렵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피고 1 소유인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로써 소외인이 이 사건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라는 추정은 깨어졌다. 소외인에게 다른 권원에 의해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한 소외인의 점유는 타주점유라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명의신탁약정은 당사자 사이에서 명의신탁자가 목적물의 소유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명의신탁자에게 소유의 의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소외인의 자주점유 추정은 깨어지지 않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피고 1에게 원고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계약명의신탁과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21,757 | 소송비용액확정 | 2017마6274 | 20,220,512 | 자 | 대법원 | 민사 | 결정 |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변호사보수의 감액사유인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의미 /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재판에서 확정한 상환의무 자체의 범위를 심리판단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하 ‘보수규칙’이라 한다) 제6조 제1항은 ‘보수규칙 제3조 및 제5조에 따라 산정한 변호사보수 전부를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소송목적의 값, 보수규칙 제3조 및 제5조에 따라 산정한 보수액의 규모, 소송의 경과와 기간, 소송종결 사유, 사건의 성질과 난이도, 변호사가 들인 노력의 정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보수규칙 제3조 및 제5조에 따른 산정액 전부를 소송비용으로 인정하여 상대방에게 상환을 명하는 것이 공정이나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 한편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는 상환할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할 수 있을 뿐,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재판에서 확정한 상환의무 자체의 범위를 심리판단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 제3조, 제5조, 제6조 제1항 | 대법원 1991. 9. 24. 자 91마277 결정, 대법원 2002. 9. 23. 자 2000마5257 결정(공2002하, 2468), 대법원 2010. 7. 13. 자 2010마658 결정, 대법원 2013. 12. 27. 자 2013마1803 결정 | 【신청인, 상대방】
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락)
【피신청인, 재항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심 담당변호사 이정민 외 1인)
【원심결정】
부산지법 2017. 11. 14. 자 2017라2155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신청인은 2016. 3. 4. 신청인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6차전4509호로 연대보증금 177억 1,000만 원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지급명령이 2016. 3. 22. 신청인에게 송달되자, 신청인은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다.
나. 피신청인은 2016. 4. 20. 청구취지를 25억 2,954만 920원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기재된 ‘보정서’를 제출하였다. 그러자 위 법원은 2016. 4. 21. 감축된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인지액을 추가 납부하라는 보정명령을 하였다. 피신청인이 2016. 4. 29. 보정명령에 따라 인지액을 납부하자 지급명령신청사건 기록이 관할 법원으로 보내져 부산지방법원 2016가단317517 대여금 사건이 되었다(이하 ‘본안사건’이라 한다). 대법원 인터넷 사이트의 ‘나의 사건검색’ 조회 화면과 전자소송 사이트에는 피신청인이 감축한 대로 본안사건의 소송목적의 값이 25억 2,954만 920원으로 표시되어 있다.
다. 신청인의 소송대리인은 지급명령신청사건이 소송으로 이행된 후인 2016. 5. 31.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였고, 본안사건 변론에서 보증약정이 해제되었으므로 신청인은 피신청인에 대하여 연대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라. 본안사건 법원은 2017. 2. 14. 피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본안사건 판결서의 청구취지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177억 1,000만 원을 지급하라."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유에는 파산 전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과 신청인 사이의 연대보증계약이 해제되어 신청인이 피신청인에게 연대보증금 177억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으로 판단되어 있다.
마. 피신청인은 본안판결 선고 후 확정 전인 2017. 2. 23. 위 법원 2017카경10046호로 위 판결서의 청구취지 부분을 "피고는 원고에게 25억 2,954만 92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2. 19.부터 갚는 날까지 연 21%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로 경정해 달라는 판결경정 신청을 하였으나, 본안사건 법원은 2017. 2. 27. 판결경정 신청을 기각하였고, 피신청인이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원심은, 본안사건의 소송목적의 값을 177억 1,000만 원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하 ‘보수규칙’이라 한다)에 따라 산정한 9,585만 원 전부를 변호사보수로서 피신청인이 신청인에게 상환하여야 할 소송비용액으로 확정하면서,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처럼 소송비용에 산입할 변호사보수를 인정하는 것이 공정이나 형평에 반하지 않으므로 소송비용을 감액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보수규칙 제6조 제1항은 ‘보수규칙 제3조 및 제5조에 따라 산정한 변호사보수 전부를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소송목적의 값, 보수규칙 제3조 및 제5조에 따라 산정한 보수액의 규모, 소송의 경과와 기간, 소송종결 사유, 사건의 성질과 난이도, 변호사가 들인 노력의 정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보수규칙 제3조 및 제5조에 따른 산정액 전부를 소송비용으로 인정하여 상대방에게 상환을 명하는 것이 공정이나 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0. 7. 13. 자 2010마658 결정, 대법원 2013. 12. 27. 자 2013마1803 결정 등 참조).
한편 소송비용액 확정절차에서는 상환할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할 수 있을 뿐,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재판에서 확정한 상환의무 자체의 범위를 심리판단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대법원 1991. 9. 24. 자 91마277 결정, 대법원 2002. 9. 23. 자 2000마5257 결정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본안사건 법원은 피신청인의 청구취지가 감축된 것으로 보지 않고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당초와 같이 신청인에 대하여 연대보증금 177억 1,000만 원을 구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신청인에게 그와 같은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주문에서 피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고 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신청인이 항소하지 않아 본안사건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따라서 본안사건의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소송비용의 액수를 정하는 절차인 이 사건에서는 본안사건의 판결에서 청구취지로 인정하여 판단하고 그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177억 1,000만 원이 소송목적의 값이 되고 그에 대하여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이 이를 기준으로 변호사보수를 산정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2) 그러나 피신청인은 신청인이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자 인지를 보정하기 전에 청구취지를 감축하는 내용을 명확히 밝히면서 그에 따른 인지를 납부하겠다는 보정서를 제출하였고, 지급명령을 발령한 법원도 피신청인이 감축한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인지보정명령을 하였다.
3) 이와 같이 비록 본안사건에서 지급명령신청서 외에 청구취지를 감축하는 취지의 보정서가 진술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신청인이 실제로 청구취지로써 구하였던 소송목적의 값은 적법하게 청구취지를 감축한 후의 금액이었으므로, 본안사건에서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에 공방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공방은 감축된 청구취지의 범위 내에서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본안사건의 실질적 쟁점은 파산 전 회사와 신청인 사이의 연대보증계약이 해제되었는지 여부 한 가지였다.
본안사건 법원이 피신청인이 적법하게 청구취지를 감축한 대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파악하여 청구취지를 기재하고 이에 기초하여 소송비용 부담의 재판을 하였다면 피신청인은 감축된 청구취지인 25억 2,954만 920원을 기준으로 산정된 변호사보수만을 소송비용으로 부담하였을 것인데, 본안사건 법원이 피신청인이 청구취지를 감축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급명령 신청 당시의 청구취지를 기준으로 판결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원래의 청구취지 금액인 177억 1,000만 원을 그대로 소송목적의 값으로 보아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보수를 산정하면 피신청인이 거액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본안사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은 피신청인이 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나, 파산관재인인 피신청인으로서는 실질적으로 본안사건 판결에 기재된 청구취지가 감축된 사실만을 다투기 위하여 항소를 하는 데에 파산관재인으로서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거나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였을 수 있다.
4)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본안사건에서 실질적인 공방이 이루어진 대상은 무엇인지, 신청인의 소송대리인이 이를 위해 수행한 소송행위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의 노력을 들였는지, 본안사건의 확정 경과나 신청인의 소송행위 내용 등에 비추어 피신청인이 부담하게 되는 소송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한 것은 아닌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보수규칙 제3조에 따라 산정한 변호사보수 전부를 그대로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것이 공정이나 형평의 이념에 반하여 감액할 필요는 없는지를 결정하였어야 했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소송비용의 감액이 필요하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보수규칙 제6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신청인의 재항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 보수규칙 제3조 제1항에 따라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의 보수에는 당사자가 보수계약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지급한 것뿐 아니라 사후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까지도 포함되는바(대법원 2005. 4. 30. 자 2004마1055 결정 등 참조), 현실적으로 지급되지 않은 금원을 소송비용으로 인정하려면 그 금원이 변호사보수로서 사후에 지급하기로 약정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신청인은 이 사건 소송비용에 산입될 변호사보수로서, ① 착수금 1,000만 원은 위임계약 무렵 지급하였고 ② 성공보수로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신청인이 주장하는 성공보수에 관한 내용이 기재된 약정서(소갑 제3호증)에는 그 약정서의 ‘사건’란에 ‘2016가단317517’이라는 사건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작성일자가 2016. 4. 26. 자로 기재되어 있다. 한편 피신청인이 신청인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6차전4509호로 지급명령신청을 하였다가 신청인의 이의로 부산지방법원 2016가단317517 대여금 사건이 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와 같이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로 본안사건으로 접수된 일자가 2016. 5. 9.임은 기록상 명백하다. 또한 신청인의 소송위임장에는 ‘2016차전4509’로 지급명령신청의 사건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소송위임장은 본안사건으로 접수되기 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하나의 문서(약정서)에 기재된 법원의 사건번호란과 작성일자란이 상호 모순되는 점에 비추어, 성공보수금 1억 원의 지급채무가 존재한다는 점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4.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1,759 | 가등기말소회복등기 | 2019다265376 | 20,220,512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의 가등기보다 후순위로 마쳐진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이 완납된 경우, 선순위인 가등기가 존속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가등기보다 선순위로 기입된 가압류등기가 경매절차에서 매각으로 소멸하는 경우, 그보다 후순위인 위 가등기 역시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의 가등기보다 후순위로 마쳐진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허가결정에 따라 매각대금이 완납된 경우에도, 선순위인 가등기는 소멸하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그 가등기보다 선순위로 기입된 가압류등기는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으로 인하여 소멸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가압류등기보다 후순위인 가등기 역시 민사집행법 제14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하지 아니한 부동산의 부담에 관한 기입에 해당하여 말소촉탁의 대상이 된다. | 민사집행법 제91조, 제135조, 제144조 제1항 제2호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57459 판결(공2008상, 23)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강섭)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예인 담당변호사 임준섭)
【피고인수참가인, 상고인】
피고인수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예인 담당변호사 임준섭)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9. 8. 22. 선고 2018나6203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및 피고인수참가인의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의 가등기보다 후순위로 마쳐진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허가결정에 따라 매각대금이 완납된 경우에도, 선순위인 가등기는 소멸하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그 가등기보다 선순위로 기입된 가압류등기는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으로 인하여 소멸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가압류등기보다 후순위인 가등기 역시 민사집행법 제14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하지 아니한 부동산의 부담에 관한 기입에 해당하여 말소촉탁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5745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따르면, 그 판시와 같은 취소사유의 존재로 말소되어야 할 이 사건 가처분등기를 유용한 본등기가 마쳐짐에 따라 그 가처분등기 후에 이루어진 원고의 이 사건 가등기가 직권 말소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 가등기보다 선순위로 채권자 소외 1 등 3인 명의의 각 가압류등기가 기입되어 있다가 이 사건 가처분등기에 기한 본등기로 말미암아 이 사건 가등기와 함께 직권 말소되었는바, 위 각 가압류등기가 직권 말소되지 않은 채 존속하였더라도 위 각 가압류등기 및 가등기 이후 이루어진 소외 2 명의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매각으로 인하여 위 각 가압류등기 역시 결과적으로 말소되었을 것이 분명한 이상, 위 각 가압류등기보다 후순위인 이 사건 가등기도 매수인인 피고가 민사집행법 제14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인수하지 아니한 부동산의 부담에 관한 기입에 해당하여 역시 말소촉탁의 대상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가처분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실현에 의한 등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가등기가 부적법하게 말소되었음을 전제로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경매절차에 있어서 가압류등기 이후 마쳐진 가등기의 효력 및 회복등기절차에 관한 승낙의무의 존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및 피고인수참가인의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1,821 | 약제급여상한금액인하처분취소 | 2019두57701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행정처분의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 행정처분에 적용되는 법령(=처분 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 및 법령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상 제재처분을 할 때 적용되는 법령(=위반행위 시 시행 법령) [2]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제12호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인하 처분은 리베이트 제공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적극) [3] 보건복지부장관이 가지는 이미 고시된 약제 상한금액을 조정할 재량권의 한계 [4]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의 대상 /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이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 | null | [1] 행정소송법 제1조[행정처분일반] / [2]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14. 9. 1. 보건복지부령 제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4항 제12호 / [3]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3항, 제46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 / [4] 행정소송법 제26조[증명책임], 제27조 | [1]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공2010상, 751),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0474 판결(공2016상, 435) / [3]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두218 판결 / [4]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두31798 판결 | 【원고, 상고인】
한미약품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혜광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길진오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0. 23. 선고 2018누7259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별지 목록 기재 각 약제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가. 제약회사인 원고는 2009. 7.경부터 2012. 5.경까지 원고가 제조·판매하는 약품의 처방을 유도하기 위하여 22개 요양기관 의료인에게 45회에 걸쳐 리베이트 합계 26,516,392원을 제공하였다.
나. 피고는 리베이트 관련 약제에 관하여 리베이트가 제공된 기간 동안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액에 대비한 리베이트 액수의 비율(이하 ‘리베이트 비율’이라 한다)을 산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원고가 판매하는 약제 9개 품목의 상한금액 인하를 결정하고 2018. 3. 26. 이를 고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하고, 이 사건 처분으로 상한금액이 인하된 약제를 ‘이 사건 약제’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에 적용할 법령(상고이유 제2점)
가. 행정처분은 그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과 그 정한 기준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나(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등 참조), 법령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상의 제재처분을 하려면 달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위반행위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0474 판결 등 참조).
나. 원고의 리베이트 제공 당시 시행되던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14. 9. 1. 보건복지부령 제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요양급여기준규칙’이라 한다) 제13조 제4항 제12호는 ‘판매 촉진을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약제’에 관하여 이미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을 조정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위 조항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인하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제공이라는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 조항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인하 처분은 위반행위인 리베이트 제공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다. 한편 개정 전 요양급여기준규칙 제13조 제4항 제12호가 정한 ‘리베이트 약제 상한금액 인하’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구「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2012. 10. 25. 보건복지부고시 제2012-1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약제조정기준’이라 한다) 제8조 제2항 제10호 [별표 5] ‘2. 조정 제외 제품’ 등은 상한금액이 일정금액 이하인 저가의약품을 상한금액 조정 제외 대상으로 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상한금액이 1㎖, 1g 등 최소단위로 결정된 경우에는 1회 투약량이나 판매단위로 환산하였을 때 실질적으로 저가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저가의약품에 해당하여 상한금액을 낮출 수 없게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2015. 5. 29. 보건복지부고시 제2015-80호로 개정된 약제조정기준 제8조 제2항 제12호 [별표 6] ‘6. 상한금액의 조정기준’, [별표 1] ‘1. 정의’는 1㎖, 1g 등 최소단위로 상한금액이 결정된 약제 등은 저가의약품에서 제외하도록 그 기준을 변경하였다.
라. 구 약제조정기준상 저가의약품 기준의 개정이 기존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약제 상한금액 인하를 하는 이상,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위반행위 당시 법령이나 처분 기준에 따라야 한다.
마.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고의 리베이트 제공을 이유로 약제 상한금액을 인하한 이 사건 약제 가운데 별지 목록 기재 각 약제는 원고의 위반행위 당시 구 약제조정기준에 따를 때 모두 저가의약품에 해당하여 상한금액 인하 제외 대상이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이유로는 위 약제를 상한금액 인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처분에 원고의 위반행위 당시의 구 약제조정기준이 아니라 처분 당시 개정된 약제조정기준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결은 행정처분 적용법령에 관한 법리와 법령불소급 원칙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피고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3항, 제46조,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라 이미 고시된 요양급여대상 약제에 대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그 약제의 상한금액을 조정할 재량권을 갖고 있지만, 그 조정의 절차와 내용 등이 관련 법령,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과 조정기준 등 여러 규정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두218 판결 등 참조).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서는 기속행위의 경우와는 달리,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없고 행정청의 판단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행정청이 재량판단에서 고려한 사유에 관하여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하였는지,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에서 비례·평등원칙과 같은 법의 일반 원칙을 위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해서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증명책임을 진다(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두3179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가 리베이트 비율을 산정하면서 참작한 거래의 요양기관 수, 거래 횟수, 거래 금액, 리베이트 가액이 충분한 대표성, 표본성 또는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리베이트 비율 산정 과정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와 같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 증명책임의 소재와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에 대한 엄격해석 원칙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원심판결 중 별지 목록 기재 각 약제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목록: 생략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1,739 | 재산세부과처분취소 | 2018두50147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표준지로 선정된 토지의 표준지공시지가에 대한 불복방법 및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토지 등에 관한 재산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甲 주식회사가 강제경매절차에서 표준지로 선정된 토지를 대지권의 목적으로 하는 집합건물 중 구분건물 일부를 취득하자, 관할 구청장이 재산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위 부동산에 대한 시가표준액이 감정가액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시가표준액 산정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표준지로 선정된 토지의 표준지공시지가를 다투기 위해서는 처분청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하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공시지가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토지 등에 관한 재산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2] 甲 주식회사가 강제경매절차에서 표준지로 선정된 토지를 대지권의 목적으로 하는 집합건물 중 구분건물 일부를 취득하자, 관할 구청장이 재산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위 토지는 표준지로서 시가표준액은 표준지공시지가결정에 따라 그대로 정해지고, 위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거래가격 등을 고려하여 정한 기준가격에 건축물의 구조, 용도, 위치와 잔존가치 등 여러 사정을 반영하여 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되므로, 법원이 위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 각 산정 요소의 적정 여부를 따져보아야 하는데, 이를 따져보지 않은 채 단지 위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이 그 감정가액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거나 위 건축물의 시가표준액을 결정할 때 위치지수로 반영되는 위 토지의 공시지가가 과도하게 높게 결정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섣불리 시가표준액 결정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 부동산에 대한 시가표준액이 감정가액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시가표준액 산정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6. 1. 19. 법률 제13796호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현행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8조(현행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7조) / [2] 구 지방세법(2016. 1. 19. 법률 제137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2항, 구 지방세법 시행령(2020. 12. 31. 대통령령 제313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1호, 소득세법 제99조 제1항 제1호 (나)목 | [1]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3누16468 판결(공1995하, 3947), 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7649 판결(공1997하, 3325)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엔에스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동수 외 2인)
【피고, 상고인】
성남시 분당구청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양태훈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6. 22. 선고 2017누3213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소송에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표준지로 선정된 토지의 표준지공시지가를 다투기 위해서는 처분청인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이의를 신청하거나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공시지가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토지 등에 관한 재산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투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3누16468 판결, 대법원 1997. 9. 26. 선고 96누7649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2015. 2. 25. 성남시 (주소 생략)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대한 표준지공시지가를 결정·공시하였다. 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 등을 하는 원고는 2015. 3. 18. 강제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를 대지권의 목적으로 하는 집합건물인 ‘성남(분당)여객자동차터미널과 복합건물’ 중 구분건물 6개 호실(이하 ‘이 사건 건축물’이라 하고, 이 사건 토지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취득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이의절차나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투었어야 한다.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재산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에서 그 위법성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재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두13845 판결은 표준지 인근 토지의 소유자가 토지 등의 수용 경과 등에 비추어 표준지공시지가의 확정 전에 이를 다투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사정 등을 감안하여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수용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소송에서 비교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을 독립된 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2.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시가표준액 산정이 위법한지 여부(상고이유 제3점)
가. 구 지방세법(2016. 1. 19. 법률 제137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는 제1항에서 토지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원칙적으로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시된 가액으로 하도록 정하고, 제2항에서 주택 외의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거래가격 등을 고려하여 정한 기준가격에 용도 등 과세대상별 특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결정한 가액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구 지방세법 시행령(2020. 12. 31. 대통령령 제313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1호는 구 지방세법 제4조 제2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소득세법 제99조 제1항 제1호 (나)목에 따라 산정·고시하는 건물신축가격기준액에 건물의 구조별·용도별·위치별 지수, 건물의 경과연수별 잔존가치율, 건물의 규모·형태·특수한 부대설비 등의 유무 및 그 밖의 여건에 따른 가감산율을 적용하여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시가표준액이 원심 감정인 등의 감정가액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시가표준액 산정이 현저하게 불합리하여 위법하고, 이를 기초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2015년 귀속 재산세 등 부과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토지는 표준지로서 그 시가표준액은 표준지공시지가결정에 따라 그대로 정해진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표준지공시지가결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없으므로, 설령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감정가액이 시가표준액이 되는 표준지공시지가를 상당히 초과하더라도 이러한 이유만으로 시가표준액 산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은 거래가격 등을 고려하여 정한 기준가격에 건축물의 구조, 용도, 위치와 잔존가치 등 여러 사정을 반영하여 정한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법원이 이 사건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 각 산정 요소의 적정 여부를 따져보아야 하고, 이를 따져보지 않은 채 단지 이 사건 건축물에 대한 시가표준액이 그 감정가액과 상당히 차이가 난다거나 이 사건 건축물의 시가표준액을 결정할 때 위치지수로 반영되는 이 사건 토지의 공시지가가 과도하게 높게 결정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섣불리 시가표준액 결정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시가표준액 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시가표준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1,745 | 미수관리비 | 2019다229516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집합건물의 관리단과 관리인으로부터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관리업자가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구분소유자 등의 체납 관리비를 추심하기 위하여 직접 자기 이름으로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위탁관리업자가 관리비를 청구할 당사자적격이 있는지 여부(적극) [2] 관리비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관리업자가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에 의하여 자기의 이름으로 남을 위하여 소송당사자가 된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위탁관리업자가 구분소유자 등을 상대로 관리비청구 소송을 수행하던 중 관리위탁계약이 종료되어 그 자격을 잃게 된 경우, 소송절차가 중단되는지 여부(적극) 및 그 후속 절차 | [1]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담당할 권한과 의무는 관리단과 관리인에게 있고(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25조), 관리단이나 관리인은 집합건물을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위탁관리업자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위탁관리업자의 관리업무의 권한과 범위는 관리위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르나 관리비의 부과·징수를 포함한 포괄적인 관리업무를 위탁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여기에는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 권한을 수여하는 것도 포함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관리업자가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구분소유자 등의 체납 관리비를 추심하기 위하여 직접 자기 이름으로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은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하지만, 집합건물 관리업무의 성격과 거래현실 등을 고려하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하고, 이때 위탁관리업자는 관리비를 청구할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관리비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관리업자는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에 의하여 자기의 이름으로 남을 위하여 소송당사자가 된 사람’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탁관리업자가 구분소유자 등을 상대로 관리비청구 소송을 수행하던 중 관리위탁계약이 종료되어 그 자격을 잃게 되면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같은 자격을 가진 새로운 위탁관리업자가 소송절차를 수계하거나 새로운 위탁관리업자가 없으면 관리단이나 관리인이 직접 소송절차를 수계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 다만 소송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관리위탁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238조). | [1]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25조, 민사소송법 제51조, 제87조, 신탁법 제6조 /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25조,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 제238조 | [1]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87885, 87892 판결(공2017상, 85)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비앤비종합자산관리 (소송대리인 공증인가 법무법인 온누리 담당변호사 양진영 외 6인)
【원고, 상고인의 소송수계신청인】
강희자산관리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공증인가 법무법인 온누리 담당변호사 양진영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웅)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4. 4. 선고 2018나6746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참고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가.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담당할 권한과 의무는 관리단과 관리인에게 있고(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25조), 관리단이나 관리인은 집합건물을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위탁관리업자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건물 관리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위탁관리업자의 관리업무의 권한과 범위는 관리위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르나 관리비의 부과·징수를 포함한 포괄적인 관리업무를 위탁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여기에는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 권한을 수여하는 것도 포함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리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관리업자가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구분소유자 등의 체납 관리비를 추심하기 위하여 직접 자기 이름으로 관리비에 관한 재판상 청구를 하는 것은 임의적 소송신탁에 해당하지만, 집합건물 관리업무의 성격과 거래현실 등을 고려하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하고, 이때 위탁관리업자는 관리비를 청구할 당사자적격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87885, 87892 판결 등 참조).
나. 관리비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위탁관리업자는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에 의하여 자기의 이름으로 남을 위하여 소송당사자가 된 사람’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탁관리업자가 구분소유자 등을 상대로 관리비청구 소송을 수행하던 중 관리위탁계약이 종료되어 그 자격을 잃게 되면 소송절차는 중단되고, 같은 자격을 가진 새로운 위탁관리업자가 소송절차를 수계하거나 새로운 위탁관리업자가 없으면 관리단이나 관리인이 직접 소송절차를 수계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 다만 소송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관리위탁계약이 종료하더라도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238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이 사건 소송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집합건물인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과 이 사건 건물의 관리업무에 관하여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자이다. 원고는 2015. 4. 27. 구분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체납한 관리비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소송을 수행하던 중 2016. 11. 25. 관리위탁계약이 종료되었다.
2) 제1심은 이 사건 소가 당사자적격이 없는 자에 의하여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또한 이 사건 건물 관리단의 소송수계신청도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이 적용되는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원심 소송 진행 중 원고 소송수계신청인은 2018. 10. 30. 새롭게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자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수계신청을 하였다. 원심은 제1심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항소와 원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하였다.
4) 원고는 2018. 2. 2.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였지만, 이때는 이미 관리위탁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적법한 소송대리인은 없었다.
나. 원심의 판단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원고는 관리위탁계약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관리비청구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적격이 있었지만, 2016. 11. 25. 관리위탁계약의 종료로 당사자적격을 상실하였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에서 정한 일정한 자격에 의하여 자기 이름으로 남을 위하여 소송당사자가 된 사람이 그 자격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 원고에게 적법한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면 관리위탁계약의 종료로 이 사건 소송절차의 중단사유가 발생하므로, 그 자격을 가진 새로운 위탁관리업자나 관리단의 소송수계가 있어야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2)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소송절차 중단 여부를 확인하고, 소송절차가 중단되었다면 원고 소송수계신청인을 조사하여 원고와 같은 자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소송절차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에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원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도 기각하였다.
3)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민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에 따른 소송절차의 중단과 수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31,823 | 호봉정정거부처분취소 | 2021두63020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구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에서 정한 ‘자격증 등이 없이 근무한 경력’에 관하여 민간근무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 등에서 관련 직무분야로 인정받은 경력에 한하여 호봉획정에 고려하도록 정한 취지 / 위 처리지침 중 ‘그에 상응하는 경력’의 의미 및 그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 null | 지방공무원법 제27조 제1항, 제2항, 제45조 제1항, 구 지방공무원 보수규정(2021. 1. 5. 대통령령 제31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2항 [별표 1], [별표 2], 제9조의2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두53121 판결(공2016상, 374)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김송이 외 1인)
【피고, 상고인】
고양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헌 담당변호사 김종표)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2. 3. 선고 2021누410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개경쟁임용시험을 통해 임용된 일반직공무원(기술직군)의 민간근무경력이 호봉에 산입될 수 있는 ‘동일한 분야’의 경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
가. 지방공무원법 제45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의 보수에 관한 봉급·호봉 및 승급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구 「지방공무원 보수규정」(2021. 1. 5. 대통령령 제313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보수규정’이라 한다)은 공무원의 초임호봉은 [별표 1]에 의하여 획정하도록 하고(제8조 제2항), 호봉획정 시행권자는 제8조 제2항 등에 따라 호봉획정에 반영할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경력과 관련되는 행정기관, 공공기관, 법인, 단체 또는 민간기업체 등에 해당 공무원의 전력(前歷)을 조회할 수 있으며, 호봉을 획정하기 전에 자체 심의회를 구성하여 동일분야 경력 해당 여부 등 경력인정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여야 하고(제9조의2 제1항), 이에 따른 전력조회, 경력인정과 심의회 구성·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9조의2 제2항). 이 사건 보수규정 [별표 1] ‘공무원의 초임호봉표’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경우 [별표 2]의 경력이 있으면 계급별로 산정된 경력기간을 기준으로 하여 그중 가장 낮은 계급의 경력연수에 1을 더하여 호봉을 획정한 후 당해 계급에서 임용되는 계급까지 순차적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보아 제10조(승진 시의 호봉획정)의 규정을 준용하여 임용되는 계급의 호봉을 획정한 후 임용되는 계급의 경력기간을 더하여 초임호봉을 획정하도록 한다. [별표 2] ‘일반직공무원 등의 경력환산율표’는 ‘법인, 단체 또는 민간기업체 등에서 임용예정 직렬 및 직류와 동일한 분야의 업무에 상근으로 종사한 경력’을 유사경력 중 전문·특수경력으로서 100% 이내에서 환산하도록 정하면서, 비고란에서 일반직공무원의 경력환산율표의 구체적인 내용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27조 제1항은 공무원 신규임용의 원칙적인 방식을 공개경쟁임용시험으로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공개경쟁임용시험으로 임용하는 것이 부적당한 경우에 임용예정 직무에 관한 자격증 소지자를 임용하는 경우’(제2호), ‘임용예정 직급·직위에 상응하는 근무기간이나 연구경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인 사람을 임용하는 경우’(제3호) 등과 같은 일정한 경우에는 경력 등 응시요건을 정하여 그 사유에 해당하는 다수인을 대상으로 경쟁의 방법으로 임용하는 시험(이하 ‘경력경쟁임용시험’이라 한다)으로 공무원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보수규정 제9조의2 제2항, [별표 2] 등의 위임에 따른 구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2020. 9. 28. 행정안전부예규 제1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은 [별표 1] ‘직종별 경력환산율표 해설’에서 민간 전문분야 근무경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력을 ‘임용예정 직렬 및 직류와 동일한 분야에 직접 종사하면서 정기적인 보수를 지급받고 상근한 경력’으로 정하고, 이 경우 ‘동일한 분야’는 자격증·면허증·박사학위(이하 ‘자격증 등’이라 한다) 취득 후 그와 동일한 전문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하 ‘제1 유형’이라 한다)이거나, 자격증 등이 없이 근무한 경력으로서 지방공무원법 제27조 제2항 제3호 등 각 직종별로 민간근무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 등에서 관련 직무분야로 인정받은 경력(이하 ‘제2 유형’이라 한다) 또는 그에 상응하는 경력인 경우 ‘동일한 분야’로 인정하되, 기관별 호봉경력 평가 심의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지침은 자격증 등 취득 후 동일한 전문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제1 유형)에 관해서는 그러한 경력이 공무원임용시험에서 요건이 되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호봉획정에 고려할 수 있도록 정한 반면, 자격증 등이 없이 근무한 경력(제2 유형)에 관해서는 민간근무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 등에서 관련 직무분야로 인정받은 경력에 한하여 호봉획정에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2 유형에 관하여 민간근무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 등에서 관련 직무분야로 인정받은 경력에 한하여 호봉획정에 고려하도록 정한 취지는, 자격증 등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임용된 직류와 유사한 분야의 민간근무경력 전부가 당연히 호봉획정에 고려되는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지방공무원법 제27조 제2항 각호 중 민간근무경력 또는 연구경력이 임용요건으로 된 경우에 한하여 호봉획정에 고려할 수 있도록 정함으로써,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을 가진 민간 인력의 공무원 임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 유형에 관하여 ‘그에 상응하는 경력’을 정하고 있음을 들어 해당 공무원의 임용과정에서 임용요건 등으로 심사되지 않은 경력까지 호봉획정에 반영토록 하는 것은 자격증 등 취득 유무에 따라 호봉 산입 여부를 달리 정한 이 사건 지침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 중 ‘그에 상응하는 경력’이란 지방공무원법 제27조 제2항이 정한 경력경쟁임용시험에서 각 직종별로 민간근무경력 자체가 임용요건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임용과정에서 민간근무경력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진 결과 민간근무경력의 인정 여부가 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제2 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당 여부는 문제 된 민간근무경력의 내용과 임용된 직류의 관련성 정도, 해당 공무원에 대한 임용요건과 임용과정에서 민간근무경력이 차지한 비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두53121 판결 참조).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공개경쟁임용시험을 통해 일반직공무원(기술직)으로 임용된 자(이하 ‘기술직 공개채용자’라 한다)라고 하더라도 해당 기관에 각 직종별로 민간근무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이 존재하고 해당 시험의 임용예정 직위별 경력요건에 해당하는 경력이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경력은 이 사건 지침 [별표 1] ‘직종별 경력환산율표 해설’의 ‘그에 상응하는 경력’에 해당한다. 원고가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에서 근무하였던 경력(이하 ‘종전 경력’이라 한다)이 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보아 원고의 호봉정정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지침 중 ‘그에 상응하는 경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문제 된 민간근무경력의 내용이 임용된 직류와 관련성이 높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임용과정에서 민간근무경력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져 임용 여부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는 공개경쟁임용시험을 통한 임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2019년경 공개경쟁임용시험을 통해 고양시 9급 ‘공업직렬 일반기계직류’ 공무원으로 임용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원고의 종전 경력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졌다거나 그러한 경력이 임용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호봉정정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와 같은 경위로 임용되었는데도 원고와 달리 근무경력이 호봉획정에 고려된 일부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이 이 사건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나. 원심은 기술직 공개채용자에 대하여 해당 기관에 각 직종별로 민간근무경력을 요건으로 하는 경력경쟁임용시험이 존재하고 그 시험의 임용예정 직위별 경력요건에 원고의 종전 경력에 해당하는 경력이 인정되는 경우이므로 이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나, 이 경우에도 해당 경력이 임용과정에서 실질적인 심사 대상이 되지 않았다면 이를 이 사건 지침 중 ‘그에 상응하는 경력’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행정안전부가 2012. 5.경 작성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한 ‘지방공무원보수업무 등 처리지침 주요 개정내용[보완]’ 공문에 원심과 같이 이 사건 지침 중 ‘그에 상응하는 경력’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 있으나, 이는 공문의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 공문이 시달된 이후 선고된 위 대법원 2015두53121 판결에서 이 사건 지침 중 ‘그에 상응하는 경력’의 의미에 관하여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법리가 선언되었다.
(2) 기술직 공개채용자가 다른 직류로 임용된 사람에 비하여 민간근무경력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더 높다고 보기 어렵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술직 공개채용자의 민간근무경력을 호봉획정에 반영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어 기술직 공개채용자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 여부와 상관없이 민간근무경력을 ‘그에 상응하는 경력’으로 인정하는 행정관행이 확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관련 법령이 민간근무경력을 호봉획정에 반영하도록 한 것은 단순히 공무원에게 능력·경험·전문성에 합당한 대우를 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전문성이 필요한 공직에 적합한 민간분야 인재에게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여 그 임용을 촉진하려는 취지이다. 임용과정에서 민간근무경력에 대하여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근무경력은 위와 같은 임용 촉진의 취지와 관련성이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종전 경력이 호봉획정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지침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607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추행 | 2018도11276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군형법 제92조의6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null | 군형법 제92조의6 | 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상, 975)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군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인숙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8. 6. 15. 선고 2018노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군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군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과 2017. 2. 11. 자 추행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임의제출 및 압수의 적법성, 자백의 보강법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무죄 부분 제외)의 요지
1) 피고인은 2017. 1. 15. 7:30경 강원 (주소 1 생략)에 있는 ○○모텔(호실 생략)에서 상병 공소외 1와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 구강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
2) 피고인은 2017. 1. 21. 15:00경 (주소 2 생략)에 있는 △모텔에서 상병 공소외 2(23세)와 서로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 구강성교를 하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군형법 제92조의6은 법문언상 군인 간에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추행의 시간이나 장소, 위계·위력 기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등의 행위태양을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군형법 제92조의6의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군형법 제92조의6의 문언, 개정 연혁, 보호법익과 헌법 규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규정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피고인은 중사로서 동성애 채팅 어플리케이션 □□를 통해 상대방 상병들을 만났고,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었다. 피고인과 상대방들은 휴일에 영외 모텔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한 합의에 따라 구강성교를 하였고, 그 과정에 폭행·협박, 위계·위력은 없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정도 전혀 없다. 피고인의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체 내의 공적, 업무적 영역 또는 이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증명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현행 규정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현행 규정에서 정한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판단에는 군형법 제92조의6에 정해진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군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34,731 | 무고·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 2017도3884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판결 선고의 종료 시점 /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하여 다시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변경 선고가 허용되는 경우 [2] 제1심 재판장이 선고기일에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한 뒤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던 중 피고인이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 등의 말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려 교도관이 피고인을 제압하여 구치감으로 끌고 갔는데, 제1심 재판장은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원래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하였고, 법정경위가 구치감으로 따라 들어가 피고인을 다시 법정으로 데리고 나오자, 제1심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징역 3년을 선고한 사안에서, 위 변경 선고는 위법하다고 한 사례 | [1]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고(제43조 후문),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324조). 형사소송규칙은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이유의 요지를 말이나 판결서 등본 또는 판결서 초본의 교부 등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으며(제147조),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형법 제59조의2, 형법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 및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적힌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147조의2 제1항). 이러한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훈계, 보호관찰 등 관련 서면의 교부까지 마치는 등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에 비로소 종료된다.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하여 다시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 선고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하여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상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변경 선고가 허용된다. [2] 제1심 재판장이 선고기일에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한 뒤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던 중 피고인이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 등의 말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려 교도관이 피고인을 제압하여 구치감으로 끌고 갔는데, 제1심 재판장은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원래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하였고, 법정경위가 구치감으로 따라 들어가 피고인을 다시 법정으로 데리고 나오자, 제1심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징역 3년을 선고한 사안에서, 위 변경 선고는 최초 낭독한 주문 내용에 잘못이 있다거나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고,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제1심 재판장이 징역 1년의 주문을 낭독한 이후의 사정이며, 제1심 재판장은 선고절차 중 피고인의 행동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하였는데, 선고기일에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제1심 선고절차에 아무런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판결 선고절차와 변경 선고의 한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사소송법 제43조, 제324조,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제147조의2 제1항 / [2] 형사소송법 제43조, 제324조,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추헌영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7. 2. 14. 선고 2016노260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자료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2. 4. 20.경 공소외인 명의의 차용증을 위조하고, 2013. 3.경 성북경찰서 담당 공무원에게 그 위조된 차용증을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며, 2013. 3. 12.경과 2013. 5.경 허위의 고소장을 제출하여 공소외인을 무고하였다는 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검사는 제1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진술하였다.
나.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제1심 재판장이 선고기일인 2016. 9. 22. 법정에서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한 뒤, 상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던 중 피고인이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 등의 말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였고, 당시 그곳에 있던 교도관이 피고인을 제압하여 구치감으로 끌고 갔다. 제1심 재판장은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원래 선고를 듣던 자리로 돌아올 것을 명하였고, 결국 법정경위가 구치감으로 따라 들어가 피고인을 다시 법정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후 제1심 재판장은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변경 선고’라 한다).
다.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 항소하였다.
2. 원심판단
가. 원심은 피고인의 사실오인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해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원심은 제1심 판결 선고절차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변경 선고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판결 선고가 끝난 것이 아니고,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하여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 제1심 재판장이 이 사건 변경 선고를 할 당시 피고인에 대한 선고절차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다. 그러나 원심은 징역 3년을 선고한 제1심의 양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채증법칙 위반 여부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제1심 판결 선고절차상 위법 여부
(1)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여야 하고(제43조 후문),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324조). 형사소송규칙은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이유의 요지를 말이나 판결서 등본 또는 판결서 초본의 교부 등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으며(제147조),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형법 제59조의2, 형법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 및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적힌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147조의2 제1항).
이러한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고, 필요한 경우 훈계, 보호관찰 등 관련 서면의 교부까지 마치는 등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에 비로소 종료된다.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하여 다시 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 선고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하여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상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변경 선고가 허용된다.
(2)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변경 선고는 최초 낭독한 주문 내용에 잘못이 있다거나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
제1심 재판장은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하여 선고 내용을 외부적으로 표시하였다. 제1심 재판장은 징역 1년이 피고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이라고 판단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그 이후의 사정이다.
