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정보일련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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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717 | 주식반환등 | 2019다201662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 국제사법 제34조에서 정한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뿐만 아니라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 사이의 합의를 통해 병존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 [2] 구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채무자가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 /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3] 대한민국 국적인 甲이 乙 주식회사에 스위스법에 따라 설립된 丙 외국회사의 주식을 대여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후, 乙 회사 및 丙 회사와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체결하였는데, 丙 회사가 丁 외국회사에 흡수합병되자, 甲이 丁 회사를 상대로 丙 회사가 乙 회사의 甲에 대한 위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다고 주장하며 주식반환의무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위 주식대여계약에 관하여 적용할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 甲과 乙 회사의 묵시적 의사에 부합하므로, 甲이 丙 회사를 합병한 丁 회사를 상대로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법은 대한민국 법이라고 한 사례 | [1]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는 이들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고(제1항 본문),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면서(제1항 단서), 채무인수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하고 있다(제2항). 이때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뿐만 아니라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들 사이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고, 채권자에 대한 채무인수의 효력은 인수되는 채무의 준거법, 즉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의하게 되며, 이는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이 함께 채무인수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 사이의 합의를 통해 병존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하다. [2]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는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항 본문). 따라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은 채무자가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 된다. 다만 묵시적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되는데(같은 조 제1항 단서), 이는 계약의 준거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에는 계약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약당사자의 국적이나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3] 대한민국 국적인 甲이 乙 주식회사에 스위스법에 따라 설립된 丙 외국회사의 주식을 대여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한 후, 乙 회사 및 丙 회사와 3자간 주식상환약정을 체결하였는데, 丙 회사가 丁 외국회사에 흡수합병되자, 甲이 丁 회사를 상대로 丙 회사가 乙 회사의 甲에 대한 위 주식반환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였다고 주장하며 주식반환의무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위 3자간 주식상환약정은 乙 회사가 甲에게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를 丙 회사가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약정이므로, 인수인인 丙 회사와 채권자인 甲 사이의 법률관계에는 甲과 乙 회사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위 주식대여계약에서 甲과 乙 회사 사이에 준거법 선택에 관한 명시적 합의는 없지만, 甲이 주식을 대여하면서 그 대가로 대한민국 법정통화인 원화를 기준으로 산정한 이자를 지급받기로 한 점, 위 주식대여계약서는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고 국문계약서 이외에 다른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甲의 국적이 대한민국이고 그 주소도 대한민국에 있으며 乙 회사의 설립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고 본점소재지 또한 대한민국에 있는 점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면, 위 주식대여계약에 관하여 적용할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 甲과 乙 회사의 묵시적 의사에 부합하므로, 甲이 丙 회사를 합병한 丁 회사를 상대로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법은 대한민국 법이라고 한 사례. | [1]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현행 제54조 참조) / [2]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현행 제45조 제1항 참조) / [3]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현행 제45조 제1항 참조), 제34조(현행 제54조 참조) | [2]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공2022상, 328)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진솔 담당변호사 강민구 외 1인)
【피고, 상고인】
아이큐 파워 라이센싱 아게(iQ Power Licensing AG)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라클 담당변호사 김수교)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1. 22. 선고 2018나201582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자료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3자간 주식상환약정의 법적 성질 등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와 원심 공동피고 케이지파워 주식회사(이하 ‘케이지파워’라 한다), 아이큐파워아게(iQ Power AG, 이하 ‘아이큐파워’라 한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3자간 주식상환약정은 케이지파워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이 사건 주식 850만 주 반환채무를 아이큐파워가 병존적으로 인수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아이큐파워를 합병하여 그 권리·의무를 승계한 피고는 병존적 채무인수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피고는 아이큐파워와 케이지파워 사이의 법률관계를 원인으로 하여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준거법
가. 구 국제사법(2022. 1. 4. 법률 제186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는 채권의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법률관계는 이들 간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고(제1항 본문),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의 효력은 양도되는 채권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정하면서(제1항 단서), 채무인수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하고 있다(제2항). 이때 채무인수에는 면책적 채무인수뿐만 아니라 병존적 채무인수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병존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들 사이의 계약의 준거법에 의하고, 채권자에 대한 채무인수의 효력은 인수되는 채무의 준거법, 즉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의하게 되며, 이는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이 함께 채무인수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채권자, 채무자, 인수인 사이의 합의를 통해 병존적 채무인수가 이루어진 경우,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준거법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과 동일하다.
구 국제사법 제25조는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따라 계약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에 적용할 준거법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제1항 본문). 따라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은 채무자가 채권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이 된다. 다만 묵시적 선택은 계약내용 그 밖에 모든 사정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되는데(같은 조 제1항 단서), 이는 계약의 준거법이 부당하게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선택을 인정할 때에는 계약내용을 기초로 하여 계약당사자의 국적이나 설립준거법, 주소나 본점소재지 등 생활본거지나 주된 영업활동지, 계약의 성립 배경과 그 경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본다.
이 사건 3자간 주식상환약정은 케이지파워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이 사건 주식 850만 주 반환채무를 아이큐파워가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약정이므로, 인수인인 아이큐파워와 채권자인 원고 사이의 법률관계에는 케이지파워와 원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준거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케이지파워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위 주식반환채무는 케이지파워와 원고 사이에 체결된 주식대여계약에 따른 계약상 채무이므로, 그 준거법은 케이지파워가 원고와 위 주식대여계약을 체결하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한 준거법이다.
위 주식대여계약에서 원고와 케이지파워 사이에 준거법 선택에 관한 명시적 합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계약내용, 계약당사자의 국적, 설립 준거법, 주소, 본점소재지를 비롯한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면 위 주식대여계약에 관하여 적용할 준거법을 대한민국 법으로 정했다고 보는 것이 원고와 케이지파워의 묵시적 의사에 부합한다. 원고는 주식을 대여하면서 그 대가로 대한민국 법정통화인 원화를 기준으로 산정한 이자를 지급받기로 하였다. 위 주식대여계약서는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고 국문계약서 이외에 다른 언어로 작성된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원고의 국적이 대한민국이고 그 주소도 대한민국에 있다. 케이지파워의 설립 준거법이 대한민국 법이고 그 본점소재지 또한 대한민국에 있다.
따라서 원고가 아이큐파워를 합병한 피고를 상대로 위 주식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법은 대한민국 법이 된다.
원심은 준거법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피고가 원고에게 부담하는 주식반환채무에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여 판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단누락이나 심리미진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7,729 |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 2018두39621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업을 하는 甲 주식회사 등이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으로 법인세법 제94조에 따른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乙 회사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의 사용과 관련하여 乙 회사에 발급사분담금과 발급사일일분담금을 지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위 분담금들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아, 甲 회사 등에 구 법인세법 제76조 제7항에 따라 지급조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발급사분담금은 사용료소득에 해당하고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그 전부가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역무를 제공하는 용역의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권이 미치는 거래인지 판단하는 기준 / 역무가 제공되기 위해서 이를 제공받는 자의 협력행위가 필요한 경우, 그 협력행위가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1]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업을 하는 甲 주식회사 등이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으로 법인세법 제94조에 따른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乙 회사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의 사용과 관련하여 乙 회사에 국내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일부에 해당하는 돈인 발급사분담금과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일부에 해당하는 돈인 발급사일일분담금을 지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위 분담금들은 구 법인세법(2007. 12. 31. 법률 제88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아, 甲 회사 등이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가 정한 지급조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甲 회사 등에 구 법인세법 제76조 제7항에 따라 지급조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 제6조 제3항, 제8조 제1항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 중 발급사분담금 전액이 사용료소득이라고 본 부분은 정당하나, 위 분담금들의 법적 성격은 乙 회사가 甲 회사 등을 비롯한 회원사에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과 그 대가의 지급 체계, 위 분담금들의 발생 요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점, 발급사일일분담금은 乙 회사의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한 신용카드의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乙 회사가 위 시스템을 통해 제공한 포괄적 역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乙 회사가 신용카드 회사들에 제공한 포괄적 역무의 대가로 볼 수 있는 점, 신용카드의 국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급사분담금과 달리 신용카드의 국외 거래금액만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급사일일분담금이 상표권 사용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그 전부가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심의 판단 중 발급사일일분담금의 일부만 사업소득이고 나머지는 사용료소득이라고 본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2]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2항 제1호는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역무가 제공되거나 재화·시설물 또는 권리가 사용되는 장소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역무를 제공하는 용역의 경우 과세권이 미치는 거래인지는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외국법인이 제공한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일부가 국외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는 국내라고 보아야 한다. 한편 역무가 제공되기 위해서 이를 제공받는 자의 협력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협력행위가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도 아울러 고려하여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 [1] 구 법인세법(2007. 12. 31. 법률 제88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7항, 제93조 제9호 (가)목, 제94조, 제120조의2,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 제6조 제3항, 제8조 제1항 / [2]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2항 제1호 | [2] 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4두7528, 7535 판결(공2006하, 1375)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의 소송수계인 하나카드 주식회사 외 7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4인)
【원고들보조참가인, 상고인】
마스터카드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티드(Mastercard International Incorporate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경태 외 6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남대문세무서장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감병욱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2. 8. 선고 2017누381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각 법인세 부과처분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업을 하는 사업자들이다. 원고들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으로 법인세법 제94조에 따른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 원고들은 참가인과 회원자격협약 및 참가인의 상표 등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계약(이하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왔다.
다. 원고들은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한 신용카드의 사용과 관련하여 2003. 7.경부터 2007. 6.경까지 참가인에게 ① 국내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의 0.03%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0.01%에 해당하는 돈(Issuer Assessment 또는 Domestic Assessment, 이하 ‘발급사분담금’이라 한다)과 ②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184%에 해당하는 돈(Daily Assessment Incoming 또는 Cross-border Volume Fee, 이하 ‘발급사일일분담금’이라 하고, 발급사분담금과 통틀어 ‘이 사건 분담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들은 이 사건 분담금이 구 법인세법(2007. 12. 31. 법률 제88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고, 2009. 1.경부터 2012. 3.경까지 원고들에게, ① 원고들이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가 정한 지급조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76조 제7항에 따라 지급조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하고(이하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이라 한다), ② 원고들이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4조 제1항에 따른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분담금에 관한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의 납부를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분담금의 소득구분(원고들의 제2 상고이유, 참가인의 상고이유 및 피고들의 상고이유)
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은 상표권을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의 당해 대가를 국내원천소득으로 규정하면서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당해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외에서 사용된 권리 등에 대한 대가는 국내 지급 여부에 불구하고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한미조세협약’이라 한다) 제14조 제4항 제a호는 ‘문학·예술·과학작품의 저작권 또는 영화필름·라디오 또는 텔레비전 방송용 필름 또는 테이프의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도면, 비밀공정 또는 비밀공식, 상표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 또는 권리, 지식, 경험, 기능(기술), 선박 또는 항공기의 사용 또는 사용권에 대한 대가로서 받는 모든 종류의 지급금’을 사용료의 하나로 정하고, 제6조 제3항은 ‘제14조 제4항에 규정된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동 조항에 규정된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에만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조세협약 제8조는 사업소득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1항에서 ‘일방 체약국의 거주자의 산업상 또는 상업상의 이윤은 그 거주자가 타방 체약국에 소재하는 고정사업장을 통하여 동 타방 체약국 내에서 산업상 또는 상업상의 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한 동 타방 체약국에 의한 조세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참가인의 상표가 부착된 신용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경우 원고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전자결제 네트워크 시스템만 이용될 뿐 참가인의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이하 ‘이 사건 시스템’이라 한다)이 전혀 이용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발급사분담금 전액과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발급사분담금의 산출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상표권 사용의 대가로서 사용료소득에 해당하고,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나머지 부분은 참가인이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원고들이 발급한 신용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공한 포괄적 역무의 대가로서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심은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발급사분담금의 산출비율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금액을 산출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발급사분담금 전액과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신용결제금액과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01%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용료소득으로,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나머지 금액을 사업소득으로 보았다. 그런 다음 원심은, 이 사건 분담금 중 사용료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의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여 원고들이 이에 대한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므로 이 사건 법인세 처분 중 이에 관한 부분은 적법하고, 이 사건 분담금 중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은 참가인이 법인세 납세의무를 지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지 않아 원고들이 이에 대한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법인세 처분 중 이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 중 발급사분담금 전액이 사용료소득이라고 본 부분은 정당하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그 전부가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심의 판단 중 발급사일일분담금의 일부만 사업소득이고 나머지는 사용료소득이라고 본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
1) 원고들과 참가인이 체결한 회원자격협약이나 이 사건 라이선스계약 등에서는 발급사일일분담금을 포함한 이 사건 분담금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용역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분담금의 법적 성격은 참가인이 원고들을 비롯한 회원사에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과 그 대가의 지급 체계, 이 사건 분담금의 발생 요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참가인은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원고들이 발급한 신용카드의 소지자가 이를 국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급사일일분담금은 이 사건 시스템을 이용한 신용카드의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참가인이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제공한 포괄적 역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참가인이 원고들에게 제공한 포괄적 역무의 대가로 볼 수 있다.
3) 원고들은 참가인의 상표를 부착하여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가입신청서에 참가인의 상표를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서 참가인의 상표권을 사용한다. 이와 달리 신용카드의 소지자가 이를 국외에서 사용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이 참가인의 상표권을 사용한다는 것은 관념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용카드의 국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급사분담금과는 달리 신용카드의 국외 거래금액만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급사일일분담금이 상표권 사용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4) 발급사일일분담금은 분기별로 산정하여 지급되는 발급사분담금과 달리 매일의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매일 지급된다. 이처럼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그 금액의 산정 및 지급 방식 등에서도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하는 발급사분담금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5)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그 전체가 하나의 소득을 구성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소득의 성격도 하나로 파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와 달리 그 일부는 사용료소득으로, 나머지는 사업소득으로 구분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발급사분담금이 사용료소득이라고 하여 그 금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대상과 산출비율이 전혀 다른 발급사일일분담금에 대하여도 그중 발급사분담금의 산출비율만큼은 사용료소득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발급사일일분담금 중 신용결제금액과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01%를 초과하는 금액만 사업소득이라고 보아, 이 사건 법인세 처분 중 그에 관한 부분만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분담금의 법적 성격과 사용료소득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 및 참가인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고,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과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원고들의 제1 상고이유)
가. 구 부가가치세법 제10조 제2항 제1호는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역무가 제공되거나 재화·시설물 또는 권리가 사용되는 장소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역무를 제공하는 용역의 경우 과세권이 미치는 거래인지는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외국법인이 제공한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일부가 국외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역무가 제공되는 장소는 국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4두7528, 7535 판결 등 참조). 한편 역무가 제공되기 위해서 이를 제공받는 자의 협력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협력행위가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도 아울러 고려하여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참가인이 원고들에게 사용을 허락한 상표권은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참가인이 원고들에게 신용카드의 사용과 관련하여 제공하는 역무의 주된 내용은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신용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참가인이 원고들의 국내사업장에 설치한 결제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원고들이 이 사건 시스템에 접속하여 신용카드 거래승인, 정산 및 결제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거나 전달함으로써 그 목적이 달성되므로 위 역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부분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분담금과 관련한 용역이 공급되는 장소는 국내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에게 위 용역에 관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용역의 공급장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부가가치세 면세용역 해당 여부(원고들의 제3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참가인에게 이 사건 분담금을 지급하고 이 사건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참가인의 상표권 사용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원고들이 참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용역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금융·보험용역인 여신전문금융업 또는 그와 유사한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부가가치세 면세용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비과세관행의 존재 여부(원고들의 제4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분담금에 관하여 비과세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비과세관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원고들의 제5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들이 이 사건 분담금 중 상표권 사용의 대가 부분에 관하여 지급조서를 제출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에게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가산세를 면할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7. 지급조서 미제출 가산세 납세고지의 하자 존재 여부(원고들의 제6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제출한 상당수의 납세고지서에 가산세의 세액과 산출근거가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에 관한 납세고지 방식이 원고들의 이에 대한 불복 여부 결정 및 불복신청의 편의에 지장을 주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납세고지의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 및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납세고지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8.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법인세 처분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 중 발급사일일분담금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환송 후 원심에서 위 파기의 취지를 반영하여 다시 정당세액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법인세 처분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
9.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법인세 처분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27,727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 2020도13705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형 선고의 효력이 소멸되어 그 확정판결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제5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위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 취지에 따른 재심판결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확정된 후 유예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 위 재심판결이 위 조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4 제5항은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 제333조부터 제336조까지 및 제340조·제362조의 죄 또는 그 미수죄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1호는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미수범을 포함한다)를 범한 경우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형 선고의 효력이 소멸되어 그 확정판결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위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 취지에 따른 재심판결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확정된 후 유예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라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위 재심판결은 위 조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는 동종 범행으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누범기간 내에 범한 절도 범행의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을 무겁게 평가하여 징벌의 강도를 높여 범죄를 예방하여야 한다는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범에 관한 법정형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한 것이다. 그런데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도과함에 따라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구성요건인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그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에 따른 재심절차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는 우연한 사정변경만으로 위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거나 그 입법 취지에 저촉되는 불법성·비난가능성이 새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던 징역형의 집행유예 전과가 재심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된다면, 헌법에 위반된 형벌 규정으로 처벌받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재심청구권의 행사를 위축시키게 되거나 검사의 청구로 인하여 재심절차가 개시된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위헌 법령이 적용된 부당한 상태를 사실상 존속시키거나 이를 강제하게 될 여지도 있다.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제5항 제1호, 형법 제65조, 제329조, 제330조, 제331조, 제342조 |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8021 판결(공2010하, 1963),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공2020하, 1139), 헌법재판소 2019. 7. 25. 선고 2018헌바209, 401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74, 843)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지후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9. 17. 선고 2020노19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이 사건 재심판결의 선고 경위
1) 피고인에 대하여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시기를 불문하고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5조의4 제1항, 형법 제329조 등을 적용한 공소가 제기되어, 피고인은 1997. 9. 12. 서울지방법원에서 구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1997. 9. 20. 위 판결이 확정되었고(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그 선고의 취소 또는 실효 없이 유예기간이 경과되었다.
2) 헌법재판소가 구 특정범죄가중법(2010. 3. 31. 법률 제10210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부분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자(헌법재판소 2015. 2. 26. 선고 2014헌가16, 19, 2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피고인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6. 10. 26. 위헌결정의 취지에 따라 재심개시결정을 한 후 2017. 2. 9. 피고인에게 상습절도죄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고(이하 ‘이 사건 재심판결’이라 한다), 그 판결은 2017. 2. 17. 확정되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1.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2016. 3. 25.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상습절도죄 등으로 징역 4년 6월을 선고받아 2017. 10. 10. 형의 집행을 마쳤으며, 2017. 2. 9. 이 사건 재심판결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2020. 1. 7. 00:01경 피해자 소유의 현금 약 2,770만 원이 들어있는 200만 원 상당의 손가방을 절취함으로써 절도죄 등으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 누범기간에 다시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였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의 형이 유예기간의 경과로 실효되었더라도, 그 후 이 사건 재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이상 그 전과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에서 정한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은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 제333조부터 제336조까지 및 제340조·제362조의 죄 또는 그 미수죄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들 죄를 범하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항 제1호는 “형법 제329조부터 제331조까지의 죄(미수범을 포함한다)를 범한 경우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형 선고의 효력이 소멸되어 그 확정판결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음에도(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8021 판결 참조), 위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 취지에 따른 재심판결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확정된 후 유예기간이 경과되지 않은 경우라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위 재심판결은 위 조항에서 정한 “징역형”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는 동종 범행으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누범기간 내에 범한 절도 범행의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을 무겁게 평가하여 징벌의 강도를 높여 범죄를 예방하여야 한다는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헌법재판소 2019. 7. 25. 선고 2018헌바209, 401(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절도범에 관한 법정형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한 것이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 참조).
그런데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받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 없이 유예기간을 도과함에 따라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구성요건인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음에도, 그 확정판결에 적용된 형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에 따른 재심절차에서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는 우연한 사정변경만으로 위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거나 그 입법 취지에 저촉되는 불법성·비난가능성이 새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구성요건에 포함되지 않던 징역형의 집행유예 전과가 재심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된다면, 헌법에 위반된 형벌 규정으로 처벌받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재심청구권의 행사를 위축시키게 되거나 검사의 청구로 인하여 재심절차가 개시된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위헌 법령이 적용된 부당한 상태를 사실상 존속시키거나 이를 강제하게 될 여지도 있다.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된다.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후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적용된 구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위헌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이 사건 재심판결에서 다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재심판결이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의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인이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 누범기간에 다시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4 제5항이 정한 구성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2,915 | 압류처분무효확인 | 2021두52051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의하여 제3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은 범인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전제로 하는지 여부(적극) [2]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 범인에 대하여 재산형 등의 집행 및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따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 경우 검사가 취할 조치 | null | [1]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6조, 제9조의2 / [2]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형사소송법 제478조,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25조 제1항 제2호 | [1]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4형상572 판결(집9, 형183),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도4888 판결(공2006하, 2125), 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5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81, 359)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혁환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8. 20. 선고 2021누3466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처분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뇌물)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방조죄 등으로 공소제기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1996. 12. 16. 소외 1에 대하여 무기징역 및 220,500,000,000원의 추징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96노1892, 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 이 사건 판결은 1997. 4. 17.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이 사건 판결 확정 후인 2003. 4. 24. 소외 1 소유였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2003. 12. 12. 소외 1의 처남 소외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다. 소외 1의 셋째 며느리인 원고는 2013. 4. 26.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라. 피고는 이 사건 판결에 따른 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원고가 정황을 알면서 이를 취득하였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477조 제4항에 따라 2013. 9. 16. 이 사건 부동산을 국세징수법에 따른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압류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마. 소외 1은 2021. 11. 23. 상고심 재판 계속 중 사망하였다.
2. 이 사건 소의 이익에 관한 직권 판단
피고가 이 사건 판결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원고를 상대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를 적용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이 사건에서 위 판결의 피고인인 소외 1이 사망한 경우 이 사건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한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6조는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제3조 제2항에 따라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범인에게서 추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9조의2(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이하 ‘불법재산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추징의 집행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 규정인 제6조의 추징을 전제로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까지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5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한편 형사법상 몰수에 갈음하는 추징은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판결에서 선고되는 부수처분으로서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4형상572 판결,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도488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이 사건 조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목적, 규정의 성격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제3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은 범인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된다.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은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478조 등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판의 집행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이하 ‘집행사무규칙’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제2호는 납세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478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관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산형 등(벌금·과료·추징·과태료·소송비용 및 비용배상을 의미한다) 집행 불능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 범인에 대한 몰수·추징이나 범인 외의 자에 대한 추징의 집행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범인에 대하여 재산형 등의 집행을 할 수 없고 이 사건 조항에 따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검사는 집행사무규칙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재산형 등 집행 불능 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의 피고인인 소외 1이 사망한 이후로는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판결에 의한 추징의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는 소외 1이 사망한 이후에도 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이 사건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된다.
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소외 2가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을 당시 그 대금을 자신이 관리하던 소외 1의 비자금으로 납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원고가 그 정황을 알면서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였다고 보아,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주심) 오경미 |
232,921 | 법인세부과처분취소 | 2019두53235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인 甲 법인은 회원인 조합이 소속 조합원 등과의 공제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공제책임을 인수하는 재공제사업을 영위하면서 재공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금 일부를 재공제이익수수료 명목으로 회원인 조합에 배분하고 이를 손금에 산입하였고, 관할 세무서장이 위 재공제이익수수료의 배분은 잉여금의 처분에 해당하여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 제20조 제1호에 따라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이유로, 甲 법인에 법인세를 경정·고지한 사안에서, 재공제이익수수료가 재공제사업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주로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출자자에게 분여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수수료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면, 잉여금의 처분과 실질이 동일하므로 구 법인세법 제20조 제1호에 따라 손금에 산입할 수 없어, 재공제이익수수료의 배분은 실질이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출자자에게 분여하는 잉여금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null | 구 법인세법(2017. 12. 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항, 제20조 제1호 | null | 【원고, 상고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잠실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8. 30. 선고 2019누3636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나. 원고는 회원인 조합(이하 ‘회원조합’이라 한다)이 소속 조합원 등과의 공제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공제책임을 인수하는 재공제사업을 영위하면서 2009 내지 2011 사업연도에 재공제사업에서 발생한 이익금 중 합계 33억 원(이하 ‘이 사건 재공제이익수수료’라 한다)을 재공제이익수수료 명목으로 회원조합에 배분하고 이를 손금에 산입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재공제이익수수료의 배분이 잉여금의 처분에 해당하여 구 법인세법(2017. 12. 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조 제1항, 제20조 제1호에 따라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2009 내지 2011 사업연도 각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경정·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판단
가. 구 법인세법 제19조는 제1항에서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 법인세법 제20조 제1호는 ‘결산을 확정할 때 잉여금의 처분을 손비로 계상한 금액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재공제이익수수료가 재공제사업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라기보다는 주로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출자자에게 분여하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수수료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잉여금의 처분과 실질이 동일하므로 구 법인세법 제20조 제1호에 따라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전제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재공제이익수수료의 배분은 그 실질이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출자자에게 분여하는 잉여금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는 회원조합에 공제상품 판매의 대가로 판매수수료를 지급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전체 공제사업에서 이익금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재공제이익수수료를 별도로 지급하였고, 재공제사업의 구조상 재공제이익수수료의 지급 상대방은 출자자인 회원조합에 국한된다.
2) 사업이용실적에 따른 잉여금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이른바 이용고배당과 재공제이익수수료의 배분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이용고배당은 잉여금의 처분으로 보고 재공제이익수수료의 배분은 잉여금의 처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3) 원고와 회원조합이 체결한 재공제계약과 민영 재보험사와 민영 보험사가 체결한 재보험계약은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달라 재공제이익수수료를 재보험이익수수료와 같이 매출에누리나 판매부대비용으로 볼 수 없다. 민영 재보험사는 재보험사업을 영위하면서 손실을 입더라도 개별 재보험계약별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정해진 요율에 따라 재보험이익수수료를 지급하는 반면에, 원고는 공제사업을 영위하면서 손실을 입을 경우에는 개별 재공제계약별로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재공제이익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4) 원고는 스스로 회원조합이 체결할 공제상품을 개발하고 자신의 업무처리 지시에 따라 회원조합이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른 공제책임을 전부 인수하므로, 수익성이 높은 공제계약에 따른 공제책임만 선별하여 인수하기 위하여 회원조합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재공제이익수수료는 재공제사업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잉여금 처분의 의미, 손비의 요건 및 재공제이익수수료의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27,721 | 구상금 | 2021다293831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대법원이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경우 [2] 甲이 乙 신용보증재단과의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丙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丁은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발생하는 甲의 乙 재단에 대한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이후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자 乙 재단이 甲을 대위하여 丙 은행에 원리금 채무를 변제하였고, 한편 乙 재단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신용회복위원회와 신용회복지원협약을 체결하였는데, 甲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여 甲과 乙 재단 사이에 채무 원리금 합계액을 감경하고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내용의 채무조정합의가 성립되었으며, 그 후 乙 재단이 丁을 상대로 구상금채무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乙 재단은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甲의 채무조정 신청을 통지받은 이후부터 채무조정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까지는 甲과 연대보증인인 丁에 대하여 채권추심을 위한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 [1] 소액사건에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고 만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 [2] 甲이 乙 신용보증재단과의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丙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丁은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발생하는 甲의 乙 재단에 대한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이후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자 乙 재단이 甲을 대위하여 丙 은행에 원리금 채무를 변제하였고, 한편 乙 재단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신용회복위원회와 신용회복지원협약을 체결하였는데, 甲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여 甲과 乙 재단 사이에 채무 원리금 합계액을 감경하고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내용의 채무조정합의가 성립되었으며, 그 후 乙 재단이 丁을 상대로 구상금채무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乙 재단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위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甲의 채무조정 신청을 통지받은 이후부터 채무조정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까지는 甲과 연대보증인인 丁에 대하여 채권추심을 위한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丁으로서는 위 협약에 따라 乙 재단의 구상금 청구에 대해 부제소합의가 있었다는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 / [2]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제25조,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제73조, 제74조, 제75조, 민사소송법 제248조[소의 이익] | [1]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공2004하, 1571),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07444 판결(공2021상, 370) | 【원고, 피상고인】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법여울 담당변호사 박영만 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동현)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0. 26. 선고 2021나39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취소하여 그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본안전항변 관련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소액사건에 있어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들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대법원이 그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하고 만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실체법 해석적용에 있어서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다20744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은 원고와의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2013. 2. 14. 주식회사 신한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피고는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발생하는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모든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이후 2013. 8. 17. 이자연체를 사유로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자 원고가 소외인을 대위하여 위 은행에 원리금 채무를 변제하였다.
2) 한편 원고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서민금융법’이라고 한다)에 따라 설립된 신용회복위원회와 사이에 체결한 신용회복지원협약(이하 ‘협약’이라고 한다)에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가)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자의 채무조정 신청을 접수한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자(이하 ‘채권금융회사’라고 한다)에 즉시 통지하여야 한다(제8조). 채권금융회사는 위 통지를 받으면 채무자 및 보증인에 대하여 보전처분이나 강제집행의 신청, 기타 소의 제기 등 일체의 채권행사 및 담보권행사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제20조 제1항 제1호), 합의된 채무조정에 의한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받아야 하고 그 외에 추심 또는 담보권을 행사하여 채권을 회수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1조 제1항).
(나) 채무조정의 효력이 상실되는 경우 채무자의 책임은 채무조정 신청 전의 채무 내용대로 환원된다(제25조 제2항).
(다) 채무조정 신청과 합의는 채무자뿐만 아니라 그 보증인에 대해서도 효력이 미친다(제27조 제1항).
3) 소외인은 2019. 7. 10.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여 신용회복위원회는 그 무렵 원고에게 위 채무조정 신청 접수사실을 통지하였고, 2019. 8. 29.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채무 원리금 합계액을 감경하고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내용의 채무조정합의가 성립되었다.
다. 위 사실들과 협약 내용에 의하면, 원고가 신용회복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소외인의 채무조정 신청을 통지받은 이후부터 채무조정의 효력이 상실되기 전까지는 소외인 및 그 보증인에 대하여 채권추심을 위한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소외인의 연대보증인인 피고로서는 협약에 따라 원고의 구상금 청구에 대해 부제소합의가 있었다는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보아 본안판단에 나아갔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부제소합의, 권리보호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한다.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취소하여 그 소를 각하하고 소송총비용의 부담을 정하기로 한다.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27,709 | 손해배상 | 2019다202146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증권 취득자가 사업보고서 제출 당시의 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배상의무자의 면책요건으로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의 의미 [2] 대표이사가 부담하는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의 내용 /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가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정만으로 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나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러한 경우 구축하여야 할 내부통제시스템의 형태 / 대표이사가 회계부정이나 오류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적발·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여 다른 이사 등의 회계업무에 관한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한 경우,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인지 여부(적극) / 내부통제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구축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이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손해배상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이사 등) 및 이는 회계업무와 관련하여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거나 재무담당임원(CFO)이 임명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민사재판에서 관련 형사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을 배척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감사인이 부담하는 주의의무의 내용 및 같은 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이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주요한 기준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속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감사절차를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5]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제1항,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에 근거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감사인은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인과관계 부존재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주식 가격의 형성이나 그 위법행위 공표 이후 주식 가격의 하락이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증명만으로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0조 제2항에 따른 손해액의 추정이 깨지는지 여부(소극) /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정식으로 공표되기 전에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모두 처분하였다는 사실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위 법리는 주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6]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 제170조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을 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적극) | [1]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62조 제1항의 규정을 근거로 증권의 취득자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당시의 주식회사 대표이사에 대하여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배상의무자인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제162조 제1항 단서). 여기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란 대표이사가 자신의 지위에서 재무제표 작성·공시업무와 관련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 갖는 주의의무나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다는 것을 가리킨다.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한다는 것은 ‘대표이사로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나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한 후 허위기재 등이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증명하는 것을 뜻한다. [2] 이사는 다른 업무담당이사가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진다. 특히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표이사는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으로 작성된 재무제표의 중요사항에 허위기재 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과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가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대표이사나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 없다. 그러한 경우 합리적인 정보·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하 ‘내부통제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은 회사가 사업운영상 준수해야 하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 특히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하여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는 회계부정이나 오류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적발·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만일 대표이사가 이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회계업무에 관한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하였다면, 대표이사로서 감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내부통제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구축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는지는 어떠한 제도가 도입되어 있고 어떠한 직위가 존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내용이나 직위에 부여된 임무가 무엇인지, 그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임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었는지를 살펴 판단해야 하고,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2조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이사 등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이는 회계업무와 관련하여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거나 재무담당임원(CFO)이 임명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3]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 더욱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있다는 의미가 있는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4] 감사인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 한다)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구 회계감사기준(2005. 3. 29. 제정되고 2007. 12. 21. 개정되어 2007. 12. 28.부터 시행된 것, 이하 ‘회계감사기준’이라 한다)에 따르면 감사인은 감사 대상인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해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회계감사기준 200의 2.3). 그와 같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간과하여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해 실제로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되었는지를 결정하는 데 적합한 정도의 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경영자의 진술이나 피감사회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신중한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회계감사기준 240의 3, 500의 1.2 등 참조).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속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다면 그에 대한 감사절차도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 [5]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70조 제1항,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에 근거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손해액은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추정되고, 감사인은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3항에 따라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 인과관계 부존재 사실의 증명은 직접적으로 문제 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 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때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손해액을 추정하는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주식 가격의 형성이나 그 위법행위 공표 이후 주식 가격의 하락의 원인이 문제 된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정식으로 공표되기 이전에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부양된 상태의 주가에 모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표일 이전에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진 경우에는 주가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정을 증명하거나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증명하거나 또는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에서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정상적인 주가까지 증명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문제 된 허위공시의 내용이 분식회계인 경우에는 그 성질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식회계 사실의 공표를 갈음한다고 평가할 만한 유사정보(예컨대 외부감사인의 한정의견처럼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보, 회사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정보 등)의 누출이 사전에 조금씩 일어나기 쉽다는 점에서 더더욱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 자체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은 ‘증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종류를 한정하고 있지 않고, 구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증권’에는 주권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이 포함된다(제4조 제1항, 제4항). 따라서 위 법리는 주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6]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2조, 제170조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는 사정을 들어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주식 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렵다. 따라서 사업보고서 등이나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이외에도 매수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해당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한편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 [1]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2조 / [2] 상법 제209조 제1항, 제389조 제3항, 제399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2조,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2(현행 제8조 참조) / [3] 민사소송법 제202조 / [4]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현행 제1조 참조), 제5조(현행 제16조 참조) / [5]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4항, 제170조,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항(현행 제31조 참조) / [6]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2조, 제170조,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63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432조 | [1][5]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공2007하, 1656) / [1]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76253 판결 / [2]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공2008하, 1345),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공2022상, 4) / [3]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다27055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공2017하, 2063) / [4]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36930 판결(공2011상, 293),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공2020하, 1567) / [5][6]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20728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18099 판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별지 1, 2, 3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원고, 피상고인】
별지 4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영진 담당변호사 유경재)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삼정회계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상훈 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2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능환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1. 23. 선고 2017나201545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별지 1, 2, 3 기재 원고들의 피고 삼정회계법인에 대한 상고로 인한 부분은 위 원고들이,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 2의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심 공동피고 에스티엑스조선해양 주식회사(이하 ‘STX조선해양’이라 한다)는 총공사 예정원가를 과소계상하고 호선별 발생원가를 임의로 이전시킴으로써 매출총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42기부터 제46기까지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였다. 피고 삼정회계법인(이하 ‘피고 삼정’이라 한다)은 STX조선해양의 감사인으로서 제45기와 제46기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후 ‘적정의견’을 기재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제45기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와 그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2012. 3. 공시되었고, 제46기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와 그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2013. 3. 공시되었다.
나. 위와 같은 분식회계 사실 등으로 STX조선해양이 발행한 주식은 2014. 2. 6. 거래가 정지되었고, 2014. 4. 15. 상장이 폐지되었다.
다. 원고들은 STX조선해양이 발행한 주식 또는 신주인수권증권을 취득한 사람들로서 위와 같은 STX조선해양이나 피고 삼정의 허위공시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STX조선해양과 당시 대표이사이던 피고 2, 피고 삼정에 대하여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4. 1. 28. 법률 제123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피고 2의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2가 상당한 주의를 다하였는지 여부
(1) 대표이사의 주의의무 또는 감시의무와 내부통제시스템에 관한 법리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의 규정을 근거로 증권의 취득자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당시의 주식회사 대표이사에 대하여 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등으로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배상의무자인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제162조 제1항 단서). 여기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란 대표이사가 자신의 지위에서 재무제표 작성·공시업무와 관련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 갖는 주의의무나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다는 것을 가리킨다.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한다는 것은 ‘대표이사로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나 감시의무를 제대로 수행한 후 허위기재 등이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증명하는 것을 뜻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76253 판결 등 참조).
이사는 다른 업무담당이사가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할 의무를 진다. 특히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참조). 따라서 대표이사는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으로 작성된 재무제표의 중요사항에 허위기재 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과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가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대표이사나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 없다. 그러한 경우 합리적인 정보·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하 ‘내부통제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은 회사가 사업운영상 준수해야 하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
특히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하여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는 회계부정이나 오류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적발·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한다. 만일 대표이사가 이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회계업무에 관한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하였다면, 대표이사로서 감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등 참조).
내부통제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구축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는지는 어떠한 제도가 도입되어 있고 어떠한 직위가 존재하였다고 해서 곧바로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내용이나 직위에 부여된 임무가 무엇인지, 그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임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었는지를 살펴 판단해야 하고,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이사 등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이는 회계업무와 관련하여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외부감사법’이라 한다)에 따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되거나 재무담당임원(CFO)이 임명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 2를 상대로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피고가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 단서의 ‘상당한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위 피고는 STX조선해양에 회계업무를 적정하게 감시·감독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또 재무제표 기재사항의 진실성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STX조선해양의 회계가 부정하게 처리되는 것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등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사실오인,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
나. 관련 형사사건과 모순·저촉이 있는지 여부
(1)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 더욱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있다는 의미가 있는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6다27055 판결, 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4다2742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 2는 재무담당임원인 소외인 등과 공모하여 STX조선해양의 제42기부터 제46기 재무제표 작성에 관하여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그에 따라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가 포함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공모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위 판결은 그 후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원심은 피고 2가 STX조선해양의 제45기와 제46기 재무제표의 허위 작성·공시와 관련하여 대표이사로서 감시의무 및 회계가 부정하게 처리되는 것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2가 분식회계에 관하여 감시의무 등을 소홀히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위 형사판결과 모순되지 않는다. 위 형사판결은 피고 2가 분식회계를 공모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 피고 2가 감시의무 등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심판결에 관련 형사판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피고 삼정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판단
가.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
(1) 감사인은 구 외부감사법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할 때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하지 못함으로 인한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제1조, 제5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회계감사기준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며, 그에 따라 마련된 회계감사기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감사인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피고 삼정이 STX조선해양의 제45기, 제46기 재무제표를 감사할 당시 적용되던 회계감사기준(2005. 3. 29. 제정되고 2007. 12. 21. 개정되어 2007. 12. 28.부터 시행된 것, 이하 ‘회계감사기준’이라 한다)에 따르면 감사인은 감사 대상인 재무제표가 부정이나 오류에 의해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업무를 계획·수행해야 한다(회계감사기준 200의 2.3). 그와 같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사정이 발견된 경우에는 이를 간과하여서는 안 되고 그로 인해 실제로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되었는지를 결정하는 데 적합한 정도의 감사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경영자의 진술이나 피감사회사가 제출한 자료 등을 신중한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회계감사기준 240의 3, 500의 1.2 등 참조).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나 피감사회사가 속한 업종의 특성, 피감사회사가 속한 경영상황 등에 비추어 회계업무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정이나 오류가 개입되기 쉬운 사항이 있다면 그에 대한 감사절차도 통상의 경우보다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8다36930 판결,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6다268848 판결 등 참조).
(2) 원고들은 피고 삼정을 상대로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받아들였다.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7항 본문에 따라 피고 삼정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피고 삼정은 감사인으로서 STX조선해양의 제45기, 제46기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수행할 당시 총공사 예정원가 추정 및 호선별 발생원가 집계 부분과 관련하여 부정이나 오류를 시사하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여 일반적인 수준을 넘는 추가 감사절차를 수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감사인이 감사업무상의 임무를 게을리하였는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인과관계의 존부와 손해액 추정
(1)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1항, 구 외부감사법 제17조 제2항에 근거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 손해액은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추정되고, 감사인은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3항에 따라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와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 인과관계 부존재 사실의 증명은 직접적으로 문제 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 된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때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손해액을 추정하는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주식 가격의 형성이나 그 위법행위 공표 이후 주식 가격의 하락의 원인이 문제 된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20728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18099 판결 등 참조).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정식으로 공표되기 이전에 투자자가 매수한 주식을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부양된 상태의 주가에 모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공표일 이전에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진 경우에는 주가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보가 미리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정을 증명하거나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증명하거나 또는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에서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정상적인 주가까지 증명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문제 된 허위공시의 내용이 분식회계인 경우에는 그 성질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식회계 사실의 공표를 갈음한다고 평가할 만한 유사정보(예컨대 외부감사인의 한정의견처럼 회계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보, 회사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정보 등)의 누출이 사전에 조금씩 일어나기 쉽다는 점에서 더더욱 공표 전 매각분이라는 사실 자체의 증명만으로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구 증권거래법에 관한 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81981 판결 참조).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2항은 ‘증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종류를 한정하고 있지 않고, 구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증권’에는 주권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이 포함된다(제4조 제1항, 제4항). 따라서 위 법리는 주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뿐만 아니라 신주인수권증권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삼정이 구 자본시장법 제170조 제3항이 정하는 ‘손해액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공시로써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공표 전 매각분 부분
조선업의 불황과 주재료 가격의 급등으로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이 상당 부분 감소하였다. STX조선해양뿐 아니라 다른 조선사 역시 2011년 이후 2013년까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STX그룹과 STX조선해양이 투자금 회수 지연, 무리한 인수합병 등으로 인하여 전사적인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공표 이전에 분식회계가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고 다른 요인이 주가에 미친 영향의 정도 또는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에서 분식회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정상적인 주가까지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나) 공표 전 하락분 부분
위 (가)에서 인정된 사정만으로는 분식회계가 공표 전 주가 하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직접 주가가 하락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다) 신주인수권증권에 관한 부분
신주인수권증권 역시 STX조선해양이 발행한 증권에 해당하므로 그 취득자는 구 자본시장법에 따라 신주인수권증권의 취득가격과 변론종결 당시의 시장가격의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사건 분식회계와 주가 하락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이상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이하로 하락하여 신주인수권의 가치가 감소한 것 역시 이 사건 분식회계와 인과관계가 부정되지 않는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인과관계 증명,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잘못이 없다.
4. 피고들의 책임제한 비율에 관한 판단
가. 구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70조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는 사정을 들어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주식 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렵다. 따라서 사업보고서 등이나 감사보고서의 거짓 기재 이외에도 매수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 해당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한편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207283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1809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 2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 손해의 60%로, 피고 삼정의 손해배상책임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오해, 사실오인,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없다.
5. 결론
별지 1, 2, 3 기재 원고들과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2]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3]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4]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주심) 이흥구 |
232,917 |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 | 2021추5050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구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 정한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의미 및 법령에 위반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효력(무효) /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조례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 [3]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이 감사 요청을 하는 경우와 이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에 따라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산광역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하여 임대주택 임차인의 감사 요청권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에 위반된다며 부산광역시장이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부산광역시의회가 원안대로 재의결한 사안에서, 위 조례안 규정들이 상위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null | [1]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참조) / [2]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참조) / [3]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참조),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 제6항 | [1] 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1추94 판결(공2013하, 1980),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추5039 판결 / [2]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추38 판결(공2006하, 1919),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추10 판결 | 【원 고】
부산광역시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경미 외 2인)
【피 고】
부산광역시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산 담당변호사 권혁근 외 5인)
【변론종결】
2022. 6. 16.
【주 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1. 11. 22. ‘부산광역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이 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및 주요 내용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4, 6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21. 9. 15. ‘부산광역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21. 10. 5. 이 사건 조례안 제1조, 제2조가 상위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21. 11. 22.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1) 이 조례는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6항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의 감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화와 입주자·사용자 및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제1조).
2)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에 따라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경우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임차인대표회의(이하 ‘공공주택 임차인 등’이라 한다)가 감사를 요청하는 경우, 시장이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화와 공공주택 임차인 및 입주자 등(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입주자 등을 말한다)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제2조 제2항).
2. 이 사건 조례안의 효력
가. 조례와 법령과의 관계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본문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란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를 가리키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령과 조례의 각 규정 취지, 규정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모순·저촉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추5039 판결 참조).
또한 조례가 규율하는 특정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규율하는 국가의 법령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에도 조례가 법령과 별도의 목적에 기하여 규율함을 의도하는 것으로서 그 적용에 의하여 법령의 규정이 의도하는 목적과 효과를 전혀 저해하는 바가 없는 때 또는 양자가 동일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의 법령이 반드시 그 규정에 의하여 전국에 걸쳐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율하려는 취지가 아니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실정에 맞게 별도로 규율하는 것을 용인하는 취지라고 해석되는 때에는 그 조례가 국가의 법령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추38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조례안 제1조, 제2조 제2항(합하여 ‘이 사건 조례안 규정들’이라 한다)에 관한 판단
1)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2항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나, ‘입주자 등’에 포함되는 ‘사용자’의 개념에서 임대주택의 임차인은 제외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6호, 제7호). 또한 위 법 제93조 제4항은 입주자 등의 감사 요청이 없더라도 일정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이 감사를 요청한 경우나 이들의 보호 필요성 등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반면 이 사건 조례안 규정들은 입주자·사용자 외에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의 보호도 그 목적으로 규정하면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이 감사 요청을 하는 경우와 이들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에 따라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공동주택관리법의 규정과 형식상 차이가 존재한다. 원고는 이를 이유로 이 사건 조례안 규정들이 임대주택 임차인의 감사 요청권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조례안 규정들은 상위법령에 위반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2)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을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자 등의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생활과 공동주택의 투명하고 체계적이며 평온한 관리를 위하여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제3조 제1항).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권한을 부여하고(제93조),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제34조). 공동주택관리법의 입법 목적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권한을 부여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전국에 걸쳐 동일하게 규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주거복지의 실현을 위하여 그 지역의 실정에 맞게 규율할 수 있는 사무로 봄이 상당하다.
한편 2015. 12. 29. 법률 제13687호로 개정된 주택법 제2조 제13호에서 ‘주택을 임차하여 사용하는 자’에 해당하는 ‘사용자’의 범위에 임대주택의 임차인을 제외하였고, 같은 날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서도 임대주택의 임차인을 사용자에서 제외하였으나,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공공주택 임차인대표회의를 포함한 ‘임차인대표회의’에 관한 규정 및 공공주택 임차인의 하자보수청구권 등 임대주택 임차인의 권리에 관한 규정을 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개정이 임대주택 임차인의 보호 필요성을 부정하여 법률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3)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은 제93조 제2항에 따른 입주자 등의 감사 요청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공동주택관리의 효율화’와 ‘입주자 등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공동주택관리 감사의 실시에 관한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제2항은 ‘법 제93조 제4항에 따라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경우’ 중 하나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 임차인·임차인대표회의의 감사 요청이 있거나 이들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들이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의 효율화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동주택관리법에 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감사 실시 사유를 확대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 제1항에서 준용하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51조, 같은 법 시행령 제41조 제2항 제13호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관리에 관하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96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공동주택관리의 감독에 관한 사항이 적용되는데, 위 조항은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부터 제4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명령, 조사, 검사, 감사를 전제로 하는 규정이므로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임대주택에 대하여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감독권 행사의 일환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규정들이 위법하게 감사 대상의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32,923 |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 2019두33903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업을 하는 甲 주식회사가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인 乙 회사와 회원자격협약을 체결하고 乙 회사 상표가 사용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乙 회사에 분담금을 지급하였는데, 관할 세무서장이 위 분담금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아, 甲 회사에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가 정한 지급조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76조 제7항에 따라 지급조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하고, 甲 회사가 구 부가가치세법 제34조 제1항에 따른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 부가가치세법 제34조 제2항에 따라 위 분담금에 관한 부가가치세 납부를 고지한 사안에서, 분담금에는 주 회원을 甲 회사로 하여 乙 회사의 카드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제휴 회원인 국내 회원은행들이 乙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용역의 대가로서 회원은행들이 乙 회사에 지급하여야 하는 분담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甲 회사에 대한 법인세 처분과 부가가치세 처분은 각각 그 범위에서 위법하고, 부가가치세 처분과 관련하여 분담금 중 甲 회사의 고유사업분과 대행사업분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위 처분은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2]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 제2항이 준용하는 구 소득세법 제164조 제9항에 따른 ‘지급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 안에서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는 자’의 의미 / 일정한 국내원천소득금액을 지급해야 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에 따른 지급조서를 제출하고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의 위임에 있어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하기 위한 요건 / 소득금액을 지급하여야 할 자를 대리하거나 그로부터 위임을 받아 원천징수대상 소득의 발생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등을 하고 그 소득금액을 지급한 경우, 원천징수업무 등의 묵시적인 위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null | [1] 구 법인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7항(현행 제75조의7 제1항 참조), 제93조 제9호 (가)목(현행 제93조 제8호 (가)목 참조), 제120조의2 제1항,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1항(현행 제52조 제1항 참조) / [2] 구 소득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4조 제1항, 제9항(현행 제164조 제8항 참조), 구 법인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0조의2 제2항 | [2]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0두27479 판결 | 【원고, 피상고인】
비씨카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5인)
【피고, 상고인】
서초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 15. 선고 2018누3748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업을 하는 사업자이다. 원고는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인 MasterCard International Incorporated(이하 ‘마스터카드사’라 한다)와 회원자격협약을 체결하고 마스터카드 상표가 사용된 신용카드인 비씨마스터카드를 발급하여 왔다.
나. 원고는 마스터카드사의 주 회원(Principal Member)이고, 11개 국내 은행(이하 ‘회원은행’이라 한다)은 주 회원을 원고로 하여 마스터카드사의 카드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제휴 회원이다.
다. 원고는 마스터카드사에 ① 비씨마스터카드 소지자의 국내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의 0.03%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0.01%에 해당하는 분담금(Issuer Assessment)과 ② 비씨마스터카드 소지자가 마스터카드사의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한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 및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184%에 해당하는 분담금(Daily Assessment Incoming)을 지급하여 왔다(이하 위 각 분담금을 ‘이 사건 분담금’이라 한다).
라. 피고는 이 사건 분담금이 구 법인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고, 2009. 1.경부터 2012. 3.경까지 원고에, ① 원고가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가 정한 지급조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76조 제7항에 따라 2003 사업연도부터 2006 사업연도까지의 지급조서 미제출 가산세를 부과하고(이하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이라 한다), ② 원고가 구 부가가치세법(2010. 1. 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1항에 따른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분담금에 관한 2003년 제2기부터 2007년 제1기까지의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 납부를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분담금에 회원은행들이 지급하여야 할 분담금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제1 상고이유)
가.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마스터카드사가 회원은행들에는 별도의 분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주 회원인 원고에 제휴 회원인 회원은행들의 분담금까지 납부하도록 한 사실, 원고는 마스터카드사에 자신의 고유사업분 분담금뿐만 아니라 회원은행들이 지급하여야 할 대행사업분 분담금까지 지급한 사실, 피고도 대행사업분 분담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의무자를 원고가 아닌 회원은행들로 보고 원고에 부과하였던 이 부분 분담금에 관한 2007년 제2기부터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분담금에는 회원은행들이 마스터카드사로부터 공급받은 용역의 대가로서 회원은행들이 마스터카드사에 지급하여야 하는 분담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법인세 처분과 부가가치세 처분은 각각 그 범위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분담금 중 원고의 고유사업분과 대행사업분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위 처분은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분담금에 관한 부가가치세의 대리납부의무자나 지급조서 제출의무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분담금 전액이 사용료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제2, 3 상고이유)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 사건 분담금 전액이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여 원고가 이에 대하여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므로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이다.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의 일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따라, 이 사건 분담금의 일부는 사용료소득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사업소득에 해당하며 사업소득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에 지급조서 제출의무가 없어 이 사건 법인세 처분 중 해당 부분은 위법한데, 이 사건 분담금 중 사용료소득 부분과 사업소득 부분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은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은 대행사업분 분담금의 범위에서 위법하고, 이 사건 분담금 중 원고의 고유사업분과 대행사업분을 구분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인세 처분은 이러한 이유에서도 이 사건 부가가치세 처분과 마찬가지로 전부 취소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대한 원심의 위 판단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대행사업분 분담금에 대하여도 원고가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제3 상고이유)
가. 구 소득세법(2006. 12. 30. 법률 제8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64조는 제1항에서 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개인에게 일정한 소득금액을 국내에서 지급하는 자는 지급조서를 원천징수 관할세무서장 등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9항에서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지급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의 행위는 수권 또는 위임의 범위 안에서 본인 또는 위임인의 행위로 보고 제1항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 제2항은 외국법인에 일정한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의 지급조서 제출에 관하여 구 소득세법 제164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법인세법 제120조의2 제2항이 준용하는 구 소득세법 제164조 제9항에 따라 ‘지급자를 대리하거나 그 위임을 받은 자로서 그 수권이나 위임의 범위 안에서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일정한 국내원천소득금액을 지급해야 할 자로부터 원천납세의무자에 대한 소득금액의 지급과 아울러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인세를 원천징수하는 업무와 원천징수에 따른 지급조서를 제출하고 원천징수한 법인세를 관할 세무서에 납부할 업무 등(이하 ‘원천징수업무 등’이라 한다)을 수권 또는 위임(이하 ‘위임’이라고만 한다)받은 자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천징수업무 등의 위임은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나, 원천징수의 성격과 효과 등에 비추어 볼 때 묵시적 위임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명시적 위임이 있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위임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다만 소득금액을 지급하여야 할 자를 대리하거나 그로부터 위임을 받아 원천징수대상 소득의 발생 원인이 되는 법률행위 등을 하고 그 소득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원천징수업무 등의 묵시적인 위임이 있었다고 봄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0두27479 판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회원은행들을 대신하여 마스터카드사에 지급한 대행사업분 분담금에 관하여는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로써 원심은 원고가 원천징수의무자인 회원은행들로부터 소득의 지급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았거나 그에 관한 위임을 받았으므로 구 소득세법 제164조 제9항 등에 따라 그 대리인 또는 수임인으로서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배척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고가 회원은행들로부터 원천징수업무 등을 명시적으로 위임받았다거나 회원은행들을 대리하여 이 사건 분담금의 발생 원인이 되는 회원자격협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원천징수업무 등을 묵시적으로 위임받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원고가 회원은행들의 위임에 따라 지급조서 제출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27,689 | 근저당권말소[원고가 사인증여를 하면서 사인증여 대상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는데 이후 사인증여를 철회하면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한 사건] | 2017다245330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사인증여에 준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 민법 제562조, 제1108조 제1항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한석종 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담당변호사 여운길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6. 28. 선고 2017나200217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2. 원심은, 원고가 소외인(원고와 피고의 아들)과 사이에 소외인을 수증자로 정하여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 있는데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은 예외적으로 철회가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 이유 중 사인증여의 철회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부적절하지만, 이 사건 사인증여계약의 철회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인증여의 철회, 의사표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27,707 | 보험금 | 2021다215909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보증신용장에 의한 보증의 의미 / 보증신용장에 따른 지급의무는 오로지 보증신용장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보증신용장에 지급청구의 조건이 기재되어 있으나 그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정해져 있지는 않은 경우, 위 조건을 지급청구의 적법 요건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보증신용장에 의한 보증에서 보증은행 등에 대한 수익자의 보증금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 [1] 보증신용장(Stand-by Letter of Credit)에 의한 보증은 수익자가 보증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지급청구를 하는 경우 보증신용장이 발행된 기초계약상 의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수익자에 대한 보증신용장에 기재된 금액의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보증이다[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하 ‘UCP 600’이라 한다) 제4조 참조]. 보증신용장에 따른 지급의무는 오로지 보증신용장 조건에 따라서 결정되고, 이 점에서 보증신용장에 따른 보증에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와 단절되는 추상성과 무인성이 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신용장에 지급청구의 조건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러한 조건은 지급청구의 적법 요건으로 볼 수 없다(UCP 600 제14조 h항 참조). [2] 보증신용장에 따른 보증에 대하여 무인성과 추상성이 인정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마저 그 적용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데도 위와 같은 보증신용장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은행 등에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은행 등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과 무인성이라는 보증신용장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 [1] 민법 제428조,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The 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2007 Revision, ICC Publication no. 600) 제4조, 제14조 h항 / [2] 민법 제2조, 제428조 | [2] 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43873 판결(공1995상, 437),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53700 판결(공2014하, 1837)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채동헌 외 5인)
【피고, 상고인】
한국무역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주식회사 신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평안 담당변호사 정한익)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 26. 선고 2019나203519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07년경 리비아 주택기반시설청(HIB, Housing and Infrastructure Board), 리비아 행정센터개발기구(ODAC, Organization for Development of Administrative Centres)와 ‘주택과 기반시설 등을 건설하는 이 사건 각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참가인은 원고에게 발주처인 HIB와 ODAC(이하 이를 합하여 ‘리비아 개발관청’이라 한다)로부터 수령한 선수금의 환급 보증을 의뢰하였다. 원고는 2008년경 수익자를 리비아 개발관청으로 하고 제6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하 ‘UCP 600’이라 한다)을 적용 규칙으로 하여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을 사하라 뱅크에 발행하였다. 그 무렵 사하라 뱅크는 수익자인 리비아 개발관청에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이 개설되었음을 통지(advice)하고 자신도 직접적인 보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에서 확인(confirmation)하였다.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는 ‘수익자의 서면에 의한 단순 청구에 따라 사하라 뱅크에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따른 지급이 이행된다(This Stand-by L/C is payable at Sahara Bank Counter’s against beneficiary’s first simple demand in writing)’는 내용과 ‘수익자의 단순 청구에 따라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의 연장이 가능하다(This Stand-by L/C is also renewable/extendable upon beneficiary’s first simple demand)’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위 각 보증신용장에서 수익자의 단순 청구에 관한 서류를 원고에게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 피고는 참가인과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따른 보증채무의 이행과 관련한 원고의 손실을 보상하기로 하는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원고에게 각 수출보증보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 약관은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따라 원고가 보증채무를 이미 이행함으로써 입게 된 손실 또는 이행이 확실시됨으로써 입을 것이 예상되는 손실을 보상한다.’고 정하고 있다(제3조).
라. 이 사건 각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는 2011. 2.경 리비아 내전 상황이 악화되면서 중단되었다.
마. 사하라 뱅크는 2012년경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관하여 ‘리비아 개발관청으로부터 보증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보증신용장에 따른 전액의 지급을 구하는 요청이 있었다. 현재의 보증 유효기간 동안 원고의 연장 지시를 받지 못하는 경우 본 통지를 유효하고 공식적인 지급청구로 간주하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통지(이하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라 한다)를 하였다.
바. 원고는 피고에게 이러한 통지 사실을 알리면서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기간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하였으나, 피고로부터 기간의 연장 여부에 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의 보증기간이 지나갔다.
2.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적법한지 여부
가. 보증신용장(Stand-by Letter of Credit)에 의한 보증은 수익자가 보증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 지급청구를 하는 경우 보증신용장이 발행된 기초계약상 의무불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수익자에 대한 보증신용장에 기재된 금액의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보증이다(UCP 600 제4조 참조). 보증신용장에 따른 지급의무는 오로지 보증신용장 조건에 따라서 결정되고, 이 점에서 보증신용장에 따른 보증에는 수익자와 보증의뢰인 사이의 원인관계와 단절되는 추상성과 무인성이 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신용장에 지급청구의 조건이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그러한 조건은 지급청구의 적법 요건으로 볼 수 없다(UCP 600 제14조 h항 참조).
나. 위 1.에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가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따른 보증채무를 실제로 이행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에 따른 피고의 보험금 지급 여부는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따른 원고의 보증채무 이행이 확실시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의 무인성과 추상성에 비추어 원고의 보증채무 이행이 확실시되는지는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 따른 적법한 지급청구에 해당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는 연장지급선택부(extend or pay) 청구에 포함된 조건부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루는 단순 청구나 보증기간의 연장 청구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그와 같은 조건부 청구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는 만기 연장을 구하거나 지급청구를 구하는 방법으로 허용된다. 또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에서는 수익자인 리비아 개발관청의 서면 청구를 조건으로 정하면서도 이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확인은행인 사하라 뱅크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를 하면서 리비아 개발관청의 지급청구서를 제출하거나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는 만기가 연장되지 않고 그 보증기간이 지남으로써 단순 청구에 따른 지급청구로서 적법하게 효력이 발생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취지로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이 사건 각 보증신용에 따른 적법한 지급청구이므로 이 사건 수출보증보험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수출보증보험의 법적 성격이나 보험 대상,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의 수익자에 대한 의미를 포함한 지급청구의 요건이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보증신용장에 따른 보증에 대하여 무인성과 추상성이 인정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마저 그 적용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익자가 실제로는 보증의뢰인에 아무런 권리가 없는데도 위와 같은 보증신용장의 추상성과 무인성을 악용하여 보증은행 등에게 청구를 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는 보증은행 등으로서도 수익자의 청구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원인관계와 단절된 추상성과 무인성이라는 보증신용장의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수익자가 보증금을 청구할 당시 보증의뢰인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수익자의 형식적인 법적 지위 남용이 별다른 의심 없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권리남용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43873 판결,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다5370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2011. 2.경 리비아 내전이 악화되면서 참가인이 이 사건 각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 현장에서 철수하고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리비아의 내전과 소요사태 등의 상황은 이미 그 전에도 있었고, 이후 지체보상금 면제와 공사 재개 여부를 두고 현지에서 협상이 이루어졌으나 기성고 대금의 지급과 공사재개 조건 등을 두고 다툼이 이어졌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반드시 이 사건 각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가 전적으로 리비아 내전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오래도록 중단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각 보증신용장과 관련하여 원고가 사하라 뱅크로부터 이 사건 각 연장지급선택부 청구를 받을 당시 리비아 개발관청에 아무런 실체적 권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므로, 그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와 참가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8,493 | 법인세경정거부처분취소 | 2019두52706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으로서 법인세법 제94조에 따른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甲 회사가 대한민국에서 신용카드업을 영위하는 회원사로부터 발급사분담금과 발급사일일분담금을 지급받아 왔는데, 회원사가 위 분담금들이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 분담금들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관할 세무서장에게 납부하자, 甲 회사가 위 분담금들은 사업소득에 해당하여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관할 세무서장이 이를 거부한 사안에서, 발급사분담금은 상표권 사용의 대가로, 발급사일일분담금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 null |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7항, 제93조 제9호 (가)목, 제94조,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 제6조 제3항, 제8조 제1항 | null | 【원고, 피상고인】
마스터카드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티드(Mastercard International Incorporate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경태 외 5인)
【피고, 상고인】
중부세무서장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산 담당변호사 이창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8. 21. 선고 2018누3749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미합중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미합중국법인으로서, 법인세법 제94조에 따른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 원고는 대한민국에서 신용카드업을 영위하는 회원사들(이하 ‘회원사들’이라 한다)로부터 ① 마스터카드 소지자의 국내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의 0.03%와 현금서비스금액의 0.01%에 해당하는 돈(Issuer Assessment, 이하 ‘발급사분담금’이라 한다)과 ② 마스터카드 소지자가 원고의 국제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이하 ‘이 사건 시스템’이라 한다)을 이용한 국외 거래금액 중 신용결제금액과 현금서비스금액의 각 0.184%에 해당하는 돈(Daily Assessment Incoming, 이하 ‘발급사일일분담금’이라 한다)을 지급받아 왔다(이하 위 각 분담금을 ‘이 사건 분담금’이라 한다).
다. 회원사들은 이 사건 분담금이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9호 (가)목에서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한 상표권 사용의 대가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분담금에 대한 2008, 2009, 2010 사업연도 법인세(이하 ‘이 사건 법인세’라 한다)를 원천징수하여 피고들에게 납부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분담금이 사업소득에 해당하여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고들에게 이 사건 법인세의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들은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 사건 분담금의 소득구분
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9호 (가)목은 상표권을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의 당해 대가를 국내원천소득으로 정하면서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당해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국외에서 사용된 권리 등에 대한 대가는 국내 지급 여부에 불구하고 이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한미조세협약’이라 한다) 제14조 제4항 제a호는 ‘문학·예술·과학작품의 저작권 또는 영화필름·라디오 또는 텔레비전 방송용 필름 또는 테이프의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도면, 비밀공정 또는 비밀공식, 상표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 또는 권리, 지식, 경험, 기능, 선박 또는 항공기의 사용 또는 사용권에 대한 대가로서 받는 모든 종류의 지급금’을 사용료의 하나로 정하고, 제6조 제3항은 ‘제14조 제4항에 규정된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동 조항에 규정된 사용료는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에만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조세협약 제8조는 사업소득에 관하여 정하면서 제1항에서 ‘일방 체약국의 거주자의 산업상 또는 상업상의 이윤은 그 거주자가 타방 체약국에 소재하는 고정사업장을 통하여 동 타방 체약국 내에서 산업상 또는 상업상의 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한 동 타방 체약국에 의한 조세로부터 면제된다.’고 정하고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분담금에 상표권 사용의 대가와 원고가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회원사들이 발급한 마스터카드의 국외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포괄적 역무의 대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분담금 중 원천징수대상인 상표권 사용의 대가와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를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 중 이 사건 분담금에 상표권 사용의 대가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본 부분은 정당하다. 그러나 원심판단 중 이 사건 분담금에 포함된 상표권 사용의 대가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를 구분할 수 없다는 부분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분담금 중 발급사분담금은 상표권 사용의 대가로, 발급사일일분담금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1) 원고와 회원사들이 체결한 회원자격협약이나 라이선스계약 등에는 이 사건 분담금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용역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지에 관하여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원고가 회원사들에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과 그 대가의 지급 체계, 이 사건 분담금의 발생 요건 등을 분석하면 이 사건 분담금의 법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2) 발급사분담금은 마스터카드 소지자의 국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여 분기별로 지급되지만,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여 매일 지급된다. 이처럼 발급사분담금과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그 금액의 산정과 지급 방식 등에서 확연하게 구분된다.
(3) 회원사들은 원고의 상표를 부착하여 마스터카드를 발급하거나 가입신청서에 원고의 상표를 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서 참가인의 상표권을 사용한다. 이처럼 상표권의 사용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므로 그 대가는 국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급사분담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원고의 상표가 부착된 마스터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경우 회원사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전자결제 네트워크 시스템만 이용될 뿐 원고의 이 사건 시스템은 전혀 이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발급사분담금이 원고가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포괄적 역무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원고는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회원사들이 발급한 마스터카드의 소지자가 이를 국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급사일일분담금은 이 사건 시스템을 이용한 마스터카드의 국외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원고가 이 사건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포괄적 역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가 회원사들에 제공한 포괄적 역무의 대가로 볼 수 있다.
(5) 회원사들이 국내에서 원고의 상표권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마스터카드의 소지자가 이를 국외에서 사용하는 과정에서 회원사들이 원고의 상표권을 사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6) 발급사분담금과 발급사일일분담금은 각각 독립된 소득을 구성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소득의 성격도 별개로 파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와 달리 그 일부는 사용료소득으로 나머지는 사업소득으로 구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분담금에 포함된 상표권 사용의 대가와 포괄적 역무 제공의 대가를 구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분담금의 소득구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7,693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 2022도4171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중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와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가 별개의 구성요건인지 여부(적극) 및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면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 위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 ‘비방할 목적’의 판단 기준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의 관계 /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인 공공의 이익에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비방할 목적의 유무(소극) [2] 피고인이 고등학교 동창인 甲으로부터 사기 범행을 당했던 사실과 관련하여 같은 학교 동창 10여 명이 참여하던 단체 채팅방에서 ‘甲이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甲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인에게 甲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비방할 목적’은 드러낸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여기에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란 드러낸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 피고인이 고등학교 동창인 甲으로부터 사기 범행을 당했던 사실과 관련하여 같은 학교 동창 10여 명이 참여하던 단체 채팅방에서 ‘甲이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甲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의 내용, 게시 글의 작성 경위와 동기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게시 글은 채팅방에 참여한 고등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사회집단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게시 글을 채팅방에 올린 동기나 목적에는 자신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힌 甲을 비난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甲으로 인하여 동창 2명이 재산적 피해를 입은 사실에 기초하여 甲과 교류 중인 다른 동창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고, 실제로 게시 글의 말미에 그러한 목적을 표시하였으므로,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인에게 甲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같은 법 제70조 제1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 [1]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공2020상, 785),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공2021상, 253) | 【피 고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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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정욱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2. 3. 25. 선고 2021노31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9. 1. 초순 고등학교 동창 10여 명이 참여하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피해자가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내용의 사실을 적시하여 공연히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에 정한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한다.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 만한 것인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규정에서 정한 모든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참조).
‘비방할 목적’은 드러낸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여기에서 ‘드러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란 드러낸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드러낸 것이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한다. 그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도11471 판결 참조).
3.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예술고등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동창으로서 2013년 무렵까지 친분 관계를 유지하였다.
나. 피해자는 피고인과 다른 고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자신의 자력을 속이는 방법으로 기망하여 피고인의 신용카드로 5,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고 다른 친구의 신용카드로 4,0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로 2016. 7.경 구속되었고, 2017. 1. 6. 형사재판에서 사기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은 후 석방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9. 1. 초순 고등학교 동창생들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던 인터넷 메신저 채팅방에 친구의 초대로 참여하였다가 채팅방에 피해자도 참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라. 피고인은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던 피해자 외의 다른 동창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채팅방을 만든 후, 그 채팅방에 ‘피해자가 내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감방에서 몇 개월 살다가 나왔다.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 너희들도 조심해라.’라는 내용의 글(이하 ‘이 사건 게시 글’이라 한다)을 게시한 후 곧바로 채팅방에서 나갔다. 피해자는 위 채팅방에 참여한 다른 동창으로부터 위와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후 2020. 9. 15. 피고인을 고소하였다.
마. 피고인은 경찰에서 이 사건 게시 글을 올린 이유에 관하여 “피해자가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허영을 부리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저의 경우처럼 동창생 중 피해자와 금전거래를 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봐서 ‘너희들도 피해자와 돈거래를 하지 마라.’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라고 진술하였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이러한 사실관계로부터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 글에 적은 사실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사기죄로 몇 개월간 수감된 적이 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
(2) 피고인이 만든 채팅방에 참여하였던 상대방들은 피고인, 피해자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동창들로서 특정한 사회집단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의 사기 범행의 대상이 되었던 피고인과 다른 친구도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동창이었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게시 글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적으며 ‘집에서도 포기한 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드러내었다. 다만 그것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정도의 공격적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악의적이라고 볼 만한 비방을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4) 피고인은 채팅방에 참여한 동창들에게 ‘너희들도 조심해라.’라고 하여 주의를 당부하였는데, 이러한 모습은 ‘다른 동창들의 피해를 예방하려는 동기로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게다가 피해자가 과거에 피고인을 포함하여 같은 고등학교 동창 친구 2명을 상대로 사기 범행을 하였으므로, 그 범행의 피해자였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와 다른 동창들이 교류하는 장면을 보고는 다른 동창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할 만한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5)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 사건 게시 글은 채팅방에 참여한 고등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사회집단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 글을 채팅방에 올린 동기나 목적에는 자신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힌 피해자를 비난하려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피해자로 인하여 고등학교 동창 2명이 재산적 피해를 입은 사실에 기초하여 피해자와 교류 중인 다른 동창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고, 실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 글의 말미에 그러한 목적을 표시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5.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있어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7,723 | 변호사법위반 | 2019도7563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에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한다고 함의 의미 및 이러한 행위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방법 | 변호사법은 제112조 본문과 같은 조 제3호 전단에서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한다고 함은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임을 표시 또는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는 법률 소비자를 보호하고 법률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변호사’라는 명칭이 사용된 경위와 방법, 표시 또는 기재된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 변호사 자격에 관한 오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19. 5. 16. 선고 2018노143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변호사법은 제112조 본문과 같은 조 제3호 전단에서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시 또는 기재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한다고 함은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임을 표시 또는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는 법률 소비자를 보호하고 법률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변호사’라는 명칭이 사용된 경위와 방법, 표시 또는 기재된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 변호사 자격에 관한 오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변호사법 제112조 제3호에서 정한 ‘변호사를 표시 또는 기재’한 행위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32,919 | 환수금등취소처분의소 | 2022두31822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이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위반행위에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 처분을 할지, 이때 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참여제한기간과 환수금액을 얼마로 정할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재량의 한계 [2]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령의 위임에 따라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에 관한 세부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중소기업청고시 ‘구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사업 운영요령’ [별표 3]의 성격(=재량준칙) 및 위 고시 [별표 3]에서 정한 기준은 행정청의 의사로서 존중되어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null | [1]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2012. 12. 11. 법률 제115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2017. 3. 21. 법률 제146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3. 6. 11. 대통령령 제245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현행 제20조 제2항 참조), 제21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3. 12. 30. 대통령령 제25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2항, 제21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7. 9. 19. 대통령령 제283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2항, 제21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27조 / [2]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3. 12. 30. 대통령령 제25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4항(현행 제20조 제5항 참조), 제21조 제2항(현행 제21조 제3항 참조),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7. 9. 19. 대통령령 제283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4항(현행 제20조 제5항 참조), 제21조 제2항(현행 제21조 제3항 참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지에프씨생명과학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티오피 담당변호사 이병세 외 2인)
【피고, 상고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영두 외 2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12. 17. 선고 2020누135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원심의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1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사이에 중소기업청장(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공고한 기술혁신사업에 참여하여 피고와 총 6개의 과제(이하 ‘이 사건 각 과제’라 한다)에 관한 중소기업 기술개발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수행하면서 해당 과제별로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다.
2) 그런데 원고의 대표자 소외인은 이 사건 각 과제의 수행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대가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였거나, 지원받은 정부출연금을 해당 과제를 위한 사용용도 외로 집행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았다.
3) 이에 피고는 2019. 8. 20.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2012. 12. 11. 법률 제115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2017. 3. 21. 법률 제146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과제별로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의 참여제한(총 제한기간 24년) 및 정부출연금환수 처분(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각 처분에 관하여 적용될 제재처분기준을 규정한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 [별표 2] 등의 내용,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등에 따른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에 관한 세부기준을 규정한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에서 제한기간의 누적 합산을 허용하지 않은 취지, 행정기본법 등에서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을 둔 취지, 원고가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2012. 12. 11. 법률 제115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2017. 3. 21. 법률 제146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3. 6. 11. 대통령령 제245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1조 제1항,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3. 12. 30. 대통령령 제25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2017. 9. 19. 대통령령 제283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2항, 제21조 제1항의 규정 형식과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법 위반행위에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 처분을 할지 여부,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 처분을 할 경우 법과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참여제한기간과 환수금액을 얼마로 정할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원칙에 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
한편 위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및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에 관한 세부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구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사업 운영요령」(이하 ‘이 사건 운영요령’이라 한다)(2011. 9. 20. 중소기업청고시 제201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012. 3. 2. 중소기업청고시 제201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012. 12. 31. 중소기업청고시 제2012-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013. 11. 1. 중소기업청고시 제2013-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2015. 12. 22. 중소기업청고시 제201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3]은 그 규정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참여제한기간 및 출연금 환수범위의 산정 등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기준으로 마련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 즉 재량준칙이고, 이러한 참여제한기간 및 출연금 환수범위의 산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므로 그 기준이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행정청의 의사는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
나. 그런데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의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규정을 둔 취지와 아울러 이 사건 각 과제별로 참여제한 및 출연금환수 처분을 하는 데에 적용될 이 사건 운영요령 [별표 3]은 수권법령에서 정한 위반행위의 유형별로 차등을 두어 참여제한기간을 설정하고, 위법의 정도에 따라 출연금 환수범위를 달리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위 [별표 3]에서 정한 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 또한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운영요령 [별표 3]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이 사건 각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 대한 참여제한은 기술혁신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자 등에 대하여 이들이 수행한 연구개발과제와 관련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행하여지는 제재처분이므로, 연구개발과제별로 참여제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2013. 6. 11. 대통령령 제245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013. 12. 30. 대통령령 제250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2017. 9. 19. 대통령령 제283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2]는 ‘비고’란에서 "둘 이상의 참여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각 참여제한 기간을 합산하되, 합산한 기간은 5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하나의 연구개발과제에 복수의 참여제한사유가 있는 경우에 참여제한사유별 참여제한기간을 합산하되 최대 5년까지로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뿐이고, 복수의 연구개발과제에 각각의 참여제한사유가 있는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위와 달리 보면 복수의 연구개발과제에 관한 참여제한처분을 동시에 함께 받는 경우에는 각 참여제한처분의 참여제한기간의 합산 기간이 최장 참여제한기간의 한도로 한정되지만 각기 다른 시기에 복수의 연구개발과제에 대한 참여제한처분을 받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제한 없이 각 참여제한처분별로 참여제한기간을 정하게 되어 최장 참여제한기간의 한도를 넘게 되는데, 이와 같은 결과는 같은 정도의 위법 내지 비위행위를 저지른 자에게 처분 시점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다른 법적 규율을 받게 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2) 국가계약법 등에 의한 입찰참가자격제한은 국가 등이 사경제주체로서 계약 상대방과 동등한 지위에서 체결한 사법상의 계약과 관련한 법 위반행위에 관한 처분인 점에서 국가 등이 상대방에게 반대급부 없이 연구개발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출연기금으로 지원하는 시혜적 조치의 영역인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등에 의한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 대한 참여제한과는 그 성격이 다르므로 입찰참가자격제한에 대하여 제한기간의 누적 합산을 허용하지 않는 취지가 참여제한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제10조에 따라 지급되는 출연금은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기술혁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여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정된 국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되는 것으로서, 별다른 반대급부 없이 주어지는 시혜적인 것이므로, 지급된 목적과 용도에 따라 적정하게 지출되도록 할 공익이 매우 중대하다.
4) 소외인은 2011년경부터 2015년경에 이르기까지 담당 공무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하였고, 이를 통하여 원고는 기술개발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어 과제를 수행하였음은 물론 정부출연금을 지정된 기술개발사업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였는바, 그 위법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다.
5) 2021. 3. 23. 제정되어 2023. 3. 24. 시행예정인 「행정기본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경우’에는 5년의 제재처분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데, 소외인은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부정한 방법으로 이 사건 각 과제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다.
6)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과제를 수행하여 얻은 성과물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고, 다만 향후 참여제한기간 동안 기술개발을 하는 데에 있어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되었을 뿐이며, 입찰참가를 제한받는 등으로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제한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제재적 행정처분에 있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27,859 | 재산분할 | 2022스613 | 20,220,728 | 자 | 대법원 | 가사 | 결정 |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이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파산재단에 속하는지 여부(소극) |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혼을 한 경우 당사자는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법원은 청산적 요소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고려하여 재산을 분할하게 된다.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불행사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민법 제404조, 제839조의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2조 |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73105 판결, 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7936 판결(공2013하, 2069),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다243089 판결 | 【재항고인】
채무자 소외인의 파산관재인 변호사 ○○
【원심결정】
서울고법 2022. 3. 18. 자 (인천)2021브10001 결정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혼을 한 경우 당사자는 배우자, 자녀 등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산분할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법원은 청산적 요소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고려하여 재산을 분할하게 된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73105 판결,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8다243089 판결 등 참조). 또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3다7936 판결 등 참조),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불행사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결정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채무자의 파산관재인이 청구한 이 사건 재산분할심판청구를 각하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여기에 재항고인 주장과 같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재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27,691 | 소유권이전등기말소등 | 2017다204629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 제도의 취지 / 부동산에 관하여 적법·유효한 등기를 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그 점유가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위 점유를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로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는 부동산을 점유하는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된 경우 권리자로서 외형을 지닌 사실 상태를 존중하여 이를 진실한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함으로써 법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장기간 지속된 사실 상태는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이 생긴 경우 점유자의 증명곤란을 구제하려는 데에 있다. 부동산에 관하여 적법·유효한 등기를 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유는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실 상태를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할 필요가 없고, 부동산의 소유명의자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적법하게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소유권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구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유권에 기초하여 부동산을 점유하는 사람이더라도 그 등기를 하고 있지 않아 자신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어렵거나 소유권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등으로 점유의 사실 상태를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하고 증명곤란을 구제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자기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점유도 취득시효를 인정하기 위해 기초가 되는 점유로 볼 수 있다. | 민법 제245조 | 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26574 판결(공1989, 1557),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24596 판결(공2016하, 1798)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희정)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송희)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6. 12. 13. 선고 2016나10578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취득시효 완성으로 원고의 가압류가 소멸되는지 여부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소외 1은 1985. 11. 25. 소외 2에게 그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이하 ‘이 사건 가등기’라 한다)를 해주었다. 소외 1의 채권자인 원고는 2005. 8. 29.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가압류등기를 하였다. 소외 2는 2005. 9. 15. 이 사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하고 그 무렵 점유를 개시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2005. 10. 24. 이 사건 가압류등기가 직권으로 말소되었다. 피고들은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고 2015. 7. 3.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2 지분씩 매매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나. 원심판단
이 사건 가등기는 매매예약 완결권이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하여 실효되었으나, 이후 소외 1과 소외 2가 가등기 유용 합의를 하고 이에 따라 소외 2 명의로 본등기를 마친 것이므로 이에 기초한 피고들 명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다. 다만 이 사건 가등기로 인한 이 사건 가압류등기의 직권말소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루어져 무효이며,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피고들은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이 사건 가압류등기의 회복등기절차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아무런 제한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항변하는데, 설령 피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등기부취득시효 완성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하였더라도 그 소급효는 소외 2의 점유개시일 이전에 마쳐진 이 사건 가압류등기에 영향이 없으므로 피고들의 항변은 이유 없다.
다. 대법원 판단
(1)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 제도의 존재이유는 부동산을 점유하는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된 경우 권리자로서 외형을 지닌 사실 상태를 존중하여 이를 진실한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함으로써 법질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장기간 지속된 사실 상태는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권리관계에 관한 분쟁이 생긴 경우 점유자의 증명곤란을 구제하려는 데에 있다.
부동산에 관하여 적법·유효한 등기를 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유는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실 상태를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할 필요가 없고, 부동산의 소유명의자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적법하게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소유권에 대한 증명의 곤란을 구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26574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다22459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소유권에 기초하여 부동산을 점유하는 사람이더라도 그 등기를 하고 있지 않아 자신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어렵거나 소유권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등으로 점유의 사실 상태를 권리관계로 높여 보호하고 증명곤란을 구제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자기 소유 부동산에 대한 점유도 취득시효를 인정하기 위해 기초가 되는 점유로 볼 수 있다.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부동산은 피고들이 적법·유효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고 소유하고 있으므로 그 점유는 취득시효의 기초가 되는 점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취득시효 완성을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항변은 더 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2.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 여부
원심은 원고의 예비적 청구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를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의칙이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7,697 |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알선등) | 2022도2960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압수·수색한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탐색·복제·출력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에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압수·수색의 적법 여부(원칙적 소극) / 이러한 위법한 압수·수색 과정을 통하여 취득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면 위법성이 치유되는지 여부(소극) |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압수·수색한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피압수자 측에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압수·수색 과정을 통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21조, 제122조, 제129조, 제215조, 제219조, 제308조의2, 제318조 |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공2015하, 1274),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상, 57)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린 외 1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2. 2. 9. 선고 2021노54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와 그렇지 않은 전자정보가 혼재된 정보저장매체나 그 복제본을 압수·수색한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등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규정하는 피압수·수색 당사자(이하 ‘피압수자’라 한다)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압수된 전자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된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여야 하며 범죄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약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비록 수사기관이 정보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수사기관이 피압수자 측에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압수·수색 과정을 통하여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위 대법원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수원지방법원 판사는 2021. 4. 2.경 피고인에 대하여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성매매알선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피고인이 사용·보관 중인 휴대전화(성매매여성 등 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저장장치 포함) 등에 대한 사전 압수·수색영장을 함께 발부하였다.
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2021. 4. 15. 13:25경 피고인을 체포하면서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를 압수하였다. 피고인은 당일 21:36분경 입감되었다.
다. 경찰관은 2021. 4. 16. 09:00경 이 사건 휴대전화를 탐색하던 중 성매매영업 매출액 등이 기재된 엑셀파일(이하 ‘이 사건 엑셀파일’이라 한다)을 발견하였고, 이를 별도의 저장매체에 복제하여 출력한 후 이 사건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
라. 그러나 이 사건 휴대전화 탐색 당시까지도 피고인은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에 대한 수사과정 확인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일 12:38경에야 수사 장소에 도착하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마. 경찰관은 2021. 4. 17.경 이 사건 엑셀파일 등에 대하여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탐색·복제·출력과 관련하여 사전에 그 일시·장소를 통지하거나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거나 또는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아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3. 판단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압수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탐색된 이 사건 엑셀파일을 출력한 출력물 및 위 엑셀파일을 복사한 시디(검사는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다)는 경찰이 피압수자인 피고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탐색·복제·출력한 전자정보로서, 피고인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거나 피고인이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아니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바가 없으므로, 이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절차가 진행되었더라도 위법성이 치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엑셀파일에 관한 압수절차가 적법하다고 보아 위 출력물 및 시디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및 전자정보 압수목록 교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원심으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그 판시 액수의 추징을 명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지 다시 심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7,861 | 부당이득금 | 2021다235132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는 방법 [2] 의사인 甲이 乙 재단법인과 乙 법인이 개설한 병원에 관해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직접 진료도 하면서 병원을 운영하였는데, 위 계약이 의료법인 등이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乙 법인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하여 의사인 甲에게 명의를 대여한 행위가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 경영위탁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정한 ‘공익법인’의 의미 | [1]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 [2] 의사인 甲이 乙 재단법인과 乙 법인이 개설한 병원에 관해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직접 진료도 하면서 병원을 운영하였는데, 위 계약이 의료법인 등이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 등은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에서 정하는 ‘다른 자’에는 비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포함되는바, 위 경영위탁계약은 그 실질이 의료법인 등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하는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기는 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진료행위를 한다는 사실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반대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금지규정 등과 비교하면 국민보건상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달라 불법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乙 법인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하여 의사인 甲에게 명의를 대여한 행위가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 경영위탁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법인법’이라 한다) 제2조는 “이 법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하 ‘공익법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위 법 시행령 제2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법 제2조의 공익법인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다. 공익법인법 제2조에서 정하는 공익법인은 민법 제32조에서 정한 비영리법인 중 순수한 학술, 자선 등 위 시행령 제2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주로 위와 같은 순수한 학술, 자선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하면서 그와 함께 부수적으로 그 밖의 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법인을 말한다. | [1] 민법 제105조 / [2] 민법 제105조, 의료법 제33조 제10항 / [3]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민법 제32조 | [1]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공2011상, 207),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공2018하, 2078),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6다252560 판결(공2021하, 2089) / [3]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3580 판결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원 담당변호사 박창환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재단법인 대성재단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올흔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4. 29. 선고 2020나201374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의사인 피고 2는 피고 재단법인 대성재단(이하 ‘피고 재단’이라 한다)과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경영위탁계약을 체결하고 10여 년간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
나. 의사인 원고는 이 사건 병원에 관하여 2018. 11. 5. 피고 2와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을, 2018. 12. 13. 피고 재단과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을 순차로 체결하고, 2019. 1. 2.경부터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였다.
2.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어 무효인지(상고이유 1)
가.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16다252560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되더라도 이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경영권 양도·양수계약도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1)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법인 등은 다른 자에게 그 법인의 명의를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정하는 ‘다른 자’에는 비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포함된다.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은 그 실질이 의료법인 등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하는 것으로서 의료법 제33조 제10항에 위반된다.
(2)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은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의료인이 고령이거나 신용상태가 나쁜 의료인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료법 위반행위를 저지르는 등 의료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인 이유로 의료법인 등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대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3)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하여 의료법인 등이 다른 의료인에게 명의를 대여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진료행위를 한다는 사실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 금지규정 등과 비교하면 국민보건상 위험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달라 불법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4)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재단이 의료법 제33조 제10항을 위반하여 의사인 원고에게 명의를 대여한 행위가 그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해야 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의료법인 등의 의료인에 대한 명의대여 행위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이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법인법’이라 한다) 제11조 제3항 제1호에 위반되어 무효인지(상고이유 2)
가. 공익법인법 제2조는 “이 법은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으로서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하 ‘공익법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위 법 시행령 제2조는 제1항과 제2항에서 법 제2조의 공익법인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다.
공익법인법 제2조에서 정하는 공익법인은 민법 제32조에서 정한 비영리법인 중 순수한 학술, 자선 등 위 시행령 제2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주로 위와 같은 순수한 학술, 자선 등의 사업을 목적으로 하면서 그와 함께 부수적으로 그 밖의 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법인을 말한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3580 판결 등 참조).
나. 원고는, 피고 재단이 공익법인법 제11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기본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경영위탁계약에 관하여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경영위탁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피고 재단이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아 위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1) 피고 재단의 정관에는 ‘피고 재단은 민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서 국민 복지증진 및 학술개발 등 사회공익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피고 재단은 병원의 설치·운영을 목적 중 하나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의학술 개발과 진흥을 위한 연구 등을 추구하는 비영리법인이다.
(2) 피고 재단이 순수한 학술, 자선 등 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라거나 그러한 사업을 목적으로 하면서 그와 함께 부수적으로 이 사건 병원의 설치·운영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또한 피고 재단이 공익법인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주무 관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거나 주무 관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피고 재단의 등기부등본의 목적란에 있는 일부기재나 피고 재단이 일부 공시한 내용만으로 피고 법인이 공익법인법에서 정하는 공익법인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익법인법 제2조, 제11조 제3항 제1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7,683 | 명예훼손·모욕 | 2020도8336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의 증명 정도 /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 고의의 내용 /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할 때 고려할 사항 / 공연성의 존부를 판단하는 방법 [2] 빌라를 관리하고 있는 피고인들이 빌라 아랫집에 거주하는 甲으로부터 누수 문제로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甲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 등으로 말하여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甲에게 한 위 발언들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와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빌라를 관리하고 있는 피고인들이 빌라 아랫집에 거주하는 甲으로부터 누수 문제로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甲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고 있는 피해자들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 등으로 말하여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발언들은 신속한 누수 공사 진행을 요청하는 甲에게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 기하여 위 발언들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위 발언들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지 않은 것은 비록 위 발언들 이후의 사정이기는 하지만 공연성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는 점, 위 발언들이 피해자 본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제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甲에게 한 위 발언들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13조, 제307조, 제311조 / [2] 형법 제13조, 제307조, 제311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1] 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상, 57)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6. 11. 선고 2019노71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인 2의 준비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은 수원시 (주소 생략)(이하 ‘이 사건 빌라’라 한다)의 소유자를 대리하여 이 사건 빌라를 관리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빌라의 누수 문제로 그 아랫집에 거주하는 공소외 1로부터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공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사건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는 가족인 피해자들의 탓으로 돌려 책임추궁을 피하려고 하였다.
피고인 2는 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2018. 9. 4.경, 2018. 9. 20.경과 2018. 12. 1.경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하여, 2018. 12. 1.경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하여, 2018. 9. 1.경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인 1은 2018. 9. 1.경 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하여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 등으로 말하여 공연히 모욕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하여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금전 요구를 한다는 취지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들의 각 발언을 통칭하여 ‘이 사건 각 발언’이라 한다).
2. 원심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발언이 공소외 1을 통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하여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와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들은 이 사건 빌라 소유자의 딸과 사위로서 소유자를 대리하여 이 사건 빌라를 관리하였고, 피해자들은 이 사건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는 가족이다. 공소외 1은 이 사건 빌라 아랫집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피고인들이나 피해자들과 별다른 친분관계가 없다.
(2) 피고인들은 공소외 1로부터 이 사건 빌라의 누수 공사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를 받지 못하여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다. 이 사건 각 발언은 피고인들이 각자 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각 발언을 들은 사람은 공소외 1이 유일하다.
(3) 이 사건 각 발언을 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공소외 1에게 한 말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될 줄은 몰랐고, 서로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2는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1에게 피해자들의 금전 요구로 인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납득시켜 민사소송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자신이 피해자들과 직접 접촉하면 큰 싸움이 날 것 같아 공소외 1이 나서서 해결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다.
(4)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준 사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그게 뭐 좋은 거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겠나. 집이 형의 명의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형과 변호사에게만 말을 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소외 1에게 한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고 피고인들에게 이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각 발언은 피고인들이 각자 공소외 1 한 사람에게만 한 것이다. 이 사건 각 발언은 신속한 누수 공사 진행을 요청하는 공소외 1에게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 기하여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공소외 1이 자신의 형과 변호사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의 녹음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빌라의 누수에 관하여 피고인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이 자료로 제출되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지 않은 것은 비록 위 각 발언 이후의 사정이기는 하지만 공연성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3) 원심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각 발언을 근거로 피해자들에게 항의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 실제로 공소외 1이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을 전달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전파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피해자 본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제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4)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이에 대해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각 발언의 내용과 경위, 피고인들, 피해자들과 공소외 1의 관계를 종합해 보면, 공소외 1이 당시 누수 문제로 협의 중인 당사자들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이 아닌 이 사건 각 발언을 주위에 전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 발언의 전파가능성을 인정하여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들의 상고는 모두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7,731 | 압류처분무효확인 [검사가 전직 대통령(사망)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을 위하여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따라 신탁회사가 신탁 받은 부동산에 대해 한 압류처분의 항고소송 대상적격성, 위법성 등이 문제된 사안] | 2019두63447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의하여 제3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은 범인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전제로 하는지 여부(적극) [2]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 범인에 대하여 재산형 등의 집행 및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따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이 경우 검사가 취할 조치 [3]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받는 제3자가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와 별도로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다툴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그 정황을 아는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불법재산 등의 소유권을 신탁한 경우,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의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적극) [5]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에서 정한 ‘범인 외의 자’, ‘취득’의 해석 | [1]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 제6조는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제3조 제2항에 따라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범인에게서 추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9조의2는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이하 ‘불법재산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의한 추징의 집행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 규정인 제6조의 추징을 전제로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는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까지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한편 형사법상 몰수를 갈음하는 추징은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판결에서 선고되는 부수처분으로서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의 규정 내용과 입법 목적, 규정의 성격 등을 종합하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의하여 제3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은 범인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된다. [2]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은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478조 등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판의 집행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이하 ‘집행사무규칙’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제2호는 납세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478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관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산형 등(벌금·과료·추징·과태료·소송비용 및 비용배상을 의미한다) 집행 불능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 범인에 대한 몰수·추징이나 범인 외의 자에 대한 추징의 집행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범인에 대하여 재산형 등의 집행을 할 수 없고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검사는 집행사무규칙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재산형 등 집행 불능 결정을 하여야 한다. [3] 형사소송법은 재산형 등의 재판은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하고(제477조 제1항),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는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제489조)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한 불복방법과 절차를 마련해두었다. 재판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받은 자에게만 미치므로 재판의 집행은 판결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는 통상 판결의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은 제9조의2를 신설하여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추징의 집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공무원범죄몰수법은 제9조의2에 의한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하여 제3자가 불복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두지 않았고, 위 조항에 따라 제3자를 상대로 추징의 집행을 함에 있어 그에게 의견진술과 방어의 기회를 보장하는 규정도 마련해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받는 제3자도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489조가 정한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는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른 추징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의 근거 법률인 공무원범죄몰수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불복방법이 아니고, 형의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 예정된 불복방법이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489조가 정한 재판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는 통상의 재판절차와는 달리 법원이 신청인의 출석 없이 서면으로만 심리하여 결정할 수도 있어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가 피고인 이외의 제3자인 경우에는 그의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수 없고, 위 이의신청은 재산형 등의 집행이 종료된 후에는 허용되지 않으며,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집행정지의 효력도 없어 집행이 신속히 종결되는 경우에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제3자의 권리 구제에 한계가 있으므로 제3자의 권익보호에 미흡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받은 제3자가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도로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4]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 제9조의2에서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은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의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한편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는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등을 대상으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여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함과 동시에 불법재산을 철저하게 추적·환수하여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2013. 7. 12. 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 당시 신설되었다.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위 범죄를 통하여 취득한 불법재산 등을 정황을 아는 수탁자에게 신탁계약을 통하여 이전하였는데도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추징의 집행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게 되면,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이나 이 사건 조항의 신설 취지를 몰각시키게 되고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신탁의 방법으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에 의한 추징의 집행을 면탈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되며, 이러한 방식으로 신탁제도가 남용될 경우 신탁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 궁극적으로 신탁제도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그 정황을 아는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불법재산 등의 소유권을 신탁하였다면 이는 신탁제도를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호할 필요가 없으므로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의 적용이 배제된다. [5]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의 입법 목적과 제9조의2의 신설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위해서는 제3자가 불법재산 등에 해당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라면 제3자가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였거나 재산이 종국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더라도 불법재산 등에 대하여 추징의 집행을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므로 제9조의2에서 정한 ‘범인 외의 자’를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자를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취득’을 재산이 종국적으로 귀속된 경우에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 [1]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6조, 제9조의2 / [2]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형사소송법 제478조,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 제25조 제1항 제2호 / [3]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형사소송법 제489조, 행정소송법 제4조 / [4]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신탁법 제22조 제1항 / [5]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 [1] 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4형상572 판결(집9, 형183),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도4888 판결(공2006하, 2125), 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5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81, 359)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교보자산신탁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생보부동산신탁)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익현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1. 28. 선고 2019누3133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가, 피고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처분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뇌물)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방조죄 등으로 공소제기되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1996. 12. 16. 소외 1에 대하여 무기징역 및 220,500,000,000원의 추징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96노1892, 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 이 사건 판결은 1997. 4. 17.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원고는 2008. 5. 7. 주식회사 비엘에셋(대표이사 소외 2, 이하 ‘비엘에셋’이라 한다), 소외 3, 소외 4와 사이에 ‘위탁자를 비엘에셋과 소외 3, 소외 4, 수탁자를 원고, 신탁목적물을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 제1순위 우선수익자를 주식회사 부림상호저축은행(이하 ‘부림상호저축은행’이라 한다)’으로 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담보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다음, 별지 목록 기재 제1 부동산(이하 ‘이 사건 제1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는 2008. 5. 13., 별지 목록 기재 제2 내지 6 부동산(이하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는 2008. 5. 9. 각 2008. 5. 7. 자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부림상호저축은행 등 9개 저축은행은 2009. 5. 26. 비엘에셋에 25,000,000,000원의 대출을 실행하였고, 부림상호저축은행은 담보 목적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의 1순위 우선수익권을 취득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판결에 따른 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하 ‘공무원범죄몰수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하고 원고가 정황을 알면서 이를 취득하였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477조 제4항에 따라 2013. 7. 9. 이 사건 제1 부동산을, 2013. 8. 14.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을 국세징수법에 따른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각 압류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2016. 1. 29. 서울고등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6초기36), 2018. 7. 26.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각 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바. 소외 1은 2021. 11. 23. 상고심 재판 계속 중 사망하였다.
2. 이 사건 소의 이익에 관한 직권 판단
피고가 이 사건 판결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원고를 상대로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2를 적용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을 한 이 사건에서 위 판결의 피고인인 소외 1이 사망한 경우 위 각 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에 관하여 판단한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6조는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제3조 제2항에 따라 몰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범인에게서 추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9조의2(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제6조의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이하 ‘불법재산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추징의 집행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 규정인 제6조의 추징을 전제로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집행 대상을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까지 확대하여 제3자에게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5헌가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한편 형사법상 몰수를 갈음하는 추징은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판결에서 선고되는 부수처분으로서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대법원 1961. 11. 9. 선고 4294형상572 판결,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도488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이 사건 조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목적, 규정의 성격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제3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은 범인에 대한 추징의 집행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된다.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은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478조 등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판의 집행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이하 ‘집행사무규칙’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제2호는 납세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478조에 따라 상속재산에 관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재산형 등(벌금·과료·추징·과태료·소송비용 및 비용배상을 의미한다) 집행 불능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범죄몰수법은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 범인에 대한 몰수·추징이나 범인 외의 자에 대한 추징의 집행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몰수나 추징을 포함한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범인에 대하여 재산형 등의 집행을 할 수 없고 이 사건 조항에 따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한 추징의 집행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검사는 집행사무규칙 제2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재산형 등 집행 불능 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의 피고인인 소외 1이 사망한 이후로는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판결에 의한 추징의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는 소외 1이 사망한 이후에도 추징의 집행을 위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각 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인정된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항고소송의 대상 적격
1) 가) 형사소송법은 재산형 등의 재판은 검사의 명령에 의하여 집행하고(제477조 제1항),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는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제489조)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한 불복방법과 절차를 마련해두었다. 재판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받은 자에게만 미치므로 재판의 집행은 판결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는 통상 판결의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2013. 7. 12. 법률 제11883호로 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공무원범죄몰수법은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등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추징의 집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개정된 공무원범죄몰수법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하여 제3자가 불복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두지 않았고, 위 조항에 따라 제3자를 상대로 추징의 집행을 함에 있어 그에게 의견진술과 방어의 기회를 보장하는 규정도 마련해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받는 제3자도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489조가 정한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는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추징의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의 근거 법률인 공무원범죄몰수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불복방법이 아니고, 형의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하여 예정된 불복방법이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489조가 정한 재판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는 통상의 재판절차와는 달리 법원이 신청인의 출석 없이 서면으로만 심리하여 결정할 수도 있어 재산형 등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가 피고인 이외의 제3자인 경우에는 그의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수 없고, 위 이의신청은 재산형 등의 집행이 종료된 후에는 허용되지 않으며,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집행정지의 효력도 없어 집행이 신속히 종결되는 경우에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제3자의 권리 구제에 한계가 있으므로 제3자의 권익보호에 미흡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받은 제3자가 형사소송법 제489조에 따라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별도로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추징의 집행을 받은 원고는 범인 외의 자로서 형사소송법 제489조가 정한 이의신청만으로는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으로 이 사건 각 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항고소송 대상적격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대한 처분의 적법 여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어 시행된 2013. 7. 12. 전인 2013. 7. 9. 이루어진 이 사건 제1 부동산에 대한 처분은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고 이와 같은 하자는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공무원범죄몰수법 부칙(제11883호, 2013. 7. 12.) 제2조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조항과 신탁법 제22조 제1항 사이의 우열관계 해석에 관한 주장
1) 이 사건 조항에서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은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이하 ‘강제집행 등’이라 한다)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신탁법 제22조 제1항은 신탁의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은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제3자에게 귀속된 불법재산 등을 대상으로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여 형사사법의 정의를 구현함과 동시에 불법재산을 철저하게 추적·환수하여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2013. 7. 12. 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 당시 신설되었다.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위 범죄를 통하여 취득한 불법재산 등을 정황을 아는 수탁자에게 신탁계약을 통하여 이전하였는데도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추징의 집행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게 되면,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이나 이 사건 조항의 신설 취지를 몰각시키게 되고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신탁의 방법으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추징의 집행을 면탈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되며, 이러한 방식으로 신탁제도가 남용될 경우 신탁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려 궁극적으로 신탁제도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따라서 특정공무원범죄를 범한 범인이 그 정황을 아는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불법재산 등의 소유권을 신탁하였다면 이는 신탁제도를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호할 필요가 없으므로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의 적용이 배제된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추징의 집행이 신탁법 제22조 제1항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이 사건 조항과 신탁법 제22조 제1항의 우열관계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이 사건 조항이 정한 요건 중 ‘범인 외의 자’와 ‘취득’의 의미를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
앞서 본 공무원범죄몰수법의 입법 목적과 이 사건 조항의 신설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위해서는 제3자가 불법재산 등에 해당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라면 제3자가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였거나 재산이 종국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더라도 불법재산 등에 대하여 추징의 집행을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범인 외의 자’를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자를 제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취득’을 재산이 종국적으로 귀속된 경우에 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이 이 사건 조항이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그러한 정황을 알면서 이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
이 부분 주장은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라.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한 각 처분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없다는 원심의 가정적·예비적 판단에 관한 주장
원심은 원고에게 신탁된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피고가 한 각 처분이 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에 반하여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설령 위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가정적·예비적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신탁재산인 이 사건 제2 내지 6 부동산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압류한 조치는 적법하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가정적·예비적 판단의 당부는 판결에 영향이 없으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부동산의 표시: 생략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주심) 오경미 |
232,929 | 불합격처분취소 | 2020두55107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제주특별자치도인사위원회가 외국인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하여 임기제공무원 채용 시험을 실시하는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인사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이를 공고해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지방공무원법 제7조 제1항, 제25조의2 제1항,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조의6 제1항, 제21조의3 제2항, 제3항 | null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훈)
【피고, 피상고인】
제주특별자치도 인사위원회 위원장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0. 11. 11. 선고 (제주)2020누115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임용시험의 절차적 하자 주장 부분
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는 외국인 임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가,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뒤따라 2002. 12. 18. 개정된 지방공무원법은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제25조의2)을 신설하였고, 다시 2008. 12. 31. 개정으로 국가안보 및 보안·기밀에 관계되는 분야를 제외한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게 되어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하기 위한 기준이 완화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임용권자는 지방공무원법 제25조의2 제1항에 따라 외국인도 임기제공무원 등으로는 임용할 수 있다(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조의6 제1항).
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기제공무원을 임용하려는 경우에는 ‘사업의 필요성, 임용예정 직위의 업무 내용, 임용 인원·등급 및 기간, 임용자격, 공고 계획, 임용요건’에 관하여 미리 해당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해야 하고(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1조의3 제2항), 임용시험은 임용권자별로 설치된 인사위원회가 실시한다(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1조의3 제3항).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규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에게 적용할 인사행정 기준 등을 정하고 있는「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임용 등에 관한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라고 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인사위원회의 관장 사무로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충원계획의 사전심의 및 각종 임용시험의 실시’ 등을 규정하고 있고(제7조 제1호), 또한 외국인 임기제공무원의 임용 등에 관한 사항을 제9장(제45조부터 제52조까지)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도지사는 외국인을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사업의 필요성, 임용예정 직위의 업무내용·자격 및 임용조건에 관하여 미리 제주특별자치도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제47조 제2항), 외국인을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하고자 하는 때에는 일간신문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여야 한다(제47조 제3항). 외국인 임기제공무원의 업무분야는 공권력, 국가안보 및 보안·기밀에 관계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로 한다(제48조 제1항).
위와 같은 지방공무원법령 개정 경과와 내용, 이 사건 조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제주특별자치도인사위원회가 외국인에게도 응시자격을 부여하여 임기제공무원 채용 시험을 실시함에 있어 그 위원장인 피고로서도 이 사건 조례 제47조 제2항, 제3항에서 정한 인사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이를 공고해야 한다. 이는 피고의 최종합격자 발표에 따라 최종합격자가 신규임용후보자 등록을 신청할 경우 임용권자인 도지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순위가 가장 높은 최종합격자를 임용하여야 하는 점(이 사건 조례 제82조,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11조, 제13조 참조)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근무기간 연장에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조례 제47조 제2항, 제3항에서 정한 인사위원회 의결 및 공고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는 등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이 이 사건 조례 제47조 제2항, 제3항에서 정한 인사위원회 의결 및 공고를 거쳤다고 보아 원고의 절차적 하자 주장을 배척한 결론에 있어서는 수긍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임기제공무원의 근무기간 연장절차나 외국인의 임기제공무원 임용절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임용시험의 실체적 하자 주장 부분
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시험에 외국인의 응시가 제한되거나 이 사건 시험을 통한 임용예정 직위의 업무 내용이 외국인이 임용될 수 없는 분야라고 볼 수 없고, 통역시험이 별도로 실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평가방법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실체적 하자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외국인의 응시자격과 임용제한 분야, 평가방법의 하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7,687 |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피고인이 피해아동(여, 15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가슴을 노출하도록 하고, 자신의 자위행위 장면을 보여준 행위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 | 2020도12419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를 가려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서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아동·청소년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하여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한 경우,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1]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법원은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경우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하고,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 [2]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 [1] 헌법 제10조, 아동복지법 제17조 제1호, 제2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 [2] 헌법 제10조 | [1]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2014전도197 판결(공2015상, 505), 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공2015하, 1173),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공2015하, 1454) / [2]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872),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도16466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군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담당변호사 황윤상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20. 8. 27. 선고 2020노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과 원심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8. 3. 14.경 피해아동(여, 14세)과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하던 중 피해아동에게 ‘네 가슴을 보고 싶다.’고 말하여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영상통화 화면에 가슴을 보이도록 하고 이를 보면서 피고인이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8. 4.경까지 사이에 총 5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피해아동에게 성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성적 학대행위 해당 여부 판단에 관한 법리를 원용한 다음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에 미숙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로서 ‘성적 학대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제1심을 수긍하면서, 특히 피해아동이 이 사건 이전 피고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던 점, 이 사건 영상통화가 피해아동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피해아동의 의사·성별·연령,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그 행위가 피해아동의 인격 발달과 정신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함은(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778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다.