제1심 재판장은 선고절차 중 피고인의 행동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하였다. 위 선고기일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위와 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제1심 선고절차에 아무런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판결 선고절차와 변경 선고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1,933 | 명예훼손 | 2020도15642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인 ‘사실의 적시’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동장인 피고인이 동 주민자치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열린 당산제(마을제사)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甲도 참석을 하여,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는 취지로 말하고, 동 주민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모임에서 ‘甲은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甲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위 발언은 甲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甲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며,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2] 동장인 피고인이 동 주민자치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열린 당산제(마을제사)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甲도 참석을 하여,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는 취지로 말하고, 동 주민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모임에서 ‘甲은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甲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발언을 통해 甲에 관하여 적시하고 있는 사실은 ‘甲이 이혼하였다.’는 사실과 ‘甲이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으로,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甲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甲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고, 또한 ‘甲이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도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사실로서 甲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여하면 부정을 탄다.’는 인식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발언을 한 것으로서, 발언 배경과 내용 등에 비추어 이는 甲에 관한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산제 참석과 관련하여 甲이 이혼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서 甲의 당산제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발언은 甲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甲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표현의 구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307조 / [2] 형법 제307조 제1항 | [1]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공2000상, 885),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11491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예인 담당변호사 임준섭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10. 30. 선고 2020노10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2019. 1. 8. 자 범행
피고인은 2019. 1. 8. 오후 부산 일원에서 휴대폰을 이용하여 부산 사상구 ○○동 주민자치위원 공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던 중, 이혼한 사람 등이 당산제 행사에 참여하면 부정 탄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공소외 1에게 "어제 열린 ○○동 당산제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공소외 2도 참석을 하여,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2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2019. 1. 9. 자 범행
피고인은 2019. 1. 9. 저녁 무렵 부산 사상구 ○○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곱창집에서 ○○동 주민자치위원회 제3대 위원장을 역임한 공소외 3 등 ○○동 주민 7~8명과 함께 식사 모임을 가지던 중 "공소외 2는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2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혼의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에 관한 언급 없이 가치중립적인 이혼 사실 자체만을 전달하는 것은 이혼이나 재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사라진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상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석해서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다."라거나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표현은 이혼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더하여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 또는 이혼한 사람에 대한 비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혼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며,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11491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부산 사상구 ○○동장이고, 피해자는 이혼한 사람으로 ○○동△△통 통장이다. ‘당산제’는 부산 사상구 ○○동에서 매년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마을제사로서 예전에는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 등이 참석할 경우 부정을 탄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누구나 참석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9. 1. 8.경 ○○동 주민자치위원 공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공소외 1이 ○○동 밖으로 거주지를 변경하여 주민자치위원 해촉 사유가 된다고 설명하던 중 "○○동 당산제에 참석한 주민이 ‘○○동에 살지도 않는 사람, 이혼한 사람 등이 참석한다.’고 하면서 그런 소문이 저에게 들리더라. 공소외 1 위원님이 여기에 살지 않기 때문에 해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공소외 1에게 공소사실 요지 가.항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피고인은 2019. 1. 9. 저녁 무렵 ○○동 주민자치위원회 전 위원장인 공소외 3과 공소외 1 등 ○○동 주민 7~8명과 함께 식사 모임을 가지면서 당산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공소사실 요지 나.항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공소사실 요지 가., 나.항 기재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에 관하여 적시하고 있는 사실은 ‘피해자가 이혼하였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가족생활의 변화에 따라 혼인 제도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도 변화하여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평가의 변화를 감안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도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사실로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여하면 부정을 탄다.’는 인식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서 이혼한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였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의 당산제 참석을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 ‘이혼한 피해자가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였는데, 발언 배경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해자에 관한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산제 참석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이혼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당산제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표현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1,741 | 회계장부와서류의열람및등사청구의소 | 2019다270163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상법 제466조 제1항에서 정한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을 행사할 때 요구되는 이유 기재의 정도 / 열람·등사청구의 부당성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의 소재(=회사) | 상법 제466조 제1항은 회사 발행주식의 총수 중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주주가 상법상 인정되는 이사해임청구권(상법 제385조),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상법 제402조), 대표소송권(상법 제403조)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하려면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상법 제448조에 따라 회사에 비치되어 있는 재무제표의 열람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이 주주에게 재무제표의 기초를 이루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까지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상법 제466조 제1항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 이유는 주주가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등사하는 것이 회사의 회계운영상 중대한 일이므로 그 절차가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고, 또 회사가 열람·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나 열람·등사 대상인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손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회사가 열람·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고, 더 나아가 그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하거나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 이와 달리 주주가 열람·등사청구서에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해야 한다면,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하여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줌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크게 제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주주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등사청구권을 부여한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부당하다. 다만 이유 기재 자체로 그 내용이 허위이거나 목적이 부당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적법하게 이유를 붙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열람·등사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또 이른바 모색적 증거 수집을 위한 열람·등사청구도 허용될 수 없으나, 열람·등사청구권이 기본적으로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 획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할 때 모색적 증거 수집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편 주주로부터 열람·등사청구를 받은 회사는 상법 제466조 제2항에 따라 열람·등사청구의 부당성, 이를테면 열람·등사청구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든가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는 사정을 주장·증명함으로써 열람·등사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상법 제466조 | 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137 판결(공2000상, 273), 대법원 2020. 10. 20. 자 2020마6195 결정(공2020하, 2164)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장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서울피엠씨 (소송대리인 변호사 곽병훈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8. 23. 선고 2019나20100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피고의 소수주주(지분율 약 17.38%)인 원고는 피고의 부적절한 자금 집행 등 경영 실태와 피고의 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소외인을 포함한 경영진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소외인 등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원심판결 별지 기재 회계장부와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응하지 않았다.
2. 소수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에 관한 법리
상법 제466조 제1항은 회사 발행주식의 총수 중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주주가 상법상 인정되는 이사해임청구권(상법 제385조),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상법 제402조), 대표소송권(상법 제403조)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하려면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상법 제448조에 따라 회사에 비치되어 있는 재무제표의 열람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이 주주에게 재무제표의 기초를 이루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까지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대법원 2020. 10. 20. 자 2020마6195 결정 등 참조).
상법 제466조 제1항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 이유는 주주가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등사하는 것이 회사의 회계운영상 중대한 일이므로 그 절차가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고, 또 회사가 열람·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나 열람·등사 대상인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손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137 판결 참조).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회사가 열람·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열람·등사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고, 더 나아가 그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하거나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 이와 달리 주주가 열람·등사청구서에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해야 한다면,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하여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줌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크게 제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주주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등사청구권을 부여한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부당하다.
다만 이유 기재 자체로 그 내용이 허위이거나 목적이 부당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적법하게 이유를 붙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열람·등사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또 이른바 모색적 증거 수집을 위한 열람·등사청구도 허용될 수 없으나, 열람·등사청구권이 기본적으로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 획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할 때 모색적 증거 수집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편 주주로부터 열람·등사청구를 받은 회사는 상법 제466조 제2항에 따라 열람·등사청구의 부당성, 이를테면 열람·등사청구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든가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는 사정을 주장·증명함으로써 열람·등사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3.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주주인 원고는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열람·등사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내용증명이나 이 사건 소장, 준비서면 등에서 열람·등사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등을 상세하게 적어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는 부정행위 또는 그 밖에 피고 경영진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람·등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46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2,819 | 법무사등록취소처분취소 | 2021구합69356 | 20,220,513 | 선고 | 서울행법 | 일반행정 | 판결 : 확정 | 甲이 법무사업을 휴업하다 휴업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업무재개신고 및 휴업신고를 하였으나 이행보증보험 가입 등 법무사법 제26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대한법무사협회가 위 신고 수리를 거부하였고, 甲이 이를 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사법 제18조 제2항에서 폐업으로 간주되는 휴업기간인 2년이 경과하였다고 보아 대한법무사협회가 법무사법 제10조에 따라 甲의 법무사 등록취소를 한 사안에서, 법무사의 업무재개신고는 자기완결적 신고로서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업무재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기존 휴업신고는 종료되었고, 결국 甲의 휴업기간이 2년을 경과하여 폐업간주되었음을 전제로 한 법무사 등록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 甲이 법무사업을 휴업하다 휴업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업무재개신고 및 휴업신고를 하였으나 이행보증보험 가입 등 법무사법 제26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대한법무사협회가 위 신고 수리를 거부하였고, 甲이 이를 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사법 제18조 제2항에서 폐업으로 간주되는 휴업기간인 2년이 경과하였다고 보아 대한법무사협회가 법무사법 제10조에 따라 甲의 법무사 등록취소를 한 사안이다. 법무사법 및 법무사규칙은 휴업신고 및 업무재개신고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요건 및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필요 구비서류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신고서가 접수되었을 경우 대한법무사협회의 조치 등에 관하여도 아무런 내용이 없는 점, 법무사법은 해당 법무사가 업무재개신고를 한 이상 휴업상태를 종료하도록 하며, 다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의적 내지 명령에 따른 등록취소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감독·통제규정을 두었다고 해석함이 타당한 점, 법무사법은 휴업 및 업무재개와 관련하여는 심의기관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법무사의 업무재개신고는 자기완결적 신고로서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업무재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甲이 기존 휴업일로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업무재개신고가 포함된 위 신고를 하였으므로, 위 신고는 그 무렵 대한법무사협회의 수리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효력이 발생하여 기존 휴업신고는 종료되었고, 결국 甲의 휴업기간이 2년을 경과하여 폐업간주됨으로써 필요적 등록취소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 법무사 등록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법무사법 제10조 제1호, 제18조, 제26조, 법무사규칙 제27조 제3항, 제28조, 제38조 제1항, 법무사등록절차 등에 관한 규칙 제19조 제6항 | null |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성호)
【피 고】
대한법무사협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양 담당변호사 박찬호)
【변론종결】
2022. 3. 25.
【주 문】
1. 피고가 2021. 4. 30. 원고에 대하여 한 법무사 등록취소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0. 1. 29.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법무사 시험 합격증을 받아 법무사의 자격을 취득하고, 2010. 5. 19. (등록번호 생략)으로 법무사 등록 후 전주시 (주소 생략)에서 사무실을 운영하여 왔다.
나. 원고는 2018. 8. 6.부터 2020. 7. 31.까지 휴업신고를 하고 법무사업을 휴업하였으며, 2020. 7. 29. 업무재개신고 및 휴업신고를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고’라고 한다).
다. 이후 피고는 2021. 3. 2. ‘원고가 법무사법 제26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피고가 법무사규칙 제38조 제1항에 따른 이행보증보험 또는 손해배상공제회 가입 등 손해배상책임 보장조치 보완을 촉구하였으나 원고가 현재까지 이를 보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업무재개신고를 수리할 수 없다고 통지하였다.
라. 이후 피고는 2019. 4. 29. 등록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법무사 등록취소를 결의하였고, 그다음 날인 2021. 4. 30. ‘등록취소사유: 휴업기간 2년 경과(법무사법 제18조 제2항), 법무사법 제18조 제2항, 같은 법 제26조 제3항, 법무사규칙 제27조 제3항에 해당하여 법무사법 제10조, 법무사등록절차 등에 관한 규칙 제19조 제6항 및 대한법무사협회 회칙 제44조 등의 규정에 따라 대한법무사협회 제46회 등록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등록취소됨’이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0, 1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원고의 주장
법무사법에 따르면 제6조의 결격사유 및 제10조, 제11조의 등록취소사유가 있을 때만 법무사 등록을 취소할 수 있음에도 피고는 그러한 사유 없이 원고의 법무사 등록을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처분의 구체적 등록취소사유는, 원고가 2020. 7. 29. 이 사건 신고를 하였으나 이행보증보험 가입 등 법무사법 제26조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고는 위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고, 원고가 이를 보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사법 제18조 제2항에서 폐업으로 간주되는 휴업기간인 2년이 경과하여 피고는 법무사법 제10조에 따라 필요적 등록취소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신고 당시 원고의 휴업신고일(2018. 8. 6.)로부터 역수상 2년이 도과하지 않았음은 명백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결국 이 사건 신고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서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춘 신고서가 행정청에 도달하면 신고로서의 효과가 곧바로 발생하는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일 경우 피고의 거부사유가 적법한지 여부이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신고’란 사인이 행정청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통지함으로써 공법상 효과가 발생하는 행위로서, 강학상 신고는 원칙적으로 사인의 통지가 행정청에 도달한 때에 관계 법령이 정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고 행정청의 수리행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법령상 신고에는 위와 같이 수리를 요하지 아니하는 신고 외에 행정청에 의하여 신고를 수리하는 절차가 이행되어야만 신고절차가 완료되어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신고가 있다. 이처럼 수리가 필요한 신고의 경우에는 관계 법령상 행정청에 신고요건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신고를 하려는 자에게 관련 법령에서 신청서와 필요 구비서류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경우, 이는 그 신고를 수리하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법령에 규정된 신고요건에 관하여도 심사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의 신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학상 신고와 달리, 행정청이 그 실체적 요건에 관한 심사를 한 후 수리하여야 하는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10두149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고와 같은 법무사의 업무재개신고는 자기완결적 신고로서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업무재개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법무사법 제18조 제3항은 휴업신고에 필요한 사항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위 규정의 위임을 받은 법무사규칙 제28조는 휴업신고 및 업무재개절차에 관하여 ‘휴업신고는 협회가 정하는 양식의 신고서에 의하여 하고(제1항), 휴업한 법무사가 업무를 재개하고자 할 때에는 소속 지방법무사회를 거쳐 협회에 업무재개신고를 하여야 한다(제2항).’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무사법 및 법무사규칙은 휴업신고 및 업무재개신고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요건 및 절차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필요 구비서류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신고서가 접수되었을 경우 피고의 조치 등에 관하여도 아무런 내용이 없다.
(나) 한편 법무사법은 법무사의 등록취소에 관하여 필요적 등록취소사유(제10조), 등록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임의적 등록취소사유(제11조), 대법원장의 등록취소명령에 따른 등록취소(제12조)를 규정하고 있고, 법무사가 법무사법 또는 법무사규칙을 위반한 경우 일정한 절차하에 징계처분 및 업무정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48조, 제51조, 제26조 제4항).
이를 앞서 본 휴업신고 및 업무재개신고의 규정 내용과 종합하여 보면, 법무사법은 해당 법무사가 업무재개신고를 한 이상 휴업상태를 종료하도록 하며, 다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의적 내지 명령에 따른 등록취소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감독·통제규정을 두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다) 또한 법무사법은 법무사자격의 취득과 관련하여 법무사자격 심의위원회(제5조의3), 징계와 관련하여 법무사 징계위원회(제49조), 등록거부 및 등록취소와 관련하여 등록심사위원회(제66조)를 두고 있으나 휴업 및 업무재개와 관련하여는 그러한 심의기관을 두고 있지 않다.
(라) 법무사법이 휴업신고 및 폐업신고, 업무재개신고 의무에 관한 규정을 둔 취지는 업무를 개시한 회원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적정한 관리감독을 하기 위해서이고, 위에서 본 것처럼 법에 규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등록취소, 징계처분, 업무정지명령 등의 조치를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이상, 휴업신고를 하였던 법무사가 업무재개신고를 하였을 때 곧바로 기존의 휴업상태가 종료되더라도 법무사제도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크게 해친다고 볼 수 없다.
(마) 무엇보다 법무사법 제10조 제1호, 제18조 제2항은, 휴업한 법무사가 2년이 지나도 업무를 재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폐업한 것으로 보고 이는 필요적 등록취소사유에 해당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은 이러한 필요적 등록취소사유를, 사망, 법무사법 제6조 소정의 결격사유(피성년후견인, 파산선고, 실형이나 집행유예 선고 등 추가로 실체적 심사가 필요 없는 객관적 사유만을 정하고 있다)에 해당하는 경우, 대법원장의 등록취소명령이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여기서 ‘폐업’이라 함은 법무사 스스로의 원에 의해 또는 법무사 본인이 사망한 경우(제17조) 또는 2년이 지나도록 업무를 재개하지 않는 경우(제18조 제2항)를 의미하고, 법률 규정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상 ‘폐업’의 의미는 법무사 본인이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무사 본인 스스로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폐업하거나 업무를 재개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함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폐업, 휴업, 업무재개 신고는 그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되면 족한 것이고 그 밖에 별다른 공익적 심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이 법무사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하는 폐업, 휴업, 업무재개 신고를 하는 데에 제한을 두려면 법률로써 직업수행의 자유 등 그 기본권을 제한할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두어야 한다. 그런데 법무사법과 그에 근거한 법무사규칙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더라도, 대한법무사협회가 이러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두고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즉 법무사의 폐업, 휴업, 업무재개와 관련하여 신고의무 외에 어떠한 공법적 제한도 가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전제에서 볼 때, 피고로서는 법무사법령이 정한 양식에 따라 신고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따름이고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위 폐업, 휴업, 업무재개 신고를 거부할 수는 없다. 나아가 피고 주장과 같이, 피고에 의해 업무재개신고가 수리되지 않는 이상 휴업상태가 계속된다고 볼 경우 사실상 그 수리 여부가 휴업기간 및 법무사 등록취소 여부를 좌우할 수 있게 되므로 극히 부당할 뿐 아니라, 업무재개신고 수리를 지연한 피고의 업무처리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공법인인 피고가 그 소속 법무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법함이 명백하다(피고는 이러한 수리거부 내지 지연행위가 사안에 따라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도 있음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위법한 등록지연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9다260197 판결 취지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사안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기존 휴업일인 2018. 8. 6.부터 2년이 지나기 전인 2020. 7. 29. 업무재개신고가 포함된 이 사건 신고를 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신고는 그 무렵에 피고의 수리 여부를 기다리지 않고 효력이 발생하였으며, 기존 휴업신고는 종료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더욱이 피고가 원고의 업무재개신고 거부사유로 삼은 법무사법 제26조의 손해배상책임 보장조치 의무 위반은 같은 조 제4항의 업무정지명령 사유에 불과하고, 위 업무정지명령은 해당 법무사에 대한 의견진술 기회부여 등 법무사규칙 제38조의2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소관 지방법원장이 하는 것이므로, 이는 결코 적법한 거부사유도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휴업기간이 2년을 경과하여 폐업간주됨으로써 필요적 등록취소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 |
231,819 | 약제급여상한금액인하처분취소청구의소·약제급여상한금액인하처분취소청구의소 | 2019두49199, 49205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행정처분의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 행정처분에 적용되는 법령(=처분 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 및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상 제재처분을 할 때 적용되는 법령(=위반행위 시 시행 법령) [2]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제4항 제12호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인하 처분은 리베이트 제공 당시 시행되던 법령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행정소송법 제1조[행정처분일반] / [2]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14. 9. 1. 보건복지부령 제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4항 제12호 | [1]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공2010상, 751),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0474 판결(공2016상, 435)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비보존제약(변경 전: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우 담당변호사 이태현)
【피고, 피상고인】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경권 외 5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7. 19. 선고 2018누54493, 2018누545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제이알히드로코르티손연고(4.5g/450g)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제약회사인 원고는 2007. 9.경부터 2012. 3.경까지 원고가 제조·판매하는 약품의 처방 유도를 위하여 13개 요양기관 의료인에게 109회에 걸쳐 리베이트 합계 158,860,000원을 제공하였다.
나. 피고는 원고의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이유로 2017. 4. 21.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된 6개 품목의 상한금액 인하를, 2017. 5. 26. 42개 품목의 상한금액 인하를, 2018. 3. 26. 1개 품목의 상한금액 인하를 각 고시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하고, 이 사건 처분으로 상한금액이 인하된 약제를 ‘이 사건 약제’라고 한다).
2.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한 판단
가. 행정처분은 그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 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과 그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고(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등 참조),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상의 제재처분을 하려면 달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이상 그 위반행위 당시에 시행되던 법령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두50474 판결 등 참조).
나. 원고의 리베이트 제공일 당시 시행되던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2014. 9. 1. 보건복지부령 제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요양급여기준규칙’이라고 한다) 제13조 제4항 제12호는 ‘판매 촉진을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약제’에 관하여 이미 고시된 약제의 상한금액을 조정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위 조항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인하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제공이라는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 조항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인하 처분은 위반행위인 리베이트 제공 당시에 시행되던 법령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다. 한편 개정 전 요양급여기준규칙 제13조 제4항 제12호가 규정한 ‘리베이트 약제 상한금액 인하’의 기준을 정한 구「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2012. 10. 25. 보건복지부고시 제2012-1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약제조정기준’이라고 한다) 제8조 제2항 제10호 [별표 5] ‘2. 조정 제외 제품’ 등은 상한금액이 일정금액 이하인 저가의약품을 상한금액 조정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상한금액이 1㎖, 1g 등 최소단위로 결정된 경우에는 1회 투약량이나 판매단위로 환산하였을 때 실질적으로 저가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저가의약품에 해당하여 상한금액을 낮출 수 없게 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2015. 5. 29. 보건복지부고시 제2015-80호로 개정된 약제조정기준 제8조 제2항 제12호 [별표 6] ‘6. 상한금액의 조정기준’, [별표 1] ‘1. 정의’는 1㎖, 1g 등 최소단위로 상한금액이 결정된 약제 등은 저가의약품에서 제외하도록 그 기준을 변경하였다.
라. 구 약제조정기준상 저가의약품 기준의 개정이 기존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약제 상한금액 인하를 하는 이상,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반행위 당시의 구 법령이나 처분기준에 따라야 한다.
마.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리베이트 제공을 이유로 약제 상한금액을 인하한 이 사건 약제 가운데 제이알히드로코르티손연고(4.5g/450g, 원심판결 별지 2 목록 순번 26)의 종전 상한금액은 1g당 53원으로서 원고의 위반행위 당시의 구 약제조정기준에 의할 때에는 저가의약품에 해당하여 상한금액 인하 제외 대상이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이유로는 위 약제를 상한금액 인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처분에 원고의 위반행위 당시의 구 약제조정기준이 아니라 처분 당시의 개정된 약제조정기준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행정처분 적용법령에 관한 법리와 법령불소급원칙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약제 중 제이레인점안액과 관련하여 원고가 해당 약제의 판매량에 따라 일정한 로열티를 받는 등 그 판매량 증가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고 있고, 원고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 가운데 일부가 위 약제를 처방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요양기관에 제공한 리베이트에는 위 약제에 대한 판매촉진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상고이유와 같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유추해석금지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제이알히드로코르티손연고(4.5g/450g)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21,747 | 손해배상(기) | 2019다215791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 민법 제536조 제1항에서 정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같은 조 제2항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의 의미 및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행기에 이행될 것인지 여부가 현저히 불확실하게 된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1]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각 채무가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가 아니더라도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민법 제536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계약 성립 후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 등과 같은 사정으로 상대방의 이행을 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말미암아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행기에 이행될 것인지 여부가 현저히 불확실하게 된 경우에는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이행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 [1] 민법 제536조 / [2] 민법 제536조 | [1]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9424 판결(공2014하, 2238) / [2]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공1997하, 2687),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공2012상, 663) | 【원고, 상고인】
사직아시아드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천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우진기전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윤식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 24. 선고 2017나207708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피고, 주식회사 청목이엔씨(이하 ‘청목이엔씨’라 한다), 주식회사 에이케이파트너스(이하 ‘에이케이파트너스’라 한다), 쌍용건설 주식회사와 아시아신탁 주식회사는 2015. 1. 7.경 부산 동래구 (주소 생략) 일대 아파트 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에 관하여 위 사업에 참여한 당사자의 권리의무관계와 업무 범위 등을 정하는 사업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시행사로서 사업부지 확보, PF(project finance) 대출 차주로서 대출약정 체결,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공사계약상 도급인 등의 업무를 맡는다. 피고는 원고가 PF 대출을 받을 경우 대주에 대해 신용공여를 제공한다. 청목이엔씨는 원고를 도급인으로 자신을 명의상 수급인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을 보증채권자로 한 시공보증서를 제공한다. 나머지 당사자는 각각 업무대행사, 실질적인 시공사, 자금관리 대리사무사로서의 업무 등을 맡는다(제3조).
② 이 사건 약정의 당사자 전원은 이 사건 사업의 사업계획승인 직후 조합원 중도금대출 등을 통해 PF 대출을 조기 상환 완료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조합원 중도금대출을 위한 제반 업무에 관해 적극 협조한다(제8조 제2항).
③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이 사건 약정을 위반하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나머지 당사자의 합의로 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위반자는 나머지 당사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제18조 제2항).
나. 원고는 주식회사 경남은행(이하 ‘경남은행’이라 한다) 등으로부터 토지보상비와 사업비 용도로 850억 원에 관한 PF 대출의향서를 받았다. 원고와 에이케이파트너스는 2015. 4. 30. 피고에게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교부하였는데, 위 확인서에는 "토지비 및 사업비 지출을 위한 PF 대출 집행 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사업승인)을 득하고, 사업승인 후 3개월 내에 전체 사업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 및 명도를 완료하여 착공신고가 가능하도록 한다. 피고의 신용제공에 대해서는 2015년 연내 면탈하도록 하기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경남은행은 2015. 7. 2. 원고에 대해 ‘대출금 850억 원에 관하여 피고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하는 대출승인’을 하였으나, 피고가 연대보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다. 그 후 원고는 별도의 후속 대출절차를 통해 2015. 10. 8.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주식회사(이하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라 한다)로부터 850억 원을 대출받았다.
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신용공여 의무의 이행을 거절함으로써 더 불리한 조건으로 별도의 후속 대출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출의 실행 또한 지연되었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피고가 불안의 항변권을 이유로 연대보증을 거절할 수 있는지
가. 동시이행의 항변권은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각 채무가 고유의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가 아니더라도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당사자 쌍방이 부담하는 채무 사이에 대가적인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를 인정하여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942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민법 제536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에서 정한 이른바 ‘불안의 항변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정한 ‘선이행의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란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가 계약 성립 후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 등과 같은 사정으로 상대방의 이행을 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말미암아 당초의 계약 내용에 따른 선이행의무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93025 판결 등 참조). 상대방의 채무가 아직 이행기에 이르지 않았지만 이행기에 이행될 것인지 여부가 현저히 불확실하게 된 경우에는 선이행채무를 지고 있는 당사자에게 상대방의 이행이 확실하게 될 때까지 선이행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5541 판결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약정에 따른 피고의 신용공여 의무는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의무, 즉 ‘2015. 12. 말까지 피고가 제공한 연대보증을 해소시키는 것’과 계약이행의 전제조건인 관계에 있다. 원고가 피고의 연대보증을 해소시키려면 이 사건 사업부지의 95%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여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다음, 이를 통해 조합원 중도금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 원고는 2015. 8. 18.에서야 사업부지의 95%를 확보하였고, 2015. 11. 2.에 이르러 사업계획을 신청하였으며, 2016. 2. 26. 비로소 사업계획이 승인되었다. 그 후 원고가 경남은행으로부터 조합원 중도금대출을 받은 시점은 2016. 4.경이고 이로써 메리츠종합금융증권에 PF 대출을 모두 변제한 시점은 2016. 4. 22.이다. 이러한 진행 상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신용공여를 거절한 2015. 7. 2.을 기준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연대보증 해소 의무가 2015. 12. 말까지 이행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확실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약정에서 청목이엔씨가 맡았던 업무, 즉 공사도급계약에서 명의상 수급인이 되고 시공보증서를 제공하는 업무는 이 사건 사업의 진행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으로 취급되었다. 2015. 6.경 청목이엔씨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뒤늦게 확인되어 2015. 6. 23.경 이 사건 사업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됨으로써 그 무렵 이 사건 약정에 관하여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 즉, 피고가 신용공여를 거절한 2015. 7. 2. 당시에는 이 사건 약정 중 명의상 수급인과 시공보증서에 관한 합의내용은 실질적으로 실효되고 당사자 사이에 이에 관한 변경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2015. 7. 2. 당시 원고에 대하여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의 신용공여 요청을 거절한 행위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약정 위반이라거나 채무불이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약정에 따른 피고의 신용공여 의무와 이 사건 확인서에 따른 ‘2015. 12. 말까지 피고가 제공한 연대보증을 해소시키는 원고의 의무’는 비록 대가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상 채무는 아니지만 구체적 계약관계에서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의무로서 이행상 견련관계가 인정된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사정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536조 제2항에서 정한 ‘불안의 항변권’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나머지 상고이유
나머지 상고이유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지나지 않거나 원심판결과 다른 결론을 전제로 한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나아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1,743 | 물품대금 | 2018다224781 | 20,220,513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원인채무의 지급을 위해 어음을 배서·양도한 경우, 어음금이 지급되어 어음상 채무가 소멸하면 원인채무도 함께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어음금 지급행위가 부인되어 어음소지인인 상대방이 어음금을 반환한 경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소멸했던 어음상 채권이 회복되고 어음상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원인채권도 회복되는지 여부(적극)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09조 제1항은 "채무자의 행위가 부인된 경우 상대방이 그가 받은 급부를 반환하거나 그 가액을 상환한 때에는 상대방의 채권은 원상으로 회복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부인에 의해 회복되는 상대방의 채권은 부인된 행위의 직접 대상이 된 채권에 한정되지 않고 그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보증채권이나 보험금채권 등 다른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 원인채무의 지급을 위해 어음을 배서·양도한 경우 원인채무와 어음상 채무가 병존하고 있다가 나중에 어음금이 지급되어 어음상 채무가 소멸하면 원인채무도 함께 소멸한다. 이러한 경우 어음금 지급행위가 부인되어 어음소지인인 상대방이 어음금을 반환한 때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소멸했던 어음상 채권이 회복되고 어음상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원인채권도 회복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9조 제1항 |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3512 판결(공2003하, 1434),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다28119 판결(공2008하, 1671)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삼표시멘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이숙미 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이왕민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2. 19. 선고 (춘천)2017나8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3. 3. 1. 피고와 ‘원고가 제조·가공한 시멘트를 피고가 운영하는 정도산업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2013. 3.경부터 2013. 8.경까지 피고에게 합계 27,013,003,013원의 시멘트를 공급하였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공급받은 시멘트 전량을 원고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동양(이하 ‘동양’이라 한다)에 공급하였다.
나. 동양은 피고에게 물품대금 명목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하였고, 피고는 동양으로부터 교부받은 약속어음을 다시 원고에게 물품대금 명목으로 배서·양도하였다.
다. 동양은 2013. 9. 30.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였고, 원고가 소지하고 있던 약속어음 중 회생절차개시 후 만기가 도래한 어음금 합계 11,056,233,965원을 결제하지 못하였다.
라. 원고는 위 미결제 약속어음과 별개로 동양이 발행한 약속어음 5장(그중 3장은 나.와 같이 물품대금 명목으로 피고가 배서·양도한 것이다)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동양은 위 약속어음에 관하여 그 만기도래 전에 약속어음금 합계 7,661,571,944원을 임의로 원고에게 변제하였다.
마.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 후 동양의 관리인은 위 만기도래 전 어음금채무 변제행위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회기30호로 부인권을 행사하였고, 위 사건에서 ‘원고가 동양에 3,800,000,000원을 지급한다.’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5. 2. 27. 위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동양에 3,800,000,000원을 반환하였다.
바.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① 동양의 채권과 상계 또는 회생계획에 따른 공제 등을 거쳐 최종 정산된 미결제 약속어음 관련 물품대금 3,303,291,540원, ② 주식회사 우리은행(이하 ‘우리은행’이라 한다)에서 할인을 받았다가 부도로 할인금을 반환한 약속어음 관련 물품대금 578,737,082원, ③ 부인권 행사로 회복한 물품대금 2,495,760,623원(원고가 동양에 반환한 돈을 피고가 배서·양도한 약속어음 3장의 비율로 안분한 금액) 등 합계 6,377,789,245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위 ①, ②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그 지연손해금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으나, ③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어음 교부가 물품대금 지급을 갈음한 것인지 여부(상고이유 제1점)
피고는 배서·양도한 약속어음의 교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가 한 약속어음의 배서·양도가 물품대금의 지급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물품대금 지급을 갈음한 것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어음 교부에 따른 원인채무의 존속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동양의 회생계획에 따른 면책효력이 피고에게 미치는지 여부 등(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가 동양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여 어음채권 중 90%에 해당하는 금액이 면책되었으므로 공평의 원칙상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250조 제2항 제1호의 예외를 인정하여 면책효력이 피고에게도 미쳐야 한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동양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와 일부 어음채무를 상계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해당 어음금은 강행규정에 따라 상계가 금지되어 있었고 원고가 상계를 보장했다거나 기망의 수단을 사용한 것도 아니므로 원고의 물품대금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피고가 물품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도 원고가 이를 거절하고 약속어음의 반환을 거부한 것이 아닌 이상 원고가 피고로 하여금 약속어음을 회수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 제1호,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다. 어음할인으로 물품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하였는지 여부(상고이유 제3점)
피고는 우리은행에 어음할인을 받은 시점에 이미 물품대금이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채무자가 어음상 상환의무를 면할 경우에 비로소 원인관계상 채무도 소멸하는 것이므로 약속어음의 부도로 원고가 우리은행에 지급한 부분은 물품대금 지급이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는 우리은행에 약속어음금을 초과하여 돈을 지급하였으므로 그 부분만큼 피고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를 증명할 증거가 제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우리은행에 할인된 약속어음 관련 물품대금 청구 부분(② 청구 부분)을 받아들인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어음할인과 변제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라. 지연손해금률 약정이 무효인지 여부(상고이유 제4점)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의 내용과 체결 당시 정황, 당시 업계의 관행이나 원피고의 계약상 의무 내용의 차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에서 지연손해금률을 18%로 정한 부분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제3조, 제8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은 "채무자의 행위가 부인된 경우 상대방이 그가 받은 급부를 반환하거나 그 가액을 상환한 때에는 상대방의 채권은 원상으로 회복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부인에 의해 회복되는 상대방의 채권은 부인된 행위의 직접 대상이 된 채권에 한정되지 않고 그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보증채권이나 보험금채권 등 다른 채권도 포함될 수 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다28119 판결 참조).
원인채무의 지급을 위해 어음을 배서·양도한 경우 원인채무와 어음상 채무가 병존하고 있다가 나중에 어음금이 지급되어 어음상 채무가 소멸하면 원인채무도 함께 소멸한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351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 어음금 지급행위가 부인되어 어음소지인인 상대방이 어음금을 반환한 때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소멸했던 어음상 채권이 회복되고 어음상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원인채권도 회복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위 1.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1) 피고는 어음발행인인 동양으로부터 교부받은 약속어음 중 3장을 물품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동양은 어음소지인인 원고에게 위 약속어음의 만기도래 전에 어음금을 지급함으로써 그 부분에 관하여 어음상 채무가 소멸하였고 그와 함께 해당 물품대금 채무도 소멸하였다.
(2) 그 후 동양의 관리인이 위 만기도래 전 어음금 지급행위를 부인함으로써 원고가 부인의 소에서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급부를 반환하였으므로,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해당 부분에 관하여 소멸했던 원고의 어음상 채권이 회복되고 어음상 채권의 소멸로 인해 함께 소멸했던 해당 물품대금 채권도 회복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부인권의 효과가 피고에게 미치는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원고의 부인권 행사로 회복한 물품대금 청구 부분(③ 청구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제1항, 어음채무와 원인채무의 소멸과 회복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1,733 |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 | 2021마6371 | 20,220,517 | 자 | 대법원 | 민사 | 결정 |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변제 그 밖의 사유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실체적 사유가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채권자의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쉽게 강제집행 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기각하여야 하고(민사집행법 제71조 제2항), 채무자는 이러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으며(민사집행법 제71조 제3항), 나아가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도 변제 그 밖의 사유로 채무가 소멸되었음을 증명함으로써 채무이행자명부에 그 이름을 말소하는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73조 제1항). 즉, 채무소멸 등의 실체적 사유는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 이전에는 신청의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고, 등재결정 확정 이후에는 그 말소 요건에 해당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등재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 역시 절차적 사유에 한정되지 아니하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변제 그 밖의 사유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실체적 사유도 이에 포함된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이 내려진 경우, 채무자는 위와 같은 실체적 사유를 증명함으로써 등재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고, 등재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는 이와 별도로 그 사유를 증명하여 채무이행자명부에 그 이름을 말소하는 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 민사집행법 제71조, 제73조 제1항 | null | 【채권자, 상대방】
채권자
【채무자, 재항고인】
채무자
【원심결정】
인천지법 2021. 7. 19. 자 2021라5072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채권자의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쉽게 강제집행 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기각하여야 하고(민사집행법 제71조 제2항), 채무자는 이러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으며(민사집행법 제71조 제3항), 나아가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도 변제 그 밖의 사유로 채무가 소멸되었음을 증명함으로써 채무이행자명부에 그 이름을 말소하는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73조 제1항). 즉, 채무소멸 등의 실체적 사유는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 이전에는 신청의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고, 등재결정 확정 이후에는 그 말소 요건에 해당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등재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 역시 절차적 사유에 한정되지 아니하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하거나 변제 그 밖의 사유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실체적 사유도 이에 포함된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이 내려진 경우, 채무자는 위와 같은 실체적 사유를 증명함으로써 등재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고, 등재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는 이와 별도로 그 사유를 증명하여 채무이행자명부에 그 이름을 말소하는 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① 재항고인은 2017. 12. 28.부터 2020. 12. 18.까지 채권자 명의 계좌로 합계 500만 원을 송금한 사실, ② 이 사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은 2021. 1. 12. 내려졌고, 재항고인은 그 송금자료를 2021. 1. 18. 즉시항고장과 함께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채무자인 재항고인이 즉시항고로써 집행권원상의 채권이 변제로 소멸되었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객관적인 증명자료를 제출하였으므로, 원심은 재항고인의 주장처럼 집행권원상의 채권원리금이 모두 소멸한 것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 증명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집행권원상의 채권이 변제 그 밖의 사유로 소멸하였다는 등의 실체적 사유는 민사집행법 제73조 제1항에 따라 채무불이행자명부의 말소 신청 사유 또는 청구이의의 소의 사유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에 대한 적법한 즉시항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아, 재항고인의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결정에는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1,845 | 약속어음금·어음금 | 2021나2024354, 2021나2024361(독립당사자참가의소) | 20,220,518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윤우랜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표극창)
【원고보조참가인】
파산자 영남저축은행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법률상대리인 ○○○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덕송디엔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 담당변호사 양승봉)
【독립당사자참가인, 피항소인】
독립당사자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상현 담당변호사 이찬우)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4. 선고 2019가합527840, 527857(독립당사자참가의소) 판결
【변론종결】
2022. 4. 20.
【주 문】
1.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원고와 피고는 연대하여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20억 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24.부터 2021. 6. 4.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원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독립당사자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원고
피고는 원고에게 20억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20. 6. 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독립당사자참가인
원고와 피고는 연대하여 독립당사자참가인에게 20억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20. 7.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을 구하고,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사건에 관한 판결 이유는 다음과 같이 수정·추가하고, 원고의 이 법원 새로운 주장에 대하여 제2항에서 따로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원고의 이 법원 주장과 제출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판단이 타당하다).
○ 제1심판결문 6쪽 표 안 지급확약서 부분 맨 아래에 "독립당사자참가인 귀하"를 추가한다.
○ 제1심판결문 10쪽 1행부터 11행까지를 다음과 같이 수정한다.
『 1) 약정해제권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양수도계약과 관련하여 원고 주장과 같은 사유로 약정해제권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원고는 그 주장 약정해제권의 근거로 피고 명의로 작성된 2015. 11. 20.자 이행각서(갑 제16호증) 및 2016. 3. 23.자 확인서(갑 제4호증)를 내세우고 있고, 위 각 문서에는 피고가 이 사건 사업지를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원고의 사전 동의 내지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우선 위 이행각서의 경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것이 피고의 의사에 기하여 작성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그 진정 성립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같은 날 ‘요청서’, ‘지급확약서’ 등 다른 문서에 대해서는 인증을 하면서 위 이행각서에 대해서는 인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 대표이사 소외 1은 피고의 회장 직책에 있으면서 피고 명의로 각종 문서를 임의로 작성했던 것으로 보인다(을 제10호증). 피고 측이 소외 1을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하여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나아가 그 진정 성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사업지를 △△△△지역주택조합에 양도하면서 원고의 사전 동의 내지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양수도계약과 관련한 약정해제권이 발생한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이 사건 양수도계약서에도 위와 같은 사유로 약정해제권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 사건 사업권을 양도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사업권을 직접 시행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양수도계약의 해제조건이 성취되었다거나 원고에게 약정해제권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와 같이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 주장의 위 이행각서 및 확인서에도 이 사건 사업권을 매각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더욱이 원고는 2016. 7.경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권과 관련하여 민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이행확약서를 작성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사업권을 △△△△지역주택조합에 양도하는 것에 동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양수도계약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그 주장의 약정해제권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 제1심판결문 11쪽 8행의 "단정할 수 없다" 다음에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지를 처분할 때에 원고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따른 20억 원의 지급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원고 2020. 9. 23.자 준비서면)]"를 추가한다.
○ 제1심판결문 11쪽 15행의 "확약하였다" 다음에 "[원고는 피고에게 위 소외 2를 소개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소외 2는 위 주식회사 월드이엔지의 실질적인 사주인데, 피고로부터 주식회사 월드이엔지(월드윈으로 상호 변경) 명의로 이 사건 사업지를 매수하였다가 △△△△지역주택조합 결성을 추진하여 조합이 설립되자 그 조합을 대표하여 주식회사 월드이엔지로부터 위 매수인 지위를 승계받았고, 결국 위 조합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사업지를 매수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를 추가한다.
○ 제1심판결문 12쪽 20행의 "의무가 있다" 다음에 "[원고는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20억 원의 채권이 참가인에게 양도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체결할 때 참가인도 참석하여 이 사건 양수도계약서에 입회인으로 기명날인하여 인증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을 제3호증 4, 5쪽), 같은 날 원고는 원고 명의로 작성하여 함께 인증을 받은 ‘요청서’(을 제3호증 3쪽)를 통해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20억 원의 채권을 참가인에게 양도하니 원고에게 지급할 20억 원을 참가인에게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피고에게 요청하였고, 피고는 피고 명의로 작성하여 인증을 받은 ‘확약서’(을 제3호증 2쪽)를 통해 위 20억 원을 참가인에게 지급하겠다고 확약하였으며, 원고는 위 확약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였는바(위 확약서의 아래 부분에는 ‘독립당사자참가인님 귀하’라고 되어 있어 참가인 앞으로 작성된 문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당일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피고에 대한 20억 원의 채권은 참가인에게 양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를 추가한다.
2. 원고의 새로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독립당사자참가의 적법성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의 청구는 원고의 본소 청구와 소송물을 달리하고 있고, 서로 양립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권리주장참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또한 원고의 본소로 인하여 참가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관계에 있지도 않다. 따라서 참가인의 독립당사자참가는 부적법하다.
2) 판단
1) 민사소송법 제79조 제1항에 규정된 독립당사자참가는 다른 사람 사이에 소송이 계속 중일 때 소송대상의 전부나 일부가 자기의 권리라고 주장하거나, 소송결과에 따라 권리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제3자가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가하여 세 당사자 사이에 서로 대립하는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하나의 판결로써 서로 모순 없이 일시에 해결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립당사자참가 중 권리주장참가는 원고의 본소청구와 독립당사자참가인의 청구가 주장 자체에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허용되고, 사해방지참가는 본소의 원고와 피고가 소송을 통하여 독립당사자참가인의 권리를 침해할 의사가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소송의 결과 독립당사자참가인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허용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다350, 2018다367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20억 원과 관련하여 주위적으로 그 지급보증을 위해 발행된 액면금 20억 원의 약속어음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이 사건 양수도계약을 해제하면서 그 원상회복 불능에 따른 가액배상으로 20억 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20억 원의 채권이 참가인에게 양도되었음을 전제로 그 20억 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결국 원고가 이 사건 양수도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20억 원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참가인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과 관련하여 피고로부터 20억 원을 지급받을 권리는 참가인에게 있다는 것으로서, 원고의 청구와 참가인의 청구는 그 주장 자체에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3) 따라서 참가인의 이 사건 독립당사자청구는 권리주장참가의 요건을 갖춘 적법한 청구라고 할 것이다.
나. 약속어음금 청구에 대한 판단
1)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피고가 원고를 수취인으로 하여 20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약속어음금으로 2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나) 피고 및 참가인
원고 주장의 약속어음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20억 원의 지급을 보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위 20억 원의 채권이 참가인에게 양도되었고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PF대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약속어음은 그 수취인이 원고로 되어 있고 지급일은 일람출급으로 되어 있어 폐기하기로 하고 공증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위 약속어음이 유효하게 발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20억 원의 채권이 참가인에게 양도된 만큼 피고는 이를 이유로 원고의 약속어음금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
2) 판단
가) 원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금 청구의 근거로 내세우는 약속어음은 갑 제2호증인데, 그 약속어음은 별지 기재와 같이 작성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 한다).
우선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20억 원의 채권이 참가인에게 양도되었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의 수취인이 원고로 되어 있는 점, ②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20억 원을 PF대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에는 그 지급일이 일람출급으로 되어 있는 점, ③ 이 사건 양수도계약상 20억 원의 지급을 보증하기 위해 발행하는 약속어음에 대해 공증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에 대해 공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및 참가인의 위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약속어음의 경우 피고를 발행인으로 하여 적법하게 발행된 약속어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즉 별지 기재에서 보듯이 이 사건 약속어음의 첫 번째 발행인 란에는 그 성명 부분에 ‘소외 3’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소외 3이 피고의 대표이사라는 자격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소외 3의 성명 옆에 날인된 인장이 피고의 대표이사 직인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이를 두고 피고 명의로 발행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두 번째 발행인 란에는 주소 부분에 ‘㈜덕송디엔씨’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그 외에는 성명 란을 포함하여 아무런 기재나 날인이 없다. 엄격한 요식성 내지 문언성이 요구되는 어음행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발행인에 관한 위와 같은 기재를 두고 피고 명의로 발행된 적법한 약속어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59. 8. 27. 선고 4291민상287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약속어음이 피고를 발행인으로 하여 적법하게 발행된 약속어음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 의하면 위 약속어음은 이 사건 양수도계약에서 정한 20억 원의 지급을 보증하기 위해 발행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20억 원의 채권은 참가인에게 양도되었으므로 피고는 이를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약속어음금 청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약속어음금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해야 한다. 이에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최항석(재판장) 공도일 오영상 |
233,345 | 손해배상(기) | 2021나29619 | 20,220,518 | 선고 | 서울중앙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87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최진환)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하나자산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진솔 담당변호사 진성협)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7. 선고 2019가단5195616 판결
【변론종결】
2022. 4. 13.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기재할 이유는 다음과 같이 고치거나 추가 판단을 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치는 부분
제1심판결 14쪽 9행의 "각 10만 원"을 "각 100만 원"으로 고친다.
3. 추가 판단하는 부분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이 법원 2013카단3556호 가압류결정 및 이 법원 2014타채18045호 압류결정(이하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이라 한다) 이후 피고가 제3자에게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 대상 각 아파트(이하 ‘이 사건 각 아파트’라 한다)를 매도한 것은 주식회사 동보주택건설(이하 ‘동보주택건설’이라 한다)과 피고 사이의 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이라 한다) 특약사항 제7조 제4항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조항 자체가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을 면탈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정이므로, 피고가 위 조항에 근거하여 제3자에게 이 사건 각 아파트를 매도한 것은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것이 되어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나. 판단
1) 갑1, 2, 12, 18호증, 을2, 3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동보주택건설은 2007. 10.경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신축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들(이하 ‘이 사건 금융기관들’이라 한다)로부터 70,000,000,000원을 대출받으면서 대출 및 사업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위 약정서 제4-5조는 「사업건물의 준공일까지 상환되지 아니한 대출원리금이 존재하고 그때까지 미분양 분양대상물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차주는 미분양 분양대상물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완료함과 동시에 미분양 분양대상물을 대리은행이 지정하는 신탁회사에게 담보신탁하여 대주를 제1순위 우선수익자(수익한도 : 미상환 대출원금의 130% 상당액)로 지정하여 신탁원부에 기재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 동보주택건설은 이 사건 각 아파트에 대한 준공 이후인 2012. 10. 10. 이 사건 금융기관들이 지정하는 피고와 사이에 당시의 미분양 분양대상물에 대하여 위탁자 겸 채무자를 동보주택건설로, 수탁자를 피고로, 우선수익자를 이 사건 금융기관들로 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서 제17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신탁기간 종료 전이더라도 우선수익자의 요청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 … 1. 우선수익자와 채무자간에 체결한 여신거래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라고 정하고 있고,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서 특약사항 제7조는 「① 갑(동보주택건설을 지칭한다)은 우선수익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을(피고를 지칭한다) 및 우선수익자의 동의를 얻어 신탁부동산 일부 또는 전부를 분양 등의 방법을 통해 수시로 처분할 수 있다. … ③ 처분대금을 완납한 매수자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위하여 갑의 서면요청 및 우선수익자의 서면동의가 있는 경우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갑에게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귀속시킬 수 있다. ④ 제3항에도 불구하고 을은 우선수익자의 서면요청에 따라 매도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수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매수자에게 직접 이전할 수 있으며 …」라고 정하고 있다.
다)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 이후 피고가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면서 피고를 매도인으로 하고 제3자를 매수인으로 하여 작성한 각 매매계약서 제1조는 「신탁계약서 특약사항 제7조에 의거 상기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매도인(수탁자)과 매수인은 이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한다」고, 제2조는 「매매대금의 지급은 첨부의 동보주택건설과 매수인간 체결한 분양계약서에 따라 아래 표2와 같이 매수인이 동보주택건설에게 지급한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며, 동 금원은 동보주택건설, 이 사건 금융기관들 및 피고간 체결한 담보신탁 및 자금관리대리사무계약에 따라 지급정산한다」고, 제3조는 「매도인(수탁자)은 부동산담보신탁계약 특약사항 제7조에 의거 매수자의 잔금납입에 따른 등기상 소유권이전에 관하여만 책임을 지고, 명도, 하자담보, 세금계산서 발생, 매매대금 반환 등 매도인으로서의 제반책임 및 의무는 동보주택건설에게 있으며, 매수인(수분양자)은 매도인(수탁자)에게 매도인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라) 한편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은 ‘동보주택건설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해지 등 종료를 원인으로 하는 이 사건 각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명령’과 ‘피고가 동보주택건설에게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의 금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2)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의 내용에 비추어 그 결정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은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해지 등 종료를 원인으로 피고가 동보주택건설에게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는 것’이고, 그 밖에 피고가 다른 원인에 의하여 제3자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양도하고 이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에 따른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차주인 동보주택건설이 해당 아파트의 분양대금에 상응하는 대출금을 우선수익자인 이 사건 금융기관들에게 모두 변제함으로써 해당 아파트에 관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어 이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이 해지되어야 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해지를 원인으로 신탁자인 동보주택건설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다음 다시 해당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야 할 것이나(이 사건 담보신탁계약 특약사항 제7조 제3항 참조), 편의상 수탁자인 피고가 우선수익자인 이 사건 금융기관들의 동의를 얻어 직접 해당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에 따른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8다237329 판결 참조).
3) 이 사건의 청구원인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그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들에게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에 같이 피고가 제3자에게 이 사건 각 아파트를 매도하고 이에 따른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이 당연히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그것이 「동보주택건설이 해당 아파트의 분양대금에 상응하는 대출금을 이 사건 금융기관들에게 모두 변제함으로써 해당 아파트에 관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어 이 부분에 관한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이 해지되어야 하는 경우임에도 편의상 피고가 이 사건 금융기관들의 동의를 얻어 직접 해당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피고의 위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되므로(피고의 행위가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것인지 여부는 피고가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한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추어 위 구분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단순히 피고가 위 행위를 할 당시 원용한 계약서 조항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다), 원고들로서는 피고의 위 행위가 여기에 해당함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1)항의 인정사실에 비추어 동보주택건설이 이 사건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원리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피고가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금융기관들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그 매매대금으로써 신탁비용 및 위 대출원리금 채무의 변제 등에 충당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4) 따라서 피고가 제3자에게 이 사건 각 아파트를 매도하고 이에 따른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이 이 사건 압류 및 가압류결정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황중연(재판장) 최태영 선의종 |
233,347 | 청구이의 | 2021나5501 | 20,220,518 | 선고 | 전주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재 담당변호사 이지원)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하영)
【제1심판결】
전주지방법원 2021. 5. 12. 선고 2020가단7820 판결
【변론종결】
2022. 4. 27.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의 원고에 대한 전주지방법원 2017카합1076호 당회장 직무정지 및 △△△△교회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에 따른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다음을 고치거나 추가하고,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하거나 강조한 주장에 관한 판단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 5쪽 1행의 "당회의 적법한 결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에 『(갑 제20호증의 음성녹음에 의하면 소외 7이 원고와 통화하며 이 사건 합의서 작성 전 날 그 작성에 관한 당회의 결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당시 피고교회가 당회를 개최하였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데다, 제1심 법원의 증인 소외 1의 증언, 갑 제16호증의 기재 일부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건대, 이 사건 노회재판의 피상소인인 시무장로 14인 사이에 소외 1이 그들을 대표하여 원고와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한 토론과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를 추가한다.
○ 제1심판결 5쪽 2행의 "피고교회 또는 피상소인의 대표자의 자격으로"를 "단지 피상소인들의 대표자의 자격으로"로 고친다.
○ 제1심판결 5쪽 6~8행을 다음과 같이 고친다.
『소외 1이 피고교회를 대표하여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교회는 이 사건 합의서에 따른 합의의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원고와 피고교회 사이에는 어떠한 합의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무효행위 내지 무권대표행위의 추인에 관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추가판단
가. 원고는 소외 1이 피고교회로부터 이 사건 합의서 작성에 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수권을 받지 않았더라도 소외 1은 피고를 위한 기본대리권이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은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외 1이 피고교회가 아닌 피상소인들의 대표 자격으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시무장로 중 1인에 불과한 소외 1이 단독으로 피고를 위한 어떠한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원고는 피고교회의 원고에 대한 7억 7,400만 원의 간접강제금은 궁극적으로 피고교회가 원만한 예배를 진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상금 부과라는 수단을 사용한 종교적 권리의 일환이므로 그 면제에 관한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간접강제금은 피고교회가 종교규범에 따라 원고에게 부과한 것이 아니라 피고교회가 원고를 상대로 출입금지가처분 등을 신청한 데 따라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법원이 그 간접강제를 명한 것에 기초하여 발생한 것으로 피고교회 내부의 종교적 영역에 국한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위 간접강제금의 면제 여부 또한 피고교회의 재산 처분에 관한 문제로서 단순한 종교적 권리의 처분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미리(재판장) 김범준 신태광 |
228,345 | 거부처분취소 | 2021누35485 | 20,220,519 | 선고 | 서울고법 | 일반행정 | 판결 : 상고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甲이 집행유예기간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제6호에 해당하는 기업체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한 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자 법무부장관이 불승인한 사안에서,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甲은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위반(배임)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甲이 집행유예기간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제6호에 해당하는 기업체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한 후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자 법무부장관이 불승인한 사안이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문언 해석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되고 예외적으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으로 보아야 하고,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문언의 통상적인 해석 범위를 벗어난다고 봄이 타당한 점,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에 비추어 보거나 특정경제범죄법상 다른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이나 다른 입법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이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甲은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 제4항, 제6항,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 제6호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법무부장관
【제1심판결】
서울행법 2021. 2. 18. 선고 2020구합67681 판결
【변론종결】
2022. 2. 10.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0. 5. 26. 원고에 대하여 한 취업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식회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유화학’이라 하고, 다른 회사의 경우에도 ‘주식회사’ 표시는 생락한다)의 대표이사이자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의 등기이사로 근무하던 중, ‘금호피앤비화학의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재산상태, 변제능력 등에 대한 적정한 심사 없이 채권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회수 방안을 마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에게 금호피앤비화학의 자금을 대여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금호피앤비화학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가 인정되어 2014. 10. 24.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고등법원 2014노341호, 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2018. 11. 29.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도15128호).
나. 원고는 2019. 3. 26. 금호티앤엘, 금호미쓰이화학의 각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하였고, 2019. 3. 29.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중임하여 취업하였다(이하 위 3개 회사를 통틀어 지칭할 경우에는 ‘대상 회사들’이라 한다).
다. 피고는 2020. 1. 30. 원고에게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집행유예기간이 종료한 날을 기점으로 2년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업체에 취업이 제한되는데, 확인 결과 대상 회사들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0조 제2항 제4호, 제6호에 의하여 취업이 제한되는 기업체에 해당한다. 다만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의 승인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므로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1개월 내에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하면 취업승인 여부를 검토하여 그 결과를 통지하겠다. 취업승인을 신청하지 않거나 승인 없이 취업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4항, 제6항에 따라 해임요구, 형사고발 등의 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고 통지하였다.
라. 이에 원고가 2020. 2. 28. 피고에게 대상 회사들의 대표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0. 5. 19. 법무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2020. 5. 26. 원고에게 ‘원고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그 밖의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하여 취업을 불승인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마. 한편 소외인이 금호석유화학의 주식 7.17%를 보유하여 금호석유화학은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4호의 기업체에 해당하고, 금호석유화학이 금호티앤엘의 주식 100%와 금호미쓰이화학의 주식 50%를 각 보유하여 금호티앤엘과 금호미쓰이화학은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 제6호의 기업체에 해당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10호증의 1, 을 제1호증의 1 내지 3,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해석과 관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본문에서 ‘제3조 …… 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 ……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호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 문언 해석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취업제한의 주체이고,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은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과 만료점을 모두 포함하므로, 이 사건 조항은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을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로, 만료점을 그때부터 ‘2년’으로 해석해야 한다. 결국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므로, 집행유예기간은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
가) 이 사건 조항은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이 불분명하여 이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이 사건 조항은 특정경제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형벌 이외에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다) 이 사건 조항은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고,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라) 이 사건 조항은 형벌과 유사한 법률효과가 있는 취업제한이라는 불이익한 제재를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고 행정청인 피고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101조 제1항의 삼권분립원칙에 위반된다.
3) 적법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
가)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은 그 법적 성격이 보안처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아니하였고, 처분의 사유로 설시하지도 않았다.
나) 이 사건 조항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므로, 취업을 승인하지 아니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승인해야 하고, 그러한 특별한 사정은 피고가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취업을 승인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심사하지 않았고, 이를 증명하지도 못하였다. 오히려 관련 형사판결에 따른 원고의 범행 전 행적,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취업불승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처분사유를 제시하여 원고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졌는지를 알기 어렵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은 1983. 12. 31. 법률 제3693호로 특정경제범죄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하였는데, 일부 자구가 수정되거나 취업승인의 주체가 ‘경제사범관리위원회’에서 피고로 변경된 것 외에는 전체적인 내용이 동일하다.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4조(일정 기간의 취업제한 및 인가·허가 금지 등) ① 제3조, 제4조 제2항(미수범을 포함한다), 제5조 제4항 또는 제8조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 금융회사 등,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자한 기관 및 그 출연(出捐)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과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2.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3.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
다. 이 사건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그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으로 타당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그 법을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대법원 2016. 7. 7. 선고 2016두35755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이 사건 조항의 문언 해석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되고 예외적으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간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으로 보아야 하고,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위 문언의 통상적인 해석 범위를 벗어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제3조 …… 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 ……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호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동안’이고, ‘동안’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때에서 다른 한때까지 시간의 길이’이므로, 취업이 제한되는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에는 취업제한의 기산점과 만료점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함이 문언에 부합한다. 이에 따르면 제2호의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은 취업제한의 기산점과 만료점을 모두 규정한 것으로 그 기산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이 되고, 만료점이 그때부터 ‘2년’이 된다.
(2) 비록 이 사건 조항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를 근거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를 취업제한기간의 기산점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문맥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취업제한의 적용 대상자로서 그 주체를 의미한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나아가 앞서 본 ‘기간 동안’의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을 취업제한의 만료점으로 보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게 된다.
실제로 특정경제범죄법 제8조는 사금융 알선 등의 죄에 관한 형의 종류로 징역형 외에 벌금형도 정하고 있는데, 만일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라는 취업제한의 기산점으로 볼 경우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도 일단 취업제한이 시작되는데, 다만 ‘다음 각호’에 벌금형의 규정이 없어 만료점이 정해지지 아니하여 취업제한이 불가능하다는 부자연스러운 해석에 이르게 된다.
(3)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여러 언론은 취업제한기간을 ‘집행유예기간이 종료한 날부터 2년’이라고 보도하였고(갑 제5호증의 4, 5, 7, 9 참조),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이나 경제개혁연대의 논평에서도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형 집행 중이거나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 대해서는 따로 규율하지 않고, 확정판결을 받아 수감 중이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 취업제한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갑 제5호증의 6, 11 참조).
또한 법무부는 2019. 11. 11. 자 정책브리핑과 2019. 11. 14. 자 보도자료를 통해 ‘실형이 확정된 경우 형의 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5년간, 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고 설명하였고(갑 제5호증의 12, 14 참조), 심지어 법무부차관이 2019. 11. 2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여 특정경제범죄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관한 의견을 밝히면서 ‘형 집행 중 또는 집행유예기간 중에 취업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특정경제범죄법의 해석상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도 함께 검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먼저 요청하는 등(갑 제6호증 참조) 이 사건 조항의 해석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하였다.
(4) 특히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4항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사람이 있을 때에는 그 사람이 취업하고 있는 기업체의 장에게 그의 해임을 요구하여야 하고, 같은 조 제6항에 따르면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해임이 요구되거나 형벌의 제재까지 받게 되므로, 이 사건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아래 라)항에서 보는 것처럼 설령 문언대로 해석할 경우 불합리하게 될 여지가 있더라도, 이 사건 조항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된 이상, 문언 그대로 해석해야 하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 해석할 수는 없다.
나)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에 비추어 볼 때, 집행유예기간이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1) 특정경제범죄법은, 경제범죄가 날로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가 막심하여 이를 근절할 대책이 절실한 실정임에도, 기존의 처벌법규에 따른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볍거나 벌칙 규정의 미비로 인하여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거액 경제범죄 및 재산국외도피사범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여 가중처벌하고, 금융기관 임직원의 금품수수 등 비위를 엄벌함과 아울러 범법자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질서의 확립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특정경제범죄법 제정 이유 참조).
(2) 다만 특정경제범죄법 제정을 위하여 1983. 12. 5.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 1983. 12. 16.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당시 피고와 법제사법위원장이 해당 법률안의 주요골자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거액 경제범죄자 및 거액의 금품 등을 수수한 금융기관 임직원 등은 일정 기간 동안 금융기관 등에 취업하거나 관허업의 허가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이에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함’이라고만 하고 있을 뿐(갑 제9호증의 1, 2 참조), 입법자가 집행유예기간도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경제범죄법은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의 기업체 취업제한에 관하여 해당 기업의 정관이나 주주총회에서 규율하는 등 사적 자치의 영역에 맡겨 놓았다거나 별도의 법률에서 정할 것을 예정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 실제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4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고 하여 임원의 자격요건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다) 특정경제범죄법상 다른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이나 다른 입법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1)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3호는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만일 ‘다음 각호의 기간 동안’을 취업제한기간의 만료점에 관한 규정이라고 본다면 위 제3호는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이 아닌 ‘징역형의 선고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날’이라고 정하였어야 한다.
다만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와 선고유예의 경우 모두 취업제한기간이 2년이 되어 제2호와 제3호를 따로 둔 취지에 반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선고유예란 범정이 경미한 범인에 대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일정한 기간(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서, 단기 자유형의 폐해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의 집행유예 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처벌받았다는 오점을 남기지 않게 함으로써 장차 피고인의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는 특별예방의 목적에 이바지하는 제도인 점[헌법재판소 2002. 8. 29. 선고 2001헌마788, 2002헌마173(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3호는 선고유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선고유예기간 중에만 취업제한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이 사건 조항과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제3호가 체계상 서로 모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개별 법률에서 집행유예기간을 포함하여 그 후 일정 시점까지의 취업제한 등 결격 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방식은 아래와 같이 ① 집행유예기간 중과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 일정 시점을 병렬적으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1유형’이라 한다), ② 집행유예가 확정된 날을 결격 시점으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2유형’이라 한다), ③ 집행이 유예된 날을 결격 시점으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3유형’이라 한다), ④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후 일정 시점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결격 사유로 명시한 경우(이하 ‘제4유형’이라 한다)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사건 조항은 아래 4가지 유형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4호를 들면서 집행유예기간을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위 기간이 결격 사유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조항도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와 지방공무원법 제31조 제4호는 모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라는 형태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상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집행유예기간 종료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조항은 본문과 제2호의 규정 형식상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동안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을 뿐 집행유예기간을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으로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라) 설령 집행유예기간이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될 필요가 있고, 만일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서 제외한다면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이러한 입법 미비나 공백을 원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메울 수는 없다.
(1) 특정경제범죄법은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그 범죄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참조), 특정경제범죄법 시행령 제12조는 ‘피고가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의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한 재판결과를 항상 파악하여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지체 없이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취업제한 및 허가 등 금지사실과 그 대상의 범위를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취지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은 집행유예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취업제한이 개시된다고 보는 것이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집행유예기간 중에는 취업할 수 있다가 집행유예기간이 종료한 날부터 비로소 취업제한의 제재를 받는다고 보면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 맞지 않으며, 오히려 집행유예기간 중에 취업제한 제도의 취지를 관철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목적론적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할 경우 형벌까지 받을 수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목적론적 해석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는바,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조항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는 문언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이상, 특정경제범죄법의 입법 목적과 실효성, 사회 일반의 법감정을 이유로 문언과 달리 해석할 수는 없다.
(2) 법률의 의미·내용과 적용 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곧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제101조 제1항). 그러나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고, 입법자는 헌법이 허용한 한계 내에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법관은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해석하여야 하며 법률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사를 법률해석을 통해서 왜곡·변형하거나 대체해서는 아니 된다. 이것이 입법권과 사법권을 구분하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과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한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앞서 본 것처럼 특정경제범죄법이 제정되면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될 때, 입법자의 의사가 집행유예기간도 당연히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려는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입법자의 의사를 추단하여 집행유예기간이 취업제한기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원의 법률해석 권한을 넘는 것이다. 설령 특정경제범죄법에 집행유예기간을 취업제한기간에 포함하지 아니한 입법 미비나 공백이 있더라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지, 법원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사정을 내세워 법률문언과 달리 원고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에 집행유예기간이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이상,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원고가 위 조항에 따른 취업제한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취업승인 신청을 받아 취업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함상훈(재판장) 권순열 표현덕 |
231,843 | 공무원보수지급 | 2021누11164 | 20,220,519 | 선고 | 대전고등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21. 5. 12. 선고 2019구합387 판결
【변론종결】
2022. 4. 7.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원고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846,492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6. 23.부터 2022. 5. 19.까지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확장청구를 기각한다.
4.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 중 99%는 원고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1)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2017. 7. 28. 원고에게 한 직위해제처분의 직위해제기한은 2018. 2. 22.까지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45,492,33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1)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직위해제 처분의 종기 확인을 구하는 부분과 아래 (3)항에서 지급을 구하는 부분(항소심에서 확장된 부분 제외)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2017. 7. 28. 원고에게 한 직위해제처분의 직위해제기한은 2018. 2. 23.까지임을 확인한다. (3) 피고는 원고에게 27,781,93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3. 21.부터 2021. 5. 1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거나 원고가 추가한 주장에 대한 판단을 아래 제2항과 같이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의 "피고 대한민국"을 "피고"로, "피고 국토교통부장관"을 "국토교통부장관"으로 모두 고친다.
○ 제1심판결 제5면 제7행부터 제7면 제6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 2)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에 의한 직위해제의 효력은 중앙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이 있었던 다음 날인 2018. 2. 24. 상실되었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종기가 2018. 2. 23.까지라는 확인을 구한다.』
○ 제1심판결 제7면 제13행의 "2018. 2. 23."을 "2018. 2. 24."로 고친다.
○ 제1심판결 제8면 아래에서 제3행부터 제9면 제3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효력은 징계의결이 있었던 다음 날인 2018. 2. 24. 상실되었음에도 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있었던 2018. 7. 11. 직위해제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여 2018. 2. 24.부터 2018. 7. 10.까지 원고에 대한 연봉월액과 가족수당을 삭감하고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보수 24,400,160원(원고는 그 기간 동안 총 33,834,690원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제1심판결 제9면 제8행의 "2018. 2. 22."를 "2018. 2. 23."로 고친다.
○ 제1심판결 제17면 제7행부터 제18면 본문 아래에서 제2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효력은 2018. 6. 22.까지 유지되므로, 국토교통부장관이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이 효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원고가 의원면직할 때까지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되어 위법하다(따라서 피고의 주장과 달리 그 기간이 이 사건 업무지침에서 정한 ‘대기발령 등으로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7조 제2항이 연도 중 임용되거나 휴직 또는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는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있는 경우의 연가 일수를 ‘해당 연도 중 사실상 직무에 종사한 기간(개월)’을 ‘12(개월)’로 나누고 여기에 ‘해당 연도의 연가 일수’를 곱하여 연가 일수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7조 제2항에 따라 인사혁신처장이 정한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제8장 4. 가. (9)의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에는 직위해제 기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같은 조 제1항 본문이 직위해제 일수에 따라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일수는 연가 일수에서 빼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2018. 6. 22.까지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으로 인하여 직위해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2018. 6. 22.까지의 직위해제 일수를 원고의 2018년도 연가 일수인 21일에서 뺄 경우 원고의 2018년도 연가 일수는 0일이므로, 원고가 지급받을 2018년도 연가보상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원고의 직위해제 일수가 없는 2019년도의 경우 피고는 2019. 1. 1.부터 2019. 4. 22.까지 기간에 대하여 원고에게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2) 한편, 원고에 대한 연가보상비는 구 공무원수당규정 제18조의5 제3항 및 제4항에 따라 ‘월급봉액의 86% × 1/30 × 연가보상일수’의 산식으로 계산하면 되는데, 구 공무원수당규정 제18조의5 제5항의 위임에 따른 이 사건 업무지침에 의하면, 위 월급봉액 산정 시 성과급적 연봉제 적용대상 공무원의 경우에는 ‘성과연봉을 제외한 연봉월액의 78%’를 기준으로 하고(제7장 Ⅶ. 3. 다. 4)항), 연가보상일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산정된 연가일수에서 사용한 연가일수를 공제하여 계산한다(제7장 Ⅶ. 3. 다. 5) 가)항).
갑 제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의 2019년 기본연봉은 97,459,000원이고 연봉월액은 8,121,580원이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5조 제1항에 따라 재직기간이 6년 이상인 원고의 2019년 연가일수는 원칙적으로 21일인데, 2019년에는 연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연가보상비는 아래와 같이 2019년도 1,478,130원이 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 2018년도
직위해제 일수가 2018년도 연가 일수를 초과하므로, 연가보상비 0원
- 2019년도
연가보상일수: 직무에 종사한 기간 4개월(2019. 1. 1. ~ 2019. 4. 22.)/12개월 × 연가 일수 21일 = 7일
연가보상비: 8,121,580원 × 78% × 1/30 × 7일 = 1,478,130원』
○ 제1심판결 제23면 5행부터 아래에서 제2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 연가보상비: 2019년도 1,478,130원
- 합계: 134,162,740원
나) 원고가 이미 지급받은 보수 공제
을 제5호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2017. 6.분부터 2019. 4.분까지 보수로 120,702,760원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보수 13,459,980원(= 134,162,740원 - 120,702,760원) 및 이에 대하여 미지급 보수의 이행기(각 보수지급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20. 6. 2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1. 5.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추가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무보직 기간 중 미부여 복지점수 상당액
피고는 국가공무원법 제52조,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 이 사건 업무지침에 따라 원고에게 매년 맞춤형 복지점수를 부여하였으나 2018년도와 2019년도에는 복지점수를 전혀 부여하지 않았는바, 피고는 원고가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기간을 제외한 2018. 2. 24.부터 원고가 퇴직한 2019. 4. 22.까지 기간 동안 원고에게 부여하지 않은 맞춤형 복지점수 상당액 1,062,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2019. 5.분 보수 중 환급세액 공제분
피고는 2019. 5. 23. 원고에게 소득세 등을 정산한 환급금으로 2019. 5.분 보수를 지급하면서 환급세액 3,396,800원 중 가족수당, 직급보조비에 대한 일할계산분 168,000원 및 2017년도 연가보상비 1,037,130원 합계 1,205,130원을 공제하고 지급하였다. 그러나 공무원수당규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퇴직한 날이 속하는 달의 수당 등은 전액 지급하여야 하고, 2017년의 직위해제 기간을 제외하고 원고가 실제로 근무한 기간에 상당하는 연가일수 12일(= 21일 × 7/12월)에 대하여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여야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2019. 5.분 보수 중 환급세액에서 공제한 1,205,13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미지급 보수에 대한 지연손해금
행정소송법 제14조 제4항은 피고경정이 있는 경우 새로운 피고에 대한 소송은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에 제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비록 피고가 2020. 6. 24. 소장 부본을 송달받았다 하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처음 제기되어 국토교통부장관이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의 다음날인 2019. 3. 21.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1. 5. 12.까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보수에 대하여 민법이 정한 연 5%의 지연손해금 973,13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무보직 기간 중 미부여 복지점수 상당액에 관하여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 제2조 제8호는 "운영기관의 장이란 공무원임용령 제2조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 제2항은 "복지점수는 당해 연도 내에 사용하여야 하며, 사용 후 남은 복지점수는 다음 연도로 이월하거나 금전으로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2조는 "복지점수를 사용한 사람은 소요된 경비를 운영기관의 장에게 청구하여 정산한다. 다만, 운영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정산방법을 달리 정할 수 있다."(제1항), "운영기관의 장은 복지점수의 정산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용도의 확인, 증빙자료의 첨부 등의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을 제10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인사혁신처는 퇴직자의 맞춤형복지점수 배정과 관련하여 "맞춤형 복지제도 업무처리기준에 의하면 기관에서 퇴직자에 대하여 맞춤형 복지점수를 소급하여 배정할 경우 퇴직일 이전의 사용 건에 한하여 지급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앞서 본 복지점수 관련 규정의 문언, 2018년도 맞춤형 복지제도 업무 처리 기준의 내용(을 제16호증), 인사혁신처의 민원 회신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우선 무보직 기간 중 부여받지 못한 복지점수를 소급 부여하여 줄 것을 운영기관의 장에게 청구하고, 부여된 복지점수의 한도 내에서 복지메뉴 중 자율항목에 해당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복지점수가 배정된 연도 중에 구매하면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결제한 다음 그 소요된 경비를 운영기관의 장에게 청구하여 정산할 수 있을 뿐, 곧바로 피고에게 미부여된 복지점수 상당액의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2019. 5.분 보수 중 환급세액 공제분에 관하여
을 제13호증에 의하면, 피고는 2019. 5. 23. 원고에게 2019. 5.분 보수를 지급하면서 가족수당 18,000원, 직급보조비 150,000원, 2017년도 연가보상비 1,037,130원을 공제하고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 법원이 인용하는 제1심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가족수당 및 직급보조비의 경우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이 인정한 원고가 원래 지급받아야 할 보수에는 가족수당 및 직급보조비 전액이 포함되어 있고(제1심판결 제23면 제3, 4행), 제1심이 인정한 원고가 이미 지급받은 보수 120,702,760원[= 연봉월액 합계 114,028,370원 + 직급보조비 합계 5,624,200원 + 정액급식비 합계 86,670원 + 가족수당(배우자) 합계 642,350원 + 가족수당(부양자) 합계 321,170원]에는 2019. 5.분 보수(환급세액)에서 공제된 가족수당 18,000원 및 직급보조비 150,000원이 반영되어 있어서(을 제5호증 4면) 환급세액에서 공제된 가족수당 등 168,000원은 원고가 이미 지급받은 보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제1심이 인정한 원고가 원래 지급받아야 할 보수에서 원고가 이미 지급받은 보수를 차감하여 산출된 미지급 보수액 중에는 환급세액에서 공제된 가족수당 168,000원이 포함되므로, 피고가 그와 별도로 원고에게 168,000원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는 없다.
한편, 앞서 본 것처럼 직위해제 일수에 따라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일수는 연가 일수에서 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2017. 7. 28.부터 직위해제 되었으므로, 원고의 2017년도 연가 일수 21일에서 2017년도의 직위해제 일수를 빼면 원고의 2017년도 연가 일수는 0일이므로, 원고가 지급받을 2017년도 연가보상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가 2019. 5. 23. 원고에게 2019. 5.분 보수를 지급하면서 2017년도 연가보상비 1,037,130원을 공제한 것은 정당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그 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미지급 보수에 대한 지연손해금에 관하여
가) 행정소송법 제14조가 피고를 잘못 지정한 때에 피고의 경정을 허용하고(제1항), 피고경정결정이 있은 때에 새로운 피고에 대한 소송이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에 제기된 것으로 보는(제4항) 취지는, 제소기간을 준수하지 아니한 것으로 되는 경우의 불이익 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서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이행청구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이행청구의 효력은 피고경정결정이 새로운 피고에게 송달된 때에 비로소 발생하여 새로운 피고는 그 다음날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나) 다만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미지급 보수의 이행기는 그 보수지급일(원고는 매월 25일을 보수지급일이라고 주장하나, 갑 제3호증의 1 내지 19, 을 제12, 13호증에 의하면 원고의 보수지급일은 매월 23일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가 구하는 2019. 3. 21.보다 나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미지급 보수가 있고, 이를 계산한 총액이 원고의 청구 범위를 초과하지도 아니하므로, 원고에게 유리하게 보수지급일을 매월 23일로 계산한다)이므로, 보수지급일이 도래한 이상 피고는 이행지체 책임을 부담한다.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미지급 보수 13,459,980원 중 원고가 구하는 2019. 3. 21. 이전에 발생한 금액에 대하여는 2019. 3. 21.부터, 2019. 3. 21. 이후에 발생한 금액에 대하여는 보수지급일인 매월 23일부터, 제1심에서 지급을 구하지 않은 지연손해금에 해당하는 2020. 6. 24.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를 산정하면,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미지급 보수 13,459,980원 중 2019. 3. 21. 이전에 발생한 금액 12,041,720원(2017. 6.분부터 2019. 2.분까지)에 대하여 2019. 3. 21.부터 2020. 6. 24.까지의 지연손해금은 760,442원[= 12,041,720원 × 5% × (1 + 96/365)]이고, 2019. 3. 21. 이후에 발생한 2019. 3.분 미지급보수 700,130원(연봉월액 미지급분 570,130원 + 정액급식비 미지급분 130,000원)에 대하여 2019. 3. 23.부터 2020. 6. 24.까지의 지연손해금은 44,021원[= 700,130원 × 5% × (1 + 94/365)]이며, 2019. 4.분 미지급보수 700,130원에 대하여 2019. 4. 23.부터 2020. 6. 24.까지의 지연손해금은 41,048원[= 700,130원 × 5% × (1 + 63/365)]이고, 2019. 5.분 미지급 보수 18,000원에 대하여 2019. 5. 23.부터(2019. 4.에 지급한 가족수당 중 일부를 2019. 5. 23. 환급세액에서 공제하여 환수하였으므로 그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한다), 2020. 6. 24.까지의 지연손해금은 981원[= 18,000원 × 5% × (1 + 33/365)]이다.
다) 한편 금전채무의 지연손해금채무는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로서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는 확정된 지연손해금채무에 대하여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다11582 판결, 대법원 2021. 5. 7. 선고 2018다259213 판결 등 참조).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846,492원(= 760,442원 + 44,021원 + 41,048원 + 981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미지급 보수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의사를 표시한 2021. 6. 21.자 항소이유서 부본을 송달받은 다음날인 2021. 6. 23.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에 대하여 2019. 3. 21.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미지급 보수에 대한 지연손해금 846,492원은 2019. 3. 21.부터 2020. 6. 24.까지 발생한 것이어서 그 기간이 중복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것처럼 확정된 지연손해금 채무에 대한 원고의 이행청구가 있기 전에는 피고가 지체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2021. 6. 23.부터의 지연손해금 부분만 이유 있다).
라)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다. 소결론
원고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846,492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6. 23.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5. 1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 중 2017. 7. 28.자 직위해제처분의 종기 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소 중 금전지급청구 부분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앞서 본 인정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하였으나,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를 제기하였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제1심판결을 항소인인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확장청구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신동헌(재판장) 송진호 백승준 |
232,055 | 사해행위취소 | 2021나55332 | 20,220,519 | 선고 | 광주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신용보증기금의 소송수계인 채무자 ○○○의 법률상 관리인 ○○○
【원고보조참가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희원)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수영)
【제1심판결】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1. 3. 4. 선고 2020가단70776 판결
【변론종결】
2022. 4. 21.
【주 문】
1.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가. 이 사건 소 중 ○○○와 피고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2018. 5. 30. 체결한 매매계약의 부인을 구하는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나. 피고는 ○○○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등기소 2018. 5. 30. 접수 제10385호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부인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소송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와 피고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2018. 5. 30. 체결한 매매계약을 부인한다. 주문 제1의 나.항과 같다(원고는 이 법원에서 소송을 수계한 후 민법에 기한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기한 부인의 소로 변경함으로써 청구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신용보증약정의 체결 및 대출 실행
1) 원고보조참가인은 주식회사 제이에스통운(이하 ‘제이에스통운’이라 한다)과 사이에, 제이에스통운이 하나은행으로부터 받을 각 대출금에 관하여 ① 2012. 5. 25. 보증금액 29,700,000원, 보증기한 2013. 5. 24.(이후 2019. 5. 17.까지로 연장하였다), ② 2016. 5. 20. 보증금액 255,000,000원, 보증기한 2019. 5. 17.로 하는 각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이라 한다), ○○○는 제이에스통운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2) 제이에스통운은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교부받은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하나은행으로부터 2012. 5. 30. 33,000,000원, 2016. 5. 20. 300,000,000원을 각 대출 받았다.
나. ○○○와 피고 사이의 부동산 매매계약 및 소유권 이전
○○○는 2018. 5. 30. 누나인 피고와 사이에 자신이 소유하던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1억 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고(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같은 날 피고에게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등기소 2018. 5. 30. 접수 제10385호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라 한다)를 마쳐 주었다.
다. 신용보증사고의 발생 및 대위변제 등
1) 하나은행은 2019. 3. 14.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제이에스통운의 이자연체로 인해 2019. 2.경 신용보증부실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신용보증부실통지를 하였다.
2) 원고보조참가인은 2019. 6. 24.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하나은행에게 제이에스통운의 대출 원리금 채무 289,341,070원을 대위변제하였고,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에 관하여 발생한 위약금은 625,880원이다.
3) 원고보조참가인은 ○○○ 및 제이에스통운을 상대로 전주지방법원 2019차전9031호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19. 9. 25. 위 법원으로부터 ‘○○○ 및 제이에스통운은 연대하여 289,966,950원(= 대위변제금 289,341,070원 + 위약금 625,880원) 및 그 중 289,341,070원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받았고, 위 지급명령은 2019. 10. 23.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의 회생절차 개시 및 소송절차의 수계
1) ○○○는 제1심 변론종결 후인 2021. 4. 27. 수원지방법원 2021회단124호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21. 11. 15.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으며 위 회생사건의 관리인이 되었다.
2) 원고는 ○○○의 관리인으로서 2022. 1. 5.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113조 제2항, 제59조 제2항에 따라 원고보조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매매계약의 부인을 구하는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직권으로 이 부분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부인권은 소의 제기 뿐만 아니라 항변에 의해서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 ‘부인권을 소에 의하여 행사한다.’는 것은,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그 효력을 소급적으로 상실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법률적인 효과에 따라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그 법률관계의 존재 또는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방법에 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5다5686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부인권은 소의 제기만이 아니라 항변에 의해서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부인권 행사의 한 방식으로 제기된 부인의 소는 그 소송물이 부인권 자체라기보다는 부인권 행사로 무효로 된 행위로 인한 원상회복의 이행 또는 법률관계의 존재나 부존재의 확인 청구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의 제기만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한 채권자취소권과는 달리 부인권은 부인을 선언하는 판결이 확정되어야지만 부인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부인의 소로 부인권 행사의 결과 무효로 된 행위로 인한 원상회복의 이행을 구함으로써 일탈재산의 원상회복이 가능하므로, 별도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부인을 선언하는 판결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이 사건 소 중 원상회복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주장
원고는 ○○○가 피고에게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2018. 5. 30. ○○○의 처분행위 및 취소원인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한 2020. 1. 22. 제기된 이 사건 소는 제척기간을 도과하였으므로 부적법하다.
2) 관련 법리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의 중단 및 파산관재인의 소송수계를 규정한 채무자회생법의 규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채권자가 파산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 이전에 적법하게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을 파산관재인이 수계하면,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의 소송상 효과는 파산관재인에게 그대로 승계되므로, 파산관재인이 채권자취소소송을 수계한 후 이를 승계한 한도에서 청구변경의 방법으로 부인권 행사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척기간의 준수 여부는 중단 전 채권자취소소송이 법원에 처음 계속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5다33656 판결).