그러나 원심이 피해아동의 피고인과의 성관계 및 이 사건과 성관계 당시 피해아동의 언행 등을 이유로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였음을 들어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나.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다양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법원은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아동·청소년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대상임을 전제로 판단해왔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 아동이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기인한 것인지 가려보아야 하고(위 대법원 2013도7787 판결 참조),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죄에 있어서 설령 아동 자신이 동의하였더라도 유죄가 인정된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6480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이 자신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제작하는 데에 동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1501, 2014전도197 판결 참조).
아동·청소년은 사회적·문화적 제약 등으로 아직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지적·심리적·관계적 자원의 부족으로 타인의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피해아동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였음을 전제로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가 정한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있다. 이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과 동등한 관할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7,713 | 소유권이전등기 | 2022다231250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해방 전부터 일본 정부, 기관, 국민, 법인, 단체 등이 소유한 대한민국 내 재산의 소유권 귀속관계 [2] 1945. 8. 9. 이전에 국내에서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 기관, 국민 또는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 또는 조합이 소유하던 재산이 귀속재산인지 여부(소극) 및 여기서 ‘국내에서 설립된 영리법인’의 의미 | [1] 해방 전부터 일본 정부, 기관, 국민, 법인, 단체 등이 소유한 대한민국 내의 일체의 재산은 군정법령 제33호 제2조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 제5조에 의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된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에서 말하는 귀속재산이고, 구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963. 5. 29. 법률 제1346호, 실효) 제2조 제1호, 부칙(1963. 5. 29.) 제5조에 의하면 1964. 12. 31.까지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귀속재산은 무상으로 국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날까지 매각되지 아니한 귀속재산은 1965. 1. 1.부터 국유재산이 된다. [2]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은, 1945. 8. 9. 이전에 국내에서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 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 또는 조합에 대하여는 그 주식 또는 지분이 귀속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주식 또는 지분만이 귀속되고 그 법인이 소유하던 재산은 귀속재산에서 제외된다. 여기에서 ‘국내에서 설립된 영리법인’이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된 법인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 [1]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구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963. 5. 29. 법률 제1346호, 실효) 제2조 제1호, 부칙(1963. 5. 29.) 제5조 / [2]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 | [1]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1다66475 판결(공2002하, 2426) / [2]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3195 판결(공2001하, 2043) | 【원고, 상고인】
한국농어촌공사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석 담당변호사 이민아 외 1인)
【원심판결】
광주지법 2022. 4. 8. 선고 2021나560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해방 전부터 일본 정부, 기관, 국민, 법인, 단체 등이 소유한 대한민국 내의 일체의 재산은 군정법령 제33호 제2조와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 제5조에 의하여 대한민국 정부에 이양된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에서 말하는 귀속재산이고, 구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특별조치법(1963. 5. 29. 법률 제1346호, 실효) 제2조 제1호, 부칙(1963. 5. 29.) 제5조에 의하면 1964. 12. 31.까지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귀속재산은 무상으로 국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날까지 매각되지 아니한 귀속재산은 1965. 1. 1.부터 국유재산이 된다(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1다66475 판결 등 참조).
한편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은, 1945. 8. 9. 이전에 국내에서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 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 또는 조합에 대하여는 그 주식 또는 지분이 귀속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주식 또는 지분만이 귀속되고 그 법인이 소유하던 재산은 귀속재산에서 제외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319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국내에서 설립된 영리법인’이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된 법인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제1심 판시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는 토지대장에 일본법인인 동산농사 주식회사(이하 ‘동산농사’라고 한다)의 소유로 등재되어 있으므로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토지는 귀속재산에서 제외되어 여전히 그 소유권이 동산농사에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 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동산농사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 그에 따라 위 조항의 적용 여부를 가렸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동산농사가 일본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지도 아니한 채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을 적용하여 이 사건 토지가 귀속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27,701 | 국가정보원직원법위반 | 2021도10579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취지 / 위 조항에서 정한 ‘항소한 공동피고인’에 제1심의 공동피고인으로서 자신이 항소한 경우 외에 그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한 경우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는 항소법원이 피고인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파기의 이유가 항소한 공동피고인에게 공통되는 때에는 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함을 규정하였는데, 이는 공동피고인 상호 간의 재판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규정 내용과 입법 목적·취지를 고려하면, 위 조항에서 정한 ‘항소한 공동피고인’은 제1심의 공동피고인으로서 자신이 항소한 경우는 물론 그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한 경우까지도 포함한다. |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 | 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2도6834 판결(공2003상, 950),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하, 1936)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한중 외 4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7. 21. 선고 2020노2940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는 항소법원이 피고인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파기의 이유가 항소한 공동피고인에게 공통되는 때에는 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함을 규정하였는데, 이는 공동피고인 상호 간의 재판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3. 2. 26. 선고 2002도6834 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1430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규정 내용과 입법 목적·취지를 고려하면, 위 조항에서 정한 ‘항소한 공동피고인’은 제1심의 공동피고인으로서 자신이 항소한 경우는 물론 그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한 경우까지도 포함한다.
원심은, 피고인 3에 대하여도 피고인 1·피고인 2에 대한 파기 이유가 공통되고, 비록 피고인 3에 대하여 검사만 항소하였으나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항소한 공동피고인’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조항에 따라 직권으로 제1심판결 중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 후 그 판시와 같이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항소한 공동피고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7,733 | 정부출연금전액환수등처분취소청구 | 2021두60748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경우 이를 판단하는 방법 [2] 선행처분의 내용을 변경하는 후행처분이 있는 경우, 선행처분의 효력 존속 여부 | [1]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선행처분의 내용 중 일부만을 소폭 변경하는 후행처분이 있는 경우 선행처분도 후행처분에 의하여 변경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존속하고, 후행처분은 선행처분의 내용 중 일부를 변경하는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지지만, 선행처분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후행처분을 한 경우에는 선행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상실한다. | [1]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 [2] 행정소송법 제1조[행정처분일반] | [1] 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공2010하, 2279),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공2018하, 2254) / [2]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두20782, 20799 판결(공2013상, 164)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삼보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이소영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이산해 외 2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12. 2. 선고 2021누107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중소기업기술개발사업 제재조치위원회(이 사건 협약체결일은 2015. 12. 24.이므로 개정 전의 법령에 따르면 ‘지원사업 전문위원회’에 해당할 것이다)를 개최하여 원고들에 대한 제재를 심의한 다음, 원고들이 연구개발 자료나 결과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표절하는 등의 연구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19. 7. 2. 구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2017. 3. 21. 법률 제146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중소기업기술혁신법’이라 한다)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는 각 3년간(2019. 7. 19.부터 2022. 7. 18.까지)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의 참여를 제한하고, 원고 주식회사 삼보(이하 ‘원고 회사’라 한다)에 대하여는 정부출연금을 전부 환수(납부기한: 2019. 8. 2.까지)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1차 통지’라 한다). 위 통지서에는 “위 처분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 귀하는 우리 원 이의신청 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 시 명기된 제재기간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 절차 이외에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관할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 청구기간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있은 날로부터 180일이며(행정심판법 제27조 제1항, 제3항), 행정소송 청구기간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있은 날로부터 1년입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제2항).”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들은 2019. 7. 15.경 이 사건 1차 통지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의를 신청하면서 이의신청서에 구체적인 이의신청사유를 기재하였고, 연구개발과정의 정당성을 소명하기 위한 자료 등을 제출하였다.
다. 제재조치위원회는 원고들의 이의신청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제재를 다시 심의한 다음, 종전과 같이 원고들에 대하여 각 3년간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의 참여를 제한하고 원고 회사에 대하여 정부출연금을 전부 환수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라. 피고는, 원고들이 연구개발 자료나 결과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표절하는 등의 연구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2019. 10. 18. 중소기업기술혁신법 제31조 제1항, 제32조 제1항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는 각 3년간(2019. 11. 8.부터 2022. 11. 7.까지)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의 참여를 제한하고 원고 회사에 대하여는 정부출연금을 전부 환수(납부기한: 2019. 11. 18.까지)한다고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통지’라 한다). 위 통지서에는 “이의신청 심의결과에 대하여 재이의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행정심판 청구기간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있은 날로부터 180일이며(행정심판법 제27조 제1항, 제3항), 행정소송 청구기간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있은 날로부터 1년입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제2항).”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마. 원고들은 2019. 12. 27. 이 사건 2차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2차 통지는 이 사건 1차 통지에 대한 원고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안내하는 취지로서, 이 사건 1차 통지를 그대로 유지함을 전제로 피고의 업무처리 적정 및 원고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에 불과할 뿐이므로 원고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아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관련 법리
(1)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등 참조).
(2) 한편 선행처분의 내용 중 일부만을 소폭 변경하는 후행처분이 있는 경우 선행처분도 후행처분에 의하여 변경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존속하고, 후행처분은 선행처분의 내용 중 일부를 변경하는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지지만, 선행처분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후행처분을 한 경우에는 선행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상실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두20782, 20799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이 사건 2차 통지는 선행처분인 이 사건 1차 통지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한 새로운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이 사건 1차 통지는 제재적 행정처분이 가지는 외관을 모두 갖춘 것으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처분에 해당한다. 피고는 제재조치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에 대한 제재를 심의한 다음 2019. 7. 2. 원고들에게 ‘제재조치위원회 심의결과 안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1차 통지를 발송하였고, 위 문건에는 주관기관(원고 회사), 주관기관 대표자(원고 2), 주관기관 과제책임자(원고 3)에게 참여제한 3년(2019. 7. 19.부터 2022. 7. 18.까지)의 제재를 적용하며, 주관기관으로부터 정부출연금을 전부 환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이 사건 2차 통지는 이 사건 1차 통지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2차 통지로 인하여 선행처분인 이 사건 1차 통지는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1차 통지서에는 ‘이의신청 시 명기된 제재기간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2차 통지서에는 제재조치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를 통지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데, 그 문언상 종전 통지와 별도로 심의·의결하였다는 내용임이 명백하다. 또한 이는 단순히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의신청의 내용을 기초로 원고들에 대한 제재사유의 존부 및 제재의 내용에 대하여 다시 심의한 결과에 따라 참여제한 및 환수처분을 한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이므로, 새로운 제재조치의 통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참여제한기간이 ‘2019. 7. 19.부터 2022. 7. 18.까지’에서 ‘2019. 11. 8.부터 2022. 11. 7.까지’로, 환수금 납부기한이 ‘2019. 8. 2.까지’에서 ‘2019. 11. 18.까지’로 각 변경되었다.
(3) 피고는 당초 원고들에게 이 사건 1차 통지를 하면서 위 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아울러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등의 불복방법을 고지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1차 통지일로부터 90일이 지난 시점에 원고들에게 이 사건 2차 통지를 하면서 다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에 의한 불복방법을 고지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도 이 사건 2차 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4) 또한 위와 같이 이 사건 1차 통지와 이 사건 2차 통지 각각에 대하여 행정소송 등 불복방법에 관한 고지를 받은 당사자로서는 당초의 이 사건 1차 통지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하여 재심의를 받거나 곧바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법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중 이의신청을 한 당사자가 그에 따른 재심의 결과에 대하여 따로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여 다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여 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피고가 이 사건 2차 통지를 하면서 그에 대한 행정소송 등을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내에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안내한 것은 그 상대가 된 원고들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원고들이 그 안내를 신뢰하고 90일의 기간 내에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음에도 이 사건 2차 통지가 행정소송의 대상으로서의 처분성이 없다고 한다면, 원고들로서는 피고의 견해표명을 신뢰한 데 따른 이익을 침해받게 될 것임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행정상 법률관계에서의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2차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2차 통지의 처분성을 부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2,927 |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 | 2021추5067 | 20,220,728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구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 정한 ‘법령의 범위 안에서’의 의미 및 법령에 위반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효력(무효) /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방법 [2] 건축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구성된 건축위원회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2항에 따른 회의록 작성 대상인 회의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제2항에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일정한 회의에 대하여 회의록과 함께 속기록이나 녹음기록 중 어느 하나를 생산하도록 규정한 취지 [3]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의 효력(무효) 및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나 법률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화·명확화한 것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 null | [1]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참조) / [2] 건축법 제4조 제1항,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항, 제17조 제2항,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제1항 제5호, 제2항 / [3]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현행 지방자치법 제28조 제1항 참조) | [1] 대법원 2013. 9. 27. 선고 2011추94 판결(공2013하, 1980), 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추5039 판결 / [3]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두5927 판결(공2002상, 1013),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추5162 판결(공2018상, 85) | 【원 고】
부산광역시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경미 외 2인)
【피 고】
부산광역시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방철수 외 1인)
【변론종결】
2022. 6. 16.
【주 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1. 11. 22. ‘부산광역시 건축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이 유】
1. 이 사건 조례안의 재의결 및 주요 내용
갑 제1, 6, 9호증(가지번호 생략)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21. 9. 15. ‘부산광역시 건축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21. 10. 5.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과 제9조 제7항, 제8항이 상위법령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다. 피고는 2021. 11. 22.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1) 건축법 제4조 및 건축법 시행령 제5조의5에 따른 부산광역시건축위원회(이하 ‘시위원회’라 한다)와 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의 건축위원회(이하 ‘구위원회’라 하며, 시위원회와 구위원회를 통칭하여 ‘위원회’라 한다)의 위원이 되려는 자는 정보공개동의서에 서명하여야 한다(제5조 제2항).
2) 위원회는 회의록을 반드시 가감없이 기록하여야 하며, 녹취도 하여야 한다(제9조 제7항).
3) 행정사무조사 시 회의록은 위원 전원 실명으로 제출하여야 한다(제9조 제8항).
2. 이 사건 조례안의 효력
가.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개인정보 보호법의 위임 없이 위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은 위원회의 위원이 되려는 자에게 정보공개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개인정보 공개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므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그 효력이 있다.
그런데 위원회의 위원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정보공개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은 위원회의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위원의 임명, 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건축법 제4조 제5항, 건축법 시행령 제5조의5 제6항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상위법령의 위임이 없어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고유권한인 위원 임명·위촉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은 위원회 회의록의 공개와 이용을 위하여 위원이 되려는 사람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정보공개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일 뿐, 특정인을 임명 또는 위촉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을 제한한다거나 반대로 특정인을 임명 또는 위촉하라고 사전에 간섭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위원 임명·위촉권을 제한할 의도로 규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위촉하려는 사람 중에 정보공개동의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여 그 결과 임명 또는 위촉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명·위촉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한다고 볼 수 없다.
3)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이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 정보가 제공되는 제3자의 범위 등을 규정하지 아니하여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명확성 원칙의 판단 기준으로서의 예측가능성은 그 규정의 문언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조항을 유기적·체계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두98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은 그 도입 경위에 비추어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에서 규정한 행정사무조사 시 위원 전원의 실명 회의록 제출을 위하여 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2항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경우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와 그 이용 목적, 제공하는 개인정보의 항목 등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비록 이 사건 조례안 제5조 제2항에서 공개되는 정보의 범위, 상대방 등에 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7항에 관한 판단
원고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8조 제2항에서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회의에 대하여만 회의록과 함께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 중 하나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7항이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회의록 작성과 함께 녹취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위 공공기록물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구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어 2022. 1. 13.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2조 본문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란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를 가리키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다. 조례가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령과 조례의 각 규정 취지, 규정의 목적과 내용 및 효과 등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모순·저촉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7추5039 판결 참조).
공공기록물법은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이를 위해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업무의 입안단계부터 종결단계까지 업무수행의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될 수 있도록 업무과정에 기반한 기록물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제16조 제1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요 회의의 회의록,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을 작성하여야 한다(제17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 제5호는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 등이 운영하는 회의를 개최하는 경우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건축위원회는 건축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이므로 위와 같은 회의록 작성 대상인 회의에 해당한다.
한편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일정한 회의에 대하여 회의록과 함께 속기록이나 녹음기록 중 어느 하나를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공공기록물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시행령 조항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보존가치가 크다고 판단하여 지정한 회의에 대하여 회의록 외에 추가적인 기록물 생산을 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기록물의 보존과 효율적 활용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지정하지 않은 회의에 대하여 회의록 외에 추가적인 기록물 생산을 금지하는 취지로는 해석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7항이 위원회의 회의록과 함께 녹취 기록을 작성하도록 하였더라도 공공기록물법령에 위반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구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 그 내용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인 경우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한 조례는 그 효력이 없다. 다만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법률이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조례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경우나 법률규정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화·명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두5927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추5162 판결 참조).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은 행정사무조사 시 위원 전원의 실명으로 회의록을 제출하게 하는데, 이는 지방의회가 행정사무조사 시 서류제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지방자치법 제41조 제4항,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제3호와 제17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 원고는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이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건축법 제4조의3 단서와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8 제2항에 위반되고,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5호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런데 건축법 제4조의3 단서와 같은 법 시행령 제5조의8 제2항은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하려는 자가 건축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한 후 회의록 공개를 요청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지방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시에 적용되는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이 위 건축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 취지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에 따른 회의록 실명 제출은 수집 목적의 범위 안에서 개인정보의 이용 및 제공을 전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한 경우까지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규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이용 및 제공을 허용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례안 제9조 제8항이 위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33,915 | 소유권말소등기 | 2021나113230 | 20,220,809 | 선고 | 대전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상익)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플러스 담당변호사 탁인상)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21. 5. 26. 선고 2020가단30590 판결
【변론종결】
2022. 7. 5.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0,883,22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 28.부터 2022. 8. 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0,883,22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0. 8.경부터 2013. 3.경까지 사이에 피고와 원고 소유의 별지 목록 1, 2 각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대내적으로 실질적인 권리는 원고가 보유하되, 그에 관한 등기는 피고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이하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대전지방법원 장항등기소 2010. 9. 3. 접수 제11923호, 같은 등기소 2010. 8. 26. 접수 제11511호, 같은 등기소 2013. 3. 20. 접수 제3521호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15가단12680호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의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전소’라 한다). 위 법원은 2018. 2. 7. ‘원고가 이 사건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으나, 위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하 ‘전소 1심’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피고는 대전지방법원 2018나10886호로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8. 9. 19. 위 전소 1심과 같은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대법원 2018다277037호로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원고는 2019. 2. 12. 전소를 취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가 명의신탁한 이 사건 부동산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선택적으로 부당이득의 반환 또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불법영득의사가 외부에 인식될 수 있는 객관적 행위가 있을 때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도5904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7843 판결 등 참조). 한편,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21. 6. 3. 선고 2016다34007 판결).
2) 살피건대, 피고가 이사건 부동산에 관한 처분행위를 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든 증거들, 갑 제3, 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명의신탁자인 원고는 전소 소송 제기시부터 당심의 변론종결일까지 명의수탁자인 피고에게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반환을 구하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전소 1심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원고에 대한 투자금 내지 대여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마쳐진 것일 뿐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명의수탁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이 사건 제1심의 조정기일 및 당심 제1회 변론기일에서도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반환할 의사가 없다’고 진술하는 등 전소 소송 계속 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묵시적·명시적으로 반환거부의 의사를 표현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의 이 사건 부동산의 반환거부 의사표시는 그 자체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외부에 인식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므로 명의신탁자인 원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반환거부 의사표시로 인한 소유권상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제1심법원의 감정인 소외인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2020. 12. 31. 기준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190,883,220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손해액은 190,883,220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190,883,22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21. 1. 26.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1. 1.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2. 8. 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안영화(재판장) 신순영 윤이진 |
228,559 | 용역비 | 2022다233560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의3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던 분양자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자가 새롭게 관리를 개시하는 관리단을 상대로 분양자와 체결한 관리위탁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집합건물의 분양자들과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던 甲 주식회사가,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새롭게 관리를 개시하면서 다른 업체를 관리업체로 선정하여 甲 회사에 관리업무의 인계를 요청하였는데도 미납된 용역비를 정산받을 때까지 인계를 할 수 없다며 관리업무를 계속하다가, 관리단이 甲 회사를 상대로 관리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여 그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자, 관리업무를 중단한 다음 관리단을 상대로 위탁용역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가 구하는 위탁용역비 중 관리인력 인건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분양자가 부담하는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권한과 의무는 관리단의 위임이나 지시, 혹은 그러한 내용의 약정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 제9조의3에 따라 분양자에게 부과된 자기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할 것이어서, 분양자는 집합건물을 관리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약을 받기는 하지만 관리단의 관여나 간섭 없이 스스로의 필요나 판단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그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관리단의 집합건물에 대한 관리가 개시되면,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던 분양자는 그때에 관리비 징수권한을 포함한 관리권한을 상실하게 되고, 관리단이 집합건물법에서 부여받은 관리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분양자의 관리권한과 의무는 관리단의 그것과는 서로 구분되는 것이므로 분양자가 집합건물을 관리하면서 형성된 관리업무에 관한 법률관계가 새롭게 관리를 개시하는 관리단에 당연히 승계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분양자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관리위탁계약의 효력을 관리단에 주장할 수 없다. [2] 집합건물의 분양자들과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던 甲 주식회사가,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새롭게 관리를 개시하면서 다른 업체를 관리업체로 선정하여 甲 회사에 관리업무의 인계를 요청하였는데도 미납된 용역비를 정산받을 때까지 인계를 할 수 없다며 관리업무를 계속하다가, 관리단이 甲 회사를 상대로 관리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여 그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자, 관리업무를 중단한 다음 관리단을 상대로 위탁용역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관리단이 甲 회사에 관리업무의 종료를 요청하여 甲 회사와 분양자들 사이에 체결된 관리위탁계약의 승계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였으므로 위 관리위탁계약이 그때 효력을 상실하였는데도 甲 회사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관리업무를 계속 수행한 점, 甲 회사가 소속 관리인력을 통하여 관리업무를 중단할 때까지 수행한 업무 중에는 집합건물 공용부분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도 포함되어 있는 점, 甲 회사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리단에 피해를 입혔다거나 관리단이 집합건물의 관리와 관련하여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甲 회사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 따른 이득은 집합건물의 관리주체인 관리단에 귀속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관리단으로 하여금 이를 甲 회사에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는데도, 위탁용역비가 甲 회사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분양자들이 甲 회사에 이행하여야 할 계약상 채무에 불과할 뿐이고,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할 때 당연히 지출되어야 할 필요경비가 아니어서 관리단이 그와 상당한 비용의 지출을 면하는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甲 회사가 구하는 위탁용역비 중 관리인력 인건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의3, 제23조, 제23조의2 / [2]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의3, 제23조, 제23조의2, 민법 제741조 | [1]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0다229192, 229208 판결(공2022하, 1448)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세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고영한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 관리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정중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4. 19. 선고 2021나20140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예비적 청구 중 관리인력 인건비 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7. 5. 30.경 이 사건 집합건물을 분양한 송림산업개발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삼성건설(이하 두 회사를 합쳐서 ‘분양자들’이라고 한다)과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17. 7.경부터 관리업무를 수행한 위탁관리회사이다.
나. 피고는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단으로 2019. 2. 26. 관리단집회를 개최하여 소외인을 관리인으로 선정하는 한편, 관리위원회에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업무를 수행할 관리업체 선정 업무를 위임하기로 하였다. 그에 따라 관리위원회는 2019. 5. 9.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업무를 수행할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였다.
다. 피고는 2019. 5. 22. 원고에게 2019. 6. 30. 자로 원고의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업무를 종료하고 피고에게 관리업무를 인계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라. 그러나 원고는 미납된 용역비를 정산받을 때까지 인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요청을 거절하고 관리업무를 계속하다가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여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2020. 10. 20. 서울고등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고 그 무렵 확정되자 2020. 10. 30.에야 관리업무를 중단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1) 집합건물에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어 관리단이 당연 설립되었더라도 관리인 선임 등 관리업무를 수행할 조직을 갖추어 관리를 개시하기 전까지는 관리단이 집합건물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2) 2012. 12. 18.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 개정으로 신설된 제9조의3은 그와 같은 관리 공백을 방지하기 위하여 집합건물의 분양자에게 그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집합건물의 관리의무 등을 부과하였다.
여기서 분양자가 부담하는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권한과 의무는 관리단의 위임이나 지시, 혹은 그러한 내용의 약정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에 따라 분양자에게 부과된 자기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할 것이어서, 분양자는 집합건물을 관리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약을 받기는 하지만 관리단의 관여나 간섭 없이 스스로의 필요나 판단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그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3) 관리단의 집합건물에 대한 관리가 개시되면,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던 분양자는 그때에 관리비 징수권한을 포함한 관리권한을 상실하게 되고, 관리단이 집합건물법에서 부여받은 관리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분양자의 관리권한과 의무는 관리단의 그것과는 서로 구분되는 것이므로 분양자가 집합건물을 관리하면서 형성된 관리업무에 관한 법률관계가 새롭게 관리를 개시하는 관리단에 당연히 승계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분양자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위탁관리업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관리위탁계약의 효력을 관리단에게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0다229192, 229208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집합건물의 분양자들이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3에 따른 관리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원고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은 자신의 고유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지 관리단인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양수금 또는 비용상환 청구를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분양자의 관리의무의 법적 성격, 분양자와 관리단의 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에서 원고는 피고로부터 2019. 6. 30. 자로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업무 종료를 통보받았지만 2019. 7.경부터 2020. 10.경까지 관리업무를 계속 수행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위탁용역비에 상당하는 이득을 얻고 원고는 그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탁용역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탁용역비는 원고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분양자들이 원고에게 이행하여야 할 계약상 채무에 불과할 뿐이고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연히 지출되어야 하는 필요경비가 아니어서 피고가 그와 상당한 비용의 지출을 면하는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위탁용역비 중 위탁관리 수수료에 대해서는 옳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관리인력 인건비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피고가 2019. 2. 26. 관리단집회를 개최하여 소외인을 관리인으로 선임한 다음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를 개시하였으므로, 분양자들의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권한은 그때 종료되었다. 게다가 피고가 원고에게 2019. 6. 30. 자로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업무의 종료를 요청함으로써 원고와 분양자들 사이에 체결된 관리위탁계약의 승계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였으므로 위 관리위탁계약은 2019. 6. 30.에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2) 원고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가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의 주체였던 2019. 7.경부터 2020. 10.경까지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소속 관리인력을 통하여 수행한 업무 중에는 이 사건 집합건물 중 공용부분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그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가 자치관리의 방식을 택하여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성격의 업무에 해당한다.
3)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가처분신청으로 법원이 이 사건 집합건물에 관한 관리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업무를 중단하였고, 원고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와의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으로 피고에게 피해를 입혔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와 관련하여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4)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집합건물에 대하여 그와 같은 업무를 수행함에 따른 이득은 이 사건 집합건물의 관리 주체인 피고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피고로 하여금 이를 원고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5)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관리인력이 수행한 업무 중 피고에게 이득이 된 부분을 특정하고, 그와 관련한 관리인력의 인건비가 적정한지 여부를 추가로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구하는 관리인력 인건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부당이득의 성립, 부당이득의 범위 및 이득액의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예비적 청구 중 관리인력 인건비 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32,797 | 지방재정법위반·사기 | 2022도7209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지방보조금을 부정수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인 구 지방재정법 제97조 및 그 양벌규정인 같은 법 제98조의 시행일인 2015. 1. 1. 이전에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수령한 행위를 같은 법 제97조, 제98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null |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구 지방재정법(2018. 10. 16. 법률 제158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1항(현행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7조 참조), 제98조(현행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 참조), 부칙(2014. 5. 28.) 제1조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이재원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2. 5. 26. 선고 2021노1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2014년 보조금 수령으로 인한 구 지방재정법(2018. 10. 16. 법률 제158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방재정법’이라 한다) 위반 부분에 관한 직권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2014년경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기재와 같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 1,300만 원을 수령하고, 피고인 사단법인 중앙진폐재활협회는 그 대표자인 피고인 1이 그 업무에 관하여 위 기재와 같이 2014년경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 1,300만 원을 교부받는 위반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 1에 대하여는 구 지방재정법 제97조 제1항을, 피고인 사단법인 중앙진폐재활협회에 대하여는 구 지방재정법 제98조, 제97조 제1항을 각 적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지방보조금을 부정수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인 구 지방재정법 제97조와 그 양벌규정인 구 지방재정법 제98조는 모두 2014. 5. 28. 법률 제12687호로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되었고, 같은 법 부칙(2014. 5. 28.) 제1조에 따라 2015. 1. 1.부터 시행되었다. 따라서 위 벌칙규정 및 양벌규정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경 피고인들이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 1,300만 원을 수령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 행위는 구 지방재정법 제97조, 제98조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구 지방재정법 제97조, 제98조가 시행되기 전에 피고인들이 행한 이 부분 공소사실 행위에 대해서까지 위 법률을 적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법규 불소급의 원칙 등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나머지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2014년경 보조금 수령으로 인한 구 지방재정법 위반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포괄일죄 및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2014년경 보조금 수령으로 인한 구 지방재정법 위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부분과 포괄일죄 또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8,557 | 청구이의 | 2018다202774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여러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수익자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여러 개의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각 가액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확정되어 수익자가 어느 채권자에게 자신이 배상할 가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한 경우, 수익자가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청구이의의 방법으로 집행권원의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는 범위 | [1]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 따라서 여러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고, 수익자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에도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2] 여러 개의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각 가액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을 합한 금액이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공제한 잔액(이하 ‘공동담보가액’이라 한다)을 초과한다면 수익자가 채권자들에게 반환하여야 할 가액은 공동담보가액이 될 것인데, 그럼에도 수익자는 공동담보가액을 초과하여 반환하게 되는 범위 내에서 이중으로 가액을 반환하게 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때 각 사해행위취소 판결에서 산정한 공동담보가액의 액수가 서로 달라 수익자에게 이중지급의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공동담보가액은, 그중 다액(多額)의 공동담보가액이 이를 산정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명백히 다르고 해당 소송에서의 공동담보가액의 산정 경위 등에 비추어 그 가액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다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보는 것이 채권자취소권의 취지 및 채권자취소소송에서 변론주의 원칙 등에 부합한다. 따라서 수익자가 어느 채권자에게 자신이 배상할 가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한 때에는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각 사해행위취소 판결에서 가장 다액으로 산정된 공동담보가액에서 자신이 반환한 가액을 공제한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청구이의의 방법으로 집행권원의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 [1] 민법 제406조 제1항 / [2] 민법 제406조 제1항, 제407조 | [1]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1457 판결(공2006상, 28)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종선)
【피고, 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 담당변호사 현인혁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11. 22. 선고 2017나3554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소외인의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은 원고를 상대로, 소외인과 원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체결된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이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나. 위 소송에서 법원은 2016. 5. 20. 이 사건 부동산의 공동담보가액을 9,500만 원으로 산정한 다음,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액보다 적은 위 9,500만 원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하고, 원고는 신용보증기금에 가액배상으로 9,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하 ‘선행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다. 피고 또한 소외인의 채권자로서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위 소송에서 법원은 2016. 5. 31. 이 사건 부동산의 공동담보가액을 5,500만 원으로 산정하고, 피고의 채권액보다 적은 위 5,500만 원 범위 내에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하며, 원고는 피고에게 가액배상으로 5,5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자백간주의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라. 원고는 2016. 8. 19. 신용보증기금에 6,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신용보증기금은 원고에 대하여 더 이상 선행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경합된 취소채권자가 갖는 각 가액배상채권은 본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중첩된 불가분적 권리로서, 그중 1인에 대한 변제로서 다른 채권자가 가액배상 판결에 기하여 수익자에 대하여 갖는 채권 역시 소멸하게 된다.
원고가 신용보증기금에 지급한 6,000만 원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에 기한 가액배상금 5,500만 원을 초과함은 명백하므로,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판결에 기한 가액배상금채권은 변제로 모두 소멸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의 집행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 비로소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가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 따라서 여러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여러 개의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에는 각 소송에서 채권자의 청구에 따라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여야 하고, 수익자가 가액배상을 하여야 할 경우에도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가액 범위 내에서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 전액의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51457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여러 개의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각 가액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각 채권자의 피보전채권액을 합한 금액이 사해행위 목적물의 가액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공제한 잔액(이하 ‘공동담보가액’이라 한다)을 초과한다면 수익자가 채권자들에게 반환하여야 할 가액은 공동담보가액이 될 것인데, 그럼에도 수익자는 공동담보가액을 초과하여 반환하게 되는 범위 내에서 이중으로 가액을 반환하게 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때 각 사해행위취소 판결에서 산정한 공동담보가액의 액수가 서로 달라 수익자에게 이중지급의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공동담보가액은, 그중 다액(多額)의 공동담보가액이 이를 산정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명백히 다르고 해당 소송에서의 공동담보가액의 산정 경위 등에 비추어 그 가액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다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보는 것이 채권자취소권의 취지 및 채권자취소소송에서 변론주의 원칙 등에 부합한다. 따라서 수익자가 어느 채권자에게 자신이 배상할 가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반환한 때에는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각 사해행위취소 판결에서 가장 다액으로 산정된 공동담보가액에서 자신이 반환한 가액을 공제한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청구이의의 방법으로 집행권원의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는 선행판결과 이 사건 판결에서 산정한 공동담보가액 중 다액인 9,500만 원 중 6,000만 원만을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머지 공동담보가액에 해당하는 3,500만 원을 초과한 범위에서만 이중지급의 위험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의 취소채권자는 수익자로부터 책임재산 가액을 수령할 권능만을 가질 뿐 다른 채권자를 대신하여 공동담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신용보증기금이 선행판결에 기하여 더 이상 강제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하였다는 사정은 공동담보가액의 산정 및 그에 기한 이중지급의 위험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판결에 따른 가액배상금 5,500만 원 중 나머지 공동담보가액 3,500만 원을 초과한 2,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이중지급의 위험이 있음을 이유로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판결에 기한 가액배상금 5,500만 원이 변제로 모두 소멸하여 이 사건 판결의 집행력이 전부 배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의 공동담보가액의 산정 및 그에 따른 수익자의 가액배상금 이중지급의 위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8,563 | 배당이의 | 2017다225619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피담보채권의 일부만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경매를 신청한 경우, 그 후 채권계산서에 청구금액을 확장하여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구금액을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청구채권으로 원금 외에 이자, 지연손해금 등의 부대채권을 개괄적으로나마 표시하였다가 나중에 채권계산서에 의하여 그 부대채권의 구체적인 금액을 특정하는 것은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청구채권 중 부대채권을 확정액으로 표시한 경우, 나중에 부대채권을 증액하여 청구금액을 확장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그 시한(=배당요구 종기까지) |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피담보채권의 일부만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경매를 신청하였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채권자의 청구금액은 그 기재된 채권액을 한도로 확정되고 그 후 신청채권자가 채권계산서에 청구금액을 확장하여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구금액을 확장할 수 없다. 그러나 경매신청서에 청구채권으로 원금 외에 이자, 지연손해금 등의 부대채권을 개괄적으로나마 표시하였다가 나중에 채권계산서에 의하여 그 부대채권의 구체적인 금액을 특정하는 것은 경매신청서에 개괄적으로 기재하였던 청구금액의 산출 근거와 범위를 밝히는 것이므로 허용된다. 또한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청구채권 중 이자, 지연손해금 등의 부대채권을 확정액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나중에 배당요구 종기까지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부대채권을 증액하여 청구금액을 확장하는 것은 허용된다. | 민사집행법 제80조 제3호, 제268조, 민사집행규칙 제192조 | 대법원 1994. 1. 25. 선고 92다50270 판결(공1994상, 792), 대법원 2001. 3. 23. 선고 99다11526 판결(공2001상, 930),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다14933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11다59377 판결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한용)
【피고, 피상고인】
기술보증기금 (소송대리인 서원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신인순)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7. 3. 31. 선고 2016나1723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피담보채권의 일부만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경매를 신청하였을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청채권자의 청구금액은 그 기재된 채권액을 한도로 확정되고 그 후 신청채권자가 채권계산서에 청구금액을 확장하여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구금액을 확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2다5027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경매신청서에 청구채권으로 원금 외에 이자, 지연손해금 등의 부대채권을 개괄적으로나마 표시하였다가 나중에 채권계산서에 의하여 그 부대채권의 구체적인 금액을 특정하는 것은 경매신청서에 개괄적으로 기재하였던 청구금액의 산출 근거와 범위를 밝히는 것이므로 허용된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다14933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11다59377 판결 등 참조). 또한 신청채권자가 경매신청서에 청구채권 중 이자, 지연손해금 등의 부대채권을 확정액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나중에 배당요구 종기까지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부대채권을 증액하여 청구금액을 확장하는 것은 허용된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99다11526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국민씨앤씨대부 주식회사(이하 ‘국민씨앤씨대부’라 한다)가 이 사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할 당시 그 경매신청서에 청구금액의 원금과 이자를 명시적으로 특정하여 기재하였으므로, 국민씨앤씨대부의 청구금액은 그 경매신청서에 기재된 원리금 합계액 826,963,835원이라고 보아야 한다.
2) 국민씨앤씨대부로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과 그 피담보채권인 이 사건 대여금채권을 양수한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대여금채권의 지연손해금을 배당기일까지로 산정한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는 배당요구 종기 이후에 제출한 것이므로 부대채권을 증액하여 청구금액을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청구금액의 확장 가부 및 그 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32,801 | 공무집행방해·공용물건손상 | 2022도2076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응급조치인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소극) 및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경찰관이 현장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할 때 장애가 되는지 여부(소극) | null | 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10. 20. 법률 제17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1호, 제2호 (가)목, 제3호 (가)목, 제5조, 형법 제136조 제1항, 제257조 제1항, 제260조 제1항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2. 1. 19. 선고 2021노1141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0. 10. 20. 법률 제174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상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제2조 제1호), 가정구성원에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제2조 제2호 (가)목]. 그리고 ‘가정폭력으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에 해당하는 죄’는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된다[제2조 제3호 (가)목].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응급조치로서, "진행 중인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즉시 현장에 나가서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1호는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피해자의 분리 및 범죄수사"를, 같은 조 제2호는 "피해자를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피해자가 동의한 경우만 해당한다)"를, 같은 조 제3호는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를 의료기관으로 인도"를, 같은 조 제4호는 "폭력행위 재발 시 제8조에 따라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보"를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다가 구 가정폭력처벌법의 입법 목적과 위와 같은 응급조치를 둔 취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규정된 가정폭력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에 피해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설령 피해자가 분리조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분리조치를 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당일 "딸(공소외인)으로부터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취지의 공소외인 어머니의 112신고가 접수되어 경찰관들이 피고인과 공소외인의 주거지에 출동하였고, 그곳에서 피고인이 공소외인을 "내 마누라"라고 지칭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찰관이 피고인과 공소외인을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가정구성원으로 본 것은 상당한 점, ② 경찰관이 위 주거지에 출동하여 피고인과 공소외인을 대면한 시점에는 폭력행위가 진행 중이 아니었더라도 당시 공소외인의 얼굴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었고 피고인이 큰 소리를 내는 등 과격한 언행을 보인 점에다가 위 112신고 내용 등을 종합하면, 출동 경찰관이 피고인과 공소외인의 분리조치를 취한 것은 구 가정폭력처벌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응급조치로서 적법하고, 설령 이에 대해 공소외인이 희망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따라서 경찰관의 위 분리조치가 적법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무집행방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고,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8,553 | 유류분반환 | 2020다247428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 당시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갖는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공동상속인으로서 유류분권리자가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경우, 위 증여가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행해진 것이라고 보기 위한 요건과 그 판단의 기준 시기(=증여 당시) 및 이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상속인) [2] 피상속인이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간에 제3자로 보험수익자를 변경하여 제3자가 생명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 이를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인 제3자에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를 한 것으로 보기 위한 요건 및 이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가액을 이미 납입한 보험료 총액 중 피상속인이 납입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험금액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할 때 유류분액에서 공제하여야 하는 순상속분액을 산정하는 방법 /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그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도 유류분권리자가 한정승인을 한 때에는 순상속분액을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1]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다만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에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상속개시 1년 전에 한 것에 대하여도 유류분반환청구가 허용된다(민법 제1114조 참조). 증여 당시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갖는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공동상속인으로서 유류분권리자가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 제3자에 대한 증여가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행해진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의 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을 알았던 사정뿐만 아니라, 장래 상속개시일에 이르기까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까지 예견하고 증여를 행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당사자 쌍방의 가해의 인식은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그 증명책임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상속인에게 있다. [2]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되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간에 제3자로 보험수익자를 변경하고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납입하다 사망하여 그 제3자가 생명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 피상속인은 보험수익자인 제3자에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민법 제1114조에 따라 보험수익자를 그 제3자로 지정 또는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졌거나 당사자 쌍방이 그 당시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루어졌어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가액은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과 보험료 납입을 통해 의도한 목적, 제3자가 보험수익자로서 얻은 실질적 이익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미 납입된 보험료 총액 중 피상속인이 납입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여 이를 보험금액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할 수 있다. [3]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액’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받은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하는데,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은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인 상속분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를 공제하여 산정한다. 이처럼 유류분액에서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것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개시에 따라 받은 이익을 공제하지 않으면 유류분권리자가 이중의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다면, 즉 순상속분액이 음수인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여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야 단순승인 상황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해야 하는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액 만큼 확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도 유류분권리자가 한정승인을 했다면,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서는 안 되고 순상속분액을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 유류분권리자인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였으면 상속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는데, 상속채무 초과분이 있다고 해서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게 되면 법정상속을 통해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은 유류분권리자가 유류분액을 넘는 재산을 반환받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상속채권자로서는 피상속인의 유증 또는 증여로 피상속인이 채무초과상태가 되거나 그러한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면 수증자를 상대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 [1] 민법 제1112조, 제1113조, 제1114조, 제1115조 / [2] 민법 제1112조, 제1113조, 제1114조, 제1115조 / [3] 민법 제1008조, 제1025조, 제1028조, 제1112조, 제1113조, 제1115조, 제1118조 | [1]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50809 판결(공2012하, 1107) / [3]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235791 판결(공2021하, 1688),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다265884 판결(공2022상, 415)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관재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학)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0. 6. 24. 선고 2019나229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액과 유류분 부족액 산정 방법
상속이 개시되면 일정 범위의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해서 일정한 비율을 확보할 수 있는 유류분권을 가진다. 피상속인의 유증 또는 증여로 인하여 유류분권리자가 그 유류분에 미치지 못하는 상속재산을 받게 된 때에는 그 유증 또는 증여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 그 부족한 한도에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115조 제1항 참조).
‘유류분액’은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시에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시에 부담하고 있던 채무가 있다면 그 전액을 공제하여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을 확정한 다음, 거기에 민법 제1112조에서 정한 유류분 비율을 곱하여 산정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다265884 판결 등 참조).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은 위와 같이 산정한 ‘유류분액’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받은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한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235791 판결 등 참조).
나. 제3자에 대한 증여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기 위한 요건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전의 1년간에 행한 것에 한하여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다만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에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상속개시 1년 전에 한 것에 대하여도 유류분반환청구가 허용된다(민법 제1114조 참조). 증여 당시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갖는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공동상속인으로서 유류분권리자가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 제3자에 대한 증여가 유류분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행해진 것이라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의 가액을 초과한다는 점을 알았던 사정뿐만 아니라, 장래 상속개시일에 이르기까지 피상속인의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까지 예견하고 증여를 행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당사자 쌍방의 가해의 인식은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50809 판결 등 참조), 그 증명책임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상속인에게 있다.
다. 피상속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과 유류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의 법적 성질을 형식적·추상적으로 파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재산처분행위가 실질적인 관점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무상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230338 판결 등 참조).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되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중간에 제3자로 보험수익자를 변경하고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납입하다 사망하여 그 제3자가 생명보험금을 수령하는 경우, 피상속인은 보험수익자인 제3자에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대한 증여이므로 민법 제1114조에 따라 보험수익자를 그 제3자로 지정 또는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졌거나 당사자 쌍방이 그 당시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루어졌어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가액은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 지정 또는 변경과 보험료 납입을 통해 의도한 목적, 제3자가 보험수익자로서 얻은 실질적 이익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미 납입된 보험료 총액 중 피상속인이 납입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산정하여 이를 보험금액에 곱하여 산출한 금액으로 할 수 있다.
라. 유류분 부족액 산정에 있어 순상속분액의 처리 방법
1) 유류분권리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액’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받은 특별수익액과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하는데, 유류분액에서 공제할 순상속분액은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인 상속분에서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를 공제하여 산정한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7다235791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유류분액에서 순상속분액을 공제하는 것은 유류분권리자가 상속개시에 따라 받은 이익을 공제하지 않으면 유류분권리자가 이중의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2)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다면, 즉 순상속분액이 음수인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여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7다265884 판결 참조).
이러한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야 단순승인 상황에서 상속채무를 부담해야 하는 유류분권리자의 유류분액 만큼 확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3) 그러나 위와 같이 유류분권리자의 구체적인 상속분보다 유류분권리자가 부담하는 상속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도 유류분권리자가 한정승인을 했다면,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서는 안 되고 순상속분액을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
유류분권리자인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였으면 상속채무에 대한 한정승인자의 책임은 상속재산으로 한정되는데, 상속채무 초과분이 있다고 해서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하게 되면 법정상속을 통해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은 유류분권리자가 유류분액을 넘는 재산을 반환받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상속채권자로서는 피상속인의 유증 또는 증여로 피상속인이 채무초과상태가 되거나 그러한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되었다면 수증자를 상대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사안의 개요와 원심의 판단
가.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망인(1968년생)과 1997년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이자 망인의 유일한 상속인이고, 피고는 2011. 10.경부터 망인 사망 시(2017. 1.경)까지 망인과 동거하던 사람이다.
2) 망인은 2012년 원고를 상대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3. 8. 9. 망인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 등으로 망인의 이혼청구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대한 망인의 항소와 상고도 모두 기각되었다.
3) 망인은 위 이혼 소송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3. 8. 9.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4건의 생명보험계약 보험수익자를 피고로 변경하였고, 다시 2015. 2.경에도 1건의 생명보험계약 보험수익자도 피고로 변경하였다.
4) 망인은 2017. 1.경 자살하였고, 피고는 망인이 생전에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입하던 위 5건의 생명보험계약을 비롯하여 전체 9건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로서 망인의 사망보험금 합계 약 12억 8,000만 원을 수령하였다.
5) 한편 의사인 망인은 위와 같이 보험수익자를 변경하기 전부터 사망 당시까지 다른 의사 11명과 2개의 병원 등에 관하여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연 4억 원 이상(매월 약 3,750만 원)의 소득이 있었고, 1995. 6.경부터 2013. 6.경까지 사이에 가입한 위 9건 생명보험계약의 월 보험료로 매월 합계 약 2,000만 원씩 납입하여 사망 당시까지 확인된 금액만 합계 약 9억 6,000만 원을 납입하였다.
6) 망인의 사망에 따른 상속개시 당시 적극적 상속재산은 약 2억 3,000만 원이고, 피고는 동업 의사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망인이 사망 약 6개월 전 추가한 ‘망인 사망 시 지분금을 피고에게 지급한다.’라는 내용의 동업계약 특약조항에 따라 망인의 지분금액인 약 9억 8,400만 원을 받았다. 한편 망인의 소극적 상속재산(상속채무)은 약 5억 7,500만 원이다.
7) 원고는 망인 사망 후 3개월 내에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하였고, 신고가 수리되었다.
나.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에 관한 원심판단
원심은, 망인이 이혼소송 제1심 패소판결 선고일인 2013. 8. 9. 이후부터는 원고의 상속을 막으려는 의도로 수입·지출을 관리했다고 보고, 그 이후에는 망인이 유류분권리자인 원고에게 손해를 가할 것임을 알면서 그 소유의 재산을 피고에게 증여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피고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망인이 2013. 8. 9. 이후 피고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 1년 전에 증여한 것일지라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가산하였다.
구체적으로, 망인이 그가 피보험자인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사망함으로써 피고가 수익자로서 그 사망보험금을 수령한 보험계약들 중 ① 망인이 2013. 8. 9. 이후 보험수익자를 피고로 변경한 5건의 보험계약에 따라 망인이 납입한 보험료 전액, ② 망인이 2013. 8. 9. 이후 보험계약 수익자를 피고로 변경하였는지 확인되지 않는 4건의 보험계약에 따라 2013. 8. 9. 이후 망인이 납입한 보험료, ③ 2014. 1.경 피고에게 증여한 2억 3,500만 원을 가산하였다.
반면에 망인이 2010년경부터 사망 무렵까지 피고에게 현금 및 수표로 지급함으로써 이를 증여했다고 원고가 주장한 합계 853,474,697원 중 위 ③ 2억 3,500만 원을 초과한 부분은 2013. 8. 9. 전에 한 증여이거나 증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증여재산에 관한 원고 주장 일부를 배척하였다.
다. 유류분액에서 공제하는 유류분권리자의 순상속분액에 관한 원심판단
원심은, 한정승인이 있더라도 상속채무는 여전히 존재하고,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로 반환받은 재산도 상속재산에 해당하여 상속채권자가 이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원고의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면서 원고가 상속채무 초과 상태에서 한정승인을 하였음에도 유류분액에서 공제되는 순상속분액을 음수로 처리하여 이를 유류분액에 가산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부분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위 각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 가액을 초과하였다는 사실이나, 40대 중반의 의사인 망인이 향후 조만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건강상 또는 일신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정황도 확인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증여 당사자 쌍방의 가해의 인식, 특히 망인이 장래 상속개시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재산이 증가하지 않으리라는 점까지 예견하고 피고에게 증여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망인은 원고를 상대로 이혼 청구의 소를 제기한 상태였고 제1심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항소, 상고를 거듭하였는바, 망인이 그 명의의 재산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이는 당장 원고와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 대비한 것으로 볼 여지가 더 크다.
또한 원심과 같이 피고가 수령한 사망보험금과 관련하여 망인이 납입한 보험료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 가액으로 보려면, 망인이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졌거나 그 당시에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루어진 경우에만 증여 가액으로 가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의 위 각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증여재산의 가액이 증여하고 남은 재산 가액을 초과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않고, 망인의 나이, 직업, 소득, 사망 경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13. 8. 9. 이후에는 망인이 유류분권리자인 원고에게 손해를 가할 것임을 알면서 그 소유의 재산을 피고에게 증여했다고 판단하였고(원심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로 인정한 위 ①, ②, ③ 부분), 망인이 피고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하거나 변경한 것이 상속개시 전 1년간에 이루어졌거나 그 당시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이루어졌는지 상관없이 망인이 2013. 8. 9. 이후 납부한 보험료도 증여했다고 판단하였다(위 ② 부분).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114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망인의 증여재산에 관한 원고 주장 일부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원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1114조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나. 유류분액에서 공제하는 유류분권리자의 순상속분액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상속채무가 구체적 상속분을 초과하지만 한정승인을 하였으므로, 그 초과분을 유류분액에 가산해서는 안 되고, 순상속분액을 0으로 보아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유류분액에서 공제되는 순상속분액을 음수로 보아 유류분액에 상속채무 초과분을 가산한 원심의 판단에는 한정승인과 유류분 부족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8,551 | 손해배상(기)[임대인의 철거·재건축계획의 고지행위에 관하여 종전 임차인이 권리금 회수방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 2022다202498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임대인에게 주선하였어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할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는 임대인의 고지 내용에 같은 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 목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 제10조의3, 제10조의4의 문언과 내용,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임차인이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임대인에게 주선하였음에도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기간에 이러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는 등 위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한 때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특히,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무렵 신규 임차인의 주선과 관련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이를 둘러싼 구체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임대차계약의 갱신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과 권리금의 회수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 제10조의4의 각 규정의 내용·취지가 같지 아니한 이상, 후자의 규정이 적용되는 임대인의 고지 내용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 목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3, 제10조의4 / [2]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0조의3, 제10조의4 | [1]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공2019하, 1519), 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39608 판결(공2019하, 1533)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제이엘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주하)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지오플러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지윤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2. 21. 선고 2020나730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 제10조의3, 제10조의4의 문언과 내용,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임차인이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임대인에게 주선하였음에도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기간에 이러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는 등 위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방해한 때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19. 7. 10. 선고 2018다239608 판결 참조). 특히,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무렵 신규 임차인의 주선과 관련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이를 둘러싼 구체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참조).
2) 건물 내구연한 등에 따른 철거·재건축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그 계획·단계가 구체화되지 않았음에도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짧은 임대 가능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고지한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임대차계약의 갱신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과 권리금의 회수에 관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3, 제10조의4의 각 규정의 내용·취지가 같지 아니한 이상, 후자의 규정이 적용되는 임대인의 고지 내용에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각 목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나. 원심판단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이 사건 점포 등 건물에 대하여 1977년경 사용승인이 이루어졌다.
나) 원고는 2017. 5. 25.부터 2019. 5. 24.까지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점포를 임차하였고, 피고는 2019. 1. 15. 이 사건 점포 등 건물 전체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다) 피고는 2019. 2. 13.경 원고로부터 ‘임대차계약 갱신 의사 및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 체결 의사를 명확히 하여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받게 되자, 2019. 3. 6. 원고에게 ‘수년 내에 건축물을 신축하고자 기획하고 준비 중이다. 계약갱신을 요구한다면 보증금 및 월세를 각 5% 증액하되, 갱신계약 시에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 신규 임차인과의 신규계약 시에도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라는 내용증명(이하 ‘이 사건 고지 내용’이라 한다)을 발송하였다.
라) 원고는 2019. 5. 10. 이 사건 소를 제기함으로써 임대차계약의 갱신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하고서 2019. 6. 24. 이 사건 점포에서 퇴거하였으나, 피고에게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적은 없다.
마) 피고는 2019. 7. 4.경 소외 2 등에게 이 사건 점포를 임대한 후 최종적으로 건물 전체를 임대차기간 36개월로 정하여 임대하였다. 이와 관련된 신규 임대차계약서 및 화해 약정서의 특약사항에는 원고에게 당초 고지한 바와 같은 취지대로 ‘건물 전체의 철거·재건축 계획(지하 2층~지상 1층 상가 및 지상 2~10층의 관광호텔)’ 및 ‘공사시기(2022. 7. 3.경)·소요기간(1년)’ 등이 포함되어 있고, ‘평면도’까지 첨부되어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소외 2 등과 체결한 신규 임대차계약 및 화해 약정서의 특약사항에 건물 전체의 철거·재건축 계획에 관한 설명 조항을 기재하면서 평면도를 첨부한 사정만으로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단서 제7호 (가)목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으로 볼 수 없고, 피고가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하고 신규 임대차계약 체결 시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신규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주저하게 하는 것임은 물론 원고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로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 판단
1) 앞서 살펴본 관련 법리에 위 인정 사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점포 등 건물 전체는 원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용승인일로부터 이미 약 45년이 경과되었으며, 피고의 이 사건 고지 내용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수년 내에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리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을 들어 피고가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가능기간을 짧은 기간으로 특정하여 고지하려는 확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고지를 통해, 원고의 주선으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수년 내에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알리고 그와의 협의를 토대로 구체적인 철거·재건축 시기 및 이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확정하려는 탄력적·유동적·적극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사건 고지 당시 철거·재건축 계획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이 사건 고지가 원고와의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 무렵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의 법리상 원고의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사유는 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연히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각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가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이와 같이 원고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의 원고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제시하면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피고에게 주선하였음에도 피고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에게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관한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제공한 적도 없다.
다) 이 사건 고지 내용은 원고의 요청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갱신 또는 신규 임대차계약의 체결에 관하여 피고가 기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실제로 피고가 소외 2 등과 체결한 신규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이 사건 고지 내용에 따른 건물 전체의 철거·재건축 계획 및 공사시점·소요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상, 이 사건 고지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고지 내용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다음, 이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단서 제7호 (가)목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8,561 | 배당이의 | 2017다256668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는 방법과 그 시한 및 이를 제한하는 취지 [2]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신청하면서 청구채권 중 이자·지연손해금 등 부대채권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한 경우, 배당기일까지의 부대채권을 포함하여 원래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민법 제370조, 제342조에 따라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민사집행법 제273조에 의하여 담보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를 집행법원에 제출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신청하거나, 민사집행법 제247조에 의하여 배당요구를 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고, 이는 늦어도 민사집행법 제247조 제1항 각호 소정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물상대위권자의 권리행사 방법과 시한을 제한하는 취지는 물상대위의 목적인 채권의 특정성을 유지하여 그 효력을 보전함과 동시에 제3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것이다. [2]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이하 ‘채권압류명령 등’이라 한다)을 신청하면서 그 청구채권 중 이자·지연손해금 등 부대채권(이하 ‘부대채권’이라 한다)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한 경우, 그 신청 취지와 원인 및 집행 실무 등에 비추어 저당권자가 부대채권에 관하여는 신청일까지의 액수만 배당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배당절차에서는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배당기일까지의 부대채권을 포함하여 원래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금전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명령 등이 신청된 경우 제3채무자는 순전히 타의에 의하여 다른 사람들 사이의 법률분쟁에 편입된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압류된 채권이나 범위를 파악할 때 과도한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에 현행 민사집행 실무에서는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신청서에 기재하여야 하는 청구채권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신청일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실무는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나, 제3채무자가 압류 범위를 파악하는 데 과도한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압류채권자에게 협조를 구하는 한도에서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② 그러나 본래 저당권자는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때 청구채권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원금의 지급일까지로 하는 채권압류명령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는 저당권자가 민사집행 실무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부대채권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한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이 제3채무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일 뿐 나머지 부대채권에 관한 우선변제권을 확정적으로 포기하려는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없다. ③ 게다가 제3채무자의 공탁(민사집행법 제248조) 등의 이유로 배당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보호가 처음부터 문제 되지 않으므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는 저당권자는 원래 배당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선배당을 받고자 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사라고 볼 수 있다. | [1] 민법 제342조, 제370조, 민사집행법 제223조, 제229조, 제247조, 제273조 / [2] 민법 제342조, 제370조, 민사집행법 제223조, 제229조, 제247조, 제248조, 제273조 | [1] 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4272 판결(공2000하, 1414),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46756 판결(공2010하, 2165) / [2]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다9952 판결(공2011상, 551) | 【원고, 피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에이스 담당변호사 이종걸 외 1인)
【피고, 상고인】
농협은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린 담당변호사 김준한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7. 14. 선고 2017나200671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민법 제370조, 제342조에 따라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민사집행법 제273조에 의하여 담보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를 집행법원에 제출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이하 ‘채권압류명령 등’이라 한다)을 신청하거나, 민사집행법 제247조에 의하여 배당요구를 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고, 이는 늦어도 민사집행법 제247조 제1항 각호 소정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물상대위권자의 권리행사 방법과 시한을 제한하는 취지는 물상대위의 목적인 채권의 특정성을 유지하여 그 효력을 보전함과 동시에 제3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것이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4272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46756 판결 등 참조).
나. 저당권자가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채권압류명령 등을 신청하면서 그 청구채권 중 이자·지연손해금 등 부대채권(이하 ‘부대채권’이라 한다)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한 경우, 그 신청 취지와 원인 및 집행 실무 등에 비추어 저당권자가 부대채권에 관하여는 신청일까지의 액수만 배당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였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배당절차에서는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배당기일까지의 부대채권을 포함하여 원래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금전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명령 등이 신청된 경우 제3채무자는 순전히 타의에 의하여 다른 사람들 사이의 법률분쟁에 편입된 것이므로, 제3채무자가 압류된 채권이나 범위를 파악할 때 과도한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다9952 판결 참조). 이에 현행 민사집행 실무에서는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명령신청서에 기재하여야 하는 청구채권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신청일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실무는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나, 제3채무자가 압류 범위를 파악하는 데 과도한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압류채권자에게 협조를 구하는 한도에서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2) 그러나 본래 저당권자는 물상대위권을 행사할 때 청구채권인 저당권의 피담보채권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원금의 지급일까지로 하는 채권압류명령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따라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는 저당권자가 민사집행 실무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부대채권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한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이 제3채무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일 뿐 나머지 부대채권에 관한 우선변제권을 확정적으로 포기하려는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없다.
3) 게다가 제3채무자의 공탁(민사집행법 제248조) 등의 이유로 배당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제3채무자의 보호가 처음부터 문제 되지 않으므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는 저당권자는 원래 배당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우선배당을 받고자 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사라고 볼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소외인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제1, 2순위 근저당권자였고, 피고는 제3순위 근저당권자였다.
나. 이 사건 부동산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소외 조합’이라 한다)의 정비사업지역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소외인은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었다.
다. 원고는 2014. 11. 18. 이 사건 제2순위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소외인의 소외 조합에 대한 청산금 및 수용보상금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2014. 12. 4. 그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또한 원고는 2014. 12. 11. 이 사건 제1순위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였고, 2014. 12. 15. 그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이하 위 2건의 압류 및 추심명령을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이라 한다). 피고도 그 무렵 이 사건 제3순위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 당시 민사집행 실무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서에 청구채권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각각 해당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하였다.
마. 소외 조합은 2015. 11. 4. 압류경합 상태에서 이 사건 채권액 전부를 공탁하고 그 사유신고를 하였으며, 이에 따라 배당절차가 개시되었다.
바. 원고는 2016. 1. 27. 및 2016. 2. 12. 집행법원에 이 사건 제1, 2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배당기일 전날인 2016. 2. 22.까지로 산정한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집행법원은 원고가 배당받을 수 있는 채권액 중 부대채권액은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서에 기재된 범위 내임을 전제로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사. 이에 대하여 원고는 배당기일에서 피고에 대한 배당액 중 일부에 대하여 이의한 다음 피고에 대하여 배당표 경정을 구함과 동시에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는 이 사건 제1, 2순위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할 당시의 민사집행 실무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청구채권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신청일 무렵까지의 확정금액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더구나 원고는 배당기일 전 집행법원에 이 사건 제1, 2순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부대채권의 범위를 배당기일 전날까지로 산정한 채권계산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신청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신청일까지의 부대채권액만 배당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는 배당기일까지의 부대채권을 포함하여 이 사건 제1, 2순위 근저당권자로서 원래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다.
원고가 우선적으로 배당받을 수 있는 채권금액에 배당기일까지의 부대채권이 포함된다는 취지의 원심판단은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물상대위에 의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경매절차에서 청구금액 확장의 허용 여부나 시한, 배당이의의 소에서 원고적격과 소의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8,555 | 손해배상(기)[특정 종교단체 소속 신도들의 기망적 선교행위로 인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 2022다227688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민사소송법 제52조의 규정 취지 및 여기서 말하는 ‘사단’의 의미 / 사단법인의 하부조직을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비법인사단의 하부기관이 당사자능력을 가지는지에 관한 사항이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 [3] 선교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4] 甲 종교 단체에 입교하였다가 탈퇴한 乙이, 甲 종교 단체의 지교회인 丙 교회와 소속 신도인 丁 등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선교 방식에 의하여 기망을 당하여 甲 종교 단체인 줄 모른 채 교리 교육을 받아 사실상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甲 종교 단체에 입교하게 되었고 甲 종교 단체의 허황된 교리 등으로 인해 장기간 탈퇴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丙 교회와 丁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丙 교회가 甲 종교 단체와 구별되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丁 등의 乙에 대한 선교행위가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여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다거나 乙의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가 상실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52조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법인이 아니라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통하여 사회적 활동이나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그 단체가 자기 이름으로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단이라 함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를 말하고, 사단법인의 하부조직의 하나라 하더라도 스스로 위와 같은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사단법인과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있다. [2] 비법인사단의 하부기관이 당사자능력을 가지는지에 관한 사항은 직권조사사항이다. [3]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널리 알리고 새로운 신자를 모으기 위한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고 선교의 자유에는 다른 종교를 비판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유하는 자유도 포함된다. 그러나 선교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상대방이 가지는 종교선택의 자유를 존중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선교행위가 종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종을 권유하는 등으로 종교선택의 자유 발현에 조력하는 정도를 벗어나 그 목적과 방법에 있어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선교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는지는 선교행위의 목적과 방법 내지 수단 등을 고려하여 선교행위로서의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고, 선교행위로 상대방의 종교선택의 자유가 상실될 정도에 이르렀는지는 상대방의 나이·학력·기존 신앙생활을 비롯한 사회적 경험, 선교자와 상대방의 관계,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하게 된 경위,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하기 전후의 태도나 생활의 변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4] 甲 종교 단체에 입교하였다가 탈퇴한 乙이, 甲 종교 단체의 지교회인 丙 교회와 소속 신도인 丁 등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선교 방식에 의하여 기망을 당하여 甲 종교 단체인 줄 모른 채 교리 교육을 받아 사실상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甲 종교 단체에 입교하게 되었고 甲 종교 단체의 허황된 교리 등으로 인해 장기간 탈퇴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丙 교회와 丁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丙 교회의 대표자가 甲 종교 단체의 총회장 등에 의해 임명되고 사무처리를 위하여 내부적으로 설치된 각 부서 조직만 있을 뿐 별도의 독립된 의사결정기구나 재정 등을 갖지 못하였으므로, 丙 교회가 甲 종교 단체와 구별되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한편 乙이 교리 교육을 받던 중 甲 종교 단체의 교리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게 된 이후에도 교리 공부를 중단하지 않은 점, 그 과정에서 乙에 대한 교리 교육 등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丁 등의 乙에 대한 일련의 선교행위가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여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또한 이후 乙은 6개월간 교육을 추가로 받은 다음 甲 종교 단체에 스스로 입교하여 약 1년 6개월간 신앙활동을 하였는데, 입교 전후로 甲 종교 단체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거나 일상생활 등에 중대한 문제 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乙의 나이, 직업, 사회적 경력, 기존 종교 및 신앙활동 등을 비롯하여 당시 甲 종교 단체의 교리를 배우게 된 과정이나 입교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丁 등의 선교 과정 초기에 기망적인 행위가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乙이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52조 / [2] 민사소송법 제52조, 제134조[직권조사사항] / [3] 헌법 제20조 제1항, 민법 제750조 / [4] 헌법 제20조 제1항, 민법 제750조, 제751조, 민사소송법 제52조 | [1] 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18547 판결(공1998상, 215),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337 판결(공2003상, 1154) / [2] 대법원 1997. 12. 9. 선고 94다41249 판결(공1998상, 205) / [3]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다19246, 19253 판결(공1996하, 2983) |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명 담당변호사 권오구 외 2인)
【원고, 피상고인】
원고 3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명 담당변호사 권오구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선미)
【피고, 상고인】
피고 4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지영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지영 외 2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2. 3. 11. 선고 2020나10256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교회에 대한 부분 및 피고 4, 피고 5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의 피고 1, 피고 2에 대한 상고 및 원고 2의 피고 3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1과 피고 1, 피고 2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1이, 원고 2와 피고 3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2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하 ‘○○○○○○’라 한다)는 1984년 소외인이 창립한 종교 단체이다.
나. 피고 ○○○○○○△△교회(이하 ‘피고 교회’라 한다)는 ○○○○○○의 12개 지파 중 ‘◇◇◇’지파 소속 지교회이고,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5는 피고 교회에 소속된 신도들이다.
다. 원고 1은 2012년 초경부터 피고 교회의 복음방 교육 및 센터 교육을 수강하여 2015. 3. 15. ○○○○○○에 입교한 후 2018. 9.경 탈퇴하였다. 원고 1의 부친 원고 2는 2014년 말경부터 복음방 교육 및 센터 교육을 수강하여 2015. 9. 19. 입교한 후 2018. 9.경 탈퇴하였다. 원고 3은 2016. 5.경부터 복음방 교육 및 센터 교육을 수강하여 2017. 4.경 입교한 후 2018. 10.경 탈퇴하였다.
라. 원고들은, 피고들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선교 방식에 의하여 기망을 당하여 ○○○○○○인 줄 모른 채 복음방 등에서 교리 교육을 받아 사실상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에 입교하게 되었고 ○○○○○○의 허황된 교리 등으로 인해 장기간 탈퇴하지 못하는 등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입거나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이유로, 피고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 ○○○○○○ 입교 후 탈퇴 시까지 일실수입 내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피고 교회의 당사자능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 교회가 ○○○○○○ 소속 하부기관에 해당하더라도 피고 교회의 대표자 및 업무집행기관 등 조직이 존재하고 별도의 예배·선교를 한다는 등 사정을 들어 ○○○○○○와는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이 있다고 보아, 피고 교회의 본안전항변을 배척하고 피고 교회에 대한 원고 1, 원고 2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3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민사소송법 제52조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법인이 아니라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통하여 사회적 활동이나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그 단체가 자기 이름으로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단이라 함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를 말하고(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다18547 판결 등 참조), 사단법인의 하부조직의 하나라 하더라도 스스로 위와 같은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사단법인과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337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 교회가 ○○○○○○와 구별되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가) ○○○○○○는 과천시에 위치한 총회본부를 중심으로 단일한 규약인 ‘○○○○○○□□□□□□ 규약’(이하 ‘규약’이라 한다)에 따라 전국을 12개 지역으로 구분하여 12지파를 두고 그 지파 아래 지교회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피고 교회는 12지파 중 충남 지역을 담당하는 ‘◇◇◇’지파에 소속된 지교회 중 하나로서 규약을 따르고 있을 뿐, 이와 다른 별도의 규약 등을 두고 있지 않다.
(나) 12지파의 장은 총회장의 지명으로 임명되고(규약 제8조), 그 소속 지교회의 대표자(담임)도 총회장 또는 소속 지파장에 의해 임명되며 지파 소속 지교회의 운영은 총회에서 정하는 내규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규약 제11조). 피고 교회 산하에 장년회, 부녀회, 청년회, 전도회, 재정부, 섭외부 등 여러 부서를 두긴 하나(규약 제21조), 이는 ○○○○○○ 하부조직인 지교회의 제반 업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조직 구성에 불과하고, 피고 교회 스스로 독립적인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기구나 규약상 근거가 없다.
(다) ○○○○○○의 건물이나 선교활동을 위하여 출연된 재산에 관한 사항은 ‘○○○○○○ 부동산 관리지침’에 따라 총회 명의로 관리되는 등 모든 재산은 원칙적으로 ○○○○○○의 선교재산으로 귀속되고(규약 제28조), 모든 재산의 처분 시에는 대의원회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규약 제29조), 총회 외에 지파 내지 지교회 명의로 개별적인 재산을 소유·관리할 수 없어 독립적 재정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 교회의 건물 및 그 부지도 ○○○○○○의 대의원회 회의를 거쳐 2019. 7. 31. ○○○○○○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그 밖에 피고 교회가 자신 명의의 개별적인 재산을 소유하거나 독립적인 재정을 갖고 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사정도 찾기 어렵다.
(라) 이와 같이 피고 교회의 대표자가 ○○○○○○의 총회장 등에 의해 임명되고 사무처리를 위하여 내부적으로 설치된 각 부서 조직만 있을 뿐 별도의 독립된 의사결정기구나 재정 등을 갖지 못하였다면, 피고 교회가 ○○○○○○의 규약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예배나 선교와 같은 종교활동 등을 한다거나 소속 신도들로부터 받은 헌금 중 일부를 총회나 지파에 납부하지 않고 별도로 지출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의 총회 내지 12지파와 구분되는 별도의 비법인사단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 그런데도 이와 다른 원심의 판단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교회의 원고 3에 대한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라. 비법인사단의 하부기관이 당사자능력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은 직권조사사항이다(대법원 1997. 12. 9. 선고 94다4124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 1, 원고 2의 피고 교회에 대한 청구 부분도 피고 교회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기 어려운 이상 함께 파기하기로 한다.
3. 피고 4, 피고 5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피고 4, 피고 5를 비롯한 ○○○○○○ 소속 신도들이 사전에 준비한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원고 3에게 접근하여 기망하고 친밀한 인적관계를 형성하는 등의 선교 방식으로 원고 3으로 하여금 ○○○○○○에 입교하도록 하여 종교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보아, 원고 3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종교의 자유에는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널리 알리고 새로운 신자를 모으기 위한 선교의 자유가 포함되고 선교의 자유에는 다른 종교를 비판하거나 다른 종교의 신자에 대하여 개종을 권유하는 자유도 포함된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6다19246, 1925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선교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상대방이 가지는 종교선택의 자유를 존중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선교행위가 종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종을 권유하는 등으로 종교선택의 자유 발현에 조력하는 정도를 벗어나 그 목적과 방법에 있어 사회적 상당성을 잃고 상대방의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를 상실시키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선교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는지 여부는 선교행위의 목적과 방법 내지 수단 등을 고려하여 선교행위로서의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고, 선교행위로 상대방의 종교선택의 자유가 상실될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상대방의 나이·학력·기존 신앙생활을 비롯한 사회적 경험, 선교자와 상대방의 관계,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하게 된 경위, 상대방이 종교를 선택하기 전후의 태도나 생활의 변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3에 대한 피고들의 선교행위가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여 사회적 상당성을 잃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 3의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가 상실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가) 원고 3(1965년생)은 부모로부터 기독교 신앙을 이어받은 이른바 ‘모태신앙’을 갖고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였고, 20년간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였다가 퇴직한 후 (자격증명 생략) 취득 등을 준비하던 2016년경 ○○○○○○ 소속 신도들인 피고 4, 피고 5를 만나게 되었다.
(나) 당시 피고 4, 피고 5 등이 ○○○○○○의 교리를 선교한다는 명목으로 원고 3에게 고민 상담 등을 내세워 접근한 후 친분관계를 형성·유지하거나 ○○○○○○가 아닌 다른 교단 소속의 신도나 목사인 것처럼 가장한 ○○○○○○ 소속 신도들을 소개하여 원고 3으로 하여금 ○○○○○○의 교리를 접하도록 한 행위는 사회적·윤리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원고 3이 ○○○○○○의 교리를 공부하는 ‘복음방’ 및 ‘센터’ 교육을 받던 중 피고 4 등이 본래 ○○○○○○ 소속 신도들이고 자신이 그 교리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게 된 이후에도 센터 교육을 통한 ○○○○○○의 교리 공부를 중단하지 않은 점, 그 과정에서 원고 3에 대한 교리 교육 등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4 등의 원고 3에 대한 일련의 선교행위가 정당한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그 이후 원고 3은 6개월간 센터 교육을 추가로 받은 다음 2017. 4.경 ○○○○○○에 스스로 입교하여 약 1년 6개월간 신도로서 신앙활동을 하였는데, 그 입교 전후로 원고 3이 ○○○○○○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거나 일상생활 등에 중대한 문제 등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원고 3의 나이, 직업, 사회적 경력, 기존 종교 및 신앙활동 등을 비롯하여 당시 ○○○○○○의 교리를 배우게 된 과정이나 입교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4, 피고 5의 선교 과정 초기에 기망적인 행위가 일부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 3이 종교선택에 관한 자유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 또한 신앙의 자유에 기초하여 어떠한 종교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음에 있어 가족이나 친밀한 사람들과의 인적관계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원고 3과 ○○○○○○ 소속 신도들 사이에 형성된 단기간의 친분관계 정도만으로 그 종교선택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그 인적관계의 단절에 따른 상실감 등이 원고 3의 입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원고 3이 피고 4를 비롯한 다른 신도들과 사이에 어떠한 친분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는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입증도 부족해 보인다.
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에는 선교활동이나 종교선택의 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원고 1, 원고 2의 피고 1,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① 피고 1 등이 선교 당시 ○○○○○○ 소속 신도임을 밝히지 않은 소극적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② 원고 1, 원고 2가 피고 1 등의 선교 방식으로 기망당하여 ○○○○○○의 교리 교육을 받았다거나 그로 인하여 자유의지를 상실하여 입교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③ ○○○○○○에 입교한 후 허황된 교리로 인해 세뇌당하여 장기간 탈퇴할 수 없었다거나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원고 1의 피고 1, 피고 2에 대한 청구 및 원고 2의 피고 3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고 1, 원고 2의 피고 교회에 대한 상고이유 및 피고 교회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교회에 대한 부분 및 피고 4, 피고 5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1의 피고 1, 피고 2에 대한 상고 및 원고 2의 피고 3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1과 피고 1, 피고 2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1이, 원고 2와 피고 3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원고 2가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32,799 | 사기·민사집행법위반·강제집행면탈 | 2022도6743 | 20,220,81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항소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경우 [2]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 null | [1] 형사소송법 제308조, 제364조 / [2]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1][2]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도11582 판결(공2022하, 1309) / [1]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공1997상, 279),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공2010상, 844),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공2017상, 919) / [2]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공2014상, 650)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기연 담당변호사 박동혁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2. 5. 17. 선고 2021노49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의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제1심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참조).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만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도15767 판결 등 참조).
2. 판시 사기의 점에 관한 원심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2018. 10.경 불상지에서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과거 구입하였던 스크린승마 시뮬레이터 8대를 처분하고 싶다."라는 말을 듣고, 피해자에게 "기존에 2,300만 원에 판매하긴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 감가상각이 되어 대당 200만 원만 줄 수 있고, 대금은 6개월 안에 변제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그 무렵 다른 운영자로부터도 시뮬레이터 인수 요청을 받은 상태로, 기계를 처분하여 대금을 변제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었고, 당시 회사 운영이 어려워 수익이 없었으므로, 시뮬레이터를 인수하더라도 그 대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거짓말하여 피해자로부터 2018. 12. 14.경 포항시 (주소 생략)○○○ 스크린승마 포항점에서 중고 스크린승마 시뮬레이터 8대를 교부받았다.
나. 원심판결 이유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1) 피해자는 2014. 11. 9. 피고인이 운영하는 에스엠로보틱스로부터 이 사건 승마기구 8대를 대당 2,700만 원에 구매하였다가 스크린승마장 사업을 접게 되면서 2018. 12. 14. 이 사건 승마기구 8대를 대당 200만 원에 피고인에게 다시 매도하기로 하고 대금 16,000,000원을 2019. 6. 30.까지 지급받기로 약정한 사실(이하 ‘이 사건 매매’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운영하는 에스엠로보틱스는 2018. 5.경부터 고지세액을 납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운영 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실, 피해자가 이 사건 매매 이전에 에스엠로보틱스는 스크린승마장을 운영하던 공소외 2·공소외 3 등이 잇따라 사업을 접으면서 매도한 중고 승마기구를 이미 11대나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 에스엠로보틱스는 공소외 2·공소외 3과도 6개월 후에 중고 승마기구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였고 그들에게도 결국 중고 승마기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진 피해자와의 대질 과정에서 새로운 스크린승마장이 생겨 승마기구를 판매하면 대금을 지불할 생각이었으나 새로 오픈하는 업장이 없어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음을 시인한 사실이 인정된다.
2) 위 인정 사실에 피해자가 매도한 이 사건 승마기구의 가격이 대당 200만 원가량으로 매입가에 비추어 무척 싼 가격인 점, 이 사건 승마기구 매매계약이 6개월 내에 피고인이 이 사건 승마기구를 타에 처분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이 사건 승마기구를 그대로 반환하는 내용이라면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는 반면 피해자로서는 굳이 그러한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승마기구 8대를 싼 가격에 인수하여 새로운 스크린승마 사업장에 되팔면 이익을 볼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변제 의사나 자력도 없이 6개월 내에 대금을 지급하겠다며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 사건 승마기구 8대를 교부받아 편취하였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위 매매계약이 피해자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라 하여 달리 볼 이유가 없다.
3. 대법원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쟁점은 ‘피고인의 편취 범의 및 기망행위의 존부’로서, 이 사건 매매의 경위에 비추어 이는 곧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승마기구를 매수할 때 피해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사와 능력도 없이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날짜에 확정적으로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이를 편취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그 날짜는 형식적 혹은 잠정적으로 기재된 것일 뿐, 이 사건 매매의 실질은 피해자의 필요와 적극적 요청에 따라 피고인이 이를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여 그 판매대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할 계획으로 인수한 것에 불과하여, 편취 범의 및 기망행위를 인정하기 어려운지 여부이다.
2) 위 쟁점과 관련하여 제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물론 이 부분 공소사실에 피해자로 기재된 공소외 1에 대하여 직접 증인신문까지 한 다음, 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매수한 승마기구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여 피해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도 이러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이 승마기구를 판매하고도 피해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승마기구의 반환을 제의하는 등 피고인은 그 무렵까지도 피해자로부터 매수한 승마기구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은 이제 승마기구가 필요 없어 반환받지 않겠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피해자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피고인이 승마기구를 매입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승마기구를 교부받아 편취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원심은 제1심 이후에 검사·피고인 측으로부터 제출된 증거가 없어 추가로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1회 공판기일에 곧바로 변론을 종결한 후 제1심이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던 피해자의 증언 등을 증거로 채택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위 관련 법리에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본 원심판결 이유를 더하여 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
1) 피고인이 운영하는 에스엠로보틱스의 경영 상태 및 유사 거래 현황 등은 제1심에서 이미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부분이자, 이 사건 매매의 경위에 비추어 이 사건 쟁점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피해자와 같은 입장에서 피고인에게 승마기구의 인수(매수)를 요청한 스크린승마장 운영자들이 더 있었다는 사정 역시 피고인이 이 사건 매매를 하게 된 경위가 피해자 등 스크린승마장 운영자들의 자발적 폐업에 따른 비품 정리의 필요성 및 그 협조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뒷받침할 뿐, 피고인의 편취 범의나 기망행위를 인정할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검사가 제출한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이 전부이므로, 결국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편취 범의 및 기망행위의 존재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그런데 제1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공판정에서의 직접 증거조사를 모두 마친 후에 위 쟁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는 곧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한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에 대하여 객관적인 증명력이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이다.
2)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중, ① 이 사건 승마기구의 매입가 대비 판매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은 매도·매수시점의 시간적 간격이나 피해자가 직접 확인한 중고시장의 시세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거나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 사건 매매가 피해자의 스크린승마장 폐업에 따른 비품 정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사정과 부합하며, ② 피해자가 이 사건 승마기구를 먼저 인도한 후 매매대금을 나중에 지급받기로 한 사정은 이 사건 승마기구의 신속한 철거를 통하여 영업장의 임대차관계를 빨리 종료시킴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피해자의 필요에 기인한 것이므로 유죄의 근거로 볼 만한 사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존재한다거나, 제1심의 그러한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제1심이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적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배치되는 객관적인 여러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3)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 판단에 의문이 들더라도, 위에서 본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제1심 판단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문하여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 다음 관련 법리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없이 공판기일을 1회에 종결한 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제1심 판단을 뒤집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항소심의 심리·재판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판시 사기의 점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된 판시 강제집행면탈·민사집행법위반 부분(이유 무죄 부분 제외)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3,507 |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 | 2021노680, 2022노332(병합) | 20,220,812 | 선고 | 수원고등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제2 원심판결에 대하여) 및 피고인
【검 사】
권찬혁, 장진영(기소), 윤원상, 강형민(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서평 담당변호사 심규홍 외 1인
【원심판결】
1. 수원지방법원 2021. 8. 25. 선고 2021고합128 판결 / 2. 수원지방법원 2022. 4. 14. 선고 2022고합7 판결
【주 문】
제1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 및 제2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8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하고, 고지한다[다만, 공개·고지하는 성범죄의 요지는 제2 원심 판시 각 범죄에 한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압수된 수원지방검찰청 2021년 압제535호의 증 제2, 4, 6, 8, 10, 12호를 각 몰수한다.
압수된 수원지방검찰청 2021년 압제4029호의 증 제2호를 폐기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피고인에 대한 각 원심의 형(제1 원심: 징역 8년 등, 제2 원심: 징역 7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제2 원심판결에 대하여)
제2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가. 병합심리
제1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제2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각 항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제1, 2 원심판결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동시에 판결할 경우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들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나. 공소장변경에 따른 심판대상의 변경(제1 원심판결)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제1 원심판결의 공소사실 중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 및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의 점에 관하여, 뒤의 범죄사실 기재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초의 공소사실과 포괄일죄 관계에 있는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 공소사실을 추가하고 같은 범죄일람표의 ‘별권 수사기록’ 부분은 삭제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 2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제1, 2 원심판결을 각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변경, 추가하는 외에는 각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각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를 포함한다).
○ 제1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제1항 마지막 문단을 "이로써, 피고인은 상습으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상대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사진을 제작함과 동시에 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학대 행위를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1) 및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124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총 1,929개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사진 또는 동영상을 제작함과 동시에 음란한 행위를 시키는 등 성적학대 행위를 하였다."로 변경한다.
○ 제1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를 "범죄일람표(1)"로 변경한다.
○ 제2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를 "범죄일람표(2)"로 변경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7항, 제1항(상습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의 점, 포괄하여), 각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의2호, 제17조 제2호[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 아동과 제2 원심 판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의 점, 피해자별로 포괄하여], 각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제1, 2원심 판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의 점), 각 형법 제305조 제2항, 제297조의2(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죄와 피해자 공소외 1(가명)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각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 선택, 피해자 공소외 1(가명)에 대한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죄에 대하여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죄에 정한 형에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경합범가중]
1. 정상참작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이수명령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항 본문
1. 공개명령 및 고지명령
○ 제2 원심 판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본문, 제50조 제1항 본문
○ 각 미성년자의제유사강간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20. 5. 19. 법률 제17282호) 제3조,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5. 19. 법률 제17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본문, 제50조 제1항 본문
○ 제2 원심 판시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죄: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9. 11. 26. 법률 제166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1항 본문, 제50조 제1항 본문
1. 취업제한명령
○ 제2 원심 판시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1. 16. 법률 제15352호) 제3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3. 13. 법률 제15452호) 제2조 단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8. 3. 13. 법률 제154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본문, 장애인복지법 부칙(2018. 12. 1. 법률 제15904호) 제2조, 구 장애인복지법(2020. 12. 29. 법률 제17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의3 제1항 본문
○ 나머지 각 죄: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0. 12. 8. 법률 제1764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본문, 구 장애인복지법(2020. 12. 29. 법률 제17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9조의3 제1항 본문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1. 폐기
형법 제48조 제1항 제2호, 제3항[검사는 증 제2호에 대하여 몰수를 구하나, 이는 피고인의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긴 전자정보에 해당하여 폐기의 대상이므로, 따로 몰수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 9월∼2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
[유형의 결정] 디지털성범죄 〉 01. 아동·청소년성착취물 〉 [제1유형] 제작 등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징역 10년 6월∼29년 3월(상습범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형량 범위의 상한과 하한을 1.5배 가중)
나. 제2범죄[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
[유형의 결정] 디지털성범죄 〉 01. 아동·청소년성착취물 〉 [제5유형] 구입 등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자수, 내부고발 또는 조직적 범행의 전모에 관하여 완전하고 자발적인 개시
가중요소: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년 6월∼3년
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피해자를 상대로 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및 2022. 6. 1. 이전 기소된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대한음행강요·매개·성희롱등)죄에 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함.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년 6월 이상(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범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권고형량 범위의 하한만을 준수함)
마.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년 6월∼25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SNS를 이용하여 다수의 아동·청소년들에게 접근하여 친분을 쌓은 후 순차, 반복적으로 가슴, 성기 등 주요 신체 부위를 보여주는 등 음란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촬영하도록 하여 받는 등의 방법으로 상습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성적 학대를 하며, 위와 같이 제작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소지하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만 13세의 피해자를 두 차례 유사간음한 것으로, 그 범행의 수법이나 내용 및 기간(5년 이상), 피해자의 수(124명)와 피해자들의 나이, 피고인이 소지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개수(1,929개)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같은 또래의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피해자들과 같은 초등학생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점을 잘 알면서도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들을 길들여 피해자들의 건전한 성의식을 왜곡시켰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성적 정체성을 형성함에 있어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전송했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피해자들의 신상이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을지 두려워하며 오랜 기간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고,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 사건 피해자들 중 일부에 관하여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다수의 성착취물이 저장된 매체를 숨겨놓은 장소를 수사기관에 알려주어 수사에 협조하기도 하였다(이를 일부 범죄에 대한 자수감경 사유로는 삼지 않고 다른 정상과 종합하여 정상참작의 사유로 삼아 정상참작감경하였다). 피고인이 소지하고 있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유포되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의무】
피고인의 판시 각 범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무죄 부분】
제1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검사는 이유무죄 부분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의하여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이 법원에 이심되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및 판단은 제1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 해당란 기재와 같으나,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습성착취물제작·배포등)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별지 생략]
판사 신숙희(재판장) 박동복 김도현 |
234,369 | 부동산임의경매 | 2022라60427 | 20,220,812 | 자 | 의정부지방법원 | 민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매수신고인, 항고인】
매수신고인
【제1심결정】
의정부지방법원 2022. 8. 1. 자 2021타경82645 결정
【주 문】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매수신청의 보증금액은 원칙적으로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로 하되, 집행법원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위 금액을 초과하여 보증금액을 정할 수 있다(민사집행규칙 제63조, 제71조, 제72조 제4항).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경매법원은 별도의 매각조건 변경결정도 없이 매각기일공고 및 공고게시보고서에 매수신청의 보증금액을 최저매각가격의 10%가 아닌 20%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잘못 산정하여 공고한 채 집행을 속행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위법한 공고를 간과한 채 집행을 속행한 경우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 및 매각불허가사유(민사집행법 제121조 제7호, 제123조 제2항)가 되며 또한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민사집행법 제129조, 제130조)가 된다.
따라서 당해 매각기일의 공고가 위법하게 되었을 때에는 집행법원은 이를 시정하여 적법하게 다시 공고하여야 하고, 이를 간과하고 매각기일을 진행하였을 경우 형식상 유효한 최고가매수가격의 신고가 있었더라도 집행법원은 매각결정기일에 그 매각을 불허가하는 결정을 하고 새 매각기일을 정하여 적법한 매각기일공고를 한 후에 매각을 실시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한 이 사건 집행법원의 항고인에 대한 매각불허가결정은 정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항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오원찬(재판장) 정서현 김보현 |
233,295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강요)·공갈미수 | 2022노540 | 20,220,817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 사】
김정은(기소), 김형근(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한나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2. 8. 선고 2021고합34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법리오해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체포될 당시의 상황은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 제85조 제3항의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경찰관으로부터 체포영장을 제시받지 못하였고, 경찰관은 체포 이후에도 피고인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 체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데에는 영장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사실오인
가) 공소외 1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이 사건 공소사실 제1의 가. 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고 약칭한다)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에서의 ‘협박’은 고지하는 해악의 내용이 ‘촬영물 유포’인 경우로 한정된다.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이 이 부분 행위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언행은 ‘공소외 2의 시아버지가 공소외 2를 강제추행한 사실을 신고하고 알리겠다’는 것으로서 시아버지의 강제추행 행위를 비난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피고인이 고지한 해악의 내용이 객관적인 실현가능성이 없는 점,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공소외 2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공갈미수의 점(이 사건 공소사실 제3의 가. 항)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2가 이 부분 행위 당시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1억 원을 언급한 것은 한 번에 불과하고 그 이후로도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2는 계속 카카오톡 대화를 이어나간 점, 피해자 공소외 2와 연인관계였던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를 통해 피해자 공소외 2와 공소외 3의 경제적인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어 이들이 실제로 1억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따라서 피고인은 단지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배신감에서 일시적인 분노의 표현으로 1억 원을 언급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강요와 공갈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공소외 2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는 피고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면서, 이후 조사에서는 피고인의 협박으로 인하여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검찰 조사에서는 성관계 또한 강제로 이루어졌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피해자 공소외 2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다) 공소외 3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공갈미수의 점(이 사건 공소사실 제3의 나. 항)
이 부분 행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3의 통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위해를 가할 것을 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3이 1억 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강요와 공갈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3)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의 형 등을 선고한 것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이유 무죄 부분)
가) 공소외 2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이 사건 공소사실 제1의 나. 항)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제3의 가. 항은 범행 시각, 협박의 내용 등이 상이하므로 별개의 범죄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 각 공소사실을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공소외 3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이 사건 공소사실 제1의 다. 항)
이 부분 공소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제3의 나. 항은 범행 시각, 협박의 내용 등이 상이하므로 별개의 범죄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 각 공소사실을 포괄일죄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등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의 형 등을 선고한 것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에 대하여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을 면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선고하지 아니한 것도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공소외 2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및 공갈미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이 사건 공소사실 제3의 가. 항)에 범죄의 방법을 일부 추가하여 아래와 같이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위 부분은 이 점에서 이미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변경 전 공소사실변경 후 공소사실피고인은 2021. 8. 2. 11:31경 위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다 죽인다고 했자나 이제 니 아들이야 씨발아, 돈 줘 안할게 한 1억 주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가 금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촬영물을 유포할 것처럼 피해자를 협박하였다.피고인은 2021. 8. 2. 11:31경 위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제1의 나. 항*(주1) 기재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다음,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다 죽인다고 했자나 이제 니 아들이야 씨발아, 돈 줘 안할게 한 1억 주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1억 원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가 금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촬영물을 유포할 것처럼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나. 항*
3.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체포의 위법성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경찰관들이 피의자이던 피고인을 체포할 당시 피고인의 혐의사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 피고인의 권리 등에 관해 고지하고 피고인을 체포하였고, 이러한 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 제85조 제3항에 따른 것이므로 적법한 체포라고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사법경찰관 등이 체포영장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영장을 소지하여 이를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사실의 요지와 영장이 발부되었음을 고하고 체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사후에 체포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제12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 제85조 제1항, 제3항, 제4항). 여기서 체포영장의 제시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급속을 요하는 때’란 애초 사법경찰관 등이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소지할 여유가 없이 피의자를 조우한 경우 등을 가리킨다(대법원 2017. 9. 26. 선고 2017도945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① 검사의 청구에 따라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가 2021. 8. 4. 피고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실, ② 서울강북경찰서 경위가 2021. 8. 5.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서 피고인을 기다리다가 같은 날 12:05경 피고인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집행한다고 말하고 피고인을 체포한 사실, ③ 경찰관은 위 체포 당시 피고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소지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경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위 체포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 이를 집행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주거지 앞에서 피고인을 기다리다가 체포한 것을 두고 ‘체포영장을 소지할 여유가 없이 피의자를 조우한 경우’ 등의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위 체포는 체포영장 사본 미교부의 위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헌법 제12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 제85조 제1항,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어 원심은 피고인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한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지 않았고,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한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원심 판시 각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체포의 적법성을 인정한 원심의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나. 공소외 1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공소외 2의 알몸 사진, 음부 사진을 전송하면서 ‘손자 학교 어딘지 다 아는데, 영상을 손자한테도 보내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①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인 점, ②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공소외 2의 알몸 사진 등을 전송한 것을 보면, 피고인에게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부분 피고인의 협박행위는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공소외 2의 알몸 사진 등을 손자에게도 보내겠다’고 한 것이므로 그 해악의 고지가 촬영물을 이용한 것임도 분명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협박의 고의를 가지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을 협박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며, 그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이 공소외 2의 시아버지의 강제추행 사실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거나 피해자 공소외 1도 피고인에게 해악을 고지하였다는 점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공소외 2, 공소외 3에 대한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 공갈미수의 점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부분 각 범행 당시 피해자 공소외 2와 공소외 3에게 ‘금전을 지급하지 않으면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해악을 고지한다는 것과 위와 같은 협박으로 피해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인용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강요 및 공갈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 당시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촬영물을 피해자 공소외 2의 남편인 공소외 3에게 보내주면 어떤 반응일까?’, ‘다 죽인다고 했잖아, 이제 네 아들이야’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내며 자신의 분노를 표현했다. 이에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의 촬영물 유포를 말리기 위하여 피고인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돈 줘, 안 할게, 한 1억 주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피해자 공소외 2는 ‘일해서 돈을 주겠다’, ‘지금 OTP카드가 없으니 서울 가서 가진 돈을 보내겠다’는 취지로 답장을 보냈다.
②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 당시 피해자 공소외 3에게 공소외 2의 알몸 사진 등을 보내면서 여러 차례 돈을 언급하였고, 대화 중간 부분에 피해자 공소외 3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말하기는 하였으나 대화 후반부에 재차 돈을 언급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3은 피고인에게 ‘아이들에게 촬영물이 전송되면 안 되니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피고인에게 주겠다’는 취지로 계속 말하며 촬영물의 삭제를 애원하였다.
③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들이 실제로 1억 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협박의 고의는 행위자가 해악을 고지한다는 것을 인식·인용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고지한 해악을 실제로 실현할 의도나 욕구는 필요로 하지 아니하므로(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546 판결 참조), 피고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이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무슨 방해가 되지는 아니한다.
4. 검사의 항소이유 중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공소외 2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
피고인은 2021. 8. 2. 07:55경부터 11:31경까지 서울 동대문구 (주소 생략)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공소외 2(가명, 여, 37세)가 피고인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피해자에게 ‘다 조질거다, 니네 애새끼들한테 간다, 내가 다 죽일거야, ○○(피해자 남편 지칭)한테 영상 보내주면 어떤 반응을 보낼까, 시애비 손가락 짤라버릴까’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 공소외 2를 협박하였다.
2) 공소외 3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
피고인은 2021. 8. 3. 15:18경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부근에서, 공소외 2의 남편인 피해자 공소외 3(남, 37)에게 공소외 2의 상반신 알몸 사진, 음부 사진과 함께 ‘당신 와이프가 다 보내래요 그래서 보냅니다, 동영상도 있는데 그건 그냥 가지고 있을게요ㅋㅋ’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같은 날 16:35경 ‘당신 와이프가 차단해서 연락이 안되는데 동영상 애들 학교에 뿌려버린다고 전해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같은 날 17:44경부터 18:16경 사이 성관계 동영상을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 공소외 3을 협박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부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각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며 각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는데, 위 부분 각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같은 시각 또는 인접한 시각에 범한 판시 제3의 가. 항 및 나. 항 기재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의 범행수단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포괄하여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의 일죄로 봄이 타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을 위 관련 법률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위 부분 각 공소사실 범행이 같은 시각 또는 인접한 시각에 범한 피고인의 판시 제3의 가. 항 및 나. 항 기재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의 범행수단에 불과하므로 위 부분 각 공소사실은 별도의 죄가 성립하지 아니하고 포괄하여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의 일죄가 성립할 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5. 결론
원심판결 중 이 사건 공소사실 제3의 가. 항 부분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직권파기 사유가 있다 할 것인데, 원심은 이 부분 범죄사실과 원심 판시 나머지 범죄사실을 각 유죄로 인정한 후 그것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그 유죄 부분 전부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결국 모두 파기되어야 하고,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도 원심 판시 제3의 가. 항 및 나. 항 기재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와 위와 같이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이상 역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과 검사의 공개·고지명령 및 취업제한명령 면제 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제3의 가. 항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고쳐 쓰는 부분
『가. 피고인은 2021. 8. 2. 07:55경부터 11:31경까지 서울 동대문구 (주소 생략)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다 조질거다, 니네 애새끼들한테 간다, 내가 다 죽일거야, ○○(피해자 남편 지칭)한테 영상 보내주면 어떤 반응을 보낼까, 시애비 손가락 짤라버릴까’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다음,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다 죽인다고 했자나 이제 니 아들이야 씨발아, 돈 줘 안할게 한 1억 주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에게 1억 원을 요구하는 등 피해자가 금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촬영물을 유포할 것처럼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를 공갈하여 이에 겁을 먹은 피해자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으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촬영물 등 이용 협박의 점), 각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제1항(촬영물 등 제공의 점, 징역형 선택), 각 성폭력처벌법 제15조, 제14조의3 제2항, 제1항(촬영물 등 이용 강요미수의 점), 각 형법 제352조, 제350조 제1항(공갈미수의 점, 징역형 선택)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피해자별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와 공갈미수죄의 각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에 정한 형에 가중]
1. 이수명령
성폭력처벌법 제16조 제2항 본문
1.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의 면제
성폭력처벌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피고인에 대한 이수명령, 신상정보 등록만으로도 피고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 전력이 없는 점과 이 사건 범행의 경위나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그 밖에 공개 및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이익 및 범죄 예방 효과와 그로 인한 피고인의 불이익 및 예상되는 부작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 및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1. 취업제한명령의 면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조 제1항 단서,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단서(피고인에 대한 이수명령, 신상정보 등록만으로도 피고인의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그 밖에 취업제한명령으로 기대되는 이익 및 범죄 예방 효과와 그로 인한 피고인의 불이익 및 예상되는 부작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관련기관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3년∼45년
2. 양형기준의 미적용: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범죄들이 있어서 양형기준은 적용되지 않는다.
3.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와 내연관계에 있을 때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피해자 공소외 2의 의사에 반하여 남편인 공소외 3과 시어머니인 공소외 1에게 전송하였고, 공소외 1에게 위 영상을 심지어 어린 손자에게도 전송하겠다고 협박하였으며, 위 영상을 이용하여 피해자 공소외 2와 공소외 3으로 하여금 금전을 지급할 것을 강요하였다.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방법 및 그 내용에 비추어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피해자들은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피해자 공소외 2는 자신의 영상이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전송됨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등 이 사건 각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합의에 이르거나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하였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에게 동종 전력이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도 없다. 촬영물을 이용한 강요나 공갈의 범행은 결과적으로 모두 미수에 그쳤고, 피고인이 이 사건 피해자 3인 모두를 위하여 일정한 금액을 공탁하였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구체적인 동기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의무】
판시 각 공갈미수죄를 제외한 나머지 각 죄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에 의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한편, 신상정보 등록의 원인이 된 위 각 죄와 실체적 경합관계 또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각 공갈미수죄의 형과 죄질, 범정의 경중 등을 종합하면, 같은 법 제45조 제4항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선고형에 따른 기간보다 더 단기의 기간으로 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므로,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단축하지 않기로 한다.
【무죄 부분】
1.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의 요지
위 제4의 가. 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제4의 나., 다. 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위 부분 각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각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강요)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각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김복형(재판장) 배기열 오영준 |
233,901 | 이사선임처분취소 | 2021누43301 | 20,220,817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철)
【피고, 피항소인】
교육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배진재)
【피고보조참가인】
학교법인 ○○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디.엘.에스 담당변호사 박진석)
【참가행정청】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4. 29. 선고 2019구합82677 판결
【변론종결】
2022. 6. 8.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 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9. 7. 10. 피고보조참가인의 이사로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 소외 7, 소외 8, 소외 9를 선임한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대학교명 생략)(이하 ‘○○여대’라 한다), ○○초등학교, ○○여자중학교, ○○여자고등학교(이하 ‘○○초·중·고’라 한다), ○○유치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다.
2) 원고들은 참가인의 이사로 재직하다가 원고 1은 2016. 12. 26., 원고 2는 2015. 5. 20. 각 임기가 만료된 사람으로서, 구 사립학교법 시행령(2020. 9. 25. 대통령령 제310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의6 제4항 제1호에 따라 구성된 참가인의 전·현직이사협의체(이하 ‘전·현직이사협의체’라 한다)의 구성원이다(전·현직이사협의체는 원고들, 소외 10, 소외 6, 소외 11 등 5명으로 구성되었다).
3) 피고는 구 사립학교법(2020. 12. 22. 법률 제17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 제3항에 따른 참가인의 관할청이고, 참가행정청은 ‘사립학교법인의 임시이사 선임 또는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법 제24조의2 제1항에 따라 설립된 피고 산하의 위원회이다.
나. 참가인 이사회의 임시이사 선임
참가인 이사회의 이사정수는 8명, 의결정족수는 5명인데, 2013. 3. 29.부터 2015. 1. 9.까지 이사 소외 12, 소외 13, 소외인 3명의 임기가 만료되고, 이사 소외 10이 2015. 2. 13. 사임함으로써 재적이사가 4명이 되어 의결정족수를 갖출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참가인의 이사회에는 2015. 3. 11.부터 피고가 참가행정청의 심의를 거쳐 선임한 임시이사들이 재직하였다.
다. 참가인의 정상화 추진 과정
1) 참가행정청은 2019. 2. 25. 제156차 회의에서 법 제25조의3 제1항에 따라 임시이사가 선임된 참가인의 정상화(임시이사의 해임 및 정식이사 선임)를 추진하기로 하고, 전·현직이사협의체 등으로부터 총 18명의 이사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하되, 전·현직이사협의체에 시행령 제9조의6 제5항 제1호 라목에서 정한 사람(참가인의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전체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인 6명의 이사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여대 대학평의원회로부터 3명, ○○초·중·고 각 학교운영위원회로부터 1명씩 3명, 개방이사 추천위원회로부터 4명, 관할청인 피고로부터 2명의 이사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로 심의·의결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는 2019. 2. 27. 전·현직이사협의체에 대하여 2019. 3. 13.까지 구성원들 5명이 연명하여 이사 후보자 6인을 추천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3) 전·현직이사협의체는 2019. 3. 13.까지 피고에게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가행정청은 2019. 3. 25. 제157차 회의에서, 제156차 회의에서 결정한 참가인의 이사 후보자 추천 수에 관한 의결 사항에 변동이 없음을 재차 확인하면서 전·현직이사협의체에 대하여 차기 회의 10일 전인 2019. 4. 12.까지 연명하여 이사 후보자 6인을 추천하도록 촉구하고, 위 기간까지 후보자 추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참가행정청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운영 및 심의기준에 관한 규정’(2019. 3. 25.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13조 제2항에 따라 전·현직이사협의체의 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을 통지하기로 하였다.
4) 전·현직이사협의체는 참가행정청이 재차 요청한 기한인 2019. 4. 12.까지도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가행정청은 2019. 4. 22. 제158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의 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 갈등의 양 측인 ‘소외 6, 소외 11’과 ‘원고들, 소외 10’을 시행령 제9조의6 제4항 제6호의 ‘그 밖의 이해관계인’으로 각각 인정하며, 피고로 하여금 위 양 측으로부터 각 2인의 이사 후보자를 추천받아 2019. 5. 17.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심의·의결하였다.
5) 참가행정청은 2019. 5. 28. 제159차 회의에서 아래와 같이 추천 주체별로 추천된 총 16명의 이사 후보자 중 소외 2, 소외 3을 참가인의 개방이사로, 소외 4, 소외 5, 소외 6, 소외 7, 소외 8, 소외 9 등 8명을 참가인의 이사로 선임하기로 심의·의결하였다.
추천주체전·현직 이사 협의체학내구성원관할청개방이사 추천위원회그 밖의 이해관계인총○○여대평의원회○○초·중.고 각 학교 운영위원회소외 6 소외 11원고들 소외 10후보자 추천 수033(각 1인)242216이사 선임 수02202118
6) 이에 따라 피고는 2019. 7. 10. 위 8명 중 이사직을 고사한 소외 6을 제외한 나머지 7명에 대하여 법 제25조의3 제1항에 따라 이사로 선임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7) 이후 참가행정청은 2019. 9. 30. 제163차 회의에서 참가인의 이사로 소외 14를 추가 선임하기로 심의·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9. 11. 6. 소외 14를 이사로 선임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 10호증, 을가 제1 내지 5호증, 을나 2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 중 소외 6에 대한 이사선임처분 취소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의 본안 전 항변
참가행정청이 2019. 5. 28. 제159차 회의에서 소외 6을 포함한 8명을 참가인의 이사로 선임하기로 심의·의결하였으나 소외 6이 이를 고사하여 피고는 2019. 7. 10. 소외 6을 제외한 이사들에 대하여 이사로 선임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소외 6에 대한 이사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행정소송에 있어 쟁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존재는 소송의 적법요건이다(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누6707 판결 참조).
2) 을가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19. 7. 10. 소외 6을 제외한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7, 소외 8, 소외 9에 대하여만 이사선임처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소외 6에 대한 이사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그 행정처분이 부존재하여 부적법하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을 위한 이사 후보자 추천 과정에 다음과 같은 절차상 위법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1) 참가행정청이 전·현직이사협의체에 전체 이사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을 추천하도록 하고, 전·현직이사협의체의 후보자 추천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후속 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제1주장).
가)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 중에 시행령 제9조의6 제5항 제1호 각 목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참가행정청이 시행령 제9조의6 제5항 제2호를 위반하여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전체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인 6명을 추천받기로 심의·의결한 것은 위법하다. 이는 다른 학교법인의 정상화 사례와 비교하여 볼 때 형평에도 어긋난다.
나) 참가행정청이 전·현직이사협의체에 과반수 미만의 후보자 추천 수를 배정하기로 한 심의결과의 위법성이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가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가행정청의 내부규정에 불과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운영 및 심의기준에 관한 규정 제13조 제2항 제2호를 적용하여 의견이 없다고 간주하여 후속 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
2) 대학평의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과도하게 중복 배정하여 위법하다(제2주장).
가) 참가행정청은 참가인의 이사 후보자로 ○○여대 대학평의원회와 ○○초·중·고의 각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총 6명을,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4명을 각 추천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위 대학평의원회와 각 학교운영위원회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하여 개방이사 추천권을 행사하므로, 위 대학평의원회와 각 학교운영위원회에 이사 추천권이 과도하게 중복 배정되어 위법하다.
나) 또한 참가행정청이 위법하게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에 전체 이사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을 배정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여대 대학평의원회와 ○○초·중·고 각 학교운영위원회에 과다하게 추천권이 배정되었으므로 위법하다.
3) 피고가 참가행정청에 재심 요청을 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제3주장).
참가행정청이 위법하게 전·현직이사협의체에 과반수 미만의 이사 후보자 추천권을 배정한 것은 위법하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이 피고에게 법 제24조의2 제4항에 따른 재심 요청을 하여달라고 신청하였음에도, 피고가 참가행정청에 재심 요청을 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규정의 내용, 판단기준
가) 법은 제24조의2 제1항에서 임시이사의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 및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제25조의3 제1항에서 학교법인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관할청은 법 제25조에 따라 선임된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되었다고 인정한 때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체 없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학교법인의 정상화 방안에 관한 심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관할청은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야 하고,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그 재심 결과를 수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24조의2 제4항).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법 제24조의3 제1항), 그 위원이 되려면 15년 이상의 법률, 교육행정, 교육, 회계 등의 경력이 있어야 하는바(법 제24조의4 제1항), 이와 같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전문적 식견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되어 심의의 중립성과 전문성 및 공공성이 담보되는 합의제의결기관인 점을 더하여 보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에 관한 사항 등 법 제24조의2 제2항 각 호의 사항을 심의를 함에 있어서 폭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실질적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그 심의결과가 중대한 사실오인에 기인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결과는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그 심의결과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한편 시행령 제9조의6은 제4항 전단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법 제25조의3 제1항에 따른 심의를 하려는 경우 각 호에 해당하는 자로부터 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후보자 추천 주체로 각 호에서 해당 학교법인의 전·현직 이사로 구성된 협의체(제1호), 해당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교직원 대표기구나 학생·학교 대표기구로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인정하는 기구(제2호), 개방이사추천위원회(제3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또한 시행령은 같은 조 제4항 후단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을 청취하는 경우 구체적인 의견 제출·청취의 절차 및 방법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정한다’고 하면서도 제5항에서 의견 제출·청취의 절차 및 방법을 정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는 전체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이상을 추천받되(제2호), 전·현직이사협의체의 구성원 중 ‘해당 학교법인, 다른 학교법인 또는 해당 학교법인이나 다른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인정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전체 후보자의 수의 과반수 미만을 추천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호 라목). 이를 위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할청의 이사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는 것이어서 취소사유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에서 피고는, 참가행정청이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에게 후보자 추천 후를 과반수 미만으로 배정한 심의결과에 원고 주장과 같은 하자(시행령 제9조의6 제5항 위반)가 있더라도 전·현직이사협의체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참가행정청이 새롭게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 갈등의 양 측에 각각 시행령 제9조의6 제6호에 따른 이해관계인의 지위를 인정하여 그들로부터 전체 후보자 추천 수(16명) 중 총 4명을 이사 후보자로 추천받기로 심의·의결하고, 그에 따라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이사 선임을 위한 심의를 거쳤으며, 그 심의결과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결국 원고들이 주장하는 하자는 이 사건 처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학교 구성원 등은 그 심의결과에 따른 관할청의 행정처분에 대하여 다툴 수 있고, 그 쟁송절차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결과나 심의과정 중 절차상 하자를 다툴 수 있음은 물론이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두19496, 19502 판결, 헌법재판소 2015. 11. 26. 선고 2012헌바300 결정 등 참조). 만일 참가행정청이 시행령 제9조의6 제5항을 위반하여 이사 후보자 추천 수를 배정하였다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절차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실질적 심의를 거쳐 전·현직이사협의체의 구성원 중 해당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킨 사람이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그 심의결과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2) 제1주장에 대하여
갑 제10호증, 을나 제2 내지 4호증, 을다 제1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행정청이 2019. 2. 25.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의 구성원 중에 참가인이나 ○○여대 등 참가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한 전직 이사가 있다고 인정하여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전체 추천 후보자 수의 과반수 미만(18명 중 6명)을 추천받기로 한 심의결과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전·현직이사협의체가 추천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후속 절차를 진행한 것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2012. 10.경 ○○여대 총장이자 참가인의 이사이던 소외인의 교수 부당채용, 교비 횡령 등 비리를 고발하는 탄원서가 참가인의 이사회에 접수되었고, 이를 계기로 ○○여대 교수, 교직원 등은 진상조사를 촉구하여 왔다. 이에 참가인의 이사회는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하였고, 이후 해당 법무법인은 2013. 2.경 소외인 전 총장의 비리 혐의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다는 취지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이에 참가인의 이사회는 소외인 전 총장을 직위해제하고 진상조사를 하고자 하였으나 원고들은 이를 반대하여 왔다. 또한 원고들은 2013. 11.부터 2014. 2.까지 6회에 걸쳐 개최된 이사회에 소외인과 함께 의도적으로 불출석하였고, 그로 인해 참가인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이 초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참가인의 정관은 이사회의 구성과 의결정족수에 관하여 8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5명 이상의 이사가 찬성하여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나) 원고들은 참가인의 임시이사 체제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불러온 원인제공자이자 사학분쟁의 직접 당사자인 소외인 측에 서서 진상조사와 참가인의 정상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여 왔고, 이는 참가인의 임시이사 체제가 장기화된 한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들은 이미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임한 전직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외인 전 총장 측(원고들)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오랫동안 갈등하여 왔다.
라) 한편 전·현직이사협의회의 구성원인 소외 10은 2015. 2. 3. 사임하기 2년 전 무렵부터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마) 참가행정청은 2019. 2. 25.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들인 원고 1과 소외 6, 소외 11 등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고, ○○여대 대학평의원회, ○○여대 총장 등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실질적인 심의절차를 거친 후 ‘전·현직이사협의체의 구성원 중 전부 또는 일부가 중대한 장애를 일으켰다’고 심의·의결을 하고, 그에 따라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전체 이사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을 추천받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참가행정청은 실질적인 심의절차를 거쳤고, 그 심의의 기초가 된 사실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었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
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참가행정청이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전체 후보자 추천 수의 과반수 미만을 추천받기로 한 심의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다른 학교법인의 정상화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추천절차 등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참가행정청은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한 심의 주체로서 이사 후보자 추천 의견 제출·청취의 절차 및 방법을 정할 수 있는바(시행령 제9조의5 제4항), 전·현직이사협의체가 정해진 기한까지 전·현직이사협의체 구성원의 연명으로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경우 추천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통보하였는데도 전·현직이사협의체가 이사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이상,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운영 및 심의기준에 관한 규정’ 제13조 제2항 제2호가 대외적 효력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현직이사협의체의 이사 후보자 추천에 관한 의견이 없다고 간주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한 것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3) 제2주장에 대하여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학교법인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시행령 제9조의6 제4항은 이사 후보자 추천 주체로 제2호에서 '해당 학교법인이나 설치·경영하는 학교의 교직원이나 학생·학부모 대표기구로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인정하는 기구를, 제3호에서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각각 정하고 있다. 한편 개방이사추천위원회는 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 개방이사 추천을 위해 구성된 위원회로서, 대학평의원회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위원회 위원의 2분의 1을 추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법 제14조 제4항). 따라서 대학평의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개방이사 후보자 추천에 영향을 미치거나 대학평의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원이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의 지위를 겸한다 하더라도 이는 관련 법령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고, 여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행정청이 제156차 회의에서 전·현직이사협의체에 전체 후보자 수의 과반수 미만의 후보자를 추천받기로 한 심의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그로 인해 시행령 제9조의6 제4항 제2호 이하에 정한 다른 후보자 추천 주체로부터 더 많은 후보자 추천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그러한 결과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제3주장에 대하여
가) 참가행정청은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법 제24조의2 제2항 제3호), 관할청인 피고는 참가행정청의 위 심의 결과에 따라야 하며, 다만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참가행정청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같은 조 제4항).
나) ① 법은 피고의 참가행정청의 심의결과에 대한 재심 요청 여부를 피고의 재량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에게 피고로 하여금 참가행정청의 심의결과에 대하여 재심을 요청하도록 하는 신청권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제24조 제4항), ② 원고들은 참가행정청의 심의결과에 기초한 이사 선임처분 등 후행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으로 참가행정청이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한 이사 추천 후보자 수 배정의 위법에 대하여 별도로 다툴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행정청이 제156차 회의에서 참가인의 정상화와 관련하여 전·현직이사협의체에 과반수 미만의 이사 후보자 추천을 배정한 것에 대하여 피고가 재심을 요청하지 않은 것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 또는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참가인의 이사로 소외 6을 선임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배준현(재판장) 이은혜 배정현 |
232,829 | 형사보상일부인용결정에대한항고 | 2022로19 | 20,220,817 | 자 | 서울고법 | 형사 | 결정 : 확정 | 항고인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형사사건(관련 형사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 및 일당에 대한 비용보상을 청구하였는데,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법원이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변경하였음에도 항고인에게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송달하지 않아 항고인이 해당 공판기일에 법원을 방문하였다가 변경 사실을 안내받고 귀가했던 부분에 대한 비용보상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항고인은 해당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아 출석하지 못했으므로 공판기일에 출석한 경우에 준하여 그날의 일당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이 부분에 대한 비용보상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항고인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형사사건(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의 제1심 및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여비 및 일당에 대한 비용보상을 청구하였는데,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법원이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변경하였음에도 항고인에게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송달하지 않아 항고인이 해당 공판기일에 법원을 방문하였다가 변경 사실을 안내받고 귀가했던 부분에 대한 비용보상 여부가 문제 된 사안이다.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사람이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일당 등을 보상해야 하고, 보상금액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의 증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바(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 제194조의4 제1항), 형사소송법은 문언상 공판기일에 출석한 데에 소요된 일당 등이 아니라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에 소요된 일당 등을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판기일 출석이라는 결과의 달성은 일당 등 보상의 요건이라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으므로, 재판장이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변경한 경우에도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송달받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판기일의 변경 사실을 안내받지 못한 때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데,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의 비용보상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공판기일에 출석한 피고인에 대한 일당 등 보상과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에도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아 출석하지 못한 피고인에 대한 일당 등 보상을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에서,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의 ‘출석하는 데 소요된 일당’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하여 법원으로부터 지정받은 시각에 지정받은 장소를 찾아갔다가 그 장소에서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뒤늦게 송달받은 경우처럼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은 경우에 소요된 일당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한데, 항고인은 해당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아 출석하지 못했으므로 공판기일에 출석한 경우에 준하여 그날의 일당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이 부분에 대한 비용보상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 제194조의4 제1항 | null | 【청 구 인】
청구인
【항 고 인】
청구인
【원심결정】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2. 2. 16. 자 2022코2 결정
【주 문】
제1심결정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청구인에게 형사비용보상금 725,000원을 지급한다.
【이 유】
1. 항고이유의 요지
가. 청구인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형사사건(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의 제1심 공판기일 출석을 위하여 청구인의 직장 소재지인 서울 ○○구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이하 ‘고양지원’이라 한다) 사이를 왕복했으므로, 청구인의 주소인 고양시 △△구와 고양지원 사이의 왕복 여비를 보상한 데에 그친 원심결정에는 청구인의 이동 경로에 관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2021. 10. 18. 관련 형사사건의 항소심 제2차 공판기일에 출석했으므로, 청구인의 같은 날 여비 및 일당 보상 청구를 배척한 원심결정에는 공판기일의 출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2. 판단
가. 제1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제1심 법원은 9회의 공판기일 중 5회의 공판기일을 오전에 열었다.
나) 청구인은 제1심 제2차 공판기일을 마친 이후인 2020. 4. 13. 서울 ○○구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2) 위 인정 사실에 청구인이 제1심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동 경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보태어 보면, 청구인이 제1심 공판기일 출석을 위하여 서울 ○○구와 고양지원 사이를 왕복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의 제1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제2주장에 관한 판단
1)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사람이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 출석하는데 소요된 일당 등을 보상해야 하고, 그 보상금액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의 증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 제194조의4 제1항).
여기의 "출석하는데 소요된 일당"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하여 법원으로부터 지정받은 시각에 지정받은 장소를 찾아갔다가 그 장소에서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뒤늦게 송달받은 경우처럼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은 경우에 소요된 일당을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우선 법률의 문언을 살펴본다.
형사소송법은 공판기일에 출석한 데에 소요된 일당 등이 아니라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에 소요된 일당 등을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판기일 출석이라는 결과의 달성은 일당 등 보상의 요건이라고 볼 수 없다.
나) 다음으로 법률의 목적을 살펴본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의 비용보상제도는 국가의 형사사법작용에 내재한 위험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을 지출한 비용보상청구권자의 방어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9. 7. 5. 자 2018모906 결정).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도13377 판결 참조), 재판장이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변경한 경우에도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송달받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판기일의 변경 사실을 안내받지 못한 때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데, 비용보상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공판기일에 출석한 피고인에 대한 일당 등 보상과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아 출석하지 못한 피고인에 대한 일당 등 보상을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항소심 법원은 2021. 9. 2. 제1차 공판기일에서 청구인에게 제2차 공판기일을 2021. 10. 18. 오후 4시로 지정한다고 고지했다.
나) 항소심 법원은 2021. 10. 18. 직권으로 제2차 공판기일을 2021. 11. 22. 오후 3시로 변경했으나, 청구인에게 공판기일 변경 명령을 송달하지 않았다.
다) 청구인은 2021. 10. 18. 오후 4시경 항소심 법원을 방문했다가, 법원공무원으로부터 제2차 공판기일이 2021. 11. 22. 오후 3시로 변경된 사실을 안내받고 귀가했다.
3)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은 2021. 10. 18.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공판기일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개정되지 않아 출석하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공판기일에 출석한 경우에 준하여 그날의 일당을 보상받을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의 제2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청구인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액은 [별지] 계산서와 같이 725,000원이 된다.
3. 결론
제1심결정 중 청구인의 2021. 10. 18. 공판기일에 출석하는 데 소요된 비용 보상을 배척한 부분은 위법하므로, 청구인의 항고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결정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별 지] 계산서: 생략
판사 정선재(재판장) 강효원 김광남 |
233,913 | 살인·협박·부착명령·보호관찰명령 | 2022노31, 2022전노4(병합), 2022보노1(병합) | 20,220,817 | 선고 | 광주고등법원(제주)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및 검사
【검 사】
이환우(기소, 부착명령청구, 보호관찰명령청구), 임관혁, 김효진, 전철호, 윤인식(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유인우(국선)
【원심판결】
제주지방법원 2022. 2. 17. 선고 2021고합168, 2021전고23, 2021보고3(병합)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무죄 부분, 부착명령사건 및 보호관찰명령사건 부분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2년에 처한다.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에게 형 집행 종료일부터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고, 별지 기재의 준수사항을 부과한다.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가 공소외 2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3) 부착명령의 기각 부당
피고인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원심이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4) 보호관찰명령의 기각 부당
피고인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원심이 이 사건 보호관찰명령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2. 피고사건 부분에 대한 판단
가. 유죄 부분(협박의 점)
이 부분 범행은 피고인이 방송사 직원인 피해자 공소외 9와 ‘피해자 공소외 1의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인터뷰를 한 다음 피해자 공소외 9가 방영한 내용이 피고인에 대한 재수사의 단서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피해자 공소외 9에게 보복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수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이 부분 범행으로 피해자 공소외 9에게 극심한 공포감과 정신적 상처를 안겨준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공소외 9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 및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의 범위 등을 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무죄 부분(살인의 점)
1) 직권판단
가) 공소시효 완성 여부
⑴ 피고인의 변호인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 후에 제출한 2022. 5. 4.자 변호인 의견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에 관한 공소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에 해당하므로 면소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항소법원은 직권조사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제기가 적법하다면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었는지 여부나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가릴 필요 없이 반드시 심판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8488 판결 등 참조)].
⑵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주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공소장변경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검사가 당심에 이르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아래 2) 가)항과 같이 변경하고, 적용법조에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무죄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검사의 위 사실오인 등의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검사의 사실오인 등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변경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2. 6. 4. 제주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등의 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아 2002. 12. 6.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2011. 8. 26. 제주지방법원에서 상해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아 2011. 11. 18.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제주시 일원에서 활동하는 폭력범죄단체인 ‘○○○’에 1985년경부터 조직원으로 가입, 활동하여 1999년경 무렵에는 행동대장급 조직원으로 활동한 사람이고, 피해자 공소외 1(1954년생, 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1992년경부터 제주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1999년 8월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사이에 제주시 소재 불상의 장소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서 공소외 1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조직에서 네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동생 하나를 골라 혼 좀 내줘라. 시간은 촉박하지 않으나, 일은 철두철미하게 진행해야 한다. 절대로 잡히면 안 되고, 이 일은 사건 이전이든 이후든 우리 둘과 일을 실행할 그 동생 하나만 알아야 한다’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이를 그대로 따르기로 한 후 그 무렵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범행 경비 명목으로 현금 3,000만 원을 받았고, 범행 실행자의 물색과 선택, 범행 방법과 도구, 범행을 통한 위해의 정도 등 구체적 범행에 대한 결정권을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일임받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은 직후, 제주시 (지번 1 생략)에 있는 □□□□호텔 내 피고인이 운영하는 ‘◇◇◇◇◇’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 조직 구성원 중 피고인이 가장 신뢰하던 조직원인 친구 공소외 2(일명 ‘△△△’, 2014. 8. 31. 사망)와 위 성명불상자가 지시한 범행 방법에 관하여 수차례 모의하였다.
피고인과 공소외 2는 ① 범행의 실행 주체에 관하여는, 위 범행의 실행을 후배 조직원에게 맡기게 되면 자칫 범행의 준비와 실행 과정 및 실행 이후라도 위 후배 조직원이 수사기관에 발각되거나 검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고인의 안위를 완전히 보장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자 공소외 2가 직접 위 범행을 실행하기로 하고, ② 범행 준비에 관하여는,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차량으로 미행하여 피해자의 생활패턴과 동선, 자주 출입하는 주점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로 하였으며, ③ 범행 도구에 관하여는, 피해자를 종전에 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로서 검도 유단자로 판단하여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범행에 칼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피고인과 공소외 2는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및 범행 이후 예상되는 사건의 파장과 수사기관의 대응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상해만을 가할 경우 피해자의 진술 등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한편, 종래 ○○○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칼을 사용하여 다른 폭력범죄단체 구성원이 피살되었던 사건과 피고인도 칼에 찔려 생명을 잃을 뻔했던 경험 등에 비추어 범행 실행 과정에서 칼로 피해자를 공격할 경우 얼마든지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다는 정을 알면서도 위 범행을 결행하기로 공모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제주시 일원에서 공소외 2를 수시로 만나면서 공소외 2로부터 피해자의 심야 음주 습관, 자주 왕래하는 주점, 주점에 머무는 시간, 심야 귀가시간 등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미행과 뒷조사를 통하여 파악한 정보를 전달받으며,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지시를 받은 후 약 2~3개월이 경과한 시점까지 공소외 2와 함께 피해자의 세세한 생활패턴과 동선을 파악하며 범행을 음모, 예비하였다.
그러던 중 공소외 2는 1999. 11. 5. 03:00경 제주시 삼도2동 소재 ☆☆☆호텔 지하에 있는 (상호 1 생략)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는 피해자를 계속하여 추적, 미행한 후 같은 날 03:15경부터 06:20경까지 사이에 제주시 삼도2동 소재 ‘(상호 2 생략)’ 식당 건물 맞은 편 노상에서 주위에 인적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정면으로 마주선 상태에서 미리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칼(칼날 길이 약 14cm)로 피해자의 복부 쪽을 연속 2회 찔러 칼이 피해자의 왼쪽 팔목 부위를 관통한 후 피해자의 복부 안 약 9.8cm 지점까지 이르도록 하였고, 곧바로 위 칼로 피해자의 가슴 중앙 부위를 찔러 칼이 피해자의 흉골을 관통하여 피해자의 가슴 안 약 9.7cm 지점까지 이르도록 하여 결국 현장에서 피해자를 흉부 자창에 의한 심장파열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2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⑴ 관련 법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며,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하며,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다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945 판결 등 참조).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지만,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터잡아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 의심이나 추상적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도3605 판결 등 참조).
⑵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본래 범인을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수사가 진전되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고 미제 종결된 상태로 있다가, 피고인이 사건에 관여하였다는 취지로 방송에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이 방영됨에 따라 이를 단서로 재수사가 이루어져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즉, 피고인은 2019년 10월경 지인인 공소외 7을 통해 SBS ‘(프로그램명 생략)’ 방송팀에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살인사건에 관여를 하였다‘는 취지의 제보를 하였고, 이후 위 방송팀 소속 공소외 9와 2019. 10. 7. 전화 통화와 2019. 10. 11. 대면 인터뷰를 하며 위 제보를 부연하였다. 공소외 9를 비롯한 위 방송팀은 위 각 인터뷰 내용 및 그 밖의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편집영상물을 제작하여 2020. 6. 27. ‘나는 살인교사범이다 - 제주 이 변호사 살인사건 1부’란 제목으로 이를 방영하였다.
수사기관은 위 방영 이후 피고인에 대한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한편, 방영된 내용을 단서로 피고인 및 주변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피고인의 위 각 인터뷰 내용 등과 범행 현장에서 확인되는 정황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이 주범 공소외 2와 함께 피해자의 살해를 적극 공모함으로써 공소외 2의 살인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였다고 보고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 피고인의 범행에 관한 진술 내용
피고인은 방송이 방영되고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방송팀과의 전화 및 인터뷰 등의 종전 진술을 번복하는 언행을 반복하다가, 기소 이후에는 피고인의 이 사건 관여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은 앞서 본 공소외 9 PD와의 통화 및 대면 인터뷰에서는 ‘형님(당시 ○○○ 두목 공소외 5)으로부터 피해자를 은밀히 손 좀 봐주라는 지시를 받고 공소외 2와 상의한 끝에 공소외 2가 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는데, 일이 잘못되어 피해자를 살해해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피고인은 방영 이후인 2020. 6. 29. 공소외 9와의 통화에서 사주자가 공소외 5가 아닌 다른 사람임을 시인하였지만 나머지 진술 취지까지 번복하지는 않았다, 이하 ‘피고인진술 A’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2020. 7. 19. 공소외 9와 통화를 하면서 ‘사실은 공소외 2가 직접 오더를 받았고,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상의를 요청하여 함께 의논했을 뿐이다’는 취지로 말하며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다(이하 ‘피고인진술 B’라 한다).
② 피고인은 경찰 제1 내지 4회 조사에서 피고인진술 B와 같은 진술을 유지하다가, 경찰 제5회 조사에서는 앞선 각 진술을 전면 부인하면서 ‘피고인과 공소외 2 모두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고, 단지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야기한 것이며 모두 소설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이하 ‘피고인진술 C’라 한다), 경찰 제6, 7회 조사에서는 위 종전 경찰 단계에서의 진술을 모두 번복하고 피고인진술 A와 같이 진술하며 범행을 사주한 윗선은 검찰에서 진술하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은 검찰 제1, 2회 조사에서 피고인진술 A와 같은 입장을 계속 유지하였으나, 윗선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회피하였다.
피고인은 검찰 제3회 조사에서 다시 진술을 번복하고 피고인진술 C와 같은 취지로 말하였고, 검찰 제4, 5, 6회 조사에서는 이를 또다시 번복한 다음 피고인진술 B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기소된 이후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는 ‘공소외 2가 사망하기 전인 2011. 8.경 공소외 2로부터 그가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어 알게 되었을 뿐 공소외 2와 범행을 모의하는 등 가담한 사실은 전혀 없고, 공소외 9와의 인터뷰는 일부 허위와 과장을 보태어 진술한 것이 편파적으로 편집된 것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이하 ‘피고인진술 D’라 한다).
㈐ 이 부분 범행 현장 상황 등
이 부분 범행 직후 현장에서 피해자는 차량 운전석에 앉은 채로 발견되었다.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에서는 전체적으로 다량의 혈흔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상의(셔츠)의 좌측 팔 전완부에서는 소매부분까지 완전히 젖을 정도로 많은 피가 묻어 있었다. 차량 운전석 바닥 깔개에서 고인 혈흔이 발견되었지만, 차량 내에서 비산되는 형태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피해자가 있던 차량 외부에서는 ① 운전석 문짝의 바깥쪽 지면에 고인혈흔이, ② 운전석 문짝이 활짝 열렸을 때를 기준으로 문짝 안쪽부터 뒷좌석 좌측 문짝 앞부분에 이르기까지의 도로 바닥에 낙하혈흔이, ③ 운전석 문짝의 손잡이 뒤쪽 부분에 비스듬히 형성된 일군의 비산혈흔과 그 위 유리창에 형성된 쓸림혈흔이, ④ 차량으로부터 운전석 방향으로 1~2m 남짓 떨어진 도로 바닥에서는 차량 가장 앞쪽부터 뒷좌석 문짝 부분까지 길게 형성된 다량의 낙하연결혈흔이 각 발견되었다. 다만 운전석 문짝의 유리창에서 쓸림혈흔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짝 손잡이에서 혈흔이 발견되지는 아니하였다.
㈑ 피해자의 상처 부위 및 부검감정 결과 등
① 피해자의 시신에 대한 부검감정 결과 아래 표와 같은 6개의 자창 및 절창이 발견되었다.
순번손상부위손상형태길이(㎝)깊이(㎝)방향내부소견1좌측 경부 이개하방 약 3㎝ 부위표재성 절창0.6××표피에 국한된 양상2흉부 중앙자창1.79.7표피와 수직(좌측 하방)흉골 중앙을 관통 후 심장의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로 자입되어 좌측 심방에 이름 → 혈심낭(100cc)3상복부 전면 좌측자창1.79.8내측 하방장간막 및 대장 파열4복부 중앙 좌측자창1.89.3내측(9시 방향)장간막 및 대장 파열5좌측 팔 전완부 후면(팔꿈치 아래 약 7㎝ 부위)절창6.0××피하조직 및 근육 절단6좌측 팔 전완부 후면 (제5자창으로부터 5㎝ 아래)자·절창3.5 + 2.5××좌측 요골 동맥 절단 후 팔 내측 전면으로 관통
② 부검감정의 공소외 10(이하 ‘부검감정의’라 한다)은 위 상처들과 관련하여, 좌측 팔에 형성된 2개소의 자·절창(순번 5, 6)은 방어과정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를 야기한 가해 행위는 각 좌측 팔을 손상케 한 후 복부 자창(순번 3, 4)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고, 위 상처들 중 흉부 전면 중앙에 형성된 자창(순번 2)에 의한 심장파열이 가장 치명적인 손상이며, 한편 손상의 형태로 미루어 보아 가해 흉기는 찌르고 들어간 부분의 최대 폭이 1.7㎝ 이하인 편인자기(片刃刺器, 한쪽 날만 있는 날붙이)인 것으로 추정되고, 흉복부에 형성된 자창(순번 2, 3, 4)의 날의 방향은 하방(아래 쪽)을 향하고 있다는 등의 소견을 밝혔다(증거기록 5책 중 제1권 제66면, 이하 ‘증거기록 5책’의 기재는 생략한다).
부검감정의는 순번 1 피해자 경부의 표재성 절창과 관련된 검찰의 2021. 9. 6.자 질의에 대하여, 해당 절창은 손상의 형태로 보아 칼에 의한 상처로 판단되고, 다른 상처와 거의 같은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서 사망 당시 생존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며, 상처의 형태로부터 칼날의 방향을 알 수는 없고, 비교적 길이가 짧은 절창임에도 절창을 중심으로 양쪽 끝에 연장된 손상이 없는 점으로 보아 휘두르는 흉기에 의해 베이는 손상이 아니라 피부에 날을 들이대는 가해 행위에 의한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회신하였다(제4권 제3340면).
③ 부검감정의는 당심 법정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추가로 제시하였다.
㉠ 순번 3 내지 6 자·절창은 간격이 거의 동일하여 피해자가 몸이나 팔의 위치를 바꿀 만한 시간적 간격이 없이 형성된 것으로 보이므로, 극히 짧은 시간에 연속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와 같이 팔을 뚫고 들어가 복부까지 상처를 남기기 위해서는 매우 강한 힘으로 찔러야 한다.
㉡ 칼로 흉골을 뚫기는 굉장히 어려워 매우 강한 힘으로 찔러야 뚫을 수 있고, 아주 극히 예외적으로 피해자가 상체를 확 숙이는 순간에 위로 찌르는 등으로 내려오는 힘과 올려치는 두 개의 힘이 만났을 때에는 가해자가 매우 강한 힘으로 찌르지 않더라도 흉골을 뚫을 정도의 힘이 발생할 수는 있다.
㉢ 순번 2 자창과 순번 3 내지 6 자·절창 사이에서는 방어 손상이 있는 순번 3 내지 6 자·절창이 더 먼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흉골에서 심장까지 뚫린 상태에서는 복부에 들어오는 두 번의 자창을 좌측 팔로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순번 2 자창과 같이 흉부 중앙에서 좌측 심방이 뚫리는 상처를 입은 경우 대부분 즉시 또는 굉장히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 통상적으로 몸싸움하거나 다툼이 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들은 거의 예외 없이 팔의 바깥쪽 면에 많이 생기고, 특히 상대방이 흉기를 들었을 때는 자신을 향하는 칼을 인지하고 급한 마음에 칼을 잡게 되어 손바닥이 베이는 절창 형태가 나타나게 되며, 피해자가 격렬하게 저항한다면 제압하는 과정에서 팔에 많은 멍이 남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시신에 피해자가 칼을 든 가해자에게 격렬하게 저항하는 등 몸싸움을 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한 상처는 없고, 특히 피해자와 같이 혈중알코올농도가 0.188% 정도이면 거의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취하게 되어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이므로 저항력은 저하된다고 보아야 한다.
㉤ 흉기를 휘두르게 되면 스치면서 연장선이 남게 되는데, 순번 1 표재성 절창의 경우 그러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날을 들이대는 형태의 손상으로 보인다. 그 상태에서 바로 몸싸움을 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크게 베이게 되나, 피해자가 칼을 쳐내기만 한다면 위와 같은 상처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 피해자는 좌측 팔 및 복부에 상처를 입어 출혈이 발생한 상태로 몸싸움이 없는 상태에서도 이 사건 현장에서와 같은 혈흔은 남을 수 있으므로, 혈흔 상태만으로 몸싸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 칼날 폭이 1.7cm에 불과한 칼 중에 흉골을 관통할 정도의 강도를 가진 칼을 상정하기 어려웠고, 30여 년간 부검의로 근무하면서 이러한 형태의 흉기에 의한 살인사건은 이 사건 이외에 본적이 없다[한편, ‘(프로그램명 생략)’ 제작진의 실험에 의하면, 일반적인 과도, 식칼은 강도가 약해 흉골을 뚫을 수 없었으나, 회칼(사시미칼)을 폭 1.7cm 정도로 갈아 만든 칼의 경우 흉골을 뚫을 수 있었다].
④ □□대학교의 공소외 11 교수는 ‘(프로그램명 생략)’ 제작진의 요청으로 경찰과 별도로 현장 혈흔 분석을 실시한 다음, ‘도로상과 차 문의 혈흔은 상처로부터 비산된 혈흔이 아니라 상처로부터 흘러나온 혈액이 옷소매 등을 적시고 피해자가 팔을 움직임에 따라 옷소매로부터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양의 혈흔으로 보아 몸싸움이 치열하였고, 피해자의 상처가 상복부에 있는 것으로 보아 피해자가 피하지 않고 계속 가해자에 대항한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의 상처 위치로 보아 가해자는 오른손잡이로 추정된다. 차 문에 있는 혈흔과 차 문 아래 도로상 혈흔이 일치하는 점에 비출 때 피해자가 차 문을 먼저 열었고, 그 상태에서 공격 및 몸싸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원심 추가 증거기록 제4 내지 7면).
공소외 11은 당심 법정에서 "위와 같은 의견은 혈흔이 생긴 반경이 일정한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데 그 양에 비추어 피해자가 좌측 팔에 상처가 생긴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을 도로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가해자와 대치 상황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소외 12 감정관 등은 ‘차량으로부터 운전석 방향으로 1~2m 남짓 떨어진 도로 바닥에서 관찰되는 혈흔은 폭이 수 미터로 가로(피해자 차량의 앞뒤 길이 방향) 길이가 세로 길이보다 더 긴 형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출혈 이후 차량 운전석 방향 도로상에 한동안 머무르며 차량 길이 방향을 따라 수 미터 가량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 때 좌측 팔 부분 등의 출혈부에서 혈액이 분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동 중 좌측 팔의 위치나 자세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혈흔형태 분석결과에 비추어 피해자가 가해자의 공격을 피하거나 뿌리치려 했거나 가해자와 몸싸움을 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당심 추가 증거기록 제13면).
공소외 12는 당심 법정에서 "혈흔형태에 비추어 피해자의 움직임이 굉장히 많고, 혈흔이 수 미터에 걸쳐있어 광범위하였으며,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낙하혈흔을 흘렸기 때문에 낙하혈흔이 있는 지점에서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혈흔형태 분석만으로 어떤 형태의 몸싸움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바닥에 남겨진 혈흔으로는 상처가 있었던 부위가 어느 위치에 있었느냐만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의견은 이러한 이벤트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고 진술하였다.
⑥ ○○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공소외 13 교수는 좌측 팔 절창에 의해 요골동맥이 손상되었다면 혈액이 분출하여 주변에 비산흔의 형태로 보일 수 있으며 차량 왼쪽 바닥에 있는 여러 방향의 비산흔은 이러한 기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원심 추가 증거기록 제11면).
㈒ 그 밖의 피고인의 진술 및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
①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
㉠ 보통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 사이에 반대편을 혼내주라는 지시는 많이 받아 봤지만, 이처럼 한 명을 지목하여 린치하라(혼내주라)는 지시는 처음 받아보았다. 단순한 일반인이라면 곤봉으로 때려서 다리 하나 정도 부러뜨리면 되는데, 피해자는 검사 출신 변호사여서 칼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 사이에 ‘혼내주라’의 범위는 매우 넓다(제1권 제356, 397, 400, 401면).
㉡ 성명불상자가 명확하게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혼내주라’를 ‘다리에 칼로 한, 두 방 놓아라’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보통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은 ‘혼내주라’, ‘손좀보라’는 일이 있으면 예전 ○○○ 조직원 공소외 14가 당한 것처럼 다리 정도를 찌른다. 공소외 14는 다리가 찔리고 아킬레스건이 나가서 다리 한 쪽이 불편하다(제3권 제2615면).
㉢ 성명불상자로부터 사주를 받으면서 대가로 3,000만 원을 약속받았고 실제로 이를 지급받았으며, 이 부분 범행 이후에 공소외 2에게 위 3,000만 원을 주어 서울로 보냈다(제1권 제361, 409면, 제3권 제2618, 2619면).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면서 오더가 내려오고 금전이 왔다갔다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제4권 제3524면).
㉣ 우리가 피해자 뒷조사를 한 달 20 며칠 동안 했다. 피해자가 우리보다 열한 살인가 많았는데, 자기 관리를 되게 훌륭하게 하였다.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검도도 하는 등 운동도 나름대로 많이 했다. 피해자를 몇 차례 계속 미행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피해자는 항상 업무 끝나면 술을 3차, 4차를 마셨고, 항상 마지막 들르는 데가 연동에 있는 무슨 카페였다. 사람의 인적도 없고 새벽이 되면 암흑이고 돌담길 옆에 있는 그냥 외딴 카페인데 피해자는 거기를 계속 출입하였다(제1권 제357, 400면).
㉤ 제주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은 사사미든 뭐든 칼날을 얇고 좁게 갈아서 만든 칼을 사용하였는데, 공소외 2는 이 부분 범행 당시 위와 같은 흉기를 사용하였다(제1권 제399, 408면, 제3권 제2620 내지 2625면).
이 부분 범행 즈음에 공소외 2가 소지하고 있던 칼은 일본도 중 단도처럼 단단하지만 길지 않고 칼날 폭은 송곳처럼 좁은 기성품이다(제4권 제3525 내지 3528면).
㉥ 위에서 오더 내려와서 하면 항상 피고인 또래부터 밑에 동생들 데리고 전쟁을 계속하고 다 했다. 피고인이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정도까지 제주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 사이에 전쟁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6명이 죽었다(제1권 제384면).
예전에도 지금은 없어진 ▽▽▽ 조직원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속해 있던 ○○○와 반대파인 ◎◎◎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 조직원들이 ◎◎◎ 조직원들을 ‘혼내주겠다’며 갔다가 칼 들고 대치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던 적이 있다(제1권 제400면, 제4권 제3516, 3517면).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이 칼을 사용하여 피해자에게 린치를 가하기로 결정했을 때 피해자에게 상해만 가하고 목숨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범행과정에서 완전히 관철시키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칼도 테이핑하고 엉덩이 밑으로 찌른다.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이 칼을 사용할 경우 처음 그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실제 사건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인해 칼로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결과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피고인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다(제4권 제3536, 3537면).
② 피고인이 마카오에서 공소외 2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무렵인 2014. 10.경 피고인과 동거하던 공소외 3은 "피고인이 괴로워하며 ‘피고인과 △△△가 변호사 사건을 하였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제4권 제3477, 3478, 3479면), 피고인이 수원에서 생활하던 무렵 주거지 건물의 임대인이던 공소외 4는 "피고인이 2017년 4월경부터 11월경 사이에 술자리에서 ‘△△△는 무덤까지 같이 갈 소중한 친구였다. 공소시효를 얼마 안 남기고 자살하였다. 그 친구가 살아있었다면 피고인이 이렇게 바닥까지 내려오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하며 머리를 감싸고 운적이 있는데, 이 때 피고인은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공소시효 완성일자와 공소외 2의 사망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제4권 제4398, 4399면, 공소외 4의 원심 법정진술).
⑶ 판단
앞서 본 법리, 앞서 인정한 사실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2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 피고인진술 A의 신빙성 유무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피고인진술 A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진술 A에 의하면,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가해를 사주받은 다음 공소외 2와 범행을 모의하고 공소외 2에게 피해자에 대한 가해를 지시·의뢰하였고, 공소외 2는 피해자의 대한 미행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 다음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공소외 7을 통해 진술하려는 내용의 요지를 제보 형태로 전달하였고, 이후 이를 접한 ‘(프로그램명 생략)’ 제작진과 2019. 10. 7. 약 1시간 10분간 통화를 하였으며, 이들의 인터뷰 제안에 응해 2019. 10. 11. 캄보디아에서 영상촬영을 동반한 5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위와 같은 전화통화를 위한 접촉, 인터뷰 제안 및 실제 인터뷰 내용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공소외 9 등 ‘(프로그램명 생략)’ 제작진이 위 각 진술청취 과정에서 진술을 유도할 목적으로 당해 인터뷰의 목적이나 공소시효 완성 등 처벌조건에 관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기망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믿은 피고인이 금전적인 이득 등을 목적으로 위 제작진에게 자발적으로 접촉하여 적극적으로 진술을 한 사정이 인정된다.
② 피고인은 위에서 본 2차례의 전화통화와 인터뷰 과정에서, 적어도 사건의 경위에 관하여는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특히 피고인은 인터뷰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사주를 받은 사실부터 범행의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묘사함에 있어 다소 장황한 진술태도를 보이기는 하였지만, 종전의 전화통화 내용과 대비할 때 전체적인 진술 취지의 일관성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③ 피고인의 위 진술, 특히 인터뷰 과정에서의 진술에는 피해자를 미행한 사실 및 이로써 알게 된 정보, 범행 현장 상황, 주범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부위, 사용된 흉기의 특징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었다. 이들 진술 내용 중에는 아래와 같이 사건 당시 보도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였던 사정에 관한 것들도 있는데, 이는 대체로 타당성을 갖추고 있으며 수사 결과와 부합하거나 그와 특별히 모순되지 않는다.
내용피고인의 진술진술 평가알게 된 정보(피해자가) 부장 검사를 했고, 운동을 많이 했다. 알아본 바로는 검도도 하였다(인터뷰에서는 검도 4단이라는 말도 하였음).? 언론에 보도되지 아니한 내용[전화통화(제1권 제357면 이하), 인터뷰(제1권 제401면)]? 피해자가 검도 등 운동을 한 사실은 없으나, 제주 검도협회장이었던 변호사로부터 사무실을 인수하면서 그의 목도·죽도를 사무실에 보관한 적이 있음(제4권 제3238, 3239면).?? 잘못된 정보이기는 하나 그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였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내용으로서 합리성과 타당성이 있음현장 상황계속 미행하고 기회를 보았는데 북초등학교라고 인근 골목은 당시 완전히 암흑이고 아무 것도 없었다.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그런 골목(이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아니한 내용[전화통화(제1권 제357면)]? 당시 현장에 가로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밤이 되면 가로등이 꺼져 어두웠다는 탐문내용이 있어 수사 결과와 모순되지는 않음흉기 특징다리나 이런 데 어떤 가해를 하는 입장에서 10㎝ 이상 어떤 그런 걸 도구로 사용 안 한다. 10㎝ 내외에는 하체 이런 데 맞아도 사람이 죽지 않는다.?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와 흉기가 특수하게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수사내용이 보도된 바는 있으나, 수사기관이 구체적인 흉기의 생김새까지 특정하지는 못하였고, 보도된 바도 없음[전화통화(제1권 제358면)]? 피고인이 묘사한 흉기의 내용(폭을 좁게 간 7~10㎝ 과도)이 피해자가 상반신에 입은 상처의 내용(길이 1.7㎝ 내외, 깊이 9.3~9.8㎝)과 부합함(흉기는) 7㎝... 메스 비슷한 것. 허벅지 한두 번 찔러 넣는 송곳 같은 것이다. 과도를 얇고 좁게 간다. (종이에 흉기 그림을 그림) 사시미 칼 같은 큰 것은 붕대를 감고 갈지만, 과도라서 테이핑을 할 필요가 없었다.? 피고인이 흉기의 그림까지 그리며 자세히 설명하였는데 상처의 내용과도 부합하는 등 타당성이 있음[인터뷰(제1권 제399, 408면)]?
④ 피고인은 2019년 7월경 캄보디아로 본인을 찾아온 공소외 7에게 이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에게 피해자의 유족과 연결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였는데(이에 공소외 7이 유족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피고인의 동의하에 ‘(프로그램명 생략)’에 사건을 제보하였다), 피고인이 이때 공소외 7에게 한 이야기의 취지와 위 전화통화 및 인터뷰의 취지가 동일하다.
⑤ 앞서 본 피고인이 동거녀 등 지인에게 한 진술들[위 ⑵ ㈒ ②항]은 진술이 강요되는 상황이나 특정한 진술목적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책감 등의 발로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은 위 전화통화 및 인터뷰의 취지와 서로 부합한다.
⑥ 앞서 본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진술 A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반면, 피고인진술 B(사실은 공소외 2가 직접 오더를 받았고,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상의를 요청하여 함께 의논했을 뿐이다), 피고인진술 C(피고인과 공소외 2는 모두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고, 단지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이야기한 것이며 모두 소설이다), 피고인진술 D(공소외 2가 사망하기 전인 2011년 8월경 공소외 2로부터 그가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어 알게 되었을 뿐 공소외 2와 범행을 모의하는 등 가담한 사실은 전혀 없다)는 ㉮ 피고인이 인터뷰 과정에서 "우리가 뒷조사를 한 …", "우리가 알아본 바로는 …", "우리보다 열한 살인가 많았는데 …" 등 ‘피고인과 공소외 2가 함께 피해자를 미행하거나 뒷조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보도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정을 진술한 점, ㉰ 피고인은 동거녀 등 지인에게 ‘피고인과 공소외 2가 이 부분 범행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적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모두 믿기 어렵다.
㈏ 공소외 2의 실행행위의 내용 및 살인의 고의 인정 여부
앞서 본 범행 현장의 상황, 위 ⑵ ㈑의 표에서 본 피해자가 입은 상처의 부위, 내용 및 정도, 부검감정의 등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공소외 2의 실행행위를 살펴보면, ㉮ 먼저 공소외 2가 자동차 문을 열고 있거나 연 직후의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표재성 절창(순번 1)을 가하였고(이하 ‘1차 가해행위’라 한다), ㉯ 다시 공소외 2가 피해자의 복부 부위를 칼로 2회 연속하여 강하게 찌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좌측 팔로 복부를 막아 좌측 팔을 관통하는 동시에 복부 장기를 손상하는 자·절창(순번 3 내지 6)을 가하였으며(이하 ‘2차 가해행위’라 한다), ㉰ 계속하여 공소외 2가 피해자의 흉골 부위를 칼로 찔러 흉골을 관통하여 심장을 손상하는 자창(순번 2)을 가하였고(이하 ‘3차 가해행위’라 한다), 이후 피해자는 차량으로 돌아가 운전석에 앉았으나 시동을 걸지 못한 채 그대로 사망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실행행위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의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공소외 2는 이 부분 범행에 살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특별히 폭이 약 1.7~2㎝로 제작된 칼을 범행수단으로 사용하였고, 생명과 직결되는 복부와 흉부를 3회 칼로 찔렀으며, 칼이 피해자의 좌측 팔을 관통하여 9.3~9.8cm의 깊이로 복부에 들어가고, 흉골을 뚫고 9.7cm의 깊이로 심장에 이르는 등 그 가해행위 및 상해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그로 인하여 피해자는 범행 현장에서 흉부 자창에 의한 심장파열 등으로 사망하였다.
② 2차 가해행위 당시 피해자가 좌측 팔로 복부를 막은 상태에서 칼이 좌측 팔을 관통하는 동시에 복부 장기에 이르는 자·절창이 2회 연속하여 가하여진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2는 처음부터 피해자를 복부를 강하게 반복하여 찌르려는 확정적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피해자가 인지하고 좌측 팔로 복부 부위를 감싸 방어하려 한 것으로 보일 뿐, 공소외 2가 단순히 피해자의 좌측 팔을 찌르는 등 일회적인 상해를 가하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③ 2차 가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요골 동맥이 절단되고 내부 장기가 손상되어 상당한 출혈이 발생하고, 장시간 음주로 만취한 상태에 있어 공소외 2의 가해행위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공소외 2는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칼로 찔러 흉골을 뚫고 심장을 손상하는 3차 가해행위를 가하였는바, 공소외 2에게는 단순히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려는 의사를 넘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한편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는데, 일이 잘못되어 피해자를 살해해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부검감정의는 당심 법정에서 ‘아주 극히 예외적으로 피해자가 상체를 확 숙이는 순간에 위로 찌르는 등으로 내려오는 힘과 올려치는 두 개의 힘이 만났을 때에는 가해자가 매우 강한 힘으로 찌르지 않더라도 흉골을 뚫을 정도의 힘이 발생할 수는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부검감정의가 상정한 경우도 공소외 2가 칼로 피해자의 흉부 내지 상체 부위를 찌르는 행위와 피해자가 상체를 숙이는 행위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이므로 공소외 2의 의사에 기한 가해행위가 수반되어야 하는 점, 피고인도 공소외 2가 3차 가해행위를 가하게 된 구체적인 사정을 파악하여 진술하지는 못한 점, 3차 가해행위 당시 피해자는 이미 가해행위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고, 설령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저항하였더라도 그 수준은 일시적이고 미약한 정도에 불과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가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칼로 찌를 의사 없이 피해자의 저항으로 인한 몸싸움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우연히 3차 가해행위에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은 전체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추상적인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⑤ 이 부분 범행 현장의 혈흔상태 및 이를 토대로 한 부검감정의 등의 의견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가 ㉮ 2차 가해행위를 한 다음 연이어 3차 가해행위를 하였을 가능성(부검감정의는 ‘피해자의 시신에서 다툼 과정에서 생기는 손바닥의 상처, 멍이나 격렬한 저항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과 ㉯ 2차 가해행위를 한 다음 피해자와 일정 시간 대치하다가 3차 가해행위를 하였을 가능성(공소외 11은 ‘혈흔 반경과 양에 비추어 피해자가 좌측 팔에 상처가 생긴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을 도로상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가해자와 대치 상황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이 모두 있다.
그러나 공소외 2가 2차 가해행위로 이미 피해자의 좌측 팔 등에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가하였음에도 범행을 중단하고 현장을 이탈하지 않은 채 3차 가해행위로 나아간 이상, 어느 경우로 보든 공소외 2가 피해자에게 추가적으로 상해를 가하기 위하여 3차 가해행위를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 피고인의 살인의 고의 및 기능적 행위지배 인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피고인진술 A의 내용, 공소외 2의 실행행위의 내용과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공소외 2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을 하고 이를 용인하며, 이 부분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진술 A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자를 손 좀 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상해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지시받은 것은 아니지만 흉기인 칼을 사용하여 다리 한 쪽이 불편할 정도 또는 이에 준하는 정도의 상해를 가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는 것이고, 또한 ‘당시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 사이에 이러한 일로 대가가 지급되지 않음에도 성명불상자로부터 3,000만 원의 지급을 약속받았다’는 것인데, 이는 피해자가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액수에 이른다.
따라서 적어도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사주에 따라 공소외 2에게 흉기인 칼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다리 등 신체의 주요 부위에 기능상 장애를 초래하는 수준의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의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②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이 부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칼의 형상이나 제작방법 등을 자세히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이 그린 공소외 2가 평소 소지하고 다녔다는 칼의 형상(칼날길이 11cm, 최대 폭 2cm 미만, 제4권 제3546면)이 이 부분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칼의 형상과 거의 일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범행 당시 피고인은 공소외 2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칼을 이 부분 범행에 사용하리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과 공소외 2는 모두 상당한 기간 폭력범죄단체인 ○○○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면서 ◎◎◎ 등 다른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들과 여러 차례에 걸쳐 싸움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다른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이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는 등으로 칼을 사용한 범행의 경우 의도와 달리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결과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④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의 실행에 앞서 공소외 2로부터 약 2개월에 걸친 피해자에 대한 미행과 뒷조사를 통하여 파악한 피해자의 음주 습관, 자주 왕래하는 주점, 주점에 머무는 시간, 심야 귀가시간 등의 생활패턴, 동선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았고,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심야시간에 인적이 없는 장소에서 피해자가 귀가하는 때를 노려 이 부분 범행이 실행되었으며, 공소외 2는 이 부분 범행을 저지른 다음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렸고,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도피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⑤ 이와 같이 피고인이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서 흉기를 사용한 범행 과정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을 인지하고, 공소외 2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칼을 범행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공소외 2에게 ‘칼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다리 등 신체의 주요 부위에 기능상 장애를 초래하는 수준의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의뢰한 다음 공소외 2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미행과 뒷조사를 통하여 파악한 정보를 전달받았고, 피고인의 지시·의뢰에 따라 공소외 2가 칼로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 부위를 3회 찔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다음 피고인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피고인으로부터 도피자금을 제공받았는바,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이 부분 범행을 공모할 당시 적어도 공소외 2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을 하고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아울러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사주를 받아 공소외 2에게 이 부분 범행을 지시·의뢰한 다음 공소외 2로부터 진행 사항 및 범행 결과를 보고받고 도피자금을 제공하며,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지시·의뢰를 수락한 다음 피해자에 대한 미행과 뒷조사를 하고 범행을 실행하는 등으로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인은 살인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3. 부착명령사건 및 보호관찰명령사건 부분에 관한 판단
검사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의 기각 부당의 주장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장치부착법’이라 한다) 제9조 제5항은, 부착명령사건의 판결은 특정범죄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9조 제4항 제3호, 제4호, 제28조 제1항은, 특정범죄사건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거나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때에는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하여야 하고, 다만 특정범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서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때에는 보호관찰기간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정하여 준수사항의 이행 여부 확인 등을 위하여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사건에 대한 판단이 위법하여 파기되는 경우에는 그와 함께 심리되어 동시에 판결이 선고되어야 하는 부착명령사건 역시 파기될 수밖에 없고[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453, 2011전도12(병합) 판결 등 참조], 전자장치부착법 제21조의3 제1항, 제21조의2 제3호에 의한 보호관찰명령사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바,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무죄 부분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파기를 면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점에서 원심판결의 부착명령사건 및 보호관찰명령사건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게 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고[이 사건 살인죄와 협박죄의 중간에 피고인에 대한 확정판결이 존재하여 확정판결 전후의 위 각 죄가 서로 경합범관계에 있지 않게 되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별도로 형을 정하여 선고하여야 하므로(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985 판결 등 참조), 피고사건의 유죄 부분은 파기하지 아니한다],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무죄 부분, 부착명령사건 및 보호관찰명령사건 부분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의 기각 부당의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제2항, 전자장치부착법 제35조에 의하여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중 무죄 부분, 부착명령사건 및 보호관찰명령사건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위 2. 나. 2) 가)항 기재와 같다.
【보호관찰명령 원인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공소외 15, 공소외 9,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7, 공소외 10, 공소외 11, 공소외 12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및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진술기재
1. 공소외 16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7, 공소외 4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공소외 9, 공소외 15의 각 진술서
1. 피고인 인터뷰 자료 CD, 피고인과 SBS 공소외 9 PD 인터뷰 녹취자료, 각 녹취록
1. 부검감정서, 부검사진, 현장 및 사체사진
1. 각 감정서, 각 질의회보서
1. 판시 전과: 범죄경력 등 조회회보서,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1. 판시 재범의 위험성: 위 각 증거 및 피고인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결과통보서(제4권 제3664면 이하)의 기재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이 부분 범행 이전에 폭력 범행으로 실형을 포함하여 3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이 부분 범행 이후에도 2007년 11월경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 등의 죄로 벌금 200만 원, 2011년 8월경 상해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 ② 피고인에 대한 다면적 인성검사-II(MMPI-II)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도덕적 가치관을 충분히 내재화하지 못한 반사회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자신의 행동이 야기할 결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여 좌절을 잘 인내하지 못하여 성급한 의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으며, 적대적인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여 평소에는 분노, 짜증과 같은 불쾌감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통제하다가 일순간 한계에 이르는 경우 다소 과도한 형태로 분출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된 점, ③ 피고인에 대한 한국 폭력범죄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의 적용결과는 16점으로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에 해당하는 점, ④ 피고인에 대한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의 적용결과는 18점으로 정신병질적 성향이 ‘중간’ 수준(7~24점)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에 해당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과 환경, 이 부분 범행의 동기·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 제30조, 구 형법(2010. 4. 15. 법률 제102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본문, 유기징역형 선택
1. 경합범의 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전문[위 죄와 판결이 확정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 공문서부정행사죄 상호간]
1. 보호관찰명령 및 준수사항 부과
전자장치부착법 제21조의2 제3호, 제21조의3 제1항, 제21조의4 제1항, 제9조의2 제1항 제3호, 제6호
【양형의 이유】
이 부분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등의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부분 범행은 폭력범죄단체의 조직원인 피고인이 제3자로부터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여 달라는 사주를 받은 다음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다른 조직원인 공소외 2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칼로 수회 찔러 살해한 것으로 그 죄질이 무겁고, 피해결과가 중하며, 사회적, 도덕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이 부분 범행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유족은 이 부분 범행의 이유나 경위도 알지 못한 채 오랜 기간 충격과 고통 속에 살아 왔으며, 앞으로도 피해자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 점,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부착명령청구에 대한 판단】
1. 부착명령 원인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2. 판단
전자장치부착법 제5조 제3항에 규정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라 함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그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도2289, 2012감도5, 2012전도51 판결 등 참조). 또한 전자장치부착법에 의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명령은 형의 집행을 마친 후 보호관찰명령만을 받는 경우에 비하여 신체의 자유 및 사생활의 자유 등에 제약을 받는 정도가 훨씬 크므로, 부착명령을 하려면 보호관찰명령의 경우에 비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법리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살인범죄를 저지른 전력은 없는 점, ② 피고인에 대한 한국 폭력범죄 재범위험성 평가척도(KORAS-G)의 적용결과는 16점으로 재범위험성이 ‘높음’ 수준(12점~30점)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에 해당하는 점, ③ 피고인에 대한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의 적용결과는 18점으로 정신병질자 성향이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점, ④ 피고인에게는 징역형의 선고와 더불어 보호관찰명령도 함께 선고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과 환경, 이 부분 범행의 동기·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형 집행 종료 후 보호관찰을 명하는 것을 넘어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까지 명하여야 할 정도로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 제4항 제1호에 의하여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경훈(재판장) 오지애 류지원 |
233,331 | 사기·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 2022노842 | 20,220,817 | 선고 | 서울중앙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정거장(기소), 김아연(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운용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4. 14. 선고 2021고단225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판시 제1죄에 대하여 징역 4월, 판시 제2죄에 대하여 징역 3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공소사실 중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의 점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원심 판시 제1죄 관련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벌금을 대납하는 등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39,400,000원 중 28,650,000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였으므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사기로 본다고 하더라도 28,650,000원이 공제된 금액만이 피해액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2) 원심 판시 제2죄 중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사용한 돈 중 27,000,000원은 피해자의 변호인 선임비로 지출되었고 피고인이 부족분 6,0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3) 원심 판시 제2죄 중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신용카드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용카드의 점유가 배제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판시 제1죄: 징역 6개월, 판시 제2죄: 징역 4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 판시 제1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100억 원 이상의 예금이 없었고 돈을 빌리면서 피해자에게 약속한 변제기일은 일주일 정도였는데 실제 2개월에서 10개월가량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피해자에게 차용금 일부를 변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사기죄에 있어서 편취금을 일부 반환한 경우에도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돈 전부라 할 것인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100억 원 이상의 예금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은행에 예치된 돈을 찾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 빌려달라고 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로 변제할 수 있다고 말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 차용금 39,400,000원을 편취한 점이 인정된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심 판시 제2죄 중 사기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변론에 나타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피해자 카드로 결재한 사실은 인정되나 변호사 선임비를 피고인이 부담하기로 하였으므로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결재하였다는 사정이나 변호인 선임비용 부족분과 별건 변호인 선임비용 등을 피고인이 부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편취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마치 자신이 피해자의 변호인 선임비를 부담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교부받아 사용한 다음 사용대금을 갚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심 판시 제2죄 중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검사는 피고인이 변호사 선임비를 피해자 카드로 결재하고 그 대금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와 함께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신용카드업 등을 하는 자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에 비추어 볼 때 기망으로 취득한 신용카드 부정사용은 신용카드 자체를 기망하여 취득한 후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고소장에 공소외 2에게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교부하면서 변호인 선임비로만 사용하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고, 우편조서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변호인 선임 관련하여 2,500만 원의 선금과 성공사례비 5,000만 원을 미리 줘야 한다면서 며칠 뒤에 큰돈이 나온다며 영치되어 있던 피고인의 신용카드를 잠시만 쓰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였다. 피해자의 처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일시적으로만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변호인 선임비를 결제하고 나중에 돈을 돌려준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과 동거하였으며 피고인과 함께 조사를 받은 공소외 2 또한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변호인 선임비까지도 피고인 측에서 다 갚아주려는 생각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4는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등이 법무법인(유한) 강남을 방문하였을 당시 피고인과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존경하고 있었고 피해자를 위해 많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변호인 선임비를 지불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피고인의 신용카드로 결제된 2,700만 원은 피해자에 대한 2019노141 사건 제1심 사건의 착수금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2019. 2. 19. 피해자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변호사 선임비로 지급할 돈을 전부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자라는 돈은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일시적으로 결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취지로 편지를 작성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카드를 사용한 동기 및 경위를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권한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카드 사용대금에 대한 피고인의 편취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카드회사나 카드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의 사용이 부정사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위반의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부분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라.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사기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매우 많음에도 이 사건에서도 상당한 자력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속여 그로부터 7,000만 원 상당의 돈을 편취하였다. 피고인은 판시 제1의 사기 범행 이전에도 다른 피해자를 이 사건 범행과 동일한 수법으로 속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재범가능성과 비난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에 편취한 돈 중 5,000만 원을 변제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제출하였다. 원심 판시 제1의 사기죄와 2019. 1. 25.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를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 및 당심에서의 사정변경을 포함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인정된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 원심 범죄사실 2항을 다음과 같이 바꾸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사기
피고인은 2019. 2. 19.경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춘천교도소에 수용 중인 위 피해자 에게 ‘당신의 항소심 재판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성공사례비를 먼저 주어야 한다. 며칠 뒤 큰돈이 나오니 영치된 당신 명의인 롯데 신용카드(카드번호 1 생략)로 성공사례비를 지불한 뒤 카드대금을 금방 갚아주겠다.’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실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성공사례비를 지불하더라도 1항과 같은 이유로 그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생활비 등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2019. 2. 22.경 강원 춘천시 동내면 신촌양지길 5에 있는 춘천교도소에서 피해자로부터 위 신용카드 1장을 교부 받고, 2019. 2. 26.경부터 같은 해 3. 25.경까지 신용카드로 별지 범죄일람표(2) 기재와 같이 총 23회에 걸쳐 합계 29,997,718원 상당을 결제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형법 제347조 제1항,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처리
형법 제37조 후단, 제39조 제1항
【무죄 부분】
검사는 판시 제2항의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취득한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을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 인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최병률(재판장) 원정숙 정덕수 |
231,051 | 강제퇴거및보호명령취소청구 | 2021구합78282 | 20,220,818 | 선고 | 서울행법 | 일반행정 | 판결 : 확정 |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 중인 우간다 국적 甲이 폭행·상해·강제추행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교도소에서 형 집행을 마치고 출소했는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59조 제2항에 따라 甲에게 강제퇴거명령서의 ‘송환국’란을 공란으로 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고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甲에 대한 보호명령을 한 사안에서, 위 강제퇴거명령은 난민법 제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고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한 이상 보호명령 역시 위법하다고 한 사례 |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 중인 우간다 국적 甲이 폭행·상해·강제추행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교도소에서 형 집행을 마치고 출소했는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59조 제2항에 따라 甲에게 강제퇴거명령서의 ‘송환국’란을 공란으로 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고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甲에 대한 보호명령을 한 사안이다. 제반 사정 및 난민법 제3조 등의 해석에 따르면,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법 제3조에서 규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상 일반적인 외국인이나 난민신청자와 달리 난민인정자에 대하여는 강제퇴거명령 조사 및 심사 단계에서 송환이 가능한 국가를 확인하고,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영하여 강제퇴거명령서에 송환국을 기재하거나, 적어도 난민인정자가 송환될 경우 박해 또는 고문을 받을 염려가 있는 국가를 소극적으로 제외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송환국을 특정해야 하며, 이를 전혀 특정하지 않았거나, 박해 또는 고문당할 우려가 있는 국가를 포함하여 송환국을 특정하였다면 난민법 제3조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발령하기 전 조사 및 심사 단계에서 난민인정자인 甲에 대한 송환국을 조사하여 그 나라로 甲을 송환하는 것이 난민법 제3조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하지 않은 채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에서 정한 강제퇴거 사유에 대한 심사를 거쳐 강제퇴거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퇴거명령을 하였고, 강제퇴거명령서에 甲을 송환할 국가를 전혀 특정하지 않은 점, 甲의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64조 제1항 및 제2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따라 송환국이 정해질 수 없고 제64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甲이 희망하는 국가로 송환되어야 하는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甲에게 송환국을 확인한 사실이 없는 점, 甲이 우간다로 송환될 경우 고문당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존재하므로 난민법 제3조 및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제3조 제1항에 따라 우간다로는 강제송환될 수 없으나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甲에게 교부한 강제퇴거명령서의 ‘송환국’란에 우간다가 제외된다는 취지를 기재하지 않았던 점을 종합하면, 위 강제퇴거명령은 난민법 제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고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한 이상 보호명령 역시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 제59조 제2항, 제64조 제1항, 제2항, 난민법 제3조 | null | 【원 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철)
【피 고】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 천안출장소장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안동욱)
【변론종결】
2022. 4. 28.
【주 문】
1. 피고가 2021. 7. 5. 원고에 대하여 한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각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우간다 국적 외국인으로, 2012년 광주세계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참가 선수로 가장하여 단기방문(C3) 체류자격으로 2012. 11. 6. 인천공항을 통하여 국내에 입국하였다.
나. 원고는 2013. 1. 4. ‘군인인 아버지의 실종 이후 체포, 고문 등 박해의 우려로 인한 공포’를 이유로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인정을 신청하였다. 법무부장관은 2014. 4. 11. ‘우간다로 돌아가면 다시 고문을 당할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여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였다(이하의 ‘난민’, ‘난민인정자’, ‘난민신청자’ 개념은 난민법 제2조 각호의 정의규정에 따른다).
다. 원고는 2014. 4. 30. 체류자격이 F2(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2조 [별표 1의2] 제24.의 다.항 난민의 인정을 받은 사람)로 변경된 후 계속 국내에 체류 중이다.
라. 원고는 2019. 12. 3. 폭행 등 혐의로 구속되었고, 2020. 1. 25.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으며,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0. 4. 24. 원고의 폭행죄, 상해죄, 강제추행죄 등을 유죄로 인정하여 원고에 대하여 징역 1년 4월 및 3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을 선고하였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9고단2063, 3104(병합), 3518(병합), 3539(병합), 4396(병합)], 그 무렵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는 2021. 6. 16. 천안교도소에서 형 집행을 마치고 출소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강제퇴거 대상인지 심사하기 위하여 출입국관리법 제51조 및 제63조에 따라 2021. 6. 16.부터 2021. 6. 25.까지 원고에 대한 보호명령을 하였고, 출입국관리법 제52조 제1항에 따라 보호기간을 2021. 7. 5.까지 연장하였다.
바. 피고는 2021. 7. 5. 원고에게 ‘원고의 범죄사실로 볼 때,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한 행위가 명확하고, 우리 사회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강제퇴거함이 합당하다고 판단되므로(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 관련 중대법 위반자임) 원고를 강제퇴거에 처한다.’는 요지의 출입국사범 심사결정을 통지하였다.
사. 피고는 같은 날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제13호, 제11조 제1항 제3호, 제4호(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59조에 따라 원고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을 하고(이하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이라 한다), 원고에게 강제퇴거명령서를 발급하였는데, 위 명령서의 ‘송환국’란은 공란으로 비어 있다.
아. 피고는 같은 날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사유로 하여 출입국관리법 제51조 및 제63조에 따라 원고를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원고에 대한 보호명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호명령’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 요지
가. 원고
1)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으로 원고는 고문받을 위험이 큰 우간다로 송환될 수밖에 없는바,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법하다.
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하 ‘고문방지협약’이라 한다) 제3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한다) 제7조는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경우 예외 없는 절대적 강제송환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이에 위반된다.
나) 원고가 범죄를 저지른 상황과 원고가 선고받은 형량,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2항에서 정한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에 대한 강제퇴거 기준 등에 비추어, 원고의 범죄는 ‘특히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한다) 제33조 제2항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난민협약 제33조에 위반된다.
다) 피고는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2항 등에 따라 원고가 우간다로 돌아갔을 경우 고문을 받을 염려가 있는지에 관하여 면밀히 조사하여야 했으나 이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
라)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으로 원고는 우간다로 돌아가 고문당할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헤어지게 되어 헌법 제36조 제1항, 자유권규약 제17조 및 제23조 등에서 규정한 국가로부터 가족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등이 침해되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원고의 사익침해가 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으로 원고가 우간다로 송환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법하다.
가) 피고는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기 전 원고가 무사증으로 입국할 국가로부터 원고가 고문이나 박해를 받을 우간다로 갈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적절하고 신뢰할 만한 외교적인 보장을 받아 원고가 우간다로 보내질 위험을 효과적으로 제거했어야 함에도 피고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고문방지협약 제3조와 자유권규약 제7조, 난민협약 제33조가 규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나) 피고가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내릴 때 원고에게 주었던 자료는 강제퇴거명령서가 전부이고, 위 문서에는 적용규정만 한글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왜 자신이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는지 피고로부터 이유를 제시받지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자신이 추방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밝히는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난민협약 제32조 제2항에서 정한 절차를 보장받지 못하였다.
3) 위와 같이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한 이상 적법한 강제퇴거명령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보호명령도 위법하다.
나. 피고
1)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의 강제퇴거는 명령과 집행이 이원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강제퇴거명령 단계에서는 송환국이 결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도 송환국을 정하지 않음으로써 향후 집행단계에서 원고가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국가 등을 살피도록 하였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원고의 송환국이 확정되었거나 우간다로 결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난민협약 제33조 내지 고문방지협약 제3조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서는 안 되므로,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이 사건의 쟁점이 될 수 없다.
2) 예외가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 금지로서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은 국제 강행규범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 횟수와 심각성, 법질서 경시 태도에 비추어 원고는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특히 중대한 범죄에 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고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되는 자에 해당하므로, 설령 향후 집행단계에서 원고의 송환국이 우간다로 결정되더라도 국제 강행규범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예비적 주장).
3) 원고는 출입국관리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범죄행위를 저질러 여러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였는바, 원고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고, 이는 난민협약 제32조 제1항에 정한 공공질서를 사유로 하는 강제퇴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난민협약에 위반되지 않는다.
4) 피고는 원고가 난민인 점을 고려하여 강제퇴거명령 시 송환국을 명시하지 않아 출입국관리법 제64조에 따라 송환국이 결정될 때까지 집행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므로, 원고를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송환이 가능한 시점까지 원고를 보호하기 위한 이 사건 보호명령은 적법하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증거에 갑 제7, 9, 10호증, 을 제9 내지 27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국내 체류 중 2013. 10. 7.부터 폭행, 업무방해,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음주운전), 상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기, 재물손괴, 상해, 강제추행 등 범죄를 20회 이상 저질렀고, 10회는 벌금형으로 선처받았으나, 2017. 12. 8. 폭행, 모욕 등으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2017. 12. 16. 확정), 집행유예기간 중인 2018. 5. 12. 절도미수 범행을 다시 저질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2018. 9. 12. 징역 8월을 선고받았으며, 2019. 1. 10.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2) 원고가 2013. 11. 25. 폭행죄로 벌금 30만 원의 처벌을 받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원고에 대한 출입국사범 심사를 하여 법 위반 사실이 경미하다고 보아 원고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다시 한국법을 어기면 강제퇴거 조치 등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준법서약서를 받았다. 이후에도 원고가 범행을 거듭하였으나, 피고를 비롯한 여러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는 원고의 강제퇴거 대상 여부를 심사하여, 원고가 난민인정을 받은 자로 난민법 제3조에 따라 강제송환이 금지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6회에 걸쳐 원고로부터 준법서약서를 제출받고 원고에 대하여 엄중경고 통고를 하였을 뿐, 강제퇴거명령을 하지는 않았다. 원고가 제출한 각 준법서약서에는 ‘앞으로 법을 위반하지 않겠다. 다시 대한민국 법령 위반 시 강제퇴거 등 조치가 있을 것을 안내받았고, 그러한 처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원고의 어머니 소외인은 2008. 10. 26. 국내에 입국하여 2008. 11. 8. 법무부장관에게 고문 등 박해의 우려로 인한 공포 등을 이유로 난민인정을 신청하여 2010. 6. 18. 난민으로 인정되었다.
4) 피고의 상급기관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난민정책과)의 ‘난민인정자 실태조사’ 지시에 따라 피고의 직원은 2020. 8. 10. 소외인을 방문하여 원고에 대한 강제퇴거 심사를 위한 사전 조사를 실시하였다. 소외인은 ‘원고의 아버지는 여전히 소재가 불명확하다. 남편이 실종된 이후 가족에 대한 위협이 지속되기 때문에 우간다로 돌아가기 두렵다. 원고의 누나는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다. 원고의 여동생은 우간다의 남자친구 집에 머무르고 있고, 다른 가족들이 과거 우간다에서 신변의 위협을 받았던 것과 달리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라고 진술하였고, 조사자는 소외인이 원고의 누나 및 여동생과 문자메시지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확인하였다.
5)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이민조사과와 난민정책과는 2021. 7.경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하기 전 원고에 대한 처리방향을 내부적으로 검토하여 "난민인정자(형사범) 사범처리 의견 보고" 문서를 작성하였고, 피고는 이를 반영하여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하였다. 위 문서에는 우간다 국가정황에 관하여 ‘6선 연임을 한 무세베니 정부는 야당 국회의원과 집회 참가자에 대한 불법 체포 및 폭력을 행사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2020년에는 반정부 집회 격화, 시민 탄압 등 불안한 정치 상황이 심화되었다. 보안군이 용의자들을 고문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수년 동안 혐의 없는 용의자들을 구금하는 비공식 구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야당지도자, 정치인, 시위자, 언론인, 코로나 19 제한 위반으로 기소된 일반인을 임의로 체포하고 구금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러한 우간다 정황과 원고의 범죄전력, 소외인에 대한 사전 조사 등을 토대로 보고된 검토의견은 다음과 같다.
○ 현재 우간다의 정세는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원고는 우간다 여권 소지자(유효기간: 2021. 12. 19.)로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34개 국가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고, 누나와 여동생이 미국과 우간다에서 각각 체류하고 있는 점,○ 원고는 2014년 이후부터 다수의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으며, 향후에도 재범의 우려가 상당한 점, 피해자가 다수인 점, 특히 고령의 피해자를 여러 번 폭행하고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하는 점 등 범죄 내용을 볼 때 죄질이 좋지 않은 점,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르는 점을 본다면 국내에서 보호를 계속 제공할 필요성은 낮다고 판단되는 점,○ 최근에는 폭행·상해·강제추행으로 징역 1년 4월 및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3년) 선고를 받고, 2021. 6. 16. 천안교도소에서 출소하여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에 따른 강제퇴거의 대상이 명백한 점, - 난민협약 제33조(추방 및 송환의 금지)에서는 동 규정의 이익은 난민인 경우라도 그가 체류하는 국가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최종적인 유죄판결이 내려지고 그 국가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되는 경우에는 요구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 - 연이어 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볼 때 대한민국 공권력과 법질서를 경시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전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개전의 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점, - 다수의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단지 난민인정자라는 이유로 7번의 준법서약서만을 제출하게 하고 체류허가를 해왔던 점, - 국가가 바람직스럽지 않은 외국인을 추방할 권리를 갖는 것은 주권의 본질적 속성상 당연한 것이며 외국인의 출입국에 관한 사항은 주권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므로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선 강제퇴거명령 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조치함이 좋겠음
6) 원고는 2021. 7. 5. 법무부장관에게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과 이 사건 보호명령에 대하여 각각 이의신청을 하여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따라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위반하였고, 원고의 범죄행위는 난민에 대한 예외적 강제퇴거를 규정한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의 중대한 범죄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위법하고, 이에 근거한 이 사건 보호명령도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법무부장관은 2021. 7. 30. 위 각 이의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는데, 그 판단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원고는 난민협약 제33조(추방 또는 송환의 금지) 제2항에 규정된 ‘중대한 범죄’는 최소한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2항 영주권자의 강제퇴거 규정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이에 신청인의 범죄는 중대한 범죄가 아니므로 강제퇴거명령이 난민협약에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난민도 일반 외국인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출입국관리법에 규정하고 있는 영주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체류 외국인으로서,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2항에 따라 강제퇴거되지 아니하는 외국인에 포함되지 않음 단, 난민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고려하여 강제송환금지를 특별히 고려하고 있음○ 이에 난민인정자의 경우라도 대한민국 법을 위반한 사람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명령을 할 수 있고, 난민협약 제32조(추방)에서는 "체약국은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이유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합법적으로 자국영역 내에 체재하고 있는 난민을 추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바, 대한민국의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는 추방이 가능하며, 동법 제33조(추방 또는 송환의 금지)에서는 "체약국에 있는 난민으로서 그 국가의 안보에 위험하다고 인정되기에 충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특히 중대한 범죄에 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고 그 국가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된 자는 이 규정의 이익을 요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퇴거 명령이 동 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할 수 없음○ 원고는 사건 범행 횟수가 많고, 피해자가 다수인 점, 폭행·상해 및 추행의 정도가 가볍지 아니하고, 특히 고령의 다수의 피해자를 폭행하고, 나이 어린 학생을 지하철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추행한 점, 다수의 폭력 관련 범죄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 등으로 보아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및 제4호, 같은 법 제46조 제1항 제3호 및 제13호 등에 따른 강제퇴거 대상자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적법한 처분이고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고 정당함○ 원고는 고문방지협약 제3조 예외 없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주장하며,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곳으로의 추방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체약국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되나, 출입국관리법 제64조 제2항에 따라 본인이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국가로도 송환이 가능함○ 또한 강제퇴거 명령은 난민인정을 받아 한국에 거주하는 모친과 헤어져야 하므로, 가족결합과 가족생활 보호에 관한 헌법 제36조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나, 우간다 여권 소지자는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34개 국가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고, 누나(91년생), 여동생(93년생)은 각각 미군과 우간다에 거주 중에 있어 언제든지 원하는 경우 가족들이 결합할 수 있는 상황임○ 국가가 바람직스럽지 않은 외국인을 추방할 권리를 갖는 것은 주권의 본질적 속성상 당연한 것이며 출입국관리행정은 주권국가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광범위한 정책재량이 인정되며 또한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항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고를 체류허가함으로써 얻을 원고의 사익에 비해 원고를 강제퇴거함으로써 가져올 대한민국의 공익이 더 크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처분이라 할 수 없고 정당함○ 적법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에 근거한 이 사건 보호명령 역시 적법·타당함
7) 피고는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 시까지 원고에게,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나라가 어디인지 확인한 바 없다.
5. 판단
가.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시 강제송환금지원칙 심사가 필요한지 여부
1)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에 관하여 제6장에서, 먼저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외국인의 강제퇴거 사유(제1절, 제46조), 위 강제퇴거 사유에 해당된다고 의심되는 외국인에 대한 사실 조사(제2절, 제47조 내지 제50조)와 강제퇴거 사유 심사를 위한 보호(제3절, 제51조 내지 제57조), 강제퇴거 사유 심사·결정 및 이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제4절, 제58조 내지 제61조) 등 강제퇴거명령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위와 같은 강제퇴거명령 절차와 별도로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절차(제5절, 제62조 내지 제64조)를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송환될 국가를 정하는 기준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64조). 또한 강제퇴거명령 절차인 제46조 제2항에서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은 형법상 내란의 죄 등을 범하는 등의 사유가 없는 이상 강제퇴거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에게는 원칙적으로 강제퇴거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반면,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절차에 관한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 본문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법에 따라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으나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한 경우나 난민법 제21조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에 대한 심사가 끝나지 아니한 경우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난민법 제3조에 따라 강제송환이 금지되는 난민신청자에 대해 강제퇴거명령 자체는 유효하게 내릴 수 있음을 전제로 이를 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실무상으로도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소정의 강제퇴거 요건에 해당하면 일단 강제퇴거명령을 한 후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이를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제64조는 제1항에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은 국적이나 시민권을 가진 국가로 송환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국가로 송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국가로 송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를, 제2호에서 ‘출생지가 있는 국가’를, 제3호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선박 등에 탔던 항이 속하는 국가’를, 제4호에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서 규정한 국가 외에 본인이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국가’를 각각 들고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강제퇴거명령이 집행된다 하더라도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가 아닌 다른 안전한 국가로 송환될 여지가 남아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난민인정자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퇴거명령만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아직 그 송환국이 정해지지 않아 난민법 제3조(강제송환의 금지)는 심사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2)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및 난민법 제3조 등의 해석에 의하면,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법 제3조에서 규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상 일반적인 외국인이나 난민신청자와 달리 난민인정자에 대하여는 강제퇴거명령 조사 및 심사 단계에서 송환이 가능한 국가를 확인하고,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영하여 강제퇴거명령서에 송환국을 기재하거나, 적어도 난민인정자가 송환될 경우 박해 또는 고문을 받을 염려가 있는 국가를 소극적으로 제외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송환국을 특정해야 하며, 이를 전혀 특정하지 않았거나, 박해 또는 고문당할 우려가 있는 국가를 포함하여 송환국을 특정하였다면 이는 난민법 제3조에 위반된다고 봄이 옳다.
가) 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2. 12. 3. 난민협약에 대한 비준서를 기탁하였고, 그에 따라 난민협약은 1993. 3. 3. 발효되었다. 또한 대한민국은 1995. 2. 8. 고문방지협약에도 가입하였다. 따라서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은 모두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으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나) 난민법 제3조는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 및 난민신청자는 난민협약 제33조 및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송환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송환금지의 근거가 난민협약 제33조 및 고문방지협약 제3조임을 밝히고 있다. 난민협약 제33조 제1항은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난민에 대한 추방 및 송환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다만 제2항에서 ‘체약국에 있는 난민으로서 특히 중대한 범죄에 관하여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고 그 국가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된 자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이 규정의 이익을 요구하지 못한다.’고 하여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1항은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고문방지협약에서는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과 같은 강제송환금지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고문방지협약상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된다고 해석되는 점, 구 출입국관리법(2012. 2. 10. 법률 제112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출입국관리법’이라 한다) 제64조 제3항은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의 근거로 난민협약 제33조 제1항만을 규정하였으나, 위 규정은 2012. 2. 10. 법률 제11298호로 삭제되고, ‘난민인정절차 및 난민 등의 처우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난민협약 등 국제법과 국내법의 조화를 꾀하고,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지려는 취지’에서 같은 날 법률 제11298호로 난민법이 제정되어 같은 법 제3조에서 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추가로 준용한 점, 난민협약 제5조는 ‘이 협약의 어떠한 규정도 체약국이 이 협약과는 관계없이 난민에게 부여하는 권리와 이익을 저해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을 근거로 고문방지협약에서 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예외를 설정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의 강제송환금지 예외에 해당하는 난민인정자라고 할지라도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1항에 따라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 또는 송환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해석된다.
다) 난민협약 제33조와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추방(Expulsion)에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대한민국 밖으로 추방’하는 출입국관리법상의 강제퇴거가 포함됨이 문언상 명확하고, 난민인정자는 난민법 제3조에 따라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될 수 없으므로 난민법 제3조에서 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은 강제퇴거 요건을 충족한 난민인정자가 송환되는 국가가 어떤 국가인지에 대한 심사를 요구한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제59조 제2항, 제3항, 제64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63조는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 사유를 심사하여 외국인에게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때에는 강제퇴거명령서를 용의자에게 발급하고, 위 명령서에 송환국을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강제퇴거명령의 적법성을 다툴 때 강제퇴거명령서에 기재된 국가로 송환되어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지에 관하여 다툴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라) 난민법 제3조는 강제송환의 금지를 규정하여 일반적인 외국인에 비해 난민인정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어 난민인정자에 대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기 위한 관건적인 요건은 출입국관리법 제46조의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는지보다는 강제퇴거가 난민법 제3조에 위반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이므로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서에 기재된 국가가 난민법 제3조에 의하여 추방 또는 송환이 금지되는 영역에 속하는 국가인지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필요성이 크다. 실제로 피고를 비롯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원고에 대한 강제퇴거 여부 심사에서 난민법 제3조를 주된 이유로 원고의 국내 체류를 허용하여 왔다. 원고가 출입국관리법 제46조에서 규정한 강제퇴거 요건에 해당함은 분명해 보이므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에서도 원고가 위 조항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할 필요성은 크지 않았고, 피고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원고의 강제퇴거 여부에 관한 검토 내용도 강제송환금지원칙 저촉 여부가 주된 판단대상이었다.
마) 피고는 출입국관리 실무상 강제퇴거 사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강제퇴거 요건 해당 여부를 심사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고, 구체적인 송환국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단계에서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난민법 제3조에 따라 강제송환금지원칙이 적용되는 난민인정자에 대하여는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바,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언제든 국적국으로 출국할 수 있으나, 난민인정자는 박해의 우려가 있어 국적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양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2) 난민협약 제32조 제2항은 ‘난민의 추방은 적법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정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안보를 위하여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 난민은 추방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밝히는 증거를 제출하고, 권한있는 기관 등에 이의를 신청하고 이 목적을 위한 대리인을 세우는 것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난민협약 제3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은 난민에 대한 국제적 보호의 초석으로, 모든 난민에 대해 제한 없이 적용되는 최소한의 보호의무이므로 이와 관련하여서는 적어도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난민의 추방에 관한 규정인 난민협약 제32조와 유사한 수준의 절차적 보호가 이루어져야 하는바, 난민협약 제32조 제2항에서 정한 적법절차의 보장은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에서 규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예외에 따라 난민인정자가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될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2항은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권한있는 당국은 가능한 경우 관련국가에서 현저하며 극악한 또는 대규모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하게 존재하여 왔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모든 관련사항을 고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권한 있는 당국’은 추방, 송환 등에 관한 결정을 하는 행정기관 또는 사법기관을 의미하나, 송환될 국가에서 고문받을 위험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난민인정자의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행정기관이 위와 같은 사항을 판단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을 통한 불복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3) 출입국관리법 제64조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송환될 국가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나, 난민인정자와 같이 박해 등의 우려로 국적이나 시민권을 가진 국가(제64조 제1항)로 송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 출생지가 있는 국가,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선박 등에 탔던 항이 속하는 국가, 위 국가 외에 난민인정자가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국가로 송환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 제64조 제2항 기재 국가들이 대한민국에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인수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바, 강제퇴거명령 집행상의 문제와 해당 국가의 인수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송환국을 정하게 되므로 행정청의 재량 여지없이 획일적으로 출입국관리법 제64조 규정에 의하여 송환국이 정해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행사한 재량권에 대한 통제로서 권리구제절차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은 송환절차에 관하여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의 송환국 결정에 관하여 강제퇴거명령과는 별도로 난민인정자가 다툴 수 있도록 한 절차규정이나, 이의신청 절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3항은 강제퇴거명령서를 집행할 때는 그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강제퇴거명령서를 내보이고 ‘지체 없이’ 그를 송환국으로 송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난민인정자 같은 외국인은 언어적 제약 등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있어 강제퇴거명령 후 행정청이 하는 송환국 결정이나 강제퇴거명령 집행에 대해 사법적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이나 고문받을 염려가 있는 다른 나라로 추방되는 것은 추방된 난민인정자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나, 송환은 강제퇴거명령에 따르는 사실행위이므로 어떠한 사유로든 일단 집행되어버리면 사실상 이에 관하여 불복하기 어렵고, 그 위법성을 다툴 실익이 없게 된다. 이처럼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대한 심사가 강제퇴거명령 집행절차에서 비로소 이루어진다면 난민인정자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한 송환국 결정에 대해 행정절차나 사법절차를 통하여 불복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어 앞서 본 바와 같이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한 절차적 보호의 취지에 어긋나고, 이는 난민법 제3조 적용에 큰 흠결을 초래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강제퇴거명령 절차에서 난민인정자를 송환할 국가를 조사하여 가능한 한 강제퇴거명령서에 이를 특정하고, 해당 국가로 송환이 난민법 제3조에 위반될 여지는 없는지 심사하여 이를 신중히 결정하며, 강제퇴거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출입국관리법 제60조)이나 행정소송을 통하여 난민인정자가 송환국 결정의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다툴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출입국관리법이 형식적으로는 강제퇴거명령 절차와 강제퇴거명령 집행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나,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명령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하고, 그 집행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 하여 실상은 동일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 내의 상급자(장)와 하급자(출입국관리공무원)가 강제퇴거명령의 발령 및 집행을 함께 하고 있어 그 절차가 실질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각 절차의 분리를 통해 절차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하며 발급한 강제퇴거명령서에는 송환국을 명시하여야 하므로(출입국관리법 제59조 제2항, 제3항, 제64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63조) 송환국 결정은 강제퇴거명령 심사·결정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강제퇴거명령 절차와 그 집행절차가 분리되어 집행절차에서 송환국이 정해진다는 논리를 모든 강제퇴거명령에 고수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5)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명령서의 집행(강제퇴거명령 집행절차)에 관한 제62조 제4항 본문에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법에 따라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으나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아니한 경우나 난민법 제21조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이에 대한 심사가 끝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난민인정 절차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연계하여 규정하여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송환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실무상으로도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신청자의 난민 지위에 관한 소송 등이 종료되지 않아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이 경우 해당 난민신청자는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위하여 보호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난민인정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긴급히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실익도 크지 않다) 난민인정 여부나 강제송환금지원칙 저촉 여부에 대한 고려 없이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하여 강제퇴거명령을 발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불합리한 점은 없다고 보인다. 그러나 난민인정자의 경우 난민신청자와 달리 출입국관리법에 강제퇴거명령의 집행을 제한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는 점,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난민신청자가 출입국관리법 제62조 제4항 단서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지체 없이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목적이라면 그에 대해서는 강제퇴거명령 심사 단계에서 난민신청자의 난민인정 여부나 해당 강제퇴거명령이 난민법 제3조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점, 구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명령 집행절차에 대한 제64조 제3항에서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를 규정하였는데, 위 조항 단서는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해친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강제송환금지의 예외로 규정하여 난민협약 제3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추방 또는 송환의 예외사유에 비하여 더 넓게 예외를 인정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조항은 2012. 2. 10. 삭제되고, 난민법 제3조에서 난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 내용으로 새로 강제송환금지원칙이 규정되었으며, 난민법 제4조는 난민인정자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하여 출입국관리법에 우선하여 난민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난민법 제30조 제1항도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난민인정자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등에 비추어 적어도 출입국관리법과 별도로 제정된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난민인정자의 지위와 처우에 관하여 우선 적용되는 난민법 제3조에 대한 심사가 강제퇴거명령의 집행 절차가 아닌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6) 난민법 제3조에서 규정한 강제송환금지원칙은 난민인정자를 박해나 고문받을 우려가 없는 국가로 강제퇴거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해당 난민인정자를 국내에 계속 체류하도록 하는 것을 내재한다고 볼 수 있고(피고를 비롯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도 유사한 취지에서 원고에 대한 체류를 허가하여 왔다), 난민인정자 등의 지위나 처우에 관하여 출입국관리법에 우선하여 난민법 또는 난민협약이 적용되며(난민법 제4조 및 제30조 제1항),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에 대해 강제퇴거명령을 하고, 보호하는 것은 해당 외국인이 대한민국 외의 다른 나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강제송환금지원칙이 적용된 결과 난민인정자가 송환될 국가가 없는 경우 난민인정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을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나아가 출입국관리법 제60조 제1항은 강제퇴거명령서를 받은 외국인이 법무부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자가 위 조항에 따른 이의신청을 한 경우 같은 법 제61조 제1항에 규정된 사유(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사실이 있거나 그 밖에 대한민국에 체류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의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7),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4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이 다른 국가로부터 입국이 거부되는 등의 사유로 송환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된 경우에는 그의 보호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강제송환금지원칙에 따른 송환국에 대한 심사 결과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저촉되어 난민인정자를 송환할 수 없거나 송환에 지나치게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위 각 규정에 따라 난민인정자에 대하여 필요한 조건(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7 단서, 제61조 제2항)을 붙여 체류를 허가하거나 보호를 해제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강제퇴거명령 단계에서 난민인정자의 송환국에 관하여 심사할 실익도 크다고 판단된다.
나.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의 적법 여부
위 가.항에서 살펴본 난민법 제3조 등에 대한 해석에 따라,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난민법 제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1) 피고는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발령하기 전 조사 및 심사 단계에서 난민인정자인 원고에 대한 송환국을 조사하여 그 나라로 원고를 송환하는 것이 난민법 제3조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였음에도 피고는 난민법 제3조를 오해하여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소정의 강제퇴거 사유에 대한 심사를 거쳐 강제퇴거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하였고, 그 강제퇴거명령서에 원고를 송환할 국가를 전혀 특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은 위 사유만으로도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원고가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선박 등에 탔던 항이 속하는 국가는 송환 시 원고가 고문 등 박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 우간다 외에는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경우 출입국관리법 제64조 제1항 및 제2항 제1호, 제2호, 제3호에 따라 송환국이 정해질 수 없고, 출입국관리법 제64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원고가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국가로 송환되어야 한다. 이 경우 강제퇴거명령의 송환국을 특정하는 데 난민인정자가 협조하지 않아 송환국을 특정할 수 없다면 이는 난민인정자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송환국을 특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출입국관리법 제47조 내지 제50조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이 강제퇴거 사유가 있다고 의심되는 외국인에 대해 조사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외국인에게 출석을 요구하여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등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조사권한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2조는 강제퇴거 대상자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최대 20일까지 해당 외국인을 보호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피고는 이에 따라 원고를 20일간 보호하면서도 원고에게 송환국을 확인한 사실이 없다.
3) 원고는 원고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국적국인 우간다로 돌아갈 경우 고문을 당할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되어 난민으로 인정되었고, 이후 우간다 상황이 현저히 변경되어 원고가 우간다로 송환될 경우 고문당할 가능성이 소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는 우간다로 송환될 경우 고문당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존재하므로 난민법 제3조 및 고문방지협약 제3조 제1항에 따라 우간다로는 강제송환될 수 없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교부한 강제퇴거명령서의 ‘송환국’란에서 우간다가 제외된다는 취지를 기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에 대한 강제퇴거 심사를 위한 피고의 사전 조사내용이나 피고가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에 반영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검토 내용[난민인정자(형사범) 사범처리 의견 보고], 원고의 이의신청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이 판단한 내용, 피고가 이 법원에서 한 주장 등에 비추어 피고는 난민법 제3조를 잘못 이해하여 원고가 우간다로 송환될 수도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 이 사건 보호명령의 적법 여부
출입국관리법 제63조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을 경우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보호명령은 적법한 강제퇴거명령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한 이상, 이 사건 보호명령 역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이상훈(재판장) 이아영 변이섭 |
234,283 | 청구이의 | 2022나2000812 | 20,220,818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관리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김남오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라이저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게이트 담당변호사 김범석 외 3인)
【제1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2. 23. 선고 2020가합107064 판결
【변론종결】
2022. 7. 7.
【주 문】
1. 이 법원에서 추가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1) 서울고등법원 2016. 12. 16. 선고 2015나2055616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중 원고에게 2022. 7. 이후 별지 1 목록 기재 사항의 게시 등을 명한 부분과 2022. 7. 이후의 별지 2 목록 제1 내지 9항 기재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부분을 각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2)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3. 5. 자 2020타기100001 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중 원고에게 2022. 7. 이후의 별지 2 목록 제1 내지 7항 기재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한 부분 및 집행이 종료된 12,000,000원을 각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각 이를 불허한다.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다. 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1) 위 가.의 1)항 기재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중 원고에게 2022. 7. 이후 별지 1 목록 기재 사항의 게시 등을 명한 부분과 2022. 7. 이후의 별지 2 목록 제1 내지 9항 기재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부분을 각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2) 위 나.의 2)항 기재 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중 원고에게 2022. 7. 이후의 별지 2 목록 제1 내지 7항 기재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한 부분 및 집행이 종료된 12,000,000원을 각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각 이를 정지한다.
2. 소송 총비용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3. 제1의 다.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2016. 12. 16. 선고 2015나205516 판결(이하 ‘관련판결’이라고 한다)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3. 5. 자 2020타기100001 결정(이하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라고 한다)에 기한 강제집행은 집행이 종료된 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이를 불허한다(원고는 이 법원에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 중 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 제23조에 따라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11층 건물인 ○○○○○○○○○(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관리를 위하여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단체이고, 피고들은 이 사건 건물의 일부 구분건물을 소유한 구분소유자들이다.
2) 소외 1은 소외 2가 원고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2016. 5. 30. 이전에 원고의 대표자이었던 사람이다.
나. 원고 등과 피고들 사이의 종전소송
1) 피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건물 구분소유자 6인(이하 ‘피고들 등’이라 한다)은 2013. 9. 26. 원고와 당시 원고 대표자이던 소외 1 2인(이하 ‘원고 등’이라고 한다)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3카합625호로 관리비내역공개 가처분신청을 하였다. 위 법원은 2014. 7. 2. 피고들 등의 신청을 일부 인용하여 원고 등에 대해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매월 25일부터 말일까지 그 전월에 해당하는 "원고가 각 입주자들에게 부과하는 관리비의 각 항목별(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 유지비, 난방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장기수선충당금) 부과 및 사용 경비 내역, 적립 금액" 사항을 이 사건 건물 현관에 게시하거나 피고들에게 통보하도록 명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다(이하 ‘관련 가처분결정’이라고 한다).
2) 피고 주식회사 라이저(이하 ‘피고 라이저’라고 한다)는 2014. 8. 8. 원고 등이 관련 가처분결정에 기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타기2116호로 간접강제를 신청하였다. 위 법원은 2014. 9. 26. 피고 라이저의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 등이 관련 가처분결정에 기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1일 당 1,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간접강제금의 지급을 명하는 내용의 간접강제결정을 하였다(이하 ‘관련 간접강제결정’이라고 한다).
3) 피고 라이저가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받는 등 원고 등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하자, 원고 등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가합111994호로 피고 라이저를 상대로 관련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16. 1. 8. 원고 등의 소 중 간접강제금의 추심이 완료된 부분을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4) 이에 대해 원고 등이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6나2007980호), 2018. 11. 26. 당사자 사이에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채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한편, 피고 라이저가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해 소외 1을 채무자로 하여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받아 추심을 완료한 돈은 피고 라이저에 귀속되고, 피고 라이저가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해 원고를 채무자로 하여 마친 압류 및 추심 명령에 관하여는 그 신청을 취하하고 집행을 해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조정이 성립되었다.
다.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관련판결의 확정
1) 피고들은 2015. 4. 2.경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가합102867호로 원고 등을 상대로 관리비 내역 공개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피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쌍방이 모두 항소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5나2055616호), 위 법원은 2016. 12. 16. 원고 등에게 아래와 같은 의무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1. 원고와 소외 1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매월 25일부터 말일까지 그 전월에 해당하는 별지1 제1항 기재 사항을 위 건물의 현관에 게시하거나 피고들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별지1 제1항] 공개할 사항(이하 ‘이 사건 공개사항’이라 한다. 이 사건의 별지 1 목록 기재 사항과 같다.) 원고가 각 입주자들에게 부과하는 관리비의 부과내역 및 각 항목별(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 유지비, 난방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경비 내역, 적립 금액2. 원고와 소외 1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사무실 내에서 별지1 제2항 기재 자료(이하 ‘이 사건 자료’라고 한다. 이 사건의 별지 2 목록 기재 각 자료와 같다.)에 대한 열람·복사를 허용하여야 한다. [별지1 제2항] 열람·복사를 허용하여야 할 사항 원고의 2013. 7. 이후의 다음의 장부, 서류, 계좌내역 가. 각 입주자들로부터 받는 관리비 입금 및 지출 계좌 나. 각 호실별 관리비 부과 장부 다. 관리비를 수납하고 발행한 세금계산서들 라. 관리비 현금출납 장부 마. 거래원장(전표) 바.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서, 직원들의 출근부 사. 전기, 수도 검침 장부 아. 전기, 수도 등 사용료의 산출방법(공용사용료 및 전용사용료) 자. 공사도급계약서, 영수증, 세금계산서
2) 이에 대하여 쌍방이 모두 상고하였다(대법원 2017다203374호). 대법원은 2018. 9. 28. 소외 1이 원고의 관리인직에서 사임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소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소를 각하하는 한편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서는 관련판결[앞서 본 1)항의 서울고등법원 2015나2055616 판결]이 2018. 9. 28. 확정되었다.
라. 피고들의 신청에 따른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발령
1) 피고들은 2020. 1. 8. 원고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타기100001호로 관련판결에 기한 간접강제신청을 하였는데, 관련판결에서 원고에게 명한 의무 전부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이 사건 자료 중 "전기, 수도 검침 장부 및 전기, 수도 등 사용료의 산출방법(공용사용료 및 전용사용료)"(이하 ‘전기·수도 자료’라고 한다. 별지 2 목록 제8, 9항 기재 자료이다)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이하 ‘나머지 자료’라고 한다. 별지 2 목록 제1 내지 7항 기재 자료이다)로서 2017. 11. 이후의 자료에 관한 원고의 열람·복사 허용의무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에 따라 위 법원은 2020. 3. 5.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을 하였다. 즉, 관련판결에서는 원고에 대해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과 함께 이 사건 자료인 별지 2 목록 기재 자료 전부를 대상으로 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하였던 반면,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서는 원고에 대해 나머지 자료 중 2017. 11. 이후의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 한하여 위반 시의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하였다.
1. 원고는 이 결정을 고지 받은 날부터 피고들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원고 사무실 내에서 별지 기재 자료에 대한 열람·복사를 허용하여야 한다.2. 원고가 제1항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이를 위반한 때부터 위반행위를 종료할 때까지 원고는 피고들에게 1일당 1,0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별지] 원고의 2017. 11. 이후의 다음의 장부, 서류, 계좌내역 가. 각 입주자들로부터 받는 관리비 입금 및 지출 계좌 나. 각 호실별 관리비 부과 장부 다. 관리비를 수납하고 발행한 세금계산서들 라. 관리비 현금출납 장부 마. 거래원장(전표) 바.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서, 직원들의 출근부 사. 공사도급계약서, 영수증, 세금계산서
2)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은 2020. 3. 6. 원고와 피고들 측에 각 송달되었다. 원고가 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2020라20350호로 즉시항고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0. 5. 6. 이를 기각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피고들의 강제집행 등
1) 피고들은 2020. 3. 18.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초한 간접강제금의 집행을 위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집행문부여를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2020. 3. 7.부터 2020. 3. 18.까지 12일의 간접강제결정 위반기간 동안의 간접강제금 12,000,000원(= 1,000,000원 × 12일)에 관한 집행문을 부여하였다.
피고들은 위 집행문에 기하여 2020. 3. 24.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타채105042호로 원고의 농협은행 주식회사에 대한 예금채권 등에 대하여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청구금액 12,034,400원, 간접강제금 12,000,000원과 집행비용 등 명목)을 받은 다음 총 12,026,900원(= 2,365,583원 + 9,661,317원)을 추심하였다.
2) 그 이후에도 피고들은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2020. 5. 1. 위 집행문 부여 이후 추가로 발생한 위반기간 동안의 간접강제금을 집행하기 위하여 위 간접강제결정의 항고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집행문재도부여를 신청하여 2020. 5. 8. 집행문을 부여받았고, 2022. 1. 13.에도 재차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집행문재도부여를 신청하여 같은 날 집행문을 부여받았으며, 2022. 3. 29. 다시 추가로 발생한 위반기간(2020. 3. 19.부터 2020. 5. 8.까지)과 관련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집행문재도부여를 신청하여 같은 날 집행문을 부여받았다.
피고들은 위 2020. 5. 8. 자 집행문에 기하여 2020. 5. 18.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타채108023호로 원고의 수협은행에 대한 예금채권 등에 대하여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청구금액 51,034,400원, 간접강제금 51,000,000원과 집행비용 등 명목)을 받았으나, 원고의 수협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이 부존재하여 그 이후의 추심 절차에 나아가지 못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10, 13 내지 26, 47호증, 을 제23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취지 추가에 관하여
1) 피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는 항소심에 이르러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는데, 이는 피고들의 심급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피고들의 동의가 없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원고의 청구취지 추가(변경)는 불허되어야 한다.
2) 관련법리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가 아닌 한,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동일한 생활사실 또는 동일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에 있어서 그 해결 방법에 차이가 있음에 불과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의 변경은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없다고 할 것이고, 또 새로운 청구의 심리를 위하여 종전의 소송자료를 대부분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소송절차를 지연함이 현저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44416 판결 등 참조).
3) 판단
원고의 기존 청구인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인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 중 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불허를 구하는 청구는 모두,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관련판결에 기해 부담하는 채무의 전부(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또는 피고들에게 통지할 의무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의무) 또는 일부(이 사건 자료 중 일부인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을 주된 이유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동일한 생활사실 내지 동일한 경제적 이익에 관한 분쟁이고 다만 그 해결방법에 차이가 있는 데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청구의 쟁점이 공통되는 이상, 청구의 변경을 허용하더라도 새로운 청구의 심리를 위하여 종전의 소송자료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킨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공통 쟁점에 관하여 실질적인 심리를 거쳤으므로 심급의 이익을 박탈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법원에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 중 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불허를 구하는 청구를 추가한 것은 적법하다. 피고들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나.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청구에 대하여
1) 피고들 주장의 요지
관련판결과 같이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명한 집행권원에 대한 집행은 간접강제신청까지이고, 그 이후의 집행절차는 간접강제결정에 대한 집행절차이므로, 이미 간접강제결정까지 이루어진 상태에서는 간접강제금 집행의 배제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래의 집행권원인 관련판결에 대한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간접강제결정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 또는 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투어야 한다(피고들의 2022. 4. 12. 자 답변서).
2) 판단
① 먼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통해 관련판결의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것은 관련판결에 기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해 부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명한 관련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것이지,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님은 명백하다.
② 집행권원에 기한 강제집행이 일단 전체적으로 종료되어 채권자가 만족을 얻은 후에는 더 이상 청구이의의 소로써 그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할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2489 판결,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다82043 판결 등 참조). 이때 특정 집행권원에 기초한 강제집행이 ‘전체적으로’ 종료되었다는 것은, 채권자가 그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었다는 의미이다.
③ 관련판결과 같이 부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명한 집행권원의 강제집행은 민사집행법 제261조에서 정한 ‘간접강제’에 의한다. 간접강제란,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제재를 예고하는 방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채무자 스스로 채무의 내용을 실현하도록 유도하는 집행방법으로, 원래의 집행권원에서 명한 의무인 부작위 의무 또는 부대체적 작위의무의 내용을 밝히고, 그 위반 시의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간접강제는 채무의 사실적 실현이라는 점에서 금전집행이나 직접강제 등과 달리 간접적인 집행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되고 채권자가 그 위반에 따른 간접강제금을 지급받은 경우조차도 본래의 집행권원에서 채무자에게 명한 의무는 여전히 이행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간접강제금 지급 이후에도 채무자의 의무불이행 상태가 계속된다면 채권자는 다시 간접강제결정을 발령받거나 또는 기존의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간접강제금 지급을 다시 구할 수도 있다.
④ 집행방법으로서 간접강제가 가지는 이러한 특수성에 비추어 보면,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명한 관련판결이 확정된 이후 그 강제집행의 일환으로 관련판결에서 명한 의무에 관한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되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관련판결이라는 특정 집행권원의 강제집행이 전체적으로 종료되어 채권자가 완전한 만족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간접강제의 절차와 간접강제결정에 기초하여 간접강제금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절차가 서로 독립된 절차라고 해서 달리 볼 수도 없다.
⑤ 따라서 이 사건 간접강제 신청으로써 원래 집행권원인 관련판결의 집행절차가 종료되었다는 취지의 피고들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관련판결의 변론종결 이후 원고는 관련판결에 기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 이처럼 변론종결 이후에 ‘원고 의무의 소멸’이라는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다면 채무자인 원고로서는 관련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다.
2) 원고는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피고들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 즉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내지 통보 의무 및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고, 향후에도 성실히 이행할 의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원고를 괴롭힐 목적으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을 받고 또 그에 기해 간접강제금 추심 등을 하고 있는바, 원고가 성실히 관련판결 등에 기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더 이상 간접강제의 형태로 관련판결에 기한 의무이행을 강제할 필요성 내지 실효성도 없다. 따라서 이미 집행이 종료된 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관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 및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모두 불허되어야 한다.
나. 피고들 주장의 요지
1) 관련판결에서 명한 원고의 의무는 부대체적 작위의무이다. 대법원 2011다92916 판결, 대법원 2016다268695 판결 등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채무자로서 관련판결에 기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는 이유로 그 집행력을 다투고자 할 경우에, 간접강제결정에 대한 청구이의 또는 간접강제결정에 대해 집행문을 부여한 결정에 대한 집행문 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관련판결 자체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다툴 수는 없다.
또한 관련판결은, 원고에 대해 1회성 의무가 아니라 장래의 계속적 의무이행을 명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강제집행 전부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는 부적절하다.