3) 판단
살피건대, 원고보조참가인이 2020. 1. 22. 피고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의 소를 제기한 사실, 원고가 2022. 4. 11. 위 소송의 수계 신청을 하고, 같은 날 청구취지를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의 부인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원인을 부인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한 사실, 한편, ○○○가 2021. 11. 15. 수원지방법원 2021회단124호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는 원고보조참가인이 제기한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한 후 부인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청구를 변경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의 제척기간의 준수 여부는 중단 전 채권자취소소송이 법원에 처음 계속된 때인 2020. 1. 22.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보조참가인이 2018. 5. 30. ○○○가 피고에게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및 그 사해행위성을 알았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보조참가인은 2019. 3. 14. 하나은행으로부터 제이에스통운의 신용보증부실통지서를 수령한 이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등기부 등본 등을 확인하고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및 취소원인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채무자가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에는 총채권자의 공동담보가 되는 회사의 일반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이른바 사해행위뿐만 아니라 특정한 채권자에 대한 변제와 같이 다른 회생채권자들과의 공평에 반하는 이른바 편파행위도 포함되나, 위와 같은 고의부인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회사가 회생채권자들을 해함을 알 것’을 필요로 하는데, 특히 편파행위의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부인대상행위 유형화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을 방지하고 거래 안전과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회사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을 회피하기 위하여 특정채권자에게 변제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24112 판결 등 참조).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하는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가 그 행위 당시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부인할 수 없으나, 그와 같은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 자신이 그 선의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다2411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매매계약이 부인 대상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갑 제5호증의 기재, 제1심 법원의 여수시청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2018. 5. 30. 당시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이 성립되어 있었고, 제이에스통운이 2018년 4월말부터 2018년 11월말까지 하나은행에게 네 차례 대출이자 등의 지급을 연체하였는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무렵 제이에스통운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가까운 장래에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에 기하여 원고보조참가인의 제이에스통운 및 ○○○에 대한 구상금 채권이 발생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으며, 실제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일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2019. 2.경 제이에스통운의 이자연체를 이유로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였고, 원고보조참가인이 하나은행에게 제이에스통운의 대출 원리금 채무를 대위변제함으로써 위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원고보조참가인의 ○○○에 대한 구상금 채권이 발생한 점, ② 이 사건 부동산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무렵 ○○○의 유일한 재산으로 보이는 점, ③ 제이에스통운의 대표이사인 ○○○는 이 사건 각 신용보증약정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주채무자인 제이에스통운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곧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는 2021. 4. 27. 수원지방법원 2021회단124호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21. 11. 15.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가 채무초과상태에서 피고에게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는 원고보조참가인을 비롯한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채무자인 ○○○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로 인해 채권자인 원고보조참가인을 해할 것임을 알았다고 볼 수 있으며,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사해행위로서 부인권의 대상이 되고,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관하여 부인권을 행사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에게 그 원상회복으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의 부인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실질적인 소유자라는 인식 하에 등기명의인에 불과한 ○○○로부터 피고 앞으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던 것에 불과하므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원고보조참가인과의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와 남매지간이고, ○○○ 및 제이에스통운과 2014년경부터 계속하여 수차례 금전 거래 등을 해왔으므로, ○○○의 재정 상황에 관하여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는 자신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무렵 자신의 유일한 재산으로 보이는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누나인 피고에게 전부 이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경위와 관련하여, 피고는 ‘○○○가 피고로부터 263,300,000원 상당의 금원을 대여하였으나 이를 변제할 수 없게 되자 피고에게 위 차용금의 일부 변제조로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겠다고 하였고, 그리하여 피고는 ○○○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2억 원에 매수하되 매매대금 중 일부는 ○○○의 위 차용금 채무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게 된 주된 원인은 ○○○가 위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선의 항변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 중 이 사건 매매계약의 부인을 구하는 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상회복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이 법원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구소인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이 법원에서 이루어진 소의 교환적 변경으로 취하되어 이에 대한 제1심 판결은 실효되었다).
[별지 생략]
판사 유상호(재판장) 송인경 김진만 |
221,731 | 강도·폭행·업무방해·부착명령 | 2021도17131, 2021전도170 | 20,220,51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전원합의체 판결 |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 [다수의견]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373조 및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권 행사로서 갖는 공통성,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불복의사, 피고인의 상소권 보장의 취지 및 그에 대한 제한의 범위와 정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72조).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고,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형사소송법 제373조).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73조의 취지는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심급의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하고 아울러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가 있더라도 항소심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와 상고가 원칙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항소는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이고 상고는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소여서 통상적인 경우 양자가 절차적으로 중첩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곧바로 대법원에 하는 상소절차여서 항소와 함께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라는 공통점을 갖게 되는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와 경합할 때 비약적 상고에 ‘상소’로서 어떠한 효력이 남아있는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은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영역에서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나)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함으로써 제1심판결에 불복하는 상소를 제기할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사는 제1심판결에 대한 ‘불복의사’ 또는 ‘상소의사’이고, 이러한 의사는 절차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항소와 비약적 상고 사이에 불복사유와 심급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차이점을 들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인 피고인의 ‘불복의사’ 자체에 아무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고 항소심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의 의사나 책임과는 무관한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피고인의 항소심급 포기의사는 비약적 상고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이를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까지 항소심급에서의 불복을 포기한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의사에는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제1심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 내의 해석이다. (다)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을 넘어 항소로서의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한 ‘상소인’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종전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이 그 자체로는 적법한 상소를 제기하였음에도,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피고인의 상소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고 형사절차상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가 된다. 더욱이 피고인은 자신이 불복하려고 했던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경우 적법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어서 상고의 이익이 없으므로 상고권이 인정되지 않고,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실오인이나 법령위반 등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 요컨대, 종전 판례에 따를 경우 법원은 상소를 제기한 피고인을 제1심판결에 승복한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상소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박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용인하기 어렵다. 상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지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욱이 피고인은 검사와는 달리 형사절차의 소극적·방어적 당사자에 불과하고 법률전문가가 아니며, 실무상 피고인이 상소기간 내 상소장을 제출하는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의 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상소로서의 효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소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머물러 실효적인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이는 검사의 항소로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을 항소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심급의 변경 등 절차 진행에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의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에서 비약적 상고는 항소가 제기된 때에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할 뿐 항소로서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검사가 항소한 때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다수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경청할 점이 있다. 그러나 법률적 근거 없이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하는 해석은 항소와 상고를 준별하는 현행 형사절차의 기본구조를 일탈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다수의견은 법해석의 첫 단계로서 성문법규 해석의 기본인 문언해석을 벗어난 것으로 법형성에 해당하고 그 정당한 사유를 찾기도 어렵다. 특히 명확성과 안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형사절차 규정에 대하여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은 허용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확립된 선례를 변경함으로써 이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현재 재판실무에 혼란과 지장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유를 들어 명문의 법률 규정을 얼마든지 문언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넷째, 문언대로 해석하더라도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피고인은 직권조사 내지 직권심판을 촉구하는 의미로 원심의 위법사유에 대해 주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상소심의 심리가 이루어진다. 나아가 현재 해석상 인정되는 상고권 제한 법리를 사안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고권을 보장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가)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373조의 해석상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후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효력을 잃는데, 그와 같이 효력이 없어진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 다만 검사의 항소로 인하여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형사소송법 제372조의 비약적 상고이유를 주장하였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배척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 사유를 들어 상고를 제기하고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다. (나)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경합되는 경우의 규율은 입법형성 범위 내의 문제로서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 제2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은 제한 없이 상소심의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보장하는 취지는 아니다. (다) 다수의견이 피고인의 조건부 또는 추정적 의사를 기초로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항소장’을 제출한 피고인의 의사와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한 피고인의 의사는 성격과 범위가 크게 달라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한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가 ‘어떤 사정으로 곧바로 상고심재판을 받지 않고 항소심재판을 받는다면 항소인으로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라고 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라) 상고권 제한 법리의 예외를 인정하여 피고인이 상고심에서 판단받을 기회는 보장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은 모든 경우까지 상고권 제한 법리의 예외를 인정할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검사의 항소로 계속된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직권조사 내지 직권심판 사항에 관하여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내용을 주장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다시 주장하기 위해 상고를 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항소심에서 적법한 항소로 취급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사항을 주장하지 않았으나, 상고심에 이르러 주장을 한 경우에 그 상고도 허용되어야 한다. 반면 피고인이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모두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상고는 부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 헌법 제27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제361조의5, 제364조 제1항, 제2항, 제372조, 제373조, 제383조, 제384조 |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도2967 판결(변경),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866 판결, 대법원 2015. 9. 11. 자 2015도10826 결정(변경), 대법원 2016. 9. 30. 자 2016도11358 결정(변경), 대법원 2017. 7. 6. 자 2017도6216 결정(변경),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상, 917), 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2000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헌공54, 171), 헌법재판소 2005. 3. 31. 선고 2003헌바3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03, 493) |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권용제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1. 12. 8. 선고 (창원)2021노253, 2021전노32, 2021보노2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심 및 원심의 진행경과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제1심은 2021. 7. 22.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강도죄 등 범죄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및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 등을 선고하는 한편, 보호관찰명령청구는 기각하였다.
나. 피고인은 2021. 7. 27. 제1심법원에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검사는 2021. 7. 28. 제1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다. 원심법원은 2021. 8. 12. 사건을 접수한 다음 2021. 8. 17.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발송하였고, 위 통지서가 2021. 8. 19. 모두 송달되었다.
라. 검사는 2021. 8. 26.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원심법원에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2021. 9. 1.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 전자장치 부착기간 과다를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원심법원에 제출하였다.
마.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2021. 10. 6.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진술함과 동시에 위 2021. 9. 1. 자 항소이유서를 진술하였다.
바. 원심은 2021. 12. 8. 검사의 항소만을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도2967 판결 등(이하 ‘종전 판례’라 한다)의 견해와 같이,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였고 여기에 상고의 효력은 물론 항소로서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적법한 항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의 항소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373조 및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권 행사로서 갖는 공통성, 이와 관련된 피고인의 불복의사, 피고인의 상소권 보장의 취지 및 그에 대한 제한의 범위와 정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72조).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고,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형사소송법 제373조).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을 뿐,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73조의 취지는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심급의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하고 아울러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가 있더라도 항소심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와 상고가 원칙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항소는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이고 상고는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소여서 통상적인 경우 양자가 절차적으로 중첩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곧바로 대법원에 하는 상소절차여서 항소와 함께 ‘제1심판결’에 대한 상소라는 공통점을 갖게 되는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와 경합할 때 비약적 상고에 ‘상소’로서 어떠한 효력이 남아있는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은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러한 영역에서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법원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정당한 해석방법이다(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함으로써 제1심판결에 불복하는 상소를 제기할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사는 제1심판결에 대한 ‘불복의사’ 또는 ‘상소의사’이고, 이러한 의사는 절차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항소와 비약적 상고 사이에 불복사유와 심급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차이점을 들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인 피고인의 ‘불복의사’ 자체에 아무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고 항소심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의 의사나 책임과는 무관한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피고인의 항소심급 포기의사는 비약적 상고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므로, 이를 검사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까지 항소심급에서의 불복을 포기한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의사에는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제1심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 내의 해석이다.
3)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을 넘어 항소로서의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한 ‘상소인’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종전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이 그 자체로는 적법한 상소를 제기하였음에도, 검사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피고인의 상소는 아무런 효력이 없게 되고 형사절차상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가 된다.
더욱이 피고인은 자신이 불복하려고 했던 제1심판결에 대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경우 적법한 상고를 제기할 수 없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어서 상고의 이익이 없으므로 상고권이 인정되지 않고(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866 판결 등 참조),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사실오인이나 법령위반 등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요컨대, 종전 판례에 따를 경우 법원은 상소를 제기한 피고인을 제1심판결에 승복한 당사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상소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박탈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용인하기 어렵다. 상소심재판을 받을 기회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단지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2000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5. 3. 31. 선고 2003헌바3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더욱이 피고인은 검사와는 달리 형사절차의 소극적·방어적 당사자에 불과하고 법률전문가가 아니며, 실무상 피고인이 상소기간 내 상소장을 제출하는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의 항소가 제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상소로서의 효력을 전혀 갖지 못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소권이 형식적인 권리에 머물러 실효적인 권리구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4)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이는 검사의 항소로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을 항소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밖에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심급의 변경 등 절차 진행에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
나. 이와 달리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도2967 판결, 대법원 2015. 9. 11. 자 2015도10826 결정, 대법원 2016. 9. 30. 자 2016도11358 결정, 대법원 2017. 7. 6. 자 2017도6216 결정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 및 결정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위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이 사건 피고인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검사가 항소를 제기함으로써 비약적 상고에서 상고의 효력은 상실되었다. 그러나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기되는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 피고인이 법정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출한 항소이유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검사의 항소에 대해서만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과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의 요지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에서 비약적 상고는 항소가 제기된 때에 그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할 뿐 항소로서의 효력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 검사가 항소한 때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다수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는 해석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경청할 점이 있다. 그러나 법률적 근거 없이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인정하는 해석은 항소와 상고를 준별하는 현행 형사절차의 기본구조를 일탈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둘째, 다수의견은 법해석의 첫 단계로서 성문법규 해석의 기본인 문언해석을 벗어난 것으로 법형성에 해당하고 그 정당한 사유를 찾기도 어렵다. 특히 명확성과 안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형사절차 규정에 대하여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은 허용되기 어렵다.
셋째, 다수의견은 대법원의 확립된 선례를 변경함으로써 이에 근거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현재 재판실무에 혼란과 지장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이유를 들어 명문의 법률 규정을 얼마든지 문언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넷째, 문언대로 해석하더라도 반드시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피고인은 직권조사 내지 직권심판을 촉구하는 의미로 원심의 위법사유에 대해 주장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상소심의 심리가 이루어진다. 나아가 현재 해석상 인정되는 상고권 제한 법리를 사안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고권을 보장하는 해석도 가능하다.
나. 상소제도의 기본구조
1) 형사소송법은 상소제도로서 항소와 상고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편(상소)은 제2장의 ‘항소’와 제3장의 ‘상고’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고, 비약적 상고는 제3장의 ‘상고’에 속해 있다. 항소는 항소심법원에서 진행되는 상소절차를 신청하는 소송행위이고(형사소송법 제357조), 상고는 대법원에서 진행되는 상소절차를 신청하는 소송행위로서(형사소송법 제371조, 제372조), 양자가 심급과 절차를 달리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항소는 제1심판결에 법리오해가 있거나 제1심판결 후 형의 폐지 등이 있는 때뿐만 아니라 사실오인, 양형부당, 이유모순 등 광범위한 사유를 들어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반면,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또는 제1심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에만 제기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72조).
또한 형사소송법은 상소인이 상소 제기 당시부터 자신이 신청하는 절차가 항소와 비약적 상고 중 어느 것인지를 명확하게 표시하여 제기하는 것을 예정할 뿐, 독일 형사소송법과 같이 상소의 종류를 상소 제기 이후에 결정하거나 이를 변경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지도 않다.
2) 비약적 상고는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에 신속을 기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조기에 회복하기 위하여 비약적 상고이유가 있는 경우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상고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예외적 상소제도이다. 즉, 항소심을 건너뛰고 신속히 법률심인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비약적 상고제도의 본질적인 내용이자 존재 이유이다.
다. 형사절차 규정에 관한 법해석의 한계
1) 법해석은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 구조에서 시작하고, 법은 ‘쓰인 대로’ 해석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문언상 해석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사법에 의한 법창조 내지 법형성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
특히 형사절차 규정의 해석·적용에 관해서는 절차의 안정성과 명확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므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한 해석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상소제기기간과 같이 법원이 단축하거나 늘릴 수 없는 불변기간으로 절차 규정에 명시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가변적인 해석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 단순히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형사절차 규정의 문언을 벗어나는 해석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와 법치주의 원칙의 일탈을 의미한다.
2)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관한 다수의견의 해석은 문언에 반하고 형사절차의 안정성과 명확성을 침해한다.
형사소송법 제373조는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효력을 잃고, 다만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제기된 상소가 비약적 상고임을 전제로 그에 대해서 상고의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임이 문언상 명백하고, 독일 형사소송법과 달리 효력을 상실한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행 절차 규정의 문언을 항소와 상고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는 상소제도의 구조와 비약적 상고제도의 존재 이유 등을 고려하여 해석하면, 입법자의 의사는 효력을 상실한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분명하다. 어떠한 종류의 상소로 효력이 인정되는지는 상소절차의 가장 기본적이고 선결적인 문제로서 형사절차의 안정성과 명확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현행 절차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 것으로서 입법론으로 참고할 수 있을 뿐 현행 형사소송법의 해석론으로는 채택할 수 없다.
라. 선례 변경에 따른 재판실무의 혼란가능성
1) 다수의견의 결론에 따를 경우 문언과 달리 피고인과 검사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해석을 하게 된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와 검사가 제기한 항소가 경합한 사안뿐만 아니라(종전 판례), 검사가 제기한 비약적 상고와 피고인이 제기한 항소가 경합한 사안에서도 효력이 상실된 검사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59. 7. 31. 선고 4292형상228 판결, 대법원 1971. 2. 9. 선고 71도28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변경 대상 판례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 사안에 관한 종전 판례만을 들고 있을 뿐 검사의 비약적 상고 사안에 관한 위 판례는 들고 있지 않다. 또한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검사와는 달리 형사절차의 소극적·방어적 당사자에 불과하고 법률전문가가 아니며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사정을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논거로 들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 사안에 관한 종전 판례는 변경되고, 검사의 비약적 상고 사안에 관한 판례는 변경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비약적 상고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적 취급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적절하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다수의견이 검사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사안의 처리에 관하여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음으로써, 검사의 비약적 상고와 피고인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에 검사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아 향후 재판실무상 상당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의 항소로 인하여 효력을 상실한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수의 판결례를 통하여 확립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비약적 상고장에는 비약적 상고의 효력만이, 항소장에는 항소의 효력만이 문제 된다고 보고, 관련 재판실무의 분명하고 안정적인 처리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제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제기한 상소가 상고인지 항소인지가 가변적이어서 재판실무에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피고인이 직접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취지로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음에도, 검사의 항소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표시된 의사와는 달리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로 의제되고, 그 후 검사의 항소가 취하되거나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73조 단서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는 다시 비약적 상고로 취급된다. 이 경우 항소 취하는 항소심 종국판결 전까지 가능할 것이므로, 항소심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보아 항소이유에 관한 증거조사 등의 심리를 진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항소 취하 등의 일방적 조치에 따라 종전까지 진행한 항소심 절차가 무위로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 이와 같은 절차 진행이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모든 하급심이 원용하는 중요한 선례가 되고,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일반 법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형사절차 규정의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을 허용한다면, 일반 법원 실무에서도 이러한 해석이 허용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재판실무를 담당하는 법관들이 문언상 해석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자의적인 해석을 개별적으로 시도하여 실질적으로 입법작용을 수행하는 결과에 이르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과 법치주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경계되어야 한다.
마.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에 대한 실질적 보장
1) 현행 절차 규정을 문언대로 해석하더라도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져온다고 할 수 없다.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이 항소기간 내에 검사의 항소장 접수통지를 받은 경우에는 항소기간이 지나기 전에 다시 항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유효한 상소를 제기할 기회가 있다.
나아가 설령 항소기간 경과 등으로 유효한 상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원심의 위법사유에 관하여 다투고 법원이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72조가 규정하는 비약적 상고이유는 법령적용의 착오 등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가 규정하는 직권조사사유에도 해당되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5. 16. 자 2002모338 결정 등 참조). 또한 항소심 및 상고심은 사건이 이심되어 심판대상이 된 이상 적법한 상소이유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의 사유에 대하여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384조).
따라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효력을 상실하더라도, 피고인은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로 원심의 위법사유에 관하여 얼마든지 주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상소심의 심리가 이루어지고, 주장이 이유 있고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면 직권으로 파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의 원심에서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법사유가 있는지 실질적으로 심리되었으며, 실제 하급심 실무도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2) 다수의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 상고권 제한 법리에 관한 판례에 따라 피고인의 상고권이 상실되거나 상고이유가 제한되어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석상 인정되는 상고권 제한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상고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면 그 해석을 달리하여 시정하는 것이 정도이고, 법률규정에 없는 항소제도를 창설하는 것은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판례 법리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아무런 상소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한 사안에서, 검사만 항소한 경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을 뿐인 항소심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어서 상고권이 없다거나(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866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상고심에서 사실오인이나 법령위반 등의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법령적용의 착오 등의 사유로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검사의 항소 제기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한 경우는 앞서 본 판례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과 달라서 피고인의 불복의사를 고려하여 상고권을 인정하는 해석을 하더라도 판례의 상고권 제한 법리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위와 같은 사안에서 상고권 제한 법리를 적용하여 상고를 부적법하다고 본 선례가 존재한다면 그 선례를 변경하는 것이 보다 정당한 해석론이다. 즉, 검사의 항소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더라도 애초 비약적 상고이유에 포함되는 사유에 관해서는 피고인이 항소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제기하여 상고이유를 주장할 수 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은 애초부터 상고심에서 법령적용의 착오 등에 관한 비약적 상고이유를 주장하고 판단받기를 희망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상고심 단계에서 이와 같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을 허용하는 것이 항소심 단계에서 항소로서의 효력을 의제하는 것보다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
바. 소결론
종전 판례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이상 비약적 상고와 항소 사이의 전환이나 의제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형사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입법자의 분명한 의사에 따른 것으로서 현행 법제에 부합하는 해석이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종전 판례에 근거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의 효력은 물론 항소로서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어 피고인의 적법한 항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의 항소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은 정당하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상고이유는 애초 비약적 상고이유에 포함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므로, 상고권 제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상고는 부적법하여 기각되어야 한다.
다수의견과 같이 현행 형사소송법의 비약적 상고에 관한 규정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면, 이는 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다. 다수의견이 가진 문제의식에 따르더라도 정당한 입법절차에 따라 제반 상소절차에 미치는 영향 및 비약적 상고와 관련하여 상정 가능한 다양한 경우를 면밀히 고려하여 형사소송법규에 요건과 절차, 효과 등을 분명하게 규정함으로써 형사절차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5.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가. 형사소송법 제372조, 제373조의 해석상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후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효력을 잃는데, 그와 같이 효력이 없어진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 다만 검사의 항소로 인하여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형사소송법 제372조의 비약적 상고이유를 주장하였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배척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그 사유를 들어 상고를 제기하고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다.
다수의견이 변경 대상 판결로 거시한 종전 판례는 피고인이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한 사안까지 포함하여 항소심판결 후 피고인의 ‘상고’가 일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법리와 배치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종전 판례는 변경 필요성이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원심에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거나 이를 포함하는 법률적 주장을 한 바 없으며, 나아가 상고심에서도 이를 주장한 바 없으므로 피고인의 상고는 부적법하여 기각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부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종전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는 내용이므로 이에 반대한다.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은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판단은 동일하나,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논거에 관해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는 점에서 견해를 달리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배척하는 이유도 달리한다. 따라서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과 별도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나. 비약적 상고와 항소가 경합되는 경우의 규율은 입법형성 범위 내의 문제로서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1)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 피고인 쌍방이 상소권을 가지는 경우에 일방이 비약적 상고를 하면 타방은 항소심 심급이익을 상실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동일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경우 판결의 모순·저촉이 발생할 수 있게 되므로 하나의 법원에서 상소심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각국의 입법례는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까지 부여하거나, 비약적 상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경우로 구분된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335조 제3항은 이 경우 비약적 상고는 항소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명문으로 규정한다. 즉, 독일법은 일정 시점까지 항소와 비약적 상고 사이의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 명문으로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
이와 같이 비약적 상고에 항소의 효력까지 부여할 것인지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있다. 형사소송법 제373조가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입법형태 중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함이 자연스럽고, 상소로서의 효력을 부정하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입법 취지나 법문의 규정형태에 부합한다.
2)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도 새로운 해석이 요구되어 판례변경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있다. 첫째로, 조문 자체는 개정되지 않았으나 그 조문의 해석·적용과 관련된 다른 제도가 신설되거나 변경되는 등 입법 측면에서 사정변경이 생겨서 종전의 해석론으로는 새로운 입법환경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거나 새로운 해석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2다4617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둘째로, 입법 당시에는 미처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상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그 이후 사회적·경제적·기술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게 된 경우가 있다(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된 비약적 상고는 위의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대부분 비약적 상고는 구속 피고인이 미결구금일수를 늘리면서 근거리, 소규모의 작은 교도소·구치소에서 구금되어 있기를 원하는 경우 많이 활용되고, 대법원에 곧바로 상고하여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에 신속을 기한다거나 법리적인 부분에 대한 신속한 불복을 통해 피고인의 이익을 회복한다는 등의 비약적 상고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비약적 상고를 받아들인 사례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현재 하급심법원의 재판실무상 직권판단이 확대·강화되어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 상세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피고인이 굳이 ‘법령의 미적용 또는 법령적용의 착오’에 대하여 비약적 상고이유로 주장하여야 할 필요성 또한 크지 않다.
3) 헌법 제27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은 제한 없이 상소심의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 보장하는 취지는 아니다.
모든 국민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나, 거기에 항소심재판을 받을 권리가 반드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1. 4. 22. 자 2017마6438 전원합의체 결정, 헌법재판소 2012. 7. 26. 선고 2009헌바29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특히 상고심재판의 경우 형사재판에 있어 사실인정이나 형의 양정은 사실심법원에서 행하고, 상고심법원은 법률심으로서 법령의 해석·적용의 통일을 기하는 것이 그 본래적 기능이고, 한정된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상고심재판의 법률심 기능을 제고할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상고권을 일정 범위에서 제한하는 것은 재판청구권과 무관하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20. 7. 16. 선고 2020헌바14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다. 다수의견이 피고인의 조건부 또는 추정적 의사를 기초로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1) 다수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의사에는 자신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제1심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지만, 만약 검사가 항소를 하는 경우에는 나도 항소로 다툴 의사가 있다.’는 의사는 일종의 조건부 의사 또는 추정적인 의사로서, 당사자의 조건부 의사를 받아들이거나 추정적인 내심의 의사까지 탐지하는 것은 재판절차에 관한 당사자의 소송행위 해석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다카198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5다11740 판결,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7다2848, 2855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은 상소장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359조, 제375조), 상소를 제기한 피고인의 의사 역시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표시된 의사에 따라야 할 것이다. 비약적 상고는 제1심판결에 법령적용의 잘못이 있는 경우에 항소권자가 항소심급의 이익을 포기하고 항소심을 뛰어넘어 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제도이고, 이는 항소심급의 이익을 포기하되 법률심이자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신속히 법률적 쟁점을 판단받는 방법으로 권리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가 규정하는 항소이유는 형사소송법 제372조가 규정하는 비약적 상고이유에 비하여 훨씬 광범위하다. 항소한 피고인은 양형부당, 사실오인 등을 다툴 수 있는 반면, 비약적 상고를 한 피고인은 양형부당, 사실오인을 다툴 수 없고 법률적 주장만을 할 수 있다. 즉,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법령의 적용을 잘못한 경우만이 비약적 상고이유가 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933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항소장’을 제출한 피고인의 의사와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한 피고인의 의사는 성격과 범위가 크게 달라 서로 구분되어야 한다.
2)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한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가 ‘어떤 사정으로 곧바로 상고심재판을 받지 않고 항소심재판을 받는다면 항소인으로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라고 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만약 피고인이 구치소에 비치된 용지 등을 사용하면서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피고인의 의사는 사실 ‘어떤 사유로 항소심재판을 받는다면 항소이유로 사실오인, 양형부당 등을 주장하고 싶다는 의사’라면, 이러한 피고인의 의사는 비약적 상고를 할 의사가 아니라고 보아야 하고, 오히려 처음부터 항소할 의사로 취급되어야 한다. 즉, 피고인의 의사가 불분명하거나 법률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거나 선해의 여지가 있을 경우 피고인의 상소를 ‘항소’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과 다른 쟁점이고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 의사가 명확한 경우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3) 다수의견은 ‘항소기간 준수 등 비약적 상고가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충족’하고, ‘피고인이 상고의 효력이 없더라도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을 다툴 의사가 존재할 것’을 전제로 하는 듯하다. 그런데 항소기간과 상고기간은 모두 7일이고 원심법원에 상소장을 제출하는 방식에 의하여야 하는 등 동일한 요건을 요구하므로 비약적 상고로서의 적법요건을 갖추었지만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찾을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함으로써 제한적으로 법률적 잘못만 다투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피고인에게 항소의 의사까지 인정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다수의견이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항소의 의사까지 인정하는 취지라면 다수의견이 말하는 ‘특별한 사정’은 존재할 여지가 없게 되고, 결국 다수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의제하는 결과와 마찬가지가 된다.
라. 상고권 제한 법리의 예외를 인정하여 피고인이 상고심에서 판단받을 기회는 보장될 수 있다.
1) 형사소송법과 같이 상대방의 항소가 제기되면 비약적 상고의 효력을 잃는 형태로 입법이 이루어진 경우, 비약적 상고를 통해 상고심의 판단을 받고자 하였던 피고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항소하였다는 이유로 상고심의 판단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적어도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등에 관하여 최고법원이자 법률심인 상고심의 판단을 받고자 하였던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고, 그 범위에서 피고인의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에 한정하여 피고인이 상고심에서 판단을 받을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러한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다수의견과 같이 막연하게 피고인의 의사를 추정하는 방법에 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항소법원은 기록의 송부를 받으면 항소인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2 제1항). 이러한 통지를 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한 경우에 법원은 피고인에게 비약적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을 받고자 하였던 의사가 존재하였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종전 판례에 의할 때 피고인에게 항소인의 지위가 부여되지 않았고 직권판단은 재판부의 재량적인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피고인이 항소이유서 기타 서면을 제출하는 등 법률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유죄의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고 상고이유서에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했다면 이러한 피고인은 보호 대상에 포함시킴이 타당하다.
2)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재확인한 위 대법원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함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더라도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위 법리는 상고심은 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사후심이므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은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들지 아니하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사항 이외의 사유에 대하여는 이를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이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4866 판결은 검사만이 항소한 사건에서 그 항소를 기각한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판결이 아니므로 상고의 이익이 없는 피고인에게 상고권이 생기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위 각 판결과 더불어 같은 취지로 상고권 제한에 관하여 판시한 대법원의 많은 선례를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검사의 항소로 비약적 상고가 효력을 상실한 경우 일률적으로 피고인의 상고가 부적법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상고권 제한 법리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고심의 법령 해석의 통일 기능 확보, 상고 제기의 적법요건으로서 상고의 이익 등의 요청에 따라 ‘해석’으로 정립된 것이므로, 선례에서 명시하지 않은 영역은 해석론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소송절차의 진행 결과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입었고 상고심의 기능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만한 경우에는 위 법리 적용의 특별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쟁점인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함으로써 특정한 법률판단을 다투는 의사를 명백히 하였음에도 비약적 상고가 효력을 잃었다는 사실’은 상고권 제한 법리의 기본 취지를 공감하더라도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된다.
3) 형사소송법 제372조의 비약적 상고이유는 ‘법령의 미적용 또는 법령적용의 착오’, ‘형의 폐지·변경 또는 사면’으로서 이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의 직권조사사유에 해당한다. 항소심 및 상고심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의 사유에 대하여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384조), 비약적 상고이유는 직권심판의 대상도 된다. 또한 위 대법원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도 상소심의 직권심판권을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위한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은 모든 경우까지 상고권 제한 법리의 예외를 인정할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검사의 항소로 계속된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직권조사 내지 직권심판 사항에 관하여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내용을 주장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다시 주장하기 위해 상고를 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 나아가 항소심에서 적법한 항소로 취급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사항을 주장하지 않았으나, 상고심에 이르러 주장을 한 경우에 그 상고도 허용되어야 한다. 반면 피고인이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모두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상고는 부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 이 사건의 결론
1)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21. 7. 27.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고, 비약적 상고의 취지가 문면상 명백하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검사는 2021. 7. 28.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나) 원심법원은 2021. 8. 17.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발송하였다.
다) 피고인은 2021. 9. 1. 원심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였는데, 심신장애와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취지이다. 위 항소이유서에 첨부된 문건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출소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 ‘원심이 정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간이 너무 길다.’ 등의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라) 한편 위 항소이유서 첫장에는 ‘피고인은 제1심판결을 존중하여 항소를 하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검사가 항소를 하여 어쩔 수 없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한다.’는 취지를 기재하였다.
마)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상고이유로 심신장애, 전자장치 부착기간 과다를 주장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법리오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제시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먼저 피고인이 항소가 아니라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고자 한 의사가 분명하게 표시되었으므로 사실상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선해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심신장애, 양형부당, 부착기간 과다를 주장하였을 뿐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을 전혀 한 바 없고, 상고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고이유로 주장한 비약적 상고에 관한 법리오해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관한 종전 판례에 따라 원심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여, 애초 제1심판결에 대한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법률적 주장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상고는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3)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았으나, 직권으로 피고인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사정과 피고인의 범죄전력, 그 밖에 여러 양형조건들 및 이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재범의 위험성 등에 비추어 원심이 정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전자장치 부착명령 기간이 너무 길어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부가하였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의 항소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와는 다르다. 이 점에서도 원심을 파기할 사유가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에 관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 2개의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논거와 견해에 대하여 답변을 하고자 한다(이하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을 ‘반대의견1’이라 하고,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을 ‘반대의견2’라 하며, 2개의 반대의견을 통칭하여 ‘반대의견’이라 한다).
나.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하여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대안은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하거나 종전 법리와 정합성 등의 문제가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1)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가 규정하는 항소심의 직권조사사유, 제364조 제2항, 제384조가 규정하는 상소심의 직권심판권만으로는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 충분히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상소심이 피고인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주장에 대하여 직권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다는 것과 적법한 상소이유로 심판대상이 되어 심리·판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보장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상소심이 직권판단을 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받지 못하고, 상소심이 어떠한 근거로 직권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보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의 직권조사사유는 관할위반, 소송조건의 존부, 형의 폐지·변경 등 원심판결에 일반적·추상적 사유에 관한 하자가 존재하여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무관하게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할 의무가 인정되는 사항으로서, 그 성격상 비약적 상고이유를 전부 포함할 수 없다. 또한 상고심에서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와 같은 규정이 없어 소송조건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권조사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의 항소심의 직권심판권, 제384조의 상고심의 직권심판권은 직권조사사유보다 대상이 넓기는 하나, 이는 상소심의 의무가 아니라 권한이고 그 발동 여부는 상소심의 재량에 달려 있다. 상소심의 직권심판권은 의무적 심판대상인 상소이유에 대한 판단과 비교하여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크게 미흡하다.
2)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에 대하여 상고권 제한 법리를 완화하거나 그 예외를 인정하는 반대의견의 해석은, 종전 판례를 그대로 따를 경우 피고인에게 소송절차상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보아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서 다수의견과 문제의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이는 종래 이론상·실무상 확립된 상소에 관한 법리와 정합성이 맞지 않고,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심 단계에서 아무런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상고심 단계에서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사유를 주장할 경우 적법한 상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의 항소만이 심판대상이 되어 이를 기각하였을 뿐인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상고권을 인정하는 것은 상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의 기본체계와 조화되기 어렵다. 또한 항소심 단계에서 비약적 상고가 소송행위로서 갖는 효력이 절차상 이미 소멸하였음에도 상고심 단계에서 특정 조건 아래 다시 되살아난다고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이러한 해석이 형사절차의 안정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다.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함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를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가 판례상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반대의견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심 단계에서 아무런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상고심 단계에서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사유를 주장할 경우 적법한 상고이유로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경우에도 상고이유로 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상고이유 제한 법리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반대의견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피고인이 제기한 비약적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고 항소심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피고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검사의 항소라는 일방적 조치에 따른 결과이다. 피고인이 어차피 항소심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항소심에서부터 제1심판결의 위법사유를 적법한 상소이유로 주장하여 심판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보호가치가 인정되는 합리적인 기대이다.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복의사를 표시한 피고인에게 굳이 항소인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다가 상고심에 이르러서야 적법한 상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피고인의 신속한 구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심급제도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항소심 단계에서 항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다가 상고심 단계에서 상고를 인정하는 것은 항소심의 종국 기능을 침해하는 한편 상고심에만 과도한 심판의무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제1심과 항소심에서의 종국을 중시하는 심급제도 운영의 방향성에도 역행한다고 보인다.
3) 한편 반대의견1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이 항소기간 내에 검사의 항소장 접수통지를 받은 경우에는 항소기간이 지나기 전에 다시 항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유효한 상소를 제기할 기회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항소기간이 7일로서 비교적 단기간이므로, 피고인이 검사의 항소장 접수통지를 송달받게 되는 시기는 대체로 이 사건과 같이 항소기간이 지난 이후가 될 것이다. 설령 항소기간 중 일부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전문가가 아닌 피고인이 다시 항소장을 제출하여야 한다는 점을 파악하여 항소기간 경과 전에 이를 제출하는 등 짧은 기간 내에 신속·적절한 법률적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어느 경우든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의 기회가 상당 부분 실질적으로 제약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 다수의견의 해석론이 형사소송절차의 안정성을 저해한다거나 재판실무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대방인 검사의 항소가 제기된 경우 검사의 심급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그 후 검사의 항소가 취하 등으로 효력을 상실한 경우 항소심 절차가 중단되며 다시 대법원으로 이심되어 비약적 상고절차가 진행된다. 이와 같은 절차 진행은 형사소송법 제373조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쟁점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다수의견이 형사소송절차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2)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상고의 효력을 상실하므로 제1심법원은 소송기록을 항소법원으로 송부하여야 하고, 항소법원은 기록 송부를 받은 때 즉시 검사와 피고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61조, 제361조의2).
다수의견에 따를 때 종전 재판실무와 달라지는 것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를 항소로 취급하여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에 따라 항소이유 제출기한 내에 적법한 항소이유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는 부분이다. 이는 형사소송법 명문규정이 예정한 절차의 진행에 별다른 변경 없이 어차피 항소심이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상소장을 제출한 피고인을 항소인으로 인정하는 것뿐이어서 특별히 재판실무가 혼란스러워진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쟁점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이므로, 동일한 사안에 관한 종전 판례를 변경 대상 판례로 삼는 것이다.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비약적 상고의 효력을 다르게 취급할 것인지 여부는 향후 검사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사안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다.
한편 항소이유 기재의 적법 여부, 항소심의 직권조사 및 직권심판의 범위, 과형상 일죄 중 일부 유죄·일부 무죄인 경우 상소심의 심판범위 등에 관해서 피고인이 상소한 경우와 검사가 상소한 경우를 다르게 취급하는 판례 법리가 존재하므로, 반대의견1의 견해와 같이 비약적 상고에 관하여 피고인과 검사를 다르게 취급하는 결과가 반드시 부적절하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주심) |
231,753 | 전부금 | 2021나2034016 | 20,220,520 | 선고 | 서울고법 | 민사 | 판결 : 상고 | 甲이 乙 주식회사의 국가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압류 및 전부할 채권으로 ‘乙 회사가 국가에 대하여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될 공사대금채권 중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 단,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른 압류가 금지되는 노임채권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표시된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다음 국가를 상대로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자, 국가가 공사도급계약서에 임금액의 범위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미지급 공사대금 중 노무비 상당액은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라 압류가 금지된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위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임금이 명시된 각 내역서가 부속서류로서 계약서의 일부가 되어 계약서 자체에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분명하게 적은 것으로 인정되므로, 위 내역서에 표시된 노무비 상당에는 압류 및 전부명령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음, 다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기지급 공사대금 중 노무비에 충당된 액수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미지급 공사대금 중 압류가 금지되는 임금의 범위는 수정계약서상 총공사대금 중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 甲이 乙 주식회사의 국가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압류 및 전부할 채권으로 ‘乙 회사가 국가에 대하여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될 공사대금채권 중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 단,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른 압류가 금지되는 노임채권은 제외한다.’는 내용이 표시된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은 다음 국가를 상대로 전부금의 지급을 구하자, 국가가 공사도급계약서에 임금액의 범위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미지급 공사대금 중 노무비 상당액은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라 압류가 금지된다고 항변한 사안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4조 제2항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상 압류가 금지되는 임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임금을 도급계약서에 분명하게 적어야 하고, 도급계약서의 부속서류에 노임의 합산액을 구분하여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는 경우 그 부속서류도 계약서의 일부라고 할 것이므로 도급계약서 자체로 노임액이 얼마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게 되는데, 乙 회사가 최초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와 최종적으로 계약을 변경할 당시에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을 구분하여 명시하고 각 공정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별하여 기재한 뒤 금액을 합산하여 산출하는 내용의 내역서를 각각 작성하여 공사도급계약서 및 수정계약서의 붙임서류로 제출한 점, 공사도급계약의 특수조건은 공사도급계약서에 노무비를 표시한 내역서가 첨부되어 있음을 전제로 규정되었다고 보이는 점, 위 내역서를 통해 노무비의 합산액을 재료비, 경비 등 다른 항목의 비용과 명확하게 구분하여 산출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위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임금이 명시된 각 내역서가 공사도급계약서 및 수정계약의 부속서류로서 계약서의 일부가 되어 계약서 자체에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분명하게 적은 것으로 인정되므로, 위 내역서에 표시된 노무비 상당에는 압류 및 전부명령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음, 다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기지급 공사대금 중 노무비에 충당된 액수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미지급 공사대금 중 압류가 금지되는 임금의 범위는 수정계약서상 총공사대금 중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4조 | null | 【원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경태)
【피고, 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대한민국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8. 12. 선고 2020가합587459 판결
【변론종결】
2022. 4. 29.
【주 문】
1. 원고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주식회사 제이에스씨[주소: 원주시 (주소 생략)]로부터 37,180,290원 또는 별지 목록 기재 보증서를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22,863,411원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부대항소취지】
1. 청구취지 및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3,910,780원 및 그중 15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나머지 53,910,78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부대항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서 부대항소를 통해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와 주식회사 제이에스씨의 도급계약
1) 피고는 2017. 12. 26. 주식회사 제이에스씨(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장산종합건설, 이하 ‘제이에스씨’라 한다)에 ○○연대 GOP 지하지휘소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주었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2) 피고와 제이에스씨가 이후 2018. 7. 31., 2018. 11. 30., 2019. 7. 1. 각 이 사건 도급계약을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정해진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2017. 12. 26. 계약체결 당시 작성된 공사도급계약서를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2019. 7. 1. 작성된 최종 수정계약서를 ‘이 사건 수정계약서’라 한다).
공사기간: 2017. 12. 26.~2019. 7. 1.공사대금: 1,239,343,000원지체상금률: 0.1%하자보수보증금률 및 금액: 3% / 37,180,290원
3) 피고는 제이에스씨에 2018. 2. 13.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선급금으로 780,000,000원을, 2018. 11. 14. 공사근로자 노무비(2018년 10월분)로 33,485,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4) 이 사건 공사는 2018. 12. 20. 1차 기성부분에 대한 준공검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1차 기성공사대금은 596,472,040원으로 산정되었으며, 피고와 제이에스씨는 위 선급금 780,000,000원 중 391,176,023원[= 780,000,000원 × (1차 기성공사대금 596,472,040원 / 당초 계약금액 1,189,357,640원), 원 미만 반올림]을 1차 기성공사대금에 충당하였다.
5) 1차 기성공사대금 중 선급금으로 충당된 391,176,023원과 노무비로 지급된 33,485,000원을 제외하면 171,811,017원(= 596,472,040원 - 391,176,023원 - 33,485,000원)이 남게 되는데, 피고는 2018. 12. 30. 제이에스씨에 10원 미만을 절사하고 171,811,010원을 지급함으로써 1차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을 완료하였다.
6) 이 사건 공사는 2019. 11. 30. 완료되었고, 준공정산 결과 이 사건 공사의 준공대금은 1,189,206,790원으로 확정되었으며, 그중 피고의 제이에스씨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이하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이라 한다)은 203,910,780원(= 1,189,206,790원 - 선급금 780,000,000원 - 공사근로자 노무비 33,485,000원 - 1차 기성공사대금 잔액 171,811,010원)이다.
나.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 작성
원고는 2019. 3. 20. 제이에스씨에 대한 300,000,000원의 대여금 채권에 기하여 공증인가 법무법인 한울 작성 증서 2019년 제521호로 300,000,000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
다. 공사대금채권 압류 및 전부명령의 발령 및 확정
1) 원고는 위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 정본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9타채11049호로 아래와 같이 제이에스씨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19. 4. 2. 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부명령’이라 한다).
채권자: 원고청구금액: 300,000,000원압류 및 전부할 채권의 표시채무자(제이에스씨)가 제3채무자(피고)에 대하여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될 공사대금채권(공사명: ○○연대 GOP 지하지휘소 신축공사) 중 위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 단,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른 압류가 금지되는 노임채권은 제외한다.
2) 이 사건 전부명령은 2019. 4. 4. 피고에게 송달된 뒤, 2019. 5. 3.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주위적 청구(전부금 청구)에 관한 판단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피고가 제이에스씨에 미지급한 공사대금이 203,910,780원인 사실, 이 사건 전부명령이 2019. 4. 4. 원고에게 송달된 뒤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제이에스씨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 203,910,7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압류 금지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피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에는 임금액의 범위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 중 노무비 상당액은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며, 압류 금지의 범위는 73,636,101원[= 203,910,780원 × (총노무비 390,404,935원 /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총 공사대금 1,081,097,084원),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이다.
(2) 원고
을 제8호증의 1, 2는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및 수정계약서에 첨부되었던 서류라 볼 수 없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자체의 기재만으로는 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에는 압류 금지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설령 압류 금지의 효력이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 203,910,780원에 2차 기성공사대금 중 노무비의 비율인 0.2935[= (총 노무비 390,404,935원 - 1차 기성공사대금 중 노무비 216,414,566원) / (준공금액 1,189,206,790원 - 1차 기성공사대금 596,472,040원), 소수점 다섯째 자리 이하는 버림, 이하 같다]를 곱한 59,847,813원(= 203,910,780원 × 0.2935)이다.
나) 구체적 판단
(1) 관련 법령 및 법리
(가)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의하면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도급금액 중 그 공사(하도급한 공사를 포함한다)의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은 압류할 수 없고(제1항), 위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범위와 산정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제2항). 이에 따라 규정된 같은 법 시행령 제84조 제1항에 의하면, 위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은 해당 건설공사의 도급금액 중 산출내역서에 적힌 임금을 합산하여 산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 의하면 건설공사의 발주자(하도급의 경우에는 수급인을 포함한다)는 위 제1항에 따른 임금을 도급계약서 또는 하도급계약서에 분명하게 적어야 한다. 한편 도급계약서의 부속서류에 노임의 합산액을 구분하여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는 경우 위 부속서류도 계약서의 일부라고 할 것이므로 도급계약서 자체로 노임액이 얼마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57377 판결 참조).
(나)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서 건설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도급금액 중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최소한도로 보장하려는 헌법상의 사회보장적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근로자의 임금 등 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규정과 함께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압류가 금지된 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부명령은 압류채권의 지급에 갈음하여 피전부채권을 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자에게로 이전하는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전부명령의 전제가 되는 압류가 무효인 경우 그 압류에 기한 전부명령은 절차법상으로는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실체법상으로는 그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하는 의미의 무효라 할 것이고, 따라서 제3채무자는 압류채권자의 전부금 지급청구에 대하여 위와 같은 실체법상의 무효를 들어 항변할 수 있다(대법원 2000. 7. 4. 선고 2000다21048 판결 참조).
(2)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및 수정계약서에 임금이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
(가) 을 제1 내지 3, 5, 8, 1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는 "붙임서류"란에 "원가및내역서"가 포함되어 있고, 그 말미에 "붙임의 계약문서에 의하여 위의 공사에 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다."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으며, 이 사건 수정계약서의 "붙임서류"란에도 "원가및내역서(변경)"가 포함되어 있다.
②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서 이 사건 도급계약의 상세내용을 조회한 화면을 보면 "계약제출서류"란에 첨부서류로 "원가및내역서"가 기재되어 있고, 그 첨부파일명은 "1.계약내역_○○연대GOP지하지휘소신축공사.xlsx"이다. 아울러 위 화면에 나타나는 "계약참조서류"란에는 첨부서류로 "원가계산서"가 기재되어 있고, 그 첨부파일명은 "원가계산서.xlsx"이다.
③ 준공보고서에 첨부된 준공원가계산서 중 "계약금액"란의 각 금액은 총괄원가계산서(변경내역서)(을 제8호증의 2)의 "변경설계"란 중 "합계"란의 각 금액과 일치하며, 준공보고서에 첨부된 총괄원가계산서(준공내역서)는 을 제8호증의 2와 동일한 양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④ 을 제8호증의 1, 2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을 구분하여 명시하고, 각 공정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별하여 기재한 뒤 금액을 합산하여 산출하고 있다.
⑤ 이 사건 도급계약의 특수조건 제21조 제5항 제2호, 제3호는 각각 "계약의 원칙에 의거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내역서상 노무비를 공급자의 노무비 전용계좌에 지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제이에스씨는 2017. 12. 26. 최초로 계약을 체결할 당시와 2019. 7. 1. 최종적으로 계약을 변경할 당시에 을 제8호증의 1, 2와 동일한 내용의 내역서를 각각 작성하여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및 수정계약서의 붙임서류로 제출한 점, 이 사건 도급계약의 특수조건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에 노무비를 표시한 내역서가 첨부되어 있음을 전제로 규정되었다고 보이는 점, 위 각 내역서를 통해 노무비의 합산액을 재료비, 경비 등 다른 항목의 비용과 명확하게 구분하여 산출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의 경우 임금이 명시된 위 각 내역서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서 및 수정계약의 부속서류로서 위 각 계약서의 일부가 된다고 할 것이고, 위 각 계약서 자체에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분명하게 적은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은 위 각 내역서에 적힌 노무비를 토대로 산정하여야 하고, 이 사건 전부명령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른 노임채권은 압류 및 전부할 채권에서 제외된 것이므로, 위 "원가및내역서"에 표시된 노무비 상당에는 이 사건 전부명령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3) 압류 금지의 범위
(가) 을 제8호증의 2, 제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수정계약서상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사대금은 1,126,675,581원이고 노무비는 392,083,934원(= 직접노무비 355,793,045원 + 간접노무비 36,290,889원)인 사실, ② 이 사건 도급계약의 특수조건 제21조 제3항 단서는 "노무비를 포함하여 선급금을 지급하였을 경우 공급자가 선급금으로 노무비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나) 위 인정 사실과 을 제1 내지 6,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기지급 공사대금 중 노무비에 충당된 액수를 특정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않은 점, 공사대금 중 일부만 지급한 경우 그중 얼마를 노무비로 산정할지는 약정한 바가 없는 점, 피고가 제이에스씨에 지급한 선급금은 그 일부를 노무비로 사용할 것을 예정하였으나 실제로 노무비에 충당된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에 더하여, 건설산업기본법과 그 시행령에서 압류할 수 없는 임금을 도급계약서에 분명하게 적어야 한다고 규정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 중 압류가 금지되는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은 이 사건 수정계약서상의 총공사대금 중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정함이 상당하다.
(다) 그렇다면 이 사건 도급계약의 총공사대금 중 노무비의 비율은 0.3044(= 수정계약상 노무비 392,083,934원 / 총공사대금 1,288,019,318원)이므로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 203,910,780원 중 62,070,441원(= 203,910,780원 × 0.3044)은 임금에 상당하는 금액으로서 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나, 그 나머지 금액인 141,840,339원(= 203,910,780원 - 압류 금지 채권액 62,070,441원)은 압류가 가능한 금액이라 할 것이므로 그 부분에 대한 전부명령은 유효하다. 피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라) 이에 대하여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이었고 실질적으로는 제이에스씨로부터 받지 못한 노무비를 지급받기 위해 이 사건 전부금 청구에 이르렀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임금에 대한 압류 금지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임금채권이 아니라 제이에스씨에 대한 대여금채권에 기초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한 후 이 사건 전부명령을 얻은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지체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의 제이에스씨에 대한 이 사건 공사의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다.
나) 구체적 판단
(1) 상계 허용 여부
(가)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압류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상계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기 위하여는, 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에 대립하는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거나, 그 당시 반대채권(자동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것이 피압류채권(수동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74703 판결 참조).
(나)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의 경우 그 성립과 동시에 이행기에 놓이게 되고 채권의 성립과 동시에 언제든지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그 채권의 성립일에 상계적상에서 의미하는 이행기가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87515 판결 참조).
(다) 피고와 제이에스씨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지체상금률을 0.1%로, 공사대금을 1,239,343,000원으로 약정한 사실, 이 사건 공사의 준공일이 2019. 11. 30.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의 지체일이 96일(= 지체 시작일인 2019. 7. 2.부터 지체 종료일인 2019. 11. 30.까지 152일 - 지체 제외일 56일)인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제이에스씨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의 지체상금 118,976,928원(= 공사대금 1,239,343,000원 × 지체상금률 0.1% × 96일 지체, 원 미만 버림)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피고가 자동채권으로 주장하는 지체상금채권이나 피압류채권인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되어 목적물이 인도되었다고 볼 수 있는 2019. 11. 30.경 발생하는 것으로, 양 채권의 이행기가 동시에 도래하는 경우이므로 상계가 가능하고, 피고의 상계 의사표시가 기재된 2020. 9. 14. 자 준비서면 부본이 같은 날 원고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로써 원고의 유효한 전부명령에 기한 전부금채권 141,840,339원은 상계적상일인 2019. 11. 30.로 소급하여 위 지체상금채권 118,976,928원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전부금채권은 22,863,411원(= 141,840,339원 - 118,976,928원)이 남게 된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2) 감액 여부
(가) 원고는, 피고가 설계변경 요구 등으로 준공 지연에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시행규칙 제75조 제1호에 정하는 지체상금률이 0.05%임에 비해 이 사건 도급계약상 지체상금률은 그 두 배인 0.1%로서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들어 지체상금의 감액을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을 제2, 3,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도급계약의 내용이 세 차례 변경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중 두 번은 계약변경사유가 공기연장이었고, 설계변경으로 인한 계약변경은 한 번 뿐이었으며, 달리 피고가 빈번하게 설계변경을 요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피고는 이미 이 사건 공사의 지연일수인 152일에서 부득이한 사유 등으로 피고의 명시적인 요청에 의하여 공사가 중단된 통제일수인 56일[= 태풍 북상에 따른 GOP 지역 현장 안전관리 및 공사 통제 9일 + △△사단 GOP 지역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에 따른 민간인 통제 31일 + GOP지역 출입 민간인 경계 병력 휴무일 휴식여건 보장, 주말 공사 통제 16일]을 제외하고 남은 96일만을 지체일수로 주장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계약의 입찰공고일인 2017. 12. 13.경 시행되던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2017. 12. 28. 기획재정부령 제6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제1호는 공사계약의 지체상금률을 1000분의 1로 정하였던바, 이 사건 도급계약의 지체상금률은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높게 정하여진 것이 아닌 점, 원고가 주장하는 0.05%의 지체상금률은 2017. 12. 28. 개정·시행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5조 제1호상의 수치인데, 부칙 제2조에 의하면 위 개정 규정은 "이 규칙 시행 이후 입찰공고를 하거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므로 이 사건 도급계약에는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지체상금의 감액을 주장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제이에스씨에 대한 37,180,290원 상당의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을 갖고 있는바, 제이에스씨의 위 하자보수보증금채무는 피고의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무와 선이행관계에 있거나 적어도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위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이 이 사건 전부명령의 효력 발생 후에 성립하였더라도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상계 허용 여부
(가) 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타의 채무와의 상계를 허용한다면 상계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대방의 항변권행사의 기회를 상실케 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와 같은 상계는 그 성질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25242 판결 등 참조). 채무자인 원고가 현금의 지급뿐 아니라 보증서 등의 제출로도 이행할 수 있는 항변권이 붙어 있는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공사대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채권자인 피고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은 항변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그러한 상계는 부적법하여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9051 판결 등 참조).
(나)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와 제이에스씨는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 하자보수보증금률은 3%, 하자보수보증금은 계약금액의 3%인 35,680,730원으로 정한 사실, 이후 계약금액이 변경되면서 하자보수보증금은 37,180,290원으로 변경된 사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특수조건 제24조 제2항은 ‘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아니한 사항은 국가재정법, 국가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국가계약법 제1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62조 제5항에 의하면 하자보수보증금은 현금 또는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 제2항 각호의 보증서 등(이하 ‘보증서 등’이라 한다)으로 납부하게 하여야 하고, 위 조항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적용되는바, 제이에스씨는 보증서 등의 제출로써 하자보수보증금 상당의 현금 지급에 갈음할 수 있으므로 도급인인 피고가 제이에스씨에 대한 하자보수보증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과 상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의 위 상계항변은 이유 없다.
(2) 선이행 내지 동시이행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국가계약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의 도급계약의 경우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그 공사의 하자보수 보증을 위하여 하자보수보증금을 내도록 하여야 하고, 제2항에 의하면 제1항에 따른 하자보수보증금의 금액, 납부시기, 납부방법, 예치기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같은 법 시행령 제62조 제2항에 의하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위 하자보수보증금을 당해 공사의 준공검사 후 그 공사의 대가를 지급하기 전까지 납부하게 하도록 하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52조에 의하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의 준공검사를 마친 때에는 그 공사대가의 최종지출 시까지 위 하자보수보증금을 납부하게 하여야 한다.
(나)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도급인에게 하자보수보증금을 현금 또는 보증서 등으로 납부 또는 제출하기로 약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의 하자보수보증금채무는 도급인의 공사대금채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9051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24176 판결 등 참조).
(다) 살피건대 제이에스씨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 하자보수보증금 약정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제이에스씨는 국가계약법 제1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62조 제5항,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에게 위 하자보수보증금 37,180,290원 또는 같은 금액 상당의 보증서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위 시행규칙 제52조는 ‘공사대금의 최종납부 시까지’ 하자보수보증금을 납부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하자보수보증금 지급의무와 공사대금 지급의무를 동시이행관계로 본 취지로 해석되는 점, 국가기관이 당사자가 되어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라 하여도 그 본질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 없으므로 하자보수보증금 지급의무와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는 위 법리를 이 사안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제이에스씨의 하자보수보증금 지급의무와 피고의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 지급의무는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볼 것이다.
(마) 결국 피고는 제이에스씨로부터 하자보수보증금 37,180,290원 또는 같은 금액 상당의 보증서 등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전부금 잔액 22,863,411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위 동시이행항변은 이유 있다.
5)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제이에스씨로부터 하자보수보증금 37,180,290원 또는 별지 목록 기재 보증서를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전부금 잔액 22,863,411원(= 미지급 공사대금 203,910,780원 - 압류 금지 부분 62,070,441원 - 지체상금채권 118,976,928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예비적 청구(대위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 중 압류가 금지되는 노무비 상당액 부분에 대한 전부명령이 무효라면, 예비적으로 원고의 제이에스씨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제이에스씨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 중 위 노무비 상당액 부분을 대위행사한다.
2) 구체적 판단
가) 압류를 허용하지 않는 권리는 채권자의 일반담보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다(대법원 1981. 6. 23. 선고 80다1351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미지급 공사대금채권 중 노무비 상당액 부분은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이므로 금전채권자인 원고는 이에 대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별 지] 목록: 생략
판사 지영난(재판장) 장준아 이재혁 |
231,029 | 손해배상(기) | 2021나2038063 | 20,220,520 | 선고 | 서울고법 | 민사 | 판결 : 상고 | 甲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乙이 甲과의 사이에 진행된 소송에서 매매계약 계약해제 여부가 다투어지던 중 丙 등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자, 甲이 배임죄에 해당하는 위법한 부동산 이중매매라고 주장하며 乙에 대하여 불법행위 또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甲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乙에게 배임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乙의 甲에 대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에 빠졌다고 할 것이므로, 乙은 甲의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 甲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乙이 甲과의 사이에 진행된 소송에서 매매계약 계약해제 여부가 다투어지던 중 丙 등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자, 甲이 배임죄에 해당하는 위법한 부동산 이중매매라고 주장하며 乙에 대하여 불법행위 또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한 사안이다. 소송 절차에서 甲과 乙 모두 계약해제를 주장한 경위에 비추어 乙로서는 丙 등과의 매매계약 당시 이미 甲과 乙 모두에게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점, 제1심법원은 甲과 乙 사이에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되었음을 확인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는데, 위 화해권고결정의 내용 및 송달 경위 등에 비추어 乙로서는 丙 등의 등기 당시 甲과의 매매계약이 화해권고결정의 내용과 같이 합의해제되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매매계약의 위반 외에 乙에게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및 그로 인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甲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乙에게 배임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乙이 甲에게 목적물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丙 등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거나 다시 乙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乙의 甲에 대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에 빠졌다고 할 것이므로, 乙은 甲의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민법 제103조, 제186조, 제398조 제1항, 제3항, 제543조, 제546조, 제551조, 제568조, 제750조 | null | 【원고, 항소인】
망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종현)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현진 담당변호사 김정동)
【제1심판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1. 9. 17. 선고 2020가합75456 판결
【변론종결】
2022. 4. 29.
【주 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2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 28.부터 2022. 5. 2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80%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249,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7. 14.부터 2022. 1. 27.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210,000,000원 및 그중 3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9. 9. 3.부터, 150,000,000원에 대하여는 2020. 4. 16.부터, 30,000,000원에 대하여는 2020. 5. 21.부터 각 2020. 9. 7.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이 법원에서 주위적 청구를 추가하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제1 주위적 청구로,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제2 주위적 청구로 하고, 기존의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하였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2019. 9. 2.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에게 평택시 (주소 1 생략) 전 506㎡(이하 ‘분할 전 제1 토지’라 한다) 중 304/506 지분 및 (주소 2 생략) 전(2021. 3. 12.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었다) 888㎡(이하 ‘제2 토지’라 한다) 중 50/888 지분을 3억 500만 원에 매도하면서, 계약금 3,000만 원을 계약 체결 시에, 중도금 1억 5,000만 원을 2019. 10. 15.에, 잔금 1억 2,500만 원을 2019. 11. 14.에 각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하고, 같은 해 9. 3. 망인으로부터 위 계약금 3,000만 원을 수령하였는데, 위 매매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부동산(토지) 매매계약서 [...] 2. 계약내용 제2조(목적)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잔금 수령과 동시에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교부하고 등기절차에 협력하여야 하며, 위 부동산의 인도일은 2019. 11. 14.로 한다. 제3조(제한물권 등의 소멸) 매도인은 위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 지상권, 임차권 등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사유가 있거나 제세공과금 기타 부담금의 미납 등이 있을 때에는 잔금 수수일까지 그 권리의 하자 및 부담 등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이전한다. 다만 승계하기로 합의하는 권리 및 금액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 제6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의 예정) 매도인 또는 매수인은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 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 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 [...] [특약사항] [...] 4. 중도금 시까지 (주소 1 생략) 506㎡ 중 가분할도상 (가)와 (나) 중 304㎡ (나)로 분할하며, 잔금 시까지 대출금은 모두 상환한다. [...]
나. 분할 전 제1 토지는 2020. 1. 23. 평택시 (주소 1 생략) 전 202㎡(이하 ‘제1 토지’라 한다)와 (주소 3 생략) 전 304㎡(이하 ‘제3 토지’라 한다)로 분할되었다.
다. 피고는 2020. 4. 8. 대리인을 통하여 망인에게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분할 전 제1 토지를 분할한 뒤 망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면서 2020. 3. 31.까지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을 최고하였으나 망인은 그 이행을 하지 않았다.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토지들의 각 소유권 이전을 위한 일체의 서류를 구비하여 법무법인에 이를 위탁하였고, 망인에게 2020. 4. 20.까지 미지급된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재차 최고한다. 만약 중도금 및 잔금을 지급하지 않을 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채무불이행에 따라 해제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라. 망인은 2020. 4. 16. 피고에게 중도금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는 같은 달 23일 망인에게 매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마. 한편 피고는 2018. 6. 22. 경기남부수산업협동조합(이하 ‘경기남부수협’이라 한다)에 분할 전 제1 토지와 제2 토지 중 114/888 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7억 2,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줌과 동시에 분할 전 제1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을 설정해주었고, 2019. 11. 13. 소외 2에게 분할 전 제1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억 6,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으며, 위 각 근저당권은 토지 분할 후 제1 토지와 제3 토지에 그대로 전사되었다.
바. 이후 피고는 2020. 5. 14. 위 소외 2 명의의 근저당권을 모두 말소하고, 같은 달 21일 위 경기남부수협 명의의 근저당권과 지상권을 모두 말소한 다음, 안중제일신용협동조합(이하 ‘안중신협’이라 한다)에 제1 토지, 제3 토지 및 제2 토지 중 피고 명의의 90/888 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억 8,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줌과 동시에 제1 토지, 제3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을 설정해주고, 평택시 (주소 4 생략) 토지, (주소 5 생략) 토지, (주소 6 생략) 토지 및 제2 토지 중 피고 명의의 24/888 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4억 8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
사. 피고는 2021. 3. 15. 소외 3, 소외 4(이하 ‘소외 3 등’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인 제3 토지 및 제2 토지 중 50/888 지분을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이하 ‘제2매매계약’이라 한다), 그에 따라 2021. 7. 13. 위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이하 ‘이 사건 등기’라고 한다).
아. 망인은 제1심판결 선고 이후인 2022. 2. 20. 사망하였고, 사망 당시 상속인으로는 자녀인 원고, 소외 5, 소외 6이 있었다. 소외 5, 소외 6은 망인의 상속재산에 관한 상속포기 신고를 하여 2022. 4. 12. 위 신고가 수리되었고(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2느단60243), 최종적으로 원고가 이 법원에서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7, 11, 14 내지 17호증(이상 가지번호 있는 것은 모두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제1 주위적 청구)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진행 중인 2021. 7. 13. 소외 3 등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관한 망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집행을 불가능하게 하고자 악의적으로 이 사건 등기를 마쳐주었으므로, 이는 배임죄에 해당하는 위법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금 2억 4,900만 원(= 이 사건 등기 당시 각 대상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 합계 3억 7,400만 원 - 이 사건 매매계약의 미지급 매매대금 1억 2,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제2 주위적 청구)
이 사건 매매계약상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피고가 소외 3 등에게 제2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이 사건 등기를 마쳐준 이상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이행불능이 되었고, 망인은 2022. 1. 26.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의 송달로 위 이행불능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금 2억 4,9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예비적 청구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제3조 및 특약사항 제4항에 따라, 망인으로부터 잔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설정된 근저당권, 지상권 등 모든 부담을 제거한 채로 완전한 소유권을 망인에게 이전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잔금 지급 기일 이후에도 제3자에게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새로이 설정해주었다. 따라서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고, 망인은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망인이 지급한 계약금 3,000만 원과 중도금 1억 5,000만 원, 손해배상금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에서 정한 계약금 상당액인 3,000만 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제1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기초 사실 및 갑 제7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배임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피고는 2020. 4. 23. 망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이후 일관되게 위 계약의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소 제기 전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적이 있으나, 제1심에서는 이행불능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제2매매계약 당시 망인과 피고 모두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② 제1심법원은 2021. 6. 24. ‘피고는 2021. 8. 20.까지 망인에게 2억 1,000만 원을 지급하고, 망인과 피고 사이에 2019. 9. 2. 체결한 부동산 매매계약은 2021. 6. 24. 합의해제되었음을 확인하며, 위 매매계약에 관하여 상호 간 이 화해권고 조항에서 정한 것 외에는 일체의 채권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고, 망인은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는데, 이는 2021. 6. 28. 각 당사자에 송달되었다. 망인은 이의신청이 가능한 마지막 날인 2021. 7. 12. 위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고, 그 이의신청서는 2021. 7. 13.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등기 당시인 2021. 7. 13. 이 사건 매매계약이 화해권고결정의 내용과 같이 합의해제되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매매계약의 위반 외에 피고에게 통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하여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나. 제2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1)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매도인이 부동산을 이중매도하고 그중 1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1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 상태에 있다(대법원 1965. 7. 27. 선고 65다947 판결 참조).
기초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었는데, 피고가 2021. 7. 13. 소외 3 등에게 제2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거나 다시 피고에게로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피고의 망인에 대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2021. 7. 13. 이행불능에 빠졌다고 할 것이다.
망인이 이 사건 2022. 1. 26.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통해 이 사건 등기에 따른 이행불능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계약금 3,000만 원과 중도금 1억 5,000만 원을 반환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 정한 3,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제2 주위적 청구원인으로 통칭하여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금 2억 4,9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의 지급을 구하는 의사로 선해한다).
2)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망인의 이행지체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미 해제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1) 주장 요지
피고와 망인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의 목적물에 관한 제한물권 말소 및 소유권이전이 이루어지기 전에 망인이 잔금을 먼저 지급하기로 하는 별도의 합의가 존재하였는데, 망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이를 이유로 한 피고의 2020. 4. 23. 자 통보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해제되었다.
(2) 판단
먼저, 피고의 주장과 같은 선이행 약정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제1심 증인 소외 7의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주장과 같은 선이행 약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매매계약 제2조, 제3조 및 특약사항 제4항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제한물권 말소 및 소유권이전의무는 망인의 잔금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피고가 망인의 잔금지급의무와 서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근저당권 등 말소의무를 이행 내지 이행제공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망인이 이행지체에 빠졌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망인의 이행거절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미 해제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1) 주장 요지
망인이 2020. 3. 24.경 피고에게 피고 측의 채무불이행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먼저 통지한 점, 망인이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를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에 비추어 망인은 이행거절의 의사를 명백하게 밝힌 것이므로, 피고의 2020. 4. 23. 자 통보에 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은 이미 해제되었다.
(2) 판단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해제에 있어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로서 이른바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최고 및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을 요하지 아니하여(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9463 판결 참조) 이행지체 시의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매우 완화되어 있으므로,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이외에 계약 당시나 계약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이행거절의사가 명백하고 종국적으로 표시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다22971 판결 참조).
피고가 2020. 4. 23. 망인에게 매매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은 2020. 3. 24.경 피고가 중도금 지급기일인 2019. 10. 15.까지 갖추어야 할 서류를 준비하지 않고 계약을 지연시키고 있으니 손해배상을 하고, 매매계약서 제5조에 명시된 대로 계약을 해지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 망인은 제1심에서 이행불능에 의한 계약해제를 주장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망인이 자신의 채무에 대한 이행거절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망인은 명시적으로 자신의 대금지급의무를 불이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망인이 보낸 위 2020. 3. 24. 자 내용증명의 기재 내용 중 망인 자신의 대금지급의무를 묵시적으로나마 불이행하겠다는 의사를 추단할 만한 부분도 찾을 수 없다.
② 망인이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 되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만으로는 망인의 이행거절의사가 명백하고 종국적으로 표시되었거나 정황상 그 거절의사가 분명하게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미 합의해제되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1) 주장 요지
망인이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을 통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하였으므로 2020. 9. 2.경에는 망인과 피고의 의사 합치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이미 해제되었거나, 제1심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한 화해권고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쌍방 합의에 따라 해제되었다.
(2) 판단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성립한 계약을 합의해제하기 위하여서는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해제계약의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며, 이러한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서로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 그리고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하고, 계약이 일부 이행된 경우에는 그 원상회복에 관하여도 의사가 일치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98412, 98429 판결 참조).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과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망인과 피고는 제1심에서 모두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귀책사유의 유무, 손해배상의 주체, 해제권 발생 근거 등에 관하여는 서로 다르게 주장하였고, 그로 인하여 계약이 일부 이행된 부분의 원상회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② 피고의 주장과 같이 제1심법원의 화해권고결정 과정에서 당사자가 합의해제의 의사를 내비쳐 이를 화해권고결정의 내용에 포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임이 명백하므로 위 화해권고결정이 당사자의 이의로 확정되지 않은 이상 그 결정에 포함된 내용에 관한 의사의 합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3)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으로 2억 1,000만 원(= 계약금 3,000만 원 + 중도금 1억 5,000만 원 + 손해배상금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2022. 1. 26.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2. 1.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5.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손해배상금으로 이 사건 등기 당시 각 대상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 합계 3억 7,400만 원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미지급 매매대금 1억 2,50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2억 4,900만 원 및 이에 대한 2021. 7. 14.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 제6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의 예정)에서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고 정하였는바,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금은 위 약정에 따라 계약금 상당액인 3,000만 원이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서 이를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2022. 1. 26.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2. 1. 28.부터 위 손해배상금 지급에 대한 지체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인정 범위를 초과하여 손해배상금을 구하는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다.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1)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는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않은 금액 범위 내에서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할 것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이므로, 이에 관하여도 살펴본다(대법원 2002. 9. 4. 선고 98다17145 판결 참조).
2) 기초 사실에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인 2019. 11. 13. 분할 전 제1 토지에 관하여 소외 2에게 채권최고액 3억 6,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으나 이 사건 매매계약에 매매목적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권, 지상권 등 제한물권은 잔금 지급일까지 말소해주는 것으로 정해져 있고, 실제 피고는 원고가 잔금 지급 의무의 이행 또는 이행제공일 전인 2020. 5. 14. 위 근저당권을 말소한 점, 또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이후인 2020. 5. 21. 안중신협에 제1 토지, 제3 토지, 제2 토지 중 90/888 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3억 8,4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줌과 동시에 제1 토지, 제3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을 설정해주었으나, 마찬가지로 매매계약상 피고는 잔금 지급일까지 위 제한물권을 말소해주면 되는데 같은 날 이 사건 매매계약 이전부터 위 토지에 존재하던 경기남부수협 명의의 채권최고액 7억 2,000만 원의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말소되었으므로 매매목적물에 존재하는 저당권, 지상권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잔금 지급 기일 이후에 안중신협 명의의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설정해줌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상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가 항소 후 이 법원에서 청구를 변경하였다. 그에 따라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강민구(재판장) 정문경 이준현 |
234,553 |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 2021노3842 | 20,220,525 | 선고 | 대전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 사】
원현호(기소), 오대건(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담당변호사 도현택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21. 11. 12. 선고 2021고단19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이 형법 제227조 및 제229조 소정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그 행사죄를 저질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9. 1. 28.경부터 2021. 4. 13.경까지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범죄수사에 관한 서류의 작성 업무를 담당하였다. 1. 허위공문서작성 피고인은 공소외 1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건(이하 ‘교특법위반 사건’이라 한다)에 대하여 수사한 후 2021. 2. 21.경 위 공소외 1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공소권이 없는 사건이라고 판단하여 불송치 결정을 하고 그 사건 기록을 대전지방검찰청에 송부하였다. 그런데 위 검찰청 검사는 2021. 2. 24.경 "공소외 1이 사고 이후 도주하였다"는 교통사고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에 비추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이하 ‘특가법위반죄’라고 한다)가 성립할 여지가 있으므로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사고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 진술을 청취하는 등 특가법위반죄 성립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재수사요청을 하였다. 피고인은 위 재수사요청을 받은 이후부터 재수사결과서 작성 이전까지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추가로 진술을 청취한 사실이 없었고,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당시 충격은 경미하였고 공소외 3이 병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타야 된다고 하여 자신도 병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한 사실이 없었으며, 공소외 3은 공소외 1이 종합보험에 접수하여 주기 이전부터 사고 당일 이루어진 공소외 2의 보험 접수를 통해 병원치료를 받았고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이 종합보험에 접수하여 주어서 병원진료를 받은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1. 3. 4. 14:03경 ○○○○경찰서에서 재수사결과서 중 「재수사결과」란의 「운전석 공소외 2(남, 54세) 진술」이라는 제목 하에 "당시 충격은 타이어의 고무 부위가 서로 접촉된 것으로 경미하였으나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공소외 3(남, 60세)이 병원치료를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보상금을 타야 된다고 하여 자신도 병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사고발생일 5일후에 병원치료를 받은 것이라는 진술이다"라는 허위의 내용을 기재하고, 「조수석 공소외 3(남, 60세) 진술」이라는 제목 아래에 "병원치료를 사고발생일 5일후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제출하였으며 피의자가 종합보험에 접수하여 주어서 병원진료를 받은 것이라는 진술이다"라는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후 이를 프린터로 출력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행사할 목적으로 그 직무에 관하여 공문서인 재수사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하였다. 2.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작성된 허위의 재수사결과서를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에게 도달되도록 하여 공소외 1에 대한 교특법위반 사건을 종결되게 할 목적으로, 2021. 3. 4. 오후 무렵 ○○○○경찰서 수사지원팀 체송함에 위 재수사결과서를 넣어 2021. 3. 5. 10:00경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위 수사지원팀 직원을 통해 그 허위 작성 사실을 모르는 위 검찰청 사건과 직원에게 위 재수사결과서를 접수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허위로 작성한 공문서를 행사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⑴ 원심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다음과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은 무고하다고 주장하였다(이러한 원심에서의 주장은 아래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의 점"과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 피고인이 검사의 재수사요청에 따른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진술 청취를 하지 않은 잘못은 있으나, 피고인은 재수사요청 이전에 이미 들었던 공소외 2의 진술을 토대로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한 것으로서 그 기재 내용이 진실에 반하지 않는다.
●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에 대한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위법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어서 허위공문서작성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행사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⑵ 이에 대하여 원심은,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작성한 재수사결과서의 ‘재수사결과’란 중 판시 범죄사실 기재 각 해당 부분은 그 내용이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위라고 할 것이고, 피고인에게 그 고의와 행사할 목적도 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특히 위 밑줄을 그은 부분과 관련하여, 원심은, "허위공문서작성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행사할 목적은 반드시 위법사실을 은폐할 목적이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위법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인에게 허위공문서작성죄에 있어서의 행사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온전히 타당한 법리해석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이 부분과 관련하여서 더는 언급하지 않는다)하였다.
① 공소외 2, 공소외 3은 검찰에서, 피고인이 작성한 재수사결과서의 ‘재수사결과’란 중 ‘운전석 공소외 2(남,54세) 진술’, ‘조수석 공소외 3(남,60세) 진술’이라는 각 제목 하의 판시 범죄사실 기재 각 해당 내용과 관련하여, 자신들은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진술을 한 바가 없다고 진술한 점
② 피고인은 검찰에서, 검사의 재수사요청 이후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하여 추가적인 진술 청취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위 ‘재수사결과’란 중 ‘조수석 공소외 3(남,60세) 진술’이라는 제목 하의 판시 범죄사실 기재 해당 내용에 대하여, 이는 공소외 3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라 재수사 요청 이전 수사과정에서 공소외 2로부터 들었던 말에 따라 작성을 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운전석 공소외 2(남,54세) 진술’이라는 제목 하의 판시 범죄사실 기재 해당 내용에 대하여는, 충격이 경미했다는 진술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보상금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재수사요청 이전 수사과정에서 공소외 2로부터 들은 내용이나 파손 부위 등 여러 가지 정황을 토대로 판단을 하여 그와 같이 기재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그 동안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에 비추어 공소외 1에 대한 교특법위반 사건이 특가법위반 사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어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한 추가적인 진술 청취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였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재수사요청에 따른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함에 있어서는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해당하는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부분은 그들이 진술한 내용 그대로 기재하여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한 수사관의 의견은 이와 구분하여 따로 기재하여야 함에도, 피고인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실에 해당하는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부분에 수사관인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였다는 것인 점
⑶ 위와 같이 구성요건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본 원심은 최종적으로, 위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 500만원의 형을 선고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⑴ 사실오인의 점
변호인은 당심에 제출한 2021. 12. 16.자 항소이유서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점에서 원심은 채증법칙을 어겨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는 과오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 피고인이 검사의 재수사요청에 따른 추가 수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하여 검찰에 송부한 것은 사실이다.
● 그러나 위 재수사요청에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사항들은 사실은 이미 피고인이 모두 조사를 마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하여 교특법위반 사건으로만 인지수사가 진행되다가 불송치 결정을 하게 되면서 그 사항들에 대한 조사내용(결과)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수사기록이 정리되어 송부되었던 까닭에 그 내용들이 수사기록에 드러나 있지 않은 상태였다.
●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는 추가적인 특가법위반죄 인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완수사 내지 재수사를 요청하게 되었던 것이고, 그러한 요청을 받은 피고인으로서는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고도, 즉 이미 완료한 조사결과를 명시적으로 추가 보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아서 그에 따른 업무처리 - 재수사결과 보고 - 를 하려다보니 위와 같은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하여 다시 검찰에 송부하였을 뿐이다.
● 요컨대, 그 재수사결과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은 모두 기왕의 조사(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사항들을 기재하였으므로 적어도 피고인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진실에 부합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허위문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고(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관적 구성요건 흠결), 당시 피고인에게는 고의(故意) 즉 그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認識)과 의사(意思)가 없었다(주관적 구성요건의 부존재).
⑵ 양형과중의 점
가사, 위와 달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그대로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다.
나. 검사의 항소이유
이에 반하여 검사는,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3. 사실오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를 마친 증거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여기에서는 이 사건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의 점에 판단에 나아가기 위한 「기초사실」을 정리·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도 다투지 않는 사실 또는 공문서 등을 통하여 명확히 확인되는 사항(사실)만 인정사실로 설시하기로 한다].
⑴ 교통사고의 발생과 신고
㈎ (차량번호 1 생략) 봉고Ⅲ 소형(1톤) 화물차를 운전하던 공소외 1(남,78세)은 2021. 2. 4. 14:28경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642번길 83 소재 BHC치킨 앞 노상을 구암동우편취급국 쪽에서 원불교유성교당 쪽으로 우회전을 하던 중 진행방향 우측에 정차해 있던 공소외 2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충격하는 교통사고를 냈다(우측 사고현장약도 참조).
㈏ 위 공소외 1이 우회전하여 진입하던 도로는 아래 왼쪽 사진과 같이 중앙선이 없는 골목길이고, 피해차량인 스타렉스는 아래 중앙의 사진과 같이 도로 우측에 정차하여 있는 상태였다. 피해차량 운전석에는 공소외 2가 앉고, 조수석에는 공소외 3이 승차한 상태로 대화하던 중이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사고 3일 뒤인 2021. 2. 7. 일요일 오전에 ○○경찰서 주차장에서 사고상황 재현을 하면서 촬영한 것인데, 이것을 통하여 가해차량과 피해차량 자체의 크기·높이와 바퀴의 크기·높이 등을 가늠할 수 있다.
〈 이하 사진 생략 〉
특히나 위 피해차량 사진은 사고현장에서 당시 촬영된 것이라서, 당시 피해차량이 정차되어 있던 상황이나 앞바퀴가 10시 혹은 11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는 모습이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 도로 우측으로 스타렉스 승합차를 붙여서 세우는 과정에서 후진을 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 이러한 상황에서 위 공소외 1이 우회전을 하여 위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우측으로 과대 조향하는 실수(좀더 정확하게는, 우회전을 위해 우측으로 스티어링휠을 감았다가 골목에 진입한 후 신속하게 12시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되감지 못한 실수라고 할 것인데, 위 공소외 1이 78세의 고령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쉽게 저질러질 수 있는 실수라고 할 수도 있다)를 하면서 1시 내지 2시 방향으로 조작된 화물트럭 우측 앞바퀴로 위 승합차의 좌측 앞바퀴를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 그런데 문제는 그 직후 위 공소외 1이 차를 세우고 사고수습을 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여 가면서 발생하였다. 즉, 위 화물차에 야채 등을 싣고 트럭 - 행상(行商)을 하러 가고 있던 공소외 1은 사고 직후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약 100m 가량을 더 진행하여 원불교유성교당 앞까지 간 다음 차를 세우고 장사를 시작하였던 것이다.
㈒ 그러자 공소외 2는 그 자리에서 112에 이른바 ‘뺑소니 사고’로 신고를 하였다.
⑵ 피고인 등 경찰관들의 현장출동 및 초동수사
㈎ 사고신고를 접수한 112관제실에서는 현장을 관할하는 「○○○○경찰서△△파출소」에 사고조사 지시를 하달하였고, 위 파출소 근무자인 경위 공소외 4 등의 경찰관들이 사고발생 약 30분 뒤인 15:09경 이 사건 사고현장에 나가서 사고를 당하였다는 피해차량 즉 위 스타렉스 승합차 사진을 촬영하고 신고자를 면담하는 등의 기본적인 조사를 실시하였다. 아래 3장의 사진이 바로 그때 위 공소외 4 경위가 촬영한 사진들이다.
위 사진들을 보면, 주로 차량의 앞바퀴 앞의 펜더(Fender, 흙받이)가 충격을 당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촬영을 하였던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신고자인 위 공소외 2 등이 그와 같이 주장을 하였던 데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위 경찰관(공소외 4)이 작성한 「교통사고 발생상황보고(이 사건 수사기록 제19쪽)」에는 "주차되어 있던 스타렉스 차량의 운전석쪽 앞 휀다부위를 … 파란색 1톤트럭이 충격한 것임"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 이러한 교통사고 조사업무는 파출소 근무자가 아니라 본서(○○경찰서)의 교통범죄수사팀이 담당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사건을 인계받아 처리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팀원인 경위 공소외 5, 경위 공소외 6 등과 함께 곧바로 다시 현장에 나가서 가해차량으로 추정되는 1톤트럭(위 「교통사고 발생상황보고」에서 "(차량번호 1 생략)로 추정되는 파란색 1톤트럭"으로 지목하여 놓고 있었다)을 사고현장 근처에서 발견하여 사고 흔적 등을 확인한 다음, 그 운전자인 공소외 1에 대하여는 음주여부 확인과 사고경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를 진행하였다. 당시 공소외 1은 자신이 사고를 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었고, 가해차량에는 별다른 사고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아래 4장의 사진이 그때 촬영된 것들이다.