2) 원고는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에게 이 사건 자료 중 일부 자료에 대해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는 등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본안 판단 대상의 범위와 순서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⑴ 관련판결에 기하여, ① 매월 25일부터 말일까지 그 전월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또는 피고들에 대한 통지 의무(이하 ‘이 사건 공개사항 게시 등 의무’라고 한다)와 ②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를 허용할 의무를, ⑵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피고들에 대해 이 사건 자료 중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1,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의무를 각 부담하고 있다.
원고는 제1심에서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다가 이 법원에 이르러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 중 집행이 종료된 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제1심은 관련판결에 기한 의무이행을 다하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원고 주장의 사유는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고, 피고들 역시 같은 내용의 주장을 하면서 원고 청구를 다투고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먼저 원고 주장의 사유인 부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명한 관련판결이 집행권원인 경우 그 의무이행을 다하였다는 사유가 관련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될 수 있는 사항인지 여부(이하 ‘제1쟁점’이라 한다)에 관하여 판단한 다음,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의무이행을 다하였는지 여부(이하 ‘제2쟁점’이라 한다)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나. 제1쟁점에 관한 판단
아래 ① 내지 ④항의 이유를 종합하면, 채무자인 원고는 관련판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이유로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는 관련판결에서 명한 채무의 내용이 부대체적 작위의무라거나 채권자인 피고들이 관련판결에서 명한 중 일부 의무에 관하여 집행의 일환으로 간접강제를 신청하여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의 피고들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민사집행법은 강제집행 편의 총칙에 관한 장에서 판결에 따라 확정된 청구에 관한 이의를 내세워 확정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구제수단인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민사집행법 제44조). 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집행권원에 표시된 청구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소멸하였음을 주장할 수 있고, 집행권원에 표시된 하나의 청구권의 일부만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것도 적법하다.
또한 청구이의의 소는 집행권원이 성립하여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이상 언제나 제기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한 구체적 강제집행을 개시하기 전이라도 제기할 수 있고, 실제로 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도 묻지 않는다(다만 전체로서의 강제집행이 이미 완료된 후에는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집행불허를 구할 이익이 없을 뿐이다).
만약 이 사건 관련판결과 같이 집행권원으로 기능하는 확정판결에서 채무자에게 명한 채무의 내용이 부대체적 작위의무인 경우에, (피고들 주장과 같이) 그 확정판결에 기한 간접강제결정을 대상으로 한 청구이의의 소만을 제기할 수 있다거나 또는 위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집행문 부여를 다투는 것만 가능하고 확정판결 자체의 집행력 배제를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채무자가 임의로 확정판결에 따른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모두 이행한 경우에도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간접강제를 신청하여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되기 전에는 그 확정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즉, 채무자가 확정판결에 기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할 수 있는 채무자의 구제수단(청구이의의 소)이 차단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의무 중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와 이 사건 자료 중 일부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에 관하여는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된 바 없는데, 피고들의 주장에 따른다면 원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더라도 피고들이 그에 관한 간접강제결정을 신청하여 발령받기 전까지는, 원고는 관련판결 중 위 의무부분의 집행력 배제를 구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결과가 불합리함은 명백하다.
②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간접강제는 채무자에게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제재를 예고하는 방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채무자 스스로 채무의 내용을 실현하도록 유도하는 집행방법으로, 민사집행법 제26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강제집행의 방법인 동시에 그 자체가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하는 독립한 집행권원이 된다(민사집행법 제56조 제1호).
본래의 집행권원에 해당하는 판결절차에서 부대체적 작위채무를 명하면서 동시에 간접강제를 명할 수도 있고, 판결 성립 이후에 별도의 신청에 따른 절차에서 간접강제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는데(대법원 2021. 7. 22. 선고 2020다24812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후자의 예에 따라, 본래의 집행권원인 관련판결 성립 이후에 채권자인 피고들의 별도 신청에 따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되었다. 이로써 원고는 기왕에 관련판결에 따라 부담하던 부대체적 작위의무 외에도, 피고들에 대해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해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 1일당 1,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의무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간접강제금 지급의무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성립한 금전채무로, 관련판결에 기해 부담하는 부대체적 작위채무인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 및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를 허용할 의무와 구별된다.
이처럼 관련판결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부대체적 작위의무(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 의무)의 집행권원으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간접강제금 지급의무의 집행권원으로 각 독립하여 기능하며 존재한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뿐 아니라 관련판결에 대하여도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그 집행력 배제를 구할 필요가 있다.
③ 피고들이 내세우는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6다268695 판결은, 가처분결정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채무자에게 부대체적 작위채무로서 특정 장부 또는 서류의 열람·복사를 허용할 것을 명하면서 그 의무위반 시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하는 간접강제결정을 함께 한 사안에서, 그 간접강제결정은 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의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채권자가 그 조건이 성취되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 채무자에게 특정 장부 등의 열람·복사를 요구한 사실 및 ㉯ 그 특정 장부가 본래의 집행권원에서 열람·복사의 허용을 명한 장부 등에 해당한다는 사실 등을 증명해야 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을 뿐이고, ㉮, ㉯의 사실 외에 채무자가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 즉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특정 장부 등의 열람·복사를 허용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민사집행법 제30조 제2항에서 말하는 ‘채권자가 증명하여야 하는 조건‘이라고 판단한 바 없다.
더구나 위 사안의 채무자는 "채권자가 특정 장부 등의 열람·복사를 요구한 바 없다."거나 "채권자가 열람·복사를 요구한 서류가 위 가처분결정에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특정 장부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포함하여 자신이 가처분결정에 따른 특정 장부 등의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다투었고, 이에 "(채무자가) 간접강제결정의 집행을 위한 조건의 성취를 다투는 취지에서 이 사건 집행문부여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한 것은 적법하다"고 설시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대법원 2016다268695 판결의 법리를 이유로 이 사건의 원고가 주장하는 "관련판결에 따른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는 사유가 집행문 부여의 조건 성취를 다투는 것이어서 청구이의의 소에서 심리될 사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④ 또한 피고들이 내세우는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다92916 판결은, 가처분결정을 통해 채무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의 동종업체 취업금지라는 ’부작위의무‘를 명하면서 그 의무위반 시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하는 간접강제결정을 함께 한 경우에, 채권자가 해당 가처분결정에 기한 간접강제금 집행을 마치기 전에 간접강제결정에서 정한 의무이행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들어 가처분결정의 집행력 배제를 구한 사안으로, 관련판결에서 ’부대체적 작위의무‘의 이행을 명한 이 사건과 구체적 사실관계가 달라 이 사건에 그대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 제2쟁점에 관한 판단
갑 제3, 4, 9, 11, 12 내지 26, 28 내지 36, 38, 42, 46, 48호증, 을 제1 내지 8, 10, 12, 14, 16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적어도 이 사건 변론종결일 무렵인 2022. 6.까지 발생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부분에 한하여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집행이 완료된 부분 제외)의 집행력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1) 관련판결에 따라 원고가 부담하는 게시 등 의무의 대상인 이 사건 공개사항과 열람·복사 허용의무의 대상인 이 사건 자료는 대부분이 월 단위로 정기적으로 생성되는 내용으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해 원고가 부담하는 의무는 장래를 향하여 계속적·정기적으로 발생한다.
원고의 이 사건 공개사항 게시 등 의무에 관하여는 관련판결 이유에서 ‘장래에도 임의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미리 청구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고,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의무에 종기가 없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리고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이 사건 자료 열람·복사 허용의무 중 일부를 대상으로 위반 시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하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 발령되었는데, 위 간접강제결정에서도 원고의 의무이행에 관하여 따로 종기를 정한 바는 없다.
따라서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에 대하여, 관련판결에 기하여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를 허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해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하고 위반 시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의무를 장래를 향하여 계속적·정기적으로 부담한다.
2)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의무 중 게시 등에 관하여는 "전월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개사항을 대상으로 하면서 그 이행기가 ‘매월 25일부터 말일까지’로 정해진 반면 열람·복사에 관하여는 그 대상이 "2013. 7. 이후"의 기간에 관한 자료인 이 사건 자료로 정해졌을 뿐 이행기가 정해진 바 없다.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 역시 마찬가지로 원고가 그 의무를 이행할 이행기를 정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가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먼저 피고들이 이 사건 자료를 특정하여 그 열람·복사를 요구해야 하므로, 피고들의 요구 전까지는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을 이유로 해당 의무에 관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경우, 원고가 이 사건 자료(여기에는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도 포함된다)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는지 여부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3)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의무 중 적어도 ‘2017. 10.까지의 이 사건 자료’에 관해 열람·복사를 허용할 의무 및 이 사건 변론종결일 무렵까지 발생한 2022. 6.경까지의 이 사건 공개사항 게시 등 의무(즉, 2022. 6. 25.부터 2022. 6. 30.까지 2022. 5.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개사항을 이 사건 건물 현관에 게시하거나 피고들에게 통보할 의무)는 모두 이행된 것으로 보인다.
① 이 사건 간접강제 신청 전인 2018. 10.경부터 2019. 11.경 사이에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의무이행 여부를 다투는 서면이 수차례 오고 갔는데, 피고들 측 서면은 주로 특정 서류가 이 사건 자료에 해당하므로 그 내용을 복사해 놓으면 찾으러 가겠다거나 또는 팩스로 보내달라거나, 특정 서류의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던 중인 2020. 1.경 피고들은 관련판결에 따른 의무 중 일부인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 의무만을 대상으로 하여 간접강제를 신청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만약 피고들이 간접강제를 신청할 무렵인 2020. 1.경에 원고가 2017. 10.까지의 이 사건 자료와 2017. 11. 이후의 전기·수도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 의무 또는 그 무렵까지 발생한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었다면, 피고들로서는 당연히 그러한 불이행 부분까지 모두 대상으로 하여 간접강제를 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들은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의무 중 일부만을 간접강제의 대상으로 구하였다.
실제로도 피고들은 간접강제 신청 당시 열람·복사 허용을 구하는 대상에서 이 사건 자료 중 전기·수도 자료가 제외된 경위에 관하여, "당시의 것까지는 원고가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료 청구소송에서 원고가 소송자료로 제출하였고, …"라고 설명하고 있는바(피고들의 2022. 7. 5. 자 준비서면 2, 3면), 이는 결국 피고들이 전기·수도 자료에 관하여는 이미 열람·복사를 허용받은 것과 동일한 권리를 누렸기 때문에 간접강제를 청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② 관련판결에 따른 이 사건 공개사항 게시 등 의무의 대상인 이 사건 공개사항은, 관련판결 확정 전에 이미 관련 가처분결정과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따라 원고가 부담하고 있던 게시 등 의무의 대상사항에서 ‘관리비의 항목별 부과내역’을 제외한 나머지로, 이로써 원고가 게시 등 의무를 부담하는 대상의 범위는 종전보다 줄어들었다. 또한 과거에 원고 등과 피고들 등 사이에서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의무이행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있었으나, 2018. 11. 26. 원고 등과 피고 라이저 사이에서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원고 등의 피고 라이저에 대한 채무가 부존재함을 확인하고, 피고 라이저는 관련 간접강제결정에 기하여 원고를 채무자로 하여 마쳤던 압류 및 추심 명령을 취하하는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음은 앞서 본 바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공개사항 게시 등 의무 중 적어도 위 조정일인 2018. 11. 26.경까지 발생한 부분은 모두 이행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고, 설령 그중 일부 의무가 불이행된 부분이 있어도 피고 라이저로서는 위 조정일 이전에 발생한 원고의 의무 불이행을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로 위와 같은 내용의 조정을 한 것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③ 관련판결은 2018. 9. 28. 확정되었다. 원고는 관련판결에 따라 전월에 해당하는 관리비의 수입과 지출 내역 등을 포함한 이 사건 공개사항을 매월 25일부터 말일까지 이 사건 건물 현관에 게시하고 있고, 원고의 관리단집회에서는 보다 상세한 내용을 공개해 왔다. 피고들이 원고 등을 상대로 원고 관리인 소외 2의 해임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원고 관리인 소외 2가 위와 같이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되기도 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 12. 23. 선고 2020가합100544 판결, 이에 대한 항소(서울고등법원 2022나2000805)가 이 판결 선고일에 기각되었다]. 이 사건에 제출된 피고들의 서면과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은, 원고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 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하여 다투는 것과 달리, 특별히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이행을 다투거나 그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을 다투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4)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부담하는 이 사건 자료의 범위와 의미는 그 문언에 따라 가능한 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① 판결의 주문은 명확하여야 하고 주문 자체로 내용이 특정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집행에 의문이 없을 정도로 이를 명확히 특정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6023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자료" 역시 관련판결에서 열람·복사의 허용을 명한 대상으로서 관련판결 주문의 일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는 가급적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특정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자료의 의미와 범위 역시 엄격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② 채무자에게 특정 장부 등의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집행권원에 대한 강제집행 단계에서 어떠한 서류가 집행권원에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서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증명할 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위 대법원 2016다268695 판결 참조). 이는 채권자가 열람·복사를 구하는 대상을 ‘세금계산서’, ‘영수증’ 등과 같이 일반적·추상적으로 기재하여 신청함에 따라 그러한 내용의 집행권원이 성립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때 집행권원에 기재된 열람·복사의 대상이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넓게 해석된다면 채권자로서는 열람·복사를 구하는 대상을 특정하기보다는 불확정적·추상적으로만 기재함으로써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자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위험은 채무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③ 채무자에게 의무의 이행을 명하는 한편 그 불이행 시 국가의 공권력을 빌려 강제집행에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한 판결절차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피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자료의 범위를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채무자인 원고가 이행하여야 할 의무의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원고의 법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5) 원고가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피고들이 주장하는 서류들은 이 사건 자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이 사건 자료의 의미와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함은 앞서 살펴본 바이다. 피고들은 이 사건에서 "직원 개인별 급여명세서와 지급내역, 송금증, 변호사 선임계약서, 업무일지, 청소용품, 소모품 구입에 관한 물품구매명세서 또는 상세내역서, 소외 1의 관리소득세를 납부한 국세청 영수증, 소방점검계약서, 지출결의서, 품의서, 주차명단" 등의 서류에 관하여 원고가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다투고 있다. 그러나 위 서류들은 이 사건 자료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목록이자 관련판결의 별지이기도 하였던 이 사건 별지 2 목록 제1 내지 9항 기재 자료 중 어느 항목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② 피고들은 또한, 원고 관리비의 수입과 지출이 회계 프로그램으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들에게 그 회계파일도 교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관리비의 수입과 지출을 회계 프로그램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원고가 이 사건 자료에 해당하는 ‘관리비 입금 및 지출계좌’, ‘각 호실별 관리비 부과 장부’, ‘관리비를 수납하고 발행한 세금계산서들’, ‘관리비 현금출납 장부’에 관하여 피고들의 열람·복사를 허용한 이상 회계프로그램을 교부해 달라는 피고들의 요구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관련판결 또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피고들은, 구분소유자로서 피고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였던 관련판결의 취지와 이유를 내세워 ‘관리비 집행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장부와 증빙에 기초하여 일정 기간의 관리비 수입 전체와 항목별 지출 전체를 대조하여 확인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의 ‘원고의 2013. 7. 이후의 장부, 서류, 계좌내역 일체’를 열람·복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와 같은 전제에서 원고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다투고 있다.
그러나 집합건물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법적 권리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관련판결에서 열람·복사를 명한 이 사건 자료가 피고들 주장의 자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피고들에게 법적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확정판결을 통해 그러한 권리가 인정되어 채무자인 원고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설령 그동안 원고가 관련판결에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이 사건 자료 외의 서류들에 관하여, 임의로 피고들에게 열람·복사를 허용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자료의 범위를 달리 보아야 할 것은 아니다.
6) 이 사건 자료의 방대성, 시간과 비용의 제약 등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무렵까지 원고는 피고들의 요구에 따라 또는 자발적으로 이 사건 자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일 형태로 만들어 피고들 측에게 메일로 송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적어도 관련판결에 따른 ‘2022. 6.까지의 이 사건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 의무 및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따른 ‘2017. 11.부터 2022. 6.까지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① 관련판결이 확정된 때는 2018. 9. 28.로,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3. 7. 이후의 계속적 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자료의 양은 매우 방대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그 자체로 매우 다양한 종류의 서류를 포함하고 있다. 더구나 관련판결에 따라 원고가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부담하는 이 사건 자료가 매월 또는 매년 새로 추가됨은 앞서 본 바이다.
② 과거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서, 이 사건 자료 중 일부에 관하여 열람·복사의 허용 여부, 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 사건 자료에 포함된 서류 중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하는지 등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 확정된 무렵부터는(또는 피고들의 2022. 8. 1. 자 참고서면에 따른다면 2020. 8. 19. 이후부터는) 피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자료에 해당하는 서류의 열람·복사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이 사건 자료에 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서’의 경우, 원고는 처음에는 임금 액수가 표시된 부분을 가리고 복사해 주었으나 이후 임금 액수를 가리지 않고 복사해 주었고, 2020. 8. 19. 이후부터는 이 사건 자료 중 ‘관리실 현금출납장부’에 속하는 ‘관리실 경비지출장부’의 열람·복사를 허용하고 있다).
③ 실제로도 2020. 2. 28. 피고 라이저의 직원은 이 사건 자료 중 일부(2012. 6.~2020. 1.까지의 통장거래내역과 거래장부, 같은 기간의 세금계산서 목록)를 복사하고 이 사건 자료 중 근로계약서와 출근부를 열람하였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이 사건 자료 중 2013. 7.부터 2020. 1.까지의 영수증과 계약서는 원고가 2020. 3. 6.까지 피고 라이저에 전달하기로 한 적도 있다(이후 원고는 이메일에 파일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자료 일부를 피고 라이저에 전달하였다).
④ 피고 라이저의 직원은 2020. 6. 5.에도 원고 사무실을 방문하여 이 사건 자료 일부를 열람·복사하였다. 당시 위 직원은 "(원고가) 급여명세서, 변호사약정서, 업무일지 열람 요청하였으나 보여주지 않음"이라고 기재하였으나(갑 제12호증), 위 "급여명세서, 변호사약정서, 업무일지"가 이 사건 자료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이다.
오히려, 피고 라이저 직원이 확인한 것으로 보이는 위 문서상으로도 원고가 일부 자료에 관해 "추후 메일로 보내겠다."고 하거나, "(일응 모두) 스캔했다고 하나 누락된 것이 있을 시 재교부하겠다."고 하는 등 피고들 측의 요구에 협조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⑤ 원고는 2020. 3.경부터 매월 피고들 측에게 이전 기간(전월 또는 전전월)에 관한 ‘관리비 현금출납장부’, ‘호실별 관리비 부과 장부’, ‘(직원) 출근부’ 등 이 사건 자료가 파일 형태로 첨부된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피고들에게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였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들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세무사사무실에 협조를 구하여 원고가 보관하지 않은 자료까지 보내주기도 하였다.
7) 앞서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관련판결에 따라 부대체적 작위의무인 이 사건 공개사항의 게시 등 의무와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따라 금전채무인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해 열람·복사를 허용해야 할 의무를 위반하면 1일당 1,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간접강제금을 지급할 의무를 각 부담한다. 이처럼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서로 다른 의무의 집행권원으로 각 독립하여 기능하며 존재하는 이상, 원고가 관련판결에서 명한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면, 이를 이유로 관련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위 관련판결에 기하여 발령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대하여도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집행력을 배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서 원고에게 명한 의무는 종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장래를 향하여 계속적으로 발생하므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력 일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고가 이 사건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22. 6.경까지 발생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음이 인정되는 이상, 그 부분에 관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12,00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집행력은 배제되어야 하고, 이를 제외한 부분에 관하여는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이 허용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99372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각 강제집행은, ⑴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 중 원고에게, 2022. 6.까지 발생한 이 사건 공개사항을 게시하거나 피고들에게 통지할 것을 명하고, ‘2022. 6.까지의 이 사건 자료’에 관하여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부분 및 ⑵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 중 원고에게 ‘2022. 6.까지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위반한 경우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한 부분(집행이 완료된 12,000,000원 부분 제외)에 한하여 각 불허되어야 한다.
마. 보론: 피고들의 변론재개신청에 대한 판단
피고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 이후인 2022. 8. 1.에, 원고가 이 법원에 이르러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집행이 완료된 12,000,000원 부분 제외)의 불허를 구하는 청구를 추가함에 따라 피고들로서는 ‘(관련판결에서 공개를 명한 부분이 아닌) 과거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대하여 집행문이 부여된 기간 동안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서 명한 공개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변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변론재개를 신청하였다(피고들은 ‘공개’라고 표현하였으나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내용 및 그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열람·복사 허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들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관련판결에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대상은 이 사건 자료이고,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서 위반 시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한 열람·복사 허용의 대상은 이 사건 자료 중 일부인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이다. 그렇다면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열람·복사 허용의무가 이행되었는지에 관한 주장과 증명 속에는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대상인 원고의 열람·복사 허용의무가 이행되었는지에 관한 주장과 증명이 포함될 수밖에 없고(이러한 이유에서 이 법원에서 이루어진 원고의 청구취지 추가가 적법함은 앞서 판단한 바이다), 관련판결에 따른 원고의 열람·복사 허용의무가 이행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제1심에서부터 당사자 쌍방이 각자의 주장과 증명을 다하여 왔다. 따라서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대상인 원고의 열람·복사 허용의무가 이행되었는지에 관하여는 이미 쌍방에 그 변론기회가 충분히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 이후 제출한 2022. 8. 1. 자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가 2020. 8. 19.까지 이 사건 자료 중 ‘관리비 현금출납장부’에 속하는 ‘관리실 경비지출 장부’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이후 현재까지는 ‘관리실 경비지출 장부’의 열람·복사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자료 또는 2017. 11.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 이행기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설령 피고들 주장과 같이 원고가 과거에 이 사건 자료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아 그 의무를 불이행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변론종결일 당시에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면, 과거의 불이행 사정은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의 집행력 배제 여부를 판단하는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다만, 채무자가 간접강제결정에서 명한 이행기간이 지난 후에 채무를 이행하였다면,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의 이행이 지연된 기간에 상응하는 간접강제금의 추심을 위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다26398 판결 참조)].
③ 피고들은 특히 과거 원고의 의무 불이행(이미 2020. 5. 8. 자 집행문이 부여된 2020. 3. 19.부터 2020. 5. 8.까지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간접강제금 51,000,000원에 대한 집행문 부여가 적법함을 전제로 그 주장·증명을 다하고자 이 사건 변론재개를 신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은 간접강제결정에 대한 집행문 부여의 적법성 또는 그 집행문에 기한 간접강제금 지급의 당부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채무자의 의무가 모두 이행되었음을 이유로 관련판결과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각 강제집행이 불허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청구이의의 소이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⑴ 관련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중 원고에게 2022. 7. 이후 발생하는 이 사건 공개사항 게시 등을 명하고 ‘2022. 7. 이후의 이 사건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을 명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⑵ 이 사건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강제집행은 그중 원고에게 ‘2022. 7. 이후의 나머지 자료’에 관한 열람·복사 허용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간접강제금 지급을 명한 부분 및 집행이 종료된 12,000,000원을 각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각 이를 불허함이 타당하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와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성민(재판장) 백숙종 유동균 |
234,025 | 양수금 | 2021나50873 | 20,220,818 | 선고 | 서울중앙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트로바인베스트먼트앤대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린 담당변호사 류판석)
【피고, 피항소인】
○○○○○○○○○○○ 입주자대표회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김건수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완)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7. 15. 선고 2020가단5193326 판결
【변론종결】
2022. 7. 14.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723,753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1. 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4%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9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의 9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72,405,318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3. 2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4%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과 피고 사이의 소송위임계약
피고는 대구 수성구 (주소 생략)(아파트명 생략) 299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를 위하여 입주자들에 의해 구성된 자치관리기구로서, 2015년경 변호사인 보조참가인과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위임하는 내용의 소송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맺었는데, 위 소송의 위임 보수(이하 ‘이 사건 보수채권’이라 한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약정하였다.
대구 ○○○○○○○○○○○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갑"이라고 한다)와 변호사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을"이라고 한다)는 아래와 같이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한다. 갑은 갑의 아파트 하자 사건 등에 관하여 승소하여 승소금 수령시까지의 소송사무를 을에게 위임하고 다음 사항을 준수할 것을 약정한다. 제4조(성공보수의 약정)① 갑은 을의 위임사무가 전부 또는 일부 성공한 때에는 판결원리금의 15%(부가가치세 별도)를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한 후 을이 대납한 소송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을과 정산한다. 위 판결원리금에는 판결금 등(지연손해금 포함)은 물론 가집행금(지연손해금 포함)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며, 상소심에서 경제적 이익이 감소되었을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성공보수금은 을이 갑에게 반환한다.② 위 ①항의 규정에 의한 변호사 성공보수 및 소송비용의 지급을 위하여 갑은 을에게 1심 종료 후 가집행이나 판결금 수령위임장 및 인감증명서 등 을이 직접 판결금 등을 수령할 수 있도록 을이 요구하는 서류를 발급하여야 한다. 소송진행 중 갑의 대표자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이와 같다.③ 을이 피고로부터 판결금을 수령하였을 때 위 성공보수금 및 소송비용 등을 정산하고 갑에게 즉시(5일 이내)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는 정산금에 대하여 1일 기준하여 100분의1을 지체상금으로 을은 갑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갑이 피고로부터 판결금 등을 수령했을 때에도 상기와 같이 을에게 똑같이 100분의1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한다.④ 위 위임사무의 성공이란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의 선고, 조정 및 화해권고결정을 말한다(가집행된 금원 및 피고가 원고에게 실보수를 명하는 판결이나 조정, 화해권고결정도 이에 포함한다).
나. 이 사건 보수채권의 양도
보조참가인은 2016. 1. 25. 주식회사 바로저축은행(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신안상호저축은행, 이하 ‘소외 저축은행’이라 한다)에 2016. 1. 25. 이 사건 보수채권을 양도하고, 같은 날 피고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여 이는 2016. 1. 26.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그 후 소외 저축은행은 2019. 9. 18. 원고에게 이 사건 보수채권 등을 다시 양도하고, 2019. 9. 25. 피고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여 이는 2019. 9. 27.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다.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소송 경과
1) 보조참가인은 피고를 대리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가합7157호로 효성투자개발 주식회사, 주식회사 효성,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이하 ‘이 사건 위임사건’이라 한다)를 제기하여 2017. 1. 25. ‘450,127,37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2) 이후 피고는 항소심(피고를 대리한 보조참가인은 항소하지 않았다)인 서울고등법원 2017나2015131호 사건에서 2018. 2. 23. ‘효성투자개발 주식회사는 412,590,01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주식회사 효성은 위 효성투자개발과 공동하여 위 금액 중 69,233,79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효성과 공동하여 위 69,233,79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아울러 262,960,2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제1심보다 인용 범위가 감소한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는 2018. 3. 17.경 확정되었다.
3) 이후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36564호 청구이의 사건으로 2018. 10. 24. 선고되었고, 항소기각 및 상고기각으로 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하 ‘이 사건 청구이의 사건’이라 한다)에서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인용금액 332,193,994원(=69,233,794원 + 262,960,200원) 중 327,368,973원이 위 사건의 다른 공동 피고들과 중첩되는 채무이고, 나머지 4,825,021원만이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로 인정되었다.
라. 이 사건 위임사건에 따른 판결 원리금, 이 사건 보수채권의 충당 경과
1) 보조참가인은 2017. 2. 28. 이 사건 위임사건 제1심 판결에 대한 가지급금 명목으로(2017. 2. 발급된 피고의 판결금 수령위임장을 이용하여) 300,000,000원을 수령하였다(보조참가인은 제1심에서 인용된 판결 원리금 468,515,916원을 기준으로 이에 대한 성공보수금 16.5%인 77,305,125원 및 보조참가인이 대납한 소송비용 43,365,049원 합계 120,670,174원을 공제하였고, 위 가지급금에서 이러한 돈을 공제하고 남은 179,329,826원을 피고를 위하여 보관하였다고 진술한다).
2)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위임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2018. 2. 23. 선고된 후 2018. 3. 23. (2018. 3. 발급된 피고의 판결금 수령위임장을 이용하여) 제1심판결 후 미지급금인 133,995,091원을 수령하였다.
3) 보조참가인은 2018. 6. 16. 항소심에서 감액된 금액을 기준으로 성공보수금 등을 다시 산정하여, 항소심 판결 원리금 433,995,091원에 대한 성공보수금 16.5%인 71,609,189원 및 대납소송비용 43,475,648원 합계 115,084,837원을 공제한 후, 피고에게 공제하고 남은 판결원리금 명목으로 2018. 6. 15. 1억 원, 2018. 6. 16. 40,000,000원, 2018. 7. 13. 178,910,254원을 각 지급하였다.
4) 보조참가인은 2018. 10. 31. 이 사건 청구이의 사건 결과에 따라 추가 판결 원리금으로 6,148,002원을 수령하였다. 이에 따라 위 금원에 대한 16.5%의 성공보수금 1,014,420원과 보조참가인이 대납한 인지대 978,750원을 공제하였다.
5)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청구이의 사건 결과에 따라 2019. 9. 30. 4,154,832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내지 12호증, 을 제1, 2호증, 을나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포함한 이 사건 성공보수금 채권을 적법하게 양도받았으므로, 피고는 채권양수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위임사건의 승소판결금 438,820,114원(=433,995,093원 + 4,825,021원)에 대한 약정 성공보수금과 부가가치세 합계액인 72,405,318원(=438,820,114원 × 16.5%,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및 이에 대하여 효성투자개발 주식회사의 승소판결금 지급일 다음 날인 2018. 3. 24.부터 이 사건 위임계약상 약정 지체상금의 범위 내에 있는 연 24%의 비율로 계산한 약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이 사건 보수채권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 보수채권은 소외 저축은행을 거쳐 원고에게 적법하게 양수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조참가인에 대한 성공보수금 65,823,017원[=(433,995,093원 + 4,825,021원) × 15%] 및 이 중 이 사건 위임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금 65,099,263원(=433,995,093원 × 15%)에 대하여는 피고가 보조참가인을 통하여 판결 원리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3항에 따른 지급기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8. 3. 29.부터, 이 사건 청구이의 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금 723,753원(=4,825,021원 × 15%)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피고가 보조참가인을 통하여 판결 원리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3항에 따라 지급기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8. 11. 6.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지체상금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연 24%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는 원고가 양수한 이 사건 보수채권은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하여 판결원리금의 16.5%에 해당하는 금원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수임인이 보수채권을 양도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임인이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양수인이 납세의무를 승계하는 것이 아니므로(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1338 판결 등 참조), 납세의무자인 수임인이나 채권양수인이 위 부가가치세 상당액 역시 양도대상 채권에 포함시키기로 하는 약정 없이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채권이 당연히 양수인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위 인정사실, 을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판결원리금의 15%(부가세 별도)를 성공보수’로 하기로 약정한 점, ②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서 제1조에는 ‘양도인이 받을 수임수수료(성공보수금)를 양도한다’, 제3조에서는 양도할 채권에 대하여 ‘용역의 대가로 지급 받기로 한 용역비 중 949,000,000원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으로 한다고 되어 있을 뿐 부가가치세에 대한 언급은 없는 점, ③ 보조참가인이 2018. 7. 13. 이 사건 성공보수에 대하여 6,509,926원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한 점 등을 종합하면, 보조참가인은 최초 피고로부터 이 사건 위임사건을 수행함에 있어서 위임계약의 대가와 이에 대하여 납부하여야 할 부가가치세를 구분한 것으로 보이며, 이중 위임계약의 대가로서의 보수만을 구분하여 소외 저축은행에 양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양수인의 일방적인 통지이자, 사실행위에 불과한 갑 제8, 1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부가가치세 명목의 10%에 해당하는 금원까지 포함하여 양도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한편,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성공보수금만 양도한 것이지, 지체상금까지 양도한 것은 아니므로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지연손해금은 주된 채권인 원본의 존재를 전제로 그에 대응하여 일정한 비율로 발생하는 종된 권리로서(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6다2940 판결 등 참조), "주물은 종물의 처분에 따른다."라는 민법 제100조 제2항의 규정은 원본 채권과 지연손해금 채권의 상호간에도 적용되는 것인바(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다29020 판결 등 참조), 원본 채권이 양도되면 아직 변제기에 도달하지 않은 지연손해금 채권도 함께 양도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이미 변제기에 도달한 지연손해금 채권의 경우 별도로 양도한다는 의사표시가 없는 한 당연히 양도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1280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상 지연손해금 채권의 양도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지연손해금 채권은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2016. 1. 25. 이후에 변제기에 도달한 것으로서 원본 채권의 양도에 수반하여 당연히 양도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므로,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지연손해금 채권이 양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 및 판단
가. 채권양도가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
1) 변호사법 위반 혹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
가)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변호사가 아닌 소외 저축은행이 보조참가인에 대한 대출을 통해 소송비용을 대납한 다음 채권양도계약을 통해 성공보수 채권 등을 양도받은 것은 보조참가인이 변호사로서 수행하는 소송업무에 관한 이익을 분배받는 것에 해당하므로 변호사법에 위반되고 민법 제103조에도 반하며, 소외 저축은행은 개인 대출한도를 초과하여 보조참가인에게 대출을 실행하기도 하였으므로, 보조참가인의 소외 저축은행에 대한 채권양도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위 인정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소외 저축은행은 이 사건 위임사건을 진행하기 위한 제반 비용이 필요한 보조참가인과 사이에 위 소송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대출금을 대여한 것에 불과할 뿐 소외 저축은행이 위 소송에 관한 소송비용을 직접적으로 대납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소외 저축은행이 보조참가인과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것은 보조참가인에 대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 목적으로 성공보수 채권을 양도받은 것이어서 보조참가인이 변호사로서 수행하는 소송업무에 관하여 그 이익을 직접적으로 분배받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보조참가인의 소외 저축은행에 대한 채권양도계약이 변호사법에 위반되거나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보조참가인은 소외 저축은행이 개인 대출한도를 초과하여 보조참가인에게 대출을 실행하였으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 및 보조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보조참가인에 대한 대출 및 그 대출금을 담보하기 위한 채권양도의 사법적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채권양도통지가 권한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
가)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소외 저축은행에 채권양도통지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고, 피고는 채권양도통지를 거부하였으므로, 소외 저축은행이 피고에게 한 채권양도통지는 효력이 없어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보수채권을 여전히 보유한다고 주장한다.
나)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에서 보조참가인이 소외 저축은행에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제5조 제2항)이 존재하였고, 더욱이 보조참가인은 2016. 1. 25. 채권양도통지서에 날인하여 이를 피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는바, 채권양도의 통지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위 채권양도통지가 피고에게 도달한 이상, 피고가 이러한 통지를 거부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채권양도 통지는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보수채권은 성질상 양도가 제한된다는 취지의 주장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보수채권의 경우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므로 채권양도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및 보조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보수채권이 성질상 양도가 제한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보수채권은 장래채권 양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
가)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 이 사건 보수채권에 대한 채권양도가 있을 당시, 아직 이 사건 보수채권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장래채권의 양도에 해당하는데 장래채권 양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나) 장래의 채권도 양도 당시 기본적 채권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되어 있어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임이 상당 정도 기대되는 경우에는 이를 양도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0. 4. 8. 선고 2009다96069 판결 등 참조).
또한 채권양도에 있어 사회통념상 양도 목적 채권을 다른 채권과 구별하여 그 동일성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이면 그 채권은 특정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채권양도 당시 양도 목적 채권의 채권액이 확정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채무의 이행기까지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기준이 설정되어 있다면 그 채권의 양도는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5다21624 판결 등 참조).
다)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보수채권은 이 사건 위임사건의 진행에 따른 승소액 중 15%로 다른 채권과 구별할 수 있으며, 채무의 이행기인 판결 선고 시에는 채권액을 확정할 수 있으므로, 이는 장래채권 양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채권양도담보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
1)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는 담보 목적의 채권 양도, 즉 ‘채권양도담보’에 해당하므로 보조참가인은 여전히 그 변제를 직접 수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외 저축은행에게 대체담보를 제공하였으므로, 이로써 이 사건 보수채권은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서 제1조에서 "본 계약은 양도인이 양수인으로부터 차용한 대출금의 담보 목적이며 대출금 변제 시 자동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제7조에서 담보가치 유지를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의 채권양도는 담보 목적의 채권양도로서 ‘채권양도담보’에 해당한다. 그러나 채권양도담보는 다른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채권을 신탁적으로 양도하는 것으로서 양수인은 대외적으로 양도인에 갈음하여 채권자의 지위를 가지게 되고 다만 양도인과의 내부적인 관계에서 담보 목적의 구속을 받게 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채권양도담보로 인하여 이 사건 보수채권이 소외 저축은행을 거쳐 원고에 순차 양도되었고 그 채권양도의 통지가 적법하게 마쳐진 이상, 원고는 대외적으로 채권자의 지위를 가지는 소외 저축은행으로부터 적법하게 이 사건 보수채권을 양수한 자로서 채권자의 지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양도인인 보조참가인이 여전히 채무자인 피고에게 성공보수를 청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대체담보를 제공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로 인하여 담보목적인 이 사건 보수채권이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채권 발생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
1)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보수채권은 피고가 판결 원리금을 수령하는 것을 조건으로 발생하는 채권이거나, 보조참가인이 판결 원리금을 수령한 경우에는 수령한 판결 원리금으로 성공보수금에 충당한 후에도 변제되지 않고 남은 성공보수금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발생하는 채권이므로, 이러한 채권의 발생 조건에 대하여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보조참가인은 당초 피고와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판결원리금의 15%를 성공보수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점, ② 위 소송위임계약 제2조에서는 소송비용에 대하여 보조참가인이 대납한 경우 위 비용을 승소금에서 공제한다고 약정한 점, ③ 위 소송위임계약서 제4조 제2항에서는 변호사 성공보수 및 소송비용의 지급을 위하여 피고는 보조참가인에게 1심 종료 후 가집행이나 판결금 수령위임장 및 인감증명서 등 보조참가인이 직접 판결금 등을 수령할 수 있도록 보조참가인이 요구하는 서류를 발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규정한 점, ④ 위 위임계약서 제4조 제3항에서는 ‘보조참가인이 판결금 등을 수령하였을 때에는 성공보수금 등을 정산하고 피고에게 즉시 반환토록 하고, 피고가 수령한 경우에는 보조참가인에게 즉시 성공보수금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 ⑤ 위임사건의 승소로 인하여 효성투자개발 주식회사 등이 지급한 판결 원리금은 본래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금원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소송위임계약 제4조 제3항은 보조참가인이 소송비용 및 성공보수를 확실히 지급받기 위하여 그 지급절차를 간이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이 사건 위임사건에 대하여 피고가 승소를 한 이상, 피고는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소송비용 및 성공보수 등에 대한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만, 위 지급채무를 이행하는 방식에 있어서 보조참가인이 피고를 대리하여 판결 원리금을 직접 수령하였다면, 그 계산의 편의 및 지급의 보장을 위하여 보조참가인이 소송비용 및 성공보수 등을 임의로 공제하고, 그 잔액만을 피고에게 지급토록 약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피고의 보조참가인에 대한 성공보수 등의 지급채무는 피고가 직접 판결 원리금을 수령한 경우에만 발생한다거나, 보조참가인이 피고를 대리하여 수령한 경우는 충당 후에도 남은 성공보수금이 있을 것을 조건으로 비로소 발생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라. 변제로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주장
1)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원고가 2019. 9.경 이 사건 보수채권을 양수받기 전인 2018년경 피고의 변제로 보수채권은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보조참가인에 대한 위 변제는 민법 제451조 제2항에 반하여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보조참가인과 소외 저축은행 사이에 이 사건 보수채권에 관하여 2016. 1. 25. 채권양도계약이 있었고, 그 양도통지가 2016. 1. 26. 피고에게 도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설령 피고의 위 변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보조참가인에 대한 변제는 채권양도 통지가 이루어지고 난 후 양도인에게 한 변제라 할 것이어서 채무자인 피고는 양도인에게 한 변제로 양수인인 소외 저축은행에게 대항할 수 없고, 소외 저축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보수채권을 양수받은 원고에게도 대항할 수 없다.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한편,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소외 저축은행의 양해 하에 피고의 보조참가인에 대한 변제가 이루어졌고, 혹은 보조참가인이 소외 저축은행에 대한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였거나, 대체담보물을 제공하였으므로 피고의 보조참가인에 대한 변제는 유효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및 보조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외 저축은행이 변제를 양해하였거나, 보조참가인이 소외 저축은행에 대하여 채권양도담보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였다거나, 대체담보를 제공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소멸시효 완성 주장
1)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보수채권은 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으로 민법 제163조 제5호에 기하여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며, 이 사건 소는 피고가 이 사건 위임사건의 제1심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인 2017. 2. 2.(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7. 1. 31.은 판결 정본이 발송된 날짜이므로 송달일이 2017. 1. 31.이라는 피고 측 주장은 착오임이 분명하다)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20. 7. 23.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보수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는 피고의 소송대리인인 보조참가인에게 제1심 판결 정본이 송달된 2017. 2. 2.이고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이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한 2020. 7. 23.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위임사건의 보수채권은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민법 제163조 제5호, 제167조, 제183조 참조). 피고 및 보조참가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2, 3항에 따라 피고가 보조참가인을 통하여 제1심 판결에 대한 가지급금 명목으로 300,000,000원을 수령한 때인 2017. 2. 28.경을 기산일로 본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은 마찬가지이다).
①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1항 전문에는 ‘위임사무가 전부 또는 일부 성공한 때에는 판결원리금의 15%를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한다’, 제4항에는 ‘위임사무의 성공이란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의 선고, 조정 및 화해권고결정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1항 후문에서는 ‘위 판결원리금에는 판결금 등(지연손해금 포함)은 물론 가집행금(지연손해금 포함)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며, 상소심에서 판결원리금이 감소되었을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성공보수금은 보조참가인이 피고에게 반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② 제4조 제2항에서는 가집행이나 판결금 수령위임장 등 보조참가인이 판결금 등을 수령할 수 있도록 보조참가인이 요구하는 서류를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4조 제3항에서는 피고가 판결금 등을 수령한 경우에는 5일 이내에 보조참가인에게 성공보수 및 소송비용 등을 지급하지 않으면 지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③ 2017. 1. 25. 이 사건 위임사건 제1심에서 450,127,37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인용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고, 이에 보조참가인은 2017. 2.경 피고로부터 판결금 수령위임장을 받아 2017. 2. 28. 피고를 대리하여 제1심 판결에 대한 가지급금 300,000,000원을 수령하였다. 그 후 상대방 측의 항소로 2018. 2. 23. 항소심에서 412,590,01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만 인용되어, 항소심에서 인용 금액이 감소하였다.
3) 한편, 원고는 보조참가인이 심급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상소심을 포함하여 심급 전체를 위임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보수채권은 이 사건 위임사건이 확정된 2018. 3. 17.부터 행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이 사건 위임계약서 제4조 제1항에서는 항소심에서 감액된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점, ② 제7조 제1항의 특약사항에서 ‘상소의 취하 또는 포기를 하거나 상대방의 항소 또는 상소취하에 대하여 동의를 한 때를 승소한 것으로 보아 성공보수 전액을 지급토록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약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보조참가인은 피고로부터 상소심을 포함하여 심급 전체에 대한 위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조참가인이 심급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소송위임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1항 전문에서 위임사무가 전부 또는 일부 성공한 때에는 판결원리금의 15%를 성공보수금으로 지급한다고 되어 있고, 같은 조 제4항에서 ‘위임사무의 성공이란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의 선고’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1항 후문에서 항소심에서 감액된 경우 성공보수를 반환하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는 점, 제3항에서 피고가 판결금을 수령한 경우 5일 내에 성공보수를 정산토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원고는 이 사건 위임사건의 제1심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송달된 때에는 성공보수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최소한 피고가 가지급금을 수령한 때에는 제1심 인용금액을 기준으로 보수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특히, 이 사건 위임사건의 항소심에서 결국 피고의 인용 금액이 감소한 이상, 항소심 판결의 결과 및 이에 따른 피고의 잔여 판결 원리금의 수령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보수반환청구권과 관련될 뿐, 원고의 성공보수 청구권의 발생과는 무관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바. 상계 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 및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소송위임계약 제4조 제2항의 규정(보조참가인이 직접 판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피고는 보조참가인이 요구하는 서류를 발급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양도통지 전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채권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특약 또는 사유에 해당하므로, 보조참가인이 판결원리금을 수령한 다음 성공보수 등에 충당한 나머지를 피고에게 지급함으로써 이 사건 보수채권은 소멸하였고, 피고에 대한 위 상계로 양수인인 원고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양도의 통지가 있었을 당시에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조참가인이 수령한 판결 원리금은 피고 대리인 입장에서 수령한 것이고,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3항은 성공보수금 등에 대한 지급방법의 간이화에 불과한바, 이 사건의 경우 채무자인 피고는 판결금 수령위임장을 교부함으로써 보조참가인의 채권양도계약 불이행 상황을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하였을 뿐 별도의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니고, 양도인인 보조참가인이 피고 대신 수령한 판결원리금을 피고에게 반환할 채무를 이미 양도하여 권리를 상실한 성공보수금 채권으로 상계하였다고 주장하는 취지인 점, 양도인인 보조참가인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는 점(피고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양도인에 대하여 가지는 자동채권은 보조참가인이 판결금을 피고를 대리하여 수령함으로써 발생한 반환청구권이라 할 것인데, 이는 피고가 판결 선고 후 판결금 수령위임장을 교부하여 줌으로써 비로소 생긴 것이고 보조참가인이 제1심 판결 결과에 따라 가지급금을 수령한 2017. 2. 28.경에 이르러서야 발생한 것인 점, 반면 수동채권인 성공보수금 채권은 앞서 소멸시효 부분에서 피고와 보조참가인이 주장한 바와 같이 제1심 판결이 송달된 때 이미 발생하여 행사할 수 있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16. 1. 26. 양도통지 당시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상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등을 종합하면, 위 상계에 관한 주장도 이유 없다.
사. 소결론
피고는 채권양수인인 원고에게, 보조참가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이 사건 청구이의 사건에 대한 성공보수 723,753원(=4,825,021원 × 15%)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보조참가인을 통하여 판결 원리금을 수령한 2018. 10. 31.로부터 이 사건 위임계약 제4조 제3항에 따라 지급기일 5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8. 11. 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지체상금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연 24%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창형(재판장) 당우증 최정인 |
233,911 | 업무상과실치상 | 2021노2077 | 20,220,818 | 선고 | 의정부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항 소 인】
쌍방
【검 사】
양재헌(기소), 김혜원(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고도 담당변호사 박지애
【원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1. 9. 13. 선고 2021고단765 판결
【주 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피해자의 상해는 피고인이 전혀 예기치 못한 경로로 발생한 감염에 해당하거나 피해자의 기존 질병에 수반한 불가피한 합병증에 해당하고, 의료인으로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상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무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사실오인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감정회신결과와 피해자를 수술한 의사에 대한 면담자료 등의 증거를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위 주장을 다시 살펴보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은 찾아볼 수 없다
(3) 다만 원심판결문의 유죄 이유 중 4쪽 ①항 피해자의 진술에 근거한 부분, 즉 ‘피고인의 맨손 주사 또는 알콜솜 미사용이나 재사용 등’ 부분은 피고인이 이를 강력히 부인하는 점에 비춰, 사실상 이 부분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반되는 진술만이 있을 뿐 당시의 객관적 사실관계 확인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 이를 확정된 사실관계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이유에서의 지적처럼 이 부분을 유죄의 근거로 드는 것은 다소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든 나머지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시행한 주사치료로 피해자의 상해가 발생한 것은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피고인의 시술과 피해자의 상해 발생 및 그 관련성, 시기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앞서 본 다소 부적절한 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정도는 아니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쌍방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검사 : 피고인의 업무상과실 명백,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 회복 못한 점 등, 피고인 : 경위, 감염 표준예방지침 준수, 피해 회복은 책임이 전제될 경우 이행 의사 등)은 원심의 양형에 고려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건강상태, 범죄전력,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태도, 죄질,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그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각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두(재판장) 이의진 남세진 |
228,543 |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 2020도1153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2007. 12. 21. 개정된 형사소송법 부칙 제3조의 취지 / 위 부칙조항에서 말하는 ‘종전의 규정’에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위 부칙조항에 따라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이 적용되어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되는지 여부(적극) |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49조는 ‘공소시효의 기간’이라는 표제 아래 제1항 본문 및 각호에서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정해진 일정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규정하였다. 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제24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시효의 기간이 연장되고, 제249조 제2항에서 정한 시효의 기간도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되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형사소송법(이하 ‘개정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부칙 제3조(이하 ‘부칙조항’이라 한다)는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라는 표제 아래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칙조항은, 시효의 기간을 연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치인 점 등을 고려하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개정 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위와 같은 법 문언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부칙조항에서 말하는 ‘종전의 규정’에는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부칙조항에 따라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이 적용되어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326조 제3호, 부칙(2007. 12. 21.) 제3조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0. 1. 8. 선고 (창원)2019노20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제249조는 ‘공소시효의 기간’이라는 표제 아래 제1항 본문 및 각호에서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정해진 일정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규정하였다. 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제24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시효의 기간이 연장되고, 제249조 제2항에서 정한 시효의 기간도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되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형사소송법(이하 ‘개정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부칙 제3조(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는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라는 표제 아래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시효의 기간을 연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치인 점 등을 고려하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개정 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위와 같은 법 문언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부칙조항에서 말하는 ‘종전의 규정’에는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이 적용되어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2.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범죄에 대하여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하여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에서 정한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28,537 |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공용서류손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대통령비서실장인 피고인이 국회의원 서면질의에 대하여 답변서를 작성·제출한 행위가 허위공문서작성 및 그 행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 2020도9714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문서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과 대상 /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의 문서를 작성할 경우,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허위공문서작성죄의 ‘허위’는 표시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피고인 甲이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국정조사절차에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증언한 후 국회의원으로부터 대통령 대면보고 시점 등에 관한 추가 서면질의를 받고, 실무 담당 행정관으로 하여금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서면답변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행사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답변서가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나, 위 답변서 작성 및 제출이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문서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은 문서의 증명력과 문서에 들어 있는 의사표시의 안정·신용으로, 일정한 법률관계 또는 거래상 중요한 사실에 관한 관계를 표시함으로써 증거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서를 그 대상으로 한다. 그중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의 문서를 작성할 경우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고, 이는 공문서에 특별한 증명력과 신용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성립의 진정뿐만 아니라 내용의 진실까지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허위공문서작성죄의 허위는 표시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여야 하고,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2] 피고인 甲이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국정조사(이하 ‘국조특위’라고 한다)절차에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증언한 후 국회의원으로부터 대통령 대면보고 시점 등에 관한 추가 서면질의를 받고, 실무 담당 행정관으로 하여금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서면답변서(이하 ‘답변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행사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답변서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최종 작성권한을 갖는 피고인 甲에 의하여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작성된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은 정당하나, 답변서 중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피고인 甲의 의견으로서 그 자체로 내용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거나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할 만한 증명력과 신용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고,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다.’는 부분은 실제로 있었던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기재된 내용으로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으며, 또한 답변서는 그 실질이 국조특위 이후 추가된 국회 질의에 대하여 서면으로 행한 ‘증언’과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국조특위에서 위증에 대한 제재를 감수하는 증인선서 후 증언한 것과 내용 면에서 차이가 없고, 실제 작성·제출도 자료 취합과 정리를 담당한 실무자에 의하여 기존 증언 내용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 비추어, 답변서는 피고인 甲이 국조특위 이후 추가된 국회 질의에 대하여 기존 증언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담은 문서로서 허위공문서작성죄에서 말하는 ‘허위’가 있다거나 그에 관한 피고인 甲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답변서 작성 및 제출이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13조, 제227조 / [2] 형법 제13조, 제227조, 제229조 | [1] 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758 판결(공1985, 1089),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도1395 판결(공1995하, 3965), 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3도5752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경종 외 6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7. 9. 선고 2019노188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의 2014. 7. 10. 자 ‘VIP 관련 주요 쟁점사항 및 답변기조’에 첨부된 예상질의응답 자료에 관한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하여는 각 범죄의 증명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서의 공문서의 개념과 공동정범의 성립, 공용서류손상에 관한 미필적 고의와 기능적 행위지배에 관한 각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권남용 및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상고이유 제1점)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남용에 해당한다거나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 1이 원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것을 상고심에서 새로이 주장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나. 허위공문서작성죄에 관한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 여부(상고이유 제2점 내지 제5점)
1)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의 공소사실 요지는, 피고인 1이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절차에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증언한 후 국회의원 공소외 1로부터 대통령 대면보고 시점 등에 관한 추가 서면질의를 받고, 실무 담당 행정관으로 하여금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허위 답변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인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서(이하 ‘이 사건 답변서’라고 한다)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은, 이 사건 답변서는 피고인 1이 최종 작성권한자로서 직무상 작성한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다음,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관련 보고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제대로 상황 인식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20~30분 간격으로 계속 보고를 하였으므로 대통령의 상황 파악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기재한 것은 ‘허위’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이 사건 답변서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최종 작성권한을 갖는 피고인 1에 의하여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의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작성된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서 말하는 공문서나 범행 주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나 위 답변서 내용이 허위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문서에 관한 죄의 보호법익은 문서의 증명력과 문서에 들어 있는 의사표시의 안정·신용으로, 일정한 법률관계 또는 거래상 중요한 사실에 관한 관계를 표시함으로써 증거가 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서를 그 대상으로 한다. 그중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허위 내용의 문서를 작성할 경우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고, 이는 공문서에 특별한 증명력과 신용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성립의 진정뿐만 아니라 내용의 진실까지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허위공문서작성죄의 허위는 표시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여야 하고,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758 판결,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도139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 1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청와대 대응에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장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국정조사(이하 ‘이 사건 국조특위’라고 한다) 등에서 책임 추궁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이자, 수차례 대통령비서실장 회의를 주재하면서 사고 상황보고에 관한 국회의 예상질의에 대하여 미리 답변기조를 준비하고, 실무자들로 하여금 향후 예상질의응답 자료, 국회 서면답변서 등에 이러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시하였다.
(2) 피고인 1은 2014. 7. 10. 이 사건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대면보고를 하지 않아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국회의원 질의에 대하여 미리 준비한 답변기조에 따라 "저희들이 계속 간단없이 20~30분 단위로 문서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충분히 직접 만나서 물어보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라는 등으로 증언하였다.
(3) 이 사건 국조특위 종료 후인 2014. 8.경 ‘비서실장의 대통령 대면보고는 언제 이루어졌는지? 사안이 심각한데 대통령께 서면, 유선보고만 하면 다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라는 내용의 국회 서면질의가 추가되자, 질의응답 자료 정리 등 실무를 담당한 행정관은 피고인 1의 기존 국회 증언 내용 그대로 이 사건 답변서를 작성한 후 그에 대한 보고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였다.
다) 결국 이 사건 답변서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국조특위 이후 추가된 국회 질의에 대하여 기존 증언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담은 문서로, 아래 사정에 비추어 허위공문서작성죄에서 말하는 ‘허위’가 있다거나 그에 관한 피고인 1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답변서 중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는 부분은 피고인 1의 의견으로서, 그 자체로 내용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거나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할 만한 증명력과 신용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2) 나아가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를 하였다.’라는 부분은 실제로 대통령비서실에서 공소외 2 제1부속비서관 앞으로 발송한 총 11회의 이메일보고와 국가안보실에서 청와대 관저로 전달한 3회의 서면보고가 있었던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기재된 내용으로 이를 허위라고 볼 수 없다.
(3) 또한 이 사건 답변서는 그 실질이 이 사건 국조특위 이후 추가된 국회 질의에 대하여 서면으로 행한 ‘증언’과 다를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국조특위에서 위증에 대한 제재를 감수하는 증인선서 후 증언한 것과 그 내용 면에서 차이가 없고, 실제 작성·제출도 자료 취합과 정리를 담당한 실무자에 의하여 기존 증언 내용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피고인 1에게 허위의 답변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4) 그럼에도 이 사건 답변서 작성 및 제출이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34,023 | 보험금 | 2021나58407 | 20,220,819 | 선고 | 창원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종호)
【피고, 피항소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외 1인)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1. 6. 2. 선고 2020가단102986 판결
【변론종결】
2022. 5. 27.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원고 1에게 33,333,333원,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각 22,222,222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 7. 12.부터 2022. 8. 19.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항소 및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원고와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 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원고 1에게 33,333,333원,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각 22,222,222원 및 각 돈에 대한 2019. 7. 1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디비손해보험주식회사는 원고 1에게 9,999,999원,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각 6,666,666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2019. 7. 1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제1심판결 중 제1심 공동피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은 위 공동피고가 항소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 중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위 피고에 대한 청구취지와 같은 판결을 구한다.
나.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
제1심판결 중 피고 디비손해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1)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5. 12. 7.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법인명에서 ‘주식회사’ 부분은 생략한다)와 ‘(무)메리츠 운전자보험 M-DRIVE1510’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교통상해로 사망한 경우 1억 원을 법정상속인에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2) 망인은 피고 디비손해보험과 2011. 12. 22. ‘무배당 프로미라이츠 다이렉트100세건강보험1110’ 보험계약을, 2012. 4. 3. ‘무배당 프로미라이츠 다이렉트100세건강보험1204’ 보험계약을 각각 체결하였는데, 각 계약은 상해사고로 사망한 경우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을 법정상속인에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사고 발생
1) 망인은 2019. 7. 11. 18:40경 통영시 (항구명 생략)에서 (석박명 생략)에 선원 9명과 함께 승선하여 주선 (석박명 2 생략), 운반선 (석박명 3 생략)과 함께 조업차 출항을 하였다.
2) ○○호 선단은 같은 달 12일 00:40경 통영시 욕지면 욕지도 서방 약 5해리 해상에서 소형 선망 어구 1틀을 투망한 후 (석박명 2 생략)는 우현 계류, (석박명 4 생략)는 좌현 계류 상태로 나란히 붙어 어구양망작업을 하는 중, 같은 날 01:00경 천천히 후진하던 (석박명 4 생략)의 스크루에 그물이 감기게 되었고, 당시 기관장이었던 망인이 잠수복 등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석박명 4 생략) 선미 선저에 입수하여 스크루에 걸린 그물을 제거하던 중 실종되었다.
3) 전문잠수사들이 같은 날 10:11경 (석박명 4 생략) 선저 스크루에 걸린 그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그물과 함께 스크루에 감겨있는 망인을 발견하여 사망한 상태인 망인을 인양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이 사건 면책약관
위 각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보험약관은 아래 [2] ③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고(이하 ‘이 사건 면책약관’이라 한다),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약관은 그 외에 아래 [3] ③과 같은 규정(이하 ‘이 사건 면책약관 2’라고 한다)을 두고 있다.
제*조주1)(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2] 회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목적으로 아래에 열거된 행위로 인하여 제*조(보험금 지급사유)의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③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3] 아래에 열거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사고 ③ 자동차 및 기타 교통수단의 설치, 수선, 점검, 정비나 청소작업을 하는 동안
라. 상속 관계
원고들은 망인의 법정상속인으로, 원고 1의 상속지분은 3/9, 나머지 원고들의 상속지분은 각 2/9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2, 제2호증의 1 내지 4, 제3,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보험금지급 의무의 발생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망인의 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위 각 보험계약이 정한 보험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이 사건 면책약관의 적용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는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선박 기관장으로 근무하던 망인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이 사건 면책약관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여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선박을 구성하는 장치인 스크류의 수선, 점검, 정비를 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이 사건 면책약관 2가 정한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위 면책약관은 위 각 보험계약의 중요내용인데, 피고들이 위 약관에 대한 명시 · 설명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위 약관은 위 각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나. 이 사건 면책약관이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인지 - 긍정
1) 관련 법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따라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 아니라면,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6. 7. 29. 선고 2013다91474 판결 등 참조).
2) 판단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는 보험금지급 의무의 존부를 결정하게 하는 사항으로 보험계약자 내지 피보험자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거나,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는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보험자인 피고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진다.
다. 피고들이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
1)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경우
가) 을가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기는 한다.
(1)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영업담당자 소외 3이 ‘(무)메리츠 운전자보험 M-DRIVE1510’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상품설명서를 망인에게 교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중 ‘보험금 지급 관련 특히 유의할 사항’이라는 표제 아래 이 사건 면책약관 및 이 사건 면책약관 2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망인은 상품설명서 수령확인서를 작성하면서 ‘상품설명서 주요내용 설명 확인’란과 ‘보험금 지급관련 보장하지 않는 사항 등 보험금 지급관련 유의사항’란의 "예" 내지 확인란에 "√"표시를 하였다.
나) 그러나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인정한 사정들만으로는 위 피고가 망인에게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소외 3은 ‘(무)메리츠 운전자보험 M-DRIVE1510’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망인에게 보험약관이 아니라 가입설계서에 의하여 위 보험계약의 내용을 설명하였는데, 가입설계서는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2) 소외 3은 이 법정에서 위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망인에게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의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특히 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소외 3은 위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면책약관 2가 운전자보험 의 약관 내용이라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3) 소외 3은 위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망인에게 상품설명서를 교부하기는 하였으나, 망인에게 읽어보라고만 하였을 뿐 그 내용을 설명해 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위 상품설명서는 9쪽 정도로 그 분량이 적기는 하나 그 구체적인 내용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망인에게 상품설명서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읽고 파악하도록 하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보험자에게 설명의무를 요구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와 같이 중요한 내용의 경우에는 보험모집인 등이 망인에게 개별적으로 설명하거나 특정 부분을 강조 표시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직접 읽어보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위 피고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찾기 어렵다.
2) 피고 디비손해보험의 경우
을나 3호증, 을 제4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디비손해보험의 보험판매 직원이 ‘무배당 프로미라이츠 다이렉트100세건강보험1110’ 보험계약과 ‘무배당 프로미라이츠 다이렉트100세건강보험1204’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면책약관의 내용을 망인에게 고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디비손해보험은 명시·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판단된다.
3) 소결
따라서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이 사건 면책약관 및 면책약관 2의 내용을 원고들에게 주장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피고 디비손해보험은 이 사건 면책약관의 내용을 원고들에게 주장할 수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면책약관에서 정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라.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면책약관에서 정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체결자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고객 보호의 측면에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울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3522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면책약관에서 정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면책약관에서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생긴 손해를 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위의 경우 이 사건 보험계약이 기본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위험보다는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커서 이를 보험의 담보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취지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면책조항은 보험계약자 내지 보험수익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조항이므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설령 면책조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사유보다 위험 발생의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위 면책조항에서 열거하지 아니한 경우까지 면책조항을 유추 내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나) 일반적으로 탑승은 자동차, 항공기, 기차, 선박 등에 올라타는 것을 의미하고, 탑승 전후에 걸쳐 탑승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 역시 탑승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나, 이러한 경우에도 탑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로서 탑승으로 볼 수 있는 행위는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일반적으로 수반되거나 탑승 전후에 걸쳐 불가분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석박명 4 생략)에서 벗어나 수중으로 잠수하여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서 이러한 잠수행위가 선박에 탑승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수반되거나 탑승 전후에 걸쳐 불가분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마. 소결
따라서 보험자인 위 피고들은 원고들의 각 상속지분에 따라 위 각 보험계약이 정한 보험금으로,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원고 1에게 33,333,333원[‘(무)메리츠 운전자보험 M-DRIVE1510’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1억 원 × 상속지분 3/9, 원 미만 버림],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각 22,222,222원(위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1억 원 × 상속지분 2/9)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인 2019. 7. 12.부터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22. 8.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 디비손해보험은 원고 1에게 9,999,999원[(‘무배당 프로미라이츠 다이렉트100세건강보험1110’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2,000만 원 + ‘무배당 프로미라이츠 다이렉트100세건강보험1204’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1,000만 원) × 상속지분 3/9, 원 미만 버림], 원고 2, 원고 3, 원고 4에게 각 보험금 6,666,666원(위 보험금 2,000만 원 + 위 보험금 1,000만 원) × 상속지분 2/9, 원 미만 버림]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일인 2019. 7. 1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5. 2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여야 하며, 피고 디비손해보험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이 일부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대한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대한 부분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며, 제1심판결 중 피고 디비손해보험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피고 디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김구년(재판장) 정강은 조유리 |
234,493 | 사해행위취소 | 2022나50070 | 20,220,819 | 선고 | 청주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이오테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이동명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비오엑스 대표이사 소외 3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리 담당변호사 김혜진)
【제1심판결】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12. 23. 선고 2021가단22056 판결
【변론종결】
2022. 7. 15.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와 이한소재 주식회사 사이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2018. 4. 24. 체결된 매매계약을 33,113,000원의 범위 내에서 취소한다.
3. 피고는 원고에게 33,113,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4.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와 이한소재 주식회사 사이의 물품공급계약 및 미지급 물품대금
1) 원고는 2014. 10. 25. 이한소재 주식회사(이하 '이한소재'라 한다)와 석유화학제품을 공급하는 물품공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공급계약은 2018. 6.말경까지 매년 자동으로 갱신되었다. 원고는 이 사건 공급계약에 따라 2017. 1. 31.경부터 2018. 6. 27.경까지 이한소재에 물품을 공급하였고, 원고가 2018. 6. 27.까지 이한소재에 공급한 물품 중 미지급 물품대금은 33,113,000원(이하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이라 한다)이다.
2) 원고는 2019. 12. 4.경 이한소재 및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2019가단135717호로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20. 4. 23.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3,113,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고, 위 판결은 2020. 5. 8. 확정되었다.
나. 피고와 이한소재의 매매계약
1) 이한소재와 거래 관계에 있었던 피고는 2018. 2.경 감정평가법인에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였고, 감정평가법인은 2018. 3. 22. 이 사건 부동산 및 기계, 기구의 감정가를 합계 1,755,996,480원으로 평가하였다.
2) 피고는 2018. 3. 23.경 이한소재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1,785,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하는 매매가계약을, 2018. 4. 24.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였고, 이한소재는 2018. 6. 28.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2018. 4. 24.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3) 피고는 이한소재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대금으로 2018. 3. 23. 220,000,000원, 2018. 6. 19. 85,000,000원, 같은 날 80,000,000원, 2018. 6. 26. 1,400,000,000원을 각 지급하였다.
4)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한소재는 이 사건 부동산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다.
다. 그 밖의 사정
1) 주식회사 우진기업(이하 '우진기업'이라 한다)은 기화성 녹방지 제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소외 2는 이한소재 대표이사 소외 1의 사위로서 우진기업의 대표이사이다.
2) 피고는 2015. 3. 24.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내둔리 350-7 공장용지 4455㎡, 350-14, 350-16 및 그 지상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2018. 12. 17. 우진기업 앞으로 2018. 10. 29.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6, 10호증의 각 기재, 제1심의 음성군수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1) 피고 주장 요지
원고가 2019. 12. 4.경 이한소재 및 소외 1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2019가단135717호로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때에 사해행위 취소원인을 알았으므로, 그로부터 1년이 도과한 후 제기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2) 판단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있어서 제척기간의 기산점인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이라 함은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안 날, 즉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사해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의 처분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것 즉, 그에 의하여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되어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으며 나아가 채무자에게 사해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 것을 요한다(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0286 판결 참조). 한편, 사해행위의 객관적 사실을 알았다고 하여 취소원인을 알았다고 추정할 수는 없고, 그 제척기간의 도과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상대방에게 있다(대법원 2018. 4. 10. 선고 2016다272311 판결 참조).
원고가 2019. 12. 4.경 이한소재 및 소외 1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2019가단135717호로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위 법원으로부터 2020. 4. 23.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소송은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이한소재의 답변이나 증거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가 이한소재의 재정상태를 알고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 원고가 이한소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물품대금이 고액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위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위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한소재가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한소재의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게 되었고, 나아가 이한소재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다’는 점까지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나. 피보전채권의 존부
1)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다68084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17. 9.과 2018. 1.을 제외하면 2017. 1. 31.경부터 이 사건 공급계약에 따라 매달 이한소재에 물품을 꾸준히 공급하였으므로 2018. 5.경과 같은 해 6.경에도 원고가 이한소재에 물품을 공급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점, ② 이한소재가 2018. 1.경부터 2018. 6.경까지 원고에게 약 10회에 걸쳐 지급한 물품대금은 해당 월에 원고가 공급한 물품의 대금과 일치하지 않고, 그 지급 시기가 특별히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바, 원고는 공급한 물품을 특정하여 이한소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수시로 지급받은 물품대금을 기존에 공급했던 물품대금에 순차적으로 충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정산한 결과 원고가 이한소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물품대금은 2017. 12. 31. 기준으로 91,200,000원, 2018. 5. 31. 기준으로 66,372,000원에 이르는 점, ④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은 원고가 2018. 5. 31. 공급한 물품대금 중 일부와 같은 해 6. 27. 공급한 물품대금의 합계에 해당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원고가 이한소재로부터 지급받은 물품대금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공급한 물품대금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이 사건 공급계약에 터잡아 원고의 이한소재에 대한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고,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이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물품대금 채권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
1)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된다고 볼 것이므로 채무자의 사해의 의사는 추정되는 것이고, 이를 매수하거나 이전 받은 자가 악의가 없었다는 증명책임은 수익자에게 있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4187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이한소재가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매도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고, 채무자인 이한소재와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한소재가 원고와 거래관계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 상황에서 수차례 거듭된 소외 1의 이 사건 부동산 매수제의를 받고 피고의 사업 확장 필요에 따라 감정평가를 통하여 객관적인 매매가격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후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하고 있으므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할 경우에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선의였음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객관적이고도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 등에 의하여야 하고, 채무자나 수익자의 일방적인 진술이나 제3자의 추측에 불과한 진술 등에만 터 잡아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선의였다고 선뜻 단정하여서는 안되는바(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다237192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소외 1은 피고 대표이사 소외 3과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매매계약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하지 않고 체결된 점, 소외 1의 사위인 소외 2는 2010.경부터 2018. 6.경까지 이한소재에서 근무하다가 2018. 7.경부터 약 1년 동안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였고, 소외 1의 딸 소외 4도 피고의 직원으로 등재되었던 점, 소외 2가 대표로 있는 우진기업은 2018. 12.경 피고로부터 공장용지를 매수하여 이한소재와 동일한 목적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선의의 수익자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없다.
라. 원상회복의 방법 및 범위
1) 어느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등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여야 하는 것이나,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사해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사해행위는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해행위 후 변제 등에 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사해행위를 취소하여 그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인 책임재산으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시키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부동산의 가액에서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명할 수 있을 뿐이고, 그와 같은 가액 산정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6다23207 판결, 대법원 1999. 9. 7. 선고 98다41490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3호증의 기재의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에 근저당권자 중소기업은행, 채권최고액 1,188,000,000원인 근저당권 및 근저당권자 권순선, 채권최고액 130,000,000원인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던 사실,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인 2018. 5. 17. 및 같은 해 6. 28. 위 각 근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등기가 마쳐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사해행위로 취소하여 이한소재에게 이 사건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당초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인 책임재산으로 되어 있지 아니하던 부분까지 회복시키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설정되어 있던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또는 채권최고액을 공제한 잔액의 한도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가액의 배상을 명하여야 한다.
3)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은 1,352,326,480원(= 이 사건 부동산 및 기계, 기구의 감정가 합계 1,755,996,480원 - 기계, 기구의 감정가 403,670,000원)인 사실이 인정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심 변론종결 당시에도 같은 가액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던 각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의 합계액이 1,318,000,000원(= 중소기업은행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1,188,000,000원 + 권순선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 130,000,000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의 공동담보가액은 34,326,480원(=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 1,352,326,480원 -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의 합계액 1,318,000,000원)이고, 원고의 피보전채권액은 그보다 적은 33,113,000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취소 및 피고의 가액배상은 원고의 피보전채권액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마. 소결
따라서 피고와 이한소재 사이에 2018. 4. 24.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체결된 이 사건 매매계약을 33,113,000원의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그에 따른 가액배상으로 위 33,113,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임병렬(재판장) 강현호 이종인 |
228,547 | 물품인도청구 | 2020다220140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 [2] 자동차 제조회사인 甲 주식회사와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한 乙 주식회사가 甲 회사의 지시에 따라 丙 주식회사에 촉매제를 인도하면, 丙 회사가 인도받은 촉매제로 촉매정화장치를 제조하여 甲 회사에 납품하였고, 甲 회사는 丙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촉매정화장치에 사용된 촉매제의 수량에 따라 乙 회사에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는데, 乙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촉매정화장치에 사용되지 않고 남은 잔여촉매제의 반환을 구하자, 丙 회사가 소 제기 5년 이전에 인도받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 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지,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2] 자동차 제조회사인 甲 주식회사와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한 乙 주식회사가 甲 회사의 지시에 따라 丙 주식회사에 촉매제를 인도하면, 丙 회사가 인도받은 촉매제로 촉매정화장치를 제조하여 甲 회사에 납품하였고, 甲 회사는 丙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촉매정화장치에 사용된 촉매제의 수량에 따라 乙 회사에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는데, 乙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촉매정화장치에 사용되지 않고 남은 잔여촉매제의 반환을 구하자, 丙 회사가 소 제기 5년 이전에 인도받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잔여촉매제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잔여촉매제가 丙 회사에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도래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임치계약 해지일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위와 같은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법 제166조, 제693조, 제699조, 상법 제64조 / [2] 민법 제166조, 제693조, 제699조, 상법 제64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오덱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정삼 외 1인)
【피고, 상고인】
세종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박재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23. 선고 2019나202329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현대자동차’라 한다)와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제(이하 ‘촉매제’라 한다)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현대자동차와 촉매제를 가공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2012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원고는 현대자동차의 지시에 따라 현대자동차에 직접 촉매제를 인도하는 대신 피고에게 촉매제를 인도하였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인도받은 촉매제를 사용하여 촉매정화장치를 제조한 다음 현대자동차에 촉매정화장치를 납품하였다. 현대자동차는 피고로부터 납품받은 촉매정화장치에 사용된 촉매제의 수량에 따라 원고에게 촉매제 대금을 지급하였는데, 원고는 2012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현대자동차로부터 합계 326,828개의 촉매제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았다.
2. 잔여촉매제에 관한 임치계약의 성립 여부(상고이유 2, 3)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가 피고에게 인도한 촉매제 가운데 피고가 촉매정화장치로 가공하여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고도 남은 촉매제가 총 19,268개(이하 ‘이 사건 잔여촉매제’라 한다) 존재한다. 이 사건 잔여촉매제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임치계약(이하 ‘이 사건 임치계약’이라 한다)이 성립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묵시적 임치계약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상고이유 1)
가. 원심판단
피고는 ‘이 사건 잔여촉매제에 대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촉매제 인도시점부터 진행하므로, 이 사건 소 제기 5년 이전에 인도받은 촉매제에 대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그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촉매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관계가 종료하여 수치인이 반환의무를 지게 되는 때, 즉 임치기한이 도래하거나 임치인이 해지권을 행사하여 그 반환청구권이 발생한 때부터 진행하는데,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 임치계약이 해지되었으므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대법원 판단
임치계약 해지에 따른 임치물 반환청구는 임치계약 성립 시부터 당연히 예정된 것이고, 임치계약에서 임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하고 임치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임치물이 수치인에게 인도된 때부터 진행하는 것이지, 임치인이 임치계약을 해지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잔여촉매제에 대한 임치계약의 성립시점이 언제인지, 이 사건 잔여촉매제가 피고에게 인도된 날이 언제인지, 그로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하였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해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임치계약 해지일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임치물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8,549 | 퇴직금청구[채권추심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 | 2020다296819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업 등을 영위하는 甲 주식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원의 업무를 수행한 乙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乙 등이 甲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2]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 업무형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 채권추심 및 신용조사업 등을 영위하는 甲 주식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원의 업무를 수행한 乙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① 乙 등은 채권의 추심순서와 구체적인 추심방법을 스스로 결정하여 추심업무를 수행하였고, 甲 회사가 추심순위를 지정하거나 구체적 추심업무의 내용 또는 방법 등을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으며, 근무태도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하여 보수나 처우에 반영하거나 추심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은 점, ② 甲 회사는 채권추심원에게 정기적으로 추심활동내역을 甲 회사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으나, 그 입력 내용이 乙 등의 업무수행 과정을 평가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거나 그에 근거하여 甲 회사가 乙 등에게 업무지시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③ 甲 회사의 지사장이 주간 업무회의를 소집하고 개인별 예상 채권회수액을 甲 회사의 전산시스템에 등록할 것을 요구한 사실만으로는 甲 회사가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관리를 벗어나 乙 등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④ 甲 회사는 월 20,000원의 범위에서 우편발송비용을 지원하였고, 이를 초과하는 우편발송비용, 휴대전화 요금, 외근 시 교통비, 주유비 등은 채권추심원이 부담한 점, ⑤ 乙 등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었고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업무를 겸할 수도 없었는데, 이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채권추심업무의 재위임이 금지되기 때문인 점, ⑥ 甲 회사는 채권추심업무 외의 다른 업무에 대해서는 겸직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 채권추심업무 외의 다른 업무를 하는 채권추심원이 다수 있는 점에 비추어 甲 회사에 대한 전속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⑦ 乙 등은 근무기간 동안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고,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의 회수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을 받았으며, 수수료는 실적에 따라 매월 큰 편차가 있었으므로, 위 수수료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⑧ 乙 등에게는 甲 회사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은 점, ⑨ 乙 등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甲 회사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乙 등이 甲 회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 [2]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 [3]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민법 제683조,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2조 | [1][2]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 40629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 [1]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공2007상, 104),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공2020상, 970) |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안 담당변호사 박지훈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고려신용정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제호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11. 26. 선고 2019나6818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 업무형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 40629 판결,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5289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와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추심원의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이 피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들을 포함한 채권추심원은 1인당 약 200~300건의 채권을 관리하였는데, 채권의 추심순서와 구체적인 추심방법(통화, 실사, 최고장 발송 등)을 스스로 결정하여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추심순위를 지정하거나 구체적 추심업무의 내용 또는 방법 등을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의 근무태도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하여 보수나 처우에 반영하거나 추심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다.
나. 피고는 채권추심원에게 정기적으로 상담내역 등 추심활동내역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는 위임인으로서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거나(민법 제683조) 채권추심활동 기록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그 입력 내용이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을 평가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거나 그에 근거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다. 원고들이 근무했던 피고의 ○○지사에서는 2016. 4.경 지사장이 주간 업무회의를 소집하고 채권추심원에게 개인별 예상 채권회수액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등록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는 지사장이 지사 전체의 월 매출예상액을 산출하기 위하여 채권추심원의 개인별 예상 실적을 취합한 것으로 보일 뿐, 채권추심원의 개인별 목표실적이 설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 달성을 강요할 목적으로 개인별 실적을 취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관리를 벗어나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라. 피고는 피고의 우편 자동발송 시스템을 통한 우편발송 건에 한하여 월 20,000원의 범위에서 채권추심원의 우편발송비용을 지원하였고, 이를 초과하는 우편발송비용, 휴대전화 요금, 외근 시 교통비, 주유비 등은 채권추심원이 부담하였다.
마. 원고들은 피고의 채권추심업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는 없었고 다른 회사의 채권추심업무를 겸할 수도 없었다. 이는 신용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의 제한 또는 같은 법 제42조에서 ‘개인신용정보를 업무 목적 외에 누설하거나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 취지상 채권추심업무의 재위임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바. 피고는 채권추심업무 외의 다른 업무에 대해서는 채권추심원의 겸직을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 채권추심업무 외의 다른 업무를 하는 채권추심원이 다수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에 대한 전속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 원고들은 근무기간 동안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고,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의 회수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을 받았으며, 그 수수료는 실적에 따라 매월 큰 편차가 있었다[원고 1의 경우 최소 수수료(455,360원)와 최다 수수료(25,614,230원)의 편차가 약 56배, 원고 2의 경우 최소 수수료(210,000원)와 최다 수수료(9,415,960원)의 편차가 약 44배에 이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수수료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아. 원고들을 포함한 채권추심원에게는 피고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 원고들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고, 피고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8,541 | 강제추행 | 2021도3451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방법 /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는 사정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채팅 어플을 통해 채팅을 주고받다가 피해자를 만나게 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며 피해자를 모텔에 데리고 들어가 저항하는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험법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경험칙이란 각개의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물의 성상이나 인과의 관계에 관한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경험칙을 도출하기 위하여서는 그 기초되는 구체적인 경험적 사실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성폭력 범죄는 성별에 따라 차별적으로 구조화된 성을 기반으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므로,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며, 피해상황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고,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지능이나 성정, 사회적 지위와 가해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여부는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러한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섣불리 경험칙에 어긋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 [2] 채팅 어플을 통해 채팅을 주고받다가 피해자를 만나게 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며 피해자를 모텔에 데리고 들어가 저항하는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점, 피해자는 최초 진술 당시부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들까지 모두 숨김없이 진술하였고 사건 전후에 피해자가 피고인 및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 등 객관적인 정황들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점, 사건 당시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자체로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임을 알 수 있고 법원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원심이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라고 판단한 피해자의 태도는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하고, 이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통념에 따라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을 부정한 것으로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험법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 [2]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형법 제298조 | [1]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공2018하, 2294),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공2019하, 1603),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김종인 외 2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2. 15. 선고 2019노36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 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경험칙이란 각개의 경험으로부터 귀납적으로 얻어지는 사물의 성상이나 인과의 관계에 관한 사실판단의 법칙이므로 경험칙을 도출하기 위하여서는 그 기초되는 구체적인 경험적 사실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성폭력 범죄는 성별에 따라 차별적으로 구조화된 성을 기반으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하므로, 피해자라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피해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며, 피해상황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 누구든지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하였더라도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을 거부할 수 있고(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참조), 피해상황에서 명확한 판단이나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지능이나 성정, 사회적 지위와 가해자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인지 여부는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상황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러한 통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섣불리 경험칙에 어긋난다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도404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위 2018도7709 판결 참조).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남, 70세)은 채팅 어플 ‘○○○’를 통해 채팅을 주고받다가 피해자(여, 30세)를 만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9. 1. 20. 18:00경 구리시 △△마트 인근에서 피해자에게 “내가 예전에 국가대표 감독을 한 적이 있다.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는데, 여기는 너무 춥다. 감독인 나를 믿어라, 나 그런 사람 아니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테니 모텔에 들어가자.”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 모텔’에 데리고 들어갔다. 피고인은 같은 날 19:00경 모텔에서 일방적으로 생활비 등에 보태라고 피해자의 가방에 50만 원을 넣어주고, “가슴 한번 만져보자.”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침대에 눕혀 어깨를 누르고 상의를 벗긴 후, 피해자의 귀와 가슴 등을 빨았다. 피해자가 “배란일이다.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하며 발버둥을 치고 저항하였으나, 피고인은 “괜찮다. 나 묶었다.”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몸을 누르고, 피해자의 레깅스와 팬티를 벗긴 후 피해자의 몸에 올라타 양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누르고, 피고인의 바지와 팬티를 내린 뒤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비벼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해자의 전체 지능수준이 IQ 72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피해자의 학력, 경력, 진술내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언어이해능력이나 지각추론능력이 통상의 성인에 비하여 특별히 저조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평가와 관련하여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와 다른 척도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2)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선뜻 수긍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가) 피고인의 성기 부분과 관련한 추행의 태양이나 피고인의 삽입 시도 등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나) 피해자는 화장실에 간 횟수에 관하여 진술을 번복하였다.
다) 피해자는 추행을 당한 후 몸을 씻고 나오는데 ‘피고인이 하의를 벗고 화장실 앞에 서 있었고, 그 모습이 쭈글쭈글 징그럽고 너무 더럽고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반면, 피고인은 속옷을 벗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검증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의 가슴은 불룩하여 우람하고, 팔뚝도 굵고 탄탄해 보였으며, 복부와 등에는 약간의 주름이 보였고 피부가 약간 처져 보이긴 하였으나 전체적으로 피고인의 몸은 근육질의 건장한 몸으로 보였고, 피고인의 하반신 피부는 상반신에 비하여 더 매끄럽고 깨끗한 상태로 보였는바, 피해자가 실제로는 피고인의 벗은 몸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피고인의 연령 등으로만 짐작하여 신체의 주름상태 등을 만연히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사건 발생 전후 피고인과의 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피해자의 아래와 같은 태도는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가) 피해자와 피고인은 40세에 가까운 연령의 차이가 있고 이 사건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던 사이인데, 피해자는 채팅 어플에서 나이 차이가 15세 이상일 경우 직접 대화가 불가능하자 63세의 ‘(대화명 생략)’이라는 대화명으로 계정을 새로이 가입하면서까지 피고인에게 먼저 연락을 시도하였다.
나) 피해자는 직접 차량을 운전하여 피고인이 거주하는 구리시에 있는 △△마트로 가서 피고인을 만난 후 피고인의 차량을 함께 타고 모텔로 이동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처음 만났음에도 별다른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피고인의 권유에 따라 모텔로 함께 들어갔다.
다) 피해자는 모텔 내에서 피고인한테서 현금 50만 원을 받았다. 피해자는 자신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억지로 피해자의 핸드백에 돈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만나기에 앞서 채팅 어플 또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하여 여러 차례 자신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 관하여 하소연을 한 사실이 있는 데다가 돈을 받은 직후 피고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피고인 모친의 밥이나 반찬도 챙겨드리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돈을 받는 과정에서 그리 강한 거부의사를 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라) 피해자는 모텔을 나서기 전 피고인의 얼굴에 묻은 화장품, 립스틱 등을 닦아주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나이가 많아 자칫 남들이 자신과 피고인의 관계를 이른바 ‘원조교제’ 등으로 오해할까 두려워 취한 행동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믿고 의지하였던 피고인한테서 뜻밖의 강제추행을 당한 직후 극도의 혐오감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모습만 보고도 토할 것 같고 그저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고 하면서도 모텔을 나간 이후 타인의 반응까지 고려하여 피고인의 얼굴을 닦아준 점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마) 피해자는 모텔에서 강제추행 피해를 당하였다고 하면서도 즉시 도움을 요청하거나 모텔을 빠져나오려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모텔에서 나와 피고인의 차량을 같이 타고 피해자 차량이 주차된 장소로 돌아온 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였다.
4) 아래와 같은 사건 발생 이후의 정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을 쉽사리 신빙하기 어렵다.
가) 피해자 진술에 의하더라도 사건 당일 해바라기센터에 전화하여 피해사실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도 피고인에 대한 처벌이나 공식적인 사건처리를 원하지는 않았는데,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자 화가 나 고소에 이르렀다는 취지인바, 위와 같은 고소 경위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고인의 추행 사실 자체가 아닌 다른 부수적 사유에 의하여 이 사건 고소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 피고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와 헤어진 후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하여 피해자에게 “◇◇(가명)야 도착하면 톡 해줘~”, “◇◇야 운전하느라 피곤하지? 잘자~ 시간되면 연락해” 등으로 피해자의 안전한 귀가를 염려하는 한편 이후에도 피해자와 연락을 지속하고자 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고,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3일이 경과한 2019. 1. 23.경 피해자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주장하며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추행에 관하여 사과하거나 합의를 제안하는 등으로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원심이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한 부분은 구체적인 묘사의 표현이 다소 다른 것일 뿐 그 내용이 일관되지 않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번복되었다고 지적한 부분도 매우 지엽적일 뿐 아니라 번복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2) 피해자는 최초 진술 당시부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들(자신이 먼저 피고인에게 쪽지를 보낸 사실, 피고인의 제안에 동의하여 모텔에 들어간 사실, 피고인이 ‘안아보자’고 하여 동의를 했던 사실, 모텔을 나오면서 피고인의 얼굴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준 사실 등)까지 모두 숨김없이 진술하였다. 사건 전후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 사건 이후 피해자가 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 피해자가 사건 이후 자살시도를 하였던 점 등 객관적인 정황들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
3) 사건 당시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자체로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임을 알 수 있고, 피고인의 피부 상태 등에 대한 법원의 검증 결과 역시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비교하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증거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4) 원심이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라고 판단한 피해자의 태도는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하고, 이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통념에 따라 통상의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반응을 상정해 두고 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을 부정한 것으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가) 피해자(여, 30세)는 지능지수가 72 정도로 낮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지내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표현하고 이 사건 무렵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욕구가 높은 반면 현실적으로는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해자는 채팅 어플 ‘○○○’를 통하여 피고인(남, 70세, 당시 아이디에 표시된 나이는 62세)을 알게 되어 서로의 프로필을 보는 등 관심을 주고받던 중 2019. 1. 4. 나이가 63세로 된 아이디를 만들어 피고인에게 먼저 쪽지를 보냈다. 그 쪽지 내용은 ‘나이차이 때문에 쪽지 보내는 게 안 되서 다른 걸로 가입했다. 늘 와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꼭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란다.’는 취지이다. 여기에 대하여 피고인은 ‘너무 반갑게 받았다.’는 취지로 답장을 보낸 후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고 전화통화를 하자고 제안하였으며, 자신은 연예인과 친분이 있고 재계 인사들과도 잘 안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상의하라, 좋은 관계로 서로 살아가면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해자는 기뻐하면서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피고인은 쪽지로 대화를 나눈 지 4일 만에 피해자에게 ‘만나서 식사라도 하자.’고 먼저 제안하였다.
다) 피해자는 2019. 1. 20. 18:00경 ☆☆☆☆에서 피고인을 만났는데, 피고인이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여 자리를 이동하기로 하였고, 피고인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피고인이 모텔에 가자고 하여 모텔에 들어가게 되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춥다고 모텔에 들어가자고 하였고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는 말도 하여, 나이가 많아서 추위를 많이 타나보다 하는 생각에서 피고인의 제안에 응하였다.’고 진술하는바,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 차이, 피해자의 심리 상태 등에 비추어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고,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경위로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가는 데 동의하고 안아보는 걸 허락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그 이상의 성적 접촉은 원하지 않았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라) 피고인이 50만 원을 주려고 하자 피해자가 한두 차례 거절을 하였다는 사실은 피고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돈을 준 이유와 경위에 관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더 이상의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 이후 피고인의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마) 피해자는 피해상황에 대하여, 너무 깜짝 놀라고 피고인의 힘이 세서 반항하기 어려웠고 계속 발버둥 치면서 저항하다가 화장실로 도망갔으며, 피고인이 ‘내가 널 사랑해서 너가 원하지 않아서 하지 않은 거다. 너가 원할 때 관계를 가지겠다.’고 말하여 너무 놀라서 바들바들 떨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이후 피고인의 차량 안에서 오줌을 지렸고, 집에 돌아와서는 온몸을 락스로 샤워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피고인의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았고, 다음 날 새벽 02:20경 친구에게 ‘괴롭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고 03:30경 해바라기센터에 전화를 하였으며 이후 자살시도를 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컸던 피고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심한 추행을 당하여 극도로 당황하고 두려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된 상황이었다면, 피해자가 즉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홀로 모텔을 빠져나오지 않은 채 피고인의 차를 타고 자신의 차가 있던 ☆☆☆☆까지 돌아왔다고 하여, 그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바) 피해자가 모텔에서 나오기 전 피고인의 얼굴에 묻은 립스틱을 닦아준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나, 피해자는 ‘남들이 원조교제로 오해하여 이상하게 쳐다볼까 봐 그랬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고, 무엇보다도 피해자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아무도 묻지 않은 위 내용을 먼저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는바, 추행 사실을 거짓으로 진술하는 것이라면 굳이 위와 같은 진술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므로, 오히려 위와 같은 이례적인 사정을 숨기지 않고 진술하였다는 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사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 피해자는 2019. 1. 21. 08:00경 친구의 ‘무슨 일이냐’는 답장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그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피해자의 진술 취지에 부합한다. 피해자는 2019. 1. 21. 14:32경부터 피고인에게 항의를 하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피고인은 답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16:20경 경찰에 고소를 하였다.
아) 피해자는 피해 당일 새벽 03:30경 해바라기센터에 전화를 했을 때 경찰신고를 망설이는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은 돈도 많고 TV에도 나온 사람이라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해도 경찰에 돈 써서 풀려날 것 같다. 내 의사는 아니었지만 돈을 받았으니 꽃뱀 취급을 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해자는 다음 날 아침 친구가 신고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피고인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자 경찰에 고소를 하였다. 피해자의 위와 같은 망설임과 고소 경위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추행 사실 자체가 아닌 다른 부수적 사유에 의하여 고소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심은 합리적이지 않다.
5) 한편 피고인의 변소 취지는, 처음 만난 피해자에게 모텔에 가자고 하고 50만 원을 준 후 뽀뽀를 해달라고 하고 가슴을 만져 봐도 되냐고 물어 피해자가 허락하여 뽀뽀를 하고 옷 위로 가슴을 만졌는데 갑자기 피해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피고인이 스스로 나가자고 하여 모텔을 나왔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에서 피고인의 신발 끈을 묶어 준 점이나 피고인 차량의 번호를 외우듯이 중얼거렸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모텔에 들어가기도 전에 있었던 일들로 인하여 갑자기 피해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진술의 신빙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험칙과 증거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32,729 | 예방접종피해보상신청거부처분취소 | 2022구합55477 | 20,220,819 | 선고 | 서울행법 | 일반행정 | 판결 : 확정 | 甲이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접종을 한 후, 발열, 양다리저림 및 부어오름, 감각이상, 어지럼증 증상이 발생하자,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검사 후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대뇌해면기형, 상세불명의 단발 신경병증의 진단을 받았고, 위 병원 의사는 관할 보건소에 甲의 증상에 관하여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를 하였는데, 이후 甲의 배우자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등에 따라 피해보상신청을 하였으나, 질병관리청장이 甲에 대하여 백신을 접종한 증거는 확보하였으나 다리저림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고 영상학적 검사상 해면상 혈관기형을 고려할 때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가능성이 있어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여 보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사안에서, 甲의 위 증상 및 질병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하였다고는 단정하기 어렵고,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아, 위 증상 및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 甲이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접종을 한 후, 발열, 양다리저림 및 부어오름, 감각이상, 어지럼증 증상이 발생하자,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검사 후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대뇌해면기형, 상세불명의 단발 신경병증의 진단을 받았고, 위 병원 의사는 관할 보건소에 甲의 증상에 관하여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를 하였는데, 이후 甲의 배우자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7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등에 따라 피해보상신청을 하였으나, 질병관리청장이 甲에 대하여 백신을 접종한 증거는 확보하였으나 다리저림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고 영상학적 검사상 해면상 혈관기형을 고려할 때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가능성이 있어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여 보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사안이다. 감염병예방법 제71조에 의한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하 ‘장애 등’이라 한다)이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한데, 질병관리청장은 위 처분의 이유로, 다리저림 증상이 예방접종 후 14일 뒤에 나타난 것으로서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하였으나 甲의 진료기록에 의하면 예방접종 후 불과 1~2일 뒤에 발열, 두통 및 다리저림이 나타난 사실이 인정되고, 예방접종과 甲의 발열, 두통 및 다리저림 증상 사이에 명백한 시간적 밀접성이 존재하는 점, 甲은 예방접종 이전에는 매우 건강하였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으며, 이후 뇌 MRI 결과 甲에게 해면상 혈관기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하였으나, 정확히 위 혈관기형이 언제 발생하였는지는 알 수 없고, 예방접종 전에는 그와 관련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서, 위 증상이나 질병이 예방접종과 전혀 무관하게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상당한 기간을 거쳐 승인·허가가 이루어지는 다른 전염병 백신들과는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허가가 이루어지거나 일정한 조건부로 승인·허가되어 접종이 이루어져 백신 접종 후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피해발생 확률은 어떠한지 등은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甲의 위 증상 및 질병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하였다고는 단정하기 어렵고,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아, 위 증상 및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위 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1조 제1항,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7조 제1항 | null | 【원 고】
원고
【피 고】
질병관리청장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권용진)
【변론종결】
2022. 6. 3.
【주 문】
1. 피고가 2022. 1. 13. 원고에 대하여 한 예방접종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9년생 남성으로, 2021. 4. 29. 17:00경 춘천시 ○○동 소재 ‘(병원명 1 생략)’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이하 ‘이 사건 백신’이라 한다)를 투여받았다(이하 ‘이 사건 예방접종’이라 한다).
나. 그런데 그다음 날인 2021. 4. 30. 17:00경 발열 증상이, 그다음 날인 2021. 5. 1. 17:00경부터 양다리저림 및 부어오름, 차가움과 뜨거움이 반복되는 감각이상, 어지럼증 증상(이하 각 증상을 통칭하여 ‘이 사건 증상’이라 한다)이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가 2021. 5. 2. 07:00 춘천시 △△동 소재 (병원명 2 생략) 응급실에 내원하여 같은 날 위 병원에서 영상 검사를 받은 결과 좌측 전뇌부위 소량의 출혈성 병변이 확인되었다. 이후 원고는 (병원명 2 생략)의 추가 검사 결과 2021. 5. 8. 상세불명의 뇌내출혈, 대뇌해면기형을 진단받았고, 다리저림에 대하여는 2021. 5. 20. 상세불명의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이하 원고가 진단받은 각 병명을 통칭하여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
다. (병원명 2 생략) 의사 소외 1은 2021. 5. 3. 춘천시보건소에 원고의 이 사건 증상에 관하여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를 하였는데, 위 신고서에는 이상반응 발생일시가 2021. 5. 1. 17:00로, 이상반응 진단일시가 2021. 5. 2.로 기재되어 있다.
라. 이후 원고의 배우자 소외 2는 2021. 5. 28. 피고에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한다) 제7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47조 제1항에 따라 원고의 진료비 3,371,510원, 간병비 250,000원의 피해보상신청을 하였다.
마. 그러나 피고는 2021. 12. 28. 2021년 제16차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에 대하여 ‘백신을 접종한 증거는 확보하였으나 다리저림이 발생한 시기(접종 14일 후)가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고 영상학적 검사상 해면상 혈관기형을 고려할 때 백신보다는 다른 원인으로 인한 가능성이 있어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여 보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한 후 2022. 1. 13. 춘천시장을 통하여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여 이 사건 처분서가 2022. 1. 18.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예방접종 바로 2일 뒤인 2021. 5. 1.부터 원고에게 다리저림 증상이 발생하였고, (병원명 2 생략) 의사 소외 1도 2021. 5. 3.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발생신고’를 하면서 원고에게 다리저림 증상이 있음을 명기하여 원고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로 등재되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14일 후 증상이 나타났다고 사실을 오인하여 이 사건 예방접종과 이 사건 증상의 시간적 개연성을 부인하였으므로, 이는 잘못된 사실을 전제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예방접종 이전에 해면상 뇌혈관기형 및 이와 관련된 질병을 진단받은 적이 전혀 없고, 신경 관련 증상이 발현된 사실도 전혀 없다. 설령 원고에게 해면상 혈관기형이 이미 존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예방접종과 이 사건 증상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할 개연성 내지 상당성이 있음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인과관계 판단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원고의 뇌 MRI상 해면상 혈관기형이 발견되었고, 다리저림 증상은 위 해면상 혈관기형의 주요 증상이므로, 이 사건 예방접종과 이 사건 증상 및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인정 사실
가) 원고의 응급센터기록지 중 2021. 5. 2. 기록에는 "기저질환 없는 분으로 5/1일 오후 5시경부터 좌측 다리 저린증상 발생 후, 금일 오전 00시경부터 양쪽 다리 저린증상 부종이 생기는 느낌과 함께 통증 발생하여 내원함. 통증의 양상은 근육통 같은 통증과 함께 뜨거운 느낌이기도 하다가 얼음을 댄 것 같은 느낌일 때도 있고, NRS 6점. 점점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 골반 쪽에서 무릎 방향으로 퍼져나간다."라는 기재가 있다.
나)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자의 명부에는 원고에 대하여 "이상반응(모니터링) 내용"에 "-5.3.(D+0) 양쪽 다리저림·부종·통증 발현 강원대학병원 응급실 내원(5.2.), 뇌출혈 진단, 기저질환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는 2018년, 2019년의 일반건강검진에서 각 의심질환이나 유질환이 없고 종합소견상 "정상A" 판정을 받았으며, 이 사건 예방접종 전 작성된 문진표상으로도 발열, 아픈 곳, 복용 중인 약이나 알레르기 등이 전혀 없었다.
라) 역학조사관은 원고의 이 사건 증상 및 질병에 관하여 "뇌혈관기형은 이 사건 백신 접종 후의 이상반응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환자에게 나타난 다리저림,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은 영상학적 검사에서 확인된 ‘해면상 혈관기형’에 의한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야 함. 따라서 상기 환자에게 발생한 증상들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은 낮을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이유로 ‘unlikely’로 잠정결론 내렸다.
마) 해면상 혈관기형은 그 발생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환자 중 14~19%는 무증상이고, 40~70%의 환자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은 간질이며, 35~50%의 환자는 복시, 보행실조, 감각장해, 편마비 등의 국소적 신경학적 결손 증상이 나타나고, 두통을 가진 환자도 25~30% 정도 된다. 출혈을 보인 환자의 비율은 6~30% 정도인데, 병소의 크기와 위치는 출혈 발생과 크게 관련성이 없으나 30대의 출혈위험성이 높고, 내분비적 요인과 출혈이 관련이 깊다고 한다.
바) 한편 피고는, 2021. 7. 1. 자 보도자료로 이 사건 백신 접종 후 4일에서 4주 사이에 혈소판감소성혈전증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히 의료기관 진료를 받고, 의료기관은 이상반응을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그 의심증상으로 ‘심한 또는 2일 이상의 지속적인 두통 발생, 구토 동반, 시야 흐려짐 등, 호흡곤란, 흉통, 지속적인 복부 통증 및 팔다리 부기, 접종부위 외 멍이나 출혈 증상 등’을 나열한 바 있다.
사) 이 사건 백신은 전달체 백신(바이러스 벡터)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를 다른 바이러스에 넣어 몸에 주입하고, 이로써 체내에서 표면항원 단백질을 생성해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의 백신이다. 이 사건 백신은 2020. 12. 29. 영국에서 긴급사용 승인되고, 2021. 1. 29. 유럽연합(EU)에서 공식 승인되었으며, 2021. 2. 16.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1. 2. 10. 이 사건 백신에 대하여 18세 이상 사용허가를 하였고, 2021. 2. 26.부터 이 사건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었다.
아)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의「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2판)」중 [부록 14] 코로나19 백신별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인과성 확인표(2021. 6. 14. 기준)에는 이 사건 백신의 이상반응 종류 중 하나로 ‘신경계(두통)’가 기재되어 있고,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은 ‘3일 이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인정 근거] 갑 제10 내지 13, 20호증, 을 제1, 4, 9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리
감염병예방법 제71조에 의한 예방접종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책임은 무과실책임이지만,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하 ‘장애 등’이라 한다)이 그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 예방접종과 장애 등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그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그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274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예방접종 후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근거로 현대의학상 예방접종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는 없다. 특히 피해자가 해당 장애 등과 관련한 다른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다거나, 해당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었음에도 해당 장애 등에 대한 보고 내지 신고 또는 그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 등이 없다면, 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원고의 뇌에서 해면상 혈관기형이 발견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들 및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증상 및 이 사건 질병이 이 사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하였다고는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하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바, 이 사건 증상 및 질병과 이 사건 예방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이유로, 이 사건 증상 중 다리저림 증상이 이 사건 예방접종 후 14일 뒤에 나타난 것으로서 시간적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진료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예방접종 후 불과 1~2일 뒤에 발열, 두통 및 다리저림이 나타난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예방접종과 원고의 발열, 두통 및 다리저림 증상 사이에 명백한 시간적 밀접성이 존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처분서의 기재 중 ‘14일’은 단순한 오기이고, 실제로는 1~2일 뒤에 이 사건 증상이 발현된 것을 충분히 고려하였다고도 주장하나, 을 제3호증(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회의결과 보고)을 보더라도 증상 발생을 14일 후로 전제하고 있음이 확인될 뿐이고, 달리 그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예방접종 이전에는 매우 건강하였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다. 원고는 이 사건 예방접종 바로 다음 날부터 두통,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고, 두통, 발열 등은 피고가 이 사건 백신의 이상반응으로 언급한 증상이기도 하다. 이후 뇌 MRI 결과 원고에게 해면상 혈관기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하였으나, 정확히 위 혈관기형이 언제 발생하였는지는 알 수 없고, 이 사건 예방접종 전에는 그와 관련된 어떠한 증상이 발현된 바도 없었는바, 이 사건 증상이나 질병이 이 사건 예방접종과 전혀 무관하게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특히 코로나19의 범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백신 제조능력을 가진 세계 각국의 회사들이 백신 개발에 착수하였고, 매우 단기간 내에 여러 개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었다. 즉 상당한 기간을 거쳐 승인·허가가 이루어지는 다른 전염병 백신들과는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허가가 이루어지거나 일정한 조건부로 승인·허가되어 접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백신 역시 2020. 12. 30. 영국에서 긴급승인을 받은 뒤 국내에서는 2021. 2. 26.경부터 접종이 시작되어, 실제로 사용된 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이 사건 백신 접종 후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피해발생 확률은 어떠한지 등은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라) 이에 피고 역시 이러한 전제에서, 새로운 백신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이상반응 등을 인지·조사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이상반응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기 위한 목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지침」을 마련하여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기도 하다.
마) 따라서 이 사건 백신 접종 후 비로소 이상증상이 발현되었다면, 다른 원인에 의하여 이것이 발현되었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만연히 해당 증상 및 질병과 이 사건 백신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생략
판사 이주영(재판장) 윤민수 박정미 |
228,545 | 손해배상등청구의소 | 2020다263574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주식회사의 정관에서 회사에 배당의무를 부과하면서 배당금의 지급조건이나 배당금액의 산정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어 개별 주주에게 배당할 금액이 일의적으로 산정되고, 대표이사나 이사회가 배당금 지급 여부 등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 정관에서 정한 지급조건이 갖추어지는 때에 주주에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배당금지급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 결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이익배당을 거부하는 결의를 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이익배당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주주의 이익배당청구권은 장차 이익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권리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됨으로써 이익배당이 확정될 때까지는 주주에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배당금지급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정관에서 회사에 배당의무를 부과하면서 배당금의 지급조건이나 배당금액을 산정하는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어 그에 따라 개별 주주에게 배당할 금액이 일의적으로 산정되고, 대표이사나 이사회가 경영판단에 따라 배당금 지급 여부나 시기, 배당금액 등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면, 예외적으로 정관에서 정한 지급조건이 갖추어지는 때에 주주에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배당금지급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에 관한 결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정관과 달리 이익배당을 거부하는 결의를 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주주에게 이익배당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 상법 제344조의2 제1항, 제462조, 제464조의2, 제449조 |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3792 판결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루츠 담당변호사 장대근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서영엔지니어링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0. 8. 14. 선고 2019나945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11년 상법 개정으로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종류주식의 유형이 확대됨에 따라 회사는 이익의 배당, 잔여재산의 분배,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의 행사, 상환 및 전환 등에 관하여 내용이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상법 제344조 제1항). 이 경우 회사는 정관에 발행하고자 하는 종류주식의 내용과 수를 정하여야 하고, 특히 이익배당에 관하여 내용이 다른 종류주식을 발행하는 때에는 정관에 그 종류주식의 주주에게 교부하는 배당재산의 종류, 배당재산의 가액의 결정방법, 이익을 배당하는 조건 등 이익배당에 관한 내용도 정하여야 한다(상법 제344조 제2항, 제344조의2 제1항).
주주의 이익배당청구권은 장차 이익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권리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됨으로써 이익배당이 확정될 때까지는 주주에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배당금지급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3792 판결 등 참조). 다만 정관에서 회사에 배당의무를 부과하면서 배당금의 지급조건이나 배당금액을 산정하는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어 그에 따라 개별 주주에게 배당할 금액이 일의적으로 산정되고, 대표이사나 이사회가 경영판단에 따라 배당금 지급 여부나 시기, 배당금액 등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면, 예외적으로 정관에서 정한 지급조건이 갖추어지는 때에 주주에게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배당금지급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에 관한 결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정관과 달리 이익배당을 거부하는 결의를 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주주에게 이익배당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피고 회사가 발행한 총 주식 106,000주(보통주) 전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피고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원고의 찬성으로 이익배당에 관한 종류주식(이하 ‘이 사건 우선주’라 한다)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이미 발행된 보통주 106,000주 중 31,800주를 이 사건 우선주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하는 결의가 이루어졌다.