이에 피고인은 그 직후인 16:46경부터 17:40경까지 사이에 여러 차례 위 공소외 2에게 전화를 하여(○○경찰서 사무실 전화로 2번, 피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2번 등 도합 4번 공소외 2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해 차량에 흠집이 보이지 않는데 파손 부위가 어디인지", "블랙박스 영상이 있는지", "차량 대조가 필요한데 언제 할 수 있겠는지" 등을 물었다. 우선 두 차량을 대조하여 상호간 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부위로 어느 부분을 충격한 것인지 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공소외 2로부터 피해차량의 사고 부분 사진 2장과 가해차량이 현장에 남겨 놓은 바퀴자국(공소외 1이 밭에서 야채를 싣고 오는 과정에서 1톤트럭의 바퀴에 다량의 흙이 묻었고, 이것이 사고현장에도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을 촬영한 사진 1장을 전송 받았다.
공소외 2가 보내온 사진으로는 운전석 앞쪽 펜더가 사고부위로 지목되어 있어 보이기는 하였는데, 그 사진을 통하여 보더라도 피해차량(스타렉스 승합차)에는 가해차량(청색 1톤트럭)이 충격한 흔적이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실제로 두 차량을 대조하여 충돌의 발생 여부와 부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⑶ 차량 대조 등 후속수사
㈎ 이 사건 사고는 2021. 2. 4. 목요일에 발생한 것이었으나, 공소외 2가 평일에는 생업으로 바빠서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양 차량을 대조하여 충돌 여부와 부위를 확인하는 조사는 일요일인 2021. 2. 7. 09:45경 ○○경찰서 주차장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아래에 보이는 4장의 사진이 당시 촬영된 것이다.
주차장에 모인 경찰관(피고인)과 가해자(공소외 1), 피해자(공소외 2)는 두 차량을 대조하여 보고, 여타 다른 사정들 즉 밭에서 묻은 흙이 남긴 자국 등을 모두 종합하여, 어렵지 않게 1톤트럭 우측 앞바퀴로 스타렉스 좌측 앞바퀴를 충격한 사고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아래 좌측 사진의 타이어에 흙이 묻어 있는 부분(화살표가 가리키는 부분)이 바로 그 충격 부위인데, 며칠 시간이 지나면서 그 흔적이 사고 당일에 촬영된 사진에 보이는 것(이 판결이유 제11쪽의 마지막 사진 참조. 이해편의를 위해 여기에 다시 옮겨 두기로 한다) 보다 상당히 옅어진 것을 알 수 있다.
㈐ 이러한 내용의 차량 대조 등 기초 조사가 완료되자 위 공소외 1 역시나 더는 사고를 유발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두 차량간에 충돌 내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은 양측 운전자들에게서 그 사고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항을 듣게 되었는데, 이러한 조사내용이 진술서, 진술조서나 수사보고서 등의 형태로 서면화되지는 아니하였다.
㈑ 이 사건 차량사고와 관련한 조사가 시작된 것은 위와 같은 차량 대조 등의 조사가 이루어진 이틀 뒤부터이다. 즉, 공소외 2는 2021. 2. 9. 13:55경 ○○경찰서에 출석하여 피해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자필진술서를 작성 제출하였다.
빌라 앞에서 조수석에 동승한 공소외 3씨와 대화하는 도중에 뒤에서 상대 가해 차량이 저의 차(구체적으로 바퀴 부분)에 추돌을 하고 잠시 정차하였다가 주춤주춤하면서 뺑소니를 치는 바람에 빨리 차에서 내린 저는 상대 차량 번호만 살피고 바로 112에 신고하였고, 추후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당일자로 발급된 진단서가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진단서에서는 발병일은 사고일인 2021. 2. 4.로, 진단일은 2021. 2. 8.로 적시하면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수상일로부터 최소 10일간의 가료를 요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조은정형외과(대전 대덕구 계족산로 2에 있는 병원이라서 공소외 2의 주거지인 대전 중구 (주소 생략)과는 7.5km 떨어져 있어서 차량을 이용하여도 약 25분 가량이 소요된다. 다만, 조수석에 탑승하여 있던 공소외 3의 주거지 바로 인근에 있는 병원인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진단소견이 밝혀져 있었다.
다른 피해차량 탑승자 공소외 3도 같은 시간에 경찰서에 나와 피해자로서 조사를 받고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여기에는 "조수석에 앉아 옆을 보고 대화 중 운전석 앞 타이어를 접촉 후 따라갔지만 서는 시늉하다가 도주한 사실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공소외 3 역시나 위 같은 의사가 발행한 진단서를 제출하였는데, 여기에도 발병일은 사고일인 2021. 2. 4.로, 진단일은 2021. 2. 8.로 각 적시되어 있다. 부상부위와 관련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우측 팔꿈치의 타박상"이라는 임상적 추정 병명이 기재되어 있고, "수상일로부터 최소 10일간의 가료를 요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소견이 밝혀져 있다.
㈑ 위 공소외 1에 대한 피의자로서의 조사는 2021. 2. 10. 09:00경부터 09:30경까지 실시되었다. 피고인은 이번에는 문답식으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여 공소외 1의 확인을 받아 기록에 편철하였는데,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진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 당시 저는 우회전을 할 때 진행방향의 우측으로 스타렉스 상대차량이 주차중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당시에 골목길이 양쪽으로 주차가 되어 있어 좁아서 저는 천천히 접촉이 되지 않도록 진행한 사실이 있습니다.
● 사고가 발생한 날 오후 17:00경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제가 원불교교당 앞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으며 당시 경찰관이 와서 차량상태, 음주여부 등 조사를 한 사실이 있어서 접촉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 상대차량의 바퀴가 접촉되어 흔적이 있으며, 저는 사고 당시 바퀴부위가 접촉이 된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저의 차량도 흔적이 없습니다. 다만 타이어가 밭에 다녀와서 흙이 묻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 타이어에 흙이 묻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충격을 느끼고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인정합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에 종합보험 가입되어 있어 현재 사고접수를 하여 보상을 해 주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조사를 받으면서 공소외 1은 2021. 2. 10.자로 발행된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자동차보험 가입사실 증명원」을 제출(이 사건 수사기록 제64~65쪽 참조)하였는데, 여기에는 위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접수가 완료된 상태임이 명시되어 있었다.
⑷ 피고인의 수사종결 조치 등
㈎ 피고인은 2021. 2. 16.자로 ○○○○경찰서장에게 최종 수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여기에는 공소외 1의 자백과 피해자들(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등에 비추어 공소외 1의 과실로 차량간 접촉이 수반된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수사담당자(피고인)의 소견과 "사고현장을 촬영하는 방범용 CCTV, 상가 CCTV 영상을 발견할 수 없다. 다만, 사고 당시 피해자 공소외 2가 노면을 촬영한 피의자가 운전하던 차량의 흙이 떨어진 사진 및 피해차량의 좌측 앞바퀴 부위에 남은 흙의 모습으로 피의차량의 바퀴 부위와 접촉된 것은 인정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다.
㈏ 피고인은 위 수사결과보고서에서 "피해자들은, 피의자(공소외 1)가 그냥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별도로 ‘피의자의 사고현장 이탈여부’에 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도 제시하였다.
피의자는 사고현장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바로 정차, 야채장사를 하고 있던 것을 경찰관이 현장 출동, 음주감지 및 사고차량 조사를 한 것으로, 사고사실을 알고 그냥 갔다는 피해자들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기록 22,30쪽).
㈐ 이러한 수사결과를 모두 종합하여, 피고인은 위 교통사고로 인한 교특법위반 피의사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처리의견을 제출하였다.
㈑ 위 수사결과보고 및 처리의견에 대하여는 피고인의 기안·보고 당일 10:55 직근 상급자인 경비교통과장이 결재를 하였고, 2021. 2. 19.자로 수사심사관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경찰서장이 재가하였다. 이에 따라 ○○경찰서장은 2021. 2. 21.자로 불송치결정을 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에게 통지하는 한편, 위 교특법위반 사건기록 일체를 대전지방검찰청에 송부하였다.
⑸ 재수사요청 및 재수사결과보고
㈎ 위와 같이 위 교특법위반 사건에 대한 불송치결정서와 사건기록을 송부 받은 대전지방검찰청 검사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63조에 의거하여 2021. 2. 24. 다음과 같은 사유로 재수사를 요청하였다.
● 피해자들은 모두 피의자가 이 사건 사고 이후 도주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의자에 대하여 특가법위반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고, 그 경우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권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의 도주 해당 여부에 대하여 별다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임.
● ① 피해자들로부터 충격 당시 ‘쿵’하는 소리가 나거나 차량에 충격이 전해졌는지 여부 등 이 사건 사고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진술을 청취하고,
② 피해자들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설치되어 있다면 이를 확보하며,
③ 기록 30쪽의 방범용CCTV 영상 캡쳐사진 만으로는 이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사고 장면이 녹화된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특가법위반죄 성립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함.
㈏ 위와 같은 재수사요청을 받은 피고인은 2021. 3. 4.자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하여 검사에게 송부(통보)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본건에서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인지 문제가 되는 문서이다. 간단히 말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검사는 그 「재수사결과서」에 기재되어 있는 재수사 내용 내지 결과가 허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위 문서 중 허위여부가 문제될 수 없는 의견 부분 등을 제외하고 재수사결과 부분을 요약·정리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① 피해자들의 사고충격여부 등 진술
⇒ 공소외 2 진술:당시 충격은 타이어의 고무부위가 서로 접촉된 것으로 경미하였으나 당시 김순영이 병원치료를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보상금을 타야 된다고 하여 자신도 병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으며 사고발생일 5일후에 병원치료를 받은 것이라는 진술이다.
⇒ 공소외 3 진술:사고 5일후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제출하였으며 피의자가 종합보험에 접수하여 주어서 병원진료를 받은 것이라는 진술이다.
② 피해차량 블랙박스 설치여부 확인 ⇒ 피해차량 등 모두 블랙박스 미설치
③ 주변 CCTV 및 방범용 CCTV영상 확인 ⇒ 주변건물에 CCTV 없음
위 재수사결과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위에서 밑줄을 그어 표시한 , , 3부분이다. 이것들은 모두 피해자라고 하는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진술 증거(자료)와 관련이 있고, 물적 증거(자료) 혹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관계와의 대비(대조)를 통하여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다.
㈐ 이와 관련하여, 여기에서 미리 정리하여 두는 것이 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한 두 가지 사항(위 ②, ③항)은 이미 완료된 조사결과로 확인이 되고 있는 사항이라서 원래부터 재수사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거나 요구할 사항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즉, 최초로 사고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인 경위 공소외 4가 작성한 「사고메모(이 사건 기록 제21쪽)」에는 "피해차량 블박 미작동, 사고 장소 전방 10m 지점 주차차량 (차량번호 3 생략)(전화번호 생략) 블랙박스 확인 필요, 사고 장소 전방 약 100m 지점 방범용CCTV(08-002) 설치"라고 기재되어 있다. 한편, 이 사건 송부기록 제40~43쪽에 편철되어 있는 「CCTV 영상정보 조회(제공) 신청」과 「방범용CCTV 영상캡쳐사진(이것이 바로 재수사요청 검사가 ‘기록 30쪽의 방범용CCTV 영상 캡쳐사진’이라고 말한 그것이다)」 등에 비추어, 피고인 등 조사경찰관들이 대전시에 위 방범용CCTV를 비롯한 사고현장 인근의 방범용CCTV 영상(위 08-2와 11-89 등 2대의 CCTV에 촬영된 해당시간대의 영상이다)을 요청하여 내용을 확인한 다음 이 사건 수사에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은 이미 사진으로 정리하여 기록에 편철※한 다음 불송치결정과 함께 검사에게 송부하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위 송부기록에 들어 있는 피의자 공소외 1에 대한 2021. 2. 10. 피고인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제4쪽(이 사건 기록 제59쪽)에는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진술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내부결재 문서인 피고인 작성의 2021. 2. 16.자 「수사결과보고서」 제3쪽(이 사건 기록 제69쪽)에도 "사고현장을 촬영하는 방범용CCTV, 상가CCTV 영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발생 자체에 대하여서도 블랙박스 영상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는 없지만 관련자들 즉 피의자 공소외 1과 피해자라는 사람들(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및 차량 바퀴에 묻어 있는 흙자국 등을 통하여 두 차량의 바퀴가 서로 접촉하는 형태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경찰서장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 이와 관련 피고인은 재수사결과서에서 "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CCTV캡쳐사진은 사고장면과는 관련 없는 영상으로서, 원래부터 피의자가 사고 지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장소로 곧바로 이동하여 야채장사를 하였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로 첨부된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이 사건 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한 검사는 위 캡쳐사진이 이 사건 사고와 관련이 있는 자료라서 기록에 편철하여 놓은 것으로 오해하였지만, 피고인은 불송치결정·기록송부 이전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 자체를 촬영한 CCTV가 없다는 점은 이미 명확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위 영상자료를 통하여 보더라도 피의자(공소외 1)가 사고 후 상응 조치 없이 도주 즉 뺑소니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차원에서 위 사진자료를 수사기록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일 뿐임이 분명하다.
요컨대, 검사가 추가로 수사할 사항이라고 지적한 위 ②항(블랙박스 영상 확보)과 ③항(CCTV 영상 확보) 부분은 이미 조사가 완료된 것들 외에 추가로 조사할 수 있는 사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차량이나 피의차량 모두에 블랙박스는 설치되어 있지 않고, CCTV 영상도 없다"라는 내용으로 재수사결과 보고가 될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하고, 나중에도 이와 관련하여서는 허위의 재수사보고를 하였다거나 그에 관한 허위공문서가 작성되었다는 문제제기는 없었다고 할 것이다.
㈑ 여하간 피고인은 재수사요청 사항 중 피해자들의 진술과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재수사결과서를 제출하면서도 통상적으로 첨부하기 마련인 진술조서나 진술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첨부 문서 없이 재수사결과서가 제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검사의 재수사요청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 바는 없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검사 역시나 그러한 취지로 상황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재수사결과서를 받은 다음날 곧바로 피해자라는 위 공소외 2, 공소외 3에 전화하여 "재수사요청 이후 피고인이 추가로 조사를 진행하였는지"를 비롯한 몇몇 사항을 물어보는 한편 피고인에게도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하여 보낸 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재수사요청 사항을 미비하게 수행하는 일이 된다"고 지적(이 사건 수사기록 제87~88쪽)하였던바, 이러한 사정을 보면 검사는 아무런 첨부문서 없이 제출된 위 재수사결과서를 보는 순간 이미 추가조사가 실시되지 아니하였을 것임은 알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 검사로부터 위와 같이 재수사요청에 대한 업무처리가 미비하다는 질책을 받은 피고인은 당시 전화통화에서 "앞으로는 이와 같이 재수사요청 사항을 미비하게 수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취지로 다짐한 후 2021. 3. 15. 공소외 2를 ○○○○경찰서 사무실로 오게 하여 09:40부터 10:38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추가조사를 실시하고 진술조서를 작성하여 수사기록에 추가하였다. 그 조사결과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공소외 2는 피해차량(스타렉스) 운전석에 앉아 조수석에 동승하여 있던 공소외 3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포터 화물차량이 직진을 하다가 피해차량과 충격이 된 후, 잠시 정차를 하였다. 공소외 2 본인이 느끼기에는 상당한 충격이 있었다. 차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 공소외 2가 내려 화물차량을 쫓아가면서 정차하라고 소리를 질렀는데도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직진하여 현장을 이탈하였다.
● 사고당시에는 병원치료가 현장에서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통증을 느껴 그 다음 주에 병원치료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차량은 파손된 것은 없어서 수리는 하지 않았다.
● 상대방과 개인합의는 되지 않았지만 상대방 차량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보험접수를 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 상대방이 사고당시 상황에 대하여 정확히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피해자와 경찰서 주차장에서 3자대면을 한 후 사고사실을 알고 인정하였다.
● 블랙박스 영상은 없다.
기록상 분명하지는 않으나 위 진술조서와 부첨자료(이 사건 수사기록 제96~108쪽)는 추송형식으로라도 대전지방검찰청에 송부되어 수사기록에 편철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⑹ 검사의 추가 수사 또는 시정사건 처리
㈎ 검사는 2021. 3. 31. 09:40부터 11:25까지 1시간 45분간 ‘시정사건 처리 지침 제8조(기록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에 따라 시정사건의 참고인인 교통사고 사건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면담’을 실시하였다. 당시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다음과 같이 새로운 내용의 진술을 추가하였다(이들은 사고 경위 등에 대하여서도 다시 진술하였는데, 기왕 진술과 유사하거나 본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 부분은 굳이 여기에 설시하지 않는다).
〈공소외 2의 추가 진술〉
● 당시 사고가 발생하고 일단 피해차량이 가입한 KB손해보험에 사고 접수하였다.
● 경찰서 주차장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하자 가해자가 사고 발생 사실을 수긍하였다. 당시 가해자가 보험처리를 해주겠다고 하였으나, 경찰관이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면서 일단 본인(공소외 2)의 자차 보험으로 할 수도 있으니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 그래서 위 KB손해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으려고 했다.
● 사고당일인 2월 4일 목요일과 2월 5일 금요일에는 계속 일을 해야 하고, 가해자와 서로 간에 명확하게 잘잘못이 확인되지 않아 일단 병원에 가지 않았다. 2월 7일 일요일 경찰서에서 만난 후 2월 8일 월요일에 공소외 3과 같이 조은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 2월 10일 수요일에 가해자 보험사에서 사고접수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 2월 9일과 3월 15일에 받은 조사가 경찰 조사의 전부이다.
● 타이어끼리 충격이 있었다고 경찰관에게 말한 적은 있으나 충격이 "경미"하였다고 진술한 적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충격이 컸다고 말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뺑소니라고도 진술을 한 것이다.
● 몸이 아파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일 뿐, "공소외 3이 병원치료를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보상금을 타야 된다고 하여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
〈공소외 3의 추가 진술〉
● 2월 4일 목요일에는 경황이 없었고, 2월 5일 금요일에는 목이 좀 뻐근했는데 일 때문에 늦어져서 병원에 가지 못하였다. 2월 6일 토요일과 2월 7일 일요일은 주말이라 병원에 못가서, 2월 8일 월요일에 조은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게 되었다.
● 2월 9일 경찰서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것이 받은 조사의 전부이다.
● 공소외 2에게 "병원 치료를 받고 보험회사로부터 보상금을 타야 된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 검사는 2021. 4. 7. 공소외 2와 공소외 3을 검사실로 불러 다시 조사를 실시하고 이번에는 정식 ‘진술조서(이 사건 수사기록 제128~138쪽)’를 작성하였다. 그날의 조사는 대략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당시 위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자신들의 병원진료기록 일체를 검사에게 제출하였다.
그 진술 내용은 위 면담 당시에 진술한 것과 대동소이하고, 공소외 2가 "단지 경찰관에게 동승자가 있었고 그 사람도 몸이 아픈데 어떡하느냐고 말한 적이 있을 뿐입니다. 경찰관이 저보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하겠다고 하고 피의자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아 억울했고 저를 보험 사기꾼처럼 몰아간 것 같아 너무 화가 납니다"라고 말한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채롭다면 이채롭다.
㈐ 피고인은 2021. 5. 30. 검사에게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 검사는 허위공문서작성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 2021. 6. 3. 피고인을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검사는 2021. 6. 8.자로 피고인을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의 책임을 물어 공소제기하였다.
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그 행사죄 인정에 관한 기본 법리
⑴ 형법 제227조가 정하고 있는 허위공문서작성등죄는, 행위자인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한 문서를 허위로 작성·변개하는 것을 말한다.
공문서허위작성죄에 있어서 허위라 함은 표시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758 판결)이니, 본죄에서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 중 하나인 ‘허위문서의 작성’이란, 작성권한 있는 자가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가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인지는 결국은 개개의 사건에서 판가름될 수밖에 없는데, 작성 또는 변개한 공문서의 내용이 허위라는 점, 그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의미하는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고의’와 결합하여 최종적으로는 범의의 존부라는 문제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⑵ 기본적으로, 당해 공문서에 기재된 내용(대상)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토대로 본죄의 성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공무원인 피고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이 건 문제로 된 사문서 사본에 "원본대조필 토목기사 피고인"이라 기재하고 도장을 날인하였다면 그 기재 자체가 공문서로 되고, 이 경우 피고인이 실제로 원본과 대조함이 없이 "원본대조필"이라고 기재한 이상 그것만으로 곧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그 공무원이 위 문서작성자에게 전화로 원본과 ‘상이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그 사본이 원본과 다른 점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1. 9. 22. 선고 80도3180 판결). 이러한 경우 공문서에 해당하는 부분은 "원본대조필"이라는 기재 부분이고, 그 기재(작성) 과정에서 작성자인 공무원이 원본과 대조를 하지 아니한 이상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의 기재(작성)가 이루어졌다는 법적 평가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비슷한 다른 사례로, 준공검사조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정산설계서를 확인하고 준공검사를 한 것이 아님에도 마치 한 것처럼 준공검사용지에 "정산설계서에 의하여 준공검사를 하였다"는 내용을 기입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허위공문서작성의 범의가 있었음이 명백하여 그것만으로 곧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고 위 준공검사조서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정산설계서 초안이나 그 후에 작성된 정산설계서 원본의 내용과 일치한다거나 공사현장의 준공상태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그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도3063 판결). 여기에서도 문제가 되는 ‘진실’이라는 것은 공무원인 피고인이 정산설계서를 확인하고 준공검사를 하였다는 사실이고, 그러한 확인절차 없이 이것을 거쳤다는 취지의 공문서를 작성한 이상 허위공문서작성죄의 죄책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⑶ 다만, 공무원이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공문서의 내용이 될 사항 내지 사실관계를 일정 수준까지 확인한 다음 그것이 변동 없이 사실로 유지되고 있다고 확신하여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공문서를 나중에 작성하면서 그 확인한 시점을 문서작성일자로 기재한 경우라면 허위공문서작성의 범의를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예컨대, 공무원이 여러 차례의 출장 반복의 번거로움을 회피하고 민원사무를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전에 출장 조사한 다음 출장조사 내용이 변동 없다는 확신하에 출장복명서를 작성하고 다만 그 출장 일자를 작성일자로 기재한 것이라면 허위공문서작성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것(대법원 2001. 1. 5. 선고 99도4101 판결, 1983. 12. 27. 선고 82도3141 판결 등)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당해 문제가 되는 공문서가 표방하는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 내지 진실과 일치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의 인식이 어떠하였는가를 기준으로 허위공문서작성등죄의 범의(犯意)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허위공문서작성죄에 있어서 당해 공문서가 표방하는 바와 그 시점 - 공문서의 작성일자 내지 기준일자 - 에서의 객관적 상황과의 일치 여부는 상당한 정도로 제한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라는 점에 유념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 당해 출장을 통하여 확인한 사실관계 자체는 문서의 작성일자보다 앞서는 것이고, 그렇게 사전에 확인된 사실관계가 문서의 작성일 당시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다시 말하여 당해 공문서가 표상하는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는지 여부와 본죄의 성부는 필연적인 연관을 가지는 것이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환언컨대, 위 사례에서 출장복명서의 작성일 당시에는 사전의 출장 당시와 다른 사실관계가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사전 출장일 기준의 사실관계를 기재한 출장복명서가 객관적인 사실과는 불일치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정당한 취지로, 또 그 기재 내용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그 출장복명서를 작성한 공무원에 대하여는 허위공문서작성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 당심의 판단
⑴ 이 사건에서의 판단 구조 내지 순서
㈎ 본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재수사요청사항과 재수사결과(이 판결이유 제17쪽의 , , 가 그것이다)는 모두 피해자라는 공소외 2, 공소외 3의 진술 특히 이들이 검사에게 한 진술(2021. 3. 31. 면담시에 한 진술과 2021. 4. 7. 정식 조사시에 한 진술이 있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리고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한 원심 역시나 위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 진술이 완벽하게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임을, 즉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이들이 위와 동일한 취지로만 진술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그러나 피고인의 이 사건 변소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위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진술과 상충되고 있다(다시 말하여 피고인은 "위 공소외 2 등이 경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과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이 다르다"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거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한 진술과 다르다면, 이야기는 이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여,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는 피고인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진술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진술이 진술조서나 진술서로 체화되어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피고인이 검사에게 한 재수사결과보고는 자신이 들은 내용을 옮긴 것에 지나지 않게 되어 진실(사실)에 반하는 공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사실, 이 단계에서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형사재판에서의 기본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 즉,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선언하고 있고, 이에 따라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는 법원칙이 형사재판의 제1원칙으로 도출·적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면, 법관으로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 다만, 본건의 경우 위와 같은 점(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진술이 갖는 신빙성 내지 증명력에 관한 문제)에 대한 판단에 앞서 한 가지 선제적으로 따져 보아야 할 점이 있다.
즉,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피고인은 위 재수사요청을 받은 이후부터 재수사결과서 작성 이전까지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추가로 진술을 청취한 사실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검사는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있는바,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8 제1항에 입각하여 재(再)수사를 요청한 경우에 사법경찰관이 제2항에 따라 실시하여야 할 재수사라는 것이 위 검찰의 해석과 같이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하여 새로이 진술을 듣는 조사를 현실적으로 실시한 경우로 국한되는 것인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여, 피고인이 본건 불송치결정 이전에 위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들은 말 중 일부가 수사기록에 반영되어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바로 그 내용에 관한 검사의 재수사요청을 받은 사법경찰관이 굳이 당사자를 다시 조사하지 않고 기왕에 들었던 진술을 보고서에 반영하여 보고하는 것만으로 재수사를 종결한 것이 과연 피고인이 표현하는 것처럼 "재수사요청 사항을 미비하게 수행하는 일"의 수준을 넘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직무에 관하여 공문서인 재수사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논리 구조상으로는 이 부분 판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따져볼 필요가 있다.
㈑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우선 검사가 요청한 재수사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인 피고인이 반드시 위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한 추가 조사(진술청취와 진술조서 등의 작성이 통상적일 것이다)를 하였어야 하는지를 먼저 살피고(아래 제⑵항), 여기에 이어서 위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 진술이 가지는 신빙성 내지 증명력의 문제를 검토(아래 제⑶항)한 다음, 최종적으로 피고인이 인식한 상황이 어떠하였는지 등(아래 제⑷항)을 보태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허위공문서를 작성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⑵ 요청되는 재수사의 범위에 관하여
㈎ 본건 재수사요청의 근거가 되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245조의8 등 규정은 모두 2020. 2. 4.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 신설된 조항들이다. 이른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등을 조정하면서 생겨난 조항이므로, 그 수사권 조정이 의도한 바에 따라 해석되고 운영되어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한편, 위 수사권 조정이 의도한 바는, 구체적 수사에 관하여는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수사결과에 따라 불송치결정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도 있도록 하되 일정한 수준(범위)에서 검사에 의한 지휘와 통제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사와 관련하여서는 경찰에 상당한 정도의 재량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데에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 이렇게 사법경찰관에게 보장되는 재량권은 재수사라 하여 달라질 이유가 없다. 일응의 송치 결정(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1호), 불송치 결정(제2호)을 하기 전의 수사에 대하여 가지는 경찰의 재량적 영역이 재수사에서는 사라진다고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검사가 어떠한 사항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였는가에 있는 것이지, 그 재수사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재수사 요청을 받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에 의하여 지목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을 재조사할 것인지, 재조사할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할 것인지 - 예컨대, 소환하여 대면조사할 것인지 아니면 전화나 이메일 등을 이용하여 조사할 것인지 - 는 전적으로 그 사법경찰관의 재량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인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8 제1항이 "검사는 제245조의5 제2호의 경우에…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하여 사법경찰관에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63조 제2항에서 "검사는 제1항에 따라 재수사를 요청할 때에는 그 내용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서면으로 해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재수사할 내용과 이유만을 명시하여야 할 뿐 그 재수사의 방법 자체를 지정(지시)할 수 있다고까지는 정하지 않고 있는 데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 본건에서 검사가 요청한 재수사할 내용은 사실은 위와 같은 점(이 판결이유 제16쪽의 ①)만이 아니었다. 검사는 그 외에도 "②블랙박스 설치여부를 확인하고 그 영상을 확보할 것", "③사고 장면이 녹화된 CCTV 영상을 확보할 것" 등도 재수사요청사항으로 명시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요청을 받은 피고인은, 위 ①뿐만 아니라 ②, ③과 관련하여서도 별다른 추가확인작업이나 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그러한 사실을 그대로 재수사결과서에 담아서 검사에게 송부하였다. 만약, 재수사요청 사항에 대하여는 무조건 새로이 또는 추가로 조사를 하여야 하는 것이라면, 위 재수사결과서 중 ②, ③과 관련한 부분 역시나 허위로 재수사하였다고 보고한 것 - 즉,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것 - 이 되어 버리고, 당연히 이 부분 역시나 이 사건 허위공문서작성죄의 범행내용으로 포함되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이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일체 문제를 삼지 않고 있는바, 이러한 검사의 조치(태도) 역시나 위와 같은 해석론 - 사법경찰관이 검사에 의하여 지목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을 재조사할 것인지 등과 관련하여서는 충분히 넓은 범위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 - 을 어느 정도까지는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정이라고 볼 일이다.
㈑ 본건에서 피고인은 재수사결과를 보고한 이튿날 검사의 전화를 받고 "재수사 요청 이후에 공소외 2, 공소외 3을 다시 조사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이 사건 수사기록 제88쪽). 당시 검사는 공소외 2, 공소외 3과 전화통화를 하여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검사가 이를 피고인에게 고지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즉, 피고인은 검찰의 조사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순순히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고, 이 사건 재수사결과서의 기재 내용 자체로 보더라도 피고인이 검사에게 ‘재조사 요청 후 추가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숨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아니함이 명확하다.
그렇다면, 재수사요청이 있고 나서 피고인이 위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사실 자체는 본건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의 성부를 논함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위와 같은 "① 피해자들로부터…사고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진술을 청취할 것"이라는 재수사요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불송치·기록송부결정을 하기 이전에 진행된 기왕의 수사과정에서 위 요청사항에 관하여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이것이 기록에 반영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라면 ‘수사보고나 재수사결과서 송부 등을 통해 그것을 추가로 기록에 포함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족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본건에서 피고인이 주로 변소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즉, 피고인은 검사로부터 요청받은 재수사사항 중 ②, ③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송부하였던 수사기록에 해당내용에 관한 조사자료가 모두 편철되어 있던 상황이라서 추가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는 취지로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한 것이고, 재수사사항 ①과 관련하여서는 기왕의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사항들이지만 기록에 제대로 현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몇몇 사항들(그것이 바로 이 판결이유 제17쪽의 , , 이다)에 대하여는 수사담당자인 자신이 직접 들었던 진술을 추가로 보고하는 형식으로 재수사결과보고를 하였다는 것이다.
㈒ 이상을 종합하건대, 이제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피고인이 기왕의 수사 과정에서 공소외 2, 공소외 3으로부터 듣거나 확인한 사항이 무엇인가"를 가리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검사가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 진술이 신뢰할 만한 것이고, 그에 반하는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인지 또는 그러한 증거들이 가지는 증명력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에 도달한 것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 항을 바꾸어 본격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살핀다.
⑶ 공소외 2, 공소외 3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 기본적으로, 공소외 2 등이 말하는바 피고인의 주장과 배치되는 모든 사항의 출발점은 "객관적으로 또는 물리적(物理的)으로 이 사건 사고의 충격이 상당히 또는 매우 컸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들이 말하는 "가해차량 운전자 공소외 1이 사고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차량에 타고 있던 공소외 2는 2021. 2. 8.부터 2021. 3. 17.까지 한 달여의 기간 동안 무려 18회, 공소외 3은 2021. 2. 8.부터 2021. 4. 6.까지 거의 2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무려 35회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아직도 통증이 잔존하여 있을 정도로 심대한 부상을 입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니 설득력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위와 같은 주장이 제기될 수 있으려면, 필수적으로 위와 같은 전제사실 - 객관적 또는 물리적으로 이 사건 사고의 충격이 상당히 또는 매우 컸다는 사실 - 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가 피해차량에 남긴 흔적이라고는 아래 사진(이것은 사고 직후 공소외 2가 현장에서 바로 촬영한 것이라서 가장 생생한 사고의 흔적이다)에 보이는 ‘타이어에 묻은 흙’이 전부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런 흔적을 남긴 것은 바로 아래 사진에 보이는 흙이 묻어 있는 적재량 1톤의 소형화물차 바퀴(타이어)이다.
적재량이 1톤이라는 것은 운동에너지(F=ma, F:운동에너지, m:질량, a:가속도)를 결정하는 중량(질량)이 막대한 것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당시 공소외 1은 우회전하여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던 순간 이 사건 사고를 냈다는 것이니, 당시 가해차량의 가속도 역시 낮은 수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이들 두 차량은 차체(body)나 섀시(chassis) 중 단단한 금속·플라스틱 자재 상호간에 충돌한 것이 아니라 섀시 중 가장 탄성과 신축성이 좋은 타이어끼리 접촉하는 형태로 사고가 발생하였다. 더구나 그 충격의 방향과 피해차량의 바퀴 조향각도상 충격력의 상당 부분은 외측으로 조향된 피해차량 바퀴를 중앙(정면)쪽으로 밀어 넣는 데 사용되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가해차량이 가지고 있는 운동에너지가 유발한 충격력의 대부분이 탄성 좋은 고무타이어에 의해 흡수되어 버리거나 조향장치가 정면으로 정렬되면서 산일(散逸)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탑승자의 부상을 유발할 정도의 충격력이 남아 전달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너무나 큰 것이다.
위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이러한 사고에서 발생한 소리와 충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공소외 2〉 세게 부딪힌 것은 기억이 나지만 당시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적재함에 의한 충격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충격이 컸고 뺑소니라고 생각한다고 경찰에 진술하였다. 〈공소외 3〉 타이어끼리 충격이 있었고, 스타렉스 차량이 휘청한 이후에 트럭 적재함 오른쪽 끝과 스타렉스 타이어가 재차 충격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 직후 공소외 2가 촬영한 피해차량의 피격부위(바퀴) 사진에는 밭에서 가해 화물차 바퀴에 묻어 온 흙이 옮겨진 흔적은 있지만, 철제 구조물인 트럭 적재함이 타이어를 충격하면서 만든 충격의 흔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검찰 진술이 온전히 사실이고, 피고인이 들었다는 말 즉 "타이어끼리 부딪힌 사고라서 경미한 충격이 있었을 뿐이다"라는 말은 온전히 피고인이 지어낸 것일 뿐이라고 보아도 상관없는가? 이것은 혹시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모순과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할 법원이자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편의 주장을 경청하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상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마땅할 형사법원이기도 한 당원으로서는 이러한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당원은, 위와 같은 의문이 공연한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의 범주에 들어 있는 의문이라고 본다.
㈏ 이 사건 사고신고를 받고 현장에 처음 나간 경찰관인 경위 공소외 4가 작성한 「교통사고 발생상황보고」의 피해상황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사망자수 0 중상자수 0 경상자수 0 부상신고수 0
사고 직후 현장조사를 한 경찰관이 이러한 기록을 남겼다는 것은,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공소외 2, 공소외 3 중 그 누구도 자신이 부상을 입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당시까지만 하여도 이들은 이 사건 사고로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고, 이 사건 사고의 규모가 경미하였다는 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피고인이 이들로부터 진술서를 받은 2021. 2. 9.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은 전날(사고후 5일째 되는 날이다) 발급받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공소외 2가 "추후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라고 적은 이외에는 이들은 진술서에서는 사고의 중대성이나 부상에 관하여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고 통지할 때까지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들은 2021. 2. 21.경 피고인으로부터 불송치 결정 사실을 통지받고서도 2021. 3. 5. 검사가 전화로 물을 때까지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전면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은 바로 위 2021. 3. 5.자로 검사가 전화하여 그들 주장대로 사건을 시정(당원이 그 지침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검사가 시정사건 처리 지침 제8조에 따른 ‘시정조치’를 진행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면서 부터이다.
이러한 진술 변경의 경위와 동기 등이 엿보이는 상황에서, 형사법원인 당원으로서는, 나중에 이루어진 공소외 2, 공소외 3의 검찰 진술만이 진실한 것이고, 기왕의 수사과정에서 그와 달리 말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온전히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 다음으로, 위 공소외 2, 공소외 3이 말하는 병원 진료 경위 즉, 왜 사고 후 5일째 되는 날에서야 처음으로 병원을 찾은 것인지에 대한 설명에도 여러 가지로 의문이 있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2는 2021. 3. 15. 피고인에게 "사고당시에는 병원치료가 현장에서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서 통증을 느껴 그 다음 주에 병원치료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 진단서를 제출하였다"라고 말하였다가, 2021. 3. 31. 검사와의 면담시에는 "사고당일인 2월 4일 목요일과 2월 5일 금요일에는 계속을 일을 해야 하고, 가해자와 서로 간에 명확하게 잘잘못이 확인되지 않아 일단 병원에 가지 않았다. 2월 7일 일요일 경찰서에서 만난 후 2월 8일 월요일에 공소외 3과 같이 조은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라고 말하였다. 위 진술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상당한 정도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나중의 것이 훨씬 구체화되고 강력한 수상(受傷)을 호소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공소외 2는 그 며칠 뒤인 2021. 4. 7. 검사실에서 진술조서를 작성할 때에는 다음과 같이 좀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면서 동시에 위 2차례의 진술에 차이가 생긴 연유 내지 그 진술들 사이의 간극(間隙)을 메우는 취지의 설명을 곁들였다.
통증을 느낀 것은 사고 다음 날인 2월 5일부터였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목과 허리가 집중적으로 아팠습니다. 병원에 갈까 생각을 했지만 일이 너무 많았고 자리를 비우기가 힘들어서 집에서 진통제를 먹고 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2월 6일과 7일은 주말이어서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일에 여유가 있었다면 바로 입원치료를 받았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진술의 구체화 내지 합리화 양상은 공소외 2에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고, 공소외 3의 경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즉, 공소외 3은 2021. 3. 31. 검사와의 면담과정에서 "2월 4일 목요일에는 경황이 없었고, 2월 5일 금요일에는 목이 좀 뻐근했는데 일 때문에 늦어져서 병원에 가지 못하였다. 2월 6일 토요일과 2월 7일 일요일은 주말이라 병원에 못가서, 2월 8일 월요일에 조은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게 되었다"라고 말하였다가 2021. 4. 7.의 검찰 조사시에는 "저도 자고 일어나서 2월 5일부터 목과 팔꿈치 부위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일을 하느라고 2월 5일에는 병원에 못 갔고, 2월 6일과 7일에는 주말이어서 병원에 못 갔습니다. 그러고 2월 8일에 조은정형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라고 진술함으로써 공소외 2와 마찬가지로 진술을 다듬어나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정인의 진술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위와 같이 ‘성장(成長)’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 그 진술은 이미 전후 일관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채증법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진술의 일관성은 단순히 특정인이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고 그 때마다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였다고 하여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절차의 전 과정에서 피고인의 부인, 대질, 공소제기, 증인신문, 상소 제기 등 진술의 배경이 된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쟁점이 된 공소사실에 관하여 진술의 주요내용이 변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것(대법원 1992. 9. 1. 선고 92도1405 판결, 2011. 4. 28. 선고 2010도14202 판결, 2011. 5. 13. 선고 2010도16628 판결 등 참조)인데, 위와 같이 상황이 변하면서 곧바로 진술의 골간을 이루는 내용이 변모를 거듭하는 경우라면 함부로 일관성이 있는 진술이라고 보아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위와 같은 진술에는 명백히 ‘사실’ 내지 ‘진실’과 다른 이른바 ‘허위’ 또는 ‘거짓말’이 포함되어 있음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하여 확인된다. 이것은 위 공소외 2, 공소외 3 등이 받았다는 병원치료와 관련이 있다.
즉, 본건과 같은 교통사고에서 피해(부상)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언제 병원을 찾아서 어떤 내용으로 진찰과 치료를 받았는가 하는 것은 늘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본건의 경우 위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사고를 당해서 부상을 입었다는 날로부터 무려 5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고, 당시 발행된 진단서에서 말하는 부상의 내용은 경·요추의 염좌 혹은 타박상이라는 것이고, 의사는 그 치료에 10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본건에서는 그와 관련한 엑스레이 사진과 같은 검사자료는 물론이고 타박상을 입었다는 팔꿈치를 찍은 사진 한 장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그저 목과 허리가 ‘아프다’는 이들의 진술(말)만이 존재할 뿐이고, 그 진단서상의 요치기간은 2주도 아닌 단 10일에 불과하다(다만, 이들은 이러한 전문가의 소견이 무색할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수십회씩 통원치료를 받았다는 것인바, 이 부분은 별도의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위와 같이 병원방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 교묘하다. 즉,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공히 "사고는 목요일(2월 4일)에 발생하였지만, 금요일(2월 5일)까지는 일을 해야 해서 병원에 갈 짬을 낼 수 없었다. 그리고 2월 6일과 2월 7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라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병원이 문을 여는 월요일(2월 8일)에 처음으로 진찰과 치료를 받은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얼핏 들으면 매우 합리적인 설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방문한 병원이 정형외과병원, 그것도 입원실이 갖춰져 있고 최소한 2명 이상의 전문의가 있는 제법 큰 규모의 병원이었다(위 공소외 2 등이 제출한 진료기록상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 공소외 10 등 4명의 의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위 설명은 거짓말임이 바로 드러나고 만다. 이렇게 입원실을 갖추고 여러 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정형외과의 경우 주말이나 휴일에도 정상진료를 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위 「조은정형외과」 역시나 매일 13:00부터 14:00까지의 휴게시간을 제외하고는 08:00부터 24:00까지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병원 앞의 간판에 적혀 있는 ‘야간진료’와 같은 문구는 물론이고 간단한 인터넷검색을 통하여 너무나 쉽게 확인된다(위 병원은 공소외 3의 거주지에서 겨우 168m 떨어진 4거리 대로변에 있으니, 공소외 3은 평소에 위 정형외과 앞을 자주 지나다녔을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제출한 진료기록(이 사건 수사기록 제140~159쪽)을 보면, 공소외 2는 일요일인 2021. 2. 14. 10:51에 담당의사 공소외 9에게 진찰과 치료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위 공소외 2는 토요일인 2021. 2. 20. 18:48 및 2021. 3. 6. 19:52 각각 야간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공소외 3도 마찬가지다. 즉, 공소외 3은 일요일인 2021. 2. 14. 10:13 및 공휴일인 2021. 3. 1. 17:11에 진료를 받았고, 토요일인 2021. 2. 20. 18:48과 2021. 3. 20. 17:39 및 2021. 4. 3. 17:25에 각각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멀쩡하게 주말이나 휴일에도 병원에서 진찰과 치료를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와 같이 둘러대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기 위하여 사실이 아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 다소간 지엽적인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공소외 2가 위 「조은정형외과」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은 것에도 이상한 점이 있다.
공소외 2는 검사에게 "병원에 갈까 생각을 했지만 일이 너무 많았고 자리를 비우기가 힘들어서 집에서 진통제를 먹고 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2월 6일과 7일은 주말이어서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일에 여유가 있었다면 바로 입원치료를 받았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이 사건 수사기록 제132쪽)", "제가 일이 바빠서 입원도 못하고 시간을 내서 치료를 받는 입장인데 그러면 빨리 치료를 받고 정상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보험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보일러 설치·판매 일을 하는데 겨울철이 대목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통증주사를 맞으면서 계속 일을 하였고, 만약 아프지 않았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을 하지 병원에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이 사건 수사기록 제135쪽)"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위 공소외 2는 최소한 2021. 2. 8.부터 2021. 3. 17.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무려 18차례나 병원을 찾았다. 처음 병원에 간 것이야 공소외 3이 소개하는 병원을 찾은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17회 모두 본인의 주거지에서 무려 이십리(정확하게는 7.5㎞부터 13㎞까지의 경로가 있다) 가량이나 떨어져 있어서 교통소통이 원활해도 차량으로 20~30분을 가야하고, 교통정체가 생기는 시간대에는 족히 4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을 다닌 것이다.
물론, 여기서 진행되는 치료라는 것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조은정형외과」에서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것이었다면 공소외 2가 이렇게 먼 길을 오가며 치료를 받은 것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소외 2 자신의 말(진술)로도 통증주사를 맞거나 물리치료를 받은 것이 치료의 전부라는 것(이 사건 수사기록 제133쪽)이며, 이러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치료만 진행된 사실은 「조은정형외과」의 진료기록을 통하여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요컨대, 공소외 2는 집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에서도 이러한 정도의 치료는 능히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니, 위와 같은 공소외 2의 주장(진술)은 함부로 믿을 수 없다. 일정 부분 거짓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의 말은 나머지도 진실일 것인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원래부터 위 공소외 2, 공소외 3과 같은 이른바 피해자(피고인의 상대방격인 인물)의 진술은, 그에 대립하는 피고인 진술과는 별도로, 그 진술 자체로 ①합리성, ②객관적 상당성, ③전후 일관성을 확보하여 최소한의 신빙(信憑) 요건을 자족적(自足的)으로 갖추어야만 - 즉 그 진술 자체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만 -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의 변소와 대립하는 소송관계인(보통은 피해자, 이 사건 고소인)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 그 소송관계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유념하여야 할 사항 중 하나가 "피고인과 대립관계에 있는 소송관계인의 전체 진술 중 일부는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성·상당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일부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그 부분만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인정함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나 피해자 등의 진술 중 일부가 단순히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성·상당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온전히 거짓말임이 밝혀진 경우"에는 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주의’라는 것은 더욱더 고도(高度)의 그것이 되어야만 한다.
이는 특정인의 진술 중 일부에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나머지 진술은 어떠한 경우에 신빙할 수 있게 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달리 말하자면, "거짓말쟁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떠한 경우에 진실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답(결론)은 "그 나머지 진술부분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소극적인 신뢰요건 충족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그 부분만큼은 다른 증거에 의한 보강이 가능하다는 것과 같이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가 적극적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그러한 사정을 엿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공소외 2, 공소외 3의 각 진술 내지 주장은 함부로 취신할만 한 것이 아니다.
⑷ 기타 사정들에 대한 감안 내지 검토 - 허위에 대한 인식 또는 범의 인정 여부 판단시 참고할 여타의 사정들에 대한 검토 -
㈎ 여기에서 가장 먼저 살필 점은, 공소외 2가 2021. 4. 7.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공소외 3으로부터 보험금을 타기 위해 치료를 받는다는 말을 들은 사실도 없는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네. 없습니다. 단지 경찰관에게 동승자가 있었고 그 사람도 몸이 아픈데 어떡하냐고 말한 적이 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는 점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질문과 답변의 맥락상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말은 이 사건 교통사고 조사의 초기에는 공소외 3이 부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만을 피고인에게 고지한 상태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차량 대조를 위해(그때까지 공소외 1은 사고사실을 부인하고 있었기에 이런 방식의 조사가 필요하였다) ○○경찰서 주차장에 모인 것은 조사경찰관인 피고인과 가해차량 운전자 공소외 1, 피해차량 운전자 공소외 2 등 3인이었고, 그들이 현장에서 확인하여 공유한 상황의 인식이라는 것은 "공소외 1의 운전실수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까지는 맞지만 그 사고 자체가 타이어끼리의 충돌로서 워낙 경미하여 탑승자가 부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었을 터이니, 그 상황에서 "차량바퀴의 흔적 등은 이렇지만, 지금 이 현장에 없는 동승자(공소외 3)가 아프다고 하고 있어서 나로서도 난감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위와 같은 공소외 2의 진술이 바로 이러한 당시 상황 전개를 설명하여 주는 진술일 수 있는 것이다.
㈏ 그리고 이 사건 교통사고의 담당자는 피고인이었지만 피고인이 최초의 조사 특히나 피해자라는 공소외 2와 공소외 3을 현장에서 면담하여 조사하였던 것이 아니다. 그 초동조치는 △△파출소 근무자인 경위 공소외 4가 담당하였고, 그가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내용으로 「교통사고 발생상황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사건을 인계하였다는 점에 대하여서도 충분한 감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사고내용을 인계받은 피고인이 현장에 나가서 어렵지 않게 찾아낸 공소외 1의 트럭에서는 아무런 사고의 흔적도 발견되지 아니하였다. 게다가 공소외 1은 사고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방에 연락하여 사고 후 3일째 되는 날 아침에 ○○경찰서 주차장에서 두 차량의 대조작업을 진행한 결과 타이어끼리만 접촉한 흔적이 발견되었던 사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당해 사고로 인한 부상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나 관련자 진술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여지가 많다. 일종의 정박효과(碇泊效果, anchoring effect)가 발생하였을 수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피고인의 사건 내용 또는 관련자 진술 내용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비록 편향적이거나 부정확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간 피고인이 당시의 상황을 이런 각도에서 인식하고 해석하였을 경우에는 그에 맞추어 재수사결과를 보고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 다음으로 보험처리를 어느 차량 보험사에서 하였는지와 관련된 문제를 본다.
이 사건에서 누구의 보험으로 병원비가 처리되었는지가 문제되는 것은, 가해차량 보험회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사고발생 접수가 된 것은 2021. 2. 10.이었는데,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처음 병원에 간 것은 그 이틀 전인 2021. 2. 8.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1. 2. 9.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았는데, 이때까지는 피해차량 보험사인 KB손해보험(여기에 대하여는 사고당일인 2021. 2. 4. 사고접수 되었다)측에서 자손담보항목으로 처리해 준 치료비지불보증에 터잡아 치료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공소외 1의 보험(삼성화재)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재수사결과서를 제출하였으니 이것은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공문서에 담았다는 것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이고, 위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주장인 것이다.
※ 검찰에 제출된 2021. 4. 7. 발급된 것으로 보이는 병원의 진료기록(이 사건 수사기록 제139~159쪽)상 위 초기 이틀의 치료와 관련하여서도 치료비지불보증을 한 보험사가 KB손해보험㈜가 아니라 삼성화재인 것으로 정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은 아마도 사후적으로 정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기(手記)가 아니라 전산으로 작성되는 의무기록이라서 사후에 일괄 수정이 되었을 것이다(자동차보험사에 사후적으로 급여를 청구·정산하는 병원의 업무처리에서 흔히 생기는 일이다). 적어도 삼성화재 측에서 사고신고를 받고 병원에 지불보증 내지 부보사고확인을 해 줄 수 있었던 최초의 시점인 2월 10일 이전의 치료와 관련하여서는 KB손해보험㈜의 부보처리(담보항목:자손)에 기하여 병원비지불보증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인식이 반드시 위와 같은 실제의 보험처리내역과 꼭 같게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피고인은 KB손해보험㈜에 대한 접수내역 자체는 서면으로 받아 보지 못하였고, 2021. 2. 10. 공소외 1로부터 가해차량 관련 삼성화재에 대한 자동차보험가입사실 증명원(이 사건 수사기록 제64~65쪽)을 받았을 뿐이며, 여기에는 "공소외 2 외 1명의 피해자(부상자)가 있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피고인이 불송치 결정을 하고 기록을 검찰에 송부한 것은 그때로부터 10일 이상이 경과한 2021. 2. 21.이었고, 검사의 재수사요청을 받고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한 것은 다시 상당한 시일이 지난 2021. 3. 4.의 일이다. 처음 이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삼성화재에 의한 보험처리가 진행되고 있었으니, 피고인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그것만을 당연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소외 2의 진술을 보면 이러한 추측 내지 짐작이 결코 터무니없거나 공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공소외 2는 2021. 3. 15. 재조사를 실시하는 피고인에게 피의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련하여 "상대방과 개인합의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방 차량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보험접수를 하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작성한 공소외 2에 대한 진술조서에 그와 같이 기재가 되어 있고, 진술한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다는 공소외 2의 확인 서명·무인이 선명하니 조사 당시 양인은 "초기 이틀간은 가해차량이 가입한 보험회사가 처리를 해 준 것이 아니라 피해차량이 가입한 보험회사가 처리를 해 준 것이다"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직접 치료를 받은 공소외 2가 이러할진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조사경찰관에 불과한 피고인의 인식이 어떠하였을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위 공소외 2는 2021. 3. 31. 검사와의 면담조사 당시 "○○경찰서 주차장에서 조사를 할 당시 가해자(공소외 1)가 보험처리를 해 주겠다고 하였으나, 경찰관(피고인)이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면서 일단 본인의 자차 보험으로 할 수도 있으니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라고 진술(이 사건 수사기록 제114쪽)하였다. 위 공소외 2는 2021. 4. 7.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는 이보다 한발 더 나가서 "피의자(공소외 1)가 본인의 잘못으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피의자가 보험 접수를 해주겠다고 하자 피고인이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피의자에게 보험 접수를 하지 말라고 제지를 했습니다. 제가 저와 동승자인 공소외 3이 몸이 아프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어떡하느냐고 하자 피고인이 저에게 자차 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테니 그걸로 치료를 받으라고 했습니다"라고 진술(이 사건 수사기록 제131쪽)하기까지 하였다.
요컨대, 공소외 2는 "내막을 알 수는 없으나 피고인이 공소외 1을 감싸면서 보험접수도 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를 하라고 하였다"는 취지 또는 "이때부터 이미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의 본질을 흐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나중에 작성된 재수사결과서는 바로 그런 의도가 구체화된 허위의 공문서이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2가 2월 8일 월요일 전화로 가해자 측 보험 접수를 해 달라고 해서 제가 아직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안 되서 보험접수가 안된다고 하면서※ 본인 자차 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라고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후에 공소외 1 측 보험 접수가 이루어지기는 했습니다"라고만 진술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 사건 사고 조사로 대면하기 이전에는 상호간 일면식도 없었던 생면부지의 사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하여 최초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당시 공소외 1은 교특법위반의 점을 순순히 시인하였다)한 것은 2021. 2. 10.이며, 그날 곧바로 가해차량 보험사인 위 삼성화재에 대한 사고접수가 완료되었음도 기록상 명확하다.
※ 이는 법적으로는 명백히 잘못된 판단(법률지식)이다. 즉, 자동차보험과 같은 손해보험 특히 책임보험의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피보험자 내지 보험계약자는 언제든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보험자)에게 보험사고 발생신고로서의 사고접수를 할 수 있다. 피보험자 등이 형사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와 무관함은 물론이고, 민사상으로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확정된 연후에만 이와 같은 보험사고 발생신고(접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는 이러한 사고접수(신고)를 통하여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험자의 독자적인 부보판단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전담 처리하던 피고인이 왜 이러한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손해보험 특히나 그 중에서도 형사상의 책임과 밀접하게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책임보험과 관련하여서는 어지간한 법률지식만 가지고는 명확한 법리판단이 어려운 것이 현실인바, 이 사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착각 역시나 이러한 점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지 짐작할 뿐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비록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범주에서 통상적인 교통사고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그에 따른 보험처리 및 이를 위한 접수절차(가능시점) 등을 설명하여 주었을 뿐이고, 보험처리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공소외 2가 그 설명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러한 점이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여 피고인에게 불순한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 것이 이 부분과 관련된 이 사건의 실상일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우선 자차로 처리하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에서 ‘자차’라는 말은 통상 ‘자기차량손해담보’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험계약자가 가해자일 경우 다른 차량에 발생한 손상을 배상하는 문제를 처리하기 위하여 ‘대물’이라는 담보항목으로 보험가입이 강제되는 것에 대응하여, 이러한 경우 자신의 차량에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하여 임의로 가입하는 보험이 바로 ‘자차’ 또는 ‘자기차량손해담보’ 보험으로서, 이것은 손해보험이지만 책임보험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공소외 2의 차량(스타렉스)에는 아무런 손괴도 발생하지 않았으니 누구의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인지와 상관없이 어떠한 경우에도 자차 담보항목의 적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대인담보항목(가입이 강제되는 대인배상Ⅰ과 임의가입하는 대인배상Ⅱ가 있다)에 대응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자기신체사고’ 손해담보 내지 ‘자손’ 보험(이것은 손해보험이면서 일부 인보험의 성격을 가진다)이 여기에서 등장할 수 있다. 요컨대, 당시 상황에서 피고인이나 공소외 2는 ‘자차’가 아닌 ‘자손’ 보험으로 처리를 하여야 한다는 말을 나누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보험의 구조와 성격 등에 관한 명확한 인식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위와 같이 부정확한 표현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안내 내지 설명을 하였을 당시 추가로 더 진행해야 할 조사라고는 공소외 1이 도주한 것인지 여부뿐이었는데, 공소외 1의 손해배상책임은 그러한 도주의 점이 인정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운전실수(이것은 형사상 부책과 상관없이 곧바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낸 사실로부터 이미 발생이 확정된 상황인바, 굳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도주의 점을 감추어 줄 요량으로 보험처리를 미루거나 왜곡할 아무런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 여기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점은,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하여 불송치결정을 하고 그 사실을 공소외 2와 공소외 3에게 통보하였음에도 그들로부터 아무런 이의제기를 받지 못하고 있던 중에 검사로부터 위 재수사요청을 받았다는 점에 관한 것이다.
즉, 피고인은 2021. 2. 21.자로 위 공소외 2와 공소외 3에게 아래와 같이 "가해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하여 있기 때문에 공소권이 없어 불송치하기로 하였다"는 요지의 사건처리결과 통지를 하였다. 여기에는 이 사건 사고에서 부상자가 있다고 경찰에 신고 되어 처리되었다는 점과 이 사건에 대하여는 특가법(도주)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담당자의 직위와 성명, 소속부서와 전화번호 등이 일목요연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 사건처리결과 통지서 생략 〉
그런데 이러한 통지를 받은 공소외 2와 공소외 3은 충분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이고, 사소하거나 간단한 사항에 대한 문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은 도주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경찰의 처사(판단)를 공소외 2와 공소외 3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검사로부터 "피의자(공소외 1)의 도주 해당여부에 대하여 별다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임"이라는 평가와 그에 따른 재수사요청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앞서 기초사실에서 지적하였듯이 위 불송치결정 이전에 도주 해당여부에 관한 나름대로의 수사를 실시하였고, 그것을 기록에도 어느 정도는 반영하여 놓았으며, 그러한 내용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통지를 하여 이를 사실상 수용하는 태도(이들 공소외 2, 공소외 3과 같은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경우, 그것이 아니라면, 각 경찰서마다 설치되어 있는 청문감사관실 등을 통하여 정식으로 재수사요구 또는 이의제기를 하거나, 최소한 전화로 담당경찰관 즉 피고인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라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를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수사결과와 불송치결정이라는 경찰의 처분 당부를 사후적으로 재검토하는 검사의 입장과는 달리, 수사를 직접 진행하여 최선의 결론을 내서 통보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여지가 많은 피고인으로서는 이해당사자인 공소외 2나 공소외 3이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당시의 상황을 이러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여지가 다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상당한 정도로 도주의 점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여 그 내용의 일부를 수사기록에 반영 기록송부를 하였는데도 검찰의 재수사요청이 있으니,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관련자들 - 주로 공소외 2, 공소외 3 - 로부터 들었지만 명시적으로 수사자료로 갖추어져 있지 아니한 점들 몇 가지를 「재수사결과서」라는 제목의 수사보고 형식으로 검사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피고인의 상황인식이나 대처(보고)가 다소간 안이한 처신이라서 피고인의 말처럼 "재수사 요청 사항을 미˚비˚(未備)하˚게˚ 수˚행˚하˚는˚ 일˚이라서 앞으로는 없어야 할 행동"이 될 수는 있겠지만,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행사하는 중대한 범죄(이에 대하여는 최장 10년 6개월까지의 징역형 과형이 가능하다)를 저지른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것이 당원의 판단이다.
라.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은 앞서 지적한 바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점들을 토대로 도출되는 아래와 같은 의문점들에 비추어 보면, 현재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우선,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컨대,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검찰에서 진술한 사항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즉, 이들이 검사에게 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당시 충격은 경미하였고 공소외 3이 병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타야 된다고 하여 자신도 병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 또는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이 종합보험에 접수하여 주어서 병원진료를 받은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라고 진술 내지 고변(告變)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것이 진실(眞實)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위에서 살핀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불송치결정 이전 이 사건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2로부터는 "당시 충격은 타이어의 고무부위가 서로 접촉된 것으로 경미하였으나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공소외 3이 병원치료를 받고 보험처리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자신도 사고발생일 5일후에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공소외 3으로부터는 "사고발생일 5일후에 병원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제출하였으며,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접수하여 주었다"는 요지의 말을 실제로 들었지만, 굳이 그러한 내용까지 수사기록에 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자료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불송치결정을 하였다가 재수사요청을 받고 나서야 비로 재수사결과서에 기재하여 보고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공소외 2,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반드시 위와 같이 얘기를 하지 않았어도 피고인은 그들의 말을 위와 같이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타이어끼리 충돌한 사고라는 점을 수긍한 공소외 2가 전하기를 "공소외 3은 아프다면서, 가해차량의 보험으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라고만 하였는데, 피고인은 그 말을 "사고의 형태상 당신(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말하는 것처럼 경미한 사고인 것이 사실인데, 의외로 동승자는 보험으로 치료받고 처리하여야 할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는 말로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황인식에 기반하여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행동을 해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위가 어찌되었건 피고인이 공소외 2나 공소외 3의 말을 위와 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라면 공소사실에 적시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재수사결과서」를 작성·송부한 것을 가리켜,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요컨대, 당원은, 위와 같은 상황 중 어느 것이 진실이건 상관없이, 위에서 밝힌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공문서작성의 범의를 가지고 이 사건 「재수사결과서」를 작성하여 행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음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당심은 피고인의 양형과중 주장과 검사의 양형과경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곧바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1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윤지수 송현섭 |
231,841 | 용역비 | 2019나23399 | 20,220,525 | 선고 | 대구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화인종합건축사사무소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대하)
【피고, 피항소인】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친구 담당변호사 박기득 외 1인)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19. 6. 20. 선고 2016가합208857 판결
【변론종결】
2022. 4. 20.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33,820,326원과 이에 대하여 2018. 9. 18.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건축시공감리 전문업, 건축물의 설계업, 건축물에 관한 법령에 의한 절차이행대리 등에 관한 업무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피고는 대구 (주소 생략) 일원(이하 ‘이 사건 정비구역’이라 한다)에서 주택재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2014. 5. 22.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5. 9. 1. 법률 제13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대구 중구청장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이다.
나.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용역계약의 체결
원고는 2009. 2. 5. 피고의 전신인 ○○○○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사이에 이 사건 사업을 위한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에 관한 용역계약(이하 ‘제1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제1 용역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 용역계약1. 계약명 : ○○○○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정비계획수립 및 구역지정용역3. 계약금액 1) 정비계획수립 및 구역지정 : 일금 15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 2) 지급시기(부가가치세 별도) 1. 계약 시 20%(30,000,000) 2. 정비구역지정신청 시 50%(75,000,000) 3. 정비구역지정 결정고시 시 30%(45,000,000) 3) 지불시기의 조정 - 상기 용역금액의 지불시기는 ‘갑’(피고, 이하 같다)의 요청으로 시공사 선정, 계약 후 1개월 이내에 지불할 수 있다.제1조(목적) 본 계약은 ○○○○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위한 정비계획수립 및 구역지정을 위하여 시행하는 제2조의 용역을 수행하는 데 있다.제2조(용역의 범위) ‘갑’이 ‘을에게 도급하는 용역의 범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에 의한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업무로 한다. 단 교통영향평가 등 별도의 법에 의한 절차상 필요한 용역업무는 별도임.제11조(계약의 해지 등) 1) ‘갑’은 ‘을’(원고, 이하 같다)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될 때에는 본 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제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2) ‘갑’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지시 ‘갑’은 계약해지 통지시점까지 ‘을’이 수행한 용역의 대가를 진척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종결시킨다.
다. 설계용역계약의 체결
원고는 2009. 2. 5. 위 추진위원회와 사이에 제1 용역계약과 별도로 이 사건 사업을 위한 설계용역계약(이하 ‘제2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제2 용역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제1, 2 용역계약을 통칭할 때에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라 한다).
제2 용역계약1. 설계계약 건명 : ○○○○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설계용역4. 계약금액???구분용역비(부가가치세 별도)신축 연면적 평당 용역비전체 공정 100% 중 16% (※ 사업시행인가고시된 면적을 기준으로 정산 처리함)?제2조(용역기간) ‘을’이 수행하여야 할 설계용역업무의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조합설립인가일까지로 한다.제3조(용역의 범위) ① ‘갑’이 ‘을’에게 위탁하는 용역의 범위는 사업성 검토를 위한 계획설계 및 대안설계, 주민설명회 및 사업설명회, 안내/홍보자료 제작 등을 위한 제안설계, 정비계획 수립에 수반되는 교통영향평가를 위한 계획설계, 정비계획도서 제출 시 ‘갑’이 선정한 정비계획수립 용역업체가 요구하는 건축설계 등 본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에 필요한 제반 설계도서 작성 및 대관청인허가 업무와 이에 부수되는 제반 업무의 수행(이하 ‘설계업무’라 한다)을 그 내용으로 한다. ② ‘을’의 부담으로 수행할 용역의 범위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사업성 분석 및 사업수지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갑’이 요청하는 계획설계 2.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갑’이 선정한 정비계획수립 용역업체가 요청하는 건축관련 설계일체 3.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 ‘갑’이 선정한 교통영향평가수행 용역업체가 요청하는 교통영향평가 관련 설계일체 4. ‘갑’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주민설명회 및 사업설명회를 위해 ‘갑’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수준에 준하는 관련 건축설계 및 그 결과물(CG Graphic 등) 5. 원만한 사업진행을 위해 ‘갑’이 요청하는, 사업과 관련한 사안에 대한 건축관련 자문 및 검토보고서, 주민안내서 등의 작성 6. 정비계획수립을 위한 신청도서가 관련 허가부서에 접수된 후 발생하는 사업수행에 필요한 경미한 설계변경 도서작성 7. 경계측량, 현황측량 및 공공부지 매입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측량업무지원(지하 매설물 표기 등) 8. 기타 ‘갑’이 설계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무, 관련법에 의한 각종 평가업무 관련도서제4조(용역비 및 지불방법) ① ‘갑’이 ‘을’에게 설계용역의 대가로 지불할 용역비는 향후 조합설립인가 후 정식 선정되는 설계업자의 제안금액의 비율에 따라 책정하여 지불하며 지급시기는 시공사 선정 후 1개월 이내로 한다(최종 사업시행인가면적으로 정산한다).제12조(‘갑’의 계약해제·해지) ① ‘갑’은 다음 각 호의 경우에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 1. ‘을’이 제3조의 용역수행 및 설계일정표에 따른 설계 및 관련 업무를 지체하여 ‘갑’이 3회 이상 이행 촉구하였으나, ‘을’이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제15조(설계업무 중단 시의 보수 지급) ① ‘갑’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설계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단된 경우에는 ‘갑’은 ‘을’이 이미 수행한 설계업무에 대하여 중단된 시점까지의 용역비를 ‘갑’과 ‘을’이 협의하여 지불한다. ② ‘을’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설계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단된 경우에는 ‘갑’이 ‘을’에게 이미 지불한 용역비에 대하여 이를 정산한다.
라.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진행 경과
1) 원고는 2009. 7. 16. 대구광역시 중구청(이하 ‘중구청’이라 한다)에 이 사건 정비구역에 대한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요청서를 제출한 이래 2009. 11. 23., 2010. 1. 19., 2010. 3. 25. 중구청의 보완요구사항을 반영한 서류를 제출하였으나 2010. 6. 4. 2010년 제3회 대구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시계획위원회’라 한다)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받았고, 2010. 6. 11. 위 심의결과에 따른 보완계획안을 제출하였으나 2010. 9. 13.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받았다.
2) 위 추진위원회는 2011. 10. 4.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이행 또는 포기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2011. 10. 13. 위 추진위원회에게 ‘이 사건 사업 진행을 위하여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대구광역시 도시계획심의를 신청하였으나 도시계획정책 변경 등으로 인해 심의가 2차례 유보된 것이며,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3) 이후 원고와 위 추진위원회는 2011. 12. 20. ‘원고는 도시관리계획 확정고시일로부터 45일 내에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보완서류를 제출하기로 한다. 원고가 위 기일을 지킬 시 피고는 원고에게 보낸 그동안의 내용증명 일체를 없었던 것으로 한다. 또한 피고가 추후 보완서류를 요청할 시 원고는 1개월 이내에 보완서류를 제출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4) 원고는 2012. 7. 11. 중구청에 위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른 보완계획안을 제출하고, 2012. 12. 7. 중구청으로부터 요구받은 심의결과 조치계획 및 관련도서를 제출하였으나, 2013. 1. 24. 2013년 제1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받았고, 2013. 2. 25. 위 심의결과에 대한 보완계획을 제출하였으나, 2013. 4. 2. 2013년 제2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받았다.
5) 위 추진위원회는 원고에게 2013. 5. 1., 2013. 5. 7., 2013. 5. 15. 이 사건 합의각서 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고, 2013. 5. 30. 최종적으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 통보하였다.
마. 정비구역지정 고시 및 피고의 설립
1) 대구광역시장은 2013. 12. 2. 대구 중구 (주소 생략) 일원을 ○○○○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고시하였다(대구광역시 고시 제2013-149호).
2) 위 추진위원회는 2014. 5. 22.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4. 6. 3. 조합설립등기를 마침으로써 피고를 설립하였다(피고가 위 추진위원회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으므로, 이하에서는 피고 설립 전후를 불문하고 위 추진위원회와 피고를 통칭하여 ‘피고’라고만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대구광역시청, 중구청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용역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6. 9.경 피고와 사이에 문화재현상변경 허용기준 변경을 위한 용역계약을 구두로 체결하면서, 용역대금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정산하여 지급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2006. 10.경부터 2008. 6.경까지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에 따라 2008. 6. 17. 이 사건 정비구역에 대한 문화재현상변경 허용기준이 변경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가 공표하는 엔지니어링 기술자 노임단가를 적용하여 산정한 용역대금 합계 255,909,79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업무는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을 위해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원고는 피고와 정비구역지정 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무상으로 위 업무를 수행해주겠다고 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와 별도의 용역계약 체결 없이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업무를 일부 수행해주었을 뿐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용역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판 단
1) 제1심법원의 대구광역시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2018. 1. 22.자),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07. 7.경 중구청에 ‘대구달성(사적 제62호) 주변 현상변경 허가처리기준 변경건의안’을 제출하는 등 이 사건 정비구역에 대한 문화재현상변경 허용기준을 변경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한 사실, 이 사건 정비구역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건축물 높이의 최고 한도가 20m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2008. 6. 17.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 고시’(문화재청 고시 제2008-54호)로 건축물의 최고 높이 제한이 62m로 변경된 사실이 인정된다.
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갑 제1호증, 제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정비구역지정 및 설계 용역업무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면서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업무에 대하여 별도의 용역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내지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는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였는데, 당시 원고는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문제를 해결할 테니 원고를 용역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였고, 이에 피고는 투표를 통해 원고를 사전계약예정자로 지정하였으며, 원고는 피고와 정식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정비구역의 문화재현상변경 허용기준 변경을 위한 업무를 진행하였다.
② 이 사건 정비구역에 대하여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 고시’가 이루어진 이후인 2009. 2. 5. 원고와 피고는 정식으로 제1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제1 용역계약은 계약서 제2조에서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업무’만을 용역의 범위로 정하면서 ‘단 교통영향평가 등 별도의 법에 의한 절차상 필요한 용역업무는 별도임’이라고 정하고 있을 뿐, 달리 문화재현상변경 관련 용역업무에 대한 용역대금을 추가적으로 정산 또는 협의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거나 그 용역대금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을 정하고 있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③ 2006. 9.경 당시 피고는 추진위원회 상태였는바, 그러한 상태에서 내부 의결을 거치지 않고 용역대금도 정하지 않은 채 토지 등 소유자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용역계약을 구두로 체결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④ 당시 추진위원장이던 소외 2는 제1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원고의 문화재현상변경 업무 수행에 대하여 "문화재가 안 풀렸으면 재개발이 안 되었는데 그걸 풀었기 때문에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증언하였으나, 이는 소외 2의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피고의 조합원이자 이사인 소외 3은 제1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문화재현상변경 업무에 대하여 별도로 돈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습니다", "화인의 소외 4라는 사람이 설명회장에서 ‘신명이 풀든, 누가 풀든, 건축사가 푼다 하면 우리도 당연히 푼다.’ 그래서 우리 조합원이 알기로는 정비구역 때까지의 일 자체가 1억 5,000만 원 용역비니까 그 안에 모든 걸 해줘야 정비구역지정이 2013년 12월 2일날 났거든요. 그래서 그때까지 일을 다 해 주는 게 그 용역비가 1억 5,000만 원입니다."라고 증언하였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존속을 전제로 한 주위적 주장
(1) 원고는 제1 용역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의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용역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제1 용역계약 이행에 따른 용역대금 15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설령 원고가 예정된 용역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실제로 수행한 기성고 비율은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3항에 따라 제1 용역계약의 용역 중 70%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제1 용역계약의 기성금 105,000,000원(= 150,000,000원 × 70%, 부가가치세 별도)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는 제2 용역계약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의 설계도서 작성업무를 수행하였다. 제2 용역계약에 따른 기성고는 전체공정 100% 중 16%인데, 사업시행인가 고시된 이 사건 정비구역의 연면적은 66,231평(= 218,949.1254㎡ / 3.3058)이고, 설계용역비는 총 2,955,739,877원이며, 평당 설계비는 44,627원(= 2,955,739,877원 / 66,231평)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설계용역비의 16%에 해당하는 472,910,533원(= 신축연면적 66,231평 × 평당 용역비 44,627원 × 16%, 부가가치세 별도)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위와 같이 각 용역대금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원고의 청구금액을 초과한 주장이다.]
나)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 전제로 한 예비적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라 용역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피고는 2013. 5. 30.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계약을 파기하였다. 즉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중단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1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의 계약해제 통지시점까지 원고가 수행한 제1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의 대가를 진척비율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제2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5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가 수행한 제2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제1 용역계약에 관하여는 계약서 제3항에 따라 105,000,000원(= 계약 시 30,000,000원 + 정비구역지정신청 시 75,000,0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제2 용역계약에 관하여는 피고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 해제 이후 타 업체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총 설계용역비가 2,955,739,877원이므로 위 2,955,739,877원 중 16%에 해당하는 472,910,533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제1심에서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해제된 것임을 전제로 계약에서 정한 용역대금을 구하였으나, 이 법원에 이르러서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해제되지 않고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하여 용역대금을 구하고 있다. 다만, 원고가 제1심에서의 위 주장을 철회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위와 같이 주위적, 예비적 주장을 한 것으로 선해한다].
2) 피고
가) 주위적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가 있은 2012. 4. 30.로부터 45일 이내에 보완서류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또는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1조 제1항 및 제2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해제한 것인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 관한 이 사건 제1 용역계약 제11조 제1항, 이 사건 제2 용역계약 제15조 제2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예비적 주장
설령 원고에게 용역대금 상당의 채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의 업무태만으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용역대금 채권을 상계한다. 또한 원고의 용역대금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3호의 '공사의 설계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으로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해제된 2013. 5. 30.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6. 12. 13.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위 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되었다.
나.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 여부
1) 원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한 해제 여부
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당해 채무가 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여 채권자가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이어야 하고 그렇지 아니한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데에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다20394, 20400 판결 등 참조).
한편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1조 제1항에서는 피고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될 때에는 본 계약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일방적으로 해지(제2 용역계약과의 비교상 해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해제권 발생 사유를 계약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로 명시하고 있고, 제2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원고가 제3조의 용역 수행 및 설계일정표에 따른 설계 및 관련업무를 지체하여 피고가 3회 이상 이행촉구하였으나, 원고가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나) 앞서 본 기초사실 및 갑 제11호증, 을 제1 내지 3, 7호증, 이 법원의 중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09. 7. 16.경 중구청에 ○○○○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수립 및 구역지정요청서를 제출한 후 2010. 6. 4. 2010년 제3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2010. 9. 13.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각각 받은 사실, 피고가 2011. 10. 4.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이행 또는 포기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원고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유지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원고와 피고는 2011. 12. 20. ‘원고는 도시관리계획 확정고시일로부터 45일 내에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보완서류를 제출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확인각서를 작성한 사실, 2012. 4. 30.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도시관리계획결정 고시가 이루어진 사실(대구광역시 고시 제2012-42호), 그럼에도 원고가 위 도시관리계획결정 고시일로부터 45일 내에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보완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 이후 피고는 2013. 1. 24. 2013년 제1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2013. 4. 2. 2013년 제2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각각 받은 사실, 피고가 2013. 5. 30.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 통보할 당시까지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고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법원의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상의 주된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위 가)항에서 본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상의 약정 해제사유(제1 용역계약 상의 ‘원고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계약이행이 불가능하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될 때’ 및 제2 용역계약 상의 ‘원고가 업무를 지체하여 피고가 3회 이상 이행촉구하였으나, 원고가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주된 채무불이행의 내용으로 삼고 있으나, 이 사건 합의각서는 피고가 이 사건 사업 진행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고와의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유지하는 대신 원고의 계약 이행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주식회사 청림이앤씨의 연대보증 하에 피고로부터 작성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합의각서 상의 의무이행 기간인 ‘45일’ 또는 ‘1개월’ 내에 보완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주된 채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아래 ③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에 관한 도시관리계획결정 고시이후 2012. 7. 11. 보완계획안을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상의 의무이행을 일부 지체하였던 것에 불과하다.
②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도 정비구역 지정에 관한 기한이나 설계용역 업무의 기한이 별도로 정하여져 있지 않았는바, 이는 정비구역지정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등 단기간에 이뤄질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비구역지정이 지체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상 의무이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을 위한 업무와 설계용역 업무를 함께 수행하면서 제3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하여는 2010. 6. 11.,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하여는 2012. 7. 11., 2013년 제1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하여는 2013. 2. 25. 각 보완계획안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제출한 각 보완계획안을 보면, 원고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각 심의결과에 따른 유보사유를 반영하여 각 보완계획안을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보완사유가 반영된 항목은 다음 회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유보사유도 달라졌음이 확인되는바, 원고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업무를 해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④ 피고는,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2013년 제1회, 제2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동일한 사유인 APT 배치계획에 대한 보완작업·통경축확보를 위한 건물 재배치 검토를 이유로 심의 유보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건물 재배치는 △△△, □□□변의 주상복합아파트 평행 배치 계획을 재검토 하라는 사유였고, 통경축 확보를 위한 건물 재배치 사유가 아니었으며, 원고는 이를 반영하여 △△△, □□□변 주상복합아파트를 판상형아파트와 탑상형아파트를 교대 배치하여 계획한 점, ㉡ 2013년 제1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지적되었던 통경축 확보를 위한 건축물 재배치를 위하여 통경축 주변의 공동주택 동간 거리를 기존 11m에서 21.4m로 확장 재배치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위 지적은 이유 없다.
⑤ 또한 피고는, 원고가 보완계획안을 제출하면서 2010년 제4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사유 중 △△△, □□□변의 주상복합APT 배치계획 재검토와 ◇◇◇을 자연생태하천으로 복원될 때를 고려한 계획검토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 원고는 2012. 12. 7. 조치계획 및 관련도서를 제출하면서 심의 사유를 반영하여 △△△, □□□변 주상복합아파트를 판상형아파트와 탑상형아파트를 교대 배치하여 계획하였고, ㉡ ◇◇◇이 자연생태하천으로 복원될 때를 고려한 계획검토 사유는 원고가 반영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여 다음 회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정에서는 유보사유에서 제외되었으므로 원고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를 반영하지 아니한 채 보완계획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⑥ 원고가 2013. 2. 25. 제출한 보완계획안에 대하여 2013. 4. 2. 2013년 제2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받은 사정은 있으나, 위 통보서에는 ‘2013. 5. 31.까지 사업부지 북동측 통경축 확보 부분의 건물을 재배치하고, 공간디자인 개선안을 2개 이상 제시할 것’ 등 2개의 보완사항만이 기재되어 있었는바, 여기에 원고가 제출한 2013. 2. 25.자 건축배치도는 피고가 다른 업체와 새로운 용역계약을 맺고 처음 제출한 2013. 7.자 건축배치도와 거의 유사한 건축배치도이고,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고시가 있기 전 피고 측에서 제출한 2013. 11. 8.자 건축배치도와 비교해 보더라도 2013. 11. 8.자 건축배치도는 위 2013. 2. 25.자 건축배치도를 일부 수정·보완한 것에 불과할 뿐 전면적으로 설계도를 새롭게 작성한 것은 아닌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2013. 2. 25. 중구청에 제출한 설계용역결과물은 위 2개의 지적사항만을 보완하면 정비구역지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완성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라)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상의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해제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 여부
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한편 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는바, 도급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상의 해제사유를 이유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피고는 민법 제673조에 따라 임의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013. 5. 30.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시점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민법 제673조에서는 도급인의 손해배상의무에 대하여 정하고 있으나, 이는 임의해제권의 성립요건은 아니다).
[피고는 2013. 5. 30.경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계약의 합의해제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하려면 계약의 성립 후에 당사자 쌍방의 계약실현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인하여 당사자 쌍방의 계약을 실현하지 아니할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하고, 계약이 일부 이행된 경우에는 그 원상회복에 관하여도 의사가 일치되어야 하는바(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98412, 98429 판결 등 참조), 피고가 2013. 5. 30. 이 사건 각 용역계약 해제를 통보한 이후 원고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 여부뿐만 아니라 계약 중단의 귀책사유 및 그로 인한 용역대금 정산의무에 관하여도 다툼이 있으므로, 위 인정사실만으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합의해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2013. 5. 30. 해제되었으므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의 용역대금 지급의무 발생
가) 앞서 기초사실에 의하면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1조 제2항은 "‘갑’(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해지시 ‘갑’은 계약해지 통지시점까지 ‘을’(원고)이 수행한 용역의 대가를 진척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종결시킨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5조 제1항은 "‘갑’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설계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중단된 경우에는 ‘갑’은 ‘을’이 이미 수행한 설계업무에 대하여 중단된 시점까지의 용역비를 ‘갑’과 ‘을’이 협의하여 지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나)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채무불이행이나 이 사건 각 용역계약 상의 약정 해제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임의로 해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피고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해제한 것은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따라서 피고는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1조 제2항 및 제2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5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게, ‘원고가 2013. 5. 30.까지 이미 수행한 업무에 대한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원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에 따라 해제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1조 제1항, 제2 용역계약의 계약서 제15조 제2항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용역대금 지급의무의 범위
1) 판단기준
수급인이 설계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설계용역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용역대금을 정산하여야 할 경우, 그 용역비는 당사자들이 약정한 총 용역대금을 기준으로 하여 그 금액 중 수급인이 설계를 중단할 당시의 기성고 비율로 계산한 금액이지만, 기성 부분의 보수에 관하여 별도로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와 다르게 산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5다20056(반소) 판결 참조].