나. 피고 회사의 정관은 이 사건 우선주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1) 피고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종류는 기명식 보통주식과 기명식 우선주식으로 한다(제8조 제1항).
2) 피고 회사가 발행할 우선주식은 기명식 이익배당 우선주식이고, 발행하는 우선주식의 수는 31,800주로 한다(제8조의2).
3) 우선주식의 주주는 주식 1주당 보통주와 동일하게 1개의 의결권을 갖는다(제8조의3 제1항).
4) 우선주식의 주주는 우선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1주당 당기순이익 중 106,000분의 1을 우선적으로 현금으로 배당받고, 우선주식에 대한 배당은 정기주주총회(결산승인의 총회)일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하고, 당해 회계연도에 당기순이익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정기주주총회(결산승인의 총회)의 결의를 통하여 그때부터 7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한다(제8조의4).
다. 2018년과 2019년에 개최된 각 정기주주총회에서 전년도에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였음에도 이익배당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는 잉여금처분계산서가 승인되자, 피고 회사는 이를 이유로 원고에게 이익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본다.
피고 회사의 정관은 이 사건 우선주에 관한 배당의무를 명시하면서 배당금 지급조건 및 배당금액 산정과 관련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회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가 승인됨으로써 당기순이익이 확정되기만 하면 이 사건 우선주에 관하여 피고 회사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배당금액이 곧바로 계산된다.
따라서 이 사건 우선주의 주주인 원고에게는 피고 회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당기순이익이 포함된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결의가 있는 때에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이익배당청구권이 인정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462조 제1항에 따른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정관 규정에 따라 계산된 배당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우선주에 관한 이익배당청구권이 주주총회의 이익배당 결의에 의하여 비로소 그 내용이 확정되는 권리에 불과함을 전제로, 피고 회사의 정기주주총회에서 2017년도나 2018년도에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재무제표가 승인되었는지 여부 및 각 배당가능이익이 얼마인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 회사의 2018년과 2019년에 개최된 각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 결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2017 및 2018 회계연도 관련 이익배당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익배당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32,899 | 단기매매차익취득사실통보처분취소의소 | 2020두44930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결정하는 방법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제3항에 따라 관할관청이 주권상장법인에 한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제1항, 제2항, 제3항,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 [1] 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공2010하, 2279),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두53894 판결(공2022상, 721)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율 담당변호사 조장곤)
【피고, 피상고인】
금융감독원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7. 15. 선고 2019누6244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이 사건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의 대상적격 유무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을 말한다.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2조 제1항, 제2항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의 임직원 또는 주요주주가 그 법인이 발행한 증권 등을 매수하거나 매도한 뒤 6개월 이내에 매도 또는 매수하여 이익(이하 그 이익을 ‘단기매매차익’이라 한다)을 얻은 경우, 그 법인은 임직원 또는 주요주주를 상대로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해당 법인의 주주는 그 법인으로 하여금 단기매매차익 반환청구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해당 법인이 일정기한 내에 그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 그 주주는 그 법인을 대위하여 그 청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같은 조 제3항은 관할관청은 단기매매차익의 발생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해당 법인에 이를 통보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그 법인은 통보받은 내용을 일정한 방법에 따라 공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 따라 관할관청이 주권상장법인에 한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는 주권상장법인 등이 단기매매차익을 취득한 자를 상대로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것일 뿐, 단기매매차익 반환청구권을 발생시키거나 확정짓는 효력은 없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를 받은 주권상장법인은 통보받은 내용을 일정한 방법에 따라 공시하여야 한다.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는 주권상장법인의 공시의무를 발생시키는 효력을 가져 상대방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행정청이 주권상장법인의 공시의무 이행을 강제할 직접적인 수단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체법상 법적 지위의 변동이 생긴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2)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주권상장법인의 공시의무는 단기매매차익 발생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을 인식한 행정청의 통보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한다.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로 인하여 발생한 공시의무를 다투고자 하는 주권상장법인 등은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의 효력을 다투는 방법 외에는 다른 사법적 구제수단이 없다.
다.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가 주식회사 ○○○에 한 이 사건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 대상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것처럼, 원고의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므로 원심을 파기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
2. 제소기간 도과 여부
원심은, 이 사건 단기매매차익 발생사실 통보가 이루어진 뒤 원고가「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제39조에 따른 이의신청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 이의신청절차를 특별행정심판절차로 볼 수 없어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 재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제소기간이 기산되도록 정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아 같은 항 본문에 따라 원고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제소기간이 기산된다고 전제한 다음, 이 사건 소는 위 제소기간이 경과한 뒤에 제기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제소기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28,539 | 부당이득금 | 2017다292718 | 20,220,81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승진발령이 무효임에도 근로자가 승진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승진된 직급에 따라 계속 근무한 경우,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의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가 이를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여기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 승진발령이 무효임에도 근로자가 승진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승진된 직급에 따라 계속 근무하여 온 경우,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있어 승진된 직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었다면, 근로자가 지급받은 임금은 제공된 근로의 대가이므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사용자가 이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의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고,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여기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민법 제741조 | null | 【원고, 상고인】
한국농어촌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동욱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2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열린법률 외 3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7. 11. 22. 선고 2017나1173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승진발령이 무효임에도 근로자가 승진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승진된 직급에 따라 계속 근무하여 온 경우,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있어 승진된 직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었다면, 근로자가 지급받은 임금은 제공된 근로의 대가이므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사용자가 이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의 상승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그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고,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여기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의해 설립되어 농어촌정비사업 등을 수행하는 법인이고, 피고들은 원고 소속 직원들이다.
나. 원고는 직원들의 승진시험을 외부업체에 의뢰하여 실시하는데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사이에 시행된 승진시험에서 피고들을 포함한 원고의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외부업체로부터 시험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하고 그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들에 대한 승진발령을 취소하였다.
다. 원고의 연봉제규정에 의하면, 원고 직원의 기본연봉은 연봉재산정사유 발생 이전 기본연봉에 표준가산급, 임금교섭에 따라 증감하는 금액, 직무급을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제6조의2). 직원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한 때에는 발령일 직전에 지급받던 기본연봉에 승진한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과 승진가산급을 더하여 결정한다(제10조 제1항).
라. ‘표준가산급’이란 직원이 1년 근속할 때마다 가산되는 금원으로, 직급별 대표 표준가산급은 3급 660,000원, 4급 612,000원, 5급 456,000원, 6급 408,000원이다.
마. ‘승진가산급’이란 직원이 승진할 때마다 기본연봉에 일정 비율을 곱하여 또는 정액으로 가산되는 금원으로, 2013. 12. 31. 이전 4급 승진자가 4급에서 3급으로 승진하는 경우 기본연봉 가산율은 10%이다.
바. 한편 원고는 3급 내지 5급 직원을 대상으로 업무의 중요도,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직위를 구분하고 그 직위에 따라 직무급을 차등 지급한다. 3급은 차장, 4급은 과장 또는 대리의 직위를 부여받고, 5급은 별도의 직위 없이 매월 일정한 돈을 직무급으로 받는다.
사. 피고들은 이 사건 각 승진발령에 따라 3급 또는 5급으로 승진하여 승진 취소일까지 3급 또는 5급 직원으로서 근무하였다. 이후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3급 또는 5급 승진에 따른 표준가산급 상승분 및 승진가산급과 이에 기초하여 산정된 기준급, 연차수당, 인센티브 상승분(이하 ‘이 사건 급여상승분’이라 한다) 및 직무급 등을 받았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고의 연봉제규정 내용에 따르면 표준가산급이란 직원이 1년 근속할 때마다 1년 근속한 자체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여 가산되는 임금이다. 만약 피고들이 승급하였음에도 직급에 따라 수행한 업무가 종전 직급에서 수행한 업무와 차이가 없다면, 피고들은 표준가산급과 관련하여 단지 승진으로 직급이 상승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급여가 상승한 것이 되고, 이는 승진가산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들에 대한 승진이 중대한 하자로 취소되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은 승진 전의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을 받아야 하고, 승진가산급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피고들이 승진 후 받은 이 사건 급여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나.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들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른 업무에 구분이 있는지, 피고들이 승진 후 종전 직급에서 수행하였던 업무와 구분되는 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제공한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살핀 다음, 그에 따라 이 사건 급여상승분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급여상승분은 승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데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었으므로 피고들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가 이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31,763 | 부당이득금 | 2018다205209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전원합의체 판결 |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가 개시되고 매각이 이루어진 경우, 그 경매의 효력(무효) 및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하였음에도 경매가 계속 진행되어 매각된 경우에만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다수의견] 종래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신설되기 전에도 실체상 존재하는 담보권에 기하여 경매개시결정이 이루어졌으나 그 후 경매 과정에서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여,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 등으로 경매절차가 취소되지 않고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경매는 유효하고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해석해 왔다. 대법원은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신설된 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였다. 즉,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하였음에도 경매가 계속 진행되어 매각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위와 같은 현재의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1) 임의경매의 정당성은 실체적으로 유효한 담보권의 존재에 근거하므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면 그에 기초한 경매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특히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할 당시 실행하고자 하는 담보권이 이미 소멸하였다면, 그 경매개시결정은 아무런 처분권한이 없는 자가 국가에 처분권을 부여한 데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 반면 일단 유효한 담보권에 기하여 경매개시결정이 개시되었다면, 이는 담보권에 내재하는 실체적 환가권능에 기초하여 그 처분권이 적법하게 국가에 주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담보권의 소멸은 그 소멸 시기가 경매개시결정 전인지 또는 후인지에 따라 그 법률적 의미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담보권의 소멸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것이 경매개시결정 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까지도 포함하여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려는 취지인지는 그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고, 여전히 법률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게 되었다. (3) 원칙적으로는 경매가 무효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진정한 권리자에 대한 보호가치가 줄어든 경우에 한하여 실권효(失權效)에 기초하여 예외적으로 경매의 공신력을 부여할지를 논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논의에 애초부터 담보권이 소멸하여 위법하게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그 담보권에 기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한다면, 이는 소멸한 담보권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현재의 등기제도와도 조화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국 대법원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 온 것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입법 경위, 임의경매의 본질과 성격 및 부동산등기제도 등 법체계 전체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법문언의 의미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문언과 체계, 입법 경위와 목적에 비추어, 이미 소멸한 담보권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고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매는 유효하고 매각대금을 다 낸 매수인은 부동산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한다고 보아야 한다. (1)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입법 취지와 경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비추어 보면 이 조항은 ‘담보권 소멸’, 즉 담보권이 유효하게 성립한 후 나중에 발생한 사유로 소멸한 경우에는 담보권이 경매절차개시 전에 소멸한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모두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경매제도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 거래안전과 이해관계인의 이익형량을 고려하더라도 경매개시결정 당시 담보권이 이미 소멸한 경우에도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3) 임의경매와 강제경매의 차이점이나 등기 공신력에 관한 법리가 이러한 해석에 방해된다고 할 수 없다. (4) 경매에 관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여건의 변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현재의 시점에서 소멸된 담보권에 기초한 임의경매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발적 부실등기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된 경우 그에 따른 법률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문제 되고, 법원은 경매절차를 신뢰하고 매각대금을 다 낸 매수인, 그리고 그를 신뢰하고 다시 부동산을 매수한 전득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 민사집행법 제267조 | 대법원 1964. 10. 13. 선고 64다588 전원합의체 판결(집12-2, 민139), 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다475 판결(공1980, 13317),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51855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68012 판결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현 담당변호사 박환택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대성목재공업 주식회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12. 21. 선고 2017나20381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사안의 개요
피담보채권이 변제되어 이미 소멸한 피고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이하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줄여 말할 때에는 편의상 ‘임의경매’라 한다)가 개시되고 매각이 이루어져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피고는 1순위 근저당권자로서 배당을 받고 가압류채권자의 승계인인 원고는 아무런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
원고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배당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원고가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에 대하여 경매개시결정 전에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는 무효이므로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피고의 배당금은 원고가 아닌 매수인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쟁점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이 사건 임의경매가 유효하여 원고가 그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었음을 전제로 하므로 먼저 이 사건 임의경매의 효력이 문제 된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가 개시되고 매각이 이루어진 경우 그 경매가 유효한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다.
2.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임의경매가 개시되고 매각이 이루어진 경우 경매의 효력
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입법 연혁과 종래 대법원 판례
(1)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 관한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대금완납에 따른 부동산 취득의 효과’라는 제목 아래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한다.
종래 임의경매는 구 경매법에서 별도로 규율하고 있었는데, 구 경매법에서는 임의경매의 공신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은 구 경매법을 폐지하고 임의경매에 관한 규정을 흡수하면서 "대금의 완납에 의한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의 소멸에 의하여 방해받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제727조)을 신설하였다.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2002년 민사집행법이 제정되면서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의 문구만 일부 바꾼 것이다(이하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와 민사집행법 제267조를 구분하지 않고 ‘이 사건 조항’으로 같이 부른다).
담보권의 실체적 하자는 담보권이 처음부터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아 부존재하는 경우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담보권이 변제나 담보권설정계약 해지 등과 같은 후발적인 사유로 소멸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을 입법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사유에 대한 구별 없이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면 전면적으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할 것인지가 논의되었다. 그 결과 임의경매를 개시하기 위해 담보권이 실체적으로 존재하는지 공적으로 확정하는 절차가 없고,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점과 진정한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부분적으로만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취지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었다.
(2) 종래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도 실체상 존재하는 담보권에 기하여 경매개시결정이 이루어졌으나 그 후 경매 과정에서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여,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 등으로 경매절차가 취소되지 않고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경매는 유효하고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해석해 왔다(대법원 1964. 10. 13. 선고 64다5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다475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된 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였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51855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68012 판결 등 참조). 즉, 이 사건 조항은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하였음에도 경매가 계속 진행되어 매각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나. 판례 법리의 타당성
위와 같은 현재의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강제경매는 판결 등 공적으로 확인된 집행권원에 기초하여 실시되어 집행력 있는 정본 그 자체가 경매의 근거가 되므로, 집행채권이 실체적으로 부존재하거나 소멸한 경우에도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영향이 없어 공신적(公信的) 효력이 인정된다. 반면 임의경매는 집행권원을 요구하지 않고 사인(私人)들이 설정한 담보권에 내재하는 실체적 환가권능에 기초하여 실시되므로, 국가가 그 환가권능에 기한 처분행위를 대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강제경매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임의경매의 정당성은 실체적으로 유효한 담보권의 존재에 근거하므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면 그에 기초한 경매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특히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할 당시 실행하고자 하는 담보권이 이미 소멸하였다면, 그 경매개시결정은 아무런 처분권한이 없는 자가 국가에 처분권을 부여한 데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 반면 일단 유효한 담보권에 기하여 경매개시결정이 개시되었다면, 이는 담보권에 내재하는 실체적 환가권능에 기초하여 그 처분권이 적법하게 국가에 주어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담보권의 소멸은 그 소멸 시기가 경매개시결정 전인지 또는 후인지에 따라 그 법률적 의미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 이 사건 조항은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담보권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취지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담보권이 소멸하였다면 그 담보권은 실체가 없으므로 담보권이 부존재하는 것과 법률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러한 경매개시결정은 애초에 적법하게 개시된 것이라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이 담보권의 소멸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것이 경매개시결정 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까지도 포함하여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려는 취지인지는 그 문언만으로는 분명하지 않고, 여전히 법률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게 되었다. 이는 이 사건 조항을 도입할 때의 논의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3) 소유자는 자신의 재산에 관하여 설정된 담보권이 유효하다는 전제 아래 그 재산을 강제로 환가하는 경매절차의 진행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효인 경매절차에서 소유자가 적극적인 이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권리를 상실시킬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경매가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공적(公的) 절차라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그에 대한 신뢰와 매수인의 지위 안정 및 거래안전을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도 있다. 결국 이렇게 대립하는 두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무엇을 근거로 하여 어느 범위에서 진정한 권리자의 소유권이 상실되는 결과를 정당화할 것인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경매개시결정 당시 유효하게 존재하는 담보권에 기하여 적법하게 경매가 개시되었으나 도중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 채무자 및 소유자가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를 비롯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경매가 계속 진행되었다면, 자신의 권리를 상실할 구체적 위험을 현실적으로 인지하면서도 방치한 권리자보다는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거래안전을 보호할 필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원칙적으로는 경매가 무효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진정한 권리자에 대한 보호가치가 줄어든 경우에 한하여 실권효(失權效)에 기초하여 예외적으로 경매의 공신력을 부여할지를 논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논의에 애초부터 담보권이 소멸하여 위법하게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경매가 무효인 경우 이에 기초한 거래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법이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정 당시 등기의 공신력을 부정한 것은 부동산물권의 변동에서는 진정한 권리자의 보호를 중시하고, 그에 따라 거래안전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도록 하는 입법적 결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 법체계하에서 일반인들은 실체관계와 부합하지 않는 등기가 남아 있어도 그 효력이 없다고 신뢰하고 그러한 신뢰에 기하여 이미 소멸한 담보권 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그 담보권에 기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한다면, 이는 소멸한 담보권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현재의 등기제도와도 조화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국 대법원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조항이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 온 것은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 임의경매의 본질과 성격 및 부동산등기제도 등 법체계 전체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법문언의 의미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 사건 조항을 해석해 왔고,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라 오랜 기간 실무례가 정착되어 왔다. 확립된 법리는 등기의 공신력 부정과 함께 거래실무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에 대한 신뢰도 확보된 상태이다. 판례의 태도가 당사자의 권리 구제나 법논리적 측면에서 부당하여 이를 변경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현재의 판례에 따르더라도 구체적 사안에서 소유자가 경매가 유효하다는 신뢰를 부여하였거나 경매를 저지하지 않은 데 귀책사유가 있는 등 소유자가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다투는 것이 부당하고 그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금반언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충분히 타당한 결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원칙적으로 부동산등기 및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체계하에서, 진정한 소유자의 보호와 경매절차의 적정한 운영 사이에서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 1은 1997. 3. 11. 주식회사 유청실업이 피고에 대하여 물품공급 대리점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물품대금, 손해배상 등 일체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고양시 (주소 1 생략), (주소 2 생략), (주소 3 생략), (주소 4 생략) 각 토지[이하 (주소 1 생략) 토지를 ‘제1부동산’, 나머지 토지를 ‘제2부동산’이라 한다]를 공동담보로 하여 피고에게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이하 위 근저당권을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
(2) 주식회사 해동신용금고(변경 전 상호는 주식회사 해동상호신용금고, 이하 ‘해동신용금고’라 한다)는 1995. 2. 28. 소외 2에게 12억 원을 대여하였고, 당시 소외 1은 소외 2의 위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소외 1 소유의 제1, 2부동산에 관하여 1997. 4. 16. 주식회사 한스건설의 가압류등기(청구금액 55,277,200원)가 이루어졌고, 해동신용금고도 소외 1에 대한 위 연대보증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압류결정을 받아 1998. 1. 30. 가압류등기(청구금액 20억 원)가 이루어졌다.
(3) 소외 1은 제1부동산을 소외 3에게, 제2부동산을 소외 4에게 각각 매도하고 1998. 4. 1.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 4는 2009. 1. 3. 사망하여 소외 5, 소외 6, 소외 7, 소외 8(이하 ‘소외 5 등’이라 한다)이 제2부동산을 상속하였다.
(4)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제1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02. 4. 10. 의정부지방법원 2002타경15804호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이하 ‘제1차 경매’라 한다). 경매법원은 2003. 4. 25. 배당기일에서 실제 배당할 금액 433,386,863원 중 1순위로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청구금액 220,284,680원 전액을 배당하고, 2순위로 가압류채권자인 해동신용금고에 202,065,920원(청구채권 1,012,085,169원의 19.97%), 주식회사 한스건설에 11,036,263원(청구채권 55,277,200원의 19.97%)을 각각 배당하였다.
(5)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제2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09. 9. 30.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9타경29485호로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이하 ‘제2차 경매’라 한다). 위 부동산은 268,000,000원에 매각되어 2010. 7. 22. 및 2010. 9. 28. 매각대금이 지급되었고, 경매법원은 2010. 10. 26. 배당기일에서 실제 배당할 금액 263,572,159원을 1순위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모두 배당하였다. 제2차 경매절차에서의 매각으로 당시 제2부동산의 소유자였던 소외 5 등에서 매수인들 앞으로 각각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고, 주식회사 한스건설과 해동신용금고의 가압류등기는 모두 말소되었다.
(6) 한편 해동신용금고(2001. 8. 27. 파산선고)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2007. 5. 22. 원고에게 소외 2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양도하고 그 무렵 채권양도통지를 마쳤다. 원고는 연대보증인인 소외 1(2012. 10. 31. 사망)의 상속인 소외 9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4. 4. 8. ‘소외 9는 원고에게 877,784,587원과 그중 26,000,000원에 대하여 2013. 5.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단252208호).
(7)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소멸하였으므로 피고는 제2차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원고가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제1심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이 소멸하지 않아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고 다투었다가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패소하자, 원심에서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이루어진 제2차 경매는 무효이므로 원고도 배당을 받을 수 없어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제1차 경매를 신청하여 피담보채권이 확정되었고 채권 전액을 변제받아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다. 피고가 이미 소멸한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제2차 경매를 신청하여 경매가 개시되고 부동산이 매각되어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지급하였더라도 경매가 무효이므로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경매가 무효인 경우 매수인은 경매 과정에서 피고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등 참조).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제2차 경매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배당받을 권리가 없음에도 배당금을 계속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서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①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하여 제2차 경매를 신청하고 경매 과정에서 배당금을 수령하였다. 이는 모두 이 사건 근저당권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행동이다.
② 피고는 제1심에서도 이 사건 근저당권이 소멸하지 않아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고 다투었다가 패소하자, 원심에서 비로소 피고 스스로 신청하여 개시된 경매가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③ 원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제2차 경매가 종료된 지 이미 7년 이상 경과하였다. 경매 종료 후 현재까지 제2부동산 소유자였던 소외 5 등과 매수인 사이에 제2부동산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다툼이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④ 소외 5 등이 제2부동산의 등기 명의를 회복하더라도 원고(전 소유자인 소외 1에 대한 가압류채권자의 승계인으로서 이미 집행권원을 취득하였다)가 강제경매를 신청할 것이 확실시되고 원고의 채권액만 하여도 부동산 가액을 훨씬 상회하므로, 소외 5 등이 부동산의 소유 명의를 회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소외 5 등이 매수인을 상대로 제2부동산의 소유권 회복을 위한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나, 그 결과로서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매수인이 피고를 상대로 배당금 반환을 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⑤ 제2차 경매절차에서 원고는 첫 경매개시결정 전에 등기된 가압류채권자 해동신용금고의 승계인으로서 배당받을 자격이 있는 반면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이 소멸하였으므로 배당받을 자격이 없다.
(3) 결국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제2차 경매절차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고, 원고는 위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었던 범위에서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제2차 경매절차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당을 원인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의 공신력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경매개시결정 전에 이미 담보권이 소멸하였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미 소멸한 담보권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고 부동산이 매각되어도 경매가 무효이고 매수인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종래 판례를 유지해야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법률은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대금완납에 따른 부동산 취득의 효과’라는 제목으로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담보권 소멸’은 담보권이 유효하게 성립한 후 나중에 소멸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내용이 명확하므로, 여기에는 경매개시결정 이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률의 문언에 부합한다. 이러한 해석은 민사집행법의 체계에도 부합한다. 이 조항보다 두 조문 앞에 있는 민사집행법 제265조는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유’라는 제목으로 "경매절차의 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유로 담보권이 없다는 것 또는 소멸되었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담보권 소멸을 경매개시결정 이후의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민사집행법 제267조에서도 담보권 소멸을 제265조와 마찬가지로 경매개시결정 전후를 묻지 않고 담보권의 사후적 소멸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담보권의 부존재와 소멸을 가리지 않고 전면적으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할지가 논의되었는데, 담보권 소멸의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는 취지로 입법이 이루어진 경위를 보더라도 위와 같은 해석이 타당하다. 나아가 경매제도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 거래안전과 이해관계인의 이익형량을 고려하더라도 경매개시결정 당시 담보권이 이미 소멸한 경우에도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문언과 체계, 입법 경위와 목적에 비추어, 이미 소멸한 담보권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고 부동산이 매각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매는 유효하고 매각대금을 다 낸 매수인은 부동산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한다고 보아야 한다.
아래에서 좀 더 상세한 이유를 개진한다.
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입법 취지와 경위,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비추어 보면 이 조항은 ‘담보권 소멸’, 즉 담보권이 유효하게 성립한 후 나중에 발생한 사유로 소멸한 경우에는 담보권이 경매절차개시 전에 소멸한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모두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1) 통상적으로 담보권 부존재는 담보권이 처음부터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았음을 뜻하고, 담보권 소멸은 일단 발생하여 유효하게 존재하던 담보권이 피담보채권 변제 또는 담보권설정계약 해지와 같은 후발적인 사유로 소멸한 것을 뜻한다.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매각대금을 완납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이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담보권 부존재의 경우에는 경매에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지만, 담보권 소멸의 경우에는 이 조항에 따라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담보권 부존재가 특정 시점, 이를테면 경매개시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담보권이 이미 소멸한 경우를 포함하여 그 시점에 담보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고, 담보권 소멸은 그 시점 이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것만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맞지 않는다.
(2) 임의경매는 담보권에 부존재, 무효 등 실체적 하자가 있으면 이에 기초한 경매가 무효로 되고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매수인의 지위가 불안정하고 거래안전이 저해된다. 나아가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매 물건이 저가에 매각되어 담보금융제도의 적정한 운영을 해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 이 조항은 민사집행절차가 민사소송법에 포함되어 있을 당시에 있었던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와 같은 내용인데, 그 조항은 위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신설되었다.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를 입법하는 과정에서 담보권의 부존재와 소멸을 가리지 않고 전면적으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할지 논의하였는데, 담보권 소멸의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는 취지로 입법이 이루어졌다. 이 조항과 함께 신설된 구 민사소송법 제725조는 "경매절차의 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에서는 담보권의 부존재 또는 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정하였다. 함께 신설된 위 두 규정을 통일적으로 해석한다면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사유로는 담보권의 부존재와 소멸 모두를 주장할 수 있고, 그중 담보권 소멸의 경우만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에서 말하는 ‘소멸’을 제725조의 그것과 달리 경매개시결정 이후의 것으로 한정할 근거는 찾기 어렵다. 이것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가 신설되기 전에도 대법원은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였다(구 경매법 당시의 대법원 1964. 10. 13. 선고 64다5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0. 10. 14. 선고 80다475 판결 등 참조). 만일 구 민사소송법 제727조가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면, 위 조항이 신설되기 전과 후에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어 위에서 본 것처럼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거래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 조항을 신설한 입법 취지가 퇴색된다. 또한 위 조항이 당시의 판례 법리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입법되었다면, 그 문언을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와 같이 정함으로써 담보권 소멸의 시기를 명확히 하였을 것이다. 법률의 문언은 입법자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징표이다. 이러한 점에서도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담보권이 언제 소멸하였는지 묻지 않고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나. 경매제도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 거래안전과 이해관계인의 이익형량을 고려하더라도 경매개시결정 당시 담보권이 이미 소멸한 경우에도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1) 임의경매는 당사자가 임의로 설정한 담보권을 실행하는 절차이고 집행권원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제경매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임의경매도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공적(公的)으로 환가 및 배당절차를 진행한다는 면에서 개인에 의한 사적(私的)인 담보권 실행절차와 동일하지는 않다.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는 개시의 원인이 다를 뿐 임의경매 절차에 강제경매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어 동일한 절차로 진행된다(민사집행법 제268조). 경매에 참여하는 일반인도 국가기관이 법률에 따라 경매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을 신뢰하는 것이지, 경매가 집행권원에 기초한 것인지 담보권에 기초한 것인지에 따라 효력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담보권이 부존재하거나 소멸하였는지는 경매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인이 알 수 없는 사정이다. 일반인은 부동산을 낙찰받고 매각대금을 다 낸 매수인이 당연히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담보권 설정이나 매매 등 후속 거래를 한다.
경매절차가 나중에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사정은 집행법원이 경매절차를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데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채무자 및 소유자가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를 하더라도 담보권 실행을 일시정지하도록 명한 재판의 정본(잠정처분)을 받아 이를 집행법원에 제출하여야 비로소 경매절차가 정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경매실무에서는 이의신청이 있으면 잠정처분이 없더라도 집행법원이 사실상 남은 경매절차의 진행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매절차를 계속 진행하더라도 종국에는 그것이 무효로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경매절차가 지연되고, 때로는 이의신청 제도가 채무자 등에 의해 경매절차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경매가 종료된 후 뒤늦게 경매의 기초가 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음이 밝혀졌다는 이유로 경매의 효력을 번복할 수 있다고 하면,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전제로 한 처분행위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어 거래안전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 매수인 이후에 이루어진 부동산 매매나 담보권 설정 등 모든 거래가 전부 무효로 되고, 무효가 된 법률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일련의 복잡한 분쟁이 발생한다.
이는 임의경매를 넘어서서 전체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도와 경매참여 유인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경매 물건이 저가에 매각되도록 하여 경매제도와 담보금융제도의 효율적이고 적정한 운영을 해친다.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경매의 공신력을 부정하고 경매의 효력을 쉽게 번복하도록 한다면, 종국적으로 소유물의 담보가치를 활용할 이익이 있는 소유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2)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 소유자나 채무자는 매각대금이 지급될 때까지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를 하거나(민사집행법 제268조, 제86조, 제265조), 담보권 등기가 말소된 등기사항증명서 혹은 담보권 존재를 다투는 소를 제기하고 담보권 실행을 일시정지하도록 명한 재판의 정본을 받아 이를 경매법원에 제출하는 등으로 경매를 정지·취소시킬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66조 제1항). 소유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어렵지 않게 경매를 저지할 수 있으므로, 소유자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경매가 종료되었다면 소유자보다 귀책사유 없는 매수인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기 위하여 종전에는 현금으로 담보를 제공해야 했지만, 현재는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담보제공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법원 재판예규인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의 제출에 의한 담보제공과 관련한 사무처리요령(재민 2003-5)」참조].
(3) 담보권이 애초부터 부존재하거나 무효인 경우에도 소유자는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를 저지할 수 있지만 이 조항은 그 경우에까지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소유자에게 아무런 효력조차 발생하지 않았던 담보권에 기해 진행된 경매절차를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저지할 의무는 없는데, 이러한 조치를 적시에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소유권을 상실시키는 것은 가혹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반면 담보권이 적법하게 성립하여 소유자에게 효력이 있었고 담보권자에게 환가권능이 부여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담보권 소멸을 위해서는 채무자나 소유자가 피담보채무 변제 등 적극적인 행동을 하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들은 그 기회에 담보권 등기를 말소할 수 있다. 담보권 등기가 말소되면 향후 이에 기초하여 새로운 경매가 개시될 수 없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매가 있다면 경매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말소된 등기사항증명서를 제출하여 경매절차를 정지·취소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담보권자가 환가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외관을 스스로 형성한 소유자가 경매절차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그러한 외관을 강화한 이상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로 인한 위험을 소유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담보권 소멸의 경우에만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담보권 소멸의 시기가 경매개시결정 전인지 경매개시결정 후인지를 구별하여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적용 여부를 달리 보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임의경매와 강제경매의 공신력을 달리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집행권원 유무에 있으므로,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공신력을 인정하는 해석론은 경매개시결정에 집행권원과 같이 담보권의 실체적 존재를 징표하는 어떤 법적인 의미가 있을 때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집행법원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개시할 때에는 등기사항증명서와 같이 담보권의 형식적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를 조사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피담보채권의 존부는 조사할 필요가 없다. 피담보채권의 존부는 이를 이유로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가 있을 때 비로소 심리·판단될 뿐이다(대법원 2000. 10. 25. 자 2000마5110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집행법원의 경매개시결정이 그 당시 담보권이나 피담보채권이 실체적으로 존재함을 징표한다고 볼 수 없다.
실권효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담보권 소멸의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 그 취급을 달리하는 것은 부당하다. 담보권 소멸의 시기가 경매개시결정 전이든 후이든, 채무자 및 소유자는 경매개시결정을 송달받음으로써 자신이 설정한 담보권에 기초하여 현재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진행된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경매절차가 실체관계에 맞지 않게 진행된 것이라면 자신이 부여한 외관에 따른 경매절차의 진행을 막을 의무가 있고, 이는 담보권이 언제 소멸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에서 정한 ‘소멸’이 경매개시결정 전에 담보권이 소멸되는 경우를 포함하는 의미인지가 불분명하고 종래 판례는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그 의미가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법규정의 가능한 범위를 넘는 목적론적 축소로서 법관에 의한 법형성에 해당한다. 그런데 담보권 소멸의 시기가 경매개시결정을 기준으로 하여 그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이 조항의 적용 여부를 달리 볼 만한 근거가 없다. 이러한 목적론적 축소는 법원의 법률해석권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다.
(4) 경매가 무효라고 할 경우 매수인은 경매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매각대금은 배당에 참여한 채권자로부터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아야 한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등 참조). 민사집행법이 압류선착주의가 아닌 채권자평등주의를 채택하여 소유자의 일반채권자도 쉽게 배당에 참여하여 안분배당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매수인이 배당을 받은 모든 채권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여 집행권원을 얻고 매각대금을 회수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반면 경매가 유효하다고 보면 소유자는 경매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지만 무효인 담보권에 기초하여 배당을 받은 경매채권자 외에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채무를 변제한 효과가 있고, 경매채권자에게서만 배당금을 반환받으면 되므로 법률관계가 훨씬 간명하다.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과 그에 따른 처분행위를 무효로 함으로써 오는 법적 안정성의 극심한 혼란이나 경매 및 담보제도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음은 물론이다.
채무자가 경매절차를 정지·취소시킬 수 있었는데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경매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채무자의 의사와 달리 후순위 채권자 등 채무자의 이해관계인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경매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가 더 빈번할 수 있다.
다수의견은 진정한 소유권의 보호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은 쟁점이 문제 되는 상황은 소유자의 의사에 기초한 진정한 소유권 회복의 국면이 아닐 여지가 크고, 그렇다면 매수인의 보호를 더 우선하는 것이 타당하다.
(5) 경매가 무효인 경우에도 소유자가 경매 진행 사실을 알면서 경매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배당금을 이의 없이 받는 등 객관적으로 경매가 유효하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면 이후 소유자가 경매 무효를 주장하며 매수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구하는 것은 금반언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판결들이 있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7726 판결, 대법원 1993. 12. 24. 선고 93다42603 판결,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경매가 무효인 경우에도 소유자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다투는 대신 무효인 담보권자에 대한 배당에 대해 이의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1627 판결 참조). 이 사건의 다수의견도 제2차 경매가 무효라고 하면서도 금반언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는 이미 종료된 경매를 뒤늦게 무효로 하면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는 경우가 많고 법률관계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실체적 법률관계에 부합하는 주장을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은 일반원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예외적으로만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45410 판결,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33224 판결 등 참조). 금반언이나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은 추상적 원칙을 적용하여 무효인 경매를 사실상 유효하게 취급하는 것보다 이 조항의 문언에 충실하게 ‘담보권 소멸’의 경우 경매에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함께 도모하는 길이다.
다. 임의경매와 강제경매의 차이점이나 등기 공신력에 관한 법리가 이러한 해석에 방해된다고 할 수 없다.
(1) 위에서 보았듯이 임의경매는 강제경매와 달리 집행권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반면, 임의경매의 기초가 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는 경우 경매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하였고 경매개시결정 당시 담보권이 존재하였던 경우에 한하여 공신력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집행권원의 존부와 경매의 공신력 유무는 결론을 같이하여야 할 논리필연적 관계에 있지 않다. 집행권원 가운데도 확정되지 않은 가집행선고부 판결과 같이 상소를 통해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그에 기초한 강제경매의 공신력이 인정된다(대법원 1990. 12. 11. 선고 90다카19098, 19104, 19111 판결 등 참조). 한편 집행증서는 공증인이 법률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한 것인데도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사정이 나중에 밝혀지면 그에 기초한 강제경매는 무효로 된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7726 판결 등 참조).
경매에 공신력을 인정할지는 경매제도에 대한 신뢰와 거래안전, 이해관계인의 이익형량 등을 고려하여 결정할 입법 정책의 문제이다. 강제경매와 달리 임의경매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논리적이고 타당하다거나,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넓게 인정한다고 해서 경매절차에 관한 전체 법체계와 조화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임의경매와 강제경매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임의경매에도 부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하여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입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차이가 없다면 이 조항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따라서 임의경매에 집행권원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사정이 곧 이 조항의 적용 범위를 문언의 의미보다 축소할 근거가 될 수 없다.
(2) 등기제도와 경매제도는 각자의 목적과 기능을 달리하는 별개의 제도이다. 등기와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할지는 이러한 제도를 규율하는 법령의 내용, 전체 체계와 이해관계, 실무관행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다르게 정할 수 있다. 담보권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 법체계적으로 모순된다고 할 수 없다.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담보권이 소멸하였는데도 경매가 이루어져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낸 경우에 한하여 경매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한다고 해서 소멸한 담보권 등기 전체에 공신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민사집행법 체계를 갖춘 일본은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담보권 소멸은 물론 담보권 부존재의 경우까지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등기 공신력의 부재가 위와 같은 해석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쟁점은 경매에 관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여건의 변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현재의 시점에서 소멸된 담보권에 기초한 임의경매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발적 부실등기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된 경우 그에 따른 법률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가 문제 되고, 법원은 경매절차를 신뢰하고 매각대금을 다 낸 매수인, 그리고 그를 신뢰하고 다시 부동산을 매수한 전득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배당받을 권리 있는 채권자가 경매절차에서 배당이의를 하였는지와 상관없이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대법원 2019. 7. 18. 선고 2014다20698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사건은 일단 경매가 유효함을 전제로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의 실체법상 권리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관한 것으로서, 오로지 경매절차에 참여한 채권자들 사이의 공평 및 이해관계의 조정이 문제 되었다. 반면 이 사건은 경매 자체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것으로서, 거래안전 및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위 사건과는 그 국면이 다르다.
경매도 법원의 재판이며, 공적으로 진행되는 집행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경매절차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경매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후발적 부실등기의 발생을 줄이고 이미 발생한 후발적 부실등기로 인한 사회적 거래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경매절차가 개시된 이상 그 경매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집행법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자는 민사집행법 제267조를 둔 것이다. 채무자 및 소유자는 상대적으로 쉽게 등기를 말소함으로써 부실등기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등기를 말소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진행 중인 경매절차를 여러 차례에 걸쳐 정지·취소시킬 수 있다. 반면 매수인이 임의경매의 기초가 된 담보권의 소멸 여부와 그 시기를 조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훨씬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수반한다. 이들 중 어느 쪽을 더 보호할 것인지에 관하여 이익형량을 하더라도 매수인에 대한 보호를 제한하는 쪽으로 이 조항을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교법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독일과 일본은 실체적 하자가 있는 담보권에 기초하여 개시된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을 채택하고 있다. 민사집행법이 규정한 내용보다 더 좁게 해석하여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부정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올바른 법해석의 방향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의 의미를 기존 판례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판례는 특정 사건과 관련한 쟁점에 관하여 대법원이 판단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으로서 그 후속 사건에서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판례 자체가 법은 아니다. 오래된 판례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근거가 없으면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판례가 법에 우선할 수는 없다.
마.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에 기초하여 제1차 경매를 신청하여 그 피담보채권이 확정되었고 피담보채권 전액을 변제받아 근저당권이 소멸하였다. 그런데 이를 간과하고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초하여 제2차 경매절차가 개시되고 부동산이 매각되어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다 냈다. 그렇다면 민사집행법 제267조에 따라 제2차 경매는 유효하고 매수인은 경매부동산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한다.
원고는 제2차 경매절차에서 첫 경매개시결정 전에 등기된 가압류채권자(민사집행법 제148조 제3호)로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해동신용금고로부터 피보전권리를 양수하였으므로, 배당표가 확정되기 전까지 경매법원에 피보전권리를 양수하였음을 소명하여 가압류채권자의 승계인 지위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배당받을 권리 있는 원고가 배당을 받지 못하고 그로 말미암아 권리 없는 피고가 배당받았으므로, 원고는 당시 배당을 받을 수 있었던 범위에서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경매개시결정 전 이미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26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초한 제2차 경매는 무효이므로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피고가 배당받은 금액은 원고가 아닌 매수인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단은 민사집행법 제267조의 적용 범위와 경매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과는 원심을 파기한다는 점에서는 결론이 같지만, 이 사건 경매의 효력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을 개진한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에서 든 논거를 보충하면서 별개의견이 들고 있는 논거에 대하여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반박하고자 한다.
가. 담보권이 경매개시결정 전에 소멸한 경우와 후에 소멸한 경우를 다르게 취급할 필요성
(1)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 사건 조항은 그 의미가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은 목적론적 축소해석에 해당한다. 담보권 소멸의 시기가 경매개시결정을 기준으로 그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의 적용 여부를 달리 취급할 법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이러한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 또한 이는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와 거래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한 입법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담보권 부존재와 소멸의 문언상 통상적 의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주목하는 것은 경매개시결정 시점을 기준으로 그 법률적 효과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즉, 담보권이 이미 소멸한 경우는 그 담보권의 실체가 없고 그러한 담보권에 기한 경매개시결정은 환가권능의 대행이 불가능하여 애초에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경매개시결정이 가지는 실체법적 효력에 비추어 보면, 담보권이 부존재하는 것과 경매개시결정 전 담보권이 이미 소멸한 경우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고, 오히려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이 소멸된 경우와는 분명히 구별된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담보권 소멸’이라는 표현이 그 의미가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라고 볼 수 없으며, 문언이 갖는 사실상의 의미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같이함으로써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서 구체적인 법발견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에 따라 그 법규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목적론적 축소해석에 해당하므로 법원의 법률해석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
(2) 임의경매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집행권원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임의경매의 정당성은 담보권의 존재 그 자체에 근거한다. 민법 제363조 제1항에서 저당권자는 그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하여 저당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미 저당권이 소멸한 상태라면 처음부터 담보권이 부존재·무효였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당권자의 경매청구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때 경매개시결정 자체에 집행권원과 같이 어떠한 권리의 존부를 확인하는 의미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임의경매의 효력과 정당성이 무엇에 근거하는지의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임의경매에서 경매개시결정이 당시 담보권이 존재함을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경매개시결정 전후로 담보권의 소멸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경매개시가 언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그 경매절차가 실체법적으로 갖는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3)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를 보더라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기 전에는 임의경매의 공신력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이 없었음에도 판례의 해석론으로서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해 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경매법을 폐지하고 임의경매에 관한 규정을 구 민사소송법에서 흡수하면서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전면적으로 인정할지가 논의되었다. 그러나 입법자는 이 사건 조항에 담보권이 부존재하는 경우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는 담보권이 부존재하는 경우까지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등기에 공신력이 없고 임의경매는 집행권원을 요하지 않는 우리 법체계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경매가 개시되기 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는 그 담보권에 내재하는 실체적 환가권능이 없다는 점에서 담보권이 부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이 사건 조항은 우리 법체계하에서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규정으로서 경매개시 후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 제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한 선례의 태도를 확인하는 의미로 입법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실권효라는 측면에서도 경매개시결정 전에 담보권이 소멸된 경우와 후에 소멸된 경우는 구분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항을 바꾸어 살펴본다.
나. 경매의 공신력 인정 근거인 실권효 측면에서의 검토
(1)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이론적 근거는 실권효에 있다. 즉, 소유자가 경매절차에서 경매의 효력을 다툴 수 있었는데도 다투지 않았다면 소유자의 정적 안전의 보호보다 매수인의 대금납부로 인한 소유권 취득에 대한 기대의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권효에 근거하여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집행권원이 요구되거나 실체적 하자를 이유로 경매절차의 진행을 다툴 수 있어야 하고, 다툴 기회가 보장되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데에 대하여 소유자의 귀책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절차법상 불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체법상 권리를 상실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 그러한 취급을 할 필요성과 정당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야 한다.
비교법적으로 살펴본다. 독일은 임의경매도 강제경매와 동일하게 집행권원을 요구하고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한다. 일본은 임의경매 개시를 위해 담보권의 존재에 대한 법정문서의 제출을 요구하고 담보권의 부존재, 소멸을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사유로 규정하며, 담보권 부존재에 관한 법정서류가 제출되면 직권으로 경매절차를 정지하는 등 우리와 임의경매에 대한 규율이 유사하다. 그러나 일본은 임의경매에서의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의 부존재 또는 소멸에 의하여 방해받지 아니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둠으로써 입법으로 공신력을 부여하였다.
반면 우리는 임의경매에서 집행권원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담보권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실체적 하자를 이유로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럼에도 다투지 않은 경우에 예외적으로 그러한 귀책사유에 근거하여 공신력을 부여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기 전의 해석론부터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된 후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혀 변경된 바가 없다. 명문의 규정에 대한 비교 없는 비교법적 검토는 입법할 때의 참고사항에 그치고 현행법 해석의 기준으로 삼을 것은 아니다.
(2) 채무자나 소유자는 여러 이유에서 경매절차의 진행을 다투지 못할 수 있고, 특히 이미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 그가 경매절차의 진행을 다투지 않았다 하여 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그 실체법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소유자가 담보권의 소멸 여부와 그 시기를 항상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여러 차례 중단되었다가 다시 진행되는 등 시효기간이 지났는지 여부나 공동근저당권의 경우 피담보채권이 언제 확정·소멸되었는지 여부는 일반인이 쉽게 알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물상보증인인 소유자의 경우 채권자와 피담보채권에 관한 직접적 원인관계가 없어 피담보채권의 소멸 여부 및 경매개시 가능성에 대하여 예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개정된 대법원 재판예규 「지급보증위탁계약체결문서의 제출에 의한 담보제공과 관련한 사무처리요령(재민 2003-5)」에 따르더라도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항고에 있어서의 보증은 여전히 현금담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정이 존재함에도 애초에 담보권이 소멸한 상태에 있어 정당한 근거 없이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까지 소유자가 적극적으로 이의하여 경매절차를 정지·취소시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진정한 권리를 상실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하다고 할 것인가.
(3) 결국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법체계하에서 임의경매의 공신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임의경매 절차에서는 실체적 하자를 이유로 들어 불복할 수 있도록 하되 그럼에도 다투지 않았다면 경우에 따라 실권효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경매개시결정 전 담보권이 소멸하였다면 애초에 유효한 담보권에 기하여 절차가 개시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실권효를 근거로는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다. 판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립되는 이익을 형량하여 경매개시결정 후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론을 변경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다. 현행법 체계하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할 필요성
(1) 대법원은,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었던 채권자가 배당이의를 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되었더라도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건에서, 채권자의 배당이의 없이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더라도 그의 몫을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에게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는 이상 잘못된 배당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체법 질서에 부합한다는 종전 판례의 타당성을 재확인하고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 종전 판례를 유지하였다(대법원 2019. 7. 18. 선고 2014다20698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별개의견은 위 판례의 의미에 대하여 오로지 경매절차에 참여한 채권자들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대한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하려는 별개의견의 입장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고, 오히려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해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과 집행제도의 안정 및 효율적 운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경매절차의 종결을 이유로 실체법상 권리를 소멸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임의경매의 공신력 확대를 위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별개의견의 기본인식도 실권효에 기초하여 경매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데에 있는 것으로, 이러한 접근은 경매절차에서 절차의 종결을 이유로 실체적 권리를 소멸시킬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방향임이 분명하다.
(2) 경매절차의 적정한 운영과 거래안전, 경매제도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다. 그러나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재 섣불리 경매의 공신력만을 확대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염려도 있다.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부정하고 있는 법체계하에서, 사람들이 이를 신뢰하여 이미 소멸한 등기를 말소하지 않음으로써 후발적 부실등기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은 앞서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또한 근저당권 말소등기를 할 때에도 등기비용이 발생하고 말소등기도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 쌍방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 소유자가 말소등기를 하려면 근저당권자의 협조가 필요하고 협조를 받지 못하면 재판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절차와 비용의 번거로운 문제 때문에 거래계에서는 해당 부동산에 대하여 처분행위를 하는 등 반드시 그 등기를 말소할 필요가 있을 때 비로소 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게 되는 사정이 있다. 따라서 말소등기 절차와 관련하여 그 절차와 비용을 간이화함으로써 부실등기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채무자 및 소유자에 대한 송달을 제대로 시행하고 그 적법성을 엄격히 판단함으로써 그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소유자에게 경매를 저지하지 않은 데 귀책사유가 있다면 경매의 효력이 문제 되는 소송과정에서 충실한 심리와 판단을 통해 금반언이나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적용함으로써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대립되는 이익 사이의 조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3) 현재의 판례를 유지하더라도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매수인의 법적 지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은 쟁점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경매를 무효라고 보더라도 배당에 참여한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경매의 무효를 실제 주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매가 무효가 될 경우에는 배당 자체도 무효가 되어 채권자들은 매수인에게 배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자나 소유자의 입장에서도 통상 채무초과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인데, 이미 배당을 통해 채무변제의 이익을 얻었고, 설령 경매가 무효가 되어 부동산의 소유권을 회복하더라도 다시 강제집행이 이루어져 소유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므로 소유권을 회복할 이유가 크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한편 경매를 무효로 보아 채무자나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회복되고 다시 강제집행이 이루어질 경우에 소멸된 근저당권에 기하여 배당을 받은 채권자만 배당에서 제외되어 그 배당액에 대한 조정만 이루어질 뿐 종전과 동일한 내용의 배당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배당에 참여하였지만 배당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이 소멸된 근저당권에 기하여 배당을 받은 채권자를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과 동일하다. 결국 경매를 무효로 보더라도 실제 집행절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이 배당이의를 통해 권리관계의 조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는 경매가 무효라고 주장하지 않고 근저당권자인 피고를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실체적 권리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이때 근저당권자가 경매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이는 경매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배당까지 받았던 근저당권자가 돌연 입장을 바꿔 경매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므로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그 주장을 배척하여 경매절차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매개시결정 전에 소멸한 담보권에 기한 경매를 무효로 보더라도 현실적으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이 다투어질 가능성은 낮다. 설령 다투어지더라도 매수인의 법적 지위에 불안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고,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나아가 실제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의 제도 안에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데도 그 해결을 위하여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이나 경매의 공신력 등 법체계 근간에 영향을 미치는 종래의 확립된 판례를 변경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오랫동안 큰 틀에서 법리를 유지하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공평을 기하여 온 선례와 이러한 선례를 신뢰하고 거래관계를 유지한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최근의 위약벌에 관한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8다248855, 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개진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230,897 |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식품위생법위반·수도법위반·하천법위반[피고인이 2016년 음식점 영업장 면적을 변경하고도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한 행위가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위반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 | 2020도12944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제97조 제1호,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8호, 제26조 제4호의 취지 /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하였음에도 당시 법령인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6조 제4호에 따라 영업장 면적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식품위생법 제97조 제1호의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영업장 면적을 변경신고 사항으로 명시한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8호, 제26조 제4호에 의하면, 신고대상인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고자 하는 때와 해당 영업의 영업장 면적 등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를 시장 등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식품위생법 제97조 제1호에서는 위와 같은 신고의무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신고의무 조항 및 처벌조항의 취지는 신고대상인 영업을 신고 없이 하거나 해당 영업의 영업장 면적 등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였음에도 그에 관한 신고 없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이를 처벌함으로써 그 신고를 강제하고 궁극적으로는 미신고 영업을 금지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하였음에도 그 당시 법령인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6조 제4호에 따라 영업장 면적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한다면 처벌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영업장 면적을 변경신고 사항으로 명시한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2003. 4. 22. 대통령령 제17971호로 개정된 것)이 시행되기 이전에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제97조 제1호,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2003. 4. 22. 대통령령 제179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의2(현행 제26조 제4호 참조),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2009. 8. 6. 대통령령 제2167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의2(현행 제26조 제4호 참조),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8호, 제26조 제4호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4869 판결(공2010하, 1617)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정언 담당변호사 심찬섭 외 4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0. 9. 10. 선고 2018노38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식품위생법 위반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의 부 공소외인은 1979. 7. 25.경 남양주시 (주소 생략)에서 식품접객업 영업신고를 하고 ‘○○○○’이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2010. 3. 26.경 피고인 앞으로 영업자 명의를 변경하여 그 무렵부터 피고인이 ‘○○○○’을 운영하였다.
누구든지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려는 자는 관할 관청에 신고하여야 하고, 신고한 사항 중 영업장 면적 등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변경신고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6. 4. 2.경부터 2017. 12. 29.경까지 위 ‘○○○○’에서 면적 변경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신고 면적(1979. 7. 25. 허가 당시 허가 면적 81.04㎡)을 181.93㎡ 확장한 262.97㎡ 면적의 건물을 신축하여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은 영업신고를 한 것을 전제로 하여 신고한 사항 중 중요한 사항을 변경한 경우에 비로소 변경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공소외인이 영업허가를 받았을 뿐 공소외인과 피고인이 영업신고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영업장 면적에 관한 신고를 한 경우가 아니어서 변경신고 의무가 없고, 허가신청서에 첨부된 서류로부터 알 수 있는 정보를 신고하였다고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관련 법령 및 법리
가) 구 식품위생법(1980. 12. 31. 법률 제3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은 음식점 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였다.
식품위생법은 1980. 12. 31. 개정으로 일반음식점에 대하여 원칙적 허가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신고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그 후 식품위생법 시행령의 개정에 따라 1981. 4. 2.부터는 신고제로 운영되다가 1984. 4. 13.부터는 다시 허가제로 운영되었고, 1999. 11. 13.부터는 다시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될 때 각 식품위생법 시행령은 부칙에서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는 자는 이 영에 의하여 그 영업의 신고를 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간주규정을 두었다.
구 식품위생법(2000. 1. 12. 법률 제61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5항 후문은 ‘신고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관할 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였다가, 2000. 1. 12. 개정 이후에는 ‘신고한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2003. 4. 22. 대통령령 제179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의2는 신고를 하여야 하는 변경사항으로 영업자의 성명, 영업소의 명칭 또는 상호, 영업소의 소재지만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2003. 4. 22. 개정으로 ‘영업장의 면적’이 추가되었다.
나)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5조 제1항 제8호, 제26조 제4호에 의하면, 신고대상인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고자 하는 때와 해당 영업의 영업장 면적 등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를 시장 등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식품위생법 제97조 제1호에서는 위와 같은 신고의무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신고의무 조항 및 처벌조항의 취지는 신고대상인 영업을 신고 없이 하거나 해당 영업의 영업장 면적 등 중요한 사항을 변경하였음에도 그에 관한 신고 없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이를 처벌함으로써 그 신고를 강제하고 궁극적으로는 미신고 영업을 금지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도486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하는 행위를 하였음에도 그 당시 법령인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6조 제4호에 따라 영업장 면적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한다면 처벌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는 영업장 면적을 변경신고 사항으로 명시한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2003. 4. 22. 대통령령 제17971호로 개정된 것)이 시행되기 이전에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른 인정 사실
가) 피고인의 부 공소외인은 남양주시 (주소 생략) 토지 지상 건물 81.04㎡에서 ‘○○○○’이라는 상호로 음식점 영업을 하면서 1979. 7. 25. 구 식품위생법(1980. 12. 31. 법률 제33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일반음식점 영업허가를 받았다.
나) 공소외인은 1985. 1. 24. 건축법에 따른 증축허가를 받아 1985. 6. 7. 건물 81.04㎡를 130.48㎡로 증축하였고, 1995. 1. 11. 건축법에 따른 증축허가를 받아 1995. 3. 6. 건물 130.48㎡를 179.09㎡로 증축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0. 3. 26. 남양주시장에게 ‘○○○○’의 영업자를 공소외인에서 피고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는데, 당시 영업장의 면적은 신고하지 않았다.
라) 피고인은 2015. 10. 21. 건축법에 따른 허가를 받아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2016. 3. 25. 건물 262.97㎡를 신축하고도 영업장 면적에 대한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16. 4. 2.부터 2017. 12. 29.까지 그 건물에서 ‘○○○○’을 운영하였다.
3) 판단
위와 같이 인정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2016. 3. 25. 기존에 영업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철거하고 면적이 262.97㎡인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하였으므로, 변경된 영업장에서 적법하게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법령에 따라 영업장 면적 변경신고를 하여야 하고, 이는 영업장의 면적을 변경신고 사항으로 명시한 구 식품위생법 시행령(2003. 4. 22. 대통령령 제17971호로 개정된 것)이 시행되기 이전인 1979. 7. 25. 최초 영업허가를 받고 이후 변경된 시행령에 따라 신고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채 2016. 4. 2.부터 2017. 12. 29.경까지 면적이 변경된 영업장에서 영업을 계속하였는바,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 위반죄가 성립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식품위생법 제37조 제4항의 변경신고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나머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및 수도법의 용도변경, 증축, 하천법의 하천을 점용하는 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30,889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소지등)·공연음란[피고인이 아파트의 1층 공동현관 내 계단과 엘리베이터 앞 및 상가 1층 엘리베이터 앞까지 피해자들을 뒤따라 들어가 피해자들을 각 강제추행한 사안] | 2022도3801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결합범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사실상 주거의 평온) /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 및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 등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것이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때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있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는 형법 제319조 제1항의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이므로, 위 죄가 성립하려면 형법 제319조가 정한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여야 한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출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주거로 사용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부여된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하여야만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존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사정이 존재하고, 외부인이 이를 인식하고서도 그 출입에 관한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이 없음은 물론, 거주자와의 관계 기타 출입의 필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자나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와 같이,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할 것이다. [3]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 등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형법 제298조, 제319조 제1항 / [2] 형법 제319조 제1항 / [3] 형법 제319조 제1항 | [1][3]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공2022상, 819) / [1]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도914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하, 1970) / [2]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공2009하, 1705),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공2022상, 506)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산들 담당변호사 김창일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3. 10. 선고 2021노2006 판결, 2021초기438 위헌법률심판제청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 부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는 형법 제319조 제1항의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와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이므로(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도914 판결 등 참조), 위 죄가 성립하려면 형법 제319조가 정한 주거침입죄 내지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하여야 한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 중 하나이지만 주된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위 대법원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 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4335 판결 등 참조).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 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공용 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하여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출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주거로 사용하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부여된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하여야만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존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사정이 존재하고, 외부인이 이를 인식하고서도 그 출입에 관한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이 없음은 물론, 거주자와의 관계 기타 출입의 필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한 이유 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자나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와 같이,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할 것이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507 판결 등 참조).
3)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상가 등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위 대법원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은 2021. 4. 5. 19:20경 피해자 공소외 1(여, 가명, 17세)을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뒤따라가 피해자의 주거지인 ○○아파트 ○○동에 들어간 다음, 위 아파트 1층 계단을 오르는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와 허벅지를 만졌다.
2) 피고인은 2021. 4. 5. 22:20경 피해자 공소외 2(여, 가명, 16세)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뒤따라 □□프라자 상가 1층에 들어가, 그곳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를 만졌다.
3) 피고인은 2021. 4. 6. 00:00경 △△아파트 △△동 인근에서, 피해자 공소외 3(여, 가명, 17세)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뒤따라 위 아파트 1층 현관으로 들어간 뒤, 그곳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피해자의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를 만졌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그곳에 들어간 것이라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강제추행 등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79 판결 등 참조)는 전제에서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주거 내지 건조물에 침입하여 피해자들을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라. 대법원의 판단
1) 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3에 대한 범행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 피해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각 아파트에 대한 거주자들이나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까지 침입하여 위 피해자들을 각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인정된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위헌인 법조항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
가) 피고인이 위 피해자들을 뒤따라 들어간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 앞 부분은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이 아니고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장소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을 각 추행할 목적으로 늦은 밤 시간에 위 피해자들을 뒤쫓아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에 출입하여 그곳에 있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앞 부분까지 들어갔는데, 이 사건 각 아파트의 주거로서의 용도·성질과 평소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 모르게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에 들어간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과 위 피해자들의 관계, 피고인의 출입 목적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공동현관 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앞 부분 계단까지 출입하는 것에 대하여 위 피해자들을 포함한 이 사건 각 아파트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2)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범행 부분에 관하여
이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야간에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이 사건 상가 건물 1층의 열려져 있는 출입문을 통하여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피고인의 출입 당시 모습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상가 건물에 대한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상가 건물 1층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 사건 상가 건물의 용도와 성질 등에 비추어 상가 건물의 일반적인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보이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감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이러한 사실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야간에 위 피해자를 뒤따라 들어가 이 사건 상가 건물 1층에 출입하였다고 하더라도 건조물 침입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출입행위가 주거 등 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 등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하고,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는데(위 대법원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이 사건 상가 건물의 용도와 성질, 출입문 상태 및 피해자와 피고인의 출입 당시 모습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그것이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으로서 침입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마.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추행을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따라간 것이 아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들의 음부를 만져 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바 없는 것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주장하는 것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2.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의 피고사건 부분 중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성폭력처벌법 위반(주거침입강제추행)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 공소사실과 유죄로 인정된 나머지 공소사실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30,901 | 법인세부과처분취소 | 2017두41313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거래 등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기 위한 요건 및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이나 과정의 실질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甲 주식회사가 부동산 양도로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甲 회사의 일부를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한 회사에 이전하고 위 계약금과 중도금 관련 유동부채를 포함한 분할 전 甲 회사가 보유하던 부채 전부를 보유한 상태에서, 甲 회사의 주주들이 乙 주식회사 주식을 전부 인수한 후 甲 회사를 乙 회사에 흡수합병하였고, 乙 회사는 합병 당시 위 부동산을 시가로 평가하여 승계하고 위 부동산을 매수자에 이전하여 매매잔금을 받은 후 양도금액을 익금에 산입하고 합병 당시 시가로 평가된 양도 당시 장부가액을 손금에 산입하여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자, 관할 세무서장이 甲 회사가 분할과 합병을 통해 손금에 산입할 위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위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를 부당하게 회피하였다고 보아 乙 회사에 법인세를 경정·고지한 사안에서, 이러한 분할과 합병은 조세회피행위에 해당하므로 乙 회사에 대하여 한 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1]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거래 등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행위 또는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및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과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甲 주식회사가 부동산 양도로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甲 회사의 일부를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한 회사에 이전하고 위 계약금과 중도금 관련 유동부채를 포함한 분할 전 甲 회사가 보유하던 부채 전부를 보유한 상태에서, 甲 회사의 주주들이 乙 주식회사 주식을 전부 인수한 후 甲 회사를 乙 회사에 흡수합병하였고, 乙 회사는 합병 당시 위 부동산을 시가로 평가하여 승계하고 위 부동산을 매수자에 이전하여 매매잔금을 받은 후 양도금액을 익금에 산입하고 합병 당시 시가로 평가된 양도 당시 장부가액을 손금에 산입하여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자, 관할 세무서장이 甲 회사가 분할과 합병을 통해 손금에 산입할 위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위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를 부당하게 회피하였다고 보아,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위 각 거래를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음을 전제로 위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분할 전 甲 회사의 장부가액으로 보고, 乙 회사에 법인세를 경정·고지한 사안에서, 甲 회사의 주주들이 위 부동산의 양도에 따라 甲 회사가 부담할 법인세를 줄이는 방안을 찾던 중 甲 회사와 사업 목적도 다른 乙 회사를 인수하여 분할과 합병으로 법인세를 대폭 줄인 것으로, 위 분할과 합병에 법인세 회피의 목적 외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위 부동산의 양도와 이러한 분할과 합병의 시간적 간격 등 제반 사정까지 더하면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위 각 거래를 그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 이러한 분할과 합병은 조세회피행위에 해당하므로 乙 회사에 대하여 한 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1]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3항 / [2]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3항, 구 법인세법(2008. 12. 26. 법률 제9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3호(현행 제17조 제1항 제5호 참조), 제41조 제1항 제3호,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조 제1항,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1호(현행 제2조 제1항 제3호 (가)목 참조), 제72조 제1항 제3호(현행 제72조 제2항 제3호 참조) | null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장미트레이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역삼세무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위즈 담당변호사 서정호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3. 29. 선고 2016누5307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용명기업(이하 ‘용명기업’이라 한다)은 소외인과 그 자녀들이 주주인 비상장회사로 서울 중구 (주소 생략)에 있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소유하면서 부동산임대업과 대부업 등을 하였다.
나. 용명기업은 2008. 8. 19. 주식회사 벽진씨앤디(이하 ‘벽진씨앤디’라 한다)에 이 사건 부동산을 390억 원에 양도하고, 그 무렵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269억 원을 지급받았다.
다. 용명기업은 2008. 8. 28. 그 사업 중 대부업 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행복파트너스 주식회사(이하 ‘행복파트너스’라 한다)를 설립하여 분할하고(이하 ‘이 사건 분할’이라 한다), 위 계약금과 중도금을 포함하여 합계 281억 5,500만 원의 자산을 행복파트너스에 이전하였다. 그 결과 분할 후 용명기업은 장부가액 43억 7,125만 9,150원인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하여 50억 9,400만 원의 자산을 보유하는 한편 위 계약금과 중도금 관련 유동부채를 포함하여 분할 전 용명기업이 보유하던 341억 7,700만 원의 부채 전부를 보유하게 되었다.
라. 한편 소외인과 그 자녀들은 2008. 8. 26. 경영컨설팅업을 하는 비상장회사인 원고의 주식을 전부 인수한 다음 분할 후 용명기업을 원고에 흡수합병시키고 2008. 10. 8. 합병등기를 마쳤다(이하 ‘이 사건 합병’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합병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을 339억 447만 3,200원으로 평가하여 승계하였고, 그 결과 합병평가차익 295억 3,321만 4,050원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분할로 분할 후 용명기업의 순자산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한 순자산가액과 합병신주 액면가액 등의 차액인 합병차익은 1억 680만 737원에 불과하였다.
마. 원고는 2008. 10. 28. 벽진씨앤디에 이 사건 부동산을 이전하고 매매잔금 121억 원을 지급받았다.
바. 이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금액인 390억 원을 익금에 산입하는 한편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 당시 장부가액인 339억 447만 3,200원을 손금에 산입하고, 구 법인세법(2008. 12. 26. 법률 제9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3호 등에 따라 합병평가차익 중 합병차익의 범위 내에 있는 1억 680만 737원만을 익금에 산입하여 2008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사. 피고는 용명기업이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을 통해 손금에 산입할 이 사건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를 부당하게 회피하였다고 보았다. 이에 피고는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위 각 거래를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분할 전 용명기업의 장부가액인 43억 7,125만 9,150원으로 보고, 2013. 8. 1.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경정·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적용 가능성(상고이유 제1점)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거래 등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행위 또는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및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과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용명기업의 주주인 소외인과 그 자녀들이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라 용명기업이 부담할 법인세를 줄이는 방안을 찾던 중 용명기업과 사업 목적도 다른 원고를 인수하여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을 하였고, 이로써 법인세를 대폭 줄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에 법인세 회피의 목적 외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의 시간적 간격 등 제반 사정까지 더하면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하여 위 각 거래를 그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이 조세회피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원고가 납세의무자인지 여부(상고이유 제2점)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 사건 분할을 통해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계약금과 중도금이 행복파트너스에 귀속되었으므로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로 인한 법인세의 납세의무자는 원고가 아니라 행복파트너스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제기하는 새로운 주장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로 인한 법인세의 납세의무자가 원고라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4. 관할과 납세고지의 하자 존재 여부 및 이유모순 여부(상고이유 제3, 4점)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의 납세의무자를 원고로 보는 이상, 이 사건 처분의 과세권은 원고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피고에게 있고, 그 과세기간은 분할 후 용명기업의 의제사업연도가 아니라 원고의 2008 사업연도이므로,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관할이나 납세고지에 어떠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규정과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할 및 납세고지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유가 모순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4,021 | 공사대금 | 2021나65520 | 20,220,825 | 선고 | 광주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합자회사 탐진전업사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동우
【제1심판결】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2021. 8. 25. 선고 2020가단5960 판결
【변론종결】
2022. 7. 14.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인정사실
피고는 토목공사업, 건축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16. 10. 26. 건축주 소외인으로부터 전남 장흥군 (번지 1 생략) 외 1필지 지상 ○○빌라 10차 다세대주택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하고, 공사 대상 건물을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를 공사대금 10억 원, 공사기간 2016. 11. 1.부터 2017. 8. 31.까지로 정하여 도급받았다.
원고는 전기공사업, 전기기계기구 및 재료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17. 7.경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전기공사 부분을 공사대금 1억 원, 공사기간 2017. 8. 1.부터 2017. 10. 31.까지로 정하여 하도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2017. 10. 31.경 전기공사를 완료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공사대금 1억 원 및 이에 대하여 공사가 완료된 다음날인 2017. 1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10. 15.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요지
1) 이 사건 공사 중 원고가 담당한 전기공사 부분은 건축주인 소외인이 직접 원고에게 도급을 준 것인데, 건축물 준공검사 등의 이유로 형식적으로 피고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여 원고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기한 공사대금 청구는 이유 없다.
2)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명목으로 건축주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 111동 301호를 대물변제를 받기로 약정하였고 소외인이 이를 이행하였는바, 공사대금은 이미 변제된 것으로 피고는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
나. 판단
1) 피고의 위 1)항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하도급계약과 관련된 처분문서인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갑 제3호증)가 작성되었고, 피고가 담당한 이 사건 공사 일부를 원고가 맡아 진행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 공사기간 중인 2017. 9. 26.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 공사대금 일부에 관한 전자계산서를 발행한 점, 피고와 건축주 소외인과의 계약에 따라 정한 이 사건 공사대금 10억 원에는 원고의 전기공사대금 1억 원이 포함된 점, 실제로 피고는 원고의 공사부분에 관한 매입세액공제를 받기로 하고 그에 관하여 공사계약 및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하도급계약의 내용과 대금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형식적으로 계약서만 작성되었다는 전제에서의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의 위 2)항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갑 제3호증) 제6항은 대금의 지급이라는 표제로 "대물변제 대상공사"라고 기재하고 있고, 원고와 소외인 사이에 작성된 공사도급계약서(을 제2호증)에는 "공사금액은 대물로 한다 3층 301호(111동)"(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이라는 특약이 기재된 것으로 볼 때, 이 사건 하도급계약 공사대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대물변제를 받기로 약정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한편, 대물변제가 효력을 발생하려면 채무자가 본래의 이행에 갈음하여 행하는 다른 급여가 현실적이어야 하고 등기나 등록을 요하는 경우 그 등기나 등록까지 경료하여야 할 것인데(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다13371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 갑 제5호증, 을 제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가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부동산이 속한 건물은 건축법상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부동산은 집합건물 중 일부로 그 완전한 소유권 행사를 위하여는 대지사용권이 전제되어야 되어야 함에도, 그 대지인 전남 장흥군 (번지 1 생략) 및 (번지 2 생략) 필지에 각 제3자를 근저당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소외인의 대물변제가 완전하게 이행되어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원고의 공사대금채권이 소멸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상호(재판장) 송인경 김진만 |
230,893 | 임시이사선임처분취소청구의소 | 2022두35671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임기가 만료된 학교법인의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긴급처리권에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바로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부가 결정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는 학교법인이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아니하여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학교법인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었더라도, 적법한 후임이사의 선임이 없어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다른 이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법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하게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91조를 유추하여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고, 긴급처리권에는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도 포함된다.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재가 반드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앞서 본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문언은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임시이사 선임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② 위 조항이 정한 임시이사 선임 제도는 이사의 결원으로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에 장애가 생겨 학교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게 하여 그가 임시의 위기관리자로서 학교법인 운영을 담당하게 하는 데에 취지가 있다.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더라도,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유지되지 않고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사정이 있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관할청이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도 합치된다. ③ 학교법인은 민법상 재단법인으로서 사적 자치의 자유와 함께 헌법상 기본권인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의 운영에 개입함에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사의 결원이 생겨서 남은 이사들만으로는 학교법인의 사무를 처리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을 통하여 학교법인 스스로 이사회 기능을 유지·회복할 수 있다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법적·규범적 측면에서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될지라도, 실제로는 긴급처리권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바로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부가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는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데에 고려하여야 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 | 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공2007하, 1291),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공2021하, 2193)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외 1인)
【피고, 상고인】
경기도 안성교육지원청 교육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이종림 외 3인)
【환송전판결】
서울고법 2019. 10. 29. 선고 2018누776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재가 부정되는지 여부
가.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는 학교법인이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아니하여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학교법인의 이사 임기가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후임이사의 선임이 없어 임기가 만료되지 아니한 다른 이사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법인의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임기가 만료된 구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하게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691조를 유추하여 구 이사에게 후임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긴급처리권이 인정되고, 긴급처리권에는 후임이사 선임에 관여할 권한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두39362 판결 등 참조).
나.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재가 반드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앞서 본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문언은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임시이사 선임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2) 위 조항이 정한 임시이사 선임 제도는 이사의 결원으로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에 장애가 생겨 학교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선임하게 하여 그가 임시의 위기관리자로서 학교법인 운영을 담당하게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이 유지되지 않고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사정이 있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관할청이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임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도 합치된다.
3) 학교법인은 민법상 재단법인으로서 사적 자치의 자유와 함께 헌법상 기본권인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국가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의 운영에 개입함에는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사의 결원이 생겨서 남은 이사들만으로는 학교법인의 사무를 처리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을 통하여 학교법인 스스로 이사회 기능을 유지·회복할 수 있다면,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법적·규범적 측면에서 퇴임한 종전 이사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그 긴급처리권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에 따라 바로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부가 결정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유무는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존재하는지 판단하는 데에 고려하여야 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정을 알 수 있다.
1) 학교법인 ○○학원(이하 ‘○○학원’이라고만 한다)의 정관상 이사회는 이사 8인으로 구성되고 이사 정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2) ○○학원은 종전 이사의 임기만료, 사직 등에 맞추어 이사를 개임 내지 중임하였는데, 2014. 5.경부터 개임 내지 중임한 이사 6인에 대하여 관할청에 임원취임승인 신청을 하지 않아 임원취임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3) 경기도교육청 측은 2016. 6.경 위와 같이 장기간 임원취임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 등을 밝혀내고 2016. 11. 14. 이를 ○○학원 측에 통보하였다. 피고는 2016. 11. 29. ○○학원에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학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4) 피고는 2017. 1. 5. 개방이사로 선임되어 있던 이사 1인에 대하여 선임절차상의 위법을 이유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였고, 마지막까지 적법하게 이사 지위를 유지하던 이사 2인은 2016. 9. 12. 임기만료로 퇴직하였다. 피고는 ○○학원이 ‘이사의 결원으로 학교법인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임시이사 선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2017. 4. 6. 임시이사 8인을 선임하였고(이하 ‘이 사건 제1 임시이사 선임처분’이라고 한다), 위 임시이사들의 임기 만료일 무렵인 2019. 4. 4. 임시이사 8인을 다시 선임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2 임시이사 선임처분’이라고 한다).
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학원은 2014. 5.경 이후의 이사 선임행위가 효력을 갖지 못함에 따라 이사의 결원이 발생하였고, 유효하게 선임된 이사들만으로 이사회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부터는 퇴임한 종전 이사들의 긴급처리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학원은 장기간 적법·유효한 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 탈법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해 왔고, 피고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즉시 이를 바로잡지 못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학원은 사실상의 장애로 말미암아 퇴임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 등 자율적 수단만으로는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바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더욱이 긴급처리권은 임기가 만료된 종전 이사로 하여금 학교법인의 업무를 수행케 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 예외적·비상적 권한이다.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종전 이사의 긴급처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선임이 무효인 이사들의 관여 아래 탈법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였던 ○○학원의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이제 와서 오래전에 퇴임한 종전 이사가 새롭게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등 학교법인 사무를 수행하였을 때에는 그 직무집행의 적법성이나 정당성에 관한 다툼이 생겨 정상적인 학교법인 운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제1 임시이사 선임처분 당시 종전 이사들의 긴급처리권이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긴급처리권이 실제로는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아 학교법인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 따져 보아 임시이사 선임사유의 존부를 가렸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제1 임시이사 선임처분 당시 퇴임한 종전 이사들에게 긴급처리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피고가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제1 임시이사 선임처분이 위법하고 나아가 그에 기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제2 임시이사 선임처분 또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는 사립학교법 제25조 제1항 제1호의 임시이사 선임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 |
230,887 | 손해배상(기) | 2018다261605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종중의 법적 성질 및 종중규약의 자율성 [3] 甲 종중이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정한 규약에 따라 대의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乙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항소심에서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사안에서, 항소심이 직권으로 위 소가 부적법하다고 한 것은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위 규약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甲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 [2]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그리고 종원 상호 사이의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족 집단체로서, 종중이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성이 인정된다.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보면,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3] 甲 종중이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정한 규약에 따라 대의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乙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항소심에서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사안에서,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규정한 규약이 무효인지,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항소심도 그에 대하여 甲 종중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였던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항소심이 직권으로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위 규약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甲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제4항 / [2] 민법 제31조 / [3]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제4항, 민법 제31조 | [1]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37185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516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6973 판결(공2022상, 909) / [2]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47024 판결(공2006하, 1966),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30566 판결(공2008하, 1521) | 【원고, 상고인】
○○○○○○○○종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류두현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씨엔종합건설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춘추 담당변호사 신태영)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8. 7. 19. 선고 2018나544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종중인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 주식회사 씨엔종합건설(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과 피고 회사 대표이사인 피고 2 및 원고의 총무였던 피고 3을 상대로 피고 2와 피고 3이 건설공사 도급계약서를 위조하여 건물 신축에 따른 정당한 부가가치세를 초과한 부분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면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가. 사단에는 반드시 원칙적·최종적 의사결정기관으로 사원총회를 두고 연 1회 이상 통상총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정관으로 이사 등 임원에게 사무처리를 위임할 수는 있으나 그 위임은 특정한 업무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원총회를 두지 않거나 이를 두더라도 사원총회 아닌 다른 회의체나 이사 등 임원에게 사단의 사무 전반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그 의사결정과 처리를 위임할 수는 없다. 만약 정관이 이에 위반한 경우 그 정관은 강행법규나 법인 제도의 본령에 어긋나 무효이다.
나. 원고 규약상 종중총회의 소집 등 종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종중총회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고, 오히려 규약 제12조는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함으로써 종중총회의 역할과 권한을 포괄적으로 정기 대의원회의에 양도·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사단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총회를 배제하고 형해화하는 규정이므로 이 규정은 무효이다.
다. 비록 원고의 규약에서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회의에서 의결하도록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위와 같이 2016. 11. 20. 자 대의원회의에서 이 사건 소 제기에 관한 사항 등이 의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그 결의가 사원총회를 애당초 배제하고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포괄적·배타적으로 대의원회의에 위임함으로써 무효인 정관 규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상 그 결의 역시 효력이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37185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5164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6973 판결 등 참조).
2)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그리고 종원 상호 사이의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족 집단체로서, 종중이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4702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보면,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30566 판결 참조).
나. 1)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소송은 원심에 이르기까지 주위적으로 피고들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예비적으로 피고 회사가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다투어지고 심리가 이루어졌을 뿐,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규정한 원고 규약 제12조가 무효인지,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하여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였던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이 직권으로 판단한다고 하면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한 원고 규약 제12조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원고 규약 제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원고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종중 및 종중규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3,945 | 손해배상(기) | 2019다229202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전원합의체 판결 | [1]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2]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인 동시에 실손의료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의 자력 유무에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 [1]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04조 제1항). 권리의 행사 여부는 권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위 법리에 따르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우선 적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피보전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여 주어야 하며, 다음으로 소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사정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요건과 소극적 요건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행사하는 채무자의 권리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인 동시에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진료행위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때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신의 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피보전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 만약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자력이 있는데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채권자인 보험자에게 사실상의 담보를 취득하게 하는 특권을 부여하고, 법적 근거 없이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위험을 야기하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험자의 채권만족이 실현되어 채권자평등주의에 기반한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 (나) 보험자가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요양기관의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갖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채권자인 보험자가 자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청구하는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1] 민법 제404조 제1항 / [2] 민법 제404조 제1항 | [1]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공2020하, 1175) | 【원고, 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도원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문용)
【원심판결】
대전지법 2019. 4. 4. 선고 2018나10787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다수의 보험계약자들과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위 실손의료보험계약의 피보험자들은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이하 ‘이 사건 진료행위’라 한다)를 받고 진료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진료비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청구에 따라 피보험자에게 진료비 전액이나 일부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진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9조 [별표 2]에 규정된 비급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이른바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한다.
(3) 원고는, 피고가 수진자인 피보험자들에게 행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이므로 피보험자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보험자들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피보험자들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하였다.
(4) 원심은, 이 사건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지만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이를 심리하지 않은 채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인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를 대위하여 요양기관의 채무자에 대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이유로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보전의 필요성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
(1) 대법원은 오랜 기간 채권자대위권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서, 채권자대위권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 즉 채무자가 자력이 없어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대법원 1963. 2. 14. 선고 62다884 판결, 대법원 1963. 4. 25. 선고 63다122 판결, 대법원 1976. 7. 13. 선고 75다1086 판결,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28867 판결,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96783 판결 등 참조). 즉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를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보아 왔다.
(2) 한편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① 유실물의 실제 습득자가 법률상의 습득자에게 보상금의 절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법률상 습득자를 대위하여 유실자를 상대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한 사안과 같이 피보전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대위채권의 실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대법원 1968. 6. 18. 선고 68다663 판결 참조), ②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국가의 강박행위로 말미암아 명의수탁자(채무자)로부터 제3채무자(국가)와 그 외 제3자로 전전 이전되었는데 제3자가 선의여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각 등기청구권이 모두 이행불능이 된 사안과 같이 등기청구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이행불능에 따라 금전채권으로 변형된 경우(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③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골프장 신축 사업과 관련하여 투자하고 채무자는 그 투자금으로 제3채무자로부터 사업 부지를 매수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면서 회원제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투자약정과 토지 매매계약을 각각 해제하기로 정하였는데, 채무자가 그 인허가를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않자 채권자가 채무자의 해제권을 대위행사하면서 원상회복으로 토지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한 사안과 같이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과 동일한 해제 사유를 매개로 결합된 특수한 경우(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참조) 등에서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행사할 권리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등 그 밖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3)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채무자의 책임재산인 부동산 공유지분에 대한 강제집행이 민사집행법 제102조 등의 제한으로 곤란한 경우에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자력이 없는 상태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감소를 방지한다거나 책임재산을 증가시킨다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없어 책임재산의 보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채권자로서는 여전히 채무자의 공유지분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단순히 금전채권자의 채권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공유물 분할을 희망하지 않는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 전부가 경매되게 하는 것은 채무자를 포함한 공유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금전채권자는 자력이 없는 채무자를 대위한다고 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없다고 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민법 제404조 제1항). 권리의 행사 여부는 그 권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채무자가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데도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르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우선 적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피보전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여 주어야 하며, 다음으로 소극적 요건으로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사정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요건과 소극적 요건은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행사하는 채무자의 권리와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4) 이러한 판례의 흐름과 같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채권자대위권을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위한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의 인정 여부는 책임재산 보전이라는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을 바탕으로 판단하여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채권자가 금전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력이 없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전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한편 채무자의 자력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등 특수한 사안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나.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보전의 필요성
피보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라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한 다음 실손의료보험계약상의 보험자에게 청구하여 그 진료비와 관련한 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 그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이고, 동시에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그 진료행위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게 된 경우, 채권자인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형태의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때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적극적 요건에 대하여 본다.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적극적 요건으로서 먼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야 하고,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위와 같은 위험을 제거하여 줌으로써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데에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인 보험자가 채무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신의 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피보전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 만약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자력이 있는데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이는 채권자인 보험자에게 사실상의 담보를 취득하게 하는 특권을 부여하고, 법적 근거 없이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위험을 야기하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험자의 채권만족이 실현되어 채권자평등주의에 기반한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적극적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
(가) 이 사건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이다. 금전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사안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의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다.
1)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은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이 정한 강제집행의 방법으로는 구제받을 수 없거나 구제받지 못할 위험이 있을 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전채권자가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은 채무자에게 책임재산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권자인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없는 것이고, 따라서 피보험자의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할 필요도 인정되지 않는다.
2) 금전채권자가 단순히 채권회수의 편의나 실효성을 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는 요양기관의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인 경우에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에 대하여 직접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변제받는 데 아무런 법률상 장애가 없고, 자신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하여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압류하여 추심·전부명령을 받는 등으로 채무자의 일반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에 대한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절차와 피보험자의 책임재산에 대해 집행을 개시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험자의 채권회수의 편의성과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것에 불과할 뿐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위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나아가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권 불만족의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그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나) 이 사건에서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1)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위한 적극적 요건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 사이에 사실상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두 권리의 내용이나 특성상 보전하려는 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하려는 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요구된다.
대법원은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에서 처음으로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위 사안에서 채권자인 정유회사는 유류공급계약을 근거로 채무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대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특정 주유소에서 자신의 정유제품만을 공급받고 자신의 상표만을 표시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고,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주유소 운영자인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같은 주유소에서 다른 정유회사의 상표 표시를 철거하고 다른 정유회사의 제품을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할 권리를 대위행사하였다. 여기서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은 모두 특정 주유소의 운영과 관련된 것으로서 대체성이 없는 작위채권 또는 부작위채권이고 두 채권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대위채권을 행사하는 것이 피보전채권의 실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가 사실상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서로 담보적 기능을 하고 있을 때, 또는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나 그 목적물이 궁극적으로 대위채권자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경우 등에서, 두 권리의 내용이나 특성상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만족이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실현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통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 이를 바탕으로 두 채권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채권과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종류, 발생원인, 목적 등에 동일성 또는 유사성이 있다는 사정은 사실상의 관련성일 뿐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특히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에, 금전채권자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상 원칙적인 방법이고,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하여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인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채무자의 자력 유무에 관계없이 금전채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의 관련성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려면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도 불구하고 일반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금전채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정도의 밀접한 관련성이 요구된다.
2) 이 사건에서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가지는 각각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내용이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두 채권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은 사실상의 것일 뿐이고 피보전채권인 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채권인 피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모두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의 효력 유무를 매개로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발생원인이 되는 사실관계에 일부 동일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두 채권의 발생원인에 일부 동일성이 있는 것은, 보험자가 실손의료보험계약의 약관을 작성하면서 피보험자가 특정 진료비를 지출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험사고로 구성하였기 때문에 보험사고의 발생을 구성하는 기초적 사실관계가 보험금 지급의 원인이 되는 진료계약의 사실관계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원인관계에서 관련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보험자가 진료계약의 무효 사유를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피보험자의 진료비 지출에 따라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당초의 보험계약관계가 이른바 급부부당이득관계로 전환되면서 실손의료보험계약과 진료계약관계에서 발생한 일부 관련성이 부당이득관계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련성은 모두 사실상의 것이다.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보험자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도 아니고,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내용을 실현시켜 주는 수단이 되는 것도 아니며, 두 채권 사이에 담보적 기능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의 자력에 문제가 없다면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실현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또한 위 두 채권은 각자의 의사에 따라 체결한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계약에서 정해진 내용에 기초하여 실현된 급부가 그 원인이 무효가 되어 각각 발생한 것일 뿐이다. 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보험계약자와 체결한 실손의료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반면 피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강행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고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2764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설시한 예외적인 유효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는 법리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의 피보전권리와 대위채권 사이에 채권자가 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전자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이 유효하여 실손의료보험계약과 진료계약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요양기관의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비채권과 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채권 사이에는 발생원인 등에 관한 관련성이 인정되지만, 이를 이유로 피보험자로부터 진료비채권의 일부만을 변제받은 요양기관이 나머지 진료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피보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그를 대위하여 보험자에게 일부 변제된 진료비에 관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 이는 진료비채권과 보험금채권의 발생원인 등에 관한 동일성이 사실상의 관련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과 같이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이 무효이고 이와 관련하여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잘못 지급한 보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법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 손해보험의 일종인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하여 피보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행사하게 하는 것은 보험자에게 피보험자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실손의료보험은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처방조제를 받은 경우 등에서 의료비 명목으로 지출한 진료비 및 처방조제비를 보상"하는 손해보험의 일종이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취득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약관에 정한 보험사고가 아님에도 보험자가 보험사고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을 그르쳐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손해는 보험자의 과실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보험영업상의 손실에 해당한다. 그런데 보험자로 하여금 이러한 경우에 채권추심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이유로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발생하는 영업상 손실에 대하여 사실상의 담보를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보험자는 요양기관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함으로써 피보험자를 채무자로 하는 집행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금전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고 이를 집행권원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 제도 등을 이용하여 요양기관의 요양급여채권을 추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과실로 발생한 영업상 손실을 위험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전보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보험자에게 실손의료보험계약이나 손해보험 제도, 국민건강보험 제도 등에서 당초 예정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권익을 희생시켜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에게 일반채권자가 갖지 못하는 특별한 이익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목적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라) 보험자가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에 사실상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정이나 채권회수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이유로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피보험자가 가지는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면 이는 명시적인 법률의 규정 없이 채권자의 제3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채권은 원칙적으로 상대적 효력만을 갖는 것이어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다. 직접청구권은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특정한 권리관계에서 발생하는 채권자의 이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개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을 두어 채권자로 하여금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특정 청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발생한다. 우리 법체계상 민법과 상법 등에서는 전대에 동의한 임대인의 전차인에 대한 직접청구권(민법 제630조)과 책임보험에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상법 제724조 제2항,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0조)을 규정하고 있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 제14조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은 직불합의 등의 법정 요건을 갖춘 경우 수급사업자(하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직접청구권은 이를 허용하는 개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러한 명시적 법률 규정 없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보험자가 금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의 자력이 있음에도 그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보험자가 피보전채권의 만족을 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에 대하여 직접 이행을 구할 수 있는 직접청구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채권의 상대효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우리 법체계 전체와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마)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를 따지지 아니한 채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한 사실상의 우선변제 효과로 인해 채권집행에 있어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현행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할 우려가 있다.
보험자는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진료비 중 일부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상 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보다 피보험자가 갖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액수가 더 크다. 따라서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가지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압류·추심하는 등의 채권집행을 통해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피보험자의 다른 일반채권자들이 위 채권집행절차에 참여하여 배당의 결과 보험자가 자신의 채권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는 하나, 채무자가 자력이 있다면 다른 일반재산에 대한 추가적인 집행을 통하여 나머지 부분을 회수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이러한 절차적 번거로움은 우리 민사집행절차가 압류선착주의를 취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책임재산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실체법 영역에 규정된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사안에서 사실상 채권집행 제도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채권자의 상계권 행사와 결합하여 채권자에게 사실상 우선변제의 권능을 부여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채무자의 자력이 있음에도 사실상의 관련성을 이유로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게 되면,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위와 같은 사실상의 기능과 결합하여 민사집행법상 채권집행절차가 취하고 있는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을 무력화하고, 부동산, 동산 등에 대한 집행절차와 달리 채권집행 영역에서만 사실상 우선주의가 적용되는 불균형한 결과를 발생시킴으로써 민사집행 제도 전반의 균형과 안정을 깨뜨리는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2)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극적 요건에 대하여 본다.
보험자가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효라는 이유로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
(가) 권리의 행사 여부는 그 권리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피보전채권의 실현에 위험이 발생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여 피보전채권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우라면, 채무자의 위와 같은 권리를 희생하여 채권자의 채무자의 재산관리에 대한 간섭을 용인하는 것이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본질이기도 하다. 따라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극적 요건의 판단은, 피보전채권에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여 자기 채권을 실현하려는 채권자의 이익과 고유의 재산관리권 행사를 간섭받지 않을 채무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나) 대법원은 채무자가 자력이 있는 사안에서, ①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어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채권자인 명의신탁자가 채무자인 명의수탁자의 손해배상에 갈음하여 위 이행불능에 책임이 있는 제3채무자에 대한 채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행사하여 지급받는 것이 채무자의 의사에도 부합한다고 보았고(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② 채권자(수분양자)의 분양계약 해제로 채무자(분양자)나 제3채무자(신탁회사)는 분양 목적물인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분양하거나 처분하여 그 대금으로 사업비나 채무의 변제 등에 충당할 수 있으므로, 분양계약을 해제한 수분양자인 채권자가 분양자인 채무자의 신탁회사에 대한 사업비 지출 요청권과 같은 대리사무 약정상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채무자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여(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1784 판결 참조)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위한 소극적 요건을 인정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채권자가 자신의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무자력인 채무자를 대위하여 부동산에 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채권자로서는 여전히 채무자의 공유지분으로부터 채권의 만족을 얻을 가능성이 있고 공유물분할이 책임재산의 증감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음에도, 공유자 중 어느 누구도 공유물의 분할을 희망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금전채권자의 채권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뿐만 아니라 다른 공유자의 공유지분 전부가 경매되게 하는 것으로서 채무자를 포함한 공유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등의 이유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보전의 필요성의 소극적 요건에 관한 이러한 판단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이익형량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 피보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피보험자의 의사에 달려 있고 피보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진료계약은 개인의 신체 및 정신의 질병 등에 대한 진단과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이라는 특수성이 있고, 피보험자인 수진자와 의사 등 요양기관 사이의 관계에 따라 권리의무의 내용과 실현에서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진료계약에는 극히 사적이고 민감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생산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므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료계약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공개되거나 타인의 소송자료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볼 때 수진자인 피보험자가 실제로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계약이 무효임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피보험자와 요양기관과의 관계, 진료의 목적이나 경위 및 결과 등 개인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피보험자가 당연히 요양기관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대위권리의 귀속자인 채무자의 결단 또는 선택의 자유를 통하여 비로소 대위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사안에서 채무자에 의하여 그러한 결단이나 선택권의 행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채무자가 대위권리를 행사할 것을 당연시하여 이를 채권자가 대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기본적인 취지에 반한다. 그럼에도 보험자의 채권 행사 의사와 피보험자의 채권 행사 의사를 동일하게 보아 금전채권자일 뿐인 보험자로 하여금 자력이 있는 피보험자의 진료계약과 관련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이는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다.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가 피보험자들에 대하여 가지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은 금전채권으로서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피보험자들의 무자력이 요구된다. 이 사건의 경우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증명이 없고 피보전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으며, 원고가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보전채권과 대위채권 사이의 밀접관련성을 인정하고 채무자인 피보험자들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적극적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며, 소송총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해 갖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 밀접관련성을 부정하면서 채권자인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을 정한 민법 제404조 제1항 본문에서 말하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즉 보전의 필요성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의 실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을 뜻한다.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채권자가 보전할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 그 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사안에서 채무자의 무자력(無資力)을 문제 삼지 않고 보전의 필요성을 넓게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갑자기 보전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문언해석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허용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과 배치된다.
요양기관의 피보험자에 대한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계약은 효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갖는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하여 갖는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채권자인 보험자가 자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청구하는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으로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법규정과 판례의 흐름
(가) 채권자대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는다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권리이다. 채권자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한도에서는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에 개입하는 것이 허용된다.
민법 제404조 제1항은 본문에서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정함으로써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을 아주 단순하게 정하고 있고, 그 단서에서 ‘일신에 전속한 권리’에 대해서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예외를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규정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법률의 문언과 달리 채권자대위권이라는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을 비롯하여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채권자대위권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의 실현을 확보할 필요성을 뜻한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보전의 필요성은 탄력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우에 한정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인정 범위가 좀 더 포괄적으로 설정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나)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채권자가 보전할 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는 채무자가 자력이 없어 일반재산의 감소를 방지할 필요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63. 4. 25. 선고 63다122 판결, 대법원 1969. 7. 29. 선고 69다835 판결 등 참조). 여기서 채무자에게 자력이 없다는 것, 즉 무자력은 일반적으로 총채권자의 채권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채무초과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채권자가 보전할 채권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같은 특정채권인 경우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넓게 허용함으로써(대법원 1964. 12. 29. 선고 64다804 판결,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483 판결,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등 참조)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요건을 완화해 왔다. 특정채권을 보전하는 것은 채무자의 무자력과는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후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예외적인 사안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문제 삼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다52506 판결,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1784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닐 것이라는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피보전채권과 채권자가 대위할 권리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대법원은 위 사안들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을 위해 기존 판례와는 달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기존 판례의 흐름을 정리하여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고려사항으로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내용,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가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자력 유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의 관련성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더라도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채무자의 자력 유무’가 유일한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무자력’을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으로 정하지 않은 민법 제404조 제1항 문언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채무자가 무자력인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채무자가 자력이 있더라도 피보전채권과 대위할 권리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을 긍정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이다.
금전채권 보전을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에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며 보전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인정하려는 다수의견의 태도는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방향과 배치된다. 그런데도 이 판결은 위에서 본 대법원 2001다52506 판결이나 대법원 2005다39013 판결 등 기존 판례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2) 채권자인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해 갖는 피보전채권과 채무자인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대해 갖는 권리, 즉 대위할 권리는 두 채권의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에 비추어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된다.
피보험자는 요양기관이 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진료비를 지급하였고, 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진료비를 보상하기 위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이때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이에 관한 계약이 무효라면 피보험자는 요양기관에 진료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보험계약은 진료행위를 대상으로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고(채권의 발생 근거),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은 진료를 받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채권의 내용), 모두 진료행위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과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모두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진료비 중 보험금에 해당하는 부분은 결국 보험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두 채권은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3)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채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해 채권 등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민사집행법에 따라 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집행채권으로 하여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추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만족을 얻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가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민법 제404조이다. 민법은 채권자가 제3자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법률 규정으로 민법 제404조를 두고 있다. 채권의 이른바 상대효 원칙은 채권자대위권을 적용하는 국면에서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채권자대위권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마치 채권자대위권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처럼 채권의 상대효 원칙을 들어 채권자대위권의 적용 범위를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민법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채권 실현의 방법과 별도로 채권자대위권을 규정하여 일정한 경우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여 채권자에게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민법에서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채권자대위권이 독자적 제도로서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제도는 채권자에게 권리를 실현시켜 주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서, 민법이 규정한 채권자대위권이라는 권리의 행사를 금지하거나 제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신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는 것은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보험자는 채무자인 피보험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피보험자는 다시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동일한 분쟁에 관련된 피보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수많은 피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소액인 보험금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는 사법자원의 낭비로도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특히 보전하고자 하는 채권액이 소액인 경우에 보험자로서는 각각의 피보험자를 상대로 채권의 이행을 위하여 소를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보험자가 각각의 피보험자를 상대로 임의 비급여와 관련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나아가 이미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아 요양기관을 상대로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진료비 반환을 구할 아무런 유인이 없는 피보험자를 분쟁의 당사자로 불러내는 것이 합리적인 분쟁의 해결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다수의 피보험자들에 대한 소액의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고 다시 피보험자들이 요양기관에 그만큼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청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보험자가 애써 이 사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험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면 보험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보험자는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효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4)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자대위권 행사는 채무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고 채무자가 그 행사를 반대하는 경우에도 가능하다(대법원 1963. 11. 21. 선고 63다634 판결 참조).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일반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의 발생 원인이 된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반환받을 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다.
진료행위가 위법하여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 건강보험의 가입자 등이 진료비를 돌려받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의사나 요양기관 등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조사하여 해당 요양기관 등으로부터 무효인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징수한 후 이를 가입자 등에게 지급하는 것이다(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5항). 그러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진료를 받은 피보험자는 진료행위가 이미 종결되었거나, 의사 등 요양기관과의 관계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하여 요양기관에 진료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기를 원할 수 있고, 나아가 이후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진료비 반환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를 포기할 의사를 가졌을 것이라고 추단하기도 어렵다. 또한 피보험자는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보험자에게 받은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회통념상 자신이 직접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의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거절할 의사는 아니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진료비가 다액인 경우는 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직접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거나 장래에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보험자는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보험자는 피보험자와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라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보장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여 이미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그 후 피보험자와 요양기관 사이의 진료행위가 무효인 진료계약에 기초한 경우에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고 다시 피보험자로 하여금 요양기관에 대해 진료비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피보험자는 보험자가 진료행위의 당사자인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의 반환을 구하도록 하여 자신은 분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보는 것이 피보험자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하고 바람직하다.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5)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보험자는 피보험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주로 지급명령 제도 등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이 소액 청구나 시효중단을 위해 지급명령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처리하고 있다)를 할 것이다. 그런데 피보험자는 위에서 보았듯이 피보험자의 개인적인 이유나 요양기관과의 관계, 또는 소송 제기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진료비의 반환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피보험자가 직접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행위가 요양급여 대상인지에 관하여 확인 요청 등을 하여,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무효라는 확인을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하여 진료비를 반환받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실제로 사례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요양기관이 그로 인한 부당한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될 여지가 크다. 이렇게 되면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게 되어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에 반하고 정의 관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6) 당사자들의 이익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긍정하는 것이 옳다.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의 입장에서든 진료비를 지출한 수진자의 입장에서든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이익을 보유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요양기관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통한 이익을 보유할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고 원칙적으로 이를 수진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정당한 권리자인 수진자가 위 돈을 돌려받는 방법은 요양기관을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하거나 보험자가 수진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이다. 만약 수진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직접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받게 되면 수진자는 이를 다시 보험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돌려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험자가 수진자를 대신하여 요양기관으로부터 진료비 상당을 반환받을 수 있다고 본다면 이런 절차의 무의미한 반복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자는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이익이 크고, 이러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은 수진자의 권리행사를 대신하는 측면이 강하다. 수진자 입장에서도 소송의 직접 당사자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7) 다수의견은 보험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도록 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위에서 보았듯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전채권 보전을 위한 채권자대위권 행사요건에서 점진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태도와도 배치되므로 찬성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의 해결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보험자인 원고와 실손의료보험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은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비염 개선을 위해 코와 목 주변 등 여러 곳에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인 이 사건 진료행위를 받았다. 수진자들은 피고에게 진료비를 지급하였고, 원고는 수진자들에게 보험계약에 따라 진료비 전액이나 일부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진료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이른바 ‘법정 비급여 진료’에 해당하지 않지만, 피고가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수진자들과 비급여대상으로 하기로 합의하여 그 진료비용을 수진자들로부터 지급받았다.
원심은 이 사건 채권자대위권의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지만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고가 채무자인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보험자인 원고의 피보험자들에 대한 피보전채권인 부당이득반환채권과 대위할 권리인 피보험자들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할 뿐만 아니라 피보험자들의 재산관리에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에서 말하는 ‘보전의 필요성’을 긍정하여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있어 보전의 필요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해서도 간략하게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진료행위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로서 강행규정인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비채변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을 보충하면서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몇 가지 논거들에 대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반박하고자 한다.
가. 반대의견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자력이 없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이 법률의 문언과 달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민법 제404조 제1항 본문은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언제든지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경우’, 즉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보전(保全)’은 사전적으로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함’을 의미하는바,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라는 것은 채권에 대한 위험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대위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그 위험으로부터 자기의 채권을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하는 데 유효·적절함을 뜻하게 된다. 즉 민법 제404조 제1항이 요구하는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에 대한 위험의 존재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한 위험제거의 효용성을 개념적 요소로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가 자력이 있다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을 통해 채권의 만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피보전채권에 대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보전의 필요성’이란 통상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부족한 경우, 즉 채무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를 의미하게 된다. 그러므로 금전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다수의견과 같이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보는 것이 ‘보전의 필요성’을 규정한 민법 제404조 제1항 본문의 문언에 합치한다. 나아가 이러한 태도가 그동안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모습이기도 하다.
반대의견과 같이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두 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사실상 관련성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오히려 민법 제404조의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다. 반대의견이 말하는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이라는 개념은 ‘보전’이라는 말이 내포한 ‘채권의 위험’ 요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어서 이러한 관련성 개념에서는 민법 제404조 제1항이 정한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대위권리를 행사할 필요라는 개념 요소가 바로 도출되지 않는다. 반대의견은 두 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의 관련성에서 도출되는 어떠한 규범적 요소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요소를 만족시키는지, 두 권리가 그러한 관련성이 있을 때 금전채권인 피보전채권에 대하여 어떠한 위험이 있고 대위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그 위험을 어떻게 제거하여 주는지에 관하여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즉, 두 권리 사이의 관련성이라는 개념이 사실상의 개념을 넘어서서 채권자대위권의 성립 요건인 ‘피보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두 권리가 사실상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서로 담보적 기능을 하고 있을 때, 또는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권리나 그 목적물이 궁극적으로 대위채권자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경우 등과 같이, 피보전채권의 만족이 대위권리의 행사 및 실현에 달려 있을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통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그 위험을 제거하여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에서만 피보전채권에 대한 위험의 존재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한 위험제거의 효용성이라는 보전의 필요성의 개념 요소가 충족되어 두 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하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
반대의견이 이 사건에서 논리의 이면에 사실상 상정하고 있는 피보전채권의 위험은 동일한 분쟁에 관련된 피보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채권자인 보험자가 수많은 피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소액인 보험금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즉 반대의견은 그 이면에서 채권회수의 편의성이나 실효성이 없음을 피보전채권의 실질적인 위험 요소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채권자대위권은 피보전채권에 발생하는 이러한 종류의 위험을 회피하여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완화하여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 온 판례의 기본적인 흐름에 반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일 때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아래 (1) 내지 (3)의 매우 특수한 사안에서 두 권리 사이에 피보전채권의 만족이 대위권리의 행사 및 실현에 달려 있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정, 즉 밀접한 관련성 등을 이유로 극히 제한적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 없이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하는 반대의견은 오히려 채권자대위권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대법원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반한다.
(1) 피보전채권의 실현을 위하여 대위채권의 실현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경우
대법원은 유실물의 실제 습득자가 법률상의 습득자에게 보상금의 절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법률상 습득자를 대위하여 유실자를 상대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법률상 습득자가 유실자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을 행사하여야 실제 습득자의 보상금청구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아 실제 습득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68. 6. 18. 선고 68다663 판결 참조). 이는 유실물법상 선박, 차량, 건축물 등 점유자만이 법률상의 습득자로서 유실자에 대하여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고, 실제 유실물을 습득한 자는 보상금의 50%에 해당하는 권리(피보전채권)가 있지만(제10조 제3항) 유실자에 대하여는 직접 이를 청구할 수 없어 법률상 습득자가 유실자에게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를 지급받을 수 없으므로 자기 몫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상 습득자의 유실자에 대한 보상금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등기청구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이행불능에 따라 금전채권으로 변형된 경우
대법원은,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국가의 강박행위로 말미암아 명의수탁자(채무자)로부터 제3채무자(국가)와 그 외 제3자로 전전 이전된 사안에서, 제3자가 선의여서 명의신탁자(채권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명의수탁자의 국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이 모두 이행불능 상태가 되어 손해배상채권으로 전환되었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대위하여 국가에 대하여 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였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참조). 이 사안은 원래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명의수탁자를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의 국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관계라는 점을 중시하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등기청구권이 동일한 원인으로 모두 이행불능이 되어 손해배상 형태로 변형된 경우에서도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여 행사할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이 채권자의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을 채무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널리 허용하여 온 법리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3)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동일한 경제적 목적과 동일한 해제 사유를 매개로 결합된 특수한 경우
대법원은,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가 모두 골프장 사업이라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약 관계에서 비롯되었고 동일한 해제 사유를 갖고 있는 특수한 경우에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이 사안에서 채무자는 제3채무자와 사이에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채권자로부터 차용한 돈 30억 원으로 계약금을 지급하고 2010. 10.까지 위 토지에 회원제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얻지 못하면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약정한 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의 공동대표이사가 되어 채무자 본인 및 제3채무자의 대표이사 자격에서 채권자와 위 30억 원에 대한 투자약정을 체결하면서 2010. 10.까지 해당 토지에 회원제 골프장 관련 인허가를 얻지 못하면 투자약정을 해제하고 이를 반환하기로 약정하고 추가로 3억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골프장 인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하지 않자,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의 해제권을 대위행사하여 원상회복으로 위 33억 원의 반환을 구하였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 33억 원을 반환받아 채권자에게 그 돈을 지급하여야 하는 관계에 있게 된 이상, 두 채권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므로,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4다89355 판결 참조). 이 사안은 피보전채권인 대여금채권과 대위권리인 매매계약 해제권 등의 바탕이 된 각 계약 관계가 특정 토지에서 진행하는 골프장 사업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서 골프장 인허가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성립하였고, 이후 골프장 인허가를 받지 못하여 두 계약 모두 해제의 원인이 발생하였다는 점과 함께, 처음부터 당사자들 사이에 해제조건 성취 시 매매대금을 사실상 담보로 채권자의 대여금을 회수하게 하려는 의사였음에도 제3채무자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된 채무자가 이미 발생한 해제권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채권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반환채권이 책임재산으로 편입되지 않고 있어 이를 집행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결국 이 사안은 이러한 특수성을 바탕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매매계약 해제권 등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인정되었다.
(4)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을 비롯한 판례를 통해 확인된 밀접관련성의 의미와 적용 범위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특정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는 사안에서 대위권리의 행사가 피보전채권을 실현시키는 관계에 있는 경우 두 권리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넓게 허용하였고, 이어 위의 (2)와 (3)의 사안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리를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확장하여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대법원이 반대의견에서 말하는 것처럼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도 구체적 타당성 있는 해결을 위해 기존 판례와는 달리 두 권리 사이의 사실상 관련성만을 근거로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허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위 (2)와 (3)의 사안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매우 특수한 사안으로서 대법원은 금전채권인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의 내용이나 특성상 보전하려는 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하여 대위하려는 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하여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한 것이다. 즉, 피보전권리와 대위권리가 모두 특정채권인 사안에서 두 권리가 상호 목적과 수단 등의 관계에 있을 때 밀접한 관련성을 근거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법리를 피보전권리와 대위권리가 모두 금전채권인 사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판례가 특정채권 사안에서 인정한 밀접한 관련성 개념과 금전채권 사안에서 인정한 밀접한 관련성 개념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특히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 이전의 다수의 판례뿐만 아니라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위 (2)와 (3)의 판례 모두 변경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상태에서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에 대한 판단 기준과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무자력을 요건으로 삼지 않은 위 (2)와 (3)의 판례의 의미를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위 (2)와 (3)의 판례나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이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정도의 관련성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반대의견이 채권자대위권 성립의 근거로 삼고 있는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존재하는 발생원인, 내용과 목적 등의 관련성은 매우 사실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채권자대위권 성립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이러한 불분명한 기준으로는 거래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다수당사자 간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없고,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등에서 규정하는 직접청구권에 관한 법체계나 채권의 상대효 원칙 등과 체계적으로 조화될 수도 없다.
(1) 반대의견은, 보험계약은 진료행위를 대상으로 진료비를 보상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고(채권의 발생 근거) 진료계약은 진료를 받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서(채권의 내용), 모두 진료행위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보험자와 피보험자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모두 진료행위가 무효임을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점,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진료비 중 보험금 상당 부분은 보험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채권은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말하는 위와 같은 관련성은 사실상의 개념일 뿐이다. 진료계약과 실손의료보험계약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에도 거의 동일한 정도의 관련성이 존재하는데, 그 경우에도 반대의견은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수진자(피보험자)를 대위하여 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권리를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다. 즉, 요양기관이 수진자에 대하여 유효·적법한 진료행위를 하고 그 진료비의 일부만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나머지 진료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수진자의 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진료비 일부 지출로 발생한 수진자(피보험자)의 보험자에 대한 실손의료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를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 드러나는 두 채권 사이의 관련성의 내용 및 정도는 이 사건 사안에서 두 개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의 내용 및 정도와 거의 같다. 반대의견에 따른다면 이 경우에도 보전의 필요성이 긍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보험제도와 진료계약의 목적이나 특성에 맞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현실 거래에서 갑에 대한 을의 채권과 을에 대한 병의 채권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존재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 정도는 매우 상대적이다. 특히 금전채권에서 이러한 관련성의 상대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건물 신축을 위한 공사도급계약에서 도급인 갑에 대한 수급인 을의 공사대금채권과, 수급인 을로부터 일부 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한 하수급인 병의 을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을 예로 들어 본다.
반대의견의 논거에 따른다면 도급계약은 특정 건물의 신축·완공을 위하여 체결된 것이고(채권의 발생 근거) 하도급계약은 특정 건물의 신축·완공을 위한 전체 공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서(채권의 내용), 모두 특정 건물의 신축·완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하수급인 병이 일부 공정을 수행함에 따라 기성고 부분에 관하여 발생한 수급인 을에 대한 하도급대금채권과 수급인 을의 도급인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하수급인 병이 자신의 비용을 들여 약정한 공정을 실제 수행함으로써 동시에 발생하였다는 점, 이로써 수급인 을이 도급인 갑으로부터 기성고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으로 받게 되는 금원 중 하도급대금 상당 부분은 결국 하수급인 병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두 채권은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정도의 관련성이 있다. 도급계약과 하도급계약 사이의 이러한 관련성은 하도급계약의 목적이 바로 도급계약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그 관련성의 정도는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두 개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하수급인 병이 수급인 을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수급인 을이 자력이 있는 한 그의 도급인 갑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대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예외로는 특별규정인 하도급법 제14조나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직불합의 등의 법정 요건을 갖추어 도급인 갑에게 직접 청구하는 것이 인정될 뿐이었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두 채권 사이에 발생과 그 원인, 채권의 내용과 목적에서 존재하는 관련성을 근거로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위와 같은 건물신축공사를 둘러싼 하도급계약관계에서 하수급인 병이 자신의 하도급대금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수급인 을의 자력과 무관하게 직불합의 등의 특별한 제약 없이 도급인 갑을 상대로 수급인 을의 공사대금채권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해석이 과연 하도급법 제14조나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등의 법체계와 조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공사도급관계 외에도 전전 유통된 어음거래관계, 다양한 형태의 보증보험이나 재보험관계, 신용장 등을 매개로 한 물품 수출입 및 운송계약, 각종의 다단계판매거래, 홈쇼핑업체 등을 통한 물품의 대량유통거래 등 거래 현실에는 다수당사자가 유사 또는 동일한 원인관계나 목적을 바탕에 깔고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거래관계가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거래관계에서 일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 무효의 하자가 다른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의 효력에도 영향을 미쳐 이미 이루어진 급부가 부당이득관계로 전환되는 상황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의 사실상 관련성만을 근거로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하는 반대견해를 따를 때, 위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다수당사자 거래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관련성을 기준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지 혹은 인정하지 아니할지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고, 전체 법체계 안에서 구체적으로 타당성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서지 않는다.
(3) 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1984. 12. 31. 법률 제3779호로 제정되어 일정한 요건 아래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자신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하였다. 이후 하도급법 제14조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직불합의 외에도 원사업자의 파산, 부도 등 수급사업자의 직접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건설산업기본법도 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제35조 제2항에서 직불합의가 있는 경우 등 제한된 요건을 충족한 때에 발주자에게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의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신설하였고 이후 하도급법과 유사한 개정 과정을 거쳤다.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의 입법 과정을 설명하는 이유는, 건설공사도급 및 하도급계약관계처럼 계약의 목적, 내용, 채권의 발생원인 등에서 관련성의 정도가 매우 큰 사안에서도 채권자인 하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수급인의 도급인(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되기까지 입법 정책상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음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지난함은 채권의 상대효 원칙의 엄격함에 따라 채권자인 하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수급인이 무자력이 아닌 한 그의 도급인(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채권의 상대효 원칙을 무시하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라는 수단을 통해 거의 제한 없이, 즉 직불합의 등 하도급법 제14조나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하수급인이 자신의 하도급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채무자인 수급인의 도급인(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다는 결론과 같다. 이러한 견해는 하도급법 제14조,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의 존재 의미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우리 법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채권의 상대효 원칙과 직접청구권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찬성할 수 없다.
라. 이 사건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서 동일한 분쟁에 관련된 피보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채권자인 보험자가 수많은 피보험자를 상대로 직접 소액인 보험금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데에는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지 않고서는 보험자가 보전하려는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대의견의 언급처럼 이 사건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보험자는 수백 명에 이르는 피보험자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고, 보험금을 반환한 다수의 피보험자 역시 진료비를 돌려받기 위하여 요양기관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하므로 다수의 소송절차가 필요한 반면,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이용하면 일거에 이를 해결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보험자의 채권회수의 편의성이나 실효성을 이유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자력 유무와 관계없이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보험자의 비용절감 및 채권회수의 편의성만을 이유로 보전의 필요성의 적극적 요건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당초 채권자대위권 제도를 통하여 제거하려는 ‘채권의 위험’의 범주를 부당하게 확대하는 것으로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의 보전이라는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목적에 반하고, 채권 실현의 유효·적절성의 의미를 분명히 한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도 반한다. 나아가 피보험자의 수가 많다거나 피보험자에 대한 채권액이 다액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보험자의 피보전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채무자 수의 많고 적음이나 채권액의 다소에 관한 기준이 불분명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도대체 어느 금액까지가 소액이고, 어느 금액을 넘어서야 다액이며, 몇 명의 당사자가 관여되어야 채권회수의 편의성과 실효성을 위해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다수당사자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본 바와 같이 거래 현실에는 실손의료보험계약 관계 이외에도 다수당사자가 관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법률관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관계들에서도 실손의료보험계약의 보험자와 마찬가지로 채권이 소액이고 관련자가 다수라는 이유로 채권자의 채권회수의 편의성이나 실효성을 내세워 채무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반대의견은 결국 보험제도가 갖는 순기능적 측면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험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어서 일부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작동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는 보험제도의 보호와는 무관한 것이다.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사법상의 일반제도로서 보험계약관계뿐만 아니라 거래 현실에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다수당사자 관계에 같이 적용되므로 구체적 타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명확한 판단 기준을 요구한다. 보험제도의 보호를 위하여 보전의 필요성의 인정 기준을 불명확하게 하는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마. 보전의 필요성은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고유한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실손의료보험 제도나 국민건강보험 제도와 관련한 정책적 목적을 위하여 채권자대위권 제도가 당초 예정하지 않은 영역에까지 보전의 필요성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요양기관이 그로 인한 부당한 수익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어 옳지 않고, 반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허용된다면 요양기관의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반대의견의 지적처럼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이익을 보유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고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 취한 부당한 이익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제재나 부당한 이익의 환수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의 정비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지침의 보완 등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설계 및 운영 면에서 적극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지 이를 들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를 인정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채권자대위권 제도는 일반 채권자들의 책임재산 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법상의 제도임에도 공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의 개념을 해석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채권자대위권 제도의 운영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
또한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진료비 상당을 돌려받을 권리자는 보험자가 아니라 수진자임을 망각해서는 아니 된다. 보험자가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반환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명하나, 그러한 보험자의 의사를 곧 수진자의 의사로 간주할 수는 없다. 수진자인 피보험자가 다양한 이유로 요양기관에 대하여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하여 진료비의 반환을 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요양기관이 진료비 상당의 이익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보험자가 이를 용인하겠다는 의사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요양기관이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따른 이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반환받을 권리자가 아닌 보험자가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통하여 수진자인 피보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이익을 누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바. 이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보험자가 무자력이 아닌 이상 피보험자의 의사 또는 이익과 보험자의 그것이 같다고 추정하여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것은 피보험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반대의견은 피보험자는 진료비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기를 원할 수 있고, 수령한 보험금을 보험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요양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의사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반대할 의사는 아니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에 관하여 각 피보험자의 개별적 의사를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각 피보험자의 의사를 모두 동일한 것으로 추단하여 피보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행사 여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진료계약관계는 의사와 수진자인 환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질병의 진단 및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금전과 의료서비스의 교환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 그 진료계약에 따라 특정 진료행위가 이미 행해진 이후 국민건강보험법 등 공법상 법리에 따라 진료계약이 무효가 되더라도 의사와 환자의 개별적 신뢰관계나 진료행위의 경과나 질병치료의 목적 달성 여부 등에 따라 환자가 진료비의 반환을 구하지 않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위와 같은 진료계약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피보전채권에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려는 보험자의 이익과 자기 고유의 재산관리권의 행사를 간섭받지 않을 피보험자의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볼 때, 피보험자가 자력이 없다면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행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보험자가 이를 대위행사하는 것을 수인하여야 하지만, 피보험자가 자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가 진료비의 반환을 구할 것인지 여부 자체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의 권리행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
반대의견은 종래의 판례가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밀접관련성만 있으면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닐 것이라는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하여 왔다고 한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한 판례가 채무자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부당간섭이 아니어야 한다는 보전의 필요성을 위한 소극적 요건을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사안에서 명의수탁자의 상속인들은 제1심 공동피고로서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알았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아 채무자의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아닌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대법원 2006. 1. 27. 선고 2005다3901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대법원 2018다879 전원합의체 판결도 채무자가 무자력임에도 제3채무자에 대한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것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므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허용할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채권자대위권 행사의 적극적 요건 이외에 소극적 요건 역시 하나의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233,293 | 용역비 | 2021나2051851 | 20,220,825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주식회사 라온디벨롭먼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김경호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재우 외 1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1. 18. 선고 2020가합532275 판결
【변론종결】
2022. 7. 7.
【주 문】
1.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753,000,000원 및 그 중 22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9. 8. 26.부터 2022. 2. 23.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11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9. 8. 26.부터 2022. 8. 25.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423,000,000원에 대하여는 2022. 2. 24.부터 2022. 8. 25.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80%는 피고가, 나머지 20%는 원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753,000,000원 및 그 중 33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9. 8. 26.부터 2022. 2.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423,000,000원에 대하여는 위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제1심에서 원금 753,000,000원만의 지급을 구하다가, 이 법원에 이르러 위와 같이 지연손해금을 구하며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533,000,000원을 지급하라.
나. 피고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부동산 컨설팅업, 부동산 개발 및 분양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본래 법인명은 주식회사 라온홀딩스이었으나 2019. 1.경 현재와 같이 법인 명칭을 변경하였다.
2) 피고는 부산 연제구 (번지 생략) 일대에서 아파트를 건축하여 이를 무주택자 등에게 공급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목적으로 주택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다. 피고는 업무대행사를 주식회사 산영(이하 ‘산영’이라 한다)으로, 시공사를 주식회사 서희건설(이하 ‘서희건설’이라 한다)로 정하여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해왔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PM용역계약 체결
1) 제1차 PM용역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7. 1. 25. 피고와 사이에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용역계약 체결일부터 사업계획승인 교부일까지 이 사건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와 관련된 자문 및 지원(협조) 등을 하고, 피고는 그 용역대금으로 33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PM용역계약(이하 ‘1차 PM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PM용역계약서제3조(업무범위 및 의무 등)① 피고는 본 사업의 용역업무 목적달성을 위하여 다음 각 호와 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해당 업무 수행시 원고와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1. 본 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 지위와 업무 수행2. 원고가 용역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료의 제공3. 원고가 수행한 용역업무에 대한 용역비의 적기 지급4. 본 사업과 관련된 토지 매입, 인·허가 및 제반 업무 일체5. 기타 본 사업, 용역업무 및 본 계약서와 관련하여 필요한 업무 일체② 원고는 본 사업의 용역업무 목적달성을 위하여 다음 각 호와 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해당 업무 수행시 피고의 업무지시 또는 방침에 따라 용역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원고는 본 사업의 용역업무에 대해 자문 및 지원(협조)만을 하고 해당 각각의 업무에 대한 일체의 책임은 없다.1. 사업 인·허가의 업무(조합설립인가, 변경인가 및 사업계획승인)에 대한 자문 및 지원(협조)2. B/L(브릿지론) 금융 업무에 대한 자문 및 지원(협조)3. 기타 본 사업과 관련하여 피고의 행정업무에 대한 자문 및 지원(협조)?제5조(용역기간)① 본 계약서 상의 용역기간은 본 계약서 체결일로부터, 본 사업의 사업계획승인 교부일(이하 ‘용역기간’)까지로 한다.?제6조(용역비)① 원고가 본 계약서에 의거 원고의 용역 수행에 따른 아래 표와 같다. 단, 피고는 본 계약서 체결 이후 본 사업 및 용역업무 관련 등 어떠한 사유로도 원고의 용역비를 감액할 수 없다.?구분금액(원, VAT별도)비율지급시기비고총액300,000,000100%??계약금30,000,00010%2017. 1. 25.본 계약서 체결시중도금1차60,000,00020%2017. 2. 28.조합설립인가 완료시중도금2차90,000,00030%2017. 3. 31.B/L(브릿지론) 집행시 또는 조합원분담금 자납 중 빠른시기중도금3차90,000,00030%2017. 5. 1.사업계획승인 접수시잔금30,000,00010%2017. 6. 30.사업계획승인 필증 수령시지급조건각 지급 회차별 지급시기로부터 5일 이내 현금 지급 조건임
2) 제2차 PM용역계약의 체결 및 계약금 지급
가) 원고와 피고는 제1차 PM용역계약 체결 당시 사업계획승인이 2017. 6. 30.경이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용역대금의 잔금지급시기를 2017. 6. 30.로 정하였으나, 그 사업계획승인이 지연되어 2019. 4. 16.에서야 이루어졌다. 위와 같이 사업계획승인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피고는 2018. 1. 9. 산영과의 업무대행계약을 해지하였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자 위 사업계획승인일인 2019. 4. 16.자로 피고와 사이에 제1차 PM용역계약의 용역기간을 ‘피고의 사업계획승인필증 수령일로부터 이 사건 사업의 입주 및 청산일까지(단 2023. 3. 31. 이내)’로 연장하고, 그 용역대금을 2,123,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하며, 이후 행할 용역대상 및 업무범위, 용역대금 등을 상세하게 정하는 내용의 제2차 PM용역계약(이하 ‘제2차 PM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19. 6. 14.경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에 따라 계약금 33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였다. 제2차 PM용역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PM 용역 제2차 계약서?본 PM 용역 제2차 계약서는 이 사건 사업(이하 ‘본사업’이라 한다)의 사업시행자인 피고 및 피고가 본 사업의 PM용역사로 선정한 원고 양자 간 체결한 기존 PM 용역 계약서(2017.01.25 / 이하 ‘기존계약서’라 한다)의 용역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PM 용역 제2차계약서(이하 ‘본 계약서’라 한다)로서, 원고 및 피고가 당초 기존계약서에 정한 용역기간을 본 계약서에서 정한 용역기간으로 연장하고, 연장된 용역기간 동안 원고가 용역업무(본 사업 관련 업무자문, 업무관리 및 업무추진 등을 말하며, 이하 "용역업무")를 수행할 것을 피고가 원고에게 요청하였고, 원고가 이를 수행하기로 함에 따라 아래와 같이 본 계약서를 체결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본 계약서를 체결하여 상호 간 업무 제반사항을 규정하고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하에 이행하기로 하였다.다음제1조(본 계약서의 목적) 본 계약서의 목적은 피고가 본 사업과 관련, 피고가 필요로 하는 본 사업 추진의 업무자문, 업무관리 및 업무추진 등에 대해, 원고가 가지고 있는 지적 재산권의 제공, 상담 및 자문활동 등을 피고에게 제공하고, 본 사업의 성공적인 사업진행을 위해 원고가 피고의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조 및 수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제3조(업무범위 및 의무 등)① 피고는 본 사업 및 본 계약서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다음 각 호와 같이 피고의 업무범위 및 의무 등을 피고의 책임으로 수행하고, 해당 업무 수행시 원고와 상호 협력한다.1. 본 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 지위 및 업무 일체2. 본 사업과 관련된 원고가 수행할 또는 수행한 용역업무의 확인(확정) 및 업무방향 결정3. 원고의 용역업무수행을 위한 자료의 제공4. 본 계약서에서 정한 원고의 용역비의 적기 지급5. 본 사업과 관련된 토지 매입, 인·허가 및 제반 업무의 일체6. 기타 본 사업 및 본 계약서와 관련하여 피고가 수행해야 할 또는 필요한 업무 일체② 원고는 본 사업 및 본 계약서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다음 각 호와 같이 원고의 업무범위 및 의무 등을 원고의 책임으로 수행하고, 해당 업무 수행 시 피고와 상호 협력한다.1. 본 사업의 인·허가 업무[조합설립(변경)인가, 사업계획(변경)인가, 착공승인, 준공 등]에 대한 업무 수행2. 추가 B/L(브릿지론) 및 중도금대출 등 금융 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3. 조합원 관리(모집 관리, 조합원자격 관리, 입출금 관리, 입무 및 청산관리 등) 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4. 본 사업의 행정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5. 기타 본 사업 및 본 계약서와 관련하여 원고이 수행해야 할 또는 필요한 업무 수행③ 본 조 제②항에 의해 원고가 수행하는 원고의 업무범위 및 의무 등과 관련, 피고가 해당 각각의 업무에 대해 사전에 확인(확정) 및 요청 등을 하여 원고에게 용역업무를 의뢰하므로, 원고는 피고의 확인(확정) 및 요청 등에 따라 해당 각각의 업무를 수행한다. 다만, 본 항의 내용에 의거 원고가 수행한 각각의 업무에 대해 피고는 본 계약서 체결 이후 원고 및 원고의 관계사(구성원, 관계인, 관계사 등 일체를 포함함) 등을 상대로 일체의 민사·형사·행정상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제6조(용역비 등)① 피고가 본 계약서에 의거 원고에게 지급하는 원고의 용역비는 다음과 같다.1. 원고의 용역업무 수행에 따른 원고의 용역비(이하 "용역비")는 다음 표와 같다.?구 분금액(원, VAT별도)지급시기1지급시기2비고총액1,930,000,000???계약금300,000,0002019. 4. 17.본계약서 체결시월 5천만 원+ 조합총회 용역비 1차(1억 원) 포함 금액중도금1차300,000,0002019. 8. 25.조합총회 공고시월 5천만 원+ 조합총회 용역비 제2차(1억 원) 포함 금액중도금2차111,000,0002020. 3. 25.착공 후 + 3개월월 3.7천만 원씩 3개월 합산금액중도금3차222,000,0002020. 9. 25.착공 후 + 9개월월 3.7천만 원씩 6개월 합산금액중도금4차222,000,0002021. 3. 25.착공 후 + 15개월월 3.7천만 원씩 6개월 합산금액중도금5차222,000,0002021. 9. 25.착공 후 + 21개월월 3.7천만 원씩 6개월 합산금액중도금6차222,000,0002022. 3. 25.착공 후 + 27개월월 3.7천만 원씩 6개월 합산금액중도금7차111,000,0002022. 6. 25.준공시월 3.7천만 원씩 3개월 합산금액중도금8차111,000,0002022. 9. 25.준공 후 + 3개월월 3.7천만 원씩 3개월 합산금액중도금9차74,000,0002022. 11. 25.준공 후 + 4개월월 3.7천만 원씩 2개월 합산금액잔금35,000,0002022. 12. 25.조합 청산 완료시월 3.7천만 원씩 1개월 금액비고1. 상기 용역비 총액은 2022. 12.까지의 용역비 총액으로, 2022. 12. 이후의 용역비 책정 상기 용역비 매월 평균 용역비 범위 내에서 피고 및 원고가 합리적으로 책정함.2. 상기 지급시기 1 또는 지급시기 2 중 빠른 시기에 용역비를 각각 지급함 제7조(본 계약서의 해제·해지 및 손해배상 등)① 피고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 본 계약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1. 원고가 본 계약서의 내용을 위반하여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2. 원고가 용역업무 수행 중 원고의 객관적이고 명백한 귀책사유로 인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피해(손해)를 끼쳤을 경우3. 원고가 피고의 서면 사전 승낙 없이 본 계약서상의 권리 또는 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 및 담보한 경우4. 원고가 본 계약서상 각각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원고의 내부적 상황으로 원고가 본 계약서의 내용을 이행하기 불가능한 경우 등)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② 원고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 본 계약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1. 피고가 본 계약서의 내용을 위반하여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2. 피고가 용역업무 수행 중 피고의 객관적이고 명백한 귀책사유로 인하여 원고에게 중대한 피해(손해)를 끼쳤을 경우5. 피고가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원고의 업무를 중단시켜 이를 재개할 수 없는 경우6. 피고가 본 계약서에 의해 책정된 원고의 용역비 지급을 지연시키는 경우⑤ 피고 또는 원고는 본 조에 따라 본 계약서를 해제·해지하고자 할 때에는 그 뜻을 미리 상대방에게 14일 전까지 본 계약서 제8조 제⑥항에 표기된 상대방의 주소지로 서면 통보한 후 본 계약서는 해제·해지되며, 피고 또는 원고는 상대방의 손해(피해)에 때해 배상(보상)한다. 피고의 귀책사유(특히, 본 계약서 제6조 원고의 용역비를 미지급하는 경우 등)로 본 계약서가 해제·해지되는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해제·해지 시점까지 매월 책정된 용역비 중 미지급한 원고의 용역비 전액 지급은 물론, 별도로 원고의 용역비 총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고에게 손해배상조로 원고가 통지한 해제·해지 시점까지 지급하고, 원고의 귀책사유로 본 계약서가 해제·해지되는 경우 원고는 모든 용역업무를 중단하고 해제·해지 시점 이후부터 책정된 원고의 용역비는 지급받지 못한다.
다. 대출 관련 업무의 진행 경과
1) 원고는 제1차 PM용역계약 제3조 제2항에서 정한 용역업무 중 하나인 "추가 B/L(브릿지론) 및 중도금대출 등 금융 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제2호)의 일환으로 피고에 대하여 브릿지론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여 피고로 하여금 2017. 10.경 대출주관사인 바로투자증권을 통해 피고 조합 총회가 승인한 차입한도인 50,000,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금융기관인 영동농업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연대보증 아래 부동산 담보대출 17,000,000,000원, 신용대출 28,300,000,000원 가량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2019. 1.경에도 대출주관사인 바로투자증권을 통해 중랑신용협동조합 등으로부터 서희건설의 연대보증 아래 추가로 4,000,000,000원을 한도로 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2) 피고는 2019년에 이르러 기존 대출금 만기가 도래하고, 공사 착공 및 중도금 대출 시까지 필요한 추가사업비 조달을 위하여 20,000,000,000원가량의 추가 차입이 필요하게 되자, 2019. 3. 16. 조합원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피고의 차입한도를 20,000,000,000원 증액하여 총 70,000,000,000원의 한도 내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안건을 승인하였다.
3) 원고는 2019. 4. 16.경 사업계획승인이 이루어지고 제2차 PM용역계약이 체결되자, 2019. 5.경부터 제2차 PM용역계약 제3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용역업무인 "추가 B/L(브릿지론) 및 중도금대출 등 금융 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바로투자증권을 대출주관사로 하여 기존 대출보다 20,000,000,000원이 증액된 70,000,000,000원 한도의 대출을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2019. 5. 9., 같은 달 16., 같은 달 22. 각 주간 업무보고를 하면서 ‘2019. 5. 초 : 추가 BL 위한 탁감 진행, 2019. 5. 2주 : 추가 BL 일정 확정 예정’이라고 보고하였고, 2019. 6. 5.과 같은 달 12.에는 ‘2019. 5. 초 : 추가 BL 위한 탁감 진행, 2019. 6. 중 : 추가 담보 BL 기표 예정’이라고 각 보고한 후, 2019. 6. 19.과 같은 달 27.에는 ‘2019. 7. 초 : 추가 담보 BL 기표 예정’이라고 각 보고하였다.
4) 그러나 2019. 7. 초까지도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는 2019. 7. 11.경 피고 조합 사무실에 근무 중이던 원고의 직원 소외 1 등을 통해 원고의 업무중단을 요구하고 원고의 직원을 위 조합 사무실에서 나가게 하였다. 피고는 이어 2019. 7. 14. 서희건설에 ‘원고가 대출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유 불문 부결통보만 받고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없으니 담보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의 협조공문을 직접 발송하였다. 이에 서희건설은 2019. 8. 8. 피고에게 ‘공사용 진출입로 및 안전통학로 확보, 도급공사비 확정, 민원 대책방안 마련, 조합원 추가분담금 확정 및 총회의결 등의 선결사항의 이행이 완료된 후에 이번 대출을 실행하겠다’는 취지로 회신함으로써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은 위 선결사항이 이행되는 것을 조건으로 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다.
5) 한편, 대출주관사인 바로투자증권은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을 받아 오케이캐피탈 주식회사(이하 ‘OK캐피탈’이라 한다) 등을 통하여 추가 대출을 받으려 시도하였고, OK캐피탈도 2019. 7. 말경 사업부지 담보와 서희건설의 연대보증 하에 OK캐피탈을 비롯한 대주단이 총 67,750,000,000원을 대출(그 중 OK캐피탈은 37,000,00,000원을 대출하는 것으로 예정되었다)하는 내용의 여신승인신청을 승인하였는데, 서희건설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선결조건을 연대보증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피고가 그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연대보증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2019. 8.경 위 대출은 무산되었다.
라. 피고와 △△△경호기획과의 계약
피고는 2018. 5.경 △△△경호기획과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범죄 예방 및 공간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의 자금사정 악화로 위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였다. 피고는 2018. 11. 8.부터 2019. 7. 9.까지 △△△경호기획과 용역비 지급 등에 관하여 4차례 합의하였는데, 2019. 7. 9. 제4차 합의를 하면서 원고가 업무보고를 한 것처럼 2019. 7. 중에는 추가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경호기획에게 미지급금 400,000,000원 및 지연손해금 등 10,000,000원 합계 410,000,000원을 2019. 7. 26.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2019. 7. 26.까지 추가대출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피고는 2020. 1. 30.에 이르러 △△△경호기획에 미지급금 400,000,000원과 지연이자 합의금 60,000,000원 합계 460,000,000원을 지급하기로 재차 합의하였다.
마. 피고의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 통보
피고는 2019. 8. 1.경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 제3조 제2항 제2호의 "추가 B/L(브릿지론) 및 중도금대출 등 금융 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하여 피고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서 3차례 이유불문 부결 통보(담보대출심의)만 받았으므로 계약서 제7조에 따라 계약을 재검토하고자 하니 협의 부탁한다. 피해상황에 대해 문제해결방안 및 대책마련,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자신에게는 귀책사유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피고는 2019. 8. 13. 원고에게 ‘피고가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 제3조 제2항 [2. 추가 B/L(브릿지론) 및 중도금대출 등 금융 업무에 대한 업무 수행], 제7조 [본 계약서의 해제, 해지 및 손해배상 등 (2. 을이 용역업무 수행 중 을의 객관적이고 명백한 귀책사유로 인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피해(손해)를 끼쳤을 경우)] 기재된 사항에 따라 협조 공문을 보냈다. 피고는 담보대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늘어난 대출금액에 대한 시공사의 연대보증 동의 여부도 확정짓지 않고 진행한 대출업무수행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고, 원고의 잘못된 자료 제출에 의하여 대출심의 기간만 연장되었고,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되지 않아 대출이 어렵게 되었다. 이에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를 요구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23호증, 을 제1 내지 9, 11, 12,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오케이캐피탈 주식회사에 대한 금융거래정보회신,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2019. 8. 25. 제1차 중도금 33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브릿지론 등 대출지연은 금융기관 측 사정으로 인한 것이었으며, 원고는 성실하게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브릿지론 대출이 지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일방적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1. 8.자 내용증명우편을 통하여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 제2항 및 제5항에 따라 이 사건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된 용역대금 330,000,000원과 손해배상금으로 용역비 총액에 해당하는 2,123,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소로서 피고에게 위 미지급 용역대금 330,000,000원과 손해배상금 중 일부 청구로서 423,000,000원 합계 75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용역계약은 피고 조합의 업무대행자를 선정하는 계약이고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주택법과 피고 조합 규약상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무효이다. 설령 제2차 PM용역계약 전부가 무효가 아니라고 가정하더라도, 적어도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 제5, 6항의 위약금 약정 부분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므로 무효이다.
2) 피고는 2019. 8. 13. 원고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에 따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없다.
3) 피고가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에 따른 제1차 중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① 조합 총회가 개최되지 아니하여 관련 용역을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조합 총회 관련 용역비에 해당하는 11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은 제외되어야 하고, ② 제1차 중도금 지급시기인 2019. 8. 25.은 이 사건 용역계약이 해지된 일자인 2019. 8. 27.과 불과 2일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원고가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전액을 지급할 의무는 없으며, ③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 받은 계약금에는 조합 총회가 개최될 것을 전제로 한 110,000,000원의 용역비가 포함되어 있는데, 조합 총회가 개최된 사실이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기왕에 지급받은 계약금 중 위 용역대금 110,000,00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바, 피고는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제1차 중도금 채권과 상계한다.
3. 판단
가. 제2차 PM용역계약이 당연 무효인지 여부
1) 원고는 제2차 PM용역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제2차 PM용역계약에 기한 용역대금 및 손해배상금 청구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제2차 PM용역계약에 조합 총회의 의결이 없어 당연 무효라고 다투고 있으므로, 먼저 제2차 PM용역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본다.
2) 먼저 피고의 주장처럼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 제3호의2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 ‘주택법 제11조의2 제1항에 따른 업무대행자의 선정·변경 및 업무대행계약의 체결’에 관하여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등에 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면서(제45조 제1항 제4호),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위 사항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한 조합의 임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제137조 제6호)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주택법은 법률에서 직접 주택조합의 계약체결이나 업무대행자 선정 등과 관련하여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규정이나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단지 주택법 시행령과 그 시행규칙에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이나 ‘주택법 제11조의2 제1항에 따른 업무대행자의 선정·변경 및 업무대행계약의 체결’ 등을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을 뿐인 점, ②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강력한 공법적 규제 아래 시행되는 공공개발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고, 위 법률에 의해 설립된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경우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되는 반면, 주택법상의 지역주택조합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구성원들이 주택을 마련하거나 리모델링하기 위하여 결성한 조직체로서 사경제 주체인 민법상 비법인사단의 지위를 갖는 것에 그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에서 본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규정이 주택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주택조합 또는 조합의 추진위원회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체결한 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는 강행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제2차 PM용역계약이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 제3호의2에 위반하여 조합 총회의 의결 없이 체결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한편 을 제1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조합규약이 제23조 제1항 제3호, 제11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 부담이 될 계약"과 "기타 주택법령 및 이 규약 또는 조합설립 인가조건에서 총회의 의결을 요하는 사항"을 조합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의2가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주택법 제11조의2 제1항에 따른 업무대행자의 선정·변경 및 업무대행계약의 체결’에 관하여 조합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가 제2차 PM용역계약을 체결 시에 직접적으로 총회 의결을 거친 바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인 피고의 조합규약에서 조합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도록 규정한 대외적 거래행위에 관하여 이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조합 총회 결의사항은 조합의 내부적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대표권 제한규정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거래상대방이 그와 같은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가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 경우 거래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은 이를 주장하는 측이 주장·증명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4780 판결,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4다60072, 600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2차 PM용역계약 체결이 피고 조합규약 상 조합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하도록 대표권이 제한된 사항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제2차 PM용역계약의 체결이 피고의 조합규약상 조합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인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원고가 피고의 조합규약 내용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채택한 각 증거에 의하면, 제2차 PM용역계약이 피고에 대하여 추가적인 용역수수료 지급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이고, 산영과의 업무대행 계약 해지 후에 새로운 업무대행자는 선정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체결된 것이며, 그 계약 내용에도 기존 제1차 PM용역계약에서의 원고의 주업무이던 사업 인·허가나 브릿지론 금융업무에 대한 자문 및 지원 업무 등을 넘어 주택법 제11조의2 제1항에 따른 업무대행자가 할 업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만한 일부 업무(예 : 사업인허가 업무 수행, 조합자금 입출금 관리 등)가 추가된 측면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제2차 PM용역계약은 피고가 기존 업무대행자인 산영과의 업무대행계약을 해지한 후 1년여가 경과한 시점에 피고의 업무대행계약에 따른 자금집행을 위하여 기왕에 정해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체결된 것이고, 그 제목이나 내용이 기존 제1차 PM용역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계약임을 명백히 하고 있을 뿐 업무대행계약임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며, 원고가 수행할 업무에 기존 업무 외에 업무대행자가 수행할 만한 업무가 일부 추가된 것 정도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제2차 PM용역계약 체결이 당시 피고의 총회 결의 대상이었다고 인식하였다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앞서 채택한 각 증거와 갑 제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피고의 조합규약 제23조 제1항은 위와 같이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 안건에 관하여 이사회 등에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② 피고는 2019. 3. 16.자 임시총회에서 제10호 안건을 통하여 ‘그동안 피고가 진행한 각종 계약 체결 및 자금 집행과 향후 진행할 각종 계약 체결 및 자금 집행에 관한 사항’ 등 10개 업무를 이사회에 위임하였고, 제12호 안건을 통하여 산영과 사이에 2018. 1. 9. 체결한 계약해지의 추인, 산영과의 업무대행계약 해지에 따른 신규 업무대행사 또는 PM용역사의 선정 및 업무대행조건(자금 집행 등) 등에 대한 상세 내용 및 절차를 조합 이사회에 일괄 위임하고, 그 위임에 따라 선정된 업무대행사 또는 PM용역사는 추후 개최되는 총회에서 추인받기로 결의한 사실, ③ 피고는 이러한 총회 결의에 따라 2019. 4. 16.에 원고와의 제2차 PM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 ④ 비록 위 총회 결의에서 ‘추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당시 위 총회에서는 200억 원 추가 차입도 의결하였고, 그 추가 차입을 위해서는 추후 언제 개최될 지도 확정되지 아니한 다음 총회에서의 신규 PM용역계약 추인 시까지 사이에 새로 선정된 PM용역사가 추가 차입 등을 위한 업무수행을 할 것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었으며, 위 총회에서 그러한 업무수행을 금지한 바도 없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조합 총회에서의 위임에 따른 PM용역사 선정은 조합 총회의 추인 전이라고 하더라도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점(위 총회에서는 산영과 사이에 약 1년 전에 해지되어 정산이 이루어진 업무대행계약에 대하여도 추인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제2차 PM용역계약의 체결은 조합 총회의 위임 결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고, 제2차 PM용역계약 체결 당시 그 자체에 대한 피고 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4) 따라서 제2차 PM용역계약의 체결에 조합 총회 결의가 없었음을 이유로 제2차 PM용역계약이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의 미지급 용역대금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1) 원고의 계약해지 및 이에 따른 미지급 용역대금 및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는 2019. 7. 초까지 원고가 바로투자증권을 대출주관사로 하여 진행하던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9. 7. 11.경 피고 조합 사무실에 근무 중이던 원고의 직원 소외 1 등에게 업무중단을 요구하며 사무실에서 나가게 하는 방법으로 원고에 대하여 업무중단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이후 제2차 PM용역계약에 따른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하였다.
(2) 피고는 2019. 8. 1.경에 이르러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을 재검토하고자 한다고 통보하고, 2019. 8. 13.에는 제2차 PM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면서 원고를 제2차 PM용역계약에 따른 업무에서 배제시킨 다음, 2019. 8. 25.에 지급하기로 예정된 제1차 중도금 330,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3)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위 1차 중도금의 지급을 독촉하였으나, 피고가 그 지급을 계속 거절하자 2020. 1. 8. 피고에 대하여 용역비 미지급과 용역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였음을 이유로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 제2항 제1, 2, 5, 6호에 의하여 제2차 PM용역계약을 2020. 1. 23.자로 해지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고, 위 통지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그 용역업무의 수행을 중단시키고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함과 아울러 그 용역비 지급을 지연함으로써 적어도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 제2항 제1, 5, 6호에서 정한 해지 사유가 발생하였고, 원고의 2020. 1. 8.자 통지가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제2차 PM용역계약은 2020. 1. 23.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 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규정한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 제5항 따라 ‘해지 시점까지 매월 책정된 용역비 중 미지급한 원고의 용역비 전액’과 ‘원고의 용역비 총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해지 주장에 대하여
가) 피고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귀책사유로 제2차 PM용역계약을 위반하여 피고에게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였고, 당시 원고가 제2차 PM용역계약상 각종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제2차 PM용역계약은 피고의 2019. 8. 13.자 해지통고에 의하여 해지되었다고 주장하며, 원고의 귀책사유로 ① 원고가 피고의 조합사무실에 상주 인원 1인을 배치하지 아니한 점, ② 원고가 추가 대출 과정에서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 피고로 하여금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호기획에 용역비에 관한 지연손해금 50,000,000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등 피고에게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에 대한 토지조서 정리를 게을리 하고 실시계획인가고시 업무와 관련한 협의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제2차 PM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수행을 태만히 한 점을 주장하고 있다.
나) 그런데 피고가 2019. 8. 13. 원고에 대하여 해지통고로 하면서 해지 근거로 제시한 원고의 주된 귀책사유는 위 ‘② 원고가 추가 대출 과정에서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 피고로 하여금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호기획에 대하여 용역비에 관한 지연손해금 50,000,000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등 피고에게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점’이므로, 먼저 원고에게 위와 같은 해지사유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추가 대출 과정에서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피고가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원고는 제1차 PM용역계약에 따라 2017. 10.경과 2019. 1.경 2회에 걸쳐 서희건설의 연대보증 아래 대출을 성사시켰는데, 그 이후 서희건설은 피고에게 향후의 추가 대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연대보증을 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고, 원고는 당시 피고의 조합장 등 집행부에 그 사실을 알린 사실, ② 이에 원고는 서희건설의 연대보증 없이 2019. 4. 16.자 사업계획승인 취득에 따라 피고 소유 부동산의 평가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근거로 추가 대출을 추진하면서도 서희건설에 지속적으로 연대보증을 요청해온 사실, ③ 이에 서희건설은 2019. 6. 13.경 기존의 의사를 번복하여 추가 대출에 대하여도 연대보증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에 관한 협의가 개시된 사실, ④ 원고의 이사 소외 2는 서희건설의 위 연대보증의사 번복 당시 피고의 조합장이던 소외 3에게 서희건설이 연대보증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을 곧바로 보고한 사실, ⑤ 이에 따라 2019. 6. 26. 바로투자증권, OK캐피탈이 참석한 가운데 위와 같은 추가 대출을 위한 현장실사가 이루어졌고, 바로투자증권과 OK캐피탈도 연대보증을 전제로 한 대출 심사에 착수한 사실, ⑥ 서희건설이 이처럼 연대보증의사를 밝혔음에도 당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하여 쉽게 대출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피고는 2019. 7. 초까지 추가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연되자, 2019. 7. 11. 피고 조합의 사무실에 근무하던 원고의 소외 1 등을 통해 원고의 업무중단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위 조합 사무실에서 원고 측 직원들을 내보낸 다음, 2019. 7. 14. 서희건설에 직접 ‘원고가 대출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유 불문 부결통보만 받고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없으니 담보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의 협조공문을 발송한 사실, ⑦ 이에 서희건설은 2019. 8. 8. 피고에게 연대보증을 위한 선결조건을 제시하였고, 피고가 이후 그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연대보증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자 추가 대출은 최종적으로 무산된 사실, ⑧ 비록 원고가 위 추가대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추진과정을 피고에게 보고하면서 2019. 5.경부터 2019. 6.경까지 사이에 앞서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처럼 2019. 6. 중순경이나 같은 해 7. 초경이면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보고한 바는 있기는 하나 그 보고는 관련 금융기관 등과의 협의에 따라 예상되던 일정을 추정하여 보고한 것일 뿐 그 시기에 대출이 이루어진다는 확정된 사실을 보고한 것은 아닌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추가대출 과정에서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였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피고에게 잘 전달하였으며, 당시 위 추가 대출이 무산된 것은 원고가 서희건설의 연대보증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대출 절차를 진행한 잘못 탓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소극적 자세와 서희건설이 입장을 바꾸어 연대보증에 선결조건을 제시하고 피고가 그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일 뿐이다.
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귀책사유로 주장하는 것 중 위 ‘① 원고가 피고의 조합사무실에 상주 인원 1인을 배치하지 아니한 점’의 경우에 관하여 보건대, 위 사유가 피고의 2019. 8. 13.자 해지통고서에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 해지통고서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위 사유가 당시 해지통고의 주된 사유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위 사유가 당시 해지사유 중 하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와 같은 의무를 객관적이고 명백한 귀책사유로 인하여 위반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피고에게 계약이 해지될 만한 정도로 중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귀책사유로 주장하는 마지막 사유인 위 ‘③ 원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에 대한 토지조서 정리를 게을리 하고 실시계획인가고시 업무와 관련한 협의절차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수행을 태만히 한 점’의 경우에는 피고의 2019. 8. 13.자 해지통고 당시 해지사유로 삼은 바 없을 뿐 아니라 위와 같은 귀책사유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마) 결국 피고가 주장하는 해지사유를 모두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 하의 피고의 해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는 피고의 주장을 이 사건 소송에서 위 각 해지사유를 이유로 제2차 PM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로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미지급 용역비 및 손해배상의 범위
가) 미지급 용역비
(1)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제2차 PM용역계약은 원고의 2020. 1. 8.자 해지통지가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2020. 1. 23. 해지되었고, 제2차 PM용역계약 제6조 제1항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9. 12. 25.까지는 매월 용역비로 55,000,000원(용역비 50,000,000원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 그 이후부터는 매월 용역비로 40,700,000원(용역비 37,000,000원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씩 지급함과 아울러 조합 총회 용역비 220,000,000원(총 용역비 200,000,000원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을 2회에 걸쳐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면서, 계약일부터 2019. 8.까지 4개월간의 용역비 220,000,000원(월 용역비 55,000,000원 × 4개월)과 조합총회 용역비 1차분 110,000,000원 합계 330,000,000원은 계약금으로서 ‘2019. 4. 17.’과 ‘제2차 PM용역계약 체결 시’ 중 먼저 도래하는 날에 지급하고, 2019. 8. 이후부터 2019. 12.까지 4개월간의 용역비 220,000,000원(월 용역비 55,000,000원 × 4개월)과 조합총회 용역비 제2차분 110,000,000원 합계 330,000,000원은 1차 중도금으로서 ‘2019. 8. 25.’과 ‘조합 총회 공고 시’ 중 먼저 도래하는 날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위와 같은 약정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계약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이 해지된 2020. 1. 23.까지 지급이 약정된 용역비 중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330,000,000원(2019. 12.까지의 용역비로서 제1차 중도금으로 책정된 금액이다)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제1차 중도금에는 조합 총회가 개최될 것을 전제로 한 110,000,000원의 조합 총회 용역비 2차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사건 용역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조합 총회가 개최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금액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1차 중도금 330,000,000원 중 조합 총회 용역비 2차분 110,000,000원은 나머지 용역비와 마찬가지로 ‘2019. 8. 25.’과 ‘조합 총회 공고 시’ 중 먼저 도래하는 시기에 지급하기로 약정된 것이어서 제2차 PM용역계약 해지 전에 그 지급시기가 도래한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지급이 조합 총회가 개최될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조합 총회 용역비는 조합 총회가 실제 개최되었는지 여부나 그 준비를 위하여 소요된 실제 비용이 있는지 여부와 실제 투입금액 및 개최 횟수 등과 무관하게 일정 시기만 되면 정액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약정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합 총회 용역비 2차분 역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 사건 PM용역계약이 해지될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해지 시점까지의 ‘매월 책정된 용역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조합 총회 용역비 2차분의 공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나아가 피고는, 제1차 중도금 지급시기인 2019. 8. 25.은 제2차 PM용역계약이 해지된 날인 2019. 8. 27.과 불과 2일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원고가 그 무렵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제1차 중도금 전액을 지급받는 것을 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원고와 피고는 제2차 PM용역계약 제7조 제5항에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해지 시점까지 매월 책정된 용역비 중 미지급한 원고의 용역비 전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을 뿐 원고가 그 해지 시까지 실제 업무를 수행한 정도에 따라 그 지급 금액을 감액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피고의 2019. 8.경의 해지는 적법하지 아니하고, 원고가 2019. 7.경부터 제2차 PM용역계약이 해지된 2020. 1. 23.까지 용역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은 피고가 원고를 용역업무에서 배제한 탓이라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원인제공자인 피고가 원고의 용역업무의 불충분한 수행을 이유로 용역비의 감액을 구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또한 피고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에는 조합 총회가 개최될 것을 전제로 한 조합 총회 용역비 1차분 110,000,000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조합 총회가 개최된 사실이 없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금 중 위 금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제1차 중도금 채권과 상계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조합 총회 용역비 1차분 역시 조합 총회 용역비 제2차분과 마찬가지 이유로 그 지급이 조합 총회가 개최될 것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지급시기 도래 이후에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제2차 PM용역계약이 해지될 경우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만 하는 용역비에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설령 제2차 PM용역계약 해지 전에 어떠한 사유로 인하여 조합 총회가 개최된 사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위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선 피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손해배상금
(1) 앞서 본 바와 같이 제2차 PM용역계약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피고로 하여금 ‘해지 시점까지 매월 책정된 용역비 중 미지급한 용역비 전액’ 외에 추가로 ‘원고의 용역비 총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조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의 해지 시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그런데 위와 같은 손해배상예정액의 경우 그것이 부당하게 과다하다면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이를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는바(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38637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다47500 판결 등 참조), 앞서 채택한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위 손해배상예정액이 제2차 PM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의 총액에 해당하는 큰 금액인 점, ② 제2차 PM용역계약은 원고가 피고를 위하여 약 3년 8개월가량 각종 용역업무를 수행하고 그 업무수행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는데, 원고가 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한 기간은 3개월 남짓이었고, 이후 수개월 만에 해지되기까지 한 점, ③ 원고는 이 사건 소송을 통하여 계약해지 시점까지의 약정 용역비에 대하여는 대부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점, ④ 원고는 사실상 용역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시점이나 제2차 PM용역계약해지 이후 그 업무수행을 위한 자신의 비용과 노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게 되어 실제 용역업무 수행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점에 원고와 피고의 지위, 제2차 PM용역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2차 PM용역계약에서 정한 위 손해배상예정액은, 제2차 PM용역계약이 원고가 제1차 PM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로부터 적은 대가만을 받고서도 예정된 기간을 넘겨 장기간 PM 업무를 수행하여왔던 것에 대한 보상 성격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이나 지역주택조합사업에서 PM용역 업무의 성격상 원고가 제2차 PM용역계약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였을 경우 취할 수 있었을 이익의 규모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보더라도,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되므로 이를 전체 예정 금액의 20% 상당 금액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제2차 PM용역계약의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으로 424,600,000원(용역대금 2,123,000,000원 × 2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제1차 중도금으로 330,000,000원 및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예정액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인정되는 424,600,000원 중 원고가 명시적 일부청구로서 구하는 423,000,000원 합계 753,000,000원 및 그 중 제1심에서 인용된 제1차 중도금 220,000,000원에 대하여는 지급기일 다음 날인 2019. 8.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원고의 2022. 2.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인 2022. 2. 23.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나머지 제1차 중도금 110,000,000원에 대하여는 지급기일 다음 날인 2019. 8.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선고일인 2022. 8.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손해배상예정액인 423,000,000원에 대하여는 원고의 2022. 2. 22.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2. 2. 2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선고일인 2022. 8.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법원에서 확장된 원고의 청구를 포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한다.
판사 차문호(재판장) 이양희 김경애 |
230,883 | 부인결정에대한이의의소 | 2022다211928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일방 당사자의 금전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에 대하여 동시이행 주장을 한 당사자만 항소한 경우, 항소심이 제1심판결에서 인정된 금전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주장을 공제 또는 상계 주장으로 바꾸어 인정하면서 그 금전채권의 내용을 항소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이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채무자가 부인행위 상대방으로부터 취득한 반대급부가 금전상의 이득인 경우,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항소심은 당사자의 불복신청 범위 내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므로, 설령 제1심판결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판결을 불복당사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은 당사자가 신청한 불복의 한도를 넘어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고, 당사자 일방만이 항소한 경우에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보다 항소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할 수는 없다.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인지는 기판력의 범위를 기준으로 하나, 일방 당사자의 금전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의 경우 반대 당사자는 그 금전채권에 관한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채권을 집행할 수 없으므로, 동시이행 주장을 한 당사자만 항소하였음에도 항소심이 제1심판결에서 인정된 금전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주장을 공제 또는 상계 주장으로 바꾸어 인정하면서 그 금전채권의 내용을 항소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8조 제3항에 의하면, 채무자의 행위가 부인된 경우 상대방은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의 전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공익채권자로서 현존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제2호),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의 일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공익채권자로서 그 현존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며, 회생채권자로서 반대급부와 현존이익과의 차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4호). 한편 부당이득으로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채무자가 부인행위 상대방으로부터 취득한 반대급부가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1] 민사소송법 제415조 /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08조 제3항 제2호, 제4호 | [1]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카1503 판결(공1984, 261),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8197, 8203 판결(공2005하, 1495) / [2] 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다카768 판결(공1987, 1460),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20440, 20457 판결(공2009하, 987)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도여객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홍성준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채무자 태창운수 주식회사의 관리인 소외 1의 소송수계인 채무자 태창운수 주식회사의 관리인 소외 2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위 담당변호사 이재구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1. 14. 선고 (춘천)2020나204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과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채무자 태창운수 주식회사(이하 ‘채무자 회사’라 한다)는 2015. 5. 29. 원고에게 채무자 회사가 운영 중인 버스 35대와 버스노선, 부대시설 등을 포함한 영업권을 양도하였다(이하 ‘이 사건 양도’라 한다).
나. 이 사건 양도 당시 양도금액은 ‘35억 원 및 근로자의 고용승계에 따른 퇴직금, 임금채권 전체를 원고가 승계’하는 것으로 하고, 35억 원 중 10억 원은 채무자 회사의 주식회사 아이비케이저축은행에 대한 차입채무 중 10억 원을 인수하기로 하였다.
다. 춘천지방법원은 2015. 10. 6.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다.
라. 위 법원은 2016. 6. 27. 채무자 회사 관리인의 부인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부인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결정의 주된 주문은 다음과 같다.
제1항: 원고는 채무자 회사에 원심판결 별지1 목록 기재 버스 30대에 관하여 같은 별지 기재 해당 등록일자에 해당 접수번호로 마친 각 소유권이전등록에 대한 부인등록절차를 이행하라.
제2항: 원고는 채무자 회사에 주문 제1항 기재 각 차량과 차량 내에 설치된 부대시설장치 일체를 인도하라.
제3항: 채무자 회사와 원고 사이의 원심판결 별지2 목록 기재 버스노선 40개에 관한 여객운송사업에 대하여 체결된 2015. 5. 29. 자 영업양도계약을 부인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결정에 불복하여 이 사건 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주위적으로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하고, 예비적으로 공익채권자로서 현존이익의 반환을 구하였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고의부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양도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00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회생채권자 또는 회생담보권자를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채무자 회사의 사해의사도 인정되며, 이 사건 양도가 당시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였거나 불가피하다고 보기 부족하고, 원고의 선의를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고의부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가액배상금이 과다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양도의 목적물인 영업권의 가액을 42억 원으로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 주장에 관하여
(1) 항소심은 당사자의 불복신청 범위 내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을 뿐이므로, 설령 제1심판결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판결을 불복당사자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은 당사자가 신청한 불복의 한도를 넘어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고(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카1503 판결), 당사자 일방만이 항소한 경우에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보다 항소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할 수는 없다.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인지 여부는 기판력의 범위를 기준으로 하나, 일방 당사자의 금전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의 경우 반대 당사자는 그 금전채권에 관한 이행을 제공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채권을 집행할 수 없으므로, 동시이행 주장을 한 당사자만 항소하였음에도 항소심이 제1심판결에서 인정된 금전채권에 기한 동시이행 주장을 공제 또는 상계 주장으로 바꾸어 인정하면서 그 금전채권의 내용을 항소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반한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8197, 8203 판결 등 참조).
(2) 제1심은, 원고는 부인권 행사에 따른 원물반환의무가 있고 원고가 주장한 공익채권 중 1,452,389,384원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부인결정 주문 제1, 2항을 ‘원고는 피고로부터 공익채권 1,452,389,384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피고에게 원심판결 별지1 목록 기재 버스 30대에 관하여 같은 목록 기재 해당 등록일자에 해당 접수번호로 마친 각 소유권이전등록에 관한 부인등록절차를 이행하고, 같은 목록 기재 각 버스와 버스 내에 설치된 부대시설장치 일체를 인도하라.’로 변경하여 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에게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원물반환의무를 이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1,452,389,384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여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만 항소하였는데, 원심은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원고는 원상회복으로서 42억 원의 가액배상을 하여야 하고, 원고가 주장한 공익채권 중 1,122,305,321원이 인정되므로 이를 공제한 가액배상금은 3,077,694,679원이라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부인결정의 주문 제1, 2항을 ‘원고는 피고에게 3,077,694,679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1. 9.부터 2022. 1. 14.까지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로 변경하여 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남은 공익채권이 없다는 이유로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원고의 공익채권 금액을 감액한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제1심판결이 원고의 공익채권 1,452,389,384원의 지급과 동시이행조건부로 피고의 원상회복청구권을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만이 항소하였으므로, 원심이 위 금액보다 적은 공익채권을 인정하여 이를 공제한 가액배상금의 지급을 명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인인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판결을 변경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
원심판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한편 원심은 피고의 가액배상금에서 원고의 공익채권 금액이 공제된다고 하였으나, 채무자 회사의 가액배상청구권과 부인행위 상대방의 공익채권은 당연히 공제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상계 가능한 관계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 둔다).
라. 반대급부의 이익이 현존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1) 채무자회생법 제108조 제3항에 의하면, 채무자의 행위가 부인된 경우 상대방은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의 전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공익채권자로서 현존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제2호),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의 일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는 때에는 공익채권자로서 그 현존이익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며, 회생채권자로서 반대급부와 현존이익과의 차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4호). 한편 부당이득으로 취득한 것이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그 금전은 이를 취득한 자가 소비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대법원 1987. 8. 18. 선고 87다카768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20440, 20457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부인행위 상대방으로부터 취득한 반대급부가 금전상의 이득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이 사건 양도대금 25억 원을 송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채무자가 원고로부터 취득한 반대급부는 금전상의 이득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대급부에 의하여 생긴 이익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채무자가 그 금전을 사용하여 기존 채권자 중 일부에게 편파변제를 하였더라도 그 편파변제가 다시 부인권의 대상이 될 뿐 이 사건 양도의 반대급부로 인한 이익이 현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양도대금의 지급 과정, 자금의 흐름과 그 자금의 사용처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현금으로 지급한 25억 원이 채무자 회사에 이익으로 현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부인되는 행위에 의하여 상대방이 지급한 반대급부가 금전인 경우 이익의 현존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한편 원고가 채무자 회사의 주식회사 아이비케이저축은행에 대한 차입금채무를 인수하여 변제한 이익은 현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익의 현존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양도의 대상인 영업권의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부인권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가액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인권 행사의 효과인 원물반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예비적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상고가 이유 있으므로 주위적 청구의 원고 패소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예비적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의 원고 패소 부분과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33,851 |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일반교통방해·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 2020도6061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2007. 12. 21. 개정된 형사소송법 부칙 제3조의 취지 / 위 부칙조항에서 말하는 ‘종전의 규정’에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위 부칙조항에 따라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이 적용되어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되는지 여부(적극) | null |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9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326조 제3호, 부칙(2007. 12. 21.) 제3조 |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도1153 판결(공2022하, 1875)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5. 8. 선고 2019노131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제249조는 ‘공소시효의 기간’이라는 표제 아래 제1항 본문 및 각호에서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정해진 일정 기간의 경과로 완성하고, 제2항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제249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시효의 기간이 연장되고, 제249조 제2항에서 정한 시효의 기간도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되었는데, 위와 같이 개정된 형사소송법(이하 ‘개정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부칙 제3조(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 한다)는 ‘공소시효에 관한 경과조치’라는 표제 아래 "이 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부칙조항은, 시효의 기간을 연장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조치인 점 등을 고려하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개정 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위와 같은 법 문언과 취지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부칙조항에서 말하는 ‘종전의 규정’에는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뿐만 아니라 ‘같은 조 제2항’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따라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에 범한 죄에 대해서는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이 적용되어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이 경과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2.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각 범죄에 대하여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15년을 경과하여 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에서 정한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0,899 | 모욕 | 2020도16897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경우 / 인터넷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이라도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경우 / 이때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피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甲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게시하면서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사용한 위 표현이 모욕적 표현으로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甲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위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한 사례 | [1]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넷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2] 피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甲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게시하면서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사용한 위 표현이 모욕적 표현으로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피고인은 甲이 과거 공적 활동을 할 당시 관여했던 사안과 관련하여 사익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이를 공유하면서 위 표현이 포함된 글을 게시하였던 점, 표현 중 ‘파렴치’, ‘철면피’ 또는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끄러움을 모른다.’, ‘지나치게 뻔뻔하다.’ 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이 있다.’는 뜻으로, 특히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고, ‘극우부패세력’은 ‘부패’라는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甲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위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모욕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20조, 제311조 / [2] 형법 제20조, 제311조 | [1]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공2004상, 84),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7도17643 판결(공2021상, 943)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여의 담당변호사 오영신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20. 11. 12. 선고 2020노9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MBC’라고 한다) 심의국 라디오심의부 심의위원으로, 2017. 9. 5.경부터 ○○○○○○○ 회장으로 재임 중이며, 팔로워가 304명에 달하는 ‘△△△’ 페이스북을 개설하여 글을 게시하고 있다. 피해자 공소외 1은 □□□□□□□ 이사장이다.
피고인은 2017. 7. 27. 14:09경 피고인의 페이스북에 "또 나쁜 짓한 거 고발당했다. 공소외 1.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역시 극우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양심과 양식을 대표하는 인사가 맡아야 할 공영방송 MBC의 감독기관인 □□□□□□□ 이사장 자리에 앉아 버티기 농성에 들어간 공소외 2 체제를 뒤에서 지탱하고 있다."라는 글을 게시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라는 표현(이하 ‘이 사건 표현’이라고 한다)에 대해서는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는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간첩조작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서 모욕죄에서의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인터넷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7도17643 판결 참조).
이때 사회상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와 그 관계, 표현행위를 하게 된 동기, 경위나 배경,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 구체적인 표현방법, 모욕적인 표현의 맥락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나. 판단
1) 피고인이 사용한 이 사건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여 구성요건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2)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표현 당시 MBC ◇◇◇◇의 협회장으로 공소외 2를 비롯한 MBC 경영진과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MBC를 감독하는 기관인 □□□□□□□의 이사장인 피해자가 MBC 경영진을 비호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에 있었다.
나)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과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관여했던 사안과 관련하여 사익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하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이를 공유하면서 이 사건 표현이 포함된 글을 게시하였다.
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피해자가 또 고발당한 것을 보면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양심과 양식을 대표하는 인사가 맡아야 할 공영방송 MBC의 감독기관인 □□□□□□□ 이사장’의 자격이 없고, 피해자가 이사장 자리에서 공소외 2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라) 이 사건 표현 중 ‘파렴치’, ‘철면피’ 또는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끄러움을 모른다.’, ‘지나치게 뻔뻔하다.’ 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이 있다.’는 뜻으로, 특히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극우부패세력’은 ‘부패’라는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 피고인이 피해자가 공적 활동을 이용하여 사익을 추구하였다는 혐의로 고발되었다는 기사를 통하여 피해자의 □□□□□□□ 이사장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강조하기 위하여 이 사건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면, 피해자의 행위와 관련된 이 사건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표현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모욕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유무죄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모욕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
234,425 | 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손해배상(기) | 2020나2032211, 2032228, 2032235 | 20,220,825 | 선고 | 서울고법 | 민사 | 판결 : 상고 | 甲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 중개 사이트의 DB서버(Master)에 접속량 및 주문량 폭증으로 과부하가 발생하여 거래소 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산장애가 발생하였는데, 甲 회사와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乙 등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는 등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여 거래가 중단된 동안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甲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는 乙 등에게 사이트의 시스템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도 甲 회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전산장애로 乙 등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였으므로, 甲 회사는 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른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乙 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 甲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 중개 사이트의 DB서버(Master)에 접속량 및 주문량 폭증으로 과부하가 발생하여 거래소 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산장애가 발생하였는데, 甲 회사와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乙 등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는 등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여 거래가 중단된 동안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甲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甲 회사는 사이트 운영자로서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乙 등에게 사이트의 시스템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가상화폐 거래 중개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 보수하여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전산장애가 발생하여 乙 등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였고, 나아가 위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은 접속량·주문량이 폭증하는 경우 발생하는 과부하에 매우 취약한 구조인데도 甲 회사는 과부하를 분산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전산장애 발생 전에도 접속장애, 거래장애가 발생하는 등 甲 회사로서는 DB서버(Master)에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甲 회사가 전산장애 발생 전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변환하는 내용의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시스템 교체에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술적 시도가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 및 비용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甲 회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이를 회원들에게 전가시킬 수 없으므로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최선의 대처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점, 甲 회사는 전산장애 발생 당시 웹서버 접속 유입량을 제어하는 등 시스템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위험관리 매뉴얼에 따라서 DB서버(Master)의 과부하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甲 회사가 전자금융거래법 및 관련 규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는 사정만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기준이 주식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기준보다 완화되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甲 회사가 전산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조치를 다하여 전산장애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인정할 수 없는바, 甲 회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전산장애로 乙 등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였으므로 甲 회사는 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른 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데,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乙 등의 주문시도 호가 또는 거래 중단 직전의 거래가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등 전산장애와 乙 등이 주장하는 재산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乙 등은 최소한 위 사이트에서 안정적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가 가상화폐가 급격히 하락하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전산장애로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도 주문을 할 수 없었다는 초조감과 상실감을 겪게 되었다고 보이므로 이로 말미암아 乙 등이 입게 된 정신적 충격에 대하여 甲 회사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이다. | 민법 제390조, 제393조, 제751조 | null | 【원고, 항소인】
별지1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최의상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빗썸코리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여현동 외 2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7. 22. 선고 2017가합584313, 585019, 587992 판결
【변론종결】
2022. 6. 30.
【주 문】
1. 이 법원에서 확장 및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 중 별지2 표 순번 1 내지 20, 22 내지 94, 96 내지 134 ‘성명’란 기재 원고들과 피고 사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별지2 표 순번 1 내지 20, 22 내지 94, 96 내지 134 ‘성명’란 기재 원고들에게 같은 표 ‘손해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 18.부터 2022. 8. 25.까지는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별지2 표 순번 1 내지 20, 22 내지 94, 96 내지 134 ‘성명’란 기재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별지2 표 순번 21, 95, 135 내지 190 ‘성명’란 기재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3. 별지2 표 순번 21, 95, 135 내지 190 ‘성명’란 기재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항소비용은 위 원고들이 부담하고, 별지2 표 순번 1 내지 20, 22 내지 94, 96 내지 134 ‘성명’란 기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 중 1/5은 피고가, 나머지는 위 원고들이 부담한다.
4.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1. 1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다음 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 2019. 6. 1.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제1심판결 중 당심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제1심 공동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당사자들이 항소하지 않았거나, 항소를 취하함에 따라 모두 분리·확정되었다).
【이 유】
1. 기초 사실 및 원고들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추가하거나 고쳐 쓰는 부분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의 ‘1. 인정 사실’ 및 제1심판결 제6면 제6행~제7면 제12행의 ‘원고들의 주장’ 부분 각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분리·확정된 제1심 공동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제외한다).
○ 제1심 판결문 제6면 아래에서 제5행 마지막 부분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손해의 범위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아래 2)항과 같이 산정한 돈을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한 재산상 손해로 주장하면서 선택적으로 동액 상당의 위자료 지급을 구한다.』
○ 제1심 판결문 제6면 아래에서 제4행~제7면 제12행 사이의 ‘2)항’ 부분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2) 원고별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은 다음과 같다. 2017. 11. 12. 1시경부터 2017. 11. 13. 0시경 사이에, ① 원고들 중 일부는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하여 매도 주문을 시도하였으나 오류 메시지를 받았을 뿐 매도 주문이 접수되지 않았고(별지2 표 순번 1 내지 134 ‘성명’란 기재 원고들, 이하 ‘제1원고들’이라 한다), ② 일부 원고들은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한 상태였으나 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였으며(같은 표 순번 135 내지 189 ‘성명’란 기재 원고들, 이하 ‘제2원고들’이라 한다), ③ 나머지 원고는 가상화폐를 매도하기 위해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하려 하였으나 전산장애로 인해 접속하지 못하였는바(같은 표 순번 190 ‘성명’란 기재 원고 189), 원고들의 손해액은 제1원고들의 경우 원고들이 실제로 매도를 시도하였던 주문 금액 또는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 최종 거래가격[비트코인캐시(BCH, 이하 편의상 ‘비트코인’이라 한다) 2,839,600원, 이더리움 클래식(ETC, 이하 편의상 ‘이더리움’이라 한다) 22,000원]과 2017. 11. 13. 0시경 기준 시세(비트코인 1,735,467원, 이더리움 19,770원)의 차액에 거래 물량을 곱한 금액이고, 제2원고들과 원고 189의 경우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 최종 거래가격(비트코인 2,839,600원, 이더리움 22,000원)과 2017. 11. 13. 0시경 기준 시세(비트코인 1,735,467원, 이더리움 19,770원)의 차액에 원고들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의 물량을 곱한 금액으로서 별지2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금액과 같다.』
2.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관련 법리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390조). 즉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채무의 불이행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라는 객관적 요건과 채무불이행에 대한 채무자의 귀책사유라는 주관적 요건이 필요하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없다는 사실과 손해의 발생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채권자에게 있으나(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49644 판결,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38718, 38725 판결 등 참조), 그 불이행의 귀책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26745, 26752 판결 등 참조).
2) 피고의 채무불이행 여부
앞서 본 사실 및 이 사건 사이트의 약관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피고는 이 사건 사이트의 운영자로서 이 사건 사이트에 가입하여 피고와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이트의 시스템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통신 설비의 확충과 점검, 시스템과 서버의 주기적인 관리, 서버 용량의 확보 등 가상화폐 거래 중개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시설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 보수하여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DB서버(Master)에 과부하가 발생하여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는 등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였는바, 피고는 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전산장애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피고의 귀책사유가 없는지 여부
가) 피고는,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한 이유는 짧은 시간에 예측할 수 없는 정도의 많은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발생하였기 때문인데, 피고로서는 이러한 거래량의 폭증을 예측할 수 없었고 서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증설하는 등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전산장애의 발생에 관하여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제1심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전산장애 발생 당시 기존에 주문량이 많았던 경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양의 주문이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발생한 사실, 피고는 적어도 2017. 7.경부터는 회원 수와 거래량 증가로 인한 DB서버(Master)의 과부하가 전산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2017. 8. 7. 주식회사 동부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MySQL에서 SUNDB로 변환하는 내용의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나 2017. 12. 말경 개발 결과를 피고의 거래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실패하였고, 2018. 1. 22.에는 주식회사 트레이딩컨설팅그룹이음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MySQL에서 Goldilocks로 변환하는 내용의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개발을 중단하였으며, 2018. 2. 28. 주식회사 유젠스에스앤씨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MySQL에서 Oracle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8. 7. 25.경 시스템 교체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을 제7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 사실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전산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조치를 다하여 이 사건 전산장애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가 이 사건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으로 사용한 MySQL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하나의 DB서버(Master)에 구축한 것으로, 이 사건 전산장애의 경우와 같이 회원들의 접속량·주문량이 폭증하는 경우 발생하는 과부하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설립 당시 이 사건 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으로 MySQL을 상용화하면서도 위와 같은 과부하를 분산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 피고의 회원 수는 2017. 5.경 약 50만 명에서 2017. 11.경 약 150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였고 그에 따라 거래량도 급증하였으며, 피고가 이 사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로 지급받은 수수료 매출이 2016년 약 40억 원에서 2017년 약 3,332억 원으로 약 80배 이상 증가하였고, 이 사건 전산장애 발생 전에도 접속장애, 거래장애 등이 10여 차례 발생하여 2017. 7. 24. 23시경부터 오류 메시지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이 사건 전산장애 발생 전까지 시간당 오류 메시지 발생 비율이 10%를 넘는 경우가 17번 발생하는 등 피고로서는 늦어도 2017. 7.경부터는 접속량 및 주문량 폭증으로 이 사건 사이트의 DB서버(Master)에 과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하기 전까지 시스템 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피고가 2017. 8.경 주식회사 동부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MySQL에서 SUNDB로 변환하는 내용의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위 시스템을 이 사건 사이트에 적용하는 데 실패하였을 뿐 아니라, SUNDB는 DB서버(Master)의 처리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강점이 있는 것이지 서버 과부하를 분산하는 데 효과가 있는 클러스터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가 주식회사 동부와 위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서버의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처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4) 제1심 감정인은 DB서버(Master)의 데이터 손실 위험성 때문에 DB서버(Master)의 부하를 분산시키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인 점 등을 고려하면 DB서버(Master)의 과부하 개선 작업을 완료하는 데에 최소한 8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피고가 이 사건 전산장애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한 2017. 7.경부터 8개월이 지난 2018. 3.경 이후에야 DB서버(Master)의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었다고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보고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2018. 2. 28. 주식회사 유젠스에스앤씨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MySQL에서 Oracle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2018. 7. 25.경 시스템 교체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고가 2017. 7.경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MySQL에서 Oracle로 전환하는 시도를 하였을 경우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피고가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Oracle 이외의 다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통해 서버의 과부하를 분산시킬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적 시도가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 및 비용은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피고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이를 피고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회원들에게 전가시킬 수 없다. 이와 반대로 피고가 Oracle 이외의 다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일련의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귀책사유를 부정한다면, 피고로서는 위 계약과 관련된 비용을 지출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는 반면(시스템 교체에 실패한 경우 피고가 개발용역계약상 대금을 전액 지급하여야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원고들로서는 피고의 시스템 관리 실패로 인한 전산장애를 감내하여야만 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게 된다.
(5) 피고는 이 사건 전산장애 발생일인 2017. 11. 12. 15시~16시 사이에 DB서버(Master)로의 시간당 주문량이 20만 건을 초과하였을 때 CloudFlare의 유입량 제어기능을 사용하여 회원들이 웹서버로의 과다 접속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거나, 웹서버로의 접속을 제한하기 위하여 활성화된 웹서버의 수를 줄이고, 또는 위험관리 매뉴얼에 따라서 DB서버(Master)의 과부하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6) 이 사건 전산장애 발생 전에 CloudFlare의 유입량 제어기능을 사용하였더라도 당시 폭증한 주문량을 처리하여 전산장애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는 당시 위 유입량 제어기능을 사용하여 시스템을 안정화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피고가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한 이후 위 제어기능을 통하여 거래시스템 일부를 안정화시킨 점을 고려하면 위 제어기능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한편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위 제어기능을 사용하는 경우 부득이 일부 회원들이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모든 회원들의 접속 및 거래를 정지하고 매도·매수주문을 취소한 이 사건 전산장애와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7) 피고는 새로운 가상화폐를 상장하거나 장애 상태가 발생할 때마다 웹서버, API서버, DB서버(Slaver)를 증설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조치들은 회원 수가 증가하여 웹서버 접속이 지연되거나 조회가 지연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DB서버(Master)의 과부하, 거래장애 및 전산장애 발생 시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 서버들의 증설이 DB서버(Master)의 주문량과 체결량을 증가시켜서 전산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DB서버(Master)의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8) 비록 피고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가 아니어서 위 법률 및 관련 규정의 규율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기준이 주식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기준보다 완화되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주식시장은 영업일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한정된 시간 동안 거래가 가능한데, 이에 반하여 가상화폐 거래소는 휴일까지 포함하여 모든 날 24시간 동안 거래가 가능하고 또한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짧은 기간 동안 다수의 거래가 발생하는 점,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폭이 매우 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는 고객들로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하여 주식시장에 준하는 시스템 안정성 내지 보다 더 안정적인 시스템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약관 제14조(서비스의 유지 및 중지)에 의하면, 피고가 국가비상사태, 정전, 서비스 설비의 장애 또는 서비스 이용의 폭주 등으로 정상적인 서비스 이용에 지장이 있는 때에는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하거나 정지할 수 있으므로, 피고에게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약관규정이 피고가 이 사건 전산장애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까지 피고를 면책시키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약관 제26조에는 피고가 면책되는 사유를 ‘전시, 사변, 천재지변 등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 이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타 기간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서비스 장애로 인한 경우’로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별 손해의 인정 여부 및 손해의 범위
1) 제2원고들 및 원고 189의 청구에 대하여
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원고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매도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하여 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거나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여 이를 매도할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이 이 사건 전산장애로 재산상 손해나 어떠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2원고들 및 원고 189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1원고들에 대하여
가) 별지2 표 순번 21, 95 기재 원고들(원고 27, 원고 132) 부분
원고 27은 이 사건 전산장애 당일 ‘비트코인 183.8626 수량’, 원고 132는 ‘비트코인 4.49775 수량’을 각 일반판매 방식으로 판매하려고 주문하였다가 무산되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하여 입은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으나, 갑 제16, 32, 52호증의 각 기재 및 원고들이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위 원고들 주장의 가상화폐를 주문하였다가 무산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제1원고들 중 원고 27, 원고 13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1) 재산상 손해
이 사건 전산장애로 제1원고들이 주장하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① 전산장애 발생 당시 위 원고들에게 매매의사가 있었다는 점, ② 매도 주문 호가가 당시 호가상황을 고려할 때 체결 가능한 것이었다는 점, ③ 전산장애 종료 후 가상화폐를 매도하여 결과적으로 전산장애 발생 당시보다 불리한 가격에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하여야 한다.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해당 원고들이 전산장애 발생 당시 별지2 표 ‘매도 주문 가상화폐 종류, 주문량, 거래구분’ 기재와 같이 가상화폐 매도 주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갑 제13, 14호증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위 원고들이 주장하는 주문시도 호가 또는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의 거래가격과 같은 내용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 사건 전산장애 직후 하락된 추세에서 등락을 계속하다가 2017. 12. 1. 기준 종가 3,320,500원에 이르고 2017. 12. 20.경 종가 5,050,000원까지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하였으며, 이더리움의 가격도 이 사건 전산장애 직후에는 등락을 계속하다가 2017. 12. 1. 기준 종가 35,740원에 이르도록 상승하였고 이후로도 대체로 시세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던 점, 그런데 이 사건 전산장애 발생 이후 위 원고들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처분하였는지, 처분하였다면 얼마에 처분하였는지 등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가상화폐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전산장애 해소 이후 원고들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주문시도한 호가 또는 직전의 거래가격보다 불리한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위자료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98775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제1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이트의 시스템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였고, 비록 위와 같은 전산장애와 위 원고들이 주장하는 재산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하더라도 최소한 피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사이트에서 안정적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었다고 믿었다가 이 사건 전산장애 당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급격히 하락하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이 사건 전산장애로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도 주문을 할 수 없었다는 초조감과 상실감을 겪게 되었다고 보이므로 이로 말미암아 위 원고들이 입게 된 정신적 충격에 대하여는 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하기로 하되, 그 수액은 위에서 인정된 여러 사정과 아울러 이 사건 전산장애로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었던 기간, 위 기간 동안 원고들이 보유한 가상화폐의 가격이 하락한 점, 위 원고들이 매도하려고 하였던 가상화폐의 규모, 개별적인 주문취소 내역, 이 사건 전산장애로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 가상화폐의 거래가격 및 시스템이 정상화된 직후의 가상화폐의 시세, 그 밖에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및 주문량 폭증이 이 사건 전산장애의 원인이 되었던 사정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위 해당 원고들 1인당 위자료를 별지2 표 ‘손해액’란 기재 금액으로 결정함이 상당하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제1원고들 중 원고 27, 원고 13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별지2 표 ‘손해액’란 기재 금액 및 이에 대하여 위 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 날인 2018. 1. 1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2. 8.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들은 ‘이 사건 소장 제출일’부터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채권은 이행기 정함이 없는 채권이므로, 피고가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므로 위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가. 제1원고들 중 원고 27, 원고 13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
위 청구와 선택적 청구 관계에 있는 제1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고, 위 청구를 인용하게 되더라도 위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인용금액을 초과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원고들의 나머지 선택적 청구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제2원고들 및 원고 189, 원고 27, 원고 132의 청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2원고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가상화폐를 매도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하여 시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거나, 원고 189가 가상화폐를 매도하기 위해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하려 하였으나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하여 접속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원고 27, 원고 132가 그 주장의 가상화폐를 주문하였다가 무산되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므로, 위 원고들에게 이 사건 전산장애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법원에서 변경(확장 또는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원고들 중 원고 27, 원고 132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하고, 제2원고들 및 원고 27, 원고 132, 원고 189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제2원고들 및 원고 27, 원고 132, 원고 189와 피고 사이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제2원고들 및 원고 189의 항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제1원고들과 피고 사이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위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별 지 1]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2] 표: 생략
판사 차문호(재판장) 이양희 김경애 |
232,633 | 대여금 | 2021다231734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함에도 관련 법령과 이에 근거한 조합규약에 정한 총회의결 없이 이루어진 법률행위의 상대방이 그 절차적 요건의 흠결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 못한 경우, 절차적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null | 주택법(2020. 1. 23. 법률 제168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항, 제7항, 주택법 시행령(2019. 10. 22. 대통령령 제30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항 제9호, 제3항, 주택법 시행규칙(2019. 5. 31. 국토교통부령 제6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5항 제3호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국제 담당변호사 이한석 외 1인)
【피고, 상고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그니처 담당변호사 차민혁)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1. 4. 22. 선고 2020나574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관련 법령의 주요 내용
1) 주택법(2020. 1. 23. 법률 제168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는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는 경우에 관할 자치단체장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함을 규정하였고(제1항), 지역주택조합의 설립 방법·절차와 운영·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제7항).
2) 주택법 제11조의 위임에 따라 주택법 시행령(2019. 10. 22. 대통령령 제301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는 지역주택조합의 설립인가신청 시 필수 제출서류로 ‘조합원 전원이 자필로 연명한 조합규약’을 규정하였고(제1항), 조합규약의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총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사항과 그 의결정족수 및 의결절차’를 명시하였으며(제2항 제9호),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였다(제3항).
3)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의 위임을 받은 주택법 시행규칙(2019. 5. 31. 국토교통부령 제6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제5항 제3호는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의 하나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규정하였다.
나. 이 사건 보증약정의 체결
1) 피고는 2017. 10. 18. 부산 남구청장으로부터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2) 원고는 2018. 11. 29. 피고의 보증 아래 일승디앤씨 주식회사에 2억 5,000만 원을 대여하면서, 그중 1억 원에 대하여는 2019. 1. 30.까지, 나머지 1억 5,000만 원에 대하여는 2019. 2. 28.까지 각 변제받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증약정’이라 한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보증약정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앞서 살펴본 관련 법령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조합규약에 필수적인 총회의결사항으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을 명시하도록 하여 이를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의 조건이자 필수적인 요건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는 조합규약에 규정할 필수적인 총회의결사항을 사전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입법적인 조치로서, 이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은 총회의결을 거치지 않는 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 등의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법령상 제한 하에서만 설립인가 및 운영이 가능하다.
나. 지역주택조합의 필수적 총회의결사항에 대한 이러한 법령상 제한은 조문의 위치만 달리 할 뿐 주택건설촉진법이 2003. 5. 29. 법률 제6916호로 전부 개정되어 ‘주택법’으로 명칭이 변경된 때부터 규정되어 있었다. 즉, ‘주택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지역주택조합의 법률행위에 대한 법령상 제한은 이미 일반에 공지된 사항이므로, 이러한 법령상 제한이 없는 통상의 민법상 법인 아닌 사단의 경우와 다르고, 한편 지역주택조합 대표자의 대표권 범위는 법률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그 권리능력 범위 내에서 대표이사의 포괄적 대표권이 법률로 명시된 주식회사와도 다르다. 이에 더하여 관련 법령과 지역주택조합의 조합규약에 따라 적법하게 총회 소집·의결을 거치기 위해서는 총회 목적·안건 등에 관한 이사회 의결·공고기간·조합원 전원에 대한 통지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사정까지 고려하면, 지역주택조합과 사이에 그 조합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려는 제3자는 사전에 총회의결의 존부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해석상 예정된 것이자 당연히 기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은 원칙적으로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만으로 엄격히 제한되는(주택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등 그 조합원 자격 제한을 통하여 무주택 세대주와 그 세대원들의 주거 안정을 보호할 필요성을 비롯한 지역주택조합의 특성·목적·역할·기능에 내재된 공공성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무주택 세대주들이 주택 마련을 위해 지역주택조합을 설립하여 주택건설사업을 장기간 동안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소수 임원의 전횡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택조합과 그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다. 관련 법령 전체의 내용·취지 및 형식에 비추어 보면,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3항 및 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3호는 단순히 비법인사단의 자율적·내부적인 대표권 제한의 문제가 아니라 그 법률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와의 계약 해석에 있어서도 그 제3자의 귀책을 물을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그 조항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함에도 관련 법령과 이에 근거한 조합규약에 정한 총회의결 없이 이루어진 법률행위의 상대방으로서는 그 절차적 요건의 흠결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밝히지 못하는 한 절차적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하는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앞서 본 관련 법령의 취지와 내용·연혁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러한 해석이 지역주택조합과의 계약 상대방의 예측가능성 또는 거래의 안전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볼 수 없고, 이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거래 상대방이 입게 되는 손해는 그 거래의 구체적인 경위와 경과 등에 기한 지역주택조합의 책임 여하 및 정도에 따라 일정 부분 배상을 받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원고가 지역주택조합으로 설립된 지 불과 1년 남짓 경과되었을 뿐인 피고와 2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이 사건 보증약정을 체결하는 행위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의 체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보증약정을 체결하기 전에 관련 법령 및 이에 근거한 조합규약에 따라 당연히 피고의 총회의결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해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보증약정 체결 당시 피고가 총회의결을 거쳤는지, 원고가 피고의 총회의결 존부를 확인하였는지 혹은 그러한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그 과실 등 책임을 지울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이 사건 보증약정의 효력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제1심에서부터 상고이유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보증약정의 효력을 다툰 피고의 주장은 이러한 취지까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그럼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를 유효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보증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30,885 | 청구이의 | 2021다311111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정한 민법 제163조 제5호가 세무사 등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세무사를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10년) | [1] 민법은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면서 제163조를 두어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을 규정하였고, 그중 제5호에서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계리사 및 사법서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을 규정하였다. 그 후 민법이 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면서 계리사를 공인회계사로, 사법서사를 법무사로 법령에 맞게 용어를 바꾸었을 뿐 그 내용의 변경은 없었다. 한편 세무사 제도는 민법 제정 이후인 1961. 9. 9. 법률 제712호로 세무사법이 제정되면서 마련되었다. 이러한 법령의 제·개정 경과 및 단기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다가 ‘직무에 관한 채권’은 직무의 내용이 아닌 직무를 수행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점,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자격사 외의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도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어떤 채권이 그 적용 대상이 되는지 불명확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만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세무사와 같이 그들의 직무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3조 제5호가 유추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2] 세무사의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세무지식을 활용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세무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세무사를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고,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 [1] 민법 제163조 제5호 / [2] 민법 제162조 제1항, 상법 제4조, 제5조 제1항, 제64조, 세무사법 제1조, 제1조의2, 제2조의2, 제3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11조, 제12조, 제12조의2, 제12조의3, 제12조의4, 제15조, 제16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캡 담당변호사 홍성만)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알찬 외 2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11. 26. 선고 2020나703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의 준비서면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기재하지 않았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원고는 2022. 1. 28.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였으나, 상고기록접수통지서가 송달된 때로부터 20일이 지났으므로, 상고이유서 제출은 부적법하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제주시 (주소 생략)에 있는 이 사건 빌라를 매수한 뒤 2014. 2. 24.경 소외인에게 이 사건 빌라를 임대하면서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위임하였다.
2) 소외인은 2015. 5.경 세무사인 피고에게 이 사건 빌라를 포함하여 소외인이 숙박업을 운영하는 빌라 6채에 관한 세금신고업무를 위임하였다.
3)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2015. 5. 31. 2014년 종합소득세, 2015. 7. 21. 2015년 상반기 부가가치세, 2016. 1. 22. 2015년 하반기 부가가치세, 2016. 5. 26. 2015년 종합소득세, 2016. 7. 21. 2016년 상반기 부가가치세, 2016. 8. 25. 2016년 하반기 부가가치세, 2016. 9. 27. 이 사건 빌라의 양도소득세, 2017. 5. 26. 2016년 종합소득세를 각 신고하였다.
4) 피고는 2019. 12. 17. 수원지방법원 용인시법원 2019차전7498호로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이 수행한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용역비 4,29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피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지급명령(이하 ‘이 사건 지급명령’이라 한다)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5) 원고는 위 지급명령 정본에 기한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을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3년인 것과의 균형상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도 민법 제163조 제5호를 유추적용하여 3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뒤, 피고의 위 용역비 채권 중 2017. 5. 26. 신고한 2016년 종합소득세 관련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민법은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면서 제163조를 두어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을 규정하였고, 그중 제5호에서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계리사 및 사법서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을 규정하였다. 그 후 민법이 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면서 계리사를 공인회계사로, 사법서사를 법무사로 법령에 맞게 용어를 바꾸었을 뿐 그 내용의 변경은 없었다. 한편 세무사제도는 민법 제정 이후인 1961. 9. 9. 법률 제712호로 세무사법이 제정되면서 마련되었다.
이러한 법령의 제·개정 경과 및 단기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다가 ‘직무에 관한 채권’은 직무의 내용이 아닌 직무를 수행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점,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자격사 외의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도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어떤 채권이 그 적용 대상이 되는지 불명확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만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세무사와 같이 그들의 직무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3조 제5호가 유추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2) 세무사제도를 확립하여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세무사법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고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제1조의2). 누구든지 세무사나 그 사무직원, 세무법인이나 그 사원·직원에게 세무대리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조의2). 세무사는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세무사의 자격이 있다(제3조 제1호). 세무사는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하여야 한다(제6조 제1항). 세무사와 세무사였던 사람 또는 그 사무직원과 사무직원이었던 사람은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1조). 세무사는 그 외에도 성실의무, 탈세 상담 등의 금지의무, 명의 대여 등의 금지의무, 금품 제공 등의 금지의무, 계쟁권리의 양수 금지의무, 공무원 겸임 또는 영리 업무 종사 금지의무를 부담한다(제12조, 제12조의2, 제12조의3, 제12조의4, 제15조, 제16조).
이와 같이 세무사의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세무지식을 활용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세무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세무사를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고,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3)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용역비 채권은 2015. 5. 31.부터 2017. 5. 26.까지 발생한 채권으로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한 2019. 12. 17.로부터 역산하여 10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채권 전부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지난 피고의 용역비 채권에 대하여 민법 제163조 제5호를 유추적용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63조 제5호의 해석 및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30,895 | 시정명령등취소청구의소 | 2020두35219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5호, 제2항,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7호 (나)목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구속조건부 거래 중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 제한의 의미 및 이때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제5호, 제2항,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2. 11. 대통령령 제251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7호 (나)목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구속조건부 거래 중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는 해당 행위의 의도와 목적, 효과와 영향 등 구체적 태양과 거래의 형태,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시장 상황, 사업자 및 거래상대방의 시장에서의 지위, 제한의 내용과 정도, 경쟁에 미치는 영향, 구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행위와 함께 또는 그 수단으로 사용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5호(현행 제45조 제1항 제7호 참조), 제2항(현행 제45조 제3항 참조),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2. 11. 대통령령 제251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7호 (나)목[현행 제52조 [별표 2] 제7호 (나)목 참조] |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두17435 판결 | 【원고, 피상고인】
더블유 엘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인코포레이티드(W. L. Gore & Associates, Inc.)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시규 외 4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봄 담당변호사 김민우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 23. 선고 2017누7678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법리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8. 13. 법률 제120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3조 제1항 제5호, 제2항,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4. 2. 11. 대통령령 제251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별표 1의2] 제7호 (나)목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구속조건부 거래 중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해당 행위의 의도와 목적, 효과와 영향 등 구체적 태양과 거래의 형태,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시장 상황, 사업자 및 거래상대방의 시장에서의 지위, 제한의 내용과 정도, 경쟁에 미치는 영향,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한 다른 행위와 함께 또는 그 수단으로 사용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두17435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위에서 본 법리를 토대로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2009. 3. 31.부터 2012. 12. 21.까지 국내 아웃도어 제품 제조·판매업체(이하 ‘고객사’라 한다)에 기능성 원단인 고어텍스를 판매하면서,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1) 원고들은 중간재를 브랜드화하여 최종 완제품에 그 상표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중간재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사업모델을 채택하고, 고어텍스 원단이라는 중간재에 대한 고급 브랜드 전략을 수립·시행하였다. 고객사가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원고 더블유 엘 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인코포레이티드(W. L. Gore & Associates, Inc.)와 상표 라이선스 계약(Trademark License Agreement)을 체결한 다음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받고, 원고들이 지정한 인증 제조업자(Certified Manufacturer)를 통해 완제품을 위탁 생산하여야 하며, 양산 전 시제품을 원고들에게 보내어 성능 테스트 등 검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제조된 완제품에만 완제품 제조사의 상표 외에 중간재인 ‘고어텍스’ 상표(GORE-TEX)도 함께 표시되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었다. 원고들은 완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완제품 제조사가 누구인지와 관계없이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보증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다. 또한 원고들은 고객사에 대하여 자신의 비용으로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 전시 방법, 사용 목적별 제품 추천 방법, 제품 관리 방법 등 판매사원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 고어텍스 원단이 고급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도록 투자 및 노력을 하여 왔다. 따라서 이 사건 행위의 주된 의도와 목적은 단지 고어텍스 원단 또는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고급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2)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에는 완제품 제조사의 상표뿐만 아니라 중간재인 고어텍스 상표도 함께 표시되었으므로, 원고들은 중간재인 원단 공급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고어텍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의 유통채널을 제한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대형마트는 직영점, 백화점 등에 비하여 저가의 대량판매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제품의 기능 및 품질 보증 등을 설명하는 직원을 투입하기보다는 제품의 정리, 계산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직원만을 고용하여 운영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고어텍스의 고급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대형마트에서의 판매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3) 이 사건 행위 당시 원고들은 고객사에 대하여 완제품의 판매가격을 통제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았다. 또한 전체 유통채널 중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이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한 점, 원고들이 고객사에 대하여 대형마트를 제외한 다른 유통채널에서의 판매는 제한하지 않아서 고객사는 고어텍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직영점, 백화점, 대리점, 아웃렛, 온라인 등을 통해 재고처리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대형마트에서의 판매를 제한한 것은 합리적인 범위 내라고 할 수 있다.
(4) 이 사건 행위가 중단된 이후에도 고어텍스 소재 완제품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행위가 브랜드 내 유통채널 간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는 미미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이 사건 행위의 배경이 된 원고들의 중간재 브랜딩 사업모델 및 고급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구매경험을 제공하는 등으로 브랜드 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원심판단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이 사건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정도로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등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의 공정거래저해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박정화 노태악(주심) |
230,891 | 하수도원인자부담금부과처분취소 | 2019두58773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타 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에 주민친화시설 설치비용이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법리에다가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 제3항, 제4항, 구 김포시 하수도 사용 조례(2019. 6. 26. 경기도김포시조례 제16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조 제1항, 제2항 제2호의 규정 내용 및 체제 등에 비추어 보면,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타 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에 주민친화시설 설치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하수도법 제2조는 ‘하수도’란 하수와 분뇨를 유출 또는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하수관로·공공하수처리시설·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하수저류시설·분뇨처리시설·배수설비·개인하수처리시설 그 밖의 공작물·시설의 총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제3호), ‘공공하수도’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관리하는 하수도를 말한다(다만 개인하수도를 제외한다)고 규정하며(제4호), ‘공공하수처리시설’이란 하수를 처리하여 하천·바다 그 밖의 공유수면에 방류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관리하는 처리시설과 이를 보완하는 시설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호). 또한 구 김포시 하수도 사용 조례는 ‘공공하수처리시설 총사업비’에 관하여 ‘부지매입비, 설계비, 감리비, 시공비 등 총 소요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친화시설은 하수와 분뇨의 유출·처리 등 공공하수도의 본래 기능과 무관하게 공공하수처리시설 등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설치되는 것으로, 공공하수도 또는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개념상 명확히 구분된다. 따라서 하수도법상 공공하수도 또는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주민친화시설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②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이 규정한 원인자부담금 제도의 취지는 타 행위로 인하여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하수 등의 유출, 처리에 필요한 공공하수도의 설치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하여는 그 원인을 조성한 자로 하여금 이를 부담하게 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주민친화시설은 타 행위로 인하여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하수 등의 유출, 처리와는 관련이 없고, 타 행위자가 공공하수도의 설치 등에 대한 원인을 조성한 데에서 더 나아가 주민친화시설의 설치에 대한 원인까지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타 행위자에게 주민친화시설 설치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의 원인자부담금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③ 부담금은 조세에 대한 관계에서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부담금의 형식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하수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하수 및 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공공하수도를 설치·관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책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점,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은 실질적으로 부담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명문의 근거 없이 타 행위자가 부담하여야 할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하수도법 제2조 제3호, 제4호, 제9호, 제61조 제2항, 제3항, 제4항 |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헌법재판소 2007. 12. 27. 선고 2006헌바25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35, 80)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인호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김포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유재성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0. 16. 선고 2018누5529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원고가, 피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의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김포시 장기동, 운양동, 구래동, 마산동 일원 10,965,251㎡의 택지조성사업(이하 ‘김포한강사업’이라 한다)과 김포시 양촌읍 양곡리, 구래리 일원 838,845㎡ 및 김포시 통진읍 마송리, 도사리 일원 989,711.9㎡의 택지개발사업(이하 ‘양곡마송사업’이라 하고, 양곡마송사업과 김포한강사업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사업’이라 한다)의 각 사업시행자이다.
나. 김포시는 이 사건 각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수를 처리하기 위하여 김포하수처리장을 증설하고 통진하수처리장을 신설하기로 하였다(이하 김포하수처리장과 통진하수처리장을 통틀어 ‘이 사건 각 하수처리장’이라 한다).
다. 김포시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원고와 사이에, 김포한강사업과 관련하여 2009. 6.경 원인자부담금 협약을, 2010. 9.경 원인자부담금 변경협약을 각각 체결하였고, 양곡마송사업과 관련하여 2010. 6.경 원인자부담금 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 각 협약을 통틀어 ‘이 사건 각 협약’이라 한다).
라. 이 사건 각 협약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하수처리장의 총사업비(원)’를 ‘이 사건 각 하수처리장의 시설용량(㎥/일)’으로 나눈 금액을 토대로 원인자부담금 단위단가를 산정하고, 만약 총사업비 등이 변경되면 최종 납부 전 그 변경된 금액을 기준으로 원인자부담금을 재산정하여 정산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각 협약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김포한강사업에 관하여는 총 150,301,086,850원의, 양곡마송사업에 관하여는 총 33,608,027,000원의 원인자부담금을 각각 부과하였고, 원고는 위 원인자부담금을 모두 납부하였다.
마. 한편 2010. 2. 26. 하수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방류수 수질기준 중 총인(總燐) 부분이 강화되었다. 이에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총인 처리시설을 추가로 설치함에 따라 증가된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원인자부담금을 재산정하는 내용으로 원인자부담금 변경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절하였다.
바. 피고는 2017. 1. 16. 원고에 대하여, 구 하수도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하수도법’이라 한다) 제61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각 사업으로 인한 원인자부담금 중 원고가 기존에 납부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원인자부담금을 산정함에 있어, 이 사건 각 사업으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에 이 사건 각 하수처리장 상부에 조성된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등의 운동시설(이하 ‘주민친화시설’이라 한다) 설치비용을 포함시켰다.
2. 관련 법령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은 "공공하수도관리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타 공사 또는 공공하수도의 신설·증설 등을 수반하는 개발행위(이하 ‘타 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 공사 또는 타 행위의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자에게 부담시키거나 필요한 공사를 시행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징수방법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4항은 "제2항에 따라 징수한 원인자부담금은 공공하수도의 신설, 증설, 이설, 개축 및 개수 등 공사에 드는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수도법 제61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구 「김포시 하수도 사용 조례」(2019. 6. 26. 경기도김포시조례 제16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조례’라 한다) 제21조 제1항은 "법 제61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타 행위에 대한 원인자부담금은 타 행위에 의해 발생되는 하수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비용과 당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공공하수도로 연결시키기 위한 하수관로 설치비용의 전액을 사업시행자에게 부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 본문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비용은 다음 각호와 같이 산정한 하수발생량에 단위단가(원/㎥/일)를 곱하여 산정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서 "하수발생량에 대한 원인자부담금 단위단가는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별표 5]에 따라 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별표 5] ‘원인자부담금 단위단가 산정방식’은 ‘㎥당 원인자부담금’에 관하여 ‘공공하수처리시설 총사업비’를 ‘공공하수처리시설 시설용량(㎥/일)’으로 나눈 금액에 공공하수도 설치 준공 이후 연평균 생산자물가 상승률 및 경과연수를 반영하여 산정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위 ‘공공하수처리시설 총사업비’란 부지매입비, 설계비, 감리비, 시공비 등 총 소요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다가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 및 체제 등에 비추어 보면,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타 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에 주민친화시설 설치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하수도법 제2조는 ‘하수도’란 하수와 분뇨를 유출 또는 처리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하수관로·공공하수처리시설·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하수저류시설·분뇨처리시설·배수설비·개인하수처리시설 그 밖의 공작물·시설의 총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제3호), ‘공공하수도’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관리하는 하수도를 말한다(다만 개인하수도를 제외한다)고 규정하며(제4호), ‘공공하수처리시설’이란 하수를 처리하여 하천·바다 그 밖의 공유수면에 방류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또는 관리하는 처리시설과 이를 보완하는 시설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호). 또한 이 사건 조례는 ‘공공하수처리시설 총사업비’에 관하여 ‘부지매입비, 설계비, 감리비, 시공비 등 총 소요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친화시설은 하수와 분뇨의 유출·처리 등 공공하수도의 본래 기능과 무관하게 공공하수처리시설 등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설치되는 것으로, 공공하수도 또는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개념상 명확히 구분된다. 따라서 하수도법상 공공하수도 또는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주민친화시설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2)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이 규정한 원인자부담금 제도의 취지는 타 행위로 인하여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하수 등의 유출, 처리에 필요한 공공하수도의 설치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하여는 그 원인을 조성한 자로 하여금 이를 부담하게 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주민친화시설은 타 행위로 인하여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하수 등의 유출, 처리와는 관련이 없고, 타 행위자가 공공하수도의 설치 등에 대한 원인을 조성한 데에서 더 나아가 주민친화시설의 설치에 대한 원인까지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타 행위자에게 주민친화시설 설치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의 원인자부담금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3) 부담금은 조세에 대한 관계에서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어야 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부담금의 형식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헌법재판소 2007. 12. 27. 선고 2006헌바2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하수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하수 및 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공공하수도를 설치·관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책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점,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은 실질적으로 부담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명문의 근거 없이 타 행위자가 부담하여야 할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 원심은, 하수도법 제61조 제2항의 ‘타 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에 주민친화시설 설치비용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를 포함시켜 원인자부담금을 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하수도법상 공공하수도와 공공하수처리시설의 개념 및 원인자부담금의 부과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제1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각 협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정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각 협약의 성격이나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간선 하수관로 및 중계펌프장(이하 ‘간선 하수관로 등’이라 한다) 설치비용 부과의 위법 여부(제2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간선 하수관로 등을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취급하여 단위단가를 산정하도록 하는 이 사건 조례 제21조 및 [별표 5]의 규정이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는 등으로 위법·무효라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이 사건 각 사업구역과 관련된 간선 하수관로 등 전체 건설비용을 총사업비에 반영하여 원인자부담금을 산정하더라도 중복부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간선 하수관로 및 중계펌프장 설치비용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총인 처리시설 설치비용 부과의 위법 여부(제3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하수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방류수 수질기준 중 총인 부분이 강화됨에 따라 그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시설의 추가 설치비용을 총사업비에 포함하여 원인자부담금을 산정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원인자부담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노태악 |
232,793 | 업무상배임 | 2022도3717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요건 중 ‘재산상 이익 취득’과 ‘재산상 손해 발생’의 관계 /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이익과 손해 사이에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등 일정한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6도3452 판결(공2022상, 122)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박충근 외 3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2. 2. 17. 선고 2021노223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군수이자 사단법인 ○○군교육발전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의 이사장으로서 이 사건 위원회 재산을 유지 및 보존,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 12. 16.경 ○○축협 조합원들이 ○○군에서 추진하던 신공항 사업을 반대한다는 이유 등으로 ○○군 총무과장 등 직원들에게 지시하여 이 사건 위원회 명의로 ○○축협에 예치된 20억 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고 그 돈을 ○○농협에 재예치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농협에 20억 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이 사건 위원회로 하여금 ○○축협의 정기예금 중도해지로 인해 만기 이자 중 25,365,760원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여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피고인이 ○○축협에 예치된 이 사건 위원회의 20억 원 상당의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고 ○○농협에 이를 재예치한 행위는 이 사건 위원회의 이사장으로서 재산을 유지 및 보존,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한 일련의 행위이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위원회로 하여금 만기 이자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고, ○○농협이 20억 원의 자금을 예치받아 이를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것은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하며,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사도 인정된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여기서 ‘재산상 이익 취득’과 ‘재산상 손해 발생’은 대등한 범죄성립요건이고, 이는 서로 대응하여 병렬적으로 규정되어 있다(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따라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여러 재산상 이익과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재산상 이익과 손해 사이에 서로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등 일정한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6도345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취지는, 이 사건 위원회의 재산을 유지 및 보존,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축협에 예치된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위원회에 만기 이자 중 지급받지 못하게 된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고, ○○농협이 재예치받은 예금을 운용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이익 사이에 대응관계가 있는 등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한 이 사건 위원회의 재산상 손해와 ○○농협의 재산상 이익 사이에는 위와 같은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농협이 20억 원의 운용기회를 취득한 것은 이 사건 위원회와 정기예금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인데, ○○농협은 정기예금계약에 따라 이 사건 위원회에 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중도해지한 예금의 재예치 여부는 피고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고 반드시 정기예금 중도해지에 수반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농협이 이 사건 위원회에 통상적인 이율보다 지나치게 낮은 정기예금 이자를 지급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농협이 취득한 자금운용의 기회가 곧바로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농협이 이 사건 위원회에 통상적인 이율보다 지나치게 낮은 이자를 지급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나, 기록상 이를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농협이 20억 원의 자금을 예치받아 이를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한 것은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제3자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와 이익의 관계 등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주심) 김선수 오경미 |
231,759 | 부당이득금반환 | 2017다257067 | 20,220,82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전원합의체 판결 |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가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공유토지의 일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하는 공유자는 그가 보유한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일반 건물에서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이 건물의 소유권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대지사용권인 대지지분이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전유부분에 종속되어 일체화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서는 이와 같은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이는 대지 공유자들 중 구분소유자 아닌 사람이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집합건물에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그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지므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그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는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제6호, 제7조, 제8조, 제12조 제1항, 제20조, 제21조 제1항, 제22조, 민법 제262조 제2항, 제263조, 제267조, 제741조 |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13948 판결(공2002상, 251)(변경),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76522, 76539 판결(변경)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현)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가 담당변호사 강유호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8. 11. 선고 2016나662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원고는 이 사건 집합건물의 구분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그 대지인 이 사건 토지의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구분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구분소유자로서 그 소유의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대지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원심은 이와 무관하게 피고가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대지를 점유·사용하여 이익을 얻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나.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은 제2조 제5호에서 "건물의 대지"는 전유부분이 속하는 1동의 건물이 있는 토지와 제4조의 규약에 따라 건물의 대지로 된 토지를 말한다고 정하고, 제2조 제6호에서는 "대지사용권"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지사용권은 집합건물이 존재하고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면 성립하는 것이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9다2614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아니면서 대지 공유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하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라 한다)이 대지사용권으로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대지 공유지분(이하 ‘적정 대지지분’이라 한다)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가.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와 대법원 판례
1)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기 때문에(민법 제263조 후단) 공유자 중 일부가 공유토지의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하는 경우에 비록 그 특정 부분이 자기의 지분비율에 상당하는 면적의 범위 내라 할지라도 다른 공유자들 중 지분은 있으나 사용·수익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배타적 사용·수익을 하고 있는 모든 공유자가 사용·수익을 하지 못하는 공유자의 지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하고 있다는 것이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이다(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1814 판결, 대법원 1991. 9. 24. 선고 88다카33855 판결 등 참조).
2) 집합건물 대지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적용되는지 문제 된다.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대지 공유자와 구분소유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공유자 중의 일부가 대지 전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면 다른 공유자들 중 지분은 있으나 사용·수익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그자의 지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하고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13948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76522, 76539 판결 등 참조). 또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이 사건 사안과 달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도, 판례는 ‘구분소유자들은 대지에 관하여 구분소유자 외의 다른 공유자가 있는 경우에는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대지를 사용·수익·관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그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1다58701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 판례는 구분소유자의 대지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를 판단할 때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대법원은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른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들은 대지권으로 등기된 지분에 기하여 대지를 정당하게 점유하고 있고 이들은 어떠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입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보았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40177 판결 참조). 또한 판례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인 구분소유자가 대지지분을 가지지 않았던 사안에서는, ‘대지사용권 없는 전유부분의 소유자는 그 대지 중 전유부분의 대지권으로 등기되어야 할 지분(또는 전유부분이 집합건물 전체 전유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동일한 지분)의 소유자에게 그 지분에 상응하는 면적에 대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72779, 72786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219419, 219426 판결 등 참조).