2) 제1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가) 원고가 피고가 제1 용역계약상 ‘계약 시 3,000만 원, 정비구역지정신청 시 7,500만 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제1심법원의 중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2018. 1. 16.자), 제1심법원의 대구광역시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2018. 1. 29.자)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2010. 1. 25.경 ‘○○○○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신청’을 완료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나아가 원고가 수행한 용역의 기성고 비율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제1 용역계약에 의하면 정비구역지정신청 시까지 총 용역대금의 70%를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점, ② 실제 이 사건 각 용역계약 해제 이후 피고가 다른 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통해 작성한 계획안에 따라 정비구역이 지정된 점, ③ 제1 용역계약 제3항의 규정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는 실제로 수행한 용역업무의 범위와 관계없이 이 사건 제1 용역계약이 피고의 귀책사유로 해제되는 경우에 기성 부분에 대한 대가를 정산하기 위하여 사전에 기성 부분 보수의 정산 방법에 관하여 별도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실제로 수행한 용역의 기성고 비율은 제1 용역계약상 총 용역 중 70%로 봄이 타당하다.
[이 법원의 감정인 소외 5에 대한 감정결과, 제1 용역계약에 따라 원고가 수행한 용역업무의 완성도는 100%, 기성고는 15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산정된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은 다음의 사정, 즉 원고가 2013. 2. 25. 마지막 보완계획안을 제출하였으나 2013. 4. 2.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 ‘유보’ 통보를 받았고, 2013. 5. 30.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해제되었으며, 이후 피고 측에서 자료를 보완하여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결정 고시를 받은 점 등에 비추어, 위 감정결과를 그대로 따르기 어렵다].
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총 용역대금의 70%인 105,000,000원(= 150,000,000원 × 70%)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제1 용역계약상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나, 원고가 구하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한다).
3) 제2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가)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중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2018. 1. 16.자)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12. 7. 11. 중구청에 제출한 보완계획안에 포함된 설계개요, 지하 1층 주차장 평면도, 입면차폐도, 109동(탑상형) 남서측면도 및 북서측면도 등에 원고의 상호와 로고, 주소와 연락처 및 원고의 사내이사 소외 4가 이를 확인하였다는 뜻으로 "APPROVED BY 건축사 소외 4"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2012. 12. 7. 중구청에 제출한 심의결과 조치계획 및 관련 도서에 포함된 지하 1층 주차장 평면도, 대지종단면도, 대지횡단면도, 102동 정면도 및 좌측면도 등에도 원고의 상호와 로고, 주소와 연락처 및 "APPROVED BY 건축사 소외 4"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는 제2 용역계약에 따라 설계도서 등을 작성하는 등의 용역을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나아가 원고가 수행한 용역의 기성고 비율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중구청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2018. 1. 16.자)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원고는 2012. 4. 30.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가 있은 후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수립을 위하여 필요한 기본계획 설계업무, 도시관리계획(지구단위계획) 관계도서 작성 및 협의 업무, 구역지정 신청 업무 등을 진행하여 2013. 2.경 중구청에 ‘○○○○ 주택재개발 정비계획(안)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보완계획(안)’을 제출한 사실, ② 위 보완계획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결과 피고는 2013. 4. 2. ‘유보’ 통보를 받았으나, 위 통보서에는 ‘2013. 5. 31.까지 사업부지 북동측 통경축 확보 부분의 건물을 재배치하고, 공간디자인 개선안을 2개 이상 제시할 것’ 등 2개의 보완사항만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③ 피고는 위 기한 전날인 2013. 5. 30.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 최종 통보한 후 2013. 10. 1.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사건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수립에 대하여 조건부 가결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수행한 설계의 내용과 실제 지정된 정비구역의 내용 사이에 다소 상이한 부분은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3. 2.경 중구청에 제출한 설계용역결과물은 2가지 지적사항만을 보완하면 정비구역지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완성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제2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전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원고와 피고가 향후 정식 선정된 설계업자의 제안금액 중 16%를 이 사건 제2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사업시행인가 고시된 이 사건 정비구역의 연면적은 66,231평(= 218,949.1254㎡ / 3.3058)이고, 설계용역비는 총 2,955,739,877원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평당 설계비는 44,627원(= 2,955,739,877원 / 66,231평)이 된다.
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 설계용역비의 16%에 해당하는 472,910,533원(= 신축연면적 66,231평 × 평당 용역비 44,627원 × 16%)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제2 용역계약상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나, 원고가 구하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한다).
마. 피고의 상계 항변에 관한 판단
1)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수차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이행을 독촉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의 업무태만으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채권 발생 및 그 손해액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단기소멸시효 적용
민법 제163조 제3호에 의하면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주택재개발 사업의 완성을 위하여 원고가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용역, 설계용역을 제공하고, 피고가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위 용역업무는 공사의 설계 등에 관한 것인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채권은 위 민법 제163조 제3호에 정해진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에 해당하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
2) 소멸시효의 기산점
가)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데(민법 제166조 제1항),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피고의 일방적 해제로 종료되었고, 이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용역대금 채권을 가지는 것이므로, 원고의 각 용역대금 채권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해제된 때로부터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제1 용역계약의 경우 피고가 계약서 제3의 3)항에 따라 시공사 선정 후 1개월 이내에 용역대금을 지급할 것을 요청하였으므로, 위 채권의 소멸시효는 시공사가 선정된 2015. 7.경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계약서 조항에서 정한 용역대금의 지급 시기는 계약의 구속력이 유지되는 전제에서 주장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제1 용역계약이 해제된 이상 위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용역대금의 지급시기가 유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시공사 선정 후 1개월 이내까지 지급시기를 연기할 것을 요청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또한 원고는 제2 용역계약의 경우에도 계약서 제4조 제1항에서 용역대금 지급시기를 ‘시공사 선정 후 1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으므로, 위 용역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시공사가 선정된 2015. 7.경으로부터 1개월이 지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계약서 조항은 이 사건 제2 용역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어 조합설립인가 및 설계업자, 시공사 선정 등이 진행될 경우를 전제로 한 조항이고, 이 또한 계약의 구속력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 점, 반면 계약서 제15조는 제2 용역계약이 설계용역 완성 전에 해제될 경우 이미 이행된 부분의 보수청구권에 대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위 제4조 제1항과 달리 그 지급시기를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2 용역계약의 해제로 인한 용역대금 채권도 해제 효력 발생일인 2013. 5. 30.경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한편 원고는, 제2 용역계약의 경우 계약서 제15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가 협의한 시점부터 원고의 용역대금 채권이 행사 가능한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협의가 되지 않아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기산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라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바(대법원 2005. 4. 28. 선고 2005다3113 판결 등 참조), 위 계약서 제15조 제1항에서 "용역비를 ‘갑’과 ‘을’이 협의하여 지불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귀책사유로 설계업무가 중단된 경우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용역비 지급에 관한 협의를 요청하거나 곧바로 용역비 청구를 하는 등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하여 용역대금 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소멸시효 완성
가)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2013. 5. 30. 해제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6. 12. 13.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되었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6. 1. 21.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수차례에 걸쳐 최고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6. 1. 21. 피고에게 위와 같이 용역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용역대금 지급 청구는 최고에 불과하여, 그 때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재판상 청구 등을 하지 않으면 그 시효중단의 효력은 없다 할 것인데(민법 제174조), 달리 피고가 2016. 1. 21.로부터 6개월 내에 민법 제174조에 규정된 재판상 청구 등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는 위 최고일인 2016. 1. 21.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후인 2016. 12. 13.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2016. 1. 21.자 최고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소멸하였다.
4) 소결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고,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병원(재판장) 김규화 박지원 |
221,975 | 정보비공개결정취소 | 2022두33439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청구인은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2]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은 甲이 사단장에게 징계위원회에 참여한 징계위원의 성명과 직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위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5호, 제6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사안에서, 징계처분 취소사건에서 甲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甲으로서는 여전히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 [1]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이므로,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청구인은 행정소송을 통해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고, 그 밖에 추가로 어떤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은 甲이 사단장에게 징계위원회에 참여한 징계위원의 성명과 직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위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5호, 제6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사안에서, 비록 징계처분 취소사건에서 甲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어지지 않고, 사단장이 甲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이상 甲으로서는 여전히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으므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행정소송법 제12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5조 제1항, 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5호, 제6호, 제20조 제1항 / [2] 행정소송법 제12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5조 제1항, 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5호, 제6호, 제20조 제1항 | [1]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공2004상, 173),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두1370 판결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경호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제39보병사단장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2. 1. 26. 선고 (창원)2021누110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와 원심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2019. 11. 26. 피고로부터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20. 11. 18. 창원지방법원 2020구합54140호로 징계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징계처분 취소사건’이라 한다).
원고는 2020. 12. 31. 피고에게 징계위원회에 참여한 징계위원의 성명과 직위(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1. 12. 이 사건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5호와 제6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한편 징계처분 취소사건에서 2021. 9. 9.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고, 원고가 2022. 1. 19. 항소를 취하하여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원심은 원고가 더 이상 이 사건 징계처분의 위법을 다툴 수 없게 되어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구체적인 권리이므로, 공공기관에 대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였다가 공개거부처분을 받은 청구인은 행정소송을 통해 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고, 그 밖에 추가로 어떤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두8050 판결,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3두1370 판결 등 참조).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징계처분 취소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어지지 않는다. 피고가 원고의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한 이상 원고로서는 여전히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제기할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1,983 | 배당이의등 | 2022다209987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채권자취소소송의 계속 중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는데도 법원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파산관재인의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선고한 판결의 효력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06조 제1항, 제2항, 제347조 제1항에 의하면,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이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때에는 그 소송절차가 중단되고, 파산관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 그리고 채권자취소소송의 계속 중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는데, 법원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파산관재인의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면, 그 판결에는 채무자의 파산선고로 소송절차를 수계할 파산관재인이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선고한 잘못이 있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 제406조,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 |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다65222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4다228587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아시아 담당변호사 최유덕)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원주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1. 14. 선고 (춘천)2020나23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 2의 소송절차의 중단 및 소송수계의 법리오해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고, 피고 1에 대하여는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06조 제1항, 제2항, 제347조 제1항에 의하면,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이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때에는 그 소송절차가 중단되고, 파산관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
그리고 채권자취소소송의 계속 중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는데, 법원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파산관재인의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하였다면, 그 판결에는 채무자의 파산선고로 소송절차를 수계할 파산관재인이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선고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다65222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4다22858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서 원고는 채무자 소외인(이하 ‘채무자’라고 한다)에 대한 투자금 및 투자이익금 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무자와 피고 1 사이에 2016. 5. 12. 체결된 매매예약 및 채무자와 피고 2 사이에 2016. 5. 23. 체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원고를 포함한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와 원상회복청구로서 이 사건 배당표의 경정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제1심판결 선고 후 원심의 변론종결 전인 2021. 1. 19.에 춘천지방법원 2020하단1380호로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던 사실, 그로 인하여 소송절차가 중단되었음에도 원심은 채무자의 파산관재인으로 소송수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채로 소송절차를 진행하여 제5차 변론기일인 2021. 10. 8. 변론을 종결한 다음 2022. 1. 14.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채무자에 대한 파산선고로 소송절차가 중단되었고, 소송절차를 수계할 파산관재인이 법률상 소송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중단 및 소송수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31,815 | 법인세및부가가치세부과처분취소 | 2022두32825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 및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납세자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약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 | null | [1] 구 국세기본법(2008. 12. 26. 법률 제92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 제1항 제1호(현행 제26조의2 제2항 제2호 참조) / [2] 구 국세기본법(2008. 12. 26. 법률 제92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2 제1항 제1호(현행 제26조의2 제2항 제2호 참조) | [1]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4두2522 판결(공2015하, 1675) / [2]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두19516 판결(공2014상, 776)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에이프로아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씨엘 담당변호사 오세풍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고양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1. 14. 선고 2019누5886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2006년 하반기 주식회사 가드피아(이하 ‘가드피아’라 한다)로부터, 2007년 상반기 주식회사 메카이엔씨(이하 ‘메카이엔씨’라 한다)로부터 각각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공급받는 거래(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한다)를 하였음을 전제로 2006, 2007 사업연도 각 법인세와 2006년 제2기분, 2007년 제1기분 각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나. 피고는 이 사건 거래를 실물거래 없이 이루어진 가공거래로 보고 원고에 대하여, 2017. 1. 2. 2006 사업연도 법인세(가산세 포함, 이하 같다)와 2006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를, 2018. 2. 12.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이하 각 법인세 부과처분을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이 사건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거래 관련 계약서와 세금계산서의 내용, 그 무렵 원고의 물품구매내역과 물품판매내역이 각각 서로 부합하지 않는 점, 메카이엔씨 대표도 1심에서 메카이엔씨 관련 거래가 가공거래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던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거래는 가공거래라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실물거래와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관련 규정
구 국세기본법(2008. 12. 26. 법률 제92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의2 제1항은 제3호에서 상속세·증여세 이외의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원칙적으로 ‘당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간’으로 규정하는 한편, 제1호에서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는 ‘당해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4두252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가드피아, 메카이엔씨로부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이를 증빙자료로 하여 법인세를 허위로 신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이 사건 거래의 목적과 구조, 이 사건 거래가 계속된 기간, 원고에게 부과된 법인세의 규모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10년의 부과제척기간 내에 이루어져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세 부과제척기간 적용에 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
다. 이 사건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
납세자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하여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납세자에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 또는 환급을 받는다는 인식 외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자가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 및 납부세액을 신고·납부하거나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납부한 후 경정청구를 하여 이를 환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그 세금계산서상의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함으로써 납세자가 그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두1951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가 가드피아로부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아 매입세액을 공제 또는 환급받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하려면, 가드피아가 그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는 등으로 해당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하였어야 하고, 아울러 원고에게 그에 대한 인식이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원고가 가드피아와 합의 하에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조세수입이 감소할 것을 의도 내지 인식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10년의 부과제척기간 내에 이루어져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국세 부과제척기간 적용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심이 이 사건 거래를 원고, 가드피아, 메카이엔씨 및 주식회사 코리아데이터시스템(이하 ‘코리아데이터시스템’이라 한다) 사이에 이루어진 가공의 순환거래의 일부로 본 이상, 2006년 하반기 원고와 코리아데이터시스템 사이에 이루어진 관련 매출거래도 가공거래로 보아야 하므로, 2006 사업연도 법인세의 익금과 2006년 제2기 부가가치세의 매출세액도 그에 상응하여 감액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 거래가 위와 같은 가공의 순환거래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원고와 코리아데이터시스템 사이의 위 거래가 가공거래라고 단정할 수 없고, 기록상 이를 가공거래라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매출거래 부분 감액에 대한 심리미진 또는 이유모순의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1,817 | 증여세부과처분취소 | 2022두33712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제출된 자료에 의하여 정당한 세액이 산출되는 경우,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만 취소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주식 매매거래를 한 甲이 배우자로부터 주식매수자금을 증여받았다고 보아 관할 세무서장이 甲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관할 세무서장이 산정한 증여세 과세가액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甲이 납부하여야 할 정당한 세액을 산출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처분 전부를 취소한 원심판단에 정당세액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행정소송법 제19조, 제27조[행정소송재판일반] / [2] 행정소송법 제19조, 제27조[행정소송재판일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7조 제2항, 제53조, 제58조 | [1] 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누15022 판결(공1997상, 1280)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방극성 외 1인)
【피고, 상고인】
광주세무서장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2. 1. 13. 선고 2020누112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2006. 2. 1.부터 같은 해 12. 11.까지 코스닥상장법인인 주식회사 제주반도체 주식에 관한 매매거래를 하였다.
나. 피고는 원고가 배우자 소외인으로부터 주식매수자금을 증여받았다고 보고, 2006. 1. 4.부터 같은 해 12. 27.까지 원고 명의 은행계좌와 증권계좌에 입금된 3,447,189,950원에서 원고의 아들 계좌로 이체된 762,000,000원과 자금출처가 소명된 288,195,737원을 공제한 2,396,994,213원을 증여세 과세가액으로 산정하여, 2018. 5. 1. 원고에게 증여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하였다. 이후 피고는 자금출처가 추가로 소명된 50,000,000원을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하여 증여세 일부를 감액하였다(이하 당초 처분 중 이와 같이 감액되고 남은 부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증여세 과세가액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 명의 은행계좌에 소외인 명의로 입금되었다가 그대로 원고 명의 증권계좌로 송금된 2,275,638,962원만을 증여세 과세가액으로 보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여세 과세가액 계산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정당세액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정당한 세액의 객관적 존부이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제출된 자료에 의하여 정당한 세액이 산출되는 경우에는 그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만 취소하여야 하고 그 전부를 취소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누1502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증거로 제출한 각 증여세 경정결의서(을 제3 내지 13호증)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에 따른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액, 제47조 제2항에 따른 재차증여 합산가액 및 제58조에 따른 기납부세액 공제액 등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가 원심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2020. 5. 11. 자, 2021. 4. 2. 자, 2021. 11. 5. 자, 2021. 11. 10. 자 각 참고서면 또는 준비서면에는 증여세 과세가액이 1,476,092,560원, 1,613,092,560원, 1,747,995,224원, 2,117,953,062원, 2,212,091,549원, 2,262,091,549원인 경우 각 정당세액과 그 산정방법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심재판부는 제3회 변론기일 진행 후인 2021. 4. 5. 당사자들에게 그 산정방법을 첨부하여 증여세 과세가액이 2,212,091,549원인 경우의 정당세액을 기초로 조정 권고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하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자 2차례의 변론준비기일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원고는 증여세 과세가액만을 다투고 있을 뿐 피고나 원심재판부의 세액 산정방법을 다투지 않은 점 등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보면, 증여세 과세가액을 확정한 원심으로서는 변론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여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 등의 절차를 거쳐 정당한 세액을 산정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산정한 증여세 과세가액을 대부분 인정하여 2,275,638,962원이라고 보면서도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정당한 세액을 산출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세액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등의 잘못이 있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31,813 | 조세부과처분취소 | 2019두60226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는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에 따라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가 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null | [1] 구 국세기본법(2018. 12. 31. 법률 제160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2호 / [2] 구 국세기본법(2018. 12. 31. 법률 제160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2호,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8항 | [1] 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6110 판결(공2019하, 1261)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온누리 담당변호사 김준수 외 1인)
【피고, 상고인】
안산세무서장
【원심판결】
수원고법 2019. 11. 13. 선고 2019누1140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영어조합법인 가람(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은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농어업경영체법’이라 한다) 제16조에 따라 설립된 영어조합법인이고, 원고들은 부부로서 이 사건 법인의 총출자지분의 51%와 44%를 각각 보유한 출자자이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법인이 2016년 제1기 부가가치세와 2016 사업연도 법인세를 체납하자, 원고들이 이 사건 법인의 과점주주로서 구 국세기본법(2018. 12. 31. 법률 제160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9조 제2호에 따라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고 보고, 2017. 11. 30. 및 2017. 12. 27. 원고들에게 위 체납 국세의 납부를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원고들이 이 사건 법인의 체납 국세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지 여부
가.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본문은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가산금과 체납처분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에는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그 부족한 금액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2호는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 1명과 그의 특수관계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서 그들의 소유주식 합계 또는 출자액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이하 ‘과점주주’라 한다)"을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자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이러한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상법상 주주 등의 유한책임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본래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보충적인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그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6110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조항의 문언과 위 법리 등에 비추어 보면,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는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가 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구 국세기본법은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의 개념에 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관하여는 상법상의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이나 조세법률주의가 요구하는 엄격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
2) 그런데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를 상법상 ‘주주’나 ‘유한책임사원’으로 볼 수는 없고, 오히려 농어업경영체법 제16조 제8항에 따르면 영어조합법인에 관하여는 위 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민법 중 조합에 관한 규정이 준용될 뿐이다.
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영어조합법인의 출자자는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과점주주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21,961 | 종원(宗員)지위확인[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된 사안에서 성년인 그 자녀가 모가 속한 종중에 대하여 종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사건] | 2017다260940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었을 경우, 성년인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으로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되는지 여부(적극) |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었을 경우 성년인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으로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 | 민법 제1조, 제31조, 제106조, 제781조 제1항, 제6항, 헌법 제11조 제1항, 제36조 제1항 |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공2005하, 1326)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혜인 담당변호사 양성은 외 1인)
【피고, 상고인】
○○○○△△ 종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 담당변호사 송정섭 외 5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8. 25. 선고 2017나201542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었을 경우 성년인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으로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조리상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고 보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한민국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제11조 제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제1항)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이념에 따라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에서는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별하지 않고 친족의 범위를 규정하였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에서는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과 시대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호주제도를 폐지하면서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입적·복적·일가창립·분가 등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고, 자녀의 성과 본은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제781조 제6항을 신설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헌법이념과 민법의 개정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부의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그것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다. 민법은 위와 같은 부성주의 원칙의 예외로서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자는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81조 제1항 단서). 이처럼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 경우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출생 후에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한 경우에도 달리 볼 합리적 이유가 없다.
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변경된 자녀는 더 이상 부의 성과 본을 따르지 않아 부가 속한 종중에서 탈퇴하게 되므로, 동시에 여러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된 경우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종중의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마. 종중이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이기는 하나 종래 관습법에서도 입양된 양자가 양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되는 등 종중 구성원의 변동이 허용되었으므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어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종원 자격이 인위적으로 변동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생년월일 생략) 출생한 사람으로 부의 성과 본에 따라 성을 (성 1 생략)으로, 본을 (본 1 생략)으로 하여 출생신고 되었다.
나. 원고는 2013. 12. 6. 서울가정법원 2013느단30408호로 성과 본의 변경허가신청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2014. 6. 23. 모의 성과 본에 따라 원고의 성을 (성 2 생략)으로, 본을 (본 2 생략)으로 변경할 것을 허가하는 심판을 하였고, 원고는 2014. 7. 15. 위와 같은 내용의 성·본 변경신고를 하였다.
다. 원고의 모는 2015. 11. 7. 피고에 대하여 원고의 종원 자격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2016. 1. 9. 임원회의에서 원고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하였다.
라. 피고의 정관 제6조는 피고의 구성 및 자격에 관하여 "본회의 회원은 □자◇자 조상의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성(他姓)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성년인 원고는 모의 성과 본에 따라 성과 본이 변경된 이상 모가 속한 종중인 피고의 종원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의 정관에서도 부계와 모계를 구별하지 않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녀’를 종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종원이고, 피고가 원고의 종원으로서의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결사의 자유, 종원의 자격에 관한 관습법,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부성주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21,987 | 손해배상[정수기 제조업자인 피고가 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피고로부터 동종의 정수기를 임차 또는 매수하여 사용하는 원고들에게 니켈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원고들이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피고에게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사건] | 2020다215124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가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위험을 회피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 특히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에게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큰지 여부(적극) [2] 甲 등이 乙 주식회사가 제조한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乙 회사는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안에서, 乙 회사는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甲 등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甲 등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甲 등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1]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계약 당사자에게 그 위험의 발생 방지 등을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는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위험을 회피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그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이고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제조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 [2] 甲 등이 乙 주식회사가 제조한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乙 회사는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안에서, 위 계약은 乙 회사가 얼음정수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얼음정수기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얼음정수기를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속적 계약으로서, 甲 등은 얼음정수기에서 단순히 법령상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물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건강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고 위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乙 회사는 위 계약으로 얼음정수기의 임대나 매매와 함께 품질관리 등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얼음정수기에서 제공되는 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중금속인 니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나 중금속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乙 회사가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甲 등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甲 등이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甲 등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1] 민법 제2조 제1항 / [2] 민법 제2조 제1항, 제105조, 제750조, 제751조 | [1]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다43778 판결(공2011하, 1932),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공2014하, 1658) | 【원고, 피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남희웅)
【피고, 상고인】
코웨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22. 선고 2018나207479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정 등을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다43778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9707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의무는 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이후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유지된다.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 신체, 건강 등의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계약 당사자에게 그 위험의 발생 방지 등을 위하여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계약 당사자는 그러한 위험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미리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위험을 회피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당사자가 위험 발생 방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함으로써 그 위험을 제거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계속적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자이고 상대방이 소비자라면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제조업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인정할 필요가 더욱 크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들은 정수기 제조업자인 피고와, 원고들은 피고가 제조한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임대차 또는 매매의 방법으로 제공받아 사용하고 피고는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2) 피고의 직원은 2015. 7.경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정기 점검하던 중 냉수 탱크에서 은색 금속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피고에 보고하였다.
3) 피고는 위 금속 물질이 발견된 이 사건 얼음정수기 1대를 수거하여 검사하였다. 그 결과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얼음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인 증발기의 외부 니켈도금이 박리되어 그 아래 설치되어 있던 냉수 탱크에 니켈도금이 떨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 19대에 대해 자체 검사를 하였는데 일반 정수수와 얼음의 경우 19대 전부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반면, 냉수의 경우 13대에서 니켈성분이 검출되었고 그중 4대에서는 세계보건기구의 평생음용권고치 이상의 니켈성분이 검출되었다.
4) 피고는 2015. 8. 중순경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 박리 현상이 나타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것에 대한 대책으로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증발기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필터 교환 및 탱크 청소 서비스 과정에서 원고들을 포함한 고객들이 사용하던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하여 전기요금 저감, 내부 위생 강화 등을 내세웠을 뿐,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 박리 현상이 나타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5) 피고는 2016. 5.경 고객들이 사용하던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한 1,010대에 대하여 자체 수질검사를 하였는데, 그중 세계보건기구의 평생음용권고치 이상의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례는 126건이었다.
6) 한편 지상파 방송사는 2016. 7. 3.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부스러기(중금속인 니켈)가 검출되었고 피고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7) 피고는 위 보도와 관련하여 ‘① 판매 시기와 상관없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단종하고, 제품 전량을 회수하며, ②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사용한 고객들에게 사용료 전액을 환불하고, ③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최신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고객이 해약을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해약할 수 있도록 하며, ④ 니켈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8) 이후 민관 합동조사반은 2016. 9. 13.경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증발기의 니켈도금이 떨어진 원인은 증발기와 히터 등으로 구성된 냉각구조물의 구조·제조상 결함 문제로 드러났다.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 관한 피고의 자체 조사 자료를 토대로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해 우려 수준이 낮게 나타났더라도 아무 조치 없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계속 사용할 경우 니켈 과민군의 피부염 등 위해 우려가 있으므로, 수거되지 않은 문제 제품을 가진 소비자들은 사용을 중단할 것을 당부한다.’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결함 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9)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 중 96%를 회수하는 조치를 하였고, 2016. 9. 30. ‘이 사건 얼음정수기 사용기간을 고려하면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이지만, 민관 합동조사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고객 안내문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 얼음정수기를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하는 내용의 계속적 계약이다.
2) 이 사건 계약의 약관이나 품질보증서 등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원고들은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단순히 법령상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물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건강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제공받을 것을 기대하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으로 이 사건 얼음정수기의 임대나 매매와 함께 품질관리 등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제공되는 물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중금속인 니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나 중금속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원고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
3) 그런데도 피고는 이 사건 얼음정수기에서 니켈도금이 박리되고 니켈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 사건 얼음정수기 내부에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조치를 하였으면서도 원고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덮개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는 피고가 위와 같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4) 이러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에 중금속인 니켈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마셨다.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원고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얼음정수기로 정수된 물을 별도의 조치 없이 마시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실 물에 관하여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이러한 선택권의 침해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고 위자료 액수는 각 100만 원이 상당하다.
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고지의무 위반, 정신적 손해의 발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21,971 |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 2020두36267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서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방법 및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자(=공정거래위원회)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및 그 지원행위에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의 의미 [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의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에서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하거나 거쳐서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및 그 지원행위에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의 의미 |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서의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하여야 한다.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상의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 [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에서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하거나 거쳐서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도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상당히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 |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의2 제1항 제1호(현행 제47조 제1항 제1호 참조) /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7호(현행 제45조 제1항 제9호 참조) / [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7호(현행 제45조 제1항 제9호 참조) | [1]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두63993 판결(공2022하, 1157) / [2]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두11268 판결(공2007상, 142),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두15494 판결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4인)
【원고, 상고인】
서영이앤티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봄 담당변호사 김민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2. 12. 선고 2018누4459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원고들 상고이유 제1점)
가. 법리
1)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7. 4. 18. 법률 제148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의2 제1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총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에 한정한다)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각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거래 또는 사업기회 제공의 상대방은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거래를 하거나 사업기회를 제공받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위임에 따라 2014. 2. 11. 대통령령 제25173호로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8조 제3항 [별표 1의3] 제1호 (다)목은 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 따른 행위 중 하나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인력 거래’, 즉 ‘인력을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는 대가보다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하거나 거래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2) 2013년 개정 전의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규제의 대상이 되는 부당지원행위는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고 이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그 지원행위가 현저히 유리한 정도에 미치지 못하거나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가 아닌 특수관계인 개인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변칙적인 부의 세대 간 이전 등을 통한 소유집중의 우려가 있어도 사실상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여 규제가 어려웠다.
이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은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지 여부가 아닌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법성을 판단하는 제23조의2를 신설하였다. 위 개정 조문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2014. 2. 14.부터 시행하되, 위 법 시행 전에 종료된 거래에 대해서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고, 위 법 시행 당시 계속 중인 거래에 대해서는 위 법 시행일부터 1년간은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부칙(2013. 8. 13.) 제1조, 제2조].
3) 이러한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의2의 규정 내용,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서의 ‘부당성’이란, 이익제공행위를 통하여 그 행위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거나 경제력이 집중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행위주체와 행위객체 및 특수관계인의 관계,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경위와 그 당시 행위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의 규모,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 이익제공행위의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점은 시정명령 등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17두63993 판결 참조).
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 하이트진로 주식회사(이하 ‘원고 하이트진로’라 한다)가 2008. 4. 1.부터 2015. 12. 31.까지 원고 서영이앤티 주식회사(이하 ‘원고 서영’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전적·파견하고 급여의 일부를 대신 부담한 행위(이하 ‘인력지원행위’라 한다) 중 2015. 1. 1.부터 2015. 12. 31.까지의 행위(이하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라 한다)에 대하여, 이는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며 그 판시와 같은 시정명령,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는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의2가 적용되는 것으로,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통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1) 원고 서영은 기업집단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식회사의 지분을 상당 비율 보유한 회사이고, 위 지주회사의 최대주주 소외 1의 2세인 소외 2가 2007. 12. 28. 원고 서영의 주식 중 73%를 매수한 이후 기업집단 하이트진로의 특수관계인이 원고 서영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였다. 이로써 원고 서영은 특수관계인이 기업집단 하이트진로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토대가 되었다.
2) 원고 서영은 사업실적이 저조하고 대규모의 차입금 채무 등으로 재무상태가 열악하였는데,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로 원고 서영에 파견된 직원들은 원고 서영이 신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의 주된 의도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업집단 내 조직통합을 위해서라기보다, 원고 서영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귀속시킴으로써 경제력을 집중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3) 원고 서영은 2015. 1. 1.부터 2015. 12. 31.까지 원고 서영에 파견된 직원들이 받은 임금 중 약 60%만 부담하였고 나머지는 원고 하이트진로가 부담하였다. 원고 서영에 파견된 직원들은 원고 하이트진로에서 근무한 경력이 10년 이상인 인력으로, 만약 원고 하이트진로의 위와 같은 임금 보전이 없었더라면 파견에 응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파견된 직원들이 원고 서영에서 신사업 구상 및 실행 등을 통하여 매출액을 늘리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점 등을 고려하면,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4)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는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을 통하여 기업집단 하이트진로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을 유지·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원심판단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2015년도 인력지원행위가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제3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결론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 조항을 소급적용하거나 그 요건인 ‘부당성’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누락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인력지원행위, 맥주용 알루미늄 캔 거래, 알루미늄 코일 거래, 글라스락 캡 거래와 부당지원행위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은 "사업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제7호에서 부당지원행위, 즉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구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의 유형 중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행위’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 자산을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하고, ‘부당한 인력지원행위’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인력을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제2항,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2. 11. 대통령령 제251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10호 (나)목, (다)목].
이후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은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을 종전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변경하여 완화하는 한편[제23조 제1항 제7호 (가)목], 부당지원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를 신설하였다[같은 호 (나)목]. 신설된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라 함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거래상 역할이 없거나 미미한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 또는 거쳐서 거래하거나,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 또는 거쳐서 거래하면서 그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거래상 역할에 비하여 과도한 대가를 지급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나)목, 제3항,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7. 21. 대통령령 제255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10호 (라)목].
2) 구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행위 및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현저히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두11268 판결, 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09두15494 판결 등 참조).
3)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상의 부당한 인력지원행위에서 ‘상당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에서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거래단계에 추가하거나 거쳐서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성 거래규모,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급부와 반대급부가 상당히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 형성되었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 위 기준에 따라 개정 규정과 그 입법 취지에 맞추어 상당히 유리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1) 인력지원행위(원고들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하이트진로가 2008. 4. 1.부터 2015. 12. 31.까지 원고 서영에 한 인력지원행위에 대하여, 원고 서영은 대규모 차입금 상환,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매출액을 늘리기 위하여 원고 하이트진로에 업무 경험이 많은 인력의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 하이트진로는 원고 서영이 계속 운영되어 경영권이 안정적으로 승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인력지원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서영에 전적·파견된 직원들은 원고 서영이 각종 신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점, 약 7년 9개월 동안 위 직원들이 받은 임금 합계 1,507,882,735원 중 1,003,033,505원만 원고 서영이 부담하고 나머지 504,849,230원은 원고 하이트진로가 부담하였는데, 원고 하이트진로가 부담한 금액은 원고 서영의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당기순이익 합계액의 약 3.6%에 이르는 점, 원고 하이트진로가 임금 보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직원들은 원고 서영으로의 전적·파견에 응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인력지원행위는 인력을 현저히 또는 상당히 낮은 대가로 제공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서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가)목의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한 인력지원에서 ‘현저히 또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맥주용 알루미늄 캔 거래(원고들 상고이유 제3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하이트진로가 2008. 4. 1.부터 2012. 12. 31.까지 원고 서영을 통해 맥주용 알루미늄 캔을 구매한 행위(이하 ‘공캔 거래’라 한다)에 대하여, 원고 하이트진로는 공캔 제조사로부터 직접 공캔을 매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 원고 서영을 거쳐서 공캔을 매수한 점, 당시 원고 서영은 국내 공캔 시장의 대규모 수요자인 원고 하이트진로에 공캔을 전속적으로 판매함에 따라 국내 공캔 시장 점유율이 47%에 이른 점, 원고 서영은 공캔 제조사로부터 공캔을 매수한 다음 그 매수가격에 자신의 이익을 더한 가격으로 원고 하이트진로에 판매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 서영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영업이익의 약 20.8%, 당기순이익의 약 49.8%에 달하는 이익을 얻은 점 등의 이유를 들어, 공캔 거래는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인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서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에서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알루미늄 코일 거래(원고들 상고이유 제5, 6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 주식회사(이하 ‘삼광글라스’라 한다)로 하여금 2013. 1. 1.부터 2014. 1. 31.까지 알루미늄 코일을 원고 서영을 통해 구매하도록 한 행위(이하 ‘알루미늄 코일 거래’라 한다)에 대하여, 원고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가 알루미늄 코일 제조사의 전속대리점으로부터 직접 알루미늄 코일을 매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 원고 서영을 거쳐서 알루미늄 코일을 매수하도록 한 점, 원고 서영은 국내 알루미늄 코일 시장의 대규모 수요자인 삼광글라스에 알루미늄 코일을 전속적으로 판매함에 따라 그 거래량이 2013년 기준 국내 알루미늄 코일 시장 전체 거래량의 14.47%에 이르렀고, 그 매출액은 해당 거래 기간 동안 원고 서영의 전체 매출액의 약 61.7%에 이른 점, 삼광글라스가 원고 서영으로부터 알루미늄 코일을 매수한 가격은 당시 다른 사업자들이 알루미늄 코일 제조사로부터 매수한 가격보다 최소 1.6% 더 높았던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알루미늄 코일 거래는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인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서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후단에서 정한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지원행위를 행하도록 하는 경우’의 성립요건, 부당한 자산·상품 등 지원에서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인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글라스락 캡 거래(원고들 상고이유 제5, 6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2014. 9. 15.부터 2017. 9. 30.까지 글라스락 캡을 원고 서영을 통해 구매하도록 한 행위(이하 ‘글라스락 캡 거래’라 한다)에 대하여, 원고 하이트진로는 삼광글라스가 글라스락 캡 제조사로부터 글라스락 캡을 직접 매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 원고 서영을 거쳐서 글라스락 캡을 매수하도록 한 점, 이에 따라 원고 서영은 국내 밀폐용기 뚜껑 시장 내 점유율이 높은 삼광글라스에 글라스락 캡을 전속적으로 판매하였고, 그 매출액은 해당 거래 기간 동안 원고 서영의 전체 매출액의 약 20.2%에 이른 점, 원고 서영은 글라스락 캡 제조사로부터 글라스락 캡을 매수한 다음 그 매수가격에 유통 이윤 5.57%를 더하여 삼광글라스에 판매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 서영의 영업이익의 약 15.1%, 당기순이익의 약 1,533.8%에 달하는 이익을 얻은 점 등의 이유를 들어, 글라스락 캡 거래는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로서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나)목의 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2013년 개정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후단에서 정한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부당지원행위를 행하도록 하는 경우’의 성립 요건,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에서 다른 사업자와 직접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한지 여부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인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부당성 여부(원고들 상고이유 제2, 4, 7점)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인력지원행위, 공캔 거래, 알루미늄 코일 거래, 글라스락 캡 거래는 원고 하이트진로가 원고 서영의 매출액을 늘린다는 동일한 목적 아래 약 10년에 걸쳐 순차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각 지원행위로 인하여 각 관련 시장인 국내 공캔 시장, 국내 알루미늄 코일 시장, 국내 밀폐용기 뚜껑 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고 원고 서영에 경제력이 집중되었으므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지원행위에 있어서 지원행위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주식 매각 관련 기업운영비 지급기준 인상합의와 부당지원행위(피고 상고이유 제1, 2점)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 서영은 2014. 2. 4. 주식회사 키미데이타(이하 ‘키미데이타’라 한다)에 원고 서영이 보유하던 주식회사 서해인사이트(이하 ‘서해인사이트’라 한다) 주식 전량(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을 25억 원에 매도한 사실, 원고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서해인사이트에 생맥주 기기 설치·유지보수 업무를 위탁하고 업무위탁비를 지급하여 왔는데, 이 사건 주식 매각 협의 당시 키미데이타의 요구에 따라 향후 서해인사이트에 지급할 업무위탁비 중 마진에 해당하는 기업운영비 지급기준을 기존 ‘용역원가의 6.0%’에서 ‘용역원가의 8.7%’로 인상해 주기로 잠정 합의한 사실(이하 ‘이 사건 인상합의’라 한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주식의 정상가격이 13억 9,600만 원임에도 이 사건 인상합의로 인하여 원고 서영이 이 사건 주식을 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높은 25억 원에 매도하였으므로 이 사건 인상합의는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① 피고가 이 사건 주식의 가치를 13억 9,600만 원으로 평가한 것은 삼도 회계법인의 주식가치 산정결과에 근거한 것인데, 이는 기업운영비 외에 서해인사이트의 매출총이익을 발생시킬 요소가 없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초한 것이므로 이를 이 사건 주식의 정상가격으로 볼 수 없는 점, ② 대주, 삼영, 삼일 회계법인의 각 주식가치 평가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인상합의의 반영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주식의 가치가 약 25억 원 내외라는 것으로, 위 각 평가결과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의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인상합의가 구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의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판단하는 기준인 정상가격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1,973 | 강제추행 | 2017도11582 | 20,220,526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2]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항소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경우 |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2]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 |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2]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64조 | [1]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공2014상, 650) / [2]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공1997상, 279),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공2010상, 844),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공2017상, 919)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조용준 외 2인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7. 6. 29. 선고 2016노198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병원명 생략)(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는 내과 전공의 2년차 의사로서, 2015. 5. 26. 이 사건 병원에 환자로 방문하여 직장수지검사를 위해 누워 있는 피해자 공소외인(여, 나이 생략)을 추행할 마음을 먹고 손가락을 피해자의 질 안에 집어넣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을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피해자의 일부 추측성 답변 사실만으로 피해자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진술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해자는 혈변 등의 증세로 이 사건 병원에 입원하여 수련의로부터 직장수지검사를 받은 뒤 전공의인 피고인으로부터 다시 직장수지검사를 받았다. 따라서 피해자가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행위를 질에 손가락을 넣은 행위로 착각하였을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인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곧바로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병원 측에 과잉진료에 대하여 항의하였으나 그 병원비를 납부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허위로 고소할 동기나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큰소리를 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료행위 중에 기습적으로 추행을 당하여 순간 놀라고 당황한 데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반응이 부자연스럽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의 손가락이 어느 정도 들어갔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거의 손가락 하나가 다 들어갔다고 봐도 무방하고, 안에 들어가서 몇 번 좀 많이 휘저었다.’고 답변하였다(이 진술을 이하 ‘쟁점 진술’이라 한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즉시 항의하였는지를 물었고, 피해자는 ‘거기가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답변하였다. 그 후 검사는 피고인이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물었고 피해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손가락을 뺀 뒤 다시 항문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고 답변하였다.
(2) 제1심은 쟁점 진술이 질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한 다음,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인이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으려는 시도 없이 곧바로 손가락을 질 내로 집어넣었다.’고만 진술하였을 뿐 피고인이 질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었다.’고 진술한 적이 없었던 사실을 고려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제1심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져 그 정확성 또는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보았다.
(3) 원심은 추가로 증거를 조사하지 않고 피고인신문을 거쳐 심리를 마친 후, 쟁점 진술이 질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후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답변에 해당한다고 이해한 다음, 이를 기초로 피해자가 제1심법정에서 한 진술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보다 묘사가 풍부해진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다. 이러한 사정과 위 2.항에서 본 원심판단 이유를 위 가.항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쟁점 진술을 전후한 검사와 피해자의 문답 내용에 따르면, 쟁점 진술이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상황에 대한 답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다고 보기 어렵고, 쟁점 진술을 제1심의 판단대로 이해한다면 피해자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제1심법정에 이르는 동안 피고인이 고의로 질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고 단정하는 방향으로 점점 묘사가 풍부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위에서 본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제1심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여 쟁점 진술의 취지를 분명히 하는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한 다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판단을 뒤집은 다음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항소심의 심리와 재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