3) 이 사건의 쟁점은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서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의 논의에서 출발한다.
나. 쟁점에 대한 판단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으므로 공유토지의 일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하는 공유자는 그가 보유한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다른 공유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일반 건물에서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이 건물의 소유권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대지사용권인 대지지분이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전유부분에 종속되어 일체화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서는 이와 같은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고, 이는 대지 공유자들 중 구분소유자 아닌 사람이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집합건물에서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그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지므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그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는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일반 법리와 다른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 법리
가) 토지와 건물은 독립한 별개의 부동산이고 건물은 토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건물소유자가 대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이 필요하고, 대지에 대한 이와 같은 권원 없이 건물을 소유하면 그로 인하여 대지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일반 건물의 대지가 공유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공유자 중 1인이 공유토지의 일부를 배타적으로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다면 그가 보유한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다른 공유자의 지분권에 기초한 사용·수익권을 침해한다는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건물소유자가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으로서 대지 공유지분 전부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일반 법리에 따라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공유자는 그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263조 전단), 건물소유자는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으로 확보한 대지지분만을 상실할 수도 있다.
나) 집합건물의 경우 구분소유자들이 각 소유하는 전유부분에 대해서도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으로서 대지사용권이 확보되어야 한다. 대지사용권은 통상 다수의 구분소유자들이 대지의 소유권을 공유하거나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등의 용익권 등을 준공유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집합건물법은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고(제20조 제1항), 구분소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고 정하여(제20조 제2항)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종속적 일체불가분성을 선언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 사이에 일체불가분성에 따른 상호대응관계를 인정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5다15048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6047 판결 등 참조). 또한 집합건물법 제7조는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아니한 구분소유자가 있을 때 그 전유부분의 철거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 자는 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구분소유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구분소유권의 매도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 사이의 일체화가 이루어진다.
이에 따르면, 구분소유자가 대지를 사용·수익할 권원으로 확보한 대지지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전유부분과 개별적으로 일체화되어 전유부분에 결합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대지지분에 대한 권리관계는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는 일반적인 공유관계와 다른 특수성이 존재하므로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다) 집합건물법 제8조는 대지 위에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건물이 속하는 1동의 건물이 있을 때에는 그 대지의 공유자는 그 건물 사용에 필요한 범위의 대지에 대하여는 분할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제22조는 대지사용권에 대하여는 공유자가 그 지분을 포기하거나 상속인 없이 사망한 때에 그 지분이 다른 공유자에게 각 지분의 비율로 귀속하도록 한 민법 제267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이는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 사이의 일체불가분성을 해치지 않기 위하여 민법과 달리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 행사 및 추가 지분 취득을 일부 제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집합건물법의 규정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대지 공유자들 중 구분소유자 아닌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대지 공유관계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2) 부당이득 성립 요건의 미충족
가) 집합건물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 사이에 일체불가분성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제20조), 각 공유자의 지분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르고(제12조 제1항), 구분소유자가 둘 이상의 전유부분을 소유한 경우에 규약으로써 달리 정하지 않는 한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대로 각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제12조). 이러한 규정에 의하면 구분소유자가 대지사용권으로 보유하여야 할 적정 대지지분은 원칙적으로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집합건물법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2다72469 판결 참조). 구분소유자가 이와 같은 취지에 따라 대지사용권으로 취득해야 할 적정 대지지분을 모두 확보한 경우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대지 전부를 온전히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공유자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고,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수익할 수 있을 뿐인 일반 공유관계와 차이가 있다(민법 제262조 제2항, 제263조 후단).
나)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집합건물법에서 필요로 하는 대지사용권의 범위를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다른 대지 공유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적정 대지지분에 기하여 대지를 전유부분 면적 비율로 사용·수익하는 것인 이상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을 수익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대지를 사용·수익하면서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집합건물의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으로서 대지지분이 개별적으로 일체화되는 관계임을 고려하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다른 구분소유자인 대지 공유자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해서도 대지의 사용권원으로서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온전히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대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다) 나아가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와 구분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수익으로 인한 이해관계를 부당이득반환을 통하여 조정할 때에는 공평·정의의 이념에 기초하는 부당이득반환제도의 취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집합건물법의 취지에 따라 필요한 대지사용권을 모두 확보하였고,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 취득 또는 상실에 관여할 수 없어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존재하게 된 데에 어떤 원인을 제공한 바도 없다. 따라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구분소유자와 사이에서 대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여 입게 된 불이익을 조정할 때, 적어도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제외하는 것이 공평과 정의에 근거한 부당이득반환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3) 현실적인 필요성
가)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다른 구분소유자인 대지 공유자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정 대지지분을 보유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 구분소유자로서는 부당이득반환의무의 부담 없이 전유부분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기 위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 이는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을 확보하고 양자가 분리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여 대지사용권 없는 구분소유권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집합건물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과 합리적 규율을 도모하려는 집합건물법 제2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다73090 판결 등 참조).
나)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이 각자 보유한 대지지분의 비율과 관계없이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하여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면,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로서는 대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는 손해를 전보받기 위하여 모든 구분소유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만 한다. 이 경우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된 구분소유자가 그 손실을 회복하기 위하여 다시 다른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자신의 지분권 침해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종국적으로 그 손실을 부담하는 반면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가 부담하게 되는 손실은 그만큼 적어지게 되고, 이는 정의 관념에 어긋나는 결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 이러한 경우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다시 다른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연쇄적 소송으로 이어져 모든 구분소유자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부당이득반환에 따른 법률관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진다. 따라서 적어도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당초 이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의 관념과 소송경제 등의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다. 판례의 변경
이와 같이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서는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므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구분소유자가 적정 대지지분의 보유 여부를 불문하고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또는 그로부터 대지 공유지분을 양수한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전유부분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13948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76522, 76539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아버지인 소외인으로부터 1978. 7. 10. 이 사건 토지 중 39.188/461.4 지분을 증여받고, 2011. 5. 10. 이 사건 토지 중 58.78/461.4 지분을 상속받아, 현재 이 사건 토지 중 97.968/461.4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2) 이 사건 집합건물(건물 연면적 1,118.88㎡)은 1980. 12. 5. 건축되었는데, 원고나 소외인은 현재까지 이 사건 집합건물을 소유한 적이 없다.
3) 피고는 2003. 8. 29. 이 사건 집합건물 중 (호수 생략)(면적 43.93㎡, 이하 ‘이 사건 전유부분’이라 한다)과 이 사건 토지 중 18.12/461.4 지분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한편 이 사건 토지에는 이 사건 집합건물 외에 다른 구분소유자가 소유한 가건물(면적 93.3㎡)도 소재하고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피고가 소유한 이 사건 토지의 공유지분 비율은 0.0392(소수점 넷째 자리 미만은 버림)이고, 이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있는 가건물을 제외한 이 사건 집합건물의 전체 전유부분 면적 대비 이 사건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과 일치한다(이 사건 집합건물의 전체 전유부분 면적에 가건물의 면적을 합산하여 계산하더라도 피고는 구분소유자로서 취득하여야 할 대지지분을 모두 확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필요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다. 피고는 대지의 점유·사용으로 인해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인 원고의 지분권을 침해하여 손해를 가하였다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대지지분을 소유하였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원고의 대지 공유지분에 해당하는 차임 상당액 중 이 사건 전유부분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계산한 금액에 대하여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철상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안철상의 보충의견
가.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논거를 아래와 같이 보충하고자 한다.
1)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서는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가) 우리 민법은 하나의 물권의 객체는 하나의 독립된 물건이어야 한다는 일물일권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민법 제215조 제1항은 "수인이 한 채의 건물을 구분하여 각각 그 일부분을 소유한 때에는 건물과 그 부속물 중 공용하는 부분은 그의 공유로 추정한다."라고 정하고, 나아가 집합건물법 제1조는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는 그 각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라고 정하여 일물일권주의의 예외로서 건물의 구분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1동의 건물에 대하여 구분소유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물리적인 측면에서 1동의 건물이 존재하고 구분된 건물부분이 구조상·이용상 독립성을 갖추면서, 물리적으로 구획된 건물부분을 각각 구분소유권의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가 있으면 되고(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0다7157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구분소유자들은 각자 전유부분을 개별적으로 소유하면서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다.
구분소유자들은 전유부분을 구분소유하면서 공용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지 전부를 공동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7670 판결 등 참조), 실질적으로는 각자 대지를 전유부분 면적 비율만큼 사용·수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집합건물법 제21조 제1항, 제12조 제1항은 구분소유자가 둘 이상의 전유부분을 소유하는 경우 각 전유부분에 따르는 대지사용권은 각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른다고 정한다. 또한 집합건물법 제19조에 의하면 건물의 대지 또는 공용부분 외의 부속시설을 구분소유자가 공유하는 경우에 그 대지 및 부속시설에 관하여 제15조, 제15조의2, 제16조를 준용하고, 제15조 제1항과 제15조의2 제1항, 제16조 제1항에서는 각각 공용부분의 변경, 관리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결의로써 정하도록 한다. 그런데 각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은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른 지분의 비율에 의한다(집합건물법 제37조 제1항, 제12조 제1항). 즉, 집합건물 대지의 변경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구분소유자인 대지 공유자들이 가지는 대지지분의 비율이 아니라 각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따라 산정된 지분의 비율에 따른다는 것이다.
나아가 구분소유자들의 집합건물 대지에 대한 이와 같은 사용·수익관계는 구분소유자들이 대지 중 각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특정 부분을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하는 것과 법률적으로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원래 부동산에 대한 공동점유자의 부당이득반환채무는 불가분채무이지만(대법원 1981. 8. 20. 선고 80다2587 판결, 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0다13948 판결 등 참조), 이미 실무는 집합건물에서 구분소유 관계의 특성과 일반적인 법 감정을 반영하여 구분소유자들의 대지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분할채무임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고, 대법원 판례 역시 같은 입장(대법원 1991. 9. 24. 선고 88다카33855 판결,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40177 판결 등 다수)에 있다는 점은 이러한 관념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는 민법상 일반적인 공유관계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나) 대법원은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당초 건물을 분양받을 당시의 대지 공유지분의 비율대로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는 경우 구분소유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진다고 보아 구분소유자들 사이에서는 대지 공유지분의 비율 차이를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119870 판결 등 참조). 만약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대지 공유관계를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해석하면, 구분소유자들은 자신이 대지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전유부분을 소유함으로 인해 항상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상호 간에 연쇄적으로 대지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집합건물이 존속하는 기간 동안에는 이러한 법률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결국 집합건물의 안정적인 소유관계를 해치게 된다. 이에 앞서 본 대법원 판례는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대지 공유관계에서 이미 민법상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의 적용을 일부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구분소유자 중 1인이 적정 대지지분을 초과하는 대지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초과하는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실제로 구분소유자 아닌 사람이 그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과 차이가 없고, 초과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는 이미 적정 대지지분만으로도 대지를 온전히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지는 이상 이를 초과하는 대지지분을 실제로 수익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처럼 초과 대지지분을 가지는 구분소유자가 그 초과하는 대지지분권에 기하여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다른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이론을 정립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해 둔다.
2)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는 대지에 대한 공유지분이 있음에도 대지를 사용·수익하지 못하고 있는데,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가 적정 대지지분에서 부족한 지분의 범위에서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일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집합건물법에서 요구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이 생겨난다.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은 바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가 취득하지 않은 대지 공유지분인 것이고, 그 구분소유자가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로부터 부족한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 침해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는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지지분을 모두 확보하지 못하였음에도 대지를 전유부분 면적 비율로 점유·사용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득에 법률상 원인도 없다. 따라서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는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하여 대지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러한 결과가 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이때 그 부당이득반환범위는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차임 상당액 중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들의 부족 지분의 비율에 따라 산정한 금액이다.
다만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라 할지라도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에 대하여 대지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도 문제 될 수 있다. 예컨대, 적정 대지지분을 가지지 못한 구분소유자가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와의 관계에서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대지 전부에 대한 무상 사용권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지 않는 것도 상정할 수 있다. 향후 이 점에 관한 대법원의 세부적인 판시가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3)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로서는 적정 대지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면 그 청구의 상대방을 정하기 위해 해당 전유부분의 적정 대지지분을 산정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적정 대지지분이 의미하는 ‘전유부분 면적 비율’을 산정하는 것은 집합건물법의 여러 규정에서 이미 예정하고 있다. 즉, 공용부분에 대한 각 공유자의 지분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르고(제12조 제1항), 일부 공용부분으로서의 면적이 있는 것은 그 공용부분을 공용하는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배분하여 그 면적을 각 구분소유자의 전유부분 면적에 포함한다(제12조 제2항). 또한 집합건물법은 관리단이 그 재산으로 채무를 전부 변제할 수 없는 경우에 각 구분소유자가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는 관리단의 채무 역시 규약으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른 지분의 비율에 의하여 산정하고(제27조 제1항, 제12조 제1항), 각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은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른 지분의 비율에 따르며(제37조 제1항, 제12조 제1항), 건물이 일부 멸실된 경우 공용부분을 복구한 자는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른 지분의 비율에 따라 복구에 든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제50조 제2항, 제12조 제1항).
그리고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가 민법의 공유물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구분소유자 전원을 상대로 대지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때에도 구분소유자들의 각 부당이득반환범위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적정 대지지분’과 동일한 값인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을 주장·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때도 결국 구분소유자 아닌 대지 공유자 입장에서는 적정 대지지분을 산정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나. 이 사건과 같이 대지권등기가 되지 않은 집합건물의 경우 대지권등기가 용이하게 마쳐지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밝혀둔다.
1) 대지권등기는 구분건물과 대지권의 일체적 처분에 따르는 권리관계의 통일적 공시를 위하여 집합건물의 등기기록에 대지권의 표시에 관한 사항을 등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지권이란 전유부분과 처분의 일체성이 인정되는 대지사용권을 뜻하는 것이고, 대지권등기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대지권은 성립할 수 있다.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1984. 4. 10. 법률 제3725호로 제정된 것, 이하 같다) 부칙 제4조에 의하면, 법 시행일(1985. 4. 11.)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부터는 대지권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경우라도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그러나 대지권등기가 마쳐지지 않아 건물 등기기록과 토지 등기기록이 따로 유지되면서 별개로 공시되는 한, 실제로는 양자가 분리처분될 가능성이 계속 존재할 뿐만 아니라, 집합건물법 제20조 제3항에 따라 선의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어 처분의 일체성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구분건물의 소유자가 대지권등기를 하여 그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처분할 수 없는 권리임이 공시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2) 구 집합건물법이 1985. 4. 11. 시행되기 전에 건축된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일반건물 등기기록 양식으로 등기되었는데, 그 등기양식의 특성상 대지권등기를 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집합건물의 대지권등기가 마쳐지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일반건물 등기기록 양식을 구 부동산등기법(1984. 4. 10. 법률 제3726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의 시행에 따라 새로 마련된 구분건물 등기기록 양식으로 이기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구분건물 등기용지의 개제작업’은 구 부동산등기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인 1987. 4. 9.을 시한으로 시행되었는데, 구 부동산등기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대지사용권에 대하여 분리처분이 가능하다는 규약을 등기소에 제출하지 않으면 등기공무원이 직권으로 대지권등기와 대지권인 취지의 등기를 하도록 하였다[구 부동산등기법 부칙 제2조, 구 「부동산등기법 부칙 제2조에 따른 대법원규칙」(1985. 3. 14. 대법원규칙 제904호로 제정된 것)].
그런데 1992. 5. 13. 구 「부동산등기법 부칙 제2조에 따른 대법원규칙」이 폐지된 이후, 그 기간 내에 개제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집합건물을 구분건물 등기기록 양식으로 이기하기 위하여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표시변경등기를 실행할 수는 없고, 구분소유자 등 현재 구분건물의 등기명의인이 집합건축물대장 정보를 제공하여 구분건물로 표시변경등기를 신청하여야 한다(부동산등기선례요지집 제9권 제131항). 이와 같은 표시변경등기는 1동 건물에 속하는 구분건물 전부에 대하여 1등기기록을 사용하도록 하는 부동산등기법 제15조 제1항 단서로 인해 구분건물의 소유자가 개별적으로 자신의 구분건물에 대해서만 신청할 수는 없다. 다만 구분건물의 소유자는 부동산등기법 제46조 제2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다른 구분건물 소유자를 대위해서 다른 구분건물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구분건물로의 표시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3) 기존의 일반건물 등기기록 양식에서 구분건물 등기기록 양식으로 표시변경등기가 마쳐진 경우에, 구분건물의 소유자가 이미 대지에 대한 지분이전등기를 마쳤고 분리처분이 가능하다는 규약 등도 없다면 자신의 구분건물에 대한 대지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 경우 구분건물의 소유자는 자신의 구분건물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대지권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 나아가 구분건물의 소유자가 부동산등기법 제41조 제3항에 따라 다른 구분건물 소유자를 대위해서 다른 구분건물에 관하여 이미 존재하는 대지권의 등기를 신청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으나, 등기실무상의 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등기예규 등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향후 대지권등기를 통한 구분건물과 대지권의 통일적 공시가 더욱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부동산등기법 등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하거나 등기실무의 운용을 개선하는 등의 세부방안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아울러 덧붙인다.
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주심)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231,757 | 손해배상(기) | 2018다212610 | 20,220,8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전원합의체 판결 | 구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 [다수의견]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때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구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고 한다)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고,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에 대해서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 이때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수사와 재판, 그리고 그 집행으로 발생한 손해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경우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독자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고, 위와 같이 재판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판례와 모순되지 않는다.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공권이고, 국가가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위책임이 아니라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자기책임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이해하는 것이 법치국가 원칙에 부합한다. 국가배상을 자기책임으로 이해하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인 공무원의 고의·과실에는 공무원 개인의 고의·과실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 즉 국가의 직무상 과실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국가배상법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 긴급조치 제9호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발령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집행한 것이므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로서 이루어진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강제수사 및 공소제기라는 불가분적인 일련의 국가작용은 대통령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의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대통령의 위법한 직무행위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을 구성하고, 이를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와 그 집행에 포섭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헌법 제29조, 구 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현행 제10조 참조), 제10조 제3항(현행 제12조 제3항 참조), 제53조(현행 제76조 참조), 구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1979. 12. 8. 대통령공고 제67호로 해제) 제1항, 제2항, 제5항, 제7항, 제8항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공2000하, 1403),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공2001하, 2464),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0184 판결(공2005상, 78), 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공2013상, 978),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변경),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변경), 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공2018상, 1111),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공2021하, 1356) | 【원고,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김형태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 10. 선고 2015나202658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45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 및 원고 45 본인의 위자료와 상속분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45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 5는 1979. 10. 25.「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1979. 11. 21. 구속취소로 석방되었다.
2) 소외 1(사망, 원고 38, 원고 39, 원고 40, 원고 41, 원고 42, 원고 43, 원고 44가 그 가족들이다), 소외 2(사망, 원고 55, 원고 56, 원고 57, 원고 58이 그 가족들이다) 및 원고 1, 원고 6, 원고 13, 원고 18, 원고 23, 원고 28, 원고 33, 원고 45, 원고 59, 원고 68(이하 원고 5까지 포함하여 ‘이 사건 본인들’이라 한다)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피고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되어 기소되었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형을 복역하다가 형 집행정지 등으로 석방되었다. 원고 5를 제외한 이 사건 본인들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하여 재심개시결정을 받았고, 이에 따라 개시된 재심절차에서 이들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으며,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원고들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 또는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한 수사 및 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구하였다.
나. 원심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이 그 자체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원고 45의 소 각하 부분은 아래에서 별도로 판단한다).
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와 이를 적용·집행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직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2.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가. 종전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은, 긴급조치 제9호가 그 발령 근거인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나.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때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다50184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등 참조).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제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를 통하여 현실화되었다. 이러한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와 그 발령행위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상 발령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유신헌법은 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령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긴급조치 제9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는 ① 제1, 2, 7항에서 유언비어 날조·유포 및 사실왜곡·전파 행위, 집회·시위 또는 표현물 등에 의하여 대한민국헌법을 부정·비방하거나 개정·폐지를 청원·선동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감독이나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한 학생들의 집회·시위·정치관여 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 하도록 정하여 표현의 자유와 청원권 등을 제한하고, ② 제8항에서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 원리를 부정하고 신체의 자유와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③ 제5항에서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 위반자·범행 당시 소속 학교 등 또는 그 대표자에 대하여 해임 또는 제적, 휴업·휴교·정간·폐간·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정하여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위 대법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위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이고 그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이상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충분하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만으로는 개별 국민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긴급조치 제9호를 그대로 적용·집행하는 추가적인 직무집행을 통하여 그 손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
2)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행위
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형벌에 관한 법령을 제정한 행위나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를 개시하여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 및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는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나 법치국가의 사법질서 확립을 포기하였다. 영장주의는 제헌 헌법(제9조) 이래 현행 헌법(제12조 제3항)에 이르기까지 모든 헌법에 채택되어 확립된 원칙으로, 유신헌법 제10조 제3항 역시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었다. 영장주의는 강제처분의 남용으로부터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이다. 긴급조치 제9호와 같이 영장주의를 완전히 배제하는 특별한 조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도 최대한 피하여야 하고, 그러한 조치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예외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긴급조치 제9호 발령 당시가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예외적 상황에 해당하였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4년 7개월이라는 장기간 영장주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긴급조치 제9호와 같은 조치는 허용될 수 없다.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을 한 경우 비록 그것이 형식상 존재하는 당시의 법령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법령 자체가 위헌이라면 결과적으로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른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참조).
나)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 그에 이은 수사 및 공소제기 등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에 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
영장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라 영장 없이 이루어진 체포·구금은 헌법상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직무집행이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음에도 수사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채 위헌·무효인 긴급조치를 적용하여 내려진 유죄판결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해당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상 직무행위를 포함한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전체적으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때에는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한 손해 전보의 필요성
가)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에 대하여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으며, 긴급조치를 위반한 사람을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하였다.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하면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에 따라 영장 없는 강제수사와 이에 기초한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이라는 절차까지 예정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집행하는 일련의 직무집행을 통하여 그 집행의 대상이 되었던 피해자들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즉,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기본권 침해는 침해의 근거가 되는 일반적·추상적 규범의 발령과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집행하는 일련의 직무집행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나)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위법한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와 긴급조치의 형식적 합법성에 기대어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집행하는 다수 공무원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모여 이루어졌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가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 발령행위 자체만으로는 개별 국민에게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과정에서 개별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거나 개별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증명 또는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처럼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충분하다. 만약 이러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개별 공무원의 구체적인 직무집행행위를 특정하고 그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엄격히 요구한다면 일련의 국가작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오히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어려워지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고(헌법 제10조 제2문), 이는 유신헌법 아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유신헌법 제8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었다면 국가는 그 자신이 부담하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권 침해에 따라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남아 있다면, 국가에 그 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뒤늦게나마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이행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에 손해의 전보책임을 부담시킬 실질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4)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의 경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요건 및 규정 내용에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위헌성이 명백하게 존재함에도 그 발령 및 적용·집행 과정에서 그러한 위헌성이 제거되지 못한 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는 등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통하여 개별 국민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적용·집행에 관한 국가작용 및 이에 관여한 다수 공무원들의 직무수행은 법치국가 원리에 반하여 유신헌법 제8조가 정하는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그 정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평가되고, 그렇다면 개별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어 현실화된 손해에 대하여는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다. 판례 변경
이와 달리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및 적용·집행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3.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본인들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았거나 나아가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을 복역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원고 45의 소 각하 부분
1) 원고 45는 원심 소송계속 중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자 헌법재판소 2018헌바94호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사건을 2014헌바180호 등에 병합한 다음, 2018. 8. 30.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2) 위 위헌결정은 원고 45가 헌법소원을 청구하여 그 결정의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인 이 사건에 미치고,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을 받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근거가 사라진 이상, 원고 45 본인의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소 중 원고 45 본인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부분에 대해서, 원고 45가 2005. 9. 26.경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을 받아 보상금 지급동의 및 청구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생활지원금을 수령함으로써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었다고 보아,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 사건 소 중 원고 45의 재산상 손해를 청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부분 소를 각하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45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 및 원고 45 본인의 위자료와 상속분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45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의미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고,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에 대해서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 이때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수사와 재판, 그리고 그 집행으로 발생한 손해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독자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고, 위와 같이 재판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판례와 모순되지 않는다.
이 의견 중에는 다수의견의 결론을 보강하는 내용도 있지만, 이 사건 쟁점을 판단하고 판례 변경의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다수의견과 논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므로, 별개의견으로 개진하고자 한다(다만 다수의견에서 긴급조치 발령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의견이 다수의견과 명시적으로 배치되지는 않는다).
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이라는 연쇄적 행위에서 이러한 행위에 부분적으로 관여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국가배상책임 성립에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고 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국가배상책임과 다른 측면이 있을 뿐이다.
가) 긴급조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이나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발령한다.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발령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유신헌법 제53조, 제66조). 또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에 대하여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하여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으며,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사람을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에는 다수 공무원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위가 관여된다. 긴급조치 제9호 규정을 입안한 사람, 긴급조치를 발령하기 위한 국무회의 심의에 참여한 국무위원, 그 시행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 등 다수가 관여되어 있으며, 대통령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하였다. 아울러 처벌법규의 제정행위는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이라는 절차를 예정한 것이었고, 실제 다수의 공무원이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였다. 국회는 긴급조치 제9호의 해제를 건의한 적도 없다.
나) 이 사건과 같이 다수 공무원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묻는 경우에는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특정하여 증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경위나 규정 내용,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황 등에 비추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이라는 국가작용에 관여한 다수의 행정공무원들이 그 과정에서 존재하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적인 요소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고의 또는 과실의 의미에 대해서 일반 불법행위책임에서 말하는 고의 또는 과실 개념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법리에 따르더라도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배상법상 피해자 구제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학계에서 주장되는 ‘객관화된 과실’ 관념이나 ‘조직 과실’ 이론 등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위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에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 공무원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위가 관여된 이상 개별 공무원의 구체적인 위법한 직무집행을 특정하여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민법 제760조 제1항은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제2항은 "공동 아닌 수인의 행위 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전항과 같다."라고 정한다. 위 제2항은 여러 사람의 행위가 경합하여 손해가 생긴 경우 어느 행위가 손해의 원인이 되었는지가 불명인 경우에도 모두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민법 규정을 유추하여 보더라도 다수 공무원의 관여 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관여 공무원의 개별적 고의 또는 과실을 특정하여 증명하지 않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다) 다수의견이 일련의 국가작용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여러 불법행위가 연속되어 하나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각각의 불법행위에 위법성과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일련의 국가작용에 대해 특별한 근거 없이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위와 같은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관여 공무원들의 개별적 고의·과실과는 어떤 관계인지, 무관한 것이라면 누구를 기준으로 어떻게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다는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일련의 국가작용에 대하여 모호한 책임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국가배상법 제2조의 요건에 따라 그 책임을 인정하되, 다수 공무원의 관여 행위가 결합되어 국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의 경우에는 공무원의 개별적 고의 또는 과실을 특정하여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면 충분하다.
2)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만으로는 현실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긴급조치 제9호가 예정한 대로 영장 없는 강제수사, 이에 기초한 재판과 형의 집행이라는 절차가 이어졌고 이로 말미암아 개별 국민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되었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비로소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이 되었더라도 그 손해는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할 수 있다. 긴급조치 제9호는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과 함께 그 위반자에 대한 강제수사와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대통령 이외의 국가기관을 통한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이라는 절차를 예정하고 있었다. 더욱이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에서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었던 이상 수사와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에 따른 손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인정된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기관에 소속된 여러 공무원들의 행위가 전체적으로 모여 불법행위가 이루어졌다는 현실에도 부합한다.
3)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에 대하여 법적인 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타당하지 않다.
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그 집행은 일반적인 입법행위의 경우와는 달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1)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에 대해서 국회의원의 입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성립 문제와 같이 국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이라고 하면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발령은 일반적인 입법행위와 같게 보아서는 안 된다.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이 부정되고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만 남는다고 보는 이분론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은 입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제한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회민주주의에서 국회는 다원적 의견이나 각가지 이익을 반영시킨 토론과정을 거쳐 다수결 원리에 따라 통일적인 국가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입법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입법행위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은 합의체 입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 반면 대통령은 독임제 기관으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에서 이를 수습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으로 긴급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 국회의 입법 절차에서는 법률안이 제출되어 국회의원들이 심사와 토론을 거쳐 자유위임에 근거하여 표결을 하며 그러한 과정이 공개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과정에는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요구되는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절차는 국회의 입법 절차와 다르기 때문에, 입법행위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논리가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의 경우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2) 긴급조치 제9호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대상이 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불특정 다수인을 규율하는 일반성·추상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법률과 유사하고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관점에서, 입법행위에 적용되는 기준에 따라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은 배제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국회의원의 입법행위에 대해서 그 입법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되는데도 국회가 굳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긴급조치 제9호의 규정 내용은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반된다. 다수의견에서 보듯이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이 정한 발령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가긴급권의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함으로써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봉쇄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이 명백한데도 대통령은 유신체제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굳이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하였으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입법행위의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대법원 2004다33469 판결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통치행위라는 이유를 들어 긴급조치권 행사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해서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의 행사를 억제하여 그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지만,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하더라도 사법심사의 과도한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할 법원의 책무를 게을리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지극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등 참조).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 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국가긴급권의 행사는 헌법상 발동 요건과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유신헌법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 사법심사권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나아가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부정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이는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는 사정만으로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다. 법관의 재판행위가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말미암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법관의 재판행위가 위와 같은 국가배상책임과 구분되어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를 반드시 판단해야 할 필요는 없다. 사법부 또는 법관의 독립성에 비추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와 이를 적용한 재판행위가 하나의 조직체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처럼 볼 수는 없지만, 긴급조치 제9호 관련 재판으로 인한 손해는 그 발령 등의 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서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독자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위와 같이 재판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법관의 재판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판례와 모순되지 않는다.
한편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이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는 견해는 다음에서 보듯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1)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되었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형을 복역한 사람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당시 예정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와 법관의 재판행위를 통해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이라는 국가작용에 따른 손해의 범위에는 법관의 재판행위로 인한 손해도 포함된다. 그러한 손해에 대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이상 독립적으로 법관의 재판행위가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를 따져 볼 실익이 없다.
2)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례(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16114 판결,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등 참조)에 따를 때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행위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가)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는 명문 규정이나 판례를 통해서 법관의 재판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배제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그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 민법 제839조 제2항은 "공무원이 소송사건의 판결에서 직무상 의무에 위반한 때에는 그 의무 위반이 범죄행위인 경우에만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직무의 집행을 의무에 위반하여 거절하거나 지연한 때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법관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였고 그것이 범죄가 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미국에서는 Stump v. Sparkman 판결[435 U.S. 349, 55 L.Ed.2d 331, 98 S.Ct. 1099 (1978)] 등을 통하여 판사가 재판권이 없음이 명백한데도 재판을 한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는 판례가 확립되었다. 위 사건에서 정신박약증세가 있는 딸의 어머니가 딸에게 불임시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을 하자 법원은 딸에게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하여 어머니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딸은 맹장수술인 줄 알고 불임시술을 받았고, 이에 대해서 적법절차에 관한 권리 침해를 주장하면서 담당 법관 등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스텀프 판사가 사법면책의 원칙에 따라 절대적으로 면책된다고 판단하였다. 프랑스는 사법작용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1972. 7. 5. 법률을 제정하여, 정상적으로 노력하는 법관이 저지르지 않았어야 할 매우 큰 과오로 저지른 과실 또는 타인을 해칠 의사를 드러내는 과실 또는 비정상적으로 결함 있는 행위 양태를 드러내는 과실이나 재판거부의 경우에 한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법관이 위법·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위배되어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 국가배상책임을 진다고 함으로써 법관의 재판에 대한 위법성을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에 관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이외에 다른 법률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관 역시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이고 법관의 재판 역시 국가배상법상 직무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배상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법관의 재판에 법령 규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더라도 이로써 바로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로 되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법관의 오판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16114 판결,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 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법관의 책임에 관하여 국가배상법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데도 여러 차례에 걸쳐 원칙적으로 재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관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제한하는 근저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확보하여 분쟁을 종결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법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소신껏 재판할 수 있도록 하려는 사고가 깔려 있다.
나) 법원의 판결이 재심 등을 통하여 오판이었음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등 참조), 이는 법원의 재판이 오판으로 밝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오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판결을 한 법관에게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위에서 보았듯이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에게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1)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에게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국가배상책임에서 공무원의 과실 유무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법관의 직무수행상 과실은 평균적 법관으로서 가져야 할 주의의무이다. 평균적 법관을 기준으로 주의의무를 정한 것은 규범적으로 사회공동체의 기대 수준의 최소한을 설정한 것으로서, 법관에게 무조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였다. 유신헌법에서 긴급조치 제9호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었던 이상 법관에게 그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전제로 위헌성 심사 없이 유죄판결을 한 것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성이 명백하여 긴급조치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어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문제 된다. 긴급조치의 형식으로 발령되었는데도 위헌성으로 인하여 긴급조치의 실질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아 문언과 달리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축소 해석하는 것을 평균적 법관으로서 주의의무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 수는 없다.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재판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개별적 헌법규정 상호 간에 효력상 차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규범 상호 간의 우열이 헌법의 어느 특정규정이 다른 규정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 있을 정도의 개별적 헌법규정 상호 간에 효력상 차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헌법재판소 2001. 2. 22. 선고 2000헌바3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개별적 헌법규정 상호 간에 효력상 차등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재판에서 이를 판단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균적 법관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1977. 5. 13. 자 77모19 전원합의체 결정은 긴급조치 제9호가 유신헌법에 근거한 것으로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이 전원합의체 결정은 대법원장과 15명의 대법원 판사가 참여하여 전원일치로 나왔다). 그 후 긴급조치 제9호가 합헌이라고 하면서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는 대법원 1978. 5. 23. 선고 78도813 판결, 대법원 1978. 9. 26. 선고 78도2071 판결, 대법원 1979. 10. 30. 선고 79도2142 판결 등이 있다. 긴급조치의 사법심사를 배제했던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에도 불구하고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법관들이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해서 평균적 법관으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이 활성화되어 있는 현재에도 대법원에서 위헌제청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과연 당시의 대법관이 헌법을 올바로 준수하여 재판하지 않았다고 비난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2) 이 사건에서 법관의 오판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법관의 오판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관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행사하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설령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 없이 유죄판결을 한 것이 평균적 법관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하더라도 법관의 재판작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긴급조치의 위헌성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위헌심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 법관의 직무행위라고 볼 수도 있고 이것이 이상적인 법관상을 구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법관이 그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해서 위법한 직무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심사를 배제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나 헌법규정 상호 간에 효력상 차등이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을 담당한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심사를 하지 않고 긴급조치 제9호를 그대로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하였더라도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에도 불구하고 헌법 명문규정을 초월한 헌법적 책무를 법관에게 요구할 수는 없고, 이를 근거로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더욱 타당하지 않다.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에게 이상적인 법관상에 미치지 못하였다는 윤리적, 도덕적 비난을 할 수 있을지언정, 위법한 직무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다.
다)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긴급조치 제9호 위반에 대해 유죄판결을 한 재판이라 하더라도 각각 사안의 내용이나 재판 과정 등은 매우 다양하다. 구금 기간 등 강제수사로 인한 피해 정도,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피해 유무, 피고인으로서 재판상 자백 여부, 긴급조치의 합헌성을 긍정하던 대법원 판례의 하급심에 대한 사실상 구속력, 합의부 재판에서 합의에 관한 담당 법관의 의견, 재판 결과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일률적으로 위법하다거나 고의·과실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라)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던 대법원판결과 비교하여 볼 때 평가모순이 발생하고 이는 사실상 판례 변경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경매법원이 잉여의 가망이 없음에도 그 통지와 경매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우선채권자의 저당권과 지상권이 소멸된 사안(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근저당권설정을 오인·누락한 배당표 작성행위로 실체적 권리관계와 다른 배당표가 확정된 사안(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16114 판결), 법관이 압수수색할 물건의 기재가 누락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사안(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 적법한 제소명령 기간 내에 제소를 하였는데 재판부가 제소기간의 만료일을 오인하여 가압류취소결정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배당을 받지 못한 사안(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9다226975 판결) 등에서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평균적 법관을 기준으로 볼 때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에서 그 위헌성 심사를 해야 할 주의의무 위반보다 위 사안들에서 주의의무 위반을 용이하게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위 사안들에 대해 법관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평가모순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해 온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 실질적으로 상충된다.
마) 법관의 오판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근거 중 하나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확보하여 분쟁을 종결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소송이 확정판결로 종료되었는데도 다시 소를 제기하여 법원이 새로운 재판을 하여야 한다면 법적 평화와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확정판결에는 원칙적으로 기판력이 있기 때문에 그 판결의 정당성에 대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법관의 오판으로 인한 책임을 인정한다면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문제가 된 종전 판결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확정판결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다시 심리하여야 하므로, 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분쟁의 끝없는 순환을 의미할 뿐이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 위헌·무효라고 선언하였고(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다수 선고되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였고, 그 결과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받아 확정된 피해자도 많다. 이러한 판결을 한 법관에게 과오가 있는지 따지고 그 과오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과오와 우열을 가려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가? 현재의 대법원이 유신시대에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자기모순에 빠질 우려는 없을까? 시대나 사회가 변하고 법리가 바뀌어 가면서 이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도 옳지 않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때 또 다시 오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면 확정판결을 둘러싼 분쟁은 끝없이 반복될 수 있다.
바)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독립적인 불법행위라는 견해는 사법권의 독립을 중요한 이유로 들지만,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의 오판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제한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일정한 수준의 과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법관이 소신껏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다. 법관의 재판에 대해서 국가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라. 이 사건의 검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이 사건 본인들이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았거나 나아가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을 복역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피고는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긴급조치 제9호 발령·적용·집행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마. 결론
이 사건은 민주주의가 정착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예외적인 국가불법행위 사건에 속한다. 국가배상법은 이러한 예외적인 사건을 예상하지 못하고 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는 결론은 국가배상법의 해석을 통하여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이 위에서 보았듯이 현재의 법체계를 깨뜨린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예외적 현상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법체계이고, 그것은 법해석을 통하여 좀 더 완결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판결로써 우리 사회가 긴급조치 제9호로 발생한 불행한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과 같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하나, 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6.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가. 이 사건 쟁점과 별개의견의 요지
1) 다수의견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 등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이에 따라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에 관한 국가작용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 다만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국가배상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데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에 관여한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 된다. 이와 관련한 이 사건 쟁점은 헌법 제29조 제1항에서 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특히 이를 구체화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국가배상의 요건으로 정한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성립 요건으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을 규정한 것이 헌법 제29조에서 규정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바395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20. 3. 26. 선고 2016헌바55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는 이상, 국가배상의 본질에 부합하도록 헌법합치적으로 위 조항을 해석하여야 한다.
2) 별개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 제29조의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공권이고, 국가가 공무원 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위책임이 아니라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자기책임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이해하는 것이 법치국가 원칙에 부합한다.
둘째, 국가배상을 자기책임으로 이해하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인 공무원의 고의·과실에는 공무원 개인의 고의·과실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 즉 국가의 직무상 과실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국가배상법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셋째,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으로 공무원 개인의 고의·과실을 엄격히 새기지 않은 것은 자기책임적인 국가배상책임으로 진일보한 의미가 있지만, 기존의 대위책임적인 입장을 극복하지 않은 채 그와 같은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철저하지 못하다.
그 구체적 이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나. 공법적 자기책임으로서 국가배상
1)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여 국가배상청구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가배상청구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점에 더하여 행정청의 처분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인 이상 공법상의 법률관계라고 보아야 하고, 공무수행 중에 발생한 사인의 피해를 전보하는 공익과 사익의 조정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국가배상청구권은 공권으로서 공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 헌법 제29조 제1항을 입법화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경우 헌법 제29조 제1항에서의 ‘불법행위’나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의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가 문제 된다. 이는 국가배상책임의 성질·구조와 관련된 문제이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에 대한 구상책임이나 공무원 개인에 대한 선택적 청구권의 문제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경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직무수행상 통상 예기할 수 있는 흠이 있는 것에 불과하여 여전히 국가 등의 기관의 행위로 보아 전적으로 국가만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고의·중과실에 기한 경우에는 기관행위로서의 품격을 상실하여 공무원 개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되 직무행위로서 외형을 갖춘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과 국가가 중첩적으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시 말해,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경과실인 경우에는 공무원의 직무행위를 국가기관으로서의 행위로 볼 수 있어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자기책임적 입장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고의·중과실인 경우에는 기관행위로서의 품격을 상실하였다고 하여 자기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 기저에 있다. 이는 국가배상법의 대위책임적 구조, 즉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으로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명시하고 있음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국가배상청구권이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는 만큼 그 해석도 헌법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먼저 헌법 규정을 문언적으로 본다.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라고만 규정할 뿐 명문으로 ‘고의·과실’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불법행위’라는 용어가 통상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고의·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지만 헌법 해석에서 반드시 이러한 법률상 의미에 구속될 필요가 없고, 민법 자체에서도 법인의 불법행위능력(제35조)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점유의 경우 유치권의 배제(제320조 제2항) 등에서 반드시 고의·과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헌법 제29조 제1항 제2문에서 ‘공무원 자신의 책임’이라고 규정하였으므로 이에 대응하는 제1문은 ‘국가 자신의 책임’에 대해 규정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헌법 제29조 제1항은 독일 기본법 제34조 및 독일 민법 제839조와 달리 국가의 대위책임으로 확정하고 있지도 않다.
헌법을 체계적으로 보더라도 헌법 제29조 제1항의 국가배상청구권은 기본권의 장에서 제23조 재산권(특히 제3항의 손실보상청구권), 제24조 선거권, 제25조 공무담임권, 제26조 청원권, 제27조 재판청구권, 제28조 형사보상청구권, 제30조 범죄피해보상권 등과 함께 국가공동체적 권리로서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은 손해의 전보, 당사자 사이의 이익 조정 등 순수한 개인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행정활동에 대한 적법성 통제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책임과 국가배상책임을 함께 규정하고 있었던 제헌 헌법 제27조와 달리 1962. 12. 26. 헌법 개정 이후에는 국가배상청구권과 별도로 공무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공무원의 불법행위는 국가의사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그 효과가 국가에 귀속될 수 없다는 국가무책임사상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국가가 불법을 행할 수 없지만 재정적 이유로 대신 책임을 진다는 대위책임설로, 이후 국가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진다는 자기책임설로 전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대위책임설은 국가가 스스로 불법을 행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는 위헌법률심사, 헌법소원, 항고소송 등 사법제도를 통해 국가의 불법이 인정되고 그 법적 효과도 직접 국가에 귀속되는 헌법구조와 조화되지 않는다. 항고소송 등과 달리 불법행위책임에서만 법적 효과가 국가에 직접 귀속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없다. 국가가 행정작용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오늘날의 민주적 법치국가 원리에도 부합한다.
국가배상청구권을 보장한 헌법 규정의 문언적, 체계적 해석이나 역사적, 이론적 배경에 비추어 본다면, 국가배상은 국가의 자기책임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4) 헌법상 국가배상을 자기책임으로 보는 이상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원의 고의·과실’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국가배상을 국가가 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수하는 대위책임으로 이해한다면 공무원의 불법행위 성립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책임요소가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자기책임은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필요로 하지 않고, 국가 자신이 행정을 운영하면서 범한 잘못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제 행정은 공무원 개인의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고 행정운영상의 잘못도 공무원 개인의 행위를 통하여 발생하는 것이지만,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매개로 하지 않고 행정 조직이나 운영상의 결함에 따른 공무원의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 즉 국가의 직무상 과실에 대하여 국가 스스로 책임을 진다.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에는 하나의 공무원 또는 여러 공무원의 책임이 문제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귀속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특정 공무원의 행위에 의한 것이지만 해당 공무원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나 직무 전체의 집합적 과실이 문제 되어 과실을 범한 공무원을 특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행정 조직이나 운영상의 결함으로 국가의 직무에 요구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때에는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이 실천적인 의미를 가지는 국면이 바로 공무원의 개인적인 잘못이 인정되기 어려울 때에도 그것이 직무상 과실에 해당하여 국가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공무원의 과실’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개인의 과실을 의미하지만 그 판단에 있어서는 행정 조직이나 운영상 결함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보아, 국가배상법상 과실에는 전통적인 사법상 불법행위에서의 주관적 책임 요소보다는 약화된 의미로서 직무상 과실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공법적 자기책임으로서 국가배상에 어울리는 헌법합치적인 법률해석이다.
5)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나 그에 따른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 등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살펴본다.
유신헌법 제53조 제1항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때’에도 긴급조치를 발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그 발령 요건이 완화되어 있었다. 또한 유신헌법 제53조 제1항, 제2항은 긴급조치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거나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에게 포괄적이고 강력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 발령 이전에 긴급조치 제4호가 합헌이라는 취지로 판시하였고, 긴급조치 제9호 시행 당시에도 그 합헌성을 여러 차례 인정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주관적 책임요소로서 개인의 고의·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집행하는 과정에 관여한 수사기관과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직무수행은, 당시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 위헌·무효가 선언되지 않았고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심사조차 배제되어 있었던 이상(유신헌법 제53조 제4항), 그 직무수행이 위법하더라도 거기에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개인적인 고의·과실이 인정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한 행위와 이를 적용·집행한 행위는 공무원의 공적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행정 조직이나 운영상의 결함으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저버린 것이고(헌법 제10조 제2문 및 유신헌법 제8조), 그것이 국가의 직무에 요구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것임은 명백하므로 공적 직무수행상 과실, 즉 국가의 직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충분하다. 관여 공무원의 개인적인 잘못이 있는지는 국가배상책임 인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6) 다수의견은, 이 사건과 같이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에 의하여 기본권이 침해된 사안에서는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다. 다수의견이 이 사건에서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고의·과실을 엄격히 요구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지만, 국가배상을 자기책임으로 파악하지 않으면서 그와 같이 공무원 개인의 주관적 책임요소를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철저하지 못하다. 국가배상책임의 성질이나 성립 요건에 대한 판례 변경 없이 주관적 책임요소를 완화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다. 그러한 해석은 국가배상을 공법적 자기책임으로 파악하여 국가의 직무상 과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또한 이는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작용이 문제 되는 특수한 사안에 한정하여 볼 것도 아니다.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고의·중과실에 기한 경우 그 행위는 본질에 있어서 기관행위로서의 품격을 상실하여 국가 등에 그 책임을 귀속시킬 수 없다는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을 주관적 과실만을 의미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등의 취지는 모두 변경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법적 불법행위책임과 달리 국가배상책임에서는 공법적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과 같은 국가배상사건은 원칙적으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다. 이 사건의 검토
다수의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본인들이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되어 수사를 받았거나 나아가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형을 복역함으로써 입은 손해에 대하여 피고는 자기책임으로서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라. 소결론
이상과 같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이하나, 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마. 여론
1) 권위주의 시절에 인권침해를 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우리가 자성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과거를 언제까지나 논란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긴급조치가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라는 점은 이미 오래전에 선언되었으므로, 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더 강하게 무효라고 판시하더라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판결에 따라 비로소 구제받을 수 있게 된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원고 청구 기각판결을 받음으로써 구제받지 못한 다수의 피해자들도 있다. 이들은 실제로 더 크고 심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판결의 기판력에 따라 재판상 구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또 다른 형평의 문제를 일으킨다.
2) "과거는 여는 것이 아니라 닫는 것이다. 여는 것은 미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래를 아름답게 열기 위해서는 과거를 제대로 닫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이 부여한 사법의 역할은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고 법적 평화를 통해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사법의 저울로 과거를 제대로 닫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여기에 입법적 해결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긴급조치 제9호는 잘못된 입법이고, 잘못된 입법으로 인한 국가배상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해당하는 경우 일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규정 내용에 비추어 그 보상금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같은 이유에서 헌법재판소도 재판상 화해 간주를 규정한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전원재판부 결정).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국가배상청구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르는 시간·비용의 소요나 소송결과의 불확실성, 패소판결의 기판력에 따른 피해구제의 불균형 등을 고려하면,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이것이야말로 과거를 닫고 미래를 여는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길이다.
3) 현대 복지국가는 국민의 복지증진과 행복추구를 국가의 중요한 사명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민주화를 이루며 법치국가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국가이다. 이제 그 수준에 걸맞게 실질적 국민의 삶의 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로 국가배상 시스템의 개선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국가배상제도에 공법적 관점을 보강하는 것이다. 공익과 사익의 조정이라는 큰 틀 아래서 공적 부담과 위험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은 절차적 권리가 확보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실체적 권리는 절차적 권리인 소송제도가 완비되어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현행 행정소송법은 1984. 12. 15. 전부 개정이 이루어진 이래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해묵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외면한 것이다. 국가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을 해소하면서 선진 국가에 부합하는 책임 행정을 확보하는 바람직한 길은 행정소송법의 선진화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행정소송법의 개정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에 대한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대한다.
7.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
가. 별개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은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그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강제수사와 공소제기, 유죄판결의 선고로 현실화되었으므로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되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한다.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이에 이르는 이유를 달리하므로 별개의견을 개진한다. 그 요지는 아래와 같은바, 이 사건의 쟁점은 공무원 개개인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관한 것임을 강조하여 둔다.
첫째, 긴급조치 제9호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발령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집행한 것이므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로서 이루어진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강제수사 및 공소제기라는 불가분적인 일련의 국가작용은 대통령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
둘째,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의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대통령의 위법한 직무행위와 구별되는 독립적인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을 구성하고, 이를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와 그 집행에 포섭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나.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로 인한 불법행위
긴급조치 제9호는 다수의견에서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유신헌법이 정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어 목적상 한계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하게 헌법에 위반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함과 동시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이를 집행하면서 긴급조치 제9호의 중대하고 명백한 위헌성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긴급조치를 발령·집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손해를 입은 사람은 국가에 대한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1) 유신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8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제32조 제2항)."라고 정한다. 또한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한다(제46조). 이와 같이 유신헌법은 대통령에게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한다.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은 긴급조치권 행사가 필요한 비상사태, 즉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 내용도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청원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그 위반 시 영장주의를 배제한 채 수사하도록 하며 장기간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 제한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을 상정하기도 어렵다. 긴급조치 제9호가 1975. 5. 13. 발령되어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1979. 12. 8. 해제되기까지 4년 7개월간 존속한 것은 국가긴급권의 시간적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것으로, 급박한 국가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사정과 함께 당시 대통령은 1963년부터 장기간 계속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여 오면서 국정운영의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과 기본권 보호 의무의 내용, 긴급조치권의 행사 시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과 한계,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 따른 위기대응 방식의 적절성 등에 관하여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대통령으로서도 당시 긴급조치의 발령, 집행이 필요할 정도로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협이나 그러한 우려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2)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에 대하여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자에 대한 강제수사와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국가기관을 통한 수사와 재판 등 일련의 집행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1975. 5. 13.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하면서 부칙으로 당일 15:00부터 즉시 시행하도록 하였고, 이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무총리를 통해 국무위원인 내무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에게 명하여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긴급조치 제9호를 집행하도록 지휘하여 위반자에 대한 강제수사절차에 착수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의 지위를 함께 갖는 대통령에 의하여 발령과 동시에 집행된 특수성이 있는바, 그 둘을 분리하여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고찰이다. 수사기관의 긴급조치 제9호 집행행위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긴급조치 제9호를 집행하도록 명령, 지휘한 결과이므로 국가배상법상 대통령의 직무행위의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긴급조치 제9호로 인한 국가배상법에 따른 책임을 판단함에 있어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와 집행행위는 독임제 기관인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행한 연속적 국가작용으로서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직무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3)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으로 말미암아 명백히 예정되어 있던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대통령의 집행행위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장기간 대통령의 직무를 계속적으로 수행하며 다양한 국정운영의 경험을 축적해 온 대통령으로서는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수사와 공소제기 등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의도하였거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신헌법 제정 직후부터 사회 각계각층에서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의 위헌성이나 그로 인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거듭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를 규탄하고 민주주의 헌정질서의 회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집회가 유신시대 내내 끊임없이 펼쳐졌음에도, 대통령은 이러한 요구를 묵살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긴급조치를 계속 발령, 집행하면서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긴급조치 위반행위로 규율하여 행위자들을 대규모로 구속하고 형사처벌을 받게 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이나 그 집행으로 중대한 인권침해적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권자 및 그 집행의 최고지휘·감독자로서 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4) 긴급조치 제9호의 처벌규정은 집행을 예정하고 있고 실제 그 집행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행위와 수사 및 공소제기의 형태로 이루어진 집행행위는 불가분적인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하고 집행함으로써 국가긴급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그 발령과 수사 및 기소행위라는 불가분적인 일련의 국가작용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과 그 집행은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요건에 해당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
다. 법관의 유죄판결로 인한 불법행위
1) 다수의견은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로 인하여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음에도 수사과정에서의 기본권 침해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은 채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한 법관의 재판행위는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고, 그 책임은 재판행위가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다.’고 한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된 피고인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 없이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이하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라 한다)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및 집행행위와 함께 일련의 국가작용에 포섭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권을 법원에 두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정하고 있다(현행 헌법 제101조, 제103조, 제106조 및 유신헌법 제100조, 제102조, 제104조).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관은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국가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함은 물론 입법권과 행정권을 견제할 헌법상 권한과 의무가 있다. 특히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를 집행하는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심사가 가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와 함께 일련의 국가작용으로서가 아니라 이와 별개의 독립적인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을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일반적으로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그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로 되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참조).
그러나 영장주의를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서 묵과할 수 없는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하여 여느 일반 법령이 내포한 통상적인 위헌성과는 차원이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이러한 사정과 함께 긴급조치 제9호의 장기간 집행과 구속재판 등으로 발생한 기본권 침해의 내용 및 규모와 정도, 법관에게 부여된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이고 종국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한 것으로, 헌법과 법률이 법관에게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법관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영장주의는 강제처분의 남용으로부터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자 근대 민주주의 헌법의 요체 중 하나이다. 이는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데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요구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에 의해 중립성과 공정성이 확보되는 법관으로 하여금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한지 먼저 심사하게 하여, 국가기관이 범죄수사 등과 관련하여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제헌 헌법(제9조) 이래 영장주의가 채택되어 왔고, 유신헌법 제10조 제3항 역시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었음에도 긴급조치 제9호는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하였다.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하는 조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도 가급적 회피하여야 하고,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지극히 한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영장 없이 이루어진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에 대하여는 사후적으로 조속한 시간 내에 법관의 심사를 통해 시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법관은 영장 발부의 주체로서 수사절차를 사법적으로 통제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한 사건에서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 명백한 불법적 수사절차를 그대로 묵인한 채 법관의 영장 없이 구금되어 있던 피고인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헌법이 법관에게 부여한 책무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에 명백히 반하는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이 시행되고 있는 동안 수사기관이 그 법령에 따라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하였다면 법체계상 그러한 행위를 곧바로 직무범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법령 자체가 위헌이라면 결국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하여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한 것이고, 그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결과는 수사기관이 직무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다르지 않다. 즉 수사기관이 영장주의를 배제하는 위헌적 법령에 따라 체포·구금을 한 경우 비록 그것이 형식상 존재하는 당시의 법령에 따른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법령 자체가 위헌이라면 결과적으로 그 수사에 기초한 공소제기에 따른 유죄의 확정판결에는 수사기관이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2. 자 2015모3243 결정 참조). 따라서 영장주의를 배제한 위헌적인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공소제기를 한 경우 여기에는 수사기관이 형법 제124조의 불법체포·감금죄를 범한 경우와 마찬가지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하자는 수사기관이 불법체포·구금 이후 사후적으로 법관의 영장을 받았다 하여 치유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장 업무를 담당하는 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해 영장 없이 불법체포·구금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후적으로 영장을 청구하였을 때 신체의 자유가 침해된 그 사람을 석방하는 등 적극적인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해당 법관이 위와 같이 불법체포·구금된 사람에 대하여 적극적인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영장을 발부하였다면 이는 그 자체로 위법한 직무행위가 될 수 있다.
나) 헌법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국가기관에 그 기능에 합당하게 국가작용을 분배하고 이를 관장하도록 하여, 그들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 이를 위하여 헌법은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한편,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여 법관이 어떤 국가기관으로부터도 간섭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하도록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사법권의 독립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판하는 데에서뿐만 아니라 행정부, 입법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수행하는 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법원의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위법심사는 법원이 행정부의 위헌·위법행위를 견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헌법상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로 공소제기된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법관의 독립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및 집행행위에 내포된 위헌·위법성을 심사함으로써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를 견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헌법적 명령 아래 놓이게 된다.
다) 유신헌법 제105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법원은 헌법위원회에 제청하여 그 결정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은 "명령·규칙·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정하여, 법원에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을 시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다. 명령·규칙에 대한 법원의 위헌·위법 심사권한은 제헌 헌법(제81조) 이래 현행 헌법(제107조 제2항)에 이르기까지 법원의 고유한 권한으로 인정되어 왔다. 법원이 이러한 위헌·위법 심사권한을 행사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인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법원에 부여된 헌법적 책무이기도 하다.
긴급조치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당시 긴급조치로 발생한 인권침해를 합법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그 위헌성을 바로잡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심지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여러 형사사건에서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논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배척하고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특히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수많은 사건에서 재판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계속적·반복적으로 사법심사를 해태하였고, 이는 대법원조차 마찬가지였다.
라)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지만, 이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이 헌법상의 발동 요건을 갖추고 정당한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법원이 그 결단에 대한 사법적인 심사를 자제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실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가 유신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발령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그 내용도 위헌성이 명백하여 긴급조치의 실질을 전혀 갖추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유신체제의 연장을 위한 시대적 상황에서 발령된 것이어서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볼 수 없었던 것인 이상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여전히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적 심사의 권한을 갖고,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의 담당 법관은 긴급조치의 위헌성에 대한 사법심사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법률 또는 명령·규칙에 대한 법원의 위헌심사를 인정하였던 유신헌법 전후의 헌법에 비추어 본다면, 긴급조치에 대한 사법심사를 원천적으로 제외한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우리 헌정사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기형적인 것이었다. 위 조항을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심사를 완전히 배제하는 효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극단적인 위헌 조항임을 역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고 만다. 오히려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은 그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법관의 사법심사권한 발동을 적극적이고 긴급하게 요청하는 모순적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의 형식적 문언을 방패로 삼아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의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법관이 기본권 수호라는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마) 긴급조치 제9호가 1975. 5. 13. 발령되어 4년 7개월간 존속하는 동안 사회 각 계층에서 그 중대한 위헌성과 인권침해의 심각성에 대하여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시민사회단체나 학생들의 집회와 시위 및 출판행위에서부터 문인의 작품 발표나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이고 사적인 의견교환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정당한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행위에 해당하였고, 수사기관은 그들의 행위를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의율하여 영장 없이 체포한 다음 공소제기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의 존속기간 동안 900여 명의 피고인들이 법관의 재판을 통해 그 위반행위에 대한 판결을 선고받았고 그중 상당수가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의 이러한 장기간 집행과 강제수사, 영장 없는 구속 등으로 발생한 기본권 침해의 규모와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였다는 주장이나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는 주장을 하였음에도, 법관은 이를 묵살하거나 배척하고 종국적으로 영장 없이 체포된 피고인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죄판결을 함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최종적으로 박탈하는 중대한 피해를 야기하였다.
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은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해 위헌·무효를 선언하면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으로서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로 인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나아가 우리나라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부정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관의 유죄판결은 형사사법에서 종국적인 절차로서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된다면 재심과 같은 특별소송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원칙적으로 구제의 방법이 없고, 재심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불법체포·구금으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한 손해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 결국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적인 책무(責務)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나 사법권의 담지자(擔持者)인 법관의 역할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다.
바) 오늘날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적법절차를 요구하는 법치주의를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4. 6. 30. 선고 93헌바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정도로 중대하고도 명백히 위헌인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위반하여 긴급조치의 위헌성 심사에 관한 정당한 사법권 행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고, 이들 직무행위에 대해서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일반적인 법 논리를 내세워 국가의 면책을 용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헌법의 기본 이념이나 기본권의 수호자인 법관의 헌법적 위상과 양립할 수 없다. 영장주의에 반하여 불법체포·구금된 피고인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는 법관의 주의의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최소한을 설정한 ‘평균적 법관’의 규범적 주의의무로서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들어 ‘이상적 법관상’ 또는 ‘지사(志士)형 법관상’을 전제로 법관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이하 ‘별개의견 1’이라 한다) 중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을 제한적으로 축소 해석하여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 평균적 법관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는, 헌법에서 부여한 법관의 책임과 권한에 따른 규범적 관점에서의 평균적 법관의 주의의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개의견 1에서 밝힌 내용과도 모순된다. 별개의견 1은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 사법심사권을 행사함으로써 그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고 하여 긴급조치 제9호가 헌법상 요건과 한계에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도, 당시의 법관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심사권한이 없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된 피고인에 대하여 위헌성 심사 없이 유죄판결을 한 것이 평균적 법관의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갖는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심사권 행사권한’과 ‘법원을 구성하던 개별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 재판에서 부담하는 평균적 주의의무’가 규범적으로 별개라고 볼 수 없다.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라고 하는 법원의 기본권 보장 및 헌법 수호의 책무는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허상의 개념이 아니다. 이는 사회 현실의 맥락 속에 존재하는 개별 법관이 구체적 사건 하나하나에서 사건 당사자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았는지 세세히 살펴 위헌, 위법행위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달성된다. 개별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중대·명백하게 위헌인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 심사를 하지 않는다면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사법심사권한이라는 헌법상 책무는 누가, 어떻게 수행하여 달성할 수 있겠는가? 우리 헌법은 제정 이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권력분립의 원칙과 법관의 독립, 기본권의 보장과 영장주의 등을 일관되게 천명하여 왔다. 재판상 직무행위를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기본권을 옹호함에 있어 유신시대 법관의 헌법상 책무와 평균적 주의의무는 오늘날 법관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고, 국가배상법 적용 여부에 관한 법률적 평가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3) 정상적인 재판제도가 작동될 때 재판의 오류는 예정된 불복절차에 따라 시정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법관의 재판작용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함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형사사법절차는 실체적 진실발견과 적법절차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관여자의 오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수사와 공소제기 과정에서의 오류는 법원의 판결 등으로, 재판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는 상소절차 등을 통해서 시정할 수 있고 그것이 형사사법절차 또는 재판제도가 갖는 본질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상적인 재판과정에서 절차상·실체상 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소절차 등 법에서 정한 불복절차에 따라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재판사무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재판제도가 본래 예정한 방식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경매법원이 잉여의 가망이 없음에도 그 통지와 경매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경매절차를 진행하는 바람에 우선채권자의 저당권과 지상권이 소멸된 사안에서,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이후 대법원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근저당권 설정을 오인·누락한 배당표 작성행위로 실체적 권리관계와 다른 배당표가 확정된 사안(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0다16114 판결), 법관이 압수수색할 물건의 기재가 누락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사안(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 적법한 제소명령 기간 내에 제소를 하였음에도 법관이 제소기간 만료일을 오인하여 가압류취소결정을 한 사안(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9다226975 판결) 등에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한편 법관의 재판사무와 유사한 헌법재판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와 관련하여 청구기간 내에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청구기간 오인으로 인하여 각하하는 결정을 한 것은 그에 대한 불복절차 내지 시정절차가 없는 경우로서 국가배상 이외에는 그 손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으므로 위 법리에 따라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이러한 법리는, 입법자가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민사집행법 등 관련 법령을 통해 통상적인 재판상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각종 이의제도와 상소제도 등을 세심하게 구비하여 둠으로써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의나 상소를 제기하여 상급심 법원의 재판 등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것을 근거로 하여, 재판제도가 예정한 범위 내의 일반적인 법률 적용의 오류는 그에 대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이상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집행된 시기는 권력분립과 법치주의에 따른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이 작동을 멈춘 시기였다. 영장주의를 배제한 긴급조치 제9호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위헌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장기간에 걸쳐 위헌심사를 해태하였고, 영장 없이 체포된 피고인들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불법적인 구금상태가 지속되게 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 유죄판결의 선고로 징역형을 복역하게 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신체의 자유가 돌이킬 수 없이 침해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법관의 재판행위는 통상적인 재판과정에서의 절차상·실체상 판단 잘못과 달리 헌법과 법률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법관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하기 충분하다. 이는 재판의 주재자이자 사법권의 수호자로서 권력분립과 법치주의에 따라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할 헌법적 책무를 부여받고 있는 법관이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다. 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등 확립된 판례의 법리에 따를 때 법관의 이러한 직무수행에 대하여 국가배상법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판단이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 실질적으로 상충된다거나 판례 변경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하여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이고 종국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하였다는 점에서 재판제도가 예정한 범주 내에 있는 일반적인 법률 적용의 오류에 관한 사안과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사후적으로 재심절차를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에 대한 유죄확정판결 중 상당수는 긴급조치의 중대한 위헌·무효를 선언하는 대법원판결이 거듭 선고된 이후 재심청구를 통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재심 무죄판결 선고로 종전 유죄확정판결은 이미 그 확정력을 상실하였으므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보호하여 분쟁을 종결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이 사건 법관 직무행위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재심절차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소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작용을 하는 것일 뿐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되었던 사람이 그러한 불법행위로 침해당한 신체의 자유 그 자체를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불법체포·구금되었던 사람이 입은 인신구속의 피해는 확정적이고 종국적이다. 그들이 재심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들어 사후적으로 재판상 오류를 시정할 수 있는 불복절차나 시정절차가 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이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국가배상책임을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사안들은 재산권의 침해와 관련된 사안이거나 해당 재판절차 내에 예정된 불복방법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불복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피해가 확정된 경우였고,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에서 시정 가능한 오류가 부분적으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위반 사건은 영장주의를 위반한 불법체포·구금에 따른 신체의 자유 침해가 문제 되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가 갖는 위헌·무효성의 중대·명백함이나 행정부, 입법부의 국가권력 행사를 견제해야 하는 법원의 사법시스템이 위헌성 심사를 해태함으로 말미암아 유신시대 내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였다는 사정 등에서 대법원이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사안들과는 완전히 다른 평가요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재판상 직무행위에 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앞선 대법원의 선례와 비교하여 평가모순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별개의견 1은 많은 국가에서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독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예를 소개하고 있다. 평상시 상황에서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위 국가들의 태도는 우리나라 대법원이 현재 취하고 있는 태도와 크게 다를 바 없고, 그러한 태도가 타당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영장제도를 전면적으로 폐기하는 긴급조치가 발령되어 장기간 집행된 비상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적용하여 재판한 법관의 직무행위에 대해 위 국가들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위 국가들에서는 긴급조치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법령이 발령되거나 그로 인해 신체의 자유를 빼앗기는 피해를 입은 희생자들이 국가배상을 청구하여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상상황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평상시를 전제로 한 외국의 예를 근거로 해석론을 전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과 바로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나치 전범 재판에서는 법관이라는 이유로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한 책임 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5)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이 별개의견에서 긴급조치 제9호와 관련한 재판상 직무행위에 관하여 주목하는 부분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영장주의의 전면적인 배제와 그에 따른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구금의 문제이다. 영장주의에 위배된 강제수사로 불법체포되어 구금된 피고인에 대하여 위헌성 심사 없이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직무행위는 단순한 오판의 문제가 아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심급제도에 의하여 시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영장주의에 위배된 불법체포 및 구금에 따른 국가배상책임 문제와 심급제도에 의하여 시정되리라 기대될 수 있는 통상적인 오판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 문제를 같은 평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개인에 대한 불법체포 또는 구금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 침해는 중대한 인권침해행위이고, 그것이 설령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기인한 것일지라도 이에 대한 엄정한 법적 판단을 통한 피해구제가 요구된다. 별개의견 1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으로 불법체포·구금된 피고인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법관의 직무행위가 갖는 이러한 중대한 인권침해적 특성에 주목하지 않은 채, 이를 평상시의 단순한 오판의 문제와 동일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 대법원이 1977. 5. 13. 자 77모19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긴급조치 제9호가 유신헌법에 근거한 것으로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고 하여, 대법원판결이 갖는 선례로서의 사실상 구속력 등을 들어 하급심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불법체포·구금된 피고인에 대한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직무행위에 평균적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는 견해도 타당하지 않다. 불법체포·구금의 문제는 재판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인정이나 법리 판단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위 전원합의체 결정 이전에 이미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 또는 감금행위나 신체의 자유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사후적으로 하자가 치유되어 적법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었다고 해서 그 이후에 새롭게 이루어진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 또는 감금행위나 신체의 자유 침해행위가 더 이상 위법한 것이 아니라거나 해당 불법행위자가 면책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이 사건의 검토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본인들은 ○○대학교 학생의 신분이던 1977년경부터 1979년 사이에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제9호의 반민주성과 위헌성을 비판하는 내용의 집회·시위를 하거나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 등을 하였고, 이러한 행위를 이유로 수사기관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구금된 채 수사를 받았으며, 원고 5를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본인들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죄로 공소제기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본인들이 위헌·무효임이 명백한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된 채 수사를 받고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입은 정신적 고통을 비롯한 손해는, 대통령의 고의·과실에 의한 위헌적 국가긴급권 행사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 없이 이루어진 법관의 유죄판결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그 손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에 관한 긴급조치권 행사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마. 마무리
이상과 같이 사건의 결론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은 민주주의 체제와 사법권의 수호자이며 인권의 옹호자로서 헌법에 의하여 숭고한 권한과 사명을 부여받은 존재이다. 이와 같은 법관의 존귀함과 긍지는 헌법이 선언한 법관의 독립을 통하여 드러나고, 개별 법관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헌법상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하여 인권옹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완성된다. 법관이 인권옹호의 굳건한 의지로 개별 사건에서 재판행위를 통해 행정부, 입법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구현하는 길이다. 이는 법관의 도덕적, 윤리적 소임일 뿐만 아니라 헌법적 책무이기도 하다. 유신시대에 법령의 형태로 나타나 극단적인 인권침해의 결과를 가져온 긴급조치의 경우처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어두운 시대 상황일수록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수호의 책무를 다할 것을 더욱 절실히 요청한다. 법관이 그 요청에 부응하여 행한 인권옹호조치는 헌법적 가치가 현실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여 헌법이 보장한 다양한 권리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속에서 꽃 피울 수 있게 한다. 이와 반대로 법관이 헌법수호의 요청을 묵살하고 위헌적 법령의 테두리 안에 안주할 때 인권침해의 양상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법관의 독립은 얼마나 위태로워지는지, 우리는 긴급조치 사건의 재판을 통해 목도하였다. 법관은 통치권자나 지배권력이 위헌·위법한 국가권력 행사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도구로 전락되어서는 결코 아니 되고,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권한과 책임을 다하여 위헌·위법한 국가권력 행사를 견제하여야 한다.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회전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법관은 바퀴에 달린 톱니 하나에 불과하여 외부적 요인으로 톱니바퀴의 회전이 멈추지 않는 한 톱니바퀴와 함께 회전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아니면 톱니바퀴의 외부에 존재하는 제동장치로서 필요한 경우에는 톱니바퀴의 회전을 멈출 수 있는 존재인가? 법관이 톱니바퀴의 외부에 존재하는 제동장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긴급조치 사건에 관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법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사법부상이나 법관상은 어떤 모습인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미래를 위하여 법관에게 요구되는 헌법적 책무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시점에서 사법부와 법관의 위와 같이 중차대하고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재확인하고 다짐하는 차원에서 이 별개의견을 밝힌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보충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은, 위헌·무효임이 명백한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논거를 밝히고 이에 배치되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결론에 일치한 점 역시 뜻깊은 일이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이 선고에 이르기까지 47년의 긴 경위를 요약하고 그 의미를 짚어 보고자 한다. 아울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데에 견해를 같이하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세 개의 별개의견에 대하여도 살펴봄으로써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나.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변경대상 판결에 이른 경위
1)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이하 ‘긴급조치 제1호’라 한다)는 1974. 1. 개헌 요구를 억압하기 위해 헌법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발령되었다.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이하 ‘긴급조치 제4호’라 한다)는 1974. 4.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과 그 배후 조직으로 지목된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대응하여 관련 단체 및 학생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목적으로 발령되었다. 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1974. 8. 해제되었고 대통령긴급조치 제7호(이하 ‘긴급조치 제7호’라 한다)가 1975. 4. 발령되었다가 고조되어 가는 유신반대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긴급조치 제1호부터 제7호의 내용을 하나로 모은 긴급조치 제9호가 1975. 5. 13. 발령되어(긴급조치 제7호는 같은 시각에 해제되었다) 4년여 지속되다가 1979. 12. 8. 해제되었다.
2)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은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 등을 조사하여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하여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 통합에 기여할 목적으로 제정되어 2005. 12. 1.부터 시행되었다. 과거사정리법은 국가에 대하여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 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가 권고한 사항을 소관 국가기관이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3)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 10. 및 2009. 8.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 피해자들에 대하여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규정된 ‘권위주의 통치 시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한다는 진실규명결정을 하고, 긴급조치로 처벌받은 피해자들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상 재심과 더불어 인권침해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 등 국가에 대하여 관련 조치의 이행을 권고하였다.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가 2010. 12.부터 2013. 5.까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에 대한 위헌 판단을 하였고, 피해자들이 제기한 재심의 소에서 긴급조치 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다.
4) 그러나 긴급조치로 처벌받았던 피해자들의 손해에 대한 전보는 원활하게 이행되지 못하였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금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와 병존할 수 있음을 전제로 같은 원인에 대한 국가배상과 형사보상이 상호 공제되도록 규정되어 있고(제6조 제1항, 제3항), 보상의 범위도 구금일수에 일정 액수를 곱한 금액에 불과하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들이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보상금 등 지급결정을 받더라도 30일 이상 구금일수에 최저생계비 등을 곱하여 산정된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뿐이어서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보상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이러한 까닭에 다수의견 중 원고 45에 대한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이르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외에는 달리 손해의 전보 방안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5)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주장·증명할 책임을 피해자에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입법으로 국가배상법상 인정되는 배상범위에 상응한 손해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를 비롯하여 긴급조치를 둘러싼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하여는, 손해전보를 통한 피해자 구제보다 긴급조치 판결의 효력 상실 등 과거 청산에 중점을 두고 입법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치적·이념적 대립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실효성 있는 피해 전보에 관한 입법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변경대상 판결들은 이러한 가운데 선고되었는데, 법률이 위헌으로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관여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고의·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원칙적인 법리를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한 결과였다. 위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자 이를 원용하면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판결들이 다수 선고되었다. 이 사건 원심판결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이 긴급조치 제9호를 위헌으로 판단하였음에도 오히려 피해구제가 제한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다. 다수의견의 의미
1) 다수의견은 긴급조치 제9호의 현저한 위헌성과 인권침해 결과, 피해자들에 대한 절실한 구제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결단의 표명이다.
전통적인 국가배상법리는 직무를 수행한 개별 공무원의 주의의무 위반, 즉 공무원 개인의 고의·과실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여 왔다. 그러나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법률의 제정과 집행이라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구성된 경우 개별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대한 증명을 요구한다면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또한 위헌 법률일지라도 원칙적으로 법률이 위헌으로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관여 공무원들의 직무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칙은 법치국가에서 입법, 행정, 사법의 각 기능을 독립된 국가기관이 수행하는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는, 대통령에게 발령 권한이 부여되어 의회에 의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법관의 재판에 의하여야 하는 영장주의가 배제되는 등, 법치국가의 원리가 형해화되는 상황을 야기하였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국가배상 법리를 답습하여 긴급조치 제9호에 그대로 적용한 기존 판례의 부당함과 변경 필요성은 이미 다수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2) 일련의 국가작용이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전체적으로 위법하다는 법리는 이미 일련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문제된 사건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근거로 채택되어 왔다. 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 사건에 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8. 21. 선고 2006가합92412 판결 등을 시작으로 긴급조치 위반뿐 아니라 반공법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등 다수의 판결에서, 수사과정에서 불법연행, 변호인 접견 방해, 가혹행위를 수단으로 하여 증거를 취득하여 기소에 이르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던 경우 관여 공무원의 개별적인 불법행위에 더하여 수사부터 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 전체에 대하여 국가배상을 명하였다.
3) 다수의견이 밝힌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평가되는’ 경우의 구체적인 의미와 범위 확정은 향후 재판실무에서 계속적으로 적용·발전시켜 나갈 과제라 할 것이다.
라. 대통령의 독립적인 불법행위에 의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1) 별개의견 1 및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오경미의 별개의견(이하 ‘별개의견 3’이라 한다)은 긴급조치의 발령, 수사 및 공소제기가 대통령의 위법한 직무행위로서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견해이다. 긴급조치 제9호 발령에 대하여는 국가원수로서, 긴급조치 제9호에 기한 수사 및 공소제기의 형태로 이루어진 집행에 대하여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별개의견 1의 견해 중 다수 공무원의 집단적·조직적 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에서는 구체적인 위법행위와 고의·과실을 특정하거나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위 별개의견의 전체 맥락상 대통령의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견해로 이해된다).
2)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하려면 대통령의 고의·과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별개의견 1, 별개의견 3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이 중대하고 명백하며, 긴급조치 발령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장기간 존속되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대법원 2013. 4. 18. 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이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삼은 사정들로서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근거는 되지만, 이를 넘어 대통령으로서 직무집행의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독립적인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과 유지가 가능하였던 이유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긴급조치 발령권을 대통령에게 전속적으로 부여하고 사전적·사후적인 국회의 통제권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신헌법 제53조의 부당성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아직까지도 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소가 위 헌법 규정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는 없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개별 규정에 대한 위헌심사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반복하여 표명하여 왔다(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3헌바22, 2015헌바14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3) 별개의견 3은 대통령이 수사 및 기소에 대하여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한다. 이미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만으로는 개별 국민에게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집행에 의하여 비로소 그 집행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 별개의견 3은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긴급조치의 적용·집행행위까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포함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헌법 제66조 제4항, 유신헌법 제43조 제4항)를 갖는다. 그 의미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라고 해석될 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에 의하여 대통령에게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헌법재판소 2017. 3. 10. 선고 2016헌나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또한 공무원들이 개별적으로 직무를 수행한 법적 효과, 특히 사법적(私法的) 효과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별개의견 3의 논리에 따른다면, 대통령의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로 인하여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모든 위법한 직무수행의 법률적 효과가 대통령에게 귀속되어 대통령의 독립적인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부당한 결과가 된다.
4) 그 밖에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일 즉시 시행되었다는(대통령은 긴급조치 제7호를 해제함과 동시에 긴급조치 제9호를 발령·시행하였다) 사정만으로 대통령이 ‘집행권자’의 지위를 취득하였다거나 위 긴급조치가 발령과 동시에 집행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5) 국가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는 이 사건에서 관여 공무원의 행위는 다수의견에서와 같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충족하는 행위의 범위에서 평가되면 충분하다. 다수의견이 ‘진실을 밝히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하여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과거사정리법의 입법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해석 방법이다.
마. 법관의 독립적인 불법행위에 의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1) 별개의견 3은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이 독립적인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에 의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견해이다. ‘위헌성의 심사 없이’ ‘영장 없이 체포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2) 가) 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등 확립된 판례는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위법한 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이 발생하는 요건에 관하여 판시하여 왔다. 별개의견 3 역시 위 판례의 적용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먼저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인정 기준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헌법 제101조 제1항 및 유신헌법 제100조 제1항), 사법권의 중핵에 해당되는 것은 재판권의 행사이다. 재판권의 행사는 과거의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이와 관련된 법령의 의미·내용·적용 범위를 밝힌 다음 해당 사건에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 본질이 있다. 이는 곧 과거의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제3자인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국민적 합의이자 헌법적 결단이다.
그러나 법관은 해당 사건에 관한 과거의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제3자’라는 점에서 사실관계의 확정 및 이를 전제로 한 법령의 해석·적용 과정에 본질적으로 오판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다만 법관의 판단 작용에 대한 오류를 최소화하거나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증명책임을 중심으로 한 소송절차를 정하였고, 불복절차를 통하여 오류를 시정할 수 있도록 심급제도를 마련하였으며, 이러한 절차를 거친 후에는 법령에서 예외적으로 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심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절차를 통하여 확정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법률상·사실상의 구속력을 부여하고 있다.
즉 이러한 사법제도는 법관의 재판권 행사의 무오류성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오류가 내재될 수밖에 없는 한계와 속성을 전제로 하여 마련된 것이고, 이는 법관으로 하여금 법령에서 정한 재판절차를 통해 법률 분쟁에 관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고, 당사자들은 이에 승복하거나 구속되도록 함으로써 과거의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확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법치주의의 기본적 토대이기도 하다.
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관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대한 고의·과실 등의 위법성을 전제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명시적 입법 또는 해석론이나 판례 등 구체적인 방법만 다를 뿐 여러 선진국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이는 단순히 법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론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기본적 토대인 사법제도의 운영과 사법권의 중핵에 해당하는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의 역할과 한계를 공통적으로 인식한 데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또한 헌법은 법관으로 하여금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것을 정하였고(헌법 제103조 및 유신헌법 제102조),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초가 되는 사법부 독립의 핵심인 ‘법관의 독립’에 해당한다. 법관의 독립은 그 자체로 실현하여야 할 가치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재판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법관에게 헌법·법률·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함으로써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옹호하며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관의 판단을 핵심으로 하는 재판권의 행사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쉽게 인정한다면 재판절차·심급제도 등을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대하여 재심절차를 우회하는 사실상의 불복절차를 허용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상실하게 하고, 분쟁의 무한반복이라는 결과를 낳게 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방해하여 국민의 권리와 기본권 보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라) 법관은 어떤 법률 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 가능하면 입법권을 존중하여 입법자가 제정한 규범이 존속하고 효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법관이 재판권을 행사하면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하여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향을 선택하였으나, 사후적으로 해당 법률이 위헌으로 선언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재판권의 행사가 소급적으로 위법해진다고 평가할 수 없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도 선험적으로 명백하거나 명료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시대적·사회적 상황은 물론 국민들의 의식 변화 등에 따른 사후적·결과적인 것이어서, 본질적으로 유동성·탄력성을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형사재판은 법관이 스스로 절차의 개시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개시된 재판절차를 법관의 주관적인 견해만으로 임의로 종료시킬 권한도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소극적·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특성과 한계를 지닌다. 법관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범위에 한정하여 검사가 주장하는 해당 법령이 증거를 통해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하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공판절차를 거쳐 심리·판단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검사가 공소사실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법률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이 재판절차의 진행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재판절차를 종료시킬 수 없음은 물론이고, 오히려 법관은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당 법률의 합헌적 해석·적용을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법률이 사후적으로 위헌으로 판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법률의 적용 여부가 문제 된 형사재판의 위법성을 추단하여서는 안 된다.
마) 결국 법관의 재판작용은 위헌인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부터 적용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을 구성함으로써 이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뿐이라는 다수의견은 타당하다. 법관의 재판작용은 구체적인 단계·절차의 정도, 종결된 사유·경위 등에 따라 원고들의 기본권 침해의 종료 시점을 판단하고 국가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고려되는 사정에 포함되게 된다. 그러나 법관의 재판작용 자체가 이와 구분되어 독립적인 국가배상책임을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가) 별개의견 3은,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가 가능하였으므로 위헌성을 시정할 권한으로 유신헌법 제105조에 따라 헌법위원회에 대한 위헌심판제청권을 행사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관이 위헌성의 심사 없이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한 재판작용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본다.
나)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며, 유신헌법 제105조 제1항에서는 헌법위원회에 제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위 규정의 의미는, 법관은 그 재판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다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 6. 18. 자 2007아12 결정 등 참조), 법관에게, 재판에서 적용 대상인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직무상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
또한 법관이 위헌성을 심사한 결과 합헌으로 판단하면 그 재판을 계속하여 판결을 선고하면 충분하다. 명시적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한 경우는 물론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 없이 유죄판결을 하였다고 하여 그 재판의 담당 법관이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을 심사하지 않았다고 속단할 수 없다.
다) 별개의견 3은 위헌성 심사에 관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을 심사할 의무’라는 개념을 통해서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할 의무’ 내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의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관에게 그러한 의무가 인정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는 법원과 유신헌법상 헌법위원회의 관계 및 재판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헌법과 법률의 명문에 부합하지 않는다.
4) 가) 별개의견 3은 ‘법관의 개별적인 재판작용’을 독립된 불법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본인들이 피고인이었던 재판에서 그 재판을 담당한 특정 법관을 기준으로, 그 법관이 처리한 구체적인 재판을 대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1, 2심 유죄판결은 1978. 1. 28.에서 1979. 10. 24. 사이에 선고되었다. 이미 그로부터 3년여 전에 대법원 1975. 1. 28. 선고 74도3492 판결이 긴급조치 제1호의 합헌성을 판시한 이후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등에 대하여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고 대법원 1977. 5. 13. 자 77모19 전원합의체 결정은 긴급조치 제9호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 판례의 법원성을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법관에게 유용한 판단 지침을 제공하여 자의적 판단을 통제하고 법률해석을 균등화함으로써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며 재판관계인들에게도 행위 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례에 어떤 의미에서이든 구속력이 있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대법원 판례의 구속력이 갖는 의미에 관하여 법관의 재판은 국가의 사법제도를 통일적으로 운영하는 일환으로 행하는 것이므로 하급심 법관으로서 판례를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법관의 직업윤리에 그치지 않고 법적인 의무라는 견해, 심급제도상 대법원 판례는 하급심 법관들에게 사실상 강한 구속력이 있다는 견해, 대법원 판례가 직접 하급심 법관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급심 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어떤 견해에 의하더라도 다수의 대법원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하급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 그러한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따른 것이 위법하다거나, 나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던 당시에는 긴급조치 제9호를 합헌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담당 법관이 유신헌법이나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였지만 헌법의 문언,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와 위에서 본 판례의 구속력에 따라 심리와 판결을 하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당 법관은 부득이 유죄판결을 선고하되 양형에서 재량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하였을 수도 있고, 실제 이 사건 본인들 중 원고 23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어 석방되었다.
별개의견 3은 구체적인 재판 결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위헌성 심사 없이 이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재판을 담당한 법관의 고의·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라) 특히 별개의견 3에 따르면 이 사건 형사재판 1, 2심 담당 법관의 경우, 그 법관이 따랐어야 할 대법원 판례의 구속력 등을 도외시한 채 오히려 합헌성을 선언한 대법원 판례의 부당성을 위 1, 2심 재판 담당 법관의 잘못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므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5) 다음으로 별개의견 3은 영장주의가 전면적으로 배제되어 불법적인 수사절차를 그대로 묵인한 채 법관의 영장 없이 구금되어 있던 피고인에 대하여 인신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을 불법행위라고 보고 있다.
피해자들은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헌법상의 영장주의가 배제된 채 영장 없는 체포·구금으로 수사절차가 개시되었으나, 이후 계속하여 영장 없는 구금상태에서 재판에 이른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이 사건 본인들이 긴급조치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되었지만, 그 후 법관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영장이 집행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제1심에서 증거로 제출된 국가기록원 보관 ‘재소자신분카드(갑 제5호증 내지 갑 제12호증, 갑 제22호증)’의 ‘영장집행’란 기재에 비추어 명백하다. 원고 45에 대하여는 원심 인정 ‘영장집행일’ 자에 법관에 의하여 발령된 구속영장도 증거로 제출되었다(갑 제10호증의 2).
즉 이 사건에서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수사 초기 영장 없이 체포가 이루어졌더라도 공소제기 전 구 형사소송법(1980. 12. 18. 법률 제3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1조에 따라 법관이 구속영장을 발부하였고, 이 사건 본인들 모두 구속영장에 따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다수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장주의가 배제된 채 영장 없는 체포로 수사가 개시되고 그 위법상태가 이어져 기소 및 재판까지 받게 된 이상 위 수사절차의 위법성은 단절되지 않고 재판과정까지 이어졌다. 즉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수사절차의 위법성은 형사절차 전체 과정에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이로 인하여 유죄판결이 선고·확정되어 형의 집행에 이르게 되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위법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법관의 구속영장 발부나 재판이 독립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바.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에 의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1)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이하 ‘별개의견 2’라 한다)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 및 적용·집행은 국가의 직무상 과실로 인한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한다. 국가배상청구권의 해석은 헌법에서 출발하여 국가배상을 국가의 자기책임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다.
2) 헌법이 법률해석의 출발점이라는 법리에 어떤 이의도 있을 수 없다. 또한 헌법 제29조 제1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을 헌법상 보장하면서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국가배상책임의 요건·내용·절차 등은 이를 구체화한 국가배상법에 따라야 한다는 점 역시 법률유보에 비추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3) 국가배상을 국가의 자기책임으로 이해하는 해석은 이미 대법원 판례에 수용되어 있으며 다수의견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연혁적으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는 제도는 이론적 발전과 사회 변화에 따라 대위책임설에서 자기책임설로 발전하였고 허용범위 또한 확대되어 왔다. 국가배상책임은 법치국가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고, 사회공동체의 배분적 정의의 실현 또는 사회적 공평의 확보에 이념적인 기초를 두고 있다. 사법 영역에서 전통적인 과실책임의 원칙만을 고집해서는 손해 및 희생의 공평한 사회분담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어 이를 완화하는 해석이 나오게 된 것처럼, 공법 영역에서도 사회적 공평을 확보할 수 있는 책임윤리에 입각한 국가책임이 필요하다.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가 그의 기관의 지위에 있는 공무원을 통하여 행위를 하며 공무원이 그 직무상 한 행위의 효과는 국가 등에 귀속되지만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위법행위가 국가기관의 직무수행상 예기된 흠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전적으로 국가에만 귀속시킴으로써 자력이 있는 국가의 배상책임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면서 공무수행의 안정성과 공공의 이익을 조화시킨다는 점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고 판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4) 별개의견 2는 대통령·수사기관·법관의 개인적인 고의·과실을 판단할 필요 없이 국가의 직무상 과실로 평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의 변경을 주장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다수의견과 큰 틀에 있어서 책임 인정의 구조가 유사하다고 이해된다.
5) 그러나 별개의견 2 중 국가배상청구를 공법상 법률관계로 보고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견해는 수십 년간 판례를 통해 확립된 공법과 사법의 구별, 국가배상청구권을 사법상 권리로 보고 민사소송으로 취급해 온 대법원 판례를 전면적으로 변경하기 전에는 채택하기 어렵다. 다만 위 별개의견이 기존 판례의 대위책임적인 입장을 극복하고 국가배상체계를 전체적으로 새롭게 파악하는 해석의 지향점을 제시한 것은 경청할 만한 내용이고, 그 방향성 측면에서 다수의견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 후속쟁점에 관하여
1) 원심은 수사과정에서 폭행, 가혹행위, 불법구금 등 개별적인 불법행위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5년의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피고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른 단기소멸시효는 주장하지 않았다).
다수의견은 긴급조치 제9호의 발령·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불법행위에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때문에, 원심에서 문제 된 개별적인 불법행위의 소멸시효에 대하여는 굳이 판단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한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위헌결정으로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서 위헌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었던 이 사건에 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2항,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의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위헌결정의 영향으로 앞으로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른 주관적 기산점과 이를 기초로 한 단기소멸시효가 쟁점으로 되는 경우,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및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민법 제166조 제1항)’의 해석이 문제 될 것이다.
2) 대법원 1989. 9. 26. 선고 89다카6584 판결 이후 현재 확립된 판례는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전혀 실익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33450 판결,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다3615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어떤 법률적 원인으로 손해를 청구하는지에 관하여 법리상 의심이 있어 귀일되지 못한 경우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면, 그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일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알았다고 해석된다(대법원 1977. 3. 22. 선고 76다256 판결, 대법원 1977. 6. 7. 선고 76다2008 판결 등 참조).
3)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가 역사적 배경, 발령 요건, 내용에서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는데 대법원이 2010. 12. 16. 긴급조치 제1호를 위헌으로 판단한 후 긴급조치 제9호 및 긴급조치 제4호를 위헌으로 판단하기까지 2년 6개월이 소요되었다는 점, 대법원은 그로부터 5개월여 후 변경대상 판결들을 선고하여 긴급조치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여 오다가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로 위 판결들을 변경하고 비로소 국가배상청구를 인정하게 된 경위를 고려할 때,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일을 해석함에 있어서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실효성을 반감시키거나 변경대상 판결들로 인하여 그동안 소송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들에게 거듭 좌절을 안기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 맺음
원고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자행되었던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에 맞서 저항하다가 큰 시련과 옥고를 겪었거나 그러한 정신적 고통을 함께하였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임에도 이들에 대한 적절한 명예회복이나 보상·배상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법원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어 최후의 보루이어야 함에도 과거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미흡하였다.
대법원의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사건에서 피해 전보의 길을 열고 나아가 향후 유사한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배상에 의한 구제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깊은 사과와 위로를 전하고 법원이 다시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외면하지 않고 역사적 소명을 다할 것을 표명한다. 이러한 결의를 담아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 |
230,869 | 구상금 | 2018다212740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자동차상해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가 보험자대위를 할 수 있는 경우와 그 범위 [2] 甲이 乙 보험회사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동차상해 특약을 가입하였는데, 甲이 운전하던 피보험차량이 丙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관리하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바람에 甲이 사망하고 동승자인 그의 처(妻) 丁이 상해를 입자, 乙 회사가 위 특약의 피보험자인 甲과 丁에게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사고지점 도로가 설치·관리상 하자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며 丙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甲과 丁의 손해에 관하여 보험자대위청구를 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조항에서 보험자대위를 배제하는 ‘자기신체사고’에 자동차상해 특약으로 담보되는 사고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1] 자동차상해보험은 그 성질상 상해보험에 속하므로, 자동차상해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상법 제729조 단서에 따라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약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 [2] 甲이 乙 보험회사와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동차상해 특약을 가입하였는데, 甲이 운전하던 피보험차량이 丙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관리하는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바람에 甲이 사망하고 동승자인 그의 처(妻) 丁이 상해를 입자, 乙 보험회사가 위 특약의 피보험자인 甲과 丁에게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사고지점 도로가 설치·관리상 하자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며 丙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甲과 丁의 손해에 관하여 보험자대위청구를 한 사안에서,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조항에서 보험자대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로 정한 ‘자기신체사고’는 보통약관에서 정하는 위 보험계약의 담보종목 중 하나인 ‘자기신체사고보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는 ‘자동차상해 특약에 가입할 경우 자기신체사고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자기신체사고보험에 적용되는 보통약관을 자동차상해 특약에 적용되는 특별약관으로 대체하여 적용한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보험자대위에서도 ‘자기신체사고’를 ‘자동차상해’로 간주하여 적용한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점, 자동차상해보험은 자기신체사고보험을 대체하는 보험으로서 그 보장범위를 확대한 것이므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전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보험자의 구제가 가장 주된 목적이지 실손해를 초과하여 중복보상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닌데, 위 보험계약의 자동차상해 특약에는 배상의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아직 지급받지 않은 손해배상금 등을 공제하는 규정이 없어 보험자대위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피보험자에게 중복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살펴보면,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조항에서 보험자대위를 배제하는 ‘자기신체사고’에 자동차상해 특약으로 담보되는 사고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보통약관의 다른 조항에서 위 조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대위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자동차상해 특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보아 乙 회사의 보험자대위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상법 제729조 / [2] 상법 제729조 | [1]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공2004하, 1321),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다71227 판결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영수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제주특별자치도 (소송대리인 변호사 나인수)
【원심판결】
제주지법 2018. 1. 10. 선고 2016나58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소외 1, 소외 2의 손해에 관한 보험자대위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의 준비서면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은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서귀포시 (주소 생략)로 ○○○휴게소 남측 2km 지점 부근의 편도 1차로를 진행하다가 우로 굽은 내리막길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맞은편에서 진행하는 버스를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 사건 사고로 소외 1과 이 사건 차량의 동승자 2명이 사망하고, 이 사건 차량의 나머지 동승자 소외 2(소외 1의 처)와 소외 3, 피해버스의 운전자와 승객 14명이 상해를 입었다.
나. 원고는 소외 1과 이 사건 차량에 대하여 개인용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소외 1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에 보험자가 보험약관에 정한 사망보험금이나 부상보험금 또는 후유장애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자동차상해 특약(이하 ‘자동차상해 특약’이라 한다)에 가입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자동차상해 특약에 따른 보험금으로 소외 1의 상속인에게 71,807,710원을, 소외 1의 처 소외 2에게 43,062,160원을 지급하였고,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대인배상에 따른 책임보험금을 지급하였다.
라.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1항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지급한 보험금의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합니다."라고 정하고, 제34조 제2항은 "보험회사는 다음의 권리는 취득하지 않습니다."라고 정한 다음, 제1호로 "자기신체사고의 경우 제3자에 대한 피보험자의 권리. 다만 보험금을 ‘별표 1 대인배상, 무보험차에 의한 상해지급기준’에 따라 지급할 때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합니다."라고 정하고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소외 1, 소외 2의 손해에 관한 원고의 보험자대위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자동차상해보험은 그 성질상 상해보험에 속하므로, 자동차상해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상법 제729조 단서에 따라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약정이 있는 때에 한하여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그 권리를 대위할 수 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3다7122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보험자대위를 배제하는 ‘자기신체사고’에 자동차상해 특약으로 담보되는 사고가 포함된다고 판단하여, 자동차상해 특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받은 소외 1, 소외 2의 손해에 관한 원고의 보험자대위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는 ‘자동차상해 특약에 가입한 경우 자기신체사고 특약에 가입할 수 없고, 보험회사는 보통약관의 자기신체사고를 이 특별약관으로 대체하여 적용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는 ‘자기신체사고’라고 정할 뿐이고, ‘자기신체사고 특약에 의하여 담보되는 자기신체사고’라고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에 정한 ‘자기신체사고’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성질상 자기신체사고에 관한 손해를 보상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상해 특약에 따라 담보되는 사고도 ‘자기신체사고’에 포함된다.
다. 그러나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보험자대위를 배제하는 ‘자기신체사고’에 자동차상해 특약에서 담보하는 사고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1항에서는 제34조 제2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대위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자동차상해 특약에 의하여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도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종목을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대물배상, 자기신체사고, 무보험자동차상해, 자기차량손해로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은 자기신체사고의 경우와 자기차량손해의 경우를 보험자대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용어의 동일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에 정한 ‘자기신체사고’는 보통약관에서 정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종목 중 하나인 ‘자기신체사고’보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는 ‘자동차상해 특약에 가입할 경우 자기신체사고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자기신체사고보험에 적용되는 보통약관을 자동차상해 특약에 적용되는 특별약관으로 대체하여 적용한다.’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보험자대위에서도 ‘자기신체사고’를 ‘자동차상해’로 간주하여 적용한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자기신체사고보험은 원래 피보험자가 피보험차량을 운행하던 중 자기의 단독사고 또는 무보험차량과의 충돌사고 등으로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개발된 것으로서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에서 그 다른 차량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그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 이에 더하여 중복하여 보상을 하거나 다른 차량이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으로도 전보받지 못한 나머지 손해를 보상하고자 개발된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다28245 판결 등 참조). 자동차상해보험은 자기신체사고보험을 대체하는 보험으로서 그 보장범위를 확대한 것이므로, 자동차상해보험 역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전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피보험자의 구제가 가장 주된 목적이지, 실손해를 초과하여 중복하여 보상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자동차상해 특약에서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보험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통약관의 ‘별표 1. 대인배상,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지급기준’에 따른 사망보험금이나 부상보험금 또는 후유장애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실손해액에 준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면서도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에 의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과 자동차상해 특약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을 합한 액수가 피보험자의 실제 손해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액 등을 공제하거나 피보험자가 배상의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이미 받은 금액 등을 공제하도록 함으로써 피보험자가 실손해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수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자동차상해 특약에는 위와 같이 배상의무자의 책임보험자로부터 지급받을 대인배상보험금을 제외하고는 피보험자가 배상의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아직 지급받지 않은 손해배상금 등을 공제하는 규정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보험자대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피보험자에게 중복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피보험자가 배상의무자 또는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받은 경우에 비하여 피보험자가 과도한 이익을 얻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
라. 나아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는 자기신체사고의 경우라도 보험회사가 ‘별표 1. 대인배상,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지급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자동차상해 특약은 위 별표 1.의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므로, 설령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에 정한 ‘자기신체사고’에 자동차상해 특약에 의하여 담보되는 사고가 포함된다고 보더라도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보험자대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자기신체사고’에 자동차상해 특약에 따라 담보되는 사고도 포함된다고 보아 보험자대위의 범위 등에 관하여 전혀 심리하지 않은 채 소외 1, 소외 2의 손해와 관련한 원고의 보험자대위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약관해석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원고의 나머지 상고 부분에 대한 판단
원고는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원고 패소 부분 중 위 소외 1, 소외 2의 손해에 관한 보험자대위청구 부분에 관해서만 상고이유를 제출하고, 나머지 부분에 관해서는 아무런 상고이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는 민사소송법 제429조에서 정한 상고기각 사유에 해당한다.
4. 피고의 상고이유(피고의 국가배상책임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사고 지점 도로는 그 위험성에 비례하여 노면표시, 시선유도표지 등의 도로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도 피고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위와 같은 하자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차량의 운전자인 소외 1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소외 1의 상속인과 연대하여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소외 1, 소외 2의 손해에 관한 보험자대위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주심) 노정희 |
232,893 | 국회의원선거무효·국회의원선거무효 | 2020수5134, 6144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한 것만으로 구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6항 및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한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이 위법한지 여부(소극) | null | [1] 구 공직선거법(2021. 3. 26. 법률 제17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51조 제6항, 제167조 / [2] 구 공직선거법(2021. 3. 26. 법률 제17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8조 제2항 | [1]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수20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수30 판결 / [2]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6수64 판결(공2017상, 34),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수95 판결 | 【원 고】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지언 외 6인)
【피 고】
경기도 성남시○○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완 외 1인)
【변론종결】
2022. 6. 9.
【주 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2020. 4. 15.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중 경기도 성남시 ○○구△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무효로 한다.
【이 유】
1. 이 사건 소의 제기
2020. 4. 15.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중 경기도 성남시 ○○구△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이하 ‘이 사건 선거’라 한다)에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후보자이었으나 낙선한 2020수6144 사건의 원고 50과 이 사건 선거의 선거인이었던 2020수5134 사건의 원고들(이하 병합된 사건의 원고들을 통칭하여 ‘원고들’이라 한다)은 이 사건 선거 과정 전반에 걸쳐 선거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선거의 무효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단
가. 사전투표용지에서 QR코드 사용 관련 주장에 관하여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①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된 QR코드는 구 공직선거법(2021. 3. 26. 법률 제17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제151조 제6항에서 정한 ‘막대 모양의 기호’인 바코드가 아니므로 위법하다. ② QR코드에 구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6항에서 정한 정보 이외에 암호화된 다른 정보가 입력되어 있어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반된다. ③ QR코드를 통해 누구에게 발급된 사전투표용지임을 식별할 수 있게 되어 비밀투표의 원칙에 위반된다.
(2) 판단
구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6항은 사전투표용지의 발급에 관하여 "투표용지에 인쇄하는 일련번호는 바코드(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한 막대모양의 기호를 말한다) 형태로 표시하여야 하며,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을 함께 담을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QR코드는 2차원으로 구현된 바코드의 일종으로서 사전투표용지에 QR코드를 인쇄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6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8수20 판결 등 참조).
또한 QR코드에 당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부여한 일련번호와 선거명, 선거구명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명 이외의 정보가 담겨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QR코드에 인쇄된 일련번호는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고, 통합선거인명부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관할 선거별 또는 선거구별로 최종 발급된 일련번호만을 유지할 뿐, 발급된 일련번호를 선거인별로 관리하고 있지 않으므로 QR코드만으로 선거인이 어떠한 후보자에게 투표하였는지 알 수도 없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수3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사전투표의 통계 수치상 조작이 의심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미래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투표 득표율에 비하여 낮고, 그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의 사전투표 득표율은 당일투표 득표율에 비하여 높은 현상 등 이 사건 선거에서 나타나는 통계 결과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한다.
(2) 판단
먼저 원고들의 위 주장은 선거의 통계 분석 결과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서 선거무효사유의 ‘존재’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주장일 뿐, 그 자체만으로는 구체적인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 즉 선거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주장이 되지 못한다.
나아가 전국적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선거인과 당일투표에 참여하는 선거인의 정당에 대한 지지 성향 차이 또는 각 선거의 사전투표율과 선거일 당시의 정치적 판세에 따라 전국적으로 특정 정당의 후보자에 대한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투표 득표율에 비하여 높거나 낮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이 이례적이라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는 이 사건 선거 이후에 실시된 재보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또한 정당별 후보자 간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결과가 경험의 법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선거에서 선거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반된 것인지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증명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 결과 나타난 부분적 통계를 편면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근거로 이 사건 선거를 포함한 전국적인 선거 과정에 선거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투표지 분류기 관련 주장에 관하여
(1)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투표지 분류기 사용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투표지 분류기에 외부 통신을 통해 불법적으로 접속하여 개표 또는 집계 결과를 조작하였다거나, 투표지 분류기의 기능을 전산으로 조작하여 투표지가 부정확하게 분류되게 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직선거법 제278조 제3항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2) 판단
먼저 투표지 분류기는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별로 구분하기 위하여 이용할 수 있는 기계장치로서(공직선거법 제178조 제2항) 이를 사용한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은 적법하다(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6수64 판결,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수95 판결 등 참조).
또한 이 사건 선거에 사용된 투표지 분류기는 무선 인터넷이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통신 등을 이용하여 투표지 분류기의 동작을 제어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고(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수30 판결 참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나 작동원리를 통하여 투표지 분류기를 이용하여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원고들의 주장도 없는 이상,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라. 그 밖의 주장에 관하여
원고들의 주장 중 투표수가 사전투표소 또는 교부된 투표용지보다 과다하다거나, 붙어있는 투표지, 좌우여백, 상하여백, 색상이 다른 투표지, 접히지 않은 투표지가 존재한다거나, 사전투표함에 붙인 봉인이 비정상적이라거나, 개표 참관을 방해하였다거나, 사전투표지를 빵상자에 보관하였다거나, 중복발급된 투표지가 존재한다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폐기한 선거관계서류가 고물상에서 발견되었다는 등의 주장은, 이 사건 선거에 관한 주장이 아니거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선거에 위조된 투표지가 투입되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선거에 어떠한 선거무효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0수30 판결 참조).
마. 소결
이 사건 선거에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된 위법이 있다거나 그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그러한 사유가 이 사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주심) 이흥구 |
230,867 | 보험금 | 2018다304014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甲 자산운용회사가 乙 보험회사와 체결한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계약의 계약서 원문인 영문본에 乙 회사의 면책사유로 정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의 해석이 문제 된 사안에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하고,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甲 자산운용회사가 乙 보험회사와 체결한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계약의 계약서 원문인 영문본에 乙 회사의 면책사유로 정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의 해석이 문제 된 사안에서, 위 계약서에는 면책대상인 ‘부정행위(Dishonesty)’의 유형으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와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을 들고 있는데, 원문에 따를 때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번역본과 같이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민법 제105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칸서스자산운용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배기완 외 2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일연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1. 16. 선고 2018나20073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보험계약의 체결
자산운용회사인 원고는 2013. 8. 1. 보험회사인 피고와 자산운용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계약서는 원문인 영문본과 번역본이 각각 작성되어 있는데, 번역본에 기재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영어로 표시된 부분은 따로 원문을 부기한 것이다).
(1) 보험증권에서 한국어로 되어 있는 부분은 설명적 목적만 가지고 있다. 만일 이 증권에서 영문과 국문 사이의 불일치가 있다면 영문이 국문에 우선하여 적용된다[제21조 (g)].
(2) 피고는 원고를 대신하여 보험기간 중에 보험기간 이전 또는 보험기간 중 발생한 부당행위(Wrongful act)에 대하여 원고를 상대로 처음 제기된 전문직 서비스와 관련한 배상청구로 인하여 원고가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를 진 손해액을 지급한다(담보조항 제2항).
(3) 부당행위는 다음을 의미한다. 담보조항 제1, 2항과 관련하여, 피보험자 또는 외부 서비스 공급자 또는 그 행동에 대하여 원고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에 의해, 전문직 서비스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하는 동안 저질러지거나 시도되거나, 저질러지거나 시도되었다고 주장되는 실수, 허위진술, 오도하는 진술, 태만, 의무 위반 또는 위탁의무 위반(any error, misstatement, misleading statement, neglect, breach of duty or breach of trust)을 포함한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 또는 피보험자 또는 외부 서비스 공급자 또는 그 행동에 대하여 원고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에 대하여 그들이 전문직 서비스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상청구가 제기되는 관련된 문제[담보조항 제7항의 ‘부당행위’ 부분 (a), 이하 ‘이 사건 부당행위 조항’이라 한다].
(4) 피고는 다음과 같은 모든 배상청구와 관련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이 없다.
부정행위(Dishonesty): 원고에 의한 고의적인 사기 행위나 부작위(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 또는 세계 모든 곳의 법률이나 규정이나 정관의 계획적인 위반이나 불이행(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 또는 그 법률이나 규정이나 정관에 의해 부과된 의무의 위반이나 불이행 또는 어떤 원고가 법적으로 얻을 자격이 없는 이윤이나 보수나 이익을 얻는 것을 토대로 하거나 그것에 기인하거나 그 결과인 배상청구. 다만 이 면책조항은[의문을 피하기 위하여 이 부분의 확장 6.(a)에 따른 방어비용이나 법적 대응비용을 선지급해야 하는 피고의 의무를 포함하여] 어떤 소송절차의 최종 판결이 그러한 고의적인 사기행위나 부작위나 계획적인 위반이나 불이행을 확증할 때까지는 적용되지 않는다(담보조항 제8항 e, 이하 ‘이 사건 면책조항’이라 한다).
나. 보험사고의 발생
(1) 원고는 우즈베키스탄 ○○○○ 지역의 부동산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개발사업’이라 한다)에 투자하는 이 사건 펀드를 설정하고 그 수익증권을 발행·판매하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였다.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재산은 이 사건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Jisong Korea Industrial’(이하 ‘JSK’라 한다)에 대출 형식으로 투자되었다.
(2)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시행령」(2007. 12. 28. 대통령령 제2046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0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시행령 규정’이라 한다)은 "자산운용회사가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1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 경우 담보가액 또는 보증금액은 대여금 이상의 금액으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충분한 금액이어야 한다."라고 정하면서, 그 제1호에서 "부동산에 대하여 담보권을 설정할 것"을 정하고 있다. JSK는 2006. 6. 우즈베키스탄 ○○○○시로부터 이 사건 개발사업부지에 대하여 영구사용권을 취득하였는데 우즈베키스탄 토지법에 따르면 토지에 대한 영구사용권에는 담보설정이 불가능하였다. 원고는 대여자금에 대한 담보를 위해 ① JSK가 영구사용권에 기하여 보유하고 있는 개발사용권에 대하여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② JSK의 주식 전체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하며, ③ JSK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한이엔씨의 주식 전체에 대하여 근질권을 설정하였다(이하 ①~③을 통틀어 ‘이 사건 담보’라 한다).
(3) 원고는 JSK에 이 사건 펀드 자금 117억 6,500만 원을 대출하고 그 후에도 60억 원을 추가 대출하였으나 2013년경 결국 이 사건 개발사업이 무산되었다.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들은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담보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충분한 담보가 될 수 없음에도 투자제안서에 마치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것처럼 기재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을 위반하고 투자자에 대한 보호의무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 관련 소송의 항소심법원은 이 사건 담보가 적정하거나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보험금 청구와 면책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관련 소송을 방어하는 과정에 들어간 방어비용과 소송 패소에 따른 판결금에서 일부 공제금액을 제외한 돈을 보험금으로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이에 대해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담보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면서 이에 부합하는 담보제공 없이 이 사건 펀드를 운영하다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 이는 원고가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면책조항에 따라 면책된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단순히 법령의 위반을 알았거나 법령 위반이라는 결과 발생을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계획적인 법령 위반으로 좁혀 해석해야 하는데, 원고의 이 사건 담보제공 행위는 이러한 계획적인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 사건 면책조항은 면책대상인 ‘부정행위(Dishonesty)’의 유형으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 of any law’(이하 ‘이 사건 면책사유’라 한다)와 ‘any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을 들고 있다.
원문에 따를 때,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가 아니라 번역본과 같이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면책조항의 원문에 기재된 ‘any wilful violation or breach’는 일반적인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인 고의로 해석하는 이상 여기에서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2209 판결의 취지 참조).
나.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를 위와 같이 본다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는 이 사건 담보가 설정된 구체적 경위, 투자자에 대한 설명노력의 정도, 영구사용권에 기초한 개발사업권의 담보로서의 실질적 가치, 이 사건 개발사업의 무산에 따른 담보가치의 변동과 그 예견가능성, 금융감독원에 대한 질의의 정확한 경위와 내용 등에 관한 심리 결과에 따라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살펴, 원고가 이 사건 시행령 규정 등이 정하는 적정하고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 더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 면책조항 단서의 원문은 ‘provided that this exclusion shall not apply to the Company’s obligation to advance Defense Costs or Legal Representation Expenses under extension 6.(a) hereof until a final adjudication in any proceeding establishes such a deliberately fraudulent act or omission or wilful violation or breach.’로 되어 있다. 이는 번역본과 달리 ‘다만 이 면책조항은 고의적 기망행위 또는 법령 위반에 관하여 소송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 약관 부칙 제6조 a항에 따른 피고의 선지급 방어비용 또는 법률대리인 선임비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번역이다. 원심은 위 원문을 ‘법원의 고의의 기망행위 또는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확정판결이 없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오역한 번역본을 그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올바른 원문을 근거로 삼아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면책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인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하고, 원고의 행위가 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판단만을 하였을 뿐, 나아가 원고의 행위가 적어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법령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심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피고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주심) 노정희 |
230,879 | 건축주명의변경절차이행청구의소 | 2019다282050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건축허가 또는 신고에 관한 건축주 명의가 수인으로 되어 있을 경우, 공동건축주 명의변경을 위해서는 변경 전 건축주 전원에게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공동건축주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해당 건축물의 공유지분을 양도하기로 한 경우, 나머지 공동건축주가 당연히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행정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행정청에 신고(이하 이러한 허가와 신고를 합하여 ‘허가 등’이라고 한다)를 하여 건축이 이루어지고 허가 등에 관한 건축주 명의가 수인으로 되어 있을 경우, 허가 등은 해당 건축물의 건축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루어지고 허가 등을 받은 지위의 분할청구는 불가능하다는 법률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공동건축주 명의변경을 위해서는 변경 전 건축주 전원에게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공동건축주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해당 건축물의 공유지분을 양도하기로 하였더라도, 법령이나 약정 등의 근거가 없는 한 나머지 공동건축주가 당연히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 민법 제265조 |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다23863 판결(공2015하, 1457) | 【원고, 상고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비다 담당변호사 조동섭)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하늘)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0. 10. 선고 2018나206374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의견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행정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행정청에 신고(이하 이러한 허가와 신고를 합하여 ‘허가 등’이라고 한다)를 하여 건축이 이루어지고 허가 등에 관한 건축주 명의가 수인으로 되어 있을 경우, 허가 등은 해당 건축물의 건축이라는 단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루어지고 허가 등을 받은 지위의 분할청구는 불가능하다는 법률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공동건축주 명의변경을 위해서는 변경 전 건축주 전원에게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다23863 판결 참조). 그리고 공동건축주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해당 건축물의 공유지분을 양도하기로 하였더라도, 법령이나 약정 등의 근거가 없는 한 나머지 공동건축주가 당연히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즉, 원고가 이 사건 증축물의 공유자이자 공동건축주인 소외인으로부터 공유지분을 양수하기로 하였더라도, 다른 공유자이자 공동건축주인 피고가 당연히 건축주 명의를 ‘피고와 소외인’에서 ‘피고와 원고’로 변경하는 것에 동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의 동의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한데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직접 또는 소외인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건축주 명의변경절차의 이행 또는 건축주 명의변경신고에 대한 승낙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의 건축주 명의변경에 대하여 피고가 동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유물의 보존행위 또는 관리행위, 금반언의 원칙이나 권리남용 등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누락, 심리미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주심) 이흥구 |
232,787 | 사기방조·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전자금융거래법위반 | 2019도15178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여부(소극) [2]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 임의성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사) | null | [1] 형사소송법 제212조, 제218조 / [2] 형사소송법 제218조 | [1]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공2020상, 123),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도17142 판결 / [2]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도7900 판결(공2007상, 78)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9. 9. 26. 선고 2019노90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단 요지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과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2 순번 1~13번 기재 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된 체크카드 13장, 휴대전화, 몰래카메라(이하 ‘이 사건 압수물’이라 한다)는 실질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에 따라 압수된 것인데,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이 정한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청구하여 발부받지 못하였다.
설령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제출의 임의성이 있어야만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다고 보이는 등 이 사건 압수물에 대하여 경찰관의 강제수사 또는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가 의심되는 반면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압수물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로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며, 피고인의 자백 외에는 이를 보강할 증거가 없다.
2. 대법원 판단
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압수 가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8조). 따라서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3726 판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13290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도1714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압수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이 정한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원심판결은 잘못되었다.
나. 이 사건 압수물 제출의 임의성 여부
(1)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라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해야 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도7900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압수물 제출에 관하여 검사가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압수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수사기관이 임의제출자인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 절차와 임의제출할 경우 피압수물을 임의로 돌려받지는 못한다는 사정 등을 고지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나)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20세의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 압수물을 임의제출할 경우 나중에 번의하더라도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경찰서로 연행되어 가방 안의 소지품 전부를 꺼내도록 요구받았고 일부 범행에 대하여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이 사건 압수물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는지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다. 원심판결 가운데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압수할 수 없다는 부분은 잘못되었지만, 이 사건 압수물에 관하여 검사가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여 이 사건 압수물은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옳다.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압수절차의 적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0,877 | 모욕 | 2019도7370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모욕죄의 보호법익(=외부적 명예) 및 ‘모욕’의 의미 /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의 표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사업소 소장인 피고인이 직원들에게 甲이 관리하는 다른 사업소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甲은 정말 야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표현하여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표현은 피고인의 甲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할 뿐 甲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2] 사업소 소장인 피고인이 직원들에게 甲이 관리하는 다른 사업소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甲은 정말 야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표현하여 甲을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과 甲의 관계, 문자메시지의 전체적 맥락 안에서 위 표현의 의미와 정도, 표현이 이루어진 공간 및 전후의 정황, 甲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와 피고인의 표현의 자유의 조화로운 보호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표현은 피고인의 甲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할 뿐 甲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헌법 제21조, 형법 제311조 / [2] 헌법 제21조, 형법 제311조 | [1]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공2019상, 239)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5. 3. 선고 2018노65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직원들에게 피해자가 관리하는 사업소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며 ‘민주노총 공소외인 지부장은 정말 야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표현(이하 ‘이 사건 표현’이라고 한다)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라는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여기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표현이 모욕죄의 모욕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어떠한 표현을 듣고 기분이 나쁜지 등 명예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 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어떠한 표현이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 아니라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 등 참조)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 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개인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는 모두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조화롭게 보호되어야 한다. 따라서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할 때에도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재단법인 우체국시설관리단에는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우체국시설관리단 지부 외에도 한국노총 소속 전국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2) 당시 피고인은 우체국시설관리단 ○○○우체국 사업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국노총 소속 위 노동조합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피해자는 우체국시설관리단 △△우편물류센터 사업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민주노총 소속 우체국시설관리단 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3) 우체국시설관리단 □□□우편집중국 사업소 관리소장(한국노총 소속)이 해고되었는데, 피해자는 2017. 9. 13. □□□우편집중국 사업소 직원들에게 위 관리소장의 재활용 폐지대금 횡령 등의 범죄사실을 적극 밝혀서 관련된 직원 등이 있으면 추가로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4) 피고인은 그다음 날인 2017. 9. 14. □□□우편집중국 사업소 시설관리 직원 3명에게 피해자가 관리하는 사업소의 문제, 민주노총에 적극적이지 않은 직원에 대한 편파적인 대우,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지적하면서 ‘민주노총 공소외인 지부장은 정말 야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는 이 사건 표현이 기재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5) 피고인은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경위와 관련하여, 경쟁관계에 있던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지부장인 피해자의 문자메시지에 대응하여 한국노총 소속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으로서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과 함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문자메시지의 전체적 맥락 안에서 이 사건 표현의 의미와 정도, 이 사건 표현이 이루어진 공간 및 전후의 정황, 피해자의 인격권으로서의 명예와 피고인의 표현의 자유의 조화로운 보호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표현은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주심) 이흥구 |
230,871 | 통신비밀보호법위반 | 2020도1007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는 같은 법 제3조 제1항 위반행위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1호의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취지 /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을 판단하는 방법 |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고(제3조 제1항), 위와 같이 금지하는 청취행위는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한 경우로 제한된다(제14조 제1항). 그리고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제1호)와 제1호에 의하여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제2호)는 제16조 제1항에 따라 처벌받는다. 위와 같은 통신비밀보호법의 내용과 형식,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관한 녹음 또는 청취에 대하여 제3조 제1항에서 일반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제14조 제1항에서 구체화하여 금지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입법 취지와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 위반행위에 해당하여 제16조 제1항 제1호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6조 제1항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공2006하, 1939),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도15616 판결(공2016상, 809)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20. 1. 9. 선고 2019노47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판결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17. 9. 말 부산에 있는 부산○○교회 사무실에서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게임을 진행하면서 한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하여 교회 장로 공소외 4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하였다. 이로써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알게 된 대화의 내용을 누설하였다.
원심은 위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관한 법리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지 못하고(제3조 제1항), 위와 같이 금지하는 청취행위는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한 경우로 제한된다(제14조 제1항). 그리고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제1호)와 제1호에 의하여 지득한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제2호)는 제16조 제1항에 따라 처벌받는다.
위와 같은 통신비밀보호법의 내용과 형식,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관한 녹음 또는 청취에 대하여 제3조 제1항에서 일반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제14조 제1항에서 구체화하여 금지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입법 취지와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 위반행위에 해당하여 제16조 제1항 제1호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도164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조 제1항에 위반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3도15616 판결).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3.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와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789 | 집행유예취소인용결정에대한재항고 | 2022모1466 | 20,220,831 | 자 | 대법원 | 형사 | 결정 |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은 다음에는 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정한 사유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러한 법리는 원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 즉시항고 또는 재항고로 말미암아 아직 집행유예의 선고 취소 결정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의 상태에서 상소심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유예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null | 형법 제64조 제2항, 제65조 | 대법원 2019. 3. 22. 자 2018모3217 결정 | 【재항고인】
재항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남혁
【원심결정】
대구지법 2022. 5. 31. 자 2022로88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한다.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집행유예 취소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직권으로 살펴본다.
1.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다음 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고 유예기간이 지난 때에는 형법 제65조에 따라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이와 같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은 다음에는 형법 제64조 제2항에서 정한 사유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는 원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효력이 있는 즉시항고 또는 재항고로 말미암아 아직 집행유예의 선고 취소 결정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의 상태에서 상소심 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유예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9. 3. 22. 자 2018모3217 결정 등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재항고인은 2020. 7. 2.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에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받았고, 2020. 7. 10.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나. 제1심은 2022. 4. 28. 재항고인이 보호관찰대상자로서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겁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재항고인은 즉시항고를 하였다.
다. 원심은 2022. 5. 31. 제1심결정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항고인의 즉시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재항고인은 재항고를 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재항고인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를 취소한 제1심결정이 재항고인의 즉시항고와 이를 기각한 원심결정에 대한 재항고로 말미암아 미처 확정되기 전에 유예기간이 지났으므로, 재항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고, 이에 따라 검사의 이 사건 집행유예 취소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과 원심결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4. 그러므로 재항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여 위와 같은 이유로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집행유예 취소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1,931 | 배당이의 | 2019다200737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조세채권에 관하여 교부청구를 한 경우, 조세채권에 우선 배당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배당금은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5조의2가 신설·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최우선임금채권에 관하여 임금채권자가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한 배당요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근로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5조의2 본문에 따라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하여 배당요구를 한 경우,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배당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같은 조 단서 규정이 사업주를 대신하여 최우선임금채권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의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 행사를 제한하는 취지인지 여부(소극) | null |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1조, 제412조, 제415조의2, 제473조, 제475조, 제476조, 제477조,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 /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11조, 제412조, 제415조의2, 제473조, 제475조, 제476조, 제477조,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7조 | [1]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2다70129 판결(공2003하, 1582) | 【원고, 상고인】
에프에이치1605유동화전문 유한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정경인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한국오쿠보의 파산관재인 ○○○
【피 고】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8. 12. 11. 선고 (청주)2018나267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서면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415조의2 규정에서 체당금채권자와 담보권자의 지위에 관한 법리
가. 채무자회생법 제411조, 제412조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상에 존재하는 저당권 등의 담보권자 또는 전세권자는 그 목적인 재산에 관하여 별제권을 가지며, 별제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행사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75조, 제476조, 제477조는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이하 ‘조세채권’이라 한다), 채무자의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및 재해보상금 등을 재단채권으로 정하면서,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따르지 않고 파산채권보다 먼저 수시로 변제하고,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하게 된 때에는 재단채권의 변제는 다른 법령이 규정하는 우선권에 불구하고 아직 변제하지 않은 채권액의 비율에 따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파산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과세관청이 관련 법령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조세채권에 관하여 한 교부청구는 그 담보물권자가 파산으로 말미암아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함과 아울러 채무자회생법상 적정한 배당재원의 확보라는 공익을 위하여 별제권보다 우선하는 채권 해당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제한된 효력만이 인정된다. 따라서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위와 같은 교부청구를 한 조세채권에 대해서는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조세채권에 우선 배당을 하되, 그 배당금은 채권자인 과세관청에 직접 교부할 것이 아니라, 파산관재인이 채무자회생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각 재단채권자에게 안분변제할 수 있도록 파산관재인에게 교부해야 한다. 파산관재인은 이를 수령하여 재단채권자에 대한 변제자원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2다701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회생법 제415조의2(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가 신설·시행되기 전에 발생한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각호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선순위인 임금·재해보상금·퇴직금 등 채권(이하 통칭하여 ‘최우선임금채권’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금채권자가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한 배당요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2014. 12. 30. 법률 제12892호로 개정되어 2015. 7. 1. 시행된 채무자회생법은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각호에 따른 채권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에 따른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 등 채권의 채권자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대한 별제권 행사…에 따른 환가대금에서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다만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에 따라 해당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한 이유는 위에서 보았듯이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하여 우선 배당을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이 그 배당금을 수령하여 재단채권자에게 안분변제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여 근로자의 최우선임금채권을 두텁게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자가 행사하는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도 인정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라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하여 배당요구를 하여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하여 배당을 받고 그 배당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조항 단서, 즉 "다만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에 따라 해당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규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문제 된다. 이것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위탁을 받은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하여 지급한 최우선임금채권에 대해서는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우선변제권을 가지는 배당금을 직접 수령하여 변제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고, 여기에서 나아가 이 사건 조항 신설 전과 달리 근로복지공단이 임금채권보장법 제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우선 변제를 받을 권리(다만 그 배당금은 파산관재인에게 교부된다)조차도 행사할 수 없도록 하여 담보물권자가 파산으로 말미암아 파산 전보다 더 유리하게 되는 결과를 허용하고자 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파산채무자를 대신하여 근로자에게 최우선임금채권을 체당금으로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이 파산채무자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여 파산관재인인 피고가 배당금을 대신 수령하게 되었다. 위 부동산의 근저당권자인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은 위 배당금에 관한 우선변제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조항 단서가 근로복지공단이 별제권 행사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직접 배당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 최우선임금채권을 대위 행사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우선변제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2,895 | 계고처분취소 | 2021두46971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제1항 단서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의 형질변경 등 개발행위를 한 경우, 같은 법 제30조 제1항에 따른 위반행위자 등에 대한 행정청의 시정명령이 재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제1항, 제30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27조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완 외 5인)
【피고, 상고인】
구리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7. 8. 선고 2020누6506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개발제한구역법’이라 한다) 제30조 제1항은 "시장·군수·구청장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적발한 경우에는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으며, 해당 행위자(위반행위에 이용된 건축물·공작물·토지의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를 포함한다. 이하 ‘위반행위자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공사의 중지 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건축물·공작물 등의 철거·폐쇄·개축 또는 이전,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명(이하 ‘시정명령’이라 한다)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중 제1호는 "제12조 제1항 단서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허가의 내용을 위반하여 건축물의 건축 또는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지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 죽목(竹木) 벌채 또는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이하 통틀어 ‘개발행위’라 한다)을 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형식이나 체재 또는 문언에 비추어 보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제12조 제1항 단서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토지의 형질변경 등 개발행위를 한 경우 그 위반행위자 등에 대한 행정청의 시정명령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나.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에 의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등을 그 판단 대상으로 한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4두6181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1) 원고가 이 사건 토지의 형질을 변경할 무렵에 시행되던 구 도시계획법(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2000. 7. 1. 대통령령 제16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 제2항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는 그 구역 지정의 목적에 위배되는 토지의 형질변경을 할 수 없고, 다만 다량의 토석채취, 입목의 벌채를 수반하지 아니하거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목적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의 경우에는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위임에 따른 구 도시계획법 시행규칙(2000. 7. 4. 건설교통부령 제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22호에서는 주택의 진입로의 설치를 위한 토지형질변경을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토지의 형질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행정청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허용하는 체계는 현행 개발제한구역법 제12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9호 (가)목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1996년경 이 사건 토지 위에 이 사건 건물을 건축하면서 이 사건 도로 부분에 콘크리트나 잡석을 타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토지의 형질을 변경하고 현재까지 이를 위 건물의 진입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위와 같이 토지의 형질을 변경할 당시 이 사건 토지는 이미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었으므로 원칙적으로 형질변경이 금지되고, 예외적으로 피고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형질변경이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원고가 그 당시부터 현재까지 피고로부터 형질변경허가를 받았거나 그 허가를 신청하였다는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2)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는 너비 4m로 예정된 이 사건 도로를 너비 5.5m가 되도록 포장하였고, 그와 같이 포장된 부분의 길이가 94m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다른 부분에도 콘크리트나 잡석을 타설하는 방법으로 형질변경을 하였는데, 그 전체 면적은 이 사건 도로 부분을 포함하여 약 1,216㎡로 확인된다. 이와 같이 원고는 무단으로 형질변경한 이 사건 토지 부분을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개인적으로 이용하여 왔고, 위와 같은 위법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무단 형질변경 행위의 위법성은 상당히 무거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 사건 토지가 원고의 사유지로서 원고가 오랜 기간 사실상 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하여 왔다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이 사건 토지 중 포장된 부분을 철거하여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하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로의 통행에 불편이 야기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즉 개발제한구역 지정과 그 유지·관리를 통해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그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사익이 현저히 크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개발제한구역법 제30조 제1항의 시정명령에 관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
232,897 | 폐업처리신고수리취소거부처분취소 | 2021두40539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구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기물 재활용 신고를 한 자를 위한 경과조치에 관한 폐기물관리법 부칙(2010. 7. 23.) 제2조 제3항의 규정 취지 및 종전 규정에 따른 신고 대상 폐기물 재활용업자가 위 부칙조항 단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시설 등을 갖추어 2013. 7. 23.까지 변경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 재활용업 허가의제의 효력이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구 폐기물관리법(2010. 7. 23. 법률 제103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제1항, 폐기물관리법 제25조, 폐기물관리법 부칙(2010. 7. 23.) 제2조 제3항 | null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담양군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프로 담당변호사 박덕희 외 1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1. 5. 13. 선고 2020누1240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2010. 7. 23. 법률 제10389호로 개정되기 전 폐기물관리법(이하 ‘구 폐기물관리법’이라고 한다)은 사업장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로서 비료관리법 제4조에 따라 지정된 부산물비료(副産物肥料)를 제조하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이하 ‘개정 폐기물관리법’이라고 한다), 폐기물 재활용업을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으로 전환하고,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어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였다(제25조).
한편 개정 폐기물관리법은 구 폐기물관리법 제46조 제1항에 따라 폐기물 재활용 신고를 한 자를 위한 경과조치로, 부칙 제2조 제3항(이하 ‘이 사건 부칙조항’이라고 한다)에서 개정 폐기물관리법 시행 당시 폐기물 재활용 신고를 한 자는 개정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 재활용업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되, 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제25조 제3항에 따른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어 법 제25조 제11항에 따른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부칙조항의 취지는, 종전에 신고 대상이었던 폐기물 재활용업자의 지위를 경과조치 기간, 즉 개정 폐기물관리법 시행일인 2011. 7. 24.로부터 2년 이내인 2013. 7. 23.까지 보장하되, 그 기간 내에 개정 폐기물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어 변경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종전 규정에 따른 신고 대상 폐기물 재활용업자가 이 사건 부칙조항의 폐기물 재활용업 허가의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13. 7. 23. 이전에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시설 등을 갖추어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고, 위 기간까지 변경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 재활용업 허가의제의 효력은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2002. 4. 17. 폐기물 재활용 신고를 한 후 폐기물 종합재활용업을 영위하다가 2012. 4. 18. 피고에게 재활용대상 폐기물을 피마자박(피마자 열매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으로 변경하고, 재활용시설을 변경하는 변경신고를 한 사실, 이에 피고는 개정 폐기물관리법 제25조가 시행되었음을 이유로 2012. 4. 19. 원고에게 "이 사건 부칙조항에 따라 2013. 7. 23.까지 개정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3항에 의거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어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변경허가를 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위 기간 내에 개정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3항에서 정한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어 변경허가를 받지 못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부칙조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개정 폐기물관리법 제25조 제3항에서 정한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어 변경허가를 받지 못한 이상 원고의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의제의 효력은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에 따른 2년이 도과한 2013. 7. 24.경 소멸되었다. 한편 피고가 2012. 4. 19. 한 변경허가에 부가한 조건의 취지는 2013. 7. 23. 이전에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시설 등을 갖추어 변경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허가의제의 효력이 소멸한다는 의미로, 이는 이 사건 부칙조항 단서의 내용을 확인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따라서 원고의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의제의 효력이 소멸된 이상 위 영업에 관한 폐업신고 수리처분이 무효임이 확인되거나 ‘폐업신고의 수리처분 취소 또는 폐기물처리업 허가증 재교부’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미 소멸되어 버린 폐기물 종합재활용업에 대한 허가를 원상회복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소로써 위 폐업신고 수리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위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이 사건 부칙조항 또는 조건부 변경허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주심) 이흥구 |
230,881 | 소유권이전등기 | 2021다216766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1975. 12. 31. 지적법 개정 전에 복구된 구 토지대장이나 분배농지부 등에 토지의 사정명의인 아닌 사람이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명의자가 소유자로 추정되는지 여부(소극) / 분배대상 농지를 확인하는 서류나 상환대장 등 상환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는 서류뿐 아니라 보상에 관한 서류에 소유자 기재가 일치되어 있는 경우, 위 서류들이 농지분배 당시 토지 소유권이 명의자에게로 이전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유력한 자료의 증명력을 배척하기 위한 방법 [2] 甲이 사정받은 토지의 상속인인 乙 등이 구 농지개혁법이 시행될 당시 등기부명의인이 丙으로 기재된 위 토지의 현재 명의인들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위 토지는 농지개혁 당시 丙의 소유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1975. 12. 31. 지적법 개정 전에 복구된 구 토지대장상의 소유자란에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재에는 권리추정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에 따른 농지분배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들에 지주 또는 피보상자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그 사람이 분배대상 농지의 소유자로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구 토지대장이나 분배농지부 등에 토지의 사정명의인 아닌 사람이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명의자가 소유자로 추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 토지대장이나 농지분배 관련 서류들의 기재 내용을 다른 사정들과 종합하여 권리변동에 관한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농지소표, 분배농지부 등 분배대상 농지를 확인하는 서류나 상환대장 등 상환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는 서류뿐 아니라 농지를 국가에 매수당한 지주가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된 보상신청서, 지주신고서, 지가사정조서, 지가증권 등 보상에 관한 서류에도 소유자 기재가 일치되어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서류들은 적어도 농지분배 당시에는 그 토지 소유권이 그 명의자에게로 이전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유력한 자료의 증명력을 배척하려면, 그에 배치되는 합리적인 다른 사정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甲이 사정받은 토지의 상속인인 乙 등이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 이하 ‘구 농지개혁법’이라 한다)이 시행될 당시 등기부명의인이 丙으로 기재된 위 토지의 현재 명의인들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한 사안에서, 보상신청서, 지가사정조서, 지가증권 등 구 농지개혁법에 의한 농지분배 당시 작성된 모든 관련 서류에 일치하여 위 토지의 소유자가 丙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구 농지개혁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보상을 받는 데 필요한 보상신청서는 구 농지개혁법 시행령(1995. 12. 22. 대통령령 제14835호 농지법 시행령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 제13조에 의해 보상받을 자가 보상받을 농지를 실제 소유하고 있는 사실에 관하여 소재지 농지위원회 및 구청장, 시장 또는 읍·면장의 확인을 받아 거주지 지방장관에게 제출하는 서류로서 丙이 제출한 보상신청서도 관할면장의 확인을 받은 것인 점, 丙이 실제로 위 토지 등에 대한 일부 보상금을 지급받았던 점, 반면 乙 등을 비롯한 甲의 상속인들은 위 소 제기 전까지 위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거나 실질적인 권리행사를 하는 등 소유자로서 당연히 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권리주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토지는 농지개혁 당시 丙의 소유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법 제186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구 지적법(1975. 12. 31. 법률 제28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5호(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1항 제5호 참조), 구 지적법(1986. 5. 8. 법률 제38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 참조),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 제5조 제2호, 제8조, 제11조, 제13조 / [2] 민법 제186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구 지적법(1975. 12. 31. 법률 제28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5호(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71조 제1항 제5호 참조), 구 지적법(1986. 5. 8. 법률 제381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현행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74조 참조),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 제5조 제2호, 제8조, 제11조, 제13조, 구 농지개혁법 시행령(1995. 12. 22. 대통령령 제14835호 농지법 시행령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 제13조 | [1]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91354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3808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7455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 고】
피고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피고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우람찬 외 1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1. 26. 선고 2020나20518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1975. 12. 31. 지적법 개정 전에 복구된 구 토지대장상의 소유자란에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재에는 권리추정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구 농지개혁법(1949. 6. 21. 법률 제31호로 제정되었다가, 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른 농지분배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들에 지주 또는 피보상자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그 사람이 분배대상 농지의 소유자로 추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구 토지대장이나 분배농지부 등에 토지의 사정명의인 아닌 사람이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명의자가 소유자로 추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 토지대장이나 농지분배 관련 서류들의 기재 내용을 다른 사정들과 종합하여 권리변동에 관한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농지소표, 분배농지부 등 분배대상 농지를 확인하는 서류나 상환대장 등 상환에 필요한 사항을 기재하는 서류뿐 아니라 농지를 국가에 매수당한 지주가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작성된 보상신청서, 지주신고서, 지가사정조서, 지가증권 등 보상에 관한 서류에도 소유자 기재가 일치되어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서류들은 적어도 농지분배 당시에는 그 토지 소유권이 그 명의자에게로 이전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유력한 자료의 증명력을 배척하려면, 그에 배치되는 합리적인 다른 사정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91354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3808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745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장단군 ○○면△△리에 관한 토지조사부에는 장단군 ○○면△△리에 주소를 둔 소외 1이 위 (주소 1 생략) 답 379평(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을 사정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를 비롯한 소외 1의 공동상속인들은 2019년경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단독상속하기로 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였다.
2) 구 농지개혁법이 시행될 당시인 1950. 5.경 서울 종로구 (주소 2 생략)에 거주하는 소외 2는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장단군 ○○면□□리, △△리 일대 농지에 관한 보상신청서를 작성하여 ○○면장의 확인을 받아 서울특별시장에게 제출하였는데, 위 보상신청서에는 이 사건 토지의 등기부명의인으로 위 소외 2가 기재되어 있다.
3) 대한민국은 위와 같은 신청에 따라 이 사건 토지 등에 대한 지가사정을 거친 다음 1950. 3. 31. 소외 2에게 1950. 12. 1.부터 1955. 5. 31.까지 274석 7두를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지가증권을 발급한 후 소외 2에게 위 보상금 중 154석 9두를 지급하였다.
4) 위와 같이 지가증권이 발급된 직후 6·25 사변이 발생하여 지적공부와 함께 분배농지부, 상환대장 등 농지분배 관련 서류가 소실되었다. 이 사건 토지는 1980. 2. 28. 지적이 복구되었으나 토지대장의 소유권란은 ‘소유자미복구’ 상태로 남아 있었다.
5) 피고 보조참가인은 이 사건 토지를 소외 2의 상속인인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으로부터 매수하였음을 이유로 위 소외 3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한편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 사건 토지가 위 소외 3 등의 소유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00. 2. 3. 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6) 피고 보조참가인은 2006. 6. 28.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소외 3 등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같은 날 피고 보조참가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 보조참가인은 2018. 4. 10. 이 사건 토지를 피고에게 매도한 다음 2018. 4. 19.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와 같은 농지분배 관련 서류의 기재만으로는 소외 1이 구 농지개혁법 시행 이전에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하여 그 소유권을 상실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토지는 사정명의인 소외 1의 상속인인 원고의 소유라고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상신청서, 지가사정조서, 지가증권 등 구 농지개혁법에 의한 농지분배 당시 작성된 모든 관련 서류에 일치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가 소외 2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구 농지개혁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보상을 받는 데 필요한 보상신청서는 구 농지개혁법 시행령(1950. 3. 25. 대통령령 제294호로 제정되었다가 1995. 12. 22. 대통령령 제14835호 농지법 시행령 부칙 제2조 제1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13조에 의해 보상받을 자가 보상받을 농지를 실제 소유하고 있는 사실에 관하여 소재지 농지위원회 및 구청장, 시장 또는 읍·면장의 확인을 받아 거주지 지방장관에게 제출하는 서류로서 소외 2가 제출한 보상신청서도 관할면장의 확인을 받은 것인 점, 소외 2가 실제로 이 사건 토지 등에 대한 일부 보상금을 지급받았던 점, 반면 원고를 비롯한 사정명의인의 상속인들은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거나 실질적인 권리행사를 하는 등 소유자로서 당연히 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권리주장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토지는 농지개혁 당시 소외 2의 소유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마. 그런데도 원심이 농지분배 당시 이 사건 토지가 소외 2의 소유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에는 농지분배 관련 서류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
230,875 | 거절결정(특) | 2020후11479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특허 | 판결 | 둘 이상의 발명을 하나로 한 원특허출원 시에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여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 공지예외 및 분할출원 관련 규정의 문언과 내용, 각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둘 이상의 발명을 하나로 한 원특허출원(이하 ‘원출원’이라고 한다)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할출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여 공지예외주장을 하였다면, 원출원이 자기공지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이루어진 이상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특허법 제30조 제1항 제1호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발명이 특허출원 전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되는 등으로 특허법 제29조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이하 ‘자기공지(自己公知)’라고 한다], 그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면 그 특허출원된 발명에 대하여 특허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특허법 제29조 제1항, 제2항) 규정을 적용할 때 그 발명은 제29조 제1항 각호의 공지된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하여 공지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적용을 받고자 하는 자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하여 출원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특허출원일부터 30일 이내에 특허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여, 공지예외 적용을 위한 주장의 제출 시기, 증명서류 제출 기한 등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특허법 제52조 제2항은 적법한 분할출원이 있을 경우 원출원일에 출원한 것으로 본다는 원칙과 그 예외로서 특허법 제30조 제2항의 공지예외주장의 제출 시기, 증명서류의 제출 기간에 관하여는 분할출원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는 공지예외주장의 시기 및 증명서류 제출 기한을 원출원일로 소급하여 산정하면 분할출원 시 이미 기한이 지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고 분할출원에서만 공지예외주장을 한 경우에는 분할출원일을 기준으로 공지예외주장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거나 원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을 분할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을 통한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 인정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위 규정들의 문언상으로는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할출원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면 특허법 제52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원출원일에 출원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자기공지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원출원이 이루어지고, 분할출원일을 기준으로 공지예외주장의 절차 요건을 충족하였다면, 분할출원이 자기공지일로부터 12개월을 도과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공지예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② 분할출원은 특허법 제45조 제1항이 정하는 1발명 1출원주의를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원출원 당시 청구범위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원출원의 최초 첨부 명세서 및 도면에 기재되어 있는 발명에 대하여 후일 권리화할 필요성이 생긴 경우 이들 발명에 대해서도 이 새로운 특허출원이 적법한 것이면 원출원과 동시에 출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인정하는 것도 허용하여 특허제도에 의해 보호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원출원 당시에는 청구범위가 자기공지한 내용과 무관하여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으나, 분할출원 시 청구범위가 자기공지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여 출원일 소급의 효력을 인정할 실질적 필요성이 있다. ③ 분할출원은 특허에 관한 절차에서 보정의 대상이 되는 어떤 절차와 관련하여 기재사항의 흠결, 구비서류의 보완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보정과는 별개의 제도로, 보정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특허법 제52조의 요건을 충족하면 허용되는 독립된 출원이다. 따라서 특허출원서에 공지예외주장 취지를 기재하도록 한 특허법 제30조 제2항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출원 시 누락한 공지예외주장을 보정의 형식으로 보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이 점이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분할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을 허용하지 않을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④ 출원인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특허법 제30조 제3항을 신설하여(2015. 1. 28. 법률 제13096호로 개정된 것) 출원인의 단순한 실수로 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공지예외주장의 취지를 적은 서류나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공지예외주장 보완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특허 절차에서의 보정과 분할출원은 요건과 취지를 달리하는 별개의 제도라는 점에서, 원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분할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으로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는 특허법 제30조 제3항의 신설 전후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⑤ 공지예외 규정은 특허법 제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외 인정 사유가 확대되고, 신규성뿐만 아니라 진보성과 관련해서도 이를 적용하며,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되는 등의 개정을 통해 특허제도에 미숙한 발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넘어 출원인의 발명자로서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통해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 효과를 인정받는 것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 특허법 제29조, 제30조, 제45조 제1항, 제52조 제2항 |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후2353 판결(공2011하, 1413)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특허법인 태웅 담당변리사 이태림)
【피고, 피상고인】
특허청장
【원심판결】
특허법원 2020. 9. 17. 선고 2020허30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14. 12. 23. 명칭을 "시퀀스 제어회로의 배선방법"으로 하는 발명을 출원하였는데(특허출원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원출원’이라고 한다), 이 사건 원출원 당시 특허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다가, 특허청 심사관으로부터 2014. 8.경 공개된 원고 본인의 석사학위 논문(원심판시 선행발명 3)으로 인해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제출통지를 받았다.
2)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원출원의 보정기간 내인 2016. 8. 30. 이 사건 원출원으로부터 이 사건 원출원과 명칭을 같이하는 이 사건 출원발명(특허출원번호 2 생략)을 분할출원하면서 공지예외주장을 하고, 2016. 8. 31. 이 사건 원출원 신청을 취하하였다.
3) 특허청 심사관은 원고의 공지예외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출원발명은 선행발명 3과 동일한 것이어서 그 신규성과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제출통지를 하였고, 최종적으로 2017. 3. 15. 거절결정을 하였다.
4) 원고가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청구를 하였으나 특허심판원은 2020. 3. 3. 원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이상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여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공지예외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출원발명은 선행발명 3에 의해서 이 사건 출원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등의 이유로 심판청구 기각 심결을 하였다.
5)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심결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원심은 심결과 같은 취지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은 둘 이상의 발명을 하나로 한 원특허출원(이하 ‘원출원’이라고 한다) 시에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그로부터 분할하여 출원한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여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이다.
2. 판단
가.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분할출원 시의 공지예외주장을 하여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공지예외 및 분할출원 관련 규정의 문언과 내용, 각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원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할출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여 공지예외주장을 하였다면, 원출원이 자기공지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이루어진 이상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특허법 제30조 제1항 제1호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발명이 특허출원 전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되었거나 공연히 실시되는 등으로 특허법 제29조 제1항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이하 ‘자기공지(自己公知)’라고 한다], 그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면 그 특허출원된 발명에 대하여 특허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특허법 제29조 제1항, 제2항) 규정을 적용할 때 그 발명은 제29조 제1항 각호의 공지된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하여 공지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은 같은 조 제1항 제1호의 적용을 받고자 하는 자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하여 출원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특허출원일부터 30일 이내에 특허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여, 공지예외 적용을 위한 주장의 제출 시기, 증명서류 제출 기한 등 절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한편 특허법 제52조 제2항은 적법한 분할출원이 있을 경우 원출원일에 출원한 것으로 본다는 원칙과 그 예외로서 특허법 제30조 제2항의 공지예외주장의 제출 시기, 증명서류의 제출 기간에 관하여는 분할출원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는 공지예외주장의 시기 및 증명서류 제출 기한을 원출원일로 소급하여 산정하면 분할출원 시 이미 그 기한이 지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고 분할출원에서만 공지예외주장을 한 경우에는 분할출원일을 기준으로 공지예외주장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거나 원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을 분할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을 통한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 인정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위 규정들의 문언상으로는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할출원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면 특허법 제52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원출원일에 출원한 것으로 보게 되므로, 자기공지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원출원이 이루어지고, 분할출원일을 기준으로 공지예외주장의 절차 요건을 충족하였다면, 분할출원이 자기공지일로부터 12개월을 도과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공지예외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2) 분할출원은 특허법 제45조 제1항이 정하는 1발명 1출원주의를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원출원 당시 청구범위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원출원의 최초 첨부 명세서 및 도면에 기재되어 있는 발명에 대하여 후일 권리화할 필요성이 생긴 경우 이들 발명에 대해서도 이 새로운 특허출원이 적법한 것이면 원출원과 동시에 출원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인정하는 것도 허용하여 특허제도에 의해 보호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원출원 당시에는 청구범위가 자기공지한 내용과 무관하여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으나, 분할출원 시 청구범위가 자기공지한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여 출원일 소급의 효력을 인정할 실질적 필요성이 있다.
3) 분할출원은 특허에 관한 절차에서 보정의 대상이 되는 어떤 절차와 관련하여 기재사항의 흠결, 구비서류의 보완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보정과는 별개의 제도로, 보정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특허법 제52조의 요건을 충족하면 허용되는 독립된 출원이다. 따라서 특허출원서에 공지예외주장 취지를 기재하도록 한 특허법 제30조 제2항을 형해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출원 시 누락한 공지예외주장을 보정의 형식으로 보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후2353 판결 등 참조), 이 점이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분할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을 허용하지 않을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4) 위 2010후2353 판결 이후 출원인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하여 특허법 제30조 제3항을 신설하여(2015. 1. 28. 법률 제13096호로 개정된 것) 출원인의 단순한 실수로 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공지예외주장의 취지를 적은 서류나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공지예외주장 보완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특허 절차에서의 보정과 분할출원은 그 요건과 취지를 달리하는 별개의 제도라는 점에서, 원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은 경우 분할출원에서의 공지예외주장으로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의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는 특허법 제30조 제3항의 신설 전후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5) 여기에 공지예외 규정은 특허법 제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예외 인정 사유가 확대되고, 신규성뿐만 아니라 진보성과 관련해서도 이를 적용하며, 그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되는 등의 개정을 통해 특허제도에 미숙한 발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넘어 출원인의 발명자로서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분할출원에서 공지예외주장을 통해 원출원일을 기준으로 한 공지예외 효과를 인정받는 것을 제한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나.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출원발명과 동일한 발명인 선행발명 3의 공개 이후 12개월 내인 2014. 12. 23. 이 사건 원출원을 하였고, 당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분할출원 가능기간 내인 2016. 8. 30. 분할출원을 하며 절차를 준수하여 공지예외주장을 하였다. 따라서 원고가 자기공지한 선행발명 3은 이 사건 출원발명의 신규성 및 진보성 부정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2)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분할출원 시에 공지예외주장을 하였다 하더라도 원출원 시 공지예외주장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출원발명은 선행발명 3에 의하여 신규성 및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보아 이와 같이 판단한 심결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분할출원 및 공지예외주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주심) 이흥구 |
230,873 | 부가가치세경정거부처분취소 | 2017두53170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어떠한 금액이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된 금액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일정한 이익을 제공하는 등으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이 그 상당액만큼 감액되었을 때와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이익이 별개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거래에 대하여 제공되는 등의 이유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서 그 상당액이 직접 공제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는 경우, 이를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제1항 본문 제1호에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관하여 ‘금전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 그 대가’라고 규정하고, 제2항 제1호에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하지 아니하는 금액으로 ‘에누리액’을 드는 한편, 제3항에서는 장려금과 이와 유사한 금액 등을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13. 6. 28. 대통령령 제2463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2항은 "법 제13조 제2항 제1호에 규정하는 에누리액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있어서 그 품질·수량 및 인도·공급대가의 결제 기타 공급조건에 따라 그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당시의 통상의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및 부가가치세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여 개별 공급거래를 단위로 거래징수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어떠한 금액이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된 금액이어야 한다.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일정한 이익을 제공하는 등으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이 그 상당액만큼 감액되었을 때와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이익이 별개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거래에 대하여 제공되는 등의 이유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서 그 상당액이 직접 공제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 이를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 제1호(현행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3항 제1호 참조), 제2항 제1호(현행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5항 제1호 참조), 제3항(현행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6항 참조),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13. 6. 28. 대통령령 제2463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2항(현행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5항 제1호 참조) | null | 【원고, 상고인】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남대문세무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서평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6. 16. 선고 2016누3726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동통신사업자인 원고는 이동통신용역 이용자(이하 ‘이용자’라 한다)에게 해당 용역을 제공하였다. 한편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회사는 이동통신단말기(이하 ‘단말기’라 한다)를 제조업자로부터 구입하여 원고의 이동통신용역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대리점 사업자(이하 ‘대리점’이라 한다)에게 판매하였다. 대리점은 구입한 단말기를 이용자에게 판매하였다.
나. 원고는 2008. 7.부터 2010. 12.까지 자신이 제공하는 이동통신용역을 일정 기간 이용하기로 약정하는 이용자에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단말기 구입 보조금(이하 ‘이 사건 보조금’이라 한다)을 지원하였다.
1) 이용자가 단말기를 일시불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보조금을 대리점에 직접 지급하였다(T기본약정형). 대리점은 원고로부터 보조금을, 이용자로부터 보조금 상당액을 제외한 나머지 단말기 대금을 지급받았다.
2) 이용자가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대리점으로부터 이용자에 대한 단말기 할부금 채권을 양수하거나 신용카드사가 대리점으로부터 양수한 단말기 할부금 채권의 추심업무를 수탁한 다음, 매월 이용자에게 이동통신용역의 이용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함께 청구하면서 이 사건 보조금을 단말기 할부금 청구금액에서 차감하였다(T약정할부지원형). 이 경우 대리점에는 원고나 신용카드사가 단말기 할부금 채권을 양수할 때 단말기 대금 전부가 지급되었고, 신용카드사에는 원고가 매월 단말기 할부금 채권을 추심할 무렵 이 사건 보조금을 포함한 단말기 할부금이 지급되었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보조금이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에 해당하므로 그 금액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2008년 2기부터 2010년 2기까지의 부가가치세 중 일정액의 환급을 구하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 해당 여부(제1 상고이유)
가. 구 부가가치세법(2013. 6. 7. 법률 제118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는 제1항 본문 제1호에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관하여 ‘금전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 그 대가’라고 규정하고, 제2항 제1호에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하지 아니하는 금액으로 ‘에누리액’을 드는 한편, 제3항에서는 장려금과 이와 유사한 금액 등을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2013. 6. 28. 대통령령 제2463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2항은 "법 제13조 제2항 제1호에 규정하는 에누리액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있어서 그 품질·수량 및 인도·공급대가의 결제 기타 공급조건에 따라 그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당시의 통상의 공급가액에서 일정액을 직접 공제하는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입법 취지 및 부가가치세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여 개별 공급거래를 단위로 거래징수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어떠한 금액이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는 에누리액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된 금액이어야 한다.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게 일정한 이익을 제공하는 등으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이 그 상당액만큼 감액되었을 때와 동일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이익이 별개의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거래에 대하여 제공되는 등의 이유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서 그 상당액이 직접 공제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면, 이를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보조금은 이용자의 단말기 구입을 위한 지원금으로서 원고가 공급한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된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에누리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의 이동전화서비스 이용약관과 서비스 신규계약서 등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보조금이 이동통신용역의 일정 기간 이용을 조건으로 단말기 구입비용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원고와 이용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
2) 원고가 대리점에 이 사건 보조금을 직접 또는 신용카드사를 통하여 지급함으로써 단말기를 구입하는 이용자가 대리점에 지급하여야 할 단말기 대금 중 일부를 대신 변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원고와 이용자 사이에 이 사건 보조금을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한 에누리액의 요건과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조세중립성의 원칙 등 위반 여부(제2 상고이유)
가. 원심은 이 사건 보조금을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으로 보지 않으면 사업자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가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초과하게 되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다음의 이유 등을 들어 배척하였다.
1) 부가가치세는 개별 거래를 단위로 거래징수되므로 사업자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가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초과하는지는 단말기 공급거래와 이동통신용역 공급거래를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고가 이 사건 보조금을 대리점에 지급한 것은 단말기 공급거래에서 이용자가 대리점에 지급하여야 할 단말기 대금 중 일부를 대신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원고와 이용자가 대리점에 지급한 부가가치세 합계액은 단말기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율 10%를 적용한 금액이다.
3) 이 사건 보조금은 이동통신용역의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용자는 이동통신용역 공급거래에서 그 공급가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였을 뿐이다.
나. 또한 원심은, 이동통신사업과 단말기 공급사업을 함께 하는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이동통신사업만을 하는 원고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등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른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경우와 달리 원고가 지원하는 단말기 보조금에 대해서만 에누리액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조세중립성의 원칙 및 조세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세중립성의 원칙, 조세평등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
232,791 |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과실치상·산업안전보건법위반 | 2021도17523 | 20,220,831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도급인이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예외적인 경우 /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에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의 의미 및 입법 취지 | null |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3항, 형법 제268조 |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공1996상, 841),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4802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공2009하, 1051),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공2016상, 631)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베이시스 담당변호사 정일연 외 3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21. 12. 9. 선고 2021노45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으나,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 등이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226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구법 제29조 제1항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한다. 이는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한 법령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4802 판결,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을 구법 제29조 제1항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라고 판단하고 그 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들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조치 등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법상 도급 사업주, 안전조치의무나 업무상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주심) 이흥구 |
233,819 |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 2021노2436 | 20,220,901 | 선고 | 서울고법 | 형사 | 판결 : 확정 | 피해아동의 친모이자 보호자인 甲이 30일간 아동을 초등학교에 등교시키지 아니하여 그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甲이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 피해아동의 친모이자 보호자인 甲이 30일간 아동을 초등학교에 등교시키지 아니하여 그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의 ‘방임행위’란 아동복지법의 목적에 반하여 아동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유기행위 또는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피해를 아동에게 주는 행위여야 하고, 이러한 방임행위는 부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아동에게 그러한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甲은 친모로서 아동의 교육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비자 문제로 정기적으로 출국했다가 입국할 수밖에 없었던 점, 甲이 아동과 함께 몽골로 출국하면서 가능한 최대기간인 20일간의 체험학습을 신청하였으며,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기간 동안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甲이 아동의 안전 확인 요청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거부하였다고 하여 방임행위를 하였다고 추단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甲이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아동복지법 제1조, 제2조, 제3조 제7호, 제17조 제6호, 제71조 제1항 제2호,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제325조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및 피고인
【검 사】
황정임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정명숙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1. 12. 3. 선고 2020고합51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자신의 딸인 아동에 대하여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그러한 방임의 고의도 없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아동 공소외 1(여, 당시 10세, 이하 ‘아동’이라 한다)의 친모로서 아동의 보호자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6. 18.경부터 2019. 7. 29.경(아동이 재학하던 ○○초등학교의 하계방학 개시일)까지 30일간 아동을 ○○초등학교에 등교시키지 아니하여 그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아동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1) 피고인은 몽골 국적의 외국인이자 대한민국 국적인 아동의 친모로서 2013년경 자녀양육(F-6-2) 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였으나, 2018년경 위 자녀양육 비자를 상실하였고, 이후에는 단기일반(C-3-1) 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면서, 위 비자가 만료될 무렵마다 일시적으로 출국하였다가 다시 입국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근거지를 국내에 두고 생활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종래 출입국 방식에, 그가 국내에 주거를 마련한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등 출입국에 소요되는 경비를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곤란을 겪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2019. 5. 22. 아동과 함께 몽골로 출국한 이후 2019. 6. 18. 이전까지 국내로 재입국하지 못할 만한 특별한 행정적, 경제적 제약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은 2019년 무렵 아동의 계부인 몽골 남성의 국내 재입국 및 비자 발급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었고,
또한 2019. 5. 17.경 아동이 재학하던 ○○초등학교에 그 기간을 2019. 5. 16.부터 2019. 6. 17.까지로, 목적을 몽골에 있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와서 가족 비자를 신청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로 기재한 교외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애당초 아동의 교육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었던 위 몽골 남성의 재입국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몽골로 출국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2019. 6. 18. 이후 아동을 귀국시키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 위 교외체험학습신청서에는 체험학습 허가기간을 초과할 경우 무단결석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인이 대한민국에 거주한 기간, 그리고 이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확인되는 그의 한국어 구사 및 한글 독해 능력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기간 종기인 2019. 6. 17. 이후에 아동을 등교시키지 않을 경우 자칫 무단결석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사정을 피고인도 충분히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일시 이후에도 ○○초등학교에 아동의 출결과 관련하여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무단결석 기간 동안 ○○초등학교의 관계자들이 거듭 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여 아동의 안전 등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였다.
4) 피고인이 결석 기간 동안 몽골에서 학습지 등을 통해 아동을 교육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에게 통상적인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교육 수준 내지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아동을 직접 교육할 만한 지식이나 능력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5)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장기간 국내에 거주하였고 한국어 사용에도 능숙할 뿐만 아니라, 체류기간 동안 교육기관 및 다른 행정기관 등에 자신의 편의를 위한 각종 신청 및 민원 등을 제기하였는바, 그가 몽골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대한민국의 교육과정 및 관련 절차 등을 잘 알지 못하여 아동을 등교시키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아동복지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에서 "①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 ②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 ③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④ 아동은 아동의 권리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이 법에 따른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아동복지법의 기본이념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동복지법은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제3조 제7호에서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제17조에서는 금지되는 학대행위의 유형으로,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제2호, 성적 학대행위),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제3호,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제5호, 정서적 학대행위),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제6호, 유기 및 방임행위)를 규정함으로써 학대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별하고 있다. 또한 아동복지법은 위 각호의 규정을 포함한 제17조 제3호부터 제8호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1조 제1항 제2호).
나)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도록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아동복지법의 목적과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는 아동을 유기하는 행위와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대등하게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는 아동복지법 제17조의 아동에 대한 유기·방임행위(제6호)를 신체적 학대행위(제3호) 또는 정서적 학대행위(제5호)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의 ‘방임행위’란 앞서 살펴 본 아동복지법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로써 그로 말미암아 아동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유기행위 또는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피해를 아동에게 주는 행위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3. 11. 21. 선고 2013노2093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방임행위는 신체적·정서적 폭력 또는 유기행위와는 달리 부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아동에게 그러한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다) 나아가 보호자가 아동을 방임함으로써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앞서 본 아동복지법의 입법 목적과 더불어 아동의 보호자가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한 책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보호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 방임행위의 경위와 그 태양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호자가 친권자 또는 이에 준하는 주양육자인 경우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할 1차적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20도762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에 관한 법리를 토대로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아동에게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아동복지법상의 방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피고인은 친모로서 아동의 교육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1) 피고인은 2016. 11.경 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동을 고양시 (주소 생략)에 있는 사립 국제학교인 □□□로 전학시켜서 2017. 12.까지 다니게 하였는데, 위 기간 동안 국제학교의 학비 등으로 총 16,251,250원을 지출하였다(증 제4호).
(2) 피고인은 아동이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이후에도 아동의 교육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전화나 대면으로 담임교사 등과 상담한 사실이 있다(증거기록 25, 27, 38쪽).
2019. 3. 8. ‘공부를 잘 하도록 신경 써 달라. 국제학교를 다녀 영어를 잘한다. 그런데 영어 공부하기를 무척 싫어한다. 잊지 않도록 영어 공부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 달라. 친구(공소외 2)와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한다.’고 하면서 잘 지도해달라고 요청 2019. 3. 26.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이라고 왕따를 당하였다. 그 뒤로 국제학교 다니고, 몽골에서도 학교 다니고 했다. 여기(○○초교)에서는 잘 다녔으면 좋겠다.’고 함 2019. 5. 16. 교사에 대한 불만과 아동 친구가 아동을 왕따시킨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싶다는 말을 학교 실무사에게 함
나) 피고인은 비자 문제로 정기적으로 출국했다가 입국할 수밖에 없었고, 아동을 홀로 남겨 두고 출국할 경우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의를 받았다.
(1) 피고인은 2013년경 자녀양육 F-6-2 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였으나 2018. 11. 18. 자녀양육 F-6-2 비자 체류자격을 상실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8. 11. 18. 이후부터는 단기일반 C-3 비자로 체류하면서 비자가 만료될 무렵마다 정기적으로 몽골 등 외국으로 출국하였다가 다시 입국해야 했다.
(2) 한편 아동의 담임교사는 2019. 4. 30. 및 2019. 5. 1. 피고인에게 아래와 같이 문자메시지로 아동을 홀로 두고 출국하는 경우에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알려주기도 하였다(증거기록 76, 78쪽).
2019. 4. 30. 어머님께서 공소외 1을 보호자 없이 홀로 두고 출국하실 경우 대한민국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에 의거 ‘방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안내합니다. 이번 봄 방학기간(5월 1일~6일) 동안 출국하시게 되면 제게 문자로 연락을 남겨 주십시오. 1. 출국 날짜 - 입국 날짜 2. 공소외 1 동행 여부 3. 공소외 1이 한국에 남을 때 보호자 이름과 연락처 어머님께서 교사에게 위의 내용을 알려주시지 않고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위 기간 동안 공소외 1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 즉시 아동 보호기관에 신고하게 됩니다. 잊지 말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2019. 5. 1. 아직 출국하실지 정하지 않으셨군요. 만약 출국하시게 되면 꼭 공소외 1과 함께 가시기 바랍니다.
다) 피고인은 2019. 5. 22. 아동과 함께 몽골로 출국하면서 가능한 최대기간인 20일간의 체험학습을 신청하였다.
(1) 피고인은 비자기간 만료로 인하여 2019. 5. 22. 무렵에도 외국으로 출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데다가, 몽골에 있던 남편과 둘째 아이를 대한민국으로 데려오기 위하여 2019. 5. 22. 아동과 함께 몽골로 출국하였다.
(2)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아동의 담임교사로부터 ‘보호자 없이 홀로 두고 출국하면 아동복지법상의 방임행위가 될 수 있으니 아동과 함께 출국하기를 바란다.’는 주의도 받은 적이 있는데다가 위 출국 당시 피고인 혼자 몽골로 출국할 경우 한국에 홀로 남는 아동을 돌봐 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3)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9. 5. 17. ○○초등학교에 아동의 교외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신청서의 목적(사유)을 ‘친척방문’, 계획을 ‘동생 만나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오기. 가족 비자신청’으로, 체험학습기간도 규정상 최대인 ‘2019. 5. 20.부터 2019. 6. 17.까지(20일간)’로 기재하여 신청하였다(증거기록 85쪽).
라)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간 동안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인은 2019. 5. 22. 아동과 함께 몽골로 출국하였고,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방임행위 기간으로 아동이 몽골에 있는 기간 중 체험학습 신청기간과 ○○초등학교 여름방학 기간을 제외한 2019. 6. 18.부터 2019. 7. 29.까지로 특정하여 기소하였다.
(2) 피고인은 체험학습 신청기간이 지난 2019. 6. 18. 이후에도 아동과 함께 몽골에 체류함으로써 결국 아동은 ○○초등학교에 무단결석을 하게 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몽골에 체류하면서 아동을 ○○초등학교에 등교시키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피고인이 아동에 대하여 아동복지법의 목적에 반하는 행위로써 그로 말미암아 아동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정도가 유기행위 또는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오히려 몽골은 피고인의 친정이 있는 곳이고, 당시 그곳에서 남편과 둘째 아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동도 과거 2014. 9.경 몽골에 있는 ◇◇◇◇◇◇◇ 국제학교를 1개월 다니는 등 몽골에서 학교생활을 한 적도 있다(증거기록 31쪽).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간 무렵에도 몽골에 체류하면서 국내 학습지 등을 구독하여 아동의 교과목 교육을 계속 실시한 사실도 있다(증거기록 175, 176쪽).
마) 피고인이 아동의 안전 확인 요청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거부하였다고 하여 아동에게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1) 피고인은 체험학습기간 종기인 2019. 6. 17. 이후에도 ○○초등학교에 아동의 출결과 관련하여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아니하였고, ○○초등학교 관계자들의 아동의 안전 등 확인 요청을 거부하였다.
(2) 그러나 피고인은 아래와 같이 체험학습기간이 만료된 2019. 6. 17.로부터 사흘 뒤인 2019. 6. 20. ○○초등학교 교무부장과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고, 다음 날인 2019. 6. 21. 담임교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아동은 잘 지내고 있다.’고 답변하였으나 아동의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는 요구 및 대한민국 국적인 아동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에 격분하여 ‘주한 몽골대사관을 통하여 사진을 요구하라.’, ‘주한 몽골대사관을 통해서 안전 확인하라.’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대화를 종료하였다(증거기록 81, 82쪽).
2019. 6. 20. 목요일 교무부장: 공소외 1 어머니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교무부장입니다. 공소외 1이 학교에 연락도 없이 결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락 없이 무단으로 결석하게 되면 학교에서는 처리절차에 따라 처리하게 됩니다. 메시지를 받으시면 공소외 1 담임 선생님께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몽골에 계시면 언제 한국에 들어오는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2019. 6. 21. 금요일 피고인: 안녕하세요. 공소외 1 엄마입니다. 우리가 지금 한국에 언제 갈 계획이 없습니다. 교무부장: 공소외 1 학교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피고인: 그동안 학교 측에서 공소외 1을 받아주시고 공소외 1도 학교생활 특히 급식을 맛있게 먹었대요. 하지만 담임 선생님 때문에 다시는 한국의 일반학교에 보내,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퇴 신청할 예정이고 몽골에서 휴대폰 인증이 안돼서 신청서를 다운하지 못해 신청을 늦게 제출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에게 전달해 주세요. 이제 그만하시라고.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요. 어제 집까지 찾아왔을 때 너무 충격받았고, 확실하게 아이를 다시는 ○○초등학교에 보낼 마음이 싹 없어졌다고요. 2019. 6. 24. 월요일 담임교사: 공소외 1 어머니~ 공소외 1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전화가 어려우면 공소외 1의 현재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주세요. 피고인: 안녕하세요. 공소외 1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담임교사: 다행입니다. 공소외 1 사진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피고인: 왜 사진 보내야 합니까? 주한 몽골대사관 통해서 사진 요구하시지 그래. 어이가 없네요. 담임교사: 공소외 1은 한국 국적이죠? 피고인: 그래서? 담임교사: 우리나라에서 한국 국적인 공소외 1의 안전을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인: 응. 그럼요. 그럼 주한 몽골대사관 통해서 안전 확인하면 되겠네요. 담임교사: 공소외 1 어머니가 지금처럼 나오시면 우리나라 규정대로 처리하겠습니다. 피고인: 제발 그렇게 하시길 바랍니다. 꼭 규정대로 처리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제 연락처는 (전화번호 생략). 대한민국이나 주한 몽골대사관에서 공소외 1한테 관심 가져주시면 제가 감사하겠습니다.
(3) 앞서 살펴본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 과거 피고인이 아동의 담임교사와 남편의 비자 발급을 위해 관련 기관에 제출할 탄원서 작성 부탁과 관련한 문제, ㉡ 평소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정부나 공무원에 대해 느낀 극도의 반감과 불만, ㉢ 학교 측 관계자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법대로 처리하겠다.’, ‘사진을 찍어 보내라.’, ‘대한민국 국적이므로 아동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에 순간 격분하여 아동의 안전 확인을 요청하는 것을 거절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를 두고 피고인이 아동과 함께 몽골에 체류함으로써 ○○초등학교에 무단결석을 하게 된 것이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바) 기타 아래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의 방임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1) 피고인은 2019. 8. 28. 아동을 몽골에 남겨둔 채 혼자 국내로 입국하고, 아동은 2019. 9. 27. 혼자 국내로 입국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체험학습기간 종료일인 2019. 6. 17.부터 ○○초등학교 방학시작일 전인 2019. 7. 29.까지 ○○초등학교에 등교시키지 아니하여 그의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것인바, 아동이 피고인이 귀국한 2019. 8. 28.보다 한 달가량 늦은 2019. 9. 27. 귀국하였다는 것은 위 공소사실의 범행기간 내의 사정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 아동이 체류하던 몽골은 피고인의 친정이고, 피고인의 남편과 둘째아이가 생활했던 곳이었으며, 아동은 당시 만 10세로 과거 몽골에 있는 학교에 다닌 적도 있고, 몽골에 체류하면서 국내 학습지 등을 구독하여 교육을 받은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2) 피고인은 2019년 무렵 남편의 재입국 및 비자 발급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2019. 5. 22. 아동과 함께 몽골로 출국한 것도 남편의 재입국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가족인 남편 및 아동을 포함한 자녀와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기 위하여 몽골에 있던 남편과 자녀를 대한민국으로 입국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출국하였다고 하여 이를 아동의 교육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의 가족 모두가 함께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는 아동복지법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3) 피고인과 아동은 체험학습기간 종료일인 2019. 6. 17.까지 귀국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과 아동이 위 체험학습기간 내에 입국하는 데에 비자상의 문제나 귀국 비용 등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은 아동과 함께 몽골에 있던 남편 및 둘째아이와 다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출국하였고, 체험학습 신청서의 목적에도 그와 같은 취지로 기재하였는바, 피고인이 당시 단기일반(C-3-1) 비자로도 출국 직후 다시 국내로 입국하는 것이 법률상 불가능하지 않았다거나 귀국 경비를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나 그 가족에게는 충분히 다른 사유가 있어서 그 입국 시기가 늦춰질 수 있었다. 나아가 피고인이 아동과 함께 체험학습기간 내에 입국하는 데에 비자나 귀국 비용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아동과 함께 몽골에 체류함으로써 ○○초등학교에 무단결석을 하게 된 것이 기본적 교육의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피고인이 평소 대한민국의 이민이나 비자 정책, 교육 등과 관련하여 학교나 공공기관에 그 불만을 토로하거나 민원을 제기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간 동안 아동에 대하여 기본적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에 쉽게 나아갈 수 있는 사정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불만 표출은 피고인이 몽골인 남편 및 자녀들과 함께 잘 정착하여 살아보려는 바람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3. 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항소이유와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서승렬(재판장) 박재영 김상철 |
233,329 | 업무상과실치상 | 2021노403 | 20,220,901 | 선고 | 울산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박윤희(기소), 정고운(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상유 담당변호사 최인석 외 1인
【원심판결】
울산지방법원 2021. 4. 22. 선고 2020고단1268 판결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 일행을 태운 전기자동차(이하 ‘골프카트’라 한다)를 공소외 1의 공이 위치한 지점 전방 40m 지점 카트 도로에 정차한 사실이 없고, 공소외 1의 공이 떨어진 지점 후방에 정차시켰다.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골프카트를 정차시킨 지점에서 임의로 앞으로 이동하였고, 공소외 1이 이를 인지하면서도 별다른 경고 없이 자신의 공을 쳐 전방에 있던 피해자가 맞아 다친 것으로 골프경기 보조자에 불과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판시 증거들에 피해자 등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소외 1의 공 전방에 내려주었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1은 그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공을 쳐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점, 이러한 피해자와 공소외 1 등의 진술이 자연스럽고, 그들이 피고인의 처벌과 손해배상을 위해 일치하여 허위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주장하는 골프카트의 정차 지점과 공의 위치에 의할 경우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와 공소외 2가 모두 피고인의 전방에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 등의 진술은 모두 신빙할 수 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캐디인 피고인이 이 사건 골프카트를 공소외 1이 있는 위치에서 약 40m 전방에 정차하여 피해자와 공소외 2를 하차하도록 하고, 이후 공소외 1의 공을 찾아 놓아준 후 어떠한 주의도 주지 않은 채 만연히 다른 경기자인 공소외 3의 공을 찾으러 가는 등 안전한 경기운영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업무상과실로, 공소외 1이 피해자가 앞에 있음에도 그 자리에서 공을 친 과실로 피해자를 공에 맞게 하여, 공소외 1과 공동하여 피해자에게 약 43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와하벽 및 내벽의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해자와 공소외 1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① 당시 경기자들(피해자,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8번 홀에서 티샷을 한 후 떨어진 각 공들의 위치, ② 다음 샷을 위해 경기자들이 이동하게 된 과정(가장 가까운 곳에 공이 떨어진 공소외 1은 걸어가고, 나머지 경기자들은 피고인이 골프카트에 태워 이동하였는데, 공소외 3은 공소외 1의 공이 떨어진 곳 근처에서 내려 자신의 공이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고, 나머지 피해자와 공소외 2는 골프카트를 더 진행하여 정차한 후 내렸다), ③ 피고인이 피해자와 공소외 2를 공소외 1의 공 전방에 하차시킨 경위(피해자와 공소외 2의 공이 공소외 1의 공 전방 40~50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어 공소외 1의 공이 있는 곳 근처에서 공소외 3을 내려주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공소외 2를 태우고 골프카트를 40m 정도 더 이동하여 피해자의 공이 있는 곳 부근에 정차한 후 하차시켰다) 등에 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위 진술들은 나머지 경기자들인 공소외 3, 공소외 2의 진술에도 부합하고, 경험법칙에 반한다거나 모순이 있다는 등의 사정을 찾기 어려우며, 달리 허위진술의 동기가 있다고 판단되지도 않는바, 피해자와 공소외 1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높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나) 피고인은 당시 골프카트를 공소외 1의 공이 떨어진 위치에서 전방에 세운 사실이 없고, 후방에 세웠는데 피고인이 공소외 1의 공을 찾아 던져주고 공소외 3의 공을 찾으러 간 사이 피해자와 공소외 2가 임의로 앞으로 이동하고 공소외 1이 공을 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① 당시 8번 홀에서 공소외 1과 공소외 3은 그린에서 342m 떨어진 티박스에서, 피해자, 공소외 2는 그린에서 267m 떨어진 티박스(레이디티)에서 각 티샷을 하였으므로, 이 경우 티박스간 거리는 75m의 차이가 나고, 여기에 공소외 1이 티샷한 후 공의 위치(레이디 티에서 90m 정도 거리로 페어웨이 왼쪽 골프카트 통행로 바깥쪽에 떨어진 상태)와 피해자의 평소 드라이브 비거리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공이 공소외 1이 친 공이 떨어진 지점 약 40m 전방에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의 공이 레이디티에서 약 130m 전방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바, 위 8번홀이 다소 오르막 지형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위 지점에 여성 경기자의 공이 떨어질 수 없다는 당심 증인 공소외 4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 ②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의 공이 공소외 1의 공 10m 전방에 떨어졌다면 피해자와 공소외 2가 모두 공소외 1로부터 약 40m 전방에 위치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공소외 1이 비교적 근거리에서 피해자를 확인할 수 있고 피해자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공소외 1이 두 번째 샷을 할 경우 피해자가 이러한 사실을 모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공을 페어웨이 안 쪽으로 던져주면서 ‘치라’고 하여 그린을 공략하기 위해 피해자가 있는 40m 전방의 그린 쪽 직선 방향이 아니라 피해자가 있는 방향의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두 번에 나누어 칠 생각으로 공을 쳤으나, 공이 피해자의 방향으로 잘못 날아갔다고 진술하여 피해자가 공을 맞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자연스러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피해자와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1의 공 40m 전방에 피해자와 공소외 2의 공이 떨어졌고 이는 티박스에서 가장 먼 위치인바, 피고인은 골프카트를 이용하여 티박스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피해자와 공소외 2를 내려준 다음 공을 찾아주고, 이후 공소외 1이 있는 곳으로 걸어서 이동하여 공소외 1의 공을 찾아준 후 페어웨이 오른쪽 편에 떨어진 공소외 3의 공을 찾아주러 갔다는 것인데, 당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동선 및 이동방식은 나름의 효율성을 갖고 있어 상식에 반하거나 경험칙에 맞지 않아 그러한 사실이 있을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의하면 골프카트를 그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공(이 사건에서는 공소외 1의 공) 전방에 정차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그 자체로 과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이 위치한 곳에서 정차한 것으로 보인다.
라) 골프경기 중 경기자가 티샷을 할 때 전방에 사람이 있는 경우, 전방에 있는 사람이 뒤에 있는 경기자가 친 공에 맞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캐디인 피고인이 경기보조자에 불과하더라도 타구가 날아갈 수 있는 방향에 내장객이나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안전한 위치로 이동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골프카트를 공소외 1의 공의 전방 40m 전방에 정차한 다음 그곳에 피해자를 내려주고 공을 찾아주고 나서 공소외 1에게 이동하여 공소외 1에게 공을 찾아 던져준 상황이라면,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전방에 피해자가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피해자로 하여금 공소외 1의 타구가 날아갈 수 있는 방향에 있지 않도록 알려주어 피하도록 하거나, 공소외 1로 하여금 피해자가 안전한 위치로 갈 때까지 두 번째 샷을 하지 말도록 주의를 줄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공을 찾아주고, 바로 공소외 3의 공을 찾으러 가는 등 아무런 주의를 주지 않았고, 공소외 1이 그 자리에서 공을 쳐 전방에 있던 피해자가 그 공에 맞아 상해를 입었는바, 경기보조자인 피고인에게도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된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운동경기에 있어 그 위험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은 경기 참여자들에게 있는 점,이 사건 사고의 주된 과실은 피해자가 전방에 위치함을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공을 그대로 타격한 공소외 1에게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캐디인 피고인은 골프경기진행 보조자에 불과하여 이 사건에 있어 그 업무상 과실의 정도가 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오른쪽 눈이 함몰되고 실명에 이르는 등 중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점, 당심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원심은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불리한 정상을 두루 참작하여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 이를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도 발견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현진(재판장) 최희동 오수진 |
233,505 |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 2022누35826 | 20,220,901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명승파워넷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로 담당변호사 김화철)
【피고, 항소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민)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1. 7. 선고 2021구합58431 판결
【변론종결】
2022. 7. 7.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20. 7. 7. 원고에 대하여 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6개월)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6. 11. 6. 전기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는 피고가 발주하여 2017. 4. 13. 공고한 서울 은평구 진흥로 일대 ‘청운간 취약설비 보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었고, 2017. 5. 10. 피고와 공사금액을 401,125,680원(부가세 포함, 다만 이 공사금액은 2018. 3. 21. 475,102,189원으로 증액되었다), 공사기간을 2017. 5. 11.부터 2017. 7. 9.까지로 한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17. 5. 11. 착공 후 피고에게 알리거나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고 이 사건 공사 중 지중 토목(굴착) 공사 부분을 유림전력 주식회사(이하 ‘유림전력’이라 한다)에 하도급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하도급’이라 한다).
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2019. 5. 17. 이 사건 하도급이 구 전기공사업법(2021. 4. 20. 법률 제180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2조 제4호, 제14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보고, 원고와 그 대표자 소외 1 및 유림전력 등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에 그 취지를 통보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위 통보를 받은 뒤 2019. 6. 18. 피고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라. 이에 피고는 ‘원고가 발주관서인 피고의 승인 없이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하였다’(이하 ‘제1 처분사유’라 한다)는 이유로 2020. 7. 7.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 제39조 제2항,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이하 ‘계약사무규칙’이라 한다) 제15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27조 제1항 제3호,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21. 7. 6. 기획재정부령 제8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76조 [별표 2] 제2호 제5항 (라)목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6개월 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20. 7. 16.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21. 2. 23. 기각 결정을 받았다.
바. 피고는 제1심 진행 과정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도급받은 전기공사인 이 사건 공사를 발주자인 피고에게 서면 통지하지 않은 채, 유림전력에 하도급 주었다’는 이유로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1항, 제3항을 위반하여 결국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한다는 처분사유(이하 ‘제2 처분사유’라 한다)를 추가하였고, 당심에서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대부분을 유림전력에 하도급’ 함으로써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제2호 제5항 (가)목을 위반하였다는 처분사유(이하 ‘제3 처분사유’라 한다)를 추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처분사유의 부존재
가) 제1 처분사유에 관하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의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한 자’ 부분은 그 문언상 관계 법령을 위반함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관계 법령에서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는 하도급을 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에 적용되는 전기공사업법상 하도급을 하는 경우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을 할 때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았더라도 위 국가계약법 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국가계약법 규정의 위반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제2 처분사유에 관하여
이 사건 공사 중 이 사건 하도급 부분은 분리하여 시공하여도 이 사건 공사의 완성에 지장을 주지 않고, 수급인인 원고가 하수급인을 지도·조정하여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제10조 제1, 2호에 규정된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는바, 이 사건 하도급은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하도급이 구 전기공사업법에 위반되지 않는 이상,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비록 원고가 유림전력에 이 사건 하도급을 한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지 않았으나,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는 ‘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를 제외하고 있으므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사유가 될 수 없다.
다) 제3 처분사유에 관하여
제3 처분사유는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1인(유림전력)에게 하도급 하였다’는 것으로, ‘원고가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유림전력에게 이 사건 하도급을 주었다’는 제1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으므로, 처분사유로 추가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공사 하도급의 실질은 원고가 고가의 굴착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원고의 관리·감독 아래 유림전력의 인력과 장비를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 중 굴착 공정을 진행한 것이므로, 이 사건 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1인에게 하도급 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라)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제1 내지 3 처분사유에 공통됨)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및 회계사무규칙 제15조는 국가계약법 제27조가 정한 개별 요건에 해당할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입찰참가자격제한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계약법 규정과 달리 그러한 경우에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여 처분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원고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유림전력이 토목 굴착에 필요한 전문 장비 및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점,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을 통해 이 사건 공사를 아무런 하자 없이 순조롭게 완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이 사건 하도급이 이 사건 공사에서 분리시공 가능한 부분인 점, 이 사건 공사가 안전하게 준공된 점,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 공정을 관리·감독한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그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원고가 입게 될 피해가 훨씬 커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
그리고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하도급이 일반적인 공사에서 이루어지는 하도급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위법하다고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피고는 2017. 4. 13.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아래 글상자 기재와 같은 주요 내용의 입찰공고를 하였다.
1. 공사명: 청운간 취약설비 보강공사2. 공사개요 가. 추정금액: 686,391,306원(추정가격 + 사급자재비 + 부가가치세) 나. 추정가격: 435,845,484원(부가가치세 별도) 다. 공사내용: 특고압 가공선로 지중화 ※ 별첨 특기시방서를 필히 열람·숙지바람 ※ 공사유형(복합배전공사): 무정전 8%, 지중 92%(중략)○ 입찰참가자격 가. 입찰공고일 전일 현재 법인등기부상 본점의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 둔 업체(단, 본점 소재지는 계약체결일까지 계속 유지하여야 함) 나. 전기공사업법에 의한 전기공사업 등록업체이고 아래 해당 공사유형을 만족한 업체공사유형별입찰참가자격복합배전공사무정전 + 지중무정전공사 시공인증업체(무정전전공 4명 보유업체)로서 지중배전전공 3명 보유업체(단, 2명은 겸임가능)○ 기타사항 가. 입찰자는 공사입찰유의서, 전자입찰유의서, 공사계약일반조건, 계약특수조건, 적격심사기준 등 본 공사에 관한 제반사항을 완전히 숙지하고 입찰에 응하여야 합니다.
(2) 위 입찰공고에는 아래 글상자와 같은 특수조건이 첨부되었다.
○ 하도급거래 공정화를 위한 계약 특수조건제2조(하도급의 제한 등) ① 전기공사의 수급인 등은 전기공사업법 제14조 및 동법 시행령 제10조에 정한 바에 따라 공정별로 분리하여 시공하여도 전체 전기공사의 완성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부분에 한하여 시공관리책임자를 지정한 경우에만 하도급을 할 수 있다. 이때, 수급한 전기공사를 하도급 주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당해 공사 발주자의 서면 승인을 받아야 하고, 건설공사의 경우는 관련 법령에 정하는 바에 따라 통지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3조(하도급의 승인) 전기공사의 수급인은 도급받은 공사를 제3자에게 하도급 하고자 할 때 또는 하수급 및 기타 하도급 조건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확히 하여 미리 당해 공사 발주자의 서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발주자는 하도급 승인신청이 전기공사업법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10조 및 관련 법령의 기준에 적합할 경우 이를 승인한다. (이하 생략) 제7조(계약의 해제 및 해지) 계약담당직원은 수급인이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3) 원고와 그 대표자 사내이사 소외 1은 2019. 10. 28.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이 사건 하도급과 관련한 전기공사업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그 불기소이유는 아래와 같다.
○ 피의자 소외 1은 전기공사를 업으로 하는 피의자 원고의 대표로서, ① 2017. 5. 10. 피고 서울지역본부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수주받은 사실, ② 피의자 소외 1이 유림전력의 대표인 소외 2에게 이 사건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율(하도급 업체가 시공한 공사대금 중 하도급 업체가 원청으로부터 받는 공사대금의 비율) 70%로 산정하여 하도급한 사실, ③ 소외 2는 이 사건 공사를 포함한 27건의 공사를 불법으로 하도급 받은 것과 관련하여 현재 수사 중인 사실, ④ 피의자 소외 1은 위와 같이 이 사건 공사를 일부 하도급 하였음에도 발주청인 피고에 하도급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은 각 인정된다. ○ 피의자 소외 1은, 이 사건 공사가 ‘지중 토목(이른바 굴착), 케이블 매설, 외선 철거, 고압장비 설치, 불량공사 재진단’의 5개 공정으로 구분되고, 이 사건 하도급은 그중 굴착 공사 부분을 일부 하도급한 것으로서 공정별로 분리하여 시공하여도 전체 전기공사의 완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하도급에 해당하고, 시공책임자로 피의자 원고 소속 소외 3을, 현장소장으로 같은 소속 소외 4를 각 지정하여 유림전력의 공사를 감독하였기 때문에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허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소외 2는 경찰에서 이 사건 공사가 불법 하도급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유림전력의 직원 소외 5, 소외 6, 소외 7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이 소외 2의 위 진술에 부합한다. ○ 그러나 소외 2는 이후 검찰에서 이 사건 공사는 굴착공사만을 하도급 받은 것이고, 통상 일괄 하도급의 경우 하도급 업체 직원을 원청에 형식상 채용시킨 후 원청의 감독 없이 하도급 받은 공사를 진행하나, 이 사건 공사는 원청인 피의자 원고에서 감독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경찰에서는 하도급 신고를 하지 않았고 공사의 일부라도 하도급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생각하여 불법이라고 진술한 것일 뿐이며, 유림전력 직원들은 본인들이 진행하였던 굴착공사에 대하여만 알 뿐 이 사건 공사의 전체 공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여 위와 같이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 피의자 원고의 직원 소외 9, 소외 10의 각 진술이 피의자 소외 1의 주장에 부합하는 점, 피의자 원고에서 일용 인건비와 안전관리비가 대부분 지출된 점, 유림전력의 공무차장 소외 8은 소외 3이 현장에서 공사를 감독하였다고 진술하고, 감리보고서상으로도 소외 3이 작업책임자로 기재되어 있는 점, 이 사건 공사를 감독한 피고 직원 소외 11 굴착공사가 이 사건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나, 유림전력에서는 굴착공사 외에 다른 공정은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고, 다른 공정은 굴착공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 소외 1이 이 사건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하고도 신고하지 않았고, 경찰에서 일부 관련자들이 불법 하도급이라고 진술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공사 중 굴착공정을 분리 시공하는 경우 전체 공사에 지장을 준다거나 피의자 원고에서 하도급 업체에 공사관리감독을 일임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공사가 전기공사업법상 허용되지 않는 하도급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인정근거] 갑 제4,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처분사유의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제1 처분사유에 관하여
(1) 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 행정행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3388 판결 등 참조). 한편,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야 하고, 다만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는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다223025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 부분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기공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①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는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부정당업자 중의 하나로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프트웨어 진흥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률(이하 ‘관련 법령’이라 한다)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는 제외한다)하여 하도급한 자 및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를 들고 있다.
② 일반적으로 "및"이라는 표현은 ‘그리고’, ‘그 밖에’, ‘또’와 같은 의미로 같은 종류의 말들을 열거하면서 연결할 때 쓰이는데, 위 호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였다는 부분이 "하도급한 자"만을 꾸미는 말인지, 아니면 "하도급한 자" 다음에 "및"이라는 표현으로 연결된 부분인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까지 꾸미는지가 문제된다.
③ 관련 법령 가운데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2항 제1호, 정보통신공사업법 제31조 제3항,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1조 제5항에서는 각각 수급인이 도급받은 공사를 하도급 하는 경우 발주관서로부터 ‘승인’ 내지 ‘서면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별도 조항이 있는바, 이러한 별도 조항에 위반된 경우에는 그 자체로 ‘관련 법령상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하도급한 자’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관련 법령에서 발주관서로부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 그 자체로 부정당업자에 해당하므로, 그와 별도로 다시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라는 요건을 중복되게 추가하여 이를 부정당업자로 열거할 필요는 없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위 호에서 ‘관련 법령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였다는 부분이 "하도급한 자"뿐 아니라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까지 꾸미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④ 위 호에서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 부분을 해석함에 있어서, 수급인이 발주관서와 사이의 계약상 하도급의 승인을 받을 의무를 위반하여 하도급을 하거나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경우에도 해당 수급인에게 재재를 가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계약상 하도급의 승인을 받을 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면에서도, 위 부분이 반드시 관련 법령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 제2호(개별기준) 제5항에서 ‘발주기관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에 대한 제재기간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관계 법령에 위반된 경우만을 상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그보다 위반의 정도가 가벼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위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에서의 제재기간이 법령 위반의 경우와 계약상 의무 위반의 경우를 구별하여 규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의 ‘발주기관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 부분이 관계 법령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3)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발주자(피고)의 서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이 사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고 이 사건 하도급을 하였는바, 이로써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 부분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기공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고,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것이다.
② 그런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한 입찰공고에는 특수조건(을 제1호증의 4)으로 "전기공사의 수급인은 수급한 전기공사를 하도급 주고자 할 때에는 미리 공사 발주자의 서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는 이 사건 계약의 특수조건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계약서에 첨부된 특기시방서(을 제1호증의 5)에는 수급인이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라 하도급 할 수 있다는 취지로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 입찰공고 당시의 특수조건이 이 사건 계약에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도 이 사건 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당시 그 입찰공고에 첨부된 위 특수조건을 인식하였을 것인바, 그 특수조건이 이 사건 계약에 편입될 것임에 합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한 점, 입찰공고 당시 첨부된 위 특수조건은 이 사건 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수급인이 하도급을 하는 경우 피고의 승인을 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위 특기시방서는 하도급 거래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만이 기재된 양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입찰공고에 첨부된 특수조건이 이 사건 계약에 실제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③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을 함에 있어서, 피고에게 통지를 하거나 승인을 받은 바 없다.
나) 제2 처분사유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제2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서는 ‘공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도급받은 전기공사의 일부를 다른 공사업자에게 하도급 줄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제10조에서는 위와 같이 공사업자가 전기공사의 일부를 하도급 할 수 있는 요건으로 ‘도급받은 전기공사 중 공정별로 분리하여 시공하여도 전체 전기공사의 완성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부분을 하도급하는 경우’이고 또한 ‘수급인이 구 전기공사업법 제17조에 따른 시공관리책임자를 지정하여 하수급인을 지도·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공사는 특고압 가공 배전선로를 지중화하는 복합배전공사로, ㉠ 굴착, ㉡ 케이블매설, ㉢ 기존 전주 철거, ㉣ 고압장비 설치, ㉤ 불량여부 점검의 5단계로 진행되었는데, 그 공사 과정에서 종래 전기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여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을 그 내용으로 하여 공사의 난이도가 상당하였고, 정전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어, 전기공사업 등록업체로서 무정전공사 시공인증업체에게만 입찰참가자격이 부여되었다.
(3) 이 사건 하도급은 위에서 살펴본 이 사건 공사의 다섯 단계 중 첫 번째 단계인 굴착 공사를 하도급 함을 그 내용으로 하였다.
(4)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공사대금이 475,102,189원(부가세 포함, 2018. 3. 21. 증액된 금액임)이고, 건설공사 하도급 심사기준 제2조 제1호에 따른 하도급부분금액은 401,125,680원(이 사건 계약 당시 공사금액과 동일함)인데, 이 사건 하도급 공사대금이 280,787,965원에 이르러 이 사건 공사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하도급 공사내용이 토지의 ‘굴착’이어서 그 자체로 ‘분리하여 시공하였을 때 전체 전기공사의 완성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 공사 과정에서 정전의 발생 등에 대비하여 공사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하도급이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1항 단서 및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제10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5) 한편,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3항에서는 "공사업자는 제1항 단서에 따라 전기공사를 하도급 주려면 미리 해당 전기공사의 발주자에게 이를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하도급 사실을 어떠한 형태로도 사전에 통지한 바 없으며 이와 같은 통지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구 전기공사업법 제46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는 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하도급을 준 부정당업자에 관하여 "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바, 원고가 위와 같이 구 전기공사업법상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으로 인하여 위 조항의 부정당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관하여 피고는, 발주자가 수급인으로부터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3항에서의 통지를 받은 다음 구 전기공사업법 제15조에 의하여 하수급인의 변경이나 하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바, 구 전기공사업법 제14조 제3항에서의 통지는 실질적으로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나 이는 위 각 조항의 내용상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제3 처분사유에 관하여
(1) 이 사건 처분서(갑 제1호증)에 기재된 제1 처분사유는 원고가 "발주기관의 승인 없이 유림전력에 하도급 하였다"는 것이고, 피고가 당심에서 추가한 제3 처분사유는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대부분을 유림전력에 하도급하였다"는 것으로, 모두 원고가 유림전력에 이 사건 하도급을 주었다는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바,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나아가 이 사건 하도급이 이 사건 공사의 ‘대부분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1인에게 하도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살피건대, 피고가 제3 처분사유의 근거규정으로 들고 있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 제2호(개별기준) 제5항 (가)목에서는 수급인이 수급받은 공사 중 "전부 또는 주요부분의 대부분을 1인에게 하도급"한 경우 그 입찰참가자격 제재기간을 1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경우 그 제재기간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볼 것이지, 달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있다.
라)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및 같은 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기획재정부령으로 제정된 계약사무규칙 제15조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요건을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는 난이도가 상당하고 정전사고 등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전기공사업 등록업체로서 무정전공사 시공인증업체에게만 입찰참가자격이 부여되었는바, 실제 공사의 진행에 있어서도 어떤 업체가 이를 수행하는지가 중요한 요소였고 피고에 의한 공사의 관리·감독이 필요했다고 보이는 점, ② 수급인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의 특수조건에 따라 발주자인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았어야 했음에도 피고의 승인 없이 이 사건 하도급을 한 점, ③ 결과적으로 이 사건 공사가 무난히 마쳐졌다고 보이기는 하나, 발주자인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에 관하여 공사업자의 선정이나 하도급 공사의 진행에 관한 관리·감독을 전혀 실시하지 못하였는바 이 사건 계약이 적정하게 이행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피고의 승인 없이 이 사건 하도급을 한 행위는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 계약사무규칙 제15조에서 정한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소결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각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 가운데 제2, 3 처분사유 부분은 이유 있으나, 제1 처분사유에 관한 부분은 이유 없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법리
(1)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는 ‘각 중앙관서의 장은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프트웨어 진흥법 및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른 하도급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도급통지의무위반의 경우는 제외한다)하여 하도급한 자 및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거나 발주관서의 승인을 얻은 하도급조건을 변경한 자에 대하여 2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 제1호는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 및 제7호·제8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서는 즉시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3항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기간에 관한 사항을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제2호 제5항에서는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발주기관의 승인 없이 하도급한 자에 대한 제재기간을 6개월로 정하고 있다.
(2)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고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두1314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유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비례의 원칙 내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공사가 특고압 가공 배전선로를 지중화함을 그 내용으로 하여 난이도가 상당하였고, 정전 사고 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어 발주자인 피고의 관리·감독이 매우 중요하였다. 이에 이 사건 계약에도 특수조건으로 원고가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 하는 경우 피고로부터 승인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을 함에 있어서 피고의 승인을 받아야 함은 이 사건 공사의 안전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써 뚜렷한 공익 목적이 있었다 할 것이고, 그러한 공익의 필요성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렵다.
(2)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3호의 ‘발주관서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한 자’에 해당하여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되어야 하고, 그 기간은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과 제3항,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제2호 제5항에 따라 6개월인바, 원고에게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이 사건 처분이 과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에서 정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4)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공사의 위험성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고의 관리·감독이 반드시 필요하였음에도 원고가 피고의 승인 없이 이 사건 하도급을 한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하도급이 분리시공 가능하였다거나, 결과적으로 이 사건 공사가 안전하게 준공되었다는 사정 등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는 없고, 일반적인 공사에서 이루어지는 하도급 공사와 달리 취급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함상훈(재판장) 권순열 표현덕 |
234,019 | 대여금 | 2021나301570 | 20,220,902 | 선고 | 대구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영남 담당변호사 김수학)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이진산업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제1심판결】
대구지방법원 2020. 12. 18. 선고 2018가단117651 판결
【변론종결】
2022. 6. 24.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06,4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8. 10. 9.부터 2008. 12. 23.까지는 연 18%,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주위적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 제2항과 같다.
2. 예비적 청구취지(원고는 이 법원에서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가. 별지 기재 주식에 관하여 주주명부상 주주명의를 소외 1[주민등록번호 : 000000-0000000, 주소 : 대구 수성구 (주소 6 생략)]로 변경하는 명의개서절차를 이행하고,
나. 소외 1이 피고의 청산절차 종결 후 주주로서 분배받는 금액의 범위 내에서 주문 제2항과 같은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2003. 4. 11. 부동산 중개업,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이다. 설립 당시 소외 2가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고, 피고의 주식은 소외 2, 소외 3이 각 10%, 소외 4가 80%를 보유하고 있다가, 소외 3의 주식 10%는 2004. 1. 31. 소외 5에게 증여를 원인으로 이전되었다.
나. 피고는 2004. 2. 20. 대구 수성구 (주소 1 생략) 토지 및 지상주택(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을 경매절차를 통하여 경락받아 2004. 2. 24.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피고는 2009. 12. 4.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해산간주 되었다가 2011. 6. 24. 회사계속 등기가 이루어졌고, 같은 날 소외 1이 피고의 대표이사, 소외 1의 배우자인 소외 5가 피고의 사내이사로 각 취임하였으며, 2017. 12. 11. 다시 상법 제520조의2 제1항에 의하여 해산간주 되었다. 이와 동시에 소외 1은 피고의 대표청산인으로 취임하였다.
라. 원고는 소외 1과 그 아들인 소외 6을 상대로 이 법원 2008차14829호로 대여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2008. 12. 16. "소외 1과 소외 6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06,4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08. 10. 9.부터 2008. 12. 23.까지는 연 18%,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발령하였고, 위 지급명령은 2009. 1. 7. 확정되었다(위 지급명령에 기한 채무를 이하 ‘이 사건 대여금 채무’라 한다).
마.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15. 1. 26. 대구지방법원 2015타경1437호로 임의경매개시결정이 이루어져 경매절차가 진행되다가 2019. 3. 5. 위 경매신청이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 10, 12, 28 내지 30호증, 을 제1, 2,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피고는 소외 1이 사실상 지배주주인 1인 회사로서, 소외 1은 설립자금을 모두 출자하였고, 모든 주식은 소외 2, 소외 3, 소외 4에게 명의신탁하는 방법으로 피고를 실질적으로 설립한 후 이를 본인 소유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여 왔다. 피고는 현재까지 오로지 소외 1의 강제집행면탈을 위한 재산도피 수단으로만 이용되었을 뿐 법인 본래의 영업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회사로서 비록 피고가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소외 1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바,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권리남용으로서 법인격부인론을 역적용하여 소외 1의 채무에 관하여 피고가 이를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피고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중 소외 1의 가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소외 1은 그 설립에 관여한 바 없으며, 설립 목적에 부합하도록 부동산 중개업, 임대업 등을 영위하여 왔으며, 원고는 피고가 설립되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가 된 이후에야 소외 1에게 이 사건 대여금을 대여하였는바, 논리적으로 채무발생 이전에 설립된 법인인 피고에게는 법인격 남용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 또한 소외 1은 민사집행법위반죄로 기소된 형사재판에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소외 1의 책임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 관련 법리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등 참조)
법인격 남용을 판단함에 있어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우리나라 법이 법인격 남용이론을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 남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므로, 법인격 남용을 판단함에 있어 핵심은 개인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인지 여부에 있는 것이고, 배후자인 개인의 채무 발생 이전에 이미 법인이 설립되어 있던 경우라도 개인이 그 법인을 채무면탈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였다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그 회사에 대하여 법인격을 부인하여 개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 설립 이전에 개인의 채무가 발생하여 있었는지 여부나 처음부터 채무 면탈을 위하여 회사가 설립되었는지 여부는 법인격 남용의 성립 여부와는 무관하다. 한편 이러한 관점에서 대법원 역시 기존회사를 채무 면탈 목적으로 이용한 경우 법인격 남용의 성립을 긍정하고 있다(채무를 면탈할 목적이라면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법인격 남용이론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인정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2, 14, 15, 19, 21, 22, 29, 31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기초사실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의 주식 지분 80%를 가진 소외 4는 피고가 설립될 당시 동생인 소외 1이 소외 4를 주주로 등재하겠다고 부탁하여 피고의 주주가 되었고, 피고 주식 8,000주에 대하여 주금을 납입하지 않았으며, 대주주임에도 피고의 운영에 관여한 바 없고 주주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소외 4는 관련 형사재판(대구지방법원 2019고정577)에서 피고 회사에 설립자금 5,000만 원을 빌려준 적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하였다.
나) 피고 설립 당시 이사이자 주식 지분 10%를 소유하였던 소외 3은 다른 주주 소외 4, 소외 2와는 모르는 사이이며, 경매관련 업무를 지원하여주면 대가를 지급하겠다는 소외 1의 부탁으로 피고의 이사로 취임하였다. 또한 소외 3은 이사로서 활동한 적이 없고, 주주총회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적도 없으며, 2004. 1. 31. 소외 3의 주식은 모두 소외 1의 배우자인 소외 5에게 양도되었다.
다) 피고의 대표이사였고 주식 지분 10%를 소유하였던 소외 2가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피고의 주주 명부에 등재되어 있고, 현재 대표자 소외 1은 소외 2 명의 주식을 정리하지 않고 있으며, 소외 2가 대표이사이던 시절 피고는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 해산간주 되었다. 따라서 소외 2는 임원으로서의 활동 및 주주권을 행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소외 3이 2004. 1. 31. 소외 5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이사직에서 사임하자, 소외 1의 배우자인 소외 5가 이사로 취임하였다. 이후 피고가 해산간주 되자 2011. 6. 24. 소외 1이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는데, 소외 1이 피고의 대표자로 취임한 이 시점에는 이미 원고의 이 사건 대여금채권이 성립하여 있었고, 소외 1은 몇 년째 이를 변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 피고 주소지에는 건물이나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으며 고용된 직원이 없고, 임원들에 대한 급여가 지급된 사실이 없다. 또한 피고는 설립 이래 지급까지 법인세나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이력이 없다.
바) 소외 1은 피고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2006. 10. 12. 전입신고를 마치고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계속 거주하고 있으나, 피고에게 임대료 또는 기타 금전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 또한 그는 직접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납부해오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대표이사가 그 영업재산을 직접 무상으로 사용·수익하며 그 법인의 재산세를 개인이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 피고는 회사로서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 2009. 12. 4. 해산간주 되었다가, 2011. 6. 24. 소외 1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계속등기를 마쳤으나, 이후에도 여전히 영업활동이 없어 2017. 12. 11. 재차 해산간주 되었는데도, 소외 1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회사의 대표자 지위에서 그 회사의 유일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2)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는 기존 채무자인 소외 1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법인격이 남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소외 1과 별개의 법인격체임을 내세워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여금 채무에 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이 사건 대여금 채무 106,4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피고를 함께 설립하고, 이사회를 꾸렸으며 주주였던 자들 사이에 아무런 인적 관계가 없고, 피고 주식 지분 합계 90%를 소유한 소외 4와 소외 3은 모두 소외 1의 부탁으로 주주가 되었는데, 발기인이자 설립자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며 설립자는 모두 소외 1과 관련된 자들이다. 또한 현재 피고 법인 운영 관련자들은 소외 4, 소외 5, 소외 1인데 소외 1을 제외한 주주들 및 이사들은 소외 1의 가족이고, 이들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사회 결의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형식적으로 그 명의만 등재해 놓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은 소외 1이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2009.경 해산간주 이후에는 소외 1이 대표자로 취임하여 대외적으로도 피고를 대표하여왔다. 결국 소외 1은 주주총회나 이사회 등의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실질적으로 피고의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하여 왔고, 개인의 의사대로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피고를 완전히 지배하여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기능을 소멸시켰는바 피고는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독립된 법인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잃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소외 1은 피고의 유일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에서 2006. 10.경부터 현재까지 16년 이상 거주하고 있고, 영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피고의 유일한 재산을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사용, 수익하였으며 청산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법인의 행위로 납득하기 어렵고, 회사로서의 독립적인 영리행위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소외 1은 법인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재산세를 자신이 납부하여 오고 있는데 이는 소외 1 개인재산과 회사재산이 혼융되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다) 해산간주 규정인 상법 520조의 2에 의하면 휴면회사는 영업을 폐지하여 사실상 존재하지 아니하는 회사이지만 등기부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의미하며, 이러한 휴면회사는 거래 안전 및 주식회사 제도의 신뢰를 해치므로 해산간주의 대상이 된다. 주식회사가 해산으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해산간주가 되는 회사는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것이고 회사로서의 법인격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 감사의 임기는 최장 3년임에도 5년간 한 번도 이와 관련한 등기가 없었다는 것으로 이는 이사회 및 감사의 활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피고는 이러한 해산간주 과정을 2차례나 거쳤고, 현재 청산과정에 있으므로 이 상황에서 원칙적으로 피고의 법인격은 소멸되었다고 보아야하나, 다만 권리관계가 현실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는 범위 내에서만 소멸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따라서 현재 상태로 보더라도 피고는 이미 법인격이 형해화 되어 있고 그 유일재산을 대표이사였던 대표청산인이 무상으로 사용수익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피고는 소외 1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파산·면책절차 진행 중으로 상당한 무자력 상태에 있는 피고 대표자 소외 1이 피고 재산을 자기 재산과 마찬가지로 임의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피고가 법인격이 분리된 별개의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회사제도를 남용하여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피고의 위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의 위 주장에 관하여 본다. ①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다르므로 달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고, 소외 1에게 무죄가 선고된 대구지방법원 2019고정577 판결, 같은 법원 2020노1416 판결은 형사재판에서 소외 1의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함에도 그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며, 이 사건은 소외 1에 대한 유죄의 성립이 아니라 피고의 법인격이 남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그 쟁점과 증명의 대상이 다르다. 한편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 판결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논거로 삼기도 하였는바, 결국 이 사건 제1심 민사판결에 기댄 형사판결을 다시 이 법원에서 기대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회피하는 결과가 된다. ② 그 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인의 설립 시기와 법인격 남용의 성립 여부는 무관한 것이고, 이 사건 대여금채무가 발생하고 원고의 소외 1에 대한 지급명령이 확정된 2009. 1. 7.경을 기준으로 소외 1은 이미 피고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으며,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2007.경 이후 피고는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였고, 소외 1과 피고의 재산은 혼융되어있는 상태였다. 또한 소외 1은 피고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 해산간주 된 2009. 12. 4. 이후인 2011.경부터는 피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피고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하였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피고 명의로 두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하여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 결국 소외 1은 피고의 법인격이 별개라는 점을 이용하여 이미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이던 책임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해산간주 되어 형해화된 피고 법인의 형식상 소유로 유지하며 원고의 강제집행을 면탈하는 상태로 계속 사용·수익하여 왔는데, 이 사건 대여금 채무가 확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소외 1은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고 있었고 현재까지도 그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결국, 소외 1은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고 주식회사인 피고가 그 실질적 지배자 소외 1과 독립된 법인격이라는 이유로 채무에 관한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소외 1의 채권자인 원고는 소외 1 뿐만 아니라 피고에 대하여도 이 사건 대여금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소외 1과 더불어 원고에게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이 사건 대여금 채무 106,4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지급명령정본에 기재된 바와 같이 2008. 10. 9.부터 2008. 12. 23.까지는 연 18%,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되어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되, 이와 같이 주위적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태천(재판장) 이나현 안정현 |
230,977 | 손해배상(기) | 2022다237098 | 20,220,907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를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한 요건 및 방조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타인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중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에 의한 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그 과실에 의한 행위와 그 이전에 타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1]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2] 공동불법행위자 1인이라고 하여 자신의 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손해에 대하여도 당연히 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타인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중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에 의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실에 의한 행위와 그 이전에 타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1] 민법 제760조 / [2] 민법 제393조, 제760조, 제763조 | [1]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34985 판결(공2016상, 751) / [2] 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3057 판결(공1983, 342), 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다26980 판결(공1992, 265), 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다39973 판결(공1994하, 1945) | 【원고, 피상고인】
한솔1호발전소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익)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2. 4. 29. 선고 (춘천)2022나7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① 소외인이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문중의 대표자가 피고인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로부터 금원을 편취하였고, ② 피고는 소외인의 위 사기 범행이 계속되는 중이던 2017. 12. 28.경 ○○○○문중 대표자 자격을 모용하여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인 이 사건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후 원고에게 교부하였음은 물론 그 전날인 2017. 12. 27. 위 매매예약을 위한 예약금을 선지급받았음을 각 인정한 후,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소외인의 위 사기 범행을 과실에 의하여 방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실에 의한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소외인의 위와 같은 기망행위에 따라 원고가 ① 2017. 9. 27. 5,000,000원, 2017. 10. 6. 2,000,000원, 2017. 10. 10. 8,000,000원 등 2018. 5. 25.까지 합계 210,000,000원(2018. 2. 13. 반환받은 1억 원을 공제한 금액)을 소외인에게 지급하였고, ② 20,000,000원 상당의 제네시스 차량을 소외인에게 이전하였으며, ③ 이 사건 토지 지상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비용 55,729,000원을 지출함으로써 합계 285,729,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한 후,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과실상계 전 손해배상책임액을 위 합계액 전액인 285,729,000원으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34985 판결 등 참조).
공동불법행위자 1인이라고 하여 자신의 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손해에 대하여도 당연히 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타인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중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에 의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실에 의한 행위와 그 이전에 타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1982. 12. 28. 선고 80다3057 판결, 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다26980 판결, 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다39973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 및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위 285,729,000원 전액이 피고의 방조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 원심이 인정한 위 손해액 중에는 피고의 이 사건 매매예약서 작성 및 예약금 수령 이전에 원고가 소외인에게 이미 지급한 금액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이 사건 매매예약서 작성 및 예약금 수령 이전에 피고가 소외인의 사기범행에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찾기 어렵다.
나) 위 손해액 중에는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그 손해가 발생한 구체적인 시기 및 경위 등이 드러나지 않는 손해액들도 적지 않다.
다) 소외인에 대한 형사판결(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19고단899)에 의하면, 위 손해액 중 2018. 5. 25. 자 1,000만 원의 경우 이 사건 토지가 아닌 다른 토지의 중개료 명목으로 소외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3)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는 방조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